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준'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12.06.23 '각시탈' 살아있는 비밀조직 키쇼카이의 정체와 그 무서운 음모 (5)
  2. 2012.06.15 '각시탈' 주원의 연기성장 보여준 오열과 통쾌한 폭풍싸대기 (8)
  3. 2012.06.14 '각시탈' 신현준의 미친연기, 눈물바다 만든 핏발오열 (10)
  4. 2012.05.31 '각시탈' 1대 각시탈 신현준, 1인3역 열연에도 빵터진 옥에 티 (13)
  5. 2012.04.29 '바보엄마' 이해안가는 김현주, 엄마부르는데 왜 시간이 필요할까? (7)
2012.06.23 10:03




박선영 SBS 아나운서가 8시 뉴스 클로징에서 개념멘트로 일본 우익단체에 일침을 날려 박수를 받고 있는데요, 당연한 말인데도 이런 멘트를 해아 하는 현실이 울분을 자아내게 합니다. 뉴스를 보지는 못했지만 기사에 의하면 박선영 아나운서는, "위안부 소녀상 옆에 막대를 꽂으면서까지 일본이 내세우려는 다케시마라는 섬은 지구 어디에도 없습니다. 독도가 있을 뿐이죠. 그런데 일본은 이 다케시마를 하루 아침에 만들어 낸 것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에겐 분노 못지 않게, 역사를 지키고 이어나갈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합니다"라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고 하는군요. 박선영 아나운서의 속시원한 일갈에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냅니다.
박선영 아나운서의 개념멘트는 과거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과는 대조적이군요. 한일 정상회담에서 다케시마를 표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에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라고 했던 발언의 진위가 뭔지 궁금해서 말이죠.

드라마 각시탈과 상관없는 박선영 아나운서의 멘트를 인용한 것은,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아직도 살아있는 일본의 제국주의 군국주의 파시즘이, 드라마 각시탈에서 의문의 비밀단체 키쇼카이와도 관련이 있는 연장선상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찢어버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일장기나 욱일승천기가 아니에요. 황국신민(皇國臣民)과 내선일체(內鮮一體)라는 글귀입니다. 일제의 군국주의 파시즘의 대명사가 그 4글자이기 때문입니다. 드라마에도 내지인과 반도인이라는 용어가 나오고 있지요. 내(內)는 일본을 선(鮮)은 조선을 가르키죠. 일본과 조선이 하나라는 뜻으로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키면서 당시 조선총독 미나미 지로가 중국 침략에 조선인을 동원하기 위해 내세운 민족말살정책이었습니다.
1919년 3.1만세운동으로 강한 저항에 부딪치자, 일본은 조선에 대한 강압적인 정책대신, 회유정책으로 변환했죠. 일명 문화정책으로, 채찍 대신 당근을 쓴 것이죠. 학교를 세워 교육사업을 지원하고, 조선인을 요직에 등용하기도 하는 등 표면적으로 차별을 줄이는 것으로 말이죠. 조선과 일본은 하나이며, 천황의 신민이라는 황국신민화 정책이 그것입니다.
3.1운동으로 조선의 저항에 뜨거운 맛을 본 일제가 식민지 정책을 변환한 것도 이유이지만, 그보다는 더 무서운 이유가 숨어 있었습니다. 내선일체, 황국신민이라는 기치아래 조선인을 전쟁에 동원하려는 간악한 음모가 그것입니다. 반도인과 내지인은 하나라는 말로 그들의 전쟁에 조선인을 총알받이로 징용하려는... 대동아공영권이라는 기치를 걸고, 진주만 공격으로 시작된 태평양 전쟁에 조선인을 징병하고, 학도병으로 징집하고, 종군위안부로 처녀들을 전쟁터로 끌고 간, 민족 말살정책의 대명사가 바로 이 황국신민화, 내선일체였던 겁니다. 그래서 드라마인데도 내선일체라는 글귀만 보이면, 브라운관으로 들어가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다는...  
지구 역사상 가장 잔혹한 비극이 나찌의 유대인 학살과 일제의 만행입니다. 난징대학살과 생체실험을 자행했던 731부대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군국주의 파시즘 광기의 끔찍한 한 예일 뿐입니다. 우리가 역사를 통해 주시해야 하는 것은, 일본의 현재에도 살아있는 군국주의 침략근성입니다. 독도는 그들의 침략근성이 멈추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광기입니다. 아, 열받네요. 오늘 글은 좀 과격하고 거칠어질 듯하군요.
중일전쟁을 승리로 이끈 일제는 만주국이라는 괴뢰국을 세우고, 아시아 정복의 전초기지로 삼았죠. 여기에는 당시 국내에서 활동하기 힘들었던 독립군들이 만주로 대거 이동해 독립운동을 했던 이유와도 상관이 있습니다. 만주국은 독립군을 잡는 활동으로 이어졌으니까 말입니다. 만주국하니 생각나는 인물이 있군요. 대구소학교 교사를 하던 박정희가 교사를 때려치고, 혈서로 천황에게 충성맹세를 하고 만주군 장교로 활동해 명백한 친일의 행적을 남겼으니 말입니다. 출신성분은 다르지만 각시탈 강토와 칼을 겨누게 될 기무라 슌지와 비슷한 부분이 많군요. 소학교 출신의 일본경찰이라...
아무튼 해방후 반민특위가 흐지부지되고 6.25가 발발하자, 만주군관학교 수석으로 졸업한 박정희의 경력이 우대받으며 인생 대역전(?)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으니, 박정희는 6.25를 일으킨 김일성이 살려준 셈이기도 하군요. 역사는 이렇게 아이러니한 부분이 많습니다. 쩝.

 

키쇼카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역사를 조금 알아야 하는데요, 조선이 쇄국으로 문호를 닫고 있던 시기, 일본은 메이지 유신(明治維新)으로 아시아에서는 가장 먼저 근대화에 성공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분, 박정희가 일본을 얼마나 흠모했으면, 유신이라는 말을 그대로 가져다 썼는지...
일본이 미개한 조선을 개화문명으로 이끌었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이 메이지 유신의 성공에 기인합니다. 1867년 15세의 나이로 천황에 즉위한 메이지를 중심으로 일본은 강력한 왕정을 중심으로 하는 중앙집권체제를 이루죠. 이 과정에서 중앙권력에서 도태된 사무라이도 있었고, 반발세력도 나오기도 했습니다. 강경파였던 사무라이들은 정한론을 주장했다 중앙권력에서 밀려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각시탈이 응징을 하고 있는 비밀조직 키쇼카이에 대한 추리가 가능합니다. 키쇼카이 수장 우에노(전국환)는 정한론자로 사무라이들을 규합해 비밀조직을 결성했고, 사무라이 출신 기무라 타로(천호진)도 피의 맹세를 한 사무라이 출신 중의 한 사람입니다. 드라마에서는 조선총독부 총독과 고향선후배 사이인 콘노 곤지(김응수)와 기무라 타로(천호진)가 앙숙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 일본 내에서도 권력암투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키쇼카이는 극우 성향의 군국주의 추앙자들인듯 합니다. 우에노 앞에서 할복을 했던 조직원의 모습도 나왔던 것처럼, 일본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무라이 정신을 잇고 있는 극우단체지요. 군국주의가 위험한 것은 국민을 군인화시킨다는 것입니다. 황국신민화라는 말에는 조선인을 그들의 전쟁을 위한 군인으로 만들려는 군국주의의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고요.
섬나라 일본에게 중국, 시베리아의 광활한 영토는 꿈이었습니다. 조선말 청일전쟁을 빌미로 조선에게 요구했던 것이 청국을 치려고 하니 길을 내달라는 것이었죠. 조선을 합방한 이후 식민지가 된 조선은 뻥뻥 뚫린 길이나 다름없었죠. 철도개설도 중국과의 전쟁을 위한 물자, 병력 수송용이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각시탈의 시대적 배경이 1930년대 후반부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시기는 대동아 공영권이라는 기치 아래 일제가 군국주의를 확장하는 절정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일본내에서는 흥미로운 사건들도 꽤 있었습니다. 피의 형제단이라 불리는 조직에 의해 일본 수상 2명이 연거푸 살해된 사건이 일어났는데, 만주침략에 비판을 했던 수상을 군부에서 암살한 사건입니다. 1936년에는 일본역사에서는 유명한 2.26 군사쿠테타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천황의 강력한 통치를 주장하는 쿠테타였음에도, 천황이 그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아 2일천하에 그치기는 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군부의 힘은 더 막강해지고, 극우세력이 공고해지는 등의 효과를 거두기도 했죠. 피의 형제단은 근대적인 의미에서의 사무라이 극우단체로, 각시탈에 등장하는 비밀조직 키쇼카이와 비슷해 보이더군요.
메이지 유신이후 천황은 신성불가침의 존재,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신의 영역으로 일본의 국신이었습니다. 일본을 지탱하는 구심점으로 일본=천황이라는 종교적 맹신은 그들 특유의 민족주의를 만들고, 천황에 대한 충성이 곧 사무라이 정신이라는 극우적 충성관을 공고히 했다는 점입니다. 태평양 전쟁이 끝나고 천황의 항복을 받았으면서도, 전범으로서 일본 천황 쇼와(昭和)는 재판도 받지 않았죠. 극우파 정치인들의 야스쿠니의 신사참배를 군국주의의 부활로 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피의 형제단이나 2.26사건을 주도한 청년 장교들은, 공통적으로 사무라이 무사정신으로 무장된 극우단체라는 점에서 키쇼카이와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이들은 일본 제국주의와 천황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내놓는 할복충성심을 보이는 인물들입니다. 가미카제 특공대를 보면 그 맹신적인 충성의 근원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고 말이죠.
단적인 예로 1945년 오키나와의 참극을 들 수 있습니다. 오키나와에 상륙한 미군은 상상을 초월하는 일본군의 저항을 받아야 했죠. 일본군은 부족한 병력을 보총하기 위해 방위대를 소집했고, 오키나와 주인 들 중 노인과 아이들을 제외한 10만여명의 민간인들이 전쟁에 참여합니다. 두 달여가 계속된 오키나와 전투는 결국 일본의 패배로 끝났지만, 그들의 완강한 저항에 당황한 것은 오히려 미국이었습니다. 사령관을 비롯 전 부대원이 자결해 버린 그들의 정신세계, 군인정신은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지요. 그들의 자결저항에 기겁한 미국이 원자폭탄이라는 지구상 최대 비극무기를 사용했던 것도 그때문이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천황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과 사무라이 정신을 보여준 단적인 예가 오래전 일이기는 하지만, 전세계를 놀라게 했던 오노다의 30년 전쟁입니다. 오노다는 22세였던 1944년에 필리핀에 있는 미군기지를 폭파하라는 명령을 받고 떠났다가 30년 만인 1974년에서야 투항하고 일본으로 돌아감으로써, 30년동안 태평양 전쟁을 치룬 군인입니다. 

1974년 필리핀의 정글에 나타난 52세의 오노다, 아직도 TV를 통해 본 장면이 눈에 선하군요. 홀로 30년을 전쟁을 치르면서 그는 가족과 친구들이 전쟁이 끝났음을 알려도 받아들이지 않았지요. 출격명령을 내린 직속상관에게서 항복하라는 명령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혀, 더 놀라게 했습니다. "죽지말고 데리러 올 때까지 버티라"는 상관의 명령만을 믿고, 가족과 친구의 모습도 멀리서 보면서도 만나지 않았던 그는, 상관이 작성한 투항명령서를 받고서야 패전을 인정하고 정글을 나왔습니다. 일본은 그를 영웅으로 환영했지만, 세계인들은 일본 군국주의 광신도에게 경악했지요. 주군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하는 일본인 특유의 군부 파시즘의 한 예가 오노다입니다.
치떨리는 일제의 한민족말살 정책은 경성천도 계획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삐리리 잡종개자식들을 용서할 수 없는 이유, 계속적으로 그들의 군국주의 망령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독도문제도 마찬가지고요. 혹시 일본의 경성천도설을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책 리뷰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요, 1930년대, 일본의 군국주의자 도요카와 젠요란 자가 ‘경성천도론’이 주장했다는 것입니다. 도요카와 젠요는 일본 수도 도쿄가 너무 동쪽에 치우쳐 있어서 만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수도를 조선의 경성(서울)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경성천도와 관련, 구체적으로 800만명의 일본인을 조선으로 이주하게 하고, 조선인 800만명을 일본으로 이주시켜 조선을 영구적으로 종속시키려는 계획을 짰던 인물입니다. 대동아 공영권에 대한 야심이면서, 지진, 해일 등으로 불안한 일본의 수도를 한반도로 옮기기 까지 하려는 계획이었습니다. 조선을 일본화시키려는 조선말살정책의 일환이었던 것입니다. 치가 떨려서 이런 놈은 부관참시라도 하고 싶군요.

물론 계획대로 시행되지는 않았지만,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않습니까? 일본의 수도가 경성(서울)으로 되고, 800명도 아닌, 800만명의 일본인이 조선으로 이주했다면, 아이고 머리가 아찔해 옵니다. 일본인들에게 조선은 마음의 고향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이런 미친 소리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남산소학교 선생이었던 기무라 슌지도 비슷한 말을 했었죠. 조선인에게 우호적인 기무라 슌지의 조선사랑은 위험하기 짝이없는 일본사람들의 그런 심리를 대변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유모를 어머니처럼 여기고 첫사랑 목단에 대한 순애보로 슌지라는 인물을 착하게 그렸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조선에 대한 끊임없는 갈구와 일맥상통한 축적된 그리움이기도 합니다.
일본이 한반도를 침략한 것이 900 여회입니다. 왜 그렇게 끈질기게 지속적으로 침략을 해왔겠습니까? 조선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그들이 살고 싶은 땅, 뭍이었기 때문입니다. 가지지 못하는 땅, 그림의 떡 조선은 오랜 침략의 역사를 통해 알게 모르게 희망봉이 되어왔던 것이죠.
각시탈에서 키쇼카이 조직이 상징하는 것도 같은 것이라 생각됩니다. 키쇼카이는 동경 본부를 비롯 경성(서울)지부를 설치해 비밀리에 활동하는 단체로, 구체적으로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일본내에서는 정치적 패권싸움을 하는, 일본제국주의의 극우파 조직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들의 목표는 조선을 완전하게 일본화시켜 조선이라는 나라를 지구상에서 없애 버리는 것입니다. 조선말, 조선의 민족혼, 조선의 글, 조선의 땅까지 빼앗고 조선인을 일본인으로 만드는 것이죠. 
경성천도, 800만명 일본인을 조선으로 이주시키고자 했던 계획은 도요카와 젠요라는 한 미친놈의 망상이 아니라, 키쇼카이로 상징되는 극우파 비밀조직이 그 배후였음도 짐작하게 합니다. 2대 각시탈을 쓰고 얼굴없는 영웅 각시탈의 길을 선택한 강토, 그의 복수를 형과 어머니에 대한 개인적인 복수라고 보면 안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키쇼카이는 5쳔년 유구한 역사를 가진 조선을 한 국가로서도, 민족으로서도 말살해 버리려는 조직이기 때문이죠.
비록 드라마속 비밀단체이지만 키쇼카이는 여전히 살아있는 망령조직이며, 오늘의 우리에게 역사는 반복될 수 있음을 환기시켜 줍니다.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이 그 단적인 예입니다. 일본의 신군국주의 망령에 감정적인 분노 못지않게, 역사를 지키고 이어나갈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박선영 아나운서의 멘트처럼, 오늘 우리들이 드라마속 강산과 강토처럼 각시탈을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국이 마음의 고향같다는 망발을 하지 못하게 말입니다. 가까운 이웃임에도 먼나라일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들의 세습화된 사무라이 정신이 신군국주의 침략의도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겠죠. 친구로 오는 일본인은 환영하지만, 여전히 버리지 못한 제국주의 침략근성은 사양합니다. 한마디로 '사요나라, 꺼져!'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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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5 09:39




만주로 장사를 떠났다, 계집에게 빠져 가솔들을 버리고 가버렸다, 노름에 빠져 전답을 팔아 챙겨 가버렸다 등등 독립운동을 하며 몸을 숨겨야 했던 우국지사들은 욕된 오명도 무릅써야 했습니다. 심지어 죽은 사람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그나마 남아있는 가족들을 지키고, 일제의 감시를 피하는 한 방법이었으니까요.
독립운동가의 집안이 조선인들에게 추앙을 받기만 했을까요?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감시망은 두터워졌고, 이웃조차도 눈에 띄게 가까이 지내는 것을 꺼려했습니다. 불똥이 튀길까 두려워서 였죠. 국내에 남아 연락책이 되기도 하고, 군자금을 전달하기도 하면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도 비참하게 살았던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신분이 들통나서는 안되는 일이기에 말이죠. 각시탈처럼...
강산이 각시탈임을 숨기기 위해 목숨으로 비밀을 지킨 어머니, 그 싸늘한 시신을 안고 오열하는 이강산이 조선 하늘을 울립니다. 바닥이 차다며 죽은 어머니에게 일어나라고, 넋나간 사람마냥 혼잣말을 하며 우는 강산의 눈물에 가슴이 먹먹해 왔습니다.
그런데 연이은 비극으로 눈물이 마를 틈을 주지 않았지요. 형이 각시탈인 줄도 모르고 형의 가슴에 총을 쏴버린 이강토, 그것도 어머니를 죽인 기무라 켄지에게 복수를 하고 있었던 형인데 말입니다. 이토록 슬픈 비극이 있을까 싶습니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 속수무책이었던 자신을 책망하며 분노하며 뛰쳐나간 강산, 강산의 쇠퉁소를 막은 이는 안타깝게도 동생 강토의 총이었습니다. 총을 맞은 강산은 아버지 이선의 호위무사였던 백건의 도움으로 집으로 갈 수 있었지요. 어머니의 시신을 두고 몸을 피할 수 없었던 강산이었기에 말이죠. 강산의 핏자국을 따라 각시탈을 쫓아온 이강토, 믿기지 않은 모습에 경악합니다. 바보천치 형이 각시탈이었다니, 그 형을 자신의 손으로 쐈다니, 악몽입니다. 얼른 깨어나고 싶은 악몽입니다.
"미안하다. 내가 다 해결하고 싶었는데... 너한테 짐주지 않고 내가 다 해결하고 싶었는데...", 꿈이 아니었습니다. 악몽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강토 잘생겼네. 내동생 우리 영이 보고 싶어서 어쩌지...", 그게 형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어릴 적 강토의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는 형, 예전 다정했던 그 모습입니다.
형이 진짜로 죽었나 봅니다. 어머니를 불러도 대답이 없습니다. 형이 죽었나 보다고 소리쳐도 어머니가 나오지 않습니다. 방으로 뛰쳐들어간 강토, 어머니가 고이 잠든 모습을 봅니다. 형이 죽었다는데도 잠만 자고 있는 어머니입니다. 일어나라고 이불을 걷었는데 어머니 저고리에 피가 흥건합니다.
오열하는 주원, 각시탈 형제들 신현준과 주원 정말 이래도 되는 겁니까? 주원의 폭풍오열에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이 남자들 연기를 어쩜 이리도 잘하는지, 두 남자가 해도해도 너무 하네요. 이렇게 심금을 울리는 사실적인 오열연기를 하다니 말입니다.
신현준과 주원의 폭풍오열 공통점은, 무장해제였습니다. 연기가 아니라 스토리의 캐릭터와 일치되어 온몸으로 슬픔을 토해내는 것이었죠. 그 감정폭발은 고스란히 스토리가 되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었고, 가족을 잃은 망연자실함은 카메라 앵글을 넘어 흘러넘치게 합니다. 신현준과 주원의 오열은 강한 화력에 끓어 넘치는 죽처럼, 슬픔이 끓어 넘치는 것을 느끼게 하더군요.
이강산과 이강토의 비극을 정점으로 찍은 비극은 아이러니한 서글픔이었습니다. 어머니와 형을 잃은 강토의 슬픔에, 서글픔으로 마감을 해버리더군요. 각시탈이 뿌려준 돈을 받아 기쁜 시장사람들, 가난한 조선인들에게 각시탈은 희망을 상징하는 구세주였습니다. "각시탈을 위하여"라며 건배를 하는 그 시각, 각시탈 이강산은 숨을 거두고 있었지요. 아무도 모르게 말입니다. 조선인들에게 이름자 하나 남기지 못하고, 각시탈 얼굴없는 영웅, 그 슬픈 운명을 혼자 짊어진채 말입니다.
각시탈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있는 이강토의 집에 불을 질러버린 것은, 그들 나름대로의 감사의 표시였습니다. 왜놈의 앞잡이가 되어 조선인들을 핍박하는 이강토에 대한 복수를 통해, 각시탈에게 응원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 했던 것이지요. 그들이 환호하는 얼굴없는 영웅, 이름없는 애국지사 각시탈이 마당에 누워 숨져있는 것도 모르면서 말입니다. 어머니의 시신과 각시탈 강산이 화염에 휩싸이는 장면은 시대의 비극을 극대화한, 아이러니한 서글픔, 가슴 먹먹한 서글픔이었습니다.
어머니와 형이 불에 타는 것을 울며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강토, 백건을 통해 강산의 모든 것을 듣게 되었지요. 아버지의 원수, 반역의 배신자들을 처단해 왔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아버지의 원수는 개인의 사사로운 원한관계만이 아니기에, 한 집안의 복수 서사극과는 그 궤를 달리합니다. 기무라 켄지에게 복수를 하러 간 강토는 아직은 제2의 각시탈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를 죽인 원수를 죽인 것에 불과했으니까요.

무차별 난타를 하는 강토때문에 환호성을 질렀네요. 기무라 켄지를 북어패듯이 패주는데, 얼마나 통쾌하고 짜릿한지 말입니다. 탈속에서 드러나는 강토의 눈빛은 분노로 이글거렸지요. 강토의 폭풍싸대기를 맞고 일그러지는 기무라 켄지(박주형)를 보니 어찌나 시원한지, 간만에 시원한 활극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에 두 손가락으로 켄지의 목줄기를 따버리는데, 피를 토하는 것을 보고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이 놈 안죽고 살아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릴 것같아서 말이죠.
목단이 종로경찰서에 연행되었다는 소식에 경찰서로 달려온 슌지와 2대 각시탈이 될 강토가 마주치면서, 각시탈의 이야기 2부로 접어들었는데요, 목단을 사이에 둔 강토와 슌지의 연정과 그들의 우정이 어떤 형태로 시대의 비극과 마주하게 될지 궁금해지네요.

1대 각시탈이었던 신현준이 죽음으로 하차를 한 것이 아쉽네요. 바보연기와 각시탈을 오가며 좋은 연기를 보여준 신현준, 강토와의 마지막 대화가 아직도 귀에 맴도네요. "내 동생, 우리 영이 보고 싶어 어쩌지...", 강산은 죽어가면서 강토에게 자신의 뜻을 이어달라거나, 거창하게 나라를 되찾으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동생을 떠나는 형의 마음만 전하고 갔지요. 강토가 위험에 처하지 않게 하기 위해, 하고 있던 일도, 각시탈이라는 정체도 숨겼던 것처럼 말이죠.
강토는 그런 형이 더 원망스럽고 그립습니다. 차라리 대신 마무리를 지어달라는 유언이라도 했더라면, 강토는 싫다고 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형은 아무 짐도 지워주지 않고 가버렸습니다. 형을 쏴버린 자신을 어떻게 용서하라고, 어머니를 죽게 하고 형제를 비극으로 몬 각시탈만을 남겨둔채 말입니다.
어머니를 죽인 켄지를 각시탈을 쓰고 형과 자신의 이름으로 복수했지만, 강토가 형 강산에 이어 각시탈을 쓸 지는 아직 모릅니다. 강토가 각시탈을 써야 하는 이유를 이제는 강토 스스로가 찾아야 합니다. 형과 어머니의 목숨을 앗아간 각시탈, 그것이 힘없는 조선인들에게 어떤 존재인지 일본경찰이 아닌, 조선인의 눈으로 보게 되는 날 말입니다.

주원의 연기가 물만난 고기처럼 살아나고 있어 각시탈의 재미를 한층 살려주고 있는데요, 마준이로 첫인사를 나눈지가 얼마되지 않았는데, 대사의 어색함이나 표정의 강약을 조절하는 연기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생각이 드는 배우입니다. 켄지를 두드려 패줄때, 얼마나 분노가 극에 달했는지 손가락 마디마디가 부들부들 떨리고, 탈 속의 눈이 활활 타오르는 듯 하더군요. 탈을 벗기고 그 표정을 보고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처음 주연에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주연으로서 큰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미안할 정도의 연기력에 놀랐습니다. 배역이 연기를 성장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연기력이 배역을 살리는 경우도 있지요. 각시탈은 워낙 매력적인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일본경찰 이강토는 비열하고 잔인할 정도의 차가움을 동시에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입니다. 신현준이 각시탈과 바보로 1인2역을 했다면, 주원은 각시탈과 왜놈앞잡이 순사로 1인2역을 하는 캐릭터인데, 액션신이나 목단과의 감정선, 그리고 일본경찰로서의 냉혈한 모습까지 흠잡을 수 없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서, 이강토라는 캐릭터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드라마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주원이 혼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 드라마 속에서도 보인다는 점입니다. 열심히 찍는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죠. 캐릭터에 몰입하고 열심히 한다는 것은 연기자에게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자세입니다. 형의 정체와 죽음 앞에 망연자실 충격에 빠지는 모습이나 어머니의 죽음 앞에 오열하는 모습은, 그 캐릭터가 되지 않고서는 그런 격정적인 감정을 폭발하기가 힘들죠. 마치 어미잃은 짐승의 울부짖음을 보는 듯했습니다.
지난회 신현준이 어머니를 부둥켜 안고 오열하는 장면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데, 주원의 오열도 그러하더군요. 연기를 하는 배우의 표정이 아니라, 극도의 슬픔 앞에 사람에게서 나오는 원초적인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듯한 느낌말입니다. 드라마 한 신에서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연기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ViewOn)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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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5 09:39




만주로 장사를 떠났다, 계집에게 빠져 가솔들을 버리고 가버렸다, 노름에 빠져 전답을 팔아 챙겨 가버렸다 등등 독립운동을 하며 몸을 숨겨야 했던 우국지사들은 욕된 오명도 무릅써야 했습니다. 심지어 죽은 사람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그나마 남아있는 가족들을 지키고, 일제의 감시를 피하는 한 방법이었으니까요.
독립운동가의 집안이 조선인들에게 추앙을 받기만 했을까요?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감시망은 두터워졌고, 이웃조차도 눈에 띄게 가까이 지내는 것을 꺼려했습니다. 불똥이 튀길까 두려워서 였죠. 국내에 남아 연락책이 되기도 하고, 군자금을 전달하기도 하면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도 비참하게 살았던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신분이 들통나서는 안되는 일이기에 말이죠. 각시탈처럼...
강산이 각시탈임을 숨기기 위해 목숨으로 비밀을 지킨 어머니, 그 싸늘한 시신을 안고 오열하는 이강산이 조선 하늘을 울립니다. 바닥이 차다며 죽은 어머니에게 일어나라고, 넋나간 사람마냥 혼잣말을 하며 우는 강산의 눈물에 가슴이 먹먹해 왔습니다.
그런데 연이은 비극으로 눈물이 마를 틈을 주지 않았지요. 형이 각시탈인 줄도 모르고 형의 가슴에 총을 쏴버린 이강토, 그것도 어머니를 죽인 기무라 켄지에게 복수를 하고 있었던 형인데 말입니다. 이토록 슬픈 비극이 있을까 싶습니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 속수무책이었던 자신을 책망하며 분노하며 뛰쳐나간 강산, 강산의 쇠퉁소를 막은 이는 안타깝게도 동생 강토의 총이었습니다. 총을 맞은 강산은 아버지 이선의 호위무사였던 백건의 도움으로 집으로 갈 수 있었지요. 어머니의 시신을 두고 몸을 피할 수 없었던 강산이었기에 말이죠. 강산의 핏자국을 따라 각시탈을 쫓아온 이강토, 믿기지 않은 모습에 경악합니다. 바보천치 형이 각시탈이었다니, 그 형을 자신의 손으로 쐈다니, 악몽입니다. 얼른 깨어나고 싶은 악몽입니다.
"미안하다. 내가 다 해결하고 싶었는데... 너한테 짐주지 않고 내가 다 해결하고 싶었는데...", 꿈이 아니었습니다. 악몽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강토 잘생겼네. 내동생 우리 영이 보고 싶어서 어쩌지...", 그게 형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어릴 적 강토의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는 형, 예전 다정했던 그 모습입니다.
형이 진짜로 죽었나 봅니다. 어머니를 불러도 대답이 없습니다. 형이 죽었나 보다고 소리쳐도 어머니가 나오지 않습니다. 방으로 뛰쳐들어간 강토, 어머니가 고이 잠든 모습을 봅니다. 형이 죽었다는데도 잠만 자고 있는 어머니입니다. 일어나라고 이불을 걷었는데 어머니 저고리에 피가 흥건합니다.
오열하는 주원, 각시탈 형제들 신현준과 주원 정말 이래도 되는 겁니까? 주원의 폭풍오열에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이 남자들 연기를 어쩜 이리도 잘하는지, 두 남자가 해도해도 너무 하네요. 이렇게 심금을 울리는 사실적인 오열연기를 하다니 말입니다.
신현준과 주원의 폭풍오열 공통점은, 무장해제였습니다. 연기가 아니라 스토리의 캐릭터와 일치되어 온몸으로 슬픔을 토해내는 것이었죠. 그 감정폭발은 고스란히 스토리가 되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었고, 가족을 잃은 망연자실함은 카메라 앵글을 넘어 흘러넘치게 합니다. 신현준과 주원의 오열은 강한 화력에 끓어 넘치는 죽처럼, 슬픔이 끓어 넘치는 것을 느끼게 하더군요.
이강산과 이강토의 비극을 정점으로 찍은 비극은 아이러니한 서글픔이었습니다. 어머니와 형을 잃은 강토의 슬픔에, 서글픔으로 마감을 해버리더군요. 각시탈이 뿌려준 돈을 받아 기쁜 시장사람들, 가난한 조선인들에게 각시탈은 희망을 상징하는 구세주였습니다. "각시탈을 위하여"라며 건배를 하는 그 시각, 각시탈 이강산은 숨을 거두고 있었지요. 아무도 모르게 말입니다. 조선인들에게 이름자 하나 남기지 못하고, 각시탈 얼굴없는 영웅, 그 슬픈 운명을 혼자 짊어진채 말입니다.
각시탈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있는 이강토의 집에 불을 질러버린 것은, 그들 나름대로의 감사의 표시였습니다. 왜놈의 앞잡이가 되어 조선인들을 핍박하는 이강토에 대한 복수를 통해, 각시탈에게 응원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 했던 것이지요. 그들이 환호하는 얼굴없는 영웅, 이름없는 애국지사 각시탈이 마당에 누워 숨져있는 것도 모르면서 말입니다. 어머니의 시신과 각시탈 강산이 화염에 휩싸이는 장면은 시대의 비극을 극대화한, 아이러니한 서글픔, 가슴 먹먹한 서글픔이었습니다.
어머니와 형이 불에 타는 것을 울며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강토, 백건을 통해 강산의 모든 것을 듣게 되었지요. 아버지의 원수, 반역의 배신자들을 처단해 왔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아버지의 원수는 개인의 사사로운 원한관계만이 아니기에, 한 집안의 복수 서사극과는 그 궤를 달리합니다. 기무라 켄지에게 복수를 하러 간 강토는 아직은 제2의 각시탈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를 죽인 원수를 죽인 것에 불과했으니까요.

무차별 난타를 하는 강토때문에 환호성을 질렀네요. 기무라 켄지를 북어패듯이 패주는데, 얼마나 통쾌하고 짜릿한지 말입니다. 탈속에서 드러나는 강토의 눈빛은 분노로 이글거렸지요. 강토의 폭풍싸대기를 맞고 일그러지는 기무라 켄지(박주형)를 보니 어찌나 시원한지, 간만에 시원한 활극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에 두 손가락으로 켄지의 목줄기를 따버리는데, 피를 토하는 것을 보고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이 놈 안죽고 살아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릴 것같아서 말이죠.
목단이 종로경찰서에 연행되었다는 소식에 경찰서로 달려온 슌지와 2대 각시탈이 될 강토가 마주치면서, 각시탈의 이야기 2부로 접어들었는데요, 목단을 사이에 둔 강토와 슌지의 연정과 그들의 우정이 어떤 형태로 시대의 비극과 마주하게 될지 궁금해지네요.

1대 각시탈이었던 신현준이 죽음으로 하차를 한 것이 아쉽네요. 바보연기와 각시탈을 오가며 좋은 연기를 보여준 신현준, 강토와의 마지막 대화가 아직도 귀에 맴도네요. "내 동생, 우리 영이 보고 싶어 어쩌지...", 강산은 죽어가면서 강토에게 자신의 뜻을 이어달라거나, 거창하게 나라를 되찾으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동생을 떠나는 형의 마음만 전하고 갔지요. 강토가 위험에 처하지 않게 하기 위해, 하고 있던 일도, 각시탈이라는 정체도 숨겼던 것처럼 말이죠.
강토는 그런 형이 더 원망스럽고 그립습니다. 차라리 대신 마무리를 지어달라는 유언이라도 했더라면, 강토는 싫다고 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형은 아무 짐도 지워주지 않고 가버렸습니다. 형을 쏴버린 자신을 어떻게 용서하라고, 어머니를 죽게 하고 형제를 비극으로 몬 각시탈만을 남겨둔채 말입니다.
어머니를 죽인 켄지를 각시탈을 쓰고 형과 자신의 이름으로 복수했지만, 강토가 형 강산에 이어 각시탈을 쓸 지는 아직 모릅니다. 강토가 각시탈을 써야 하는 이유를 이제는 강토 스스로가 찾아야 합니다. 형과 어머니의 목숨을 앗아간 각시탈, 그것이 힘없는 조선인들에게 어떤 존재인지 일본경찰이 아닌, 조선인의 눈으로 보게 되는 날 말입니다.

주원의 연기가 물만난 고기처럼 살아나고 있어 각시탈의 재미를 한층 살려주고 있는데요, 마준이로 첫인사를 나눈지가 얼마되지 않았는데, 대사의 어색함이나 표정의 강약을 조절하는 연기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생각이 드는 배우입니다. 켄지를 두드려 패줄때, 얼마나 분노가 극에 달했는지 손가락 마디마디가 부들부들 떨리고, 탈 속의 눈이 활활 타오르는 듯 하더군요. 탈을 벗기고 그 표정을 보고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처음 주연에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주연으로서 큰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미안할 정도의 연기력에 놀랐습니다. 배역이 연기를 성장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연기력이 배역을 살리는 경우도 있지요. 각시탈은 워낙 매력적인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일본경찰 이강토는 비열하고 잔인할 정도의 차가움을 동시에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입니다. 신현준이 각시탈과 바보로 1인2역을 했다면, 주원은 각시탈과 왜놈앞잡이 순사로 1인2역을 하는 캐릭터인데, 액션신이나 목단과의 감정선, 그리고 일본경찰로서의 냉혈한 모습까지 흠잡을 수 없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서, 이강토라는 캐릭터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드라마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주원이 혼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 드라마 속에서도 보인다는 점입니다. 열심히 찍는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죠. 캐릭터에 몰입하고 열심히 한다는 것은 연기자에게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자세입니다. 형의 정체와 죽음 앞에 망연자실 충격에 빠지는 모습이나 어머니의 죽음 앞에 오열하는 모습은, 그 캐릭터가 되지 않고서는 그런 격정적인 감정을 폭발하기가 힘들죠. 마치 어미잃은 짐승의 울부짖음을 보는 듯했습니다.
지난회 신현준이 어머니를 부둥켜 안고 오열하는 장면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데, 주원의 오열도 그러하더군요. 연기를 하는 배우의 표정이 아니라, 극도의 슬픔 앞에 사람에게서 나오는 원초적인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듯한 느낌말입니다. 드라마 한 신에서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연기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ViewOn)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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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4 10:15




목단이 자신의 첫사랑 분이이자, 친구 슌지의 첫사랑 에스더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강토입니다. 그러나 목단에게 자신이 누구라는 것을 밝힐 수 없는 강토의 속마음을, 주원이 좋은 내면연기로 표현했지요. 목단이 깨어나자 처음으로 이강토에게서 그의 참모습을 발견한 수 있었습니다.
"정말 다행이야"라며 웃는 이강토, 그렇게 해맑고 고운 아이가 왜놈의 개가 되어야 했는지, 망국의 백성, 그 서글픈 한 단면이겠지요. 얼굴을 잃은 사람들, 이름을 잃은 사람들이 많았던 일제강점기의...
이번회 가장 통쾌했던 장면은 조일은행의 돈을 빼돌린 현금수송차를 가로막은 각시탈의 활약이었습니다. 사과궤짝에 가득 담겨있는 썩은 사과를 받은 기무라 타로(천호진)의 썩은 표정이란... 대박이었습니다. 사과궤짝은 우리 사회의 신랄한 풍자 한장면이기도 해서 더 통쾌하더군요.
조일은행 현금수송차 탈취사건은 예기치 않은 비극으로 이어져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조선인들에게 현금을 던져 주고 돌아온 각시탈 이강산이 어머니의 죽음을 봐야했기 때문에 말이지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각시탈의 활약만큼이나 바보와 얼굴없는 독립군 각시탈, 죽은 어머니를 가슴에 안고 우는 이강산을 넘나들며, 신현준이 좋은 연기를 보였지요. 특히 신현준의 오열연기는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슬픔이 무엇인지를 잘 표현해서 감동적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과 형의 정체로 강토가 각시탈이 될 것이라는 것이 예고편을 통해 암시되기도 했는데요, 사자놀이에서 보여준 주원의 액션연기가 훌륭하더군요. 대역을 쓴 것 같지는 않았는데, 주원의 각시탈은 신현준의 각시탈보다는 역동성이 가미될 것이라 생각되기에, 볼거리가 더 풍성해 질 것같은 예감이 드네요.
무엇보다 첫사랑 목단에게 마저도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하는 이강토의 애틋한 감정은, 스펙터클한 드라마를 서정적으로 이끌어 가는 한 축이 될 듯한데, 그 감정선을 이어주는 주원의 연기가 참 좋더군요. 
왜놈앞잡이, 매국노, 독립군잡는 식인종이라는 독설에 강토는 화가 치밉니다. 독립군 대장 목담사리의 딸이자 오매불망 잊지 못했던 첫사랑, 강토가 기필코 잡아야 하는 각시탈의 한패라는 현실은 강토가 자신이 누구라는 것을 밝힐 기회도 주지 않습니다.
친구 슌지의 첫사랑, 슌지의 옷장에서 옷을 벗고 숨어있었던 여자가 분이었다니, 슌지에게 보내는 분이의 다정한 눈길은 강토의 질투심에 불을 지피지요. 오래동안 잊고 있었는데, 죽은 줄로만 알고 가슴 한 켠에 묻어두었는데, 막상 눈앞에 나타난 분이를 보자 강토는 분이에 대한 사랑이 온몸에서 살아나고 있음을 느낍니다.
분이와의 재회로 심란한 강토에게 전해질 어머니의 죽음이 강토를 어떻게 분노하게 할지, 얼핏 보여진 2대 각시탈이 강토라는 암시를 통해 나왔지요. 켄지의 총에 맞아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될 강토, 슌지와는 함께 할 수 없는 길을 가게 되겠지요.
의문의 여인 우에노와 이강토와의 인연도 밝혀졌지요. 경찰서를 나가는 이강토를 보며 얼음처럼 굳어버린 우에노가 무슨 곡절이 있길래 싶었는데, 과거 명월관 기생이었을 때 이강토가 목숨을 걸고 지켜주었던 인연이 있었지요. 콘노(김응수)와 각시탈을 잡기 위해 온 우에노가 각시탈을 잡아야 하는 이강토와 같은 운명을 가졌다고 미소짓는 것을 보니, 아이러니한 삼각관계를 느끼게도 합니다. 그녀가 유일하게 조선인 중에 좋아하는 사람 이강토는 그녀가 잡아야 하는 각시탈이니 말입니다.
번번히 목숨을 구해준 각시탈을 좋아하는 목단의 삼각관계는 우에노와는 정반대지요. 각시탈을 벗은 이강토는 죽이고 싶은 적 왜놈앞잡이 식인종이니, 이 무슨 가혹한 운명인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이강토가 그 각시탈을 쓰게 될 것이기에, 목단의 각시탈을 향한 연모의 마음도 더 싶어질테지요.
조선의 얼굴없는 영웅 각시탈이 아들 강산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어머니, 그러나 비극은 너무나 빨리 찾아왔습니다. 자랑스러운 아들, 그 고단했을 어깨를 다독여주지도 못하고, 어머니(송옥숙)는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늘 가슴에 아픈 손가락이었던 강산이가, 바보라고 놀림받고 왜놈 앞잡이 형이라고 강토를 대신해 뭇매를 맞으면서도, 한 번도 속을 내비치지 않은 강산이가 각시탈이었다니...
속을 내비칠 수가 없어서 였습니다. 그 말 못하는 심정이 얼마나 답답했을까...'내새끼가 어떤 자식인데, 이씨가문의 장손이.. 그럼 그렇지, 그랬을리가 없어. 저승에 가서 인이 아버지를 볼 면목이 생겼구나, 내 아들 강산이, 인아...'.
이강산이 각시탈이라 의심한 켄지의 총을 가로막은 어머니, 절대로 말하지 말라며 강산을 막는 어머니였습니다. 그 똑똑하고 의젓했던 인(강산이 원래 이름)이 고문을 받고 바보가 되어서 나왔을 때, 어머니의 가슴은 찢어졌습니다. 그래도 살아서 나온 것만으로 천지신령님께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바보아들이라 할지라도, 미친아들이라 할지라도, 산 자식을 죽은 자식에 비하겠어요.
지붕에서 내려오면서 흘린 각시탈, 비로소 어머니는 아들 강산이를 알아봅니다. 멀쩡한 강산이의 모습을 말이지요. "강산아 겁먹지마. 에미는 네가 너무 자랑스럽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어머니는 절대로 말하지 말라며, 주저하는 이강산을 엄한 눈빛으로 쏘아봅니다.
어머니는 죽으면서도 기쁜 눈물을 흘리고 갑니다. 아들 강산이 바보로 위장하며 살면서도, 아버지의 뜻을 이어 온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살인범이라고 해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어머니일진대, 어미인 자신에게 까지 정체를 말하지 않았던 강산이, 홀로 삭혀야 했을 울분을 몰라주고, 쓰다듬어 주지 못한 것이 한으로 맺힐 뿐인 어머니는, 강한 아들이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다만 천둥벌거숭이같이 날뛰는 강토를 두고 가는 것이 못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형인줄도 모르고 각시탈을 잡겠다고, 밤낮으로 미친놈처럼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다니는 강토, "네 동생, 우리 영이 잘 부탁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눈을 감는 어머니, 송옥숙과 신현준이 말없이 주고 받는 눈빛교환은 백마디의 말보다 더 많은 것들을 전달해 주었지요. 다소 의아하게 폴짝 뛰어 켄지의 권총에 달려드는 송옥숙의 몸연기는 부자연스러워 보였음에도 말이지요. 
눈 앞에서 어머니가 총을 맞고 쓰러지는 것을 본 이강산, 신현준의 연기는 연기인지 사실인지 구분이 안가는 열연이었습니다. "어, 어" 밖에 뱉어내지 못하고, 자기 손으로 뺨을 때리고, 머리를 때리는 바보연기를 했지만, 바보연기는 연기가 아니라 진짜라고 느껴지더군요.
어머니를 죽게 한 자책, 충격, 목숨을 걸고 아들을 살리고자 했던 어머니의 죽음 앞에, 신현준은 요즘말로 멘붕된 모습을 논스톱으로 보여주더군요. 어머니를 지키지 못한 자신의 뺨을 철썩철썩 때리고, 각시탈이라 말하지 못한 자기의 입을 사정없이 때리는 모습은, 바보연기를 하면서도 감추지 못한 이강산의 마음이었고, 분노였고, 슬픔이었습니다.
죽어가는 어머니를 부둥켜 안고서도 정체를 드러낼 수 없는 각시탈, 켄지와 일본순사들이 몰려간 뒤에야 이강산은 오열할 수 있었습니다. 바보아들 이강산이 아니라, 숨겨야 하는 이름, 이인으로 말이지요. 신현준의 핏발 선 목은 시청자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게 했습니다. 많은 오열연기를 봐왔지만, 신현준의 핏발 선 목은 그 슬픔과 분노를 몸으로 표현한 리얼이었습니다. 
목에 굵은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핏발오열은, 심장의 모든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이강산의 분노와 슬픔을 담아냈고, 하늘을 가르는 듯한 외마디 비명은 그 슬픔의 깊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하더군요. 가히 미친 오열연기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말이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ViewOn)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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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31 09:12




조선이 일본에 합병됨으로써 한국근대화를 앞당겼다고 주장하는 쓸개빠진 인간들이 아직도 있습니다. 사관의 차이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거품물고 싸우고 싶은 인간들입니다. 조선이 쇄국주의로 서구근대화의 물결을 받아들이는데 늦기는 했지만, 거대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쇄국의 빗장을 언젠가는 열었을 것이고, 자주적으로 추진했다면, 한국의 근대화가 종속적이지는 않았을 겁니다.
일본이 들어와서 도로를 놔줬다느니, 철도를 개설했다느니 라는 주장으로,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를 했으며 발전에 공헌을(?) 한 긍정적인 면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머리통을 좀 열어보고 싶답니다. 조선이 나홀로 독야청청했겠습니까? 더디지만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였을 것이고, 조선의 힘으로 서구의 기술과 문물을 받아들였다면, 훨씬 더 가속으로 성장을 하게 되었을 겁니다. 일제가 근대화의 명목으로 조선에서 수탈해 간 돈이 얼마입니까? 도로와 철도, 기타 등등의 시설을 일제가 공짜로 놔줬겠습니까? 다 받아갔습니다. 경제적 수탈에 노동력 착취에, 그 이면에 전쟁을 위한 통로로 조선을 이용하려 했다는 것을 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심스러워서 말이지요. 
초등학교때 원작을 읽었으니 너무 까마득해서 내용은 거의 기억을 못하지만, 드라마 각시탈에서는 이강산이라는 인물을 새로 추가한 듯 보이더군요. 이강산(신현준)의 모습이 제가 기억하는 원작속의 이강토였는데 말이죠. 퉁소를 들고 다녔던 각시탈의 모습도 얼핏 기억나고 말이죠. 분이(진세연)라는 인물도 기억에 없는데, 러브라인이 새로 추가된 듯 보이는데, 탄탄한 원작이 있으니 드라마가 산으로 갈 위험은 없어보여서 일단 믿고 보려고 생각중입니다.(유령도 봤는데, 역시 김은희 작가의 힘이 느껴지더군요. 유령도 함께 리뷰하려고 해요)

각시탈은 주연배우들의 연기가 좋더군요. 두말하면 입 아픈 중년배우들이 두루 포진해 있어서 안심이고요. 천호진, 김응수. 전노민, 안석환, 김정난, 이병준, 이경실, 김규철, 송옥숙 등등 중년배우들 캐스팅이 주연배우들보다 화려합니다. 그런데 여태까지 전노민의 연기를 보고 웃어본 적이 없었는데, 뜬금없이 무말랭이같이 마른 대사를 치는 것에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전노민의 인상이 웃는 상인 이유도 있었지만, 재판정에서 10여년만에 딸과 재회한 장면은 압도적으로 웃겼네요.;; 분이(목단)가 "아버지, 저 분이에요"라고 하자 "뭐? 분이라고? 내 딸 분이?"라고 묻는데, 이 황망스러운 분위기는 뭐였나 싶더군요. 10여년만에 만난 딸을 저렇게 침착하게 만날 수 있을까, 마치 딸이 아닌 옆집 꼬마 분이를 만난 듯한, 말로 설명하기 참 힘든 뜨아스러움이란;; 여튼 그건 그렇고...
제빵왕 김탁구 이후 무서운 신예로 등장한 주원의 연기는 첫회임에도 과한 힘이 크게 보이지 않아 안정적이었습니다. 진세연은 짝패에서 한지혜의 아역 동녀 역으로 좋은 인상이 남았던 배우였는데, 연기도 발성도 표정도 안정적이고, 액션씬도 훌륭하게 소화해서 마음에 들더군요. 그러고 보니 추노의 '그분' 박기웅이 남산소학교 선생님이자, 이강토의 둘도 없는 친구로 나와서 반갑더군요. 기생오라비같은 헤어스탈일에 곱상함이 느껴져서 좀 놀랐네요;;. 진세연(목단, 분이)을 사이에 두고 친구 강토와 삼각관계를 형성할 듯한데, 이 캐릭터의 변화가 심상치 않을 반전이 있을 듯하더군요. 
첫장면은 이공의 장례행렬이 지나가는 장면으로 100억 대작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일제앞잡이 천인공노할 매국노의 영결식에 고운 시선을 보낼 리 없는 민심이었죠. 순사복을 입은 이강토(주원)가 이들을 칼로 위협해 억지로 고개를 숙이게 만들기는 했지만, 속으로는 침을 뱉고 있었겠지요. 그런 속마음을 누군가 대신해 주기라도 하듯, 이공의 영정에 돌멩이가 날아들지요. 돌을 던진 인물은 서커스단에서 변신술 마술을 보여주는 목단(진세연. 분이)입니다.
달아나는 목단과 이강토의 추격전은 슬로우 모션이 지나치게 많아 박진감을 떨어뜨리는 점도 있었지만, 진세연의 날렵하고 유연한 액션신은 좋더군요. 결국 기무라 켄지(박주형)의 채찍에 맞아 이강토와 맞딱뜨리면서, 악연인지 운명인지 첫만남(?)이 이뤄졌지요. 첫만남에 ?를 한 이유는 목단이 서커스 공연을 할 때마다 목에 걸고 나가는 단도를 준 도련님이 이강토가 아닐까 하는 생각때문에...
목단은 이강토가 잡은 독립군 대장 목담사리(전노민)의 딸로, 현재는 이강토와 원수지간인 셈입니다. 이강토는 목담사리를 체포한 일로 특진에 훈장까지 받고 승승장구하며, 밤에는 술집에서 여자들을 끼고 놀면서도, 성공하고 싶은 야망이 누구보다 강한 인물이지요. 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셨고, 형은 경성제대에 들어갔지만 고문으로 바보가 되었고, 어머니는 떡장사로 가계를 이어나가는 것에 한이 맺혀있는 인물입니다.
일본의 개가 된 이유는 나름대로 살아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내 깜냥에는 한다고 한 건데...". 어머니에게 신식 집을 한채 장만해 드리고, 형을 동경의 최고 병원에서 치료받게 하는 것이 강토의 소원이었지요. 조선의 독립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공부하라고 연필 한 자루 사주지 않은 조선 왕실인데, 왜 다들 나를 욕하느냐는 그의 울분은 어쩌면 당연한 말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강토가 이렇게 변한데는 아버지의 죽음과 바보가 된 형때문이었음이라는 짐작이 가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이강토의 우상이었던 형, 공부잘하고 다정했던 형을 위해 강토는 다 떨어진 고무신을 신고 인력거를 끌어도 행복했습니다. 밑창이 너덜해진 형의 운동화를 빨아 겨드랑이에 끼고 말려주는 착한 동생이었지요. 누구보다 형제애가 돈독했는데, 이강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똑똑했던 형은 바보가 되어 강토 앞에 불쑥불쑥 나타나 곤란스럽게 하기도 하지요. 

사형선고를 받은 목담사리가 재판정을 탈출한 날도 형은 호루라기를 불며, 천진난만하게 강토를 불러 미치고 팔딱 뛰게 만들기도 합니다. 물론 시청자는 그곳에 이강산이 있었던 이유를 알고 있지만, 강토는 아직까지 형의 정체를 알지 못하고 있지요. 목담사리(전노민)를 탈출시킨 장본인이 바로 강토의 형이자, 각시탈인 이강산이었으니 말이죠.
벌써부터 가슴이 저려오는 이유는, 1대 각시탈 이강산과 2대 각시탈이 될 이강토가 마주하게 될 비극때문일 겁니다. 필사적으로 각시탈을 잡으려는 이강토,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못하는 이강산 두 사람의 숨막히게 슬픈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는 것이 예감되어서 말입니다. 
1회 엔딩에 이강토에게 총을 겨눈 각시탈의 모습이 나와 잠시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이강토에게 총을 겨눈 각시탈은 가짜가 아닐까 싶더군요. 아무래도 기무라 타로(천호진)에게 이강토를 없애겠다고 한 기무라 켄지가 보낸 놈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탈을 쓰고 있으니 구분하기가 힘들더라고요. 각시탈이 강토를 겨눌 이유는 없어 보이는데 말이죠. 각시탈과 한패라는 올가미를 씌우기 위해서 모종의 음모를 꾸미는 것같기도 하고 말이지요. 신현준의 연기가 참 좋았는데, 주원이 각시탈이 되는 것을 보면 곧 죽을 것같아 슬퍼요ㅠㅠ.
첫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캐릭터는 이강산(신현준)과 이강토(주원)였습니다, 특히 이강산 역의 신현준은 첫회에서 1인 3역의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신현준은 얼마전 종영한 바보엄마에서 개장수 최고만으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지요. 각시탈에서는 바보인 척하는 이강산으로, 바보와 대사없는 각시탈을 넘나들며 좋은 연기를 보였는데, 연기 잘하는 배우들은 어떤 역할을 해도 존재감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송옥숙의 회상장면에서는 각시탈이 되기 전 원래 이강산의 모습으로 이강토와 훈훈한 형제애를 보여주기도 했는데, 바보 연기를 하는 각시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이강산이어서, 개인적으로는 가장 슬픈 장면이었습니다. 저토록 똑똑하고 반듯하고 훤칠한 인물이 바보인 척해야 하며, 각시탈을 써야 했던 그 시대의 아픔이 전해와서 말입니다. 
1대 각시탈이 이강산이라는 것은 비주얼만으로도 파악할 수 있었지요. 바보연기를 어쩜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하는지, 눈물이 날 정도였습니다. 정체를 드러내서는 안되는 각시탈, 가족에게 까지 신분을 숨겨야 하는 그가, 각시탈 속에서 얼마나 많은 고뇌 속에 피눈물을 흘려야 했을까 싶어서 말이죠. 저자에서 떡을 파는 어머니를 보호하며 몰매를 맞으면서도 이강산은 완벽하게 바보모습만 보이더군요. 그는 형체없는 바람에게도 그 정체를 들켜서는 안되는 각시탈이었기 때문이었지요.
짐을 싸가지고 집을 나가는 동생 강토를 부르며 뒤따라가다 넘어져 울면서도, 이강산은 그를 보는 눈이 아무도 없음에도 바보 이강산으로 울고 있었습니다. 각시탈을 썼을 때는 구멍 두개로만 내보이는 눈동자만으로도 존재감을 살려내더군요.

첫회에서 1인 3역을 했던 신현준의 액션씬이 유독 많았지요. 멋드러지게 말을 달리기도 하고, 공중날기 와이어씬도 소화해야 했고 말이죠. 액션씬도 천진한 바보연기도 다 좋았는데, 신현준의 좋은 연기에 옥에 티가 될 수도 있는 모습이 잡혀서 웃음이 빵터졌는데요, 액션신에 좀더 세심한 연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본순사 강토로 인해 어머니(송옥숙)가 일본앞잡이라며 저자에서 수모를 당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동생 강토를 욕한다고 남자에게 대들다가 이강산(신현준)이 맞는 장면으로 이어졌지요. 이강산을 발로 차고 때리는 장면이 실감나게 나오기는 했지만, 넘어진 신현준 등판에 대어진 나무판인지, 보호장비인지 형태가 노출되어 웃음이 빵 터졌네요.

각시탈은 액션이 반일 정도로 드라마 성격상 액션에 공을 들여야 하는 작품입니다. 추노에서 봤던 카메라 기법이 자주 동원되었던 이유도, 긴박감을 연출하기 위한 제작진의 고비용 투자였을 것이고요. 신현준의 뒤를 이어 주원이 액션신을 소화해야 하는데, 추노에서의 장혁같은 액션씬을 기대하는 것은 솔직히 어렵기는 할 겁니다. 장혁은 절권도로 오랜시간 무예로 몸을 만들어 오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니까요. 그에 비해 주원의 액션신은 좀 약한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예전에 한 기사를 보니 택견도 하고 있고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다고도 해서, 기대는 하고 있습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이 있지요. 양반지배계급에게 억압받고 수탈당하던 민초들에게 희망의 빛으로 등장했던 인물로, 홍길동, 임꺽정, 장길산을 들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도 혜성처럼 등장한 영웅이 있었으니, 만화가 허영만이 만든 각시탈 이강토였습니다. 물론 해방되고 30년후에 만들어진 허구의 인물이지만, 각시탈 이강토는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버린 수많은 독립투사들, 이름없이 스러져간 영웅들에 대한 헌사와도 같은 상징성을 가집니다.
이 강산 이 강토를 지키기 위해 만주벌판에서, 서대문 형무소에서 이슬처럼 사라진 분들, 밟아도 다시 일어서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일어선 풀포기처럼, 일제강점기라는 치욕의 시기에 종횡무진 일제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 조선인들에게 스스로 불씨가 되어 희망의 불을 지폈던 분들 말입니다.

이강산과 이강토로 이어지는 각시탈은 2012년 어떤 의미로 다가오게 될까요? 단순히 나라잃은 우리 역사의 설움과 일제의 만행을 되새기는 애국심 고취용 인물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됩니다. 오늘 우리는 태평한 시대에 살고 있을까요? 또 다른 의미의 홍길동과 임꺽정, 장길산, 그리고 각시탈이 필요한 시기에 살고 있지는 않을까... 잠시 생각에 잠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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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9 09:31




닻별이를 낳은 것 빼고는 한 번도 행복이라는 것을 가져보지 못한 김영주가, 이제야 겨우 이제하의 사랑을 보기 시작했고, 딸과 바보엄마 김선영과 화해하려고 하는데, 더 큰 시련이 왔습니다.
짧게는 3개월, 길어야 6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김영주, 심장이식수술을 받으면 살 수 있겠지만, 대기자가 많아 응급상황인 김영주는 기증자가 나오지 않으면 힘든 상황에 처했습니다. 머리가 아프다는 김선영에게도 좋지 않을 일이 터질 것같아, 눈물드라마로 바뀌게 될 듯하네요.
지적장애를 가진 김선영이 김영주의 엄마라는 사실이 오채린에 의해 폭로되었지요. 고백성사로 직접 밝히려 했던 김영주에게 보기 좋게 물을 먹인 것이죠. 구치소에서 김대영의 증언이 녹음되었던 박정도의 휴대폰을 통해서 말이죠. 아무리 개차반이라 할지라도 김대영이 돈을 거절하고 이를 막으려 했지만, 한 발 늦고 말았지요. 그래도 영주와 선영을 위한 한가닥 양심은 있는 김대영이어서 다행입니다.
오채린이나 박정도나 하는 짓을 보면 덜떨어진 망나니들 같아서, 도무지 이해도 안가고 인간성이 왜 그렇게 피폐해졌는지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저 악역이라는 구도에 맞춰 만들어진 인위적인 캐릭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싱글맘 웨딩쇼에 초청받은 김선영과 닻별, 예쁜 드레스를 입은 김선영의 모습에 휘청거리는 최고만과 김집사, 김선영에게 홀랑 빠져버린 최고만(신현준)에게 김선영은 바보가 아니라, 매력덩어리가 돼버렸지요. 가슴이 사정없이 뛰고, 김선영에게서 광채가 난다며 김선영을 통해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하는 최고만, 돈은 한강을 채울 정도로 많이 가지고 있지만, 딱 한가지 가족이 없는 외로운 사람이었어요. 대한민국을 느끼고, 엄마의 손맛을 기억나게 하는 김선영은 아무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가족의 빈자리, 그 허기를 채워준 사람이었지요. 최고만이 김선영과 닻별이를 거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채린의 폭로에 쇼는 엉망이 돼버렸고, 선영은 절규합니다. "내가 우리 영주한테 언니라고 부르라 했는데 왜 거짓말하냐"며 김대영을 찾는 선영, 개장수 아저씨에게 안겨 눈물을 터뜨리고 말지요. 딸 영주의 무대를 자신이 망쳐버린 것같아 너무 미안한 선영입니다. 영주의 앞길에 장애만 되는 것같아 바보인 자신이 미워 죽을 것같은 김선영입니다. 땅이 꺼져버렸으면 좋겠습니다. 그 속에 딱 들어가버리고 싶은 선영입니다.  
"맞습니다. 저를 낳아준 친엄마는 바보입니다. 지적장애도 모자라 열여섯에 저를 낳았답니다. 부끄러워서 제가 도망쳤습니다. 제 기억속에서 저 여자를 지워버리고 싶었습니다. 안보고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아무리 구박해도 딸자식 도시락 챙기는 저 바보엄마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 딸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다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더 이상 내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었습니다".
고작 이것밖에 안되는 엄마지만, 닻별에게 엄마를 받아주겠냐고 묻는 영주였지요. "나한테 다 덜어주고 나밖에 모르는 바보엄마지만, 나 아직은 엄마라고 못 부르겠어, 언니... 응어리가 안풀려서 아직은 못 부르겠어. 그러니까 나한데 시간을 좀 줘, 진심으로 엄마라고 부를 때까지...".
영주와 선영의 사연은 행사장의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기립박수가 터져나왔지요. 싱글맘 함께 꾸는 꿈 이벤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영주의 심장은 더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지요.

영주의 상태를 알게 된 최고만이 영주를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라고 설득해서, 3대가 함께 지내게 되었는데요, 최고만이라는 캐릭터는 이 드라마의 핵심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이제는 바보엄마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캐릭터로 자리매김을 한 듯합니다. 김선영의 요리를 통해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충족받는 최고만은, 어머니의 음식에는 특별한 조미료, 자식에 대한 사랑이 들어간다는 것을 말해 주기도 합니다.
퇴원하는 김영주를 설득해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게 한 장면에서는, 이 드라마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었지요. 돈이 많아도 할 수 없는 것이 사람 명줄 늘리는 것이랑, 가족들이랑 함께 못사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사랑한다는 말도 그래. 오늘 못하면 내일 해야지... 그러다 영영 가는 사람 엄청 많거든! 남아있는 사람 마음은 어떨것 같냐? 그니까 적어도 얘기는 해주고 가야 할 거 야냐! 같이 밥먹고 같이 잠자고 같이 뒹굴다가... 그렇게라도 살다가 가".
선영이 입주찬모가 되었으니 최고만의 집을 나갈 수도 없고, 닻별이는 최고만에게 수업을 받고 있으니 닻별이도 함께 지내는 것이 나을 것이고, 더구나 몸도 좋지 않은 영주가 회사를 다니며 닻별이를 돌볼 수도 없으니, 영주가 최고만의 집으로 들어오는 것이 최선이었을 듯하지만, 최고만의 마음씀씀이가 인간적이고 순수해서 볼수록 매력덩어리입니다. 최고만은 선영을 매력덩어리라고 하지만, 이 드라마의 진짜 매력덩어리는 최고만이라는 캐릭터를 코믹과 감동으로 엮고 있는 신현준같습니다.
"평생 늙어 죽을 때까지 나의 찬모가 되어 달라"며, 선영에게 나름대로는 프로포즈라고 심하게 말을 더듬어가며 고백을 했는데도, 알아듣지 못하는 선영이를 어쩌면 좋을까 싶어요. 짝사랑하는 최고만이 가여워지더랍니다. 원작에 김선영이 뇌종양에 걸려 심장을 영주에게 주고 간다고 하던데, 드라마에서는 이 결말 결사반대하고 싶답니다,ㅠㅠ
김선영이 머리가 아픈 듯 지긋이 누르고 있는 복선을 깔기도 해서, 김선영에게 불운이 드리워질 것같은데,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들때문에 정작 최고만과 김집사가 요즘 눈물이 많아졌네요.
선영과 영주에게 눈물을 쏟게 한 오채린과 그의 아버지를 매의 눈으로 쳐다보던 최고만, 오채린 아버지를 향해 총 빵 날릴 때 완전 멋지더랍니다. 이 진상 부녀가 쪽박 찰 시간이 머지않았구나 싶더군요. 더불어 박정도도 닭쫓던 개꼴이 될 듯하고 말이죠. 불임판정을 받은 박정도가 닻별이 양육권을 가지기 위해 유학자금을 대려는 꼼수를 부릴 듯한데, 박정도 이 인간 저승사자는 안데려가고 뭐하나 싶습니다.
그래서 박정도에게는 쪼매 미안하지만, 대형사고를 좀 당해줬으면 싶더랍니다ㅎ;;. 닻별이와 그동안 영주에게 못한 짓 심장으로 갚아주고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간절히 하게 되네요. 느지막히 사랑에 눈을 뜬 순수한 매력덩어리 최고만과 김선영이 해피하게 지냈으면 싶어서 말이죠. 뇌종양은 수술로 잘 제거해서 완치시키고 말이에요. 김영주도 불쌍하고, 김선영도 불쌍해서 둘 다 살려줬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닻별이가 보지 못하게 안간힘을 써서 제하에게 의지해 행사장을 나온 김영주는 응급실로 옮겨져 한수인의 집도로 수술을 받았지만, 3개월밖에 버티지 못한다는 것을 듣게 되지요. 심장을 이식받지 못하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시한부...
닻별이와 선영언니가 보고 싶습니다. 닻별이한테 엄마노릇도 제대로 못하고, 선영언니에게 엄마라고 부르지도 못했는데,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20년 동안 언니라고 불렀던 바보엄마, 이제는 진짜 엄마로 다시 시작해 보고 싶었는데,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제서야 엄마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것같은데, 그래서 어려서 못해본 응석도 부리고, 도시락 싸서 닻별이랑 엄마랑 셋이 소풍도 가고 싶었는데, 배꽃피면 과수원에 가서 닻별이에게 선영엄마가 얼마나 지독하게 자기를 사랑했었는지 얘기도 들려주고 싶었는데, 배꽃피는 과수원을 영영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에 덜덜 떠는 김영주, 이제 겨우 서른이 넘었는데, 아직 엄마 손이 필요한 닻별이가 있는데,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이 두렵습니다. 어릴 때 영주를 괴롭히는 아이들을 늘 선영이 혼내주곤 했습니다. 그 때는 그게 그렇게 창피하고 죽고싶을 정도로 싫었는데, 자신을 괴롭히는 죽음이라는 놈을 선영언니가 쫓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엄마는, 엄마는, 강했으니까요. 딸밖에 모르는 바보라서 생떼를 써서라도 죽음이라는 놈을 가라고 쫓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언니 나 무서워, 무서워 죽겠어", 손을 잡아달라는 영주때문에 한참을 함께 울었네요. 영주에게 선영은 그런 존재였습니다. 무섭고 힘들 때마다 기도처럼, 주문처럼 매달리고 싶은 사람, 마음으로만 불러보는 세상에서 가장 힘세고 강하고 따뜻한 사람 엄마... 그렇게 증오하고 내몰면서도 가장 힘들 때마다 생각나고 불러보는 이름이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납득이 되지 않았던 것은 왜 김영주에게 김선영을 엄마라고 부르는데 시간이 필요한가?였어요. 고백성사를 통해서 아이큐 70도 못되는 지적장애를 가진 김선영이 엄마이고, 바보엄마가 부끄러워 언니라고 부르고, 도망치려 했다는 것을 고백했으면서도, 엄마라고 부르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은 이해가 안가더군요. 닻별이 유학보낼 때까지 해줄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아직은 엄마라고 못 부를 것 같다는 말도 앞뒤가 연결되지 않았고 말이죠. 
"내 엄만데 부를 거야, 불러야지...", 김선영이 엄마인데도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많아서 아직은 못부르겠다는 영주는 바보딸이 맞습니다. 바보엄마 김선영보다 바보인 김영주... 김영주의 생각이 이해가지 않아 뒤집어 생각을 해보니, 딸로서 자격미달이었던 자신의 부끄러움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되더군요.
영주는 선영과의 화해가 필요했던 것이 아니고, 자신과 화해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못난 가족이라고 도망치려고만 했던, 족쇄라고 생각했던 피붙이가 실은 자신의 버팀목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시간... 바보엄마가 부끄러워, 언니라고 부르라고 한 엄마가 미워서, 지금까지 엄마를 미워하기만 했던 영주였지요.
함께 있는 것만으로 좋다고, 딸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엄마, 정작 고마운 것은 영주인데 엄마가 고맙다고 말합니다. 부끄러웠던 바보엄마가 아니라, 영주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부끄러운 딸이었어요. 못되게 굴었던 자신이 너무 미워서, 엄마를 부끄러워했던 자신이 너무 미워서, 미안해서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도 못합니다. 그런 자신과 화해하지 못하는 영주입니다. 그래서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영주입니다. 자신을 용서할 시간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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