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양'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4.14 '동이' 사극 최초 코믹왕 숙종의 이중적인 매력 (21)
  2. 2010.04.13 '동이' 장옥정이 황백국 시구절로 동이를 시험한 이유 (6)
2010.04.14 08:05




음변사건에 대한 공으로 장옥정을 만난 동이가 보여달라고 청한 열쇠패는 뜻밖에도 동이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 다른 나비노리개였습니다. 동이가 화를 면하게 된 것인지, 장익헌의 죽음 배후세력과 관계가 있는 장옥정이 시간을 벌게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동이의 영민함은 장옥정의 눈에 들었나 봅니다. 사가에 심부름까지 보내면서 동이를 시험해 보면 말이지요. 암염을 덧입혀 만든 편경으로 음을 조작한 사건은 서인들의 대거 물갈이와 남인들의 주요 요직 인사이동으로 명성대비와 서인들의 패배로 끝나면서 실질적인 배후는 조용히 덮어버리는 선상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피바람은 막으면서 권력을 잡은 장옥정의 세력인 남인들이나 이를 빌미로 서인들의 세력을 견제하는 데 성공한 숙종이고 보니, 서인과 명성대비측은 장옥정에게 날개를 달아 준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일을 처리하는 숙종은 바둑을 두면서 정치에 훈수를 두는 장옥정보다 더 냉정한 모습입니다. 미소 뒤에 감춰진 숙종의 강한 성정은 명성대비와 조정신하들의 대사에서도 암시가 되었지만, 장옥정을 칭하는 모습에서도 나타납니다. "옥정아" 라며 이름자를 부르며 장옥정 앞에서는 애정을 과시하면서도 뒤돌아서서는 차갑기 그지없는 모습입니다. 호위 내시에게는 "장상궁 그 아이가 남자로 태어났으면 내 자리를 탐하지 않았을까 싶다" 라고 표현할 정도로, 겉다르고 속 다른 숙종의 모습에서 그의 여인들에 대한 태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동이에서의 숙종은 인현왕후와 장옥정 치마폭을 오가는 임금보다는 정치적 계산을 하는 모습을 부각시키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것도 코믹과 훈남의 모습을 넘나드는 매력적인 군주의 모습 속에 희석시키면서 말이지요. 
남인과 서인들 사이에서 장옥정과 인현왕후를 오가며 줄타기 정치를 잘했다는 후대의 평가를 받는 숙종이고 보면, 드라마 동이에서 그려지는 인간적이고 계산적인 숙종의 모습이 진짜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역사적 진실을 떠나 허당에 어리바리에 장난꾸러기 숙종 지진희는 드라마적으로 너무 매력적입니다. 어느 감초들의 연기보다 숙종의 위트넘치는 대사와 동이의 달밤 섬씽에 빵빵 터지니 말입니다.
이번회에서도 월담하려는 동이를 도와주는 모습에서 큰 웃음 선사해 주었는데요, 마치 사이좋은 오누이같은 숙종과 동이커플은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장옥정의 사가에서 지어 준 약재를 들고 오느라 인정 시간을 넘겨버린 동이는 발을 동동 구르지요. 약재를 궁궐 밖에서 들여오면 안되는 일이었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몰래 가지고 들어가야 합니다. 수문장의 눈을 피해 몰래 담을 넘으려는 동이를 마침 암행 다녀오던 숙종이 보고 말았습니다. 은근 숙종의 반가워 하는 모습이라니. ㅎㅎ
주위를 물리치고 동이에게 온 숙종 왈, "그렇게 한다고 담이 무너지겠느냐? 이제 보니 네가 상습범이구나" 놀란 토끼눈의 동이에게 뒤이어 건네는 인사는 숙종에게 동이가 얼마나 인상이 깊었는지 알수 있는 대사였어요. "지나가다 강아지가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말이다. 그래서 와 보니 풍산이 너로구나"
숙종은 한번 물면 절대 놓치지 않는다는 풍산이라고 불린다는 동이의 별명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게지요. 숙종을 따라 무사히 동이는 약재를 가지고 무사히 장악원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지요. 동이에게 마치 다 큰 처녀가 한밤중에 나다닌다고 혼내는 듯이 "다음부터는 제발 사고 좀 치지 말거라, 일찍일찍 좀 다니고. 처음부터 느낀 거지만 넌 정말 문제가 많은 아이인 것 같다"라며 훈계까지 하는 숙종입니다.
뾰로통한 동이가 그래도 임금님께 큰상을 받은 몸이라며, 천한 노비까지 다 챙겨주고 전하는 자비로운 분같다는 말에 으쓱해지는 숙종입니다, "원래 전하께서는 성심이 아주 넓으신 분이시란다" 라며 자화자찬하는 숙종, 정말 귀염둥이에 자뻑캐릭터입니다. 아, 재미있고 멋지다는 말입니다. 
숙종이 장옥정을 대하는 이중적인 태도, 그리고 동이에게 대하는 태도를 보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았을 숙종의 깨알같은 개그코드를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어쩜 그런 모습이 있지 않았을까 심지어는 믿어지는 부분까지 생기게 되네요. 숙종은 중전, 후궁, 심지어는 자신을 낳아 준 어머니까지 주위에 둘러싸인 모든 여인들은 다 정치적 인물로 볼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강한 치마폭에 숨거나, 강해 보이는 치마폭을 휘두르지 않으면 선대 왕들처럼 아무도 모르게 죽임을 당하거나 폐위당해 버릴 수도 있던 자리였으니 말입니다.
14세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 숙종이 결심한 것은 덕망있는 중전을 맞아들여 후사를 잇고, 어여쁜 후궁 몇 들여 놀아보자가 아니었을 겁니다. 자신이 앉아 있는 보위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더 강했을 겁니다. 더구나 내것 네것 밥그릇 싸움하는 서인과 남인들의 싸움에서 그가 고심하고 취했던 방법은 '휘둘리지 않고 휘두르는 법'이었을 겁니다. 자칫 휘두르려다 보면 내쳐질 수도 있고, 그러다보니 휘둘리는 척하고 휘두르는 영민한 방법을 썼던 것이었지요. 그 방패막이와 보호막이 되어 주었던 것이 양측 세력을 대표하는 여인들 치마폭이었을테고 말이지요.
저는 이번 회를 보며 숙종이 항상 사람좋게 웃는 가운데도 순간 번뜩이는 칼날같은 차가움을 발견했는데요, 장옥정과 바둑을 두고 나와서의 표정도 그러했지만, 편전회의에서 중신들을 보는 숙종의 눈빛도 예사롭지 않음이 느껴졌어요. 대거 물갈이에 대한 조정 신하들의 표정을 장난스러우면서도 섬뜩하게 관찰하고 있는 듯한 숙종의 모습은 얼굴 자체가 양날의 칼과 같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숙종의 왕의 자리에 대한 수호의식은 장옥정을 두고 "저 아이가 남자로 태어났으면 내 자리를 탐했을 거야"라는 말 외에도 월장하려는 동이에게 말하는 것에서도 엿보입니다. 호위 내시들을 물리치고, 동이에게 다가 간 숙종이 "내가 여기서는 엎드려 줄 수는 없고 따라오너라" 라며 동이를 문으로 데리고 가는 장면이 있었어요. 물론 임금을 호위하는 내시부 신하들이 지켜보고 있어서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음도 있었겠지만, 엎드려 줄 수 없는 이유는 그 곳이 궁궐 담이었기 때문이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궁궐은 숙종의 집이고, 자기집 담을 넘으라고 등을 내줄 수은 없는 일이었겠지요. 숙종이 어린 나이에 보위에 올라 지금까지 아둥바둥 지키고 온 곳이 대궐의 주인자리잖아요. 왕위에 오르자마자 정통성 시비에 시달린 것만 봐도 숙종이 왕의 자리에 대한 의지는 강했을 겁니다. 아시다시피 현종 사후 어린 숙종이 보위에 오르자, 효종이 장남이 아니었다는 것에 숙종의 정통성에 반기를 들고 나왔다는 것만 봐도 숙종의 고민을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숙종이 이런 술렁거림에 대처한 방법이 수렴청정을 일찍 거둬버린 사건일 겁니다. "어리다고 얕보지 말라" 라며 대신들에게, 그리고 모후에게도 한방 먹인 셈이지요. 그리고 숙종이 취한 태도는 남인과 서인 사이에서 그 만의 방식으로 군형을 잡으려 했다는 점일 것입니다. 때로는 가차없이 피바람을 일으키며 숙청해 버리면서 말이지요.
그런 숙종의 성정때문에 서인이나 남인이니 숙종을 함부로 좌지우지 하지는 못했던 점도 있습니다. 명성대비가 아들임에도 무서워할 정도였으면, 숙종의 칼이 얼마나 잔인했는지를 엿보는 대목이기도 하고요. 사실 숙종의 정치를 평가함에 의견이 분분하기에 여기서 옳았다 그르다 라고 말하기는 힘든 문제지만요. 

그런 숙종의 왕실에 대한 견고한 수호의식은 강아지처럼 귀엽고 까불거리는 동이라고 예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장난을 좋아하고 순수한 동이에게 어눌한 판관이라고 속이고 있지만, 자기 등을 밟고 자기집을 몰래 들어가라고 할 수는 없었겠지요. 그 모습을 보면서 순간적인 판단이었겠지만, 왕은 왕이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참, 이번회에 절벽아래로 추락해서 생사가 궁금했던 차천수(배수빈)가 살아서 돌아왔는데요, 기일에 맞춰 제를 올리러 간 동이와 엇갈려 버려서 안타까웠습니다. 동이가 흘리고 온 검계 머리띠를 봤으니, 동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차천수도 알았을 것이고, 동이의 행적을 찾게 될 것인데, 두 사람이 언제 만나게 될지 애가 타네요. 또한 장악원에 천가 성을 가진 노비 동이라는 이름을 듣고 6년전 사라진 동이가 아닐까 의심하는 서용기에 의해 동이가 조사를 받게 될 것 같은데, 동이 앞에 쏟아지는 일련의 사건들 앞에 동이가 위기를 잘 넘길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탕약에 문제가 생겨 장상궁의 약재를 들고 들어 온 사실까지 들통나게 생겼는데, 동이 인생이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입니다.
그나저나 숙종을 보니 알게 모르게 동이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요즘들어 숙종 입에서 동이와의 달밤 탐정놀이 이야기가 자주 나오면 말이지요. 아주 입이 귀에 걸립니다. 서용기와 술 한 잔 하면서도, 옥체를 걱정하는 서용기를 뜨아하게 만들면서 동이와 합동작전을 펼쳤던 탐정놀이가 너무 재미있었다며, 생전 처음 저자의 평범한 남자가 된 것 같다고 즐거워 하는 것을 보니, 임금의 자리에서는 범부의 평범한 모습에 대한 동경도 있었을 것 같아요.
숙종에게는 천방지축 동이는 너무 새로운 여자에요. 자신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여인들만 보아 온 숙종에게 대놓고 혼까지 내는 똘망똘망한 눈망울의 아이는 처음이었겠지요. 허당 숙종과 풍산 동이 커플의 몰래데이트가 너무 재미있는데, 암행길에 자주 만나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러다 보면 늦은 밤 환궁할 일도 많을텐데, 두 사람만의 궁궐 개구멍도 하나 만들어 주었으면 싶기도 해요. 아무리 판관이라지만 함께 있을 때마다 궁궐을 지키는 왕실을 호위하는 금군들이 없어지는 것을 풍산 동이가 계속적으로 속아 넘어가주기란 쉽지 않아 보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제작진에게 부탁하나 드리고 싶은데 숙종과 동이의 테마 음악 좀 상쾌하게 만들어 주시면 안될까요? 이번 달밤 에피소드 음악은 상큼한 분위기와 달리 너무 우중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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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3 12:05




동이 7회에서 미래의 장희빈과 숙빈 최씨가 되는 동이가 만나는 장면은 그 의미가 컸던 장면입니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맞대면을 했다는 것 뿐만이 아니라 도인이 예언했던 빛과 그림자의 운명적 만남이었다는 점에서 사건이라면 사건일 수 있겠지요. 감히 쳐다보기도 힘들었을 상궁마마의 처소에서 국화차까지 대접을 받은 동이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며 왜 장옥정이 동이에게 고경명의 한시 황백국을 읊으며 뒷 소절을 알아맞춰 보라고 했는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데요, 이 역시 장옥정과 동이가 빛과 그림자일 수 밖에 없는 운명의 쇠사슬에 묶일 수 밖에 없는 사건이라고 보여집니다.
장옥정은 결국 도인의 예언을 거스르고 말았습니다. 물론 장옥정은 현재로서는 자신이 도인이 말해준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모르고 있지만요.
동이를 기다리는 장옥정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그리고 도인의 예언을 떠올립니다. "모든 걸 가진 이가 모든 걸 잃은 자의 그림자가 된다. 만약 그 아이가 살아온다면 항아님은 그 빛을 넘지 못하십니다.  허니 하실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그 아이를 마주치지 마십시오". 
장옥정은 처소에 든 동이를 보고 "맑은 아이로구나. 눈빛이 좋다. 천비답지 않게 영특하고 기품도 있어" 라고는 다짜고짜 고경명의 황백국이라는 시 한소절을 읊었지요. 
"정색황위귀 천자백역기(국화라면 황국을 귀하다 하지만 하늘이 낸 자태는 백색도 아름답네)" 이 시의 다음 구절을 말해보라고 하지요. 
이에 동이는 "세인간수별 균시오상지(세상 사람들은 그리 구별하지만 서리 속에 꽃피운 기상은 모두 같네" 라고 다음 구절을 맞춥니다.
이런 동이를 보며 장옥정도 놀랍니다. 글을 알거라 생각했다며 곤혹스런 일에 큰공을 세웠으니 상을 내리고 싶다며 원하는 것을 말해 보라고 하였지요. 동이는 원하는 것이 없다고 말해버리지요.
장옥정은 욕심이 없다는 것에 실망이라며 "네가 천비라서 그러냐? 그런 욕심이 너같은 천비에게는 가당치 않은 것이라서? 아쉽구나. 네가 감히 당치 않은 것을 꿈꾸고 얻을 수 없는 것을 얻으려 했다면 더욱 마음에 들었을텐데..."라며 서운한 마음으로 동이에게 나가보라고 하였지요.
그런데 과연 장옥정이 무슨 이유로 동이에게 황백국이라는 시 한 소절을 읊으며 다음 구절을 말하라고 했는지 그 속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장옥정이 동이를 보는 순간 자신이 넘을 수 없는 빛이 아닐까 의심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어요. 장옥정은 사람을 보는 혜안이 있는 인물로 드라마에서 그려지고 있는데요, 아마 장옥정은 숙종의 이야기를 들으며 동이라는 장악원 노비가 무척 궁금했을 겁니다. 숙종이 장옥정을 만나자마자 죽을 뻔 했다며 어린애에게 밟히고 채이고 혼쭐이 나고 어쩌고 하면서 그날 밤 동이와 있었던 일을 너무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해줬다는 것은 안봐도 뻔한 일이지요. 숙종에게는 잊을 수 없는 밤이었고, 또 그 덕분에 사랑하는 옥정이를 위기에서 구해주기도 했으니 숙종으로서는 으쓱해 할 만한 사건이었으니까요.
눈치 빠른 장옥정은 비록 숙종이 동이를 여인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숙종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 하는 주인공이 무척 궁금했을 겁니다. 자기의 남자 입에서 다른 여자 이름이 나오는 것은 천하의 장옥정이라고 해도 신경쓰이는 일이었을 테니까요. 그 아이가 천비라는 것도 옥정이에게는 걸릴 수 있습니다. 장옥정 역시 천출로 궁에 들어와 승은을 입었으니 자신과 같은 천을귀인의 인물이 한 사람 더 있다는 도인의 말도 있었고, 자신의 출신때문에도 숙종의 입에 오르내리는 인물은 예사롭게 넘길 수 없었을 겁니다.
동이를 기다리는 동안에 도인의 예언이 불현듯 떠올랐던 것도 장옥정에게 그런 불안을 암시하는 것이었어요. 장옥정이 많은 시들 중에 황백국을 동이에게 퀴즈문제로 낸 데에는 동이가 자신이 뛰어넘을 수 없다는 빛인지 시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의 내용을 보면 더욱 장옥정의 의도가 분명해지는데요, 국화라면 노란색 국화를 최고라 치지만 그 자태의 아름다움은 흰국화도 아름답다라는 것은 장옥정의 신분을 말하는 것입니다. 노란색국화란 왕실 혹은 높은 가문의 양반들을 상징한다면. 백색, 즉 흰국화의 의미는 가문이 미미한 집 출신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에 화답한 다음 구절은  출신이 아니라 고난과 역경을 이기고 피어난 꽃이라면, 다 아름답다라는 말로 출신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은유적인 뜻이 담겨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장옥정이 많은 시들 중에 왜 황백국으로 동이를 시험했을까요? 이유는 이 시가 장옥정 자신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자신의 신분이 천출임에도 시련을 이기고 꽃를 피워 귀한 이가 되겠다는 꿈을 꾸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미한 가문의 출신으로 왕실에 들어와 임금의 총애를 입은 흰국화 출신으로 서인들의 견제와 명성대비와 중전이 있는 살얼음 속에서 버텨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지겠다는 그런 자신의 의지를 대변하고 있는 시거든요. 
장옥정은 동이에게서 나오는 기운을 보고, 도인의 말을 다시 떠올렸을 겁니다. 정확하게 다음 구절을 동이가 읊자 장옥정이 무척 놀라는 모습이었는데요, 동이가 글을 알고 있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동이가 같은 시를 외우고 있다는 점에서 놀랐을 겁니다. 동이 역시 이 시를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황백국을 암송하고 있었던 이유는 아마 같은 이유였을 겁니다. 장옥정은 노란꽃이 아니어도 자태로 피워내겠다는 의지를 가졌다면 동이는 시련을 이겨내고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다져 준 시였을 겁니다. 천애고아가 된 동이는 하늘에 있는 아버지와 오라버니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어떤 시련과 역경에도 살아남겠다고 약속했으니까요.

장옥정은 황백국을 외우고 있는 동이에게 놀라움을 금치못하며 또 다른 테스트를 해보지요.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주겠다고 말이지요. 동이에게 야심이 있는지를 시험해 보고 싶었을 겁니다. 의외로 아무 것도 원하는 것이 없다는 말을 들은 장옥정은 한편 실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했을 지도 모릅니다. 장옥정이 실망한 것은 동이에게 욕심이 없어가 아니라, 빛의 운명을 가진 이가 아니었다는 것에 대한 실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자신과 같은 사주를 가진 이가 있고, 더구나 자신의 그 사람의 그림자라는데, 비록 좋은 감정으로 만나지 못할 인연이라 할 지라도 궁금한 것은 당연할 겁니다.
장옥정은 본인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도인의 경고를 어겨버린 것이지요. 도인은 할 수 있으면 최선을 다해 그 아이를 마주치지 말라고 했지만, 알 수 없는 운명은 장옥정에게나 동이에게나 운명의 주사위를 던져 버리고 만듯 싶습니다. 또한 장옥정의 성정을 보니 그저 피하는 인물만은 아닌 듯 싶고요. 동이가 그 나머지 같은 운명을 가진 인물인지를 적극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시험까지 해 보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역경과 고난을 이기고 피어난 강한 꽃을 노래한 황백국 시구절을 외우는 숙빈 최씨나 장희빈은 천한 신분에서 최고의 신분에 오른 것을 보면 보통 인물들은 아니지요. 최후가 어찌되었든 말이에요. 아무튼 장옥정을 연기하는 이소연의 침착하고 차분하면서도 영리한 모습을 보니 새롭게 각색된 장희빈도 참 매력적인 인물로 보입니다. 과연 이소연의 장희빈은 어떤 인물로 탄생될지 그것을 지켜보는 것도 드라마 동이를 보는 재미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사와 너무 동떨어진 인물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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