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에 해당되는 글 181건

  1. 2013.07.20 '꽃보다 할배' 이서진, 잘익은 수박같은 남자 젊은 짐꾼의 참매력 (2)
  2. 2013.06.26 '구가의 서' 이승기, 목소리도 연기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7)
  3. 2013.06.19 '구가의 서' 이승기-최진혁, 감정몰입 최고의 부자 연기 (6)
  4. 2013.06.11 '구가의 서' 이승기, 20년만의 모자상봉 절제된 내면연기 슬픔더했다 (9)
  5. 2013.06.05 '구가의 서' 이승기 백허그 눈물고백, 구가의 서 해답에 다가서다 (8)
2013.07.20 09:26




여자 아이돌과 여행을 떠난다는 제작진의 달콤한 거짓말에 떨리는 가슴을 안고 공항에 나왔던 이서진,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평균 연령 76세의 할배들, 하늘같은 대선배들이었죠. 그때부터 이서진에게 드리워진 먹구름은 파리대분란 사태 이후로도 계속되었습니다. 방향감각 상실에 지도난독증, 투표권도 없는 미성년자는 짐꾼에 가이드에 경비집행 총무에 몇가지 일을 해야 하는지 모릅니다.

이서진의 트레이드 마크인 보조개가 없어질 때마다, 머리털 다 뽑힐까 걱정스럽게 머리를 쥐어흔들 때마다 시청자는 이서진에게는 미안하지만, 웃음 빵터지고 맙니다. '너의 불행은 곧 나의 웃음'이라는 듯...(그래도 이서진에게 괜스레 내내 미안했답니다) 

개선문에서 본 보석처럼 빛나는 에펠탑, 그 환희로운 정경에 하루의 피곤도 다 잊어버리고 할배4와 짐꾼은 무사히(?) 숙소로 돌아옵니다. 할일이 여전히 태산인 이서진에게 앉으라고 버럭하는 신구의 말에 얌전히 신구옆에 앉은 이서진, 신구할배의 눈빛이 수상스럽게 빛나죠. 뚫어지라 고정된 신구의 시선, "너는 얼굴이 어쩜 이렇게 잘생겼니? 얼굴이 조각같아", 급기야 볼에 뽀뽀까지 쪽~해주는 신구, 일흔 여덟 고령의 신구의 눈에 마흔 넷의 이서진은 아들같기도, 손자같기도 합니다. 군말없이 할배들 모시고 궂은 일은 도맡아 해주는 서진이 기특하고 대견스러운 신구, 넉넉한 마음이 느껴지는 신구의 서진사랑 애정표현이었죠. 

다음날 건강체크로 하루를 시작한 할배들과 이서진, 가장 걱정스러운 떼쟁이 일섭도 혈압이 비교적 정상으로 여행에 큰 무리는 없어보여 다행이었지요. 그런데 저혈압이라는 이서진이 가장 높게 나와 그의 심적 스트레스의 정도를 알게 했죠.

때마침 박근형에게 온 동해의 할배 대박이라는 문자에 직진순재가 아끼는 후배들 이름이 줄줄이 나왔죠. "하지원, 이승기 제대로 하는 애들이야. 얼마나 이쁜지 몰라", 하지원과 이승기는 더킹 투 하츠에서 함께 한 인연이 있었던 직진 순재, 거기에 이병헌과 김명민을 더하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죠. 김명민과는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함께 출연했기도 했는데, 우째 이산에서 손자역을 한 이서진에 대한 칭찬은 나오지 않습니다.

꽃보다 할배에 함께 할 젊은 멤버로 이순재가 이서진을 추천했었다는 나영석 피디의 말에 이서진 입이 댓발은 나옵니다. "그래놓고 인터뷰 할때는 김명민 칭찬만 하면서...", 마흔 셋 이서진 어린이의 툴툴댐에 그저 웃지요. 

아침을 먹고 나온 파리, 다음 목적지는 베르사유 궁전입니다. 가자마자 보이는 인산인해를 이룬 엄청난 인파, 서진의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은 웃지못하죠ㅜㅜ. 지옥의 라인업이 기다리고 있음을 의미하는 거니 말이죠.

궁전 내부 입장 티켓을 사러 간 서진,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할배들은 밖에서 줄을 서고 서진은 티켓을 사러 들어갔지요. 안내판에 보이는 자동판매기 표지판, '옳거니, 거기는 좀 줄이 짧을지도 몰라', 급한 마음에 VJ에게 줄을 맡기고 자판기로 가본 이서진, 그러나 계속 티켓팅에 실패하고 마는데, 이런... 줄에 대신 세워둔 VJ가 자리를 이탈해 서진에게 와버렸죠. 처음부터 다시 줄을 서야 하는 서진, 이러니 혈압이 안 오르겠냐고! 한 대 때릴 뻔했다는 이서진의 점잖은 버럭이었지만, 진짜 화났을 듯...  

우여곡절끝에 표를 사가지고 왔지만, 이서진의 입은 여전히 퉁퉁 불어있었죠. "남의 집 구경을 꼭 해야해!" 화려한 베르사유 궁전의 내부, 일섭의 감상평 한마디에 그만 빵! '"마석거리 가구점 다녀왔어". 미치겠다~ 일섭님 표현 정말 짱이신듯!

꼬마기차를 타고 여의도 면적에 육박하는 베르사유 정원관람을 한 할배들, 잔디 곳곳에서 자유럽게 사랑표현을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 그 모습에 순재 한마디 거들죠. "우리도 이젠 아무렇지 않다고. 야동이 통하는 사회가 됐잖아ㅋ"

"제일 부러운 건 청춘이야. 아름답고 가능성이 있으니까... 우리는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지... 제일 부러운 게 젊음이야", 신구의 말이 참 공감이 되더군요. 할배들에게는 저 역시 애들이지만, 저역시도 젊은 사람들 보면 그 젊음과 청춘이 부럽거든요. 못해 본 것도 너무 많고, 후회되는 일도 많고, 되돌릴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들도 많고... 

간단하게 서진이 사 온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한 할배들, 서진과 함께 있던 박근형이 아직 장가 안간 서진이 걱정이죠. 그곳에서 만난 한국 여자와 즉석 중매를 서는 젠틀근형, 전화번호 주고 받고 결혼식 올리자고 사진까지 한 방 찰칵.

두 한국 관광객 사이에 서라는데도 한쪽에 서있는 서진의 엉덩이를 냅다 한 방 뻥 걷어차는 폭군 근형의 모습에 또 미치게 웃음 나옵니다. 부인과 통화하며 술 얼마 마시지 않았다는 신구의 말에 거짓말이라고, 시도때도 없이 마신다고 고자질을 하고, 욕실에서 물건을 제대로 챙겨나가지 않은 신구에게 "왜 그렇게 질질 흘리고 다녀요! 다음번에 나오지 말고 집에 그냥 계세요!", 라고 무안을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신구는 웃습니다. 그게 진심 화를 내거나 면박을 주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말이죠. 40년 이상 켜켜이 쌓여온 관계의 지속성, 술과 친구는 오래될 수록 좋다는 말이 꽃할배들에게서는 그냥 느껴집니다.

이서진이 선배님들중 박근형을 무서운 분이라고 생각해 왔었다는데, 여행중에 본 박근형의 자상한 모습들에 다른 모습을 봤다고 박근형의 인간적인 모습에 한마디를 보태기도 했죠.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고 하죠. 여행만큼 사람의 참모습이 드러나는 것도 없죠. 사람을 알려면 몇가지를 함께 하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함께 여행해보기, 바둑두기, 목욕하기 등등...

 

파리의 마지막 일정은 베르사유 궁전으로 끝내고 다음 행선지는 스트라스부르입니다. 그런데 서진이 땀벅벅입니다. 우리 젊은 일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파리를 떠나 2시간 20분을 이동해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한 것까지는 큰 문제는 없어보였죠. 역 앞에서 할배들을 기다리게 하고는 서진은 무언가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죠. 바로 렌트카! 럭셔리 패밀리 승합차를 렌트해(차랑비는 제작진 부담이기에 최대한 고급으로 빌리겠다는 야무진 꿈을 안고) 할배들을 모시고 싶었던 서진, 막상 렌트카 점을 찾기는 했는데, 적합한 차가 수동이랍니다. 20년전에 운전면허 딸 때 운전하고는 여태 오토매틱으로 운전을 해왔던 서진, 그래도 뭐 까먹기야 했겠어 냅다 빌리고 말았죠. 

할배들은 역앞에서 서진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여튼 빨리 할배들을 숙소로 모시기 위해 서진이 운전대를 잡기는 했습니다만, 적응되지 않는 차는 둘째치고 엉망인 도로표지판에 등줄기에 식은땀이 삐질삐질, 얼굴은 석고처럼 굳어버렸죠. 버스전용차선을 질주하지 않나, 역주행 노선에 접어들기도 하고, 그 시간 황천길을 백번도 넘게 경험했을 이서진이었죠.

보는 시청자도 애가 타고 걱정이 되어 얼마나 긴장하고 봤던지 머리가 쥐날 지경이었답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할배들을 찾아간 서진을 보고서야 "휴~~우" 깊은 숨을 내쉴 수 있었네요. 

한시간여 만에 나타난 이서진, 기다림에 지쳤을 할배들 서진을 본 첫마디는 "고생했다"는 말이었죠. 나이드신 분들에게서 느껴지는 아랫사람에 대한 따스함이란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고작 30미터를 사이에 두고 30키로를 돌아돌아 왔다는 것을 방송으로 지금쯤 확인했을 할배님들, 그렇게 된 사연이었답니다^^.

그런데 서진의 공포와도 같은 운전은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할배들을 태우고 막상 운전대를 잡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차량에다, 예리하게 쳐다보는 일섭의 눈매, 길도 모르겠지, 차도 익숙하지 않지, 서진의 눈동자가 심하게 우왕좌왕 흔들리기 시작했죠. 할배들도 서진의 불안감에 동요하기 시작했고, 서진은 애궂은 머리만 쓸어올리기를 반복... 에고고 고생했어요, 이서진씨. 토닥토닥X10000. 

어떻게 저떻게 무지개가 그려진 예약한 호텔까지 찾아는 왔지만, 서진에게 엄습해 오는 불안감은 결코 서진을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으로 봤을때는 그럴듯 해보였는데,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을 빼고는 달랑 침대만 놓여있는 작은 호텔방, 미치고 환장하겠는 서진입니다. 사진이 실제 100% 호텔방 전체 모습이었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던 거죠. 무조건 제일 싼 곳을 수소문했던 총무 서진,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좀 알려줘요. 그곳에 들어가서 안나오고 싶다 심정이었죠.

서진의 안내에 호텔방을 둘러본 할배들, 짐 넣을 공간도 없는 작은 호텔방을 이정도면 됐다고, 만족해 합니다. 뙤약볕에서 할일없이 서진이 차를 가지고 오기만을 기다리다가, 서진이 오자 고생했다는 한마디로 기다림의 지루함을 내색하지 않았던 할배들, 호텔방은 작아도 할배들 마음은 태평양이었습니다. 

할배들이 숙소의 침대에 걸터앉아 쉬고 있을때, 서진은 차로 돌아와 짐을 날랐지요. 혼자서 할배들의 여행가방을 낑낑대고 올라갔던 서진의 목과 이마에 땀이 흥건합니다. 그런데 이 투표권도 없는 아이가 보여준 어른스러움이란.. '사람 됐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더군요.

호텔방 앞까지 짐을 다 나르고는 가방은 스탭을 불러 넣게 하더군요. "선생님들이 미안해 하실까봐...". 어른들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는 이서진, 그 됨됨이에 이서진에 대한 인간적인 호감도마저 콩나무처럼 쑥쑥 자라게 하더군요. 꽃보다 할배를 보면서 이서진에게서 발견한 것은 어른을 대하는 예의바른 모습이었습니다.  

입은 나오고 머리에 김이 폴폴 올라오는 상황이었을텐데, 입에 단내가 나도록 뛰어다니며 티켓팅을 하러 줄을 서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식사메뉴 챙기고, 군말없는 젊은 일꾼 이서진에게서 본 것은 잘 배운 공경심같은 것이었습니다. 그 잘배운 공경심과 배려심은 의도성이나 방송을 의식하는 점이 전혀 없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더군요. 

이서진은 군말할 수 있는 홀로있는 시간에, '어른신들과 함께 하는 여행, 배울 점이 많고 너무 잘왔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식의 멘트는 전혀 하지 않았죠. '으이고, 정말 힘들어 죽겠어. 나 여기 왜 데려온 거야, 나피디 이리와 한대 맞자!'의 솔직한 심경을 표정에서 감추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선배님들을 대하는 태도에 가식이 있느냐? 그런 모습은 전혀 없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처럼 이서진은 어른모시기에 최선을 다하더군요. 

나영석 피디도 이서진을 캐스팅한 것 정말 최고로 잘한 것같다고 했지만, 이서진은 히든카드의 역할을 200% 해내고 있군요. 이서진의 참매력은 예능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어르신들 모시고 다니면서 혼자 있는 시간에 긴장이 풀리면 몰래 툴툴거리는 모습, 스태프에게 점잖게 버럭하는 모습, 땀삐질삐질 흘리고 얼굴이 사색이 되어가는 날 것 그대로의 이서진은, 그가 예능 속에 던져졌다는 생각을 전혀 들지않게 합니다.

예능에 자주 노출되면 욕심이 생기죠. 일종의 상황극을 만들려고 한다든지, 시청자의 심리를 알고 하는 의도적인 행동이나 말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서진에게는 그런 모습이 없더군요. 그냥 날 것 그대로의 이서진의 모습, 그러나 그 날 것이 참 잘 다듬어져 있더군요. 잘 배웠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꽃보다 할배 짐꾼 이서진 캐스팅은 정말 굿!입니다. 1박2일에서 이승기가 보여준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 이서진에게서 발견한 가공되지 않은 행동에 배인 배려와 공경심, 나영석 피디의 사람보는 안목을 실감하게 합니다. 예능과는 거리가 먼 평균연령 76세의 꽃할배와 이서진의 조합, 그들이 보여주는 무공해 생활모습, 그 연륜에서 나오는 깊이가 주는 감동은 자극적이지 않아서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꽃할배4와 이서진의 배낭여행, 생각하지도 못했던 곳에서 웃음이 나오고, 깊은 울림도 전해집니다. 더운 여름, 시골 우물속에 담가두었던 수박을 쪼갰을때 설탕을 묻힌듯한 빨간 속살을 드러낸 잘 익은 수박을 먹는 기쁨같은 것이랄까... 참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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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6 11:01




구가의 서가 긴 장정을 끝냈습니다. 구월령과 서화의 결말이 개인적으로는 훨씬 여운이 남고 좋았습니다. 무려 400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온 최강치, 뭐라 할말을 잃게 만드는 반전결말이기는 했지만, 보는 내내 허파에 풍선 몇개가 들어가 바람빠지는 소리를 냈습니다ㅎ.

유독 눈물이 많았던 최강치를 위한 서비스의 느낌마저 들어 좀 황당스럽더군요. 환생이라는 코드를 가져온 것까지는 좋았는데, 인물들 나열에 그쳐버려 그 전의 가슴 먹먹한 스토리를 이어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네요. 현대물에서의 이승기 수트빨을 감상하는 호강은 누렸지만, 달록이 셔츠는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을..ㅎㅎㅎ

람보르기니까지 타고 다니는 최강치, 400년이나 살았으니 돈도 많이 모은 것은 당연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우리 친하게 지내자~), 강치를 오래도록 봐왔던 사람들에게는 늙지않는 20살의 모습에 '저것이 사람이여 뭐시여? 귀신 곡할 노릇이다' 싶은 시들한 생각을 하면서도 웃어보기도 했습니다.  

도화나무에 걸린 초승달의 인연은 422년이 흘러 다시 시작되었는데, 소정법사가 나타나 또 피할 수 있으면 좋은 인연이며, 둘 중 하나는 죽게 될 운명이라는 예언을 주저리 떠들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도화나무에 걸린 초승달의 연분은 여울이 아닌 강치의 운명으로 다가왔는데, 뭐시다여! 이번엔 강치가 죽는 건지... 해피엔딩으로 만들어 주기는 했지만 넙적다리 긁어가며 이런저런 쓸데없는 생각으로 피식~  

2013년의 구가의 서 식구들, 강치와 여울을 빼고는 유연석, 김기방, 방성준 등 배우 실명으로 넣어주는 제작진의 센스는 좋았습니다. 저도 드라마속 주인공의 이름만 알고, 배우의 실제 이름은 찾아봐야만 알게 되는 일이 많은데, 그동안 촬영으로 힘들었던 배우들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하고 싶더군요.

엔딩 이후 초인종 소리와 함께 등장한 곤 방성준과 이순신 좌수사였던 유동근, 대사는 없었지만 "최강치씨, 국가와 민족을 위해 같이 일해보실 생각없으십니까?"라는 말을 던졌을 듯...  근데 최강치 주민등록증은 어떻게 하는 것이더냐? 주민등록증에 몇년생으로 되어있을지 심히 궁금^^

구가의 서와 인간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 가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이순신 좌수사의 입을 빌어 나오기는 했지만, 여울을 보내고 신수로 400여년을 더 살아온 강치의 긴 시간을 생각하니, 가장 불쌍한 인물이 최강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더이다.

"누군가 나에게 홀로 100년을 살겠냐, 사랑하는 이와 100일을 살겠냐고 물으면 사랑하는 이와의 100일을 택하겠다"고 했던 태서, 짧은 시간 강치를 사랑하며 행복했던 여울을 두고 한 말이었지만, 여울이 없는 400년이 강치에게는 얼마나 힘든 시간이었을까... 뭐 이런 생각을 해봤네요. 자신을 떠올리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여울의 세번째 소원을 지키느라, 강치는 400여년을 여울에 대한 그리움과 다시 만나겠다는 기다림으로 지내왔겠지만 말이죠.  

구가의 서 최종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여울과 강치의 이별신이었을 겁니다. 수전증이 있었는지 총을 제대로 쏘지 못하고 여울을 맞혀버린 서부관(전 강치가 총에 맞았을 거라는 추측을 했었는데 허거덩 뻐거덩했습니다ㅎ;;), 강치를 부르며 여울은 쓰러지고 강치의 분노는 겉잡을 수 없이 폭주하고 말았지요. 손에 피를 묻히지 말라는 이순신 좌수사의 부탁에도 강치의 폭주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글거리는 눈빛, 너무 화가 나고 분노하면 표정조차 무표정으로 나오는데, 서부관에게 다가서는 강치 이승기의 표정이 딱 그러했습니다.  

서부관의 목을 조이고 있던 강치의 폭주를 멈추게 한 이는. 총에 맞아도 주인공은 오래 버틴다는 드라마 정석에 충실한(ㅎㅎ) 담여울때문이었지요. 강치의 가슴에 안겨 눈을 감는 여울이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젖먹던 힘까지 동원해 정신을 차린 담여울이더군요.

 

조관웅과 일당들은 매복시켜둔 전라좌수군대가 출동해 포위하고, 거기서 잡히나 싶더니 연막탄을 터뜨리고는 유유히 백년객관을 빠져나가는 조관웅 일당, 지붕위의 화살부대들은 뭐한 거시여!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는...

숲으로 도망간 조관웅의 손모가지를 강치가 뎅강 잘라버리기는 했지만, 왜적들과 싸워야 하는 전라좌수영 군대가 독안에 든 쥐도 놓치는 모습은 뭐라 할말이...쩝.  

무형도관으로 옮겨진 담여울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지요. 소정법사를 찾아가 여울이를 살릴 수 있는 비책을 알려달라는 강치였지만, 그것이 여울의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라는 말만 듣고 옵니다. "가서 여울아씨 옆에 있어 주거라. 그게 니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잠시 기력을 회복한 여울, 강치에게 세가지 소원을 들어달라며 강치와의 이별을 준비합니다. 도관식구들과 함께 밥을 먹고, 강치와 산책을 나가고, 자신을 떠올리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여울, 여울의 세번째 소원에 울컥했습니다. 홀로 남겨질 강치에게 슬픈 기억이 아니라 행복한 추억이고 싶다는 여울, 남겨진 자의 슬픔까지 에둘러 안고 가려는 여울이었기에 말입니다 

"나랑 혼인해 줄래", 강치의 눈물의 프로포즈와 이별키스에 눈물이 줄줄ㅠㅠ 담여울을 안고 우는 이승기의 감정충만한 연기는 절로 눈물을 흐르게 했고, 여울이를 부르는 강치의 흐느끼는 목소리는 슬픔 자체였습니다.

'그렇게 그녀의 숨소리가 멈췄다. 그리고 나의 시간도 멈춰버렸다'. 최강치와 담여울의 사랑은 달빛정원의 구월령과 서화에 이은 또 하나의 슬픈 전설로 남겨졌습니다.  

천년만에 처음으로 심장을 뛰게 한 인간여인 서화를 사랑하고 그녀와 함께 영원한 잠을 선택한 월령,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밑도 끝도 없는 믿음 하나로 420년을 신수로 살아온 최강치, 두 부자의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사랑은 너무도 닮아있었지만, 선택은 그들의 다른 삶처럼 다르더군요. 월령은 서화를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강치는 여울의 죽음을 두고 다른 말을 했죠.

"여울이가 여기 없다는 게 실감나지 않아.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건지 찾을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고...", 여울의 방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강치 곁에 앉은 태서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말했지만, 강치의 입에서는 죽음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래서였을 거에요. 강치는 여울의 죽음을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듯 합니다. 윤회를 믿었는지도 모르겠고요. 

여울을 보내면서 강치는 가슴끊어지듯 슬픔으로 통곡을 하면서도, "죽지마... 안돼...!!!"의 오열이 아닌 "꼭 다시 만나자. 기다릴게... 꼭 다시 만나자"라는 말로 보냅니다. "사랑해", "사랑해", 여울을 보내면서 나누는 그들의 이별키스는 그래서 더 아프고 가슴 먹먹하게 합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기약없는 시간, 다시 만난다는 보장도 없는데도 그들은 생사가 갈리는 순간에도 만나자는 약속으로 헤어지고 있었으니 말이죠.

'널 다시 만나면 그 땐 내가 널 먼저 알아볼게... 널 다시 만나면 내가 먼저 널 사랑할게....',

강치는 여울을 보내지 않았던 것이었어요.  

강치가 무형도관을 떠나면서 담평준에게 말했죠. 구가의 서는 당분간 찾지 않을 것이라고요. "당분간은 신수로 좀 더 세상을 살아볼 생각입니다. 함께 늙어갈 누군가를 다시 만날 때까지는 좀더 기다려볼까 합니다".

강치의 사랑은 그런 것이었어요. 여울이가 없는 세상은 의미가 없습니다. 여울이가 없는 세상에서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던 강치, 여울이를 다시 만날 때까지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던 강치였습니다. 420년이란 긴 시간, 환생한 여울은 강치의 긴 기다림에 대한 보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천 년이고 만 년이고 여울과 다시 만날 때를 기다리며, 그토록 바라던 사람이 되는 것도 유보한채 신수로 살아 온, 누구보다 온전하고 따뜻한 사람 강치를 위한...

람이 되고 싶은 의미인 담여울, 함께 늙어가고 싶은 사람을 다시 만난 강치에게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신수의 시간이 아닌 인간의 시간이...  

엔딩의 연출에 불만은 있었지만, 평한 여자 밖에 모르는 구씨 혈족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잘 보여준 섹시월령 최진혁의 발견은 구가의 서 수확이었습니다. 중저음의 목소리와 표정연기는 구월령이라는 캐릭터에 판타지를 더해줬지요.

무엇보다 깊어진 감정연기와 캐릭터를 만들어 감에 여유가 느껴지는 이승기의 연기변신은 구가의 서를 빛내기에 충분했습니다. 특별히 이승기의 연기변신에서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것이나, 표정연기, 감정연기야 믿고 보는 이승기지만, 제가 구가의 서에서 특히 관심을 두었던 부분은 이승기의 목소리였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 드라마에서의 이승기의 목소리는 썩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뭐랄까... 감정을 더 실을 수 있는데 목소리에 힘이 가끔 과하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마치 3집 이후 이승기의 막힌 듯한 음색을 듣는 느낌이었달까? 물론 호불호가 있겠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승기 앨범은 2집입니다. 파라다이스나 한 번만, 첫키스 등등 하나도 버릴 게 없는 곡들이어서 특히 애정하는 앨범입니다.

1집때의 락이 가미된 거친 음색에 비해 다듬어진 목소리에 허스키함을 얹어서, 풋풋하면서도 파워풀하고, 애잔한 감성까지 느껴지게 하거든요. 3집은 재미없다는 느낌이랄까... 이승기의 개성적인 음색보다는 짜는 듯 흐느끼는 바이브레이션에 승기야 왜 그러니ㅠㅠ했던 기억이... 그래도 울 승기 엄청 애정하는 건 알지^^.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던 앨범이었습니다. 물론 앨범에 대한 느낌은 제가 전문가도 아니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최고다 이순신 시청하시는 분들이라면 아실텐데, 빵집아저씨 정우가 이승기의 3집 앨범 착한 거짓말 뮤직비디오에 친구로 나온 기억이...

 

그리고 이거다 했던 것이 정규앨범은 아니지만, 미니앨범으로 작년에 내놨던 '되돌리다'였습니다. 대중성도 잘 살렸고, 힘도 빼고 기교도 적당히 들어갔고, 듣기도 편하고 절제의 미가 와닿았더군요. 같은 파트가 계속 반복되는게 지루할 수도 있었는데, 완급조절을 잘해서 노래에 스토리가 있다는 게 느껴져서 승기짱!했던 곡이었답니다 ㅎㅎ. 

길게 이승기의 앨범 이야기를 한 것은, 앨범을 낼 때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었을 이승기가 배우로서도 목소리톤의 변화까지 신경썼다는 것을 구가의 서에서 많이 느꼈기 때문이에요. 초반 물색없고 욱하는 열혈청년 최강치였을때는 목소리에 분위기를 실지 않더군요. 툭 하고 뱉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중반 이후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시련을 겪으면서 강치가 내면으로도 성장해 가고, 여울에 대한 사랑이 싹트면서 이승기의 목소리톤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죠. 힘은 뺐고, 목소리톤은 살짝 깔면서, 바이브레이션을 넣듯 공명느낌의 목소리로 변해갔죠.

특히 여울아...하고 부를 때는 가슴이 찌르르 해지면서 사랑의 감정과 동시에 불안과 슬픔까지 느끼게 합니다. 목소리에 힘은 빼고, 마치 잔물결이 퍼져가는 듯 가는 파장들을 만들더군요. 잔물결 사이사이에 감정들이 얹혀지니, 극중 최강치라는 인물에 더 몰입하게 만들었고요. 구가의 서에서 이승기는 목소리톤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그윽한 분위기까지 더했습니다. 

역시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제 경우는 목소리에 좀 민감해서, 목소리가 깨면 드라마 몰입에 방해를 받는 편입니다.   

발성이 분명한 배우는 사실 많지 않습니다. 이승기는 발성과 대사소화력이 아주 좋은 편에 속하는 배우죠. 그래서 긴 속사포 대사도 씹는 일이 거의 없죠. 여기에 목소리 톤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감정까지 얹으니 멜로가 목소리만으로도 살더군요. 분장을 뛰어넘는 리얼한 괴물연기와 액션까지 도전한 이승기, 목소리까지 배우의 모습을 완성해 가고 있는 이승기입니다.

구가의 서는 소재는 좋았지만 스토리가 지나치게 반복된 구도로 진행돼 헐렁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월령과 서화의 사랑이 워낙 강렬해서 강치와 여울의 사랑이 밀리는 느낌도 들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치의 사람되기 프로젝트에 시선을 집중하게 만든 힘, 그것은 이승기라는 무한노력파 성장배우가 있었기 때문임은 부인할 수 없을 듯 합니다.

이승기, 수지, 최진혁, 이연희, 유동근, 조성하, 최마름 아저씨 김동균, 마봉출 조재윤, 청조 이유비, 태서 유연석, 악역으로 마음고생 많았던 이성재씨, 그리고 구가의 서 모든 출연진들 고생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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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9 13:48




잠든 서화를 안고 울부짖는 월령의 눈물은 비가 되어 그 슬프고도 아름다운 전설은 대지를 흠뻑 적셨습니다. 어머니와의 짧은 만남과 헤어짐, 강치는 밤새 눈물로 어머니를 보냅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슬픔을 겪어도 함께 하는 이들이 있어 그래도 웃을 수 있는 강치입니다. 마음 한자락 어머니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과 못다한 사랑을 가슴 한켠에 깊숙이 묻어두는 강치입니다.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막지도, 보지도 못했던 강치를 기다리고 있던 여울, 다른 이유의 이별로 서로에게 기대 울지요. 강치는 어머니와의 이별이 더 큰 그리움이 되어 눈물로 흐르고, 구가의 서를 찾아 사람이 될 수있게 강치를 보내야 하는 여울은 다가올 이별에 가슴이 시리게 아파옵니다. 하루도 보지 못하면 못살 것 같은 강치, 언제가 되든 언제까지든 강치를 기다릴 여울이지만, 이별이 슬픈 여울입니다. 

사흘만 시간을 달라고 아버지 담평준에게 부탁한 여울, 강치의 소원 하나씩 들어주려고 하지요. 여울이 직접 해 준 밥을 먹고 싶다는 첫번째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공달선생 부엌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리고, 딸랑 내놓은 것이 밥 한그릇과 김치 하나지만, 자신의 손으로 지은 밥을 먹는 강치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또 그래서 슬픈 여울입니다.

돌도 맛있다고 꿀꺽 삼켜버리는 강치, 진수성찬이 아니어도 푸성귀 하나에 보리쌀밥 하나로도 행복할 수 있는 소박한 집,  진수성찬이 필요없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집이 강치가 꿈꾸는 삶입니다. 여울이랑 그렇게 늙어가는 것...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 구월령과의 이별은 두 훈남의 눈빛에 그들의 감정이야 어찌되었든 넋놓고 감상ㅎ. 신수의 모습으로 돌아온 월령의 서글서글한 모습, '원래 월령의 모습이 그러했구나', 사랑했던 여인에게 배신당하고, 그 여인을 잊지못해 그리움이 분노로 폭주하고 만 악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지요.

"이제 영원히 나와 함께 할 것이다. 두 번 다시 헤어지는 일은 없을 거다", 어머니의 최후를 어렴풋이 짐작하는 강치, 천년악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목숨으로 월령을 지켜냈을 어머니, 슬픔이 가슴을 쓸고 갑니다.

"어쩌면 믿음을 저버린 건 나였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날 배신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날 끔찍한 악귀로 만들어 버린게 아닐까... 천년악귀는 내 마음, 내 두려움이 만든 것일 게다". 

아마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백일치성에 자신있었던 월령은 서화가 자신의 정체를 알 일은 없을 거라고, 소정의 걱정에도 웃고 넘어가 버렸지요. 서화에게 자신의 정체를 말했더라면, 서화가 그를 배신했을까? 서화가 그의 정체를 안다면, 그녀가 도망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때문이었음을 뒤늦게 강치에게 고백하는 월령이었지요.

아들 강치에게 남기는 말은 그도 찾지 못했던 구가의 서의 정답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망, 복수같은 감정은 가지지 않는게 좋다. 그것은 자연의 법칙에 위배되는 감정이야. 인과응보를 믿거라. 사는대로 받게 되어 있느니라... 인간이 되고 싶다했느냐? 허면 네가 정한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마라.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순간 너는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 믿음의 반대말은 불신이 아닌, 두려움이다".

 

강치의 어깨에 손 한 번 올려주었는데, 아버지의 마음이 강치의 전신을 타고 흐르는 느낌이더군요.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이 될 거라는 것도... 어깨를 짚어주는 손끝으로 전해지는 아버지의 마음, 아들 강치를 바라보는 월령의 걱정과 안쓰러움의 눈빛, 전혀 부자간의 외모가 아닌데도 아버지와 아들임을 보여주는 아련한 감정선, 이승기와 최진혁의 감정몰입도는 최고였습니다.  

'아들아,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느냐... 나는 이루지 못했던 꿈, 너는 이루길 바란다. 네가 사랑하는 그 처자와 사랑하고 늙어가는 행복, 그 행복을 너는 이루기를 바란다. 나는 서화를 지키지 못했지만, 너는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거라. 나약한 인간이기에 믿음도, 사랑도 쉽게 저버린다고 생각했던 나였다. 그리고 알았다. 너의 어미 서화, 목숨으로 나를 지키고 간 사랑, 그 숭고한 아름다움을... 아들아, 나는 행복하다. 그녀가 돌아와서, 그녀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어서... 목숨보다 소중한 것, 나는 사랑을 찾았다. 너의 사랑이 너의 두려움을 이길 수 있기를...'

"이게 마지막인 거죠? 그래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보고 싶을 거예요". 아들 강치를 돌아보는 월령의 슬픈 미소, 함께 할 수 없는 그들, 아버지는 어머니처럼 그렇게,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버립니다. 멀어져 가는 월령의 뒷모습을 보는 강치의 눈에 흐르는 한줄기 눈물, '이렇게 또 지나가진다. 또 하나의 이별이 지나가진다'.

 

강치도 압니다.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세상에 나오는 것은 그게 마지막이라는 것을 말이죠. '아버지, 잘 가세요. 한 때는 나에게 신수의 피를 물려준 당신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끔찍한 괴물이라고 강물에 버린 줄 알고 어머니 또한 원망했습니다. 어머니임을 알면서도 그렇게 싫었냐고, 강에 버릴 만큼 끔찍했냐고 못을 박은 것이 후회스럽습니다. 인간여인을 사랑한 당신, 신수로서 살았던 당신의 천년의 삶은 궁금하지 않습니다. 인간여인을 사랑한 당신의 사랑, 그 때문에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났고, 박무솔 어르신과 여울이를 만났겠지요. 당신이 목숨보다 내 어머니를 사랑했던 것, 그것만 기억하겠습니다.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그럴 수밖에 없나 봅니다. 아버지 당신을 보는 것이 이것으로 마지막이겠지요. 그래도 아주 가끔은...(아니 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 잘 가세요...아버지'. 

 

서화와 함께 영원히 잠들어 깨나지 않을 시간을 선택한 월령, 달빛정원의 슬픈 전설은 슬픈 전설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천년의 시간 속에서 한 번 뿐이었던 월령의 사랑, 평생 한 번이었던 서화의 사랑, '서화 그대이기에 사랑했고, 월령 당신이기에 사랑했던' 그들의 사랑은 영원한 사랑으로 남았습니다.

우리 인간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월령과 서화는 그들의 달빛정원에서 새로운 사랑이야기를 써가겠지요. 서화가 좋아했던 꽃들로 동굴을 가득채우고, 서화곁에 누워 영원한 잠을 청하는 월령, 감동으로 쿨럭ㅠㅠ 월령은 꿈속에서 영원히 서화와 함께 살겠지요. 그래도 섹시월령과의 이별은 시청자도 슬펐답니다. 구월령 역의 최진혁이 10월중 김은숙 작가의 차기작 '상속자'에 이민호의 형으로 출연예정이라는 소식이 있던데, 다음 작품에서 좋은 모습으로 만나요^^ 

구가의 서를 찾겠다고 소정법사를 찾아간 강치, 구가의 서를 찾는 방법이 적혀있는 책을 놓고 나오고 말았지요. 초승달이 걸린 도화나무의 인연은 여울에게는 상극이라, 둘 중 하나가 죽는다는 소정법사의 예언에 망연자실  하늘이 노래지는 강치였습니다. 둘 중 하나가 죽는다면 불로불사의 몸인 강치가 아닌 여울이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인데, 여울이를 어떻게 죽게 합니까? 오지도 않는 미래 따위 믿지 않는다는 여울의 말에도 강치는 흔들립니다. 겁나고 두렵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밀명을 수행하러 백년객관의 닌자 두목을 만나러 가서, 여울인지도 모르고 팔에 상처를 내버렸던 강치, 피냄새를 맡고 신수의 본능으로 감정을 제어하지 못했던 강치, 혹 여울을 죽게 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이별선언으로 이어지고 말았지요.

여울과의 인연은 여기까지라고, 비장한 표정으로 여울에게 이별을 고하는 강치, 미치도록 아픕니다. 여울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 자신이 죽는 것보다 두려운 강치입니다. 아버지 구월령이 말했지요.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너는 모든 걸 잃고 만다'고... '하지만 두렵습니다. 여울이가 죽을 지도 모릅니다'.

 

여울이랑 늙어가는 것이 꿈인, 그래서 사람이 꼭 되고 싶은 강치가 여울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별을 해야 하는 운명이라니, 소정법사를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 왜 그런 예언을 해서 사람 마음 약하게 하는지... 차라리 몰랐더라면, 여울의 말처럼 현재의 오늘이 쌓여서 되는 미래를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문득 드라마 마왕에서 나왔던 '신은 인간의 운명을 예정하지만, 인간은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 생각나더군요.

강치와 여울이라면, 더더구나 서화와 월령의 사랑에 대해서 알고 있는 그들이기에 두려움을 극복하리라는 희망은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소정법사는 왜 예언자로 나왔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당장은 강치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존재로 보이지만, 여울이 피할수 있으면 피하라는 운명에도 굴하지 않고, 죽을 수도 있다는 말에도, 닥치지 않은 미래에 현재 오늘을 맡기지 않듯이, 강치에게도 여울과 같은 강한 의지와 믿음을 배우게 하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물론 강치는 자신이 아닌 여울이 죽을 수도 있기에 이별을 택하려 하지요. 그것이 여울을 지키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말이죠. 흔들리는 강치의 마음, 강치는 이미 자신때문에 여울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버린 것이에요. 월령이 걱정했던 것처럼 말이죠. 아들 강치가 자신이 경험했던 두려움으로 인해 사랑을 잃고, 모든 것을 잃을 지도 모른다고, 소정법사의 예언보다 좋은(?) 충고를 해주었는데 말이죠.  

두려움에 사로잡혀 이별선언을 한 강치, 아마도 여울을 살리기 위해 강치는 스스로 무형도관을 떠나리라는 예상되네요. 구가의 서를 찾으러 가는 길에 조관웅의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여울과 이순신 좌수사가 걱정되어 다시 돌아올 것이라 생각되지만 말이죠(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두려움은 그 두려움과 맞설 때에만 극복할 수 있습니다. 여울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 여울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그 두려움을 극복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여울이가 없어도, 팔찌가 없어도, 신수로 변하는 것을 제어하는 능력을 갖기 시작한 강치, 강치에게 요구되는 것은 신수의 본능을 제어하는 평정심이었습니다. 지난 글에도 잠깐 언급을 했는데 공달선생의 왼손 엄지 손가락에 낀 염주반지에서 구가의 서 해답에 대한 복선을 추측케도 합니다.

공달선생도 신수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여전히 떨치지 못하고 있는데, 공달선생이 신수라면 그는 구가의 서를 찾아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것에 얽매이지 않는 인물같아 보입니다. 신수로 변하는 것을 막아주는 봉인 반지를 평생 끼고 살면서, 사람의 모습으로 늙어가는 것을 택한 듯 보이거든요. 강치도 팔찌를 끼고 있었기에 어린 갓난아이에서 지금의 청년의 모습으로 사람과 똑같이 성장해 왔듯이...

서서히 구가의 서 핵심이 나오고 있는데요, 구가의 서는 많이들 추측하고 있는 것처럼 어떤 문서로 남겨진 것은 아니라는 것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소정법사가 알려준 100일치성 기간의 세가지 금기사항이 있었지요. 월령은 고작 열흘을 남기고 구가의 서를 얻는 것에 실패했지만, 세가지 금기사항을 곰곰히 생각해 보니 강은경 작가가 드라마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인간에 대한 질문과 답이 금기사항에 다 들어있더군요.

 

*사람을 죽이지 말라... 살생금지, 사람이 당연히 지켜야 할 금기사항입니다.

*도움을 청하는 인간을 외면하지 말라... 측은지심,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기본 마음입니다. 

*신수의 모습을 인간에게 들키지 말라... 월령과 강치는 외모상의 특수성이 있습니다만, 저는 이 말이 주는 의미를 폭넓게 해석해 보고 싶더군요. 공달선생이 늘 하는 말이 있죠, '본질'에 대한 질문입니다. 강치와 월령에게는 신수인 외모의 다름을 들키지 말라는 말이었지만, 우리는 이 금기사항을 통해 '경계'의 마음을 배우게 됩니다. 욕심을 다 채워도 허기져 괴물이 되어가는 조관웅을 통해 보듯이그릇된 욕망과 욕심을 제어하지 못하는 그 마음을 경계하고 제어하라는 의미가 숨어있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법과 규범이 있습니다. 법과 규범은 욕망과 욕심을 제어하지 못하는 인간들때문에 필요한 것이죠. 날로 늘어가는 법조항들,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 늘어가는 금기사항들은 지켜야 하는 것을 지키지 않는 신수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입니다. '신수의 모습을 보이지 말라'는 금기조항은 우리들의 마음 속에 있는 욕심과 분노, 원망의 마음을 경계하고 제어하라는 의미는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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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1 11:12




강치를 낳은 어머니 윤서화, 강치를 업둥이 자식으로 가슴으로 품어 키운 아버지 최마름, 낳은 어머니의 애끓는 모정과 기른 아버지의 부정에 눈물이 마르지 않았던 구가의 서 19회였습니다.

눈 앞에서 신수로 변하는 아들 강치를 보는 윤서화는 피가 거꾸로 치솟는 듯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낳은 아들이라고 인정하지 못하고 돌아서고 말았지요. 아들을 외면하고 돌아서 와버린 윤서화는 결국 터져나오는 눈물을 막지못하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오열하고 말지요.

얼마나 보고 싶었던 아들인데, 20년간을 아들을 찾겠다는 그 그리움 하나로 버티고 살아왔는데, 원수놈 조관웅 앞에서 아들을 인정하지 못했던 윤서화입니다. 그녀에게는 그보다 더 큰 일을 해야 하기에 그녀의 정체를 밝히지 못했지요. 조관웅을 죽이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사람도 뭣도 아닌 저 아이를 밟아 죽이든 비틀어 죽이든 비조 영감이 하실 일, 내게 필요한 건 지도뿐입니다". 초록눈으로 자신을 올려다 보는 아들의 슬픈 눈, 그와 너무도 닮았습니다. 20년전 "내 그대를 그리도 사랑했는데..."라던 월령과 말이지요.

 

월령에 이어 아들 강치마저도 외면해 버리고, 아들의 눈을 더 보지못하고 곳간을 나가버린 윤서화, 그녀의 눈빛이 마음에 걸려오는 강치였습니다. 처음 봤을때부터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가는 얼굴, 곤사형과 여울인 예쁜 여자였구나 라며 강치를 놀려댔지만, 오래동안 알고 왔던 사람처럼 친근감이 느껴졌던 얼굴, 자신의 방에 숨어들었던 도둑을 숨겨주었던 그 여인의 눈이 이상하게 슬퍼보입니다.

"이런 괴물이니 갓 태어난 피덩어리를 강에 버린 거지... 윤서화 네 어미말이다". 왜인복장을 한 조선여인이 자신을 강에 버린 어머니라니, 그 왠지모를 정감갔던 여자가 어머니라니, 믿고 싶지 않은 강치입니다. 그리고 그 어머니는 자신을 두 번 버립니다. 눈 앞에서까지... 

혀를 깨물고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윤서화의 심정을 헤아릴 수 없는 강치이기에, 어머니에게 또 외면당하는 자신이 슬픕니다. '그렇게 흉물스럽다는 것인가, 내 모습이... 어머니마저 자식임에도 외면할 정도로...'. 여울이 한없이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신수임을 알고도 손을 잡아주고,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지 말라던, 이젠 강치가 사람으로 살고 싶어진 의미가 된 여울이가....

 

강치가 조관웅에게 붙잡혔다는 말에 가만 있을 수 없는 여울이, 무장하고 강치를 구하러 나서지요. "여주댁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해 본적 없어? 오로지 머릿 속에 한 사람만으로 가득차서 그 사람이 웃으면 같이 웃고, 그 사람이 울면 같이 울게 되고, 옆에 있으면 내 세상이 된 듯하고... 강치는 내게 그런 사람이야", 여주댁도 여울의 사랑을 막아설 수 없었지요(엉뚱하게 귀여운 여주댁, 곤에게 마음이 있는데 곤과 나이차가 있어 보여서 슬퍼하는 중입니다. 여주댁 지못미ㅠㅠ). 

저잣거리로 나간 여울은 마봉출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지요. 귀여운 마봉출(조재윤)때문에 웃음터집니다. 사투리도 어쩜 그렇게 맛깔나게 잘하는지...

봉출이 패거리가 백년객관 마당에서 시간을 벌며 주의를 끄는 동안 여울은 곳간으로 강치를 구하러 갔지요. 최마름이 천수련이 건네준 취혼주 해독제를 주먹밥에 숨겨 건네주었지만, 곳간을 지키는 자객놈들 주먹밥 한덩이를 못먹게 해코지를 하는 통에 굴러가 버리고, 밥속에 들어있는 해독제(용혈환)때문에 어찌나 손에 땀을 쥐었던지요. '오매 미치겠네'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니깐요.  

곳간에서 벌어진 일을 눈치채고 들어선 조관웅, 여울이도 마봉출도 함께 묶이고 맙니다. 여울이 따귀를 때리는 조관웅때문에 제 눈에 불똥이 튀겼는데, 강치는 어땠을까요? 취혼주를 다섯 잔이나(치사량이 넘는) 마셨던 강치였기에 몸 회복은 더디고, 혈관이 다 터져나가는 분노밖에 하지 못합니다.

 

강치를 저잣거리에 매달에 사람들에게 신수로 변한 모습을 보이고 돌에 맞게 죽게 하겠다는 조관웅, 신수로 변한 강치의 초록눈에도 최마름에게 강치는 변함없는 아들이었습니다. 강치를 키운 20년의 정이 변한 모습 하나로 끊어지겠습니까? 억만이도 마찬가지였고요. 초록눈 강치지만 그들에게는 백년객관 최마름의 아들 강치였을 뿐이고, 의리넘치는 강치형님일 뿐입니다. 주먹밥에 묻은 흙을 입으로 떼어내던 최마름, 죽을 것 같이 아프다는 강치를 보는 아버지 최마름이게는 강치의 초록눈 따위는 보이지 않습니다. 초록눈으로 변했든 최마름의 아들 최강치는 변하지 않는 거니까요.  

발길질을 받으면서도 강치의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아버지 최마름때문에 강치만큼 울었답니다아버지 최마름이 발길질을 받는 것에 신수의 괴력을 발휘하는 강치, 쇠사슬을 끊어버렸지요.

공중돌기 발차기 액션씬까지 짱짱맨 강치, 이승기였습니다. 상황은 긴장감이 넘치는데 승기의 액션씬에 눈이 헤롱헤롱 침 질질 흘려가며, '멋져!' 박수치며 보는 이 아줌마는 울 승기바라기ㅎ.

 

사력을 다해 주관웅의 수하들을 때리고 차서 눕혀버린 강치, 쿨럭! 한웅큼 피를 토하면서도 조관웅을 향해 달려들었지요. '그래 아주 이번에는 숨통을 끊어버리자 강치야~' 하는 순간, 난데없이 강치를 막아서는 칼집, 윤서화의 호위무사 왜인이었지요. 강치를 살리기 위해 윤서화가 보낸 것이라 짐작은 되었지만, 으미 아쉽더라는... 하긴 강치가 사람들 앞에서 조관웅을 죽였다면 강치의 신변이 더 위험해졌겠죠. 

 

사각사각,,, 쓰러진 강치 앞에 보이는 조선여인, 어머니였습니다. 왜인옷을 벗고 조선옷을 입은 어머니였습니다. 서로의 눈을 응시하는 서화와 강치 사이에 수만가지의 말보다 더 많은 말들이 스쳐갑니다. 원망과 슬픔이 두 사람의 가슴을 훑고 지나갑니다. 슬픔이었습니다. 그리움이었고, 미안함이었습니다. 윤서화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것을 듣지 못하고 혼절해 버리는 강치...

모진 마음으로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못하고 돌아섰던 윤서화는 결국 기모노를 벗고, 비녀를 꼽고 한복을 입고 조관웅 앞에 섰지요. 아니 아들 앞에 섰습니다. 아들 강치와는 조선 여인으로 강치의 어미로 만나고 싶었던 윤서화, 아들을 찾게 되면 입으려고 준비했던 한복과 비녀였습니다. 

저잣거리에 강치를 매달고 사람들의 돌을 맞게 해 죽이겠다는 조관웅(이런 오살할 놈)의 협박에 패배를 인정하는 윤서화였습니다. 자신이 20년전 조관웅이 죽였던 그 윤서화라면서 말이죠.  

 

혼절한 강치는 아버지 최마름과 어머니 윤서화의 대화를 자는 척 듣고만 있었습니다. "실질적 아버지는 돌아가신 박무솔 어르신이었습니다. 우리 강치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밝고 의리있고 인정도 많고... 세상에 저런 아들 없습니다".

키우지 못한 아들 강치, "강에 버려졌다고 해서 강치라고 합니다. 최강치", 강치의 말이 가슴에 가시가 되어 쑤셔옵니다. 미안해서 어미라고 말하지도 못하는 윤서화입니다. 너무 미안해서 어미라고 말할 자격도 없는 어미입니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그래서 하지 말아달라고 했겠지요. 낳자마자 소정법사에게 맡기고 조관웅과 함께 죽음을 택하려 했던 서화, 강치에게 어미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너무 미안해서... 아들도 몰라보고 잡아들이라 한 자신을 어떻게 어미라고 나설 수가 있었겠어요. 강치의 이마에 손이라도 대고 싶은데, 아들의 얼굴을 한 번 만져보고 싶은 윤서화인데, 너무 미안해서 왼손은 오른손을, 오른손은 왼손을 꼭 움켜쥐고 강치에게 다가서는 마음을 누르고 또 누르는 윤서화였지요. 

 

"깨어나셨군요", "아... 예... 또 폐를 끼쳤습니다". 어머니임을 알면서도 어머니라 부르지도 못하고, 아들임에도 아들의 이름을 부르지도 못하는 두 모자의 슬픈 눈빛, 이승기의 내면연기가 심금을 울리더군요. 버럭 소리라도 질렀으면 응어리가 풀렸을까? 왜 버렸느냐고 눈물이라도 쏟았으면 낳아준 어미의 얼굴도 모르고 자라온 20년의 원망이 풀렸을까?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머뭇머뭇 묻는 강치, 아니 이승기의 대사처리는 절제된 내면연기가 돋보이더군요. 달려가 아들을 안아보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또 누르고 서있던 윤세아의 온 힘을 다해 버티고 서있는 연기 역시 좋았고요. 

 

강치는 담담하게, 너무 담담해서 더 슬퍼지게 묻지요.

"저기요... 저기... 그러니까요... 이건 내가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내가 그렇게 싫었습니까? 태어나자 마자 강물에 버릴만큼 그렇게 내가 끔찍했습니까?... 그냥 한 번은 물어보고 싶어서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서있는 어머니의 슬픈 눈, 강치는 차마 그런 어머니에게 원망조차 쏟아붓질 못합니다. "아...됐습니다. 이걸로...".

 

'어머니, 끔찍했겠지요. 싫었겠지요. 사람도 뭣도 아닌 괴물이 태어났는데... 그래도 짐승도 자기새끼는 버리지 않는다는데.... 아니 됐습니다. 어머니가 살아있어서 어머니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봤으니 그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없었던 어머니라는 존재, 앞으로도 없는 분이라 생각하며 살겠습니다'. 

 

'아가야, 내 아가야. 무서웠다. 괴물을 낳을까봐... 그런데 넌 괴물이 아니었어. 사람이었어. 그래서 나는 나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런 너를 뱃속에서부터 지우기 위해 양잿물을 먹고, 비탈에서 구르고...너를 지우려 했던 나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네가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바랬다. 신수와의 사이에 낳은 아들이 너라는 것이 알려진다면, 그자의 손에서 넌 무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자가 미웠다. 죽이고 싶었다. 그 자를 죽이는 것만이 너를 위해, 그리고 네 아비 월령에게 속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안하다, 아가야, 살아있어줘서 고맙고 또 고맙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멀어져 가는 아들을 잡지도 못하고, 이름 한 번 부르지도 못하는 윤서화였지요. 가슴을 치며 울고 또 우는 윤서화입니다.

 

여울과 봉출을 구하로 곳간으로 다시 간 강치, 묶여있는 여울부터 풀어주지요. 세월아 네월아, 옆 기둥에 묶여있는 봉출이는 신경도 안쓰고(ㅎㅎ) 서로의 안부를 묻고 확인하고 자신을 구하러 온 여울을 힘껏 안아봅니다. 아니 여울이에게 안겨 실컷 울고 싶었던 강치였습니다. 어머니라는 분을 만났다고, 왜 버렸냐고 원망조차 하지 못했다고, 울고 싶은 걸 참고 또 참았던 강치, 그리고 또 버려졌다고... '괜찮다'고 등을 토닥여 주는 여울이 몰래 가슴으로 울고 있었던 강치였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우리 귀여운 마봉출, 탁주를 들이부으며 눈물을 뚝뚝!! '워따매, 우리 동상이 남색이라니...참말로 믿고잡지 않당께 ㅠㅠ'. 

백년객관으로 돌아온 강치, 공달선생의 청국장을 먹으며 눈물을 쏟아버리지요. 어머니라 불러보지도 못하고, 왜 버렸느냐고 원망조차 못하고 돌아섰던 강치, 청국장에 설움이 쏟아집니다. 따뜻한 사람들, 자신을 지켜주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 행복합니다. 강치에게 집은 이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그래서 지켜야 할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강치입니다. 그래서 더 강해지고 싶은 강치입니다.

강치가 천수련이 내 준 나무 목(木) 글자로 집을 지어오라는 과제를 푼 듯 하죠? 집이라는 것은, 나무로 지어진 외형 번드르르한 건축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죠. 지켜주고 싶은 사람들, 자신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곳강치가 지어야 할 집, 크게는 조선이라는 큰 집이라는 것을 말이죠. 

이번 구가의 서 19회는 이승기의 내면연기가 돋보였던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어머니 윤서화를 보는 이승기의 눈빛은 말로 표현을 다 할 수 없는 애절한 그리움, 분노와 원망, 설움이 녹아있었지요. 인상 한 번 찡그리지 않고 깊은 내면의 감정들이 눈빛에 올라온다는 그런 느낌이 들게 하더군요.

특히 놀라웠던 장면은 윤서화와의 독대씬이었습니다. 주춤주춤, 머뭇머뭇, 담담하게 묻는 어조에 적잖이 놀랐거든요. 이승기가 지금까지 가장 고민을 하고 표현했을 장면은 자신이 신수라는 사실을 알고 폭주하며 괴로워 했던 동굴씬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부모인 월령과 윤서화와의 장면을 두고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이 컸을 겁니다. 아버지 월령과의 만남은 "당신이 내 아비라며!",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간절함은 월령의 기억을 흔들었고, 여울이를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월령을 막아서는 장면에서는 자신의 감정은 물론, 월령의 기억까지 일깨워야 하는 이중의 고민을 했었을 이승기였을 겁니다.

 

그런데 의도적으로 월령의 기억을 깨우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었지요. 여울이를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만을 절절히 보였기에, 시청자와 월령은 그를 통해 과거의 월령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상황은 비슷했고, 대사도 같았지만 월령 복사는 없었다는 말이에요. 월령을 그대로 복사하는 듯한 연기를 했었다면, 감정전달은 했겠지만 월령의 데쟈뷰를 위한 연기밖에는 되지 못했을 거에요. 그래서 누군가의 데쟈뷰를 연상하게 하는 연기는 연기자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이승기에게는 여울이를 지키려는 강치밖에 없었습니다. 월령의 기억을 교차편집해서 시청자는 과거를 떠올리기는 했지만, 사실 똑 같은 대사를 똑 같은 상황에서 재현한다는 것은 위험성이 있는 연기입니다. 그런데도 이승기가 그 장면을 너무나 소화를 잘 하더군요. 

이승기의 내면연기가 신선하게 보였던 것은 윤서화의 독대씬이었습니다. 너무나 담담한 어조, 충혈된 눈에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승기를 보고 적잖이 놀랐거든요. 너무나 뻔한 예상을 깨버렸던 장면이었기 때문입니다. 목소리는 격앙되지 않았고, 하고 싶은 말을 꾹꾹 누르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그저 질문을 힘겹게 하는 모습만이 먼저 보이더군요. 왜 그랬을까?

이승기는 최강치라는 인물의 심성을 너무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최마름의 대사에서도 강치의 품성이 드러나기는 했지요. 인정많고 의리있고, 저런 아들 세상에 없다고... 강치가 욱한 성격이기는 해도 그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하는 선을 넘는 언행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 성품의 강치였기에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에게 저를 낳으셨느냐는 원망섞인 말을 하지 않습니다. '내가 싫었습니까? 끔찍했습니까?'라는 대사로 자신이 신수였기에 어머니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낳아준 어머니를 면전에서 원망 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버려진 슬픔은 충혈된 눈으로 표현하더군요. 

 

강치는 박무솔의 죽음 이후 너무 많을 일들을 겪었죠. 죽을 뻔한 위기도 있었고, 청조가 기루에 넘겨지는 것도 봐야했고, 박무솔을 죽였다는 오해까지 받았죠. 거기에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 반인반수라는 정체성마저 근 몇달간 최강치에게는 충격의 연속들이었습니다. 

그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격노하고 눈물을 줄줄 쏟으며 원망을 감정으로 터뜨렸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승기는 최강치가 반인반수라는 사실을 모자상봉에서도 잊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강에 버린 어머니에 대한 서운함은 서운한 대로 슬픈 눈빛에 담으면서도, 강치의 사람됨, 강치의 정체성,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 모두를 담아내더군요.

 

뜨거운 숭늉은 김이 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요. 감정폭발보다는 절제가 때로는 더 강하게 전달될 때가 있습니다. 이승기의 윤서화와의 독대씬이 그러했고, 윤세아의 가슴을 치며 소리도 내지못하고 흘리는 눈물이 그래서 더 아프게 전달되었지요. 폭발보다는 절제로 감정을 극대화시킨 이승기와 윤세아의 연기합이 잘 이뤄졌던 아픈 모자상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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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5 11:16




자홍명이란 이름으로 조선으로 돌아온 윤서화(윤세아), 한밤중에 거처에 숨어든 귀여운 도둑이 자신이 버린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슬픔과 그리움, 회한과 모정으로 범벅된 슬픈 눈의 윤서화, 신수로 변하는 아들을 봐야하는 그녀의 심경은 이루말할 수 없이 복잡할 것입니다.

태서의 노비문서로 윤서화의 얼굴을 집요하게 확인하고자 하는 조관웅에게 '봐라, 이 썩바리같은 놈아, 나 윤서화다'라고 과감하게 얼굴을 공개한 윤서화, 자신은 자홍명일 뿐이라고 시치미를 뗐지만, 조관웅은 그녀가 윤서화라는 것을 눈치챘지요.

반인반수의 모습을 윤서화로 하여금 직접 보게 하는 조관웅, 간악하기 그지없는 조관웅, '최강치 이놈이 네 아들이다, 잘봐라'라는 듯 윤서화를 바라보더군요. 조관웅 이놈을 어찌 죽여야 속이 후련할까요?

 

아들을 아들이라 부르지도 못하고, 강치가 지도를 훔친 도둑임을 인정한다면 사랑했던 월령에 이어 아들까지 원수놈 손에 넘기는 꼴이 되겠지요. 쇠사슬에 묶여 고통스러워 하는 아들 최강치, '왜 몰랐을까... 월령과 그리도 닮았는데...'. 과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쇠사슬에 포박된 월령도 그러했습니다. 뒷걸음쳐 도망치게 만든 신수로 변해 폭주했었지요.  

복숭아를 좋아한다니 세상의 복숭아는 다 따버린듯 커다란 자루에서 복숭아를 내어놓고, 꽃을 좋아하는 자신에게 한다발 꽃을 안겨주며 웃던 월령, 백년객관의 3대요리를 꼭 드셔보라며 해맑게 웃던 귀여운 도둑, 닮았습니다. 그와 쏙 빼닮았습니다.

지도를 훔쳐간 도둑이 아들이라는 사실에 경악하는 윤서화, 조관웅에 대한 복수심과 만약 살아만 있다면 반드시 아들을 찾으리라는 마음 하나로 살아왔던 윤서화였습니다. 살아있어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한 윤서화입니다.

그리고 가슴이 미어지게 아픕니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평범한 인간으로 자라주기를 그토록 바라고 기도했건만, 아들에게는 신수 월령의 피가 흐르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이 자는 제방에 든 도둑이 아니므니다"해야 할텐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도둑으로 인정을 하게 된다면 강치는 물론 좌수사 이순신 장군에게 화를 입히게 될 일로 연결될테니 말입니다.

백년객관에 여울을 만나러 찾아온 진짜 청조때문에 강치가 함정에 빠진 것을 알게 되겠지요. 무형도관 담평준 이하 사제들이 백년객관으로 강치를 구하러 갈 것으로 예상은 하고 있습니다. '또 한번 내 도관의 사제를 무고한 일로 엮는다면 내 검으로 벨 것'이라고 조관웅에게 엄포를 놨던 담평준, 조관웅의 낯짝에 소금 한바가지를 끼얹고 강치를 데리고 왔으면 싶습니다만.

 

어머니 윤서화와의 긴장넘쳤던 첫 만남, 그리고 윤서화가 그가 자신이 낳은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윤서화의 행보가 중요해졌습니다. 강치가 아들임을 알게 된 윤서화가 조관웅에 대한 복수심이 더 커지면서 결국 강치와 이순신 좌수사를 돕는 큰 조력자가 되리라 예상은 되지만, 실상 큰 문제는 월령에게 있습니다.  

지난 회 월령의 슬픈 고백의 눈물에 가슴이 먹먹했는데, 악귀로 변하지 않게 하고 있었던 기억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듯 해서 말이지요. 월령을 감싸는 검은 기운, 그리고 변하는 월령의 검은 핏줄들, 그는 진짜 악귀가 돼버린 듯 하니 말입니다. 소정에 대한 기억도 깜빡이기 시작했던 그가 강치가 아들이라는 것도 잊고 이제는 자신이 소멸되기 위함이 아니라, 오직 소멸이 목적인 악귀로 변해 무차별적 잔인한 폭주로 이어지게 될 듯 보이더군요.  

다크 월령, 그래도 이 남자 너무 가여워서 전 쭉 애정을 가지고 그의 마지막 구원을 응원하렵니다. 월령의 폭주를 멈출 인물이 다름 아닌 윤서화가 될 것이라는 것이 짐작은 되지만, 그것이 윤서화의 희생으로 이어질 듯한 비극이 감지됩니다. 

 

20년 전에는 월령을 버렸던 윤서화였지만, 월령과 강치 둘 모두를 구하기 위해 월령의 산사나무 단도로 자신을 찌르게 할 듯 싶어서 말입니다. 월령을 천년악귀가 되는 것을 막을 유일한 길이라고 소정법사가 말해줬던 것을 기억하고 말이죠. 그것이 자신을 사랑해서 죽음을 택해버린 월령에 대한 윤서화의 사랑이며, 사랑을 믿지 못하고 나약하기만 했던 자신에 대한 사죄의 길이라 생각하겠지요.  

 

강치에게도 큰 슬픔이 찾아왔지요. 자신의 아버지 구월령을 벤 사람이 여울의 아버지 담평준 사부님이었다는 것을 알아버렸습니다. 무표정으로 무형도관으로 돌아온 강치에게 검을 내미는 담평준, 왜 강치의 아비를 베었는지 담담하게 이유를 말해주었지요. 배신당한 것은 구월령이었다는 것까지도 말이지요. "네 아비도 너처럼 인간이 되고 싶어했다 들었다. 그래서 구가의 서를 얻기 위해 100일 치성을 드리다 신수의 모습을 네 어미에게 보이고 말았지. 네 어미는 겁에 질렸고,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가눌 수 없는 슬픔, 칼을 빼는 강치, "제 가족의 비극은 이 칼 끝에서 시작된 거 아닙니까?", 강치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 그 눈물에는 담평준에 대한 원망과 분노, 가족을 잃은 슬픔, 아버지 월령에 대한 연민이 담겨있었습니다. 그 눈물이 복수의 눈물이 될까 두려웠지만, 설마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강치가 사랑하는 여울의 아버지이자 사부님에게 칼을 들이대지는 않으리라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헉, 숨차게 달려온 여울 앞에 선 강치의 두 손에서 뚝뚝 떨어지는 피, 설마 뭔일을 내버린겨? 차갑게 지나쳐버리는 담여울, 썰물처럼 텅빈 듯한 공허함에 멍해진 강치의 귀에 빙빙 맴도는 월령의 말에 가슴 철렁 내려앉게 했습니다. 

"날 믿거라. 인간을 믿어봤자 돌아오는 건 배신 뿐이다", 아버지 월령의 말이 떠오르는 강치에게 한가득 슬픔이 고여옵니다. 뒤에 이어질 강치의 심장 덜컹거리게 만든 백허그를 위한 연출임은 알았지만, 그래도 놀랬잖아요! 

강치는 20년 전 부모세대의 악연을 검을 두동강이로 부러뜨려 끊어버렸습니다. 자신의 손이 베이는 아픔을 겪으면서 말이지요. "20년전에 무슨 일이 있었든 그건 우리들이 태어나기도 전 어른들끼리의 일입니다. 그러니 그 과거를 우리들에게 까지 연결짓지 말아주십시요. 어른들끼리 일어난 일은 어른들끼리 알아서 해결하시라구요!", 우왕, 강치 넘 멋져. 강치 짱이다! 상남자 강치, 정말 의젓한 어른이 되었구나~~ 

강치의 눈물은 용서였습니다. 악연을 악연으로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강치의 눈물은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이었습니다. 사람이 되고 싶어했으나 사랑하는 여인에게 배신당한 아버지, 신수라는 사실에 사랑했던 것조차 잊어버린 어머니의 나약함에 대한 연민...

강치의 눈물은 사랑이었습니다.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지 말라는 여울의 믿음, 여울에 대한 굳건한 사랑... 

 

강치의 손에 흐르는 피로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강치를 오해했던 여울, 두동강이 난 칼을 보고 놀라 뛰어나가지요. 강치를 오해했던 미안함, 강치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던 마음이 엉켜 강치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라하지요. 

여울이 그랬던 것처럼 강치도 여울을 차갑게 스쳐지나가 버립니다. 정말 끝인가.... 백짓장처럼 하얘진 여울을 덥썩 안는 강치, 오매! 심장이 벌렁거려서 비명질렀다, 강치야~

 

"다시는 그러지마. 나한테 비밀 같은 것 만들지마... 두 번 다시 내 앞에서 그렇게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가 버리지 마..." 

이어지는 강치의 고백, "널 좋아해. 너를 아주 많이 좋아해...".

'믿지말거라'/'믿고 싶습니다'.

'넌 절대로 그들과 함께 할 수 없다'/'끝까지 함께 하고 싶습니다'. 

 

'아버지, 신수의 피를 물려준 당신이 한 때는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인간에게 배신당하고 인간을 믿지 못하게 된 당신이 이해도 됩니다. 배신당할까 저도 두렵고 무섭습니다. 그런데 여울이를 잃는 것이 더 두렵고 무섭습니다. 여울이가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쳐 갈때, 슬펐습니다. 아니 무서웠습니다.

설령 배신을 당하고 또 당한다고 할지라도 믿고 싶습니다. 내 사람 여울이만은 날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그래서 이 사람과 끝까지 함께 하고 싶습니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때까지 사랑하고 또 사랑하면서...

살아가면서 아프고 병들고 언젠가 죽게 되겠지요. 그래도 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녀와 함께 살고 싶으니까요.  

배신도 당하겠지요. 사람들때문에 상처도 받겠지요. 그래도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사람답게 사는 것, 그게 내 꿈이니까요. 사람의 형상을 가졌다고 다 사람이 아니라는 것, 저도 압니다. 사람다웠던 사람 박무솔 어르신,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으냐고 손을 내밀어준 이순신 좌수사, 닮고 싶습니다. 사람답게 산, 살고 있는 그들처럼 살고 싶습니다'.

 

사람이 된다는 것, 강치는 알게 모르게 배우고 있습니다.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겉의 형상이 아니라 그 마음에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구가의 서'에 한걸음 한걸음 다가서고 있는 최강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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