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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31 07:45




2회 연속으로 방송한 나쁜남자를 보고 지금까지 혼란스러운 퍼즐조각들을 꿰 맞추고 있느라 머리카락이 다 빠진 느낌입니다. 그동안 드러난 조각들로 그림을 완성해 가고 있던 그림판이 헝크러져 버린 탓에 다시 퍼즐조각을 맞춰야 했거든요. 결말을 향해 가면서 드마라를 보며 혹시?라고 의심했던 것들이 드러났는데요, 우선 심건욱이 홍회장의 친자일 가능성에 대한 부분입니다. 이 의문에 대해서는 나쁜남자에 흐르는 암울한 분위기가 애초부터 그 가능성을 열어두었기에 큰 충격은 아닌 것 같아요. 홍회장을 처음 만나던 날 심건욱과 홍회장 사이를 흐르던 알 수 없는 따스한 기운들이 그걸 말해주었고, 심건욱의 흔들리는 눈빛에서 조금은 가능성이 비춰지기도 했지요. 
또한 가장 의문스러운 두 사람, 집사 은부장과 김비서실장의 분위기가 건욱의 정체에 대한 결정적인 비밀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뉘앙스를 계속 흘려왔기에, 이 두사람을 통해 결정적인 비밀이 터져 나오리라는 것은 예상되었던 일이었죠. 문제는 심건욱을 병원에서 빼돌린 의문이 보호자와 두사람 모두 관련되어 있는지, 은부장 혼자의 일인지가 밝혀져야 할 비밀이 될 것 같습니다. 

혼란의 시작, 심건욱이 홍회장의 진짜 아들 홍태성이다?
심건욱의 불행은 신여사가 저지른 20년전의 진실로 거슬러 갑니다. 여기서 먼저 맞추고 가야할 퍼즐조각은 심건욱이 홍회장의 진짜 아들인지 아닌지에 대한 것입니다. 이 문제는 현재의 홍태성(김재욱)과도 연관되는 문제이기에 복합적으로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체적인 드라마의 분위기는 심건욱이 진짜 홍회장의 아들일 가능성이 90%이상은 돼 보이입니다.
그 이유는 신여사가 건욱을 20년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죽이려고 하는 이유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건욱이 진짜 홍태성이 아니었다면, 신여사가 그렇게까지 심건욱을 죽이려들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물론 유전자 조작을 해서 가짜 홍태성을 만들었다가, 진짜 홍태성이 나타나자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건욱의 벙어리 부모까지 죽였다는 알리바이는 어느 정도 타당성은 있지만, 벙어리 부모를 죽여서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 했다는 이유가 그렇게 절박하지만은 않아 보이거든요. 홍회장이 설사 신여사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 가짜 홍태성을 집으로 들여왔다고 할지라도, 이 문제로 홍회장과의 결별까지 초래할 정도는 아니었을 거라는 겁니다.
또한 지금의 홍태성(김재욱)이 진짜라면 신여사가 수수방관하고 있었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지요. 지금의 홍태성이 가짜라는 것을 신여사가 알고 있기에, 혹여 홍태성이 해신의 차기 후계자가 되거나, 지분이 커지려고 한다면 홍회장의 아들이 아니라는 진짜 유전자 검사결과를 제시하고, 홍태성을 쫓아낼 수 있기에 신여사의 홍태성에 대한 경계는 느슨할 수 밖에 없었을 거라는 거죠.
결국 만약 지금의 홍태성이 가짜라면, 가장 불쌍한 사람이네요. 이도저도 아닌 낙동강 오리알이니 돈이나 몇 푼 받고 해신가에서 떨어져 나갈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건욱이 진짜 홍태성이라고 한다면, 드라마의 파장은 상당히 클 것입니다. 해신가를 향한 건욱의 복수가 진실을 몰랐기에 가능했다라고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그 패륜성과 막장적인 질타를 피하기는 어렵기 때문이지요. 제작진이 이런 논란에 대한 보험은 들어 두었지요. 건욱이 모네에게 남자로서 한 번도 다가서지 않은 점, 건욱이 모네를 사랑하지 않았음을 드라마에서 쉼없이 보여주었고, 질타는 여동생의 남자와 바람난 유부녀 태라와 건욱의 불륜으로 초점을 맞췄고요. 그리고 14회에서 홍태라가 홍회장의 친딸이 아니라 신여사의 전남편딸이라는 점을 들어 근친의 문제에서는 비껴갈 보험을 든 셈이지요. 태라가 홍회장의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이 시점에서 밝힌 것 역시 심건욱이 진짜 홍태성이라는 반전을 위한 복선이 되는 셈이고요.

혼란 1, 흔들리는 태라
나쁜남자에 해피엔딩은 드라마 제목에서, 그리고 심건욱의 복수극이라는 점에서부터 기대하기는 어려운 부분입니다. 순수한 첫사랑 모네는 언니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사실에 상처투성이로 유학을 떠났고, 처음으로 열병같은 사랑에 모든 것을 던져 버린 태라는 건욱의 사랑이 진심이었는지에 대한 혼란으로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태라에게 박검사와의 이혼은 애정없는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것에 대한 홀가분함으로 오히려 편안해졌을 겁니다. 하지만 건욱이 해신그룹을 목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했었다는 사실은 태라가 송두리째 무너져 버릴 만큼 큰 충격이에요. 
그럼에도 태라는 건욱의 사랑을 놓지 못합니다. 건욱의 집에서 마주친 재인에게 태라답지 않게 질투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낼 정도로 태라는 건욱을 끝까지 붙들려고 합니다. 모든 것을 다 걸고 싶을 만큼 건욱을 향하는 마음을 포기하지 못하는 태라가 자신이 처음 온 건욱의 집인데 재인이 알고 있었다는 것에 거침없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냅니다. 재인에게 태성에게나 잘해 주라면서 "자기 애인이 다른 남자 집에 오는 것 좋아할 사람 없으니까"라고 한 말은 내 애인 집에 드나드는 재인씨가 못마땅하다는 뜻이었지요. 그리고 건욱이가 돌아오면 결혼할 것이라고까지 못을 박습니다. 
태라는 지금 질투와 의심으로 무너지고 있는 거에요. 건욱이 자신을 사랑했던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라면, 태라에게 처음으로 다가온 불꽃같은 사랑이 다 무너져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죠. 재인이 돌아가고 태라는 건욱이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했을 거라고, 건욱에 대한 의심을 애써 부정하려고 합니다. 건욱이 자신을 바라보던 뜨거운 눈빛, 엘리베이터 안에서 태라를 꼼짝 못하게 했던 건욱의 손, 가면무도회에서 당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해주던 건욱, 그리고 사랑해서 미안하다는 말까지, 건욱의 눈빛, 표정, 말 모두 태라를 향한 진심이었다고 말이지요. 
태라가 확인하고 싶은 것은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지에 대한 건욱의 대답이에요. 건욱의 말이라면 태라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 건욱만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태라가 신여사에게 "나, 그 사람 사랑해요. 해신도 아버지도 엄마도 포기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사람은 절대 포기 못해요" 라고 말했던 것처럼요.
그런 태라에게 세상이 흔들리는 듯한 믿을 수 없는 말이 들립니다. 신여사로부터 건욱이 20년전에 파양되었던 또 다른 홍태성이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태라는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태라를 비추는 카메라가 쉼없이 위아래로 흔들렸던 것처럼, 태라의 모든 것이 흔들리는 순간입니다. "그 착하고 순진하고 여린 아이가... 그럴 리가 없다"며 눈물만을 흘릴 뿐이지요. 

혼란 2, 건욱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 재인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태라처럼 재인 역시도 혼란스런 감정과 싸우느라 힘이 듭니다. 결혼할 여자라며 홍회장의 병실로 재인을 데려간 홍태성, 재인이 가지고 싶은 것을 얻었지만, 재인의 표정은 기쁘지 않습니다. 마음은 온통 나타나지 않아 걱정되는 건욱에게로 달려가 버립니다. 건욱의 집에서 마주친 태라가 건욱과 결혼할 것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재인은 깨닫게 됩니다. 건욱을 진짜로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말이지요.
건욱이 교통사고를 당했었다는 전화에 병원으로 달려간 재인은 죽은 심건욱을 누군가 데려갔다는 말을 듣게 되지요. "해신에서 심건욱이가 홍태성인 걸 알리도 없고" 라며 말을 흘리는 곽반장으로 인해 재인은 건욱이 누구인지 알게 됩니다. 건욱의 집 비밀의 방에 빼곡하게 붙여진 해신가 사람들과 정보들, 건욱이 왜 해신에게 집착했는지 알게 된 재인입니다.
재인 역시도 건욱에 대한 퍼즐조각들을 맞추느라 혼란스럽습니다. 죽은 최선영의 죽음과 그 애인이었던 홍태성에 대한 분노,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건욱이 언젠가 입앙되었다가 쫓겨나기도 했고, 홍태성의 모든 것을 빼앗아 버리고 싶다며 해신이라는 껍데기를 쓴 인간들 다 밟아버리겠다는 건욱의 말이 이제서야 이해가 되는 재인이에요.
병원에 기대어 처음으로 재인이 건욱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더군요. "빨리 나와, 미안해. 빨리 나와. 미안해, 보고싶어...". 건욱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던 것이 미안했고, 버림받은 건욱의 상처를 이제서야 보게 되었고, 그리고 자신이 진짜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건욱이라는 것을 알게 된 재인입니다. 온몸에 붕대를 칭칭감고 나타난다 해도, 설사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해도, 재인은 건욱이만 눈앞에 나타나주길 바랄 뿐입니다. 처음으로 기대면 편하다고 느껴졌던 사람, 왜 건욱이 자신에게 머리를 기대고 잠들고 싶어했는지, 기대고 쉬고 싶었던 건욱의 진심 역시 자신의 마음과 같은 사랑이었음을 이제서야 깨닫는 재인입니다.

혼란 3, 죽음의 예고장 피묻은 라이터, 신여사의 죽음암시?
샤우팅 신여사에 대해 집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네요. 신경쇠약증세를 보이는 신여사에게 계속적으로 전달되는 심건욱의 피묻은 라이터는 신여사를 공포와 불안에 이르게 합니다. 신여사와 은부장, 그리고 김실장과의 서로 속고 속이는 퍼즐조각은 크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비극이 신여사에게서 비롯되었고, 그 죄값을 20년이 지난 후에, 현재 저지른 죄로 인해 과거의 죄까지 처벌받게 될 신여사의 파멸과정이에요.
신여사에게 배달된 심건욱의 피묻은 라이터는 왠지 신여사의 죽음을 의미하는 예고장같아 보이더군요. 20년전 벙어리 부부를 죽이라고 사주한 살인교사죄에 이어, 심건욱을 교통사고로 위장해 죽이려고 한 죄목까지 신여사는 살인죄를 피하지 못하겠지요. 아마 살아있는 심건욱은 신여사의 죄를 입증하는 가장 명백한 증거가 되겠지요.
신여사가 자신의 죄목이 다 드러났을 때, 순순히 감옥으로  갈 것 같지는 않아요. 이런 사람들의 드라마 속 종말을 보면 스스로 혹은 실족사 당하는 일이 과반수라 신여사의 죽음이  예상되더라고요. 바로 공포로 인한 자멸입니다. 약먹고 미쳐 흥분하다가 삐그덕 넘어지면서, 그 길로 황천길로 가버릴 수도 있고 말이지요. 자살을 택할지 실족사와 비슷한 죽음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신여사가 받을 죄값은 참혹하고 처참한 모습일 것이고, 그녀의 파멸과 죽음이 동정을 받을 수조차 없는 죄악이기에 어쩌면 심건욱의 복수극 중 가장 성공적인 그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녀가 저지른 죄악의 댓가이기에 그녀가 그토록 자랑스러워 하는 해신가 사람들마저도 신여사의 죽음을 슬퍼할 수 없는, 동정도 위로도 받지 못할 죽음이기 때문이지요. 법의 심판도 있지만, 피묻은 라이터를 보니 저는 왠지 신여사의 죽음이 감지가 되네요.

혼란 4. 심건욱이 사랑한 여자는?
드라마에서 건욱의 감정선을 수십가지로 보여준 김남길, 나쁜남자를 통해 김남길의 감정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뛰어났다고 생각해요. 분노와 복수의 감정, 연민과 슬픔, 그리고 세 여자를 향한 사랑의 감정까지 완벽하게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는 김남길로 인해 심건욱이 누구를 사랑했을까?에 대한 답마저 항상 애매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철저하게 작품속의 인물이 되어버리는 김남길은 나쁜남자에서도 심건욱 한 사람만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지요. 모네의 심건욱, 태라의 심건욱, 재인의 심건욱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완벽하게 1인 3역을 해냈으니까요. 
15회에서 저는 심건욱이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마음 속 여자를 드러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심건욱의 사랑은 처음부터 끝까지 문재인입니다. 병원으로 후송되는 과정에서, 심건욱에게 전기충격으로 심폐소생술을 하는 동안 심건욱의 머리속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 장면이 문재인과의 추억들이었어요.
자신을 홍태성이라고 오해하고 커피를 쏟으며 작업걸던 기억, 일본에서 류선생의 강의를 듣던 모습, 잡아주지 못하는 자신때문에 흔들리고 우는 재인, 그리고 복수도 분노도 해신도 모두 잊고 어깨에 기대어 편히 잠들고 싶어지던 재인의 어깨 등이 파노라마 영상처럼 심건욱 마음을 연결된 필름처럼 보여 주었지요. 숨이 끊어져가는 상황에서 건욱의 머리에는 온통 재인의 얼굴만이 떠오르고 있더라고요. 
태라에 대한 마음은 글쎄요? 저는 사랑보다는 연민의 감정이 더 컸다고 생각해요. 파멸시키고 싶었지만, 한 때는 누나였고, 가족들 중 가장 따뜻했던 태라를 자기 손으로 파멸시켜야 한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태라의 황폐한 결혼생활에 대한 연민...

혼란 5. 태라는 건욱에 대한 사랑을 정리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건욱이 벌써 해줬어요. 홍태균의 장례식을 치르고 돌아와 창고에서 태라의 이마에 키스를 해주며 건욱이 그랬지요. "내 앞에서는 울어도 돼요. 그리고 여기서 나가면 당당하고 강한 태라씨가 되는 거예요".
태라의 건욱에 대한 사랑은 진심이었고, 모든 것을 던질 만큼 강했습니다. 건욱이 해신을 노리고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태라지만, 태라는 사랑했던 남자 심건욱이 아닌 한때는 동생이었던 태성이 심건욱이었다는 사실에 더 충격이 큰 것 같더군요.
자신의 사랑이 건욱의 복수에 이용되었다는 것이 받아들이기 힘들고,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건욱을 사랑하지만, 한때 동생이었던 심건욱에게 달려가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한 때 착하고 여린 동생이었던 심건욱을 태라가 현실적으로 사랑하기는 불가능해 보여요. 아마도 '홍태라는 죽었다'고 스스로 생각해 버리고 싶은 마음으로, 건욱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만약 건욱이 진짜 홍태성이라면 태라의 사랑은 더욱이나 용납되기는 힘들어 보여요. 아무리 사랑이 위대하고 국경이나 이념을 초월하는 힘을 가졌다고 할지라도, 어머니가 죽이려 한 동생, 배도 다르고 생물학적 아버지가 다르다고 할지라도, 이 선까지 드라마에서 넘을 것같지는 않아요. 아주 어려서부터 운명적으로 사랑을 키워 온 이복남매의 사랑이라면, 그 과정에서의 애틋함때문에라도 동정을 받을 수 있지만, 태라와 건욱의 사랑은 그런 애틋함까지는 기대하기 힘들거든요(그럼에도 처음으로 알게된 태라의 치명적인 사랑이 안타까워서 지금까지도 이 두 사람을 응원해야 하는지 고민중이지만요). 
혼란 6, 병원의 폐인 심건욱 표정이 의미하는 것은?
15회 엔딩장면에서 심건욱의 촛점없는 멍한 표정을 보고 가장 큰 혼란이 일었습니다. 그 표정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심건욱이 진짜 홍회장의 아들인지 아닌지에 대한 퍼즐맞추기 보다 힘들었거든요. 우선 두가지 정도의 추측이 가능한데요, 심건욱의 병원신이 다음회 어느 장면에서 나올지에 따라 다르겠지요.
나쁜남자 지난 회들에서도 예고편 장면이 다음회에 곧바로 연결되지 않은 일들이 많아, 이 장면은 심히 혼란스럽습니다. 나쁜남자 마지막회 씬이라면, 심건욱이 자신의 복수극이 결국 자신과 자기가 찾았던 가족들이었음을 알게 된 정신적 충격에 공허한 모습으로 연결될 수 있겠지요. 비극적인 엔딩이라기 보다는 복수의 허무를 상징하는 엔딩장면이라고 볼 수도 있을 거고요.
하지만, 마지막 장면이 아닌 중간장면이라고 한다면 기억상실증이라는 드라마에서 가끔 등장해주는 사고 후유증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기억상실증이라는 설정은 촌스럽기는 하지만, 가장 편리한 결말구조로 가는 방편일 수도 있을 겁니다. 솔직히 기억상실증이라는 설정도 나빠 보이지는 않아요. 20년간을 복수만을 향해 달려 온 남자가 그 복수 끝에 밝혀진 진실들의 비극적 충격에, 그나마 그 남자에게 해 줄 수 있는 신의 선물은 망각이라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곽반장이 심건욱에게 그랬지요. 누군가를 향한 분노는 반드시 자신에게로 돌아온다고요. 홍회장의 외도를 용서하지 못했던 신여사의 분노는 모네의 상처, 태라의 이혼, 아들 홍태균의 죽음과 휘청거리는 해신그룹과 공포에 떠는 자신에게로 돌아왔어요. 건욱의 분노 역시 한때는 가족이었던 사람들이 아파하는 것을 봐야했고, 파멸시키고자 하는 해신그룹이 자신의 가족이라는 사실에 부숴져 버리지요(심건욱이 홍회장의 친자라는 것에 근거한 것이지만요).
기억상실증에 대한 가능성과 자신이 진짜 홍태성이었다는 것에 대한 충격으로 동공이 멍하게 풀려버린 심건욱의 표정에 따라 결말을 앞둔 심건욱의 마지막 퍼즐맞추기는 완전히 다른 그림이 돼 버릴 것입니다. 마지막 극적 반전이 얼마나 큰 충격으로 나쁜남자 퍼즐맞추기 그림판을 완성시킬지 심장이 떨려오네요. 또한 친자이다, 아니다에 따라서 이 그림판은 전혀 다른 그림이 될 것이기 때문에 말이지요.
나쁜남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있게 혼란스러운 드라마였네요. 이제 우리는 나쁜남자 심건욱이 자신을 향해 던진 화두의 정답을 찾을 일만 남겨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청자들도 혼란스러움을 정리해야 될 것 같아요.
"내가 가려는 곳은 천국일까? 지옥일까?". 심건욱, 그가 도착한 곳은 지옥의 문일까? 천국의 문일까? 아니면 심건욱을 위한 신의 선물, 망각의 문일까? 그는 가족을 찾았을까? 그리고 그가 진짜 불리고 싶었던 이름은 무엇이었을까? 최태성? 홍태성? 심건욱? 

*이번 나쁜남자를 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유난히 길었는데, 글도 길어졌네요. 글이 길어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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