'신의 그 후'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2.12.12 '신의 21회(재)' 내가 임자를 갖는다면 평생입니다 (298)
  2. 2012.12.06 '신의 18회(재)' 언제나 그 분이 먼저였습니다 (236)
  3. 2012.11.30 '신의 13회(재)' 임자, 돌아가고 싶으신 거죠? (142)
  4. 2012.11.25 '신의 9회(재)' 언제부터지? 기억이 안난다, 그 아이 얼굴이... (125)
  5. 2012.11.22 '신의 7회(재)' 마마, 이제 제가 아프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188)
2012.12.12 14:49




신의 21회 리뷰는 방송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양념 좀 팍팍 쳐서 올립니다. 저도 달리 방법이 없어서요ㅎㅎ. 장어의의 죽음이 있었지만, 그래도 함께 있어 좋았던 최영과 은수가 너무 밍숭한 동거를 한 듯해서 말이죠. 그렇다고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 것은 아니니 걱정마시고요. 그저 깨소금이랑 참기름 쬐금 넣을 거예요.

 

"달리 방법이 없어서요" 라는 예상치못한 말로 공개키스를 하더니, 최영의 프로포즈는 직설적이고 거침없습니다. "내가 임자를 갖는다면 평생입니다, 하루나 며칠이 아니고", 신의 본방때 너무 여운이 남아서 최고의 명장면 명대사를 정리한 글에서도 개인적으로는 최영의 프로포즈 대사를 명대사로 꼽았습니다. 전 아직도 이 말만 들으면 최영이라는 캐릭터의 묵직함이 전해오면서 설렙니다.  

다가가지도 못하고 방문앞에서 은수의 그림자만 어루만져 보던 소심 최영, 입술도장 한 번 꾹 눌러찍고는, 손잡는 것은 기본, 머리를 쓰다듬는 것도 쉬워진 대담 최영으로 변화했지요. 누가 최영을 걸음이 느린 남자라고 했던가? 이리 속도전에 강한 남자를 말이죠. 마음 확인하자 마자, '그럼 이제부터 사겨볼까요' 탐색전도 없이 평생 가지겠다로 달려가는 남자를 말입니다(물론 마음과 눈만이고, 몸은 따라가주지 못했어요ㅠㅠ) 

최영이 이렇게 은수에게 거침없이 다가갈 수 있었던 이유를 여신-영웅 구조의 붕괴때문이라는 말을 지난 회 리뷰에서 잠깐 언급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는 뒤에 정리하고, 달달한 장면부터 추려서 가도록 하겠습니다. 중간중간 사심넣은 서비스도 곁들입니다. 덕흥군을 잡아족치자, 법대로 하자, 정동행성을 치러가자 말자, 중신들의 동의가 필요하네 마네는, 본방만으로도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기에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내가 임자를 갖는다면 평생입니다. 오늘 하루나 며칠이 아니고..."

 

"여기 고려에서 제일 안전한 곳, 숨어있을려고요. 딱 붙어서...", 눈을 의심했다. 내 앞에 서있는 분이 그 분 맞겠지. 아무 말도 못하고 서있는 내 모습에 그 분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그 분 마음 알면서도 물어보고 싶었다. 왜 여기 있으려고 하느냐고... 임금님 말씀이라고 얼버무리는 그 분, 내 반문에 그 분이 부탁했다며 소리가 점점 기어들어간다. '임자 안 잡아 먹는다고...너무 좋아서 나 미칠 것같아서 그런다고'.

"그래서 나도 여기 있으려고. 여기가 대장 방이고 그 쪽은 대장이니까. 여기 도망치지 말고...". '이 분 어떡하나, 이젠 못보내겠다. 안보내겠다', 고통처럼 길었던 내 고민은 그렇게 끝났다.  

 

***아!!!!!!! 아무리 생각해도 아깝다. 얼굴이 빨려들어가게 가까이 밀착시키고 미소 한 방으로 끝? 설마했더니 끝까지 두 손 꼭 마주 잡은채 절개(?)를 지켜주시는 임자커플, 속터져 환장하겠습니다. 이때 예쁜 키스신이나 포옹신 하나만 나왔어도, 그 놈의 충석이 자식이 훼방만 안했더라도... 짜증 버럭내고 있는 제 맘 모두 이해하시죠?

 

"도무지 알 수 없는 분, 처음부터... 어찌 저리 웃는 건지... 그러다 겨우 알게 됐습니다. 언제나 나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 내가 걱정돼서 울고, 웃어주고, 내가 걱정돼서 나한테서 도망치고... 이번에 궁에 들어오자는 것도 그래서였죠?. 내내 궁만 바라보고 있는 내가 걱정돼서, 임자의 목숨이 걸려있는데도", 그 분 두 손 조심히 잡아 본다. 처음하는 청혼이라 어찌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저 내 마음만, 내 진심만 담아본다. 마주잡은 두손에 꼭. 꼭 눌러서...

"순서가 이렇게 됩니다. 먼저 임자의 해독제를 구할 겁니다. 그래서 하늘로 가지않아도 임자의 독을 풀 수 있게 되면, 물어볼 겁니다. 남아줄 수 있냐고, 하늘에 임자를 기다리고 있는 분들이 있다는 것 알지만, 그래도 물어볼 겁니다. 평생 지켜드릴테니 나와 함께 있겠냐고". 그렇게 떨리고 긴장해 본 적도 없었다. 그래도 가겠다고 하면 어떡하나...

 

"내가 임자를 갖는다면 평생입니다, 오늘 하루나 며칠이 아니고... 그래서 그 때가 돼서 내가 물어보면 대답해 줄 겁니까?", 그 분의 대답을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이 왜 그렇게도 길게 느껴지던지... 고개를 끄덕이면 웃는다. 그 분이 웃는다 고개를 끄덕이며...  

'임자, 반드시 해독제 구할 겁니다. 임자 보내지 않을 겁니다. 평생 곁에 두고 지켜드리겠습니다', 그 분을 가슴에 안은채 오래도록 그렇게 있었다. 그 시간이 영원하기만을 바라고 또 바라면서... 이제 아무데도 보낼 수 없는 그 분.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 그 분은 내게 멀기만 했던, 그래서 잡아서는 안되는 하늘사람이 더이상 아니었다. 내가 연모하는 내 여인일 뿐.

'임자, 입맞추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타이밍을 놓쳤습니다 ㅠㅠ). 보기도 아까운 분, 내 심장이 돼버린 분, 임자 마음 몰라 혼자 고민하느라 늦어서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그래서 놓쳐버린 시간들, 더 많이 다가가겠습니다'.

 그 분을 안고있는 순간, 가슴 한복판을 쓸고 지나가는 불안, '해독제를 구할 수 있을까'.

 

주상을 만나 덕흥군 처리문제를 의논하고 자석에 빨려들어가는 듯 우달치 병영으로 발길이 향한다. 병영이 시끄럽다. 모처럼 찾아온 한가한 시간, 애들이 무술겨루기를 하고 있나 보다. 엇, 미치겠다. 하루만에 또 사고다. 여기가 어디라고 나와서 저리도 환하게 웃는 걸까? 숨어있기는 커녕 사내들 틈에서 나 여기있소 하고 있으니...  

전의시에 다녀오겠다고 허락을 구하는 그 분, 말끝마다 대장, 대장, 순간순간 숨을 멎게 한다. 독심술에도 능하다. 보고 싶어 병영으로 향해 버린 내 마음 읽어버린다. 무안해져 늦을 거라는 말을 퉁명스럽게 뱉고 말았다. "기다리겠습니다, 대장", 대장이라 불러주는 것이 좋다. 그 분이 내 여인이라 말하는 듯해서...

그 분의 모습에 어느 사내가 누를 수 있었을까. 뭔가에 홀리듯 그 분의 입술을 향하고 말았다. 술에 취한듯 정신이 홀린듯 그 분에게 다가가는 내 마음, 사내의 마음 누르지 못했다(그게 정상이여!). 그러나 그 분 입술 가지지 못했다.

웬수, 줘 패고 싶은 부장 충석이... 고지식하고 융통성없고 눈치까지 없는 놈, 처음으로 네 놈을 소나기 오는 날 먼지나게 패주고 싶었다. 

 

"내가 죽였다는 말, 쉽게 하는 것 아닙니다"

 

장어의가 기철의 수하들에게 당했다. 수리방쪽도 피해가 있었고... 내색하지 않으려고 약재들을 썰고 있는 그 분, 눈이 빨갛게 짓물러있다. 손은 지저분하게 더럽혀있고, 위태롭게 작두질을 한다. 해독제를 지키다가 죽었다고 끝내 울음을 터트리는 그분, 자기때문에 죽었다고 자기가 죽인 거라고 비틀거린다. 

어쩌면 앞으로 숱하게 봐야 할 죽음인지도 모른다. 내가 살아온 시간이 그랬으니까... 언제나 적들이 생겨나고, 적들을 베고 나면 또 다른 적들이 생겨나고, 이곳이 내가 살고 있는 고려, 그 분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고려였다.

"열여섯에 처음 사람을 죽였습니다. 왜적이었는데 주위에서 모두 칭찬을 해줬어요. 그런데 그날 밤 한 숨도 못잤어요. 추워서 떠느라고...어찌나 추운지,, 그게 유월 스무 하루였는데... 그래서 압니다. 내가 죽였다는 말 그렇게 쉽게 하는 것 아닙니다".

그 고통이 어떤 것인지 잘안다. 그 분 편해졌을까... 사람을 살리는 의원이니 장어의의 죽음에 편하지는 못하겠지,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위로를 해준다. 춥지말라고...  

 

악몽을 꾸지는 않을까 그 밤 뜬 눈으로 그 분의 곁을 지켰다. 그 분의 것을 지켜줘서, 그 분의 친구가 돼줘서 고마웠노라고, 장어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또 하면서... 그 밤이 참으로 길었다.

아픔 속에서도 아침은 밝아온다. 언제나 그렇듯이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누구도 알지 못한채...

 

마음속에서 '다행이다'라는 말이 자꾸 늘어간다. 밤마다 깨어나면 울고 일어나던 분, 다행이다. 내 곁에 있어서였을까...그렇게 믿고 싶다. 그 분이 밤새 악몽을 꾸지 않아서 다행이고, 웃음을 보여줘서 다행이고, 아직 독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다행이고...

'임자가 좋아하는 밥, 늦으면 없습니다', 얼른 일어나라는 말로 대신하고 나온다. 웃음을 잃지 않은 그 분, 다행이다. 이별에 담담해서, 죽음에 조금은 익숙해져서... 

 

내 손이 왜? 검이 무거워진 게냐, 스승님처럼...

 

무엇때문일까? 알 수 없는 이 불안감은... 안재 그 녀석의 말때문이었을까? 손에서 검이 빠져나간다. 나도 모르게 툭! 검이 무거워졌다는 스승님의 마지막 말씀 탓인가... 검이 무거워졌다, 검이 무거워졌다... 나도 그런 건가? 왜? 

검이 나를 떠나고 싶어하는 걸까? 내가 검을 떠나고 싶어하는걸까?

 

***화수인을 멋지게 화살로 붙박이 시켜주는 장면, 불쌍해지는 영의 까칠한 얼굴...그래도 검들고 손떠는 최영은 화보였습니다. 의상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해독제를 백방으로 수소문해도 없다한다. 수리방에서 없다고 하면 정말 없는 것인데... 해독제가 없으면... 그 분 돌려보내야 한다 그 분에게 남아줄 수 있겠냐고 물어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어쩌면... 생각하고 싶지 않다. 떨쳐지지 않는 불안, 젠장할 독...  

알지 못했다. 내 앞에서 웃어주는 순간에도 비충독이 그 분의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음을 바보같이 나는 알지 못했다. 

 

하루종일 분주했던 나에게 침상에서 자라고 고집을 피우는 그 분, 가만히 지켜본다. 사내 마음 힘든지도 모르면서 머리를 풀어헤친다. 참기 힘든 유혹인 줄도 모르고 종알종알 자기얘기에 바쁘신 분. 

그 분의 흩어지는 머리에 자꾸 눈이 간다. 고려여인들과 다른 모습이어서 였을까... 해독제를 구하면 제일 먼저 저 머리에 꽂을 장식품을 사드려야 겠다.

 

들켰다. 한 번, 두 번 스르르 떨어져 버리는 빗, 금세 그 분 표정이 걱정이 스친다. 잠이 부족한 탓이라고 침상에 벌렁 누워버렸다. 의자에 앉아서 자겠다고! 그걸 내가 허락했을 거라고! 내 마음 눈치채고 곁에 눕는 그 분, 실수했다. 바보같이... 같이 눕는 게 아니었는데, 그 밤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니까 지나친 인내와 수도도 정신건강에 해로운 것이여!!) 

'임자, 참으로 알 수 없는 분. 사내 곁에 누워도 어찌 이리도 편하게 잠을 자는지, 임자의 숨소리에 내 가슴 열 번 뛰고, 임자를 안고 싶은 내 마음 붙드느라 내 한 손은 이마에서 벌을 섰습니다. 그래도 임자, 그것 모르지요. 임자 내품에서 잠들었다는 것을... 임자 자는 모습, 눈, 코, 입, 손으로 따라가보고 임자 머리 숱하게 쓸어보며, 나는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어찌 그리 어여쁘신지, 몇 번이나 자고 있는 임자얼굴 보며 웃었는지 모릅니다. 임자가 곁에 있어서 그저 좋았습니다'.

임자에게 남아달라는 말을 하게 되기를 빌고 또 빌었다. 평생 지킬 수 있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면서 뜬 눈으로 그 밤을 지샜다. 인내심을 시험하면서... 다행이다. 이겨냈다. 

 

***갑자기 눈에 확 들어오는 이민호의 깍지낀 손(ㅎ)... 팬미팅때 싸인 기다리는 팬들 추위에 언 손을 일일이 깍지끼고 녹여줬다네요...아이고 나는 언제나 깍지를 껴보남.

 

'임자, 이런 것인가 봅니다. 지아비를 보내는 지어미의 마음, 등에 얼굴을 묻고 나를 위해 기도하는 임자때문에 내 발걸음이 자꾸 무거워집니다. 임자를 혼자 두고 떠나기 싫어서, 임자 걱정하는 일 벌어질까봐... 그래도 좋았습니다. 나를 기다려줄 임자때문에, 병영으로 돌아오면 웃으며 맞아주는 임자가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너무 좋아서 가끔은 불안할 때가 있다. 내 것이 아닌 듯 해서... 욕심이었을까? 내 욕심때문에 그 분에게 그토록 잔인한 고통을 주었던 것일까? 몰랐다, 그 분이 나때문에 그토록 슬피 울었음을... 그 분이 죽는 것보다 남겨질 나때문에 세상이 무너진 듯 울었다는 것을...

 

******여신-영웅 구조의 붕괴

앞에서 언급한 여신-대장 서사구조의 붕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처음 이 댓글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제가 드라마를 보면서 가지와 잎에 열심이었다면, 수우언니님은 큰 나무 기둥을 세워주시더라고요. 수우언니님은 기둥뿐만이 아니라 잎사귀의 체관까지 보시는 분입니다만.

 

여신, 여기서는 선녀라는 말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이성계가 의선을 선녀같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지요. 최영에게 은수는 처음부터 다가서기 힘든 하늘여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쯤에선가 최영에게 은수가 땅의 사람으로 다가옵니다. 죽지마요 라며 아스피린을 손에 쥐어주고 가던 은수, 그리고 강화를 향하면서 하룻밤 노숙을 하게 되지요.

기철에게 "제 뒤에 계신 분 제가 연모하는 분입니다"라는 고백을 얼결에 하고, 수습하려는 최영에게 은수는 장난스럽게 가슴팍을 치며, 농으로 받아들이려는 행동을 취하기도 했지요. "왜 하필 저 여인을 데려왔을까?", 최영의 마음에 하늘사람이 아닌 땅의 사람이고 싶은 저 여인을 말이죠. 

이때 은수가 처음으로 이름을 가르쳐줍니다. 고려로 납치되어 와서 처음으로 이름을 가르쳐 준 이가 최영이었죠. "제 이름은 은수에요. 유은수", 그리고 최영이 나즈막히 유은수라는 이름을 불러보죠.

여기서 부터 최영에게는 혼란이 시작됩니다. 하늘나라 사람에게도 땅의 사람들과 같이 이름이 있구나, 왜 우리도 그렇잖아요. 선녀를 보면 선녀 이름을 물어보기 보다는 그냥 선녀님이잖아요. 그런데 이름이 있다? 왠지 가까워지는 것 같죠. 사람같기도 하고...

은수를 마음에 품으며 최영은 계속 갈등의 연속입니다. 곁에 두고 싶다 vs 보내야 한다. 지금까지 최영 자신과 싸워온 것은 이 두 마음이었습니다. 욕심과 언약의 싸움.

 

선녀에 비하기도 했던 은수, 은수와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 <선녀와 나무꾼>의 선녀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은수는 남았고 동화속 선녀는 하늘나라로 가버렸다는 것이겠지요. 선녀옷을 훔친 나무꾼은 선녀를 아내로 맞이하지만, 이는 엄밀히 반강제성을 띕니다. 훗날 선녀는 아이 둘을 데리고 하늘나라로 돌아가 버립니다. 선녀가 땅에 남은 것이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은수는 스스로의 의지로 땅을 선택합니다.

 

은수는 가시적으로 이미 땅의 사람이 되었던 장면이 있어요.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고요. 은수가 첫회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을때 의상이 흰옷이었습니다. 의선으로 봉해지고 나서는 역시 흰색의 고려식 가운을 입었고요. 기철이 은수를 데리고 가서도 흰색에 가까운 드레스를 입혔지요.

이 흰색을 벗은 것이 남장을 하고 도망칠 때였었죠. 도망쳤던 이유는 최영이 자기때문에 곤경에 처했기 때문이었고요. 이때부터 은수는 흰옷을 입지 않습니다. 여신, 선녀, 하늘사람을 상징하는 듯한 흰색 옷을 벗은 것이죠.  

그리고 20회 엔딩과 21회 초반부에 결정적으로 은수가 하늘의 모든 것을 버리죠. '여기...대장'이라는 말로 말이죠. 여기있겠다는 말로 고려를 택했고, 대장이라는 말로 은수는 최영과 동격의 인간으로 내려온 것이죠.

최영이 "내가 대장이니까...여기"를 힘주어 말했던 것도 그 때문이지 싶습니다. 대장이 은수가 하는 대장소리에 심장이 벌떡거린 이유도 하늘사람이라는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진짜 내 여인이다 싶어서 그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최영이 프로포즈를 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어요. 은수를 향한 마음을 끙끙앓고 고백하지 못했던 이유는 은수가 하늘여인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여기 대장 곁에'라는 말로 최영이 고백하지 못했던 이유를 은수 스스로 파기해줬지요. 그래서 제가 지난회부터 은수를 존경스럽기까지 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자기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은수의 담대함이 대단스럽잖아요. 사랑 하나때문에 말이죠. 

은수가 땅의 여인으로 남겠다는 말을 선포한 순간 최영의 갈등은 사라졌습니다. 단 '비충독 해독제만 구하면' 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중간과정없이 혼인이라는 말보다 더 거시기한 프로포즈로' 당신을 가질 거야, 평생'이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이죠.

여기서 여신과 영웅의 구조는 붕괴(이 단어가 모호하기는 하지만)되었고, 은수와 최영은 동격의 땅의 사람이 되었다는 소심한 의견을 피력해 봅니다;; 하늘세상에서 하늘여인을 데려온 영웅, 이제 최영은 다른 영웅의 모습을 갖춰갑니다. 고려를 품는... 그것이 최영의 검에 대한 각성인데 이 부분이 참 난감스럽게 표현이 되어서, 우리가 여기서 함께 풀어가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숙제끝...! 제 숙제에 수우언니님을 비롯, 임자팬들 저에게 독을 주시려면 부디 해독제가 있는 무오독을 내려주시와요. 전 은수처럼 비충독을 이겨낼 자신이 없습니다. 결정적으로 아스피린 오독오독 씹어 입에 넣어줄 최영이 지금 곁에 없습니다ㅠㅠ 

***은수의 머리를 푸는 모습을 몰래 훔쳐보다가 은수가 고개를 돌리자 얼른 안그런척 고개를 숙이는 최영, 왜 최영은 은수의 머리에 그토록 집착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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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6 16:37




신의 18회는 은수의 백허그 고백으로 은수의 감정이 절절하게 나왔던 회차였죠. 그런데 그 놈의 독이 이젠 최영의 발목을 잡지요. 반복되는 은수의 위험, 은수가 고려에 남는 한 계속되리라는 불안감은 최영으로 하여금 은수를 밀어내려고 합니다. 은수에게 향하는 자신의 감정은 주체하지 못할만큼 키우고 있으면서, 은수를 그렇게도 원하면서 말이죠. 

 

두려워 도망쳤던 것은 나였다

 

"나 가지 마요? 남아도 돼요?", 왜 그리하라고 대답하지 못했는지... 그랬더라면 그 분 좀더 많이 웃었을텐데, 그 분을 잡지 못한 것이 내 두려움때문이었음을 그 때는 알지못했다. 지켜준다고 하면서도 지킬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내 잠재적인 불안감이, 돌려보내준다는 말로 그 분을 밀어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분의 목숨을 위협했던 반복된 위험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분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도망치지도 않았다. 두려워 도망쳤던 것은 바로 나였다.

 

 

 

***자, 여기서 오늘 생각거리 등장했죠? 최영의 두려움과 은수의 담대함입니다. 기철과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려했던 최영 앞에 은수는 자신의 목숨으로 최영을 지켜냈지요. 생각해 보면 은수는 처음 고려땅에 와서 적응을 하지 못한(영화세트장이라고 알았던) 때를 제외하고는, 최영의 말처럼 늘 도망쳤던 것이 아니었어요. 은수가 남장을 하고 떠난 것은 최영이 자기때문에 위험에 처하니 그렇게 했던 것이고요. 

독에 당한 후에도 은수는 자신의 입으로 돌아가야 겠다고 말한 적은 없었지요. '나 돌아갈 거예요'가 아니라, '나 가버리면'이라는 가정으로 얘기했을 뿐이죠. 비충독에 당하고 필름통을 찾아서도 은수는 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결정했지요. 노국공주의 위험때문이기도 했지만, 최영이 짊어져야 했던 책임감때문이기도 합니다. 

 

은수의 독은 최영의 각성으로도 이어지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최영이 은수를 칭해 그러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분이라고, 힘차게 사는 분이라고... 독과 정면승부를 하는 은수는 최영의 각성 기폭제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까지 최영을 강한 남자, 누군가를 지켜주는 강한 무사로 생각해 왔던 것에 대한 일종의 반론입니다.  

최영은 우달치 마지막 임무가 끝나면 도망갈 자리부터 마련해왔지요. 어부나 되볼까 한다면서요. 은수와 길을 떠났다가 궁에 돌아와서도 공민왕에게 "아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라며, 여전히 도망중이었죠. 그런 최영을 돌아오게 만든 것은 고려에 발붙이고 남겠다는, 독과 마주해, 죽음이 다가옴에도 담대하게 그 죽음과 맞서 싸우는 은수때문이었고요. 그리고 최영이 검의 무게를 극복해 가는 과정으로 이어지지요. 

이러저러한 이유로 작가가 처음부터 설정해두고 간 강한 생명력, 정신력을 가진 캐릭터가 바로 은수였지 싶어요. 임자팬들 의견도 듣고 싶사와요^^ 

 

***은수가 장빈선생과 술마시고 얘기하는 장면과 은수의 백허그신(다 말로 표현)이 오기까지 솔직히 은수의 감정선을 잡기가 애매했어요. 두근 덜컹하는 감정은 이민호 혼자 다해주고, 김희선은 그저 멍한 표정이라 무슨 생각인지 솔직히 읽기가 쉽지 않았습니다;;(이건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무시하시고 넘어가시기 바랍니다).  

 

"이 혼례는 불가합니다"

 

무슨 짓을 했는지, 정신이 혼미해지고 아득한 꿈을 꾼 듯했던 그 짧고도 길었던 시간(우리 때는 홍콩갔다 이런 표현썼는데ㅎ), 내 마음을 그 분의 입술에 전했다. 연모, 그동안 참았던 내 마음, 그렇게 전했다. 누르고 참았던 사내의 마음을...그 분의 시선이 나를 향해 있었다. 원망, 당황, 불안, 불쾌 그 어느 눈빛도 아니었다. 나만 보고 있는 그 분의 눈, 그 분의 마음이 들어있었다, 그 분의 마음이...

"그래서.. 이 혼례는 불가합니다". 그 분은 오래도록 나를 지켜보고 서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분만을... 

'임자 말해주지 못했습니다. 제 마음 진심이었다고, 간절히 원했다고'.

 

전하는 무사하실까? 그 분과 덕흥 그 놈과의 혼례를 막은 내 행동에 대한 후회는 없다. 주상에게 가지 못해 송구하고 또 송구했을 뿐. 발걸음이 빨라진다.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다. 숨이 목에 차도록 달려갔다. 그 분이다. 그 분이 돌아왔다. 꼭 안아 확인해 본다. 진짜 그 분이다. '다시는 임자를 보내지 않겠습니다, 가는 날까지...아니...'. 

"하루종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너무 걱정돼서...", 궁을 정비하는 일로 이리저리 뛰면서도 생각났던 그 분, 주상께 가보라고 정신줄을 챙겨준다. 그래도 내 정신줄은 여전히 그 상태 그대로였다. 보고싶었다는 그 분의 말에 가슴이 쿵쿵, '임자, 임자를 보고 있는 순간도 나는 임자가 또 보고 싶습니다'. 돌아왔다는 것을 다시 또 확인해 보고 싶어 그 분을 또 안아보고 싶어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 내게 그 분은 미소를 보낸다. '잘 다녀와요'. 

 

"언제나 그 분이 먼저였습니다"

 

내 송구함의 댓가는 컸다. 잃어버린 우달치 아이들, 지키지 못했다. 내탓이다. 살아돌아온 아이들의 흐느낌, 그리고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의 얼굴들이 가슴을 후빈다. 또다시 가슴에 내리기 시작한 송곳비, 더 많이 더 아프게 내려주길 바라고 또 바란다. 그것이 그 아이들의 대장으로 내가 감내해야 할 내 고통이었기에, 온몸으로 고통을 받고 싶었다. 아프고 더 아프게...  

"제 탓입니다. 제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했습니다. 필요한 때를 놓쳐 전하는 궁을 나서야 했고... 내 아이들은... 죽었습니다". 목이 메인다. 아이들의 죽음을 내 입으로 인정해야 하는 내가 정말 그들의 대장이었더란 말인가.

"언젠가 제게 하문하셨습니다. 순서가 어찌되느냐고.. 언제나 그 분이 먼저였습니다. 이 나라 고려에 대한 충정같은 거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 나는 하의 우달치 자격이 없다' 놓아주길 간청했지만, 주상은 대답없이 자리를 떠버린다.  

나는 아직도 그 분이 먼저이다. 언제나. 왜냐고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나를 살게 하는 사람이기에, 내가 사는 이유이기에 라고...

알 수 없는 하늘말로 나를 위로하는 그 분, 그 때는 알지 못했다. 그 분의 마음을... 남고 싶다는 그 분의 마음을... "지켜주면 되지, 누가? 구하러 오면 되지?" 그 분은 날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 분을 지켜줄 것임을...그래서 남고 싶어했음을. 

많은 죽음과 주검을 마주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지켜주지 못한 사람의 죽음이 내게 남겨진 무게가 되고 있었다. 고통 또한... 그래서 더 발버둥쳤는지도 모른다. 내 고통을 줄이고자... 그래서 계속 그 고통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분이 그렇게도 나를 살리고자 했다는 것도, 그 분 나라에서 유명하다는 말에 빗대 내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음을...  

또 독에 당한 그 분, 눈앞이 캄캄해진다. 손이 꽁꽁 얼어가는 그 분의 고통을 보며, 심장이 타들어가고 죽을 것 같았던 고통이 또 시작되었다. "내가 아직도 그렇게 멉니까? 내가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습니까?", 왈칵 눈물이 쏟아지려고 한다. 내 마음이 닿았다고 생각했는데...아니었나 보다.

"내가 말했잖아요, 당신 그럼 안되는 사람이라고...", 텅! 또다시 가슴이 텅비어 버린다. 이 분은 내 곁에 머물 수 없는 분, 그래서 나를 그리 멀리하려 하고 있구나. 잡았던 그 분의 손을 나는 힘없이 놓고 말았다. 

뒤따라 온 그 분때문에 쿵! 심장이 멎어버렸다.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 "나 가지 마요? 남아도 돼요?", 바보같이 끝내 말하지 못했다. 그 분의 고통을 봐야 하는 내 고통때문에, 그 분을 마음에 품는 그 순간부터였을 것이다.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자라기 시작한 것이...

"그럼 이렇게 물어볼게. 하루하루 내 마음대로 좋아할 거니까 당신 나중에 다 잊어줄 수 있어요? 그런다고 약속해요", 등에 기대 우는 그 분을 돌아보지 못하고 난 그 분의 말만 되뇌이고 있었다.

"잊으라고요?...". '죽는 날까지 내 심장안에 살아있을 임자를 어떻게...'.

 

그토록 원했으면서 왜 대답하지 못했을까? 너무 소중해서 겁이 났던 것은 아니었을까, 지켜주지 못했던 그들처럼...

***눈빛만으로도 수많은 감정들을 보여줘서 애정하는 장면입니다.

 

***

오늘 글은 마음에 안드실 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의 최영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의 독백을 그려봤습니다. 최영의 손떨림 현상과 진정한 의미의 각성의 전단계이기 때문에 그의 내면에 있을 보이지 않은 것(그것을 두려움과 고통으로부터의 도망이라고 표현했습니다)을 한 번 끄집어 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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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30 14:51




가끔 해질녘의 붉게 물든 해를 보며 상상해 보기도 한다. 그날 우리가 천혈로 아무일없이 갔더라면, 그 분이 독에 당하지 않았더라면, 그 분은 하늘세상으로 돌아갔을까? 그리고 나는 남았을까? 난 그 대답을 여전히 하지 못한다. 어쩌면 그 분을 따라 하늘세상으로 갔을지도 모르겠다. 그 분이 없는 이곳을 내가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빛처럼 환한 하늘세상, 쇠마차들이 달리는 그곳에서 임자는 나를 지켜주었을까? 사람을 베는 일이 없는 그곳에서, 그분은 무엇으로부터 나를 지켜주었을까? 나는 무엇으로부터 그 분을 지켜주었을까? 그 하늘말 한 편이라는 의미처럼...

 

부질없는 망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분을 기다리며 지나간 일들을 곱씹어 보는 버릇이 생겼다.

 

 

죽을 듯한 고통은 그 날, 그것으로 부터 시작되었다, 그분의 서책

 

칠살을 제거하고 위험한 일들은 해결했다고 생각했다. 무사히 학자들을 서연장에 모시고 가는 일로 우선의 내 임무를 마칠 생각이었다. 나머지는 전하가 하실 일, 정치는 내 일이 아니지 않는가.

지쳤다, 칠살을 상대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팔에 입은 검상, 그 분이 또 얼굴을 찡그리시겠지. 하루 일이 끝나면 만나자는 그곳으로 발길이 향한다. 내게서 나는 피냄새, 빗물에 지워봤지만 여전히 비릿한 냄새가 난다. 내 것이겠지. 

그 분이 기다리고 계실까봐 두리번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는다. 서운하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하고... 그 분이 서있던 그 자리에 잠시 몸을 기대고 쉬어본다. 그 분이 내어 준 어깨인 양... 칼에 베인 팔이 욱씬거린다. 젠장, 피냄새. 

전하를 만나기 전에 옷부터 갈아입어야 겠다. 소란스러운 소리, 멀리서도 들려오는 그 분의 힘찬 소리, 뭐가 그리 신나는 지 우달치 애들이 헤죽헤죽 웃고 있다. 치약이라는 것을 만들어 나눠주고 있는 그 분, 뒤에 비누라는 얼굴 씻는 것도 나눠주는 것을 봤다.

그런데 왜 내게는 주시지 않았을까. 내게 그 분을 떠오르게 하는 것은 남기고 싶어하지 않았던 걸까. 매희 그 아이의 두건처럼 될까봐... 

뒷짐지고 감추려고 했지만 팔을 보려는 그 분, 몸을 돌려 피했지만 피냄새를 맡았나 보다. 성큼성큼 내 방으로 향하는 그 분을 난 죄지은 어린애처럼 따르고 있었다. "여기 내 앞에. 너무 멀면 살필 수가 없으니까", 내 말투를 흉내내는 그 분, 언제나 날 항복하게 만든다. "손은 어때요?", 손등에 굳어있는 피를 담담하게 보는 그 분, 애써 태연한 척 했으리라.

무섭다는 살수들은... "다신 안올 겁니다", 죽였다는 말을 그 분도, 나도, 모른척 삼켰다. 따끔따끔 한 바늘 두 바늘 찢어진 자리를 꿰매주고는 칭찬도 덧붙이는 그 분, 속상하고 아픈 그 분의 마음을 애써 감추려 하는 말이었음을 모르지 않는다. '임자, 실은 아팠습니다. 임자 마음이 아팠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더 아팠습니다'. 

하늘세상에서 가져온 마지막 물건이라고 한다. 이제 거의 다 떨어져 간다는 그 분의 표정이 우울하다. 언제나 하늘세상을 생각하고 있는 그 분, 돌려 보내드려야 겠지... 그러나 그때 나는 알지 못했다. 나를 치료해줄 물건이 떨어져 가는 것을 아쉬워했다는 것을, 나는 평생 검을 들어야 하는 무사, 싸우는 것이 일인 사람이기에(***은수 마음이 이런 것 아니었을까요?).

 

그 분이 남을 수도 있다는 희망도 가져봤습니다. 그래서 잠시 행복했습니다

 

저자에 그 분이 나왔다는 말에 간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바람같이 사라진 만보사숙과 아줌마, 그 분에게 짖궂은 장난을 하시리라. 놀라지 않아야 하는데... 서둘러 달려가니 벌써 그 분 당하고 있다. "뭐하십니까?", 가슴팍에 머리를 부딪는 그 분, 웃음이 나온다. 아이같은 그 분때문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영아, 징허게 이쁘다 잉", 만보아줌마, 내 눈에는 미치고 숨막히게 이쁩니다.

조잘조잘 그 분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장사를 해서 돈을 벌겠단다. 떼부자가 될 수 있을 것같다는 말에 난 허파에 바람이 든 놈 처럼 실실 웃고 있었다. 너무 행복해서, 그 분이 이곳에 남을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희망이라는 것도 품어보면서...  

말만으로도 행복했던 그 날,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그 놈을 그곳에서 마주치는 순간, 그 눈빛을 보고 알았다. 불쾌한 욕정으로 그 분을 바라보는 웃음, 면상을 한대 후려갈겨주고 싶은 기분나쁜 웃음이었다.

덕흥군. 그리고 얼마가지 않아 그 자를 예우하는 호칭따위는 없어졌다. 예를 중시하는 나 최영에게 그 자는 죽이고 싶은 놈, 상대하고 싶지 않은 사람같지 않은 놈이 되리라는 것을 그 때는 알지 못했다. 그 분이 남을 생각을 하고 있다는 잠시의 내 희망과 행복이 짧은 시간의 꿈이었다는 것을, 내가 얼마나 바보같은 실수를 저질렀는지도... 지금도 나는 덕흥군 그 자를 만나 서책을 가져다 달라고 청한 일을 후회하고 또 후회한다.  

살수들을 처리하러 나간 사이 그 자가 그 분을 만났었다는 것에 화를 내고 말았다. "모든 것 얘기하는 관계하자면서요!", 그 분의 말에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내가 얘기하면 당신 또 그 책임감에 부들부들 떨면서 그 수첩 찾아줘야지 했을 거잖아요. 그래서 얘기 안했어요". 내가 그 분때문에 피흘리며 또 싸울까봐... 

몰랐다, 그 분이 밤마다 악몽을 꾸고 있다는 것을... 웃는 얼굴로 나를 편하게 해주려고 애쓰고 있었다는 것을. 그 분의 흐느끼는 소리가 내 미련을, 내 욕심을 밀어낸다. '임자, 임자에게 남아달라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허나 그리해서는 안되겠지요'. 그 분을 돌려보내야 한다. 서책에 돌아갈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 분, 어떻게든 그분에게 서책을 보여드려야 한다. 

기철이 주지는 않을 것이고, 덕흥군 그자라면.... "의선의 서책 찾으셔서 가주십시오. 함께 비밀을 풀어 보십시오". 그자가 묻는다, 자네는 무얼 얻게 되느냐고. "마음이 놓이겠죠". 그런데도 내 마음은 왜 그리도 허전하고 쓰라리는지,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을 내보였다.

그 자의 음흉한 웃음이 마음에 걸려 한 마디 붙이고야 말았다. "의선께서는 칼을 잘 쓰십니다. 성격이 불같고, 그러니 실례되는 일 안하시는게 좋을 겁니다", 점잖게 말했지만 추근덕거리면 내 손에 죽는다는 말이었음을 그 자는 알아들었을까? 

***덕흥군을 만나고 온 최영이 은수에게 바로 칼쓰는 법을 가르쳐준 이유가 그 때문이었던 듯 싶더라고요. 혹이라도 추근대면 그냥 찔러버리고, 그 다음에 치료해 주든지 말든지 하라고...

 

"그래도 돌아가고 싶으신 거죠? 그래도 참고 있는 거고"

 

"여기도 좋아요. 공기도 좋고 조용하고", 칼쓰기를 배운 후 그 분은 뜬금없이 그렇게 말했다. 그 때는 알지 못했다. 가지말라는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이 때부터 은수는 최영이 붙잡아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임자팬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래도 돌아가고 싶으신 거죠? 그래도 참고 있는 거고...", 아무 말이 없는 그 분, 보내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새기고 외우고 강요하고, 난 그렇게 내 욕심을 밀어내야 했다. 밤마다 악몽을 꾸는 그 분, '임자, 그랬습니까? 몰랐습니다. 너무 힘차서, 너무 밝아서, 다시 웃으셔서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덕흥군 그자가 의선의 서책을 가지고 온 모양이다. 무엇때문이었을까?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에, 쓴 약을 한 사발 들이마신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

그 분에게 서책을 가지고 가 달라는 나의 청이 어떤 끔찍한 일로 그분을 힘들게 만들 것이라는 것을  그 날은 알 지 못했다. 그 분에게 그토록 힘든 고통을 줄 것이라는 것을...  

그 때 나의 쓴 감정은 무엇때문이었을까? 돌아가야 하는 그 분, 돌려보내기로 가슴에 새기고, 머리로 외우고, 강요를 하면서도 내 마음은 그러지 못했다. '임자, 내 곁에 남아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안되겠습니까?'. 덕흥군과의 싸움, 덕성부원군 기철과의 싸움보다 더 힘든 싸움이 기다리고 있음을 나는 알고 있었다. '임자! 임자를 보내기 싫은 마음을 밀어내는 것이... 내게는 가장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신의 병동 영스피린 복용시간입니다. 13회 대장의 간지나는 서비스는 저는 이 장면을 꼽는답니다. 상대가 화수인이기는 했지만, 내려오라고 손까닥하는 모습, 나무에 비스듬히 서서 시큰둥하게 말하는 모습, 폼나게 멋지죠. 

"다시는 의선 앞에 나타나지 마라. 그분이 너 무서워하니까. 안그러면 네 오른손모가지 잘라버린다", 캬~~~

적이라도 반하지 않을 수 없는 대장의 매력적인 모습 마음에 품으면서 오늘도 좋은 하루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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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5 11:51




'당신 거기 있어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지금은 100년 전의 고려, 은수야 나에게 편지를 남겨. 은수 네가 그곳에서 이 편지를 보지 못했음을 알면서도 난 이렇게라도 뭔가를 적어 내려가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 

그 사람이 너무 보고 싶다. 그 사람의 따스한 눈빛, 정직한 눈빛, 따뜻한 품, 그 목소리, 다시 볼 수만 있다면, 다시 만질 수만 있다면, 다시 들을 수만 있다면... 다시 천혈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이 시간이 너무 길다, 은수야... 대장, 당신이 너무 그립습니다'.

 

은수야, 난 후회하고 또 후회해. 가여운 그 사람에게 그토록 모진말을 했던 날... 

호복을 벗고 변발을 풀어버린 공민왕은 멋졌어. 내가 배운 역사속의 공민왕이 그랬겠지. 슬픈 운명을 가진 남자, 누구보다 한 여인을 뜨겁게 사랑하고, 그 사랑을 잃고 좌절하고 만 왕, 공민왕을 볼 때마다 마음 한켠이 늘 아팠어. 내가 역사를 알고 있다는 것이 싫을 때가 그 때였거든. 노국공주와 공민왕 두 사람의 길고도 쩗았던 사랑이야기를 알고 있다는 것이... 

임금님이 뭐라고 하셨는데 기억이 안나. 왕비님과 임금님은 원나라 옷을 벗어버리고, 고려옷을 입었지. 대신 아저씨가 길길이 날뛰고 뭐라했는데, 공민왕이 그러더라. 말이 안끝났으니 셧업하라고... 그리고 임금님을 도와 비밀리에 명을 수행하고 있던 중랑장 최영 어쩌고 하는데, 다음말은 하나도 들리지가 않았어. 저벅저벅 갑옷을 입고 우달치들과 걸어오는 그 사람을 보고 말문이 막혔어. 얼마나 반갑고 기뻤는지 몰라.  

 

그 사람이 살아있어서, 내 눈으로 그 사람이 살아있는 것을 봐서 너무 기쁘고, 안도감과는 다른 반가움(그리움이었을까?)이 느껴지더라. 그 사람에게 다가가려고 했는데 기철 그 자가 내 어깨를 누르는 바람에 주저않고 말았어. 야속한 사람, 나쁜 사람, 그 사람은 나랑 눈도 안마주치고 그렇게 날 지나 임금님 앞에서 예를 취하고 품계를 받았지. 승진한 거지. 

궁에서 나와 다시 기철의 집으로 오는데, 그 사람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고 아무도 나를 잡지 않았어. 난 그렇게 다시 기철의 집으로 끌려왔어. 임금님과 기철 그자가 내 마음을 가지고 내기를 했다는데, 그 따위 내기에 난 관심없었어.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고? 흥, 내 마음이 나한테 있지 어디에 있겠어! 내 마음은 누가 달랜다고 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고...

그 때도 은수야, 난 내 마음이 내꺼인 줄 알았어. 근데 아니더라고. 내 마음은 이미 다른 곳에 가있다는 것을 한참 후에야 알았어. 그 사람에게 조금씩 조금씩, 나중에는 하나도 안남기고 다 줘버렸다는 것을... 

그래서였는지 몰라. 그 사람에게 그렇게 화를 내고 발길질을 하고 돌아서 버린 것. 너무 서운했거든. 나 지켜주겠다고 했으면서, 나한테는 아무말도 해주지 않고, "거짓말 잘하십니까?", 밑도 끝도 없는 말을 하고 가버린 것은 뭐였냐고! 그날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난 진짜 사극에서 나오는 것처럼 양팔다리를 묶여 거열행에 처해지는 것은 아닌가, 미친 망나니의 칼에 죽는 것은 아닌가, 얼마나 겁이 났는지 몰라. 지금 생각하면 바보같았어. 그 사람이 그런 날 가만 보고 있지 않았겠지, 자기 목숨이라도 내놓고 구했겠지.

 

기철 그 자가 준 옷, 솔직히 하나도 안예뻤어. 앙드레 김 쌤 옷 디자인 반에 반도 못 쫓아올 옷을 어쩔 수 없이 입고 나갔지. 치렁치렁 거추장스러워서 벗어던지고 싶었지만, 혹시나 그 사람을 죽일까봐... 머리 허연 피리쟁이가 소리로 그릇들을 박살내고 사람도 죽인대잖아. 감옥에 있는 그 사람, 그러면 꼼짝없이 죽는 거잖아. 불쟁이 언니는 화공으로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고 하고... 도대체 이런 세상이 어딨냐고! 난 아직도 꿈을 꾼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하기도 해. 

그러고 보니 그 사람, 그 날 칼을 버리고 무릎을 꿇던 그 사람, 그랬구나, 그랬던 거였어. 그 여자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는 것을 봤던 거야. 독이 들었는지 먼저 술을 마셔보던 그 사람, 경찰 방패로 불쟁이 그 여자가 내 근처에 얼씬 못하게 찍어내리던 그 사람, 경창군 마마를 찌른 모습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생각하고 있지 못했는데...

그 사람이 느껴졌어. 기철에게 도망가다 비탈길에서 넘어질 뻔 했을때 내 어깨와 허리를 감싸 받춰준 사람,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어. 설마 감옥에 있는 그 사람이 나올리가 없어서 헛것이었나 했었는데, 그 사람이었어. 그 사람은 언제나 날 지켜주고 바라보고 있었어. 언제나... 

다음날 그 사람이 기철의 집으로 뭘 찾으러 왔다는 말에 난 참을 수가 없었어. 묻고 싶은 것도 많았고, 경창군 마마 일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서... 그 사람이 날 데리러 왔구나, 속으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그런데 아니래, 자기 검을 찾으러 왔대. 그 사람 눈빛이 너무 차가워서, 아니 검을 찾으러 왔다는 말이 너무 단호해서 난 아무말도 하지 못했어.  

경창군 마마 잘 보내드렸다는 말에 굳어지는 그 사람, 그 사람이 제일 아팠겠지. 그렇게라도 그 사람에게 경창군 마마에 대한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 싶었는지도 몰라. 아냐, 솔직히 말하면 그 사람을 그렇게 다 용서했다고 말하고 싶었어. 어쩔 수 없었을테니까, 그 사람도 나처럼...

거짓말 잘하냐고 묻고, 필요하게 될겁니다라고 무뚝뚝하게 말하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가버린 그 사람, 난 오래도록 그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어. 혹시나 돌아볼까봐, 그러면 나 진짜 여기서 나가고 싶다고 말하고 싶어서... 그런데도 그 사람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지. 내 마음이 그게 아닌데... 내 마음은 기철 그 사람에게 준 게 아니라는 것, 그 사람은 알았을 거야. 갇혀있다는 말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았을테니까...

따라가고 싶다고 말하지 못했어. 편하냐고 묻는 그 사람에게 잘 지낸다고 웃어보였어. 안그러면 그 사람 죽자고 싸울 거니까... 그 사람이 나때문에 피흘리고 싸우는 것이 너무 싫었어, 지금도...

다음날 난 궁으로 불려갔어. 왕비님이 아프시다는데 그럴 리가 없는데, 수술도 잘 끝났고 상처도 거의 아물었는데 무슨 일일까?

그리고 기겁초풍할 일이 벌어졌지. 기철 그 자랑 간 곳은 왕비님 처소가 아니라 대전이었어. 임금님이 우릴 기다리고 계셨고, 기철을 친국하겠다고 하는데 살얼음판같은 분위기였어.

그 사람이 내 앞에 서는데 숨이 멎는 줄 알았어. 너무 반갑고 좋았어. 기철을 친국하겠다는 것은 내가 더이상 기철의 집에 있지않아도 된다는 말이잖아. 그런데 기철이 아니라 나를 친국하는 거래. 경창군마마의 병을 몰래 돌봐줬다는 죄명이래, 쉬운 말로 대역죄라는 거야.

무각시들에게 끌려가면서도 난 그 사람만을 돌아보고 있었어, 나 좀 구해달라고 애원하는 눈빛을 보내는데도 그 사람은 요지부동 꿈쩍도 않고 내 눈을 응시하고만 있었지. 그 때의 서운함과 허탈감이란, 아니 가슴에서 뭔가가 쏴하고 빠져나가는 느낌이었어. 그 사람에게 난 뭐지 싶어서, 난 믿을 만한 사람이 고려 천지에 그 사람 하난데... 

모든 것이 왕비마마와 임금님, 그리고 그 사람의 계책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속으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그런데도 날 기다리고 있는 그 사람이 그 순간 왜그렇게 꼴배기 싫었는지, 아니 화를 냈는지 지금 생각하면 너무 후회가 돼. 정강이를 힘껏 차줬는데도 화가 풀리지가 않았어. 난 여자였어. 그 사람에게 투정부리고 어리광부리고 싶어하는...

전의시로 주거지를 한정한다는 죄목, 그게 날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난 그 사람에게 서운했던 것 같아. 미리 말이라도 좀 해주지, 얼마나 그 사람때문에 걱정했는지, 혹이나 그 사람이 역모죄로 죽게 될까봐, 기철의 집에서 영영 돌아가지 못할까봐 얼마나 불안했는지, 기철 그자의 집에서 있는 이틀이 내겐 2천년의 시간이었다는 것을 그 사람은 몰랐을까? 그 사람 싸우는 것 싫어서 편하다고 말해줬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또 화가 나고 서운하더라. 

그리고 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장빈 선생에게 안겨 엉엉 울고, 또 다른 이유로 그 밤을 하얗게 새우며 울었어. 가여운 그 사람을 생각하니 하염없이 눈물만 나오더라. 내가 얼마나 한심하고 바보같았는지, 장빈 선생이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거야. 그 사람의 유일한 희망이 사람을 죽이지 않는 평범한 삶이었다는 것도, 그 사람의 유일한 희망을 버렸다는 것이 어떤 의미였는지도.

그 사람은 자신을 위한 삶을 버린 거야. 그 강직한 사람이 자신을 위한 삶을 버렸다는 것, 그건 앞으로도 영영 그렇게 살 거라는 말이겠지. 역사 속의 최영 장군, 고려를 끝까지 지키다 간 고려의 마지막 무사.  

경창군 마마는 고려에서의 내환자였어. 내 환자를 죽였다는 것을 난 참을 수가 없었어. 그 사람의 말이 날 얼마나 자괴감에 빠지게 했는지, 의원이라면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느냐는 말이 날 화나게 했는지도 모르겠어. 정말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고, 그 사람이 죽였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죽은 것이 아니라는 것만 날 위해 강조하고 있었던 내가 얼마나 바보같았고 미웠는지...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적어도 최영 대장이 칼을 쓰게 하지는 안했을 겁니다. 최영 대장은 무사, 주군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그런 자가 자기 손으로 주군이었던 자를 죽였습니다. 최대장이 죽인 건 자기 마음입니다. 그 일 있고 난 뒤 대장이 궁을 나가겠다는 마음을 접은 걸로 압니다. 그게 그 사내 유일한 희망이었거든요. 궁을 벗어나 자유롭게 사는 것". 지금도 그 때 들려준 장빈 선생의 말 토씨 하나까지 다 기억해.  

장빈 선생의 말에 머리가 하얗게 비어가더라. 내가 그런 사람한테 무슨 말을 한 거지? 그 아픈 사람한테, 그 가여운 사람한테 얼마나 모진 말로 상처를 주었는지, 그 밤 내내 눈물만 흘려야 했어. 너무 미안해서, 그 사람이 너무 가여워서, 그리고 그 남자가 흘렸을 눈물을 생각하면서... 은수야, 나 정말 너무 바보같고 한심했어, 그때는...

그 사람이 하라는대로 쫌 하라는 말에 그냥 고분고분 "네" 할 걸... 그 사람 곁에 꼭 붙어있을 걸...

 

난 그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아픔을 알고, 그 사람의 눈물을 보고, 그 사람이 날 바라보는 정직한 눈빛 속에서 그렇게 커가고 있었다. 그 사람에 대한 내 마음도 함께...

 

***오늘은 글 시작을 은수의 마음을 은수에게 말하는 형식으로 써봤습니다. 최영에게 화냈던 은수의 마음이 이랬던 것 아니었을까요?

 

언제부터지? 기억이 안난다, 그 아이 얼굴이...

 

기철과 함께 입궁한 그 분, 호사스러운 의복이 눈에 들어온다. 기철 그자가 입힌 것이겠지. 잠깐 마음이 언짢아진다. 그 분이 나를 보고 일어나려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기철 그자가 그 분의 어깨를 지긋이 누르는 것도..."손 치우지 못해!', 마음에서는 불이 나고 있었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참고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그 분이 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는 것을 애써 무시하면서...

뭐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고, 눈을 돌리고 싶은 마음을 참느라 그 시간이 참으로 길었다. 내 얼굴에 고정된 그 분의 시선, 따갑다. '임자, 아직도 제가 밉습니까? 경창군 마마를 그리 보내드린 것, 아직도 용서가 안됩니까? 용서하지 마십시오. 저도 저를 용서하지 못하니까요'. 

고모때문에 속상한 날이기도 하다. 그렇게 콕 집어서 안된다고 할 것은 또 뭐요! 하늘의원은 꿈도 꾸지 말라는데, 왜 안되느냐고 말대꾸로 내 마음을 내보이기도 해본다. 고모는 그냥 하는 말이라 여겼겠지만...

고모의 입에서 그 아이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아... 잠시 잊었구나... 7년간 잠만 퍼질러 자게 만든 그 아이? 그것 잘못 알고 있는 거라고, 실은 내가 스스로 나를 가두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고모와 길게 얘기나눠봐야 뒷통수만 얻어맞을 것이고, 내 마음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일어서 버렸다. '내 마음 들키지 않고 혼자만 그 분 보겠습니다. 혼자만 마음에 품겠습니다. 돌아가야 할 분이라는 것 누구보다 내가 잘 아니까...', 마음 한 자락에 허전함이 밀려들고 이내 아프게 쑤셔댄다. 

주상전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이었다. 사람을 모으기 위해 수리방을 찾아나섰다. 여전히 짖궂은 장난으로 인사하는 수리방 녀석들, 만보아저씨 아줌마는 날더러 새 주상의 개가 되었다고 빈정되지만, 이젠 칼을 버리고 편하게 살라는 속뜻임을 모르지 않는다.

 

주상전하와 기철이 의선의 마음을 가지고 내기를 했다고? 먼저 의선을 찾아와야 겠다는 주상전하에게 처음으로 고마움이라는 것을 느꼈다. 의선을 돌아가지 못하게 붙잡고, 기철에게 내어주고, 의선에 관해서는 주상의 행동이 하나도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는데... 나 뒤끝이 좀 긴 편이라. "의선의 마음 먼저 확인해 보겠습니다".

스승님이 물려주신 검이 기철에게 있다. 돌려보낼 정신이 없었으리라. 나를 역모로 몰아넣고 하루만에 졸지에 당한 일이니, 여튼 그 점은 참 고마운 일이다. 기철의 집에 갈 구실을 그 자가 만들어 주었으니...

 

의선의 마음, 그 자에게 주지않았음을 나는 곧바로 알아보았다. 나를 보는 그 분의 눈이 말하고 있었다. "내 것을 찾으러 왔다", 내 입은 검을 말하고 있었지만, 내 마음은 그 분을 말하고 있었다. 기철 그자에게 내가 연모하는 분이라 말하지 않았던가? 빙충이같은 기철이 그 말을 알아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검을 찾으러 왔다는 말만 했던 내 입이 얼마나 미웠는지 임자 그거 아십니까...'.

"편안하십니까?", 날 만나러 온 거 아니냐고 묻는 그 분, 마음 속에서는 수백번도 더 말하고 있었다. 임자를 만나러 왔다고...  

"부원군 나리와 대전에 함께 나오신 것은 '그 마음' 이집에 두시기로 한 것... 전하는 그리 알고 계십니다(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십니까?". "내가 이집에 갇혀있는 거고, 이 집에서 나가고 싶다고 하면 당신 또 싸울 거잖아, 피흘리면서... 난 잘있어요".

그 분을 당장 데리고 가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야 했다. '의선의 마음은 이 집에 없다'. 나를 위해 잘지내고 있다고 말하는 그 분, 잘 지내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 잘안다. 그럼에도 그 분을 그 집에 그렇게 홀로 두고 나오고 말았다. 안전하게 피흘리지 않고 모시고 나올 방법을 찾았으니까... 그 말을 해주지 못하고 나와서 내내 마음에 걸린다. 그 분에게는 긴 하루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나처럼... 

옷자락을 잡은 그 분의 손, 그 손을 잡고 나가고 싶었다. "당신 죽는 줄 알았어요. 다들 그렇게 겁줘서. 근데 살았으니까 됐어요", 옷자락을 놓는 그분의 손을 덥썩 잡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또 누르고 서있는 내게 그 분이 덧붙인다. 경창군 마마 잘 보내드렸다고... 그 분의 마음이 조금 풀린 것이리라.

거짓말이 필요할 것이라는 말만 하고 돌아나왔다. 돌아오는 발이 천근만근 무겁다. 잘하실 것이다, 그게 무슨 뜻인지 거짓말 잘 하실 것이다. 터벅터벅 내 발은 무겁게 그 자의 집을 나오는데, 내 마음은 기철의 집을 향해 뒷걸음치고 있었다. 갇혀있다는 말에 대만이 쳐들어갈 기세로 날 올려다 본다. 기특한 녀석, 내 마음을 이 녀석만큼이나 잘알고 있는 애가 있을까? 

기철의 집을 나서면서, 뒷걸음질쳐 그 분을 향해 가고 있는 나를 보며 난 문득 깨달았다. 언제부터인지 그 아이를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그 아이를 보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분이 내 전부가 되었다는 것을... 

 

대전에서 끌려나가는 그 분, 원망의 눈빛이 가득하다. 왕비마마의 처소 앞에서 그 분을 기다리는 시간은 왜 그렇게도 길던지, 드디어 그 분을 모시고 왔다, 기철 그 자의 집에서... '임자, 이제부터는 제발 쫌 내 곁에 딱 붙어있으라고, 그래야 지켜줄 수 있다고'. 

뾰로통 화가 나있는 그 분, 그리고 나는 그날 그분의 마음을 읽었다.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것을... 힘들어 지쳐가고 있는 그 분을 나는 그렇게 힘없이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하늘세상의 가족들, 그 분의 그리움을 나는 헤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날 강화로 가던 날 밤도 그 분은 말했다. "지금쯤 우리 엄마 외동딸래미 없어졌다고 앓아 누우셨겠다", 장어의에게 안겨 우는 그 분을 보며 미안함과 알 수없는 서운함이 가슴을 쓸고 지나간다. 내게는 편하시지가 않구나...

하늘이 낮게 내려온다. 내 마음만큼이나 무겁게...

 

***신의 종합병원 돌발 웃음처방전이 나왔습니다^^

솔샘물님 댓글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영의 대사 중 왜 하필 저 여인을 데려왔을까? 라는 대사가 있었지요. 이 대사를 본방에서는 "왜 하필 저런 년을 데려왔을까"로 듣고, 그날 잠을 이루지 못했답니다. 댓글보고 정말 미친듯이 웃었습니다 ㅎㅎㅎ

다음날 인터넷 방송으로 다시보고, 그럼그렇지 우리 영이 그런 말을 했을리가 없지 하며 안심했다는 방송후기였습니다. 솔샘물님~ 글 올리기 전에 계속 이것 우리 임자팬들에게 웃음서비스로 적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글 올린 후 솔샘물님 다녀가신 후에 까먹은 것 알고 첨가했는데, 댓글 인용해도 괜찮을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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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2 10:06




'마마, 영입니다. 마마, 소인이 들려드린 하늘나라 그곳에 지금, 계십니까?'.

사람이 살다보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다. 7년전의 그 날처럼... 강화에서의 그 날은 송두리째 지우고 싶은 날이다. 아직도 눈에 생생한 경창군 마마, 그리고 마마의 마지막 말씀이 가슴을 저민다.

 "영아, 덕성부원군이 가르쳐줬어, 어찌하면 널 살릴 수 있는지... 나도 갈 수 있을까? 거기 하늘나라... 아프다 영아, 너무 아파..."

난 그렇게 경창군 마마를 보내드렸다. 더이상 아프시지 않게, 내손으로... 그것이 경창군 마마의 우달치에게 내렸던 마지막 명이자, 경창군 마마의 우달치로서의 내 마지막 임무였다. "이젠 제가 아프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래줘. 너무 아퍼". 

 

 

역모의 함정에 빠졌다. 그리고...그 분을 내 심장에 함께 품었다

 

싸늘이 식어있는 화로, 언제 먹었는지 알 수 없는 빈그릇들, 구석구석 덮개처럼 쳐진 거미줄, 그런 곳에서 가여운 경창군마마는 병과 힘들게 싸우고 계셨다. 가슴이 미어진다. 이런 곳에 그 어린 선왕마마는 홀로 내던져졌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외로움을 어떻게 이겨내고 계셨을까...

'마마, 송구합니다, 참으로 송구합니다'.

의선은 종양이라는 알아들을 수없는 병명을 내렸다. 와야 할 대만이가 감감무소식이다. 마음이 급하다. 전의시로 의선의 도구를 가지러 마마의 거처를 나섰다. 손을 흔드는 그 분과 마마의 모습이 좋았다. 언제나 나를 웃게 하는 분, 이대로 마마와 의선을 모시고 아무도 모르는 어촌에서 낚시나 하고 살면... 안될까... 허황된 꿈인줄을 알면서도 그들의 환한 미소에는 아픔이 없었다. 마마도 그 분도, 그리고 나도...  

집을 에워싼 자객들, 의선과 경창군 마마가 위험하다, 한시바삐 그곳에서 빠져나와야 했다. 위리안치중임을 모르지 않았지만, 경창군 마마의 목숨이 걸렸지 아니한가? 그것이 함정이라는 것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늦은 일이었다. 이쪽도 저쪽도 우리편이라기에는 애매하다는 말에 처음으로 마음에 쏙 드는 답을 하신다. "그럼 그냥 우리 내빼요".

 

***자객들을 처치하는 최영 이민호의 액션씬은 돈주고도 보고 싶은 장면이었습니다. 날렵하고 민첩한 몸놀림, 손가락 사이로 검잡이를 돌리는 모습은 진기에 가까웠죠. 잘때도 검을 잡고 잤다는 이민호, 검이 손에서 춤을 추었죠*** 

 

뒤따라 오는 자객들을 처치하기 위해 경창군 마마와 그 분을 먼저 보내야 했다. 그 분이시니까 마마를 잘 보살피실 것이다. 마마를 애처롭게 내려다 보던 그 분의 따스한 표정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마마를 지킬 것이라고 믿게 했으니까...

역시나 또 질문이 이어진다. "우리만 가라는 거예요? 왜요?", "한 번만이라도 '왜요?" 하지 말고 내가 하란대로 해봐요", 고삐를 의선의 손에 쥐어주고 뒤를 향해 달렸다. 검에 베어나가는 자객들, 튀기는 피, 나무 사이로 그 분의 시선이 느껴진다. 걱정스런 모습으로, 겁에 질린 모습으로 말을 돌려 가는 모습이 얼핏 눈에 들어왔다. 사람을 베는 모습을 그분에게 보여주는 것이 싫다. 사람을 죽이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시는 분... 

 

그 분의 어깨, 처음으로 나는 편하게 잠이 들었습니다

 

숲속의 폐가, 익숙한 내 말 냄새, 의선이 숨어있는 곳을 찾아내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인기척에 겁없이 단도를 들고 달려온다. 에휴, 어디서부터 가르쳐야 하는지 고려에 있는 동안은 검술도 가르쳐야 할 것 같다. "누군지 묻지도 않고 찌릅니까? 제대로 찌를 자신이 없으면 함부로 찌르는게 아닙니다. 칼은 주인과 적을 가리지 못하니까요!".

마마가 힘겨운 듯 신음을 내며 끙끙앓고 계신다. 가슴이 아프다. 저 어린 몸이 얼마나 힘드신 건지... 그 분의 표정에서 나는 읽었다, 마마의 병이 심각하다는 것을... 오래 버티지 못하시리라는 것 또한.

 

번개빛에 내 얼굴에 묻은 피가 보였나 보다. 수건을 던져주며 시선을 외면하는 의선, 경창군 마마 곁에 앉으려는 나를 차갑게 밀어낸다. "저리가요, 애 깨우지 말고...". 애라는 말에 반사적으로 벌컥 화를 냈지만, 힘들었을 마마를 자게 하려는 그 분의 마음이 읽혀져 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마마를 내려다 보는 그 분의 표정이 어둡다. 마음이 무겁다. 밀려오는 불길한 예감, 의선의 표정이 마마의 상태를 말해주고 있었다. 가여운 분, 반드시 살려야 한다. '의선, 꼭 좀 살려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온 몸이 물 먹은 솜덩이같이 무겁게 쳐져간다. 난 그렇게 지쳐가고 있었다. 마마를 돌보다 잠든 의선이 잠이 깼나 보다. "이봐요. 어젯밤에 나 잔 뒤로 좀 잤어요?", 곁에 앉는 그 분을 피해 자리를 옮기니 또 따라와 앉는다. 어쩌라고!

"여기 기대고 자요, 이제부터는 내가 지켜줄테니까 여기 기대고 눈 좀 붙이라고", 사내더러 여인의 어깨에 기대고 자라니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여인의 어깨에 기대 잠이 들고 말았다. 꿈결인듯 그분의 중얼중얼 소리가 자장가처럼 귓가를 맴돌고, 세상에서 가장 무겁다는 졸린 눈커풀을 나는 끝내 이기지 못하고 말았다. 잠결에 들리는 그 분의 목소리, "피냄새". 내게 배여있는 피냄새, 그 분의 말이 마음 한 구석을 쓰라리게 쓸고 지나감에도 나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쉬고 싶었다. 잠시라도, 아니 그 분의 어깨가 너무 편했다.  

 

지켜준다는 그 분의 말, 너무 익숙하다. 늘 내가 했던 말,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태어났다고도 생각했던 나는 누군가의 지킴을 받고, 그 분의 어깨에 기대 곯아 떨어지고 말았다. 맥을 짚어보고 열을 재는 그 분의 손길을 느끼면서... 

처음이었다,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 잠이 들었던 것이... 그 분이어서였을까?

10년이고 평생이고 날이 밝기를 바라지 않았던 내 바람을 뒤로 하고, 어김없이 야속하게도 날이 밝았고, 잊고 싶은, 그래서 잊을 수 없는 그 날은 시작되었다. 나와 그 분의 운명을 바꿔놓았던 그날이... 

 

 

거기서는 당신 아무도 죽이지 않아도 돼,

같이 가면 안돼요? 같이 가요, 하늘세상으로... 나하고 같이

 

경창군 마마의 웃는 모습, 그것이 마지막이 될 것임을 꿈에도 모른채 우리는 잠시 아픔을 잊고 웃을 수도 있었다. "너 이름이 모니? 니가 뭔데 날 아프게 하니?" 하늘나라의 주문, 그 짧은 시간이 마마에게 긴 행복으로 기억되기를, 나는 바라고 또 바란다.

궁으로 돌아오라는 주석의 말, 따를 수 없었다. 상황은 급박했고 무엇보다 병 중인 경창군 마마를 두고 갈 수는 없는 일. 역모의 함정에 걸려들었다. 주상께서는 내 진심을 알아주시리라. 그것이 전하를 감히 시험했던 것인지 나는 아직 모르겠다. "전하가 내리신 임무를 소인 아직 마치지 못했습니다", 말뜻을 알아주실까?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길 수 밖에 없었다. 영민하신 분이시니 말뜻을 알아채시리라. 그럼에도 아직 나는 주상전하의 대답을 알지 못한다. 왜 싸우려고 하시는지... 함께 할 수 있을 분인지 나역시 전하를 알고 싶었다. 어쩌면 그 분이라면 함께 대답을 찾을 수도 있으리라, 왜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 내나라 고려가 우리에게 무엇인지...

 

주석과 함께 온 사냥꾼 놈이 강화현령에게 우리를 이끌었다. 나는 지금도 그 일을 후회하고, 또 후회한다. 그곳으로 가지 않았다면, 그 참담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내 손으로 경창군 마마를 그리 보내드리지 않아도 되었을까? 그 후로도 오래동안 경창군 마마와 그 분의 눈은 나를 미치게 슬프게 만들었다. 창자를 끊어내는 고통, 가슴이 으깨지는 고통이 눈물이 되어 흘렀지만, 감히 경창군 마마의 고통에 비할 수 있을까? 나를 살리고자 한 마마의 마음을 어떻게 갚아야 할까? 나는 그 해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강화현령이 마련한 처소에 경창군 마마를 모시고도 알 수 없는 불길함에 뒤를 보고 또 돌아본다. 떨어지지 않는 발길, 그 때 마마의 곁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지켜드릴 수 있었을까?

마당에 심어져 있는 약초들, 그리고 그 분의 꽃, 나는 그 때까지 꽃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꽃이 누군가의 향기가 된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노란 소국이 그 분에 대한 미치도록 깊은 그리움이 될 것임 또한, 알지 못했다. 꽃향기를 맡는 그 분의 모습, 오래도록 훔쳐보고 싶었지만, 마마가 걱정되어 그 분께 더 시간을 내어드릴 수 없었다. 

꽃 한송이를 내미는 그 분, 피식 웃음이 나온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감조차 잡지 못한 그 분은 그렇게 늘 해맑았다. 금새 잊어버리고, 금방 화내고, 뻑하면 울고, 그러나 더 쉽게 웃는 분.

"내 선물이에요. 꽃향기가 당신 피냄새를 좀 가려줄 것 같아서요". 꺄르르 웃으며 돌아서는 그 분, 미치게 한다. 임자 그거 모르지요, 임자의 향기는 세상 어느 꽃향기보다 향기롭다는 것을. 바닥에 떨어진 노란 꽃 한 송이, 그 분인양 품었다. 그 분이 준 약통 속에 고이고이, 내 심장에 그렇게 고이고이... 

***이민호와 김희선의 아름다운 비주얼은 축복입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대장모습에 드라마 내용은 아파도 눈은 호사스러웠답니다***

 

마마가 계신 곳을 지키고 있는 사병들, 불안하다. 그런데도 난 조반을 먹는다고 좋아하는 그 분을 따라가고야 말았다. 불안한 마음에 자꾸 뒤를 돌아보면서도 마마를 살피러 들어가지 못했다. 그 시각 마마를 뵈러 들어갔다면, 마마가 독을 드신 일은 없었을까? 그렇게 끔찍한 고통속에 돌아가시지 않아도 되었을까? 아니 마마의 심장에 칼을 꽂지않아도 되었을까? 평생 이 괴로움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 하늘세상으로 같이 가자는 그 분의 말을 선택했을까? 혼란스런 생각이 어지러이 일렁인다. 

 

역모였다, 모든 것이 나를 역모로 엮으려는 기철의 수작, 그것을 알면서도 난 한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주석이가 전하의 답을 가져오리라는...

역모라는 말에 그 분의 표정이 굳어진다. 마마를 데리고 하늘문으로 가겠다고, 가서 마마의 병을 고쳐주겠다고 보내달라는 의선, '나도 정말 그러고 싶다고!'. 그런데 하늘문이 열려있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관군의 검문을 피해 그곳까지 무사히 가리라는 보장도 없고, 일일이 대꾸해줘야 아니 정말 미치고 환장이다.  

"같이 가면 안돼요? 당신 거기선 아무도 죽이지 않아도 돼, 같이 가요 하늘세상으로... 나하고 같이",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전하와 약속한 무사 최영의 언약, 그 일을 마치면... 그 때까지 기다릴 수 있겠습니까?', 삼켜버린 내 대답을 그 분은 알았을까...(*은수가 함께 가자고 했을때 얼음처럼 굳어있던 최영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이 부분은 임자팬들의 생각을 듣고 싶어요*)  

 

하늘나라에 가면 환한 불빛이 길을 잃지 않게 마마를 지켜줄 겁니다.

거기서는 왕도 되시지 마시고 아픔같은 것 없기를...

 

보초를 서던 사병들이 보이지 않는다. 불길한 예감이 온몸에 퍼져온다. 마마가 무사하신 것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좀 주무셨습니까?", 마마의 몸이 땀으로 범벅이다. "또 아프셨습니까?".

마마의 몸이 이상하다. 피부가 뭉개지고 있는 발진, 독이다. 온몸의 장기들을 서서히 태워 고통스럽게 죽이는 화고독. 의선을 불렀지만 방법이 없다고 한다. 치밀어 오는 화를 참을 수가 없다. 의원이라매, 근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니, 알면서도 난 그렇게 화를 참지 못하고 답답함을 내지르고 말았다. 마마의 고통을 두 눈 뜨고 지켜만 봐야 한다는 것에 미칠 것만 같아서. 

"영아, 그 자가 가르쳐줬어. 어떻게 하면 널 살릴 수 있는지" 나를 살리겠다고 그 어린 마마가 독을 스스로 드셨단다. 그 어리시고 가여운 분이, 나같은 놈을 살리겠다고... 피가 거꾸로 솟구쳐 올랐다. 가슴이 찢어진다. 고통스러워 하는 마마를 난 그렇게 보내드렸다. 내 손으로...

"마마, 하늘나라에는 말도 없는 마차들이 저혼자 달립니다. 아주 넓은 길이 그런 마차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세상이 빛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래서 가시게 되면 아무리 어두운 밤이라도 길을 잃지 않으실 겁니다"...'마마 그곳에서는 부디 아프지 마시기를... 임금으로 태어나지도 말고, 의선님같은 엄마 아들로 태어나시기를...'. 

소나기처럼 뜨거운 눈물이 흘러 얼음장보다 차가운 슬픔으로 굳어지고 있었다. 가슴에는 수만개의 송곳비가 내리고 있었고, 내 손은 붉은 피로 물들었다. (임자팬 눈에는 눈물이 줄줄, 가슴이 꽉 매여서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경창군을 안고 눈을 질끈 감아 진한 고통을 표현하는 장면은, 오열보다 더한 슬픔을 전합니다. 남자가 그렇게 무겁게 슬픔을 찍어내리는 것, 고통의 무게를 여백으로 남겨둘 줄 아는 이민호의 연기는 진짜 갑!*** 

 

'임자, 그날 임자의 차가운 말은 오래도록 나를 아프게 했습니다. "당신이 죽였어? 손대지마, 그 더러운 손 치워", 그리고 임자가 나를 보는 그 서늘한 눈... 설명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더 큰 위험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았으니까요'. "내가 하란대로 하라고! 내 옆에 있으라고!! 그래야 지켜줄 수 있다고 대체 몇번을 말해야 기억하겠습니까!!!" 

뒷걸음치며 달려가는 그분을 쫓았지만, 한 발 늦었다. 떨어지는 그 분을 받아드는 기철, 마마에게 독을 준 그 자 기철, 정녕 죽여야 할 놈이다. 내가 싸워야 하는 적, 전하가 왜 싸워야 하는지 나 역시 답을 알아가고 있었다. 

그 놈 품에서 내리려고 바둥거리다 곁에 멍하니 서있는 의선, 내 눈은 그 분의 눈에 고정되고 있었다. 해야 할 말이, 하고 싶은 말이, 울컥울컥 솟구쳤다가 이내 사라진다. 그 분이 내 눈을 피한다. 나는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내 가슴처럼 텅빈 하늘만 올려봐야 했다.

그러나 나는 알지 못했다. 그 분이 울고 있다는 것을... 나때문에 울고 있었음을 그 때 난 알지 못했다. 허허로운 바람만이 쏴아 하고 밀려들고 있었을 뿐.   

 

***개인적으로 7, 8회는 좋아하는 회차입니다. 요때부터 최영 이민호의 마력에 완전 홀딱 빠지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은수의 김희선도 감정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하기도 했고요. 최영의 각성과 최영에 대한 은수의 사랑이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하고요.

화보처럼 아름다웠던 은수와의 노란 소국 에피소드, 부드러운 아빠미소, 두 눈을 질끈감으며 눈물 한 줄기를 흘리고는 경창군을 끌어안으며, 감정절제로 더 많은 것들을 보여주었던 씬, 본방때도 그랬지만 다시봐도 눈이 퉁퉁 불어터지게 줄줄 눈물이 나서 한동안 감정 추스리기가 어려웠습니다. 더 진하게 아파오는 이유는 뭘까요?*** 

***가끔은 아픔을 더 절절하게 느끼고 싶을 때가 있지요. 경창군 마마를 보내는 영, 기철 앞에 무릎꿇고 은수에게 시선을 고정하다 은수가 고개를 돌리자 허허로운 웃음을 짓는 영, 방문 앞에서 은수의 그림자를 만져보고 긴 한 숨을 짓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회 은수를 기다리는 천혈 근처 나무아래에서의 영을 보며 저 혼자 흥얼거리던 노래가 있었습니다. 故김현식님의 '내사랑 내곁에' 라는 노래에요.

숙제 내드립니다. 노래를 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노래 꼭 찾아 들어보시고, 가삿말과 멜로디를 음미하시면서 영의 감정선을 따라가 보시기 바랍니다.   

 

나의 모든 사랑이 떠나가는 날이
당신의 그 웃음 뒤에서 함께 하는데
철이 없는 욕심에 그 많은 미련에
당신이 있는건 아닌지
아니겠지요


시간은 멀어 집으로 향해가는데
약속했던 그대만은 올줄 모르고
애써 웃음 지으며 돌아오는 길은
왜그리도 낯설고 멀기만한 지


저 여린 가지 사이로 혼자인 날 느낄때
이렇게 아픈 그대 기억이 날까

 

내 사랑 그대 내곁에 있어줘
이세상 하나뿐인 오직 그대만이
힘겨운 날에 너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저 여린 가지 사이로 혼자인 날 느낄때
이렇게 아픈 그대 기억이 날까


내 사랑 그대 내곁에 있어줘 

이세상 하나뿐인 오직 그대만이
힘겨운 날에 너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숙제는 댓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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