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꽃미남'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3.01.30 '이웃집 꽃미남' 박신혜-윤시윤, 큐피트의 화살은 누구에게? (27)
  2. 2013.01.16 '이웃집 꽃미남' 고독미-깨금이, 볼수록 사랑스러운 커플 사고쳤네! (38)
  3. 2013.01.14 '이웃집 꽃미남' 윤시윤, 아프고 따뜻한 그 남자의 스파게티 (30)
  4. 2013.01.11 '이웃집 꽃미남' 박신혜의 변신이 사랑스럽다, 훔쳐보는 여자 고독미 (33)
2013.01.30 13:16




동화책 백설공주의 성, 그림으로만 봤던 알카사르성을 처음 봤던 날 엔리케는 상상이 현실이 된다는 것에 가슴이 뛰었다고 했습니다. "현실과 상상은 다르지 않다. 무엇이든, 그게 누구든 상상할 수 있다". 그가 친구를 사귀기 위해 게임을 만들었던 것은 스페인으로 이민가서 말도 통하지 않았고, 외톨이였던 엔리케가 친구들과 소통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엔리케의 첫사랑 옆집 소녀 윤서영은 알카사르 성에 살고 있는 백설공주와도 같았습니다. 공주를 구하는 기사의 게임을 만들었고, 그렇게 시작된 엔리케의 꿈은 17세의 나이에 천재디렉터, 게임의 제왕이라는 꿈을 이룬 신화의 주인공이 되었죠. 

그런데 엔리케 깨금이와는 반대로 고독미는 같은 나이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아이였습니다. 그 날 이후 고독미는 그녀에게 너무도 소중한 것들, 그녀의 전부이기도 했던 것들을 잃어버렸습니다. 하나밖에 없었던 친구와 작가가 되고 싶었던  꿈... 그리고 첫사랑이었을 지도 모를 국어 선생님에 대한 동경은 실망으로 소녀를 혼란스럽게 했지요. 친구와 꿈, 사춘기 소녀에게는 그것이 세상 전부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님이 이혼하고 혼자 남겨졌던 독미에게는 더더구나 말이죠. 

낙엽 굴러가는 것만 봐도 꺄르르 웃던 소녀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고, 죽음을 생각했을 정도로 무서웠습니다. 혼자가 된다는 것, 고독미에게 가장 무섭고 견디기 힘든 것이 혼자 남겨진 것이 아니었을까 싶더군요. 그래서였을까? 혼자 남겨졌던 고독미가 철저하게 혼자가 되어 살고 있었던 것은 살고자 하는 본능은 아니었을까? 혼자있으면 다치지 않으니까... 

이웃집 꽃미남 7회에는 그날 고독미가 잃어버렸던 것이 한 가지가 더 있더군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1차적인 소통방법인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고독미는 부모님을 잃고 실어증에 걸렸던 윤서영과는 다른 실어증이었지요. 고독미의 경우는 자기 의지로 말을 하지 않은 경우였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고독미는 스스로를 그녀의 견고한 성에 유폐시켜 버렸습니다. 고독미의 과거는 차도휘에게는 소녀시절 한 때의 질투와 오해가 부른 지나간 일에 불과할지 몰라도, 고독미에게는 깊은 상처가 돼버렸습니다. 세상을 향해 문을 걸어잠궈버릴 정도의 큰 상처였죠.

진실과 거짓말 사이, 그 종이 한 장 차이 언어의 잔인한 유희를 알지 못하는 깨금이와 오진락은 그런 그녀의 힘들었을 시간을 아파합니다. 그러나 고독미에게는 그것조차 부담이고 상처를 덧나게 하는 것일 뿐입니다. 

친구 도휘의 싸늘한 비웃음과 국어선생님의 무심한 눈,  고독미가 그날 잃어버린 것이 비단 친구와 꿈 뿐이었을까? 깨금이의 많은 연관검색어 만큼이나 독미에게는 많은 것들이 고구마 넝쿨처럼 줄줄이 뽑혀버렸습니다. 자신감을 잃어버렸고, 그로인해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관심을 가진 사람들조차도 경계하며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17살 소년, 꿈을 이루다', 엔리케의 강연집을 보는 독미의 깊은 상처는 그녀의 쓸쓸하게 젖어드는 눈빛만큼이나 보는 이를 착잡하게 합니다. 엔리케와는 대조적으로 고독미는 '17살 소녀, 꿈을 잃었다'였으니 말이죠. 왕따, 오해, 소외, 고독을 마주해야 했던 소녀, 이웃집 꽃미남 고독미는 오늘 우리의 큰 사회문제이기도 한 왕따가 만든 몇년 후의 누군가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에 대한 거시적인 경고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꿈을 짓밟아 버린 오해, 그리고 지극히 현실적인 선생님이 외면해 버린 진실이 얼마나 큰 상처로 남았는지 고독미라는 캐릭터를 통해 읽게 합니다. 

고독미의 나레이션은 그래서 더 마음을 짠하게 울립니다. "그 여자에게 상처란 깊은 물속에 빠진 것과 같다. 상처의 깊이를 모르는 구경꾼들은 왜 빠져 나오지 못하느냐고 추궁한다. 타인의 상처에 무례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 여자는 그런 공허한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한 사람만은... 한 사람에게 만은...'

(***그 한사람이 누굴까요? 댓글에 남겨보세요) 

 

그런 그녀에게 엔리케의 강연집 한 구절이 유독 눈에 들어옵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이 거부당했을 때,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했을 때, 자기비하가 시작된다. 혼자만의 공간에 숨어서 문을 닫는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지나치지 못한다".

엔리케의 진심을 읽어가는 고독미입니다. 깨금이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상처를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 그래서 자꾸만 독미에게 세상 밖으로 나와 놀아보자고 말을 걸어주고 손을 내미는 사람, 그게 엔리케의 진심이라는 것, 그의 강연집의 한 구절은 연관검색어로 나오는 잘난 척 대마왕이라는 허구의 껍데기가 아닌, 엔리케의 본모습이라는 것을 독미는 알고 있습니다. 그녀를 끌어내려는 깨금이의 손을 거부하고 모진 말로 깨금이를 밀어냈던 독미였지만 말이죠.  

독미의 거짓말은 깨금이에게 상처를 주기 위함이 아니라, 그녀 자신에 대한 방어본능같은 것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잃고 혼자가 되었던 그 상처가 너무 아파서, 또다시 상처를 입을까 몸을 웅크리고 맙니다. 쾅! 또다시 독미는 문을 소리나게 잠궈버립니다. 

"세상을 나서면 그 여자는 잠시 투명인간이 된다. 어깨가 밀쳐지고 발이 밟히고 새치기 하는 사람들에게 그 여자는 보이지 않나 보다. 그래서 그 여자는 방안에 숨었다. 좁은 방은 날개 다친 새를 위한 둥지처럼 포근하다. 그곳에서 그 여자는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다. 그 여자는 세상 밖을 꿈꾸거나 그리워한 적이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런 고독미가 문을 열고 나오기 시작합니다. 실내화를 신고 뛰쳐나온 윤서영을 안아주는 엔리케, 그 뒤로 한태준이 나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죠. 한태준의 오해를 사게 하지 않으려고 엔리케의 팔을 붙잡고 자신을 향하게 합니다.

 

독미를 바닷가에 데리고 갔던 날, 파도에 휩쓸려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모래성을 다독이던 엔리케, 그는 그렇게 그의 첫사랑을 이별하면서도 자신의 진심이 다치지 않기를, 아니 조금 오래 버텨주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파도가 쓸어가버릴 것을 알면서도 말이죠. 첫사랑 서영이 자신을 향하고 있지 않음을 알면서도...

그런 깨금이기에 형 한태준이 오해하고 상처를 받을까 염려하는 그의 마음을 누구보다 독미가 잘알고 있지요. 어쩌면 그게 시작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안타까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독미를 마주한 순간, 덜컹했던 감정, 깨금이는 그 감정에 살짝 감동했다고 아무렇지 않게 털어버리려 했지만, 그게 독미를 여자로 느끼는 첫 시작이었음을 알고 있을까? 비록 바닷가 할머니 민박집에서 사고처럼 입맞춤을 했던 사고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신경쓰이기 시작한 질긴놈, 왜 그가 신경쓰였을까? 고독미는 아직 자신의 마음을 모릅니다. 자신에게 마저도 진실을 들키고 싶어하지 않는 고독미는 감정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마치 오래된 습관처럼 말이죠.

단체 문자로 전송된 엔리케의 사생활, 윤서영과의 다정한 사진들을 보며 순간 화가 나는 고독미, 자신도 그 화남의 정체를 모릅니다. 윤서영이 깨금이의 첫사랑이라는 것이 신경쓰였던 걸까?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이 질투가 났던 것일까? 께금이가 다 정리했다고 했던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돼서였을까?

깨금이가 스마트폰을 잃어버렸다고 해명한 순간, 고독미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스쳤던 안도의 표정은 고독미가 스스로에게도 감추고 싶은 비밀입니다. 그러나 그 안도의 표정은 윤서영으로 인해 당혹감과 알 수 없는 허탈한 슬픔으로 변했죠. 스페인으로 함께 돌아가자며 비행기 티켓을 내미는 윤서영, 아니 깨금이의 첫사랑...  

그가 떠날 것임을 독미는 알고 있습니다. 마치 고향으로 돌아가려 힘찬 역주행을 하는 연어처럼 깨금이도 그러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독미, 소중한 것을 잃을 것 같은 알 수 없는 공허함이 그녀의 가슴 한복판을 휘젓고 가버립니다. 잠시나마 행복했던 바닷가에서 독미가 담아봤던 깨금이의 모래성이 한순간 파도에 쓸려 스르르 무너져 버린 듯한 슬픔... 

'눈물이 울컥 울컥 날 것 같은 이 감정은 뭐지?'. 독미는 애써 고개를 젓습니다. '아닐 거야, 아니야, 사랑일 리가 없어. 그 애가 좋아졌을 리가 없어...'. 

 

***짧은 메모: 5,6회 이웃집 꽃미남 정리는 못했습니다. 간략하게 중요한 것만 메모합니다.

5회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쥬라기 공원에서 백미러에 쓰인 영어까지 번역해서 자막에 넣은 실수(?)로 유명해진 말이죠. 단순한 경고의 말인데 참 많은 의미들이 파생됩니다. 가까운 곳에 사랑이 있다는 말로도 해석되고, 진실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는 말도 되고, 확대해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들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다는 말로도 해석되고, 기타등등...

깨금이가 윤서영의 말에 중얼거렸죠. "보이는 것보다 가깝지 않더라고...", 자꾸 밀어내고 자기를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는 고독미, 손에 닿을 듯, 말을 걸으면 다 들리는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도 그녀는 멀기만 합니다. 그녀의 마음은 너무 멀리 있습니다.

*401호 남자 오진락, 독미는 그녀와 비슷한 비밀놀이를 하고 있었던 남자를 봐버렸습니다 "멀리 있어도 나는 당신을 압니다". 짝사랑, 들키는 순간 더 이상 비밀놀이가 될 수 없는 것을 해 온 남자, 독미가 그랬던 것처럼 그 남자만의 비밀놀이도 끝났습니다. 오진락, 이 캐릭터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넘쳐서 고민중이랍니다ㅎ. 그래도 전 깨금이! 저도 죽자고 한팀만을 바라볼 겁니다^^. 진락 총각 미안~

 

6회

*강연집을 핑계로 독미집에 쳐들어 온 깨금이, 방 곳곳에 붙여진 여행지 사진들, 고독미가 메모해 둔 여행 다큐멘터리 방영시간표를 보고 깨금이는 그녀를 더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죠. 왜인지는 모릅니다. 그냥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그녀가 가깝게 느껴집니다. 새장에 갇힌 그녀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았으면 좋겠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데도 방안이 그녀의 하늘 전부인 가여운 새, 그녀의 날개가 어떤 상처를 입었는지 알고 싶어집니다.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면 그 새는 영영 날지 못할 것임을 알기에... 

*여행을 좋아하는 고독미, 그녀의 여행은 여행다큐멘터리 프로에서 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깨금이가 바다로 데려갔을 때, 바다를 처음 본 것처럼 눈물을 글썽였지요. '바다가 이렇게 생겼구나, 끝도 없이 펼쳐진 저 너머의 세상은 어떤 곳일까?'. 그녀의 눈 앞에 펼져친 바다는 광대함이었습니다. 화면으로 보는 바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없었던 바다바람, 맡을 수 없었던 짠 바다냄새, 독미에게 깨금이가 데려가 준 바다는 살아있는 진짜 바다였습니다. 그래서 였을까요?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가 보고 싶은 고독미입니다.

 

***영화 '접속(전도연, 한석규 주연)'의 김은정 작가의 상처와 소통, 그리고 사랑을 풀어가는 문학적 감수성과 현실을 잔잔하게 접목해 가는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영화 접속에서는 익명으로 보낸 음반 한 장과 채팅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 가는 과정을 풀어갔다면, 이웃집 꽃미남은 훔쳐보기(창문과 망원경), 게임, 웹툰, 요리, 그리고 추억이라 하기에는 너무 깊은 상처인 여주인공의 과거를 통해 소통과 상처의 치유, 그리고 사랑을 말합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해 안다는 것, 알아간다는 것, 생각해 보면 안다는 것의 경계가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일 수 있지요. 작가는 그 애매모호함과 추상적인 경계를 실생활에서 부딪히는 소재를 통해 문학적 감성의 옷을 세련되게 입히기도 하고, 때로는 가차없이 벗겨버리기도 합니다타인의 삶과 상처, 사랑을 들여다 보는 작가의 통찰력과 따뜻함이 좋군요.  

***큐피트 엔리케 깨금이는 화살을 쏠 수 있을까? 오진락이 독미를 좋아하는 것을 안 깨금이는 오진락의 질투와 버럭에 독미에 대한 감정은 호기심일 뿐이라며, 두 사람을 어떻게든 연결해 주려고 하죠. 서영과 형을 연결해 주는 큐피트이고자 했던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신화속 장난꾸러기 큐피트가 프시케와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되는지 떠올려 보면, 신화속 큐피트처럼 독미에게 쏘려던(오진락과 연결해 주려고) 화살촉이 깨금이 자신을 찌를 것 같은 느낌입니다. 깨금이, 그의 눈에 들어온 첫 사람은 누구일까요? (윤서영은 아닐 거라는 99%의 확신과 1%의 바램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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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6 09:31




'첫사랑은 아프고 짝사랑은 슬프다'.

고독미(박신혜)와 엔리케(윤시윤)가 친구가 되는 과정은 깨진 접시처럼 서로의 부서진 마음을 확인하면서 홀로 흘린 눈물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실연이라는 동병상련이 두 사람을 또 다른 세상으로 이끌게 될 듯하지만 말이죠.

고독미가 훔쳐보고 있었던 것이 강아지가 아니라, 형 한태준이었음을 알게 된 엔리케, 힘든 일을 해야 하는데 도와달라고 했던 것이 첫사랑 윤서영때문이었음을 알게 된 고독미, 집을 나와버린 두 사람에게 차가운 겨울 바람이 가슴을 시리게 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대놓고 아파하지 못합니다. 아니 내색을 못하지요. 상대의 아픔이, 슬픔이 더 커 보여서 말이죠. 그래서 이 녀석들이 마음에 듭니다. 내 슬픔만이 하늘이 무너져 내린 비극이고, 내 아픔만이 가슴을 도려내는 것이라는 듯 몸부림치는 사람보다는, 나의 실연보다 다른 사람의 상처를 볼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의 눈때문에 말입니다. 짝사랑이 되었든 첫사랑이 되었든, 목숨을 내놓은 절절한 사랑이 되었든, 사랑으로 인한 상처는 비슷한 종류의 아픔을 가지기에... 

고독미의 짝사랑은 끝났고, 엔리케의 첫사랑도 끝났습니다. 슬프고 아프게...

물론 우린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그럴까? 인생은 생각하는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기에, 가끔은 바람 한줄기가 구름의 모양을 바꿔버리기도 하듯이, 그들의 짝사랑과 첫사랑은 다른 가능성들을 열어두기도 합니다. 예컨데 한태준이 고독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든지, 윤서영이 뒤늦게 엔리케의 사랑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된다든지, 그동안 고독미를 오래도록 지켜보기만 했던 오진락이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열고 대시를 하려고 하듯이... 

이웃집 꽃미남 3,4회에서는 웹툰 작가 오진락(김지훈)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죠. 오재원이라는 본명을 버리려는 이유, 차도휘(박수진)가 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이유가 그의 환경이 엄청난 배경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짐작을 하게 합니다. 월세 35만원을 내지 못해 오션빌리지에서 쫓겨날 위기까지 처한 가난한 웹툰작가가 실은 엄청난 부잣집 아들인데,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나온 듯 보이고 말이죠.

오진락이라는 캐릭터, 은근히 허당기도 있고, 남자답기도 하고, 따뜻하고 재미도 있어서, 전 이 남자에게도 살짝 맛이 가고 있답니다. "내가 먼저인데..ㅠㅠ", 몇년간이나 고독미를 지켜보면서, 매일 아침 독미의 우유팩에 따뜻한 화이팅 인사를 남겨준 오진락의 오랜 순정이 상처를 입을 것 같아서 어쩌나 싶기도 합니다. 

고독미에게 왜 갑자기 이렇게 멋지고 매력적인 훈남들이 동시에 나타났는지, 고독미는 자신이 이렇게 사랑스럽고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까요? 여튼 남자복도 많은 착한 고독미입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보는 사람은 그 사람의 단점들보다는 장점들을 더 많이 보게 하나 봅니다. 오진락의 눈이 그렇거든요. 고독미의 착한 심성과 맑음을 알아본 남자인데, 왜 용기를 못냈니?ㅠㅠ

고독미가 앞집 남자 한태준을 지켜보고 있었음을 알았기 때문인 듯도 합니다. 부담주기 싫어서 말이죠. 사랑은 용기있는 자만이 쟁취할 수 있다는, 지극히 평범해져 버린 말을 모르는 바보들입니다. 고독미나 오진락이나... 짝사랑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가장 힘든 것이 그 용기를 내보는 것일 겁니다만...

그래서 무대뽀로 들이대는 깨금이로 인해 세상과 사람과 부딪치고, 즐기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듯 합니다. 깨금이가 오션빌리지의 꽃미남들과 고독미를 확 바꿔버릴 듯한 기분좋은 느낌... 비록 실연과 상처도 있겠지만, 사랑과는 다른 우정도 쌓아갈 듯해서, 건강한 이 젊은이들이 마음에 쏙 드는군요. 된장녀에 내숭녀 차도휘는 빼고ㅎ;; 

할머니가 아프다는 독미의 문자에 일방적으로 잡았던 이별여행 대신, 독미의 시골 할머니집으로 무작정 출발한 깨금이, 이런저런 어쩌나, 독미는 휴대폰 하나만 달랑 들고 나왔고, 깨금이는 카메라만 들고 나왔습니다. 쉽게 말해 무일푼 알거지였다는 거죠.

휴게소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는 깨금이의 친화력에 독미는 어질어질합니다. 깨금이를 보면서 자신의 아픈 상처가 떠올라, 사람들이 오가는 곳을 피해 벤취에서 오들오들 떨고 앉아있는 고독미였죠. 고독미의 과거 상처가 조금씩 나오는데, 그 일의 중심에 당시 여고생들에게는 인기짱이었던 남자가 있었고, 독미가 그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본 차도휘와 친구들에게 큰 상처를 받은 듯 하더군요. 온갖 추접한 말을 들어가면서 말이죠. 고독미가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고 싶어하고 남자들에게 관심없었던 이유도 그때문인 듯하고 말이죠. 

그래서 한태준을 몰래 훔쳐보면서 외로움을 달래보기도 하고, 어쩌면 그 때문에 더 외로워졌는지도 모르겠다는 질문도 스스로 던져보는 고독미지요. 고독미의 나레이션처럼 던져지는 대사들이 마음에 와닿는 대목들이 많네요. 고독미의 독백이자 고백이기도 하고, 그녀에게 던지는 질문이 나를 향한 질문같아서 말이죠.

"외로워서 훔쳐본 건지 훔쳐봐서 외로워진 건지 모르겠어요. 첫눈에 반한다는 말 믿지 않았는데..."

"행복이란 손만 내밀면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그 여자는 너무 행복하면 불안해 진다. 그 여자에게 행복은 어릴적 비누방울 놀이같다. 무지개 빛으로 두둥실 날아오르는 그 많은 비누방울을 만지는 순간 터져버린다. 행복 앞에서 그 여자는 손을 내밀기 전에 늘 포기하고 만다". 

한태준을 좋아하는 윤서영을 보고, 고독미는 그녀를 행복하게 했던 비누방울을 터뜨려 버리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 버리죠. 그래서 슬픈데 고독미 그녀보다 아픈 사람의 눈을 봅니다. 10년 넘은 첫사랑을 슬프게 바라보는 남자 엔리케, 너무 밝아서 고민같은 것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 질긴놈에게서 자기와 닮은, 아니 더 아파하는 슬픈 눈을 봅니다. 엔리케 역시도... 

 

실연을 들켜버린 두 사람, 친구하기가 편할 것 같은데 고독미는 깨금이를 경계합니다. 따뜻한 데를 놔두고 왜 공원벤치에서 떨고 있었냐는 깨금이의 질문에 움츠러 듭니다. "사람이 무서워서?", 정곡을 찌르는 깨금이의 질문은 고독미의 과거 상처와 닿아 있었습니다.

손가락질 하는 친구들이 무서웠고, 세상 사람들이 독미에게 뭐라고 하는 것 같고, 그래서 세상으로 부터 도피하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이 혼자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혼자있는 것이 편하고 익숙해져 버린 고독미, 이웃집 남자 한태준을 몰래 훔쳐본 비밀을 들키고, 누군가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것이 불편한 고독미입니다.  

"사람이 무서우면 세상과 친해봐요. 스페인 가기 전까지 아줌마 끌고 세상을 보여줄 거예요". 바다로 데리고 와 준 깨금이를 보면서 독미는 더 많은 것들을 이 남자에게 들킬 것 같습니다. 꺼내고 싶지 않은 과거의 상처까지도 말이죠. 그것이 두려운 고독미는 깨금이를 밀어냅니다.

"서울가면 아는척 하지 말아줘요. 우연히 마주쳐도 모른척 지나 가 줄래요? 들킨 게 많아서 난 불편해요, 그래서 싫어요. 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잖아요. 그러니 나 모른척 해줘요!".

 

이유는 고독미도 잘 모릅니다. 습관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과 섞이기 싫은, 좁은 방에서 혼자 있으면서 이런 저런 상상으로 그려가는 그녀만의 세상에 익숙해져 버린 탓인지... 

 

그런데 우리 앞에 펼쳐진 세상은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때로는 사고처럼 설레임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때로는 정해진 운명처럼 옴짝달싹 못하게 심장을 멈추게도 합니다. 고독미와 엔리케의 사고같은 입맞춤처럼 말입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향해 나오기 시작한 고독미의 서툰 시작과 그녀를 끌고 나온 깨방정 엔리케 깨금이의 천방지축이 사랑스럽네요.  

 

바닷가 할머니 집에서 민박을 하게 된 고독미와 깨금이, 막걸리를 마신 깨금이가 술이 덜깨 운전을 할 수 없어서 였지만, 그들에게는 마치 깜빡깜빡이는 형광등처럼 심장이 정전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깜빡이는 형광등때문에 할머니의 귀신이야기에 겁을 먹은 고독미의 외마디 비명을 듣고 달려간 깨금이가 넘어지면서 입술이 포개지는 사고가 일어났으니, 큰일났다^^.  

짝사랑만 해 온 고독미, 첫사랑을 10년 넘게 부여잡고 살았던 깨금이, 사랑에 관해서는 젬병들인 두 사람 심장이 머지않아 튀어나올 듯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지요. 고독미의 무사귀가(?)를 기다리며 전전긍긍 입술이 바짝바짝, 오진락의 타들어가는 심장은 어떡하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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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4 10:05




게임의 황태자, 게임의 신이라 불리는 남자 엔리케 금(윤시윤), 게임마니아들에게는 원빈보다도 김태희보다도 설레게 하는 우상입니다. 아홉살때 스페인으로 이민을 갔다가 한국에 온 이유는 한가지, 그가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그녀에게 고백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런데 큐피트는 화살조차 날리지 못하고 멋적은 웃음으로 사랑을 숨겨버립니다. 엔리케는 그녀의 눈을 5초 이상 바라보지 못합니다. 그의 마음을 들킬까봐...

다혈질에 직선적인 성격의 그도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수줍은, 그 수줍은 마음을 애써 밝은 웃음으로 감춰보기도 합니다. 그 여자 윤서영(김윤혜)이 좋아하는 사람이 그의 형임을 알기 때문이었죠.   

 

엔리케는 기본적으로 마음이 따뜻한 사람입니다. 비행기에서 종이컵으로 로보트를 만들어 우는 어린아이를 달래주는 모습을 보면, 그에게서는 따뜻함의 품성 이외에 어린 아이의 감성을 보는 눈높이 이해도 볼 수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죠.

모르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거리낌이 없고, 매우 사교적입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관심,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죠. 게임디렉터라는 그의 직업과도 관련이 있겠지요. 그가 만드는 게임속의 캐릭터는 상상 속에서만 나올 수는 없지요. 게임이 세상의 축소판이라면, 그 속의 수많은 캐릭터들은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기 때문이죠.

이웃집 꽃미남에는 누군가를 훔쳐보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402호 여자 고독미(박신혜)와 401호 남자 김지훈. 이들의 공통점은 직접 다가가는 용기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엔리케라는 인물이 추가되었습니다. 고독미의 닫힌 창을 직접 열고 지켜보는 남자로 말이죠.

엔리케는 두 사람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훔쳐보기를 할 캐릭터입니다. 그것을 보여준 예가 망원경으로 자기집을 보고 있던 고독미를 향해 달려간 행동입니다. 경찰에 신고를 할 법도 하건만 해결방법이 직접적입니다. 망원경으로 훔쳐만 보는 고독미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죠.

 

1,2회만 전개되었지만 엔리케라는 캐릭터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뒤로 물러서서 보기를 좋아하는 사람같더군요. 자기보다는 좋아하는 사람의 감정을 배려하는... 호기심과 궁금증에 타인의 문을 벌컥 열었다가도, 그 사람의 슬픔과 마주하는 순간, 묻기를 주저합니다. 핑크털(박수진)을 입은 여자를 본 고독미가 쓰러졌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을 때처럼 말이죠.

"나 좀... 나 좀..." 뒷말을 잇지 못하고 쓰러진 고독미에게 그 이유를 물으려 하다가, "아줌마 나좀 도와주라"며 다른 화제로 넘어가 상대를 곤란하게 하지 않는 배려심도 갖춘 남자입니다. 

그리고 그 배려 속에는 자신의 아픔이 함께 합니다. 첫사랑 윤서영에게 스파게티를 만들어 주겠다고 초대를 하고, 그는 그의 첫사랑을 형에게 보내려고 합니다. 엔리케표 스파게티를 만들어 주면서 말이죠. 그래서 그의 스파게티는 그의 짝사랑만큼이나 아프기도 합니다.

"아줌마, 나 지금 무지 힘든 일을 해야 하는데 아줌마가 나좀 도와주라", 고독미는 그 이유를 모르지만,  짝사랑만 해 온 서영에게 고백하지도 못하고, 그녀를 보내는 것이 힘들어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었던 것이죠. 고독미가 훔쳐본 사람이 강아지 히포가 아니라 그의 형이었음을 모르고... 

 

엔리케 금(윤시윤)이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제가 흥미를 느꼈던 부분은 그가 스파게티를 만드는 남자라는 대목이었습니다. 천재 게임디렉터라는 그의 직업보다도, 스파게티가 그를 더 이해하기 쉽게 해주었거든요. 스파게티는 그가 그의 아픔을 스스로 위로하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위로해 주기도 하고, 사랑을 고백하기도 하는, 그의 위로와 소통방식이 아닐까?

 

'요리는 누군가에게 건네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말이다'. 음식이란게 그래요. 사람을 위로하고 가장 따뜻하게 건네는 위로와 사랑의 표현이 요리라고 생각하거든요. 추운 겨울 한마디의 말보다 뜨끈한 라면 한그릇이 꽁꽁 언 온몸의 추위를 녹여주듯이, 장시간 운전하고 시골집에 갔을때 어머니가 내어주시는 밥상이 피로를 다 씻겨주듯이...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보면 자뻑남에 철부지 안하무인의 모습도 보이지만, 그에게 특별한 따뜻함을 부여한 것이 스파게티 요리를 하는 남자라는 점입니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것을 사주는 것보다, 직접 만든 요리는 엔리케의 마음이 담겼기에 그 소통방법이 직접적이고 따뜻하죠. 여자들에게는 로망같은... 

 

그런데 요리라는 게 또 그래요. 자기가 먹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 만드는 것이 요리지요. 그래서 엔리케라는 캐릭터는 자신의 아픔보다는 다른 사람의 슬픔이나 감정을 더 위로하고 들여다볼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첫사랑 윤서영에게 그랬듯이, 고독미에게도 그럴 것같아서 말이죠.

요리라는 것은 재료가 다 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요. 스파게티를 만드는 엔리케, 그는 면발과 재료들이 익어야 제대로 된 스파게티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남자죠. 그래서 첫사랑 윤서영을 그는 잡지 못합니다. 그녀의 감정이 자신을 위해 익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망원경으로 훔쳐본 것이 강아지가 아니라 자기 형이었음을 알았을때, 그가 처음 느낄 감정은 동병상련이 아닐까? 짝사랑하는 동지의식 비슷한 아픔같은... 동병상련이 사랑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어떻게 잘 그려갈 지가 엔리케라는 캐릭터 핵심인데, 붙임성좋고 배려심도 많고 밝고 낙천적인 엔리케에게서 많은 매력이 나올 듯 싶군요.  

 

엔리케의 눈에 들어온 고독미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 강아지가 걱정되어 119에 신고를 하고, 현관문 앞에서 남의 집 강아지를 걱정하는 그녀, 그는 한눈에 고독미의 외로움, 고독을 읽어냅니다.

 

골키퍼가 편할 것 같지만, 그 포지션 무지 힘들고 외롭다는 말은 고독미에게서 그와 같은 모습을 봤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짝사랑 서영이를 기다리기만 하는 그의 외로움과 힘듦이 누군가를 훔쳐보고 있는 고독미의 그것과 같았기 때문에 말이죠.

말 한마디도 못하고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 같은 얼굴을 하고, 그의 말을 겁먹은 얼굴로 듣고 서있는 여자, 무슨 이유인지 움추려든 어깨로 세상에 주눅이 든 것 같은 그녀에게 엔리케는 연민을 느끼죠. 그럼에도 그 연민을 동정으로 보듬으려 하지 않습니다.  

쓰러졌다가 일어난 고독미에게 무슨 이유냐고 묻는 대신 요리를 도와달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보이듯, 엔리케에게는 누군가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남자의 넓고 따뜻함이 있습니다. 고독미를 대하는 태도는(옥상에서 고독미를 입도 뻥긋못하게 밀어부치는 모습처럼) 일방적이고 막무가내처럼 보이지만, 그에게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예의가 보입니다. 이 캐릭터 그래서 무지 사랑하고 싶네요.

요리는 사람이 건네는 가장 따뜻한 말이며 사랑이다! 제가 엔리케의 스파게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입니다.   

 

엔리케는 무엇으로 그의 세상을 보게 될까? 다른 사람을 향하는 고독미의 눈이 아닐까? 그녀가 보고 있는 것, 그녀가 바라보는 사람, 고독미의 눈이 엔리케를 향하지 않기에, 고독미가 그녀를 보는 엔리케의 눈을 한참동안이나 보지 못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스파게티에 담기게 될, 그녀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려는 그의 마음도 말이죠. 

그래서 한동안 엔리케의 스파게티는 아픔이라는 이름을 가질 듯 합니다. 고독미가 엔리케의 따뜻한 마음을 너무 늦게 알아보지 않게 되기를... 

엔리케 금 윤시윤을 보면서 왜 이런 캐릭터를 고독미 앞에 나타나게 했을까를 생각해 봤습니다. 세상에 담을 쌓고 살아가는 고독미의 고민을 다 받아주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성숙한 어른이 아닌, 막대사탕을 물고 나타난 철부지 어린아이같은 엔리케였기에 말이죠. 그리고 아, 저거구나 했던 것이 스파게티 요리를 하는 남자였습니다.

 

행동이 어린애같고,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신입생처럼 호기심도 에너지도 넘치는 엔리케, 고독미는 그를 향해 '날 좀 내버려 두라'고 소리치지만, 이 캐릭터가 밀어내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에게서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은 어른스러운 모습을 봤기 때문입니다. 첫사랑 서영을 오랜시간 짝사랑해 왔으면서도, 그의 마음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의 형을 보는 소심한 그녀의 마음을 정확히 알려주기도 하죠. 그녀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수 있게... 어른스럽죠? 

겉으로 나타난 그의 행동은 어린아이처럼 막무가내이고 순진하기까지 하지만, 그가 세상과 사람을 보는 눈은 어른스럽습니다. 그래서 그는 누군가를 보듬어 줄 수 있는 남자입니다. 정작 그는 한발 뒤로 물러서며 아파하면서도 말이죠.

그래서 이 천방지축 남자가 내미는 손이 이끄는 세상은 고독미에게는 참 따뜻하고, 재미있고, 그와 함께 있는 것이 편할 것 같습니다아무렇게나 밀쳐져있는 아랫목의 이불처럼... 

 

이웃집 꽃미남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훔쳐보기 입니다. 나는 매일 그를 훔쳐본다는 고독미의 고백이 비단 고독미나 웹툰작가 김지훈에게만 해당되는 것인지... 우리도 누군가를 훔쳐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독미나 김지훈의 훔쳐보기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잃지 않아야 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은 아닌지, 비틀어 생각해보고 싶은 문제입니다.

문 두드리는 소리, 전화벨 소리, 인터폰 소리,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 고독미가 가장 싫어하는 것들입니다. 왜? 누군가를 만나야 하니까... 과연 나는 해당사항이 없을까?

 

***1,2회는 고독미와 엔리케의 시선에서 전체적인 드라마 감상의 줄기를 잡았습니다. 3회부터는 내용리뷰 중심으로 가겠습니다. 박신혜와 윤시윤의 이야기, 요즘들어 사랑이라는 주제가 너무 무겁고 버거워서 좀 유쾌한 사랑이야기를 보고 싶었는데, 이웃집 꽃미남이 그런 유쾌한 드라마가 될 듯합니다. 다른 월화드라마도 찍어둔게 있는데(야왕), 리뷰를  올릴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둘 다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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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1 09:07




망원경으로 한 남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는 여자를 보는 순간 영화 김씨표류기가(정재영, 정려원 주연) 떠올랐습니다. 

자살기도를 했지만 실패하고 밤섬에 떨어진 기괴한 생명체와 그를 관찰하며 세상밖으로 나온 여자의 이야기... 

제목이 끌리지 않아 보기를 주저했는데, 아들의 끈질긴 강권에 못이겨 2년전 한국에 갔을때 올레티비로 다운받아 봤던 영화입니다. 아들의 추천이 고마웠다는 한줄 감상평^^

 

비슷한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이웃집 꽃미남은 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들이 사랑스럽습니다. 김씨표류기에서 한강을 사이에 둔 그들의 거리는 근접한 아파트로 거리가 좁혀졌고, 그 사이에 세상과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조망권 확보문제라든지, 웹툰 표절이라든지, 전기요금 비교등의 시시콜콜한 일상이 그들 사이를 좁혀주고 있더군요.  

한남자의 일상을 훔쳐보는 여자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훔쳐보기는 관음증이라는 것과는 다른 훔쳐보기입니다. 세상에 담을 쌓고 살아가는 여자가 매일을 눈뜨고 힘을 얻는 에너지원의 하나입니다. 옆집 남자 김지훈(웹툰작가)의 말처럼 너무 맑고 착한 여자의 훔쳐보기는, 어쩌면 세상을 향해 손을 내밀고 싶어하는 그녀 자신에게 소리치는 절규였는지도, 아니 비상구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관음증이란 사전적 의미는 '이상 성욕 하나. 남의 알몸이나 성교하는 장면 몰래 훔쳐으로써 성적 만족 얻는 증세이다성적 흥분 얻기 위해 이상한 상상이나 행동 하는 성도착증 중의 하나로, 예술적 소재로부터 잔혹한 성범죄 행위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 걸쳐 나타난다'로 설명되어 있는데, 그녀 고독미의 망원경은 이웃집 남자의 성적 감상하기가 아닌, 짝사랑이라 말하면서 사생활 엿보기의 범죄적 행위(?)와 거리를 둡니다.

 

"짝사랑은 얼마나 수줍고 허약한가? 짝사랑은 스스로 걸어들어 갔지만 출구를 못찾고 갇혀버린 사랑. 시작은 내가 했지만 어느날 무심히 내 시야 밖으로 떠나면, 허망하게 끝나는 수동적인 사랑이다. 한 번도 싹이나 꽃을 피워보지 못해 열매를 꿈꿀 수 없는 잊혀진 씨앗같은 사랑, 이것이 자꾸 묻는 짝사랑이다". 

그녀의 짝사랑의 매개체는 이웃집 그 남자가 키우는, 고독미가 까망이(히포)라고 부르는 강아지입니다. 가을이라 이름 붙이고 싶은 그 남자, 어느 가을날 한줄기 빛처럼 고독미의 눈을 부시게 한 그 남자가 주인잃은 강아지를 데려가는 모습을 보며, 마치 누군가가 자기를 구해준 것 같은 감정을 느낍니다. 그 남자는 고독미 집의 두터운 커튼을 열어제치면 보이는 건너편 세상에 살고 있었습니다. 이런 것을 운명이라고 하는 걸까?

이후 고독미는 그 남자의 하루 일상과 함께 그녀의 일상을 시작합니다. 그가 일어나는 시간에 알람을 맞추고 일어나고, 그와 함께 티비를 켜고, 아침을 먹고, 그의 출근과 함께 그녀도 일(웹툰?)을 시작하죠.   

그리고 그 몰래 지켜보는 짝사랑은 어느 날 불쑥 튀어나온 갑툭튀에 의해 본의아니게 출구에 서게 됩니다. 그녀의 짝사랑을 봐버린 그의 집에 불쑥 나타난 한 남자(윤시윤)때문에...

그녀의 짝사랑이 끝이 났는지, 그 출구에서 마주한 그 남자와 사랑을 시작하게 될 지는 아직 모릅니다. 그 출구에 다른 무엇(사랑)이 기다리고 있는 지도, 다른 사랑을 찾게 될 지 역시도... 

 

고독미가 건너편 아파트 그 남자를 홀로 훔쳐보기를 하듯이, 그녀를 관찰하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401호 남자 웹툰 작가 김지훈(캐릭터 이름이 뭐시냐? 여튼), 그는 고독미를 앞에서 봐도 뒤에서, 옆에서 봐도 한마디로 맑고 착한 여자라며, 남들 눈에는 대인기피증으로 비춰질만큼 세상을 향해 벽을 쌓고 살아가는 여자의 투명한 내면을 읽어냅니다. 그 사연은 나오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동종업계이다 보니, 고독미를 봤던 일이 있었지 않았을까 추측만 하고 있습니다. 

극중 캐릭터 이웃집 꽃미남들 중에 김지훈과 윤시윤(엔리케)에 일단 급호감입니다. 고독미의 짝사랑 그 남자 한태준은 고독미만큼 무신경한 남자인 듯해서 아직은 정을 주지 못하겠더군요. 준수한 외모와 모범생같은 이미지가 주는 묘한 거리감이 느껴져서 말이죠.

형의 집에 온 지 하루만에 누군가 훔쳐보고 있다는 것을 동물적으로 느끼는 엔리케(윤시윤)의 열린 감각이 더 좋더군요. 사람들에게 관심많고, 세상에 호기심이 가득찬 똘망똘망한 그의 안테나, 그 속에 숨겨진 그만의 짝사랑의 아픔이 마음 한켠을 움직여서 말이죠.

좋아하면서도 고백조차 못하는 큐피트, 화살을 쏘려고 한국에 왔지만, 정작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보고 있음에 화살도 날리지 못하는 밝은 짝사랑, 그 밝음 속에 감춰버린 쓰라림을 보듬어 주고 싶어서 말입니다. 큐피트 엔리케의 화살이 고독미에게 날아갈 것임이 예상은 되지만, 그 화살이 고독미의 닫힌 마음을 어떻게 열어갈지, 무대뽀 적극적인 엔리케가 소심하기 그지없는 고독미의 감성들을 어떻게 터치해 갈지가 기대가 되는군요. 전 일단 고독미-엔리케 커플에게 지지 한표! 

 

어리버리하고 소심하지만 절약정신 생활력 하나는 짱인 고독미, 조망권 투쟁 반상회 1일대표를 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는 관리실 아저씨의 방송에 전전긍긍하다가, 옆집 401호 남자에게 전기료 절약 노하우를 가르쳐주고, 1일대표를 대신해 달라는 메모를 전하든 등 소심 속의 적극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 남자를 망원경으로 보다가 끓는 주전자가 강아지를 덮치는 것을 보고 무작정 그 남자를 따라나가지만, 말조차 건네지 못하는 소심한 여자, 까망이가 걱정되어 그 남자의 집 현관문에 귀를 기울이며, 강아지 까망이의 안부를 확인하고자 하는 고독미의 여리고 착한 연민은 그녀가 아직은 세상을 향해 완전히 자신을 단절하지 않았음의 가능성이겠지요. 그 모습이 사랑스럽습니다.

 

박신혜가 만들어가는 고독미라는 캐릭터는 드라마에서 많이 보여지는 답답함의 진수 캐릭터지만,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고독미라는 캐릭터를 오버하지 않고 사랑스럽기 그지없이 표현해서 기분까지 좋아지게 만들더군요. 가끔 여주인공의 심한 오버가 드라마를 보기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박신혜의 연기는 그게 없어서 좋네요.

웃집 꽃미남은 로코멜로 장르지만, 그 속에 함축된 생각거리들이 참 많은 드라마더군요. 조망권 확보를 위한(보상금을 위한) 반상회는 사회적 메시지를 터치해주는 영리함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고독미의 세상 속에 섞여드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로코의 장르를 무겁게 끌고 가지 않습니다. 

이 드라마의 시선이 극단적인 양극화가 없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듭니다. 오션스 빌리지 구건물과 신축 건물 사이에 존재하는 빈부의 간극도 심하지 않아서 보기 편하고, 무엇보다 젊은 자식들의 삶과 사랑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요상스런 부모들이 없는 듯해서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고독미가 세상에 담을 쌓게 된 이유가 뭘까? 그녀의 트라우마 혹은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 핑크털 박수진(네 이름은 뭐시냐?)을 보고 기절까지 해버린 고독미의 마음의 상처는 무엇일까? 흥미로운 복선들은 고독미에게서 타인이 아닌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고독미의 두터운 커튼과 세상으로 향하는 그녀의 유일한 소통창구인 유리창, 고독미를 커튼 속에 가둔 것은 세상이었을까? 그녀 자신이었을까? 사람들은 종류는 다르겠지만, 누구나 벽 하나쯤은 가지고 살고 있죠. 상처없는 사람이 없듯이, 아픔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듯이, 세상에 대한 환멸이 되었든, 가족사가 되었든, 사람에 대해서든, 사랑에 대해서든... 

 

고독미가 세상이 내밀어 준 손을 잡고 나오는 과정에서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지는 않을까? 알게 모르게 무관심 속으로 던져두고 있는 세상에 대한 관심들, 사람에 대한 관심들... 그래서인지 세상에 등돌리고 칩거한 고독미에게 손을 내민 엔리케(윤시윤), 그 녀석의 밝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이 벌써부터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박신혜의 연기를 보면서 좋았던 캐릭터의 해석이 사람의 시선을 피하는 고독미의 눈동자였습니다. 자칫 과하면 염세적이면서 뭔가 죄지은 사람같은 눈으로 표현될 수 있었는데, 맑고 착한 사람이라는 눈빛을 잃지 않더군요.

수줍고 허약해서 허망하게 끝나버린 수동적인 사랑, 고독미라는 캐릭터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과거 여고생 고독미가 받은 상처, 그 어느 한 지점에서 멈춰버리고 닫아버린채 성장하지 못한 자아처럼 말입니다. 

그녀의 이웃집 꽃미남들은 그녀의 수동적인 자아를 능동적으로 바꾸게 할 촉매제가 되겠지요. 피동적이고 수동적인 사랑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랑을 하는 고독미로 성장해 가기를 바래봅니다. 세상밖으로 나오기 시작한 고독미, 성장이 멈춰버린 자아가 사랑과 함께 눈을 뜨기를 바래봅니다. 

 

고독미, 너무 맑아서 너무 여려서 아픔을 감당하지 못하고 세상을 차단해 버린 여자, 사람의 눈을 피하는 퀭하고 초점잃은 고독미의 눈, 그녀가 사람을(세상을) 직시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 여자를 세상밖으로 끄집어 내주는 것은 무엇일까? 그녀의 두터운 마음의 담을 허무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일까?'를 지켜보는 과정이 유쾌하면서 달달하고 재미있을 듯 합니다.

 

***이웃집 꽃미남 1회 리뷰는 내용정리보다는 이 드라마를 어떤 시선으로 볼까에 대한 개괄적인 리뷰글로 올렸습니다. 다음 2회 리뷰는 엔리케 윤시윤이 보는 세상이야기로 가겠습니다.

***독자분들... 댓글방은 열려있습니다.  웹툰을 좋아하는 분들, 댓글방에서 다른 웹툰들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드라마 리뷰를 보는 재미도 더했으면 싶습니다.

 

***이웃집 꽃미남으로 새해들어 첫드라마 리뷰를 다시 시작했는데요, 나를 세상밖으로 끄집어 내 준 드라마나 책,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마음 나눠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드라마가 저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습니다. 유학생 엄마로 살림만 하면서 갇혀버린 생활을 하고 있을때, 저를 끄집어 내 준 것이 드라마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 리뷰라는 작업이 저를 블로그라는 공간에 가둬버리기도 했지만...

그리고 지금은 드라마 리뷰를 통해, 블로그라는 공간을 통해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소통이 이뤄지는 이곳이 제겐 세상과 연결된 또 하나의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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