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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27 '무한도전' 냉철한 김태호 피디, 빙고특집 한 이유는? (46)
2010.09.27 06:41




사행성 조장이라는 논란에 휩싸인 무한도전을 보며 솔직히 씁쓸합니다. 돈을 걸지 않았기 때문에 사행성이 아니라는 옹호의 글, 안방에서 버젓히 화투를 치는 모습을 여과없이 보냈다는 것에 대한 비난이 팽팽하지만, 제 눈에도 그 모습이 과히 유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화투 치는 장면때문에 유쾌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고, 그보다는 인간깔판이라는 모욕스러울 수 있는 장면을 웃으며 보기에는 불편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김태호 피디가 이런 비난이 나올 것을 예상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그 장면을 김태호 피디가 편집없이 내보낸 것이 정준하를 위해서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화투장면을 신정환을 빗댄 풍자라고 보는 분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신정환 도박의혹 사건이 터졌을때, 정준하의 이름이 거론되었던 것에 대한 정준하를 위한 배려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엎드려서 멤버들이 화투를 치는 모습을 보지도 못하고 당하고만 있는 정준하를 보니, 그 상황이 필리핀에 있지도 않았던 정준하를 봤다고 인터넷에 허위사실이 유포되었던 것이 생각났거든요. 다행히 손스타가 그 날 정준하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함께 있던 인증사진을 올림으로써 소문은 진화되었지만, 정준하가 억울해서 미치겠다고 심경을 토로했던 것에 대한 김태호식 위로방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제 한 기사에 사행성논란이라는 무도관련글이 떴더군요. 글발행을 미루고, 제가 뭔가를 놓쳤나 해서 무한도전을 다시 봤습니다. 그리고 사행성이라고 몰아가기에는 억지감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정준하에 대한 부분을 첨가해서 오늘에서야 글을 올렸습니다. 사행성 논란보다는 인격모독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것이 오히려 논란거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람의 몸이 웃음 소재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항상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 같아요. 예능이기에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재미있었다 라는 의견도 있는 반면, 가학성과 인격모독의 도덕적 잣대로 보자면 비판의 여지도 충분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따지자면 매운 짬뽕을 먹고 속이 뒤집어지는 쓰라린 고통을 체험하게 하는 것도 가학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요. 1박2일의 복불복 게임이 가학적이라는 비난과 재미라는 의견이 팽팽한 것과도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이번 빙고특집 서울 한바퀴돌기를 보고 솔직히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레슬링으로 고생한 멤버들을 위한 몸보신용 특집이라고 했으면서, 뜬금없이 각자에게 했으면 하는 벌칙들을 써보라는 제작진의 요구는 앞뒤가 맞지 않았거든요. 시간은 정신없이 흘렀고, 다양한 벌칙이 몇개나 진행되었는지 조차 세지 못하고 봤습니다. 무한도전만의 특별한 도전의 내용은 없었습니다.
팀을 나누는 과정에서 노홍철에게 연거푸 지면서, 에이스 멤버들을 모두 빼앗겨 버린 박명수의 반전은 큰 웃음을 주었지요. 가위바위보에서 처음 이긴 박명수가 노홍철을 지목해 버린 반전을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싶더군요.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도 있듯이, 박명수는 게임룰을 정확하게 이용했던 것이지요. 노장은 살아있다는 것을 한방에 보여 주었습니다.
이번 빙고특집은 무한도전 멤버들의 벌칙 퍼레이드 특집같았습니다. 의미없이 그저 웃고 즐기는 원초적인 웃음만을 늘어놓은 김피디의 의도가 처음에는 선뜻 읽혀지지가 않았습니다. 레슬링 특집으로 지쳤던 멤버들을 위한 일종의 선물 기획방송이었는데, 몸보신용으로 줄 한우선물세트 외에는 멤버들을 위한 것인지 잘모르겠더군요. 논란거리가 된 고스톱 화투판에다 길의 입냄새 벌칙, 개구기를 낀 무도벰버들의 적나라하게 드러난 구강구조와 줄줄 흐르는 타액을 보는 것은 재미는 있었지만, 유쾌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길의 입냄새 벌칙은 입냄새로 온천하에 지저분한 웃음을 주려는 것을 감수하는 모습이 바보스럽게 보일 지경이었습니다. 인격적인 모독까지 감수한 경우는 길뿐만이 아니었어요. 화투용 깔판으로 내 준 정준하의 등판은 재미와는 별도로 엎드려 벌받고 있는 모습을 보는 느낌이 들어서, 얼굴은 웃는데 마음은 불편한 그런 장면이었습니다. 자신의 등판 위에서 아무 상황도 보지 못한채, 엎드려서 다른 사람들이 웃고 즐기는 것을 보고 있는 정준하의 심정이 속으로는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은 생각을 할 것도 같더군요(이 부분에 대해서는 위에 그 숨은 의도를 첨언했습니다).
유재석의 제자리 걸음이라는 기사 보도자료까지 김피디의 편집은 잔인하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힘들 때마다 억지기부라고 겸손해 하지만, 박명수의 통큰 지갑으로 위기를 기부의 모양새로 회복시켜 주기도 했던 제작진이었지요. 이번 레슬링 특집에서 박명수의 몸사리는 모습으로, 인기 하락세에 비난까지 받았던 박명수를 위한 기습공격도 명수옹을 위한 배려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사실 12만원 정도를 쓰고 기부 개선장군이다 라고, 칭찬을 해주기에는 겸손한 규모였지만 말입니다. 돈의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영문도 모른채 동네를 지나던 주민들, 학생들, 어린아이들이 명수옹이 쏘는 만두와 찐빵을 얻어 먹었다는 것만이 그날 소소한 즐거움이었을 겁니다.
여의도에서 5분간 새된 하하에게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았던 것, 구원투수로 길이 합류해서 물구나무 서기로 시민들의 얼음땡 얻기 미션을 성공시켜 주려고도 했지요. 억지성공으로 미션 자체는 실패, 하하와 길에게는 응원차원에서 박수만을 보내줬을 뿐입니다. 하하의 현재와 무리수 길의 적나라한 모습을 여과없이 보냈습니다. 힘내가고 있는 꼬마하하를 위한 격려였지요.
앙숙의 이미지 박명수와 정준하의 닭살 하수커플의 뽀뽀행각은 예능이기에 웃으며 볼 수 있었던 파격이었습니다. 하지만 방송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가장 하기 힘들어 하는 박명수와 노총각 정준하를 닭살 커플로 엮은 것은 두 사람에게는 굴욕이었을 것입니다. 더구나 하수커플의 그 어색한 만남의 대명사처럼, 서로 팀이 되기를 거부하는 컨셉을 잡는 두 사람에게는 더욱이나 수행하기 힘든 미션이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예상외로 두 사람이 공공장소에서 뽀뽀를 쪽쪽하는 모습에, 정준하에게 포근히 안겨있는 모습까지 연출하는 박명수의 인내심도 대단했지요. 레슬링 편에서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질책을 받은 박명수의 심기일전 모습으로까지 비춰져서 가상할 정도였습니다. 연기하는 박명수와 정준하는 곤욕이었겠지만, 보는 시청자에게는 웃음 빵 터졌습니다.
굴욕은 하수커플의 닭살애정 행각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홍대거리 여성복 가게에서 쇼핑하고, 워킹하기 미션으로 신개념의 패셔니스타로 태어난 유재석과 정형돈은 웃긴 분장과 의상으로 몸개그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연말 시상식에서 쫄쫄이 스키니진을 입고 나가겠다는 공약까지 해버렸지요.
이번 빙고 특집을 보면서, 두가지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재미는 있는데 불편하다는 것이었어요. 불편하다는 의미는 멤버들을 그렇게 까지 연예인이라는 이미지를 아랑곳하지 않고, 굴욕스러울 정도까지 벌칙을 줬어야 했나 싶었거든요. 그렇다고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웃고 즐기는 예능으로 본다는 마음이었으면 대박이었고, 태클을 걸자고 죽자고 달려들면 레슬링 특집이후 무도에 쏟아졌던 감동들이 죄다 실종된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5년간 무한도전을 기획해 온 김태호 피디가 이런 비난을 예상하지 못하고 기획한 걸까요?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김태호 피디가 하나의 아이템을 기획하면서, 어떤 아이템에서는 비난이 난무할 것이다, 호평을 받을 것이다 라는 것을 계산하지 못할 바보겠습니까? 오랜 시간 무한도전을 봐오면서 김태호 피디가 이런 반응은 예상했을 거라고 짐작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멤버들 모두에게 굴욕의 잔치가 돼버린 이번 빙고특집을 한 이유는 두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은 김태호 피디가 무도멤버들을 위해 숨고르기 휴식시간을 준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태호피디는 철저하게 무도멤버들을 위한 프로레슬링 후속 기획을 했던 것입니다. 빙고 특집에서의 벌칙들은 멤버들을 위한 것이었어요. 멤버들을 평균이하의 남자들의 자리로 돌아오게 망가뜨리는 것이었습니다. 
레슬링 특집 이후 무도 멤버들은 과장해서 말하면 영웅처럼 떠 받들어지고 있습니다. 1년간을 준비한 레슬링 특집, 그리고 부상투혼, 구토투혼, 링거투혼으로 이어진 WM7 프로레슬링 도전기는 예능사상 유례가 없는 도전으로 큰 반향과 화제를 일으키며 폭풍눈물, 감동눈물을 흘리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무도멤버와 무한도전 제작진에게 분명 좋은 일이지만, 역으로 앞으로 시청자의 엄청난 기대감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지요. 저 역시도 이제는 웬만한 도전으로는 무도의 도전에 레전드라는 이름을 달아주기 힘들 것같은 생각마저 들었으니까요.
더 큰 감동, 더 대단한 도전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멤버들에게도 큰 부담이겠지만, 제작진의 입장에서도 큰 부담입니다. 그리고 김태호 피디는 영리하게 부담감을 털어 내주려고 했습니다. 서울 한바퀴 돌기 빙고특집은 그런 취지에서 진행된 김피디의 영리하고도 냉철한 선택이었습니다. 제작진의 입장에서가 아닌 무도멤버들의 부담감을 털어주는 것부터 시작했지요. 바로 영웅으로 극찬받았던 자리에서 과감하게 멤버들 모두를 굴욕적으로 보일정도로 망가지게 해버린 것이지요. 오만과 자만에 안주하지 말자는 김피디의 회초리였고, 노련한 장거리 달리기 선수의 성공적인 완주를 위한 힘의 안배였습니다.

그러면서도 김태호 피디는 촌철살인의 자막풍자도 잊지 않았습니다. 박명수의 기습공격에서 잊지 않고 넣어준 센스자막 '전시상황에서의 전시행정', 저는 그말이 아주 실감나게 와닿더군요. 위기때나 선거철마다 민생시찰을 나가 전시적으로 보여주는 연례행사하는 정치인들의 모습과 겹쳐져서 의미있게 다가 오더군요. 물론 김피디가 애초부터 의도적으로 기획한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박명수가 앞뒤로 비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박장군의 위상을 살리기 위한 무도의 애정으로 기획되었음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추석에 기습공격한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입은 수재민에게 분통터지는 일이 많아 걱정이었는데, 복구비용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전시행정을 보면서 씁쓸했거든요. 그냥 혼자 그런 생각을 했네요. 김피디 점쟁이 아냐? 이런 생각말이지요. 개구기 낀 멤버들이 잇몸까지 드러낸 것처럼 분명히 수재민들에게 복구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했는데, 지자체가 집행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원성이 자자 하더군요. 개구기 낀 유재석과 노홍철의 까다로운 주문도 다 알아듣던데, 왜 못알아 들었을까요?
이번 빙고특집에서 멤버들을 보면 하나같이 굴욕으로 망가졌다는 것이 눈에 띕니다. 이렇게까지 멤버들 모두를 망가지게 한 경우는 지금까지 무도방송분 중 처음입니다. 입냄새 길, 도심 한가운데서 알아주는 이조차 드문 굴욕을 당한 박제된 새 하하, 제자리 걸음 유재석, 몸이 재산이 정준하(이번에는 등판이 희생당했죠), 미친존재감 이모패션 정형돈, 억지기부왕 박명수, 이름이 뭐더라 턱주가리 하관 노홍철, 개구기를 낀 경악스런 모습 등등 가지가지 굴욕만을 모아 보여 주었지요.
이유는 하나에요. "초심으로 돌아가자". '무한도전은 모자란 남자들의 좌충우돌 도전기이며 웃음이다, 입냄새가 되었든, 화투판이 된 등짝이 되었든, 적나라한 엉덩이 라인이 되었든 철저하게 망가뜨림으로서, 레슬링 영웅에서 개그맨의 자리로 돌아가라. 아직 도전할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빙고특집을 한 또 하나 이유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자신들의 필살기로 일종의 시청자와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 감사인사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한도전은 레슬링 특집에 대해 뜨거운 관심과 격려,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시청자와 팬들에게 어떤 모습으로라도 감사의 답례를 하고 싶어했던 것 같더군요. 빙고특집에서 벌칙으로 나온 것들 중 준하의 화투판과 길의 입냄새 외에는 대부분의 벌칙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이뤄졌지요. 그리고 멤버들은 많은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한턱 멋지게 쏘는 기부장군의 모습으로, 팬미팅의 모습으로 장사진을 이뤘지만 이름모를 시민이 먹은 잔반을 처리하기도 하고, 그리고 개구기를 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커피숍에 들어서기도 했지요. 유재석과 정형돈은 꼭 끼는 여성옷을 입고 홍대거리를 걷기도 했고, 박명수와 정준하의 뽀뽀 애정행각 등등 거리를 나선 멤버들은 말 그대로 아낌없이 구겨져 주었지요. 해석이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겠지만, 예능에서 웃음보다 더 큰 팬서비스가 어디 있겠어요.

레슬링 특집이 끝나고 무한도전은 알게 모르게 내부적으로 외부적으로 보다 더 강한 것, 보다 강한 도전에 대한 암묵적인 요구를 받아왔을 겁니다. 그보다는 멤버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팬들의 항의와 걱정이 더 많았던 것도 사실이고요. 저 역시도 무도멤버들의 무모하리 만치 위험한 도전보다는 몸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무도에 대한 다음 도전에 대한 기대치가 커져 버린 것도 사실입니다.
무도에 대한 관심과 호응, 비판까지도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나오는 말들이겠지요. 레슬링 특집은 4천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물로 치뤄진 경기였지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장기 프로젝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지난 주 추석특집으로 산내리를 방문해서 어르신들과 편한 시간을 가지며, 무도멤버들에게 겸사겸사 휴식을 가지게 했지요.
그리고 이번 빙고특집은 무도멤버들에게 뜨거운 애정을 보여준 시청자들과 팬들에게 장소, 시간, 소품 불문하고 웃음으로 답례하고픈 무도멤버들의 답례방송임과 동시에, 레슬링 특집이후 높아진 기대로 부담감이 커져 있을 무한도전 멤버들을 평균이하 남자로 숨고르기 시켜주기 위한 김피디의 영리한 선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평균이하 남자들이 될 수 없는 무도멤버들은, 특출난 남자들은 아니지만 특별한 남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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