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에 해당되는 글 67건

  1. 2013.03.18 '최고다 이순신' 이미숙의 궁금한 과거, 아이유 정말 버렸을까? (5)
  2. 2012.05.23 '사랑비' 폭탄이 돼버린 백혜정, 서정커플 무너뜨릴까? (3)
  3. 2012.05.16 '사랑비' 이미숙의 실명과 백혜정의 변화, 새드엔딩 최대의 변수 (5)
  4. 2012.05.08 '사랑비' 장근석-윤아 커플의 최대 걸림돌이 될 인물
  5. 2012.04.25 '사랑비' 이미숙의 눈물고백, 사랑에 유효기간은 없다 (1)
2013.03.18 09:29




이창훈(정동환), 김정애(고두심) 부부에게 막내딸 순신이란... 노래의 한 구절처럼 '숨을 쉬면 한숨이 되고, 눈을 감으면 눈물이 되는' 아픈 손가락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아직은 알 수 없는 이미숙(송미령)에게도 그러하겠지요. 낳은 부모이든 기른 부모이든, 부모에게 아픈 손가락은 가슴에 얹혀있는 체증같은 것일 겁니다.

여주인공 이름으로 시끄러운 '최고다 이순신', 아직 제목을 변경하겠다는 결정은 내려지지 않은 모양입니다. 내용보다 이름때문에 시끄러운 드라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는 이유는 고두심과 이미숙이 보여줄 모정,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이 갖는 위로의 의미를 확인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창훈(정동환)의 죽음으로 순신(아이유)의 앞길이 가시밭길이 될 것임을 예고했는데요, 업둥이로 들어온 순신의 생모에 대해서는 이창훈만이 알고 있는 듯 보이는데, 꼬장꼬장한 할머니 김용림에게 아들 잡아먹은 아이라는 눈엣가시가 될 듯해 김정애(고두심)와 순신의 눈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을 듯합니다.

"순신이 처음 본 날, 젖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해 쪼그만게 삐쩍 말라 울음을 안멈추는데, 그 울움소리가 받쳐서 차마 보낼 수가 없었어요. 내가 평생 안울게 만들어야지, 보란듯이 키워야지 결심했는데, 걔한테 해준게 없어요. 언니들 키우느라 뒷전이었고, 애가 뒤쳐진게 내탓같아 속상해요". 

첫회 고두심의 말을 통해 순신이 업둥이로 들어왔다는, 출생의 비밀이라는, 반갑지 않은 설정이 나왔음에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것은, 고두심이 보여준 엄마의 마음때문이었습니다. 순신의 생모는 최고의 여배우 송미령(이미숙)이고, 아직 이창훈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인지는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송미령의 매니저 황일도의 수상쩍은 행동이 이창훈이 친아버지라는 것을 암시했을 뿐이죠.

 

갑자기 달라진 이창훈(정동환)의 사근사근한 변화가 뭔가 불길하다 싶더니 송미령(이미숙)을 구하고 대신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더군요.

"앞으로는 우리 두 사람 인생이나 재미나게 살아보자. 앞으로 내가 매일 웃게 해줄테니 나만 민으라구", 순신이 사기를 당한 것이 자기 욕심때문이라고 자책하는 고두심을 위로하며 괜찮다고, 잘 살아왔다고 다독여 준 것이 마지막 아내에게 전한 말이 될 줄은 그도, 그의 아내 고두심도 몰랐습니다. 재미나게 살아보자고, 앞으로 매일 웃게 해준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것도 말입니다.

텃밭 땅을 고르던 어머니를 도우며 "저 없으면 어떡할라고요. 텃밭농사 줄이세요"했던 말이 씨가 되어 노모의 가슴에는 한덩어리로 남았습니다.  

큰 딸 혜신(손태영)의 이혼사실을 알았으면서도 말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아버지는 혜신의 이야기를 듣지도 못하고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게 언제까지나 기다려주지 않는 것이 부모인가 봅니다.

순신이(아이유)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고 뒤늦은 생일케익을 주려던 아버지는 생일케익을 주지도 못하고, 순신은 자기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다는 죄책감을 짊어지게 생겼으니, 순신이 앞날이 험난해지겠군요. 

순신이 연예기획사 대표 신준호를 사칭한 사기꾼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창훈과 김정애, 아버지는 괜찮다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순신이를 감싸안았고, 어머니는 순신이 진 빚을 갚자고 남편에게 대출을 알아보자고 하지요. 레스토랑 알바를 하고 어떻게든 빚을 갚겠다는 순신은 어머니에게는 아직 말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를 하지요. 처음으로 자기때문에 웃는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지요. 

진짜 가비기획 신준호(조정석) 대표를 눈앞에서 몇번이고 만나고 티격태격하면서도 알아보지 못하는 순신, 신준호의 캐스팅 제안에도 콧방귀를 뀔 뿐입니다. '내가 한 번 속지 두 번 속겠냐'의 심정으로 말이죠. 어이상실 신준호, 내가 누군줄 알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순신입니다.

송미령의 루머를 한발 빨리 막은 최연아(김윤서)에게 한 방 먹은 신준호, 순신이를 진짜 최고로 만들겠다는 전투력이 활활 끓어 넘치고 있는 중인데, 글쎄요, 가능성 희박한 순신이를 최고 스타로 만들 수 있을지, 순신이의 숨은 재능이 무엇일지, 순신이를 스타로 키우는 과정에서의 알콩달콩 티격태격 재미가 클 듯 합니다. 두 사람 케미가 썩 나쁘지는 않아보이더군요. 귀여운 구석도 많고요.  

이창훈(정동환)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순신, 그런데 송미령의 태도를 보면서 이상한 점이 보이더군요. 송미령이 정말 갓난아이 순신이를 버렸을까 하는 점입니다. 유명여배우의 임신과 출산, 문제가 될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송미령이 미혼모였다는 것이죠.

이창훈의 집에 순신이 어떤 경로로 업둥이로 들어갔는지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4회를 보면서 송미령이 이창훈에게 맡긴 것 같아 보이지는 않더군요. 순신의 친부가 이창훈이라는 것 역시 아직 확실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신준호의 아버지 김갑수가 송미령(이미숙)을 보는 태도는 늘 못마땅한 모습인데, 두 사람의 과거사도 있을 듯 한 예감이 들더군요. 설마 순신이 김갑수와 송미령 사이의 딸은 아니겠죠? 전 송미령의 출산을 비밀리에 도운 의사가 아니었을까 하는 짐작도 하고 있습니다만... 

송미령이 순신이를 버렸을까? 저는 아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 스쳤습니다. 이런 비슷한 이야기는 차화연, 한혜진, 김민정 주연의 가시나무 새에서 나왔던 설정이기는 합니다. 기획사 사장에 의해 아이를 빼앗기고 아이를 키우지 못하게 된 여배우의 이야기였죠.

송미령이 순신이를 버리지 않았을 가능성은 이창훈과의 대화가 이상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송미령의 과거사를 술김에 흘린 황일도(윤다훈)가 송미령의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을 최근에 만나지 않았느냐고 시치미를 떼는 바람에, 송미령은 약수터에서 만났던 이창훈을 의심했지요. 회원전용 클럽으로 이창훈을 부른 송미령이 자신의 과거를 기자에게 찔렀느냐고 묻지만, 이창훈은 어이없어 할 뿐이었죠. 순신이와 만나 데이트할 약속을 잡아두었던 이창훈은 송미령의 밑도 끝도 없는 질문에 화를 내죠. 

"뭐가 그렇게 창피하고 숨기고 싶은 거냐! 뭘 잃어버릴까봐 그렇게 안달하고 사는거야! 정작 궁금해야 하는 건 그런게 아니잖아. 네 딸, 네가 낳은 그 아이... 어디서 어떻게 살았는지 그런 건 하나도 안궁금해?".

송미령은 "그 얘기가 여기서 왜 나오냐"고 소리를 지르며 재차 "그 얘기가 지금 여기서 왜 나오냐?"고 흥분했지요. 아이 이야기에 송미령의 눈은 충혈되고 눈물이 고이고 있었습니다.

기자에게 자신의 과거사를 폭로한 사람이 이창훈이라는 의심만으로 그를 추궁했던 것인데, 뜬금없이 아이이야기를 꺼내는 이창훈에게 소리를 지르며 이창훈을 뒤따르죠. 그 와중에 교통사고가 났고요. 

송미령은 그녀가 부부교사의 딸도 아니고, 명문대 출신도 아니고, 고아원 출신에 애까지 낳은 적이 있다는 한 신문사 기자의 자신의 과거 뒷조사때문에 이창훈을 만나 확인을 하려했는데, 아이 이야기에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는 눈치였지요.

송미령의 눈에 고인 눈물과 충혈된 눈빛은 여배우 송미령도 감출 수 없는 그녀의 속마음이었고, 또한 이창훈이 순신이를 키우고 있는 것도 전혀 모르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그말은 송미령이 이창훈에게 순신이를 맡기지 않았다는 뜻도 되겠죠. 그럼 누가 순신이를 이창훈 집에 업둥이로 버려두고 갔을까? 전 황일도가 의심스럽습니다.

 

순신의 생모에 대해서는 이제 송미령과 황일도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 돼버렸는데요, 신준호(조정석)의 기획사와 손을 잡고 신준호 밑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송미령과 마찰을 빚으면서 쫓겨나고, 앙심을 품고 번번이 말썽을 부리고 있는 황일도, 기자 앞에서 술김에 자기가 입만 열면 송미령도 끝이라는 실언을 하고, 뭔가 감을 잡은 기자가 송미령의 과거를 캐게도 만든 인물이 황일도입니다. 순신이를 이창훈에게 맡긴 사람이 황일도(윤다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한창 잘 나가는 인기 여배우의 출산, 송미령의 추락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겠죠. 그래서 송미령의 오랜 매지저였던 황일도가 벌인 짓은 아닐까 싶군요. 

 

생모가 유명배우 송미령인 것을 모르는 순신, 그녀의 앞날에 송미령은 어떤 걸림돌이 될 지, 송미령에게 순신의 존재는 또 어떤 걸림돌이 될 지, 송미령의 모정은 어떤 빛깔일지가 궁금합니다.

 

이창훈의 교통사고 현장에서 감각적인 연출이 보이더군요. 송미령 앞에 황색신호등이 켜지는 것을 전체화면으로 잡아 보여주더군요. 신호등, 고속질주해 왔던 그녀 앞에 이창훈의 죽음이라는 사고와 함께 멈춤 신호가 켜졌습니다.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그녀에게 멈춤이라는 신호는 없었습니다. 멈춤 신호등 앞에서 그녀는 무엇을, 누구를 만나게 될 지, 성공한 여배우라는 화려한 수식어, 여대생 설문조사에서 여성리더, 멘토로 삼고 싶은 1위 여성으로 선정되기도 한 송미령, 멈춤 신호등은 그녀에게 무엇을 내려놓게 할지, 무엇을 돌아보게 할지, 그리고 그 끝에서 무엇을 찾게 될지가 궁금하네요. 송미령 앞에 켜진 멈춤 신호등이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소재 자체는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설정이고 신선하지는 않지만, 길러준 엄마 고두심과 낳은 엄마 이미숙, 엄마라는 이름으로 갈등하고, 애태우고 눈물을 삼키며, 순신이를 지켜볼 두 여배우의 모정연기가 궁금해지는 '최고다 이순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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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3 10:34




하나와 준의 관계를 알게 된 백혜정, 윤희의 실명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된 서준, 자석처럼 떨어졌다 붙었다를 반복하는 사랑비가 장맛비가 된 지는 오래입니다. 간간히 쨍한 햇볕으로 장마가 끝났나 싶으면 또 내리는 비, 30년전 인하와 윤희의 사랑처럼 준과 하나의 사랑도 도돌이표네요.
같은 자리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기만 하는 준과 하나, 그리고 인하와 윤희의 사랑을 보며 문득 들었던 생각은, 저렇게 질긴 사랑은 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것;;. 살다보면 정도 사랑이 되고 사랑이 애증으로 바뀌기도 하는게 인생인데, 한 사람밖에 모르는 첫사랑이 지겨워서 말이죠. 정확히는 어느 사랑을 응원해야 할 지, 왜 이렇게 시청자를 힘들게 하는가 싶어서 입니다.
미운 캐릭터인데도 백혜정이 드라마 말미에 눈에 들어왔던 것은 그 때문이지 싶습니다. 따지고 보면 백혜정에게도 인하는 첫사랑인데, 백혜정의 사랑은 집착과 욕심으로 매도되고, 인하와 윤희의 사랑만이 지고지순하다고 양분할 수는 없어 보여요. 백혜정의 일방적인 사랑때문에 인하가 30년을 고통 속에 행복하지 못한 것도 맞지만, 혜정도 30년이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였겠죠. 백혜정의 준에 대한 집착은, 인하가 만들어 낸 비극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백혜정이 아들 준만은 빼앗기고 싶지 않다고 한 말이 이해도 되고 말이죠.

백혜정과 서인하는 물과 기름처럼 다른 사람들입니다. 백혜정은 가지려 했고, 서인하는 지켜주려 했죠.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 아들을 사랑하는 방식에서 입니다. 하나와 준의 관계를 알게 된 백혜정은 하나를 불러 헤어지라고 종용하지요. 절대로 내 아들만은 안된다면서 말이죠. 준에게는 미호와 결혼하라고 강요하기 까지 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들 준만은 윤희와 얽히게 하고 싶지 않았던 백혜정이지요. 하나가 싫어서가 아니라, 윤희와 얽히기 싫었던 것이죠. 백혜정은 윤희가 살아 나타나자, 그리고 인하와 재회했음을 안 순간부터 인하가 돌아올 수없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30년을 잊지 못했던 사람인데, 아들 준이 있었음에도 마음을 주지 않았던 인하였으니 더더욱이나 말이죠. 백혜정이 윤희와 인하의 결합을 반대하려 했던 이유는 인하에 대한 사랑때문이 아니라, 윤희에 대한 자존심이었으리라 생각되더군요. 준에게 하나만은 안된다고, 인하와 다른 사람과의 재결합이라면 축복해 줄 수 있었지만, 윤희라서 아니었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윤희의 뒷조사를 통해 실명하게 될 것을 알게 된 백혜정이 심경의 변화를 보이더군요. 하나를 찾아가 윤희의 상태를 말해주며 준과 헤어져 달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독한 백혜정도 윤희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이런 말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난 너희 둘이 헤어졌으면 좋겠어. 날 위해서, 그리고 너희 엄마랑 준이아빠를 위해서...". 
그렇게 반대했던 윤희와 인하의 결혼을 이제는 시켜주고 싶어하는 백혜정의 마음 한 자락을 헤아려 봤네요. 표면적으로는 준과 하나의 교제를 반대하는 것이 커보이지만, 윤희에 대한 미안함때문이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백혜정은 30년간 악몽을 꾸며 살게 했다고, 인하의 마음 속에 들어있는 윤희를 증오하고, 인하를 미워하면서도 사랑했습니다. 애증이겠죠.
윤희에 대한 마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두 가지 감정이었을 겁니다. 증오와 미안함입니다. 미안함을 감추기 위해 윤희를 더 미워하려고 노력했을 지도 모르겠어요. 윤희가 죽었다고 인하에게 거짓말을 했던 백혜정, 결국 두 사람을 헤어지게 만든 것은 그녀 자신이었기에 말이죠. 죽었다는데도 윤희를 내려놓지 못하는 인하로 인해, 혜정의 사랑은 집착으로 변해갔고, 인하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 윤희가 더 미웠겠지요.
그러나 마음 한켠으로 그 때 그런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준이를 가지지 않았더라면, 인하도, 자신도, 윤희도 불행하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을 했을 백혜정입니다. 그것을 인정하기 싫은 백혜정의 잘못된 자존심이기도 합니다.
백혜정이 인하와 윤희의 결혼을 인정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시력을 상실하게 될 윤희에게 그런 식으로라도 사과하고 싶었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자해지'죠. 모든 매듭은 32년전 백혜정 그녀가 묶은 잘못된 매듭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매듭도 그녀가 풀어야 하는 것이 맞아요.
하나와 준도 어찌보면 그녀가 만든 매듭때문에 생겨난 비극입니다. 윤희와 인하가 맺어졌다면, 준과 하나가 생겨날 리도 없었으니 말입니다. 지난 글에도 새드엔딩과 해피엔딩의 키는 백혜정이 쥐고 있다는 말을 했었는데요, 18회를 보면서 매듭 하나는 백혜정에 의해 풀어질 것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준이를 빼앗기고 싶지 않다고 하나와의 교제를 강력히 반대하는 백혜정이기는 하지만, 그 이면에는 윤희에 대한 미안함도 컸으리라 생각되기에 말이지요. 그래서인지 인하가 병원에서 나오는 윤희의 손을 잡아주는 모습은 두 사람이 앞으로도 쭉 동반자가 될 것임을 암시하는 장면같아 보입니다.
준이 술에 취해 들어와 아버지를 원망하다 인하의 작업실에서 잠들었던 날이 있었지요. 다음날 인하가 윤희와 자신의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했는데, 준이 일언지하에 거절을 하고 가버렸는데, 아버지의 부탁을 꼭 들어줬으면 싶네요. 
하나와 준의 매듭도 백혜정이 풀어줬으면 싶군요. 사람이 나이가 들다보니 이제는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가 되네요. 실명하게 될 윤희를 홀로 내버려 두는 것은 절대로 안될 것같아서 인하가 꼭 함께 있어줬으면 싶은데, 그렇다고 부모때문에 앞길이 구만리같은 청춘들에게 고통스럽게 살아가라는 말도 하기 싫군요. 남들 눈이 뭐가 무섭다고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함께 있고 싶은 사람들은 함께 살아야지 싶어서 말이죠.
백혜정은 서인하에 이어 아들 준까지 빼앗기지 않겠다고 하나를 반대하는데, 잘못 생각한 듯 싶어요. 미호화 억지결혼을 할 준도 아니지만, 서인하를 겪어보고도 아직도 모르나 싶습니다. 미호는 자기 꼴 나는 것이고, 준은 인하처럼 될 것인데, 귀한집(그것도 동욱의) 딸 데려다가 인생 불행하게 하려고 작정을 한 것도 아닐텐데 말이죠. 아들 준을 사랑하는 것이 아들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아들이 사랑하는 것을 지켜줘야 한다는 것, 그것을 아직 모르는 백혜정입니다. 아들을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아들이 사랑하는 것을 지켜주는 것이, 준이 백혜정을 떠나지 않는 것이라는 것도 말이지요.

준의 말을 들으면서 백혜정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마음으로 안쓰러웠던 대사가 있었어요. 준이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 중 가장 좋았던 것이, 엄마가 정원에 있던 것이라고 하더군요. 백혜정이 정원 가꾸는 것을 좋아했다는 것을 들으면서, 그녀도 얼마나 스위트 홈을 가지고 싶었는지를 알 것도 같더군요.
서인하와 백혜정이 이혼하기 전 준이 10살때까지 살았던 집이었으니, 화이트 가든은 백혜정이 가꾸고 싶었던 정원이었던 게지요. 그 정원을 윤희의 딸 하나가 가꿨다는 것이, 뭐랄까 운명같은 것을 느끼게도 합니다. 처음으로 내가 백혜정이라면 어떡할까 고민을 해봤는데요, 앞서도 말했지만 제가 나이가 들긴 들었나 봅니다. '어떡하겠어, 죽어도 못 헤어지겠다는데, 아들이라도 보고 살아야지...안 그러면 혼자 찬밥 왕따당하게 생겼는데...' 이런 결론이 나오더라고요. 남편은 마음도 몸도 떠난지 오래, 아들까지 안 보고 살 수는 없지 않겠어요?
자식들은 부모때문에 또 헤어지네 마네, 부모는 자식들때문에 안되네 마네 눈물 범벅되는 것보다는, 다섯사람 모두 해피할 수 있는 답은 백혜정에게 달렸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드네요. 눈 딱감고 마음 한 번만 바꾸면, 다 편해지는데 싶어서 말이죠. 
백혜정도 사실 딱하죠. 32년간 서인하를 붙잡고 살면서 행복하지는 못했으니 말이죠. 중간에 유부남과 바람까지 피웠을 정도로 외로웠고, 알콜치료까지 필요한 상황인데, 이게 다 짝이 아닌 남자를 사랑했던 벌이겠죠. 백혜정도 그만 고통받고, 남편복은 없었지만 아들 며느리 복은 이제부터라도 누렸으면 싶군요. 하나 진짜 순수하고 착한 처자인데, 사귀어보면 마음에 쏙 들텐데 말이에요.
백혜정의 인생도 불행으로 점철되었으니, 마지막에는 다른 종류의 행복을 허락해 주었으면 싶네요. 사랑비의 순수함에 감염되었는지, 이 드라마의 끝에는 슬픔은 없었으면 싶어서 말이죠. 32년전 백혜정이 창모(서인국)에게 엄마 패물을 훔쳐서 한보따리 싸다준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백혜정에게도 그런 순수의 시절이 있었는데,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지켜주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기에는 너무 늦었을까요? 늦지는 않은 듯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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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6 09:14




"내가 어떻게 너한테 내 세월을 다시 겪게 할 수 있겠니?", 술에 취해 잠든 아들 서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리는 인하의 말에 가슴이 먹먹해져 옵니다. 32년 그 긴 세월을 멈춰있는, 사랑함에도 함께 하지 못한 고통을 아들 준에게 겪게 하고 싶어하지 않는 아버지 인하, 자신의 사랑보다 아들의 사랑을 지켜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던 장면이었지요.
준이 아니었더라면, 준의 사진에 찍혀있는 자신의 사랑과 닮은 사랑이 아니었으면, 절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인하입니다. 미대앞 벤치에서 책을 읽는 윤희를 보고 미친듯이 화폭에 담았던 그 감정이, 준의 사진에도 있었습니다. 하나를 찍으며 가슴 떨려했을 준의 마음을 한 눈에 알아보는 인하였지요. 윤희를 그린 인하의 그림과 하나를 찍은 준의 사진은 그렇게 닮아있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지요.
인하의 파혼선언, 너무나 사랑해서 더 슬픈 이별
인하의 파혼선언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윤희, 준때문에 힘들어 하는 인하를 이해하는 윤희였지요. 준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인하, 그의 그런 따스함이 좋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그는 자기보다는 주변사람을 더 생각하는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옛날에도 당신을 사랑했고, 지금도 그런 당신을 사랑해요. 그러니 그만 마음 아파해요", 서로의 손을 잡고 전하는 말들, 중년배우들이 전하는 내공연기는 소름이 끼치게 감정의 절절함을 전달하더군요.
한줄기 눈물만으로도 윤희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고 싶지않은 마음과 아들 준 사이에서 갈등하는 심리를 진하게 전달하는 정진영, 서서히 차오르는 눈물로 인하에 대한 미련과 그를 부담스럽게 하고 싶어하지 않는 윤희의 감정을 전달하는 이미숙이었지요.
좋은 배우들의 연기가 참 아깝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군요. 장근석의 섬세한 감정연기와 날이갈수록 연기의 폭이 늘어나고 있는 윤아의 연기도 빛을 발하지 못해 안타깝고 말이죠. 더 이상의 변주를 보여주지 못하는 스토리의 빈약함, 사건전개의 늘어지는 반복으로 시청률 저조의 늪에 빠진 것이 아쉬운 작품입니다.
32년전 윤희가 돌려주었던 태엽시계를 다시 주는 인하, 함께 건넨 편지가 윤희를 울리지요. "당신을 만나 내 인생은 완전한 것이 되었소. 당신이 내게 준 모든 것에 감사해요. 내 인생에 당신이 있음을 난 항상 기쁘고 고맙게 생각할 거요. 즐거웠고, 그리고.... 당신과 행복했소". 이제는 서로의 행복을 빌지 않아도 됩니다. 살아있음에, 같은 하늘 아래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음에, 함께 행복해 하는 인하와 윤희였지요. 존재하는 것만으로 행복해 하는 사랑, 윤희와 인하의 사랑은 그렇게 그들의 방식으로 멈춤 사인 앞에 서고 말았습니다. 밥을 주지 않은 태엽시계처럼, 그 자리에서 또 그렇게 말이지요.
준과 하나의 관계를 모르는 윤희는 두 사람을 불러 파혼소식을 전하지요. 준은 아버지가 자기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눈치쳅니다. 아버지와 하나 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도 잠시 접어두고 싶은 준입니다. 아버지에게 고맙다는 말도 당장 떠오르지 않습니다. 하나, 하나만 생각하고 싶은 준이었지요. 가족이 될 수는 있어도 남매는 되고 싶지 않았던 준과 하나, 사랑하는 감정을 숨길 수도, 속일 수도 없었음을 확인하는 하나와 준입니다. "같이 있고 싶어요", 하나의 마음을 확인한 준, 그것으로 됐습니다. 닥쳐올 일들은 다음에 생각하기로 한 준입니다. 지금은 하나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 뿐인 준, 사랑은 잊어버리고 지워지는 것이 아니었어요. 지키는 것이었어요.
윤희의 실명과 백혜정의 변화, 결말을 쥐고 있는 변수
인하와 윤희 커플의 결별과 함께 준과 하나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2세들의 사랑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는데요, 준과 하나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을 시샘이라도 하듯 드라마에 슬픔을 예고하는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지요. 윤희의 실명입니다.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실명이 될 거라는 의사의 말에,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들을 연습해 보는 윤희때문에 더 큰 슬픔이 예고되었지요. 윤희의 실명으로 하나와 준 커플의 사랑전선에도 강한 비바람이 동반된 폭풍우가 쏟아질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나가 엄마의 상태를 알게 된다면, 눈이 안보이는 엄마를 떠나려고 할까 싶어요. 또한 눈까지 멀어가는 엄마가 사랑하는 서교수와 함께 할 수 없게 했다는 죄책감에 준과의 사랑에 갈등을 하겠지요. 32년을 그리워만 하다가 자식들때문에 사랑을 양보한 아버지와 윤희 어머니에 대해, 준도 마음이 편할 것같지만은 않고 말이지요.
개인적으로 서인하가 아들 준을 위해 자신의 사랑을 포기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윤희의 실명이 구체화되어 가니 마음 편하게 준과 하나 커플을 응원할 수만을 없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윤희의 눈이 되어주었으면 싶은데, 가장 이상적인 사람이 인하일 듯해서 말이지요.
막장이어도 저는 두 커플이 다 이뤄지길 바랍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막장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어 보입니다). 두 커플이 다 이뤄진다고 해도 가족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고요. 다만 사회적 편견과 윤리적인 문제때문에 꺼려지기는 하겠지만 말이죠. 하나와 준이 근친도 아니고, 더군다나 준의 친권 혹은 호적관계(준이 이미 성인이 된 마당에 친권에 대한 것은 무의미하지만)가 백혜정에게 있다는 것이, 두 커플의 해피엔딩을 위한 변수가 될 듯합니다.
16회 엔딩장면에서 준과 하나가 포옹하는 장면을 보는 백혜정이 나오기도 했고, 미호를 통해 준과 하나의 관계를 알게 될 듯도 한데요, 백혜정이 준과 하나, 윤희와 인하커플을 새드엔딩 혹은 해피엔딩으로 이끌 키를 쥐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백혜정이 인하와 윤희의 청첩장을 보고 준에게 말하는 태도를 보니, 그녀가 어딘지 달라졌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결혼을 한다니 오히려 속이 시원하다는 말도 했었지요.
인하에게 윤희가 죽었다고 오해해서 윤희를 포기하게 만든 것이 백혜정이었지요. 준을 혼전임신했지만 끝내 서인하는 그녀의 남자가 되지 않았고, 죽은 윤희의 남자였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준이 있었음에도 말이지요. 준을 무기로 인하를 소유하고 싶었던 백혜정, 윤희가 살아있음을 알게 된 인하가 더우기나 그녀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겠지요.
부질없는 욕심, 어쩌면 윤희와 인하, 그리고 백혜정 세 사람이 불행했던 것은 백혜정 자신때문이었음을 깨닫지 않을까 싶습니다. 백혜정이 인하와 윤희가 파혼을 한 이유를 알게 된다면 더욱이나 말이지요. 아들 준에게 사랑의 고통을 되물림하고 싶지 않아 32년의 사랑을 포기하려는 인하가 자신을 불행하게 했던 지긋지긋한 전남편이었다는 것을 떠나, 인간적으로 가여워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아직 윤희의 실명진행을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백혜정에게 윤희가 털어놓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윤희가 순순히 인하의 파혼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 자신의 몸상태 때문에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는 고백을 할 것 같아서 말이죠.
하나가 엄마의 상태를 알게 되어 또 다시 준과 헤어지고 아파하는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는 밀당보다는, 백혜정이 시원스럽게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줬으면 싶답니다. 그렇게 원하던 사람들인데 한 번 살아보라며 윤희와 인하의 관계를 허락하고, 준과 하나에게는 이런 식으로 정리를 해줬으면 싶네요. 과거 인연을 막았던 당사자로서 두 사람의 상처를 봉합하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싶어서 말이에요.
"대신 준은 내 아들이야. 서인하의 아들이 아니라고! 호적상으로도 법적으로도. 그러니 내 아들까지 빼앗가지는 마라. 내 아들이 누구를 사랑하든 그건 니들 일이 아니란 말이지. 내 아들과 네 딸이 사랑하는 것이지, 내 전남편 서인하의 아들이 그 부인의 딸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런 쿨한 멘트로 말이죠.
앞을 보지 못하게 될 윤희와 또 계속 시간이 멈춘 상태로 고통스럽게 윤희만을 바라보는 인하를 위해, 과거 두 사람을 갈라놓았던 백혜정이 이번에는 두 사람을 이어줬으면 싶네요. 준과 하나에게도 윤희와 인하처럼 고통이 반복되지 않게 하고 말이죠.

과거 32년전에는 윤희의 병이 두 사람을 결과적으로 갈라놓은 이유가 되었었지요. 병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떠났던 윤희, 인하에게 돌아오겠다는 말을 전했지만, 윤희가 죽었다는 말에 인하는 백혜정의 임신으로 원치않은 결혼을 해서 긴 이별을 했던 두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윤희의 실명때문에라도 두 사람이 남은 시간을 함께 했으면 싶네요. 태엽시계를 서로 감아주면서 말이지요. 하나가 준에게 그런 말을 했던 적이 있었어요. 준이 아버지와 윤희 어머니의 관계를 알고 이별을 통보하면서 "불치병에 걸린 걸로 하자"는 말을 했을 때였죠. 하나는 불치병에 걸린 거라면 더더욱 헤어지면 안된다며, 준에게 정말 아프냐며 순진하게 물었던 적이 있었지요. 윤희가 실명된다는 것을 안다면, 인하가 그럴 겁니다. 누구보다 윤희의 눈이 돼주고 싶어할 인하이기에 말이죠. 이런 아버지의 마음을 준이 몰라라 할 수도 없을 것이고, 하나 또한 그럴 것이고 말이죠. 결론은 준과 하나, 인하와 윤희의 사랑을 백혜정이 깔끔하게 인정해주고 정리해줬으면 싶군요. 너무 동화적인 결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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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8 13:35




왜 하필 비였을까요? 바람이었으면 좋았으련만, 비는 감추지 못합니다. 바람은 아무리 많이 맞아도 흔적을 남기지 않지만, 비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머리가 젖고, 옷이 젖고, 발이 젖고, 마음이 젖어버리니 말입니다. 윤희와 인하의 사랑이 그랬듯이, 하나와 준의 사랑도 거짓말을 하지 못합니다. 머리로는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흔들리는 눈동자를 통해 마음을 들키고 말지요.
사랑과 비의 두 가지 얼굴이 부모와 자식의 사랑에도 같은 공식으로 교차됩니다. 윤희에게 청혼한 인하, 행복의 세레나데는 준과 하나에게는 슬픈 교향곡이 되고 말았지요. 인하와 준의 관계를 알게 된 하나, 준이 왜 그렇게 못되게 굴었는지, 이유조차 설명하지 않은 이별의 이유를 알아 버렸습니다. 엄마의 첫사랑 서교수님의 아들이 서준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어머니에게 청혼했다는 서교수(서인하)의 말에 가슴에 밀물처럼 슬픔이 밀려들고, 썰물처럼 희망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낍니다. 행복해 하는 엄마를 보는 것이 너무나 좋은데도, 사랑을 시작하는 엄마가 자신이 아니라서 마음이 아픈 하나입니다.
그런데도 그 사랑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 하나입니다. 엄마는 너무나 외로웠고, 처음으로 엄마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았기에 말이지요. 엄마는 소녀가 되었습니다. 사랑에 빠져 행복한 소녀, 엄마의 행복해 하는 모습이 참 예쁩니다. 조금 덜 예뻤으면 좋았으련만, 너무 예뻐서 하나가 아파야 할 것 같습니다.
윤희와 인하가 처음으로 행복해 하는 모습을 지켜본 시청자의 마음이 하나의 마음과 같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래서 어느 한 쪽만의 사랑만을 응원하며 보기가 힘이 듭니다. 윤희와 인하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추레하고 세상에 찌든 모습이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자식들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기가 힘드네요. 시간이 흘렀어도 변함없이 순수하기만 한, 그들의 아름답기만 한 사랑때문에 말이지요.
하나와 준도 같은 심정입니다. 막 풋풋한 사랑이 시작되려는 순간, 두 사람이 맞닥뜨린 절망 앞에 무릎꿇으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랑의 무게를 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우선순위가 어디 있으며, 경로우대권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하나와 준에게 희생하라고 말할 수만도 없어요. 콩가루 집안이 되든 말든, 함께 있어야 할 사람들끼리 있게 해줬으면 싶을 정도로 말이죠.
그럼에도 그런 콩가루 집안을 만들지는 않겠지요. 이것이 시청자가 고민하고 함께 허우적대는 이유일 겁니다. 어떤 커플이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두고 말입니다.
어쩌면 답은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추억은 추억으로 아름답다는 말로 말이지요. 뒤늦게 추억을 끄집어 내줘서 고맙다는 윤희의 말은 그래서 두 사람의 슬픔에 대한 복선이기도 합니다. 추억을 끄집어 내서 행복했다는 것, 함께 하지 않아도 이 추억으로 남은 여생이 또 행복할 것이라고 말할 것같은 예감은 일찍부터 해왔던 생각입니다.
윤희와 인하는 하나와 준이 서로 좋아하는 것을 알았었더라면, 아마 시작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자식들의 사랑을 위해 자신들의 사랑을 포기했을 거라는 거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런 불행인지를 서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말이지요. 그 고통이 자식들에게 시작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인하와 윤희입니다. 준과 하나의 사랑을 일찍 몰라서 미안할 두 사람입니다.
하나와 준은 다른 마음입니다. 너무나도 오래동안 서로를 그리워해왔기에, 한 번도 행복하지 않았던 어머니와 아버지이기에 이제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겠지요. 그럼에도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는 두 사람입니다.
엄마의 행복을 위해 사랑을 놓으려는 하나, 그러나 힘이 듭니다. 하나에게도 준은 정말 정말 원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힘들어 하는 하나를 위해 준은 하나가 할 수 없는 말을 하고야 말았지요."헤어지자". 하나가 선택같은 것 안하게 하겠다는 말은 그런 뜻이었어요. 엄마를 선택하게도, 준 자신을 선택하게도 안하겠다는...
"처음뵙습니다. 서준입니다", 다시 보면 모르는 사람으로 만나자고 했던 서준은 그렇게 하나를 처음 만난 사람으로 시작합니다. 윤희와 인하가 결혼을 하게 되면 남매가 되어야 한다는 현실은 감당할 수 없을 아픔이 되고, 인하와 윤희도 서준과 하나의 관계를 뒤늦게 알아차리는 듯 싶더군요.
그리고 서인하에 대한 병적인 집착의 이유조차 모르겠는 백혜정이 최대의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백혜정의 집착은 서인하의 상대가 김윤희라는 이유로 이성을 잃게 만들고 있지만, 그녀의 서인하에 대한 집착은 병적입니다.
백혜정이라는 캐릭터는 이 드라마의 유일한 갈등요소인데도, 그 캐릭터의 조잡하고 촌스러움은 드라마의 완성도를 망치는 옥에 티에 가깝습니다. 단지 캐릭터의 비호감때문만은 아니에요. 50이 넘어서도 30년이 넘도록 소 닭보듯 살았던 서인하를 줄기차게 소유하고 싶어하는 집착이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병적이고, 사고방식의 저급함때문이에요. 유부남과 바람을 피운 전력까지 있는 여자인데다, 알콜중독에 앰뷸런스를 시도때도 없이 출동시키는 상태의 여자를 갈등의 축으로 내세웠다는 자체가, 사랑비라는 수채화같은 풍경에 이물질이 섞여든 듯한 불쾌감을 줘서 말이죠. 순수와 탁함이라는 대비효과를 왜 이렇게 촌스럽게 배합을 해놨는지 이해되지 않는 제작진의 치명적 오류입니다.  
백혜정은 언어마저도 싸구려 언어를 사용해서 더더구나 눈살이 찌푸려지네요. 충분히 교양을 갖추면서 행패를 부려도 좋을텐데, 대놓고 무식하고 교양없는 나쁜 년으로 만들어 버리는 흑백의 구조는 사랑비를 구시대적으로 보이게 하는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백혜정이 최대의 변수로 떠오른 것은 아들의 사랑을 이용해, 인하와 윤희를 괴롭힐 것이라는 예감때문입니다. 화이트 가든 정원사로 있었던 하나를 알아내는 것은 식은 죽 먹는 일일 터, 하나와 준의 관계를 터뜨릴 인물이 백혜정같더군요. 드라마를 보면서 하나와 준의 최대의 걸림돌은 인하와 윤희가 아니라, 백혜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때는 남편이었던 서인하를 백혜정은 평생 가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거예요. 준은 그녀의 무기였고, 협박용이었죠. 아들 준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서인하를 자신의 주변에 두기 위한 인질같은(말이 좀 과격했나요?;;)....
그런데 아들마저 윤희의 딸을 바라본다? 아마 백혜정은 서인하를 두 번 세 번 빼앗긴다는 생각을 하게 될 듯하더군요. 인하와 윤희가 서로를 놓아준다고 하더라도 말이지요. 서인하에 이어 아들 준까지 빼앗기지는 않겠다는 심리랄까? 
착하고 순진한 하나가 백혜정의 며느리가 된다는 것을 그동안 생각하고 있지 않고 있다가, 백혜정이 준이 만나는 여자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서야 갑자기 아찔해 오더랍니다. 안 보고 사는 것은 힘들텐데, 이 커플도 저 커플도 난관이군요. 이러다 두 커플 다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공식을 따르는 것은 아닐랑가 모르겠네요.
여튼 백혜정의 고약하고 비정상적인 집착과 소유욕을 보면, 서준과 정하나는 더더구나 거품물고 반대를 하지 않을까 싶은데, 문제는 서준이 백혜정의 말에 고분고분한 아들이 아니라는 것이겠죠. 가장 걱정되는 점이라면 백혜정이 자살기도 라든가 하는 촌스러운 사고를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점이랍니다. 드라마를 풀어가는 것이 워낙 옛스러워서(?) 말이죠. 백혜정 캐릭터, 우아하고 교양있지는 않더라도 드라마의 품격에 맞게, 악역이라도 좀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악역으로 그려주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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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비였을까요? 바람이었으면 좋았으련만, 비는 감추지 못합니다. 바람은 아무리 많이 맞아도 흔적을 남기지 않지만, 비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머리가 젖고, 옷이 젖고, 발이 젖고, 마음이 젖어버리니 말입니다. 윤희와 인하의 사랑이 그랬듯이, 하나와 준의 사랑도 거짓말을 하지 못합니다. 머리로는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흔들리는 눈동자를 통해 마음을 들키고 말지요.
사랑과 비의 두 가지 얼굴이 부모와 자식의 사랑에도 같은 공식으로 교차됩니다. 윤희에게 청혼한 인하, 행복의 세레나데는 준과 하나에게는 슬픈 교향곡이 되고 말았지요. 인하와 준의 관계를 알게 된 하나, 준이 왜 그렇게 못되게 굴었는지, 이유조차 설명하지 않은 이별의 이유를 알아 버렸습니다. 엄마의 첫사랑 서교수님의 아들이 서준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어머니에게 청혼했다는 서교수(서인하)의 말에 가슴에 밀물처럼 슬픔이 밀려들고, 썰물처럼 희망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낍니다. 행복해 하는 엄마를 보는 것이 너무나 좋은데도, 사랑을 시작하는 엄마가 자신이 아니라서 마음이 아픈 하나입니다.
그런데도 그 사랑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 하나입니다. 엄마는 너무나 외로웠고, 처음으로 엄마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았기에 말이지요. 엄마는 소녀가 되었습니다. 사랑에 빠져 행복한 소녀, 엄마의 행복해 하는 모습이 참 예쁩니다. 조금 덜 예뻤으면 좋았으련만, 너무 예뻐서 하나가 아파야 할 것 같습니다.
윤희와 인하가 처음으로 행복해 하는 모습을 지켜본 시청자의 마음이 하나의 마음과 같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래서 어느 한 쪽만의 사랑만을 응원하며 보기가 힘이 듭니다. 윤희와 인하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추레하고 세상에 찌든 모습이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자식들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기가 힘드네요. 시간이 흘렀어도 변함없이 순수하기만 한, 그들의 아름답기만 한 사랑때문에 말이지요.
하나와 준도 같은 심정입니다. 막 풋풋한 사랑이 시작되려는 순간, 두 사람이 맞닥뜨린 절망 앞에 무릎꿇으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랑의 무게를 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우선순위가 어디 있으며, 경로우대권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하나와 준에게 희생하라고 말할 수만도 없어요. 콩가루 집안이 되든 말든, 함께 있어야 할 사람들끼리 있게 해줬으면 싶을 정도로 말이죠.
그럼에도 그런 콩가루 집안을 만들지는 않겠지요. 이것이 시청자가 고민하고 함께 허우적대는 이유일 겁니다. 어떤 커플이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두고 말입니다.
어쩌면 답은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추억은 추억으로 아름답다는 말로 말이지요. 뒤늦게 추억을 끄집어 내줘서 고맙다는 윤희의 말은 그래서 두 사람의 슬픔에 대한 복선이기도 합니다. 추억을 끄집어 내서 행복했다는 것, 함께 하지 않아도 이 추억으로 남은 여생이 또 행복할 것이라고 말할 것같은 예감은 일찍부터 해왔던 생각입니다.
윤희와 인하는 하나와 준이 서로 좋아하는 것을 알았었더라면, 아마 시작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자식들의 사랑을 위해 자신들의 사랑을 포기했을 거라는 거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런 불행인지를 서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말이지요. 그 고통이 자식들에게 시작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인하와 윤희입니다. 준과 하나의 사랑을 일찍 몰라서 미안할 두 사람입니다.
하나와 준은 다른 마음입니다. 너무나도 오래동안 서로를 그리워해왔기에, 한 번도 행복하지 않았던 어머니와 아버지이기에 이제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겠지요. 그럼에도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는 두 사람입니다.
엄마의 행복을 위해 사랑을 놓으려는 하나, 그러나 힘이 듭니다. 하나에게도 준은 정말 정말 원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힘들어 하는 하나를 위해 준은 하나가 할 수 없는 말을 하고야 말았지요."헤어지자". 하나가 선택같은 것 안하게 하겠다는 말은 그런 뜻이었어요. 엄마를 선택하게도, 준 자신을 선택하게도 안하겠다는...
"처음뵙습니다. 서준입니다", 다시 보면 모르는 사람으로 만나자고 했던 서준은 그렇게 하나를 처음 만난 사람으로 시작합니다. 윤희와 인하가 결혼을 하게 되면 남매가 되어야 한다는 현실은 감당할 수 없을 아픔이 되고, 인하와 윤희도 서준과 하나의 관계를 뒤늦게 알아차리는 듯 싶더군요.
그리고 서인하에 대한 병적인 집착의 이유조차 모르겠는 백혜정이 최대의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백혜정의 집착은 서인하의 상대가 김윤희라는 이유로 이성을 잃게 만들고 있지만, 그녀의 서인하에 대한 집착은 병적입니다.
백혜정이라는 캐릭터는 이 드라마의 유일한 갈등요소인데도, 그 캐릭터의 조잡하고 촌스러움은 드라마의 완성도를 망치는 옥에 티에 가깝습니다. 단지 캐릭터의 비호감때문만은 아니에요. 50이 넘어서도 30년이 넘도록 소 닭보듯 살았던 서인하를 줄기차게 소유하고 싶어하는 집착이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병적이고, 사고방식의 저급함때문이에요. 유부남과 바람을 피운 전력까지 있는 여자인데다, 알콜중독에 앰뷸런스를 시도때도 없이 출동시키는 상태의 여자를 갈등의 축으로 내세웠다는 자체가, 사랑비라는 수채화같은 풍경에 이물질이 섞여든 듯한 불쾌감을 줘서 말이죠. 순수와 탁함이라는 대비효과를 왜 이렇게 촌스럽게 배합을 해놨는지 이해되지 않는 제작진의 치명적 오류입니다.  
백혜정은 언어마저도 싸구려 언어를 사용해서 더더구나 눈살이 찌푸려지네요. 충분히 교양을 갖추면서 행패를 부려도 좋을텐데, 대놓고 무식하고 교양없는 나쁜 년으로 만들어 버리는 흑백의 구조는 사랑비를 구시대적으로 보이게 하는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백혜정이 최대의 변수로 떠오른 것은 아들의 사랑을 이용해, 인하와 윤희를 괴롭힐 것이라는 예감때문입니다. 화이트 가든 정원사로 있었던 하나를 알아내는 것은 식은 죽 먹는 일일 터, 하나와 준의 관계를 터뜨릴 인물이 백혜정같더군요. 드라마를 보면서 하나와 준의 최대의 걸림돌은 인하와 윤희가 아니라, 백혜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때는 남편이었던 서인하를 백혜정은 평생 가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거예요. 준은 그녀의 무기였고, 협박용이었죠. 아들 준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서인하를 자신의 주변에 두기 위한 인질같은(말이 좀 과격했나요?;;)....
그런데 아들마저 윤희의 딸을 바라본다? 아마 백혜정은 서인하를 두 번 세 번 빼앗긴다는 생각을 하게 될 듯하더군요. 인하와 윤희가 서로를 놓아준다고 하더라도 말이지요. 서인하에 이어 아들 준까지 빼앗기지는 않겠다는 심리랄까? 
착하고 순진한 하나가 백혜정의 며느리가 된다는 것을 그동안 생각하고 있지 않고 있다가, 백혜정이 준이 만나는 여자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서야 갑자기 아찔해 오더랍니다. 안 보고 사는 것은 힘들텐데, 이 커플도 저 커플도 난관이군요. 이러다 두 커플 다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공식을 따르는 것은 아닐랑가 모르겠네요.
여튼 백혜정의 고약하고 비정상적인 집착과 소유욕을 보면, 서준과 정하나는 더더구나 거품물고 반대를 하지 않을까 싶은데, 문제는 서준이 백혜정의 말에 고분고분한 아들이 아니라는 것이겠죠. 가장 걱정되는 점이라면 백혜정이 자살기도 라든가 하는 촌스러운 사고를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점이랍니다. 드라마를 풀어가는 것이 워낙 옛스러워서(?) 말이죠. 백혜정 캐릭터, 우아하고 교양있지는 않더라도 드라마의 품격에 맞게, 악역이라도 좀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악역으로 그려주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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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비였을까요? 바람이었으면 좋았으련만, 비는 감추지 못합니다. 바람은 아무리 많이 맞아도 흔적을 남기지 않지만, 비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머리가 젖고, 옷이 젖고, 발이 젖고, 마음이 젖어버리니 말입니다. 윤희와 인하의 사랑이 그랬듯이, 하나와 준의 사랑도 거짓말을 하지 못합니다. 머리로는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흔들리는 눈동자를 통해 마음을 들키고 말지요.
사랑과 비의 두 가지 얼굴이 부모와 자식의 사랑에도 같은 공식으로 교차됩니다. 윤희에게 청혼한 인하, 행복의 세레나데는 준과 하나에게는 슬픈 교향곡이 되고 말았지요. 인하와 준의 관계를 알게 된 하나, 준이 왜 그렇게 못되게 굴었는지, 이유조차 설명하지 않은 이별의 이유를 알아 버렸습니다. 엄마의 첫사랑 서교수님의 아들이 서준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어머니에게 청혼했다는 서교수(서인하)의 말에 가슴에 밀물처럼 슬픔이 밀려들고, 썰물처럼 희망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낍니다. 행복해 하는 엄마를 보는 것이 너무나 좋은데도, 사랑을 시작하는 엄마가 자신이 아니라서 마음이 아픈 하나입니다.
그런데도 그 사랑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 하나입니다. 엄마는 너무나 외로웠고, 처음으로 엄마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았기에 말이지요. 엄마는 소녀가 되었습니다. 사랑에 빠져 행복한 소녀, 엄마의 행복해 하는 모습이 참 예쁩니다. 조금 덜 예뻤으면 좋았으련만, 너무 예뻐서 하나가 아파야 할 것 같습니다.
윤희와 인하가 처음으로 행복해 하는 모습을 지켜본 시청자의 마음이 하나의 마음과 같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래서 어느 한 쪽만의 사랑만을 응원하며 보기가 힘이 듭니다. 윤희와 인하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추레하고 세상에 찌든 모습이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자식들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기가 힘드네요. 시간이 흘렀어도 변함없이 순수하기만 한, 그들의 아름답기만 한 사랑때문에 말이지요.
하나와 준도 같은 심정입니다. 막 풋풋한 사랑이 시작되려는 순간, 두 사람이 맞닥뜨린 절망 앞에 무릎꿇으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랑의 무게를 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우선순위가 어디 있으며, 경로우대권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하나와 준에게 희생하라고 말할 수만도 없어요. 콩가루 집안이 되든 말든, 함께 있어야 할 사람들끼리 있게 해줬으면 싶을 정도로 말이죠.
그럼에도 그런 콩가루 집안을 만들지는 않겠지요. 이것이 시청자가 고민하고 함께 허우적대는 이유일 겁니다. 어떤 커플이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두고 말입니다.
어쩌면 답은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추억은 추억으로 아름답다는 말로 말이지요. 뒤늦게 추억을 끄집어 내줘서 고맙다는 윤희의 말은 그래서 두 사람의 슬픔에 대한 복선이기도 합니다. 추억을 끄집어 내서 행복했다는 것, 함께 하지 않아도 이 추억으로 남은 여생이 또 행복할 것이라고 말할 것같은 예감은 일찍부터 해왔던 생각입니다.
윤희와 인하는 하나와 준이 서로 좋아하는 것을 알았었더라면, 아마 시작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자식들의 사랑을 위해 자신들의 사랑을 포기했을 거라는 거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런 불행인지를 서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말이지요. 그 고통이 자식들에게 시작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인하와 윤희입니다. 준과 하나의 사랑을 일찍 몰라서 미안할 두 사람입니다.
하나와 준은 다른 마음입니다. 너무나도 오래동안 서로를 그리워해왔기에, 한 번도 행복하지 않았던 어머니와 아버지이기에 이제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겠지요. 그럼에도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는 두 사람입니다.
엄마의 행복을 위해 사랑을 놓으려는 하나, 그러나 힘이 듭니다. 하나에게도 준은 정말 정말 원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힘들어 하는 하나를 위해 준은 하나가 할 수 없는 말을 하고야 말았지요."헤어지자". 하나가 선택같은 것 안하게 하겠다는 말은 그런 뜻이었어요. 엄마를 선택하게도, 준 자신을 선택하게도 안하겠다는...
"처음뵙습니다. 서준입니다", 다시 보면 모르는 사람으로 만나자고 했던 서준은 그렇게 하나를 처음 만난 사람으로 시작합니다. 윤희와 인하가 결혼을 하게 되면 남매가 되어야 한다는 현실은 감당할 수 없을 아픔이 되고, 인하와 윤희도 서준과 하나의 관계를 뒤늦게 알아차리는 듯 싶더군요.
그리고 서인하에 대한 병적인 집착의 이유조차 모르겠는 백혜정이 최대의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백혜정의 집착은 서인하의 상대가 김윤희라는 이유로 이성을 잃게 만들고 있지만, 그녀의 서인하에 대한 집착은 병적입니다.
백혜정이라는 캐릭터는 이 드라마의 유일한 갈등요소인데도, 그 캐릭터의 조잡하고 촌스러움은 드라마의 완성도를 망치는 옥에 티에 가깝습니다. 단지 캐릭터의 비호감때문만은 아니에요. 50이 넘어서도 30년이 넘도록 소 닭보듯 살았던 서인하를 줄기차게 소유하고 싶어하는 집착이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병적이고, 사고방식의 저급함때문이에요. 유부남과 바람을 피운 전력까지 있는 여자인데다, 알콜중독에 앰뷸런스를 시도때도 없이 출동시키는 상태의 여자를 갈등의 축으로 내세웠다는 자체가, 사랑비라는 수채화같은 풍경에 이물질이 섞여든 듯한 불쾌감을 줘서 말이죠. 순수와 탁함이라는 대비효과를 왜 이렇게 촌스럽게 배합을 해놨는지 이해되지 않는 제작진의 치명적 오류입니다.  
백혜정은 언어마저도 싸구려 언어를 사용해서 더더구나 눈살이 찌푸려지네요. 충분히 교양을 갖추면서 행패를 부려도 좋을텐데, 대놓고 무식하고 교양없는 나쁜 년으로 만들어 버리는 흑백의 구조는 사랑비를 구시대적으로 보이게 하는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백혜정이 최대의 변수로 떠오른 것은 아들의 사랑을 이용해, 인하와 윤희를 괴롭힐 것이라는 예감때문입니다. 화이트 가든 정원사로 있었던 하나를 알아내는 것은 식은 죽 먹는 일일 터, 하나와 준의 관계를 터뜨릴 인물이 백혜정같더군요. 드라마를 보면서 하나와 준의 최대의 걸림돌은 인하와 윤희가 아니라, 백혜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때는 남편이었던 서인하를 백혜정은 평생 가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거예요. 준은 그녀의 무기였고, 협박용이었죠. 아들 준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서인하를 자신의 주변에 두기 위한 인질같은(말이 좀 과격했나요?;;)....
그런데 아들마저 윤희의 딸을 바라본다? 아마 백혜정은 서인하를 두 번 세 번 빼앗긴다는 생각을 하게 될 듯하더군요. 인하와 윤희가 서로를 놓아준다고 하더라도 말이지요. 서인하에 이어 아들 준까지 빼앗기지는 않겠다는 심리랄까? 
착하고 순진한 하나가 백혜정의 며느리가 된다는 것을 그동안 생각하고 있지 않고 있다가, 백혜정이 준이 만나는 여자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서야 갑자기 아찔해 오더랍니다. 안 보고 사는 것은 힘들텐데, 이 커플도 저 커플도 난관이군요. 이러다 두 커플 다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공식을 따르는 것은 아닐랑가 모르겠네요.
여튼 백혜정의 고약하고 비정상적인 집착과 소유욕을 보면, 서준과 정하나는 더더구나 거품물고 반대를 하지 않을까 싶은데, 문제는 서준이 백혜정의 말에 고분고분한 아들이 아니라는 것이겠죠. 가장 걱정되는 점이라면 백혜정이 자살기도 라든가 하는 촌스러운 사고를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점이랍니다. 드라마를 풀어가는 것이 워낙 옛스러워서(?) 말이죠. 백혜정 캐릭터, 우아하고 교양있지는 않더라도 드라마의 품격에 맞게, 악역이라도 좀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악역으로 그려주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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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5 11:12




32년전 그들의 부모에게 그러했듯이, 너무나 일찍 찾아온 슬픔의 얼굴, 짧은 행복의 얼굴이 반복되려 하고 있습니다. 서준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한 하나, 커플링을 끼고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한 웃음을 짓는 서준과 하나에게 슬픔의 그림자가 너무나 빨리 드리우고 있네요. 김윤희와 서인하의 관계를 곧 알게 될 듯하니 말입니다.
분수대 앞에서 하나에게 진한 키스를 한 서준, 뒤이은 하나의 말은 서준과 시청자를 웃음짓게 만들었지요. "열까지는 셀 줄 알았는데...". 주말까지 자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는 숙제를 내주는 서준, 얼마나 좋은지, 왜 좋은지를 말해달라고 하지요. 사랑에 대한 리포트라도 제출하라는 것인지, 암튼 까칠마왕 서준답습니다.

서준과 하나에게 드리우는 먹구름, 행복보다 빨리 찾아오는 슬픔이라는 이름
가방을 싸서 나온 미호때문에 준은 호텔로 가버리고, 건물에 혼자 남은 하나는 철통보안 시스템을 작동하고는 스프를 끓이지요. 서준이 어디에 있는지가 궁금한 하나, 문자를 날려봅니다. 하나의 목소리가 듣고 싶은 서준, 득달같이 전화를 하지요. 하나의 혼잣말이 또 빵터집니다. "문자를 했으면 문자로 답을 줘야지..", 다른 여자랑 있는지 궁금했냐는 서준의 말에 뜬금없이 이 집에는 참기름도 없느냐는 동문서답을 하는 하나지요. 가스불에 스프를 올려놓았던 것을 기억하는 하나, 큰일났다며 전화기를 던져버리고는 주방으로 달려가지요. 스프는 넘쳐 엉망이 돼버렸고, 가스레인지를 닦고는 샤워를 하러 들어가 버린 하나였죠. 하나는 집중력이 조금 결여된 덜렁이~
전화는 연결이 되지 않고, 혼자 있는 하나가 걱정이 되어 미칠 듯한 서준이었죠. 결국 택시를 타고 미친듯이 달려갔지만, 하나를 불러도 대답이 없고 마음이 급한 서준은 사다리를 타고 담을 넘지요. 도난경보가 작동되고 샤워중인 하나가 나와 서준과 눈이 마주치지요. 꺅~~ 놀라는 윤아와 장근석, 정말 귀여워 미치겠더라는...

옆방에 준이 있다는 것이 좋아 헤죽헤죽 웃는 하나, 책장구멍으로 하나의 표정을 구경하는 서준, 책장구멍을 본 하나 기겁하고 구멍을 죄다 막아버리지요. 창문으로 하나는 남기자는 말 싹 무시하면서 말이죠. 구멍으로 하나의 옷에서 나온 반지를 전해주는 서준, 또 슬슬 부아가 나기 시작합니다. "남자반지던데 그놈 주려고 샀냐?"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줄려고 산거에요", 대답하기가 무섭게 자기한테 달라고 떼를 쓰는 서준이지요.
물론 하나에게 반지를 달라고 하면서도 서준도 로맨틱한 고백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지요. 가드닝을 하고 있는 하나의 등에 기대 편하게 휴식을 취하는 서준, 처음으로 화이트 가든에서 맛보는 평안함, 따스함이었어요. 그대로 몇시간이라도 죽은 듯이 잠들 수 있을 것만 같은....
하나의 등에 기댄 서준이 다이아몬드 스노우 목걸이를 하나에게 주었지요. 목걸이를 걸고는 하나가 "나랑은 잘 안어울리네..."라는 불길한 말을 해서 결말을 생각하면서 살짝 우울해지기도 하더랍니다. 아냐! 그럴리는 없겠지? 아자아자 힘내자 서준 하나커플 이러면서 최면을 걸기는 했습니다만...
서준의 고백에 대한 답변을 해줄 디데이가 다가오고, 하나가 서준의 책상위에 반지를 두고 나오지요. 그런데 주문한 꽃들을 직접 가지고 온 태성선배때문에 작은 소란이 벌어지고 말았지요. 태성을 데리고 도망친 하나를 쫓아간 준, "다신 여기 찾아오지 마쇼. 얘 내꺼니까..", 하나를 거칠게 끌고 가버리는 서준이었지요. 선배가 정신적 지주였다는 말에 열받은 준, 분노의 키스로 하나의 입을 막아버리지요. 하나도 열받았지요. "평생 대답안해 줄거야".
아차차 반지, 반지를 회수해야 하는데 서준의 방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나가 불안하게 인기척을 내는 바람에 눈치빠른 서준, 자리를 피해보지요. 일부러 문도 쾅 닫으면서 말이죠.
반지를 회수한 하나였지만, 서준의 레이더망에 딱 걸리고 말았지요. "받는다, 니 대답", "좋아해요. 정말로 좋아진 것 같아요", 하나가 반지를 끼어주자 서준 좋아 죽더구만요. 깍지 낀 손에서 서로를 마주보는 'LOVE' 커플링, 마냥 행복할 것만 같은 사랑의 한 이름이었죠.
그런데 서준과 하나에게 온 행복이 너무나 빨리 날아가 버리는 듯하더군요. 아버지의 첫사랑이 하나의 어머니였음을 곧 알게 될 듯하니 말입니다. 윤희의 뺨을 때리는 어머니 백혜정, 아버지에 대한 집착을 사랑이라고 강요하며 무식하게 구는 어머니때문에 서준이 힘겨워 하는 듯보이더군요.
첫사랑을 잊지 못해 아버지가 불행했던 것이 아니라,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아서, 사랑할 수가 없어서 불행했다는 것을 준이 이해할 수도 있을 듯하네요. 다른 남자와 외도를 하고, 혼전임신으로 어쩔 수 없이 결혼했다며 모든 불행의 원인을 서준탓으로 돌리는 어머니 백혜정을 서준은 사랑할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소유하기 위한 어머니의 집착은 서준에게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아버지를 놓아주지 않기 위해 아들인 자신을 소유하려 들었던 어머니,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소유욕이었고 집착이었습니다.
그래서 서준은 하나가 더 좋아집니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즐거우니까요. 행복하다는 의미를 알게 되니까요. 그녀를 사랑해서 행복하고,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 행복합니다. 아마도 아버지의 첫사랑도 그랬나 봅니다. 그래서 잊지 못했나 봅니다.
준은 아버지와 어머니처럼 불행해지기 싫습니다. 하나를 잃으면 아버지처럼 불행할 것같습니다. 하나가 사랑해 주지 않으면 어머니처럼 불행할 것같습니다. 좋아한다고 말해준 하나, 하나를 좋아하는 서준, 그래서 이 사랑이 어긋나지 않기만을 기도합니다. 이 행복이 영원히 끝나지를 않기를 기도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말이지요.

그런데 행복이 짧은 순간 머물다가 날아갈 듯해서 마음 졸이게 하네요. 서준과 하나에게 올 슬픔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버지의 첫사랑이 하나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머니의 첫사랑이 준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인하와 윤희가 준과 하나가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네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32년만에 이어진 유효기간이 없는 사랑, 이제 막 시작된 풋풋하고 설레이는 사랑, 슬픔과 행복의 두 얼굴이 반복되려 하고 있습니다. 더 절절하고 애틋하게, 그리고 더 뜨겁게 말이죠.

다시 시작된 서인하와 김윤희의 사랑, 사랑에 유효기간은 없다.
사랑은 이별을 앞두고서야 그 깊이를 알 수 있다는데, 대신 차에 치이고 만 인하에 대한 윤희의 마음이 그랬습니다. 윤희가 난타나기 전 재결합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혜정의 말은 일방적인 거짓말이었지만, 윤희는 알턱이 없었지요.
인하와 자신의 인생에서 사라져 달라는 혜정의 말에 인하에게 미국으로 돌아간다며 이별을 통고 한 윤희, 그것이 윤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이제와서 뭘 어떻게... 인하와 재회한 윤희는 처음부터 그렇게 주저하고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병이 악화되고 있다는 진단까지 받은 터라, 쉽게 인하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죠.
"제 인생이 참 많이 외로웠어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당신을 잃고, 할머니와 남편을 보내고... 그래서 아직까지 당신을 기억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죽은 사람이 아니니까). 문득문득 당신의 기억에 참 많은 위로가 되었어요. 이제 다시 인생에서 누군가를 잃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당신하고 다시 시작하지 않으려고요".

두 번 다시 윤희를 놓치고 불행에 빠져 사는 실수를 되풀이 하고 싶지 않았던 인하는 그 옛날 우유부단했던 인하가 아니었어요. 사랑에 서툴어 용기내지 못하고, 오해를 풀기에도 소극적이었던 인하는 그 때문에 윤희를 잡지못했습니다. 혼자 그녀를 마음에서 떠나 보내지 않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사랑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라는 것을 32년동안 배워왔던 인하였죠. 그 사람과 함께 하지 않는 사랑은 결코 행복의 이름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을 말이지요.
차에 치여 쓰러진 인하를 보고 윤희는 깨닫습니다. 또다시 그녀의 진심을 전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죠. 그 사람이 떠날까봐 겁이 났던 윤희였습니다. 그 사람을 잃을까봐 무서웠던 윤희였습니다. 꾹꾹 눌러놓았던 말을 터뜨리고 만 윤희였지요. "난 아무말도 못했는데... 정말은 당신하고 같이 있고 싶다는 말도, 아무 말도 나는 하지 못했는데... 이제 당신을 다시 못보는 줄 알고... 당신을 잃는 줄 알고...".
그 옛날 전하지 못하고 떠나버린 실수가 그녀에게 깊은 상처이자 추억이 되었고, 인하에게는 깊은 슬픔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윤희의 인하에 대한 사랑도 끊어진채로 남아있었음을 깨달은 윤희입니다. 우여곡절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32년전 서로의 마음에 내리고 스며들었던 빗물이 다시 그녀의 빈가슴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없었습니다. 끊어진 기찻길이 아니었습니다. 심장으로 흘러내리는 물길이었습니다. 말랐던 물길에 내리기 시작한 비를 윤희는 막을 수가 없습니다. 그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를 만나지 못했던 것보다 더 견딜수 없음을 알게 된 윤희, 그는 힘들 때마다 삶이 지치고 팍팍할 때마다, 윤희가 달려갔던 그리움의 끝에 서있던 사람, 노란 우산이었습니다. 
행복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상한 남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예쁜 딸 하나가 있었으니까요. 남편과 사별하고, 어느 날 문득 비가 오는 날이면 하나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는 그녀 자신을 봅니다. 인하에 대한 그리움이었습니다. 그게 인하를 추억하는 그녀의 방식이었습니다. 잊고 지냈던 시간들, 아쉬움으로 남는 감정들, 인하를 만나 설레였던 그 시간들은 끝내 가지못한 길이 되고 말았지요.
문득문득 그 길에는 어떤 꽃들이 피었을까 궁금하기도 했던 윤희였지요. 안락의자에 앉아 아이 옷을 만드는 윤희를 그리는 인하를 상상해 보기도 하고, 담장을 빙둘러 함께 장미를 심는 모습도 상상해 봤던 윤희, 봄이면 하얀 백합이 만발하고, 마당 한켠에는 집채만한 벚꽃나무가 흐드러지게 핀 벚꽃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몸을 살랑 흔들어 주면, 그와 윤희 머리와 어깨에 눈처럼 벚꽃이 내려앉기도 했겠지요. 가지못한 길, 서인하와 가지못한 길, 윤희가 추억을 연장하고 그로 인해 행복했던 그림이었습니다.
그가 함께 그림을 그리자고 손을 내밉니다. 가서는 안될 길이라 생각했기에, 뿌리치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아파합니다. 너무나 아프다고 합니다. 32년간 빈껍데기처럼 살았다고, 그래서 행복하지 못하고 불행했다고, 그의 상처를 치료해 달라고 합니다. 그녀가 보살피는 식물원의 나무들처럼 말이지요. 병든 나무처럼 새순을 틔워내지 못하고, 꽃을 피우지 못하는 그를 치료해 달라고 합니다.
그의 손을 잡았습니다.  여전히 유효한 가슴 뜀, 말랐던 물길을 타고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 우산위로 똑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비로소 윤희도 아팠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목말랐다는 것을 느낍니다. 갈증이 해소되는 이 느낌, 온몸의 혈관이 돌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는 윤희입니다. 사랑해도 될까요? 이 남자를... 그를 볼 수 있을 동안까지만 이 사랑을 허락해 주소서...

인하도 기도합니다. 김윤희, 그 때도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인하의 인생에 사랑은 쭉 이 여자 한 사람이었습니다. 다시는 놓치지 않겠습니다. 더이상 불행하고 싶지 않습니다. 멈춰버린 화폭 속의 풍경, 이 여자가 내 그림속의 풍경이 되게 하소서...
32년전 윤희와 인하에게 사랑은 너무나 일찍 찾아와 버린 슬픔의 얼굴이었습니다. 행복은 너무나 짧은 시간에 날아가 버렸습니다. 이번에는 행복의 얼굴이 오래되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하는 윤희와 인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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