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0.05.16 '인생은 아름다워' 갈등구조의 밋밋함, 드라마 재미 반감시킨다 (9)
  2. 2010.04.25 '인생은 아름다워' 장미희, 고혹적인 민폐녀의 화려한 등장 (23)
  3. 2010.04.12 '인생은 아름다워' 낙태 화두 던진 작가의 의도 (19)
  4. 2010.04.05 '인생은 아름다워' 혈압 돋우는 바람둥이 할아버지 쫓겨난 사연 (26)
  5. 2010.04.04 '인생은 아름다워' 동성애 화두 던진 김수현, 역시 날카로웠다 (14)
2010.05.16 11:52




김수현이 새롭게 화두로 던진 동성애라는 파격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아름다워는 확 끌어당기는 재미가 부족하다. 김수현의 작품치고는 대사의 톡톡 쏘는 맛이 부족하고, 이상하게 물에 술탄듯 술에 물탄듯 감흥이 없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김수현 작가의 작품이라면 거의 모든 작품을 봐 왔던 열혈팬인데 이번 작품처럼 구미가 당기지 않는 드라마는 처음이라 고개가 갸우뚱해질 정도이다.

이번회 극중 양병준(김상준)의 방뇨실수 사건도 요절복통할 일이었지만, 병태 집안의 특급재미정도로 밖에 다가오지 않았다. 조아라(장미희)가 불란지 펜션으로 찾아와 노모와 노부에게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하는 장면은 장미희의 출연만으로도 눈길이 갔고, 특히 양지혜(우희진)이 장미희의 말투를 흉내내는 장면은 성대묘사라고 해도 좋을만큼 뛰어나 보였다.
경수의 어머니가 상대인 태섭의 존재를 알게 되고 경수와 태섭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이지만, 동성애에 대한 불편한 시각과 가족드라마에서의 새로운 시각이 얼마나 조화롭게 극복되어질 지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다. 방송국에 보수 기독교 단체에서 동성애를 미화한다는 항의전화가 빗발친다는 기사에도 김수현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소신있게 나의 길을 가련다"라고 응수한데는 응원을 보내고 싶다. 동성애를 옹호한다, 아니다의 문제를 떠나 작가의 창작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시각에서 말이다.
동성애라는 화끈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의 매력은 몇 %가 부족하다.
우선 인생은 아름다워는 드라마의 재미 그 가장 큰 요소 중 갈등구조의 부재를 들 수 있다. 김수현 드라마의 특징에서 단연 우수했던 갈등구조가 이 드라마에서는 철저히 가족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평생을 바람을 피우다 다 늙어 본처의 집으로 들어 온 할아버지는 극초반 병태집의 가장 큰 골치거리였지만, 할머니의 초가로 들어가면서 소소한 갈등만을 보여줄 뿐 더 이상의 극적 반전이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양지혜의 임신문제도 낙태에 대한 화두만 던졌을 뿐 출 해피하게 마무리 되었다. 하긴 양지혜 이수일 커플의 낙태문제는 재론의 가치조차 없었던 것이었으니 양지혜의 경우는 시끄러워질 필요조차 없었다. 미혼모도 아니고 분유 한 통을 훔쳐야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궁핍하지도 않은 드라마에서는 부러울 정도로 좋은 가정환경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현재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양병준과 조아라(장미희)의 사랑이 어떻게 진척될까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도 설레임은 없다  40대 남녀의 사랑에 가족드라마에서 얼마나 애간장을 태우겠느냐 말이다. 다만 장미희가 보여주는 조아라의 엉뚱한 매력과 까칠남 양병준과의 에피소드를 보는 재미 정도일 것이다. 첫사랑을 못잊고 있는 양병걸(윤다훈)의 상대역이 누구인지 아직 등장하지 않았지만, 이 역시 40대 사랑이야기이다 보니 드라마의 희극적인 재미만을 더할 것이다. 병걸의 캐틱터가 인생은 아름다워의 코믹코드이다 보니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날 것 같지는 않다.
남은 인물이 호섭(이상윤)과 부연주(남상미) 커플인데,  이 커플도 밍숭맹숭할 정도로 러브라인의 재미는 없다. 우선 두 인물이 드라마적으로 부딪힐만한 갈등요인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예컨데 두 사람이 교제를 한다고 할지라도 이 드라마에서는 방해요소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프랑스에 유학 중이라는 부연주의 남자친구와 부연주는 이미 끝난 사이같아 보이고, 부연주를 딸처럼 총애하는 민재(김해숙)이 두 사람의 교재를 말릴 이유도 없고, 부연주의 할머니 또한 갈등을 야기할 만한 일은 없어 보인다.

그러다보니 이 드라마는 내재된 갈등이 폭발할 만한 것이 거의 없어 보인다. 동성애 커플인 태섭과 경수 문제를 제외하고는 늘 그날이 그날이 평온 자체인 것이다. 드라마의 긴장감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다못해 김수현 드라마의 특징인 양가집안의 문화적 차이가 빚는 갈등재미도 없다. 그런 면에서 부연주가 할머니와 함께 사는 가난한 요리가 지망생으로 설정된 것은 조금 안타까운 일이다. 처가에 얹혀 사는 이수일의 캐릭터는 공처가의 모습 그대로이니 양지혜와 크게 갈등할 일도 없고, 이수일의 본가와 양지혜와 사이도 특별한 문제는 없어 보이니 이 부부의 모습도 너무 순탄하기만 할 뿐이다.
태섭과 경수의 문제가 드라마 전면에 드러난다 할지라도, 안방극장에서 동성애를 다루는데는 아무리 김수현작가라 할 지라도 어느 정도는 몸을 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태섭과 경수를 보면서 불편하다는 시각, 동성애를 미화하느냐는 시각이 있지만, 내가 드라마를 통해 본 이들커플은 불쌍하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남들처럼 팔짱을 제대로 끼기도 힘든 이들만의 괴로움, 그래서 술 취한 두 남자들이 남들 눈에 술에 취해 가는 것처럼 보이게 비틀거리며 어깨동무를 하고 가는 장면은 평생 세상의 눈을 의식하고 살아야 하는 이들 소수자들의 아픔이 절절하게 그려졌던 장면이었다.
누군들 세상에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그렇게 태어났을까? 제 3의 성으로 태어난 것은 그들의 선택이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형벌처럼 새겨진 문신과도 같은 형벌일 게다. 몽고반점처럼 말이다. 제3의 성이 유전자의 문제인지 후천적인 문제인지는 학계마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체로 유전자의 이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구인 대다수인 이성애자들은 이해하기가 힘든...
생각만 바꾸면 보통 사람들과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게 안되는 모양이다. 안되니 괴롭고, 힘들고, 죄인처럼 살아야 한다. 경수가 어머니와 통화에서 왜 죄인으로 만들려고 하느냐는 말은 어쩌면 사회의 편견에 대한 그들의 절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에 의해. 세상의 편견에 의해 그들을 죄인으로 몰아세우고 있지는 않나? 김수현이 던지는 동성애자를 보는 사회에 던진 화두는 과연 그들이 죄인인가?  누가 그들을 죄인으로 몰아세우고 있나? 였다.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아우르는 노작가의 가족에 대한 성찰이 제주를 배경으로 한 폭의 그림같이 녹아들고 있는 인생은 아름다워는 소재의 파격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시청률이 부진한 것으로 보인다. 김수현작가로서는 자존심 상할 일일지는 모르지만, 김수현의 작품의 특색은 후반부까지 지켜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아름다워는 태섭과 경수의 동성애라는 문제외에는 별다른 갈등구조가 없다는 점 때문에 드라마의 극적 재미가 점점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갈등구조라는 것이 막장소재의 갈등만은 아니다. 김수현작가가 인생은 아름다워는 막장소재가 아닌 아름다운 가족 이야기를 풀어내겠다고 했듯이, 이 드라마는 따뜻하고 평화롭다. 그런데 드라마 속 인간관계의 갈등구조가 너무 평이하다는 것이 드라마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달리 갈등을 유발할 인물이 없는 지금으로서는 양병준과 조아라(장미희)라는 카드가 가장 매력있어 보인다. 조아라와 양병준의 집 문화가 빚는 에피소드들이 인생은 아름다워의 갈등의 중심축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극적 긴장감과 재미는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된다.
태섭의 문제가 민재네 집의 문제로 불거지는 순간 불란지 펜션의 정적이고 아름다운 평온은 깨지겠지만, 작가는 드라마를 결코 우울하게 끌고 갈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타 인물들의 드라마틱한 갈등구조의 부재는 김수현 작가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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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5 08:25




할아버지의 할머니네 초가집 입성기는 초라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반평생을 독수공방 과부 아닌 과부로 살아 온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옷을 빨고 마루를 쓸고 닦을 때 할머니의 깊은 마음이 이해되면서도, 속으로는 골탕 좀 더 먹여야 하는데 싶었어요. 아무리 할머니 성정이 불같고 억척스러워 여자같이 곰살맞은 구석은 없었다해도, 솔직히 할아버지의 심한 외도는 남자가 한 두번 그럴 수 있다고 너그러이 용서해 주기는 힘든 부분이잖아요. 아무리 부모라 하더라도요.

할머니의 자존심 병풍금줄
병태와 병걸은 마루에서 기거하란다고 울컥해서 다시 돌아 온 아버지 때문에 속상하지요. 제주 바람이 좀 세야지요. 병태와 민재가 할머니에게 어떻게 마루에서 계시게 하느냐고 해도 할머니는 매운 속이 풀리지 않습니다. 방도 하나 밖에 없고, 비좁아서 어찌 둘이 지내느냐고요. 할머니는 외출 준비를 하고 집을 나가 버리지요. 절에 가서 심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였어요. 할머니 심정이 정말 이해가 됩니다. 자식이 무섭다고 자식들에게 엄연히 살아있는 아버지라 내칠 수는 없지만, 자신에게는 징글징글한 남편이니 생각할수록 젊은 날부터 지금까지 뭉그러진 자신의 속을 누가 알아주랴 싶었을 거예요.
막상 할아버지 짐을 자신의 초가에 옮기라고 하지만, 할머니에게는 냉대받는 여자로서의 한을 다 푼 것은 아니에요. 50년을 남처럼 살아 온 남편을 쌍수들어 환영할 수도 없습니다. 그간 인간취급하지 않았던 남편을 군말없이 받아들이기에는 할머니의 강한 자존심이 쉽게 허락하지 않을 뿐더러 과 한이 너무 깊습니다.
저는 할머니가 절에 불공을 드리러 집을 비우신 것이 두가지 의도였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나는 자신의 마음을 도 닦듯이 비우기 위해서였을테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없는 틈을 타서 병태와 병걸(윤다훈)이 장농을 치울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던 것 같아요. 자신이 보는 앞에서 장농을 들어내는 것을 보는 것도 할머니 체면과 자존심에 참기 쉽지는 않았을 듯 싶어요. 그래서 마음도 달래고 아들들에게 짐 옮길 시간도 줄겸 자리를 피해준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자신이 없는 사이에 분명 큰아들의 깊은 효심이 장농을 옮길 것이라는 것을 할머니가 계산하지 못했을 리가 없었거든요.
막상 집에 들어와 마루에 장롱이랑 세간살이가 나와 있는 것을 본 할머니는 한편으로는 효심 깊은 자식들에게 고마우면서도 자신의 숯검댕이 마음이 쓰라려 오는 것을 감당하기 힘듭니다. 아직은 할아버지를 다 용서할 수 없는 마음에 방 가운데 병풍으로 금줄을 쳐보지만, 이 금줄이 오래갈 것 같지도 않습니다. 할아버지가 TV 보신다고 할머니 영역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계시는 걸 보니 말이지요. 신세 좀 지겠다는 할아버지의 기운 빠진 목소리를 들으니 짠한 마음도 들고, 그렇다고 평생 금줄치고 살 수는 없으니 병풍도 어느 날은 치워질 것 같지만, 할머니의 평생 박힌 한도 이해도 가네요.  
수자네로 건너가서 혼자서 술을 마시는 늙은 할머니, 아니 늙어도 여자일 수 밖에 없는 조점례 여사를 보니 마음이 짠해져서 할아버지가 더 얄미워지더라고요. 자기 밖에 모르는 어리광 할아버지가 철들어서 조강지처 할머니를 손이 발이 되도록 신주단지 모시듯 받들며 살았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요. 여전히 큰소리치고 꼬장꼬장하면서도 어리광 심한 할아버지를 보면 죄업으로 평생을 짚신 삼듯이 할머니에게 잘했으면 싶은데, 할머니 눈치 보며 기운없어 하는 모습을 보면 측은해 지기도 하고 그러네요. 할머니 집으로 옮긴다고 마음이 들떠 아침도 거르고 목욕재계하고, 화장품까지 바르는 할아버지를 보니 귀엽기도 하고, 나이로 용서되는 그런 부분도 있고 말이지요. 
그나저나 지혜가 지나 동생을 낳겠다는 것은 이웃집 강아지빼고는 다 아는 사실이 돼버렸습니다. 제주의 소문 방송국인 병걸이 들어 버렸으니 말이지요. 모른 척 지혜에게 언제 병원 갈거냐고, 늦으면 안된다느니 하는 말로 지혜 약을 바짝바짝 올려 주는 삼촌이지만, 환영할 결정이라 마음이 놓였어요. 물론 지혜가 병원에 가서 낙태를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지혜의 행동이 수일에게 '나 삐뚫어질테다' 하게끔 부채질을 할 것 같기도 했거든요.

장미희, 고혹적이고 섹시한 민폐녀로 변신하다
이번 회 인생은 아름다워에 범상치 않은 인물이 등장했는데요, 김수현 드라마의 유행어 제조기라 할 수 있는 "미세스 문~"의 고은아 여사 장미희가 병준(김상중)의 상대역으로 등장했지요. 천상천하 유아독존 독불장군 포스에 철딱서니 없는 어린애 같기도 한 캐릭터는 장미희라는 배우 특유의 분위기와도 맞아 떨어지는데, 양병준(김상중)에게 완벽한 부르조아 민폐녀 캐릭터가 되어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네요. 실망시키지 않는 패션과 헤어스타일, 그리고 특유의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더 강조된 듯한 조아라라는 인물로 첫등장부터 기대만발입니다. 병적으로 깔끔한 남자 양병준(김상중)에게 병걸(윤다훈)보다 심한 민폐녀가 등장한 것 같습니다.
병걸의 지저분한 행동에 늘 인상쓰고 못 참는 결벽주의자에게 고아라는 그보다 더 심한 민폐형 상사로 등장했으니 병준의 기겁해 하는 표정에서 조아라의 파격적인 행동때문에 이 커플은 웃음제조기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원칙적이고 성격 깔끔한 병준과의 러브라인을 형성해 갈 조아라라는 인물은 앞으로 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성격이 드러나겠지만, 예측불허 폭탄같아 보입니다. 권위적이고 한 성질 하는 병준을 하인 부리듯이 첫날부터 거침없이 부려 먹는 것을 보니, 칼칼한 병준과 언제 터져도 터질 것 같은 한판 전쟁이 벌써부터 궁금합니다.
자동차를 타면서도 좌석이 시야를 가린다며 머리받침대까지 떼게 하고 조수석에도 앉지 못하게 하며 첫 말부터 "뒷자리에 타세요" 라며 안하무인입니다. 저녁 함께 먹을 사람이 필요하다며 병준을 부르는 것을 보니 앞으로 사소한 일 하나까지도 병준을 당연하게 하인부리듯 할 것 같아 보이니, 성격 까칠한 병준이 이걸 감당해 낼 수 있을지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네요.
장미희가 연기하는 고은아는 까칠하고 결벽적인 성격의 양병준에게 완벽한 민폐녀가 될 것 같아요. 다른 드라마의 민폐녀들과는 다른 신개념의 고혹적이고 섹시한 캐릭터같아요. 게다가 엉뚱한 면도 많을 것 같아 보이고요.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며 톡톡 터지는 웃음이 윤다훈과 김상중, 그리고 조미령만으로는 조금 아쉽다 싶었는데, 장미희는 그 아쉬움을 완벽하게 채워줄 줄 캐릭터가 될 것 같아요. 더구나 양병준의 인생에서 가장 큰 민폐남인 동생 병걸(윤다훈)을 능가하는 무개념 인물같아 보이니 얼마나 황당스러운 주문으로 김상중을 황당스럽게 할 지 지켜보는 재미가 클 것 같고요.
병걸은 그나마 동생이라 이놈저놈 하며 시키기도 하고, 무게라도 세우고, 어머니 집으로 쫓아내기도 했는데, 손하나 까딱않고 살아 온 공주과같은 인물 조아라를 양병준이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ㅎㅎ더구나 도도하고 자기위주의 사고방식에다 병준이 가장 질색하는 정리라는 단어는 안드로메다에 두고 온 여자같아서 말이지요. 이번 회 짐가방을 여기저기 폭격맞은 집처럼 풀어헤쳐 두고 발로 치워가며 전화를 받는 조아라를 보며 기겁하는 양병준의 표정을 보니, 정말 웃음이 터지더라고요.
저도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데 병준처럼 병적으로 깔끔떠는 남자는 좀 팍팍스럽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이런 여자를 만난 병준을 보며 쬐금 통쾌해지기도 했답니다. 아무래도 두 사람 보통 인연에서 그치지는 않을 것 같고, 평생 동반자가 될 것 같기도 하니 말입니다. 안하무인에 독불장군 성격의 두 사람이 알콩달콩이라기 보다는 부글부글 찌개 끓듯이 사랑을 하게 될 것 같은데, 이 커플 정말 기대됩니다.
어이상실이라는 김상중의 뜨아~하는 표정을 보며, 은근히 코믹스러운 표정에 웃음도 나오고, 두 사람의 첫대화가 상당히 인상적이면서도 재미있었어요.
"왜 결혼 못하셨어요?" "결혼 못할 정신적 육체적 조합에는 이상 없습니다"
기괴스런 조아라의 웃음에 "실례지만 웃음소리가 왜 그런가요?" "웃음소리를 맡고 있는 조합이 잘못돼서요" 
장미희의 특유한 목소리도 극중에서 이렇게 멋지게 슬쩍 버무려주는 김수현의 유머감각도 자연스럽고 유쾌하지만, 그 대사를 김상중은 너무나도 진지하게, 장미희는 귀여우면서도 우아하고, 섹시하게 주고 받는 모습이 역시 내공있는 배우들이구나 감탄하게 합니다.
극 중 태섭을 좋아했던 채영이 언니라고 부르는 것을 보니 두 사람이 자매인지 그냥 아는 사이인지는 모르지만, 장미희의 첫 출연은 과연 장미희의 연기가 녹록지 않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언제나 장미희라는 배우는 드라마에서 화려하고 세련된 패션과 미모로 시선을 사로잡지만, 그 특이한 말투때문에 귀를 사로잡는데요, 이번 작품에서는 일본어에 능통한 교포 역할의 말투도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미희는 한국어를 구사함에도 일본어 억양을 섞어서 유민의 어색한 발음 비슷한 어투를 세심하게 신경써서 구사하더라고요. 이런 모습이 진짜 연기자로서의 내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장미희가 등장하는 드라마는 항상 그 캐릭터의 독특함을 튀는 듯 하면서, 그리고 어색한 듯 하면서도 강렬하게 시선을 끌게 하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요, 장미희는 늘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외형적인 모습까지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일본 교포의 딸이라는 캐릭터에 맞게 헤어스타일, 악세사리, 메이크업, 억양까지 완벽하게 일본풍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 장미희가 얼마나 자기 캐릭터에 대한 연구 분석을 하고 나왔는지 알게 하는 부분입니다. 눈화장과 눈썹모양까지도 캐릭터가 살아 온 나라의 유행에 맞춰 신경을 쓴 것 같더라고요. 
밥도 혼자 못 먹고,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아랫사람에게 시킬 줄만 아는, 귀여우면서도 고혹적인 조아라가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을 김상중을 어떻게 요리할 지 기대되네요. 아니 양병준(김상중) 앞에 갑자기 불시착한 도도한 민폐녀를 길들여야 하나요?  2:8 가르마의 칼같은 남자 양병준을 아연실색케 한, 예측불가능한 성격에, 제멋대로에, 중년 나이에도 "하이 파파"하고 아버지를 부르는 정리정돈 무개념의 조아라역 장미희는 드라마에 개성 강한 생동감을 줄 것 같습니다. 작품마다 비슷한 이미지 같은데도 전혀 다른 매력들을 만들어 가는 팔색조같은 장미희의 다양한 모습이 기대되네요. 이번 작품에서 "똑 사세요" "미세스 문~" 이후 어떤 유행어를 탄생시킬 지도 궁금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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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2 12:03




소화불량으로만 알았던 양지혜에게 폭탄이 떨어졌다. 임신 7주라는 진단이 나온 것이다. 원하지 않았던 임신 사실에 까칠한 지혜는 대경실색해서 남편 수일을 향해 앙칼지게 화를 내고 만다. 아이는 지나 하나로 끝내고 잘 키우고, 아이 육아에서 일찍 손떼고 늙어 우아하게 테라스에서 책보며 여유자적한 생활을 즐기겠다는 야무진 꿈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지혜가 꿈꾸는 노년의 모습은 사실 젊어서 누구나 그려보는 미래상이었을 것이다. 그게 말처럼 생각처럼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고 있지만 말이다. 바로 가까이 꽤 세련되고 요리연구가로 전문적인 일을 가지고 있는 엄마의 삶을 보면서도 지혜는 상당히 이기적인 꿈을 꾼다.  
극중 지혜는 정을 주기 힘든 캐릭터다. 좋은 말로 하면 완벽하고 자로 잰듯 깔끔한 성격이지만, 이를 뒤집어보면 한마디로 피곤 그 자체인 여자라는 말이다. 지혜가 그리는 50대 이후의 삶을 들여다보면 지혜는 굉장히 이기적인 젊은 주부이며 딸이다. 자신은 자식에게 손털고 독립적으로 여유자적 우아하게 살고 싶으면서도 현재 친정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자신의 모습은 안중에 없다. 
인생은 아름다워 8회에서는 양지혜(우희진)의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가족회의가 열리면서 소름끼치는 대사들이 오갔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지혜의 폭탄선언에 가족들은 생긴 아이인데 지우려고 하느냐며 대부분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반면, 의사인 태섭은 낙태가 어느 선에서 합법적인지 기독교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사고 차이, 그리고 선진국에서 18~24주내의 태아는 생명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며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는 사례까지 예를 들며, 어느 한쪽의 입장에서만이 아닌 균형있는 시각들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극중 대사로 옮겨가 보자.
아버지(김영철): 도대체 반드시 하나여야 하는 이유가 뭐냐?
수일(이민우): 자식한테 투자하는 세월이 너무 긴 것도 싫고, 몸매 망가지는 것도 싫고 뱃살 늘어나 주글거리는 것도 싫다고 한다
지혜(우희진): 우선 경제적으로 둘은 벅차다. 요즘 애들한테 들어가는 돈 강남은 월 평균 2~300은 보통이다
엄마(김해숙): 어차피 생긴 아이를 안 낳겠다는 것은 생명존중사상에도 위배된다
지혜: 내 몸에 생긴 일이고, 결정권은 나한테 있고 행복추구권도 있다.
수일: 내 자식이기도 하다
할머니: 자리 잡은 아이를 어떻게 못 낳게 해? 그것은 살인죄야
태섭(송창의): 낙태에 대한 논쟁의 역사가 긴데, 기독교에서는 수태 순간이 생명으로 보는 반면,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수태 후 24주까지는 생명으로 보지 않았다. 24주후 태아가 엄마와 떨어져 혼자 살 수 있을 때를 생명으로 간주했다. 미국에서도 논쟁중인데 대부분 선진국에서 18주내에서의 낙태는 허용한다 
다음날 삼촌 윤다훈은 지혜에게 더욱 심하게 직격탄을 날린다.
병걸(윤다훈): 내가 이서방같으면 당장 이혼이야. 너 살인자거든. 아름드리 나무도 작은 씨앗에서 출발하는데, 씨앗은 생명이 아니냐? 생명의 근거와 출발이 씨앗인데, 너는 그 씨앗을 죽이려는 살인자의 길을 가려고 하는 거야. 그런 생명에 대한 의식이 없는 너는 심각하고, 소름끼치는 악독한 여자야. 내 자식을 죽인 여자 무서워서 어떻게 사냐? 

소름끼칠 정도로 무서운 대사들이다. 생명인데 어떻게 지우려고 하느냐는 식의 대사가 진부해지기 까지 하는 대목이었다. 매회 한 사람씩 넘어지는 엔딩은 예기지 않은 돌발사고가 우리 인생에 일어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지혜의 임신은 자로잰 듯 계획적인 지혜의 인생에서는 최고의 충격으로 넘어진 사건이 아닐까 싶다. 
갈수록 떨어지는 출산율로 출산장려금에 교육보조금까지 지급하겠다는 정부시책에도 출산률이 올라갈 기미는 없어 보인다. 육아에 대한 부담, 감당되지 않는 교육비, 게다가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육아문제가 심각한 게 현실이다.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가 손주들을 맡아주던 시대도 옛말이 되어 버렸다. 어느 한 사람만의 의견이 옳다고 볼 수 없다. 자신의 몸에 생긴 일이니 자기 뜻대로 하겠다는 지혜나, 생명을 함부로 지우면 안된다는 가족들의 말은 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임신을 원하지 않으면 확실하게 방어하는 것이 최선이었겠지만, 그게 아닌 지혜와 같은 경우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김수현 작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살인의 범주로까지 낙태를 화두로 던졌다. 드라마 속의 지혜의 경우는 원하지 않았던 임신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상황이다. 경제적으로 둘을 키우지 못할 상황도 아니고, 지혜의 생각 여하에 따른 문제니 말이다.

그럼에도 반드시 꼭 낙태가 필요해 보이지 않는 지혜와 수일 부부의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 별로 유쾌하지 않은 낙태라는 문제를 드라마속으로 끌어들인 김수현의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작가는 아이가 생겼으니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져야한다느니,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느니 하는 말로 불유쾌한 소재를 풀어가지 않는다. 좀더 잔인한 방법으로 불유쾌함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다. 극중 할머니 고점례여사와 삼촌 병걸(윤다훈)의 대사 "살인죄와 살인자의 길" 이라는 말에서 그 누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싶다. 
김수현은 한발 더 나아가 케케묵은 논쟁일 수도 있는 태아를 생명으로 봐야하느냐 아니냐를 넘어서, 생명에 대한 윤리의식에 서슬퍼런 일침을 가해 버린다. 어떻게 가족들의 대화 속에 "넌 살인자의 길을 가고 있는 거야" 라는 말을 넣을 수 있었을까? 여기서 작가가 정말 말하고자 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원하지 않는 임신, 우리사회에 충분히 많이 있고, 지금도 어느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세상에 나오지도 못하고 핏덩이로 버려지는 태아들이 있다. 살인임을 인식하지 못한 채 말이다. 머리가 쭈뼛쭈뼛해지는 순간이었다.
부부에게 원하지 않은 아이가 생겼을 경우,  물론 그 부부의 문제이고 개인적인 선택이겠지만, 우리 사회의 기본 구성단위인 가족 안에서까지 자행될 수 있는 죄에 대한 노작가의 걱정이고, 애정어린 충고이며, 경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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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5 07:09




체조를 하던 시아버지를 본 시어머니의 역정은 대단했습니다. 며느리 민재에게 시어미 게거품물고 쓰러지는 꼴을 보고 싶느냐는 막말까지도 서슴지 않았어요. 결혼 이후 여자취급을 받지 못하고 살아왔던 팔순의 시어머니도 결국은 여자였음을 눈물로 보여 주었지요. "새 계집은 양단 치마저고리 입히고, 새끼 셋 배골려 가며 나는...."이라며 끝내 그 분통터진 지난 세월을 말로 잇지도 못하는 시어머니입니다. 길게 말하면 화병에 혈압으로 쓰러질 것 같은 사연, 듣지 않아도 다 짐작이 갈만한 속사연이었을 겁니다.
절대로 집에 들일 수 없다는 시어머니의 말에 "아버지 자식인데 어떡하느냐" 며 "자식 키우면서 자식한테 부모 나몰라라 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 는 자식들의 말에 시어머니는 주저 앉고 맙니다. 할아버지가 민재네 집에 들어 온 이유가 이번회 밝혀졌는데요, 경로당 과부랑 눈이 맞아서 그집 드나들다 쫓겨났다고 하네요. 그 말을 듣고 어찌나 화가 나던지 당장에 쫓아 버리고 싶더군요. 혈압 상승이에요.
남자들 열 여자 마다않는다고 하지만 제 버릇 개 못주는 시아버지가 못마땅하네요. 숯검댕이 빈가슴으로 한평생을 살아 온 시어머니의 원통한 심정도 이해가 되고 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서는 바람 피우다 쫓겨 온 갈데 없는 아버지를 거리로 내모는 행동은 용납하기가 힘들겠지요. 파렴치한 아버지라도 부모와 자식이라는 천륜을 끊을 수는 없을 테니까요. 
죽어도 한 울타리에서 못살겠다는 시어머니에게 둘째 아들(김상중)이 타협안을 제시했지요. 눈 감고 참고 받아들이든지, 아파트를 따로 얻어 주고 매끼 식사 나르고 봉양하게 하던지, 마당있는 집 준비해서 모실테니 몇 개월 참고 지내는 세가지 안 중에 택일하라고 합니다. 이에 시어머니(김용림)는 기어이 분통을 참지 못하고 본인이 끌어내겠다며 안채로 들어가지요. 이충에서 내려오던 시아버지가 뛰어들어 온 본처를 보고 놀라 헛발질을 하는 바람에 엉켜 넘어지는 것으로, 이번회 다음 라운드를 예고 하며 끝났습니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서 물론 드라마이지만 이런 시어버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집어봐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섯명의 첩을 거느리고 한 번도 자식들에게 책임을 지지 않은 아버지를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내 집안의 문제로 마주하게 되면 난감하기 이를데 없겠지요. 평생을 버림받고 살아 온 어머니가 가여워서라도 쉬운 문제는 아닐 것 같아요. 본부인의 입장에서 역시 마찬가지일테고요. 사실 요즘 세상에 이런 남자는 거리로 나앉고 쪽박차기 십상이지만, 과거에는 이런 아버지가 아주 없었던 일도 아니었을 거에요. 열 계집 거느릴 재력과 체력이 따라주면 그것도 남자 능력이라고 생각되었던 시절도 있었으니까요. 뭐 지금도 이런 남자들 없겠어요? 드라마 속 할아버지처럼 주색에 빠진 남자들이 요즘도 있을 겁니다만...암튼 인간취급하고 싶지는 않은 부류들이지만요.

그런데 이렇게 인간 취급하고 싶지 않은 아버지가 드라마에 나왔으니 깊게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어졌네요. 양로원에다 모실 수도 없고, 따로 거처를 마련해서 홀로 살아라고 할 수도 없는 처지이니 말이지요. 한 집 걸르면 누구네집 강아지가 새끼를 몇마리 낳았는지 까지 알 수 있는 제주 작은 동네(제주도가 작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에요)에서, 체면을 유지한다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요. 집 속사정을 다 알고 있다고 해도 번듯한 아들이 셋인데, 게다가 다른 첩들에게서 난 자식까지 합하면 열 다섯이나 된다는 노인네를 길거리에 내몰았다는 것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수 있는 밑반찬이 돼버리는 게 세상 인심이고, 불효막심한 자식들이라고 생각하는 게 우리 사회에 흐르는 효에 대한 정서일 것입니다.
저는 드라마를 보면서 김수현 작가가 효도가 도리인지 의무인지를 묻고 있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드라마 속의 '바람둥이 아버지를 받아들이겠느냐', '알아서 사시라고 하겠느냐'는 설문을 실시한다면 아마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듯 싶어요. 만약 그런 설문을 할 수 있다면 연령별로 통계를 내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성별 통계도 내보고 싶고요.
궁금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물었더니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가 아빠라면? 이라고 물으니 머리 빠개지게 고민된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되묻는 겁니다. 엄마가 아빠가 그랬다면 받아들이겠느냐고요. 저야 당연히 노땡큐입니다.ㅜㅜ
그런데 남편이라면 절대 받아들이지 못하겠고, 아니 때려서라도 쫓아내고 싶은 심정인데, 드라마 속 민재처럼 며느리 입장에서는 선뜻 나가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이런 심정이 도리인지, 의무인지, 체면유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려서부터 받은 부모님에 대한 효의 의무감때문에 당연히 모셔야 한다는 생각이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노발대발하는 시어머니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되고, 자식으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식들 입장도 십분이해됩니다. 할아버지 문제로 집 분위기가 쑥대밭인데 3세대들 민재의 자식들이 우중충한 마음에 와인을 마시는 장면도 공감이 가더라고요. 이 3세대들은 우선은 자기 발등에 떨어진 일이 아니니, '모셔야 한다', '아니다'로 왈가왈부할 문제들은 아니지요.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면 모두들 연기 내공이 있는 연기자들이라 말과 표정이 너무나 일치하는 것에 놀라는데요, 며느리 민재역의 김해숙이야 두말하면 잔소리겠고, 이번회 시어머니 김용림의 분통을 보며 울컥했습니다. 팔순에도 여자임을 보여주면서도, 젊어서 받았던 상처를 울컥 토했다가 다시 집어 삼키는 듯하는 모습은 그만한 인생을 살지 않았다면 표현하기 쉽지 않은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40대 혹은 50대로 과부 아닌 과부로 살아 온 어머니였다면, 아마 그 장면에서 끓는 분통을 몇 마디로 끝내지는 않았을 듯 싶더라고요. 구구절절 사연을 눈물과 함께 쏟아냈을 겁니다. "니들이 내가 살아 온 것을 알기나 해, 니들 배 안 골릴려고 안해 본 일이 없고, 젊은 첩년들 뒷치닥거리까지 해 온 내 심정을 아느냐? 니들은 모른다, 내가 어찌 살았는지. 니들 아버지가 이러저러한 인간이다..."라며 마음에 담은 모진 말들을 밤새도록이라도 쏟아낼 듯 싶었는데 "갈아마셔도 시원찮을 늙은이" 라는 말 한마디로 압축해 버리더라고요. 잠시 제가 그 나이라면 그 상황에서 무슨 말을 늘어 놓으며 숯검댕이 속을 보여줄까 생각해보니, 저 역시 나이들면 구차하게 여러말 하는 것도 기운빠져서 못할 것 같더군요. 나이들으니 속이 끓어도 말하는 것조차 귀찮을 때가 많거든요.
드라마에서 할아버지를 매몰차게 거리로 내쫓지는 않을 것이고, 이래저래 팔순넘은 정없는 노부부가 부딪치며 살아야 할텐데, 이들 노부부의 에피소드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예고편에 할머니가 경대앞에서 화장품도 찍어 바르는 모습이 보였는데 여자는 백발성성해도 여자인가 봐요. 
친정할머니가 아흔에 돌아가셨는데, 친정할머니의 모습도 언뜻 보이더라고요. 여든이 넘어서도 크림 하나에도 마치 젊음을 되찾으신듯 열심히 바르시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어르신들 사이에 한창 귀뚫는 것이 유행일 때가 있었어요. 그때 할머니가 친정어머니께 "친구 중에 누가 귀를 뚫고는 머리가 안아프다고 하더라" 며 귀 뚫어달라고 압력(?)을 넣으시던 모습도 생각납니다. 어려서는 귀여워 보이기도 하면서도,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나이가 드니 할머니는 나이가 들어도 여자셨구나 싶어요. 여자나 남자나 다 마찬가지겠지요.
경로당 과부랑 눈 맞아서 쫓겨난 할아버지가 갈데없어 본처집으로 들어왔는데, 그간 행적을 보니 정말 혈압돋우는 진상인데, 정신 차릴지 기대되네요. 생과부로 살아 온 시어머니 인생이 가여워서라도 쉽게 용서가 안되기는 하지만, 인생은 아름다워 드라마 제목처럼 팔십 넘은 노부부의 모습도 아름답게 귀결되었으면 싶네요. 평생 본부인 가슴에 못 박은 것 만큼 조금 더 당했으면 좋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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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4 08:00




'엄마가 뿔났다' 이후 주말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들고 온 노작가 김수현, 그녀의 시선은 날카로우면서 따뜻합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재혼가정에서 나올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들외에 재미있는 코드가 있어서 화제가 되었는데요, 동성애라는 우리 정서에 터부시되는 문제를 들고 나왔다는 점이에요. 동성애가 그간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김수현의 방법은 독특합니다. 별도로 하나의 소재로 떼놓지 않고 바로 가족드라마 속에서 건드리고 있다는 점이에요. 그런 점에서 김수현은 날카롭고 따뜻합니다. 동성애라는 사회적 편견이 일차적으로 부딪치는 집단이 가족이고, 가족안에서 극복 혹은 이해되어야 함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동성애라는 부분을 노련한 언어의 마술사가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가장 궁금할 수 밖에 없는데, 이번 5회에서 김수현은 역시 노련하게 화두를 던졌습니다. 사회적 편견이라는 것이 아닌 동성애자의 시선으로 화두를 던진 것이에요. 태섭(송창의)의 "나한테 가장 큰 고통은 내가 다르게 태어났다는 것보다 세상을 속이고 있다는 거야" 라는 말로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동성애자에 대한 관찰자적인 시선에 일침을 가해 버린 것이죠.
흔히 동성애자들의 고민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태어났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가장 무섭고 두려울 것이라는 통념을 깨는 김수현식 화법이라는 것에 놀라웠고,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날카로운 시선에 다시 한번 전율했습니다. 
생각해보니 동성애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고민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막연히 사회의 따가운 시선에서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으로 인해 고민할 것 같다고만 추측해 버렸을 뿐이었어요. 나아가 제 자신이 나름대로는 쿨한 척, 오픈마인드인 척, 다르게 태어났다는 것을 인정해 줘야 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편견에서 비껴 서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작 동성애자들이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속이고 사는 것에 대한 자기 혐오증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해 봤어요. 정확하게 말하면 다른 사람과 다르게 태어났다는 것에 대한 자기연민이 강할 것이라고만 생각해 왔어요. 
인생은 아름다워 5회에서 드디어 큰 사건이 터졌지요. 이층에 숨어든 시아버지를 시어머니가 봐 버렸어요. 007작전을 방불케 했던 시아버지 숨기기 작전은 옥상에서 운동을 하던 모습을 이불을 털어 나온 시어머니가 보게 되면서 민재(김해숙)의 집이 발칵 뒤집어지게 생겼어요. 시어머니의 불벼락을 어떻게 감당할지 벌써부터 민재가 걱정스럽기도 하네요.
엎친데 덮친격으로 과일 바구니를 들고 온 채영이 태섭과 결혼하고 싶다며 정식으로 인사를 하고 갔고, 이를 알게 된 태섭도 곧 폭탄발언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예고편에 큰삼촌(김상중)이 태섭이 경수와 안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는 것으로 보아 이제 태섭이에 대해서 식구들이 알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 같습니다.
비교적 조용했던 불란지 펜션에 제주의 거센 바람보다 심한 태풍이 몰아치게 될 것 같은데 앞으로의 전개가 흥미진진합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동성애 문제를 노작가 김수현이 어떻게 풀어갈지가 가장 궁금한데요, 태섭 역의 송창의의 블링블링한 모습에 빠져있는 지라 관심이 더 가네요.ㅎ 
캐나다 청소년의 동성애자에 대한 시선과 실제 동성애자의 고민
제가 다민족이 모여 사는 캐나다에서 살다보니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들을 심심찮게 보기도 해요. 캐나다는 비교적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들이 한국에 비해 많은 편이라 사회적인 시선은 한마디로 쿨한 편이에요. 궁금해서 아들과 딸아이에게 물어봤어요. "학교에 동성애자 친구있니?" 아들이랑 딸은 아무렇지도 않게 "네, 몇 명 있어요" 이러는 겁니다. 내친김에 친하게 지내는 친구도 있느냐고 물어보니 딸아이가 동성애자인 남자아이와 수업을 같이 들어서 가끔 대화를 나눈다고 하더라고요. 딸아이는 친구의 사생활에 대해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지라 자세한 이야기는 피하려고 하더군요. 겨우 꼬셔서 두가지 답을 들을 수 있었어요. 제가 궁금했던 것은 동성애자가 어떤 것을 가장 고민하는지 였거든요. 놀랍게도 김수현 작가가 던지는 문제와 일치하더군요.
딸아이가 동성애자인 학교친구와 그 동안 대화를 나누면서 알게 된 것은 동성애자들은 처음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다음에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볼까의 문제로 넘어간다고 해요. 그러나 이 고민은 달리 해답이 없지요. 어쩔 수 없는 사회 통념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는 딸아이가 한마디 덧붙이더군요. "엄마 김수현작가는 대단하신 것 같아요. 제 친구의 가장 큰 고민이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주위 사람들에게 속이는 거래요" 라고 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에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까의 고민으로 넘어갔다가 결국은 떳떳하게 커밍아웃하지 못하고 속이는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가장 큰 고민이라는 거예요. 
김수현의 시선은 바로 이 부분에서 시작하고 있습니다. 동성애자에 대한 제 3의 시선이 아닌 동성애자의 마음에서 이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회적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또 한편으로는 커밍아웃을 해도 쇼킹한 사건으로 보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문제가 내 집 가족의 문제로 들어왔을 때는 이렇게 쿨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만약 우리집에 양성애자 혹은 동성애자가 가족 중에 있다면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물었더니, 우리 아들은 "부정적이고 부끄러워할 것 같다"는 대답을 하더군요. 그런데 딸아이는 "친구나 다른 사람의 경우는 별 생각이 없지만 가족이 그런 케이스가 있다면, 응원은 못하지만 상관은 안할 것 같아요" 라고 말하더라고요.  
아들이나 딸이 상당히 보수적인 성격들인데도, 저는 아들은 당연히 그런 대답을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딸아이의 대답을 듣고는 조금 놀랐어요. 이후에 딸아이랑 아들녀석은 "가족인데 그 문제로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겠냐?", "개인적인 문제인데 왜 참견을 해야 하냐?" 로 한동안 옥신각신 하더군요. 결국은 해답은 없었어요. 사회적 통념과 개인의 성정체성의 문제가 융합되기에는 저희집 역시 아직은 불가능해 보이더라고요.    
딸아이에게 동성애자 친구가 가진 고민에 대해 하나 더 알게 된 것이 있었어요. 하나는 김수현 작가가 던져 준 것과 같이 세상을 속이고 있다는 자신에 대한 고민이었고, 다른 하나는 보다 현실적인 고민이었어요. 주위에 같은 사람이 많지가 않아서 사람을 선택하는 폭이 좁다는 문제라고 하더라고요. 동성애자라고 같은 성향을 가졌다고 무조건 사귀고 싶은 것은 아니라는 거에요. 마치 여자와 남자라고 해서 무조건 사귀는 것이 아니듯이요. 사랑하고 싶은 상대를 만날 확률이 이성애자들에 비해 로또만큼의 확률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딸아이의 친구는 빨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싶어한다면서, "대학이나 사회에 나가면 그때는 클럽에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으니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날 가능성도 많을 거야" 라고 하더라는 거에요. 그러고보니 당당한 사랑은 고사하고, 상대를 찾는 것이 더 어렵겠구나 싶더군요.
우리 딸은 카톨릭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종교시간에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해요. 대부분의 친구들과 선생님은 동성애 자체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문란한 성생활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은 것에 대해서 우려를 한다고 합니다. 또  친구들끼리 농담삼아 '너 게이지?, 레즈비언이지?' 하고 놀리는 경우는 자주 있어도, 실제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경우에는 있는 그대로 진지하게 받아주고, 뒤에서 수근거리거나 놀리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딸아이 얘기 중에 놀라웠던 것은 한 친구가 수업시간에 동성애 자체가 나쁘다는 의견을 냈다가 다른 친구들에게 소위 폭풍까임을 당했다고 해요. 동성애는 엄연히 개인적인 성의 특수성일 뿐이고, 모든 사람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교리의 가르침에 어긋나기 때문이라는 반론들이 더 많았다는 거예요.  
폭탄이 떨어진 민재의 집, 그 많은 식구들의 반응도 제각각이겠지요. 충격, 존중, 외면, 부정, 무시, 혐오 등등의 반응이 불을 보듯 훤하게 보입니다. 아버지의 재혼으로 어려서부터 겉돌기만 했던 장남 태섭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민재의 반응이 저는 가장 궁금하더군요. 태섭이는 유일하게 민재의 가시방석이에요. 깔끔하고 직선적인 시어머니보다 더 눈치를 봐야 했고, 신경이 쓰이는 자식이에요. 민재에게 태섭은 가족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타인일 수 있어요. 민재는 동성애자 아들을 가족의 시선과 동시에 사회적 시선으로 보는 입장에 있다는 것이지요. 

민재가 태섭의 커밍아웃을 '네가 그렇게 타고 났는데 어쩌겠냐, 너의 성정체성을 인정한다'라고 쿨하게 받아들인다면, 자기 속으로 낳은 자식이 아니라서 그렇게 쿨한척 고상한척 받아들일 거라는 생각도 하게 될 것이고, 그렇다고 길길이 뛰며 '안된다, 어디가서 마음을 수술이라도 해서 바꿀 수 있으면 바꿔라'고 말할 수도 없는 일이겠지요. 그렇다고 숨기고 살아라라고 말할 만큼 민재는 잔인하지도 못한 성품이에요. 태섭의 성정체성의 문제를 어떻게 노작가가 풀어나갈지 궁금하지만, 김수현 작가는 제대로 화두를 던졌습니다. 타인의 시선에서의 동성애가 아닌 동성애자의 시선에서 풀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동성애에 대해 세상을 속이고 사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라는 화두를 던진 김수현 작가의 통찰은 날카롭고 정확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적 통념이라는 것도 개인의 시각들이 모인 보편성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동성애라는 것을 터부시 해야 한다, 혹은 아니다의 역시 개인적인 견해일 수 밖에 없을 거고요. 예민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문제를 애정드라마가 아닌 가족극 안에 던졌다는 것으로도 김수현 작가의 위력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불편할 수도 있는 태섭이의 성정체성을 김수현 작가가 어떻게 풀어갈지, 또한 가족안에서 어떻게 이해되어 갈지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계속 지켜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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