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 눈빛연기'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2.12.24 이민호, 신의를 통해 본 눈빛연기의 비밀과 그 매력탐구 (433)
  2. 2012.12.21 '신의 24회(최종회)' 왜 하필 이 분이었을까? 이제 찾았습니다 (243)
  3. 2012.12.03 '신의 15회(재)' 대체 그 옥새 누가 준 겁니까? (216)
  4. 2012.11.29 '신의 12회(재)' 이민호, 쉽게 목숨거는 짓 안하겠습니다 (196)
2012.12.24 10:26




처음 이민호를 봤던 것은 기사를 통해서였습니다. 보지 못했지만 꽃보다 남자라는 기사들이 눈에 많이 띄었죠. 첫느낌은 좀 느끼한 미남, 게다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뽀글머리...그냥 신세대 스타가 하나 나왔나보다 거기서 멈췄습니다. 그 때는 드라마를 별로 보지도 않았고, 지금도 그렇지만 드라마 편식이 좀 강한 편이라...

 

이민호 출연작을 처음 본 것은 시티헌터의 이윤성, '앗 그 이민호가 이 이민호였어? 액션이 좋네.. 그런데 발음은 좀 샌다. 액션 하나는 기가 막히게 좋다' 이 정도... 개인의 취향은 첫 한 두편을 보다 여주인공에게 너무 놀라서 포기했다가 이민호의 눈빛연기와 키스신의 비결을 찾아보기 위해 다시 보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시티헌터를 보던 중 개인사정으로 드라마를 열심히 볼 수가 없는 상황에 처해 대충 보다보니 드라마도 대충보게 되고... 리뷰를 쓸 드라마가 아니면 좀 편하게 드라마를 보고, 리뷰를 쓰고 싶은 드라마라면 돋보기도 모자라 현미경까지 들이대고 보는 수준이라... 

제게 있어 이민호의 데뷔작은 신의의 최영이라는 캐릭터인 셈입니다. 첫방을 보고 사극과 참 어울리는 비주얼을 가졌구나, 눈이 호강하게 생겼다 축복이로구나 했지요. 그런데 웬걸...언제부터인가 이민호의 눈빛에 빨려들어가는 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늪도 아닌 것이 묘한 매력이 있더란 말이죠. 

제가 늪에 비유하는 배우는 따로 있습니다. 김남길! 김남길의 눈빛연기를 보면 그냥 스윽 빨려들어가는 뭔가가 있는데, 제가 빨려들어가는데 김남길이 빨아들이지는 않아요. 그냥 제가 빨려들어가는 거지.

그런데 이민호는 이민호가 빨아들이더란 말입니다. 엇 이거 아닌데, 난 이렇게 젊고 샤방하게 잘생긴 남자한테 빠지면 안돼, 임자가 있걸랑! 그러나 멈출 수 없었습니다. 폭주기관차처럼 돌진해 가는 나를 어느 순간 걱정하기에 이르렀죠.  

 

그래서 이민호의 눈빛에 대해 집중탐구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그렇게나 애정해 온 이승기에게도 찬사를 아끼고 있건만, 헤어나오지 못하고 빠져드는 이민호의 눈빛의 매력이 뭘까?

 

이민호 눈빛연기 탐구 1

우선 눈빛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꼽으라면 전 안성기, 김남길이었습니다. 그리고 신의를 보면서 이민호를 추가했습니다. 이민호에 대한 애정까지 더해져 허부적대는 팬이 되었죠. 김남길의 눈빛연기는 선덕여왕과 나쁜남자를 보면 진짜 죽입니다. 나쁜남자는 중간에 길을 헤매서 작품 완성도가 떨어져 버렸지만, 오직 김남길때문에 끝까지 갔던 작품이었습니다.

 

각설하고 김남길을 이민호의 눈빛연기에 왜 끌어왔느냐? 둘의 눈빛연기가 마치 N극과 S극처럼 극과 극이라는 것입니다.

김남길의 눈빛은 짙은 바다가 떠오르고 이민호는 맑은 호수가 생각납니다. 그런데 공통점이 있어요. 깊이를 알 수 없다는 것! 김남길은 짙어서 깊이를 알 수 없고, 이민호는 너무 맑아서 밑바닥이 보이는데 들어가보면 엄청난 깊이의 호수라는 점. 공통점은 깊다.  

김남길의 눈빛은 그림으로 비유하면 유화같습니다. 바탕 채색이 무슨 색깔인지 알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자꾸 집중하게 돼죠.

이민호의 눈빛은 수채화 같습니다. 투명해요. 전 송지나 작가의 이민호(최영)를 표현한 말중에 강직한 눈빛, 정직한 눈빛이라는 말이 딱 이민호의 눈빛이라 생각해요. 정말 잘 보신 듯...언젠가 글에서도 쓴 것 같기는 한데...

 

본격적으로 이민호의 눈빛연기에 대한 분석 들어갑니다.

우선 이민호의 눈빛연기의 비결에서 가장 매력은 눈이 예쁘고 크고 잘생겼다!!^^  그리고 동공의 사이즈가 눈 사이즈 대비, 환상적인 비율을 가졌어요. 타고난 복이죠.

 

이민호는 여백을 만들어 가는 눈빛연기를 합니다. 김남길의 경우는 눈빛에 그 캐릭터를 다 담아 꽉채우는데, 그것이 김남길의 매력이기도 한데, 이민호는 2% 정도를 비웁니다. 그게 고개를 돌리는 습관(?)을 자세히 보면 보여요.

이민호는 상대배우와 대화도중 고개를 두어번쯤 돌리며 캐릭터의 감정을 화면밖으로 보내지요. 시청자는 그것을 마치 내게 얘기하는 듯한 감정으로 받아들이게 되고요. 

대개의 연기자들은 진지한 상황에서는 혼자 용을 쓰듯 진지하죠. 미간을 찌푸린다든가 눈 주위를 가느랗게 뜨고 생각을 모으는 모습을 취한다든가...

그런데 이민호는 그냥 던져요. 나 지금 이런 고민에 빠졌어요 라고 호소하듯이... 그때마다 눈동자를 작게가 아니라 눈에 보일정도로 움직이죠. 가늘게 눈동자를 떠는 인물은 대개 의뭉한 생각을 할때가 많죠. 혼자 뭔가를 계산하는 눈.

그런데 이민호는 가늘게 떨지 않고 오히려 눈동자를 좌우로 표나게 움직입니다. 마치 내 감정을 읽어달라는 듯 말이죠. 그리고는 허공에 그 감정을 툭 던져버립니다. 그러니 내가 들어가서 그 얘기들을 들어주고 싶게 만드는 거죠. 제가 이민호는 시청자를 빨아들인다고 표현한 것이 이때문입니다.

즉 대개의 연기자는 자기 감정에 푹 뺘져서 그 캐릭터가 이런 고민을 이런 갈등을 하고 있다고 그 캐릭터의 감정을 제 3자로 지켜보게 하는데(이게 좋지않은 연기라는 말은 아니에요), 이민호는 상대배우는 물론 모니터 밖의 시청자에게도 감정이입을 시키죠. 2%의 던짐을 통해....  

 

이민호의 눈빛은 솔직합니다. 맑은 호수처럼.

이게 상대배우와의 아이컨텍에서 뚜렷하게 보이는데요, 상대방과 대화할 때 이민호는 눈 근육을 거의 움직이지 않습니다.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다던가 바르를 떤다든가 하는 모습없이 그냥 있는 감정을 그대로 보내죠. 눈동자도 거의 움직임이 없는데, 이때 이민호의 힘은 눈동자에 힘을 모으는 양미간이 아니라, 눈동자로만 내보내죠.

 

자 따라해보기.....

일단 양미간에 힘을 주듯 눈에 힘을 줘보세요.

다음은 눈동자에만 힘을 줘보세요.

느껴지는 분위기가 좀 다르지 않나요?

첫번째 방법은 강요의 감정이 읽어지죠. 두 번째 방법은 설득의 감정(?) 비슷한 느낌이 전해지지 않나요? 

 

그래서 그 그 감정이 굉장히 정직하게 나와서 아 이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구나를 그냥 느끼게 해버립니다.

말 그대로 정직한 눈빛... 이게 그 캐릭터의 감정이 되지 않으면 힘든 거거든요.

많은 연기자들의 눈빛연기의 특징 중 하나가 캐릭터를 강하게 표현하고자 눈 근육에 힘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민호는 그 캐릭터의 진심을 그냥 그대로 읽어달라는 듯 오로지 눈빛에만 실어 보냅니다. 미간의 찌푸림, 즉 강요의 감정없이....

***여기까지는 지난 글에서 댓글에 옮겼던 부분입니다. 댓글에 이민호 눈빛연기에 대한 제 소견을 다 말하기는 부족한듯해서 포스팅을 따로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이렇게 글로 발행합니다. 무엇보다 예를 보여줄 사진이 필요한데 댓글에는 사진을 넣을 수가 없다는 한계때문에... 그래서 오늘글은 사진이 좀 많습니다;; 회차별로 좋은 장면 재감상하시면서 그 때의 감정들을 떠올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아래 사진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모습 중 하나입니다. 

 

이민호의 눈빛연기 탐구 2

제가 좋아하는 눈빛을 안성기와 김남길이었다는 말을 하면서 안성기의 눈빛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요, 두 배우의 눈빛이 하나가 된 배우가 안성기이기 때문입니다. 안성기의 눈빛은 수묵화같습니다. 아주 오래전 영화이기는 하지만, 기쁜 우리 젊은 날과 겨울나그네는 이민호의 눈빛이 담겨있습니다. 실미도, 하얀전쟁, 무사라는 영화에서는 김남길의 눈빛을 많이 보게 되고요. 그리고 마지막 최영의 엔딩장면에서 보여주는 눈빛이 제겐 축제라는 영화에서의 안성기가 연상됩니다.

특히 김남길과 이민호의 눈빛연기의 극과 극이 영화 '무사'에서의 안성기의 눈빛에 다 담겨있습니다. 김남길의 유화같은 눈빛(늪과 같은 눈빛), 이민호의 수채화같은 눈빛(맑은 호수와 같은 눈빛)이 안성기에게서 다 보이거든요(안성기의 영화는 거의 다 봤는데 아쉽게도 아직 부러진 화살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전 안성기의 눈빛에 사랑에 빠지지는 않습니다. 그저 경외와 존경의 눈으로만 보게 하거든요. 

훗날 김남길이나 이민호가 안성기의 순수와 깊이를 잃지 않은 경외의 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는 두 배우를 진지하게 응원하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승기도^^

 

이민호의 눈빛연기의 특징은 캐릭터의 감정선에 따라 순차적이라는 점입니다. 캐릭터의 변화까지 예상하고 계산한 듯한... 이민호의 눈빛연기를 집중분석해 가면서 왜 이렇게 빠져들어가게 만들었을까를 종합해보니, 이민호에 대한 제 개인적인 애정도 물론 무시하지는 못하겠지만, 이 순차적인 감정의 흐름을 이민호가 완벽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감정의 널뛰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감정의 순차적인 변화를 표현하는 것은 캐릭터의 중요한 감정선입니다. 제가 개인의 취향과 신의를 보면서 여주인공의 감정선에 몰입하지 못한 이유가 그 순차적 감정선을 예측하지 않은 캐릭터때문이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해 버려서, 아니 얘가 언제부터 좋아했던 거지? 좀 황당스럽기도 했고요. 대부분의 멜로는 사랑이라는 것을 향해 가기에 아무리 무개념 망가진 연기를 보여줘야 할 지라도, 그 캐릭터의 감정선이 변화되어 가는 단서들을 남겨야 하는데, 그게 아니어서 말이죠. 여자 연기자들 중에 이런 감정선을 순차적으로 계산해서 보여주는 연기자가 하지원, 문근영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 두 배우를 격하게 아낍니다***

이민호의 눈빛연기의 비밀, 혹은 비결을 분석하면서 또 하나 제가 주목한 것은 최영의 머리띠였습니다. 헤어스타일의 변화는 캐릭터의 성장과 매우 중요한 연결이 되거든요.

처음 최영의 머리띠는 적월대의 머리띠(두건, 복면)였죠. 7년전 우달치 대장으로 부임하고, 이 후 머리띠를 풀었죠. 공민왕과 노국공주를 호위하면서도 최영은 머리띠를 하지 않습니다. 떠날 생각을 하고 있던 그가 무사의 상징이기도 한 머리띠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죠. 

 

그럼 이민호는 최영이라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머리띠(헤어스타일)와 눈빛으로 어떻게 순차적으로 보여왔는가?

은수를 처음 본 프리젠테이션에서의 처음 시작, 그것은 생경함이었을 겁니다. 아름다운 여인을 본 한 순간의 떨림, 신비로운 경험... 그렇지만 금방 접습니다. 돌려보내야 하니까요. 아무런 미련없이 천혈 앞에서 은수에게 정중하게 목례를 했던 것처럼... 

그리고는 원망의 눈빛을 표하기도 했지요. 칼에 찔린 최영을 살려낸 은수로 인해 또다시 의무감과 책임감을 떠안게 된 귀찮음, 최영의 그 때 마음을 표현한 대사가 공민왕이 떠나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빌어먹을"이라며 불만을 표한 것이죠.

은수를 거칠게 벽으로 밀면서 "내가 임자때문에 지금..."하고 뒷말을 삼키면서, 은수에 대한 원망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왜 살려가지고 날 귀찮은 상황속에 던져놨느냐는 불만이었죠.

그리고 최영의 눈빛이 고려황실로 돌아온 이후 바뀌기 시작합니다. 전의시에서 밥 안준다고 투덜대고 허연 맨다리를 드러내는 은수를 지켜보면서 알 수 없는 떨림, 계속 지켜보고 싶은 남자의 마음이 드러나기 시작하죠.

 

폐열증으로 고통을 참으면서 죽든 말든 혼자 알아서 하겠다는 최영에게 은수가 아스피린을 쥐어주며 말하죠. "죽지마요". 죽지말라는 말, 어쩌면 최영에게는 부담감처럼 무겁게 다가왔을 겁니다. 언제나 목숨을 내놓고 싸워왔던 무사 최영에게 죽지말라는 말이 얼마나 무겁고 부담스러웠을까요?

 

기철의 집에 은수를 찾으러 갔을 때, 얼굴에 손을 대는 은수에게 그의 얼굴을 내주면서 그는 진짜 사랑(짝사랑이지만)을 시작합니다. 설렘의 감정으로 말이죠. 그 감정의 연결이 강화로 가는 길에 은수가 언제부터 연모한 거냐고 가슴팍을 쳤을 때의 덜컹거림입니다. 그래서 "왜 하필 저 여인을 데려왔을까?"라며 자신의 혼란스런 마음을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최영이 머리띠를 다시 하게 돼죠. 경창군의 죽음이후 최영의 각성이 시작된 지점에서 입니다. 최영은 이 때 공민왕의 사람이 되면서 매희 그 아이를 보냅니다. 그리고 은수가 그의 마음 전부가 되었다는 것을 자각하기도 합니다. '마마 저를 가지십시오, 싸움은 제가 하겠습니다'. '언제부터지? 그 아이 얼굴이 기억이 안난다'.

기철의 집에 있는 은수를 지켜보는 눈에는 짝사랑의 눈빛이 진하게 담겨갔지요. 나뭇가지 사이로 은수를 지켜보고, 기철의 집에서 도망치려다 비탈길에서 넘어지려는 은수를 받아주기도 하고... 

 

검을 찾으러 왔다며 기철의 집에 다시 갔을 때, 은수가 그의 팔을 잡으며 살아있어서 됐다라고 말했을 때, 이 때부터 최영는 설렘의 단계를 넘어 사랑으로 넘어갑니다. 돌려보내겠다는 마음과는 별개로 움직이는 감정으로 말이죠. 그래서 이때부터는 설렘의 덜컹보다는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지켜봄의 짝사랑 눈빛이 됩니다.

은수를 대역죄인으로 친국하는 자리에서 끌려가는 은수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못했던 최영은, 은수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노국공주의 처소에서 나오는 은수를 기다리다가 정강이를 호되게 걷어채이고도, 아무말 못하고 은수를 지켜보기만 하죠. 장빈에게 안겨 우는 은수를 보면서 말없이 발길을 돌리기도 하고...

 

잊을 수 없는 최영의 표정, 글에서도 밝혔지만 이민호의 최영에 빠져버리게 만든 칠살을 처리한 후 거친 숨을 내쉬는 이민호의 눈빛은 압권입니다. 여기서는 은수에 대한 감정보다는 무사의 감정이 큽니다. 훗날 "이 검이 베어야 할 것들을 베지 못하고 가여운 것들만 벱니다"라는 고백으로 이어지는... 그리고 검은 삿갓을 살려보내기도 하죠. 

 

은수가 떠나자 최영은 기철과 함께 죽으려고 동반죽음을 시도했죠. 최영의 언 손을 녹여주는 은수의 눈물을 보며 최영의 감정은 한단계 넘어갑니다. 최영 그도 놀랐거든요. 은수의 마음을 조금 알아버린 것이죠. "다시는 목숨거는 짓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울지마요". 우는 은수를 보는 이민호의 눈빛은 설렘의 감정이 전혀 없습니다. 놀람의 감정이었습니다. 그 분 마음을 안 것에 대한... 

은수의 다이어리를 건네받게 하고, 독에 중독된 것을 모른채, 은수를 하늘문으로 데려가면서 최영은 그의 마음을 홀로 고백합니다. 문지방 너머에서 은수의 그림자를 따라가는 손, 그 때의 최영의 눈빛은 버림이었습니다. 연모의 마음을 버려야 하는 괴로움... 그래서 그 눈빛에는 진한 슬픔이 베여있습니다. 가슴을 아리게 하는 미치도록 아픈 슬픔...

"지금도 너무 많습니다", 더 알고 싶은 것이 없을 정도로 은수에 대한 연모의 마음이 너무도 컸던 최영. 

덕흥군과 혼례를 하겠다는 은수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최영, "이 한심한 분을 어떡하나, 내 옆은 안되겠냐고!", 이때부터는 짝사랑의 지킴이 감정을 버리고, 정면돌파 직접 고백단계로 넘어가죠.

그리고 이민호의 눈빛은 다시 변화합니다. 자기 여자를 보는 눈빛으로 변했지요. 짝사랑의 눈빛과는 다른 좋아하는 마음을 감추지 않은 눈빛, 그래서 그 눈빛이 정직한 눈빛으로 변하죠. 은수에 대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으니까요.  

은수에게 내 옆은 안되겠느냐고, 대전에서 은수에게 기습키스를 하면서 은수에 대한 감정을 다 보이기 시작한 최영이 한 번 흔들리는 씬이 있습니다. 은수의 백허그 고백 때... 남으면 안되느냐는 은수의 고백에 이민호는 눈을 질끈 감으며 감정 컨트롤을 했었죠. 붙잡고 싶은 갈등과 은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보내야 한다는 다짐의 눈빛으로. 

그리고 딱 한 번 이민호에게 거짓의 눈빛이 나옵니다. 이민호가 얼마나 감정연기를 잘했는지 이 부분에서의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은수를 잊을거라고, 밥도 잘먹고 잘 지낼거라고 했던 장면에서 이민호의 눈빛을 보면 눈에 생기가 없어요. 진심이 느껴지지 않죠. 좀 멍한 느낌의 강요만이 보입니다. 이게 그 캐릭터가 되지 않으면 힘든 눈빛연기인데 이민호는 정말 캐릭터 은수를 사랑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보내도 잊을 거라는 말이 거짓임을 이민호도 감추지 못했던 것이고요.  

 

그리고 최영이 머리띠를 다시 푸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때부터 이민호는 샤방한 모습을 버리고 원숙한 남성미를 풍기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제겐 그 분이 먼저였습니다"라는 고백과 함께 공민왕을 떠나면서 말이죠. 그리고 다시는 머리띠를 하지 않습니다. 궁으로 돌아와서도... 아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의 고백과도 연결되는 머리띠입니다. 검의 각성과 함께 이 머리띠는 결국 불필요한 것이 되고 맙니다. 귀검을 뛰어넘는 각성을 이뤘듯이 머리띠에도 얽매이지 않게 된 것이죠. 

하늘문으로 향하면서 이민호의 눈빛은 설렘이나 떨림, 덜컹의 감정없이 내 여인을 바라보는 마음만 보입니다. 평온하기까지 하죠. 은수의 마음을 확인한데서 오는 자신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보내야 한다는 갈등은 있지만 적어도 혼자만의 짝사랑 감정은 전혀 없지요.

많은 경우 연기자들이 감정선을 연결하면서 설렘과 덜컹거림을 반복하는 우를 범하기도 합니다. 혼자 좋아했다가 상대도 좋아한다는 것을 알면, 다시 설렘과 덜컹거림으로 그 감정을 반복하는 경우를 보는데, 이는 잘못된 감정표현이죠. 그 때는 설렘이나 덜컹거림보다는 안도와 자신감의 덜컹거림으로 연결해야 하거든요. 이런 안도와 자신감의 덜컹을 이민호만큼 제대로 보여준 경우를 보지 못했네요.  

그래서 이때부터 이민호의 표정을 보면 원숙한 남자의 모습이 되어있습니다. 감옥에서 탈출해 나온 최영을 은수가 달려와서 안았을 때의 표정, 은수의 머리카락을 넘기다 울고 있던 은수를 보는 표정, 은수가 피묻은 갑옷인 채의 최영을 안아주었을 때의 이민호의 표정을 비교해 보면, 그 순차적인 감정을 이해가 쉬울 듯 합니다. 

원숙한 최영의 모습이 가장 잘 나타난 장면이 노국공주의 유산때 은수의 손을 잡아주던 모습과 녹주독을 먹고 고통이 시작된 은수를 안고 최영 그가 더 고통스러워 하는 장면입니다. 독자분도 그 장면을 애정하는 장면이라고 하셨는데 저도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물론 이민호의 심장에 꽂히는 매력적인 눈빛, 초롱초롱 별이 한 두개 박혀있는 듯한 맑은 눈빛의 매력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눈빛연기의 비밀은 뭐니뭐니 해도 캐릭터가 되는 것입니다. 개인의 취향을 다시 찾아보면서도 느꼈는데, 이민호의 눈빛연기의 비밀은 극중 상대 캐릭터를 진짜 사랑했던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허공으로 감정을 보내 교감하면서 시청자를 그 캐릭터의 감정선으로 빨아들이는 힘, 2%의 던짐 그 여백의 눈빛이 그려내는 감정들, 그 캐릭터가 되지않고서는 아무리 눈빛이 맑고 좋아도, 정직한 눈빛은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이 모든 감정선, 설렘, 놀람, 짝사랑, 아픔, 확인, 굳은 사랑과 강한 믿음의 순차적 결과물이 마지막 엔딩장면에서의 평온할 정도로 담담한 최영의 표정입니다. 감동으로 벅차 눈물만 차오르는 원숙한 모습, 은수가 돌아올 것이라는 믿은 긴 기다림, 몇 번이고 최영이라는 캐릭터가 되어 생각해 봤습니다. 나라면 어땠을까? 연기가 아니라 그 캐릭터가 되었을 때... 처음에는 이런 말도 안되는 기적이! 하면서 동공이 확대되지 않았을까? 했습니다. 아니야, 이민호가 저렇게 표현한데는 분명한 자기 분석이 있었을 것이야...

아...그러고 보니 최영의 유일한 취미생활이 낚시! 긴 시간 낚싯대를 드리우고 기다리는 강태공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아 그거였구나, 이민호는 진짜 최영이었어! 

 

알맹이 없는 글은 아니었을까 걱정도 되는데, 이 글이 신의 재리뷰를 풍부한 이야기들로 채워주신 임자팬들, 제게 많은 가르침을 주신 신의방 왕언니님께 드리는 작은 선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최영이라는 인물을 너무나 잘 그려준 이민호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드리는 제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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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1 16:45




오랜 장정길의 끝신의 마지막회입니다. 마지막회까지 왔는데도 10부 능선에 도달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9부 능선 어디쯤에서 헉헉대던 숨을 고르면서 정상을 올려다 봤다가 하산길을 내려다 보기를 반복할 것 같네요. 앓던 이가 빠지는 시원함이 느껴질지, 더 아려올지 이 글이 끝나도 모를 것 같습니다.

잔을 비워야 또 채워지는데 여전히 그 잔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미련은, 사랑보다 무거운 주제 신의를 보여 준 최영(이민호)이라는 인물에 대한 지독한 사랑때문이 아닐런지...  

 

솔직히 마지막회는 쓰기 싫은 리뷰입니다. 본방 때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그 후의 이야기로 허전함을 달래보기도 했고, 최영이 어떻게 살아났을까, 그를 살게 한 것이 무엇이었을까를 글로 풀어보기도 했습니다. 대본에 있었던 아스피린통이 사라졌다는 것은 모르고 최영이 노란소국을 심고 은수를 기다린다는 상상글로 마무리하면서, 최영을 살게 한 것이 은수의 말때문이라고 했었는데, 아스피린통이 없어도 은수의 말때문에라도 최영은 살아났을 거라 생각은 합니다.

"당신이 나 데려온 그 하늘문을 찾지 못해 다른 세계를 헤매고 다닐지도 몰라요", 또 은수가 천혈을 계산했던 것이 최영에게로 오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듯해서 말이죠. 하지만 직방으로 깨어나는 방법은 역시 빗방울과 아스피린통으로 남긴, 은수의 가고 있다는 말이었을텐데 역시 아쉽네요.

 

신의에는 최영의 독백같은 질문이 두 번 반복됩니다. 은수와 강화로 가는 길에 대만이 앞에서, 그리고 마지막 나무아래에서 기철의 빙공에 죽어가면서... "왜 하필 저 여인을 데려왔을까?", "왜 하필 이 분이었을까?. 최영 자신에게 던지는 두 독백은 질문과 답이라는 수미상관 구조를 가지는 독백입니다.

작가와 감독이 어디에서부터 손발이 맞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작가의 수미상관 전개에 찬물을 끼얹은 가위질이, 삭제돼 버린 최영의 이마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이 삭제되면서 첫회 비오는 날 우의를 입고 공민왕과 노국공주를 호위하고 오다가 가게 된 천혈, 그리고 은수와의 만남이 운명적이라는 것에 연출적인 부족함을 노출시키고 말았죠.  

 

은수의 칼에 찔려 수술을 받은 후 쓰러져 의식을 잃은 최영의 얼굴에 은수의 눈물이 떨어지자, 얼어있던 최영의 몸이 녹으면서 심장이 뛰는 장면 역시도 한쪽 팔을 잃은 구도가 되었던 것입니다. 은수가 좋아하는 빗방울이 이마에 톡하고 떨어지면 어라! 하늘을 보게 되는 날, 마지막회 죽어가는 최영의 이마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장면으로 의미있게 연결되어야 하는데, 왜 이 중요한 것을 잘라냈는지 진짜로 알다가도 모를 감독님!

삭제된 아스피린통에 대한 것은 지난 글 천혈에서 정리들을 했으니 더 언급은 하지 않고, 은수의 타임슬립 역시 여기서는 다시 리뷰하지는 않겠습니다. 대신 작가의 대본에 있었던 대로 아스피린통이 최영의 손에 잡히는 것을 추가하겠습니다. 

 

마지막회 리뷰에서 한 번 더 나갈 거라는 말씀드린 적 있었지요. 바비킴의 일년을 하루같이 노래가사... '일년을 하루같이... 일년을 아니 평생을 너만 생각하고 있잖아' 100년 전의 은수와 4년을 은수를 기다리던 최영을 보면서 딱 그 가사가 와닿았거든요. 김현식님의 '내사랑 내곁에'는 가사내용중 '시간은 멀어 집으로 가는데...'부분에서 퍽하면서 머리를 치는 가사때문이기도 했고요. 물론 전반적으로 신의와 어울려서였기도 했지만... 시간이 늦은 것도 빠른 것도 아니고, '멀다'라는 표현, 정말 미치게 와닿습니다. 은수와 최영이 놓여있는 100년이라는 상황은 그야말로 시간이 멀다라는 표현밖에는 달리 생각이 안나거든요.  

 

최영과 은수의 해후보다는 멀어져가는 은수의 모습을 힘없이 바라보며 죽어가는 최영의 모습이 먼저 떠올라 가슴이 미어지게 아픈 마지막회, "기다려요. 기다리는데... 죽을 것 같아요... 지금...나", 이 말이 치밀어 오면서 참 많이 아팠습니다. 예쁜 장면도 물론 있었지만, 뭥미?의 엔딩장면때문에 해피엔딩인데도 가슴이 허해지기만 했던 마지막회...

 

역설적으로 전 마지막 엔딩장면이 고맙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지금의 신의 임자방을 만들어 줬는지도 몰라서 말이죠. 감독님 감사!(그래도 속으로는 칫!)

마지막회는 대본에 있는 장면을 함께 넣어 양념을 좀 치면서 가겠습니다. 결국 우리의 논의가 감독의 의도가 아닌 작가의 의도를 더 읽어보기 위함이니까요. 지금은 작가의 의도를 넘어 신의방에서 진화되고 있는 신의가 된 뿌듯함(?)마저도 느끼고 있지만요.

 

"왜 하필 이 분이었을까?"

 

"왜 하필 이 분이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버렸습니다. 아버지 이제 찾았습니다. 너무 늦었을까요? 허나 그 분은 이리 대답하실 겁니다. 괜찮다고, 다 잘될 거라고, 이제 시작이라고...". 

 

'많은 시간, 임자를 기다리는 시간, 그 날만은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수백번 수천번, 임자를 처음 만났던 그날부터 객잔에서의 잠든 임자 모습을 반복했는지 모릅니다. 내 곁에 누워 나를 보던 임자의 얼굴이 언제나 내 기억의 끝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임자가 끌려가던 그 모습이 자꾸 떠오릅니다. 이상하게도... 그 모습 그대로 돌아와 내 앞에 서서 아무일 없었다고, 나 돌아왔다고 말할 것만 같습니다. 지켜주겠다는 약속, 내 옆에 있겠다는 임자의 약속,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그 날, 멀어져가는 임자를 속수무책 바라만 보면서 의식이 혼미해져 가던 그 날, 혹시나 원망스럽지는 않았는지요 

그럼에도 임자는 제게 오늘도 이렇게 말합니다. "괜찮아요, 다 잘 될 거에요. 돌아갈게요. 기다려줘요. 그러니 죽지마요". 임자가 말하니 믿습니다. '나 살아있다고, 임자가 나를 또 살렸다고, 임자가 내 심장을 또 뛰게 했다고, 기다리고 있다고' 임자에게 매일 말합니다. 임자가 내 말을 듣고 있다고 나는 믿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나는 임자를 기다립니다. 내 사랑.

임자에게 배운 하늘말, 사랑이라는 말 그 때 가르쳐줬지요. 강화로 가던날... 연모하는 분이라고 얼결에 말했던 그 말이 하늘말로는 사랑이라고 했지요. 그 때는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 말이 참 좋았다고, 가슴 두근거렸다고. 돌아오면 해드리겠습니다. 평생'. 

죽을 것 같았던 그 날, 그 악몽같았던 시간 뒤에 더 힘든 악몽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때는 몰랐다. 알았더라면 하늘문으로 그 분을 데리고 가지 않았을 것이다. 알았더라면, 그 때 알았더라면... 네 번의 가을이 왔다 갔지만 내 긴 후회는 언제나 이 곳, 그 날 그 곳 머문다.

 

"죽을 것 같아요, 지금...나"

 

그 분이 없어졌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발등을 찍고 싶은 후회, 무사히 살아있기만을 간절히 빌고 빌어본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오장육부가 타들어가고 사지가 절단되는 고통, 거대한 손이 내 심장을 움켜쥐고 마지막 피 한방울까지 짜내는 듯 아프다. 

 

"죽을 것 같아요. 지금, 나".

주상에게 그 분을 찾아오겠다고 궁을 떠나게 해달라고 청을 했다. 돌아왔느냐고 내 발을 묶어놓은 주상, 그 분과 함께 떠날 거냐고 묻는다. 대전에서 분명히 답을 했건만... 내 스승님이 틀렸다고, 그 분이 가신 길 따르지 않겠다고, 도망치지 않겠다고 말했건만...

"저는 이미 돌아왔습니다. 그러니 제 여인도 데려오게 도와주십시오". 

***제 여인이라는 말은 여전히 가슴 두근거리게 합니다.

 

또 한 발 늦었다. 이미 떠나 버린 그 분, 객잔의 벽에 쓰여있는 그 분의 하늘말 "괜찮아요", 그 분인양 조심스레 손으로 읽어본다. 그 분의 손이 머문자리 그 분인듯, 임자 손인듯... 그 분이 무사하다는 것으로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 분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반드시 찾으러 갈 것임을... 숨이 조금 쉬어졌다. 그 분과 가까워졌다는 것에.

 

찾았다. 무너졌던 하늘을 다시 찾았다. "괜찮습니까?", 독은 해독되었고 그 분 괜찮다고 한다. 괜찮다고...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말이 괜찮다는 말임을 나는 그날 처음 알았다. "그럼 이제 내 곁에 있는 겁니까?", 거두겠다고 했던 그 말, 녹주독을 마시겠다고 했을 때 보내드리겠다는 마음 이미 버렸지만, 그래도 물어본다. 그 분의 말로 듣고 싶어서. 

 

'듣고 싶었습니다. 임자의 그 말, 듣고 또 듣고 싶었습니다. 내 곁에 남겠다는 말, 세상 전부를 가지게 한 그 말을...'.

가슴터지게 그 분을 안고 약속했다. '내 안에 들어온 임자, 이제 어디도 보내지 않을 겁니다. 다시는... 임자, 이렇게 내 옆에 딱 붙어만 있어주십시오. 아무데도 가지말고 내 옆에 딱... 지키는 것은 내가 합니다. 압니다. 그동안 임자가 날 지켜왔다는 것, 날 살려왔다는 것, 그러니 이제부터는 내가 지킬 겁니다. 평생'.

***아깝게도 원래 대본에는 이 장면에서 오래도록 갈급해 왔던 마음으로 은수에게 키스를 하는데, 나오느니 한숨이요, 꺼지느니 땅입니다. 이렇게 말해봐야 뭔 소용이 있겠습니까? 죽은 자식 뭐 만지기죠.

그래도 우리는 뜨거운 키스로 마음을 나눴다고 알고 갑시다. 죽음과 맞서 싸운 은수, 그런 은수를 잃을 뻔했던 최영이, 은수와 만나서 그냥 침상에 누워 나긋나긋 자장가 불러주듯 대화만 했겠습니까?  

 

평생일 거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행복이 그리도 짧게 끝나버릴 줄은, 그 분도 나도 알지 못했다. 얼마나 많은 시간 그 분의 얼굴을 지워가려고 애썼던가? 그 분을 만난 첫 날부터였는지 모르겠다. 보내야 하는 분이기에.., 하늘세상에서 처음봤던 심장뛰게 한 그 미소, 그 분의 냄새, 우는 모습, 밥달라고 투정하는 모습...

'잊지 않아도 됨에 임자 얼굴 그저 바라만 봤습니다. 내 눈에 내 마음에 내 가슴에 임자 얼굴 새기고 또 새깁니다. 바라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얼굴, 죽어도 잊지 못할 임자 얼굴, 임자가 내 곁에 있음에 너무 좋아 그렇게 말해봤습니다. 기억하려고 본다고요, 잊지 않아도 되니까... 임자, 잊지...않았을 겁니다. 임자가 하늘세상으로 떠난다고 했더라도, 임자가 하늘세상으로 떠났다고 했더라도... 지금도 임자는 그 때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날 바라보던 그 모습 그대로'. 

하늘문 앞에서 그 분의 소중한 분들에게 인사를 나누게 하고 싶었다. 평생 지켜드리겠다고 약속드리고 싶었다. 고려무사 최영의 이름으로 그 분 평생 지켜드리겠다는 언약, 마음으로 하고 싶었다. 그 분이 다시는 가지 못할 곳, 다시는 만나지 못할 그 분의 소중한 사람들, 우리의 인사가 그 분들에게 닿지못해도, 우리의 인사가 전해질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게 잘못이었을까? 기철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내 잘못이었을까?

 

넋이 나간듯 울먹이는 그 분, 내 가슴을 누르며 울부짓는 그 분, 난 그렇게 죽어가고 있었다. 그 분의 모습을 따라가는 내 눈동자만이 살아있었을 뿐 내 모든 감각이 얼어간다. 마음은 그 분을 따라가는데 움직이지 않는 몸, 그 분의 눈, 코, 입 새기고 또 새겨본다. 죽어서도 잊지않게... 그렇게 그 분은 내게서 멀어져 갔다. 더이상 보이지 않는 그 분, '소리치고 또 소리쳤습니다. 임자, 임자', 그러나 소리마저 얼어버린 그 날, 우린 그렇게 멀어져 버렸다. 

'임자, 임자를 마음에 품고 설레고 떨렸습니다. 아프고 힘들었습니다. 그런 나에게 임자가 다가왔지요. 임자의 따뜻한 손, 세상을 환하게 하던 임자의 웃음, 막을 수 없었습니다. 임자에게 향하는 내 마음. 나를 웃게한 사람, 나를 살게 한 사람'.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져만 가는 아득함, 그 순간도 나는 그 분만이 그리웠다.  

 

'그 분은 이리 대답하실 것이다. 괜찮다고, 이제 시작이라고'

 

'왜 하필 이 분이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버렸습니다. 아버지, 이제 찾았습니다. 너무 늦었을까요? 허나 그 분은 이리 대답하실 것이다. 괜찮다고, 다 잘될 거라고, 이제 시작이라고...'. 그 분의 목소리가 아득해지는가 싶더니 점점 커진다. 톡! 톡! 이마에 떨어지는 빗방울에 실려 들려오는 그 분의 목소리 '죽지마요, 나 지켜준대매'.

 

최영이 어떻게 살아나는지는 원래 대본을 보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원래 대본 여기에 옮겨 드립니다. 

 

#추억의 언덕

최영이 눈을 감고 죽은 듯이 누워있다.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진다.

 

은수소리

마악 비가 오기 시작하는 순간이 제일 좋아요.

빗방울이 하나 둘.. 이렇게 이마에 떨어지면

어라. 이러구 하늘 보게 되잖아요. 그 순간.

 

한쪽으로 뻗어있는 최영의 손은 소국에 걸쳐져 있다.

최영이 눈을 뜨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본다. 손에 걸리는 것이 있다. 가득한 소국 사이.. 최영이 힘없는 손을 움직여 소국을 치운다.

거기 반쯤 흙에 묻혀 있는 아스피린병.

최영이 손을 움직여 병을 집는다. 힘겹게 꺼낸다. 그러는동안 최영의 심장 소리가 들린다.

처음에는 낮고 느리게. 그것이 점점 빨라진다. 최영이 가까스로 병을 들어 본다. 오래되어 이끼가 가득 끼었지만 분명 아스피린병이다. 최영이 다른 손으로 자신의 품을 뒤진다. 자신의 아스피린 병을 꺼낸다. 나란히 들어본다. 심장소리는 이제 정상적으로 뛴다.

최영이 투둑투둑 떨어지는 빗방울 속에서 미소 짓는다. 그가 살아나고 있다.

 

 

이제 시작이니까", 그러니 죽지말라고 임자는 내게 또 말합니다. '죽지마요' 임자의 약통을 내 손에 쥐어 준 그날처럼 또 내 손에 그 약통을 쥐어줍니다. '죽지마요, 기다려요 지금 나 당신 곁에 돌아가고 있어요'.

나를 살린 그 분, 나를 살게 한 그 분, '왜 하필 이 분이었을까?', 오래동안 찾았던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 내가 지켜야 할 내 전부, 그 분이 내게 온 이유를... 그 분이 내게 무엇인지를... 내 심장이라는 것을... 나는 믿는다, 그 분이 돌아오고 있음을...  

'임자를 기다리는 일 어렵지 않았습니다. 반드시 올거라는 것을 믿기에...임자가 곁에 없다는 것이, 미칠 것같은 그리움이 힘들었을 뿐... 그 때마다 임자의 소리가 들립니다. '거기있어요?'. 대답같은 건 없을 거라고 했던 말 기억하십니까? 지금도 그렇습니까? 여기있다는 제 말 이젠 들리시죠.  

 

임자가 그랬지요. 당신 그렇게 살아서는 안되는 사람이라고, 하늘세상에서 유명한 사람이라고... 임자가 말했으니 믿습니다. 임자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난 힘차게 살고 있습니다. 임자가 바랐을 거니까요. 임자가 돌아오는 길, 압록강 이북 8참부터 우리땅으로 만들었습니다. 잠만 자던 나를 깨우신 분, 임자가 돌아올 것을 믿기에 이젠 잠을 자지 않습니다. 깨어서 일어나서 힘차게 살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임자의 소리를 듣습니다. 오늘은 한 걸음 더 가까워졌나 봅니다. 어제보다 임자의 목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거기있어요?'. "여기 있습니다". 임자의 발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임자의 발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거짓말처럼 내 눈앞에 서있는 분, 꿈속에서도, 그 꿈속에서도 꿈을 꾸었던 그 분, 내 여인이 돌아왔다.  

내 오랜 기다림은 그렇게 끝났다. 그 분의 오랜 여행도...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 그것 사랑. 끌어안지 않아도 아는 것, 그것 그리움. 두 손 꼭 잡지 않아도 아는 것, 그것 믿음. 이것이 우리들의 이야기 전부였을까... 어쩌면 이제부터의 이야기가 진짜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 그 분과 나, 함께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정말 살아있는 이야기...

우리는 우리의 오늘을 만들어 나간다. 힘찬 오늘을, 누구보다 힘차게 사랑하면서... 여기 내 곁에서 함께...

묻지않았다. 그래도 살면서 한 번쯤은 궁금해 할 것 같다. 그 분이 돌아온 하늘문, 그 분의 계산이라면 67년후에 열린다고 했던 하늘문을 열게 한 것은 무엇일까?  

 

***마지막 시간까지도 숙제있는 신의 임자방. 눈치채셨죠? 마지막 문단은 숙제입니다. 이에 대한 댓글들은 신의에 흐르는 모든 주제들로 채워질 것 같아서 숙제로 냈습니다. 마지막까지 숙제가 많습니다.

***지난 글 천혈에서 신의의 주제는 거의 다 나온 듯해서 24회 마지막회는 그냥 내용정리 정도로 올렸습니다. 감정적으로 격한 부분들 다 쳐냈고요(임자팬들의 벅찬 감정들로 채우는 것이 나을 듯해서), 개인적으로 22회와 23회를 걸쳐 많이 울었고, 나름대로는 이별을 준비했는데 여전히 이별이라는 단어는 마음을 착잡하게 합니다. 미리 울어버려서 담담할 것 같았는데...  

 

어디선가 어느 곳에선가 그를 향해 돌아올 은수를 기다려 온 최영의 평온한 모습, 지금 오셨습니까?라고 묻는 듯한 담담함은 어쩌면 최영 자체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은수가 올것을 믿었기에, 너무나 굳게 믿었음을 표현하고 싶어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루 이틀의 시간이었으면 어쩌면 격정적인 포옹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은수가 곁에 없어도 늘 곁에 두었던 것처럼, 그렇게 마음으로 은수와 함께 했던 최영같기도 하고요.  최영의 눈에 소리없이 차오르는 눈물이 제 눈물같아서, 오래도록 신의를 놓지못하게 한 그리움같아서 또 한참을 멍하니 보게 만듭니다. 

 

아무도 없는 낯선 세상, 최영없는 100년 전의 고려에서 매일 천혈이 열릴 것이라 믿은, 믿는 것이 제일 쉽다는 은수, 최영 곁에 남겠다는 간절함 하나로 모든 것을 버린 은수는 신의의 이중적인 의미 사람을 살린 신의이기도 했습니다. 고려를 지킬 최영을 살렸으니 말이죠. 그 모진 시련을 감내하면서 말이죠. 참으로 강한 여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원했던 것은 이런 아가페적인 엔딩장면은 아니었다는 것!!   

 

***임자커플 첫날밤은 수우언니님의 말씀대로 진짜 그날이었을까요? 하나, 둘, 셋! 돌아본다 그날? 일단 그렇다고 치고.... 전 객잔에서 은수 잠들기 전에도 뭔일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최영이 '자요'하니까 그냥 바로 눈감고 잠드는 은수, 왜 그런겨??? 이 커플은 혼인해도 좀 문제가 있어 보여요. 철통같이 온몸을 가죽으로, 끈으로 칭칭 동여매고 있으니 옷고름 푸는데만 밤새겠어요. 아마 첫날밤 치르고도 옷 다시 다 갖춰입고 잘 듯...  대장 언제든 발검하고 전쟁터에 나가야 하는 무사니까?

순서가 이렇게 됩니다. 눈으로 사랑, 두 손 마주잡고 또 사랑 고백, 한 침상에 누워 팔괴고 사랑고백, 그리고 옷고름을 풀었는지 허리띠를 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언제나 의관정제하고 잠들고, 일어나면 갑옷만 걸치면 전투준비 완료! 

 

***신의는 요물이었습니다. 기철이 은수를 표현했던 말처럼요. 파헤쳐도 파헤쳐도 또 나오는 의미들, 드라마 신의에서는 못다한 거대담론들을 이끌어냈던 것은 송지나 라는 작가가 있었기에 가능했지 싶습니다. 작가의 역사관, 정치관, 사랑관, 이 시대를 향해 던지고 싶었던 깊은 이야기들.... 때로는 도마질도 해보고, 때로는 지지고 볶아도 보면서, 깊은 맛의 요리를 만들게 해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함을 전합니다.

 

***신의병동 임자팬들... 우리의 인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 그래서 인사는 하지 않으렵니다. 안녕이라는 말은 더더욱... 그냥 고맙다는 말만 하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저는 이곳에 항상 있을 것이고 언제나 문을 열어 두겠습니다. 제가 드라마 리뷰를 얼마나 더 오래할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지나가다가 어머나 예전에 알았던 초록누리가 아니네 하시고 실망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 때는 틀리다라고 등을 돌리시기 보다는, 다를 수 있다라고 따뜻하게 보아 주셨으면 합니다. 독자분들, 임자팬들, 그리고 신의병동 입원환자들때문에 많이 배웠고,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민호의 눈빛연기는 댓글에 쓰겠습니다. 그런데 너무 분량이 많을 것 같아서 고민좀 해보겠습니다. 별도의 페이지를 만들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기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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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3 13:02




그 분과의 마지막 자리 이 곳에 있는 날이면 가끔 대만이가 곁에 앉아 옛이야기를 꺼내고 간다. "대장, 그 때 대장 진짜 무서웠습니다. 그렇게 무섭게 화내시는 것 처음 봤습니다. 사...살기를 띄었습니다".

"그랬냐...(정말 죽이고 싶었다, 그 놈. 해독제만 아니었다면 그 날 그 놈, 죽였을 것이다)".

"대장, 그 하늘... 그 분, 오실 거라 저도 믿습니다. 대장이 믿으니까 저도 믿습니다. 저는 대장을 믿습니다". 슬쩍 나를 쳐다보고는 대만이 녀석은 머리를 긁적이며 병영으로 돌아가고는 한다. 내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녀석. 녀석의 더벅머리를 쓸어준다. 대만이는 내가 머리를 툭툭 치거나 쓰다듬어 줄 때가 좋다고 한다. "대장이 아버지같아서"... 란다.  

 

 

나때문이었다. 덕흥군 그자에게 그 분의 서책을 가져가라고 협박했던 나때문이었다. 그 분이 독에 당하고 그 이후 벌어졌던 그 많은 일들이 모두 나때문이었다. 내 연모가 그 분을 죽음보다 더한 고통으로 이끌게 될 지, 그 때 알았더라면 그 분을 향해 달려가는 마음을 멈출 수 있었을까?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그 분 또한... 

 

***15회 16회 이민호의 연기 포텐이 빵빵빵 터졌던 회차죠. 멋진 액션신, 감정신들 그 어느 하나 버릴 수 없는 장면들이죠. 임자팬들에게 고백하자면, 최영 민호앓이가 너무 심해져서 본방때 미국에 있는 친구와 거의 매일을 카톡하고, 신의끝나고 몇시간을 전화통화하느라 글 발행이 늦어지기도 했습니다ㅎ;; 

그리고 전 이때까지도  20회까지라고 알고 있었어요. 끝나가는 것이 싫어서 이제 두 주 밖에 안남았는데 어떡하니? 우리 최영 민호 못보겠다ㅠㅠ 이러면서 징징댔죠. 그랬더니 친구왈, 신의 24회까지 아니냐? 헉, 그래서 찾아봤더니 24부작이더라고요, 오매 좋은 것... 이랬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이 때를 기점으로 최영과 은수의 마음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의 감정을 서로가 알았죠. 서로에게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 돼버렸다는 것을 말이죠. 14회까지는 은수는 떠나야 하는데 남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최영은 보내야 하는데 잡고 싶은 마음이 컸다면, 15회부터는 은수는 남으려 하고 최영은 보낼 수 밖에 없다는 마음이 커져가죠.

 

은수는 알 수 없는 꿈, 수첩의 비밀이 최영 그 사람 곁에 남으라는 간절함이었음을 알아가고 그 사람 곁에 남아야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했고, 반대로 최영은 은수를 살리기 위해서 더 보내려고 마음을 굳혀가죠. 그래야 은수가 살 수 있으니까요.

다시봐도 이민호의 액션신, 감정선들은 사람 미치게 빠져들게 만듭니다. 어떻게 본방 때보다 더 설레고 가슴 아리고 저미고 꺄악꺄악하게 만드는지...

 

"이 사람 살릴 수 있냐고 묻잖아!"

 

하늘문을 향해 출발한 우리는 하루만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새벽녘 낮게 신음하는 소리, 또 악몽을 꾸시나 보다. 불러도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신다. 땀벅이다. "임자, 임자", 품에 있는 그 분 고개가 푹 떨어져버린다. 힘없이 스르르 죽은 듯이... 

장빈선생이 왔다. 독에 당한 것이라는 말에 머리가 아찔해 온다. 독이라니, 누가, 왜, 언제? 덕흥군 그자가 가져온 서책을 옮겨적은 종이에 독이 발라져 있었단다. 이런 우라질 뼈를 잘근잘근 토막내서 불에 달달 볶아도 시원찮을 놈.

그 분이 준 약, 그 분의 약이면 나을 것 같았다. 독의 종류를 알아봐야 겠다고, 사람 미치게 환장할 정도로 침착하게 말하는 장빈 선생, 마음은 타들어 가는데 뻘소리만 늘어놓는 것 같았다. "이 사람 살릴 수 있냐고 묻잖아!".

덕흥군을 만나보라고 한다. 그 자가 해독제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고... 잊어버렸다. 해독제를 가지러 그 자에게 달려갈 생각뿐이었다. 장빈선생이 불러세워 검을 가리키고서야 알았다. 분신같았던 검도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것을... 

***최영의 검은 여기서도 중요했고, 궁으로 옥새를 가지러 갈 때도 최영의 진중함이 나옵니다. 본방 리뷰에서는 이런 것들을 생략하고 넘어갔는데 뒤에서 짚고 갈게요.

 

처음이다. 그렇게 빨리 뛰어본 적이... 무슨 힘으로 뛰었는지, 사람이 그렇게 빨리 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럼에도 왜 그렇게 느리게 느껴졌는지 내 급한 마음을 따라주지 못하는 내 발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아프다 영아, 너무 아파", 독에 고통스러워 하던 경창군 마마, 내 품에서 그렇게 보내드렸던 마마와 그 분의 얼굴이 겹쳐온다.  

 

***전력질주하는 이민호, 얼굴 근육까지 달리더라죠. 다시보면서 NG났었으면 진짜 힘들었겠다 요런 생각을 하면서 함께 달렸습니다.

 

여유자적 바둑을 두고 있는 그 놈, 눈이 뒤집히고 피가 거꾸로 솟는다. "해독제 갖고 있나? 내놔", 그 놈의 면상을 후려갈겼다. 죽여버리고 싶었다. "내가 죽여온 사람들 셀 수도 없이 많은데 매번 고통없이 단칼에 죽이려 애써왔다. 헌데 너, 사지를 하나씩 절단내 줄 생각이니 말해, 해독제 어딨나?". 그 놈을 돌려세우고 단도로 목 근처를 꾹 눌러 그어버렸다. 목을 잘라버리고 싶은 것을 참고 또 참으면서.  

 

"이건 벤 거고 다음은 자른다". "내가 죽으면 네 여인도 죽어. 네 여인 맞지?", 네 여인이라는 말에 심장이 멎는다. 내 여인 그 분이 지금 죽어가고 있다. 돌 것 같았다. 주상의 어보 옥새를 가져달라는 놈의 제안, 대답도 없이 나와버렸다.

시간이 없다. 해가 중천에 뜨면 그 분 살릴 수가 없다 한다. 주상의 옥새, 그게 주상의 옥새였던가? 원황제가 내려준 헛껍데기일 뿐임을 주상이 알아주길 바라면서 궁을 향했다. 그 분을 살리는 것이 먼저다. 내게는 언제나... 그 분이 먼저였다.  

***여기서 최영은 대만에게 칼을 맡겨두고 갔지요. 이는 주상에 대한 역모, 배신의 마음이 없음을 말하죠. 최영이 맨손으로 궁에 들어간 이유, 그 짧은 순간에도 공민왕에게 말한 그의 언약을 검을 두고 가는 것으로 보였죠. "저를 가지십시오" 했던... 이러니 최영을 무한애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덕흥군을 주먹으로 치고 위협하는 최영 이민호 카리스마 짱! 이민호의 카리스마는요.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를 잘하려는 욕심이 아니라, 진짜 은수때문에 화가 나서, 분노해서, 죽여버리고 싶어서의 감정이었습니다. 카리스마를 보이려고가 아니라, 분노와 사랑이 카리스마가 되었던 장면. 멋져!

 

"대체 그 옥새 누가 준 겁니까?"

 

"청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의선이 독에 당했습니다. 해독제를 구하려면 전하의 것이 필요합니다. 어보를 내어주십시요. 그것이 있어야 의선 살릴 수 있습니다. 그 분 전하의 명으로 이 땅으로 끌고 왔고, 전하의 명으로 잡아두었습니다. 왕비마마의 목숨을 구했고, 두 말없이 전하의 편이 되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 분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옥새를 내어 주십시오". 

전하가 그리 역정을 내시는 것은 당연했다. 난 대역죄목에 해당되는 행동을 하고 있었으니까. "한 낱 여인때문에 옥새를 내달라 하는 건가? 날더러 그대의 왕이라 하지 않았는가? 날 더러 그대를 가지라 하지 않았는가?".

한낱 여인이라는 말에 울컥 뭔가가 치밀어 올라온다. 주상만 아니었으면 아마 주먹이 날아갔을 지도 모르겠다. "절더러 전하의 벗이며, 백성이라 했습니다. 그 백성이 지금 살려달라 청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에게 왕이 왜 필요한지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대체 그 옥새 누가 준 겁니까?". 백성을 지켜주는 왕, 자기 여인을 지키려는 사내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나는 궁을 향했을 것이다.

 

그 옥새가 원황제가 내린 것이 아니었다면 그래도 궁으로 향했을까? 이후 몇번이나 내게 반문했다. 대답은 그래도 갔을 것이다. 나는 왕의 옥새가 아닌 사람 주상을 선택했고, 진정한 왕이 되고 싶다는 그의 부끄러움을 택했었기에...

이미 품에 넣은 옥새를 함구한 채 주상에게 난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대체 그 옥새 누가 준 겁니까!" 어떤 왕이 되고 싶은 거냐고? 백성을 지키기 위해 옥좌를 지키려 하는 것이 아니었냐고? 진정 고려의 왕이 되고 싶은 거냐고? 영민한 분이시니 말 뜻을 알아채시리라. 공민왕은 이후 궁을 나가 현고촌에 있으면서 스스로 각성하기에 이르지요. "내가 아니라 궁이 왕이었구나".

 

 

***최영을 막는 우달치들과의 액션씬은 감동이었죠. 검집과 칼등으로 상하지 않게 방어만 하는 대장, 그런 대장이었기에 충석이 '적은 우리를 상하지 못한다'라고 했던 것이었고, 그리고 본방에서는 덕만을 살리는 최영의 모습만 보였는데, 다시보면서는 다른 것이 보이더군요.

덕만을 인질(?) 삼은 듯한 포즈에서 덕만이 눈을 질끈 감고 "찔러"라고 우달치들에 말을 하죠. 덕만이를 보니 목숨을 내놓고 최영을 막았다기 보다는, 대장을 믿었다는 생각이 더 들더군요. 대장은 절대로 덕만을 찌르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최영은 어깨에 부상을 입으면서도 덕만을 살렸죠. 

믿음이라는 것, 우달치들과 최영과의 관계를 보면 또다른 믿음의 모습을 봅니다. 신의에서는 많은 배신과 불신이 있었지만, 우달치들만은 최영을 배신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지요. 우달치기에 따라야 하는 명을 거행하기는 하지만, 대장 최영을 배신하는 일은 없었죠. 자신들을 지켜주는 사람이라는, 우리들의 대장이라는 믿음을 심어줬기 때문이 아닐까요. 최영에게 신의라는 것은 은수, 공민왕, 우달치들에게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켜주는 것.

 

옥새를 내어주고 해독제를 받아 달렸다. 해독제를 받고 그 놈을 죽여버릴까도 생각했었다. 간교한 놈, 앞으로도 사흘에 한 번씩 여섯번이나 해독제를 먹여야 한다고 한다. 죽이지 못했다. 앞으로 여섯번이나 그 놈 얼굴을 마주할 생각을 하니 먹은 것들이 다 올라올 정도로 역겨워진다. 그때는 몰랐다. 그보다 더 한 역겨움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해독제를 먹여도 눈을 뜨지 않는 그 분, 손이 얼음장처럼 차다. "이 분 뜨거울 정도로 손이 따뜻한데... 그건 내가 아는데...". 기철의 빙공에 당한 내 손을 녹여주던 뜨거울 정도로 따뜻했던 그 분의 손, 치료하겠다고 맥을 짚겠다고 내 손을 잡을 때마다 느껴지던 그 온기가 하나도 없다. 머리가 쭈뼛해질 정도로 그 분 손이 차다. 

몸보다 의식이 먼저 돌아올 수 있으니 말을 건네라는 장어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 밖에 아무 것도 없었다. 너무 말을 많이 했는지 목이 잠겨온다. 그래도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해드렸다. "중추절 가배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보름달이 뜨고 질 때까지 사람들이 모여서 놉니다. 그건 의선도 좋아하실 겁니다". 술도 잘마시고 사람들과 노는 것도 좋아하는 그 분, 그러고 보니 중추절이 곧이구나. 그러나 그날이 그날이 될 지 나는 알지 못했다. 그분이 떠나버린 날, 하늘문이 열리는 날이라는 것을...  

그 분에게 고려의 중추절을 끝내 보여드리지 못했다. 그 분이 없는 세 번의 중추절이 지나갔다. '이번 중추절은 그 분과 함께 할 수 있을까?'.

 

내 손 안에서 그 분의 손가락이 꼼지락 거린다. 헛소리를 하시는 그 분,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임자, 내 말 들려요?", 흔들어도 아직 깨어나지 않는다. "안돼요. 그러지 마요. 죽지마요", 무슨 일인지 그 분이 우신다. 또 악몽을 꾸시나 보다. 장빈선생을 부르는 동안에도 애가 탄다.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  

 

장빈선생이 그 분 살아나셨다고 한다. 맥도 정상이고... 휴... 그동안 참았던 걱정을 잠시 그렇게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분을 안고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울고 있는 나를 보게 될까봐, '임자, 임자때문에 나... 죽을 것 같았습니다.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꿈에서 당신을 봤는데... 나 날짜 풀었어요, 그날 가야 돼요"

 

고모가 왔다 갔다. 전하는 내 뜻을 깨달았다 하시고, 기철이 긴급 도당회의를 소집했다고 한다. 옥새를 빌미로 전하를 흔들어 대겠지. 전하 혼자시다는 말, 마음이 복잡하다. 그럼에도 그 분이 먼저다. 그 분 살리고, 그리고 보내드리고, 그 다음에... 돌아가겠다는 말을 삼켜버렸다. 궁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늘세상으로 그 분을 따라가고 싶은 내 미련때문이리라. 내 욕심때문이리라.  

"나 죽을 뻔 했다면서요", "제 잘못입니다. 내가 덕흥 그놈 임자한데 보냈어요. 서책가져 가라 협박까지 해서요.". 가까이 와보라는 그 분, 내 잘못이니 시키는 대로 하라고 농담도 하신다. 진짜 돌아오셨다, 그 분 내가 알고 있는 그 분.

누워있기 답답하고 숨막히고 기대고 싶다했다. 그때는 몰랐다. 왜 그랬는지. 내 심장소리를, 내 체온을, 내 숨소리를, 내가 살아있는 것을 느끼고 싶어서 였다는 것을... "꿈을 꿨어요. 내가 본 적도 없는 집, 본 적도 없는 내가 나오고", 그래서 울었어요?(이때 최영의 다정한 목소리 스폰지같아서 빨려들어가고 싶더랍니다). "꿈에서 당신을 봤는데...", 순간 기뻤다, 그 분의 꿈에 내가 있었다는 것이... 

 

이내 잦아드는 힘없는 목소리, 그것이 나때문이었음을 그 때는 알지 못했다. "나 날짜 풀었어요", 또다시 세상이 정지되었다. 얼마나 반복되어야 하는가, 하루에도 몇번씩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머리가 텅 비어버리는 이 공허함...

"한 달 쯤 뒤에, 그 날 돌아가지 못하면 67년 뒤에 열린대요, 그 하늘문. 내가 죽기 전에 돌아갈려면 그날 가야돼요", 마른 침만 삼켰다.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겠냐는, 내 곁에 남아주면 안되겠냐는 말이 목구멍에 턱 걸려 넘어가지 않는다. 말없이 그 분의 손을 잡아봤다. 전하지 못한 말을 내 손으로 하고 있었다. '임자, 내곁에 남으면 안되겠습니까?".

보지 못했다. 그 분의 근심가득한 얼굴을... 그리고 그것이 그 분의 꿈에 나왔던 내 죽음때문이었다는 것을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이 장면 심하게 애정하는 장면이랍니다. 은수의 머리카락 가까이 최영이 얼굴을 대고 더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손으로 전하는 무수한 말들, 이 남자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몰랐습니다. 그 분이 고통을 참으면서 나를 위해 웃어 준 것을, 그 분 손가락이 마비되어 약사발을 들 수 없었다는 것도... 그냥 어린 애같은 그 분이 좋았습니다. "약 먹여줘봐요", 나와 그 분을 빤히 쳐다보는 만보사숙과 아줌마가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그 분의 어깨에 손을 얹고도 주먹을 꽉 쥐어 내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했습니다. 만보남매 뭐라고 놀릴까봐서... 그래도 그 때 행복했습니다. 많이 아주 많이... 그 분의 고통을 알지도 못하면서 나 혼자 행복해 했습니다. 

해독제를 받기 위해 역겨운 그 놈을 또 만나러 가는 날 보며 그 분이 웃습니다. 그래서 또 행복했습니다. 그 분이 웃으셔서. 그 분의 웃음이 발길을 붙잡습니다. 하늘문이 열리는 날짜를 풀었다는데도, 나는 하늘문이 아닌 그 분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돌아가야 하는 그 분을 항해... 

덕흥군 그 놈의 두번째 해독제에 대한 조건은 더 역겨웠다. 조일신을 사주해 기철을 쳤다. 영악한 놈, 기철이 궁으로 쳐들어 갈 것을 계산했음이리라. 그 어느 쪽이든 그 놈에게 승산이 있었을 터이니... 조일신이 성공을 하든, 기철이 성공을 하든...

궁이 위험하다. 그 분의 목숨 또한 경각에 달렸다. 어찌한단 말인가? 그 분과 전하, 치졸한 방법으로 그 놈은 나를 시험하고 있었다. 그 분의 목숨을 가지고...

 

***왜 독이었을까요? 덕흥군은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는 자였지요. 공민왕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지키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도 자기 자신이라고 대답을 하죠. 독을 쓰는 자는 믿을 수 없는 자라는 대사도 나오고요.

여기서 독은 드라마 신의가 관통하는 주제 '믿음'에 대치되는 상징적 설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경창군이 자기 대신 독을 마시고 죽은 것, 은수에게 독을 먹인 것, 최영에게 독은 트라우마와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지켜주지 못한 경창군 마마였기 때문에 말이죠. 

은수의 독은 은수와 최영에게 성장과 각성의 역할을 합니다. 독과 믿음은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람의 안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보이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는 독, 역시 보이지 않지만 사람을 살리는 믿음(신의), 무엇이 더 강할까요?

죽어가면서도 최영을 지키고자 하는 은수, 은수를 살리기 위해 심장이 돼버린 사랑마저 밀어내려는 최영, 그 과정에서 두 사람에게는 독보다 강한 것이 자리하게 되지요. 담담하게 긴 세월을 기다리고 있던 최영과 계속적으로 타임슬립을 반복한 은수의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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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9 15:10




본방 리뷰 때도 사심을 넘어 있는대로 흑심(?)을 드러냈던 회차였습니다. 은수에 대한 최영의 마음을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듯이, 저도 최영 이민호에게 사로잡힌 사심 작렬하게 노출했더랍니다. 

'이민호의 숨막히는 눈빛 연기, 아줌마를 소녀로 만드는 마성'이라고 리뷰 제목도 잡으면서 아주 적나라하게 제 감정을 숨기지 못했죠ㅎ. 드라마 리뷰를 하면서 내용에 간간히 사심을 드러내기는 하지만, 제목을 이렇게 적는 일은 드물었거든요. 

이민호의 눈빛은 감성을 일깨우고 나이를 잊게 만듭니다. 촉촉한 듯 슬픈 듯, 단호하면서 강직하고 정직하고, 그리고 따뜻하고.. 최영이라는 캐릭터의 마음이 온전히 눈빛 안에서 살아 움직입니다. 

본방 때 한 번 속았는데도 또 속았습니다. 기철과 동반죽음을 계획하는 영의 생각 속 장면을 실제장면으로 착각하고, 아 맞다, 그때도 식겁해서 놀랐는데... 이랬답니다. 지호와 시울을 기철의 집을 침입하게 해 은수의 수첩을 가지고 나오라는 암시를 준 최영, 수첩은 얻지 못했지만 영은 소중한 목숨을 얻고, 은수를 얻었지요.

 

이 때부터 최영은 은수에게 적극적으로 남자로 다가갔던 듯합니다. 애써 속마음을 감춰보려고도 했지만, 은수도 최영의 감정이 단지 지켜주겠다는 무사의 언약이 아니라, 정인을 지켜주겠다는 최영의 마음을 알게 되었지요. 은수 역시 최영에게 흐르는 감정을 이제는 부인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 나 더이상 도망가지 않기로 했어요. 도망가지 않으려면 맞서 싸워야지". 공민왕 부부 앞에서 최영과 옥신각신 말다툼을 하고 고려청자와 대화를 하면서도 그랬지요. "역사니 앞날이니 모르겠고, 난 살아야 겠다고!". 최영에게 향하는 은수의 감정이 아니었나 싶어요. 최영 그 사람 에게 향하는 마음 애써 막지는 말자, 있는 동안은 마음 흐르는대로 그렇게 가보자... 

본방때 놓쳤던 은수의 감정도 이해된 부분이 있었어요. 최영에게 웃음을 보여준 장면, 사람이 왜 그러느냐고 "매번 진지하고 근심, 걱정, 병나요, 그러지 마요"라며 최영의 가슴팍을 치기도 하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하고, 그게 은수의 마음이었습니다. 늘 누군가를 지키겠다고 피흘리고 싸우는 그 사람을 위해서 은수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영을 웃게 만드는 거였죠. 속상해 하고 걱정하는 표정을 지으면, 자기를 지켜보는 그 사람이 더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아서 말이죠(속 깊은 은수 궁디톡톡). 

 

"그렇게 쉽게 목숨거는 짓 안하겠습니다, 다시는... 그러니 울지마요"

 

"멈춰요", 거짓말처럼 그 분이 뛰어들었다. 아직도 그 아찔한 순간을 나는 잊지 못한다. 내 평생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무모한 짓을 서슴없이 했던 그 분, 자기 목에 칼을 대고 목숨으로 기철과 나의 싸움을 멈추게 했던 그 분, 그리고 평생 나는 이말을 하고 살 것이다. '임자, 나를 살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죽을라고 환장한 건 당신이잖아! 이기지도 못한다면서! 저혼자 싸우다 죽으면 끝이야? 덕성부원군 그 사람한테서 나 도망갈 수 없었던 거죠? 근데 당신더러 비키라 그러고 필요없다 그러고... 그러다 당신 죽어버리면 내가 죽인 거잖아. 남을 사람 심정이 어떤지 알면서".

그 분 그 아이를 알고 있었다. 정신이 퍼뜩 들었다. 내가 그 분에게 같은 짐을 지워드리려 했구나... 그 분에게 내 자리가 얼마나 큰 지 문득 알고 싶어진다. 내 안의 그 분 자리처럼 그러할까? 아니어도 좋다. 그 분이 나 때문에 울고, 나 때문에 달려와 준 것만으로 세상의 아무 것도 들어올 수 없이 내 가슴이 꽉차버렸다. 터져버릴까 불안할 정도로... 

다친 손을 치료해주고 빙공에 당한 내 손을 잡아주는 그 분, 빼려고 하는 내 손을 가만히 잡아준다. 힘도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그 분의 손은 저항할 수 없는 힘을 가졌다. 두 손을 포개 온기를 넣어주는 그 분, 그리고... 나는 심장이 멎은 듯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내 손에 온기가 느껴졌다. 심장이 펄떡펄떡 뛰기 시작했다. 입김을 불어주는 그 분, 그리고 주억거리는 고개, 조심스레 그 분의 머리카락을 쓸어본다. 울고 있었다, 그 분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운다.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 생각했어요. 일단 해보고 안되면 할 수 없지... 그렇게 살아왔던 게 버릇이라...그렇게 쉽게 목숨거는 짓 안하겠습니다, 다시는... 그러니 울지마요". 

 

***본방때는 은수와 최영의 모습이 예뻤는데 지금은 그냥 아팠습니다. 더 다가가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남자로 다가가는 마음을 누르는 최영, 최영 그 사람때문에 울고 있는 은수의 복잡한 마음들이 엉켜서 그냥 아팠습니다. 저는 이때 걸음이 느려서 OST가 둘의 감정처럼 마음을 흔들더라고요*** 

***그리고 기철의 캐릭터가 이때부터 이상하게 변해갔는데요, 다시보니 최영과 싸우면서 무리하게 빙공을 쓴 탓에 정신이 훼까닥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이후 기철의 표정은 이전의 힘도 느껴지지 않았고, 몸도 구부정하니 기력도 쇠해지고 있었고요. 대신 덕흥군이 등장해서 기철보다 끔찍한 일들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기철은 하늘세상에 대한 병적인 집착으로 스스로를 붕괴시켜 가기 시작했죠. 자업자득인지 실제 역사보다 수명도 단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졌고 말이죠.

 

그 분이 웃습니다. 다시 웃습니다, 그래서 저도 자꾸 웃음이 나옵니다

 

"나 이제 도망가지 않기로 했어요. 맞서 싸울 거예요. 최영씨 우리 파트너해요. 지금 내 목표는 기철이 가진 내 수첩을 찾는 거고, 최영씨 목표는 기철로부터 임금님을 지키는 것, 그러니 임금님이 힘에 쎄져서 의선의 수첩을 내주라 하면 되는 거잖아요. 우린 목표가 같으니 파트너해야 겠다. 따라해 봐요, 파트너". 

그 하늘말 뜻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함께 싸우는 한 편이라고 한다. '한 편' 그 말이 참 좋았다. 한...함께, 편...내 사람, 나는 그렇게 그 뜻을 해석하고 싶다. '함께 하는 내 사람, 임자라고'. 자꾸 웃음이 나온다. 그 분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이, 더 이상 도망가지 않겠다는 말이 날 웃게 한다. 그 분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이 날 웃게 만들고, 그 분의 웃음이 날 살고 싶게 한다.

"파트너가 되려면 몇가지 해줘야 되는게 있어요", 그러면 그렇지 조건없이 뭔가를 하자는 분이 아니시지... "첫째 서로 모든 걸 말해준다. 두 번째 파트너는 서로 지켜주는 거예요. 혼자만 싸운다고 말도없이 가버리면 안된다구요!!", 나도 같은 조건을 걸었다. "마음대로 혼자 아무데나 가지 말아요". '임자, 지난 번처럼 혼자 그렇게 떠나지 말아요. 내 마음이 임자를 보내줄 수 있을 때까지 내 곁에 있어주시면 안됩니까', 말하지 못한 내 조건이었음을 그 분은 알까? 

악수하자고 손을 내미는 그 분, 지난 번에 가르쳐 준 말과는 다른 악수였다. 잘해보자는 뜻도 있다고 한다. 배우기 귀찮은 하늘말, 뭘 잘해보자고 손을 위아래로 흔들고 할까, 그냥 말로 잘해보자하고 서로 믿으면 될 일을... 우달치 애들이 지켜보는데 남사스럽게 손을 잡고 흔들어 대는 그 분, '"내 체면도 좀 지켜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내 목숨을 살린 분, 목숨을 내주면서 나를 살린 분, 나는 이미 그 분의 사람이 돼버렸다. '내 목숨은 이제 임자 것입니다'.

***흐미 이 귀여운 바퀴벌레 한 쌍, 그냥 칵 깨물어주고 싶당~ 

내 체면은, 허, 한숨이 나오기는 하지만 어이없이 또 구겨지고 말았다. 그것도 주상전하와 왕비마마, 고모까지 다 보고 있는 자리에서... 하늘나라 사람들은 다 그런 것일까? 감정에 솔직하고, 하고 싶은 말은 다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 분, 그래도 나는 그런 그 분이 좋았다. 힘찬 분, 진짜 살고 있는 분.

간밤에 기철과 있었던 일을 주상전하 앞에서 아뢰려는 그 분, 어이구 이 대책없는 분을 어떡하나? 그런 말을 하면 나는 뭐가 되느냐고 임자! 죽겠다고 갔다는 것을 알면 '주상전하가 잘하셨습니다'했겠냐고!   

그 분의 손을 잡아 입을 막았지만, 주상전하의 물음에 또 그 분이 무슨 이상한 말을 할까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잘 모르는 것은 말하지 마십시요", 그렇게 알아듣게 눈치를 주는데 그 분 성질을 내가 어떻게 이겨볼 거라고.... 아직도 나는 그 날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우달치 대장, 고려무사 최영, 남자, 여튼 체면이라는 체면은 다 무너졌으니... '그래도 임자, 임자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좋았습니다. 임자랑 아웅다웅 말씨름을 하면서도, 임자와 가까운 사이같아서 나는... 정말 좋았습니다. 임자의 화내는 모습까지도'. 

***은수앞에서 꼼짝 못하고 쩔쩔매는 최영의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고, 은수가 최영을 마치 남자친구 대하는 듯해서 애정지수 팍팍 올라가는 장면입니다. 두 사람을 보고 할말을 잃고 뜨아하게 바라보는 공민왕과 노국공주, 그리고 최상궁 마마의 '쟤가 내 조카 영이 그놈 맞나?'싶게 쳐다보는 모습 다 정겹네요. 노국공주와 환관 도치의 빵터졌던 술상이야기는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그리고 나는 매희 그 아이를 놓아주었다. 진짜로... 이젠 더이상 그 아이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떠올리려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다. 내가 지켜줘야 할 사람, 나를 지켜주는 사람 그 분이 내 모든 것이 되었다.

누군가를 지키는 것만 해왔던 나, 누군가의 지킴을 처음으로 받았다. 목숨을 내주고 지켜주었고, 서로 지켜주는 한 편이 되자고 손을 내민 그 분, '임자, 쉽게 목숨거는 짓 안하겠다고 했지요. 그럴 겁니다. 하지만 또 할 겁니다. 만약에, 혹이라도 임자를 위해 내 목숨이 필요하다면 그 때는 내놓고 싸울 겁니다. 안 지고 잘, 열심히...'. 

기철이 부른 살수 칠살, 한 놈씩 해치워야 한다. 칠살을 대적하러 가는 길, 그 분을 보고 싶었다. 그 분을 보면 힘이 날 것 같아서... 혹이라도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 분을 다시는 보지 못할 지도 모른다. 왕비마마가 주신 옷으로 갈아입고 빙그르 돌아보이는 그분, '어떻느냐고요? 고려사람 같이 보이느냐고요?', 아무말도 해주지 못했다. 아름답다는 말도, 고려사람이 되면 안되겠느냐는 말도... 골치아픈 일이 끝나면 그 분 칼 다루는 것부터 가르쳐야 겠다.

 그 분은 달라져 있었다. 도망가지도 않고, 이 땅의 역사니 정치니 당신네들 일에 끼어들고 싶지도 않다고 했던 그 분은 달라지고 있었다. 장어의에게 의술을 배우고, 거짓말도 잘하셨다. 너무나 잘... 힘차신 분. 무엇이 그 분을 그렇게 변하게 만들었을까? 이따금 나는 내게 질문을 던져본다.

 

칠살을 베러가는 내마음을 읽었던 것일까? 일과가 끝나면 하늘세상에서 하는 일처럼 매일 그곳에서 만나자고 한다. 

호신용으로 그 분 다리에 매어준 단도, 쓰게 될 일이 결코 없기를 바라면서도 불안하다.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 그 분 곁에 머물지 못하는 내가 미워서, 내 마음을 그 분의 다리에 그렇게 묶어본다. 임자를 이렇게라도 지키고 싶다고... "싸우면 이길 수 있어요?", "제대로 싸우면 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잘 다녀와요" 손을 흔들어 주는 그 분, 그 분이 웃었다. 다시 웃으신다. 날 보면서... 심장이 쿵쿵거리게 웃으신다. 말해주지 못했다. '임자의 웃음은 세상 어느 것보다 탐나는 것이라고, 오직 하나 임자가 탐난다고', 몰랐다. 내가 미친놈처럼 웃고 있었다는 것을, 내 마음이 웃는 것인줄만 알았다, 내 마음이... 

 

"그 분을 보면 생각하게 돼, 나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하나, 둘, 셋,...여섯, 그리고 마지막 일곱. "내가 아는 어떤 분이 있는데, 그 분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게 사는 거야. 근데 니들이나 나는 그걸 모르잖아. 우리한테 산다는 건 죽지않는 것 그 뿐이잖나. 근데 그 분은 달라. 그 분은 진짜로 살고 있어, 그것도 아주 힘차게". 

숨이 가빠 온다. 온 힘을 다했다. 죽자고, 아니 진짜 살자고 싸웠다. 검에 피가 튀겨가고 손에서는 피가 흐른다. '으, 피냄새...' 그분의 말이 들려온다. 낙숫물에 피냄새를 씻고 검에 묻는 피도 씻어본다. 지우고 싶어서, 가리고 싶어서... 그 분이 주었던 노란 꽃, 두고 왔구나. 말라버린 꽃이지만 나는 늘 그 꽃향기를 맡는다. 그 분의 향기인 양, 내 피냄새를 가려줄 향기인 양...  

익재선생의 말이 머리에 맴돈다. "이런 시대에 자네같은 무사가 가엾구만. 베이기 전까지는 계속 베어나가야 겠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 그 분을 돌려보내도 끝나지 않을 것임을 나는 안다. 계속 베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 지켜야 하는 내 나라 고려, 그것을 위해 칼을 들어야 하는 것이 내 숙명임을 알아가고 있었다.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던 그 분, '임자, 다른 사람이 아닌 내 피가 흐릅니다. 임자가 또 울까봐, 오늘은 임자를 보러가지 못하겠습니다. 그냥 혼자... 조금만 지쳐있겠습니다'.

 

***오늘은 그동안 생각해 보지 않았던 최영과 하늘말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이상하게 최영은 은수가 가르쳐주는 하늘말을 따라하는 것을 꺼려하지요. 특히 외래어나 아주 현대적인 말은 입밖으로 내지 않고 딴짓하는 모양으로 고개를 돌려버리기도 합니다. 파트너라는 말도 '그게 뭡니까, 함께 지켜주는 거라면서요' 라는 식으로 파트너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는 않지요. 13회에서도 한 번 나오는데 그때도 관계라는 말로 대치했던 것 같습니다. 후에 하이파이브, 아자아자 화이팅!도 안하죠. 

최영은 왜그랬을까요?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최영에게 은수는 하늘세상 사람으로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거라고... 그 낯선 단어를 스스로 뱉으면 은수와는 다른 세상 사람이라는 거리감을 인정해야 하기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은수의 하늘말을 고집스럽게 안 배우려 하고, 안 따라 했던 것 아닐까요? 임자팬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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