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12.03.21 '패션왕' 유아인의 원맨쇼, 연기마저 죽이는 스토리 (24)
  2. 2010.11.03 '성균관스캔들' 감동을 날려버린 마지막 5분 (19)
  3. 2010.11.02 '성균관스캔들' 드러난 윤희의 비밀, 윤희를 살릴 사람은 누구? (21)
  4. 2010.10.30 '성균관스캔들' 잘금4인방의 고백, 아버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14)
  5. 2010.10.27 '성균관스캔들' 금등지사는 없다? 시대를 앞서 간 사람들의 희망 (38)
2012.03.21 11:32




시대에 뒤떨어진 패션처럼 보기 흉한 것은 없다고 하는데, 패션왕이 그런 느낌입니다. 최고로 핫한 모델들에게 촌티나는 80~90년대 패션을 입혀놓은 느낌이랄까요? 유행의 첨단, 시대의 첨단을 상징하는 패션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스토리나 스토리를 연결하는 사건들은 촌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더구나 개연성은 눈을 씻고 찾아볼래도 찾을 수가 없는 사건의 연속이라니, 억지 춘향으로 짜맞추는 스토리를 쫓아가는 배우들의 연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속히 스토리에 세련미를 더하지 않으면, 패션왕이 아니라 억지왕이 되겠습니다. 미국 한 번도 안가본 사람이 뉴요커의 패션이 어떻고, 애비뉴가가 어떻고 장황한 설명을 하는 느낌이랄까요? 심봉사 한양구경담을 들려주는 꼴.
한 마디로 저 배우들을 데려다가 이것밖에 못 보여주나 아쉽습니다..
                                               2012년 CG의 수준이 겨우 이정도라니 놀라워라!

80년대 홍콩영화 스타일의 뉴욕 한복판에 출몰한 닭털날리는 닭장차, 대사관 직원의 황당한 전화상담, 미국밀입국을 시도하는 갱들과의 협상, 냉동차에 실려가는 선상반란을 일으킨 외국인 선원과 영걸, 로렉스 시계로 생명을 구하는 영걸이라... 시청자들의 드라마를 보는 눈높이가 얼마나 높아졌는데, 흑백드라마 필나는 설정들이라니...
패션스쿨에서 훔쳐입고 멋을(?) 낸 영걸, 이것 웃자고 넣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웃어야 하는지 울어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하겠군요. 화끈하게 코믹하지도 않고, 눈물겹도록 우울하지도 않고, 이 드라마의 색깔이, 아니 영걸이라는 캐릭터가 뭔지를 모르겠어요. 유아인의 '나 정말 연기 잘하지요'라는 원맨쇼만 감상하는 느낌입니다. 남의 물건에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대고, 그것도 미국에 까지 가서, 돈좀달라고 찌질이 궁상을 떨다 못주겠다고 하니 욱해서 멱살잡이를 하는 주인공, 속된 말로 패기는 쩔지만 안면몰수 무개념의 주인공이죠.
솔직히 유아인의 연기는 좋지만, 영걸이라는 캐릭터는 너무 대책없이 막나가는 캐릭터라 호감가는 캐릭터는 아닙니다. 제작진은 터프남에 나쁜남자 캐릭터면 무조건 반은 접고 들어간다고 착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캐릭터가 계속된다면 그가 성공을 해도 크게 박수받을 일은 아닐 듯합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주인공 영걸이라는 캐릭터에 시청자가 동화되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유아인의 연기만 입 벌리고 보고 있기에는 그 캐릭터가 공감이 되거나 와닿지가 않습니다.
되는 일없고, 재수도, 운도, 가진 것도 더럽게 없는 영걸이라는 캐릭터에 코믹코드들을 더덕더덕 붙이고는 있지만, 정작 코믹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한 인물은 이가영이 뉴욕에서 만난 봉숙이(유채영)가 최고였습니다. 봉잡았다 할렐루야~~~
고군분투하는 유아인의 과한 망가짐은 연기는 좋으나, 작품의 캐릭터가 따라와주질 못하니 언밸런스입니다. 연기가 아까울 정도에요. 90년대라면 어울릴법한 막가파 배째라 돌진형 유아인, 판에 박힌 갖은 고생끝에 자수성가하는 캔디 신세경, 재벌2세 이제훈, 재벌2세와의 교제를 허락받지 못한 또다른 캔디 권유리, 너무나 익숙한 캐릭터들이라 너무 우려내서 곰국이 될 정도의 식상한 갈등구조지요. 눈에 보이는 예상되는 전개와 결말은 스토리의 신선함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이 식상함을 깨고 있는 것은 그나마 유아인의 독보적인 연기력 대방출입니다. 그런데 창고개방 왕창세일을 보는 듯한 유아인의 좌충우돌 돌진은, 너무 많은 아이템들이 대방출된 듯해서 어떤 것을 살까 고르기가 힘들 정도에요.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그의 인생모토는 상도덕이고 없는 카피왕의 모습을 엿보게 하지만, 선뜻 3천만원이라는 거금을 어린 시절 한 번 봤다는 기억으로 유학비로 던져주는 모습은 통큰 사장님같기도 하죠. 순정파 의리남의 모습인가 싶은데, 사채업자의 애인과 육체적 쾌락을 즐기는 모습은 다시 양아치로 돌아가게 합니다. 사채업자(이한위)를 피해 대게잡이배를 타는 모습은, 회사나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없는 모습이기도 하고요.
친하지도 않은 동창을 찾아가 뜬금없이 3천만원만 빌려달라고 하지 않나, 안빌려줬다고 조소를 하고 나오는 모습은, 아무리 주인공이라고 해도 안하무인 캐릭터 진상이죠. 뉴욕 패션스쿨에서 또다시 재회한 정재혁에게 며칠 재워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밥이라도 사먹게 돈이라도 좀 달라고 꼬랑지를 내리는 모습은, 거침없다기 보다는 비굴하고 뻔뻔해 보여서, 쉽게 정을 주기가 힘든 캐릭터입니다. 도대체 몇 개의 얼굴을 가진 캐릭터인지, 그 캐릭터를 보여주느라 유아인도 정신없고, 시청자는 더 정신이 없습니다.
남녀주인공들에게만 케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요. 유아인과 이제훈에게도 갈등의 진폭이랄까, 자성을 가진 것처럼 끌어당기거나 튕기거나 하는 케미가 있어야 하는데, 두 사람은 딴 세상 사람들 같아요. 유아인은 과하고 이제훈은 지나치게 절제를 하다보니, 한 사람은 죽어라 짖고 한 사람은 먼 산 쳐다 보는 꼴입니다. 유아인은 지나치게 동적이고 이제훈은 지나치게 정적이다보니 스파크를 일으키지를 못하지요.
1,2회는 강영걸 캐릭터에의 완급조절에 실패를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개연성없는 우연들도 한몫하기도 했고요. 물만난 물고기처럼 유아인의 연기는 펄펄 날았지만, 영걸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에 대한 분석과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캐릭터에 대한 사랑은 연기자의 연기와 그 캐릭터의 매력이 하나가 되었을때 극대화가 되지요. 그런데 강영걸이라는 캐릭터는 너무 복잡하고 지나치게 입체적(?)입니다. 드라마 속의 캐릭터가 2~3개의 색깔이 혼재되어 있을때 입체적인 캐릭터로서의 매력이 극대화 되는데, 강영걸이라는 캐릭터는 너무 많은 색깔을 가졌습니다. 교통마비로 차량들이 얽히고 얽혀 여기저기서 크락션을 울리고 있는 느낌입니다. 정재혁 역의 이제훈과는 반대의 경우지요.  
미국까지 흘러간 강영걸이 죽을 고비를 넘기는데도, 강영걸 본인이 자초한 일이기에 딱히 억울해 보이지 않습니다. 재벌 2세 정재혁에게 개무시를 당해도, 강영걸이 측은하기 보다는 막무가내로 들이대는데, 나라도 거절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강영걸의 슬픔이나 분노, 자존심의 상처 등등으로 그의 눈물을 보듬어 주기에는 그 캐릭터의 매력이 무엇인지가 분명하지가 않습니다. 무모하고 막무가내라는 인상이 더 강할 뿐이지요. 유아인의 연기만이 돋보일 뿐입니다.
강영걸이라는 캐릭터구축보다는, 유아인의 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 드라마 전체적으로 좋은 모습은 아니에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유아인이 그 많은 모습들을 좋은 연기로 팔색조처럼 변신하고 있지만, 팔색조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지요. 참새인지 비둘기인지 공작인지 독수리인지 갈매기인지, 작가는 강영걸의 중구난방 캐릭터부터 정리해 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ViewOn)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0 Comment 24
2010.11.03 08:48




장안의 여심, 남심을 사로잡았던 성균관 스캔들이 아쉽게 끝났네요. 걸오앓이 대물앓이 여림앓이 선준앓이 성스폐인 등 각종 질병의 종합병원이었던 완소드라마라 헤어짐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네요. 다음주부터 새로 시작될 드라마 '매리는 외박중'에 문근영과 장근석이 나와 인사를 하는 것을 보니, 허전함을 메꿔줄 것 같은 기대도 되지만, 아무튼 성균관 스캔들 잘금 4인방과의 몇개월은 참 많이 행복했습니다.
배움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 조선에서 가장 천한 반촌으로 향하는 문, 성균관의 문, 김승헌이 금등지사를 묻은 곳이었지요. 죽음으로 지키고자 했던 금등지사는 김승헌이 꿈꿨던 새로운 세상을 열 열쇠였고, 정쟁에 의해 몰락한 가난한 선비였던 자신의 아들 윤식과 딸 윤희를 위한 세상의 밑거름이었어요. 언젠가 장성하면 아비가 남긴 수수께끼를 풀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윤희에게 나무블럭 퍼즐맞추기를 했던 김승헌 박사, 그 바람이 헛되이 끝나지 않고 윤희를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되었지요.

세상에 나온 금등지사
병부의 성균관 난입과 이선준의 무죄방면을 위한 권당에 장의로 나선 윤희, 정조의 비답을 듣기 위해 임금을 알현하게 됩니다. 이선준의 무죄석방과 병조의 사죄를 공표하겠다는 비답을 받게 되었지요. 금등지사를 내놓는 윤희, 금등지사를 전해 받은 정조의 손은 떨립니다.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진실, 정쟁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되었음을 밝히고, 임오년의 사건 배후들을 단죄함으로써 자식의 도리와 정치기강을 세우겠다는 정조의 꿈이 한걸음 빨라질 것 같아 흐뭇한 정조입니다. "고맙다 김윤식, 그대의 노력이 헛되이 돌아가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이다. 이제 이 조선에서 그대가 새로운 꿈을 꿀 차례다".
정조를 알현한 김윤식과 마주한 좌상은, 비록 정적의 아들(이때까지는 윤희가 여인임을 몰랐지요)이나 자신의 아들을 구하는 일에 앞장 선 것에 고마운 마음을 표하지요. 아비를 죽인 배후라는 원망이 있었을 거라는 말에 대한 윤희의 대답으로 좌상은 윤희의 그릇을 확인합니다. 왜 아들 선준이가 이 아이를 귀하게 여기는 지 알 것 같습니다. "원망이 아니라 좌상을 경계로 삼아야겠다 다짐하고 있습니다. 한번 물러서게 되면, 그 다음에 그것을 감추기 위해 두 번 물러서게 되고, 그 다음엔 갈지 자로 엉망된 자기 발자국 속에서 처음 어디로 가고자 했는지조차 잊어 버리게 될테니까요". 그 아비 김승헌 만큼 올곧은 신념과 당찬 기백을 닮은 녀석입니다.

사랑에 빠진 선준의 닭살돋는 어리광
방면된 선준, 하다못해 하인수의 찌질이들조차 다 얼굴이 보이는데, 오직 한 사람, 가장 보고 싶은 얼굴만 보이지 않습니다. 밤늦게 터덜터덜 중이방에 돌아 온 윤희, 반가움에 와락 안아주고 싶은 선준이지만, 괜한 심통을 부려보지요. "내가 나오는지 몰랐소?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생각이나 해봤소?(두부 한 모라도 사들고 기다렸어야지?)". 사랑에 빠지면 남자들 애가 된다더니 선준도령 갈수록 어리광이 늘고 있습니다.
"어제도 봤잖소" 시크한 윤희의 대답에 어이상실한 선준입니다. "우리가 어제 보면 오늘은 안봐도 되는 그런 사이오?". 소심도령 또 삐지겠다 윤희 그쯤해서 장난을 멈추려고 반지 낀 손을 들어 보이지요. 선준이 입이 귀를 지나 뒷통수까지 찢어집니다. 이 때 눈치 없이 열리는 중이방 문, 삐리리 장면 훼방꾼 우리의 여림사형이시죠. 부어라 마셔라 코가 삐뚤어지도록 이선준의 석방 환영술파티를 하는 잘금4인방입니다. 은근슬쩍 용하가 윤희를 위해 중이방에서 자겠다고 드러눕지요. 걸오사형, 윤희에게 용하사형 방에 가서 자라고 하니 선준도령, 걸오에게 입이라도 맞출 기세로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런 둔탱이 윤희 잘금 4인방이 모두 함께 자자고, 퍼질러 앉아버리고 말지요. 선준이 속이 타서 죽을 지경입니다. 이런 산도적 같은 사내녀석들 사이에서 자겠다니, 여인인줄 몰랐을 때는 넘어갔지만, 이게 왠 망측한 생각이오. 감옥에 갇혀서 몸도 뻐근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못하고 몸도 뻐근해 죽겠구만, 오늘밤도 잠자기는 다 글렀다 싶은 선준입니다.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는 선준, 윤희를 졸졸 따라다니며 기어이 확답을 받을 작정입니다. 다른 사내 녀석들하고 함께 자는 것 싫다면서 말이지요. 그러자 윤희가 대답하지요. "내가 그대 옆으로 가면 되겠소? 헌데 내가 가면 더 잠 못 이룰텐데 그것도 괜찮겠소?"
얏호! 그게 내가 원하는 대답....어라, 뭐시여? 남자의.. 그러니까 그 육체적 본능을 어떻게 시집도 안 간 규수가 알고 있단 말이오? 에고 미치고 폴딱 뛰는 선준입니다. 알고 보니 윤희, 19금 금서를 3권이나 필사해 줬다하니, 선준보다 이론은 빠삭하다는 말... 선준도령 그날부터 바로 지난번 용하사형에게 받은 금서 완전정복에 돌입했을 듯 싶더군요. ㅎㅎ 곧 다가 올 실전을 위하여!!!!
제자를 위한 스승 정약용의 감동변론
정식으로 실전도 치르고 윤희를 곁에 꼭 붙들고 싶은 선준, 윤희에게 청혼을 하러 가겠다고 합니다. 꽃단장, 분단장한 윤희, 처음으로 선준에게 남장여인이 아닌 여인 윤희의 모습으로 맞이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터질 것이 터지고 말았네요. 대물 김윤식이 여인이라는 사실이 임금의 귀에 들어가 버린 것입니다. 병판을 통해 좌상이 윤희의 비밀을 알게 되고, 윤희를 담보로 금등지사를 묻으라는 협박을 한 것이지요. 국법을 허물고, 삼강오륜을 땅에 떨어뜨린 패주라는 오명을 쓰게 될 것이라면서 말이지요.
궁으로 끌려 온 윤희를 본 정조의 분노가 하늘을 찌릅니다. 그믐날에 있을 경연에서 금등지사를 공개하고, 정조의 오랜 숙원 화성천도와 함께 개혁정치를 공표하고자 했던 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지요. 병판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유림을 불러 모으고, 윤희를 잡아 경연장에 삼강오륜의 저버린 패주 정조의 실책을 물을 생각으로 바삐 움직이고 있으니, 정조의 머리가 뽀개질 정도로 뒤죽박죽돼 버렸습니다. 
정조 앞에 제자를 위해 무릎 꿇은 정약용박사, 윤희의 허물은 자신에게만 물어달라며 목숨으로 죄를 받겠다고 합니다. "빈부귀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사람은 누구나 존귀하다 배웠습니다. 허나 관원으로서 계집이 학문할 필요없다, 출사할 이유가 없다라고 생각했지만 그 아이에게서 배웠습니다. 학문과 삶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요"
윤희가 여인임을 알게 된 날, 윤희가 정박사에게 말했었지요. "학문이 무엇인지 난생 처음 알게 질문도 갖게 되었습니다. 난생 처음 나를 알아봐 주는 이도, 처음으로 제 편이 되어 주는 이도 만났습니다. 이런 제게도 새로운 세상을 꿈꿀 기회를 주십시오". 정약용에게 윤희는 삼강오륜을 능멸하고, 금녀의 공간 성균관의 법을 무너뜨린 여인이 아니었습니다. 배움을 갈구하는 제자일 뿐이었고, 학문이 인간을 차별했던 것이 아니라, 인간이 학문을 멋대로 차별해서 해석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스승같은 제자였어요. 학문은 남자의 것이라, 양반의 것이라 생각했던 조선사대부의 오만과 편견의 틀을 허물어 준 이가 바로 윤희였던 것이지요.
머리 뽀사지는 정조에게 윤희를 위해 목숨이 두개라도 되는 냥 기꺼이 뒤흔드는 이가 또 있었지요. 정조가 애지중지 사랑하는 조선의 기대주 이선준입니다. "김윤희도 버리고 저도 버리십시오. 전하가 꿈꾸는 조선은 희망이 없습니다. 전하의 개혁은 백성을 살리기 위한 싸움이 아닌, 노론을 이기기 위한 것입니까? 전하의 대동세상은 백성이 아닌, 전하의 신념만이 가득한 겁니까? 스스로 경계하지 않고 더는 흔들리지 않는 바늘이라면 제대로 방향을 가르킬 수 없다는 경구 돌려 드립니다".
감히 임금의 어사품을 쾅 하고 내려놓고 가버리는 선준, 멋지기는 했지만, 임금을 능멸했다고 그 자리에서 칼맞을까 걱정했다우~. 패기도 좋지만 선준이 너무 겁없어서 말이지요. 그러니 이선준 아니겠어요? 감히 남색이라 고백할 정도의 용기있는 대장부가 임금 앞이라고 할 말 두려워할 위인은 아니니까요. 자고로 예나 지금이나 이런 관리가 많이 필요한데, 무조건 옳소이다 딸랑거리는 인사들이 더 많아서 대한민국 정치발전이 더디다니까요;;.

아버지에게 프로포즈 뺏긴(?) 선준의 눈물 
선준은 좌상에게도 머리를 조아리며 부탁합니다. 윤희를 구해달라고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을 보는 좌상, '으이구, 계집한테 빠져서 저놈 맛이 갔군' 하고 한 대 치고 싶어지기도 하겠더군요. 허나 좌상의 인품이 그 정도는 아니죠. "그 아이를 만나 비로소 제게 새로운 세상이 열렸습니다. 서책에서 가르쳐 준 장부가 나갈 길이 아닌, 제가 살고 싶은 세상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 나라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를 좀 도와 주시겠습니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좌상도 아들의 청을 거절하지는 못하지요. 그게 부모의 마음이지요. 허나 좌상의 마음은 부모의 마음 이면에, 윤희의 당당한 패기와 아들이 장부의 꿈을 펼치고 싶은 세상에 대해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생각되더군요. 화성천도에 대한 정조의 계획에 노론이 찬성해주자는 좌상의 의견은 비록 노론중신들에게 묵살당하기는 했지만, 아들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한 후회는 없어 보이더군요. 윤희를 만나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갈지 자로 걷지 않기 위해 나를 경계로 삼겠다 했나? 잘되지 않을 걸세. 눈뜨고도 허방을 짚는게 인생이니까...혼자서는 힘든 일일테니, 우리 아이 곁을 지켜주겠나? 이 늙은이 욕심이 관한 것인가?" 꺄~오! 멋진 시아버지에요. 우리 아들과 교제를 허락해 주겠다, 결혼을 허락해 주겠다는 둥, 고압적인 태도가 아니라 오히려 윤희에게 부탁하면서 존중해주는 거잖아요. 그런데 프로포즈를 시아버지가 먼저 하다니... ㅎㅎㅎ 역시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입니다.
윤희를 지키는 벗들, 하인수 너마저 멋졌어
궐 안에서 윤희를 지킨 이가 정조였다면, 궐밖에서는 걸오와 여림이 온몸으로 윤희를 지켰지요. 물론 초선의 결정적인 활약도 컸었고요. 유림을 막아 선 여림의 능글맞은 방해 공작, 밖에서 이를 엿들은 정박사가 '통'을 주는 모습이 흐뭇했었지요. 이쁜 여림 사형 옷치장만 신경쓰는 줄 알았는데, 짬짬이 공부도 열심히 했더라고요.
걸오가 형을 위해 술을 올리며 고백하는 장면은 눈물없이 볼 수없는 장면이기도 했어요. "난 형이 이 세상을 미워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간 형이 미치게 가여웠어. 문영신은 세상을 증오한 게 아니라 사랑한 거였어. 그래서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게야. 내말 맞지?" 세상을 사랑했기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뜨겁게 살았다는 것을 걸오는 비로소 알게 됩니다. 그리고 형의 뒤를 따를 자신의 모습도 결코 형에게 부끄럽지 않게 세상을 뜨겁게 사랑하리라 결심하는 걸오입니다.
지난 회 초선이 보이지 않아 잠시 잊고 있었는데, 결정적인 활약을 해주더라고요. 병판의 명을 거절하고, 길을 가로막는 초선, 대물도령이 여인이었다는 것에 그간의 오해를 푼 초선이었지요. 왜 자신의 사랑을 거절해야 했는지, 무엇보다 초선을 몸팔고 술따르는 천한 기생이 아니라, 여인으로서 존중해 주었던 윤희의 진심을 읽게 됩니다. 기녀가 아닌 한 남자의 여인으로 살고 싶었던 자신의 꿈만큼이나, 금녀의 공간을 무단침입한 대물 김윤희는 멋진 여인이었습니다. 걸오까지 합세해서 병판의 길을 막고, 무엇보다 초선이 하인수의 진심에 감동먹은 얼굴이더라고요. 
두사람의 핑크빛 모드가 이어지지 않아서 섭섭했지만, 일편단심 초선에 대한 순정으로 예상치 못한 하인수의 반전에 깜놀했다는 후문이 여기저기서 들리더랍니다. 그 후 하인수가 인간되었을 지, 아버지 병판이 사헌부로 압송되고 집안도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을까 생각은 되지만, 초선은 얻은 듯하니 그것으로 조용히 살아주었으면 싶네요. 하인수처럼 힘이 권력이고, 힘의 정치가 정도라고 생각하는 관원은 반갑지 않거든요. 암튼 이 커플도 해피엔딩인 것 같아요.
정조의 선택, 조선의 희망
윤희의 목숨을 손에 쥔 정조의 선택, 정조는 금등지사를 태워버렸지요. "기억해 주겠나? 과인의 짧은 생애가 아닌 과인의 꿈을, 과인이 그토록 소망하던 이 땅의 내일을 그대가 오래도록 기억해 주겠는가? 나 역시 그대의 기억 속에서 자라 갈 수 있도록..." 금등지사를 태우는 정조를 보며 눈물 줄줄 흘렸다지요. 금등지사와 윤희의 비밀은 조선의 희망을 위해 한 알의 밀알이 되어 땅속 깊이 묻히고, 새로운 조선을 위한 싹을 틔우기 위해 뿌리를 뻗어 가는 암시로 마무리 지어졌네요.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의 진실과 정조의 개혁정치의 발목을 잡고 있던 수구세력을 제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는데, 윤희를 살리기 위해 금등지사를 태워 버리는 장면은 뭉클했습니다.
금등지사를 태운 것은 윤희를 살리기 위함만은 아니었어요. 정조가 이루고자 했던 꿈이 단순히 정치세력 물갈이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했지요. 의식이 성장하지 않는 한 개혁이라는 꿈은, 대동세상이라는 경천동지할 정조의 이상은 광야에서 홀로 외치는 선구자의 공허한 외침만으로 사라져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금등지사는 남아있지 않았소. 허나, 과인은 화성천도의 꿈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그대들을 이기기 위해 시작한 싸움이 아니라, 나의 백성들을 위해 시작한 싸움이기 때문이오. 과인은, 끝까지 해볼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조는 윤희, 더 넓게는 잘금 4인방 젊은이들을 미래 조선을 위한 초석으로 선택합니다. 과거의 은원 금등지사가 아닌 희망의 밀알들을 말이지요.
이렇게 가슴앓이를 심하게 했던 성균관 스캔들은 해피엔딩으로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잘금 4인방의 훗날을 보여 준 에필로그는 성스팬들에게 주는 제작진의 팬서비스 같더라고요. 유쾌하고 코믹한 마무리였습니다. 청벽서의 등장과 관원이 된 걸오가 청벽서를 잡는 장면, "이런 엉터리 문장 자꾸 쓰면 습관된다. 성균관에서 애들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제대로 된 벽서를 못봤네"라는 걸오사형, 암요, 원조 홍벽서의 실력을 조선팔도에서 그 누가 따라가겠어요. 그런데 청벽서 복면을 보니 여자더라고요. 그말은 제 2의 윤희가 성균관에 또 있다는 암시같기도 해요. 남녀차벌이라는 틀이 그렇게 야금야금 허물어지고 있다는 복선같기도 하고 말이지요.
그런데 엉터리 문장을 가르치는 성균관, 누가 스승인가 했더니,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대물과 이선준이 성균관 박사로 취직해 있지 뭡니까? 아웅다웅 '내가 잘났네, 네가 못났네' 하면서 말이지요. 낮에는 성균관에서 아웅다웅, 밤에는 음... 신방에서 얼레리 꼴레리하는 선준과 윤희입니다. 이선준 아직도 빨간딱지 19금 금서를 완전정복 못했나 보더군요. 수염까지 난 걸 보니 결혼한지 족히 몇 년은 되었을텐데, 그 긴 밤 동안 뭐했노? ㅎㅎㅎ 윤희 입에서 '대통' 소리나올 때까지 몸을 아끼지 말아야 겠습니다. 윤희와 선준의 방에 불이 꺼지고도, 오랫동안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무슨 소리? 쉿! 비밀입니다, 알면서~ 히잉~
감동이 산새처럼 날아가 버린 아쉬운 마무리
사실 저는 마지막 장면으로 네 사람이 반촌을 향해 나 있는 문을 나서며, 새로운 조선, 희망을 향해 걸어나가는 모습으로 여운을 주며 끝냈으면 싶었어요. 물론 유쾌하고 행복한 해피엔딩으로  큰 허물이라 할 수는 없는 마무리였지만, 윤희의 이름을 찾아주지 않은 점, 코믹엔딩의 급한 마무리가 아쉬웠습니다. 동생 윤식이는 실종되어 버리고 말았고 말이지요. 
김윤희가 아닌 윤식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결말은, 김승헌 박사가 재주많은 딸아이에게 열어주고 싶은 세상은 아닌 듯했습니다. 여인이 성균관 박사로 후학을 가르치는 일은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조선에서 꿈꿀 수는 없었던 일, 차라리 윤희가 규방 여인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모습이었으면, 훨씬 좋은 마무리였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조선의 희망, 미래가 남자 중심의 교육만으로는 결국 절름발이 개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드라마에서라도 여성의 의식개혁, 여성이 교육을 받을 권리를 찾아가는 선구자적인 모습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정조가 윤희를 살린 이유, 재주많은 딸아이가 재주를 펼 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 그 희망찬 불씨를 윤희를 통해 지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선준은 성균관에서 그와 닮은 유생들을 배출해 내고요.
지난 번 황감제에서 최종 결선에 오른 선준과 윤희의 답안 기억나시지요. 선준은 신민(新民)을 윤희는 친민(親民)이라 답했던 것 말이지요. 두 답 모두 훌륭했고, 신민과 친민의 덕목을 갖춘 관원이 가장 이상적이고, 조화로운 관원이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선준의 답에서는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졌고, 윤희의 답에서는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때 윤희와 선준의 답안과 해석을 들으며 들었던 생각은, 두 사람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으면서도, 동전이라는 본성은 없어지지 않는 현답을 냈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제 개인적으로는 사실 윤희의 답이 더 마음에 들었어요. 백성의 말에 귀 기울이고, 백성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함께 싫어해 주는 마음을 가진 관원에 더 끌렸거든요.

계집에게는 글공부를 시킬 필요가 없다는 생각은 그후로도 오래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지만, 이후 나혜석, 윤심덕 등의 신여성, 이화학당의 설립, 정치계에서는 박순천 여사로 이어지며, 여성들의 의식도 함께 성장해 왔습니다. 정조가 살린 김윤희같은 인물들이 그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엔딩은 윤희의 진짜 이름도 찾아주지 못하고 끝낸 부분이 조금 아쉽습니다.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었는데 말이지요. 두고두고 간직하고 싶었던 감동과 여운이 산새처럼 날아가 버린 기분이 드는 것은, 시즌 2가 나오지 않을 것같은 결말때문이기도 해요. 시즌2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균관 스캔들과 함께 한 시간, 잘금 4인방 꽃도령들은 두고두고 가슴에 남을 것 같습니다. 청춘이라는 뜨거운 이름으로 시대를 앞서간 잘금 4인방 대물, 가랑, 걸오, 여림 너희들을 격하게 아끼고 사랑한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하셨다면 아래의 추천손가락 View On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2 Comment 19
2010.11.02 09:24




마지막회를 남겨두고 성균관 스캔들의 최고 비밀들이 펑 터져 버렸습니다. 조선의 정치 중심세력 노론들이 꽁꽁 숨기고 싶었던 금등지사, 성균관 정약용박사와 잘금 4인방이 목숨처럼 지켜주고자 했던 윤희가 여인이라는 비밀이 터져 버린 것이죠. 그렇지 않아도 패거리들마저 등을 돌려 버린 장의 하인수가, 어떻게 하면 잘금 4인방을 잘근잘근 씹어줄까 벼르고 있었는데, 윤희의 비밀을 알아버리고 말았으니 큰일입니다. 윤희의 운명은 풍전등화, 벼랑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네요.
성균관 스캔들 19강은 목숨보다 귀중한 우정과 조선의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조선시대 지성과 지식의 상아탑이라 할 수 있는 성균관, 학문과 진리, 선비의 도를 탐구하던 유생들의 각성은 이 시대 지식인과 지성인에게 심도깊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성균관 잘금 4인방의 각성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여림 구용하의 각성
칼맞은 걸오를 대신해 홍벽서로 자처하고 병부로 끌려 간 이선준, 속수무책으로 장의 하인수의 직권남용을 지켜봐야 하는 성균관 유생들입니다. 걸오는 아버지 대사헌에게 이선준을 풀어달라고 부탁하려고 사저로 향했다가 감금되고 말았지요. 치외법권 신성한 곳을 병부의 군화가 짓밟았다는 것에 대한 사과와 이선준이 홍벽서가 아니라는 무죄방면 유소를 올리려는 여림 구용하, 권당(시위)을 행하려 합니다. 왠만해서는 궂은 일에 앞장서는 일이 없던 여림, 선준을 구하기 위해 권당에 장의가 되어 총대를 매겠다고 나섰지요.  
하지만 하인수가 뒷조사를 통해 여림이 중인출신이었음을 들어 유생들에게 신분을 공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여림 구용하, 그간 모양 빠지는 일은 사양하고 화려한 꽃부채 뒤에 얼굴을 감춰 버렸지만, 처음으로 접선을 내려 놓고 목소리를 냅니다. 양반도 중인도 아닌 성균관 유생 구용하의 목소리를 말이지요. 벗을 대신해 홍벽서를 자처하고, 아버지라면 이를 갈게 증오하는 걸오가 아버지에게 무릎을 꿇으러 간 일, 벗을 위해 목숨도, 목숨보다 강한 자존심도 버리는 벗들의 모습은 여림을 눈뜨게 합니다.
"난 양반이 아니다. 내 아버지는 아들에게 번듯한 집안을 물려주기 위해 족보를 사들였고, 정확하게는 양반의 허세를 사들었고, 그것이 지금의 나다. 오늘 권당을 결정짓는 일은 김윤식에게 맡기겠다. 내가 자격이 없는 건 중인이라서가 아니라, 내가 내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그렇게 안살려고...". 여림의 멋진 고백이었으며, 성장이었습니다. 짝짝짝. 오매 이쁜 것, 멋져부러~. 역시 너는 구용하였어!!!
하인수를 향해 멋지게 날려주는 대사, "이제 나한테 네 협박따위는 안통해, 하인수. 여긴 성균관이고, 난 구용하니까...". 성균관을 힘을 기르는 곳이라 생각했던 오만한 하인수에게 성균관은 의를 배우는 곳임을 말해 준 것이지요.
죽었으면 죽었지 모양빠지는 옷은 입지 않았던 여림, 집에 갇힌 걸오를 구하기 위해 저승사자 컨셉의 검은 옷도 마다않고 입지요. 물론 백옥같은 피부와 어울리지 않다고 개겨 보기는 했지만, 윤희의 "머리색깔과 어울리는 깔맞춤"이라는 칭찬 한 마디에, 스타일 잠시 구겨주는 여림입니다. 정조가 말한 새로운 조선, 신분도 귀천도 없는 대동세상이라는 말에 처음으로 가슴이 뛰었던 여림, 스타일이라는 것, 신분이라는 것은 거추장스러운 껍데기였을 뿐임을 깨달은 여림입니다. 

걸오 문재신의 각성
자신을 대신해 병조의 관군들에게 홍벽서를 자처하고 끌려간 이선준, 정말 골치아픈 녀석입니다. 이 녀석이라면 뜻이 통할 것 같고, 마음 주다보면 정들것 같은 녀석이라, 애써 정을 주지 않으려 했던 노론 자식, 그럼에도 그 녀석을 쳐다보는 게 습관이 돼버렸습니다. 윤희를 쳐다보는 것처럼 말이지요. 아버지 대사헌을 찾아가 처음으로 애원이라는 것을 해보는 걸오입니다. 잘못했다고 용서를 빕니다. 10년전 형을 죽인 은원으로, 좌상의 아들을 같은 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라면서요. 진실 앞에 눈을 감은 것은 하나 남은 자식 문재신을 지키기 위함이었으며, 침묵의 댓가로 힘을 지켰다는 아버지, 걸오가 아버지의 마음을 모르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가슴에 묻힌 형을 걸오도 보았기 때문이지요. 
"잘못했습니다. 아버지보다 제가 더 아프다고 까불었습니다. 형을 더 사랑한다 자신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그러니 이선준을 풀어주세요. 그 자식과 나, 우린 아직 제대로 시작조차 못했다고요. 제발 다시는 아버지를 증오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다시는 그런 지옥 속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캬~ 걸오사형, 우째 이리 가슴 콕콕 쑤셔대는 말을 그리도 간지나게 하는지... 헤롱헤롱, 걸오사형 너무 좋당~
처음으로 생긴 벗입니다. 세상에 뜻이 없어진 걸오, 존경각의 책을 다 읽어도, 책은 그저 공맹의 도가 어쩌느니 저쩌느니 그저 말뿐인 세상이었습니다. 권력이 진실을 누르는 세상, 권력을 위해 불의가 자행되어도, 못본 척 못들은 척 눈감아야 편한 세상일 뿐이었습니다. 그런 권력을 가진 이선준, 그 녀석은 그런 권력이 싫다 합니다. 대의와 명분에 어긋나는 불편한 권력은 선비가 가는 도의 길이 아니라 거부합니다. 
썩 괜찮은, 아니 아주 마음에 드는 녀석입니다. 이런 녀석이라면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나아가도 좋을 듯 합니다. 함께 가보자고 손조차 내밀지 못했는데, 아버지로 인해 그 녀석이 목숨을 잃는다는 것은 상상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버지를 증오해 온 10년, 걸오에게 세상은 지옥이었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 아버지를 증오하는 그 불지옥을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걸오입니다. 
감금당한 걸오를 구출하러 온 여림과 대물, 올거라 기대도 조금은 했지만, 이 녀석들 진짜로 왔습니다. 감히 대사헌 영감 집을 겁도 없이 말이지요. 걸오를 구출한 여림과 윤희, 선준에게도 사실을 알려야 했지요. 선준을 만나러 간다는 사실에 쫑알쫑알 이선준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윤희를 보는 걸오, '자식, 넌 언제나 가랑 그 녀석뿐이구나. 그래도 한 번은 나도 돌아봐 주지, 늘 네 곁에 그림자처럼 머물고 싶었던 나, 재신도 말이다'. 부질없는 마음일 뿐이에요. 옥사에 윤희 혼자 들여보내는 걸오, 허탈함이 가슴을 칼날처럼 아프게 스치고 갑니다. 그래도 그녀가 웃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보다는 윤희가 행복해지는 것이 걸오의 마음도 편하니까요. 지켜보는 것이 습관된 걸오, 저도 걸오를 지켜보는 것이 습관돼 버렸답니다ㅜㅜ. 
"어이, 김윤식. 내가 이 말 한적 있던가? 고.맙.다" 둔탱이 녀석이라 못알아 듣겠지만, 그렇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해" 라고 고백해 보는 걸오입니다. 잊어야 함을 알면서도, 이선준의 여인임을 알면서도, 머리보다 가슴이 앞서는 사랑이라는 열병, 처음으로 누군가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 처음으로 살아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보내줘야 함도 알았습니다. 사랑의 무게만큼 우정의 무게도 커져 버린 걸오입니다. 걸오사형, 역시 멋져, 이뻐 죽겠당!

가랑 이선준의 각성
걸오를 대신해 홍벽서를 자처한 선준, 부상당한 걸오를 보낼 수도 없지만, 진실 앞에 침묵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라고 배웠습니다. 선비가 따라야 할 길이 아니라고 배웠습니다. 금등지사의 비밀을 밝히라는 홍벽서, 부정관리를 고발하고 민생을 살피라는 홍벽서의 말들은 진실이었습니다. 누가 홍벽서인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홍벽서의 내용들을 옳다 여기는 선준 자신도 이미 홍벽서였습니다.
선준을 찾아온 좌상과 선준을 부른 정조의 대화가 참 인상적이었지요. "10년전 그날 밤, 아버지는 목숨을 취하는 죄를 짓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죄를 덮어 주셨습니다. 전 아버님께서 일러주신 그 길대로 걸어왔을 뿐입니다. 사사로운 이익보다는 의를 따를 것이며, 벗을 신의로 얻을 것이며, 바른 도를 세우는 일에는 목숨을 아끼지 않는 것이 장부다". 올곧은 선준의 모습을 본 좌상은 말없이 발길을 돌리고 말지요. 발길을 돌리는 좌상의 속마음은 아마도 이러했을 겁니다. "녀석, 제법이구나, 많이 컸다. 역시 내 아들이다".

정조와의 독대에서도 선준은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입니다. "홍벽서로 인해 죄값을 치를 수도 있는데, 두렵지 않은가? 대단한 우정이다"라는 금상의 말에 선준은 대답하지요. "쉬운 길과 어려운 길이 있다면, 어려운 쪽을 택해라. 허면 성공할 수는 없다해도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부친의 가르침이었다며,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는 선준입니다. 아버지의 가르침이 아버지에게 칼을 들이대는 길임이었음에도 말이지요. 정조 역시 좌상과 금등지사의 관계를 알았기에, 선준에게 밀명을 내리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요. 그럼에도 선준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선준과 같은 인물이 조선의 내일을 짊어져야 할 미래였고, 희망이었기 때문이지요.
"과인을 원망했겠구나, 그토록 남다른 아비와 아들에게 몹쓸짓을 했으니...". 정조의 말에 너무나도 멋지게 답하는 선준, 아! 고 녀석, 어쩌면 이리도 장부답게 말을 잘하는지, 깎아놓은 밤톨처럼 생긴 선준 도령, 아비도 정조도 마음을 흐뭇하게 할 모범대답을 하더군요. "원망한 적은 있으나 가슴으로 저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핏줄을 물려주신 아비도, 뜻을 물려주신 아비도 그건 마찬가지였습니다". 한마디로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지요. 핏줄을 물려준 아비 좌상이나 대동세상 새로운 조선을 세우라는 뜻을 준 임금이라는 나라의 아버지도 선준은 저버릴 수 없는 아버지였으니까요. 
옥사를 찾아온 윤희, 그녀의 손에 반지가 끼어져 있음을 보았지요. 가로막힌 옥사 나무가 얼마나 원망스러웠을지, 아주 안아주고 싶어 죽을 지경인 듯한 선준이더라고요. 윤희와 걸오에게만은 용서를 구하고 싶었던 선준이었지요. 비록 아버지가 한 일이 아니었지만, 배후라는 것은 감추지 못할 진실이었기에, 선준은 윤희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부모는 선택할 수 없는 분이잖소, 내가 줄 수 있는 건 용서가 아니라 정인, 여인의 마음뿐이오. 그러니 내게도 죄인의 마음이 아닌 정인의 마음만 주면 좋겠소". 윤희의 옥중 사랑고백에 선준은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습니다. 윤희에게 지은 죄를 씻을 수만 있다면, 운종가 한가운데에서 머리가 짓이겨 죽어도 좋았던 선준이었어요. 술주정뱅이 난봉꾼 손에 피떡칠이 되게 발로 채이고, 주먹으로 얻어 맞아도 좋았던 선준이었습니다. 윤희의 용서, 아니 사랑고백은 선준을 행복하게 합니다.

대물 김윤희 각성
장의 하인수의 여림에 대한 폭로로 권당 동참에 서명을 주저하는 유생들, 도성에 뿌려진 진짜 홍벽서로 이선준이 홍벽서가 아니라는 것을 믿어주고, 하나 둘씩 권당에 참여하는 모습을 봅니다. 하인수의 찌질이들까지 권당에 동참하는 모습, 일그러진 하인수의 얼굴을 보니,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 속이 후련해 지더라고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습니다"라며,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거라는 윤희의 말에 하인수는 콧방귀를 뀌었지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힘이 있는 자가 길을 내는 것이다" 라고요. 그렇다면 그 힘을 자신이 가져야겠다며, 장의의 말에 눈도 깜빡이지 않고 맞서는 윤희, 장의가 성균관을 관군에 함부로 내 준 책임을 묻겠다며, 하인수에게 선전포고까지 하는 윤희입니다. 장의 앞에서 늘 움츠러들더니 윤희 정말 많이 컸습니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는 믿음으로, 성균관 유생들과 유소를 올리는 장의로서 상소를 올리는 대물 김윤희, 여인의 몸으로 성균관에서 수학한 죄를 지었으나, 윤희에게 성균관은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재주많은 딸아이를 위해 만들어 주고 싶었던 세상, 어쩌면 그런 세상 한복판에서 윤희는 아버지의 한을 풀었을 지도 모릅니다. "좋은 벗들을 만나 함께 뜻을 이뤄가는 일은, 책에서 만나지 못한 희망의 얼굴이었습니다. 계집인 제가 품고 있는 열망은 옳은 일이겠습니까? 아버지께서 꿈꾸신 새로운 조선은 어떤 세상입니까?"
이제는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열어 주시려던 세상은 윤희를 위한 세상이었고, 좀 더 나은 조선을 열고 싶었던 희망이었음을요. 아버지의 유품 나무블럭을 만지작거리는 윤희, 나무 블럭에서 금등지사가 있는 곳을 비로소 알게 되었지요. "학문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 성균관의 문은 가장 천한 반촌으로 나 있어". 모든 조각들이 맞춰지는 순간입니다. 금등지사는 성균관의 문 앞에 묻혀져 있었지요. 금등지사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이었습니다. '사도세자 비망기'. 조선 정국에 파란이 예상되는 순간이며, 또한 윤희 앞에 큰 위기가 닥쳐오는 순간이었습니다.
옥사에서 만난 선준과 윤희가 너무 좋은 나머지 입방정을 떨며 사랑고백을 하다가 효은낭자에게 딱 걸려 버렸는데, 하인수가 윤희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이지요. 눈썹을 휘날리며 금녀의 공간 성균관을 모욕한 죄를 물어 윤희를 죽이려 들텐데, 이제 한 회밖에 남지 않았는데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
윤희를 살릴 사람은 누구일까?
무릎꿇은 정박사가 김윤식을 버리라고 금상에게 주청하는 모습과 선준이 아버지 좌상에게 도와 달라고 눈물로 애원하는 모습을 보니, 정조와 좌상 사이에 윤희를 위한 모종의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까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만, 설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이 완소 드라마가 비극으로 끝나지는 않겠지요. 새드엔딩이면 도끼눈 뜨고 저주를 퍼부을 것입니다;;;.
이쯤해서 위기에 처한 윤희를 누가 구할까 미리 머리 열심히 굴려서 생각해 봐야겠어요. 이러지 않고서는 가슴이 조마조마해서 미치려고 하거든요. 저는 결정적으로는 금상, 즉 정조가 살릴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조가 윤희를 살릴 수 있는 패는 두 가지, 금등지사와 홍벽서의 진실이에요. 정조가 이 두가지 패를 가지고 타협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좌상에게 금등지사는 핵폭탄과도 같은 것이고, 대사헌 문근수에게는 희망의 애드벌룬일테지요. 억울하게 죽은 아들 영신에 대한 복수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정조에게는 문근수를 압박할 카드가 하나 있지요. 바로 걸오가 홍벽서라는 것을 정조가 알고 있다는 사실이지요. 홍벽서의 내용이 사실이든 아니든, 홍벽서는 죄인으로 수배령이 내려진 상태에요. 가짜 홍벽서(초선)가 관군을 살해하고, 도둑질까지 했으니, 걸오가 잡히면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라는 것이지요.

여기서 정조가 노련하게 대사헌과 좌상의 암묵적인 협상을 끌어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금등지사와 홍벽서를 공개하지 않겠다, 대신 김윤희를 살리겠다. 김윤희 또한 내 신하이며, 조선의 백성이고, 그 아이들은 앞으로 조선을 이끌고 갈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런 말로 말이지요. 윤희의 목숨과 금등지사를 두고 선택해야 하는 정조, 오늘밤 마지막회에서 이렇게 멋진 말로 해답안을 내놓지 않을까요? 저는 현명한 군주 정조가 조선의 미래를, 희망을 선택하리라 생각합니다.
금등지사를 찾으라는 어명을 잘금 4인방에게 내린 이유, 그것은 이 아이들과 함께 이루고 싶었던 정조의 꿈이었어요. 목숨까지 버리며 지키려 한 잘금 4인방의 우정은 정조에게도 감동이었지요. 과거의 은원으로 조정에 또 다시 피바람이 부는 것보다는 민들레 홀씨같은 이 아이들을 살리겠다는 것이 정조의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 그나저나 정말 마지막회 한회가 남았다는 게 믿기지도 않고, 믿고 싶지도 않네요. 이렇게 드라마를 사랑한 적도 드물었는데, 지금 제 마음은 성균관 스캔들 잘금 4인방과 이별해야 한다는 것이, 윤희의 앞날보다 더 걱정되고 가슴이 아픕니다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하셨다면 아래의 추천손가락 View On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6 Comment 21
2010.10.30 10:17




"딸아이의 학문이 느는 것을 보는 일은 괴로운 일이다. 스승이라면 아이의 재주가 탐났을 것이다. 허나 세상에 뜻을 펼칠 수 없는 딸자식에게 열망을 가르치는 일은 옳은 일인가? 재주많은 딸자식에게 기회를 줄 수 없는 못난 아비는 딸자식의 글 읽는 소리에 숨죽여 오늘도 가슴으로 울 뿐이다" - 명륜일지(明倫日誌) 김승헌의 일기 中
드라마의 시작과 함께 윤희의 아버지 김승헌은 의문의 인물이었습니다. 간간히 성균관 박사들의 회고담이나 정조의 대사에서 김승헌의 인품과 학문의 깊이를 짐작할 뿐이었지요. 금등지사를 운송하다 걸오의 형 문영신과 함께 죽은 성균관 박사이며, 남인이었다는 것 정도가 그에 대해 알려진 대부분이었어요. 18강에서 딸 윤희에 대한 아버지의 마음을 보고 울지 않은 성스폐인들은 없었을 거예요. 또한 김승헌 박사가 바라던 세상을 알게 된 윤희만큼이나 시청자에게도 눈물을 줄줄 흘리게 했던 감동이었습니다.
여림의 아픔, 신분없는 세상을 꿈꾸게 하다
잘금 4인방에게 있어 아버지는 그들의 인생에 있어 중요한 영향을 준 인물들입니다. 여림 구용하가 반쪽짜리 양반이라는 사실이 충격이기도 했지만, 양반가 규수와 혼담을 추진하려는 구용하 아버지의 마음은 여림에게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을 부채질합니다. 여림은 이제야 알았습니다. 완벽하지 못한 신분의 아픔을 화려한 도포 속에 감추고 사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세상이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신분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값진 것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신분없는 세상, 화성천도와 함께 금상이 새로 열고 싶은 세상은 혼인따위로 신분을 얻을 필요가 없는 세상이었으니까요. 반쪽짜리 양반이라는 자괴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세상입니다. 처음으로 알게 된 여림의 상처는 돈으로도 메울 수 없는 아버지의 컴플렉스이기도 한 신분제였습니다. 신분이 없는 세상을 열겠다는 정조의 꿈은, 처음으로 구용하를 가슴 설레이게 합니다. 그 길을 함께 갈 벗들은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구용하의 재산입니다.

아버지 가슴에 묻힌 형, 보지 못했습니다
"10년전 아버지는 진실로부터 눈을 돌리셨습니다. 형의 죽음을 모른척 해버렸습니다. 형을 누가 죽였는지 알면서도, 관직을 유지하기 위해 알량한 목숨과 남은 가족을 위한다는 비겁한 변명으로 진실을 외면했습니다." 걸오의 아버지 문근수, 걸오의 눈에 비친 아버지는 비겁한 아버지였어요. 증오가 커질 수록 걸오의 가슴은 괴로움으로 타들어 가고, 눈도 마주치기 싫은 아버지였습니다. 걸오가 왜 홍벽서가 되어 도성에 벽서를 날리고 다녔는지를 알면서도, 입도 뻥긋하지 않은 비겁한 사람일 뿐이었지요. 형의 죽음, 한번도 그 진실에 대해 말하지 않는 아버지, 걸오의 눈에 아버지는 자식의 죽음에도 분노조차 하지 않는 간도, 쓸개도 없는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알았지요. 아버지가 10년간 뼈를 깎고, 살이 타는 심정으로 견뎌왔다는 것을 말이지요. 아들을 죽인 원수, 좌상과 병판의 일거수 일투족을 1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모으고 있던 아버지는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들을 자신의 손으로 잡을 기회를 말이지요. 웃는 낯으로 그들의 얼굴을 아무렇지도 않게 봐야했던 10년, 아무도 모릅니다. 가슴 속에서 천불이 나고, 당장이라도 그 자리에서 그들을 죽이고 싶은 마음을 참아내느라, 피멍이 들도록 주먹을 쥐어야 했다는 것을 말이지요.
홍벽서인 아들 재신의 피끓는 의협심을 알지만, 속수무책으로 떠나 보내야 했던 큰 아들 영신이처럼, 하나 남은 자식 걸오마저 잃게 될까봐, 하루도 두다리를 편하게 뻗고 잠을 잘 수 없었어요. 매일 눈을 뜨면 홍벽서가 잡히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의 숨을 쉬었던 아버지였습니다.
걸오는 몰랐어요. 아버지가 단지 남은 가족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관직을 유지하기 위해 모른척 눈감고, 불편한 진실과 타협하고 살아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금등지사의 흔적을 쫓아 아버지의 금고까지 오게 된 걸오, 아버지의 금고에서 형 문영신의 사건기록과 좌상, 병판의 감찰기록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10년간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되었지요. "이 아비가 네 형을 그렇게 만든 자들을 진정 용서라도 한 줄 알았단 말이냐?".
부모를 잃으면 땅에 묻고, 자식을 잃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지요. 걸오는 그날 처음으로 아버지의 얼굴을 볼 수 있었어요. 아버지의 가슴에 묻혀있는 형, 자식잃은 아버지의 분노와 그리움으로 수척해진 아버지의 얼굴을 걸오는 비로소 보았습니다. 노론의 허수아비라고, 면전에 대고 욕했던 아버지에게 죄송하고, 아버지의 진심을 알았기에 기뻤던 걸오입니다.

우물을 나간 자식, 자식의 성장은 부모의 기쁨이다
선준에게 아버지는 하늘이었습니다. 글을 읽는 선비로서 아버지의 그릇은 차고 넘칠 정도로 컸습니다. 감히 발뒤꿈치도 잡을 수 없는 고매한 인품과 학식, 나라에 대한 충정심은 선준이 평생을 두고, 배우고 따라 갈 그림자였습니다. 정치를 함에 있어서 때로는 칼이 필요했고, 때로는 사탕이 필요했고, 때로는 돈이 필요했고, 쌀이 필요할 때도 있었습니다. 개인의 사사로운 공명심과 부를 축적하기 위함이 아닌, 나라의 질서와 사대부가 가야 할 정도의 길이라 알고 있었기에 아버지의 세상은 정(正)이었습니다.
그러나 금등지사의 행적에 아버지가 연루되어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여인 윤희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배후가 아버지였다는 사실은 금등지사의 내용이 무엇이었든, 바르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내 것을 지키고자 남의 목숨을 취하는 행위는 선비의 길이 아니었으며,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한번도 그르다 생각한 적이 없던 아버지의 세상, 아버지의 틀, 그것은 선준이 닮고 따르고 싶었던 틀이기도 했지요. 틀의 부서짐, 우물안에서 비로소 나온 선준입니다. 더 넓은 세상, 아버지의 하늘보다 더 큰 하늘을 알게 된 선준입니다. 정조가 열고자 하는 새로운 하늘 말입니다. 아버지를 뛰어넘는 더 큰 하늘을 보는 것도 선비가 추구하는 진리탐구의 길임을, 아버지를 통해 배운 선준입니다.

아버지 좌상대감의 금등지사를 숨긴 것에 대한 잘잘못은 선준이 판단해야 할 몫은 아니에요. 좌상의 말처럼 역사가 판단할 문제인 지도 모릅니다. 몇 세대가 지난 지금도 그 물음에 섣불리 대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좌상의 말대로 선대왕의 회한을 담은 금등지사가 세상에 공개된다면, 피바람이 불 것은 자명한 일이고, 피바람에도 불구하고 공개하는 것이 옳은가의 문제는 사람마다 견해가 다를 것이기 때문이에요.
아버지의 길이 정도가 아니기에 정적의 길이라도 가겠다며, 등을 보이는 아들을 좌상은 잡지 못합니다. 한 시대가 끝나고 세 시대가 오고 있음을, 아들의 등을 통해서 보는 좌상입니다. 노여운 표정 속에 감춰진 좌상의 미소, 그것은 아들의 성장을 보는 흐뭇함입니다. 품안에 자식이라고만 생각했던 아들이 커가는 모습은, 비록 자신의 사상과 철학과 다르다 할 지라도 흐뭇한 자식의 성장입니다.

죽음을 마다 않고 가고 싶었던 길, 딸아이를 위한 세상
윤희에게 아버지는 차가운 분이셨습니다. 어머니는 한 번도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 해 주시지 않았어요. 어떤 일을 하시다 변을 당했는지도, 아버지가 어떤 분이셨는지도 달다 쓰다 말이 없었지요. 금등지사를 찾는 길은, 윤희의 아버지가 가시던 길입니다. 어떤 분이신지도 몰랐고, 얼굴도 어렴풋하게 밖에 생각나지 않지만, 아버지가 가시고자 했던 길을 알고 싶어진 윤희입니다. 목숨과도 바꾸고 싶었던 길이 어떤 길이었으며, 무엇을 얻고자 했었는지 알고 싶어진 윤희입니다.
윤식이와 마루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윤희, 아버지를 생각하면 마음 속에 찬바람이 불었다고 고백하지요. 그렇게도 글공부를 하고 싶어했지만, 한 번도 "들어오너라"라고 말해주지 않았던 야속한 아버지, 자신이 딸이기에, 계집에게는 글공부를 시키지 않으려 했다고만 생각했을 뿐이었지요. 윤희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남동생을 무릎에 앉히고 글을 읽던 그림자가 먼저 떠오르는 분이었어요.

윤식이가 전해주는 아버지의 마음, 그림자로는 읽을 수 없었던 아버지를 윤식이 들려줍니다.  "아버지는 언제나 문앞을 향해 목청껏 큰소리로 글을 읽고 계셨어", 윤식의 말을 듣는 순간,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요. 어린 딸을 향해 들키지 않게 글을 읽어주는 아버지, 어린 딸의 한구절 한구절 댓구를 들으며, 딸아이가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안의 김승헌은 딸아이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잘못 들었으면 더 큰 소리로 읽어서 뜻과 음을 알려주었고, 딸아이가 머리 속에서 정리할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 주곤 했던 아버지였습니다.
그제서야 윤희는 아버지의 글 읽는 소리가 그토록 크고 또렷하게 들렸던 이유를 알 수 있었어요. "어린 나는 알아 들을 수도 없는 어려운 책들만 골라서, 아버지는 무릎에 앉아 있던 내가 아니라 문밖의 누이를 위해 글을 읽어주고 계셨던 거야".
윤식의 말을 들은 윤희, 그제서야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되었지요. 명륜일지에 적혀있던 아버지의 마음, 그것은 재주많은 딸자식을 안타까워 했던 아버지의 마음이었고, 아버지가 원하는 세상이었습니다.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고 가고자 했던 길, 새로운 세상을 위한 길은 딸아이를 위해 아버지가 열어주고 싶었던 길이었습니다. 
나라의 아버지 정조, 잘금 4인방에게 열어주고 싶은 내일
18강에서 가장 감명깊었던 김승헌 박사의 명륜일지와 잘금 4인방의 각기 다른 아버지의 사랑을 정리하다보니, 아버지의 사랑이 한 사람의 모습으로 모여지더군요. 바로 정조였습니다. 신분과 귀천이 없는 세상, 대동세상은 윤희의 아버지 김승헌이 윤희를 위해 열어 주고 싶었던 세상이었고, 구용하의 반쪽짜리 신분이 부끄럽지 않은 세상이었습니다. 당파싸움에 희생된 아들에 대한 회한을 가슴에 칼처럼 품고 살았던 문근수가 바라는 세상이었고, 궁극적으로 나라와 백성을 주인으로 섬겨야 하는 사대부의 이상, 아버지를 거울 삼아 따르는 선준이 자신을 뛰어넘은 큰 그릇으로 성장하고 열어가야 할 미래였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그림자를 따르는 자식이 자신을 닮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자신을 뛰어 넘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겠지요. 잘금 4인방에게 바라는 정조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정조가 잘금 4인방에게 바라는 것은 당파싸움에 희생된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아니었어요. 내일을 짊어져야 할 이 아이들이 과거를 청산하지 못하면, 그들이 딛고 있는 좁은 세상에서 결국은 똑같은 모습으로 되풀이 될 것임을 안 정조입니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이 두번 다시 되풀이 되지 않는 세상, 그런 세상을 잘금 4인방과 함께 세워가고 싶습니다. 만백성의 아버지 군왕이라는 자리, 남자도 여자도 천한 사람도 귀한 사람도, 가진 자도 못가진 자도 모두 품어야 하는 나라의 아버지, 정조가 걷고 싶은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열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것이 없듯이 말이지요.
어버이로서의 정조의 모습을 생각하다 보니 잠시 이런 생각이 스치더군요. 정조가 윤희의 비밀을 알고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말입니다. 윤희가 여자임을 알면서도, 그 재주와 학식을 지켜보고 성장해 가는 것을 보고 있었지 않았나 싶더군요. 마음으로 존경하는 글스승 김승헌의 여식, 윤희의 글재주를 안타까워 하는 마음을 정조도 알고 있었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윤희가 여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김승헌의 한을 풀어주고 싶은 마음과, 금등지사때문에 죽은 신하의 가솔을 그런 식으로라도 지켜주고 있었던 의리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개인적으로 역대 조선의 임금들 중 정조를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드라마에서도 정조는 멋진 군왕입니다. 개혁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승하한 것이, 조선의 역사에서는 무척이나 애석한 부분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2회밖에 남지않은 성균관 스캔들, 금녀의 공간 성균관에서의 금기된 사랑도 이 드라마에 미치게 빠지게 했지만, 잘금 4인방 젊은 청춘들의 성장과 정조의 이상정치의 메시지는, 성균관 스캔들을 감히 명작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선의 잘금 4인방과 정조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전하고 있는 것, 희망은 꿈꾸는 자의 것이며, 새로운 미래는 책 속의 글귀가 아닌 실천에서 온다는 것을 가슴 벅차게 깨달았으니 말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하셨다면 아래의 추천손가락 View On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3 Comment 14
2010.10.27 09:38




금등지사를 찾는 잘금 4인방, 그들과 함께 한 성균관 스캔들 18강의 시간은 행복했고 가슴 벅차게 했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조선 잘금 4인방의 시대적 각성은, 오늘의 우리에게 던지는 어떤 사회적 정치적 메시지보다 강렬했습니다. 어느 시대나 체제를 지키고 유지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이며, 지식인의 덕목이라 생각했던 부류들도 있었고, 변화와 진보를 통해 사회를 개혁하는 것이 배움을 실천하는 길이라 여기는 부류들이 있지요. 어느 주장이 옳다 그르다 판가름하기는 사실 어렵습니다. 다만 누구를 위한 것이냐 하는 것에서 그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때로는 물리적, 사상적 충돌을 일으키기도 하겠지요. 성균관 스캔들의 좌상대감과 죽은 김승헌 박사의 이해관계의 충돌처럼 말입니다.
조선은 사대부의 나라라며, 사대부가 근간이 되고 체제를 유지해 간다고 생각하는 좌상대감과, 대동세상을 꿈꿨던 정조의 국가체제에 대한 가치관은, 기존 질서의 유지라는 '수구'와 새로운 조선의 건설이라는 '진보'와의 대립입니다. 선과 악의 대립은 권선징악의 잣대로 시시비비가 가려질 문제지만, 수구와 진보의 대립은 사상의 틀을 깨는 일이기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조직과 권력, 지지세력이라는 힘이 필요할 수 밖에 없지요. 좌상을 중심으로 한 기존질서 세력의 결속이나 정조의 새 인재를 찾는 과정처럼 말이지요. 
금등지사와 개혁군주 정조의 꿈
금등지사에 담긴 비밀과 진실은 금등지사가 아닌 금등지사에 담긴 뜻에 있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열 새 항아리들이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 말입니다. 새로운 미래를 위해서는 기존의 틀속에 갇힌 인물들이 필요하지 않았어요. 정조가 잘금 4인방에게 그토록 집착했던 이유는 이들에게는 당파의 틀, 구 시대적인 틀이 없었기 때문이죠. 정조는 성균관 복시시험을 주관하면서, 선준과 윤희를 보고 알았습니다. 정조가 낸 시제 인(仁)과 지(知)를 넣어 출사의 뜻을 답하라고 했을 때, 윤희의 답안은 자신이 거벽을 하기 위해 과장에 왔다는 것을 고백하는 내용이었고, 정조가 분노했었지요.
그때 윤희의 답지는 "거벽하려고 과장에 들었습니다. 관원이 될 만큼 어질지 못하기에 출사할 자격이 없다"라고 적혀 있었지요. 정조는 거벽을 세운 자가 누구였느냐고 진노했고, 이 때 이선준이 자신이 윤희를 거벽으로 세웠다고 밝혔지요. "깊은 심덕을 지녔으나, 한미한 가문과 당색으로 과장에 서지 않겠다 하여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이지요. "만약 김윤식의 필력으로 합격하지 못한다면, 실력이 아닌 가문과 당색이 인재를 얻는 기준이라면, 그것이 진정 이 나라 조선의 오늘이라면, 소생 또한 출사하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도성에 자자한 이선준의 실력, 생각마저 반듯한 이선준은 정조가 세우고 펼치고 싶은 새나라를 위한 인재였지요. 그리고 그런 이선준의 눈에 비친 김윤식(윤희)이라면, 그 또한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 여겼고, 윤희의 거침없는 답변을 통해서도 정조는 알았지요. 이들이야 말로 조선의 미래라는 것을 말이지요. 한 마디로 멋진 주군의 눈을 뿅가게 했던 인물들이었다는 것이지요.
정조가 잘금 4인방에게 금등지사를 찾게 하고 싶었던 이유, 그것은 금등지사가 단지 사도세자를 그리워 하는 선대왕(영조)의 회한이 담긴 회고록이기 때문은 아니었어요.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노론에 대한 복수때문도 아니었고요. 그것은 화성천도를 하고자 했던 정조의 새로운 나라를 열고자 한 꿈때문이었어요. 말년에 가서 영조가 후회하고 걱정했던 것은 죽인 자식이 아니라, 당쟁으로 얼룩진 조선의 미래였어요. 그 과정에서 사도세자 역시 희생당했다는 것에 대한 회한도 담았던 것이었지요. 정조가 금등지사를 찾아 영조의 유훈을 지키고 세우고자 함도, 영조가 남긴 유훈과 새로운 조선을 열려는 정조의 꿈이 맞닿아 있기 때문이지요.
조선의 왕들 중 암행을 가장 많이 나갔던 왕이 영조와 정조였다는 것을 보아도, 백성에 대한 위민정치의 이상이 차고 넘쳤던 왕들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윤희가 금등지사를 찾기 위해 종묘를 갔을 때, 그곳에 금등지사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금등지사가 있던 처음 자리는 세종대왕과 소헌왕후의 위패가 모셔진 자리였지요. 규장각의 학자들과 밤을 세워가며 한글 창제에 몰두했던 세종, 과학을 비천한 학문으로 여기고 멸시했던 사대부들, 한문을 숭상하는 사대주의자 사대부들의 거센 반말을 무릎쓰고, 백성을 위한 글을 만들었던 세종은 시대를 앞선 군왕이었습니다. 백성을 이롭게 하는 것이 정치의 근본이라는 것을 실천했던 세종의 신위 아래에, 처음에 금등지사를 둔 것은 당연한 일이었겠지요.
금등지사는 없다, 시대를 앞선 사람들의 희망
성균관 스캔들 18강을 보면서 잠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금등지사가 존재하는가? 존재했을 수도 있고, 꾸며낸 허구일 수도 있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드라마 속에서의 금등지사는 기록된 문서라기 보다는, 썩은 조선, 변화를 두려워 하는 정체된 조선을 이끌고 있는 당쟁정치를 경계하는 위협수단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금등지사가 세상에 밝혀질 것을 두려워 하는 이들은 수구주의자 노론들이에요. 이들은 조선의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수백년을 누리고 온 사대부라는 기득권이 무너지는 것을 원치 않지요. 때문에 이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두려워하고 거부합니다. 자신들이 누리고 온 세상이 와해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런 사대부들의 기득권에 정조가 맞짱을 뜨고 있는 것이지요. 금등지사를 둘러싼 정조와 노론의 줄다리기는 표면적으로는 왕권과 신권의 대립같아 보이지만, 정조의 뜻은 왕권강화에 있지 않습니다. 왕의 절대권력을 위한 왕권강화가 아닌, 백성들을 위한 대동세상을 열어주기 위한 강한 왕권을 원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정조의 새정치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구시대적인 정치세력이었으며, 구시대적인 지배논리였습니다. 금등지사를 통해 경고하고자 하는 것은 가장 큰 이익집단인 사대부와 관료들, 노론을 지칭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노론뿐만이 아니라 소론과 남인까지도 포함되는 지배논리였습니다. 백성의 위에 있는 관료, 백성을 섬기는 관원이 아닌, 백성으로 부터 섬김을 받는 지배의식의 혁파를 말하고자 했던 것이지요. 정조가 꿈꿨던 세상은, 가장 낮은 자로부터 가장 높은 자에 이르기까지 기회균등의 세상이었고, 신분과 빈부가 없는 대동세상이었습니다. 이상주의적인 국가관이었지만, 정조는 세종과 마찬가지로 시대를 앞선, 아니 혁명적인 세상관을 가진 인물이기까지 합니다. 
잘금 4인방이 찾는 금등지사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금등지사는 유형의 문서라기 보다는 무형의 가르침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있지만 모습이나 형태는 없는, 그것을 글자로 표현하면 희망, 미래, 혹은 가르침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요. 금등지사가 숨겨져 있는 비밀장소에 대한 힌트, 배움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 이 두가지의 단서는 잘금 4인방이 찾았던 성균관 내의 어느 장소일 수도 있고, 종묘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성균관을 들어서는 문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날 걸오가 윤희를 나무위로 데리고 가서 했던 말이 있었지요. "여기 오면 반궁의 숨소리가 들린다. 그 인간이 알려줬어. 성균관의 문은 임금이 있는 궁이 아니라, 조선에서 가장 천하다 멸시받는 반촌을 향해 나 있다는 것". 걸오에게 그 말을 해줬다는 한심한 인간은 걸오의 형 문영신이었고, 당시 문영신은 성균관 장의였었지요. 그리고 김승헌박사와 함께 금등지사를 운반하다 죽었던... 걸오의 말에서 힌트를 찾으면 배움이 향하는 곳 성균관, 반촌을 향해 나있는 성균관의 문이 금등지사가 숨겨져 있는 비밀장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나라의 시작은 백성에게서 시작되고, 백성이 없으면 나라로 성립할 수 없기 때문에 말이지요. 
잘금 4인방의 꿈, 새로운 세상을 향하여
금등지사의 유무는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성균관의 문에 금등지사가 숨겨져 있을 수도 있지만, 18강을 보면서 금등지사는 없다라는 쪽에 더 무게가 실리더군요. 정조 역시 금등지사를 찾는 과정에서 김승헌의 서찰에 담긴 뜻을 곱씹어 보게 되지요. 정박사와 나누는 대화에서도 그 깨우침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과인은 그 밀지가 성균관 박사 김승헌이 남긴 마지막 수업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군. 배움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 그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싶었는지 궁금하다"라는 말을 하죠.
김승헌은 재주많은 딸아이가 재주를 펼칠 수 없는 세상이 원망스러웠고, 한이었어요. 성균관에서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수많은 유생들, 그곳은 자신의 재주많은 딸은 하늘이 두 조각이 나도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어요. 조선의 사회가 그러했기에요.
김승헌의 밀지를 통해 알리고자 하는 금등지사의 의미는, 딸 윤희와 같은 인재, 집안과 당파의 힘이 좌우하는 출사의 길, 그래서 한미한 가문의 인재들에게는 등용문의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 하는 정체된 조선, 그런 조선의 체제와 지배질서가 계속되는 한 조선의 미래는 없고, 희망이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주많은 딸자식도 재주를 펼 수 있는 세상, 성균관의 뜻처럼 배움의 기회도, 출사의 기회도 균등한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말을 오랜 글 벗 정조에게 남긴 것이지요. 개혁군주 정조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미래의 교육을 말했고, 인재의 중요성을 말했고, 개혁과 기회균등의 세상을 말했던 것이지요.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인재들이 모인 곳, 성균관이야 말로 새로운 조선의 꿈이 시작되는 곳이었습니다.

금등지사의 비밀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조선을 여는 대들보,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듯이, 배움이 향하는 성균관은 조선의 미래를 담은 요람이지요. 미래 관원들을 키우는 곳, 학문과 이상을 키우고 배움을 펼치기 위해 내딛는 첫발, 그곳은 반촌으로 연결되는 가장 낮은 사회였습니다. 임금이 있는 궁궐이 아니라, 백성들을 향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즉 임금을 섬기는 관원이 아닌, 백성을 섬기는 관원이 되어야 하며, 그 시작이 인재양성과 배출의 핵심기관 성균관에서부터 시작되고, 구심점이 되어야 함을 말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백성의 고혈로 공부한 유생들의 빚, 그 고혈을 갚는 길은 백성들에게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엄동설한 추운 겨울 손 호호 불며, 마루에서 글공부를 하던 딸 윤희를 위한 세상이기도 했었고 말이지요.
재주많은 딸아이를 위해 아버지 김승헌이 꿈꿨던 세상, 반촌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백성을 위한 관원이 되고 싶었던 문영신이 걷고자 했던 길을 윤희와 재신이 뒤따릅니다. 반쪽짜리 양반의 설움과 아픔을 화려한 도포자락 속에 숨겨야 했던 여림을 제대로 살아보고 싶게 하는 열망, 구시대의 사고와 기득권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아버지의 세상을 바꾸고 싶은 선비의 이상과 꿈을 구용하와 이선준이 펼치려고 합니다. 새로운 조선을 항한 길, 그 길을 지금 잘금 4인방이 걸어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시대 우리에게 손짓합니다. 그 열망과 희망을 함께 하자고 말이지요. 

* 이 글은 금등지사의 비밀에 대한 생각정리입니다. 성균관스캔들 드라마 속에 흐르는 감동과 메시지가 너무나 가슴벅차게 전해와서 정리해 봤어요. 재미있는 드라마 리뷰는 다시 올릴게요. 한꺼번에 얘기하기에 할말이 너무 많아서 말이죠. 선준과 윤희의 사랑, 걸오의 마음과 윤희의 아버지에 대한 마음, 김승헌의 딸에 대한 마음 등등은 드라마 내용리뷰글로 올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하셨다면 아래의 추천손가락 View On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6 Comment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