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그후'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2.12.05 '신의 17회(재)' 이 한심한 분을 어떡하나, "내 옆은 안되겠냐고!" (230)
  2. 2012.12.01 '신의 14회(재)' 알고 싶은 것... 지금도 너무 많습니다 (172)
  3. 2012.11.29 '신의 12회(재)' 이민호, 쉽게 목숨거는 짓 안하겠습니다 (196)
  4. 2012.11.28 '신의 11회(재)' 아무래도 내가 겁이 나는 모양이다 (105)
  5. 2012.11.27 '신의 10회(재)' 그 분 도망시켜야 겠어요 (168)
2012.12.05 16:36




사실 지금 머리가 좀 무겁습니다. 검에 대한 생각들이 얽혀서 오전 내내 머릿속이 바글바글 시끄러웠습니다. 검에 대한 부분은 저도 명쾌하게 정리돼 있지 않아 머리가 뽀사질라 그래요;; 한편으로는 최영의 성장, 각성과 검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 일찍 화두로 던져버린 것이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문제는 후반 최영의 손떨림 현상에서 또 나올 것같으니 숙제로 계속 남겨둡니다. 머리 식히려고 휴대폰 게임(드래곤 플라이트)만 열나게 하고 앉아 있었습니다. 덕분에 신기록 달성(45976점, 와우~ 언니한테 자랑질했더니, 5분후에 57013점으로 야코를 팍 죽여버리네요 ㅠㅠ).

 

신의 17회는 무방비 상태로 보다가는 큰일나는 회차죠. 심장 약한 분들 주의요망! 전 무방비상태로 보다가 본방 때 어찌나 크게 비명을 질렀던지 애들한테 눈총(?)을 받았습니다. 다시보면서는 조금씩 일지정지시켜 야금야금 아껴가면서 보고, 다시 한 번에 쭉 봤다가 또 정지시켜 가며 찌릿한 기분을 만끽했습니다ㅎㅎ 두손 가슴에 X자로 포개서 얹고 떨어가며... 

 

이 때 멜로의 엑기스 장면들은 다 나왔죠. 가슴벅찬 포옹, 밀실장면, 공개키스, 그리고 이 키스가 마지막이자 유일한 키스신이 돼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감독님 배우 이용할 줄 모른다는 생각이 다시 드네요. 이민호의 키스신처럼 로망을 자극하는 완벽한 각도와 선이 드문데 말입니다.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완벽한 선을 가지고 있는 배우를 이렇게 아끼다니 두고두고 아쉽습니다. 이건 사심도 사심이지만, 드라마 내용상 필요한 부분에서도 아껴버린 감독님께 하는 푸념입니다(이모티콘 화난 표정-이런 것 넣고 싶은데 그릴 줄을 몰라서).

 

"함께 있어줬으면 해요".... 내게는 가장 어려운 말이었다

 

그날, 나는 그 분의 마음을 알았다, 그 분도 나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그동안 알지못하고 홀로 끙끙대고 있던 그 분의 우울한 눈빛의 의미를, 그것이 나에 대한 걱정이었음을... 그 때문에 그 한심한 일을 했다는 것을...

그러나 알지 못했다. 그 분이 남고 싶어한다는 것을, 남아달라는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우리의 마음은 같으면서도 그렇게 다른 길을 가고 있었다. 보내야 하고, 남고 싶어하고...가고 싶어하고, 보내고 싶어하는 것으로, 그렇게 엇갈리고 있었다 

 

옥새는 내가 한 짓이 있으니 마음에 썩 들지는 않았지만, 내가 풀어야 할 내 죄값이기도 했다. 옥새와 학자들을 호위하러 간 집, 근처에 궁수와 검객들이 쫙 깔려있다. 비밀이 탄로났음이리라. 갑자기 움직임이 사라졌다. 집둘레에 뿌려져있는 화약, 이놈들 우리를 아주 통닭구이로 만들려고 했군. 왜 사라져 버린 것일까, 아무 공격도 하지 않고...

의선은 같이 오지 않았느냐는 고모의 말에 뭔가를 잃어버리고 허둥대는 이유를 알았다. 내 곁에 그 분이 없었다. 뭘해야 할 지 갑자기 길을 잃어버린 느낌. 도망중인 범인이니 전의시로 찾아가 보지도 못하고, 괜스레 초조하고 불안하다.  

새 옥새로 내린 첫 교지, 나에 대한 복권이란다. "아직도 어부가 되는게 꿈인가요?", 잊고 있었다. 전하가 물어보기 전까지 잊어버리고 있었다. 궁을 떠나 낚시나 하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었던 바람, 경창군 마마를 보내고 접어버린 희망, 그 분과 함께 있는 동안 잊어버렸다.

또 버리게 되어도 그래도 함께 있어달라고 말하는 주상, 아... 이렇게 쉬운 말을 나는 왜 하지 못하고 있을까? 왜 해보지도 못할까? 그 분에게 함께 있어달라는 말이 내겐 가장 어려운 말이다.  

 

더기다, 반가웠다. 필시 그 분의 소식도 있으리라. 알 수 없는 손짓만 하더니 휙 가버린다. 뒤따라 나온 고모의 표정이 뭐씹은 것 마냥 블편해 보인다.

"뭡니까?". 그 분이 혼인을 한다는 말에 순간 멍해져 버렸다. 혼인, 아 그 분도 혼인을 하지 않았다고 했지... 뭐...뭐...뭐라고??? 혼인???? 덕흥군 그 놈하고 뭐를 해!!! 

덕흥 그자가 그날 나를 노렸던 것이구나. 알 것 같다. 그 분이 무엇때문에 그 자와 거래를 했는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 분을 데리고 와야 한다는 생각밖에는...(**이 때 시시각각 변하는 이민호의 눈빛, 표정연기는 제가 참 좋아하는 모습입니다)

 

나를 살리겠다고 독을 먹인 그 놈과 뭐를 해? 차마 입에 담기도 싫다. 그 분이 다른 누군가와 혼인을 한다는 것, 할 수도 있다는 것,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설사 그 분이 하늘세상으로 간다고 해도... 

 

 

'이 한심한 분을 어떡하나', 임자에게 향하는 마음 막지못했습니다

 

전의시에 없는 그 분, 덕흥 그 자에게 갔다고 장어의가 막는다. "앉아지지가 않아요". 눈물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다.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무작정 그 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것밖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가로막는 금군들, 그 분이 아니었으면 피를 봤으리라. 덕흥 그 자가 감히 그 분의 손을 잡고 있다. 눈이 뒤집힌다는 것을 나는 덕흥 그자를 볼 때마다 실감한다. "그 손 치우시죠".  

"묻겠습니다. 이 자와 혼인한다 했습니까?". 순순히 인정하는 그 분, 숨이 턱 막혀 버렸다. 덕흥 그자가 뭐라고 하는데 참아지지가 않아서 검에 손이 간다.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 분이 막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내 분노가 칼에 스며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피냄새를 싫어하는 그 분 앞이었다고 해도... 아마도.

 

***덕흥군에게 검 겨누며 "조용히 해!! 내가 지금 이분하고 얘기하고 있잖아!!!"했던 장면, 카리스마 짱! 민호 눈에 성냥 가져다 댔으면 불 붙었을 겁니다.  

"그 사정이라는 것이 내 목숨값입니까? 사흘전 나 죽을 뻔 하다가 살았어요. 그게 이자가 내건 조건이었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임자가 이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나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화가 아니라 비명이었다. "처음부터 도망가고 싶었던 것 압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몇번이나 죽을 뻔하고, 편히 잠도 못자고 울게 한 것, 다 나때문인 것 압니다. 그래도 저런 놈 옆에 둘 수가 없습니다. 돌아가는 날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그 남은 날들 저런 놈 옆에 둘 수 없다고!!! 그러니 내 옆은 안되겠냐고...", 목이 메여온다. 주상은 쉬웠던 그 말, 비로소 뱉어냈다.  

 

그러나 내 비명에 그 분의 얼굴에 스쳤던 서운함을 나는 보지못했다. "임자 돌아갈 날 며칠 남지 않았다"는 말이 그 분의 가슴을 허하게 했다는 것을...  

"나 하늘에서 온 것 알죠? 내가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수첩 뒷부분에 어떤 사람이 죽을만큼 위험해지는 날에 대해 적혀있었어요. 그 어떤 사람 당신이었고... 당신 하늘에서 엄청 유명하다고 말했잖아요", 나머지 부분에 내가 위험한 것이 적혀있을 것 같아서 그 서책이 꼭 필요하단다.

그래서 궁에 남아야한다고 덕흥 그 자 곁에.... 혼인한 날 밤에 나머지를 주겠다고? 혼인한 날 밤? 미치겠다, 돌겠다. '임자가 다른 사내와 혼인을 하는 것을 나더러 보라고! 임자한테 독을 먹인 놈이랑!! 내가 언제 죽는지 알려고!!! 겁도 없이, 나를 살리겠다고?".  

 

그분에게 향하는 마음,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마음 막지 못했다. "한심한 분을... 어떡하나", '임자, 임자가 내 곁에 있는 것이 나를 살리는 것임을 아직도 모릅니까?'.

***은수를 와락 껴안는 장면은 최영과 은수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겠지만, 임자팬 심장은 잠시 멎었습니다. 

 

 

"달리 방법이 없어서요", 감추지 못했습니다, 더 이상...

 

덕흥군과 의선의 혼인소식은 주상에게 환궁시기를 앞당기게 했다. 누구보다 내가 바라고 있음을 주상 또한 모르지 않았을 터. 할 일이 많았다. 우선 주상에게 칼을 든 금군을 찾아오는 것, 은밀하고 신속하게 정면돌파. 뇌물받은 윗놈들 처리하니 일이 좀 수월하다. 벗 안재의 도움도 컸고...

그리고... 그 분. 그 분이 있는 곳으로 수백 번도 시선이 간다. 그 분은 언제나 그렇게 내 눈에 들어와 버린다. 티나게... 주상의 집무실에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그 모습이 아이같아 피식 웃음이 나온다. 서책을 찾기 위해서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덜렁이.  

"수첩 이 방에 없습니다", 아무튼 포기를 모르시는 분. "수첩에 나에 관한 것 말고 또 뭐가 있습니까? 임자에 관한 것, 위험에 처한다거나..", 없다는 말에 바로 결론을 내렸다. "서책 포기하죠. 임자가 앞날을 본다는 것 알지만, 한 번도 탐내 본 적 없습니다. 상관없습니다. 내가 죽는 날 같은 것"

 

"그럼 내가 당신한테 해줄 수 있는게 없잖아요. 얼마 있으면 헤어져야 하는데... 진짜 그대로 헤어지는건데. 그래도 문너머 저쪽에 '당신이 잘 살고 있다' 그런 생각은 들게 해야잖아요". 쿵, 쏴...

'한 걸음 다가서면 한 걸음 더 물러서는 임자, 돌아가고 싶어서 이렇게 자꾸 멀어지려 합니까? 내게서?', 그 분은 마음이 없으시다. 남을 마음 같은 건, 내 곁에 남을 마음 같은 건 없으시다, 한조각도... 

 

'임자, 아십니까? 그 때 임자에게 입맞추려 다가서던 내 마음... 그리하지 못했습니다. 헤어진다는 임자의 말에 내 마음 쫓겨나와 버렸다는 것을'. 그래서 더 다가가지 않으려고 조심, 또 조심 멀어져도 봤습니다.

그러나 나는 알지 못했다. 그 분이 가지말라는 말을 기다렸다는 것을... 곁에 있어달라는 말을 듣고 싶어했다는 것을...

***밀실에서의 장면은 두 사람 감정을 이렇게 생각했는데 임자팬들은요? 그리고 여기서 우리 최영 장군의 품성 나오죠. 은수가 아는 앞날에 대한 것 탐내본 적 없다, 얼마나 멋진가요?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최영 장군을 이 한줄의 말로 표현했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 말과 은수의 혼례식의 공통점으로 마지막 리뷰에 천혈이 기철을 거부한 이유와 연결지어 정리하겠습니다.

 

덕흥군이 혼례식을 앞당겼다는 고모의 전갈에 하늘이 까매진다. 이번에도 그 분이 먼저였다. 혼례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로인해 벌어질 아픔을 알지 못한 채 그 분에게 달려가는 나, 언제나 그렇게 그 분이 먼저였다.

'임자,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임자를 그 놈한테 내주지 않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참아지지가 않았습니다. 젖은 머리로 내 가슴에 닿을 듯 가까웠던 그 날도, 임자가 내 품에 안겨 잠시 쉬었던 그 날도, 임자를 안았던 그 날도, 서책을 찾던 임자와 있던 그 방에서도, 힘들게 참았습니다. 그런데 이젠 참아지지가 않습니다. 임자를 가지고 싶은 내 마음... 거부하지 않았던 임자의 입술, 그것 임자의 마음맞지요...'.

그 분의 마음을 가졌다. 언제 떠나는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임자가 내게 마음을 주었다는 것, 그것만으로 이미 나는 세상을 가졌다. 

***17회 공개키스 장면은 은수를 와락 안는 장면에 이어 가슴 벌렁벌렁하다가 턱 멈춰버립니다, 여전히... 밀실에서의 숨막히는 그 찐한 분위기도 좋고, 두 사람 서로의 마음을 읽지 못해 애닯고...  0.2%부족했던 것은 엔딩 정지장면을 왜 은수가 눈을 뜨고 있는 모습으로 잡았냐고요. 저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숙제는 가벼운 겁니다. 지금까지 보신 드라마나 영화에서 기억남는 키스신, 그리고 이민호의 키스신에 대한 감상을 적어주시면 됩니다. 사심, 흑심, 욕심 다 수용됩니다^^. 저는 밝혔습니다!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완벽한 각도와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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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1 16:37




오늘은 숙제부터 나갑니다. 제가 각별히 좋아하는 바비킴의 <일년을 하루같이>를 예습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회 리뷰에서 이 노래 한 번 더 나갑니다. 방문을 사이에 두고 은수와 진실게임을 한 후의 영의 감정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어서, 故김현식님의 <내사랑 내곁에>와 함께 연이어서 자주 흥얼거렸던 노래입니다.

제가 드라마 감상하는 방법이기도 한데요, 드라마 ost와는 별도로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노래를 주인공의 감정으로 덧붙이기를 좋아한답니다.

 

 

바람이 불어 오면은 바람이 부는 이유로

비가 내리면 술 한잔 생각이 나서

눈이 부시게 햇살이 날 비추면 왜인지도 모르게

밤하늘 어느 별하나 너를 닮은 것 같아

흘러가는 구름조차 너인 것 같아

셀 수 조차도 없이 많은 이유로 니가 보고 싶구나

너무 사랑했나봐 아직 사랑하나봐 오직 너만 사랑하게 태어났나봐

일년을 하루같이 아무것도 못하고 너만 생각하고 있잖아

 

사는게 너무 힘들어 가끔 울고 싶을 때

내어주던 네 가슴이 너무 그리워

고개숙인 날 다시 살게 했었던 웃음소리 듣고 싶구나

너무 사랑했나봐 아직 사랑하나봐

오직 너만 사랑하게 태어났나봐

일년을 하루같이 아무것도 못하고 너만 생각하고 있잖아

 

아무리 기다려봐도 내게로 돌아오지 않을 사람을

일년을 아니 평생을 기다릴 나는 정말 바보인가봐

너무 사랑했나봐 아직 사랑하나봐

오직 너만 사랑할 수 밖에 없나봐

평생을 일년같이 아무것도 못하고 너만 생각할 것만 같아

 

너무 사랑했나봐 아직 사랑하나봐 오직 너만 사랑하게 태어났나봐

일년을 하루같이 아무것도 못하고

너만 생각하고 있잖아

 

 

그 날 그 분이 내게 물었다.  "내가 가버리게 되면 당신 괜찮겠어요?". 괜찮지 않을 거라고 대답했다. 진실만을 대답해야 한다는 하늘세상의 놀이(?)를 다시 할 수 있다면, 나는 다른 대답을 할 것이다. '임자, 안 보낼 겁니다'라고... 그 분이 그렇게 떠나고 난 정말 괜찮지 않았고, 그 분만 생각하고 있었다. 어제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임자가 돌아오는 날 그 날까지...

 

그 분은 그 때까지도 내게 하늘사람이 아니었다, 어쩌면 영원히...

 

어이없는 일에 말려들었다. 우달치 애들이 확인도 하지 않고 받은 이상한 상자가 문제였나 보다. 오십만냥도 아닌 5백냥을 받아 쳐먹었다고 뇌물수수죄에 직권남용의 죄목을 씌운 조일신,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고, 참을 수 없이 화가 나서 대전을 박차고 나와버렸다.

평무사로 강등시키고 무죄를 입증할 단서를 찾으라고 하는데, 그저 귀찮다. 조일신도, 어렵게 궁으로 모시고 온 학자들도 하나같이...음 귀찮다, 이런 것 생각하는 것도... 그동안 자지못했던 잠이나 퍼질러 자야겠다. 오랜만에 찾아온 휴식이 아닌가. 

마음이 복잡하다. 그분이 매일 만나자던 그곳, 편하다, 따뜻하다. 복잡한 정치놀음을 떠나 넓은 궁에서 내가 기대 쉴 곳은 그분과 나만의 장소 이곳 뿐, 아니 그 분이었다. 그 분의 체온이 남아있는 것 같아 나는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다. 나를 찾아 온 그 분, 상처의 실을 빼야한다고 알아서 찾아오는 출장의원이라며 공치사시다. 안다, 그렇게 우스개 소리로라도 날 위로하고 싶었겠지.

지난 번 화를 내서였는지 그 분 알아서 그 한편이라는 조건을 지키신다. 덕흥군 그자가 서책을 가지고 찾아왔다고. 알고 있었지만 그 분이 먼저 말해주니 기분이 좀 풀린다. 이어지는 말에 세상이 정지되는 것 같았다. "나 숫자 뭔지 알겠어요. 그거 날짜였어요. 하늘문이 열리는 시간같아요. 언제열릴 지는 계산해 봐야 해요", 아무 생각도 못하고 그 분만 쳐다보고 있었다.

'간다고? 하늘문이 열린다고?', 돌려보내기로 한 그 분, 그런데 왜 내마음은 이리도 무겁고 답답한지, '안가면 안됩니까?' 내마음을 들킨 것같아 그 분의 눈을 피해버렸다.

"시간계산되면 알려주십시오. 미리 준비해야 되니까...". 아닐 수도 있다는 그 분의 말, 나는 나쁜 놈이었다. 그 말에 왜 그리 기뻤는지...

내 방에 다녀왔다는 그 분, 그 약통을 내민다. 젠장, 함께 넣어둔 시들어버린 노란 꽃을 들켜버렸다.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화끈거린다(*귀여운 대장의 표정, 입 실룩거리는 모습은 볼때마다 미소짓게 만듭니다). 

내 앞에 선 그 분, 하늘세상에 나에 대한 노래가 있다고 말해준다.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 이르신 어버이 뜻을 받들어..." 뒷말은 들리지 않았다. 황금, 돌, 그리고 아버지라는 말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어떻게 그 분이 그 말을 알고 계시단 말인가?

"하늘세상에서 당신 엄청 유명하다고 했잖아요. 아버님 유언까지 넣어서 노래를 만들어 부른다고요", 뇌물을 받을 사람이 아니라고, 나를 믿는다고 해준 말이었겠지만, 난 순간 돌처럼 굳어지고 말았다. "나 하늘사람인 것 당신만 못믿었나? 자기가 데려오고선..?".  

그 분을 하늘사람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산산이 부숴져 흩어진다.  "나 가요", 그 분의 말이 마치 "나 하늘 세상으로 가요"라는 말처럼 들린다. 가슴이 또 싸르르 아파온다. 점점 심해지는 이 병이 무엇인지 나는 안다. 그 분과의 이별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음이라는 것을, 견디기 힘들 것이라는 것을...

머리가 아득해져 온다. 별하나 없는 칠흙같은 밤처럼, 꿈이기를 바라며 눈을 비벼도 꿈이 아니었다. 두 눈을 지긋이 눌러본다.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눈물을 막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아니 꼭 그 분은 가시겠지... 

(***지난 글에서 최영이 하늘말을 배우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로, 하늘말을 따라하면 은수를 다른 세상의 사람이라고 인정해야 하는 거리감때문이라는 말을 썼는데요, 같은 맥락에서 그렇게 멍하니 슬픈 표정을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임자팬들 생각은?)

 

"갈 겁니다, 함께"

 

학자들이 그 분을 찾아 이것저것 묻는 소리가 들린다. 이젠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 분 자신의 말이 위험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으니까, 학자들을 대처하는 법도 아시고, "천기누설은 곤란합니다. 알고 싶으면 임금님이 직접 물으시라고 하세요. 그러면 천기누설 아주 쪼끔은 가능합니다". 훗! 제법이다.

학자들까지 그 분을 귀찮게 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빨리 떠나야 겠다. 기철과는 다른 방식일테니... 온갖 법도를 들어 그 분에게서 알고 싶어하는 것들을 알려고 하겠지. 뇌물수뢰 그 더러운 죄목을 당장 밝히기는 힘든 일, 그동안 그 분은 홀로 남아야 한다. 그리되면 지켜드릴 수가 없다. 

"내일 새벽 떠날 준비하시고 매일 만나자던 그 자리에서 만나죠. 짐은 많이 싸시지 말고 가볍게...", 설마 학자들이 험하게 다루겠냐 믿지 않은 그 분, 내 굳은 표정에 수긍을 한다.

"같이 갈 거에요?". 잠시 머뭇거려진다. 어떤 답을 해야 할까? 그분의 물음은 어떤 쪽이었을까? '임자, 경창군 마마를 모시고 하늘세상으로 함께 가자고 했었지요. (하늘세상으로) 같이 갈 거예요? 그 뜻입니까? 갈 겁니다. 함께... (하늘문까지) 같이 갈 거예요? 갈 겁니다. 함께'. 나는 아직도 그 분의 말이, 그리고 내 대답이 어느쪽이었는지 알지 못한다. 전자였을까, 후자였을까?

***이 때 은수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필요가 있었지요. 잠을 싸라는 말에 은수가 되물었지요? "떠나요? 나 떠나라구요?", 은수가 가지말라는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이 질문에서도 읽혀지더군요. 같이 갈 거예요?도 은수의 속마음은 최영이 함께 하늘세상으로 가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고요. 같은 말이라도 천지차이로 의미가 달라지는 대사입니다. 임자팬들의 생각도 궁금해요.  

탈옥. 원하던 방법은 아니었지만 시간을 벌었다. 그곳 우리의 그곳, 인기척에 칼을 빼느라 낑낑대는 그 분, 단검빼는 연습을 도통하지 않은 모양이다. 하긴 이제 필요없겠지. 반가움인지, 안도감이었는지 한동안 멍하니 서있는 그 분, "기다리셨습니까?", 내 가슴에 뛰어들어 온 그 분, 심장이 쿵쿵 소리를 내며 빠르게 뛴다. 너무 빨라서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가만히 조심스레 그 분을 안았습니다안심하라고...'. 힘을 주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른다. 그 분을 안으면 다시는 놓아주지 못할 것 같아서. 

 

임자가 떠나면... 괜찮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아픕니다

 

기철의 사병들이 도처에 깔렸다. 그 분을 노리고 있음이리라. 며칠 숨어있다가 개경을 빠져나가야 할 듯 싶다.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는 그 분, 헝클어진 머리에 손이 가다 멈춘다. 그 분에게 날마다 날마다 가는 내 마음도 이렇게 멈춰야 겠지.  

그러나 멈출 수가 없었다. 젖은 머리 가슴에 닿을 듯 내 앞에 멈춰선 그 분, 그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세상이 정지되고 둘 만 있는 기분, 아니다, 그래 솔직해지자. 그 분을 안고 싶었다. 

"거기 있어요?", "여기 있습니다", 그 때는 몰랐다. 이 말을 이토록 오래도록 기다리며, 수없이 대답하게 될 줄은... 지금도 매일 그 분의 소리를 듣는다. '거기 있어요?", 하루에도 몇번씩 대답한다. '여기 있습니다'.


"만약에 내가 이 수첩에 적힌 날짜를 풀게 되고, 그 날에 하늘문에 가게 되고 같더니 문이 열려서 내가 가버리게 되면, 그럼 당신 괜찮겠어요? 어디 다쳐서 와도 봉합하고 약발라 줄 사람이 없어졌는데 당신 괜찮겠어요?". "괜찮지...않을 겁니다".  

"나도 괜찮지 않을 거예요. 임금님 왕비님, 우달치들 그리고 당신... 많이 보고 싶을 거에요. 어쩌면 긴 꿈을 꾼 것 같은... 근데 원래 꿈은 날이 밝으면 잊혀지는 거 아닌가...". 그 분도 나도 알고 있었다.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잊을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평생 그 분을 가슴에 담을 것이라는 것을... '방문에 일렁이는 임자의 그림자, 조심스레 만져봅니다. 눈 코 입 당신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지금도 너무 많습니다"

 

 

"당신 차례, 나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거 없어요?". "없습니다". 

'임자, 지금도 너무 많습니다. 밥 좋아하는 임자. 골똘히 생각할 때는 머리 헝크리는 임자, 밤마다 악몽꾸는 임자, 그래도 웃는 임자, 힘차게 사는 임자. 나를 살린 임자, 나를 살고 싶게 만든 임자, 목숨을 내주고 나를 살린 임자, 내가 연모하는 임자, 내 안에 살고 있는 임자, 유은수. 지금도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그래서 힘이 듭니다. 조금만 알았더라면, 아니 차라리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왜 하필 임자였습니까? 임자를 너무 많이 알아서 임자의 자리가 너무 커서 힘이 듭니다. 죽을 듯이 힘이 듭니다'.  

 

말하지 못했다. 임자가 내게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내 심장과 함께 하는 분이라는 것을... 임자때문에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다는 말을, 나는 하지 못했다. 임자를 연모한다는 말도, 그래서 내 곁에 남아달라는 말도...

 

'하늘세상으로 같이 가자는 말, 다시는 안해주실 겁니까? 다시 물어본다면 따라 가고 싶습니다. 임자없이 남겨지는 것이 두렵습니다'.

함께 가자고 했다면 나는 이 말도 끝내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듣고 싶었다, 함께 하늘세상으로 가자는 그 분의 말을...

'임자에게 향하는 마음 너무 빨라 내 발목에 큰 바윗돌 두 개를 묶었습니다. 가지못하게 임자에게 향하는 내 마음을 묶기 위해... 그래서 내 걸음이 느렸나 봅니다. 그것이 임자를 더 힘들게 했다는 것도 모른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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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9 15:10




본방 리뷰 때도 사심을 넘어 있는대로 흑심(?)을 드러냈던 회차였습니다. 은수에 대한 최영의 마음을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듯이, 저도 최영 이민호에게 사로잡힌 사심 작렬하게 노출했더랍니다. 

'이민호의 숨막히는 눈빛 연기, 아줌마를 소녀로 만드는 마성'이라고 리뷰 제목도 잡으면서 아주 적나라하게 제 감정을 숨기지 못했죠ㅎ. 드라마 리뷰를 하면서 내용에 간간히 사심을 드러내기는 하지만, 제목을 이렇게 적는 일은 드물었거든요. 

이민호의 눈빛은 감성을 일깨우고 나이를 잊게 만듭니다. 촉촉한 듯 슬픈 듯, 단호하면서 강직하고 정직하고, 그리고 따뜻하고.. 최영이라는 캐릭터의 마음이 온전히 눈빛 안에서 살아 움직입니다. 

본방 때 한 번 속았는데도 또 속았습니다. 기철과 동반죽음을 계획하는 영의 생각 속 장면을 실제장면으로 착각하고, 아 맞다, 그때도 식겁해서 놀랐는데... 이랬답니다. 지호와 시울을 기철의 집을 침입하게 해 은수의 수첩을 가지고 나오라는 암시를 준 최영, 수첩은 얻지 못했지만 영은 소중한 목숨을 얻고, 은수를 얻었지요.

 

이 때부터 최영은 은수에게 적극적으로 남자로 다가갔던 듯합니다. 애써 속마음을 감춰보려고도 했지만, 은수도 최영의 감정이 단지 지켜주겠다는 무사의 언약이 아니라, 정인을 지켜주겠다는 최영의 마음을 알게 되었지요. 은수 역시 최영에게 흐르는 감정을 이제는 부인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 나 더이상 도망가지 않기로 했어요. 도망가지 않으려면 맞서 싸워야지". 공민왕 부부 앞에서 최영과 옥신각신 말다툼을 하고 고려청자와 대화를 하면서도 그랬지요. "역사니 앞날이니 모르겠고, 난 살아야 겠다고!". 최영에게 향하는 은수의 감정이 아니었나 싶어요. 최영 그 사람 에게 향하는 마음 애써 막지는 말자, 있는 동안은 마음 흐르는대로 그렇게 가보자... 

본방때 놓쳤던 은수의 감정도 이해된 부분이 있었어요. 최영에게 웃음을 보여준 장면, 사람이 왜 그러느냐고 "매번 진지하고 근심, 걱정, 병나요, 그러지 마요"라며 최영의 가슴팍을 치기도 하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하고, 그게 은수의 마음이었습니다. 늘 누군가를 지키겠다고 피흘리고 싸우는 그 사람을 위해서 은수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영을 웃게 만드는 거였죠. 속상해 하고 걱정하는 표정을 지으면, 자기를 지켜보는 그 사람이 더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아서 말이죠(속 깊은 은수 궁디톡톡). 

 

"그렇게 쉽게 목숨거는 짓 안하겠습니다, 다시는... 그러니 울지마요"

 

"멈춰요", 거짓말처럼 그 분이 뛰어들었다. 아직도 그 아찔한 순간을 나는 잊지 못한다. 내 평생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무모한 짓을 서슴없이 했던 그 분, 자기 목에 칼을 대고 목숨으로 기철과 나의 싸움을 멈추게 했던 그 분, 그리고 평생 나는 이말을 하고 살 것이다. '임자, 나를 살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죽을라고 환장한 건 당신이잖아! 이기지도 못한다면서! 저혼자 싸우다 죽으면 끝이야? 덕성부원군 그 사람한테서 나 도망갈 수 없었던 거죠? 근데 당신더러 비키라 그러고 필요없다 그러고... 그러다 당신 죽어버리면 내가 죽인 거잖아. 남을 사람 심정이 어떤지 알면서".

그 분 그 아이를 알고 있었다. 정신이 퍼뜩 들었다. 내가 그 분에게 같은 짐을 지워드리려 했구나... 그 분에게 내 자리가 얼마나 큰 지 문득 알고 싶어진다. 내 안의 그 분 자리처럼 그러할까? 아니어도 좋다. 그 분이 나 때문에 울고, 나 때문에 달려와 준 것만으로 세상의 아무 것도 들어올 수 없이 내 가슴이 꽉차버렸다. 터져버릴까 불안할 정도로... 

다친 손을 치료해주고 빙공에 당한 내 손을 잡아주는 그 분, 빼려고 하는 내 손을 가만히 잡아준다. 힘도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그 분의 손은 저항할 수 없는 힘을 가졌다. 두 손을 포개 온기를 넣어주는 그 분, 그리고... 나는 심장이 멎은 듯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내 손에 온기가 느껴졌다. 심장이 펄떡펄떡 뛰기 시작했다. 입김을 불어주는 그 분, 그리고 주억거리는 고개, 조심스레 그 분의 머리카락을 쓸어본다. 울고 있었다, 그 분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운다.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 생각했어요. 일단 해보고 안되면 할 수 없지... 그렇게 살아왔던 게 버릇이라...그렇게 쉽게 목숨거는 짓 안하겠습니다, 다시는... 그러니 울지마요". 

 

***본방때는 은수와 최영의 모습이 예뻤는데 지금은 그냥 아팠습니다. 더 다가가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남자로 다가가는 마음을 누르는 최영, 최영 그 사람때문에 울고 있는 은수의 복잡한 마음들이 엉켜서 그냥 아팠습니다. 저는 이때 걸음이 느려서 OST가 둘의 감정처럼 마음을 흔들더라고요*** 

***그리고 기철의 캐릭터가 이때부터 이상하게 변해갔는데요, 다시보니 최영과 싸우면서 무리하게 빙공을 쓴 탓에 정신이 훼까닥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이후 기철의 표정은 이전의 힘도 느껴지지 않았고, 몸도 구부정하니 기력도 쇠해지고 있었고요. 대신 덕흥군이 등장해서 기철보다 끔찍한 일들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기철은 하늘세상에 대한 병적인 집착으로 스스로를 붕괴시켜 가기 시작했죠. 자업자득인지 실제 역사보다 수명도 단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졌고 말이죠.

 

그 분이 웃습니다. 다시 웃습니다, 그래서 저도 자꾸 웃음이 나옵니다

 

"나 이제 도망가지 않기로 했어요. 맞서 싸울 거예요. 최영씨 우리 파트너해요. 지금 내 목표는 기철이 가진 내 수첩을 찾는 거고, 최영씨 목표는 기철로부터 임금님을 지키는 것, 그러니 임금님이 힘에 쎄져서 의선의 수첩을 내주라 하면 되는 거잖아요. 우린 목표가 같으니 파트너해야 겠다. 따라해 봐요, 파트너". 

그 하늘말 뜻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함께 싸우는 한 편이라고 한다. '한 편' 그 말이 참 좋았다. 한...함께, 편...내 사람, 나는 그렇게 그 뜻을 해석하고 싶다. '함께 하는 내 사람, 임자라고'. 자꾸 웃음이 나온다. 그 분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이, 더 이상 도망가지 않겠다는 말이 날 웃게 한다. 그 분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이 날 웃게 만들고, 그 분의 웃음이 날 살고 싶게 한다.

"파트너가 되려면 몇가지 해줘야 되는게 있어요", 그러면 그렇지 조건없이 뭔가를 하자는 분이 아니시지... "첫째 서로 모든 걸 말해준다. 두 번째 파트너는 서로 지켜주는 거예요. 혼자만 싸운다고 말도없이 가버리면 안된다구요!!", 나도 같은 조건을 걸었다. "마음대로 혼자 아무데나 가지 말아요". '임자, 지난 번처럼 혼자 그렇게 떠나지 말아요. 내 마음이 임자를 보내줄 수 있을 때까지 내 곁에 있어주시면 안됩니까', 말하지 못한 내 조건이었음을 그 분은 알까? 

악수하자고 손을 내미는 그 분, 지난 번에 가르쳐 준 말과는 다른 악수였다. 잘해보자는 뜻도 있다고 한다. 배우기 귀찮은 하늘말, 뭘 잘해보자고 손을 위아래로 흔들고 할까, 그냥 말로 잘해보자하고 서로 믿으면 될 일을... 우달치 애들이 지켜보는데 남사스럽게 손을 잡고 흔들어 대는 그 분, '"내 체면도 좀 지켜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내 목숨을 살린 분, 목숨을 내주면서 나를 살린 분, 나는 이미 그 분의 사람이 돼버렸다. '내 목숨은 이제 임자 것입니다'.

***흐미 이 귀여운 바퀴벌레 한 쌍, 그냥 칵 깨물어주고 싶당~ 

내 체면은, 허, 한숨이 나오기는 하지만 어이없이 또 구겨지고 말았다. 그것도 주상전하와 왕비마마, 고모까지 다 보고 있는 자리에서... 하늘나라 사람들은 다 그런 것일까? 감정에 솔직하고, 하고 싶은 말은 다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 분, 그래도 나는 그런 그 분이 좋았다. 힘찬 분, 진짜 살고 있는 분.

간밤에 기철과 있었던 일을 주상전하 앞에서 아뢰려는 그 분, 어이구 이 대책없는 분을 어떡하나? 그런 말을 하면 나는 뭐가 되느냐고 임자! 죽겠다고 갔다는 것을 알면 '주상전하가 잘하셨습니다'했겠냐고!   

그 분의 손을 잡아 입을 막았지만, 주상전하의 물음에 또 그 분이 무슨 이상한 말을 할까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잘 모르는 것은 말하지 마십시요", 그렇게 알아듣게 눈치를 주는데 그 분 성질을 내가 어떻게 이겨볼 거라고.... 아직도 나는 그 날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우달치 대장, 고려무사 최영, 남자, 여튼 체면이라는 체면은 다 무너졌으니... '그래도 임자, 임자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좋았습니다. 임자랑 아웅다웅 말씨름을 하면서도, 임자와 가까운 사이같아서 나는... 정말 좋았습니다. 임자의 화내는 모습까지도'. 

***은수앞에서 꼼짝 못하고 쩔쩔매는 최영의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고, 은수가 최영을 마치 남자친구 대하는 듯해서 애정지수 팍팍 올라가는 장면입니다. 두 사람을 보고 할말을 잃고 뜨아하게 바라보는 공민왕과 노국공주, 그리고 최상궁 마마의 '쟤가 내 조카 영이 그놈 맞나?'싶게 쳐다보는 모습 다 정겹네요. 노국공주와 환관 도치의 빵터졌던 술상이야기는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그리고 나는 매희 그 아이를 놓아주었다. 진짜로... 이젠 더이상 그 아이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떠올리려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다. 내가 지켜줘야 할 사람, 나를 지켜주는 사람 그 분이 내 모든 것이 되었다.

누군가를 지키는 것만 해왔던 나, 누군가의 지킴을 처음으로 받았다. 목숨을 내주고 지켜주었고, 서로 지켜주는 한 편이 되자고 손을 내민 그 분, '임자, 쉽게 목숨거는 짓 안하겠다고 했지요. 그럴 겁니다. 하지만 또 할 겁니다. 만약에, 혹이라도 임자를 위해 내 목숨이 필요하다면 그 때는 내놓고 싸울 겁니다. 안 지고 잘, 열심히...'. 

기철이 부른 살수 칠살, 한 놈씩 해치워야 한다. 칠살을 대적하러 가는 길, 그 분을 보고 싶었다. 그 분을 보면 힘이 날 것 같아서... 혹이라도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 분을 다시는 보지 못할 지도 모른다. 왕비마마가 주신 옷으로 갈아입고 빙그르 돌아보이는 그분, '어떻느냐고요? 고려사람 같이 보이느냐고요?', 아무말도 해주지 못했다. 아름답다는 말도, 고려사람이 되면 안되겠느냐는 말도... 골치아픈 일이 끝나면 그 분 칼 다루는 것부터 가르쳐야 겠다.

 그 분은 달라져 있었다. 도망가지도 않고, 이 땅의 역사니 정치니 당신네들 일에 끼어들고 싶지도 않다고 했던 그 분은 달라지고 있었다. 장어의에게 의술을 배우고, 거짓말도 잘하셨다. 너무나 잘... 힘차신 분. 무엇이 그 분을 그렇게 변하게 만들었을까? 이따금 나는 내게 질문을 던져본다.

 

칠살을 베러가는 내마음을 읽었던 것일까? 일과가 끝나면 하늘세상에서 하는 일처럼 매일 그곳에서 만나자고 한다. 

호신용으로 그 분 다리에 매어준 단도, 쓰게 될 일이 결코 없기를 바라면서도 불안하다.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 그 분 곁에 머물지 못하는 내가 미워서, 내 마음을 그 분의 다리에 그렇게 묶어본다. 임자를 이렇게라도 지키고 싶다고... "싸우면 이길 수 있어요?", "제대로 싸우면 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잘 다녀와요" 손을 흔들어 주는 그 분, 그 분이 웃었다. 다시 웃으신다. 날 보면서... 심장이 쿵쿵거리게 웃으신다. 말해주지 못했다. '임자의 웃음은 세상 어느 것보다 탐나는 것이라고, 오직 하나 임자가 탐난다고', 몰랐다. 내가 미친놈처럼 웃고 있었다는 것을, 내 마음이 웃는 것인줄만 알았다, 내 마음이... 

 

"그 분을 보면 생각하게 돼, 나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하나, 둘, 셋,...여섯, 그리고 마지막 일곱. "내가 아는 어떤 분이 있는데, 그 분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게 사는 거야. 근데 니들이나 나는 그걸 모르잖아. 우리한테 산다는 건 죽지않는 것 그 뿐이잖나. 근데 그 분은 달라. 그 분은 진짜로 살고 있어, 그것도 아주 힘차게". 

숨이 가빠 온다. 온 힘을 다했다. 죽자고, 아니 진짜 살자고 싸웠다. 검에 피가 튀겨가고 손에서는 피가 흐른다. '으, 피냄새...' 그분의 말이 들려온다. 낙숫물에 피냄새를 씻고 검에 묻는 피도 씻어본다. 지우고 싶어서, 가리고 싶어서... 그 분이 주었던 노란 꽃, 두고 왔구나. 말라버린 꽃이지만 나는 늘 그 꽃향기를 맡는다. 그 분의 향기인 양, 내 피냄새를 가려줄 향기인 양...  

익재선생의 말이 머리에 맴돈다. "이런 시대에 자네같은 무사가 가엾구만. 베이기 전까지는 계속 베어나가야 겠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 그 분을 돌려보내도 끝나지 않을 것임을 나는 안다. 계속 베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 지켜야 하는 내 나라 고려, 그것을 위해 칼을 들어야 하는 것이 내 숙명임을 알아가고 있었다.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던 그 분, '임자, 다른 사람이 아닌 내 피가 흐릅니다. 임자가 또 울까봐, 오늘은 임자를 보러가지 못하겠습니다. 그냥 혼자... 조금만 지쳐있겠습니다'.

 

***오늘은 그동안 생각해 보지 않았던 최영과 하늘말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이상하게 최영은 은수가 가르쳐주는 하늘말을 따라하는 것을 꺼려하지요. 특히 외래어나 아주 현대적인 말은 입밖으로 내지 않고 딴짓하는 모양으로 고개를 돌려버리기도 합니다. 파트너라는 말도 '그게 뭡니까, 함께 지켜주는 거라면서요' 라는 식으로 파트너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는 않지요. 13회에서도 한 번 나오는데 그때도 관계라는 말로 대치했던 것 같습니다. 후에 하이파이브, 아자아자 화이팅!도 안하죠. 

최영은 왜그랬을까요?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최영에게 은수는 하늘세상 사람으로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거라고... 그 낯선 단어를 스스로 뱉으면 은수와는 다른 세상 사람이라는 거리감을 인정해야 하기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은수의 하늘말을 고집스럽게 안 배우려 하고, 안 따라 했던 것 아닐까요? 임자팬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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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8 16:38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회차입니다. 11회는 설렘, 이별의 아픔, 삶과 죽음에 대한 가치, 그리고 이 드라마의 주제 신의가 함축되어 있어, 웃기도 하고, 한 남자에게 언약이라는 것이 얼마의 무게를 지니는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는 드라마속 최영에게 흠뻑 빠져들어 가기 시작했던 듯 합니다.

이런 사람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지독한 가슴앓이도 했습니다. 목숨으로 지키는 언약, 최영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죽을 각오를 하고 기철과 싸우러 가는 최영, 그의 모습이 왜그렇게도 슬프고 외로워 보이던지, 하늘에 무심히 떠있는 달마저 원망스러웠답니다.  

 

은수는 화수인의 말에 자신에게 최영이 어떤 존재인지를 구체적으로 인지해 가는 단계로 접어들었죠. "가장 아끼는 사람은 옆에 있는 그 자가 첫번째겠지, 언제나 달려오잖아 그대를 찾아서, 매번 어김없이". 그래서 떠나려고 합니다. 그것이 최영을 지켜주는 은수의 방식이었죠. 자기때문에 피흘리고 싸우는 것이 싫어서. 

그런데 본방에서도 의문이었지만, 최상궁이 최영에게 정혼자가 있었다고 했을때, '어머 그랬어요?' 식의 남얘기 듣는 것 같이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지은 이유가 참 궁금해요. 만두집에서도 덕만을 보면서 최영을 떠올리고 했던 은수였는데 말이죠;;

여튼 최영이 죽을 자리를 찾을 것 같다는 말에 말을 달려 최영에게로 가는 은수, 이 때 은수의 결정은 최영을 살리고 은수도 살게 했으니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물론 그로인해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내가 어떻게 보내줍니까, 임자를... 여기서..."

 

그 분의 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나때문에 그 분이 그런 험한 일을 당한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쓰리고 무겁다. 나는 하루에도 수백번씩 나에게 묻고 또 묻는다. '왜 하필 저 분을 데려왔을까? 어쩌다가 왜???'.  괜찮냐느냐는데도 팔을 뿌리치고 비틀비틀 가는 그 분, 덕만에게 뒤를 부탁하고 서둘러 궁으로 돌아가야 했다.

시간을 벌고 있을 전하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그 분을 지나쳐 그냥 말을 달렸다. 뒤를 돌아보고 싶었지만 돌아볼 수 없었다. 그 분의 슬픈 눈을 마주하는 것이 겁났다. 말에 태우고 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분은 또 뿌리쳤을 것이기에.

그 자의 빙공을 처음으로 대해봤다. 밀렸다. '기철 이 자, 생각보다 강하다. 이기기 힘들겠다'.  

왜였을까? 나를 죽일 아이라는 말이  신경쓰였던 걸까? 이성계라는 아이를 만나보고 싶어졌다. 훗, 아직은 솜털 보송보송한 어린 애, 눈에 총기가 서려있고 검에 관심을 가진 아이였다. 직감적으로 느꼈다.이 아이도 훗날 검을 들 아이구나... 그 검이 사람을 지키는 검이 돼주기를 바란다.

 

그 아이는 사람들이 나를 일당백의 사내라고 한다고 웃어보인다. "백명의 적이 기다리고 있으면 무조건 내빼! 그 뒤에 숨어있는 한 놈만 잡으면 되는데 뭐하러 싸우냐?" 그 아이에게 한 이 말을 실행에 옮기리라고는 그때는 알지 못했다. 말이 씨가 된다는 것이 이런 경우인지도 모르겠다. 뒤에 있는 그 한 놈을 잡기 위해 갔으니... 

그 분과 눈이 마주쳤다. 의기소침해 내  시선을 외면한다. 왜일까? 그 분에게 말을 거는 것이 낯설고 어렵다. 금방 잊고 금방 돌아서서 웃던 그 분이 웃지않는다. 내 앞이라서 그런 거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다. 나를 웃게 해 준 그 분, "임자, 이제 웃지 않습니까? 웃지 않게 된 겁니까?".

마음이 헛헛하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그 분의 웃는 모습을... 웃지않은 그 분의 얼굴, 마음 한켠이 아파온다. 내가 그리 만든 것 같아서... 무거운 한 숨이 나오지도 못하고 목에 얹혀버린다. 

우선(지금하고 있는 일을 마치면) 전하께 청을 드릴 생각입니다. 얼마동안 궁을 나가 하늘문 쪽으로 가겠습니다". 내 계획을 귀담아 듣지 않는 그 분, 얼마 안 가 그 이유를 알았다. 홀로 떠날 계획이었음을, 도망치듯이 인사도 없이 날 피해서...

하나 묻자는 그 분의 말, 왠지 철렁해온다. 대책없이 나대는 그 분이 또 무슨 짓을 할지... "저번에 나 혼자 도망가겠다고 하다가 비탈길에서 넘어졌을 때 잡아 준 사람, 당신 맞죠? 그날 내가 그 사람하고 있는게 위험해 보였다면 그 사람하고 싸웠겠네요?".

"언약했으니까요", 짧은 말에 임자이기 때문에 싸운다는 말을 숨겨본다. '임자는 제게 언약이고, 아니 어쩌면 언약보다 소중한 분입니다'. 기철과 싸우면 이길 수 있느냐고 묻는다. "질 겁니다, 제가". 젠장 기철의 빙공에 당한 어깨가 결려온다.  

서둘러야 했다. 전하의 사람들을 모으는 일을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 그래야 잠시 궁을 떠날 수 있을 테니까, 그 분을 모시고 하늘문을 가야하니까. 고백하건데 나는 벌써부터 싸우고 있었다. 돌려보내 주겠다는 내 언약과...

지켜주고 싶다. 그러나 데려다 주기는 싫었다. 지키는 것만 할 수는 없겠지... 그 분을 지키는 것이 곧 보내드리는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지만, 내 안에서 자라고 있는 그 분이 남기를 바라는 욕심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멈칫하는 나를 본다. 그래서였을까? 혹 이런 내 욕심을 그 분이 알아서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일까... 

생각 좀 해보겠다더니 보따리를 싸서 홀로 하늘문을 찾아 떠나는 것이었다니, 이 겁없고 한심한 분을 어떡해야 하나... 

***이 장면에서 제 입은 미소가 끊이지 않았답니다. 보고 또 봐도 설레고 좋은 장면들이 몇 있는데 이 장면이 그렇거든요. 남장을 하고 삿갓을 쓰고 길을 떠나는 은수, 저기 꽃 사이에 최영의 모습이 보이자 화들짝 놀라 종종걸음으로 도망을 치는 장면, 꽃 속의 대장의 표정이 참 좋답니다. 한심하다는 듯, 재미있다는 듯, 임자가 도망가봐야 내 손바닥 안이라는 듯 은수를 지켜보는 최영, 눈 한 번 깜빡이는데도 설레더랍니다. 뒷덜미를 잡힌 은수의 뒷발질도 귀엽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잠시지만 달달해서 무지 애정하는 장면이랍니다***. 

진짜 묶어서라도 끌고 가려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또 도망가겠다고 한다. "우리 약속 끝내요", 쿵, 바윗돌 하나가 가슴을 내려친다. "나 납치해 온 것 없던 걸로 해줄게요. 나 돌려보내주겠다는 것도 없던 걸로 해요".

바보같은 분, '임자 그거 압니까? 싸우다 내가 죽을까봐 도망치겠다는 임자의 말이 짧은 순간 날 행복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그런 임자를 꼭 안아주고 싶었다는 것을'. 걱정하지 말라고, 죽지 않을 거라고, 임자를 두고 죽지않을 거라는 말을 왜 해주지 못했을까? 

그 분때문에 또 싸울 것이고, 설사 그것이 죽음으로 이끈다고 해도 싸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분도, 그리고 나도...

'악수', 하늘세상의 의식같은 것을 하자고 한다. 처음 만나서 인사할 때,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울때, 헤어질때 한다는 의식, 그리고 손을 내민다. 그 분의 악수는 마지막의 의미란다. 허!

(은수의 삿갓을 머리에 눌러씌우고 터프하게 은수의 손을 잡고 끌고 가는 최영 이민호, 그냥 가슴 두근입니다. 은수의 삿갓을 올렸다가 남장한 모습을 위아래로 보고는 기가 차다는 듯이 눌러씌우는 모습도 그냥 이뻐 죽겠더라죠. 대장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다 제게는 다듬이질이 된답니다).

 

"내가 맺은 언약입니다. 그래서 끝내든 말든 그건 나만 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참고 조신하게 기다리면 데려다 준다는데도 막무가내인 그 분, 들쳐매고서라도 끌고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지 못했다. "이렇게 끌고 가봤자 나 다시 도망칠 거예요. 보내줘요. 더 이상 사람들 죽는 것 못보겠어요. 당신들 세상에 끼어들기도 싫고 당신때문에 우는 것도 싫어요".

가슴을 내린친 바윗돌이 산산히 부서져 박혀온다. '그런 거였습니까. 임자? 나 때문에 울고 나때문에 더 이상 웃지 않게 된 것이었습니까? 나때문에 떠나려고 하는 겁니까?'.  

"내가 어떻게 보내줍니까? 임자를 여기서?"

***이 부분은 밑줄 쫙 오늘의 생각할 거리 하나입니다. 영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은수의 마음을 알았기에 더더구나 보내줄 수 없다는 말, 마음에 품은 은수를 보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데 어떻게 보내느냐는 최영의 마음같이 들리던데 말이죠. 임자팬들의 의견은?***

 

결국 그 분의 보따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그 분을 잡지 못했다. 그것이 그 분과의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 한참이나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멍하니 서있었다. 가슴이 텅빈채로... 나는 여전히 그 분을 보내지 못한다. 아마 평생, 내 마음에서 그 분을 보내지 못할 듯하다.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를 그 분, '임자, 임자 지켜주는 것, 약속, 언약 그런 것 끝내는 것 쉽다고 했습니까? 그냥 끝내면 된다고 했습니까? 저는...그리하지 못합니다. 임자를 지켜드릴 것입니다. 임자의 세상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게... 나의 언약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겁이 나는 모양이다"

 

익재선생은 내 말의 진심을 받아들였다. 부끄러움을 아는 왕, 내가 처음으로 스스로 택한 왕이기에 그 부끄러움을 지켜주고 싶다는... 그리고 또 지켜야 할 사람들이 늘어났다. 익재선생과 학자들을 서연장에 무사히 나갈 수 있게 지켜야 한다.

어지럽다. 내 마음인 양 연못에 비친 내 모습이 어지럽게 일렁인다. 지켜야 할 사람들, 주상전하, 전하의 새 사람들, 그리고, 그 분... 모두의 적은 뒤에 숨어있는 기철 그자! 정면돌파다.

***개인적으로 물결에 어지러이 일렁이는 최영의 얼굴장면은 좋은 기법이었습니다. 최영의 깊은 고뇌, 갈등을 물결에 비친 최영의 얼굴로 표현했거든요. 공민왕과의 깨알웃음 장면은 본방리뷰때 써서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노국공주와 강안전에 함께 기거하게 된 공민왕에게 잘 대처하라는 인사를 하는 최영, 그들의 대화가 은유적이고 재미있었죠***

 

"매희 그 아이도 믿지 못했어요. 내가 자기를 지켜줄 수 있다는 거, 그 분도 믿지 못하더라고... 고모,, 매희 그 아이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요. 너무 오래돼서 생각이 잘 안난다고요. 이러다가 저세상에서 만나도 못알아보면 어떡해? 그럼 안돼잖아. 그래서 그 전에 정말 잊어버리기 전에 만나봐야 할 듯 싶네...", 눈치빠른 고모가 내 마음을 읽었겠지만, 그래도 고모에게는 그렇게 라도 인사를 하고 떠나야 할 것 같았다.  

 

'전하, 전하가 믿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하셨습니까? 그 마음 지켜드리겠습니다. 고고하신 나리들, 주상의 사람이 되어 뜻을 펼쳐보겠다고 했습니까? 지켜드리겠습니다. 임자, 나때문에 울기 싫다고, 나를 지키기 위해 떠난다고 하셨습니까? 지키고 보내드리겠습니다'.

 

기철과 함께 죽으리라, 그것만이 모든 사람들, 그리고 그 분을 지키는 방법이었다. 안다, 그 자랑 싸우면 내가 질거라는 것. "아무래도 이상하지? 뭐 아까울 게 있고, 돌아볼 것이 있다고... 아무래도 내가 겁이 나는 모양이다". 죽음이 두렵지는 않다. 가진 것이 없었기에 버릴 것도 없었다. 한가지 다시는 그 분을 볼 수 없음이 아플 뿐.   

 

기철에게 향하는 그 날, 무심히 올려다 본 밤하늘의 달이 그 분의 미소인듯 내 발걸음을 더디게 하고 있었다. '임자 얼굴만이 생각납니다. 아무래도... 죽어서도 임자를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늘에 떠있는 달을 임자인 양 가슴에 담아봅니다. 자꾸 뒤를 돌아보고 싶은 이 마음은 왜 일까요? 미련, 임자에 대한 미련때문에 겁이 납니다. 임자와의 언약, 나 최영의 방법으로 지킵니다. 임자, 하늘세상에서는 부디 웃는 얼굴만이기를...'.

나를 웃게 만든 사람, 나를 살게 한 사람, 그 분은 내 삶과 죽음, 시작과 끝이 되고 있었다.   

 

***목숨으로 지키는 신의, 언약의 무게, 목숨으로 지키는 연모,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한 회차입니다. 8회 감옥에서 경창군 마마의 죽음을 생각하며 눈물흘리는 최영, 그가 긴 잠에서 깨어나면서 스스로에게 던진 화두는 삶의 가치였습니다. 11회에서는 이와 대치되는 죽음을 택하는 영을 만났지요. 삶과 죽음의 가치는 어쩌면 같은 질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살고 싶어졌던 최영, 살아야 겠다는 최영이 왜 죽음을 택하려 했을까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누구를 위해 살아야 하는가, 이 질문을 조금 바꿔보겠습니다.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 누구를 위해 죽어야 하는가? 삶과 죽음은 최영에게 같은 것이었습니다. 지키는 것, 지키기 위해 살고 싶어졌고, 지켜야 할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버리기를 주저않는 최영, 그가 짊어진 언약의 무게때문에 이토록 최영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은수가 떠나지 않았다면, 최영이 기철에 동반죽음을 하겠다고 도전장을 내밀지는 않았겠죠. 은수를 지키기 위해, 그가 지켜야 할 사람들을 위해 죽음을 향해 가는 대장, 은수없는 세상은 최영에게는 죽음과도 같은 삶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매희 그 아이를 보내고도 죽음과도 같은 잠만 잤던 최영, 그 죽음과도 같은 시간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오늘의 생각거리는 두 가지...우리 임자들도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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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7 11:54




우선 은수에게 참 미안한 10회였습니다. 고백하자면 10회를 보고 본방 리뷰때는 거품을 물었거든요. 역사 스포에 징징거리는 은수, 그 때는 정말 짜증 제대로 올라왔거든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은수를 위한 변명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은수의 자각을 위한 것이 아닐까 한다는 의견으로요.

 

그런데 다시보면서 얼마나 은수에게 미안해지던지, 은수의 마음을 이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쓰여진 처음 본 다이어리, 기철의 말에 의하면 수백년, 어쩌면 천년 전의 유물이라고 하는데, 현대 의료도구에 이어 은수의 수첩은 카오스 멘붕이었을 겁니다.  

게다가 우연히 충수염에 걸린 아이를 수술했는데 그 아이가 훗날 조선을 건국하는 이성계라고 하니, 당시 은수가 받았을 충격은 이루말하기 힘들었겠지요. 타임슬립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역사스포를 하는 모습에 이 때 은수가 욕꽤나 먹었지요.

충격받은 은수가 만약 노국공주를 수술하지 않았으면 돌아가셨을까요? 경창군 마마는 독이 아닌 근육암으로 돌아가셨을까요? 그리고 삼켜버린 말은 만약 이성계를 살리지 않았다면, 조선은 건국되지 않았을까요? 저라도 그런 생각을 당연히 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생각은 이성계를 살리지 않았다면, 최영 그 사람 이성계의 손에 죽지 않았을까? 였겠지요.  

 

그 때 몰랐어요, 사랑이 시작되었음을...

 

최영은 은수에게 이미 특별한 사람이었습니다. 자신과는 동시대를 살 수 없는 인물임에도, 은수는 돌아가야 하고 최영은 남겠지만, 이미 은수에게는 남자 최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화꽃을 보며 최영을 생각하는 은수, 은수에게 고정된 시선이 특별함이었음을 모를리 없는 은수였을 겁니다. 그럼에도 은수는 부인하고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남을 수 없기 때문에,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런 은수를 거칠게 최영이 끌고 나갔지요. 입밀법으로 멀리 있는 소리를 듣는 능력을 가진 천음자가 은수 주위를 감시하고 있다는 수리방의 첩보때문이었죠. 이때 은수는 너무 충격받은 상태라 자신의 감정을 수습하기도 힘든 상태였지요. 끌고 가는 대장의 엉덩이를 걷어차기 까지 해서 최영을 컥!하게 만들기도 했고 말이죠. 감히 우달치 대장의 엉덩이를 걷어차는 사람이 고려천지에 있을거라 생각이나 했겠냐고요. 아무튼 고분고분 말을 듣지도 않고 힘차고 씩씩한 분, 성격까지 크게 한 성질하는 분입니다.  

그런데요, 은수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니 그게 대장에 대한 사랑때문이었음이 보이더군요. 아직은 은수 스스로가 사랑이라는 구체적인 감정으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은수는 최영을 지키고 싶어하지요. 이성계의 손에 죽음을 맞이할 최영. 은수가 아는 역사니까요. 본방을 보면서는 두 사람의 사랑 진도가 더디다고 푸념도 했었는데, 사실은 은수에게도 이미 대장이 사랑으로 자리하고 있었기에 이성계를 살린 것에 답답해 미칠 것 같았겠구나 싶더랍니다.  

은수에게 노란 국화는 최영이었습니다. 기철의 집 정원에서도 은수는 노란 국화 앞에 발길이 머물고, 최영이 은수를 지켜주던 모습들을 하나씩 떠올리면서 자신을 납치해 온 사람 이상의 감정으로 자리하게 되었지요. 은수를 지켜주는 사람, 은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피흘리고 싸우는 사람, 은수를 위해 검을 버리고 무릎을 꿇은 사람... 은수는요, 최영을 지키기 위해 하늘문으로 기를 쓰고 가려고 했던 것이었어요, 이때부터...

서로를 지켜준다는 말을 그래서 할 수 있었던 거였고 말이죠.

물론 역사 속에 던져진 은수는 혼란스럽고 믿지 못하겠고, 자신의 행동이 역사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 후 은수의 행동은 최영이 자기때문에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려는 것만 생각하지요(은수 마음도 몰라주고 미안하대이... 훗날 최영이 은수를 안고 이 한심한 분을 어떡하나 했을 때와도 연결되는 감정이기에 -그 때 최영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그때 가서 그 부분은 정리할게요- 10회, 11회는 은수의 감정선을 읽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임자팬들 의견은?)

 

그 분 도망시켜야 겠어요 

'고모, 나 정말 답답해 미치겠어요. 누구때문인지는 눈치 100단 고모니 다 아실 것이고... 그 분만 생각하면 가슴이 울렁거리고 찌르르 아파오는데, 그 분 너무 막무가내라서 어떻게 통제가 안돼요. 기철이 얼마나 무서운 자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그 분때문에 잠이 안와요. 기철이 어떻게 할까 봐서, 그 분을 끌고 가버리지는 않을까, 고분고분 말 잘듣는 성격도 못돼서 기철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 고모가 말한 금선이라는 화선처럼 되면 어떡하지?'. 

답답하다. 그 분을 도망시키는 길밖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기철 그자가 궁에 예고없이 들어와 그 분을 만나고 돌아갔다. 그 분이 하늘에서 오신 분이라는 것, 관심은 없지만 그 분이 미래를 알고 계신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된 듯하다. 그 분이 위험하다. 앞날에 대한 궁금증, 사람들이 버리기 힘든 욕심 중의 하나이다. 더구나 가지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하겠지.

하늘세상에서 무엇을 보았느냐고 묻는 기철, 보고 들은 것이 없다고 말해줬다. 경창군 마마에게 들려드린 하늘세상 그 신비로운 빛을 그자가 탐낼 것이라는 것은 뻔한 일.  

기철이 돌아가고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서성이는 내게 우달치 애들이 슬금슬금 눈치를 본다. "안 가보셔도 되겠습니까? 그 분 기다리실텐데". 궁금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철에게 또 무슨 이상한 말을 했는지 불안하다. 아니 거짓말이다. 사실은 그냥 그 분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가지못했다.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을 그 분, 괜히 화만 더 돋구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대만이 대신 덕만이를 그 분에게 보냈다. 혹이라도 그 분 위험에 처하게 되면 말상대 해주지 말고 그냥 들쳐업고 도망치라는 말과 함께...  

일이 많아졌다. 전하의 사람을 모으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 사람들이라면 전하의 팔다리가 되어줄 것이다. 내가 아니더라도... 난 전하의 곁을 당분한 떠나있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전하가 윤허해 주실 것이라 믿어보면서...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분을 하늘문까지 모시고 천혈이 열리길 기다릴 생각이다. 시간이 더디 흘렀으면 좋겠다는 욕심과 함께 싸우면서, 그 때까지 그 분에게 아무 일이 없기만을 간절히 바라면서, 그 때까지만이라도 내 옆에 꼭 붙어있기를 바라면서, 남아달라는 말을 삼켜가면서, 나는 그 분과 이별을 준비했다. 돌아가길 원하는 분이시기에 내 곁에 남아달라는 말을 매일 매시간을 가슴에 묻어가면서...

그러나 난 그 분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 분의 작별인사를 듣고 알았다, 그 분을 보내기 싫은 내 마음을...

 

기철의 집에 다녀왔다는 말에 밀지를 대만이에게 던져주고 그 분에게 달려가 버린 나, 그 일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올 지 그 때는 알지 못했다. 피비린내 나는 죽음이, 그 분이 떠날 결심을 굳히게 될 것이라는 것도... 

"말했잖아요. 나 그 집에서 잘 지낸다고, 역모니 뭐니 해가면서 사람 갖고 놀지 않아도 됐다고요!", 의선을 그 집에서 빼내기 위해 전하께서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아느냐고 내 마음을 에둘러 숨겨본다. '임자, 진짜 모르십니까? 내가 얼마나 임자를 그 집에서 데리고 나오고 싶어했다는 것을...'. 쓸데없는 짓이었다고? "그렇습니까?".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간다.  

"그건 미안하게 됐어요. 의사인데도 아무 것도 못하고 헤매고, 그래서 경창군 마마 그렇게 당신 손으로 보내게 만들어서 미안해요. 하늘문 앞에서 당신 찔렀던 것도 미안하고.... 그래도 살아줘서 고맙고, 맨날 구박당하고 귀찮아 죽겠으면서도 나 지켜준 거 알아요.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 분의 말이 이상했다. 마치 떠날 사람처럼 그 분은 내게 작별을 고하고 있었다.

 

"이제 내가 알아서 할게요. 더이상 나한테 신경쓰지 말아요. 내가 알아서 내 세상으로 돌아가는 길 찾을 테니까". 기철을 상대하는 법을 알았다고 혼자 해보겠다는 그 분, 눈 앞이 아찔해 온다. 순진한 분, 기철이 어떤 자인지 차라리 몰랐으면 싶었다. 그 분같은 하늘세상 사람들에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잔인한 자라는 것을 차라리 몰랐으면 했다.

가슴 한가득 밀려오는 아픔, 서운함, 공허함, 나는 아직도 그 때의 내 감정을 한 마디로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하겠다. 가슴이 텅빈 느낌, 서늘한 바람이 가슴을 쓸고 머리를 돌아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다 쓸어가 버린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적당히 그 자가 원하는 것 알려주고 수첩을 찾겠다는 그 분, '수첩이라... 수첩... 그 분의 수첩. 그 분이 돌아갈 좌표가 적혀있을 지도 모른다는 수첩, 정말 그 수첩이란 것에 그 분이 돌아가는 방법이 적혀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약초원을 나온 한참 후의 일이었다. 더이상 그 분과 마주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뭔가가 내 가슴을 아프게 훑고 지나간다. 여인네 처럼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서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다시 못만나게 될 지 모르니까 미리 인사하는 거예요. 그동안 고마웠다고, 미안했다고... 그리고 웬만하면 싸우지 말고, 다치지 말고, 때가 되면 좀 먹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고, 그 분이 혼자 돌아가겠다는 말, 신경쓰지 말라는 말만 가슴 한복판을 아리게 후벼판다. 아프게... 그 순간 내 심장도 멈춰버렸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 분 나를 믿지 못하고 있구나, 내가 지켜주겠다고 한 약속, 하늘세상으로 돌려보내 주겠다는 언약, 그 분은 나를 믿지 않는구나... 가버린 그 아이처럼.  

 

*****여기서 본방에서는 은수의 감정선을 놓쳤었는데요, 은수는 이 때부터 최영에게서 더 떠나려고 하지요. 자기때문에 싸우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죠. 은수는 그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아직 자각하고 있지 못하지만, 그 사람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 이성계를 살리고 혼란스러워 했던 것은 최영때문이라는 것이 보였지요. 이렇게 가슴이 답답한데 내가 누구한테 말해! 이 말은 곧 당신을 그 아이가 훗날 죽일 건데 난 그런 아이를 살렸다고, 당신을 죽일...

그리고 더 혼란스럽습니다. 은수가 알고 있는 역사를 바꿔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이죠. 전 이 때 은수가 역사를 걱정하는 것보다는, 최영에 대한 걱정이 더 앞섰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역사 속의 최영장군이 아니라, 은수가 마주하고 있는 그 사람 최영.  

자기때문에 싸우고 위험에 처해지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 꼭 살아야 하니까요. 은수가 하늘세상으로 돌아가더라도 은수의 기억속에서는 살아있을 그 사람으로 간직하고 싶어하죠. 그래서 전의시를 빠져나와 하늘문으로 남장을 하고 홀로 떠나는 결심까지 하게 된 것이고 말이죠.

은수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추스리려고 한동안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 있었지요. 모질게 작별의 말을 하고, 돌아가는 최영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지요. 축 늘어진 어깨, 그가 어떤 마음으로 약초원을 돌아 병영으로 갔을지 은수는 마음아프게 지켜만 봐야 했습니다. 그것이 그 사람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 사람을 지키는 것이 자기가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말이죠.   

*****

 

약초원에 수상한 낌새가 있었다. 그 분을 노리고 있음이리라. 그 분의 말을 엿듣고 있음이리라. 하도 화를 내는 바람에, 아니 내가 의선이 살린 그 아이에게 죽을 거라는 말에 잠깐 정신을 놓는 바람에 말해주지 못했다. 말 알아듣는 쥐새끼가 있다는 것을... 그 분과 대화나누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말 잘라먹는 버릇에 도통 내 말을 먼저 들으려고 하지 않는 그 분, 무조건 내 말만 들으라고 윽박질렀던 것이 이제서야 후회가 된다. 말로는 도저히 그 분을 이길 재간이 나에겐 없다(괜찮아요, 대장! 대장에게는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눈빛이 있잖아요! 대장의 눈을 보면 그냥 다 설득당하고 싶답니다. 이민호의 눈빛은 블랙홀!).  

도망시켜야 겠다. 전의시도 안전하지 못하다. 기철의 손이 뻗치지 못하는 곳으로 도망시켜야 한다. 전하의 힘이 돼줄 사람들을 모으는 일만 마치면 그 분을 데리고 궁을 나가야 한다. 기철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그러나 내 바람은 산산히 부서지고 있었다. 죽어나가는 전하의 사람들, 왕비마마와 장어의, 그리고 그 분의 목숨으로 협박하는 기철, 그 자리에서 목을 베어버리고 싶었다.

우달치 애들이 의선이 없어졌다는 신호를 보내온다. 의선을 찾아 달리는 마음이 타들어간다. 말은 왜 그렇게도 느리게 달리는지, 그 분을 향해 달려 가는 동안 '임자.. 임자.. 임자..'밖에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기철의 목에 칼을 겨누는 최영 이민호의 카리스마, 이글거리는 눈빛은 분노를 담고 있었습니다. 의선이라는 말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짧은 시간의 불안감, 혼자 알아서 하겠다고 작별인사를 하는 은수를 바라보는 허허로운 눈빛, 그리고 그 안에 담은 더 많은 이야기들, 이민호의 눈빛은 자체로 대사입니다(이민호의 눈빛에 담긴 매력은 따로 글로 한 번 정리할게요).

***신의병동 심리치료 시간입니다. 신의를 보면서 우리 딸래미한테 매번 물어보고 답하는 말이 있었답니다.

질문1, "이민호는 뭐다?"

.....

질문2, "이민호는 뭐다?"

....

답은 더보기 클릭해서 보시고 임자팬들도 각자의 답을 달아보세요^^

 

더보기

 

***수우언니님이 데미안과 최영의 각성에 대한 좋은 글 올려주셨는데요('신의 8회, 저를 가지십시오, 싸움은 제가 하겠습니다' 리뷰글 댓글), 완전 감동먹었습니다. 읽어들 보셔요.

***이틀전부터 구글검색이 안되더라고요. 그것때문에 어제 하루종일 원인 찾느라고 땀 삐질삐질 흘렸는데요, 악성코드가 있다는 말에 댓글들 하나씩 지워보고 살리고 하느라 목이 뻐근합니다. 원인은 원래 달려있던 알라딘 광고를 악성코드로 인식했다네요. 구글이 그렇게 인식했다는데 황당! 알라딘 광고 수입은 시설에 자원봉사하시는 이웃 블로거를 통해 연말에 항상 책으로 기부를 해왔는데 이제 못하게 됐네요. 완전 나빴어 ㅠㅠ 그래서 알라딘 광고를 내렸는데 이제 될지는 모르겠어요. 구글검색이 안되면 네이버나 다음에서 검색을 하시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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