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에 해당되는 글 58건

  1. 2012.06.03 얼굴값 못하는 송승헌-이연희, 한 장면만이라도 임팩트있게! (107)
  2. 2010.09.29 '동이' 중전되자 마자 소박맞는 인원왕후? (17)
  3. 2010.09.28 '동이' 인원왕후의 등장, 동이 사가로 내쳐지나? (20)
  4. 2010.09.22 '동이' 그림자를 빛으로 바꾼 장희빈 이소연 (13)
  5. 2010.09.21 '동이' 최악의 장희빈, 이런 무리수는 드라마사상 처음이다 (75)
2012.06.03 09:23




썩 좋은 작품이 아님에도 연기자들의 열연이 작품을 살려내는 일도 있지만, 좋은 작품을 말아먹는 몇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대표적 예로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없는 전개로 시청자들의 욕을 먹는 방법, 시간에 촉박해 날림 쪽대본으로 땜빵방송을 하는 방법, 엿가락 늘이는 지루한 전개로 시청자들이 바이바이를 고하게 하는 방법, 그리고 제작진과는 별개로 특히 주인공의 발연기로 디테일과 퀄리티를 살리지 못하는 캐스팅 등을 들 수 있겠죠.
닥터진과 유령은 아쉽게도 가장 후자에 속하는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에덴의 동쪽에서 발연기의 쌍두마차로 연기력이 도마위에 올랐던 송승헌과 이연희가, 각각 다른 드마마에서 주인공에 캐스팅될 때부터 터져나왔던 우려는 현실이 되었고, 반응이(?) 뜨겁습니다. 드라마에 대한 기대가 큰만큼 민폐급 주인공들의 연기가 불안하기 때문이겠지요. 송승헌은 민폐급은 아니지만, 존재감이 이범수나 김재중보다 밀린다는 것이 아이러니입니다. 
연기력의 반전이 있었으면 싶었는데 변함없는 송승헌의 인상쓰는 연기와 웅얼거리는 대사에 어색스런 버럭연기, 느릿한 대사마저도 먹어버리는 이연희의 발성과 한결같은 멍한 표정은, 둥둥 뜬 기름처럼 드라마에 녹아들지 못해 안타까울 뿐입니다. 외모를 따라주지 못하는 연기가 말입니다. 굳이 평점을 주자면 연기짬밥 몇그릇 더 먹은 송승헌이 이연희보다는 훨씬 낫다는 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송승헌은 이범수라는 배우를 만났고, 이연희는 소간지 소지섭을 만났다는 점과 스토리가 흥미롭다는 것입니다. 송승헌과 이연희에게 특별히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죠. 그래서였는지 닥터진과 유령을 보면서 특별히 드라마에 몰입하기 힘들지는 않았던 듯합니다.  
닥터진의 주인공 진혁보다는 흥선대원군 역의 이범수를 믿고 봤기 때문에, 이범수가 드라마를 주도해 가는 느낌이 들더군요. 송승헌보다는 시기적절 등장하는 위급환자때문에 시선을 분산할 수 있었고 말이죠. 유령은 소지섭과 최다니엘의 팽팽한 대결을 보느라, 이연희에게 눈길을 주기에는 시간이 없었을 정도였고요.
타임슬립과 페이스오프라는 소재로 두 드라마 모두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사건들이 계속될 것이기에, 멜로물과는 달리 가지를 뻗을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연기자들의 연기보다는 스토리에 집중하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행운이랄 수 있지요.  
그런데 데뷔 10년이 넘었는데도 송승헌과 이연희의 연기는 어쩌면 이렇게 변함이 없는지, 어떤 부분에서는 캐릭터의 매력마저 잡아먹고 있는 느낌이네요. 연기력이 도마에 오르는 배우들의 캐스팅은, 주연급 비주얼을 갖춘 배우가 부족한데서 오는 문제겠지요. 비주얼과 연기력을 함께 갖춘 얼짱배우들이 부족하다 보니 말입니다. 소위 티켓파워를 가진 배우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때문에 고육지책으로 캐스팅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는 것이지요. 충분히 이해되기는 합니다.
그러나 안이하게 준비를 해오는 배우들은 아무리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멋져도 답이 안나옵니다. 수년간 지적되어 온 연기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본인들이 알고 있을 법한데, 연기변신이라는 말이 있기는 한가 싶을 정도로, 같은 패턴의 연기를 보이는 것은 시청자로서는 화나는 일이죠. 좋은 캐릭터를 만나면 일시적으로 연기까지 늘었다는 착각이 일게 하기도 하는데, 연기자들에게는 독이 될 뿐입니다. 캐릭터의 매력과 연기자의 연기를 구분하기 모호하게 한다는 점이죠. 일종의 착시현상이죠. 닥터진은 캐릭터도 매력적이지만, 송승헌이 이 작품을 통해 연기력이 성장할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이 보여서 기대를 조금은 하게 됩니다.

태아모형의 종양이 담긴 유리병을 잡으려다 1860년 조선으로 타임슬립한 진혁, 근대화 이전의 조선에서 그가 맞딱뜨리게 된 상황은 극심한 시대혼란기의 한복판이라는 점에서, 송승헌의 연기변신폭은 상당히 넓다고 볼 수 있지요. 사극임에도 사극톤의 대사가 필요하지 않고, 주인공 진혁의 혼란스러움을 멘붕이 되었든, 진중함이 되었든 어떤 식으로 풀어내도 된다는 자유로움이 허락됩니다.
그런데 송승헌은 타임슬립이라는 환타지가 준 멍석에서 마음껏 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마디로 연기가 너무 평이하다는 것이죠. 현대에서 느닷없이 조선으로 타임슬립을 했는데, 도대체 왜? 꿈은 아닌가?라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적응을 해가는 것이 신기해서 말이죠. 하지만 앞으로 맞딱뜨릴 변수로 인해 진혁이라는 캐릭터의 변화는 큰 폭으로 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송승헌이 그런 진혁의 성장과정을 제대로 표현해 준다면, 송승헌 개인의 필모그라피에도 좋은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캐릭터에 대한 별 고민없어 보이는 것은 사실 진혁이라는 인물 송승헌보다는, 유령의 유강미 역 이연희가 더 심한 편입니다. 모니터를 보고 있는 것이 흉내만 내고 있는 것같아 보이는 것도 그때문일 겁니다. 소지섭과 최다니엘이 컴퓨터에서 이를 잡아내는 듯 매서운 눈으로 집중하는 것에 비하면, 이연희는 뭘 찾고 있다는 느낌을 전해주지 않습니다. 사이버 경찰이라는 냄새를 풍기지 못하죠. 대개 화면을 뚫어지게 보다보면 시력이 좋은 사람도 눈에 힘이 들어가거나, 미간을 찌푸려지거나 눈을 게슴츠레 뜨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연희는 그냥 화면을 바라보는 느낌입니다. 그 작은 글자들과 싸우면서도 말이지요. 연기의 디테일을 놓치고 있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지난 글에서도 이연희의 발성보다는 멍한 표정, 감정을 싣지 못하는 표정연기가 더 문제라는 지적을 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연희의 발음의 부정확과 발성문제를 지적하더군요. 이연희의 대사톤은 워낙 답이 없다고 생각을 했던 터라, 무시를 해버리고 보려고 했는데 이연희의 대사톤을 분석해보니,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나오는지가 보이더군요. 이연희가 블로거의 글까지 볼까 싶기는 하지만 도움이 되었으면 싶군요. 이는 송승헌에게도 일정부분 비슷한 경향이 있어서 참조를 했으면 싶고요.

이연희의 대사는 첫 몇음절은 비교적 정확하게 나오지만, 뒤로 가면 배가 고픈지 다 먹어버리는 경향이 있지요. 입안에서 얼버무리거나 그 때문에 발음이 부정확해집니다. 대사를 칠 때 이연희는 뒷부분으로 가면 입을 거의 움직이지 않습니다. 양쪽 입꼬리가 고정되어 있는 느낌으로 대사를 치죠. 그러다보니 윗입술에 힘이 들어간 듯 벌어지고 대사가 씹혀나오죠. 그런데 이연희의 목청이 꽤 좋은 편인데다 하이톤이죠. 대사가 씹히는 것이 더 정확하게 들리는데 도움을(?) 주는 톤입니다. 송승헌은 반대의 경우입니다. 목청과 톤은 낮은데 뒷대사로 가면 어금니를 무는 습관이 있어, 뒷부분이 웅얼거리는 소리로 되지요.
이연희는 발성과 발음에 대한 지적을 의식한 탓인지, 정확하게 발음을 하려고 노력을 하는 듯 보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급박한 상황에서는 마음이 급하다 보니 발음보다는 대사를 치는 것에 더 신경을 쓰고, 그러다 보니 마음이 앞선 아저씨들 달리기 할 때 종종 보이는 것처럼, 다리가 꼬이듯 발음도 꼬여 제대로 뻗어나오지 못하지요. 평소 아에이오우 발성연습을 많이 할 핑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팔순의 이순재옹은 지금도 매일 발성연습을 한다잖아요.
연기자에게 발성과 정확한 발음은 연기생명과도 같습니다. 혀짧은 목소리는 고치지 못하는 한계가 있기는 있나 보더군요. 하지만 송승헌이나 이연희는 혀짧은 소리도 아니고, 타고난 것이 아니라면 노력으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문제인데, 평생 연기를 하리라 생각하고 있다면 이런 노력은 아낌없이 하는 것이 좋지않을까 싶습니다.

솔직히 송승헌과 이연희를 함께 비교하는 것이 송승헌에게는 미안한 느낌입니다. 두 사람을 연기력으로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배우는 아니라서 말이지요. 그런데 두 사람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발음을 먹는다는 것보다는, 조금은 다른 의미지만 임팩트있는 연기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연기의 비약적인 발전이 없는, 그 연기가 그 연기라는 느낌말입니다. 송승헌의 경우는 무난하게 볼 수는 있지만 남자주인공으로서의 큰 매력발산은 하지 못하고, 이연희는 분량이 많아지면 작품완성도를 해치는 불편한 연기력 부족을 보이고 있고 말이죠.
이연희는 발성문제보다는 표정의 변화에 대한 연습을 더 했으면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매순간 심지 굳게 같은 표정으로 일관하는게 놀랍군요. 임의적으로 잡은 사진캡쳐인데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로 같은 표정이 신기하네요. 이번 유령 작품에서는 그나마 발음을 또박또박 하려는 노력도 보이고, 대사도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모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1회에 비해 2회에서 이연희의 연기문제점이 도드라지더군요. 1회에 비해 2회에서 분량과 대사량이 많아졌다는 차이때문이었습니다. 
주제넘는 오지랖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연희의 분량과 대사는 이정도가 딱 적당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연기자의 연기도 좋은 작품을 완성하는 방점이 되기 때문에 말이죠. 이연희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단 한 장면에서라도 임팩트있는 연기를 보여줘 가능성을 봤으면 싶은 점입니다. 분량에 대한 욕심보다는 연기가능성을 입증하는 것이 지금 이연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송승헌은 전작 마이프린세스를 통해서 다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개인적으로는 마이프린세스에서의 송승헌 연기가 닥터진에서보다 나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는 의사라는 직업적 프로냄새가 진혁에게서 미흡하게 보여지는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위생이라는 디테일을 놓치는 그의 손동작은 비록 조선이라는 시대에서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수술은 잘했는데 2차 세균감염으로 환자가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들정도로 홍영래(박민영)와, 혹은 주변인물과의 불필요한 접촉장면이 많습니다. 수술할 때마다 뛰어 들어오는 홍영래때문에 매번 식겁한다는;;
머리에 구멍만 현대에서 한 번, 조선에서 세 번을 망치로 뚫었는데 조선에서 그렇게 망치로 두드리는데도 머리를 잡아주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더군요. 머리에 구멍을 뚫은 지 얼마 안돼 두통 하나 없이 돌아다니는 홍영휘(진이한)나, 두 군데나 뚫은 김병희가 고작 일주일여 정도에 회복해서 계곡으로 연회를 벌이러 나가고 호탕하게 웃는 것을 보면, 조선사람들은 뼈가 특수했나 싶기도 하고 말이죠. 요즘으로 치면 말발굽에 머리를 다친 식이엄마(방은희)는 교통사고 환자, 연회에서 논개 흉내를 내며 물에 빠진 기생 춘홍(이소연)은 익수환자인데, 드라마 말미에는 콜레라 환자까지, 환자가 너무 즐비하다보니 종합병원도 아니고 이건...
송승헌이 임팩트있는 연기를 보여줄 틈도 주지않는 사건의 나열일 뿐이죠. 차라리 김병희(김응수)의 수술에서 더 긴장감있는 연출을 보였더라면 나았겠다 싶더군요. 한 번의 수술이라도 인상적인 수술신이 되었더라면, 진혁이라는 인물의 실력도 감동적으로 전해지고, 김경탁과의 우정(?)과 삼각관계의 긴장감도 더 했을텐데, 질보다는 양에 집중하는 것같아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적은 분량이지만 서자의 설움과 외사랑의 아픔을 가진 김경탁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김재중을 더 눈여겨 보게 되더군요.

진혁이 가는 길에 응급환자가 항상 대기라도 하듯 꼭맞춰 등장하는 환자때문에, 스토리가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이 때문일 겁니다. 사건의 나열보다는 하나의 사건에도 깊이있는 스토리를 넣어주는 것이 드라마 퀄리티를 살릴 것같은데, 환자가 너무 많이 등장하고 스토리는 나아가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환자만 많고 의사 진혁의 내면심리나 고뇌는 거의 나오지가 않고 있으니, 진혁이라는 인물이 왜 조선으로 타임슬립했는지의 이유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송승헌의 연기력이 아니올시다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뛰어나지도 않아보이는 이 밍숭맹숭한 분위기는 송승헌이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환자발생--->환자 가족과 티격태격--->이대로 두면 죽습니다, 수술하게 해주세요 애걸복걸--->홍영래 등장해서 상황정리--->수술끝---> 일주일 정도 후면 의식이 돌아올 겁니다', 로 마무리되는 진혁의 수술장면이 이젠 식상해지려고 하네요.

송승헌의 표정연기는 사실 많이 버라이어티해졌습니다. 그런데 대사 톤이나 전해지는 분위기는 애원이나 설득의 느낌이 강하지요. 한마디로 임팩트가 없어요. 그 연기가 그 연기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닥터진만큼 좋은 소재도 없는데, 김명민이나 신하균이 보여준 전율느껴지는 연기에 대한 욕심을 송승헌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요? 김명민과 신하균에게는 있고 송승헌에게는 아직 보이지 않는 것, 카리스마를 말입니다. 적어도 수술할 때만큼은 현장을 제압하는 카리스마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은 저뿐인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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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1 Comment 107
2010.09.29 12:40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려 한다고 새 중전 인원왕후의 기선잡기는 방자하기 그지 없습니다. 물론 동이편에서 보자면 말이지요. 새색시가 나대는 모습이 과하다 싶지만, 이 모습 또한 새 중전 인원왕후가 궁궐을 배워가는 과정입니다. 내명부의 실질적인 수장으로서 위상을 다지기 위함이라 하지만, 인원왕후가 그리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 역시 궁의 정치라는 속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이기 때문이겠지요. 이를 동이가 모를리 없습니다. 궁궐밥을 더 많이 먹은 동이가 궁의 정치적 속성에 대해서는 더 잘 알고 있기도 하고요.
동이도 인원왕후에게 고분고분하지는 않더군요. 친히 연잉군의 배필감을 만나러 나서는 동이를 가로막으며 내 말을 무시하는 거냐고 하자, 연잉군의 배필감을 고르는 것은 자기소관이라며, 감히 중전에게 가르치려 드느냐는 말에도 "그렇습니다, 저는 바빠서 이만" 하고 쌩 가버리더군요. 궁궐밥을 많이 먹긴 했더라고요. 중전도 딱히 잘한 것은 없어 보였지만, 동이의 하극상도 막상막하였다지요. 품위는 있는 여인들이라 머리카락 쥐어뜯고 싸우지 않길 다행이에요.
인원왕후 역의 오연서의 연기를 보니 16살의 어린 중전의 모습을 대비시키는 어려움은 둘째치고, 대사를 지나치게 빨리 하는 감이 있더군요. 캐릭터를 악의 축으로 잡지 않았다면, 표정에 힘을 빼고 대사를 조금 더 느긋하게 하는 여유가 필요할 듯 싶어요.

드러나는 동이의 야심
인원왕후가 번개불에 콩볶아 먹듯이 연잉군의 가례를 추진하는 것이 동이에게는 당혹스럽지만, 어차피 한번은 겪어야 할 일이지요. 동이가 고심하고 있는 문제는 연잉군을 궁안에서 살게 하는 문제에요. 연잉군의 안위가 동이에게는 가장 큰 문제이고, 장희빈이 없어졌지만 장희빈보다 무서운 정치권력에서 연잉군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연잉군을 궁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동이입니다. 궁궐안이나 사가나 위험스럽기는 마찬가지만 말입니다. 동이의 사가에 불도 났었고, 그보다 궁궐에서 칼부림까지 났는데 궁이라고 딱히 안전해 보이지는 않으니 말입니다.
연잉군의 배필을 동이 스스로 구하는 모습은 동이의 지략과 미래지향적인 모습이 빛났습니다. 명문세도가의 뒷배가 아닌 청렴과 강직을 택한 동이는 두 가지를 한꺼번에 노렸습니다. 연잉군의 반대파 소론과 남인에게는 안심을 시키는 한편, 떠돌던 왕가의 기가 흐르는 집터에 대한 군중심리를 교묘히 이용해서 동이를 만만케 보지 말라고 뒷통수를 쳐버렸던 것이지요.
그러나 동이가 관직에 오르지 않고 명문가 자제의 글공부나 시키고 있었던 서종제의 여식을 택한 것은 동이의 연잉군에 대한 야심 또한 숨어있었던 것이었지요. 임금을 낸 터라는 것은 소위 명당 중 최고의 명당자리입니다. 운학선생이 지나가는 말로 했다지만, 임금의 기가 흐르는 집터는 풍수지리적으로 최고의 기가 흐르는 집터였을 테니까 말입니다. 동이가 연잉군을 보위에 올리려는 마음을 언제부터 품었는지 모르겠지만, 동이가 권력에 무심한 인물은 아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때부터 연잉군의 배필도 정했다고 하니 상당히 무서운 여자입니다.
연잉군의 배필로 명문세도가의 여식을 들여주고 싶은 것은 숙종의 진심이었을 겁니다. 이번회 동이와 숙종의 대화를 들으면서 숙종이 연잉군이 가야할 길을 위해서 권세가의 힘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는데요, 그 말이 의미심장하더군요. 그리고 동이에게 아비로서 연잉군의 어미에게 묻는다며, "연잉군의 보위에 올릴 생각이 없느냐?"고 직설적으로 물었지요. 물론 동이는 세자가 왕위에 올라야 한다는 것을 힘주어 강조했지만, 동이의 속내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숙종의 파고드는 눈빛은 더 깊은 속내를 물었고, 동이가 결국 연잉군을 지키기 위해서는 군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동이의 결심이라고 밝혔지요. 두 사람은 어느 선에서 연잉군을 보위에 올리겠다는 합일점을 찾은 듯도 보이더군요. 마치 역사적으로 이이명과의 정유독대를 동이로 대치해서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연잉군의 앞길 물은 숙종의 속내, 동이 소박?
물론 두 사람의 대화는 세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배신감에 치를 떨 밀당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한데요, 드라마에서 숙종은 세자나 연잉군에 대해 아비로서도 임금으로서도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음이 확인됩니다. 숙종과 동이의 대화는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하면, 다음대를 연잉군이 보위에 올리자는 암묵적인 합의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숙종의 속내를 그리 쉽게 판단하기에는 모호한 점이 있습니다. 숙종이 동이에게 연잉군의 앞으로의 운명에 대해 물었던 의도는 몇가지의 경우의 수로 분석할 수가 있을 것 같은데요, 우선은 동이를 궁에서 내보내려는 고도의 전략일 수 있습니다. 숙종은 궁궐에서 여인들의 권력 장악을 용납치 않았던 인물입니다.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사이에서 때로는 장희빈을, 때로는 인현왕후의 손을 들어 준 것은, 서인과 남인들의 힘의 안배를 교묘히 조정했던 정치적 이유때문이었지요.
지금 숙빈최씨의 손을 들어준다는 것은 노론의 손을 들어준다는 의미이고, 이는 현 조정 실세 세자를 밀고 있는 소론과 등을 진다는 것이지요. 숙종은 장희빈 사후 노론의 힘이 커지는 것을 경계했어요. 장희빈 사후 장희빈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는 음모론까지 퍼지고 있었으니, 지금 동이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연잉군을 세자로 옹립하려고 장희빈을 몰아냈다는 소문을 확인시켜 주는 꼴이 되기도 하지요.
이럴때 가장 좋은 방법은 숨기기 작전입니다. 동이를 표면적으로 내치면서 궁궐에 퍼진 소문을 잠재우고, 겉으로는 세자의 보위가 확실함을 보여줌으로써, 동이와 연잉군에게 쏟아지는 의구의 시선을 가려주는 것이지요. 세자와 연잉군을 동시에 보호할 수 있는 고도의 이중장치인 셈이지요. 숙종의 의도는 일종의 시간을 버는 전략으로 보여집니다. 연잉군에게 쏟아지는 의심에 대한 분산작전인 셈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이 과정에서 연잉군을 지키기 위해 과감하게 동이의 희생을 요구할 듯 싶어요. 동이를 궁에서 내보냄으로써 연잉군은 보호하고, 동이를 권력과 멀어지게 하는 것이지요. 세자측과 소론측에서 안심할 수 있게 말이지요. 장희빈의 사후 인원왕후를 새 중전으로 들이면서, 실제 숙종은 숙빈최씨를 이현당 사가로 내보내고, 숙빈최씨가 죽을 때까지 궁으로 불러들이지 않았지요. 동이와의 독대장면은 숙종이 동이를 궁에서 내보내야 하는 이유와 함께 역사적 사실과도 궤를 같이하려는 의도로 비춰지더군요. 

숙종에게 세자나 연잉군은 어미는 다르나 그의 피를 이어받는 자식들이고, 무엇보다 국본이라는 공인된 자리에 있는 세자를 지키는 것은 숙종의 몫이에요. 동이가 털끝만큼도 세자를 위해할 의도가 없다 할지라도, 세상의 눈은 동이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거죠. 그렇게 되면 곤경에 빠질 사람은 동이가 아닌 연잉군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판단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미로서 연잉군을 보호하고 군왕의 자리에 까지 올리고 싶은 욕심이 있듯이, 숙종에게도 아비로서 세자와 연잉군을 지켜주고 싶겠지요. 그래서 동이에게 자연스럽게 출궁에 대한 동이에게 이해를 구하기 위함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결국 두 아이 모두를 지키고 싶은 아비로서의 숙종의 마음이겠지요.
다음으로는 숙종이 진심으로 연잉군을 보위에 올리겠다는 암묵적인 약속을 하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세자가 보위에 오르고 후사없이 끝난다면, 소론과 남인중신들의 주장처럼 다른 왕손을 보위에 앉힐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그렇게 되면 숙종의 혈통은 세자대에서 끝나는 것이겠지요. 세자의 병을 알고 있는 숙종이 이에 대한 대책으로 세자 다음 보위를 연잉군으로 점지하고 있음을 암묵적으로 드러낸 일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중전되자 마자 소박맞는 인원왕후?
그런데 숙종과 동이의 밀담을 보면서 한 사람이 떠오르더군요. 인현왕후였어요. 혈육 한점 남기지 않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인현왕후는 장희빈에게 가장 많은 상처를 받았지요. 하지만 장희빈 못지않게 인현왕후의 마음에 병을 준 인물이 바로 숙종이에요. 비록 요즘 말로 정략결혼이었지만, 숙종은 조강지처 인현왕후가 아닌 장희빈을 사랑했고, 숙종의 사랑이 장희빈으로 하여금 중전의 자리까지 탐하도록 모든 것을 가지라고 부추겼지요. 장희빈이나 인현왕후를 그렇게 만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었다는 고백을 스스로 하기도 했지만, 이번회 숙종은 또다시 그런 잘못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라는 씁쓸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바로 숙종의 인원왕후에 대한 헌신짝 마음입니다.
새 중전으로 들인 인원왕후가 후사를 낳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지요. 물론 다행인지 불행인지 인원왕후에게서는 후사가 나오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사랑도 정치의 일부였던 숙종, 정실 부인복도 지지리 없는 남자에요. 중전을 세 명이나 두고도 정작 정실부인에게서는 후사를 못봤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 갓 시집 온 새색시가 소박맞는 듯해 보여서, 숙종과 동이의 밀당이 썩 유쾌해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명색이 중전인데 혹시 모를 인원왕후의 소생에 대한 배려심은 없어 보이는 숙종, 인원왕후에게서 후사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 인현왕후처럼 중궁전의 청상과부로 만든 것은 아니었나? 이런 생각도 들었네요. 그러고보면 왕실에서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궁중 여인들의 암투보다는, 그 귀한 임금의 씨를 여기저기 잘못 뿌린 임금 잘못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숙종의 동이사랑, 그리고 자식사랑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기적인 남자에요. 절대선 원칙주의자 동이도 새중전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으니, 그동안 동이의 절대선과 무한 착함이 일시에 무너지기도 했고 말이지요. 
숙종이 동이를 사가로 내보내게 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역사적으로 동이의 궁궐생활은 지금으로 끝이지요. 말년에서야 연잉군의 사가 창의궁으로 옮겨 살다 생을 마감했으니, 그 연유가 어찌되었든 33살에 궁에서 나와 49세로 생을 마감했으니 말년인생이 그리 행복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인현왕후, 장희빈, 숙빈최씨 모두 다 한 번씩은 사가로 내쳐졌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인원왕후가 불임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인원왕후가 왕자를 생산했더라면, 지금의 세자가 왕위에 오르는 일도 순탄하지는 않을뿐더러, 후궁소생인 연잉군이 보위에 오르는 일은 더더욱 어려웠겠지요. 그러고 보면 임금은 하늘이 낸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 
장희빈도 동이도 세자와 연잉군이 보위에 오르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요, 아이러니 하게도 인원왕후만이 두 사람의 보위 과정을 지켜보고, 천수를 누리고 왕대비에 대왕대비까지 올랐으니, 왕을 낳은 장희빈이나 숙빈최씨에 보다 높은 자리에 앉아 편안하게 살다간 인물입니다.  

* 참, 연잉군 혼례를 보다보니 생각났는데요, 지금 세자는 이미 세자빈을 맞이했거든요. 단의왕후 심씨가 1696년에 세자빈으로 책봉되었다가 병으로 죽었고, 그 이후 어유구의 딸 선의왕후 어씨가 세자빈에 책봉되어 경종 사후 경순왕대비라는 존호를 받았는데요, 세자는 일찍 고자로 만들어서 혼례도 안치뤄 주고, 연잉군에 대한 애정만 너무 과한 것 아닌가요? 잘못하면 세자 몽달귀신 되겠어요. 까먹고 세자 혼사를 치뤄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인원왕후는 연잉군 혼사가 아니라 세자 혼사부터 서둘러야 정상인데 말이죠. 이런 역사적 사실은 지키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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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8 12:31




숙종의 둘째 계비 인원왕후 역에 오연서가 캐스팅되어 첫등장을 했는데요, 강단있는 말투와 눈매가 매섭습니다. 요즘 너무 기세등등해서 숙종도 허수아비로 만들고 있는 동이인데, 장희빈이 없어진 동이천하의 궁궐에서 독주를 막아줄 지 기대가 되네요. 드라마 동이는 임금도, 노련한 정치가들도 귀한 동이 앞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힘없는 지푸라기들로 만들고 있으니, 동이를 견제할 강한 인물이 필요할 때입니다.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숙빈최씨를 이토록 절대선의 인물로 그리는 것에 심한 말로 신물이 납니다. 마음 같아서는 인원왕후가 동이에게 정식 본처의 매서운 시집살이 맛을 보여 주었으면 싶어요. 첫 만남에서부터 동이를 지긋이 눌러주는 말폼새가 만만치 않은 적수가 될 듯 싶더군요. 역사적으로는 동이가 엎드려 절을 해도 모자랄 연잉군을 지켜 준 은인이 바로 인원왕후인데 말이죠.
포장을 해도 정도껏 해야 하는데 숙빈최씨 하나 살리자고 숙종을 비롯해 주위 인물들의 희생이 너무 크네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글 말미에 잘근잘근 씹어 보기로 하고, 조선 왕조에서 한 획을 그은 장희빈의 죽음과 인원왕후의 등장에 대한 드라마 정리부터 하겠습니다.

이소연만 남은 장희빈의 최후
천출로 궁에 들어와 숙종의 눈에 들어 뜨겁게 사랑하고, 그 사랑이 너무 뜨거웠던 나머지 화상까지 입고, 화상독을 입고 죽어버린 장희빈, 동이 속 장희빈의 최종 모습입니다. 아마 5도화상 정도는 입은 듯 싶네요. 그녀의 권력욕도, 세자의 모후로서의 야심도, 내명부 최고 중전의 자리를 향한 꿈도 야망도 이렇다 할 평가는 커녕 새롭게 그려내지도 못하고, 오로지 숙종을 온전히 가지고 싶었을 뿐이라며, 사랑에 허우적거리다 죽은 최악의 장희빈으로 죽었습니다. 동궁전에 불지르고, 연잉군과 숙빈을 죽이려고 했다는 역사적으로는 억울한 죄목까지 뒤집어 쓰고 갔지요. 장희빈이라는 희대의 요부이자 권력의 희생양 장희빈은 실종되었고, 처연하리만큼 고요하게 죽음을 맞이한 이소연의 절제된 연기만이 빛났습니다.
장희빈은 세자를 살려달라며 숙빈최씨 치마자락에 매달려 애원했지요. 세자를 살려달라고 말이지요. 내 아이를 지켜달라며 동이에게 애원하는 장희빈, 자식을 두고 죽으러 가는 어미의 불안한 심정이 절절하게 와닿았어요(가는 길 편하게 보내주지, 동이는 살려준다는 말은 끝까지 안하더군요). 세자 또한 어머니를 살려달라고 애원했지요. 숙빈마마라면 아바마마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거라고 말이지요. 어머니를 용서해 달라고 애원하는 세자, 세자의 마음에 동이는 어떤 존재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장희빈의 죽음 이후에는 '제대로 삐뚤어질테다' 라며 단식투쟁을 하는 세자를 보니, 마음의 상처가 씻기가 쉽지 않겠던데, 착하고 어진 동이가 잘 다독여 주겠지요. 절대선 동이니까요. 더구나 형님마마때문에 눈에서 눈물이 마르지 않은 연잉군까지 있으니 말입니다.

동이에게 세자를 부탁하고 가는 모습은 장희빈을 끝까지 비참하게 그려버린 최악의 모습이었습니다. 동이에게 매달려 부탁하는 이소연의 연기만 좋았을 뿐이에요. 제작진이 장희빈의 마지막 가는 길에 모성애라는 것을 하나 선물로 주려한 것 같았지만, 동이의 하늘같고 바다와 같은 모성애에 비하면 너무 겸손한 모성애라 감히 비교조차 되지 못했지요. 숙종에게 세자만은 지켜달라고 마지막 유언으로 남기고, 동이에 대한 자존심은 지켜 주었으면 했는데, 무릎꿇고 두 모자가 번갈아 애원하는 모습을 보니, 궐의 절대권력자가 마치 동이가 돼버린 듯 하더군요.
동이가 있는 궁궐에서 절대 최고권력자는 숙종이 아닌 동이가 돼버렸으니, 동이의 역사왜곡과 인물왜곡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부탁하려면 숙종에게 했어야지, 가장 믿지 못할 적에게 아들을 부탁하고 가는 모습은 개연성이 전혀 없는 모습이라서 말이지요. 물론 드라마니까 가능합니다. 동이는 세자때문이라면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줄 거룩한 어머니거든요.

숙종에게 세자의 모후, 한 때는 사랑했던 여인을 전하의 손으로 죽였다는 고통은 감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던 장희빈이, 마음마저도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훼까닥 바꿔 버려서 놀랬답니다. 세자에게는 어미가 누구때문에 모든 일을 했는지 절대 잊지 말라고, 그래서 꼭 보위에 올라서 어미 한을 풀어달라고 누누히 강조하더니, 막상 사약사발을 앞에 두고 보니 자식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끝까지 끊어내지 못한 사랑했던 남자만이 보였던 장희빈이었어요.
"전하를 연모한 것을 후회했다는 것은 거짓이었습니다. 전하를 연모했기에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든 것을 가지려 했고, 그렇게 연모했기에 한없이 어리석었습니다. 부디 저를 기억해 주세요".

한철 피고 저버리는 꽃이지만 크고 화려한 모란이 좋다했던 장희빈, 마지막 가는 길에 한가지 청을 했는데, 숙종에게 자신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봐 달라는 것이었지요. 장희빈의 전부였기에 장희빈은 마지막 먼발치에서라도 숙종의 모습을 단 한번만이라도 더 보고 싶어했던 것이지요. 두 눈에 먼발치에서 울고 있는 숙종의 모습을 담고 가는 장희빈입니다. 사랑과 권력, 꿈을 쫓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다, 모란처럼 화려하게 피었다 져버렸네요.  
세자를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장희빈의 최후는 그래서 앞뒤 맞지 않은 사랑타령으로 끝나 버렸습니다. 사랑하는 님이 내린 사약이기에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원샷하는 장희빈, 주마등처럼 흐르는 숙종과의 달콤했던 시간들, 인생이 덧없다 하던데, 장희빈에게는 사랑이 덧없어라 였습니다.

만만치 않은 포스 인원왕후의 등장, 동이 사가로 내치나?
"자네가 바로 숙빈이로군", 뜨아~. 동이도 '뭐시라, 요런 쥐방울 만한 것이.." 라고 놀랐겠지만, 새 중전을 맞이하는 나인들도 모두 허걱! 싶습니다. 첫날부터 군기 확실히 잡겠다는 16살, 외모로는 한참 더 늙은 인원왕후입니다. 세자하고 동갑내기일텐데 말이지요. 권력의 흐름을 타고 잽싸게 줄을 옮긴 장무열에게서 숙빈과 연잉군에 대한 사전조사를 마친 인원왕후, 동이에 대한 첫인상이 썩 좋지는 않아 보입니다.
내명부의 수장은 중전에게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려고 합니다. 인원왕후 연잉군과 동이를 궁에서 내보내려는 인원왕후, 나이도 어린데 야무집니다. 왕자가 결혼을 하면 궁밖으로 나가야 하는 왕실 법도를 들이 밀었으니, 동이는 지엄한 중전의 명을 거역할 수는 없겠지요. 역사적으로는 이보다 3년 후인 11살에 연잉군이 혼례를 치뤘는데, 제작진 뭐가 그리 급해서 장가부터 들이셨을까요? 물론 동이와 인원왕후의 대립각때문이겠지요. 이유는 내명부의 수장 자리가 중전에게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동이를 견제함과 동시에, 세자를 지키려는 인원왕후의 첫 실력행사였고 말이지요.
인원왕후의 연잉군 혼사추진은 동이에게는 연잉군에 대한 공격수로 읽혀집니다. 연잉군을 살리는 방법은 연잉군을 임금으로 만드는 방법밖에는 없다며, 연잉군 임금만들기 장기 프로젝트에 돌입한 동이입니다. 그런데 동이가 뭔가 단단히 잘못 생각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세자가 죽어야만 연잉군이 임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텐데, 동이 실망이외다.
 
아무리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한다는 비밀을 알았기로소니, 연잉군을 임금의 자리에 올리려 한다는 자체는 역모죄에 해당할 듯 싶은데, 비록 세자의 위질이라는 병으로 방패는 삼았지만, 동이의 위험스런 생각에 혼란스럽군요. 동이의 버선목처럼 깨끗한 마음은 세자도 왕위에 올리고, 연잉군도 왕위에 올리는 방법이라 했지만, 동이가 신내림을 받은 것이 아닌 이상, 세자가 보위에 올라 4년만에 죽어버릴 것을 알기라도 했단 말인가 싶었다지요. 

역사적으로는 지금 동이는 이현궁 사가로 나가 살아야 할 타이밍인데요, 숙빈최씨의 파란만장한 궁에서의 일대기는 사실 인원왕후의 중전 등극과 함께 종지부를 찍게 됩니다. 숙빈방으로 불리기도 했던 이현궁으로 나갔다가, 혼자 사는 집이 지나치게 크다해서 숙종이 규모도 줄여 버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숙종과는 단단히 틀어져 버린 숙빈최씨였어요. 사랑의 승자를 그렇게 그리지는 않을 듯 싶지만, 숙빈최씨는 이현궁으로 33세 젊은 나이에 쫓겨나가 쓸쓸하게 살다가 49세의 일기로 세상을 마감하기 까지 숙종이 궁으로 부른 일은 없었습니다. 시름시름 앓았던 숙빈최씨를 위해 죽기 2년전 아들과 함께 살라고 허락해서 아들 며느리 봉양을 받다가 하직했으니, 숙빈최씨라는 인물도 그리 영화를 누리며 산 것은 아니었지요. 
숙빈최씨의 영화는 역사적으로는 장희빈의 죽음과 함께 끝난 셈이었지요. 강력한 중전 후보였던 숙빈최씨를 견제하기 위해 숙종이 내쳤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 들여지고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이런 일들은 나몰라라 입니다. 하긴, 다시는 숙종 눈 앞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말라고 했는데 숙종이 동이를 내칠 수도 없고, 훗날 연잉군을 왕세제로 삼고 실질적으로 영조로 등극시킨 일등공신 인원왕후가 내치는 것도 모양새는 좋아보이지 않네요. 만약 기록처럼 사가로 나가는 동이를 그린다면, 동이가 세자와 왕실의 평화를 위해 제발로 걸어 나가겠다고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동이가 사가로 나간다 할지라도, 그 '귀한 생각'으로 인간성에서는 승리의 손을 들어주겠지요. 한줌도 되지 않는 부질없는 권세를 잡기 위해 피를 부르지 않으려 했다는 '귀한 생각'말입니다. 드라마에서 동이 외에는 귀한 생각, 귀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없으니, 독야청청 홀로 티끌 한점없이 푸르른 동이입니다.

사극의 최소한의 마지노선마저 무너뜨린 드라마 동이
자, 이제부터 이 드라마를 잘근잘근 씹어 보도록 하죠. 위에서 대충 토막은 쳤으니 이제 잘 다져볼 시간입니다. 우선 숙종이 법령으로 후세까지 어기지 말라고 한 후궁의 중전 금지령입니다. 후궁이 중전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게 하라는 교지는 역사적으로 장희빈의 죽음 하루 전에 공표된 내용입니다. 후궁이 중전에 오른 야무진 꿈의 모델이 된 장희빈의 죽음에는 인현왕후를 사술로 죽이려 했다는 숙빈최씨의 밀고가 발단이 되었지요. 드라마에서는 동이의 심부름꾼 심운택이 맡아서 했지만 말입니다.
장희빈에게 사약을 내리면서 숙종은 후궁이 중전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다는 것을 법으로 공표합니다. 물론 왕실에 장희빈과 같은 패악무도한 후궁이 더 나올 것을 경계한 것이기도 했지만, 직접적으로는 숙빈최씨를 중전에 앉히지 않겠다는 숙종의 의도였어요. 그리고 인원왕후를 새 중전으로 간택하면서, 숙빈최씨는 궁 밖으로 내치고 다시는 궁에 들이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는 숙빈최씨에게서 읽혀지는 강한 권력욕, 그리고 숙빈의 소생인 연잉군에 대한 숙빈최씨의 야욕을 숙종이 읽었기 때문이라고 삼척동자도 눈치챌 수 있는 문제에요.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황당스럽게도 동이가 숙종에게 이같이 하라고 청을 넣었지요. 참으로 말도 안되는 착한 동이 만들기 수작입니다. 네, 이는 수작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해도해도 너무한 역사왜곡에 인물왜곡입니다. 동이는 착한 것인지 바보인지 아무튼 이해불가한 인물이 되고, 가장 피해를 본 인물은 땅에 떨어진 숙종의 위상입니다. 동이의 말이 곧 법이 돼버린 조선, 강력한 군주 숙종이 이렇게 허수아비처럼 굴다니, 숙종이 지하에서 분노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하나 더 다져보지요. 동이의 목이 열개라도 그 목을 온전히 보전을 할까 싶은 동이의 연잉군 세제만들기 프로젝트입니다. 제작진이 뭔가를 대단스럽게 착각한 모양인데, 이 때는 세제라는 말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입도 뻥긋하지 않았을 때에요. 앞으로 족히 십수년은 흘러서 나올까 말까 했던 말이지요. 숙종의 입에서 나왔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숙종도 세자의 병을 알고 있으니, 마음으로라도 그리 생각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동이가 이 프로젝트를 계획합니다. 연잉군을 세제로 만든 다음, 지금의 세자가 보위에 오르고, 죽기만을 기다렸다가 연잉군을 왕위에 앉힌다? 참으로 괘씸스러운 비책입니다. 사람 앞일 모른다고 세자가 후사없이 왕위에 앉아 길고 가늘게 산다면, 연잉군은 세자가 죽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꼬부랑 할아버지 돼서 왕위에 올린다고요? 아니면 세자에게 대통령 임기제처럼 기한 정해주고, "한 4~5년만 임금하다 왕위 물려주시고, 하야 하세요" 라고 하려고요? 퍽이나 "굿 아이디어! 형님 먼저 아우후에 사이좋게 왕위에 앉읍시다. 대신 서로 죽이지만 말자고요" 하겠습니다.
저는 동이의, 아니 작가의 이런 위험스럽고 황당한 사고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자칫하면 동이와 함께 연잉군마저 역모죄로 죽일 수도 있는 프로젝트라는 말이에요. 도대체 연잉군을 살린다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목숨인가요? 아니면 권력을 잡는 것인가요?
목숨이었다면 동이가 금을 혼사시켜 일찌감치 궁에서 나가 왕실의 후손 한 사람인 군으로 평생 살겠다는 뜻을 밝혔어야 했고, 정 그렇게 목숨을 부지시켜주고 싶었으면 쥐도 새도 모르는 곳에 숨어 은둔하며 사는 방법이 나았을 겁니다. 권력의 의미였다면 중전의 자리를 마다할 이유도 없고, 오히려 동이가 팔 걷어부치고 나서서 연잉군의 세자책봉을 추진했어야 했고요.
그런데 세자도 왕위에, 감나무에서 홍시 떨어지기 기다렸다가 세자가 죽으면, 연잉군도 왕위에 앉히겠다는 동이, 장무열이 정확하게 동이를 한마디로 표현해 주었습니다. "바보".  둘 다 왕위에 오르게 해서 둘 다 살리겠다는 말만 그럴싸한 동이의 비책은 1980년대나 통했을 방법입니다. 김대중 전대통령과 김영삼 전대통령이 사이좋게 한 번씩 했더라면, 지금의 정치판이 이따위로 개판은 덜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드라마 동이는 역사를 배경으로 한 사극에서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마지노선마저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물론 드라마는 가공이고 창작의 영역이고 90%가 허구일 수 있습니다. 100%가 허구인 드라마도 많고요.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숙빈최씨, 인현왕후, 장희빈, 숙종, 연잉군, 세자, 장희재, 인원왕후 등등 실제 역사의 인물이 등장인물인데, 적어도 이름을 빌려왔으면, 역사적인 사실들은 얼마만이라도 근접하게 그려줘야 했지 않았을까요? 

동이는 정말 착하고 심성 곱고, 바른 생각만 해요. 그런데 모범답안같은 동이에게서는 장무열이 느꼈던 답답함이 느껴집니다. 드라마에서 동이라는 인물을 1급청정수 무결점의 인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에요. 패악무도한 장희빈이 더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인물로 느껴집니다. 착한 동이를 만들려다 보니 답답함이 밀려오고, 권력에 욕심없는 동이를 그리려다 보니, 숙빈최씨가 지나치게 미화되어 많은 부분 역사와는 멀어져 버렸습니다.
동이가 숙종에게 후궁 중전금지령을 내리라고 하는 것이나, 경종 즉위 1년 후에나 논의되었던 세제책봉을 20년전 앞서서 동이가 계획하고, 두사람 모두를 살리는 방법이라고 하고 있으니, 두사람 모두를 왕위에 올리겠다는 계획은 지나쳤어요. 연잉군에게 귀한 생각을 품는 귀한 사람이 되게 하겠다는 동이의 교육관대로, 연잉군에게 군주가 아닌 군자의 길을 가르치는 어머니로서 충실했다면, 훨씬 모양새가 좋았을 거에요. 군왕으로 세우겠다는 자체가 세자와도 등을 돌리게 되는 일, 과장확대해서 본다면 세자의 죽음을 바라는 모습으로까지 보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쯤해서 착한 동이만들기 위해, 역사왜곡과 인물왜곡은 그만했으면 좋을 듯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동이를 역사처럼 궐밖으로 내보내서 연잉군에게 세상 공부나 시켰으면 싶네요. 세자자리로 자꾸 쌈박질 시키지 말고 말이지요. 세자는 동이가 아닌 숙종이 지키는 것이 덜 억지스럽기도 하고요. 동이에서 실종된 것이 한둘이 아니지요. 대표적으로 장악원을 중심으로 한 궁중음악일 겁니다. 그런데 마무리를 앞두고 가장 중요한 동이의 교육마저 세자와 연잉군의 눈물겨운 형제애 확인으로 두리뭉실 "동이의 천재교육 끝"! 이러고 넘어가지는 말았으면 싶습니다. 동이는 사가에서의 모습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궁궐에 있는 동이보다는 사람냄새 나는 궁밖으로 내보내 줬으면 싶습니다. 숙종과의 달달한 로맨스도 한 두번 더 엮어주고 말이지요. 어차피 연애사극으로 시작했으니 연애사극으로 끝을 보는 것이, 그나마 역사왜곡 인물왜곡이라는 비난을 덜 받는 길일 듯도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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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2 09:12




드라마 동이의 신데렐라는 아이러니하게도 동이의 주인공 동이 한효주가 아닌 장희빈 이소연이었습니다. 장희빈이라는 인물을 다루는 드라마에서 장희빈은, 주인공 여부를 떠나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고, 새로운 장희빈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진 게 사실이지요. 그러다보니 이번 드라마 동이에서도 동이라는 인물보다는 장희빈에 대한 재해석에 더 촉각을 세웠던 것도 사실이에요. 장희빈 역을 맡은 이소연은 드라마 초반부터 가장 정극에 가까운 연기로 기대를 모았고, 캐릭터의 자리매김도 빨랐지요.
장희빈은 내면연기와 표정변화에 따른 감정묘사를 많이 보여줘야 하기에, 장희빈이 등장하는 사극에서 그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 그 드라마는 빛을 잃어 버리게 됩니다. 이소연의 장희빈은 작가와 제작진의 동이에 대한 과도한 애정때문에, 그 캐릭터를 새롭게 재해석하는 것은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또한 오지랖 넓은 천방지축 동이때문에, 역할에 비해 분량이 적었던 회도 많았지요. 하지만 이소연의 연기는 동이 출연자중 깨방정 숙종(지진희)의 신선한 캐릭터와 함께 가장 빛났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평이지만 말이지요. 

동이가 낳은 신데렐라는 이소연
이소연의 경우 사극과 어울리는 큰 이목구비를 가진 장점때문에 흡입력이 있었고, 한효주의 현대적인 대사처리와 대조적으로 안정감이 있었습니다. 화려한 이목구비가 장희빈이라는 캐릭터와도 어울렸고 말이지요. 이소연의 목소리의 취약점은 격앙된 감정처리를 할때 목소리가 갈라진다는 점인데, 목소리가 갈라지지 않는다면, 앙칼진 연기에도 가산점이 될 듯싶은데 아쉬운 부분입니다. 안면근육을 많이 움직이는 표정에서 좌우 비대칭이 도드라지는 점도 살짝 아쉬워요. 물론 인력으로 할 수 없는 점이지만요.
그에 비해 호흡처리와 대사톤은 아마 한효주의 지속적인 과제가 될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한효주는 사극보다는 현대물에서 그 매력이 더 빛나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병훈 감독의 신개념 사극이었으니, 한효주의 반박자 빠른 호흡과 현대적 어투의 대사처리가 그나마 통했지, 정통사극이었다면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기는 힘든 한계가 있지요.
이소연의 장희빈을 보는 것도 다음주면 마지막이 될 듯 싶습니다. 장희빈의 최후이니만큼 이번회,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기 까지, 동이 마무리과정에서의 주인공이 될 듯싶은데요, 장희빈 이소연이 드라마의 절반축을 성공적으로 담당해 왔다는 점에서 우선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아마 드라마가 종영이 되고 이름이 남을 연기자라면, 역대 장희빈의 반열에 이름을 올린 이소연이 될 듯합니다. 동이라는 타이틀을 걸었음에도 한효주보다는 장희빈을 연기한 여배우 중 한사람으로 회자될 행운의 신데렐라가 될 듯 싶습니다. 숙빈최씨를 주인공으로 내세울 드라마가 계속적으로 나올 것 같지는 않고, 몇년을 주기로 장희빈과 인현왕후는 드라마에 끊이지 않고 등장할 인물이니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소연의 장희빈은 동이가 낳은 행운의 신데렐라이자 주인공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이번회 이소연이 다양한 감정신을 소화하며 장희빈의 최후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는데요, 숙종과 동이와의 최후 독대를 한 장희빈의 최후변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존 장희빈과 다른 점이라면, 장희빈이 사약을 받게 될 죄목에 숙빈최씨와 연잉군의 살해기도와 방화죄가 추가된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제작진의 창작이니 역사와는 별도로 이해하셔야 할 듯 싶고, 세자의 병을 숨긴 부분에 대해서는 이번 장희빈 사약과 관련해서는 자취를 감춰 버렸더군요. 하기야 세자의 병이 아니더라도 장희빈이 죽음을 면할 길은 없어 보이지만 말입니다.
더구나 오매불망 사랑하는 동이가 칼에 맞고, 연잉군과 동이를 죽이려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장희빈 본인의 입으로 실토를 했으니, 빼도 박도 못할 죄였지요. 인현왕후를 사술로 음해하려 한 일까지 들통나고, 동이의 사가에 불을 지른 것까지, 장씨남매와 윤씨부인의 만행이 줄줄이 감자줄기에 감자 딸려 나오듯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지요. 짚인형과 인현왕후의 명패를 돌려받은 동이가 심운택에게 숙종에게 고해 바치라고 전해주었나 봅니다. 동이도 칼을 맞고 나니 정신이 번뜩 들었나 보더라고요. 장희빈과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더구나 자신이 몸을 날리지 않았다면, 금쪽같은 연잉군이 어떻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는데, 생각만해도 심장이 멈춰버릴 것 같은, 불행중 천만다행이었으니 더이상 참지 않겠다는 의지가 결연한 동이입니다.

칼맞은 동이, 칼은 등에 맞고 피는 앞에서 흐른다?
생각난 김에 집고 넘어가자면, 동이의 칼맞는 장면은 너무 티가 팍팍나는 옥의 티였어요. 칼에 등짝을 맞았는데, 피는 오른쪽 어깨죽지 근처, 그것도 앞부분에서 흥건히 나오고 있으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싶네요. 더구나 속저고리 위를 천으로 칭칭 동여 맨 꼴은 또 뭐람 싶었네요.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완성도도 엉망이지만, 곳곳에 보여왔던 연출의 실수는 에효.;;;
지난회 등짝에 칼맞는 동이를 보며, 잠시 앗, 저렇게 칼을 맞으면 누워있는 신을 찍기가 곤란할텐데, 사극 최초로 체신머리없이 궁궐여인이 엎드려서 촬영을 하려고 하나? 이랬다지요. 역시나 꼴사납게 업드려서 찍을 수는 없는 일, 부상부위를 재빠르게 바꿨더군요.ㅎ 며칠되지도 않았는데, 금세 일어나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신체회복력도 빠른 동이입니다. 당시에는 몸에 바늘을 대는 일도 금기였을텐데, 살이 붙으려면 한참 시간이 걸리는데, 그렇게 움직이다 상처 덧나면 큰일이라서 말이지요.
썩어도 준치라고 당당하게 제발로 추국장으로 향하는 장희빈, 머리 산발되어 형틀에 앉아있는 어머니와 오라비를 보니, 피가 거꾸로 솟는 장희빈입니다. 자신때문에 어머니와 오라비를 그렇게 되었으니, 장희빈의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지요. 장희빈이 알고나 있을지 모르겠더군요. 장희빈의 어머니와 오라비가 장희빈때문에 죄인의 몸으로 형틀에 묶여 장희빈 가슴을 찢어지게 만들었듯이, 자신 역시도 똑같은 죄를 자식에게 지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모든 것이 세자를 위해, 세자를 보위에 올리기 위해 한 일이었음을 세자에게 강조했던 장희빈이었으니 말입니다. 자신때문에 어머니가 죽게 되었다고 두고두고 가슴에 죄인처럼 낙인을 찍고 살아갈 것인데, 세자 가슴에 두번 세번 못을 박는 장희빈입니다. 장희빈의 애끓는 모성애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앞으로 세자 가슴에 박힌 못을 누가 빼줄까 걱정이 되네요.
모든 것을 장희빈 자신이 사주한 일이라며, 어머니와 오라비를 풀어달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장희빈, 이 말을 들어버린 숙종은 그저 믿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설마 아니기를 바랬던 숙종, 절망감에 비틀거리며 추국장을 나오고 말지요.

장희빈이 추국장에 압송되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궁궐에 전해지고, 세자는 어머니를 보기 위해 추국장을 향하지요. 모든 것이 자신때문이라며 "소자를 용서하지 마세요"라는 세자, 어찌 세자의 죄겠어요. 야욕을 내려놓지 못해, 누구도 믿지 못했던 권력이라는 속성이 장희빈을 그렇게 몰고 갔던 것이었겠지요. 죽음과도 맞바꾸고 싶어했던 세자의 왕위자리, 장희빈은 세자에게 당부하고 또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반드시 보위에 올라 이 나라의 왕이 되어, 자신의 한을 풀어달라는 장희빈입니다. 왕위에 올랐으니 한은 풀었을 듯 싶습니다. 더구나 중전의 자리에 까지 올랐던 장희빈이었으니, 그녀보다 짧고 굵게 살다 간 인물이 또 있을까 싶어요. 

빛과 그림자, 운명따위는 없었다
추국장에 장희빈이 압송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동이가 발끈해서 장희빈을 찾아가지요. 상처때문에 나다니지 말라고 봉상궁 걱정이 태산인데, 꼭 물어봐야 겠다네요. 장희빈이 왜 자기와 연잉군을 죽이려고 했는지 말이지요. 마지막 가는 길 잘가라는 인사를 하러 가는 것으로 알았는데, 다 아는 사실을 새삼 물으려 부상투혼을 보이는 동이입니다. 일곱살 어린애도 다 알만한 사실을 궁중 피바람을 겪어 온 동이가 물으러 간다는 것이 너무 순진한 것 아닌가 싶어요. 아니나 다를까, 장희빈이 호락호락 잘못했다고 말할 위인은 아니지요. 
솔직히 저는 그런 생각을 했네요. 장희빈과 동이의 마지막 독대를 보면서, 장희빈에게 동이가 크게 한방 먹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치공부도 했고 말이지요. 동이가 나간 후 대오각성한 듯한 장희빈의 표정이 잠깐, 저지른 과오를 깨달았나 싶었지만, 장희빈이 깨달았던 것은 후에 숙종을 만나 독대한 이야기를 통해 전달되었지요.
동이가 물었지요. 세자를 위해하는 일은 없을 거라 했는데 왜 죽이려 했는지 말이지요. 장희빈의 대답이 저는 마음에 들더군요. 정치와 궐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장희빈입니다. "세자를 위해하는 일을 없을 것이며, 형제로 잘 지내게 하는 것이 진심이라는 말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결국 권력을 얻으려는 자들은 연잉군을 앞세워 세자를 해치려 할 걸세. 결국 자네도 그리하게 될 게고...". 장희빈의 말이 오히려 솔직하고 당당하더군요. 동이가 아무리 순수한 마음으로 세자와 연잉군을 지키려했다고 하더라도, 세자와 연잉군을 흔드는 세력들 속에서 동이가 초심을 잃지않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저 역시 의문이거든요.
마지막까지 장희빈은 동이를 믿지 못했고, 그것이 권력의 속성이라는 것도 알 것 같은 동이입니다. 동이가 장희빈에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요. "세상에 운명따위는 없습니다. 모두 마마의 선택이었을 뿐입니다. 그러니 정치도 궐도 운명도 그 어떤 것도 탓하지 마십시오. 마마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이리되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장희빈을 오늘에 이르게 한 것은 어쩌면 드라마 초반, 장희빈에게 말해 주었던 도사의 운명론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장희빈은 스스로가 빛을 뛰어넘을 수 없는 그림자임을 알아버렸기에, 결국 그 징크스의 벽을 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아둥바둥 운명을 거역해 보려고 했고, 빼앗으려 했고, 지키려고 했던 것이지요.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장희빈을 파멸로 이끌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운명이라는 말에 자꾸 얽매이는 것 말이지요. 그래서 이런 천기누설은 해서도 안되고, 들어서도 안되는게 상책이에요.

장희빈이 사약을 청한 이유
동이가 돌아가고 나서 장희빈이 뭔가 크게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는데, 아마 운명과 선택이라는 단어였던 것 같습니다. 숙종의 마지막 독대에서 장희빈이 말했지요.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시간을 되돌린다해도 분명 같은 선택을 했을테니까요. 하지만 단 한가지, 가슴이 저리도록 후회가 되는 것은 전하를 진심으로 연모했다는 것입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면 그토록 모든 것을 갖고 싶지도, 그렇게 숙빈을 원망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그러니 신첩의 단 한가지 잘못, 전하를 연모한 그 댓가를 사약으로 치루게 해주십시오".
자진하라는 숙종에게 가장 잔인하게 복수를 하는 장희빈입니다. 제작진이 장희빈의 최후를 어떻게 그릴지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는데, 거부하는 장희빈이 아니라, 사약을 청하는 장희빈으로 차별화를 시켰네요. 역대 장희빈들의 최후에서 사약신만큼 강렬한 장면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약사발을 발로 차서 숙종의 이마를 때려버린 장희빈도 있었고, 약사발을 엎어버려서 숟가락으로 억지로 입을 벌리고 먹인 경우도 있었고, 아무튼 장희빈의 사약신은 늘 흥미로운 부분이지요.
그에 비해 동이에서의 장희빈의 죽음은 고상하게 치뤄 줄 생각인가 봅니다. 장희빈의 죄목을 그토록 왜곡하고 더 이상 패악이 없을 지경의 살인귀로 만들었으니, 마지막 모습만은 고이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진행할 모양입니다. 최소한 마지막 모습만은 지켜주고 싶은 제작진의 배려라고 생각되는군요.
장희빈의 파멸, 그 이유는 많았지만 결국은 끝까지 놓지 못했던 숙종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그녀의 전부를 걸게 했던 사랑을 빼앗겼기에, 동이에 대한 미움과 숙종에 대한 원망이 결국은 그녀를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길로 이끌어 버렸습니다. 장희빈이 자진하라는 숙종의 호의를 거절하고 사약을 자청했는데요, 장희빈이 사약을 자청한 이유를 저는 숙종에 대한 끊어내지 못한 애증이라고 생각했어요. 숙종의 사랑으로 꽃을 피웠고 빛났던 장희빈이라는 빛은 사랑과 함께 불타올랐고, 멀어져 버린 사랑과 함께 제 빛을 소멸해 갔지요.
사약을 청하는 장희빈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드라마 속 장희빈이 가장 증오하고 원망하고 미워했던 사람은 숙종의 사랑을 받은 동이가 아니라, 배신한 숙종이었다고요. 장희빈의 마지막 가는 길, 장희빈이 사약을 청한 이유는 실연의 복수를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하고 가려는 거예요. 평생 숙종에게 세자의 모후를 죽였다는 굴레,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때는 미친듯이 사랑했던 한 여인을 버리고, 죽였다는 죄책감의 굴레를 씌우고 죽겠다는 거지요. 살아있는 동안 숙종에게 이처럼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것은 없을 테니까 말이지요. 정말 무서운 장희빈이죠?
드라마에서 어떤 식으로 재탄생하든 장희빈이라는 인물은 무섭고 악독한 여자로 각인되는데요, 동이에서의 장희빈은 사랑의 화신, 권력의 화신, 질투의 화신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복수의 화신으로 기억될 듯도 싶네요. 그리고 사랑때문에 파멸해 간 잔인하고, 불쌍한 여인이었습니다.
장희빈역의 이소연의 연기를 볼 회수도 얼마남지 않았는데, 동이가 배출한 신데렐라는, 이지적인 장옥정, 표독스런 장희빈, 질투의 장희빈, 그리고 눈물의 장희빈까지 다양한 장희빈을 보여 준 이소연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주 장희빈의 최후, 약사발드는 이소연이 어떤 모습으로 죽으며 역대 장희빈의 반열에 그 이름을 올릴지 기대가 됩니다. 부디 잊혀지지 않을 강한 모습으로 죽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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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1 11:33




지금까지 숱한 사극, 물론 로맨스 사극도 있었고, 역사사극도 있었고, 궁중사극도 많이 봐왔습니다. 사극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사에 대한 재해석이 늘 궁금했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역사속의 야사들을 설에 근거했거나, 창조에 의한 것이었거나, 드라마를 통해 보는 것은 책보다 흥미로운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번 동이 53화를 보면서, 역대 최고의 픽션사극으로 결코 기억으로 남겨 두어서는 안되는 것이 동이임을 재확인했습니다.
기록에 몇줄 안되는 숙빈최씨라는 인물을 드라마에서 천재동이, 착한동이, 숙종의 최고의 연인으로 그리기 위해 작가와 제작진이 사건들을 만들어 왔지요. 물론 그 과정에서 재미있었던 설정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허구였고, 무리수 설정 또한 많았습니다. 장희빈의 죽음마저 동이와 연잉군을 죽이려는 설정을 만드는 억지에 인내심이 무너지는군요.
제작진은 장희빈을 사약을 받게 한 사건 '무고의 옥' 증거물을 착한 동이 만들기를 위해 덮으려고 했으니, 그보다 강한 한방이 필요했겠지요. 때문에 역사와는 심하게 비껴가는 자충수를 두었습니다. 숙빈최씨가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었다면, 역사에 단 몇줄로 기록되지는 않았을텐데, 억지가 심해도 너무 심하네요. 역사속의 숙빈최씨는 결코 드라마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동이와 같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할텐데, 드라마의 이미지가 덧씌워질까봐 심히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또한 경종의 정치적 기반인 소론이 장희빈에게 등을 돌리는 모습은, 모든 것을 잃어가는 장희빈을 그리기 위함이었지만 사실과는 전혀 다릅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뿐이다라는 것을 시청자들이나, 제작진도 알고 있겠지만, 역사를 공부했던 사람으로 걱정 또한 드는게 사실입니다. 

이 드라마의 재미는 깨방정 숙종과 달달한 연애를 하는 탐정동이까지 였습니다. 애엄마가 된 동이는 성인군자도 모자라, 절대선으로 신의 경지에 다다른 인물로 만들어 가기 시작했지요. 연잉군과 세자의 형제애와 동이의 어머니의 심성을 만들기 위해, 열네살 세자를 고자를 만드는 것도 모자라, 장희빈까지 품는 무리수를 두고, 이제는 장희빈이 보낸 자객에 의해 비명횡사할 뻔한 일까지 만들었습니다. 작가의 상상력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역사적 사실을 떠나 개연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 볼 수 없는 무리수에는 무한도전 길보다 못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네요. 
더불어 장희빈은 권력의 화신에서 비록 잘못된 모성애였지만, 세자를 지키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직접적인 살인교사까지 저지르는 최악의 장희빈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장희빈의 죽음을 그토록 미루면서 차별화전략을 고심하더니, 동이와 연잉군을 죽이기 위해 방화범에 살인교사범으로 사약을 내리기로 결정했나 봅니다. 자기 새끼 집에 불싸지르고, '첩종'이라는 단어 하나 발견해서, 그것을 이용해서 궁에 어중이 떠중이 백성들을 물동이 하나씩 들고 들어오게 하고, 그속에 자객을 은밀히 섞여 들어오게 해서 동이와 연잉군의 목을 딴다? 제작진은 장희빈을 아주 희대의 살인귀 나부랭이로 만들어 버리는군요.
장희빈이 이번처럼 가여운 적은 없었습니다. 아무리 희대의 악녀라고 할지라도, 동이의 작가와 제작진에 의해 너무도 발기발기 찢겨져 버리는 듯 해서 말입니다. 최근에 보았던 최고의 살인범들보다 더 악독한 장희빈 남매군요. 조선의 군사기밀을 청국에 넘기려 한 매국녀로까지 묘사했으니, 죽은 사람을 이리도 모질게 또 죽이냐고 지하에서 통곡하고 있지나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동궁전의 불로 궁궐문을 열게 한다는 장희빈의 계략이 참으로 황당할 뿐입니다. 도대체 장희빈을 이렇게까지 품위없이 죽이고 싶어했다면, 차라리 칼을 직접 들고 동이에게 달려들게 하던지, 연잉군에게 독이 든 떡이라도 먹이려고 하는 편이 나았을 뻔했습니다.
장희빈은 한때 궁궐의 안방주인 중전의 자리에 올랐던 인물이고, 남인이라는 세력을 등에 업고 권력을 좌지우지하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친정어머니 윤씨부인의 저승길에 동무삼아 동이와 연잉군을 원한풀이로 보내주겠다며, 저자의 무지랭이 천박한 아줌마로 전락시키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품격없는 장희빈이었습니다. 역사에 기록된 인현왕후에 대한 저주 무고의 옥을 스스로의 입으로 고백까지 하며, 장희빈의 입으로 모든 죄를 자백하게 하며, 세자를 지키기 위함이라는 모성애때문이었다고, 모든 죄를 혼자 짊어지고 가겠다고 하는 것을 보니, 병주고 약주고 별걸 다하네요. 
윤씨부인이 동이의 사가에 불을 질렀다는 것에 놀라는 동이, 뭘 그렇게 새삼스럽게 놀라나 싶습니다. 처음 사가에 불이 났을때 심중에 장희빈측의 짓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으면서도,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은 동이의 기억력에 상당히 의심가게 합니다. 동이도 이제 나이드는가 봐요.
무엇보다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것을 가장 발빠르게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던 이가 동이 자신이었음도 잊어버리고, 소문이 퍼지지 않게 나인들이며, 궁궐 사람들 입단속을 시키라는 말에는 조금 황당스럽기까지 합니다. 동이측 인물들 중에 세자의 병의 비밀을 가장 먼저 알게 된 사람이 동이였고(인현왕후 처소 상궁으로 부터 들었었지요), 그 일을 차천수 서용기 심운택, 그리고 자신의 처소나인들은 물론이거니와, 감찰부 나인들까지 다 알게 상의하고 다닌 것이 동이가 아니었느냐 말이에요.
장무열에게 더 이상 소문내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 장면은 도무지 납득가지 않은 행동입니다. 내의녀를 이용해서 협박하려고 했던 병판의 죄를 임금에게 일러 바치겠다며, 조용히 입닥치고 계셔주세요 하는 동이도 이상스럽지만, 불처럼 번진 소문을 조정신하와 백성들에게 쉬쉬한다고 될일이냐고요. '세자가 고자라니' 이보다 호사가들이 좋아할 루머가 또 어디있다고 말입니다.
동이의 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라지만, 조선 최고의 치안과 수비를 자랑했을 궁궐에, 그것도 동궁전에 불도 쉽게 지르고, 도대체 궁에 사람이 몇인데 백성들까지 소방관으로 동원해야 했으며, 칼든 자객이 궁궐 처소에 활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말이 되나 싶습니다. 드라마라지만 과장을 해도 정도껏 해야 하는 것이지, 이건 고개만 갸우뚱하게 만드니, 산으로 간 드라마가 아예 산에서 살림을 차리고, 농사까지 짓고 있으니 걱정입니다. 몇회 남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스럽습니다.
첫회부터 봐왔다는 의리와 그동안 봐왔던 것이 아까워서라도 끝까지는 보겠지만, 작가와 제작진의 무리수 질주는 동이를 최악의 사극으로 남게 할 듯 싶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궁금한 장희빈의 최후는 지켜볼 생각입니다. 또한 세자의 병을 알게된 숙종의 결정도 봐야할 듯 싶고 말이지요.
이 과정만이라도 동이가 아닌 숙종에게 칼자루를 쥐어 주었으면 싶군요. 어진 동이를 만들기 위해 감동으로 포장하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왕실과 종사의 총책임자 숙종의 결정이 가장 중요하고, 조정이라는 곳에 더 무게를 실어서 풀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어진 어머니 동이의 오지랖보다는 숙종의 번민과 고뇌에서 나오는 결단이어야 한다는 말이에요. 그동안 모든 일을 동이 혼자서 척척박사처럼 해결해 왔지만, 왠만하면 마지막에는 팔불출 숙종의 이미지에서 숙종을 탈출시켜 주는 것이, 그나마 좋은 모양새가 아닐까 싶어서 말이지요.
이 모든 것의 사단은 형제애와 동이를 어진 어머니로 만들기 위해, 세자를 성을 알기도 전에 고자로 만들어 버린 작가와 제작진의 탓입니다. 그래서 세자가 숙종에게 "이 죄를 어찌 씻어야 하냐"며 어머니를 용서해 달라고 우는 모습이 너무 가엽더군요. 드라마에서 가장 착한 인물은 세자와 어린 연잉군입니다. 세자가 훗날 경종으로 등극하기 까지 19년이나 남았는데, 세자는 왕위에 오르기까지 잊을만하면 세자폐위 압력에 시달려야 할 것입니다. 드라마라는 것이 너무 다행일 뿐이지요.
드라마를 제작하는 분들이라면, 당장의 자극적인 설정만을 염두해야 할 것이 아니라, 차후에 벌어질 일들에 대한 위험한 설정은 하지 말아야 할 듯 싶어요. 특히나 역사와 관련된 궁중사극에서는 말이지요. 드라마가 허구에 기초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적어도 궁중사극이나 시대극을 다루는 드라마라면, 기본 틀은 유지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부분의 사극이 역사왜곡이라는 비난과 질책에서 자유롭지 못하지요. 드라마적인 재미와 구성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가공하고, 때로는 없는 일도 지어내야 재미가 있거든요. 하지만 이렇게까지 심한 왜곡으로 치닫는 것을 보니 화가 납니다. 동이라는 인물 하나 만들자고,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것도 모자라, 책임감없이 창작해서는 안될 말이지요. 
처음 신선하게 다가왔던 '풍산동이 탐정동이 강직한 동이'라는 매력있는 인물은 아이러니 하게도 점점 애정이 떨어져 갑니다. 숙빈최씨 동이를 위해 굴절되고, 왜곡된 역사적 사실들이 너무 많아서 말이지요. 역사적인 사실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숙종이라는 인물도 정치적 결단력이 강한 군주와는 멀어져 버렸지요. 그저 '우리 동이와 연잉군'만 외치는 팔불출 임금으로 만들었고, 경종은 어린 나이에 고자가 되었고, 연잉군(훗날 영조)은 선재로 만들어, 어찌보면 노력없이도 너무 많은 것을 날로 얻어버리는, 소위 날때부터 가진자 갖춘자를 만들어 버렸어요. 영조라는 인물은 비록 사도세자를 죽였다는 비극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자식을 죽인 잔인한 아버지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지만, 노력형 군주였습니다. 노력형 군주를 타고난 천재로 그렸기에 영특한 연잉군의 박식함을 보는 재미를 선사하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연잉군을 구하기 위해 칼맞은 동이, 동이가 죽을 일은 없겠지만, 궁궐에서 자객에 의해 후궁처소에서 칼부림까지 일어났다는 설정, 이씨 조선왕가에서 보자면 심히 불쾌할 사건입니다. 고려 무신정권 치하에서도 일어났을까 말까 한 일일 듯 싶어요. 그러고보니 예전에 가슴팍에도 한번 칼 맞았는데 이번에는 등짝이군요. 앞뒤에 자상이 난무한 후궁, 전무후무한 왕실가의 여인일 겁니다.
세자가 그랬지요. 이 죄를 어찌 씻느냐고요. 세자가 씻을 일은 없어 보입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끝나는 동시에 모든 스토리를 잊어버리면 되고, 죄는 작가와 제작진이 씻어야 할 것입니다. 결론은 동이라는 드라마는 자라는 세대나, 조선왕조에 대한 역사를 많이 알고 있던 분도 기억에 남겨 둬서는 안될 드라마입니다.  다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던 배우들만 기억하면 될 듯 싶습니다.
장희빈이 등장하는 사극의 공통점은 장희빈의 죽음으로 드라마가 마무리됨과 동시에,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된다는 점이에요. 그런데 빛과 그림자의 운명을 가진 동이와 장희빈, 빛의 무게에 걸맞는 무게를 가져야 할 그림자 장희빈의 최후를 '너죽고 나죽자' 식의 물귀신으로 만들어 버렸어요. 제작진이 품위있는 장희빈을 그리겠다고 하더니, 최악의 장희빈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파멸의 길을 걷는 악녀라할지라도 조금은 쿨한 모습, 더 영악한 모습을 기대했는데, 안타까운 장희빈의 재해석입니다.
어진 동이 만들기, 착한 동이 만들기를 조금만 포기했더라면, 비록 자신이 하지 않았지만 무고의 옥 사건이 터졌을 때, 그 죄를 뒤집어쓰고 약사발을 향해 걸어 나갔더라면, 그나마 품위있는 장희빈이 될 수는 있었을텐데, 방화에 살인교사에 세자의 병을 숨기며 왕실과 종사를 흔든 죄까지, 품위는 개뿔이 되고 말았습니다.

* 동이의 스토리가 결말을 향할수록 무리수만 거듭하다보니, 제가 올리는 스타일의 리뷰글을 쓰지 못했는데, 다음회부터는 주인공들의 감정선으로 돌아가 리뷰글을 정리할 생각입니다. 연장하면서 꼬이기 시작한 스토리가 산으로 가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데, 작가에게 더 이상 기대를 거는 것은 무리인것 같군요.
* 이웃님들, 그리고 독자님들, 즐겁고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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