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연'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11.12.20 '천일의 약속' 수애의 사랑과 모성애, 고상한 치매의 비호감? (14)
  2. 2011.12.14 '천일의 약속' 온 몸으로 운 김래원의 오열과 수애의 자살가능성 (4)
  3. 2011.12.13 '천일의 약속' 죽음 준비하는 수애, 생모를 만나려 한 이유 (6)
  4. 2011.11.30 '천일의 약속' 수애, 너무나 잔인해서 슬펐던 절규 (12)
  5. 2011.11.29 '천일의 약속' 수애의 임신가능성, 사실로? (21)
2011.12.20 08:25




드라마 결말에 이르러서는 비호감 주인공이나 조연들도 호감으로 돌아서고 상처들도 봉합의 과정을 거치는데, 천일의 약속 여주인공 수애는 마지막까지 민폐 논란을 종식시키지 못하는 것은 김수현 작가의 실수가 아닐까 싶네요. 수애의 모성애와 사랑(?)은 치매환자에 대한 이해도 쉽지 않게 합니다.
자신이 치매라는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똑똑한 서연은 여전히 시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줄줄 읊어대는 고상한 치매환자입니다. 주인공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작가의 문학적 과시욕은 아닌가, 혹은 메말라 가는 현대인들에게 시 하나는 읊고 외우고 살라는 작가의 진심어린 충고인지, 그 진심을 읽기가 힘들군요.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싶지만 하필 치매환자가 매회 한 두편씩은 읊어내는 시구절은 서연이 치매환자가 맞기는 하나 싶게 만듭니다. 치매환자이니 젖은 옷을 입은 채 침대에 눕고, 카레를 부어 손으로 밥을 집어 먹는 것이겠지만 말입니다.
드라마에서 똥오줌 못가리는 치매환자의 실상을 그런 식으로 묘사한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게 똥오줌이라고 생각하면 말못할 수치이며 비극이고, 곁에서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슬픔을 떠나 힘겨운 뒷치닥거리지요. 묵묵하게 서연의 병수발을 들고 있는 박지형의 순애보는 순애보가 아니라, 도우미에서 간병인까지, 회사일까지 줄여가며 온갖 잡일을 다해내고 있으니, 그 정성과 마음이 갸륵하고 안쓰러울 지경입니다.
제왕절개로 딸을 낳은 서연, 지형과 서연의 딸 예은이는 무럭무럭 커가는데, 서연은 점점 어린아이로 돌아가고, 치매증세도 심해지지요. 애를 떨어뜨릴까봐 겁나서 아기를 안지도 못하는 서연, 예은이가 울어도 어찌할 줄을 모르고 발만 동동거리는 서연, 아기를 혹이나 어떻게 할까 염려하는 모성애(?)때문이라지만, 본능적인 엄마의 행동마저 제어하는 서연을 보니, 가슴 한 쪽이 쓰라려 오면서도 뭔지 모를 불편함이 느껴지는 모성애였습니다. 아이와 눈맞추고 토실토실 살쪄가는 아이 엉덩이도 토닥거리고 싶은 것이, 서연이 누리고 싶었던 행복이라며, 아이를 낳겠다고 고집을 피웠던 것을 금세 잊어버린 서연은 확실이 치매가 맞기는 합니다.
떨어뜨리면 어떡하냐고, 아기를 집어 던지면, 환각이 생겨 아기가 괴물로 보여서 죽이려고 밟아대면 어떡하냐는 서연의 말에서, 아기를 지키고 싶은 엄마의 마음도 읽혀지기는 하지만, 그저 독한 서연이라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얼마나 아기를 안고 싶을까요. 그런데도 아기가 어떻게 될까 걱정되어, 아니 자신을 믿지 못하기에 서연은 엄마의 감정을 누르고 아기를 보호하려는 게지요. 그 마음을 알면서도 아기가 울면 자연히 손이 가는 엄마의 본능을 누르는 서연의 감정은, 치매환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강해 보입니다. 본능마저 제어하는 것이 모성애의 힘인가 싶기도 하고요.
그냥 안고 있으면 된다는 문권의 말에 잔소리하지 말라며, "나도 다 생각이 있단 말이야. 알지도 못하면서"라고 방을 나가버리는 서연을 보며, 향기를 만나고자 한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하게 했습니다. 아이에게 정을 남겨두지 않으려는 서연, 아기를 너무 사랑하기에 다른 사람 손에 아기를 주고 싶지 않는 마음이 들까봐, 애써 아기에게 무심하게 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신의 병세가 심해질수록 아기에 대한 걱정이 늘어가는 서연은 예은이를 방배동 지형네 집에 보내자고 말하지요. 자신을 믿을 수없다며, 아기있는 데서 엄마가 똥싸고 오줌싸는 것 싫다고 말이지요. 괜찮다는 지형이지만, 고모가 힘들어서도 안된다고 서연은 고집을 꺾지 않습니다. 제정신일 때는 예은이의 꼼지락거리는 모습이 얼마나 예쁘게 보일까요? 그런 아이를 두고 죽어야 한다는, 아니 그 예쁜 아이가 자신의 딸이라는 것도 모르게 될 거라는 것때문에, 혹이라도 아기를 어떻게 해버릴까 서연은 불안하고 걱정됩니다.
갑자기 베란다에 의자를 밟고 올라서서 천길 낭떠러지 아파트 아래를 내려다 보는 모습은 역시 자살낚시였지만, 서연이 자살을 하려고 했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자살이라는 것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어떤 상태인지를 인지하고 있을 때 행하는 행동이기에, 처참하게 으깨져 죽은 모습을 남길 서연은 아니지요.

그보다는 점점 다가오는 죽음을 준비하는 서연의 모습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예은이에게 의도적인 거리감을 두려는 서연의 모습에서도 엿보이기는 했지만, 짐작이 틀리지 않아서 당황스럽더군요.
꼭 한 번 만나고 싶다는 서연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향기를 만난 지형, 향기에게 못할 짓을 한 지형이기에 향기를 만나 부탁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서연이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슨 일이든 들어주고 싶다며, 바라보기만 할 수 밖에 없다는 지형의 부탁에 향기는 서연을 찾아 옵니다.
향기가 내미는 꽃바구니를 받아들며 뜬금없이 김용택님의 봄날은 간다 중 서리편을 읊는 서연, '꽃도 잎도 다 졌니라 실가지 끝마다 하얗게 서리꽃은 피었다마는 내 몸은 시방 시리고 춥다 겁나게 춥다 내 생에 봄날은 다 갔니라', 서연의 죽음에 대한 자기정리적인 시였지만, 향기를 앞에 두고 그 어색하고 뜬금없는 장면이 섬뜩스럽게 무섭기까지 하더군요. 딴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한 서연의 표정이어서 향기가 누군지 모르고, 자기만의 치매 세계로 들어가 버린 서연으로 착각하게 만들기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서연이 문학했던 사람이었던 지라 치매에 걸려도 참 우아하고 고상하군요ㅎ;;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내가 저 이를 향기씨한테 떠나 보냈을 때보다 더 힘들었을 거예요. 만나서 이해와 용서...염치없어요. 미안해요". 지형의 이별통보는 벼락맞은 거였노라고 고백하며, 하지만 사랑은 두 마음이 같아야 완전한 건데, 지형과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하는 향기였지요.
주위를 둘러보고 목소리를 낮추는 서연, 향기를 부른 이유를 말하지요. "나는....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만약 그때까지 오빠에 대한 마음이 식지 않거든, 내가 없어졌을 때 향기씨가 옆에 있어 줬으면...뻔뻔스럽지만 어쩌면 더 박지형이라는 남자를 나보다 더 잘아는 사람일 지도 모르니까...". 지형을 향기에게 부탁한다는 말을 하고는 두통을 호소하는 서연이었지요. 지형의 가슴에 안겨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서연, "나는 정말 한심하고 비열해, 말도 안돼, 나 어떡해...".
향기에게 지형을 부탁하고 우는 서연에게는 두가지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교차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밤에 베란다에서 서연이 위험한 행동을 했던 것을 알고는 지형이 그랬지요. 지형 자신을 위해 아무 것도 하려고 하지 말라고요. 도망치려고도 하지말고 배신하지 말라고 말이지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서연은 자신이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습니다. 자기만을 바라보고 눈만 마주치고 있는 것으로도 행복하다는 지형을 머지않아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서연은, 그렇게 자기만을 바라보고 있는 지형을 두고 자꾸 삶을 포기하려는 자신이 한심하고 밉습니다. 그리고 향기에게 또 미안한 죄를 지으려는 자신의 비열함이 밉습니다. 내 남자였다며 향기에게서 지형을 빼앗은 서연, 그리고 이제는 그 남자를 돌려보낼테니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자신이 너무나 비열해서 밉습니다.
작가는 서연 스스로의 입을 통해 자신을 비열하다고 서연을 위한 변명을 마련해 주었지만, 그럼에도 서연이가 참 야속하고 이기적으로 보이는 것은 저의 얄팍한 이해심과 너그러움때문일 듯합니다. 향기가 끝까지 지형을 기다리고 말고는 서연이 참견할 문제가 아니지요. 서연이 부탁해서도 안될 말이고요.
향기가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지 못하고 서연이 떠난 후에도 지형과 아이를 택하겠다고 하면 ,그것은 향기의 사랑이지, 서연이의 지형에 대한 사랑이나 진심으로 향기에게 하는 사과는 아니지 않을까요? 물론 여전히 지형을 모습만을 좇고 있는 향기의 눈에서 향기가 여전히 지형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은 읽었겠지만, 마치 유언처럼 향기에게 부탁을 하는 것은 조금은 뻔뻔한 이기심같아 보입니다. 지형이 향기를 끝까지 여자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혹이나 두 사람이 훗날 결혼을 한다해도 향기는 지형의 껍데기만을 안고 사는 것과 뭐가 다를까 싶어서 말이지요.
정말 향기에게 미안하고 향기를 지형에게 보내고 싶었다면, 향기가 아니라 지형에게 부탁을 했어야 순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자신이 떠나면 향기와 다시 시작해 보라고, 예은이를 위해서라도 무릎꿇고 싹싹 빌어서 평생 향기 눈에서 눈물 쏟게 하지말고 위해 주고 살라고 해도 모자랄 판에, 향기에게 유언처럼 부탁을 하고 것은 신파로밖에 보이지 않네요. 
사랑이라는 감정에 무뎌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연이 그것이 향기에게 하는 사과였고, 지형에 대한 사랑이었는지,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다 이해하기는 힘들더군요. 지형이 서연을 끝까지 잊지 못하고 그 추억만으로 살아간다면, 향기는 처녀귀신으로 늙으라는 말인지 뭔지...착한 향기는 그저 서연이 안됐고 지형이 안쓰럽지만, 서연의 부탁은 내내 향기에게는 짐이 되지 않겠냐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향기를 만난 서연은 극도의 스트레스로 치매증상도 심각하게 나빠져 버렸지요. 불과 몇시간만에 이렇게 증상이 악화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욕조에 물을 틀어놓고 귀신처럼 앉아 있지를 않나, 젖은 옷을 입은 채로 침대에 벌러덩 누워 추한 모습으로 변해가지요. 오즘싸는 치매환자의 모습처럼 말입니다. 그 뿐이 아니었지요. 욕실 청소를 하고 몰래 오열하는 지형을 위로하는 재민을 뒤로하고, 카레밥을 손으로 집어먹는 모습까지 나와 시청자를 놀라게 했지요. 옥에 티라면 서연이네 집은 밥을 냉장고에 넣는다는 점? 치매 어른을 둔 가정에서 똥을 집어먹는다는 얘기들도 많이 나오는데, 그 모습이 연상되어서 가슴 아프면서도, 주위 가족에게 힘겨운 상황이라는 생각에 가슴만 무거워지네요. 
마지막회 한 회만을 남겨둔 천일의 약속, 지형과 서연의 예정된 시간 천일이 다 되어감에도 이 드라마가 보여주고자 하는 순애보는 여전히 감금상태입니다. 지형이 미치겠다는 말로 삶과 자신에게서 멀어져 가는 서연에 대한 안타까운 눈물연기를 보였지만, 김래원의 사랑에는 극히 인색했던 김수현 작가였기 때문에 말이지요. 수애의 치매와 치매진행 과정에 중심을 두다 보니, 사랑보다는 고상한 치매환자의 짧은 삶이야기가 되고 말았지요. 드라마 마지막까지도 이 드라마가 치매환자 이야기인지, 작가가 마지막으로 풀어내고 싶었다던 순애보 정통멜로였는지, 무게중심을 이동시키지 않은 것은 작가의 실수입니다.
"나를 없애버리고 싶어. 결혼 안해야 했어. 행복하고 싶었어. 행복할 줄 알았어"라는 서연의 말도, "나는 너고, 너는 나 자신이야. 우린 한 사람이야, 사랑해 서연아"라는 지형의 말도, 절절하게 와닿지를 못하고 흩어져버리는 멜로는 처음입니다. 이기적인 민폐 여주인공이 되어버린 서연의 말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 족하다는 지형의 사랑도 왜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회에서는 치매가 아니라, 감동으로 적시는 두 사람의 사랑때문에 울 수 있을지, 오래 참은 김에 마지막까지 참고 봐야겠네요. 치매수애가 남는 드라마가 아니라, 작가가 말한 것처럼 '이런 사랑도 있구나'로 남는 드라마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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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4 12:13




여러가지 궁금증을 남겼던 천일의 약속 18회였습니다. 갑자기 재등장한 노향기, 서연의 진통, 그리고 베란다에 남겨진 서연의 슬리퍼를 통해 자살을 암시한 장면도 나와서 시청자를 경악하게 했는데요, 종잡을 수 없는 엔딩때문에 애가 타네요. 서연이 죽을 것이라는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서연의 죽음을 어떻게 표현할 지 김수현 작가의 생각이 가장 궁금한 대목이기는 했습니다.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느끼기에는 두 사람의 사랑보다 알츠하이머의 병증에 치중해, 지형의 순애보가 100% 전달되기는 어려웠지요. 이번회 지형의 지형이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오열하는 한 장면만으로 지형의 존재감이 확인되기는 했습니다. 천일의 약속을 보면서 수애의 오열신보다, 지형의 오열에서 더 많이 울었네요. 눈물조차 보일 수 없는 지켜보기만 하는 남자의 숨죽인 오열이 너무나 가슴아파서 말입니다.
지형의 집에 저녁식사를 하러 간 서연과 지형, 지형의 아버지 박창주의 한마디가 초반부터 저를 울리더군요. 서연에게 인사말을 가르치는 강수정과 박창주의 장면에서는 두 사람의 모습이 귀엽기까지 했더랍니다. 강수정이 보여준 인품을 통해 왜 박창주가 강수정의 말에 꼼짝 못하는 지를 알았지만, 여우처럼 굴지 않아도 남편을 잡는(? 잡는다는 표현보다는 서로 존중하고 존경하는 부부사이라고 하고 싶네요) 비법은, 역시 인격과 품성이라는 것에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이성적인 선택이 아니었고, 향기에 대한 신의를 저버린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짚어주는 아버지, 더구나 아이까지 가졌다고 하니 박창주는 서연과 지형의 선택이 현명하지 못했다고 말하지요. 서연의 담당의사와 통화를 했다는 말에 가족들도 아버지의 마음을 읽고는 울컥해지지요. "아이도 태어난다는데 어떤 투지로 병과 맞설거냐?"며 서연의 심기를 굳건하게 해주려는 시아버지 박창주였지요.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 서연과 지형은 아버지의 용서와 응원에 감사하고 있었고, 아버지를 바라보는 지형의 눈빛에는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들어 있었지요. 그런데 박창주의 한마디에 그만 울컥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말없이 밥을 먹고 있는 서연을 향해, 너무나 따뜻한 음성으로 "서연아..."라고 불러주는 장면이었어요.
'서연아'라는 대사에 그동안 서연이가 받아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사랑이 다 들어 있었거든요. 물론 서연남매를 데려다 키우자는 고모부의 큰사랑도 넘치고 넘쳤지만, 시아버지 박창주의 사랑은 또 다른 의미로 커보였습니다. 이렇게 복도 많은 서연이가 왜 그런 몹쓸 병에 걸렸는지 하느님도 무심하십니다.ㅠㅠ
"너한테 허락된 시간을 헛되이 쓰지말고, 할 수 있는 노력 필사적으로 다해서 너를 지켜. 포기하면 안된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말이 있지요. 경제적으로 힘들면 어머니한테 도움청하라고 지형을 응원하고, 서연에게는 "네 어머니는 부처가 현신한 사람이니 의지하라"며, 서연을 편하게 해주려는 박창주였지요. 서연과 지형을 보내고 지형엄마 강수정과 나눈 대화는 더욱 감동적이고, 묵직한 남자의 책임감이 느껴지게 하더군요. "지가 선택한 길이니 마지막까지 비겁해지지 말라고 해".

시아버지를 보고 돌아온 서연은 기분이 한결 좋아졌습니다. 집안일도 다시 의욕적으로 하려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말이지요. 동생 문권에게는 어머니를 책임져 달라며 유언을 남기기도 했지요. 지난 글에서도 서연이 어머니를 용서하고 화해했다고 어머니와의 재회에 대한 글을 썼는데, 용서를 하고 내려놓는 서연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세상에 용서못할 부모도 없고, 용서하지 못할 자식도 없는 것이 천륜아니겠어요. 독거노인 만들지 말라는 말이 참으로 아프게 들리더라고요. 김수현작가의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은 어머니를 독거노인이라고 표현하는 과감성에서도 보여지더군요. 
하루하루 서연의 상태는 나빠져 가지만, 서연도 지형도 애써 태연하고 싶어합니다. 무심하게 지나가는 일상에서의 실수처럼, 그렇게 서로 슬퍼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쓰지요. 그런데 서연의 이미가 찢어지는 사고가 나지요. 서연의 이마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데, 아기처럼 엉엉 울고만 있는 서연의 모습이 어찌나 처연스럽던지요. 이마를 꿰매고 지형의 손을 잡고 잠든 서연, 서연을 보는 지형의 마음이 찢어지지요. 아내는 그렇게 아기가 되어 가며 죽어가고 있는 것이었어요. 상처가 아파서가 아니라, 신경들이 망가지고 둔해져 가고 있었지요.
잠든 서연을 두고 다른 방으로 가서 끝내 참고 참았던 눈물을 쏟고 마는 지형, 지형은 그동안 울지도 못했습니다. 울면 지형 자신이 무너질까봐서요. 정말로 서연이 없어진다는 생각속에 빠지기 싫어서요. 속으로만 흘리던 눈물이 주체하지 못하고 밖으로 터져나온 순간, 지형도 끝내 참지를 못하고 비명과도 같은 신음을 밀어넣으며 오열하고 맙니다. 오열하는 지형을 보며 한참이나 함께 울었습니다. 입을 틀어막은 김래원의 손에 핏줄들이 곤두섰더군요. 온몸으로 울었고, 비명과도 같은 고통을 온힘을 다해 참는 감정이, 김래원의 핏줄 선 손만으로도 확인이 되었던 장면이었습니다. 
음....이제 숙제를 하나 풀어야 겠습니다. 시청자를 경악하게 했던 수애의 자살암시 장면입니다. 우선 수애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은 농후합니다. 자존심 강한 이서연이 점점 악화되어 가는 자신의 몸상태때문에 주변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참지 못했을 거라는 것이지요. 치매환자를 돌본다는 것이 드라마보다 실제로는 백 배 천 배 힘들고, 무엇보다 가족들의 삶이 망가진다는 것입니다.
집을 비울 수도 없고, 온종일 환자에게서 눈을 떼면 안되는 것이 치매입니다. 가스불을 잠그지 않아 화재를 내기도 하고,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해 넘어져 골절상을 입는 일도 다반사고요. 대소변문제 또한 크지요. 노인성 치매환자의 경우도 본인이 치매라는 것을 알면, 세상이 아득해지고 정신있을 때 죽음을 택해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자살을 시도한다는 사례도 많지요. 서연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자살이라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거지요. 서연이 지형을 거부하면서 했던 말이 자꾸 맴돕니다. 당신 인생까지 망가뜨릴 수 없다며, 당신 잡고 같이 늪으로 빠질 수는 없다는 말 말입니다. 
드라마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아이는 난산끝에 잘 낳았을 것이고, 다시 겨울로 돌아간 것을 보면 몇개월이 지난 듯 보입니다. 시간이 그만큼 흘렀다는 것은 서연의 상태가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말하겠지요. 정신이 남아있을 때, 자신으로 인해 지형과 가족들이 덜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지요. 솔직히 제가 서연의 입장이어도 그런 생각을 수도 없이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서연의 자살은 제작진의 낚시라는데 무게를 싣고 싶습니다. 포기하지 말라며 필사적으로 노력하라는 시아버지 박창주의 응원을 서연이 설마 잊어버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무엇보다 김수현 작가가 자살이라는 방식으로 순애보를 완성시킬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김작가의 전작 완전한 사랑에서 차인표를 심장마비로 죽여버린 예는 있었지만, 서연의 선택을 자살이라는 방식으로 그녀의 사랑을 마무리한다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치매진단을 받은 환자들에게 자살을 종용하는 것과 진배없는 무책임한 결말로 낸다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것을 작가가 모를리도 없을 거고요.
남은 가족들을 위해 자살을 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잖아요. 빈껍데기가 되어 가더라도, 가족조차도 알아보지 못하는 부모님이라도 눈만 마주치는 것으로도, 살아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것이 가족이고, 사랑하는 사람이고, 또 부모님이잖아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암환자도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지는 않습니다. 치매환자라고 다를 것 없습니다. 기억을 잃어가며 죽어가는 것과 암세포가 온몸을 갉아먹어 죽어가는 것과 죽음은 매한가지라는 것이지요.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치매의 무서움도 보았지만, 치매 또한 불치병 중의 하나라는 것에 무게를 두고 봤습니다. 망가져 가는 자신의 모습에 비관하고 스스로 더 작고 초라하게 움츠러들기 보다는, 기억이 남아있는 순간까지 자신의 삶을 잘 마무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족들의 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암환자가 죽음을 준비하고 주변정리를 하는 것처럼, 치매환자에게도 기억이 남아있을 동안에는 자신의 삶을 정리하게 하는 것, 극중 지형의 역할이 그런 것이었다는 것을요. 자기가 누구인지를 잃어가고, 사랑하는 사람들마저 잊어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불행인지, 서연은 가장 처절한 정신적으로 고통속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서연을 웃게 하는 마지막 한 사람, 아니 두 사람, 지형과 태어난 꼬맹이겠지요. 지형에게 자살로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게 하는 정말 바보스러운 선택을 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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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3 11:47




어느날 문득 서연이 고모에게 물었죠. "우리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어요? 어떤 마음이면 그럴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엄마 얼굴도 생각나지 않았던 서연, 서연에게 24년이란 시간은 문권과 자신을 버린 엄마를 원망하고 증오하다가 상관없는 사람으로 정리해 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죽음을 앞에 두고 서연은 하나 둘 정리를 하지요. 잊어버리고 망가지기 전에 자신의 기억을 남겨두고자 합니다. 동생 문권과 꼭 닮은 보조개를 드러내고 웃으며 사진을 찍고, 지형과도 사진을 찍어봅니다. 설마 문권이도, 지형도, 잊어버리지 않을까? 기억에서 지워져 버리지 않을까? 그래서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어 액자에 넣고, 매일매일 시 암송을 하듯이 기억하려고 합니다.
향기에게서 온 문자에 마음 상한 서연, "둘이 나 죽을 때 기다리니?", 서연이 한 번씩 비이성적인 말을 뱉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데, 이번회도 서연이 지형에게 몰아부치는 것을 보니 마음이 불편하더군요. 신경이 날카로워졌다는 것은 이해하고, 그것이 병증의 하나라는 것도 알겠는데, 모든 것을 감내하고 받아주는 지형을 보며, 그 사랑이 얼마나 힘든 무게였는지, 얼마나 감당하기 힘든 것인지를 더 뼈저리게 느끼게 되네요. 그래서 지형이 안됐고, 불쌍한 마음까지 들어서, 두 사람이 결혼 전이라면 극구 말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지더이다.ㅠㅠ
향기에게 대신 문자를 보내는 서연, 여전히 지형을 잊지 못하는 향기에 대한 미움이나 지형에 대한 의심이라기 보다는, 서연이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을 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에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서연의 행동은 미웠지만, 가슴 한켠이 짠해져 옵니다. 답장을 하지 않겠다는 지형의 야멸찬 마음을 뭐라하지도 못하고, 향기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형의 답장으로 대신 전하는 서연이었지요. 잠깐 햇님이 얼굴을 비춰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 해바라기 사랑이라는 것을 서연도 아니까요.
눈내리는 새벽 3시, 서연은 마음정리를 하지요.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리는 듯한 초연한 서연의 감정도 보였고, 조금씩 빠져 나가버리는 기억의 편린들을 서연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잡을 수 없다는 허무함도 읽혀졌습니다. 금방 녹아버려 사라져 버리는 손으로 받은 눈처럼 말이지요. 서연이 읊은 헤르만 헤세의 '방랑'은 죽음을 준비하는 서연의 마음정리이자, 서연이 지형에게 남기는 약속과도 같았습니다.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나자는...

슬퍼하지 마라. 곧 밤이 오고,
밤이 오면 우리는 창백한 들판 위에
차가운 달이 남몰래 웃는 것을 바라보며
서로의 손을 잡고 쉬게 되겠지.

슬퍼하지 마라. 곧 때가 오고,
때가 오면 쉴테니, 우리의 작은 십자가 두 개
환한 길가에 서 있을지니,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오고가겠지.
서연은 운도 지지리 없다고, 반항하고 몸부림치며 거부하고 싶었던, 신이 내린 형벌과도 같은 알츠하이머와 죽음을 초연하게 받아들이려는 마음을 전해 주었지요.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가 젊은 시절 방황을 끝내고 돌아와 죽음을 마주하며, 신과의 대화에서 그러했듯이 말입니다. 헤르만 헤세의 '방랑'이라는 시를 저도 좋아하는데, 서연이 마음정리를 하는 모습을 보니 서연의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특히 생모와의 만남은 서연이 생모에게 남기는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서연에게 지어진 오랜 상처와의 이별, 그리고 생모에 대한 이서연 방식의 화해이기도 했고요.

"왜 그랬어요? 어떤 생각으로, 어떤 마음이면 그럴 수 있는지 궁금했어요"
언젠가는 만났다는 사실도, 얼굴도 잊어버리겠지만, 마지막으로 자신을 낳아준 엄마(김부선)를 보고 싶은 서연, 꼭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왜 버렸느냐고... 차마 그 단어를 입에 올리지 못하는 서연, 버림받았다는 것을 입밖에 내고 싶지 않았던 서연입니다. 한 해 두 해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은 엄마였지만,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가슴 한구석에 숨겨두었던 기다림이라는 희망마저 버리지는 못했던 서연이었기에, 버렸느냐는 말을 차마 뱉지도 못하는 서연이었지요. 버림받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서연의 자존심도 함께 무너지는 것이었기 때문에 말이지요. 
죽일 수 없어서 버렸다는 엄마의 말이 서연에게 이해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연의 생모는 두 아이를 데리고 먹고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고모에게 버렸다고 하지요. 물컵조차 들지 못하고 바르르 떨리는 손, 서연 앞에 나타난 생모는 죄인이었습니다. 자식을 버린 비정한 엄마이기에 자식의 얼굴도 바로보지 못하는 사람.
차마 한 손으로 컵을 들지도 못하고 두손으로 겨우 마른 입을 축이는 엄마를 담담히 바라보는 서연, 스스로 죄인임을 고백하는 엄마를 확인합니다. 서연이 또 묻지요.

"왜 며칠이나 지나서야 연락했어요?"
어린 시절 동생에게 엄마 곧 올 거라고, 쌀이랑 불고기 가지고 올 거라고 물이라도 먹이려고 했었지요. 동생이 죽을까봐... 그때의 공포는 서연에게 지금까지의 트라우마였습니다. 엄마라는 사람은 우리가 죽기를 바란 것일까? 다른 남자랑 바람나서, 차마 죽이지는 못하고 그렇게 죽어가도록 내버려뒀던 걸까?
"그 인간이 공중전화로 한다그랬는데 알고보니 안했더라고...". 엄마가 서연이와 문권이를 죽이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는 것에 오랜 증오심을 푸는 서연이었습니다. "설마 너희 둘 고모가 밥은 먹여주겠지", 고모에게 맡아달라는 말도 못하고 남자를 시켜 알리려고 했었던 서연의 생모는, 나중에서야 전화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고모에게 급히 연락을 했던 것이고, 그날 고모와 고모부가 그렇게 다급하게 뛰어가 다 죽어가던 남매를 살릴 수 있었던 것이었지요.

"우리 생각 한 번씩 했나요?"
왜 생각을 안했겠어요. 서연은 고개를 떨군 어머니의 얼굴을 보며,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사는 어머니의 죄책감을 읽었기에, 덤덤하게 문권이는 회사에 취직했고, 자신은 결혼해서 그만뒀다고 말해주지요. 어머니는 차마 물어보지도 못할 것임을 알기에 말이지요.

"우리가 닮았어요?"
물어보지도 않아도 알아봤습니다. 고모를 따라 커피숍을 들어서는 순간, 주름살 깊게 패인 자신과 똑같이 생긴 중년의 여인, 자신의 젊은 시절과 똑같이 생긴 딸, 유전자란 그렇게 소름끼치게 모녀간임을 증명하고 있었으니까요.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어머니,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 못하는 어머니를 두고 서연은 나가버리지요.
"여인을 나는 곧 잊겠지만, 그쪽은 죽는 날까지 날 잊지 못할 것이다". 확인하고 싶은 것도 들었고,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도 다 한 서연이었습니다. 이서연 방식의 복수였고, 이서연 방식의 그리웠다는 표현이었고, 이서연 방식의 화해였고, 이서연 방식의 이별이었습니다. 원망하지 않았고, 서연에게 새겨진 깊은 상흔이 자식을 버린 엄마에게도 깊게 패여있음을 보았고, 문권과 자신은 잘 살고 있다고 위로했고, 자식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도 표현하지 못한 어머니에게 얼굴을 보여 준 것으로 서연은 화해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오랜 그리움과 원망과도 이별을 하지요.
6년 동안의 엄마였던 여인은 24년동안의 엄마였던 고모에게 자리를 내주고, 초라하게 서서 서연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골목에 서서 멍하니 서로를 응시하던 장면은 대사보다 많은 것을 전달했던 장면이었지요.
'잘 살아라, 미안하다'는 서연 엄마의 말도, 엄마라고 한 번 불러주지 못한 미안함, 잘 살지 왜 그것밖에 안되었느냐는 책망, 잊어버리겠지만 죽기전에 엄마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봐서 다행이라고, 망가지기 전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 그리고 자식을 살리기 위해 자식을 버려야 했던 슬픈엄마를 가여워하는 마음까지 말입니다.
자신을 낳아준 엄마를 그렇게 마음에서 떠나보내고, 서연은 고모에게 기대 울지요. 24년 동안의 엄마, 서연에게 고모는 오랜 시간 엄마였고, 앞으로도 엄마인 고모엄마, 잊어버릴까 두려운 진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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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30 09:13




김수현 작가의 작품에 대한 감상평의 특징을 든다면, 대부분 그녀의 이름을 거론하게 한다는 점일 겁니다. 소재의 파격, 특유의 어법 등을 들기도 하지만, 작품 속에 진하게 묻어나오는 그녀의 생각이 사회를 향해 던지는 날카로운 화두가 되기 때문인 듯 합니다. 동성애라는 화두 역시 그러했고, 알츠하이머에 걸린 여주인공의 사랑을 빌어 던진 낙태에 대한 화두는, 신파를 넘어 생명의 문제까지 자극할 만큼 신랄합니다.
천일의 약속을 단순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륜마저도 미화한 통속멜로극이라 하기에는 그 사랑에 대한 진지한 물음은 통속과 진부, 신파를 거부하는 힘을 가집니다. 알츠하이머로 죽어가는 여인,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겠느냐?고 묻는 작가의 질문은 잔인하기 까지 합니다.
신혼집을 찾아온 시어머니 강수정, 훌륭한 어머니상의 모범답안 같은 강수정(김해숙)은 이번회도 심금을 울렸지요. "넌 어떤 불행보다 더 큰 불행과 어떤 여자도 쉽게 얻을 수 없는 행복을 동시에 가졌다는 것 잊어버리지 마라. 에미로서 내 자식 아깝고 안타까운 것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사람으로서 너랑 같은 여자로서 나는 내 자식이 싫지가 않다. 너한테 주어진 시간들을 잘 관리하면서 웃을 수 있을 때 많이 웃고, 즐거울 수 있을 때 다 즐거워하고....너 아니면 아무 의미도 없다는 내 아들 행복하게 해주기 바란다". 
지형의 곁에 하루라도 더 오래있어 주는 것이 서연이 할 수 있는 최선이고, 서연 역시 기억이 다 사라져 갈 때까지 지형만은 기억하며 사는 것이 행복일 겁니다. 세상의 무엇보다 서연이 중요하다는 지형,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랑하겠다고 약속해 달라는 서연이지만, 서연에게 내일이란 어느 날 뚝 끊겨버린 필름처럼 없어져 버릴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서연은 오늘만 죽도록 사랑하고 싶어하는 여자입니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 다 그러하겠지만, 서연은 누구보다 삶에 대한 집착이 클 것입니다. 그런데 서연이 자신의 생명을 포기해가면서 아이를 낳겠다는 결심을 했을 때, 드라마라는 것을 감안하고 더욱이나 김수현 작가의 생명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결코 가볍게 그리지않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생각은 했습니다.
그런데도 혹시나 했던 일이 사실로 드러났을 때의 당혹감이란, 극중 강수정의 대사처럼 "이를 어쩌나"라는 말밖에 안나오게 하더군요. 임신 8주진단을 받은 서연, 결국에는 서연이 아이를 낳겠다고 고집을 피울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지형이 서연을 볼 수있을 시간, 그리고 서연의 시간이 짧아진다는 것에 가슴에 바위덩어리가 얹힌 느낌입니다.
신혼여행을 떠난 비행기 안에서부터 서연의 행동이 이상스러웠지요. 머리만 기댔다 하면 잠이 들고 피곤을 호소하는 서연, 급기야 헛구역질까지 힘들어 했지요. 약부작용이라고 생각했던 서연은 약국에서 사온 임신테스트기로 임신했음을 확인합니다.
서울로 올라 온 서연과 지형은 산부인과 진료를 받고 임신임을 확인하고, 담당의사와 면담하지만 약물부작용으로 기형아 출산에 대한 우려와 함께, 아이를 낳으려면 약을 중단해야 한다고 합니다. 서연의 임신에 기뻐하고, 당연히 낳아야 한다고 했던 지형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지형은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말하지요. 임신했다는 것을 알았을때 서연은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지형이 감당해야 할 것이 너무 크다고 거부했지만, 서연은 아이의 심장박동소리를 듣고는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하면서, 지형과 서연의 갈등은 서로의 생각을 너무나 잘알기에 더욱 힘들게 하지요.
지형을 위해서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지만, 자기를 위해서 낳겠다는 서연의 말이 얼마나 가슴 아프게 들려오던지요. 아이 보고 눈 마주치고 웃고 싶다는 서연, 서연의 선택에 동의할 수 있는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많지 않을 겁니다. 어쩌면 서연이 했던 말처럼, 아이를 베란다에서 던져 버릴 수도 있고, 목욕을 시키다가 물에 빠뜨려 죽일 수도 있는 끔찍한 비극이 없을 거라는 보장도 없고 말입니다. 서연이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대소변도 못가리는 엄마인 게 아이한테 할 짓이냐"고 했을 때는, 도대체 작가가 왜 이런 힘든 설정까지 넣어서 시청자를 괴롭히는지 야속하기까지 했네요.
세상천지에 서연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지형, 아이의 심장소리를 듣고도 어떻게 살아있는 아이를 지울 수 있느냐며, 잔인한 사람보다는 바보엄마이고 싶다는 서연, 나오는 것은 한숨이고 꺼지는 것은 땅이라더니, 지금 제 심정이 딱 그렇습니다.
어려운 질문입니다. 아이를 낳으려면 서연의 생명이 줄어들 것이고, 치매증상도 더 심해질 것인데, 그렇다고 살아있는 생명을 어떻게 버리겠습니까? 저는 제 신앙적인 이유만으로도 낙태반대 입장이기에 서연의 선택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그에 따른 부작용들이 고민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말 그대로 기형아 출산에 대한 불안, 혹이라도, 만에 하나 그렇다면 혼자 남아 아이를 키워야 하는 지형의 인생은 또 얼마나 참담하고 힘들 것인지....이것저것 생각하다보니 머리가 지끈 아파오기까지 합니다. 저 사실 너무 머리가 아파서 두통약까지 먹었다네요.

미국에서 뇌종양에 걸린 임산부가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사망했다는 기사가 나왔더군요. 미국 오클라호마주에 사는 스테이시 크림이라는 여자는 지난 3월에 임신을 하고, 7월에 두경부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건강한 아이를 낳기 위해 크림은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결국 의식을 잃어 심장박동이 멈춘 상황에서 제왕절개로 딸아이를 출산했고, 겨우 의식을 회복하고 아이를 한 번 안아보고는 3일후에 사망했다고 합니다. 아기를 안아볼 수있도록 오래살고 싶다며, 혹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아이를 부탁한다는 문자를 오빠에게 남겼다고 하는데, 그 기사를 읽는 순간 극중 이서연이 생각나더군요.

모성이라는 것,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기 목숨을 버릴 수 있는 존재가 부모가 아닐까 싶습니다. 서연이 아이를 낳아야 하는지, 아니면 포기를 해야 옳은 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저는 낳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신앙때문만은 아니에요. 생명만큼 존귀한 것도 없다는 당연한 말때문만도 아니에요. 서연과 지형을 위해서 입니다. 서연이 떠나고 난후 지형이 서연이 분신으로 남긴 아이를 끝까지 돌보며, 어쩌고 저쩌고 하는 신파적인 이유때문도 아니에요.
"심장이 뛰고 있었단 말이야, 이 벽창호야" 라는 서연의 절규때문이에요. 서연이라고 왜 하루라도 더 살고 싶지 않겠어요. 알면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서연의 트라우마에서도 찾을 수 있겠지요. 서연은 생모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가 강한 여자지요. 그런데 서연도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고 용서하지 못하는 그런 엄마와 다를 바가 없다고 깨닫습니다.
'서연이 아이를 낳아야 하는 것이 모성애다' vs '모성애가 있다면 아이가 자라면서 받을 힘겨움을 생각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것입니다. 헌데 잘 생각해보자고요. 없는 아이에 대한 모성애가 과연 있는 것이며, 아이를 죽이는 것을 모성애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 여기서 서연의 모성애는 인류 여성의 보편적인 모성애와는 별개에요. 만약 아이를 지워버린다면, 그것은 지형에게 짐을 떠안기고 싶지않은 미안함때문이라고는 할 수 있겠지만, 아이에 대한 모성애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요. 기형아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은 두려움이고, 그 아이가 받을 고통에 대한 걱정이며, 생명을 지웠다는 엄밀히 말하자면 죄책감입니다.
모성애는 서연이 아이를 임신하고 있을 때에라야 모성애며, 아이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결단까지 감행하게 하는 힘이 모성애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김수현 작가가 설마 그렇게 잔인하게 지형과 서연에게 슬픔을 안겨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임신 8주라는 시기, 사실 이 시기는 좀 애매하고 불안한 요소가 많지만, 임신초기에 약물복용이 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그에 대한 학술자료들을 찾아봤습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5주 이내에 모르고 복용한 약은 기형아 출산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더군요. 태아의 기관이 만들어지는 시기는 5주이후이며, 장기가 형성되는 임신 12주 즉,3-4개월까지는 약물복용이 태아의 기형유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므로, 이때는 약물 복용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서연의 경우는 애매한 시기이기는 하지만, 서연이 약을 먹기 시작한 지가 얼마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희망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자료를 찾으면서 읽은 놀라운 사실은 임신초기에 모르고 먹은 감기약 등으로 인해 유산을 쉽게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불법 인공임신중절예방 종합대책’ 자료에 의하면, 연간 34만 건의 임신중절 중 12.6%가 약물복용으로 인한 기형아 출산 걱정이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유명한 산부인과에서 임산부 200여명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임신 중 약물을 복용한 경우 임산부 약 50%가 주위에서 중절을 권유했고, 임산부 43%가 기형아를 낳을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는 겁니다. 
약을 복용한 초기 임산부 12.6%가 중절을 한다는 통계자료는 충격적이더군요. 물론 건강하고 이상없는 아이를 어느 엄마인들 바라지 않겠습니까만, 기형인지 아닌지 판단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했다는 것이 안타까우면서도, 또 임산부의 두려움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어서 많이 혼란스럽습니다. 저 역시 두 아이를 낳으면서 손발가락 10개씩 다 있나를 걱정했으니까요.

지형을 위해서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우던 서연이 아이 심장박동소리를 듣고는 마음을 그리 쉽게 바꿀 수 있겠느냐? 그럴 수 있어요. 저 역시 여자이고, 출산의 경험이 있는 엄마이기에, 초음파로 아이의 심장박동수를 들었던 그 순간, 내 안에 생명체가 살아있다는 경외감과 기쁨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을 경험했었습니다. 사랑하는 남편과의 사랑의 열매라느니 하는 그런 생각은 들지도 않았어요. 신비롭고 신기한 생각이 더 먼저 들었거든요. 서연이 태아의 심장소리를 들었을 때도 그랬겠지 싶습니다. 임신을 원하지 않았던, 원했던, 생명이 살아있는 소리를 들었을 때, 제 경우는 뭐랄까, 심장이 두근거리며 쿵하고 울리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던데, 임신을 경험했던 다른 분들은 어땠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천일의 약속 14회를 보면서 저는 엉뚱한 장면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군요. 서연과 지형이 서연의 목숨과 아이를 두고 갈등하는 장면도 아니었고, 뜬금없게도 신혼여행가서 찍은 사진을 보고서였습니다. 저 사진들이, 어느 순간 지형만이 그리워할 서연의 모습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그 쓸쓸한 슬픔에 눈물이 나오는 겁니다. 환하게 웃는 두 사람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슬픈 사진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랑하겠다고 말해달라는 서연과 오버랩이 되더군요. 서연은 지형에게 자신을 잊으라는 말을 결코 하지 않습니다. 늘 기억해 달라고, 자신이 기억하지 못해도 기억해 달라고 하지요. 그리고 아이까지 덜컥 낳아서 지형에게 맡기고 가려합니다. 이기적일 수도 있어요. 혹자는 평생 지형의 발목을 잡고, 죽어서까지 지형의 발목을 잡을 물귀신같은 여자라고 말할 지도 모릅니다. 사랑한다면 놔줘야 했었다고 말이지요. 그래서 서연도 때때로 자신을 책망하기도 합니다. "지금 내가 이 남자한테 뭐하는 짓이야"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저는 서연이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에게 태어날 권리를 주는 모습때문이었어요. 그것도 자신의 목숨과 맞바꿔가면서 말입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여자를 사랑하는 지형의 사랑, 자신의 목숨을 내어주면서 까지 아이를 지키는 사랑, 결코 쉬운 선택도, 감당하기 쉬운 사랑도 아니지요. 그래서 비현실적이라고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을 울리는 여운은 드라마를 넘어 인간의 존엄에 대한 질문까지 던지게 합니다. 가족들도 힘겨워 하는 치매, 고통이 더 심해질 것을 알면서도, 수명이 단축될 것임을 알면서도 약복용을 중단하고 아이를 낳으려고 하는 모성애는, 현실적이다 비현실적이다를 떠나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리고 작가는 강수정의 입을 통해 그 울림의 정체에 대해 말합니다. "사랑이야"라고요.....남녀간의 사랑보다 더 큰 무게로 다가오는 인간에 대한, 그리고 생명에 대한 사랑말입니다.

* 다음 Life On Award 2011 커뮤니티 '티스토리' 부문에 후보로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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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9 09:33




지형과 서연이 마침내 결혼을 하고, 향기네 집에서도 서연의 치매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혼식 당일 새벽에 서연이 우두커니 거실에 앉아 순간순간 행복을 느낄 때 엄청 많이 행복한 척 연기를 한다는 독백이 가슴을 찌르더군요. 지형과 함께 할 시간, 그것이 달콤하지만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서연은 자신이 서연인 동안에는 행복한 모습만을 보이려고 애를 써왔던 것이지요.
치매환자라는 것이 서연에게는 한시도 잊혀지지 않는 악몽인데, 애써 행복한 척 연기했다는 서연이었습니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잊어버리고도 지형에게 힌트를 달라고 태연한 척하지만, 힘든 지형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연의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이 그사람을 더 아프게 할까 말이지요.
잠시 서연의 독백을 들으며 지형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인 서연의 진심을 생각해 봤습니다. 서연이는 지형이 어머니 강수정만큼 박지형이라는 인물의 성격을 잘 알고 있지요. 강수정(김해숙)이 남편 박창주(임채무)에게 지형의 결혼사실과 서연이 알츠하이머라고 밝히며, 그래도 말릴 수 없었던 이유가 아들이 어떻게 할지를 너무도 잘알기 때문이라고 했듯이 말이지요. 지형의 아버지는 서연이 어딘가로 숨어서 살아야 했었지 않느냐고 원망했지만, 강수정은 지형이 그 아이를 찾아다니며 폐인되었을 거라고 했지요. 서연도 지형이 폐인이 되어 서연을 찾아 다녔을 거라는 것을 짐작했을 듯 싶더군요.
그럼에도 이번회 서연의 대사중 마음에 썩 들지 않은 장면이 있어서, 잠시 서연이라는 인물이 혼란스러워 지기도 했네요. 지형은 원래 자기 꺼였다며, 축하한다는 향기의 말에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장면이 걸리더군요. "미안해 해야 하는 건가? 미안해 해야겠지..."라는 서연의 말에는 잠시 머리가 띵해지기도 했고 말입니다.
그동안 남자주인공 김래원에게 쏟아진 비호감의 비난이 무엇때문인지를 작가가 염두하고 있지 않은 듯해서 아쉽더군요. 사실 여자로서 서연이 가장 미안해야 할 사람이 향기일텐데, 그렇게 냉정하게 말하는 서연의 속마음을 역설적으로 해석해야 하는지, 서연이 자신의 행복만 생각하자고 정말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지, 아리송하기 까지 했네요.
"부러우면 내 알츠하이머 가져가라고 해, 그러면 박지형까지 덤으로 준다"고 하는 대사는, 서연의 절망적인 상황이 더 아프게 와닿기보다는, 그런말은 하는게 아닌데 싶어서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대사 하나에 서연의 내면이 담기는데, 너무 무감정하고도 황당스런 말을 내뱉는 바람에, 서연의 감정이 제대로 읽히지가 않더군요. 아무리 서연의 처지가 딱하고, 그 사랑이 하늘도 갈라놓을 수 없는 순애보라 할지라도, 향기에게 미안한 마음을 진심으로 가지지 않았다면, 서연이라는 인물이 참 비호감일세~ 였답니다.

지형과 서연의 결혼식이 다음날로 다가오자 강수정은 남편에게 사실을 털어놓고, 향기네에게도 그 사실을 알렸지요. 오현아(이미숙)이 그것보라며, 딴 여자가 있어서 그런 것이었다고, 새됐다고 친구도 끝이고 ,지형의 아버지에게는 병원 그만두라고 까지 분노합니다. 오현아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화날 일이었고, 뒷통수를 맞아도 그렇게 더럽게 맞았는지, 분통터질 일이겠지요.
"형편없는 자식, 나쁜 자식, 더러운 자식", 세상에서 알고 있는 욕이란 욕은 다해주고 싶었을 오현아입니다. 지형과 결혼할 상대가 알츠하이머라는 것을 알고는 더더구나 열뻗치는 오현아였지요. "그러니까 치매환자한테 우리 향기가 까였다는 거니? 치매환자때문에 우릴 개떡으로 만들었다는 거야?". 오현아의 육두문자와도 같았던 분노도 공감되고, 한편으로는 뭔지 모를 시원함까지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향기네 집의 입장에서야 당연한 반응이었을테니 말입니다.
그런데도 복창터지는 향기의 반응에 오현아는 거의 게거품을 물고 쓰러지기 일보직전의 표정이었지요. 서연이 치매환자라는 사실에 충격받은 향기, 향기 엄마가 그 자식 또라이라며, 정신 나간 놈이라고 욕을 하는데도 착한 향기는 두 사람이 가엽다고 눈물을 쏟고 앉아 있으니 말입니다. 천사강림! 
지형과 서연의 결혼식은 조촐하게 치뤄졌습니다. 지형 부모가 참석하지 않은 결혼식은 생각처럼 우울모드는 아니어서 좀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지형과 서연이 너무나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두 사람의 연기표현이 좀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도 남더군요. 그저 아름다운 화보 한장면을 찍는 장면으로 보여서 말이지요. 지형의 마음도, 서연의 속도 행복만이 아닐텐데, 세상 걱정없는 듯한 신랑신부의 모습이 살짝 괘씸스럽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저만 그랬나 싶네요. 
뭐랄까 주인공들이 주변사람들과 드라마속 상황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한 감정선의 끊김같은 것이 느껴져서 말입니다. 속감정까지 꼭 일일이 표현해야 하느냐는 반문도 있겠지만, 그래도 사람의 감정이란 게,  그렇게 흑백으로 선이 그어지는 것은 아닌 듯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새벽에 서연이 잠깐씩 행복한 순간에 행복한 척 연기를 한다는 나레이션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천일의 약속은 참 희안하게도 주인공 당사자들 보다 중견연기자의 대사 하나하나, 연기가 이 드라마를 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연의 결혼식을 앞두고 잠이 오지 않은 고모가 혼자 소주를 마시며 우는 장면에서는 함께 울었네요. 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니새끼 시집간다고 혼백이 있거든 니새끼 잘 살피라고 넋두리인 듯, 기도인듯 중얼거리며 우는데, 서연의 치매사실을 알면 고모는 아마 열두번도 더 까무라칠 듯합니다.
눈칫밥 먹는 설움 안주려고 딴에는 명희보다 잘해줬지만, 그래도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그 어린 것한테 집안 일을 시켜야 했노라고, 서연남매에 대한 미안함과 딸자식 시집보내는 듯한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는 고모(오미연)였지요. 
오미연이 소주를 마시며, "이제라도 두다리 뻗고 잘살아라 서연아"하는 대목에서는 서연이 행복해야 할 모든 이유마저 설명이 돼 버렸지요. 향기 눈에 눈물 쏟게 한 서연인데도, 지지리도 복없는 서연이 이제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니 말입니다. 

천일의 약속에 흐르는 사랑을 그야말로 명품연기로 설득시키는 강수정 역의 김해숙은 또 어떻고요. 서연이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겠다고 강수정에게 전화를 걸자, 강수정은 오히려 서연을 다독였지요. "내 아이의 선택인데 어쩌겠어. 서연이한테 섭섭한 마음 없어"라면서 말이지요.
따지고 들면 지형의 선택을 받아들인 서연이 가장 야속했을텐데도 아들의 선택이었다고, 부담갖지 말라고 말할 수 있는 어머니가 몇이나 될까 싶기도 해요. 자식의 일에는 이성적일 수가 없는 것이 어머니인데도, 강수정의 이성은 지성을 겸비해 더욱 빛나고 아름답기까지 하지요.
지형에게 당부하는 말을 듣고는, 지형과 함께 울고 말았네요. 축하한다는 말을 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며, "그렇지만 너 끝까지 최선을 다해, 지금 마음 그대로 변치말고 그 아이 슬프게 만들지마. 같이 시간 많이 보내주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끝없이 사랑해". 끝없이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면, 서연도 지형도 힘들어서 안된다며, 지형에게 마음 굳건히 가지라는 말은 숭고하게 들리기까지 합니다.
그건 그렇고 서연과 지형이 마침내 결혼을 해서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는데요, 그 행복했던 웃음도 그들의 짧은 신혼여행만큼이나 짧게 끝나버리는 듯하더군요. 결혼은 현실이다라는 말도 있지만, 지형과 서연의 결혼생활에서의 갈등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그런 갈등이 아니기에, 더 슬프고 우울함이 덮쳐옵니다.
예고편을 보니 서연에게 큰 문제가 발생한듯 보이더군요.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지만, 서연의 몸에 무슨 문제가 생긴 듯한데, 서연은 약 부작용이라고 하고, 지형이 약때문이라고 화를 내는 모습도 나왔지요. 신혼여행에 가서는 서연이 화장실에서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나오는 모습도 보였고요.
그래서 추측컨데 서연이 구토증상을 일으켰던 것은 아닌가 싶고, 서연이 자신이 임신한 것을 알고 약을 먹지 않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지형이 서연이 깜빡증이 심해져가는 이유를 서연이 약을 먹지 않은 고집때문이라고 화를 내는 장면이었다면, 앞뒤가 맞는 추측이기도 한데 말입니다.
서연이 알츠하이머이고 계속해서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임신이라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았는데, 만약 서연이 임신을 할 수도 있다면, 정말 머리가 무거워지네요. 아이를 위해서 서연이 자신의 목숨을 연장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고, 지형은 그런 서연을 극구 말리려고 할테고, 어느 생명이 더 중요한가의 문제까지 연결될 듯해서 말입니다. 만약 이런 설정이 들어있다면 김수현 작가, 사람 피를 말리실 작정을 한 모양이에요.ㅠㅠ

* 다음 Life On Award 2011 커뮤니티 '티스토리' 부문에 후보로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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