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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06 '하이킥' 하루키를 밀어버린 지훈-정음의 때밀이춤 (24)
2010.01.06 06:45




지붕뚫고 하이킥 81화 정음과 지훈의 에피소드를 보면서 재미와 씁쓸함을 동시에 느꼈어요. 눈에는 철이와 미애의 때밀이 춤을 춘 지훈과 정음의 환상적인 콤비댄스가 아른 거리는데, 생각은 정음이 과연 무식한가?로 쏠렸거든요. 지훈의 친구들과 함께 한 자리는 여러가지로 생각할 거리들을 마치 폭설처럼 던져 준 것 같습니다. 지훈과 정음의 갈등을 위한 장치인지,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인지도 조금 혼란스럽네요.

이번회에 러시아로 유학갔던 신지가 지훈의 친구 여자친구로 깜짝 등장했지요.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지훈의 친구는 마침 흘러 나오는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을 듣고, 학창시절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에 빠져있었던 이야기를 꺼내지요. 그리고 정음에게 "하루키를 좋아해요?" 라고 묻는데 정음은 우물거리고 말아요. 이어 정음의 티셔츠에 그려진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프린팅을 보며 "앤디 워홀을 좋아하냐?"고 묻고, 정음은 "마를린 먼로에요, 마를린 먼로 모르세요?" 하자 지훈의 친구는 말문이 막히고 분위기는 급 어색해져 버리지요. 지훈이 왜 내 여자친구 티셔츠에 관심을 가지느냐고 수습을 해줬지만요. 
사실 지훈의 친구는 처음부터 좀 재수가 없었어요. 좀 심하게 말하면 밥맛이 없는 친구예요. 정음이 학생이라고 하자 "어디학교 다니냐" 고 묻고,  "서운~" 하고 말하는데, 잽싸게 혼자서 "아, 서울대 우리 학교네요. 무슨 과에요?" 하면서 앞서 나가요. 한국에 '서'로 시작하는 대학이 뭐 서울대 하나겠어요. 그렇지 않아도 지방대에 이름까지 서운한 서운대생 정음의 자존심을 구겨 놓는 지훈 친구에요. 정음이 서울대가 아니라 서운대라고 하자 마치 처음 듣는 대학이름이라는 듯이 갸우뚱거리는데, 이 모습을 보며 심히 언짢아 지더군요.
지훈의 친구는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학벌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다 못해 하늘까지 뚫고 가는 친구예요. 서울대 출신인 지훈 여자친구라 하니까, 그리고 정음이 서운~이라고 하니까 으레 서울대라고 지레짐작해 버린 것이겠지만,학벌이 좋은 남자 혹은 여자는 상대도 걸맞는 학벌을 만난다는 쓰잘데 없는 일류병에 든 것 같아서 얄밉더라고요. 이런 친구는 정말 재수뿡 밥맛이예요. 에고 제가 해리를 닮아가나봐요.;;
기분이 상한 정음은 집에 돌아와 인나에게 하루키와 앤디 워홀을 아느냐고 묻는데 인나도 모른다고 해요. 그런데 줄리엔과 정음과 비슷한 부류같아 보이는 광수까지 안다고 하자 무식한 자신에게 화가 나지요. 서점으로 달려 간 정음은 일반 상식책을 사서 이참에 취직공부도 하고 나름 상식도 쌓겠다고 벼릅니다.
그런데 우연히 정음을 만난 신지는 자신도 서운대 출신이라며, 정음에게 어려운 자리 회피법을 가르쳐 줍니다. 신지는 의사들 그룹이 대부분 문학과 예술에 관심이 많다면서, "유식한 얘기를 시작하면 조는 척하고, 물어보면 별로~라고 대답해서 화제가 이어가지 않게 끊어 버리라" 고 조언해 줘요.
신지의 가르침에 정음이 실습할 기회가 생겼어요. 지훈이 갑자기 병원 신년회에 정음을 부른 것이에요. 그냥 밥만 먹고 오면 된다면서요. 지훈의 동료 의사들 자리가 정음에게는 늘상 불편해요. 직업때문에 전문 의학용어나 논문 얘기가 주 화제거든요. 신지커플도 합석을 하고 지루하기만 한 남자의사들의 얘기가 이어지는데, 정음과 신지의 귀를 번쩍이게 하는 멘트가 들려옵니다, 장기자랑이 있을 거랍니다. 물론 상품도 걸렸고요. 나이트에서 갈고 닦은 정음의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온 거지요.
무대로 올라 간 정음과 지훈은 한 번 보기는 아까운 철이와 미애의 때밀이춤을 추며 초록병원 신년회 분위기를 열광의 도가니에 빠지게 합니다. 때밀이춤은 정말 이번회 대박이었어요.ㅋㅋ 당근 우승은 정음과 지훈커플이 차지했지요. 잠시 흥에 겨웠던 정음과 신지에게 또 다시 고문의 시간이 찾아 왔어요. 지훈과 친구들의 의학논문과 큐브릭, 이안 감독의 영화작품 세계까지 끝없이 대화가 이어집니다. 신지와 정음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네 당연히 입닫고 조는 척하는 거지요. 졸다보면 진짜로 잠도 들겠지만요.
학벌이 낮으면 무식하다?
이번 하이킥의 정음의 에피소드를 보면서 생각이 복잡해졌다고 했는데요, 첫째는 학력이라는 편견에서 오는 자존심과 무식함으로 대변되는 정음의 캐릭터때문이었어요. 서운대에 다니는 정음이 학벌에 대한 컴플렉스가 없을 수는 없겠지요. 드라마에서도 현실에서도 학벌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더군다나 남자친구는 서울대 출신의 의사에요.
그런데 저는 묻고 싶습니다. 일류 명문대 출신에 의사라는 직업은 다 유식한가요? 정음과 같은 지방대 삼류학생은 다 무식한가요?
저는 그것은 아니라고 봐요. 정음이 지훈의 의사 동료들과 대화에 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해요. 의학공부도 하지 않았는데 알리가 없지요. 또한 하루키나 앤디 워홀, 큐브릭, 이안 같은 문학 예술분야의 거장들을 모른다고 해서 이게 유식하다 무식하다 잣대가 될 수는 없는 거지요. 
무식과 무지는 다르다고 봅니다. 관심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알지 못할 뿐이지 무식한 것은 아니지요. 그런데 하이킥 이번화를 보면서 은근히 삼류대 다니는 정음이 문학과 예술가를 알지 못하는 것에 자존심 상해하고, 무식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은 썩 유쾌하지는 않네요. 이런 설정 자체가 학력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반영되는 것 같아 씁쓸하고, 학벌이 좋은 사람은 예술과 문학도 많이 아는 유식한 사람들의 부류인 양, 반면 신지와 정음과 같은 그저 그런 대학출신은 무식한 것처럼 그린 것은 다분히 편견이 심하고, 화나는 설정인 것 같습니다. 정음은 좋아하는 관심분야가 다를 뿐이에요. 물론 건설적이지 못한 분야라서 걱정이긴 하지만요(정음씨, 앞으로 술 좀 조금 마시고 공부해서 취직해야쥐!).
그렇다고 정음을 마냥 두둔해 주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정음은 지훈에 비해 조건상으로는 떨어질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정음은 지훈이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 주기만을 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일반상식책을 산 것은 정음이 지훈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일종의 자기개발 노력이었어요. 그런데 결국은 신지가 가르쳐 준 비법을 택합니다.
정음 자신이 무식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면 적어도 지훈 친구들의 대화에 귀는 기울였어야 한다고 봐요. 어떤 것에 대해 "아느냐? 좋아하느냐? " 라고 물어 보면 "모른다" 혹은 "좋아하지 않는다" 라고 솔직하게 대답을 해야지 회피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지요. 매번 지훈의 친구들이 알지 못하는 얘기를 할 때마다 조는 척 할 수만은 없잖아요. 아니 졸아서는 안되지요. 지훈과 친구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일부러 조는 척하는 그것이 바로 무식한 거라고 생각해요.
무식이란 최소한 지켜야 할 상식을 모르거나 지키지 않는 것이에요. 정음은 스스로를 무식하다고 했지만, 사실 관심분야가 아닌데서 오는 무지였을 뿐인데, 결국은 무식한 정음이 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지가 정음을 배려해 준 마음은 따뜻했지만, 충고해 준 방법은 과히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정음은 참 복이 많은 여자 같아요. 저는 지훈과 정음이 때밀이춤을 추는 것을 보면서 그 장면이 재미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정음에게 눈높이를 맞추는 지훈의 마음이 좋았어요. 샌님같은 지훈이 때밀이 타월을 들고 신나게 춤을 추는 것은 사실 지훈에게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도 지훈은 정음이 잘하는 분야(?)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에요.
지훈이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밍숭밍숭 뻣뻣춤이나 추고 있었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이야기들 속에 풀이 죽어있던 정음이 더 죽을 맛이었을 거예요. 이런 것이 바로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지훈이 때밀이춤으로 망가져 주듯이(?) 정음도 지훈의 세계를 알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물론 정음에게 의학공부를 하라는 말은 아니에요ㅎ. 
정음의 학벌이 무식으로 대변되는 듯한 사회적 편견이 씁쓸하고 생각을 복잡하게는 했지만, 여하튼 이번회 초록병원 신년회 장기자랑에서 우승을 한 정음과 지훈의 환상적인 때밀이춤은 대박이었어요. 하루키도 모르고 앤디워홀도 모르는 정음이지만, 신년 분위기를 업시켜준 매력적인 여자에요. 정음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어요. 학벌과 무식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요. 기죽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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