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영'에 해당되는 글 16건

  1. 2013.08.01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종석의 의미심장한 나레이션, '잊고 있었다' (20)
  2. 2013.07.25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다희, 두 아버지를 위한 심청이의 눈물 (6)
  3. 2013.07.19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보영 돌직구 고백 vs 이종석 까치발 키스 (9)
  4. 2013.07.12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종석, 눈물의 백허그 '널 어떡하면 좋으냐' (21)
  5. 2013.07.11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종석, 기억 잃었어도 가슴이 기억한 이보영 (3)
2013.08.01 10:08




정확한 지점에 펼쳐진 에어매트에 심심한 감사인사를 했던 너목들 17회, 박수하가 장혜성이 납치된 기정단지에 가기까지의 일들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며, 마지막회를 준비하는 듯 차분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민준국의 아픈 과거,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가슴 한 구석을 쿡쿡 아프게 찔러왔습니다. 그의 죄는 물론이거니와 희대의 싸이코패스 살인마가 돼버린 민준국을 미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기에... 특히 어춘심 아줌마의 죽음은 민준국이 인간말종임을 보여주었기에 더 미웠습니다.  

그런데 그의 사연은 참 아프더군요. 아내를 살리기 위해 하루를 이틀로 살았었다는 민준국, 아내가 수술만 하면 살 수 있다는 희망에, 낮에는 공사장에서 밤에는 불법포장마차를 하면서 민원을 넣지 말아달라는 호소 프랭카드까지 걸고 수술비를 마련했었던 민준국이었죠.

아내가 살 수 있다는 희망은 순식간에 도둑맞아 버렸습니다. 그가 밤낮으로 일해 온 시간이 단 한시간만에 허무하게 말이죠. 세기대학병원의 심장이식 수술에 대한 홍보성 기사를 써줬던 박수하의 아버지 박주혁, 그 역시도 아내를 민준국처럼 살리고 싶어했던 같은 마음이기는 했습니다. 응급도를 조작해 적합판정을 받은 이식자 순서를 제치고 자신의 아내부터 수술을 받게 한 마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이기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옳은 방법은 아니었죠.

아무 것도 남지 않은 민준국에게 증오와 복수심만 남은 이유, 그가 짐승이 된 이유와 변명이 한편으로는 이해됩니다. 누구도 장담못합니다. 민준국과 같은 상황이 된다면 민준국처럼 행동하지 않겠다고...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겠지만 저도 마음으로 내 가족을 앗아간 사람을 수백 수천번 죽였을 겁니다. 민준국처럼 11년의 지옥같은 속이 되었을 지도. 그래서 제가 사람 오래 미워하는 것을 잘 못합니다. 제가 힘들어서;;

혜성도 그럴 겁니다. 어머니를 죽이고도 무죄로 뻔뻔하게 풀려난 민준국, 마음으로 수백 수천번을 죽였을 겁니다. 그럴 때마다 엄마의 유언은 혜성의 마음을 붙잡습니다. "불쌍한 사람들, 어여삐 여기고 가엾게 여겨라. 세상 이뻐 하면서 살기도 부족한 시간아이가...". 어춘심 아줌마가 혜성에게 다른 말을 남겼다면 혜성은 지금처럼 버티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날 죽인 놈은 민준국이다. 애미 죽인 놈에게 혜성이 니가 꼭 복수해야 한다"라는 말을 남겼다면, 혜성의 속도 민준국처럼 증오와 복수심의 지옥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민준국은 복수의 방법을 바꿨지요. 혜성이 죽었다고 생각하게 해 수하를 살인자로 만들려는 것이었습니다. 선그라스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치밀하게 계산까지 해두고서 말이죠. 그러나 수하는 혜성을 죽였다는 말에 움찔했지만, 민준국이 원하는대로 행동하지 않았지요. 울 수하 대단! 짱! 

마음 속은 민준국을 죽이고 싶은 분노가 치밀었겠지만, 혜성과 했던 약속을 끝까지 지킨 수하였습니다. 그리고 민준국의 선그라스를 보며 생각하죠. 선그라스를 쓰고 있었던 것은 감추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 그것은 곧 혜성이 살아있음을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장혜성! 내 목소리 들리지? 잘 들어. 난 절대 이 사람을 죽이지 않을 거야. 당신하고 한 약속 지킬거야. 난 절대 짐승으로 살지 않아. 당신하고 한 약속 꼭 지킬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

휴대폰으로 수하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혜성, 테이프로 입이 봉해졌지만, 수하가 들어달라고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죠. '수하야, 잘했어. 난 괜찮아, 고맙다 수하야, 약속지켜줘서'.

 

혜성이 민준국을 용서해야 혜성 마음이 편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양형을 줄이라는 말은 아니에요. 물론 민준국에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었으니 무죄를 주장하라는 말은 더더구나 아니고... 민준국을 마음의 지옥에서 나오게 하는 것, 그것이 혜성이 해줬으면 싶다는 거죠. 그것이 진정한 짱다르크가 되는 것이라 생각도 했고요. 신상덕 변호사가 그랬죠.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변호사없이 재판할 수는 없다. 국선변호사가 그래서 있는 것이고, 그게 법이다.

전 민준국이 모든 범행을 인정하기를 바랍니다. 혜성을 납치하고, 수하와 동반자살을 시도한 것은 현행범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어춘심 아줌마나 과일가게 아줌마, 그리고 11년전 교통사고로 위장해 죽인 의사의 죽음, 그 진실은 민준국의 자백 외에는 증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 범행들 일체를 민준국이 자백해야 합니다. 그리고 민준국이 자백하게 되는 동기가 혜성의 용서에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수하 아버지를 대신한 수하의 사과도...  

수하는 행동으로 민준국을 용서하고 사과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혜성을 미끼로 자신을 살인자로 만들려 한 민준국을, 수하 눈 앞에서 쇠파이프로 아버지를 죽였던 민준국을 용서하기란 힘든 일이죠. 이유있는 살인이라 할지라도 살인이 무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런 민준국이었는데 옥상에서 떨어지려 할 때, 민준국의 팔을 잡고 죽음을 막으려 했죠. 본능적으로 막은 점도 물론 있었겠지만...  그때 수하는 민준국의 마음을 읽었지요. 아버지에 대한 비밀도 말이죠.   

민준국에게는 '너처럼 짐승으로 살지 않겠다'는 수하의 말을 뒷받침하는 행동이었기에 민준국의 패배감은 더 짙어졌고, 수하와 동반자살을 시도하는 악수를 두기는 했지만, 민준국이 자신을 살리려 하는 수하를 되새겨 보기는 할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진 수하, 차관우에게 그런 마음이 있다는 것이 참 좋더군요. 차관우 변호사가 서도연 검사에게 물었지요. 박수하와 민준국의 차이를 아느냐고... 미친소리로 들리겠지만 민준국이 아주 조금 불쌍하다면서 말이죠. 그래요, 저도 민준국의 악행은 밉지만 그가 조금은 불쌍합니다. 아내를 잃고, 병원에서 난동을 부린 행위로 교도소에 들어가 있는 동안 치매기가 있던 노모와 어린 아들이 죽지만 않았더라도, 그는 짐승으로 살지 않았을 수도 있었습니다.

"민준국은 아무도 없었어요. 민준국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도, 그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도, 그를 사랑해 주는 사람도, 그리고 그가 지켜야 할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 한사람만 있었더도, 민준국은 다르게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박수하처럼요. 그래서 난 민준국이 아주 조금은 불쌍합니다". 

수하에게는 혜성이 있었지요. 사람 마음을 읽는다는 수하의 말은 법정에서 어린 아이의 상상으로 치부되어 웃음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때 나타난 사람이 혜성이었죠. 증언을 하고 겁에 질려 우는 혜성, 아무도 남지 않은 수하에게 혜성은 꼭 지켜야 할 사람이 되었습니다.

 

무사히 구출된 장혜성이 병원 응급실에서 수하와 했던 대화중에 장혜성이 어쩌면 민준국의 마음을 제대로 읽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대사가 있었습니다. 전 이 대사가 마음에 들더군요. 장혜성이 유능한 변호사가 아닌 사람의 마음을 읽어주는 진정한 짱다르크가 된 듯 해서 말이죠.

혜성이 수하에게 물었죠. "어머니는 어떻게 돌아가신 거야?", 심장수술을 받고 한달만에 거부반응으로 수하의 엄마도 죽었다지요. "그래서 민준국이 더 화가 난 거구나. 자기 아내를 살릴 심장이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져 버려서...". 그 말을 듣는데 닭살스럽게 예쁜 수하와 혜성의 침대씬을 보면서도 복잡한 생각이 한가득 밀려오더군요.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거든요. 민준국이 왜 그토록 수하아버지를 증오했었는지... 

민준국은 아내를 살릴 심장을 약속된 수술 시간을 고작 한시간을 남겨두고 훔쳐가 버린 박주혁 기자가 미웠습니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도, 그런 불합리한 특혜를 허락한 병원도... 그런데 말이죠, 민준국은 다른 이유로도 박주혁이 미웠습니다. 그렇게 도둑질해 간 심장을 받았으면 박주혁의 아내만이라도 살았어야 했는데, 박주혁의 아내도 죽어버렸으니 얼마나 허무했겠어요.

간디의 유명한 일화가 있지요. 내용과는 전혀 다른 인용인지 모르겠지만, 불현듯 간디의 신발이 떠오르더군요. 열차에 오르려다 실수로 신발 한짝을 떨어뜨린 간디, 열차는 속도를 내기 시작해 떨어진 신발을 주을 수 없었다지요. 간디의 다음 행동은 나머지 신발 한짝을 벗어 떨어진 신발쪽을 향해 세게 던진 것이었습니다. "누군가 신발 한 짝을 줍는다면 나머지 한짝도 있어야 신을 수 있잖아요".

 

심장 거부반응으로 박주혁의 아내가 죽었다는 것을 알았을때 민준국은 '내가 못먹은 감, 너도 못먹어야 돼'의 심정은 아니었을 겁니다. 입장을 바꿔 제가 민준국이었다면,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거든요. '내 아내는 죽었지만, 아내가 받지 못한 심장을 누군가가 받아서 그 사람이 살았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살고 싶어했던 그의 아내처럼 박주혁의 아내도 살고 싶어했을테니까요.

물론 심장을 이식받고 민준국의 아내가 살았을지, 부작용이 일어났을지는 모르죠. 하지만 민준국의 당시 심정으로는 박주혁이 심장을 도둑질 해가서 민준국 아내는 물론 박주혁의 아내까지 죽게 만들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박주혁이 더 미웠던 것이고... 그렇다고 사람을 죽인 행위는 그 동기가 불쌍하다고 법적으로 용서를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리고 수하의 불길한 나레이션에 뒤통수를 세게 얻어 맞았습니다. 진짜 잊고 있었습니다. 수하와 혜성처럼 까맣게 말이죠. '그 때 우리 두사람은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민준국이 잡히면 그의 숨겨진 과거가 세상에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고, 그의 과거가 드러나면 나의 감춰졌던 과거 역시 세상에 드러난다는 것을... 우린 살아있다는 기쁨에 취해 까맣게 잊고 있었다'.

수하의 과거란 민준국을 찌르려던 칼에 혜성이 찔렸던 주차장에서의 사고였습니다. 혜성은 민준국이 찌르고 도주했다고 수하를 지켰지만, 민준국이 그 때의 일을 진술한다면 수하는 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정에 서야 할지도 모릅니다. 거짓진술을 한 혜성도 변호사로서 문제제기를 받을 수도 있고요ㅠㅠ

물론 수하는 혜성을 찌를 의도가 전혀없었고, 혜성 역시 수하를 고소하지는 않겠지만, 합의가 있다고 수하의 과실마저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지는 지는 제가 법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데 수하의 나레이션은 수하가 기소될지도 모른다는 복선으로 들려 불안합니다. 어쩜 좋습니까, 우리 수하 경찰대학에 가야 하는데...  

전 드라마틱한 상상이지만 민준국에게 남아있을 인간적인 마음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습니다. 죽음을 각오했던 민준국, 에어메트에 떨어져 허무하게 끝나버린 그가 그린 '끝'의 그림, 경찰에 구조 동시에 체포되면서 소리쳤죠. 차라리 죽이라고 말이죠. 

사람 마음이 법 앞인데도 줏대가 없습니다. 잘못에 대한 죄가는 치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수하가 혜성을 찌른 것은 맞는데도 스무살 수하를 감옥에 넣는 것은 절대 네버 결코 보고 싶지는 않거든요. 민준국에게 그래서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그의 말을 그의 마지막 재판에서 누군가 들어주고 해줄 겁니다. 차변이 되었든 장변이 되었든... 그들이 국선변호사이기에... 민준국의 형량을 낮추기 위한 변론이 아니라, 민준국이 왜 짐승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그것이 민준국의 마음을 조금은 움직이지 않을까... 혜성과 수하의 용서가 민준국이 모든 범행을 자백하고, 수하에 대해서는 자신이 했던 짓들에 대한 속죄의 마음으로 거짓 진술을 해주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꼬맹아, 난 짐승으로 내 인생을 버렸지만, 넌 니 말대로 나랑 달랐어. 꼬맹아, 넌 나랑 다르게 살아봐라. 사람 마음을 읽는 너의 능력으로 나같은 사람 마음도 읽어주고... 그래서 다른 누군가도 나처럼 지옥에서 살지 않도록, 짐승이 되지 않도록 도와줘라. 이게 꼬맹이 너와 장혜성, 그리고 사장님(어춘심)에게 하는 내 사과다'.

 

민준국의 죄는 법으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민준국의 마음은 저는 풀어주기를 바랍니다. 황달중을 보면서 깨달아졌던 것, 26년간이나 억울한 옥살이를 했으면서도, 판결을 잘못 내린 서대석을 용서함으로써 그는 남은 여생에 처음으로 행복이라는 것을 누리고 있습니다. 물론 그 동기가 다시 찾은 친딸 서도연이기는 했지요.

황달중을 보면서 끔찍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더군요. 황달중도 그랬죠, 서대석 판사가 죽이고 싶을 만큼 밉다고, 그렇지만 용서한다고... 만약에 민준국이 형량을(무기징역이 되겠지만, 중간에 무기징역이 최고형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민준국이 예전 교도소 생활에서도 모범수로 생활했던 것을 보면) 마치고 몇십년이 지나 출소를 했는데, 여전히 그 증오와 복수심이 남아있다면, 전 그 뒤를 생각하기가 싫습니다. 어쩌면 혜성과 수하에게 벌어진 지금과 같은 상황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황달중이 자신을 감옥에 넣은 서대석을 용서하는 것을 보고, 민준국을 감옥에 넣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 민준국이 자신이 얼마나 못나게 살아왔는지 후회하고 속죄하는 것이, 민준국의 끝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바라는 민준국의 끝은 복수와 증오심을 내려놓게 하는 것입니다.

감옥에 넣는 것은 법의 일이지만, 민준국의 사과와 후회는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민준국의 복수심과 증오심을 내려놓게 하는 것, 왜 수하에게 사람 마음을 읽는 능력을 주었는지, 혜성을 국선변호사 짱다르크로 그린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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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5 08:15




'딱 걸렸어~', 썬캡으로 얼굴을 가리고 들키지 않으려던 혜성의 마음을 수하가 읽고 말았지요. '어떡해... 자꾸 두근거려', 수하에게 두근거리는 마음을 썬캡으로 가려보려 했던 혜성, 이 사랑스러운 여자를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여자가 이런 생각을 들키고 싶겠니?" 부끄부끄 혜성^^

수하마음도 제마음과 같나 봅니다. 썬캡을 올리고 한참이나 나이가 많은 여자를 사랑스러워 어찌할바 모르고 쳐다보더군요.

혜성의 두 손을 꼭 잡은 수하, "앞으로 무슨 꼴 보여도, 무슨 생각을 하든 당신한테 실망할 일 절대 없을거야. 당신도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내가 어떤 사람이어도 절대 실망하지 말아줘". 키스는 불발되었지만, 요따위 썬캡이 당신 마음을 평생 가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쓰레기통에 시원하게 썬캡을 던져버리는 수하였죠. 박력수하도 캡짱이야! 

 

채옥(전영자, 김미경)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황달중 사건, '귀신살인미수' 사건은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연주시의 핫뉴스로 떠올랐습니다. 자신이 찌른 피해자가 26년전에 이미 사망한 전영자라며, 귀신을 찌른 것이기에 무죄를 주장하는 황달중, 김충기와 고성빈이 재판과정중 교차편집으로 귀신살인미수를 어떻게 봐야하는지 쉽게 설명해주기도 했죠. 이 커플 은근 어울리고 귀엽습니다(성빈아, 충기 괘안은 녀석같아. 마음 좀 열어줘!). 

황달중의 친딸로 밝혀진 서도연 검사, 장혜성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아 헛소리말라고 혜성의 따귀를 때렸지만. 서도연도 아버지 서대석의 미심쩍은 행동들로 조금은 짐작했었죠. 확인사살하는 심정으로 아버지에게 장혜성이 유전자 검사를 해달라고 했다고 말하는 서도연, 아버지 서대석의 반응은 도연에게 진실을 설명하고 있었지요.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뛰어야 할 아버지가, 아니 그래줬으면 싶었던 아버지가 검사를 하기로 했느냐고 묻습니다. "전 아버지가 말도 안된다고 그러실 줄 알았어요". 

도연이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어려운 결정이었을텐데도 유전자 검사를 받는 도연이 예쁘고, 또 한편으로는 정말 안쓰럽더군요. 도연도 자신이 어떻게 입양되었는지를 알게 되었지요. 아버지 서대석의 돌이킬 수 없는 치부까지도 말이죠.

"재판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야. 재판 후 니네 아버지가 한 짓이 잘못된 거야. 재판 끝난 후 전영자씨가 니네 아버지를 찾아갔어.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찾아왔으니 놀랐겠지. 딸을 거둬달라는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 딸이 바로 너야. 권위적인 너네 아버지 틀렸다는 것 안정하고 싶지 않았을 거야".

또다시 혜성의 뺨으로 올라가는 도연의 손, 수하가 들어와 사과하라고 도연을 다그치다 도연의 마음을 읽지요. '아버지, 이게 사실이 아니라고 해주세요'. 수하도 민준국에게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때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아버지가 민준국의 아내를 죽게 만들었다는 말을 믿고 싶지 않아, 무작정 달리기만 했던 그 순간과 지금의 서도연 검사가 똑같았습니다.  

"세상이 무너진 느낌일 거야. 20년 넘게 알아온 아버지 악행을 알았는데... 시간을 좀 줘. 진실을 덮으라는 얘기가 아니야. 사람을 먼저 봐달라는 소리야".

혜성에게 했던 말은 지금 수하의 심정이기도 합니다. 혹이라도 아버지와 민준국에 대한 과거의 일을 알게 되면, 혜성이 자신을 멀리할까 두려워 말하지 못하는 수하죠. 아버지와 민준국의 과거가 아니라 지금의 수하, 혜성이 그동안 알고 있었던 수하로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 그러나 수하는 자신이 없습니다. 혜성을 좋아해서 더 자신없습니다. 자꾸만 더 좋아지기만 하는 그 사람을 잃을까봐 말이죠(혜성인 그런 인격이 아니야, 수하야~).

 

혜성의 사무실을 나간 도연은 차를 세우고 가슴을 치며 눈물을 쏟고 말지요. 아버지인줄도 모르고, 딸을 빨리 찾고 싶지 않냐고 민준국을 잡기 위해 민준국에게 불리한 증언을 해달라고 아버지를 증언석에 세웠던 도연이었습니다. 그 딸이, 황달중이 그토록 애타고 보고 싶어하는 딸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도 모른체 말이죠.

졸지에 두 아버지가 생겨버린 도연, 마음이 복잡합니다. 친아버지 황달중의 과거 무죄를 밝히면 지금의 아버지 서대석이 쌓아온 명성을 잃게 될 것이고, 그렇다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친아버지의 무고를 모른 척 덮을 수도 없는 서도연이죠. 

아버지의 서재. 즐비한 공로패들 사이에 나란히 사시합격증서가 놓여있습니다. 서대석과 서도연, 사시에 패스하고 아버지에 이어 대를 이어 법조인이 된 것에 얼마나 대견스러워 하셨던가...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인정받은 것같아 도연은 또 얼마나 기뻤던가...

 

도연은 다시 혜성을 찾아갔지요.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면서 말이죠. "대신 조건이 있어. 이 재판으로 우리 아버지의 아무 것도 망치면 안돼. 그러니까 재판에서 우리 아버지(서대석) 얘기는 입도 뻥긋하지마. 내가 검사를 받는 이유는 황달중씨를 위해서가 아니야. 우리 아버지를 위해서야".

혜성이 서대석을 찾아가 도연의 그런 마음을 전해줬는데도 서대석은 요지부동이더군요. "도연이 알고나서 처음으로 걔가 불쌍해 보였어요. 저같으면 서대표님 같은 아버지 많이 원망했을거예요. 서대표님을 증인신청하지는 않을 겁니다. 도연이 한테 약속했거든요".  

증언할 것 없다고 끝내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지 않는 서대석, 그 이유 역시 도연이 때문일 거라는 짐작은 갑니다. 아무리 명예가 중요하고, 외통수처럼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권위로 똘똘 자신을 싸매고 있는 서대석이라지만, 도연이는 가슴으로 품은 자식입니다. 폭죽사건때도 도연의 말을 믿어줬던 것도 그의 부정때문이었겠죠. 도연이를 친구들 앞에서 거짓말쟁이로 만들고 싶지 않았던...  그래도 도연이를 위해서라면, 아니 자신이 무고하게 26년이나 인생을 망쳐버린 황달중에게는 진심으로 사죄를 했으면 싶군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황달중의 신채옥 살인미수 사건, 친아버지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를 해야 하는 서도연, 딸의 뒷모습을 망연히 쳐다보는 황달중의 착잡한 심정, 두 사람은 이미 서로가 부녀사이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재판정에 흐르는 슬프다 못해 잔인한 공기는 보는 시청자들 마음에 아프게 흘러들었지요.

아버지의 눈을 피하며 살인미수로 기소하는 서도연, 딸아이의 얼굴을 보며 황달중은 공소사실을 부인하죠. "제가 그 사람을 찌른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전 무죄입니다". 딸아이에게만은 무죄인 아버지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여주고 싶었을 황달중, 못난 아비지만 살인자 아버지는 되고 싶지 않았던 것이 황달중의 마음이었을 겁니다. 제손을 키우지 못한 딸, 저렇게 똑똑하고 예쁘게 자란 딸, 그 아이에게 친아버지가 살인자라는 것만은 남겨주고 싶지 않았던 황달중입니다. 

26년전에 황달중의 변호를 맡았던 신상덕 변호사,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들어 황달중의 무죄 모두진술이 시작되었고, 황달중의 무죄를 입증할 유전자 검사 결과도 혜성에 의해 공개되었지요. 서도연의 평화를 위해 가명 심청이로 표현하는 혜성, 심청이(서도연)와 황달중, 심청이와 신채옥 99.999997%일치합니다 (잔디머리 검사, 어쩔~).

 

피고인 심문에 앞서 황달중은 딸 서도연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깁니다. "제가 하는 말 속기록에 기록되는 거죠? 오늘 날 위해서 유전자 검사를 해준 제 딸 심청이... 심청이에게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누군지 어디 사는지 모르지만, 계속 그렇게 행복하게 이쁘게 살아달라는 그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황달중도 알고 있었습니다. 전날 면회를 와 아버지 대신 사과를 했던 서도연이 그의 친딸 가현이라는 것을 말이죠. "저희 아버지는 26년전 재판 사과하지 않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아버지도 그 판결 후회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저를... 아버지는 그걸 인정할 만큼 유연하지 못하세요. 그렇게 살아온 분이에요. 그러니 제가 대신 사과합니다. 용서해 주세요".

도연이 "저를..."하고 삼켜버린 말에 황달중은 그 아이가 가현이라는 것을 알았지요. "너 몇살이니? 너 가현이니?", 돌아서 눈물을 흘리며 서도연이라고 아버지를 돌아보지 못하고 가버렸던 딸... 황달중은 여한이 없습니다. 딸아이가 자신을 위해 유전자 검사를 해주었다는 말에, 도연의 지금 행복을 깨고 싶지 않았습니다.  

차마 부르지 못하는 이름 내딸 가현이, 심청이 도연이가 고맙습니다. 마지막 소원도 이루었습니다. 딸 아이 얼굴 한 번 보고 죽는 것, 저렇게 곱고 영민하게 자라줘서 그저 고맙습니다. 처음 본 아버지를 위해 유전자 검사를 해 준 심청이, 그 아이가 아버지는 무죄였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가는 것이 기쁠 뿐입니다. 이제 다 살아버린 인생, 앞으로 살날이 구만리인 가현이가 아버지에 대한 마음의 짐을 지고 살지 않기만을 바랄 뿐인 황달중입니다.  

 

법정에서 검사와 피고인으로 만난 부녀, 이 기막힌 운명은 끝내 도연을 오열하게 만들었지요. 고맙다는 말을 심청이를 빌어 하는 아버지, 도연은 아버지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합니다. "피해자가 사망하면 살인자가 되는 것 알고 있죠?", 더이상 심문을 하지 못하고 자리로 돌아와 버리는 도연, 아버지를 살인자로 만들려고 하는 딸, 이 상황이 도연에게는 끔찍한 지옥입니다. '아버지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아버지를 살인자로 기소하고 있는 도연이 얼마나 괴로운 심정이었을까요. 

끝내 오열하고 마는 도연, "혜성아, 나 죽을 것 같아. 나 좀 살려줘, 우리 아빠좀 구해줘, 제발...". 심청이 도연때문에 함께 엉엉 울고 말았네요. 이다희의 감정연기도 좋았고, 법정에서 검사와 피고인으로 만나게 된 얄궂은 운명에 가슴 아파서...

 

양부 서대석도 지키고, 친부 황달중도 지키고, 서도연은 이제 과거 법정문을 열지못하고 비겁하게 도망쳐 버렸던 그 서도연이 아니었습니다. 11년을 아버지 서대석과 혜성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기를 쓰고 변명해 왔다던 도연, 도연이는 이제 더이상 변명하지 않아도 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잘못된 판결임을 알고도 시정하지 않고 한 사람의 인생을 26년이나 감옥에서 살게 했던 아버지 서대석, 유전자 검사를 하겠다는 조건으로 혜성이 서대석을 증언대에 세우는 것을 막았던 도연은 아버지 서대석을 지켰습니다. 그가 쌓아온 명성, 명예, 자존심을...(물론 서대석이 황달중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하는 일이 남았지만).

유전자 검사로는 친부 황달중을 구했죠. 선채옥과 전영자가 동일인이라는 것이 그들 사이의 딸 도연의 유전자 검사로 판명났으니, 황달중은 귀신을 찌른 것이 맞았고,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의거 황달중은 무죄판결을 받게 되겠죠.

양부에게도, 친부에게도 도연은 공양미 삼백석에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였습니다. 심청이의 눈물이 가슴 아프게 시청자를 울렸지만, 잘했다고 칭찬해 주고 싶네요. 도연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도연의 눈물은 두 아버지를 위한 예쁜 심청이의 눈물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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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9 13:13




기억과 함께 마음을 읽는 능력도 돌아왔다는 말에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혜성, 감추고 싶었던 마음들을 수하가 알고도 모른척하고 있었음에 화가 나는 혜성이었죠. '좋아해', '함께 있었으면 좋겠어', 차마 말할 수 없었던 속마음 모두를 들켜버린 혜성입니다.

고모부의 마음을 읽어내는 수하를 괴물이라며 그 방으로 들어가 버렸던 기억을 떠올리고는 괴로운 수하였습니다. '고모부를 미워할 수 없었다. 너무나 당연했다. 들키고 싶지 않은 속마음까지 매순간 들여다 보는 내가 얼마나 괴물 같았을까...'.

이어지는 수하의 나레이션은 마음을 읽는 초능력이 수하에게 얼마나 버겁고 부담스러웠었는지를 말했지요. '진실을 전하는 건 늘 고통스럽다'. 

수하는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을거라 믿는 혜성을 속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기억과 능력이 돌아왔음을 혜성이 알았으니, 함께 있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도 말이죠. 기억을 찾으면 다시는 혜성을 찾지말라고 했던 말에도 '서도연 검사가 황달중의 딸이라는' 진실을 말할 수 있었던 것, 수하가 거짓말을 하는 아이가 아니라고 수하를 믿고 있는 혜성의 마음때문에 더이상 속일 수가 없었지요.

민준국이 잡히고 혜성이 안전해질 때까지만 있게 해달라는 수하, "앞으로 당신 눈 보지 않을게, 절대... 그냥 내 눈은 당신 재판에서만 이용해도 돼. 그것도 싫으면 다신 나 보고 싶지 않으면 그렇게 해, 대신 민준국 잡힐 때까지만 당신 곁에 있게 해줘". 

또 감추고 있는 것없냐고 묻는 혜성에게 수하는 없다고 말하죠. 민준국이 들려준 아버지와의 일은 차마 말하지 못하는 수하입니다. "모든 시작은 내가 아니라 네 아버지때문이야", 혜성의 어머니가 죽고, 혜성마저 위험에 빠진 이 모든 일들이 수하 아버지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면, 혜성이 정말로 수하를 보지 않으려 할까 두려운 수하였습니다. 

 

혜성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한발자국 뒤에서 따르는 수하, 나란히 서지 않는 수하가 더 불편해지는 혜성이었죠. 혜성은 수하에게 돌직구 고백을 합니다. 애써 도망치고 수하를 밀어내려고 해도 안되는 감정, 수하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혜성이었죠. 역시 짱짱걸 짱변! 

수하가 자신의 눈을 피하지 않게 두손으로 수하의 얼굴을 감싸고 말하죠. 그녀의 진심을, 거짓없는 마음을... "좋아해, 수하야. 동생으로서, 친구로서... 그리고 남자로서. 널 좋아한 다음부터 네 능력이 싫고 무서워. 들키고 싶지 않은 생각들이 많아져서 그 순간을 들킬 때마다 널 원망할 것 같애. 그 원망들이 널 다치게 할 걸 생각하면 그것도 끔찍해. 그것말고도 우린 안되는 일이 너무 많아.... 그래도 좋아해 많이".

끝을 생각하면서 어정쩡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얼굴보고 웃을 것 웃고, 얘기할 것 솔직히 얘기하고 지내자고 말하는 혜성, 혜성의 엄마도 유언으로 남겼지요. 예뻐하고 사랑하면서 살기도 모자란 시간, 미워하고 증오하면서 살지 말라고...  

 

11년간 듣고 싶었던 말을 비로소 혜성의 입을 통해 듣는 수하, 그녀의 입도, 눈도 진실(진심)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학원으로 가던 발길을 돌려 혜성을 번쩍 안아올리는 수하, 그리고 이어진 수하의 까치발 키스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남자배우보다 작은 여자배우들에게서 봤던 키스와는 다른 느낌으로 달달, 꺄~~악 하게 만들었죠.

수하의 까치발 키스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연출에 담긴 의미때문이었어요. 물론 개인적인 해석이지만 수하는 혜성보다 나이도 어리고, 이제 대학준비를 해야 하는, 혜성의 기준에는 안되는 조건이 너무 많은 아직 어린 아이죠. 차관우가 양복만 입는다고 어른되는 것 아니라고, 진짜 어른이 돼보라고 한 말은 수하에게 자존심 상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수하(이종석)신분이 아니라 여러가지 정황상 다가가기 힘든 혜성(이보영)을 번쩍 들어 안고, 그녀의 위치를 상징적으로 수하보다 높게 만들었죠. 마치 지금의 혜성과 수하의 상황처럼 말이죠. 그리고 까치발로 혜성에게 다가갑니다. 당신이 비록 높이 있지만, 온 힘을 다해 당신 곁에 다가가겠다는 듯이 말이죠.

남자의 까치발 키스, 어린 연하남이라는 상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힘을 다해 사랑한다는 듯, 그 의미가 달짝지근하게 전해졌던 키스였답니다. 열정적이거나 가슴이 화끈벌렁하지는 않았지만, 그냥 보는 것만으로 아~ 이쁘다 흐뭇해지는 키스, 이종석의 사랑스러운 까치발 키스였습니다. 저 아무래도 이 남자한테 요금 너무 마음을 주고 있나 봅니다^^ 

수하와 편하게, 아니 당당하게 손을 잡고 길을 걷는 혜성, 혜성이 말했던 1%의 가벼움, 선택의 기로 앞에 어떤 쪽을 택할것인가에 대한 가볍지 않은 답이었습니다. 혜성은 처음으로 자신의 행동을 잘한 일이라고 스스로 인정합니다. 아마 우연히 알게 된 도연의 심적 괴로움, 그 후회가 혜성을 가벼운 마음으로 회전문에서 나오게 했겠지요.

11년전 법정문을 열고 들어가 증언하고 나와서 지금껏 후회하지만, 그 후회가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사람을 죽이고도 교통사고로 위장해 법을 빠져 나가려 했던 민준국이 법의 심판을 받게 한 것은 잘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해 온 양심의 가벼움 1%, 스스로 옳았다고 여겨왔던 1%의 힘, 혜성은 그 1%의 힘으로 황달중 사건의 진실을 밝히겠다 결정하죠 

혜성은 도연에게서 봤지요. 그녀 역시 법정 앞에서 갈등하고 겁먹었지만, 끝내 들어가지 못하고 도망쳐 버리면서, 그때 내지 못했던 1%의 용기가 99%의 후회가 되었음을 말이죠. 아마 혜성이 도연처럼 도망쳐버렸다면, 혜성도 도연이 지금껏 자책하고 있는 것과 같은 후회의 무거움에 짓눌려있었을 거라는 것을... 

황달중 사건은 혜성에게 힘든 결정을 요구합니다. 황달중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친딸 서도연과 유전자 감식이 필요한데, 그리되면 도연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릴 것입니다. 여태 아버지로 알고 있던 서대석은 친아버지의 무죄를 알고도 26년간이나 감옥에서 살게 했던 사람이었고, 친아버지는 뇌종양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조사차 병원에서 얼굴만 봤던 피해자 손채옥(김미경)이 자신을 낳아준 친어머니 전영자(지난 글에 전영자가 세탁한 이름이라고 썼는데 정정합니다)이며, 자신의 왼손을 잘라 남편을 감옥에 가고 하고 딸인 자신을 가지고 서대석과 거래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도연이 제정신으로 버틸 수 있을까... 재수없는 기집애지만, 그래도 도연이 인생이 통째로 흔들리는 일인데, 혜성의 고민이 크지요. 

서대석을 먼저 찾아가 용서를 구하라고 기회를 주었던 장혜성, 서대석이 용서를 구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혜성도 알고 있었습니다. 11년전 폭죽사고때도 진실을 알고도 자신의 판단이 잘못이었음을 끝내 시인하지 않았던 사람이었으니, 판사였던 과거의 오점을 드러내는 것은 혜성이 폭죽을 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것을 말이죠.

김공숙(김광규) 판사의 말이 참 허탈스럽게 하더군요. 황달중 사건과 같은 경우 잘못 판결을 내린 판사에게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있으나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말이... 

 

도연을 찾아간 혜성은 바윗돌보다 무거웠을 진실을 꺼내놓았죠. "네가 필요해, 네가 황달중씨 딸 황가현이야".

 

'진실을 전하는 건 가장 고통스럽다. 그래서 난 가끔 진실 앞에서 눈을 감는다. 그러나 어느샌가 나의 짱다르크는 진실을 보는 나보다 더 진실을 쫓고 있었다'.

팬던트를 열어 사진을 보던 수하는 아직은 진실에 더 침묵하고 싶어하듯 팬던트를 닫아버렸죠. 수하어머니의 사진같아 보이던데, 좋은 사람이었다고만 생각해왔던 아버지의 치부를, 어머니에게 말하지 못하는 심경이 아니었을까 싶더군요. 민준국의 아내를 어떻게 죽게 만들었는지, 여전히 그 사연은 나오지 않았지만 민준국을 만나 피습을 당했던 차관우도 수하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나은 진실도 있다고 혜성에게 비밀로 하라는 것을 보면, 수하 아버지가 큰 잘못을 한 것같기는 하더군요. 그렇다고 민준국을 두둔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만... 

세상에 한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도 있어야 했다고, 끝까지 갈 생각이라고 음울한 유언같은 말을 남겼던 민준국, 수하 아버지와의 원한을 수하와 혜성에게까지 연장하는 것은 그 사연이 아무리 구구절절 아픈 사연이라 할지라도 그를 옹호해주고 싶은 마음은 없네요.

 

수하의 독백을 통해 장혜성의 성장을 보게 합니다. 이 드라마가 추구했던 참다운 변호사의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는 짱다르크를 말이죠. 잘잘못을 구별하고 판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법이지만, 눈을 가린채 서있는 정의의 여신상처럼 법에는 눈이 없습니다. 그 법을 적용하고 집행하는 사람(폭넓게 법조인)의 눈을 통해 판단하죠.

공정의 대명사, 법과 정의의 수호자여야 할 서대석은 부장판사가 되어 맡은 첫 재판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이 무죄임을 알고도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그의 딸을 자신의 딸로 훌륭하게 키운 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혜성은 고민하고 또 고민하죠. 진실을 알고도 자신만 눈감아버리면, 도연이는 여전히 잘난척 지금처럼 아무 것도 모른체 서대석의 딸로서 빵빵한 스펙에 으시대며 잘 살 것이고, 어차피 살날 얼마남지 않은 황달중은 전영자가 살아있음을 알았으니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이고... 황달중에게 미안하지만 혜성의 침묵이 어쩌면 여러 사람이 더 편해질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기도 하죠.

 

그러나 혜성은 자신이 변호사라는 점을 망각하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잔인한 진실도 있지만, 혜성은 황달중의 변호사입니다. 그가 무죄임을 알고도, 남아있는 사람들의 평화를 위해 죽을 사람의 진실에 눈을 감아버린다면, 혜성은 과거 서대석(정동환)이 그러했던 것처럼 진실에 침묵해 버린 비겁한 법조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글쎄요, 이 드라마가 법정드라마가 아닌 가족극이었다면, 전 아마 혜성이 비밀을 안고 가는 것이 모두를 위해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어요. 혜성이 변호사가 아닌 다른 직업이었다면, 그냥 묻고 가자고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간사하고 줏대없는 생각이지만,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황달중(김병옥)과 서대석(정동환)이 마음에 걸립니다. 서대석이 황달중에게 사과를 하겠다고, 그가 지켜온 명성과 명예를 내려놓겠다고 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을까... 황달중이 죽기전에 한번만이라도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한 딸이 서도연 검사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딸의 인생을 위해 그가 무죄를 주장하지 않고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마음을 돌리게 될까... 그러면 뭐가 남는 것일까.  

서도연의 혼란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지만, 혜성이 진실을 말한 것에 저 역시 1%가 더 마음이 갑니다. 아마도... 법의 사과를 받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대석의 사과는 곧 법의 사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될테니 말이죠.

작가는 왜 황달중이란 인물을 26년이나 장기복역시켰을까... 모든 판례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게중에는 황달중 사건처럼 알고도 눈을 감아버린 사례가 분명 있습니다. 돈으로 보상받을 수 없는 세월, 억울하게 감옥에 있으면서 누리지 못했던 세상의 즐거움, 진실의 소리를 듣지 않고, 진실에 눈을 감았던 그 잘못된 판단에 대한 책임의 무거움을 역설적으로 경고하기 위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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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2 10:07




'너의 목소리가 들려' 12회에는 반전이 많이 나왔습니다. 11년전 민준국의 살해장면을 찍었다는 혜성의 휴대폰에는 사실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다는 것도, 황달중의 아내(김미경)가 살아있다는 것도 충격이었네요. 느닷없이 벌어진 혜성과 도연의 소주배틀, 도연이 어떤 마음으로 검사가 되었는지, 11년을 후회 속에서 살아왔던 서도연의 심정도 알 수 있었지요.

건너편 길에서 싸늘한 시선으로 도연을 외면하고 가버리는 아버지, 시험중 컨닝하다 혜성에게 들키고, 법정문 앞에서도 혼자 도망쳐 버렸던 그 비겁한 치부의 순간들을 본 혜성에 대한 불편함을 취중에 솔직히 털어놓았던 서도연, "너랑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었어. 그 순간은 실수였다고... 그렇게 난 11년을 기를 쓰고 변명해 온거야". 

조연이라고 구분할 것없이 모두의 캐릭터들이 살아있습니다. 유니폼 입은 남자가 좋다는 고성빈의 말에 몰래 경찰대학 팜플렛을 호주머니에 찔러넣고 가는 충기도 귀엽고, 25년을 수감생활를 하다 건강상의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받고 출소한 황달중의 세상과 삶에 대한 초연한 모습은 알 수 없는 씁쓸함과 미안함을 느끼게 합니다.

장맛비 속에서도 한 번씩 얼굴을 내비치는 해처럼 툭툭 웃겨주시는 신상덕(윤주상) 변호사나 김공숙(김광규) 판사는 깨알웃음을 주죠. 물론 역대최대 변종변호사 장혜성을 따라올 자 아무도 없지만 말이죠.

멜로, 코믹, 변호사로서의 진지한 모습, 허당기는 물론 자뻑감과 근자감으로 온몸을 칭칭 동여맨 이보영의 다양한 모습은 정말 잘 차려진 잔칫상을 받은 느낌이라, 이보영은 드라마 속 진주입니다. 연 한가득 있어보이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 왔던 이보영에게서 찾은 신선한 매력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큽니다. 시청률의 여왕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군요.    

 

 

커피숖 앞 계단에서 비를 흠뻑 맞고 있는 수하를 다시 집으로 데리고 온 혜성, 불편한 동거지만 수하가 기억을 찾을 때까지만이라고 못을 박았지요. 수하에게 자꾸 신경이 쓰이고 수하가 남자로 좋아지기 시작한 혜성은 그럼에도 수하와의 거리를 유지하려고 기를 씁니다. 일부러 저녁 늦게 들어가고, 저녁을 굶고 들어와도 먹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되도록이면 수하와 마주치지 않으려 애를 써보는 혜성입니다. 수하몰래 도둑고양이처럼 소세지에 케첩을 발라 먹다가 들킨 혜성, (에이 쪽팔려), 모냥 심하게 빠지기도 했죠.

소주 두병 반을 마시고도 끄떡없다는 서도연때문에 소주배틀을 하면서 깻잎짱변이 되기도 했지만 끝까지 술에 취하지 않았다는 폼생폼사 장혜성, 그런데 웬걸... 그 깔끔하다는 술버릇이 정말 깔끔유난스럽더군요. 계단에 신발 단정하게 벗어두고, 평상에 반듯하게 누워자는 장혜성, 정말 못말려~였다죠. 

 

민준국이 살아있다는 정황을 포착한 차관우와 서도연 검사, 수하에 대한 항소를 취하하고 대신 민준국 수배령을 내렸습니다. 수하를 목격했다고 신고한 문성남을 참고인 조사로 소환장을 발부했지만 민준국이 한 발 빨랐지요. 전날 막걸리를 함께 마셨던 문성남 아줌마를 음주운전 과실 추락사로 위장해 또다시 살인행각을 시작한 민준국이었죠.

민준국이 왜 그런 극악무도한 살인마가 되어야 했는지 수하의 돌아온 기억으로 잠시 읽어볼 수는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민준국에서 보지 못했던 진심의 감정이 보이더군요. 수하 아버지때문에 아내가 죽었다며 우는 민준국, 그 일그러진 표정에는 슬픔과 그로인해 괴물로 만들어 버린 사람들에 대한 증오와 원망, 그리고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의 과거에 대한 괴로움이 가득했습니다.  

수하를 비롯한 사람들에 대한 적개심까지 그 복잡한 감정들을 울먹임과 허탈한 미소, 그리고 증오의 눈빛에 담는 정웅인의 종합세트같은 표정연기는 시청자의 마음도 동요시키게 만들더군요. 쯧쯧... 그랬구나... 싶게 만들 정도로...(그래도 절대로, 네버 네 편은 아니여!!!)

"난 달라, 당신처럼 짐승으로 살지는 않을거야, 절대!", 죽는 순간에도 민준국을 오히려 못났다고, 증오심으로 지금껏 마음의 감옥에서 살아온 게 불쌍하다고 민준국에게 패배감을 안겨줬던 어춘심 아줌마가 그랬던 것처럼, 수하는 민준국이 의도했던 대로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또다시 민준국에게 허탈하게 밀려드는 패배감...

 

수하의 손에 칼을 들려 수하를 살인자로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수하는 혜성에게 했던 약속을 떠올리고는 칼을 버리고 낚시터에서 도망치듯 달렸지요. 수하가 알고 있던 아버지와는 다른 아버지, 민준국을 살인마로 만든 원인이 아버지였다는 사실에 수하는 정신없이 달리고 또 달립니다. 그리고 수하를 1년동안 데리고 있었던 김기호 할아버지의 트럭에 치여 기억을 상실했던 거더군요. 기억을 상실했다기 보다는 민준국으로부터 들은 아버지에 대한 일을 수하는 지우고 싶어했습니다.

전날 술에 취해 평상에서 고이 잠들어있던 혜성을 침대에 눕히다 발견한 혜성의 복부에 있는 흉터, 그리고 자신의 어깨에 나있는 상처, 수하의 기억은 일시에 봇물터지듯 돌아왔지요. 아버지와 함께 찬 차가 트럭에 치이고, 쇠파이프로 아버지를 죽이던 민준국, 법정에서 증인으로 나왔던 혜성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던 일, 그리고 민준국의 출소로 혜성이 위험에 빠지게 된 등등의 잃어버린 기억의 퍼즐들이 순식간에 자리를 찾았습니다. 

낚시터에서 도망치듯 달려가다 고통사고가 났던 그날처럼 정신없이 달리던 수하, 오토바이에 치일 뻔하면서 잃어버린 초능력까지 찾았죠. 수하의 세상이 다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기억을 찾고, 민준국을 죽이지 않았다는 것도 스스로 알게 된 수하, 장변에게 기억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거였구나... 내가 지우고 싶어했던 기억이.. 지운다고 없어지는 게 아닌데...', 장변에게 기억을 찾았다고 얘기를 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 수하입니다. 무엇보다 장변이 위험합니다. 혜성의 사무실 근처에서 우두커니 앉아있는 수하의 눈에 혜성이 보이죠. 근심걱정이란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혜성이 웃고 있습니다. 저토록 예쁘게 웃는 여자, '당신을 어떡하면 좋을까... 이사실을 알면 날 더 원망하겠지... 민준국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면 또 얼마나 두려워할까...'. 

민준국이 살아있다는 것을 혜성이 몰랐으면 좋았을 수하였습니다. 그런데 장변도 알아버렸군요. 혜성의 마음을 읽는 수하, '민준국 살아있었어. 수하가 죽인게 아니었어. 역시 그 자식이 내 약속을 지킨 거였어'.

민준국이 살아있다는데도 뭐가 그렇게 좋은지 전화를 거는 혜성의 들뜬 목소리에 수하는 그만 울컥, 그녀를 뒤에서 안고 울어버립니다. "민준국이 살아있다잖아, 이 밥통아,, 당신 목숨이 다시 위험해졌는데 어떻게 내 무죄가 먼저야, 어떻게 이래!ㅠㅠ". 

혜성은 민준국이 살아있다는 것보다 수하가 무죄라는 것이 더 고마웠습니다. 스무살 수하가 살인자가 되어 감옥 차디찬 방에서 청춘을 보내야 하지 않아도 됨에 고마운 혜성이었습니다. 변호사... 숱한 사건들을 맡아 변론했지만, 혜성은 자신이 변호사라는 것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여덟살 꼬맹이, 자신을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10년을 혜성을 찾고, 목숨을 걸고 지켜주었던 그 녀석을 지켜냈다는 것이 말이죠.

"고맙다. 약속 지켜줘서...", 민준국과의 낚시터에서의 일을 혜성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지하주차장에서 칼을 휘둘렀던 수하는 기억하는 혜성입니다. 수하가 민준국을 죽이지 않았을 거라고 믿으면서도 혜성의 마음 한 구석은 늘 불안했습니다. '절대로, 결코, 100% 수하가 죽이지 않았겠지만, 혹시라도 만에 하나 수하가 죽였다면...', 내색하지 않았지만 바짝바짝 타들어갔던 혜성에게 민준국이 살아있다는 말은 가뭄 속 단비같은 소식이었습니다.  

민준국이 또 자신을 해치려 들든 말든 그건 나중 문제, 지금은 그 녀석이 살인자가 아니라는 것만이 좋습니다. 병실에서 잠결에 들었던 수하의 귓속말 약속, 수하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혜성도 서서히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어이없게도 수하에게 향하고 있는 자신의 감정을 말이죠. 언제나 수하가 먼저가 돼버린 자신의 마음을...

 

콩나물 해장국을 끓였는데도 일이 있다고 그냥 나가버리는 혜성을 쫓아나간 수하, 계단을 막고 서서 혜성을 올려다 보고 부탁하는 수하의 모습에, 개인적으로는 배우 이종석의 소년같은 표정에 넋빠져서 봤답니다. "나 2심에서 무죄받을 거예요. 친구도 사귀고, 대학도 가고, 알바도 하고 열심히 살거예요. 그러니까 나 피하지 마요. 늦게 들어오지도 말고, 밥 굶지도 말고... 나 싫어하지도 말고...". 

이종석은 드라마에서 1인 2역을 하고 있는 셈인데, 기억을 잃기 전의 수하와 기억을 잃은 수하를 표현함에 있어, 혜성을 보는 눈빛과 각도로 그 차이를 표현해 내더군요. 기억을 잃기 전의 수하는 애늙은이 수하였죠. 나이는 어리지만 과거의 수하가 혜성을 대할 때는 혜성에 대한 사랑과 염려, 걱정의 눈빛이었죠. 이종석은 기억을 잃기전의 수하는 주로 혜성을 내려다 보거나, 옆모습으로 힐끗보는 눈빛으로 수하의 내면적 성숙함을 표현했었지요.

 

그런데 기억을 잃은 수하의 눈빛은 불안감(법정에서 처럼)과 일종의 애원하는 눈으로 늘 혜성을 바라보더군요. 비를 흠뻑 맞으며 혜성이 올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수하가 결국 우산을 들고 나온 혜성을 올려다 보는 눈빛에는 혜성에 대한 걱정은 보이지 않았지요. 무의적이지만 고모부에게 버림받았던 그날, 그토록 고모부가 자기를 바라봐주기를 간절히 바랬던 상처가 비에 씻겨가는 듯한 그런 눈으로 혜성을 올려다보며 웃었지요. 

계단에서 역시 혜성을 올려다 보며 말하죠. 피하지만 말아달라고, 싫어하지 말아달라고... 그 어린 아이같은 간절한 눈빛은 혜성을 사랑하는 남자 수하의 감정이 아닌, 세상천지 오갈 곳도 기댈 곳도 없는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도 못하는 스무살 수하가 혜성이 피하지 않기만을 바라는 모습이었습니다. 오랜 짝사랑으로 매달리지도 않았죠. 마음으로는 혜성이 이유없이 좋은데, 기억은 없어도 가슴은 그녀를 기억하고 있는데, 그 감정들을 보이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수하의 진심이 더 깊게 전달됩니다. 이종석 이친구의 캐릭터 표현력이 참 마음에 드네요. 

 

그리고 완전히 기억이 돌아온 이후의 수하는 예전의 눈빛으로 돌아왔더군요. 혜성을 좋아하고 염려하고 걱정하는 눈빛으로 말이죠. 자신에게 전화를 걸며 무죄라고 좋아하는 장혜성에 대한 감정을 주체못하고 백허그를 했을 때, 그에게 느껴지는 남자의 향기는 나이불문임을 느끼게 하더군요.

이종석에게는 참 특별한 매력이 있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슬퍼보이는 눈빛을 쓰다듬어 주고 싶게 하는 이상한 감정이 들게 합니다. 그런데 또 이상한 것은 믿고 기대도 좋을 것같은 남자의 넓은 가슴이 느껴진다는 겁니다. only 혜성에 대한 걱정과 사랑이 동시에 담긴 눈빛, 볼때마다 심장 벌렁거리는 이 녀석을 어떡하면 좋을지, 책임져!! 전 이쪽 라인으로 마음이 기울어서 수하와 혜성라인이 더 콩닥거리네요. 차변 지못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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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1 09:38




'합리적 의심', '무죄추정의 원칙'... 어춘심을 살해하고도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갔던 민준국(정웅인), "망할놈의 원칙이 왜 필요한지 알게 됐습니다. 그 원칙을 혐오하던 사람이 그 원칙으로 한 사람을 변호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필사적으로...".

코끼리 퍼즐을 예를 들어 최후변론을 한 서도연 검사의 말도 쉽게 이해되었고, 배심원들의 마음을 움직였지만 장혜성의 변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서도연 검사가 예시했던 사건의 피해자가 혜성의 어머니였다는 것을 밝히면서 까지 수하의 무죄를 주장한 장혜성, 민준국이 빠져나갔던 것과 같은 법의 원칙에 근거해 수하는 무죄판결을 받고 나오게 되었지요. 휴~~ 다행. 수하의 선고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일주일이 참 길었다우~ 

박수하를 목격했다는 신고자 문성남을 찾아간 서도연, 그리고 도연과 과일가개 아줌마를 지켜보고 있는 민준국의 등장으로 새로운 사건이 일어날 것임을 암시했죠. 과일가게 아주머니가 살해당할 가능성이 커보이기는 한데, 뒤를 캐고 다니는 과거 11년전의 또다른 목격자 서도연(이다희)도 민준국의 범행대상에 오를 것 같아 불안하군요. 곧 형집행정지로 풀려날 것이라는 황달중 역시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수하의 공판은 5:4라는 배심원 평결이 나왔지만, 아내를 토막살인했다는 죄목으로 25년째 감옥에서 살고 있는 황달중은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마치 남일 얘기하듯 자신의 머리가 뭐가(뇌종양?) 생겨 형집행정지로 다음 주면 나가게 될 거라는 황달중, 뒤에 이어진 황달중의 미소가 너무 맑고 좋아보여서 슬펐습니다. "박수하 그 친구가 떠오르더라고요. 그 친구는 나처럼 살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민준국에게 왼손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는 증언으로 수하에게 유리한 증인이 돼주기도 했던 황달중, 그는 25년을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지만, 수하가 억울한 옥살이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만족해 하는 그의 미소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혜성의 최후변론 마지막 말이 가슴께에 얹혀오더군요. "(무죄임에도) 인생의 빛나는 시간을 감옥에서 살게 된다면, 우리는 그 시간을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 망할 놈의 원칙(형법 325조)이 필요한 겁니다. 제 어머니를 죽인 범인을 놔 준 개떡같은 원칙이지만, 또 그 원칙이 피고인을 살릴 수 있는 지푸라기같은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울음을 꾹꾹 참으며 최후변론을 마치고 나온 혜성은 끝내 화장실에서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지요. 어머니를 죽인 살인마를 내보내야 했던 법이었는데, 수하를  살리기 위해 그 원칙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자신이 잘한 일이었냐고 물으면서 말이죠. 우리가 흔히 법대로 하자는 말을 하는데, '법대로'라는 말, 적용되는 사례는 하늘과 땅차이의 결과로 나오는군요.

김공숙(김광규) 판사도 이번 재판은 개운한 마음이었을 듯 합니다. 지난 번 민준국 재판때는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볼 일보고 뒷처리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나온 듯한 표정이더니 말입니다.  

 

무죄판결을 받고 법원로비에 우두커니 서있는 박수하,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아직 기억이 돌아오지 않은 수하에게 세상은 망망대해 같았을 겁니다. 수하의 집주소를 알고 있던 혜성이 수하를 아파트까지 데려다 주지만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수하는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열쇠수리공을 기다려야 했지요.

30분안에 온다는 열쇠수리공을 기다리는 동안 그동안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 혜성은 세상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죠. 자신의 어깨에 잠든 혜성의 머리를 기대주는 수하, 재판중 메모를 하던 혜성의 왼손바닥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 수하입니다. 참 고마운 손입니다.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참 좋은 사람입니다. '고맙습니다', 혜성의 손에 입을 맞추는 수하, 마치 숭고한 의식을 치루듯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전하는 손키스에 가슴이 벌렁...  

온 마음이 담아 잠든 혜성에게 전하는 수하의 마음, 혜성의 손을 잡고 감사의 키스를 한 일이 벌렁할 일이 아니었는데, 너무 숭고한 의식같아서 뭉클했는데도, 수하(이종석)땜시 덜컹했네요. 요즘 이 어린 남자에게 제 마음도 홀라당 빠지고 있는 중이라...ㅎ

 

충기에게서 건네받은 일기장, 완전히 기억이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퍼즐 한 조각처럼 장혜성과의 일들이 기억나기 시작한 수하입니다. 기억이 돌아오지 않아도, 혜성에 대한 기억이 없음에도 혜성을 보면 자석처럼 수하 마음이 따라가죠. 세상과 연결된 유일한 끈, 망망대해같은 세상에서 수하의 손을 잡아줄 단 한사람처럼 느껴지는 수하입니다. '난 당신을 잊지않았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면 내가 꼭 지켜주겠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어느 날 적어둔 자신의 일기, 일기속의 당신이 장변임을 수하는 알고 있습니다. 기억을 잃었어도 가슴은 그녀를 기억하는 수하입니다.  

이종석의 담백한 내면연기가 참 좋더군요. 자신의 감정을 다 표출하지 않는데도 이종석의 졸린듯 촉촉한 눈빛을 보면 마음이 안타깝고, 감정을 싣기보다는 착잡하게 내뱉는 대사톤이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목소리가 매력적입니다. 

 

물론 어린 연하남 수하에게 빠지고 있는 인물은 따로 있습니다. 애써 부인해보고 수하와 거리를 두고 피하려고 해보지만 혜성도 수하를 좋아하고 있는 자신을 깨달았지요. 재판이 끝나고, 수하의 무죄를 끌어내면 자신을 받아줄 수 있느냐고 다시 묻겠다던 차관우 변호사를 피하는 혜성, 화장실 앞에서 차관우를 보고 잽싸게(완전 티나게 ㅎㅎ) 몸을 숨겼지만, 들켜버렸지요. "내가 안되는 이유, 물어봐도 돼요?", "내가 말도 안되게 어이없게도 그 애가 자꾸 신경쓰여요. 정말 말도 안되게 내가 그 애를 좋아하나봐요". 

혜성은 수하를 좋아하게 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수하를 피해다녔죠, 사무실로 찾아온 수하때문에 책상밑에서 발에 쥐가 나도록 숨어있어도 보고, 김공숙 판사의 가운을 방패로 거리에서 엉덩이를 쭉 빼고 숨어걸어가기도 했고, 수하에게 절대로 연락하지 말라는 포스트잇까지 붙여두고 왔지만, 수하를 그녀 마음에서 밀어내지는 못했더군요.

결국 회전문에서 수하에게 꼼짝없이 잡힌 혜성, 수하에게 모진 말로 거리를 두려고 하지요. "널 피곤할 정도로 싫어했어. 니가 아니라 민준국이 나한테 특별해서 열심히 변호한거야. 네 덕에 변호사가 뭔지 알게 된 것은 고맙게 생각한다. 그치만 거기까지! 그니까 너도 여기까지!!". 

수하와 만나기를 불편해 한다는 눈치를 채고 있었던 차관우의 구조전화로 수하를 두고 커피숍을 나와 도망치듯 택시를 타고 가버린 혜성, 혜성의 귀에 수하의 말이 자꾸 맴맴 돕니다. "가지마요, 가지마".

 

커피숍에서 수하에게 모진말을 해주고 돌아서 버렸던 혜성, 차관우가 집까지 바래다 주었는데, 결국 나가고 말았죠. 억수같이 비가 오는데, 그 바보같은 녀석은 아마도 그 자리에서 꼼짝않고 혜성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혜성은 기억도 못하는 약속을 지킨다고 10년을 찾아 혜성 앞에 나타났던 그 녀석, 그 녀석의 쇠심줄같은 고집, 그 멈추지 못하는 사랑을 혜성은 이미 알고 있거든요. 

"진짜 미치겠다, 너를 어떡하면 좋으냐...", 비를 쫄딱 맞고 커피숖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수하, 혜성의 가슴이 철렁합니다. '안되는데, 이건 아닌데... 어린 널 좋아하고 있는 나는 어떡하면 좋냐... 니가 아니라 내 마음이 날 겁나게 한다, 수하야'.

 

수하가 웃습니다. 비를 맞으면서 웃고 있습니다. 떨어뜨린 우산을 주워 혜성에게 씌워주면서 수하는 웃습니다. '와줘서 고맙습니다. 당신을 잊지 않았습니다. 기억은 잃었어도 내 가슴은 여전히 당신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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