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이민호'에 해당되는 글 50건

  1. 2013.01.01 'SBS연기대상' 이민호, 시청률은 부끄러워도 연기는 부끄러워 마라 (286)
  2. 2012.12.24 이민호, 신의를 통해 본 눈빛연기의 비밀과 그 매력탐구 (433)
  3. 2012.12.21 '신의 24회(최종회)' 왜 하필 이 분이었을까? 이제 찾았습니다 (243)
  4. 2012.12.20 '신의' 사라진 아스피린통, 미완으로 남긴 천혈의 과제 (225)
  5. 2012.12.18 '신의 23회(재)' 검을 내려놓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193)
2013.01.01 12:02




MBC연기대상 결과에 너무도 큰 충격을 받아서 연기대상에 대한 글은 일절 쓰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더킹투하츠' 이승기와 하지원을 속된 말로 '버린' 밴댕이 소갈딱지 속내를 깊이 생각할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빛과 그림자'의 안재욱을 버리는 순간, 이미 무너져버린 드라마 왕국 MBC의 실상을 재확인했을 뿐이니까요.

그에 반해 SBS는 연기자와 시청자들 모두가 윈-윈의 즐거움을 누렸던 시상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수상한 작품들과 배우들 모두가 제가 애정으로 본 작품들이었고(다섯손가락은 전 안봐서 모르겠습니다), 탈만한 배우들이 수상했습니다.  

 

특히 손현주의 연기대상 대상수상은 정말 기쁘고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는 그의 수상소감에 울컥해버린 시청자들이 대부분이었을 겁니다. 아이돌도 스타도 없었지만, 박근형 선배님이 있었다는 그의 정중한 인사에 눈시울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손현주의 깍듯한 인사에 맞춰 저 역시도 박근형님께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손현주씨! 진심 또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시상식 전부터, 그리고 추적자 방송내내 큰 상 타기를 응원했습니다^^. 프로듀서들이 뽑은 연기자상을 수상하신 박근형님께도 축하인사 드립니다. 추적자의 서회장으로 극의 무게감을 더해주신 박근형님, 욕봤습니다^^ 

추적자, 유령, 옥탑방 왕세자, 신사의 품격, 신의 등 제가 애정했던 이유들이 확인된 시상식이었기에 방송진행 자체는 큰 재미는 없었지만, 마음만은 흐뭇하더군요.

 

손현주의 수상소감에 함께 눈물을 쏟으면서, 한편으로는 이민호의 수상소감에 내내 마음이 짠하고 불편하더군요.

"평소에 존경하고 훌륭하신 선배님들과 후보에 올라 영광이었고, 많이 부끄럽습니다. 작년에도 똑같은 상을 받았는데 올해는 많이 부끄럽고... 신의라는 작품이 시작전부터 말도 많았고 문제도 많았는데, 무사히 끝날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하고, 올 여름 무더웠는데 많은 땀을 흘리신 스텝분들, 배우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작년에 같은 상을 받으면서 다음 작품은 개인이 아닌, 드라마를 함께 찍은 팀이 다같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올해도 잘 안된 것 같아 아쉽고, 쓸쓸하기도 하고... 늘 사랑주시는 국내외 팬들, 만날 때마다 좋은 에너지, 눈빛을 보면 계속해서 책임감이 더 생기는데, 쉬지 않고 부지런히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출연료 미지급 등 드라마 내외적으로 시작전부터 지금까지 문제들이 많은 신의, 쓸쓸하고 아쉽다며 함께 했던 분들이 보고싶다며, 다 잊고 술한잔 하자는 말로 착잡한 심경을 보여주기도 했지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동안 모든 드라마 리뷰들을 제껴두고 신의 재리뷰를 해왔습니다. 드라마에서 풀어내지 못한 담론들을 신의 임자방을 개설해 결론(?)을 도출해 보고, 신의가 던져놓은 함축적인 의미들을 함께 풀어보면서,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했던 두 달여의 시간들... 제가 신의를 재리뷰하면서 최고의 수확이라면 드라마 신의가 다 풀어내지 못한 묵직한 주제 믿음(기다림으로 완성한 사랑, 믿음의 무게와 의미)과 이민호라는 배우의 재발견이었습니다.

팬심을 떠나 작품을 끌어가는 그의 캐릭터의 진화과정은 흥미로운 연구대상이었거든요. 이전 글 <신의를 통해 본 이민호의 눈빛연기의 비결과 그 매력탐구(http://lovetree0602.tistory.com/1353)> 글을 참조하시면, 이민호가 최영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성장시켜 갔는지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듯합니다. 

전 이민호의 팬이기도 하지만, 이승기의 오래된 팬이기도 하고, 박유천과 송중기도 심하게 애정합니다. 왜냐? 이들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그가 아니면 안되게 작품들을 통해 증명하고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타고난 천재형 연기자보다는 노력형의 연기자를 좋아합니다. 이민호나 이승기, 박유천, 송중기는 천재형의 연기자들은 아니에요. 어딘가 하나씩은 부족한 점들이 있는 배우들이죠. 그럼에도 그 부족한 점들을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고민과 노력을 통해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보여온 친구들입니다.

 

이민호가 최우수 남자 연기상(미니시리즈 부문, 10대스타상도 수상했습니다)을 수상하면서 부끄럽다는데, 자신의 연기에 대한 겸손한 표현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큰 기대를 모았던 대작 신의가 초라한 시청률을 거둔 때문이기도 했겠지요.  

 

신의가 드라마로서의 완성도나 스토리 전개, 캐릭터 부분에서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은 분명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영앓이, 임자커플 폐인들을 양산한 이유는 최영이라는 인물을 너무나 잘 그려준 이민호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민호 혼자서 끌고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민호라는 배우의 역할이 컸던 게 사실이니까요. 초반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사랑이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공민왕의 각성과정의 미흡함(역사적 인물로서도 한계를 가지는 공민왕이기에)으로 인해 주춤거릴 때 치고 나와 준 인물이 최영이었습니다. 

 

은수라는 인물과 고려를 짊어진 무사 최영의 고뇌, 검의 무게를 극복하는 각성과정, 은수를 지키고 바라보는 최영 이민호의 우직하고 정직한 눈빛은 신의의 큰 주제를 끌고 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이민호가 극중 최영이라는 인물과 하나가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더킹투하츠의 이승기나(이승기와 하지원에게 제 개인적으로 상을 줍니다. 트로피는 없지만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화가 날 정도로 찬밥을 준 안재욱에게도), 옥탑방 왕세자 박유천도 마찬가지입니다. 극중 인물을 그 배우가 아니면 상상하기 힘들게 하는 캐릭터와의 일치, 좋은 연기란 이런 것이라고 봅니다. 언제부터 시청률이 배우의 연기력의 척도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물론 시상식에서만 왕왕 이런 일이 빚어지죠), 진짜 부끄러운 트로피를 받고 웃는 배우들을 보면 어이없는 한숨만 나오죠. 

 

거의 일년 중 반을 신의에 미쳐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신의앓이, 최영앓이를 하게 한 이민호, 꽃보다 남자, 개인의 취향, 시티헌터를 통해 다져 온 그의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때문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제 경우는 도대체 저런 눈빛연기가 어떻게 가능할까를 보기 위해 역으로 과거 작품들까지 찾아본 케이스였습니다.

이민호의 전작들 속의 캐릭터 구준표(꽃보다 남자), 전진호(개인의 취향), 이윤성(시티헌터), 그리고 신의의 최영에 이르기까지 이민호의 연기를 분석하면서 얻은 결론은 변신에 대한 노력이었습니다. 지고지순, 우직하게 한 여자만을 향하는 공통점이 있는 캐릭터들인데도, 각각의 느낌이 다 달랐습니다. 최영을 보다보면 구준표나 전진호, 이윤성이 어색하고, 구준표를 보면 다른 캐릭터들이 구준표와 매치가 안되는 그런 느낌말입니다. 여자 바라기만을 하는 촉촉한 감성의 눈빛은 구준표, 전진호, 이윤성, 최영에 이르면서 한층 깊이있고 성숙해 있었습니다.

 

욕심내지 않고 연기 필모그라피를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는 이민호, 최영이라는 인물은 이민호의 연기 스펙트럼의 확장과정이었습니다. 첫 사극임에도 부자연스러운 사극의 발성도 보이지 않았고(물론 발음이 군데군데 새는 부분은 있지만, 초반작품보다 많이 고쳐졌더군요), 감정절제를 통해 오히려 더 많은 감정들을 전달할 줄 아는 연기자 이민호, 그는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더 많은 잠재력을 가진 배우입니다 

 

어떤 기사에서 읽었는데 이민호를 노안이라는 표현을 했더군요. 전 그 기사를 보고 갸우뚱했습니다. 연상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면서도 나이차를 느끼지 못하게 한 것을 빗대 한 말이겠지만, 그게 이민호의 선굵은 마스크의 특징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민호는 극중 캐릭터의 나이를 스스로 만들 줄 아는 배우입니다. 연기라는 것, 그 캐릭터가 된다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닐까요? 연기의 깊이! 배우의 실제 나이를 잊게 만드는 것, 즉 캐릭터와의 일치! 이민호가 고려와 그의 여인을 목숨으로 지키고 사랑한 최영이었듯이 말입니다.

 

***좋은 드라마로 시청자를 울고 웃게 한 연기자들 모두,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새해맞이 임자팬들에게 드리는 선물이자 숙제(ㅎㅎㅎ)드립니다. 한해를 마감하면서 그리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전 김광석 버전의 '광야에서'를 들었습니다. 임자팬들과 함께 고려의 마지막 무사 최영의 심정으로 함께 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故 김광석이 부른 광야에서를 좋아하는데, 노찾사와 안치환의 광야에서 버전도 기분에 따라 바꿔가며 듣습니다. 취향에 맞는 버전으로 들어보세요. 어제보다 나은 오늘과 내일, 희망을 꿈꾸며.... 

 

 

임자팬들과 독자여러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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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4 10:26




처음 이민호를 봤던 것은 기사를 통해서였습니다. 보지 못했지만 꽃보다 남자라는 기사들이 눈에 많이 띄었죠. 첫느낌은 좀 느끼한 미남, 게다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뽀글머리...그냥 신세대 스타가 하나 나왔나보다 거기서 멈췄습니다. 그 때는 드라마를 별로 보지도 않았고, 지금도 그렇지만 드라마 편식이 좀 강한 편이라...

 

이민호 출연작을 처음 본 것은 시티헌터의 이윤성, '앗 그 이민호가 이 이민호였어? 액션이 좋네.. 그런데 발음은 좀 샌다. 액션 하나는 기가 막히게 좋다' 이 정도... 개인의 취향은 첫 한 두편을 보다 여주인공에게 너무 놀라서 포기했다가 이민호의 눈빛연기와 키스신의 비결을 찾아보기 위해 다시 보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시티헌터를 보던 중 개인사정으로 드라마를 열심히 볼 수가 없는 상황에 처해 대충 보다보니 드라마도 대충보게 되고... 리뷰를 쓸 드라마가 아니면 좀 편하게 드라마를 보고, 리뷰를 쓰고 싶은 드라마라면 돋보기도 모자라 현미경까지 들이대고 보는 수준이라... 

제게 있어 이민호의 데뷔작은 신의의 최영이라는 캐릭터인 셈입니다. 첫방을 보고 사극과 참 어울리는 비주얼을 가졌구나, 눈이 호강하게 생겼다 축복이로구나 했지요. 그런데 웬걸...언제부터인가 이민호의 눈빛에 빨려들어가는 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늪도 아닌 것이 묘한 매력이 있더란 말이죠. 

제가 늪에 비유하는 배우는 따로 있습니다. 김남길! 김남길의 눈빛연기를 보면 그냥 스윽 빨려들어가는 뭔가가 있는데, 제가 빨려들어가는데 김남길이 빨아들이지는 않아요. 그냥 제가 빨려들어가는 거지.

그런데 이민호는 이민호가 빨아들이더란 말입니다. 엇 이거 아닌데, 난 이렇게 젊고 샤방하게 잘생긴 남자한테 빠지면 안돼, 임자가 있걸랑! 그러나 멈출 수 없었습니다. 폭주기관차처럼 돌진해 가는 나를 어느 순간 걱정하기에 이르렀죠.  

 

그래서 이민호의 눈빛에 대해 집중탐구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그렇게나 애정해 온 이승기에게도 찬사를 아끼고 있건만, 헤어나오지 못하고 빠져드는 이민호의 눈빛의 매력이 뭘까?

 

이민호 눈빛연기 탐구 1

우선 눈빛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꼽으라면 전 안성기, 김남길이었습니다. 그리고 신의를 보면서 이민호를 추가했습니다. 이민호에 대한 애정까지 더해져 허부적대는 팬이 되었죠. 김남길의 눈빛연기는 선덕여왕과 나쁜남자를 보면 진짜 죽입니다. 나쁜남자는 중간에 길을 헤매서 작품 완성도가 떨어져 버렸지만, 오직 김남길때문에 끝까지 갔던 작품이었습니다.

 

각설하고 김남길을 이민호의 눈빛연기에 왜 끌어왔느냐? 둘의 눈빛연기가 마치 N극과 S극처럼 극과 극이라는 것입니다.

김남길의 눈빛은 짙은 바다가 떠오르고 이민호는 맑은 호수가 생각납니다. 그런데 공통점이 있어요. 깊이를 알 수 없다는 것! 김남길은 짙어서 깊이를 알 수 없고, 이민호는 너무 맑아서 밑바닥이 보이는데 들어가보면 엄청난 깊이의 호수라는 점. 공통점은 깊다.  

김남길의 눈빛은 그림으로 비유하면 유화같습니다. 바탕 채색이 무슨 색깔인지 알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자꾸 집중하게 돼죠.

이민호의 눈빛은 수채화 같습니다. 투명해요. 전 송지나 작가의 이민호(최영)를 표현한 말중에 강직한 눈빛, 정직한 눈빛이라는 말이 딱 이민호의 눈빛이라 생각해요. 정말 잘 보신 듯...언젠가 글에서도 쓴 것 같기는 한데...

 

본격적으로 이민호의 눈빛연기에 대한 분석 들어갑니다.

우선 이민호의 눈빛연기의 비결에서 가장 매력은 눈이 예쁘고 크고 잘생겼다!!^^  그리고 동공의 사이즈가 눈 사이즈 대비, 환상적인 비율을 가졌어요. 타고난 복이죠.

 

이민호는 여백을 만들어 가는 눈빛연기를 합니다. 김남길의 경우는 눈빛에 그 캐릭터를 다 담아 꽉채우는데, 그것이 김남길의 매력이기도 한데, 이민호는 2% 정도를 비웁니다. 그게 고개를 돌리는 습관(?)을 자세히 보면 보여요.

이민호는 상대배우와 대화도중 고개를 두어번쯤 돌리며 캐릭터의 감정을 화면밖으로 보내지요. 시청자는 그것을 마치 내게 얘기하는 듯한 감정으로 받아들이게 되고요. 

대개의 연기자들은 진지한 상황에서는 혼자 용을 쓰듯 진지하죠. 미간을 찌푸린다든가 눈 주위를 가느랗게 뜨고 생각을 모으는 모습을 취한다든가...

그런데 이민호는 그냥 던져요. 나 지금 이런 고민에 빠졌어요 라고 호소하듯이... 그때마다 눈동자를 작게가 아니라 눈에 보일정도로 움직이죠. 가늘게 눈동자를 떠는 인물은 대개 의뭉한 생각을 할때가 많죠. 혼자 뭔가를 계산하는 눈.

그런데 이민호는 가늘게 떨지 않고 오히려 눈동자를 좌우로 표나게 움직입니다. 마치 내 감정을 읽어달라는 듯 말이죠. 그리고는 허공에 그 감정을 툭 던져버립니다. 그러니 내가 들어가서 그 얘기들을 들어주고 싶게 만드는 거죠. 제가 이민호는 시청자를 빨아들인다고 표현한 것이 이때문입니다.

즉 대개의 연기자는 자기 감정에 푹 뺘져서 그 캐릭터가 이런 고민을 이런 갈등을 하고 있다고 그 캐릭터의 감정을 제 3자로 지켜보게 하는데(이게 좋지않은 연기라는 말은 아니에요), 이민호는 상대배우는 물론 모니터 밖의 시청자에게도 감정이입을 시키죠. 2%의 던짐을 통해....  

 

이민호의 눈빛은 솔직합니다. 맑은 호수처럼.

이게 상대배우와의 아이컨텍에서 뚜렷하게 보이는데요, 상대방과 대화할 때 이민호는 눈 근육을 거의 움직이지 않습니다.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다던가 바르를 떤다든가 하는 모습없이 그냥 있는 감정을 그대로 보내죠. 눈동자도 거의 움직임이 없는데, 이때 이민호의 힘은 눈동자에 힘을 모으는 양미간이 아니라, 눈동자로만 내보내죠.

 

자 따라해보기.....

일단 양미간에 힘을 주듯 눈에 힘을 줘보세요.

다음은 눈동자에만 힘을 줘보세요.

느껴지는 분위기가 좀 다르지 않나요?

첫번째 방법은 강요의 감정이 읽어지죠. 두 번째 방법은 설득의 감정(?) 비슷한 느낌이 전해지지 않나요? 

 

그래서 그 그 감정이 굉장히 정직하게 나와서 아 이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구나를 그냥 느끼게 해버립니다.

말 그대로 정직한 눈빛... 이게 그 캐릭터의 감정이 되지 않으면 힘든 거거든요.

많은 연기자들의 눈빛연기의 특징 중 하나가 캐릭터를 강하게 표현하고자 눈 근육에 힘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민호는 그 캐릭터의 진심을 그냥 그대로 읽어달라는 듯 오로지 눈빛에만 실어 보냅니다. 미간의 찌푸림, 즉 강요의 감정없이....

***여기까지는 지난 글에서 댓글에 옮겼던 부분입니다. 댓글에 이민호 눈빛연기에 대한 제 소견을 다 말하기는 부족한듯해서 포스팅을 따로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이렇게 글로 발행합니다. 무엇보다 예를 보여줄 사진이 필요한데 댓글에는 사진을 넣을 수가 없다는 한계때문에... 그래서 오늘글은 사진이 좀 많습니다;; 회차별로 좋은 장면 재감상하시면서 그 때의 감정들을 떠올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아래 사진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모습 중 하나입니다. 

 

이민호의 눈빛연기 탐구 2

제가 좋아하는 눈빛을 안성기와 김남길이었다는 말을 하면서 안성기의 눈빛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요, 두 배우의 눈빛이 하나가 된 배우가 안성기이기 때문입니다. 안성기의 눈빛은 수묵화같습니다. 아주 오래전 영화이기는 하지만, 기쁜 우리 젊은 날과 겨울나그네는 이민호의 눈빛이 담겨있습니다. 실미도, 하얀전쟁, 무사라는 영화에서는 김남길의 눈빛을 많이 보게 되고요. 그리고 마지막 최영의 엔딩장면에서 보여주는 눈빛이 제겐 축제라는 영화에서의 안성기가 연상됩니다.

특히 김남길과 이민호의 눈빛연기의 극과 극이 영화 '무사'에서의 안성기의 눈빛에 다 담겨있습니다. 김남길의 유화같은 눈빛(늪과 같은 눈빛), 이민호의 수채화같은 눈빛(맑은 호수와 같은 눈빛)이 안성기에게서 다 보이거든요(안성기의 영화는 거의 다 봤는데 아쉽게도 아직 부러진 화살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전 안성기의 눈빛에 사랑에 빠지지는 않습니다. 그저 경외와 존경의 눈으로만 보게 하거든요. 

훗날 김남길이나 이민호가 안성기의 순수와 깊이를 잃지 않은 경외의 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는 두 배우를 진지하게 응원하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승기도^^

 

이민호의 눈빛연기의 특징은 캐릭터의 감정선에 따라 순차적이라는 점입니다. 캐릭터의 변화까지 예상하고 계산한 듯한... 이민호의 눈빛연기를 집중분석해 가면서 왜 이렇게 빠져들어가게 만들었을까를 종합해보니, 이민호에 대한 제 개인적인 애정도 물론 무시하지는 못하겠지만, 이 순차적인 감정의 흐름을 이민호가 완벽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감정의 널뛰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감정의 순차적인 변화를 표현하는 것은 캐릭터의 중요한 감정선입니다. 제가 개인의 취향과 신의를 보면서 여주인공의 감정선에 몰입하지 못한 이유가 그 순차적 감정선을 예측하지 않은 캐릭터때문이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해 버려서, 아니 얘가 언제부터 좋아했던 거지? 좀 황당스럽기도 했고요. 대부분의 멜로는 사랑이라는 것을 향해 가기에 아무리 무개념 망가진 연기를 보여줘야 할 지라도, 그 캐릭터의 감정선이 변화되어 가는 단서들을 남겨야 하는데, 그게 아니어서 말이죠. 여자 연기자들 중에 이런 감정선을 순차적으로 계산해서 보여주는 연기자가 하지원, 문근영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 두 배우를 격하게 아낍니다***

이민호의 눈빛연기의 비밀, 혹은 비결을 분석하면서 또 하나 제가 주목한 것은 최영의 머리띠였습니다. 헤어스타일의 변화는 캐릭터의 성장과 매우 중요한 연결이 되거든요.

처음 최영의 머리띠는 적월대의 머리띠(두건, 복면)였죠. 7년전 우달치 대장으로 부임하고, 이 후 머리띠를 풀었죠. 공민왕과 노국공주를 호위하면서도 최영은 머리띠를 하지 않습니다. 떠날 생각을 하고 있던 그가 무사의 상징이기도 한 머리띠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죠. 

 

그럼 이민호는 최영이라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머리띠(헤어스타일)와 눈빛으로 어떻게 순차적으로 보여왔는가?

은수를 처음 본 프리젠테이션에서의 처음 시작, 그것은 생경함이었을 겁니다. 아름다운 여인을 본 한 순간의 떨림, 신비로운 경험... 그렇지만 금방 접습니다. 돌려보내야 하니까요. 아무런 미련없이 천혈 앞에서 은수에게 정중하게 목례를 했던 것처럼... 

그리고는 원망의 눈빛을 표하기도 했지요. 칼에 찔린 최영을 살려낸 은수로 인해 또다시 의무감과 책임감을 떠안게 된 귀찮음, 최영의 그 때 마음을 표현한 대사가 공민왕이 떠나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빌어먹을"이라며 불만을 표한 것이죠.

은수를 거칠게 벽으로 밀면서 "내가 임자때문에 지금..."하고 뒷말을 삼키면서, 은수에 대한 원망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왜 살려가지고 날 귀찮은 상황속에 던져놨느냐는 불만이었죠.

그리고 최영의 눈빛이 고려황실로 돌아온 이후 바뀌기 시작합니다. 전의시에서 밥 안준다고 투덜대고 허연 맨다리를 드러내는 은수를 지켜보면서 알 수 없는 떨림, 계속 지켜보고 싶은 남자의 마음이 드러나기 시작하죠.

 

폐열증으로 고통을 참으면서 죽든 말든 혼자 알아서 하겠다는 최영에게 은수가 아스피린을 쥐어주며 말하죠. "죽지마요". 죽지말라는 말, 어쩌면 최영에게는 부담감처럼 무겁게 다가왔을 겁니다. 언제나 목숨을 내놓고 싸워왔던 무사 최영에게 죽지말라는 말이 얼마나 무겁고 부담스러웠을까요?

 

기철의 집에 은수를 찾으러 갔을 때, 얼굴에 손을 대는 은수에게 그의 얼굴을 내주면서 그는 진짜 사랑(짝사랑이지만)을 시작합니다. 설렘의 감정으로 말이죠. 그 감정의 연결이 강화로 가는 길에 은수가 언제부터 연모한 거냐고 가슴팍을 쳤을 때의 덜컹거림입니다. 그래서 "왜 하필 저 여인을 데려왔을까?"라며 자신의 혼란스런 마음을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최영이 머리띠를 다시 하게 돼죠. 경창군의 죽음이후 최영의 각성이 시작된 지점에서 입니다. 최영은 이 때 공민왕의 사람이 되면서 매희 그 아이를 보냅니다. 그리고 은수가 그의 마음 전부가 되었다는 것을 자각하기도 합니다. '마마 저를 가지십시오, 싸움은 제가 하겠습니다'. '언제부터지? 그 아이 얼굴이 기억이 안난다'.

기철의 집에 있는 은수를 지켜보는 눈에는 짝사랑의 눈빛이 진하게 담겨갔지요. 나뭇가지 사이로 은수를 지켜보고, 기철의 집에서 도망치려다 비탈길에서 넘어지려는 은수를 받아주기도 하고... 

 

검을 찾으러 왔다며 기철의 집에 다시 갔을 때, 은수가 그의 팔을 잡으며 살아있어서 됐다라고 말했을 때, 이 때부터 최영는 설렘의 단계를 넘어 사랑으로 넘어갑니다. 돌려보내겠다는 마음과는 별개로 움직이는 감정으로 말이죠. 그래서 이때부터는 설렘의 덜컹보다는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지켜봄의 짝사랑 눈빛이 됩니다.

은수를 대역죄인으로 친국하는 자리에서 끌려가는 은수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못했던 최영은, 은수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노국공주의 처소에서 나오는 은수를 기다리다가 정강이를 호되게 걷어채이고도, 아무말 못하고 은수를 지켜보기만 하죠. 장빈에게 안겨 우는 은수를 보면서 말없이 발길을 돌리기도 하고...

 

잊을 수 없는 최영의 표정, 글에서도 밝혔지만 이민호의 최영에 빠져버리게 만든 칠살을 처리한 후 거친 숨을 내쉬는 이민호의 눈빛은 압권입니다. 여기서는 은수에 대한 감정보다는 무사의 감정이 큽니다. 훗날 "이 검이 베어야 할 것들을 베지 못하고 가여운 것들만 벱니다"라는 고백으로 이어지는... 그리고 검은 삿갓을 살려보내기도 하죠. 

 

은수가 떠나자 최영은 기철과 함께 죽으려고 동반죽음을 시도했죠. 최영의 언 손을 녹여주는 은수의 눈물을 보며 최영의 감정은 한단계 넘어갑니다. 최영 그도 놀랐거든요. 은수의 마음을 조금 알아버린 것이죠. "다시는 목숨거는 짓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울지마요". 우는 은수를 보는 이민호의 눈빛은 설렘의 감정이 전혀 없습니다. 놀람의 감정이었습니다. 그 분 마음을 안 것에 대한... 

은수의 다이어리를 건네받게 하고, 독에 중독된 것을 모른채, 은수를 하늘문으로 데려가면서 최영은 그의 마음을 홀로 고백합니다. 문지방 너머에서 은수의 그림자를 따라가는 손, 그 때의 최영의 눈빛은 버림이었습니다. 연모의 마음을 버려야 하는 괴로움... 그래서 그 눈빛에는 진한 슬픔이 베여있습니다. 가슴을 아리게 하는 미치도록 아픈 슬픔...

"지금도 너무 많습니다", 더 알고 싶은 것이 없을 정도로 은수에 대한 연모의 마음이 너무도 컸던 최영. 

덕흥군과 혼례를 하겠다는 은수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최영, "이 한심한 분을 어떡하나, 내 옆은 안되겠냐고!", 이때부터는 짝사랑의 지킴이 감정을 버리고, 정면돌파 직접 고백단계로 넘어가죠.

그리고 이민호의 눈빛은 다시 변화합니다. 자기 여자를 보는 눈빛으로 변했지요. 짝사랑의 눈빛과는 다른 좋아하는 마음을 감추지 않은 눈빛, 그래서 그 눈빛이 정직한 눈빛으로 변하죠. 은수에 대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으니까요.  

은수에게 내 옆은 안되겠느냐고, 대전에서 은수에게 기습키스를 하면서 은수에 대한 감정을 다 보이기 시작한 최영이 한 번 흔들리는 씬이 있습니다. 은수의 백허그 고백 때... 남으면 안되느냐는 은수의 고백에 이민호는 눈을 질끈 감으며 감정 컨트롤을 했었죠. 붙잡고 싶은 갈등과 은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보내야 한다는 다짐의 눈빛으로. 

그리고 딱 한 번 이민호에게 거짓의 눈빛이 나옵니다. 이민호가 얼마나 감정연기를 잘했는지 이 부분에서의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은수를 잊을거라고, 밥도 잘먹고 잘 지낼거라고 했던 장면에서 이민호의 눈빛을 보면 눈에 생기가 없어요. 진심이 느껴지지 않죠. 좀 멍한 느낌의 강요만이 보입니다. 이게 그 캐릭터가 되지 않으면 힘든 눈빛연기인데 이민호는 정말 캐릭터 은수를 사랑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보내도 잊을 거라는 말이 거짓임을 이민호도 감추지 못했던 것이고요.  

 

그리고 최영이 머리띠를 다시 푸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때부터 이민호는 샤방한 모습을 버리고 원숙한 남성미를 풍기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제겐 그 분이 먼저였습니다"라는 고백과 함께 공민왕을 떠나면서 말이죠. 그리고 다시는 머리띠를 하지 않습니다. 궁으로 돌아와서도... 아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의 고백과도 연결되는 머리띠입니다. 검의 각성과 함께 이 머리띠는 결국 불필요한 것이 되고 맙니다. 귀검을 뛰어넘는 각성을 이뤘듯이 머리띠에도 얽매이지 않게 된 것이죠. 

하늘문으로 향하면서 이민호의 눈빛은 설렘이나 떨림, 덜컹의 감정없이 내 여인을 바라보는 마음만 보입니다. 평온하기까지 하죠. 은수의 마음을 확인한데서 오는 자신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보내야 한다는 갈등은 있지만 적어도 혼자만의 짝사랑 감정은 전혀 없지요.

많은 경우 연기자들이 감정선을 연결하면서 설렘과 덜컹거림을 반복하는 우를 범하기도 합니다. 혼자 좋아했다가 상대도 좋아한다는 것을 알면, 다시 설렘과 덜컹거림으로 그 감정을 반복하는 경우를 보는데, 이는 잘못된 감정표현이죠. 그 때는 설렘이나 덜컹거림보다는 안도와 자신감의 덜컹거림으로 연결해야 하거든요. 이런 안도와 자신감의 덜컹을 이민호만큼 제대로 보여준 경우를 보지 못했네요.  

그래서 이때부터 이민호의 표정을 보면 원숙한 남자의 모습이 되어있습니다. 감옥에서 탈출해 나온 최영을 은수가 달려와서 안았을 때의 표정, 은수의 머리카락을 넘기다 울고 있던 은수를 보는 표정, 은수가 피묻은 갑옷인 채의 최영을 안아주었을 때의 이민호의 표정을 비교해 보면, 그 순차적인 감정을 이해가 쉬울 듯 합니다. 

원숙한 최영의 모습이 가장 잘 나타난 장면이 노국공주의 유산때 은수의 손을 잡아주던 모습과 녹주독을 먹고 고통이 시작된 은수를 안고 최영 그가 더 고통스러워 하는 장면입니다. 독자분도 그 장면을 애정하는 장면이라고 하셨는데 저도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물론 이민호의 심장에 꽂히는 매력적인 눈빛, 초롱초롱 별이 한 두개 박혀있는 듯한 맑은 눈빛의 매력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눈빛연기의 비밀은 뭐니뭐니 해도 캐릭터가 되는 것입니다. 개인의 취향을 다시 찾아보면서도 느꼈는데, 이민호의 눈빛연기의 비밀은 극중 상대 캐릭터를 진짜 사랑했던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허공으로 감정을 보내 교감하면서 시청자를 그 캐릭터의 감정선으로 빨아들이는 힘, 2%의 던짐 그 여백의 눈빛이 그려내는 감정들, 그 캐릭터가 되지않고서는 아무리 눈빛이 맑고 좋아도, 정직한 눈빛은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이 모든 감정선, 설렘, 놀람, 짝사랑, 아픔, 확인, 굳은 사랑과 강한 믿음의 순차적 결과물이 마지막 엔딩장면에서의 평온할 정도로 담담한 최영의 표정입니다. 감동으로 벅차 눈물만 차오르는 원숙한 모습, 은수가 돌아올 것이라는 믿은 긴 기다림, 몇 번이고 최영이라는 캐릭터가 되어 생각해 봤습니다. 나라면 어땠을까? 연기가 아니라 그 캐릭터가 되었을 때... 처음에는 이런 말도 안되는 기적이! 하면서 동공이 확대되지 않았을까? 했습니다. 아니야, 이민호가 저렇게 표현한데는 분명한 자기 분석이 있었을 것이야...

아...그러고 보니 최영의 유일한 취미생활이 낚시! 긴 시간 낚싯대를 드리우고 기다리는 강태공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아 그거였구나, 이민호는 진짜 최영이었어! 

 

알맹이 없는 글은 아니었을까 걱정도 되는데, 이 글이 신의 재리뷰를 풍부한 이야기들로 채워주신 임자팬들, 제게 많은 가르침을 주신 신의방 왕언니님께 드리는 작은 선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최영이라는 인물을 너무나 잘 그려준 이민호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드리는 제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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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1 16:45




오랜 장정길의 끝신의 마지막회입니다. 마지막회까지 왔는데도 10부 능선에 도달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9부 능선 어디쯤에서 헉헉대던 숨을 고르면서 정상을 올려다 봤다가 하산길을 내려다 보기를 반복할 것 같네요. 앓던 이가 빠지는 시원함이 느껴질지, 더 아려올지 이 글이 끝나도 모를 것 같습니다.

잔을 비워야 또 채워지는데 여전히 그 잔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미련은, 사랑보다 무거운 주제 신의를 보여 준 최영(이민호)이라는 인물에 대한 지독한 사랑때문이 아닐런지...  

 

솔직히 마지막회는 쓰기 싫은 리뷰입니다. 본방 때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그 후의 이야기로 허전함을 달래보기도 했고, 최영이 어떻게 살아났을까, 그를 살게 한 것이 무엇이었을까를 글로 풀어보기도 했습니다. 대본에 있었던 아스피린통이 사라졌다는 것은 모르고 최영이 노란소국을 심고 은수를 기다린다는 상상글로 마무리하면서, 최영을 살게 한 것이 은수의 말때문이라고 했었는데, 아스피린통이 없어도 은수의 말때문에라도 최영은 살아났을 거라 생각은 합니다.

"당신이 나 데려온 그 하늘문을 찾지 못해 다른 세계를 헤매고 다닐지도 몰라요", 또 은수가 천혈을 계산했던 것이 최영에게로 오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듯해서 말이죠. 하지만 직방으로 깨어나는 방법은 역시 빗방울과 아스피린통으로 남긴, 은수의 가고 있다는 말이었을텐데 역시 아쉽네요.

 

신의에는 최영의 독백같은 질문이 두 번 반복됩니다. 은수와 강화로 가는 길에 대만이 앞에서, 그리고 마지막 나무아래에서 기철의 빙공에 죽어가면서... "왜 하필 저 여인을 데려왔을까?", "왜 하필 이 분이었을까?. 최영 자신에게 던지는 두 독백은 질문과 답이라는 수미상관 구조를 가지는 독백입니다.

작가와 감독이 어디에서부터 손발이 맞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작가의 수미상관 전개에 찬물을 끼얹은 가위질이, 삭제돼 버린 최영의 이마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이 삭제되면서 첫회 비오는 날 우의를 입고 공민왕과 노국공주를 호위하고 오다가 가게 된 천혈, 그리고 은수와의 만남이 운명적이라는 것에 연출적인 부족함을 노출시키고 말았죠.  

 

은수의 칼에 찔려 수술을 받은 후 쓰러져 의식을 잃은 최영의 얼굴에 은수의 눈물이 떨어지자, 얼어있던 최영의 몸이 녹으면서 심장이 뛰는 장면 역시도 한쪽 팔을 잃은 구도가 되었던 것입니다. 은수가 좋아하는 빗방울이 이마에 톡하고 떨어지면 어라! 하늘을 보게 되는 날, 마지막회 죽어가는 최영의 이마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장면으로 의미있게 연결되어야 하는데, 왜 이 중요한 것을 잘라냈는지 진짜로 알다가도 모를 감독님!

삭제된 아스피린통에 대한 것은 지난 글 천혈에서 정리들을 했으니 더 언급은 하지 않고, 은수의 타임슬립 역시 여기서는 다시 리뷰하지는 않겠습니다. 대신 작가의 대본에 있었던 대로 아스피린통이 최영의 손에 잡히는 것을 추가하겠습니다. 

 

마지막회 리뷰에서 한 번 더 나갈 거라는 말씀드린 적 있었지요. 바비킴의 일년을 하루같이 노래가사... '일년을 하루같이... 일년을 아니 평생을 너만 생각하고 있잖아' 100년 전의 은수와 4년을 은수를 기다리던 최영을 보면서 딱 그 가사가 와닿았거든요. 김현식님의 '내사랑 내곁에'는 가사내용중 '시간은 멀어 집으로 가는데...'부분에서 퍽하면서 머리를 치는 가사때문이기도 했고요. 물론 전반적으로 신의와 어울려서였기도 했지만... 시간이 늦은 것도 빠른 것도 아니고, '멀다'라는 표현, 정말 미치게 와닿습니다. 은수와 최영이 놓여있는 100년이라는 상황은 그야말로 시간이 멀다라는 표현밖에는 달리 생각이 안나거든요.  

 

최영과 은수의 해후보다는 멀어져가는 은수의 모습을 힘없이 바라보며 죽어가는 최영의 모습이 먼저 떠올라 가슴이 미어지게 아픈 마지막회, "기다려요. 기다리는데... 죽을 것 같아요... 지금...나", 이 말이 치밀어 오면서 참 많이 아팠습니다. 예쁜 장면도 물론 있었지만, 뭥미?의 엔딩장면때문에 해피엔딩인데도 가슴이 허해지기만 했던 마지막회...

 

역설적으로 전 마지막 엔딩장면이 고맙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지금의 신의 임자방을 만들어 줬는지도 몰라서 말이죠. 감독님 감사!(그래도 속으로는 칫!)

마지막회는 대본에 있는 장면을 함께 넣어 양념을 좀 치면서 가겠습니다. 결국 우리의 논의가 감독의 의도가 아닌 작가의 의도를 더 읽어보기 위함이니까요. 지금은 작가의 의도를 넘어 신의방에서 진화되고 있는 신의가 된 뿌듯함(?)마저도 느끼고 있지만요.

 

"왜 하필 이 분이었을까?"

 

"왜 하필 이 분이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버렸습니다. 아버지 이제 찾았습니다. 너무 늦었을까요? 허나 그 분은 이리 대답하실 겁니다. 괜찮다고, 다 잘될 거라고, 이제 시작이라고...". 

 

'많은 시간, 임자를 기다리는 시간, 그 날만은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수백번 수천번, 임자를 처음 만났던 그날부터 객잔에서의 잠든 임자 모습을 반복했는지 모릅니다. 내 곁에 누워 나를 보던 임자의 얼굴이 언제나 내 기억의 끝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임자가 끌려가던 그 모습이 자꾸 떠오릅니다. 이상하게도... 그 모습 그대로 돌아와 내 앞에 서서 아무일 없었다고, 나 돌아왔다고 말할 것만 같습니다. 지켜주겠다는 약속, 내 옆에 있겠다는 임자의 약속,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그 날, 멀어져가는 임자를 속수무책 바라만 보면서 의식이 혼미해져 가던 그 날, 혹시나 원망스럽지는 않았는지요 

그럼에도 임자는 제게 오늘도 이렇게 말합니다. "괜찮아요, 다 잘 될 거에요. 돌아갈게요. 기다려줘요. 그러니 죽지마요". 임자가 말하니 믿습니다. '나 살아있다고, 임자가 나를 또 살렸다고, 임자가 내 심장을 또 뛰게 했다고, 기다리고 있다고' 임자에게 매일 말합니다. 임자가 내 말을 듣고 있다고 나는 믿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나는 임자를 기다립니다. 내 사랑.

임자에게 배운 하늘말, 사랑이라는 말 그 때 가르쳐줬지요. 강화로 가던날... 연모하는 분이라고 얼결에 말했던 그 말이 하늘말로는 사랑이라고 했지요. 그 때는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 말이 참 좋았다고, 가슴 두근거렸다고. 돌아오면 해드리겠습니다. 평생'. 

죽을 것 같았던 그 날, 그 악몽같았던 시간 뒤에 더 힘든 악몽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때는 몰랐다. 알았더라면 하늘문으로 그 분을 데리고 가지 않았을 것이다. 알았더라면, 그 때 알았더라면... 네 번의 가을이 왔다 갔지만 내 긴 후회는 언제나 이 곳, 그 날 그 곳 머문다.

 

"죽을 것 같아요, 지금...나"

 

그 분이 없어졌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발등을 찍고 싶은 후회, 무사히 살아있기만을 간절히 빌고 빌어본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오장육부가 타들어가고 사지가 절단되는 고통, 거대한 손이 내 심장을 움켜쥐고 마지막 피 한방울까지 짜내는 듯 아프다. 

 

"죽을 것 같아요. 지금, 나".

주상에게 그 분을 찾아오겠다고 궁을 떠나게 해달라고 청을 했다. 돌아왔느냐고 내 발을 묶어놓은 주상, 그 분과 함께 떠날 거냐고 묻는다. 대전에서 분명히 답을 했건만... 내 스승님이 틀렸다고, 그 분이 가신 길 따르지 않겠다고, 도망치지 않겠다고 말했건만...

"저는 이미 돌아왔습니다. 그러니 제 여인도 데려오게 도와주십시오". 

***제 여인이라는 말은 여전히 가슴 두근거리게 합니다.

 

또 한 발 늦었다. 이미 떠나 버린 그 분, 객잔의 벽에 쓰여있는 그 분의 하늘말 "괜찮아요", 그 분인양 조심스레 손으로 읽어본다. 그 분의 손이 머문자리 그 분인듯, 임자 손인듯... 그 분이 무사하다는 것으로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 분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반드시 찾으러 갈 것임을... 숨이 조금 쉬어졌다. 그 분과 가까워졌다는 것에.

 

찾았다. 무너졌던 하늘을 다시 찾았다. "괜찮습니까?", 독은 해독되었고 그 분 괜찮다고 한다. 괜찮다고...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말이 괜찮다는 말임을 나는 그날 처음 알았다. "그럼 이제 내 곁에 있는 겁니까?", 거두겠다고 했던 그 말, 녹주독을 마시겠다고 했을 때 보내드리겠다는 마음 이미 버렸지만, 그래도 물어본다. 그 분의 말로 듣고 싶어서. 

 

'듣고 싶었습니다. 임자의 그 말, 듣고 또 듣고 싶었습니다. 내 곁에 남겠다는 말, 세상 전부를 가지게 한 그 말을...'.

가슴터지게 그 분을 안고 약속했다. '내 안에 들어온 임자, 이제 어디도 보내지 않을 겁니다. 다시는... 임자, 이렇게 내 옆에 딱 붙어만 있어주십시오. 아무데도 가지말고 내 옆에 딱... 지키는 것은 내가 합니다. 압니다. 그동안 임자가 날 지켜왔다는 것, 날 살려왔다는 것, 그러니 이제부터는 내가 지킬 겁니다. 평생'.

***아깝게도 원래 대본에는 이 장면에서 오래도록 갈급해 왔던 마음으로 은수에게 키스를 하는데, 나오느니 한숨이요, 꺼지느니 땅입니다. 이렇게 말해봐야 뭔 소용이 있겠습니까? 죽은 자식 뭐 만지기죠.

그래도 우리는 뜨거운 키스로 마음을 나눴다고 알고 갑시다. 죽음과 맞서 싸운 은수, 그런 은수를 잃을 뻔했던 최영이, 은수와 만나서 그냥 침상에 누워 나긋나긋 자장가 불러주듯 대화만 했겠습니까?  

 

평생일 거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행복이 그리도 짧게 끝나버릴 줄은, 그 분도 나도 알지 못했다. 얼마나 많은 시간 그 분의 얼굴을 지워가려고 애썼던가? 그 분을 만난 첫 날부터였는지 모르겠다. 보내야 하는 분이기에.., 하늘세상에서 처음봤던 심장뛰게 한 그 미소, 그 분의 냄새, 우는 모습, 밥달라고 투정하는 모습...

'잊지 않아도 됨에 임자 얼굴 그저 바라만 봤습니다. 내 눈에 내 마음에 내 가슴에 임자 얼굴 새기고 또 새깁니다. 바라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얼굴, 죽어도 잊지 못할 임자 얼굴, 임자가 내 곁에 있음에 너무 좋아 그렇게 말해봤습니다. 기억하려고 본다고요, 잊지 않아도 되니까... 임자, 잊지...않았을 겁니다. 임자가 하늘세상으로 떠난다고 했더라도, 임자가 하늘세상으로 떠났다고 했더라도... 지금도 임자는 그 때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날 바라보던 그 모습 그대로'. 

하늘문 앞에서 그 분의 소중한 분들에게 인사를 나누게 하고 싶었다. 평생 지켜드리겠다고 약속드리고 싶었다. 고려무사 최영의 이름으로 그 분 평생 지켜드리겠다는 언약, 마음으로 하고 싶었다. 그 분이 다시는 가지 못할 곳, 다시는 만나지 못할 그 분의 소중한 사람들, 우리의 인사가 그 분들에게 닿지못해도, 우리의 인사가 전해질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게 잘못이었을까? 기철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내 잘못이었을까?

 

넋이 나간듯 울먹이는 그 분, 내 가슴을 누르며 울부짓는 그 분, 난 그렇게 죽어가고 있었다. 그 분의 모습을 따라가는 내 눈동자만이 살아있었을 뿐 내 모든 감각이 얼어간다. 마음은 그 분을 따라가는데 움직이지 않는 몸, 그 분의 눈, 코, 입 새기고 또 새겨본다. 죽어서도 잊지않게... 그렇게 그 분은 내게서 멀어져 갔다. 더이상 보이지 않는 그 분, '소리치고 또 소리쳤습니다. 임자, 임자', 그러나 소리마저 얼어버린 그 날, 우린 그렇게 멀어져 버렸다. 

'임자, 임자를 마음에 품고 설레고 떨렸습니다. 아프고 힘들었습니다. 그런 나에게 임자가 다가왔지요. 임자의 따뜻한 손, 세상을 환하게 하던 임자의 웃음, 막을 수 없었습니다. 임자에게 향하는 내 마음. 나를 웃게한 사람, 나를 살게 한 사람'.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져만 가는 아득함, 그 순간도 나는 그 분만이 그리웠다.  

 

'그 분은 이리 대답하실 것이다. 괜찮다고, 이제 시작이라고'

 

'왜 하필 이 분이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버렸습니다. 아버지, 이제 찾았습니다. 너무 늦었을까요? 허나 그 분은 이리 대답하실 것이다. 괜찮다고, 다 잘될 거라고, 이제 시작이라고...'. 그 분의 목소리가 아득해지는가 싶더니 점점 커진다. 톡! 톡! 이마에 떨어지는 빗방울에 실려 들려오는 그 분의 목소리 '죽지마요, 나 지켜준대매'.

 

최영이 어떻게 살아나는지는 원래 대본을 보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원래 대본 여기에 옮겨 드립니다. 

 

#추억의 언덕

최영이 눈을 감고 죽은 듯이 누워있다.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진다.

 

은수소리

마악 비가 오기 시작하는 순간이 제일 좋아요.

빗방울이 하나 둘.. 이렇게 이마에 떨어지면

어라. 이러구 하늘 보게 되잖아요. 그 순간.

 

한쪽으로 뻗어있는 최영의 손은 소국에 걸쳐져 있다.

최영이 눈을 뜨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본다. 손에 걸리는 것이 있다. 가득한 소국 사이.. 최영이 힘없는 손을 움직여 소국을 치운다.

거기 반쯤 흙에 묻혀 있는 아스피린병.

최영이 손을 움직여 병을 집는다. 힘겹게 꺼낸다. 그러는동안 최영의 심장 소리가 들린다.

처음에는 낮고 느리게. 그것이 점점 빨라진다. 최영이 가까스로 병을 들어 본다. 오래되어 이끼가 가득 끼었지만 분명 아스피린병이다. 최영이 다른 손으로 자신의 품을 뒤진다. 자신의 아스피린 병을 꺼낸다. 나란히 들어본다. 심장소리는 이제 정상적으로 뛴다.

최영이 투둑투둑 떨어지는 빗방울 속에서 미소 짓는다. 그가 살아나고 있다.

 

 

이제 시작이니까", 그러니 죽지말라고 임자는 내게 또 말합니다. '죽지마요' 임자의 약통을 내 손에 쥐어 준 그날처럼 또 내 손에 그 약통을 쥐어줍니다. '죽지마요, 기다려요 지금 나 당신 곁에 돌아가고 있어요'.

나를 살린 그 분, 나를 살게 한 그 분, '왜 하필 이 분이었을까?', 오래동안 찾았던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 내가 지켜야 할 내 전부, 그 분이 내게 온 이유를... 그 분이 내게 무엇인지를... 내 심장이라는 것을... 나는 믿는다, 그 분이 돌아오고 있음을...  

'임자를 기다리는 일 어렵지 않았습니다. 반드시 올거라는 것을 믿기에...임자가 곁에 없다는 것이, 미칠 것같은 그리움이 힘들었을 뿐... 그 때마다 임자의 소리가 들립니다. '거기있어요?'. 대답같은 건 없을 거라고 했던 말 기억하십니까? 지금도 그렇습니까? 여기있다는 제 말 이젠 들리시죠.  

 

임자가 그랬지요. 당신 그렇게 살아서는 안되는 사람이라고, 하늘세상에서 유명한 사람이라고... 임자가 말했으니 믿습니다. 임자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난 힘차게 살고 있습니다. 임자가 바랐을 거니까요. 임자가 돌아오는 길, 압록강 이북 8참부터 우리땅으로 만들었습니다. 잠만 자던 나를 깨우신 분, 임자가 돌아올 것을 믿기에 이젠 잠을 자지 않습니다. 깨어서 일어나서 힘차게 살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임자의 소리를 듣습니다. 오늘은 한 걸음 더 가까워졌나 봅니다. 어제보다 임자의 목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거기있어요?'. "여기 있습니다". 임자의 발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임자의 발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거짓말처럼 내 눈앞에 서있는 분, 꿈속에서도, 그 꿈속에서도 꿈을 꾸었던 그 분, 내 여인이 돌아왔다.  

내 오랜 기다림은 그렇게 끝났다. 그 분의 오랜 여행도...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 그것 사랑. 끌어안지 않아도 아는 것, 그것 그리움. 두 손 꼭 잡지 않아도 아는 것, 그것 믿음. 이것이 우리들의 이야기 전부였을까... 어쩌면 이제부터의 이야기가 진짜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 그 분과 나, 함께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정말 살아있는 이야기...

우리는 우리의 오늘을 만들어 나간다. 힘찬 오늘을, 누구보다 힘차게 사랑하면서... 여기 내 곁에서 함께...

묻지않았다. 그래도 살면서 한 번쯤은 궁금해 할 것 같다. 그 분이 돌아온 하늘문, 그 분의 계산이라면 67년후에 열린다고 했던 하늘문을 열게 한 것은 무엇일까?  

 

***마지막 시간까지도 숙제있는 신의 임자방. 눈치채셨죠? 마지막 문단은 숙제입니다. 이에 대한 댓글들은 신의에 흐르는 모든 주제들로 채워질 것 같아서 숙제로 냈습니다. 마지막까지 숙제가 많습니다.

***지난 글 천혈에서 신의의 주제는 거의 다 나온 듯해서 24회 마지막회는 그냥 내용정리 정도로 올렸습니다. 감정적으로 격한 부분들 다 쳐냈고요(임자팬들의 벅찬 감정들로 채우는 것이 나을 듯해서), 개인적으로 22회와 23회를 걸쳐 많이 울었고, 나름대로는 이별을 준비했는데 여전히 이별이라는 단어는 마음을 착잡하게 합니다. 미리 울어버려서 담담할 것 같았는데...  

 

어디선가 어느 곳에선가 그를 향해 돌아올 은수를 기다려 온 최영의 평온한 모습, 지금 오셨습니까?라고 묻는 듯한 담담함은 어쩌면 최영 자체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은수가 올것을 믿었기에, 너무나 굳게 믿었음을 표현하고 싶어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루 이틀의 시간이었으면 어쩌면 격정적인 포옹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은수가 곁에 없어도 늘 곁에 두었던 것처럼, 그렇게 마음으로 은수와 함께 했던 최영같기도 하고요.  최영의 눈에 소리없이 차오르는 눈물이 제 눈물같아서, 오래도록 신의를 놓지못하게 한 그리움같아서 또 한참을 멍하니 보게 만듭니다. 

 

아무도 없는 낯선 세상, 최영없는 100년 전의 고려에서 매일 천혈이 열릴 것이라 믿은, 믿는 것이 제일 쉽다는 은수, 최영 곁에 남겠다는 간절함 하나로 모든 것을 버린 은수는 신의의 이중적인 의미 사람을 살린 신의이기도 했습니다. 고려를 지킬 최영을 살렸으니 말이죠. 그 모진 시련을 감내하면서 말이죠. 참으로 강한 여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원했던 것은 이런 아가페적인 엔딩장면은 아니었다는 것!!   

 

***임자커플 첫날밤은 수우언니님의 말씀대로 진짜 그날이었을까요? 하나, 둘, 셋! 돌아본다 그날? 일단 그렇다고 치고.... 전 객잔에서 은수 잠들기 전에도 뭔일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최영이 '자요'하니까 그냥 바로 눈감고 잠드는 은수, 왜 그런겨??? 이 커플은 혼인해도 좀 문제가 있어 보여요. 철통같이 온몸을 가죽으로, 끈으로 칭칭 동여매고 있으니 옷고름 푸는데만 밤새겠어요. 아마 첫날밤 치르고도 옷 다시 다 갖춰입고 잘 듯...  대장 언제든 발검하고 전쟁터에 나가야 하는 무사니까?

순서가 이렇게 됩니다. 눈으로 사랑, 두 손 마주잡고 또 사랑 고백, 한 침상에 누워 팔괴고 사랑고백, 그리고 옷고름을 풀었는지 허리띠를 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언제나 의관정제하고 잠들고, 일어나면 갑옷만 걸치면 전투준비 완료! 

 

***신의는 요물이었습니다. 기철이 은수를 표현했던 말처럼요. 파헤쳐도 파헤쳐도 또 나오는 의미들, 드라마 신의에서는 못다한 거대담론들을 이끌어냈던 것은 송지나 라는 작가가 있었기에 가능했지 싶습니다. 작가의 역사관, 정치관, 사랑관, 이 시대를 향해 던지고 싶었던 깊은 이야기들.... 때로는 도마질도 해보고, 때로는 지지고 볶아도 보면서, 깊은 맛의 요리를 만들게 해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함을 전합니다.

 

***신의병동 임자팬들... 우리의 인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 그래서 인사는 하지 않으렵니다. 안녕이라는 말은 더더욱... 그냥 고맙다는 말만 하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저는 이곳에 항상 있을 것이고 언제나 문을 열어 두겠습니다. 제가 드라마 리뷰를 얼마나 더 오래할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지나가다가 어머나 예전에 알았던 초록누리가 아니네 하시고 실망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 때는 틀리다라고 등을 돌리시기 보다는, 다를 수 있다라고 따뜻하게 보아 주셨으면 합니다. 독자분들, 임자팬들, 그리고 신의병동 입원환자들때문에 많이 배웠고,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민호의 눈빛연기는 댓글에 쓰겠습니다. 그런데 너무 분량이 많을 것 같아서 고민좀 해보겠습니다. 별도의 페이지를 만들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기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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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0 09:08




신의를 재리뷰까지 하게 만든 마지막회, 해피엔딩이라고 하기엔 구멍이 숭숭 뜷린 마무리입니다. 재리뷰를 통해 그 구멍이 메꿔질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지난 23회 리뷰를 통해 검은 내려놨으니 아주 쬐금 홀가분합니다.

천혈을 말하면서 예전에 망할놈의 천혈이라고 답답함을 하소연한 적이 있었는데, 여전히 제겐 망할 놈의 천혈입니다. 이게요, 머리에서는 뱅뱅 돌면서 정리가 되는 듯 하다가 다시 또 짚어보면 꼬이고 꼬여서 지들끼리 매듭까지 묶고 노니까 정말 안풀려요. 오늘 글이 꽤 길어질 것 같은데 글을 두개로 발행할까 어쩔까 쓰면서 결정하겠습니다.

 

천혈에 대해 어제 살짝 한 발자국을 내딛으면서 아스피린에 대한 재해석으로 생각거리 하나를 던져봤습니다. 사실 23회 리뷰 원래 제목은 "제 손은 이상없습니다. 검이 무거울 뿐"이었는데 신의와의 이별(?)을 향해 달리는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을 때가 된 듯해서 "검을 놓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로 저를 위한 제목을 붙였습니다. 

23회 글을 날려버려서 급히 쓰다보니 중요한 대목을 빠뜨린 게 있더라고요. "제 손은 이상없습니다, 검이 무거울뿐", 공민왕에게 했던 말이죠. 기철의 칼을 두동강 내고는 또 같은 말을 했죠. "말했잖아, 무거운 검이라고". 여기서 눈치채셨나요? 그동안은 검이 무거워졌다는 말로 최영의 손떨림을 연결해 왔는데 확실하게 달라졌죠.

무거워졌다는 것은 최영의 심리상태가 투영된 것인데, 검이 무거울 뿐이라고 별개로 놓고 봤다는 점입니다. 최영의 검의 각성을 보여주는 단 한 글자의 들고 남의 차이가 이해되시죠? 이런 점이 송작가의 장점이기도 한데 간과하면 중요한 것을 놓치기 쉬워서 우리가 이렇게 신의를 파헤쳐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은수의 아스피린 이야기를 꺼내면서 상비약이라는 말을 했죠. 그곳 세상에서는 두통이 심해 늘 먹던 약이었는데 왜 그 분은 고려에 와서 그토록 힘든 일들을 겪으면서도 달라고 하지 않았을까? 이게 어제글의 제 발제였습니다. 천혈로 들어가는...

천혈은 지금도 정리가 잘안되는 부분이라 어제 임자팬의 댓글에도 말씀드렸는데 그동안 천혈에 대해 정리해 왔던 것들을 그냥 던져놓으려고요. 수우언니님께서 정리를 잘 해주실 겁니다^^.

아래 질문들은 그동안 천혈을 정리하면서 제가 제게 던졌던 질문들입니다.

 

질문 1

은수야, 넌 누구니? 뜬금없지만 천혈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은수의 타임슬립 포함) 갑자기 매희라는 인물을 끌어와보고 싶더군요. 은수가 그랬지요. "누군가 그랬다. 간절함은 인연을 만들고 기억만이 그 순간을 이루게 한대", 제가 주목한 부분은 누군가가 누군가였습니다. 누군가가 매희는 아닐까... 자신의 죽음으로 7년을 잠을 자면서 죽음만을 향해 가는 최영을 보는 죽은 매희의 심정이 어땠을까? 살리고 싶지 않을까? 판타지 장르니 이런 상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은수의 양희은 성대모사 대사가 오버랩되더군요. "너 누구니?", 순간 은수에게 제가 물었습니다. 은수야 너 누구니? 혹 매희니?

 

질문 2

왜 하필 이분이었을까? 처음 은수를 보고 눈을 떼지 못했던 그 순간, 혹 은수에게서 매희를 봤던 것은 아니었을까? 얼굴, 생김새, 하늘여인 은수가 매희와는 어떤 연관도 없었기에 최영은 매희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매희에 대한 기억이 은수에게 눈을 고정하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아니면 혹 저세상에서도 최영을 걱정하는 매희가 은수에게로 이끌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도 난 이렇게 생각하고 싶어. 100년 전의 미래 은수(현재의 고려에서 보면 과거)가 보내고 있던 간절한 그리움이 만든 순간의 기억이라고... 

 

질문 3

은수야, 너 대체 타임슬립을 몇번이나 한거니? 연도로 표기할 수 있는 타임슬립말고 영적인(의식) 타임슬립 말이다! 너의 두통이 혹 과거 최영의 죽음을 몇번씩이나 본 후유증은 아니었니? 잊어버리고 싶은 방어기제, 그래서 그토록 매력적인 남자(우린 정말 먼발치에서 바라만 봐도 황홀하겠구만)를 보고도 덜컹하지 않은 거니? 이 부분은 제가 한 번 했던 질문입니다.

 

질문 4

은수 너는 그곳에서 무슨 짓을 한거니? 네가 그곳에 있으면서 바꿔버린 역사는 무엇이니? 그 시작이 어디였니? 무엇을 바로 잡기 위해 그토록 간절한 거니? 혹 그때의 일이 계속적으로 최영을 죽음의 위기에 몰아 넣었던 거니? 그래서 그 사람을 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널 1351년 고려에 남으라고 한 거니?  

 

질문 5

현대의 은수, 천혈에 들어가기 10일 전 점을 보러갔던 너는 과거에 타임슬립을 했던 적은 혹 없었니? 있었는데 기억이 지워진 거니?

넌 천혈에 들어가기 전에도 이미 고려 속에 있었던 사람이야. 왜냐? 고려는 1251년이 되었든 1351년이 되었든 현대 2012년의 과거니까. 그니까 그 점쟁이 아저씨 말대로 넌 그사람(최영)을 이미 만났었던 거였어. 기억이 지워졌을 뿐.

 

질문 6

은수 넌 대체 왜 천혈이 열리는 시간을 계산하고 기록했던 거니? 흑점폭발과 관련한 고려의 자료들은 어디서 구했니? 고려의 천문도감 이런 것을 찾기 위해 중앙도서관이라도 털었던 거니? 언제? 아니라면 넌 천재! 이 문제는 그냥 넘어가자. 

 

근데 너의 천혈계산 다이어리때문에 결국 일이 이렇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기철이 그렇게 하늘세상을 포기하지 못하게 해서 널 위험하게 했고, 미래의 은수 네가 그 시간을 계산했던 다이어리를 은수(최영의 곁에 있던 은수)가 풀어버려서 결국은 그날 천혈까지 가게 된 것은 아니었냐고?

만약 남겨두지 않았다면 그날 넌 천혈로 향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그리되었다면 영과의 오랜 이별도 없었을텐데.... 왜 남겨뒀니? 천혈이 열리는 것을 계산했던 처음 마음은 그거였겠지. 죽어가는 그 사람 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그런데 그 때가 언제였던 거니? 꿈속에서 봤던 영의 죽은 모습을 봤을 때? 아님 노국공주의 죽음으로 영의 마음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돌아간 이후? 여하튼 미래의 은수 넌 왜 그 다이어리를 남겼던 거니? 다이어리로 빚어진 모든 일들을 알고 갔던 네가...

(**제가 은수의 타임슬립과 천혈에서 꽉 막힌 부분이 여기였어요. 미래의 은수가 천혈시간 다이어리를 없애버렸다면 그곳에 가지 않아도 되었을 듯해서). 

 

결론은 이렇게 내렸어. 천혈을 계산하고 있던 너와 필름통을 남겨둔 너는 다른 미래였다고. 현재의 은수가 달라지고 있듯이 미래의 은수 너도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있었다고... 처음에는 평행이론인가 싶어서 공부를 했더니 평행이론에서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없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블랙홀 화이트홀을 공부하느라 또 머리털을 쥐어뜯어야 했다. 그리고 난 결국 이해하지 못했다. 

 

질문 7

기철을 천혈이 거부한 이유는 무엇때문인가? 믿음이 약해서? 맞아. 넌 믿음이 부족했어. 넌 의선을 계속적으로 의심하기를 반복했지. 한마디로 귀가 얇은 놈. 공민왕이 하늘사람이 아니라는 말에 은수를 의심했고, 덕흥군에게도 계속 휘둘리기만 했지. 은수가 맥을 짚어보자는데도 넌 믿지않은 사람한테 몸을 맡길 수 없다고 거부했지.

최영과 은수를 생각해 보자. 우선 천혈이 열리자 최영은 어떻게 들어가는지 방법에 대한 생각이나 고민도 없이 그냥 들어갔지. 천혈 앞에서 은수가 어떻게 가느냐고 테스트 해봤냐고 의심했을 때 최영은 이렇게 말했지. "그냥 들어가시면 됩니다". 

은수는 첫번째 천혈로 들어가지 못했어. 의선을 붙잡아 두라는 조일신때문에 최영이 붙잡기도 했지만, 최영이 붙잡지 않았어도 왠지 은수를 천혈이 거부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단 말이지.

은수가 최영을 믿고 나서는 어떻게 변했지? 기철이 물었을 때 은수는 "그냥 가면 되는데요" 라고 대답하게 됐지. 은수는 두번째 타임슬립을 할 때(서울에서 100년전 고려로 갔을때) 그냥 갔어. 처음 테스트는 해봤냐고, 부작용은 없는 거냐고 최영에게 물었던 것과는 달리 그냥... 

 

그리고 기철 너의 욕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욕심이 천혈이 널 거부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라고. 최영을 우리가 흔히 어떻게 말하지?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 빙고! 한마디로 줄이면 욕심없는 사람이라는 뜻이지. 은수는 어떨까? 덕흥군이 왕비자리에 앉혀준다는데도 NO했지. 강남에서 자기 이름 걸고 성형외과 개원하고 돈많은 남자 만나고 싶다는 속물 은수였는데 말이다.

 

기철이 주는 온갖 호의호식할 수 있는 특혜도 다 거절한 은수였지. 서울, 24시간 뜨거운 물이 나오고 수세식 변기에 자동차, 돈이 좀 궁하기는 하지만 아무런 불편없이 살던 네가 고추가루 들어간 김치도, 감자도, 부모님도 없는 고려를 택했잖아. 최영이라는 남자 딱 하나보고서...

최영과 은수, 욕심없는 사람들은 천혈을 통과했지만(과거 화타가 그랬듯이) 기철은 욕심이 너무 많아. 천국에 들어가는 것을 낙타가 바늘귀 통과하는 것 만큼 어렵다고 하잖아. 마음이 가난한 자여, 그대가 곧 천국이니라 라는 말도 생각나고...

 

질문 8

기철을 거부한 천혈, 왜 그랬을까? 천혈은 주인이 따로 있는 것 같아. 1회에서 화타가 들어간 천혈에 병사가 밀려나가는 것 기억하지. 그게 기철의 모습같이 보여. 기철은 천혈이 열려도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을 1회부터 암시했던 거였어.  

첫번째 천혈은 최영의 천혈이었고, 두 번째 즉 마지막회 죽어가는 최영을 두고 들어간 천혈은 은수의 천혈이 아니었을까? 천혈은 주인이 선택한 사람만이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최영이 은수를 선택했기에 은수는 현대에서 고려로 올 수 있었지만, 기철은 은수의 천혈에 들어가지 못했지. 은수가 기철은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천혈이 기철을 거부한 이유를 마지막회에 쓰겠다고 했는데 질문 7.8로 대신합니다.

 

질문 9

그런데 은수는 1351년 고려로 가지 못하고 100년전의 고려로 가게 되었지. 왜였을까?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부족해서? 아니면 믿음이 부족해서? 답은 은수 네가 말했어. 믿음의 부족.

자, 은수가 의료기구와 약품들을 챙겨서 봉은사 앞에 섰을때 은수의 행동을 살펴보자고. 뒤를 돌아보지? 높다란 빌딩들, 휘황찬란한 서울의 불빛들을 한 번 돌아보는 은수, 그 순간 아주 잠깐이나마 은수는 미련이 생기지 않았을까? 부모님도 계신 자기세상에 대한... 그 때 잠깐의 망설임으로 천혈은 100년전의 고려로 은수를 데려가 버린 것은 아닐까? 

또한 은수의 마음에 이런 의심이 들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 진짜 그 사람에게 갈 수 있는 걸까?

그래서 100년 전의 은수는 이런 말을 하지. 난 이제 믿는 것이 제일 쉽다. 그 사람이 살았을 거라고 믿는다. 절대적인 믿음, 한치의 의심도 없이 천혈이 반드시 열릴 것이라고, 그 사람 곁에 갈 수 있을 거라는 은수의 강한 믿음은 예정에 없는 천혈 하나를 만들 정도의 강했던 거야.

100년전 고려에서 갑자기 현대로 왔다가 사라지는 은수, 그리고 1355년 공민왕 5년의 고려로 돌아오게 만든 것이지. 은수의 간절함, 마지막에 아주 잠깐 나온 천혈은 반드시 돌아갈 수 있다는 은수의 믿음이 만든 기적이 아닐까?

(6,7,8,9는 천혈과 은수의 타임슬립에 대한 제 정리입니다) 

이 외에도 무수한 질문들을 제게 던지고 답하고 그랬습니다. 천혈을 이해하기 위해 시공간 4차원 그래프를 찾아보고 블랙홀 공부도 좀 해봤는데,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지가 않으니 이해하기가 힘들어서 포기! 시간 아까워! 이거 본방때도 했던 짓인데 그 때 학습했던 것들이 하나도 남아있지가 않더라고요. 평행이론, 양자물리학, 블랙홀, 웜홀, 화이트홀 등등이 개념조차도 정립이 어렵고...여튼 그래서 이쪽 파트는 전 완전히 손 놓습니다.

 

은수의 질문- 많고 많은 의사중에 왜 하필 나였냐고?

난 그렇게 생각해. 네가 고려에 가서 어떤 일을 했건 그것이 널 더이상 현대라는 시간대에 머물 수 없게 한 거라고. 네가 그곳에서 한 일들이 고려의 역사가 돼버렸으니 너는 고려의 역사 일부로 살아야 해. 단사관에게도 넌 그랬잖아, "내가 살고 있는 시간이 내 시대"라고. 그래서 너의 타임슬립이 필요했던 거야. 그래도 제발 역사스포는 하지 말아줘. 그냥 최영만 바라보고 살아. 더 뭘 바랄게 있겠어? 평생 갖겠다는 남자, 평생 지켜주겠다는 남자 최영곁인데... 나라면 그것만으로도 배부르고 행복할 것 같아현대의학이 아닌 한의학으로 사람들, 부상병들 치료도 해주면서...

 

미래의 은수와 현재(고려의 은수)는 서로 영향을 받으며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미래의 은수가 남긴 다이어리와 필름통 편지로 인해 공민왕 시대의 은수가 선택을 달리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100년전 과거로 돌아간 미래의 은수 역시 다른 단서를 남기며 은수에게 영향을 주고 있었죠. 모든 것이 최영을 살리기 위함, 그리고 은수를 그 사람곁에 남게 하려는 것에 귀결됩니다.  

지금의 은수에게는 미래이지만 시간적으로는 과거인 이 모순된 시간개념때문에 많은 부분이 혼란스러웠지만, 전 딱 하나만 보고 싶습니다. 최영을 살리려는 은수의 사랑, 그 사람 곁에 남겠다는 은수의 간절한 바람, 그것이 홀로 남겨진 최영을 살게 하고 긴 시간을 담담하게 기다릴 수 있게 했다고 말이죠.

 

여기서 제작진의 치명적이 실수로 천혈과 은수의 타임슬립이 최영을 살리기 위함이었다는 것의 의미를 퇴색시켜버리고 말았습니다. 죽어가는 최영의 손에 잡힌 100년전의 은수가 국화꽃을 꽂아 심어둔 아스피린통이 사라져 버린 것이죠. 은수가 돌아오고 있다는, 최영을 찾아 헤매고 있다는 최영에게 보낸 편지였는데 고걸 없애버리다니... 

 

***여담: 건축학을 하는 딸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초록엄마: 너는 과거-현재-미래를 어떻게 생각하니?

딸: 집이라고 생각해요. 집을 지으려면 기초공사를 해야 하는데 그게 과거가 되고요, 집을 지으면 그 집은 현재가 되죠. 입주를 해서 현재를 살면서 우린 그 안에서 미래를 만들어 가잖아요. 집 하나에 과거 현재 미래가 다 있는 것이죠. 그게 역사겠죠? 탁상에 놓인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보이게 늘어놓은 우리 가족사진들처럼요. 그리고 그 옆에는 계속해서 미래가 놓여지겠죠. 내 자식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라든가...

초록엄마: 오호~

딸: 어머니, 그만 최영에게서 나오시죠.

초록엄마: 난 그게 잘 안될 것같다. 최영과 은수가 우리 곁 어딘가에 있는 것 같아서...

 

미완으로 남긴 천혈

 

본방리뷰에서 천혈의 드라마 외적인 의미를 정리했었습니다. 누구에게나 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한 지점이 있을 것이고, 천혈은 지금도 열려있을지 모른다고요. 중요한 것은 미래의 은수가 과거의 은수에게 자기처럼 후회를 남기지 않게 선택하라는 당부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치열하게 열심히 살면서 미래의 후회로 남게 하지 말자는 것이 작가의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많고 많은 인물중에 작가가 고려의 마지막 무사, 마지막 영웅 최영을 끄집어 낸 것도, 그의 우직한 믿음과 충정(저는 고려에 대한 사랑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과 대화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재리뷰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왔습니다. 과거의 역사는 단지 기록된 활자가 아니라 끊임없이 현재의 우리에게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죠. 고려를 택한 은수, 하루가 되더라도 치열하게 사랑하며 사는 은수, 은수로 인해 삶을 택한 최영이라는 인물과 함께 만든 역사는, 단절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와도 연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과거는 현재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오늘과 한 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어느 한 지점이니까요. 미래로 이어지는... 

때문에 천혈은 미완일 수 밖에 없고 늘 언제나 열려있는 것은 아닐까요? 굳이 신의가 아니더라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만나는 과거의 인물들이나 사건을 기록의 역사가 아니라, 그들의 삶의 자취를 따라가보는 작업을 하는 이유도, 넓게는 천혈을 통해 과거와 대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은수의 타임슬립이 혼재된 시간대를 오간 것도 과거-현재-미래가 독립된 시공간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는 시공간이기 때문은 아닌가 싶고요. 부모님의 영상이 담긴 프로젝터를 세번째 유물로 작가가 은수에게 선물한 이유도, 은수에게는 과거가 돼버린 현대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더군요. 

우리의 숙제는 내가 살고 있는 현재가 미래의 후회가 되지 않도록 오늘을 열심히 사랑하며 사는 것! 이를 고려를 택한 은수와 최영의 시공을 초월한 사랑을 통해 배워봅니다. 과거는 죽어있는 기록이 아니라 살아있다는 것,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처럼,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문 천혈을 통해 오늘의 우리를 돌아보고 바로새김을 하는 것, 천혈의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5년... 기대, 희망을 걸 수 있을까... 역사는 어떻게 쓰여지게 될까... 잠시 무미건조해지는 생각들... 그 분이 미완으로 남긴 뒷부분을 써가길 기대했던 마음 한귀퉁이가 무너지는 느낌... 마음 한켠에 걸려있었던 노란 소국...아버지 시대의 역사가 해결해 주지 못한 것, 지켜주지 못한 것이 시티헌터 이윤성의 몸 여기저기 남겨진 흉터들인 것 같아서 마음에 상흔 몇개씩이 얹혀졌는데, 그 상흔이 반복되지 않기를...

 

***천혈은 임자팬들과 함께 정리하고 싶어서, 두서없이 정리된 제 생각들을 그냥 신의병동에 던져놓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서 24회 마지막회 내용리뷰는 따로 올리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일찍 결정내렸으면 글 하나 먼저 발행했을텐데, 다른 일(?) 신경쓰며 쓰다보니 시간이 늦어버렸네요(지금은 한국시간 밤).

그리고 이렇게 건조한 글 속에 마지막 은수와 최영의 재회를 담고 싶지가 않네요... 임자팬들을 더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더 좋을 듯도 싶고.... 이별을 향해 가는 발걸음이 무겁고 늦추고만 싶은 마음이 애증처럼 교차하고 있어서. 

 

***제 질문 한 두 가지 선택하셔서 의견을 남겨주시면 감사.

***오늘의 숙제는 왜 은수는 그날 최영에게 돌아가지 못했을까에 대한 답 하나씩 만들어서 올려보기. 글에서는 은수의 믿음과 잠깐의 망설임(미련)때문이라고 쓰기는 했지만, 천혈이 주는 일종의 관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습니다. 

공민왕 자신이 받아야 하는 건데 의선과 최영만 힘들게 했다고 하자, 노국공주가 이리 말하지요. "그 분 하늘사람이라서 이 곳에 남으면 안되기에 하늘이 시련을 주시는 것일까요?". 은수에게는 1년의 시간을, 최영에게는 4년의 기다림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사랑의 댓가를 치르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는 바로 돌아왔으면 은수와 최영이 꽁냥꽁냥하느라 최영이 압록강 이북 8참을 수복하러 전쟁길에 나서고 싶었겠어요?라는 농담을 던져봅니다ㅎㅎ  

그리고 전요, 마지막회 하도 미련이 남아서 객잔의 침상에 누워있던 영과 은수를 보면서 이불은 왜 덮고 있었을까를 생각하며 많은 시간을 버렸습니닷!! ㅎㅎ

 

***천혈에 대해서는 수우언니님께서 정리해 주시기로 하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제 가장 무거운 짐이었거든요. 재리뷰를 이 때문에 망설였는데 정말 고맙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필히 수우언니님의 천혈리뷰 댓글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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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8 16:16




공포의 결말부분에 이르니 손이 떨려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정리해왔던 것들이 결말에 이르러 잘못 정리되면 그야말로 그동안 해왔던 모든 재리뷰들이 물거품이 돼버리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겁이 납니다. 결말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절 극심한 혼란으로 밀어넣었던 검과 천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할까봐서요...

 

다행히 검에 대한 부분은 본방리뷰때와도 같은 결론을 내도 무리가 없었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지만, 천혈은 여전히 숙제입니다. 본방리뷰 때와도 논지는 비슷하게 정리될 듯합니다. 타임슬립 횟수에 대해서는 본방 때와는 달라졌지만, 본방리뷰때 천혈의 드라마 외적인 의미로 과거와 현재가 연계를 하면서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것으로 정리를 했었습니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 하나만 생각했거든요.

작가의 손에서 떠난 순간 독자들의 것이 된다는 말에 힘을 얻고 계속 써오기는 했지만, 결국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또 망설여지고 무섭기도 합니다. 

처음 신의 다시보기 재리뷰를 하겠다고 말씀드리고도 글을 바로 올리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풀어나갈까의 고민으로 제 나름대로는 콘티를 짜야 했습니다. 발단-전개-갈등-결말의 구조를 따라갈까? 이렇게 되면 드라마 본방리뷰처럼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순서를 따라야 했겠지요. 그래서 최영, 은수, 공민왕의 성장과 각성을 파트별로 나눠 짜봤는데, 공민왕은 다시보기를 하면서 애정이 급 식어버려서 버렸습니다. 그래서 정치부분은 재리뷰에서는 되도록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드렸고요.

 

최영과 은수만 안고 가야겠다고 리뷰글 정리순서를 짜다보니 결말을 이미 본 상태이기에 그 수순을 밟으면 굳이 재리뷰를 할 필요는 없고, 시제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를 고민했지요. 최영은 나무아래, 은수는 100년전의 고려에 두면서 시작해야 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풀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재리뷰 글에는 '그 때는 몰랐다'가 거의 빠짐없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이 말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죠. 지금의 최영과 은수의 시점과 가까워질 수록 말이죠.  

'그 때는 몰랐다'에 넣지 않은 파트가 있었습니다. 최영에게 은수의 존재의미와 천혈에 관련해서 였습니다. 이는 왜 하필 이 분이었을까?에 대한 대답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난 22회 재리뷰 글 말미에서 밝혔습니다. 깨달았다. '내가 아니라 그 분이 나를 지켜주고 있었음을'이라고... 그것도 목숨을 걸고서...

매희는 죽음을 택했지만, 은수는 죽음과 싸웁니다. 오직 최영 곁에 남겠다는 사랑 하나로, 최영을 지키겠다는 마음만으로... 은수라는 캐릭터는 신의 첫회부터 끝까지 통틀어 가장 강한 인물이었습니다. 처음 은수의 감정선을 읽기가 힘들어 최영의 시선에서 드라마를 봐오기는 했지만, 은수의 담대함은 제가 은수를 애정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첫리뷰때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은수를 본 최영의 첫느낌을 그래서 '담대한 여인이다'라고 표현했던 것이고요.

 

은수의 존재의미에 대한 각성은 최영의 검에 대한 각성이자, 최영의 검이 지켜야 할 것에 대한 영역의 확장 관문이었습니다. 고려를 품는 검으로 말지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명장면으로 나무 아래에서 은수에게 어깨를 두르고 시선은 궁을 향한 장면을 꼽았던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최영의 검의 각성은 그가 진정한 지킴의 무사로 거듭나는 과정이었던 겁니다. 고려의 지킴이로서의... 그의 검은 은수와 공민왕,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확장해 고려를 품어버립니다. 그래서 기철에게 왕을 가졌다는 말로 대답을 할 수 있었던 것이고요.

"내 손은 문제가 없다, 검이 무거울 뿐", 기철에게 했던 대답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검이 무거운 것이 아니라 그의 검이 안고 가야 하는 것이 무거웠을 뿐이고, 그 무게를 극복했다는 최영의 대답이기도 합니다. 도망쳐버린 스승님과는 다른 길을 택한... 

 

극복은 버림이 아니라 안고 가는 것입니다. 여기서 최영과 검이 하나가 돼죠. 중요한 것은 스승님이 물려주신 귀검을 극복한 최영이었습니다. 대전에서 기철을 향해 들었던 검이 귀검이 아니라 평범한 검이었음은, 최영의 검의 각성을 보여주는 최고의 연출이기도 합니다. 귀검에 얽매이지 않는 최영, 최영은 귀검을 뛰어 넘는 검을 가졌던 것입니다. 스승님을 뛰어넘고 왕까지 가져버린 고려의 마지막 영웅으로 탄생하는 순간이죠. 그가 의무감처럼, 언약으로 지키고자 한 왕도 고려의 한 구성원일 뿐! 

 

(최영의 검의 각성은 이것으로 정리를 하고 24회에서는 별도로 정리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24회는 천혈과 기다림, 믿음에 비중을 둬야 할 것 같아서요)

 

"검을 내려놓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남겠다는 그 분과 보내겠다는 나는 각각의 마음으로 며칠을 보내야 했다. "임자가 떠나고 나면 나 괜찮을 거냐고 물었던 거 기억합니까? 난 괜찮을 겁니다. 잘 먹고 잘 지낼 겁니다. 조금만 시간을 주면 잊을 거구요, 다신 임자 생각 안할 겁니다. 그러니 내 걱정말고 돌아가요. 돌아가서 처음 힘드신 것 금방 괜찮아질 겁니다. 워낙 힘찬 분이니까, 그렇게 내가 믿으니까", 그 분이 내 말을 믿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거짓말로 그 분의 마음을 돌려보려 했다. 그 분 마음 알면서도, 내 마음 그렇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돌아가도 나 괜찮지가 않나봐요. 혼자는 도저히 안되겠어서 다시 당신을 찾아다닐지 몰라요. 당신이 나 데려온 그 하늘문을 찾지 못해서 혼자 이상한 세상을 헤매고 다닐지도 모른다구요", 심장이 철렁한다. 다시 헤매고 다닌다고? 그 때는 몰랐다, 그것이 그 분을 기다릴 수 있게 한 내 믿음이 될 거라는 것을...

그러지 말라고 해도 대답을 안하는 그 분, 여기 있는 동안이라는 말에 고개를 돌려버리는 그 분, 그 분 마음 확고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내 고집을 피워본다. "남은 시간동안 되도록 옆에 있을 겁니다. 어디건 불안하니까... 그리고 되도록 웃게 해드리겠습니다. 별로 자신은 없지만...". 생각해보면 그랬다, 언제나 그 분은 날 위해 웃고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모든 것을 뒤늦게 알았을까 

충용위를 조직하라는 주상의 명, 따르기 힘들 것임을 고백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제가 제 스승님의 뒤를 따르고 있는 듯 합니다. 검을 내려놓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나는 도망치고 있었다. 스승님처럼... 지켜주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그리고 더 이상 지킬 것이 없다고를 포기하면서... 

 

***첫회를 보면 노국공주가 목에 자상을 입었을 때 안절부절하는 공민왕과 조일신의 대화를 하고 있는데, 최영은 남의 일인양 벽에 기대 앉아 물끄러미 검집에 매달아 놓은 매희의 두건을 보고 만지던 장면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최영은 그 때 공민왕이 부러웠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신은 지킬 여인이 있어서 좋겠다'. 

 

기철의 집을 정리하러 가는 길, 그 분을 동행시켰다. "유은수, 나를 호위한다".

(*'유은수' 해놓고는 대답! 하는 대장의 대사도 어찌나 설레게 하는지... '네' 하며 토끼처럼 고개를 내미는 은수가 얼마나 사랑스러웠을까요? 참 사소한 것에도 두 번 세 번 가슴 뛰게 합니다*).  

기철의 집, 그 날 그 분이 내 팔을 잡았을때 그 때의 감정을 잊을 수가 없다. "당신 살아있어서 됐어요", 기철의 집에 잡혀있으면서도 그 분은 내가 살았다는 것에 미소를 지었다. 내 팔을 놓고 돌아서는 그 분을 남겨두고 나오는 내 발걸음, 뒷걸음쳐 그 분을 데리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돌아와야 했던 그 날 얼마나 힘들었었는지, "내 것을 찾으러 왔습니다", 검을 찾으러 왔다는 말로 그 분을 찾으러 왔다는 마음을 숨겨버린 그 날의 미안함에 오래도록 내 눈은 그 분의 얼굴에 머문다.  

"이 집에 있을 때 좋았다면서요", 농담을 잘하지 못하면서도 그렇게 그 분을 웃게 해드리고 싶었다. "또 뭘 좋아하십니까?".

"바람부는 날도 좋아하고, 비가 오는 날도 좋아해요. 막 비가 오기 시작하는 그 순간이 제일 좋아요. 빗방울이 하나 둘 이마에 딱 부딪힐때, '어라' 이렇게 하늘을 보게 되잖아요, 그 순간... 또 노란 소국, 회색, 청색, 또...(키가 큰 남자)... 또... (딱 그만큼 큰 손, 그리고 그 목소리)".

내가 좋아하는 것을 묻는 그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좋아하는 게 하나도 없다, 그 분말고는...'좋아하는 것 임자뿐이라고 임자의 어깨에 제 마음 다 얹어봅니다, 임자 밖에 없다고...'.  

여전히 해독제를 포기하지 않는 그 분, 내 곁에 남을 생각을 포기하지 않는 그 분, 그 분 결심 알면서도 나는 그 분을 보낼 준비를 한다. 갖고 싶은 것 다 사주고 싶고, 그 분이 해달라는 것 다 해줄 생각이었다. 원하는 것 다 사주겠다는 말에 아이처럼 좋아하는 그 분, 웃게 해드리고 싶다(이 뒷부분이 대본에서 잘려나간 저잣거리 쇼핑장면입니다).

마음 편하게 보내고 싶었다. 뭘 해주면 그 분 웃으실까, 그 분을 보는 내내 내 머릿속에는 온통 그 생각만이 차있었다. 뭘 해드릴까... 열이 오르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면서, 하늘문이 열리기 전까지 제발... 

그러나 내 기도는 닿지 않았다.내 손을 피하는 그 분, 두 번 세 번... 그 분 손 꼭 움켜쥐었다. 그 분 손이 뜨겁다. 발열이 시작됐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그 기분,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그 불안감에 그 분을 안고 빌고 또 빈다. 발열이 시작되면 일곱날, 하늘문이 열리는 날은 열흘 후, 눈 앞이 깜깜해져 온다.  

해볼게 있다는 말에 한가닥 희망, 아니 내 모든 희망을 걸어본다. "이따 밤에 해볼건데 도움이 필요해요. 그 때를 위해서 내 마음 편하게 해주기, 대장 마음이 편해야 내 마음이 편하니까". 발열이 시작되었는데도 그 분은 내 마음만 걱정한다. 내 마음만... 

그 때는 몰랐다. 그 분이 우리를 그토록 오래도록 보고 있었는지를... 주상전하와 왕비마마, 고모와 도치, 그리고 나를 그 분 마음에 새기고 있었음을...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를 나를 마지막까지 담고 가고 싶어했음을... 

 

"어찌 그리 괜찮은 얼굴을 하고 계십니까? 어떻게 그래요"

"이분 쉬지않고 있어요. 밤새 싸웠어요, 절대 포기하지 않고"

 

기껏 생각한다는 게 독이라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화를 낼 수조차 없었다.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 분은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도와달라고, 내 마음이 편해야 자기 마음 편하다고...

"이렇게 많은 날들이 남아있다고 생각해서 뭘 더해드릴 수 있나만 계속 생각했는데, 근데 오늘 그게 잘못돼버리면 난 더 이상 해줄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웃게 해드린다는 것도..." 울컥 울컥 울음이 터질 것 같아서 말이 계속 끊어진다. 수포가 생긴 팔을 보여주는 그 분, 머리가 핑글 돈다. 심장이 조여온다. 숨도 못쉬게 조여온다.   

 

"어찌 그리 괜찮은 얼굴을 하고 계십니까? 어떻게 그래요".

"나 잘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잘 될거야. 살 수 있어. 살아서 이 사람 옆에 있을 수 있어. 그러니까 괜찮아". 강하신 분, 죽음과 그렇게 강하게 싸우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살고 싶다가 아니었다. 살 수 있다는 그 분의 강한 믿음은 그 분을 돌려보내야 한다고 싸워왔던 내 마음보다 컸다. 그 분이 죽을 지 모른다는 내 불안함을 이길 만큼이나...

 

녹주독 사발은 드는 그 분의 손, 그래도 내 마음 불안해서 막아보지만 그 분은 괜찮다고, 살 수 있다고, 아니 살 거라고 내 손에 그 분 믿음을 얹어준다. 그 분을 돌려보내겠다는 언약, 그 밤 나는 버렸다. 완전히...

'임자, 죽을 듯이 아팠습니다. 가쁜 숨을 내쉬며 의식을 잃어가는 임자의 고통을 보고서도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내가 너무도 미워서 임자를 안고 울지도 못합니다. 임자의 고통 다 내게 달라고 빌고 또 빌었습니다. 밤새 고열로 싸우는 임자, 압니다. 싸우고 있다는 것, 포기하지 않고 쉬지않고 싸우고 있다는 것'. 

그 분이 준 약통, 죽지말라며 내밀었던 그 분의 약, 그 분의 세상에서 상비약으로 가지고 다녔다는 그 분, 한 번도 찾지 않았다. 그토록 힘든 일들을 겪으면서도 그 분은 한 번도 그 분의 약을 찾지 않았다. 그래서 였을까? 돌려달라고 하지 않았던 이유가... 마지막 두 알을 임자에게 먹여달라고?

(*이 부분은 새롭게 해석한 아스피린입니다*)

 

***최영이 은수의 머리를 빗겨주는 장면에서 돌려보낼 마음을 완전히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임자팬들의 생각은? 은수 머리는 왜 빗겨줬을까요?  

 

***신음하는 은수를 안고 힘겨워 하는 최영, 말보다 그 표정이 보여주는 간절함과 절박함, 고통보다 진하게 전해오는 최영의 감정선, 그렇게 절제를 하는데도 더 절절하게 느껴지게 하는 이민호의 표정연기는 압권입니다. 은수를 안은 팔에 힘을 주기보다는 이민호 자신에게만 힘을 주는 연기가 쉽지는 않았을텐데 참 잘 표현된 장면입니다.

상대를 안는 손에 힘을 주는 것으로 절절한 마음을 담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이때의 이민호의 연기는 신선했습니다. 본방리뷰때도 침이 마르게 칭찬했던 부분이었는데요, 그 때는 그 표현방법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넘어갔어요.

 

이런 상황에서 대개의 경우 상대를 으스러지게 안으면서 고통을 표현는데, 이민호는 상대에게 힘을 주기 보다는 이민호 자신의 몸만 힘을 주는 식으로 표현하더군요. 부르르 떨면서도 아픈 은수에게는 힘을 가하지 않지요. 자신이 죽을 듯이 괴롭다는 표현을 이토록 멋지게 하다니...

전 가끔 드라마 보면서 아픈 사람을 온 힘을 다해 끌어안는 보면 환자가 더 심하게 아프겠다 이런 생각을 하곤 하거든요. 그런데 이민호는 환자는 물론 사랑하는 여인의 고통을 지켜봐야 하는 아픔까지 동시에 표현하더군요. 이민호, 격하게 아낀다!! 

 

'임자, 임자를 향하는 내 마음 거두고 또 거뒀습니다. 임자를 제 손은, 제 마음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멈추고 말았습니다. 가질 수 없는 분, 임자의 그림자만을 품고 또 품어봤습니다. 그런 제게 임자는 제게 먼저 다가오셨지요. 기철의 집에서... 그래도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왜 하필 이 분이었을까? 오래 고민만 하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그 분, 밤새 독과 싸우는 그 분을 지켜보는 내마음, 갈기갈기 찢어지게 아팠다.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어 밤새 임자를 안아주는 것 밖에는 하지 못했습니다. 임자가 혹여나 돌아오지 못할까봐 겁이 나서 두려움과 싸우면서 알았습니다. 임자없이는 나도 살 수 없음을...' 그 밤은 내 생애 가장 고통스러운 밤이었고, 가장 긴 밤이었다.

 

원의 단사관이 그랬다. 그 분때문에 내가 죽을 수도 있다고... 그 때는 알지 못했다. 멈춰가는 내 심장, 죽어가는 그 순간 그 사람의 말을 이해했다. 

 

죽어가면서, 기철의 손에 끌려가는 그 분을 보고서야 알았다. 왜 하필 이 분이었을까? 그 분은 내가 그 분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 시간에도 나를 찾아다닐 것임을... 나를 살리려 헤매고 다닐 것임을...그 분을 처음 본 그 순간, 왜 그 분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는지 어렴풋이 알것 같다. "당신이 나를 데려온 그 하늘문을 찾아 헤매고 다닐 것만 같아요'.   

***드디어 접근을 시도하는 천혈입니다. 은수가 100년 전으로 가버린 시간은 지금의 은수나 최영에게는 미래의 은수지만 시간대는 과거입니다. 100년전의 과거에서 은수는 최영에게 기억만이 그 순간을 이루게 한다는 말로, 100년전 고려에서의 은수에게는 미래인 최영을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천혈이 열리자 아무런 망설임없이 들어가버린 최영, 그것이 공민왕의 명만으로 움직여졌을까요?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과거로 돌아간 은수가 최영에게 돌아오고자 하는 간절함이 최영을 하늘문으로 거침없이 향하게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첫날 프리젠테이션에서 은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 이유가 100년전 고려에서의 은수의 간절함이 만든 운명 때문은 아니었을까? 

 

***글을 오전에 발행할 수 있었는데 티스토리 점검시간인지도 모르고 저장을 눌러버린 바람에 글이 몽땅 날아갔어요. 그래서 다시 쓰기는 했는데 역시 마음이 급하다보니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습니다. 지난 번에도 한 번 글을 통째로 날린 적이 있었는데 정말 돌아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급한 마음에 다시쓰다보니 언급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네요.  처음 썼던 그 감정마저도 날아가버려서 울고 싶어라 입니다.

***이민호의 키스비결은 댓글에 써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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