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초록눈'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4.24 '구가의 서' 노력파 이승기, 두려움없이 망가진 비주얼 (10)
  2. 2013.04.23 '구가의 서' 이승기의 변신, 분장을 뛰어넘는 반인반수 연기 (3)
2013.04.24 12:48




끊어져 버린 팔찌와 함께 야수의 모습을 드러낸 최강치,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담여울은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손톱이 자라나고 머리 끝부터 달라져 버린 반인반수 최강치의 모습은 실로 충격이었습니다.

이승기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구월령과 윤서화의 아들 반인반수 최강치가 있었을 뿐입니다. 진짜 괴물같아서 저도 모르게 헉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분장과 연출의 효과보다 이승기의 리얼한 야수 표정에 심히 놀라고, 한편으로는 꺼려할 수도 있었을 캐릭터를 선택한 이승기의 연기도전에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박무솔의 죽음은 6회 도입부에서 강치에게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부연설명하는 장면이 더해져 슬픔이 배가 되어 꺼이꺼이 울었네요. 업둥이라고 놀림받은 강치가 동네 친구들과 싸움을 일삼자 박무솔이 강치에게 말했죠.

"강치야, 난 그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네가 그때 강가에 떠내려 오지 않았다면 내가 널 만날 수 없었을테니... 혈연뿐만 아니라 마음으로 이어진 관계 또한 가족과 다를바 없다. 마음만으로 치자면 넌 내게 아들과도 같아".

업둥이라고 놀린 동네 꼬마아이들에게도 박무솔은 점잖게 꾸중하기도 했지요. 강치를 놀리는 것은 곧 박무솔 자신을 놀리는 거라 간주할테니 놀리지 말라고 말이죠. 

죽어 가면서도 강치에게 다치지 않았느냐고 물어주는 박무솔, "잊지말거라, 넌 내게 아들과 똑같아. 우리 태서와 청조를 지켜다오", 하늘과도 같았던 박무솔이 칼에 맞자 분노로 야수본성이 나오기 시작한 강치, 그를 막아선 이는 소정법사였지요.

거센 회오리 바람과 함께 순신간에 사라져 버렸지만, 사라진 강치로 인해 박무솔 피살사건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바로 가루로 뽀사버려도 모자랄 것 같은 나쁜 놈 조관웅의 간교함으로 말이죠. 강치를 박무솔을 죽인 범인으로 몰아 현상금까지 건 이놈의 배포는 간이 배 밖으로 나오다 못해 순대랑 놀자고 활개를 치고 다니는 수준이군요.  

 

백년객관을 떠나지 못하는 박무솔의 시신, 살아서 정승판서가 부럽지 않았던 백년객관의 관주 박무솔이 역모의 누명을 쓰고 멍석에 말아 나가는 장면은 눈물없이 보기 힘들었습니다. 그의 또 다른 아들 강치를 보지못하고 나가는 수레는 가족들이 밀어서야 겨우 움직였을 뿐이지요.

현장에서 박무솔이 조관웅 수하의 칼에 찔려 죽은 것을 목도한 이들이 한둘이 아니거늘, 세상 의지하고 사는 이라고는 박무솔 어르신과 청조에 대한 순정밖에 없는 강치를 살인범으로 몰아세운 조관웅, 사건의 정황을 모르는 저잣거리 여수 고을사람들에게 박무솔을 죽인 파렴치한 놈으로 몰렸으니 강치의 앞날이 험난하기만 합니다.

 

열흘만 동굴에서 조용히 지내라는 소정법사의 경고를 무시하고 백년객관으로 내려간 강치, 20년전에 자신을 버린 부모에 대해서 알고 싶지 않다고 버려진 아픔을 내비친 강치였지요. 지켜야 할 가족이 있다며 눈물을 머금은 강치, 부모에게 버림받고 업둥이로 살아야 했던 강치의 픔을 소정도 모르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비밀을 누설하면 강치가 사람이 되지 못하나 보더군요. 강치의 생모 윤서화의 마지막 유언, 사람들 속에서 온전한 사람아이로 자라게 해달라는 유언을 말해주지도 못하고 소정법사의 속만 새까맣게 타들어 갈 뿐입니다.

속이 또 타들어가는 인물이 있지요. 목숨을 두번이나 구해준 강치, 그가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행적이 묘연해지자 강치를 찾아나선 담여울입니다. 추격꾼에게 들킨 담여울을 또 구해준 강치, 가까이서 본 담여울의 고운 얼굴에 머쓱한 농담을 건네보는 강치였죠. 담도령이 아니라 담낭자인데 강치가 담여울이 여자라는 것을 알면 이쪽 커플의 감정선도 변화가 있을 듯한데, 아직은 오매불망 청조뿐인 강치와 청조가 더 애틋해서 전 어느 커플에게 마음을 줘야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네요.   

착한남자에서 강마루 여동생으로 나왔었던 청조 역의 이유비, 사극연기도 잘하고 청조라는 캐릭터를 강하고 야무지게 잘 그려가고 있어서 이쁘게 보고 있는 중입니다. 박태서 역의 유연석도 연기가 좋아서 구가의 서에서 가능성있는 젊은 연기자들을 발견한 기쁨까지 함께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백년객관으로 내려간 강치는 하루아침에 쑥대밭이 돼버린, 집이자 그의 세상이었던 백년객관의 모습에 망연자실합니다. 매일 사람들이 북적대고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백년객관을 생각하며 눈물짓는 강치, 반드시, 기필코 그놈 모가지를 자기 손으로 따버리겠다고 결심하지요. 

청조와 백년객관 식구들을 구출하러 관아에 잠입한 강치, 관기로 끌려가게 된 청조를 구하고자 하지만, 다음날 참수형에 처해지는 오라버니 태서를 먼저 구해달라는 말에 무거운 발걸음을 돌리죠. "기다려, 반드시 데리러 올게", 청조의 이마에 약속의 입맞춤을 해주고 떠나는 강치, 그러나 청조와는 그것으로 이별하게 될 듯하니 불쌍한 청조를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관기가 되어 혹이라도 짐승같은 놈 조관웅의 수청을 들게 되면 어떡하나 조바심으로 제 속이 다 타네요.  

옥사로 달려간 강치는 태서만을 겨우 빼내와야 했지요. 안방마님 윤씨부인이 강치의 우직한 마음을 이제 이해하고 강치를 받아들이는 듯하더군요. 목숨을 걸고 청조와 태서를 지키겠다는 강치의 맹세, 사람인지 뭣인지도 모를 놈의 맹세따위를 어떻게 믿느냐고 찬바람 쌩쌩 불었던 윤씨부인이었는데 말이죠.

어차피 추노꾼에게 쫓길 신세, 차라리 관노로 살겠다는 말에 백년객관의 식솔들 모두 윤씨부인과 함께 하겠다고 옥사에서 나가지 않은 백년객관 하인들, 생전의 박무솔이 아랫사람들에게 어떻게 베풀고 품고 살았었는지를 보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박태서를 박무솔에게 은혜를 입은 적이 있었던 도둑아저씨에게 맡기고 추격꾼을 유인해 산으로 도망간 강치와 여울, 결국 사단이 나고 말았습니다. 강치의 운명을 예고라도 하듯이 끊어진 팔지와 함께 강치의 반인반수 모습이 드러났지요.

강치의 변한 모습을 본 담여울이 그 충격적인 정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걱정이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치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군요. 팔찌가 끊어져 구슬이 흩어지자 몸이 타들어가는 듯이 아프고 죽을 듯이 뜨겁다고 청조만을 애타게 생각하던 강치의 몸이 괴물의 모습으로 변해버렸으니 말이죠. 

포효하는 반인반수 최강치의 모습에 소름이 쫙 끼칠정도로 무섭더군요. 이승기의 분장한 모습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게 했던 이승기의 반인반수 표정연기는, 이승기로서는 훈남이미지를 내려놓는 과감한 도전과도 같았을 겁니다.

연기와 캐릭터를 위해 이승기의 얼굴 컴플렉스(전 컴플렉스라 생각하지 않지만, 이승기는 남들이 입이 크다고 한다고 호탕하게 웃어 넘기는 인터뷰도 읽었는데, 입이 큰 사람이 먹을 복이 있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는데 승기씨 신경쓰지 않아도 될 듯 ㅎㅎ)를 최대한 이용하는 모습은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습니다. 

초창기 1박2일에서 찬물에 머리를 꼭 감고 얼굴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이승기였었죠. 리얼 야생이지만 배우에게는 이미지 관리라는 것도 중요했을 테니까요.

그런 이승기가 얼굴의 모든 근육을 최대한 일그러뜨리면서 야수를 표현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리얼한 야수의 모습을 위해 비주얼을 포기하는 과감한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비가 와도 뛰지 않는 체통이 중요한 양반님네들이야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경박하고 천박하다고 생각했을 시대, 백년객관 업둥이로 자란 강치라는 인물의 자유분방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나오는 반인반수의 동물적인 반사신경을 캐릭터에 고스란히 녹여내고 있더군요.

야수로 변신한 모습 뿐만아니라, 좌충우돌 욱하는 성격의 최강치라는 인물을 그려감에 있어서도 까칠과 장난기, 건방질 정도로 우직한 뚝심과 배짱, 애틋한 가슴앓이, 분노하는 감정의 폭주까지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있는 이승기입니다.

마름의 아들 업둥이라는 신분에 맞게 양반들이 보여주는 사극에서 느껴지는 진중한 무게감은 최대한 줄이고, 그러면서도 자신감과 배짱 두둑한, 요즘말로 하면 짱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했다고 할까요?

 

비주얼의 망가짐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과 두려움없는 도전, 이승기는 구가의 서 최강치라는 반인반수 캐릭터를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일 진보시켰습니다. 개성 강한 캐릭터까지 소화할 수 있는 연기 영역을 확장시킨 것이죠. 비주얼의 망가짐을 두려워 하지 않는 이승기, 노력하는 자의 땀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이승기를 통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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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3 14:12




"잊지 말거라, 넌 내게 아들과 똑같아... 우리 태서와 청조를 지켜다오", 평생 모실 하나뿐인 주인이자 아버지와 같았던 박무솔(엄효섭)이 강치를 향해 파고들어오는 칼에 대신 찔려 죽음을 맞이하자, 최강치의 반인반수의 본성이 활화산처럼 터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액막이 팔찌의 봉인도 막지못한 강치의 분노, 박무솔에 대한 강치의 애정과 존경이 얼마나 컸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강치를 지켜준 박무솔, 그의 훌륭한 인품만큼 큰 아버지의 사랑을 죽음으로 보여주었지요. 그래서인지 드라마지만 박무솔을 잃은 슬픔이 크네요ㅠㅠ.

연한 초록빛의 눈으로 변한 최강치의 눈은 분노로 이글거렸고, 그 눈빛을 조관웅도 보게 되었죠. 강치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 강치의 운명이 첩첩산중이겠군요.   

불길한 기운이 백년객관을 감돌자 소정법사(김희원)는 강치의 존재가 드러날 위기에 처해질 것임을 예감합니다. 그의 친구이자 강치의 아버지인 구월령에게도 다가왔던 사람이 되는 치성의 마지막 시험관문처럼 말입니다.

 

구월령이 그랬듯이 강치 역시 겨우 열 하루를 남기고 20년의 공든탑이 무너지는 위기에 처해지죠. 해가 지기전에 백년객관을 나와 다음날까지 들어가지 말라는 소정법사의 아리송한 말을 무시하고 백년객관으로 들어가는 강치, 그날은 청조의 혼사를 앞두고 함진아비가 들어오는 날이었기에 착잡한 마음을 가눌길 없었던 강치도 먼발치에서 그 모습을 보려했었지요.

강치도 청조도 서로의 마음을 알면서도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아버지와도 같은 박무솔의 가슴에 대못을 박을 강치도 아니었고, 청조 역시 가족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말이죠. 서로의 가슴에 묻고 살 수 밖에 없는 이름 청조와 강치, 그러나 그들의 이별은 혼례로 끝나지 않습니다. 더 큰 비극이 두 사람을 슬픈 운명으로 던져버렸지요. 독사같은 놈 조관웅(이성재)의 음모로 말이죠.

윤서화의 집안을 역모로 몰아 멸문지화를 당하게 했던 조관웅, 박무솔에게도 역모의 누명을 씌워 백년객관을 한입에 꿀꺽하게 생겼습니다. 이놈의 꿍꿍이가 무엇인지 아직 다 나오지는 않았지만, 남도 일대의 상권을 잡고, 왜인들과 손잡고, 그 재력으로 뭔가를 할 꿍심이 있는 듯하더군요. 말 그대로 진짜 반역을 꿈꾸는 놈같으니 말입니다.

정명가도, 즉 명을 치러 가게 길을 내달라는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해 온 풍신수길의 의도를 파악한 이순신 장군, 모함으로 백의종군을 하면서도 오직 조선의 바다를 지키기 위한 우국충정의 마음밖에 없었던 불멸의 영웅, 한산섬 수루에 홀로 앉아 바다를 응시하고 있었을 장군을 상상하면 애국심이 불끈불끈합니다. 군자금의 용도를 묻는 박무솔에게 거북선의 단면도를 펼쳐 보이는데, 드라마인데도 거북선의 탄생을 보는 듯 감개무량함에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성웅 이순신 장군과 박무솔의 만남은 진한 감동이었습니다. 지하 비밀방에 가득한 은자를 조선의 백성과 바다를 지키기 위한 군자금에 쓰라고 내어주는 박무솔, 그들에게 나라의 안위는 개인의 이익 위에 있었습니다. 드라마 캐릭터지만 무한 존경의 마음을 바치옵니다. 물론 우리의 이순신 장군님께는 평생 무한 존경의 마음이지만요.

 

강치와 이순신 장군의 실질적인 첫만남은 뜨헉하게 만들었지요. 저잣거리에서 봉출 일당이 빼앗은 고리대금을 상인들에게 나눠주는 강치를 흐뭇하게 봤던 이순신 장군에게 박무솔은 강치를 두고 아들이나 다름없는 아이라고 소개하지요. "뚝심도 있고, 책임감도 강하고, 무엇보다 선한 의지를 가진 아이라면서 말이지요. 기회가 된다면 좌수사의 휘하에 거둬 큰 재목으로 써달라"는 말에, 박무솔만을 모신다는 무한 존경심을 드러내서 시청자와 박무솔을 뻘쭘하게 만든 못말리는 강치였습니다. 

"싫습니다. 저는 아무데도 안갑니다. 나리(박무솔) 말고 다른 사람은 절대로 모시지 않을 겁니다. 태서를 도와 객관의 마름직을 이어받는 것 말고는 다른 것은 관심없습니다. 그러니 저한테 괜한 눈독들이지 마십시오". 이런이런~~ 솔직해도 무식하게 솔직하고 충직스러운 놈을 봤나?ㅎㅎ 그런 강치라서 더 좋다!

 

강치를 눈여겨 본 인물이 또 있었지요. 담여울의 아버지 담평준(조성하)이었습니다. 담평준 역시 강치의 정체를 알고 있는 눈치더군요. 여울의 호위무사 곤에게(이 녀석도 여울에게 마음이 있는 모양이더군요. 질투하는 모습이 귀엽더이다) 무슨 이상한 변화가 있으면 즉시 알리라는 것을 보면 말이죠.

 

호사다마라고 했던가요, 청조 혼례를 앞두고 함이 들어오는 날, 백년객관에 큰 마가 끼어 반인반수의 슬픈 전설을 이을 다음 전설이 시작되었습니다. 납폐가 탁자 위에서 떨어지면서 다가오는 불길한 예감, 들이닥친 포졸들, 그리고 조관웅이 음흉한 속셈을 드러냈지요.  

간밤에 보낸 자객을 잡은 것을 따지러 간 태서, 그래도 참판까지 지낸 분이라 조용히 일을 처리하려했던 박무솔의 뒤통수를 이리 야비하게 치다니, 정말 끓는 기름에 튀겨 버리고 싶더군요(저의 생각을 잔인하게 만드는 이성재의 나쁜 놈 연기, 역시 굿입니다). 박무솔을 정여립의 대동계 일당으로 몰아 역모죄를 씌우는 조관웅이었죠. 이놈은 역모 전문가인가 봅니다.

 

역모씌우기 전문가 조관웅에게 한방 먹이는 최강치, 그 호기와 한 자 한 자 콕콕 찝어 바른말만 하는 강치의 말에 속이 후련하더군요.

"역모죄? 놀고들 계시네. 쌔빠지게 번돈으로 나라에 꼬박꼬박 세전 바쳐가며, 배고픈 사람들 까지 굽어살핀 우리 나리가 역모죄면, 당신들은 뭐요? 나라가 거둔 세전으로 꼬박꼬박 녹이나 받아 처먹어 가며, 하는 일도 없이 기왓집 방구석에 개폼잡고 들어앉아 개권세나 부리고, 선량한 상인들 상대로 심심하면 잡질이나 하는 당신들은 뭐요? 놀고 먹는 심심죄요?", 놀고 먹는 심심죄인들 요즘도 심심찮게 보는 위인들이죠. 아무튼 맑지 못한 윗물들은 예나 지금이나 쩝입니다. 강치야~ 시원하게 말 잘했다, 궁디톡톡. 

그나저나 박무솔을 역모죄로 엮어 백년객관을 차지하려는 조관웅의 악질적인 음모에 박무솔이 죽음을 당하고 말았으니 슬픔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조관웅의 수상쩍은 행적을 눈치채고 있는 좌수사 이순신 장군과 담평준이었지만, 조관웅이 한 발 빨랐습니다.

누구보다 강치에게 따뜻했던 아버지와 같은 분을 잃은 강치의 슬픔과 분노는 20년의 봉인을 풀고 나올 정도로 큰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었고, 회오리처럼 터져나온 강한 분노는 봉인된 반인반수의 야성을 표출할 정도였습니다. 

청조와 태서를 지켜달라는 박무솔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목숨도 내어놓을 강치, 그 지킴이 사랑은 아마도 강치가 자신의 정체를 안 후의 혼란에도, 그를 온전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구가의 서'에 담긴 주제가 되겠지요

최강치도 어쩌면 수천년의 무한한 삶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천년의 영원한 삶대신 유한한 인간의 삶과 사랑을 선택한 아버지 구월령처럼, 강치 역시 유한하기에 아름다운 인간의 삶을 택하겠지요.

"저한테 나리와 백년객관보다 더 큰 세상은 없습니다"라고 했던 최강치, 박무솔의 죽음과 함께 그의 세상을 잃어버렸습니다. 태서와 청조를 지키는 것, 박무솔 어른의 유언을 지키는 것, 그것이 그에게 세상을 준 박무솔 어른에 대한 보은이겠지요. 강치에게서  가장 큰 세상을 앗아가 버린 조관웅, 그에게서 백년객관을 다시 찾아와 태서와 청조에게 돌려줘야 하는 강치입니다.

 

강치에게 희망적인 것은 담여울(수지)이 함께 한다는 것입니다. 윤서화는 구월령의 사랑을 믿지 못하고 신수라는 정체때문에 배신한 실수를 저질렀지만, 담여울의 선택은 윤서화와는 다를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군요. 인간이 되고 싶었을 뿐이었던 구월령을 죽여버린 담평준의 마음에 남아있을 듯한 회한 또한, 담여울의 선택에 변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희망을 가져보게도 하고 말이죠.

 

좌수사 이순신 장군에게 아들과 다름없는 아이라고 소개를 해주고, 조관웅에게는 곤장 2백대를 강치 대신 맞겠다고 했던 박무솔이었습니다. 칼에 찔려 숨져가면서도 강치에게 다치지 않았느냐고 묻는 그는 진짜 강치의 아버지였습니다. 자식을 위해 목숨을 대신 내어주고 가면서도, 자식의 안전만을 걱정하는 아버지였습니다.

사람이라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가난한 백성을 긍휼히 여기는 박무솔의 인성을 보고 자란 최강치, 박무솔은 강치에게 아버지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아버지이자 하늘을 잃어버린 최강치, 그의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강치의 분노는 백년객관이라는 세상을 넘어 조선이라는 더 큰 세상에 눈을 뜨게 만들겠지요. 자신이 반인반수라는 정체성을 알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강치 역시도 구월령의 뒤를 따를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군요. 숙명처럼 풀어야 할 악의 축 조관웅으로부터 지켜야 할 사람들, 그들이 곧 청조와 태서, 그리고 앞으로 사랑하게 될 운명적인 사랑 담여울이자, 조선이 될 테니까요.

 

가장 기대하고 있었던 이승기의 연기는 사실 멜로나 액션 연기가 아니었습니다. 반인반수라는 판타지 캐릭터를 어떻게 소화할지가 내심 궁금했는데, 기대이상의 감정표현에 또 놀라게 되는 이승기 연기의 발전이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이 장면을 찍기전에 이승기가 많은 고민을 했을 듯 하더군요. 박무솔의 죽음을 본 슬픔과 분노를 반인반수의 야성과 어떻게 혼합해서 보여줘야 할 것인지를 두고 말이죠. 

사람과 짐승, 두 존재의 정체성이 혼돈된 캐릭터의 감정을 표출하기란 사실 쉬울 것 같으면서도 생각처럼 쉬운 연기는 아니지요. 이런 경우 많은 부분, 분장의 효과를 보기도 합니다.

런데 제가 놀라웠던 것은 초록빛으로 변한 이승기의 눈동자때문은 아니었어요. 박무솔의 마지막을 지켜보며서 흐르는 굵은 눈물줄기, 그 슬픈 감정을 포효하는 분노보다 더 무섭고 섬뜩하게 표현한, 조관웅(이성재)에게 으르렁거리는 듯한 대사처리와 표정이었습니다.

"죽여버리겠어". 마치 짐승이 '크르릉'하며 성대를 울리는 소리처럼 들리게 표현하더군요. 짐승들의 감정표현, 사람으로 말하자면 화를 내는 모습을 유심히 보면, 처음부터 컹컹 짓거나 포효하거나 달려들지 않죠.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크르렁 소리를 내서 상대를 노려 보는 것이 첫 반응입니다. 이 모습을 승기가 제대로 표현하더군요. 초록눈빛으로 변하지 않았더라도 짐승의 모습이 보였던 이승기의 반인반수 괴물연기, 분장을 뛰어넘은 훌륭한 연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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