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에 해당되는 글 20건

  1. 2012.09.10 '넝쿨째굴러온당신' 윤여정의 명품연기, 휴전은 있어도 종전은 없다 (4)
  2. 2012.09.03 '넝쿨째굴러온당신' 천재용 거절한 방이숙, 이유있는 열등감 (6)
  3. 2012.09.02 '넝쿨째굴러온당신' 천회장(이재용), 본전도 못 건진 첫대면 (6)
  4. 2011.12.29 '뿌리깊은 나무' 시청자가 뽑은 명장면 베스트, 최고의 코믹왕은? (9)
  5. 2011.12.23 '뿌리깊은 나무' 시청자 울리고 감동시킨 최고의 명장면 (36)
2012.09.10 08:20




마무리를 위한 마무리여서 마지막회는 다소 산만하기도 했지만, 모든 인물들에게 해피엔딩을 선물했습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국민드라마로 사랑받은 이유는 막장소재가 없었다는 것도 한 몫했습니다. 

조카를 유기한 작은어머니로 출생의 비밀을 안고 시작은 했지만, 고부전쟁으로 일컬어지는 시월드 입성으로 형식을 탈피해 새로운 가족 이야기로 전개했지요.

무엇보다 장용, 강부자, 윤여정 등 중견연기자들은 드라마를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힘을 보여줬습니다. 적재적소에 배치한 개성강한 배우들의 감칠맛나는 연기는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각 캐릭터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인 박지은 작가는 국민드라마로 만든 숨은 공신입니다. 

 

작은 아들 방정훈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는데, 드라마 등장인물이 많다보니 작가가 잊은 것은 아닌가 싶더군요. 마지막회 옥에 티라면, 이숙의 결혼식장을 홀로 장례식장으로 만든 푼수 이모 엄순애(양희경)의 분량이 과도하게 많이 나와 조금 그렇더군요. 가족들 중에 조금 모자란 가족도 있고, 분위기 파악못하고 초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지만, 이숙의 결혼식장에서 하객의 이목을 집중시킨 흐느낌은 난감했습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맥주 두 병에 정신줄을 놓은 방귀남과 천재용의 흐느적 거림은, 두 번 보니 오버스러운 연기티가 팍팍났고요.

 

넝쿨당의 유쾌함은 결혼식을 올린 커플은 예측한대로 천재용-방이숙이었지요.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커플이자, 드라마를 보는 크나큰 재미이기도 했습니다. 곰팅이와 점장님의 감칠맛 나는 사랑때문에 울고 웃었던 일들이 많았네요. 

 

특히 이희준의 재발견은 드라마가 건진 수확입니다. 애드리브인지 연기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천재용이라는 캐릭터를 매력덩어리로 만든 이희준, 곰팅이 조윤희와의 애간장 녹이는 사랑은, 재벌아들과 소시민의 딸이라는 흔하디 흔한 드라마의 공식을 따르지 않았던 것이 신선했지요. 재벌 아들을 안좋은 조건으로 만든 박지은 작가의 비틀기는 현실감을 떠나 통쾌하기도 했네요. 이희준-조윤희는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베스트 완소커플이었습니다. 이 귀여운 커플과 헤어져야 하는 것이 슬프네요ㅜㅜ.

 

천방커플의 결혼식에 재등장한 천회장(이재용)이 반갑더군요. 양가 아버지가 나와 축사 한마디를 하라는데, 천회장다운 덕담을 건네 결혼식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아들아, 달리 할말은 없고 장가가서 부디 인간이 되거라. 미모가 출중한 내 며느리 이숙아, 재용이가 말 안들으면 즉각즉각 얘기해라. 내 반 죽이뿌께. 대신 반품은 안돼". 반품불가, A/S만은 확실하게 책임지겠다는 천회장때문에 빵터졌네요.

극중 방장수 역으로 드라마의 기둥역할을 해준 장용은 마지막회에서도 아버지의 진한 부성애를 느끼게 하는 편지로 뭉클하게 했습니다. 귀남의 실종으로 이숙이 커가는 그 귀한 순간들을 놓치고 살았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전하는 방장수, 할머니 전막례와 엄청애도 같은 마음이었겠지요.

무뚝뚝하고 애정표현할 줄 모르는 방장수가 이숙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가슴 찡했습니다. 그 연세의 아버지들이 결혼하는 딸에게, 그리고 사위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분이 드물지 싶어서 말입니다. 이심전심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으려니 하는 것이 대부분이잖아요.

지환은 윤희네 가정으로 입양되어 성도 방씨로 바꾸고, 귀남과 윤희(임신중)의 첫째 아이가 되었지요. 지환의 입양이 개인적으로는 윤희네보다는 방장수와 엄청애를 위한 선물(축복)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따지고 보면 30년만에 찾은 방귀남은 다 큰 성인을 입양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여섯살에 헤어진 아들이 어떻게 자랐는지 지켜보지 못했던 방장수 부부에게 귀남은, 아들이지만 윤희처럼 타인이었을 겁니다. 핏줄이라는 것 외에는 방귀남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몰랐던 그들이었을 테니까요.

방귀남과 방장수 부부가 아무런 갈등을 겪지 않을 수는 없었겠죠. 며느리 윤희를 사이에 두고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생활습관, 사고방식 등에서 오는 갈등은 윤희가 장수빌라 가족과 섞여살면서 겪는 것과 같았을 겁니다. 다만 피로 맺어진 가족이기에 윤희와 겪는 감정대립과는 달리 넘어가고 풀어가는 과정이 훨씬 수월하겠죠.

 

3대가 목욕탕에서 등을 밀어주는 모습은 메시지와 감동이 있었던 장면이었습니다. 장면만으로 그쳐버려 그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더군요. 방장수가 귀남에게 지환이를 우리집에 잘 데려왔다는 말을 한마디했더라면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지환이를 입양하겠다는 결심을 밝혔을 때, 엄청애와 자리에 누워 나눈 대화로 방장수에게 지환이 어떤 존재가 될 것임이 나오기는 했지만, 한 번 더 짚어줬더라면 드라마의 주제가 더 드러나지 않았을까 싶었거든요.

 

아들 귀남이를 키우지 못해 놓쳤던 것들을 지환에게 다 해주고 싶다고 했던 방장수였지요. 낚시도 함께 가고, 운동회도 따라가고... 크면서 사춘기도 겪고, 입시지옥도 겪고, 군대도 가고, 가정을 일구고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귀남이 대신 지환을 통해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냐고, 그래서 감사한 아이라는 말을 해줬으면 싶더라고요. 잃어버린 귀남이를 포기하지 않았던 방장수와 엄청애에게 준 선물과도 같은 아이가 지환이었으니까요. 귀남이를 대신 키워준 양부모에 대한 감사를 같은 방법으로 갚고 싶은 방장수의 마음이 비춰졌더라면, 장용의 묵직한 연기와 함께 드라마 주제의식을 한 번 더 상기할 수도 있었을 듯 하고 말이죠. 작가가 드라마 과정에서 다 넣었던 주제였지만, 마지막회에서 한번더 정리를 해줬으면 좋았겠다 싶었네요.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하지요. 지환의 유치원 운동회에서 느껴졌던 것입니다. 3인4각 경기에서 지환과 윤희, 엄청애가 역전승(?)을 하고는, 기쁜나머지 엄청애를 팽개쳐 버리고 셋이서 환호하는 모습을 방장수와 엄청애가 불만스런 표정으로 올려다 봤지요.

그 마무리가 개인적으로는 좋았습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큰 줄기인 고부전쟁의 결말을 그 한 장면으로 보여주었거든요. 전쟁이라고도 표현되는 고부갈등의 결말을 '휴전은 있지만 종전은 없다'로, 가장 현실적으로 결론낸 것이죠.

살면서 좋은 일로 웃다가도, 오해로 갈등을 빚고 싸우기도 하는 것이 인간관계잖아요. 가족들도 마찬가지지요. 엄청애(윤여정)가 윤희를 째려본 것은, 고부갈등이라는 것이 드라마의 해피엔딩처럼 '모든 갈등도 이제 끝!'하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함이었습니다. 부딪히기를 반복하고 화해하고 이해하면서, 갈등의 정도가 작아지겠지만요. 마지막 엔딩까지도 시어머니라는 캐릭터를 살린 윤여정의 명품연기였습니다.

 

그리고 방장수와 엄청애의 표정에 나타난 감정도 의미있었습니다. 관록있는 윤여정과 장용의 연기는 참 많은 감정들을 읽게 합니다. 방장수와 엄청애의 감정은 이런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지 자식만 눈에 보이고, 늙은 애미 애비는 눈에 안보이냐? 고얀 것들!'.

부모에게 받은 사랑이 이렇게 되물림되면서 자식사랑으로 이어지는 것, 그리고 그 자식은 또 그 자식에게 사랑을 되물림하고... 이런 것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의 사랑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부모에 대한 사랑이나 존경심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겠죠. 부모만큼 자식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 가르치지 않아도 부모가 되는 순간 배우는 것이라고 말이죠.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참 좋은 드라마였습니다. 3인4각 경기처럼 모르는 남남이 가족이 되어 살면서, 때로는 삐그덕거리기도 하고, 한마음으로 호흡을 맞추기도 하고, 그렇게 울고 웃고 화내고 싸우고 화해하고 사는 것이 가족들이라고 말합니다. 

긴 시간 봐왔던 드라마의 마지막회, 두 가지가 아쉬웠습니다. 평범한 소시민들의 소소한 일상을 담으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가 끝났다는 것이 많~이 아쉽고, 임팩트없었던 마지막 마무리는 쬐끔 아쉬웠습니다. 지난회 윤희의 나레이션이 너무 일찍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마지막회 마무리멘트로 넣었으면 나았을 듯 싶어 다시 옮겨봅니다.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는 무슨 일이든 예측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결혼은 좋지만 시댁은 싫다던 나는, 이제 그들과 함께 섞여 사는 일상이 자연스럽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것, 살아봐야 아는 것, 내가 직접 겪기 전엔 장담하면 안되는 것, 이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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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3 08:12




죽어봐야 저승을 안다고 우는 이숙을 보니, 이별을 하고서야 얼마나 천재용을 좋아하는지 보이더군요. 오매불망 세상에서 가장 이쁜 이숙바라기 천재용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죠. 여자가 방이숙씨 하나 뿐이겠냐고 자존심에 스크래치 크게 났을 법도 한데도, only이숙인 천재용이 눈물을 흘리며 이숙의 집을 향했는데요, 이숙과 헤어지고 한 끼도 먹지를 못했는지 힘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태영에게 "나 진짜 죽을 것 같다"고 하는데, 저러라 일나겠다 싶더랍니다. 과일바구니를 들고 방이숙 집으로 찾아가 정면돌파를 하는 천재용, 역시 남자답더군요. 열 번 찍어 안넘어 가는 나무 없고, 지성이면 감천이랬다고, 이숙도 이번에 마음을 확실하게 잡을 듯 하더군요. 
결혼은 하지 않을 테니 걱정말라고 천회장(이재용)을 당황하게 한 방이숙, '결혼도 하지 않을 거면서 왜 남의 아들 맞선은 파토를 냈냐고!!'의 심정으로 돌아갔을 천회장이겠지요. 애 다섯쯤 낳겠다는 말에 뭔가 기대를 하고 대구로 내려간 천회장님, 아무래도 다시 와서 집안 차이때문에 고민하는 방이숙에게 확답을 줘야 할 것 같네요. 사람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나는 것 아니듯이, 부모님 상처받을까봐 좋아하는 사람 그냥 보내려는 이숙이 좀 안심시켜 줬으면 좋겠네요. 천회장님, 딸들은 몰라도, 아들 하나는 확실하게 잘 키우셨습니다. 무엇보다 3대독자 다 죽게 생겼습니다. 
방이숙의 고민은 답답해 보이기는 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고민일 겁니다. 방이숙이 양가 집안의 차이를 고민하지 않았으면, 천재용에게 결혼하지 않겠다는 말을 그렇게 강하게 말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요. 혼기가 찬 남녀이니 결혼을 전제로 사귀어보자고 했을 듯도 싶고요. 
방이숙이 천재용과의 교제를 두고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천재용이 회장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부터였지요. 첫사랑 규현의 프로포즈를 거절한 것은 천재용이 회장님의 아들이 아니라, 천재용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없고 농담 잘하는 남자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처음으로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귀한 사람이라고 말해 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점장님이 편하고 좋았는데, 화장님의 아들이라고 하니 이숙은 덜컥 겁이 나고 두려웠습니다. 서로 자라온 환경과 형편이 다른 데서 오는 불편함들을 이길 자신이 없었겠죠. 드센 누나들이 떼거지로 몰려온 일을 겪기도 했던 이숙이니 말입니다.
자기때문에 오빠 귀남이를 잃어버렸다는 죄의식은, 이숙을 자신감없는 열등감덩어리로 자라게 했습니다. 되도록이면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없는 듯 지내려고 했고, 되도록이면 집에 손 내밀지 않으려고 투정 한 번 부리지 않았던 이숙입니다. 
오빠를 찾고 이제서야 집안이 조용하고 편해졌는데, 할머니가 미안했다는 말도 해주고, 그래서 이숙도 오랜 죄의식에서 벗어나고 있었는데, 너무 차이가 나는 집안과의 혼사문제로 어른들이 상처를 입을까 두려운 이숙입니다. 혹이라도 부모님이 자존심을 상하실까 염려되는 이숙이고 말이죠. 천재용 집에서도 이숙과의 결혼문제로 집안분란이 일어날까, 그것도 싫은 이숙입니다. 어쩌면 이리도 생각이 엽렵하고 속이 깊은지 말입니다.

점장님과 지금 이정도가 좋았다고, 결혼이야기를 왜 자꾸 힘들게 꺼내냐는 방이숙, 결혼은 싫다고 딱잘라 말하지요. "다른 남자가 아닌 내 아를 낳아 도!" 정말 '돌겠네' 천재용이더랍니다. 결혼 상관없이 사귀기만 하자더니 결혼하자고 한다며, 말이 왔다갔다 하는 사람은 마음도 왔다갔다 할 것같아 믿음이 안간다고 쌩 가버리지요.
결혼하자는 프로포즈에 싫다고 거절한 이숙, 레스토랑 영업시간이 끝나고 직원들 다음 업무를 지시하면서, 천재용이 또다시 공개 프로포즈를 했지요. "방이숙씨는 나랑 결혼하는 게 어때요? 결혼합시다". 두근~ 손님의 프로포즈 이벤트보다 이 프로포즈가 더 마음에 들었는데, 방이숙은 여전히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는지 자리를 나가버렸지요.
"그렇게 겁많고 열등감 많고 못났어요, 제가... 누가 이렇게 절 좋아해 준 것 처음이었어요. 근데 여기까지 인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거 감당할 사람이 못돼요".
어른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자란 이숙입니다. 자기때문에 오빠를 잃어버렸으니까요. 그런데 또 비슷한 일을 감당해 낼 자신이 없는 이숙입니다(이숙이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당!!). 여자(이숙)때문에 점장님이 부모와 사이가 틀어지고, 누나들과도 소원해지고, 그런 일들을 겪을까봐서 말입니다.
이숙의 열등감은 자라온 환경에서 비롯된 이유가 크지요. 할머니는 눈도 마주쳐 주지 않았고, 할머니의 눈치를 보느라 아버지와 어머니는 대놓고 이숙을 좋아해 주지도 못했습니다. 그런 속에서 자란 이숙이기에 주눅들기도 잘하고, 오빠자리를 대신하지 않을까, 오빠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자신을 예뻐해주지 않을까 싶어서, 사내처럼 행동하면서 자라기도 했던 이숙이었을 지도 몰라요. 
아무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던 이숙을 처음으로 좋아해 준 사람이 점장님이었습니다. 이숙이라고 그런 천재용이 싫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자때문에 아들, 동생 잃었다는 말을 감수하면서 까지 점장님을 택할 자신은 없었던 이숙입니다.
"점장님이 좋아요. 하지만 내 인생을 바꾸고 싶을 만큼은 아니에요", 지난 30년을 그렇게 살아왔던 것처럼, 천재용을 택해 다시 같은 인생을 살기 싫은 방이숙, 그 심정이 이해가 되더군요. 서른 살 이숙이 자라온 환경의 특수성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숙도 죽을 것 같이 아픕니다. 막상 레스토랑을 그만두고 점장님을 보지 못하니, 보고 싶어 미치겠는 이숙입니다. 천재용은 더 심했지요. 보아하니 물 한 모금도 넘기지 못한 몰골이더라고요. 방이숙이 없는 레스토랑은 텅빈 사막과 같습니다. 
이숙을 보러 장수빌라에 들어선 천재용,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온 식구가 모여 막 식사를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옥탑방 윤빈이 이사를 가게 되었고, 장군이가 CF를 찍게 되었고, 윤희네는 지환이를 입양하겠다는 좋은 소식들이 있는 자리이기는 했지만, 엄청애의 사심은 사실 다른 곳에 있었지요. 동네에 수상한 사이라는 소문이 쫙 돈 일숙과 윤빈때문에, 윤빈을 사위대접하고 싶어하는 마음도 있었던 엄청애였지요. 구하기 힘든 씨암탉까지 잡아서 말입니다. 일숙은 사심이 있다는 윤빈의 고백을 거절하고 윤빈의 매니저로 남고 싶다고 했지만, 민지도 있고 하니 시간을 가지면서 좋은 관계로 발전했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어째 진짜 씨암탉 주인은 따로 있어 보이더랍니다. 세광과 결혼하겠다는 말을 또 막아버린 딩동소리! 말숙과 세광을 보니, 도와주는 이가 없군요. 제 개인적인 마음은 세광이 군대다녀와서도 두 사람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그때가서 결혼을 해도 될 듯한데 말입니다. 마음이 변할까봐 결혼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 뿐더러, 그렇게 변할 마음이면 짝이 될 운명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 좀더 시간을 가지고 기다렸으면 싶네요.
여튼 피골이 상접한 몰골로 천재용이 장수빌라 가족들을 놀라게 했는데요, 천재용이 자기집안 문제를 털어놓고, 이숙을 어떻게 지킬지 가족들 앞에서 자신있게 말했으면 좋겠네요. 장수빌라 식구들도 집안차이때문에 불편한 점도 없지않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의 마음이니 응원해 줄 듯 싶은데 말이죠.

이숙의 열등감, 이 고치기 힘든 30년 병을 세상에서 이숙을 가장 사랑하는 천재용이 말끔히 치유해줬으면 싶습니다. 이숙의 열등감은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라는 데서 비롯된 것이니 말입니다. 더불어 이숙에게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애정을 표현하지 못했던 부모마음을 이숙도 알았으면 싶고요. 이숙도 방장수와 엄청애에게는 아프고 소중한 손가락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세상에 어느 부모에게 귀하고 소중하지 않은 자식이 있겠어요. 
태어나서는 안될 아이라는 죄의식으로 살아온 이숙,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랍니다. 부모님과 형제들, 그리고 천재용의 사랑을... 방안에서 울고 있는 이숙이 뛰어나와 천재용 품에 쏙 안겼으면 싶군요. 온 가족의 축하인사를 받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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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2 08:15




故최진실 주연의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 입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입니다. 어린아이 때 스웨덴으로 입양을 간 유숙(수잔, 최진실)이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받고, 독립한 후에는 자신의 정체성으로 방황하며 한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혼자 아이를 기르면서 친어머니를 찾는 내용입니다. 한국의 해외입양문제에 대한 비판과 자기반성의 눈물을 흘리게 했던 문제작이었습니다. 
윤희가 지환이를 입양할 결심을 굳힐 듯 합니다. "나 이 아이의 엄마에요"라고 말하는 순간, 지환이도 놀랐고, 누구보다 윤희 자신이 놀랐을 겁니다. 보호자, 이모, 고모, 후원자 등등 많은 단어가 있었을텐데, 잠시 멈칫했다가 '엄마'라고 힘을 주어 말하는데, 눈물이 나더군요.
봉사점수때문에 형식적으로 인증사진만 찍어대는 학생의 어머니 정말 짜증 제대로더군요. 지환을 보고 표정이 어둡다느니, 웃으라며 얼굴을 만지는데, 저런 몰상식한 여자가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 봉사점수를 채우기 위해 마음에서 우러 나오지도 않는 봉사를 하러 온 학생이나 그 엄마나, 요즘 세태를 반영하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리더군요.
형에게 중요한 사진이라며 웃기를 강요하는 학부모, 저런 여편네가 있을까 싶겠지만, 자기 아이 봉사점수를 위해서라면, 어린 아이에게 상처가 되는 말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없는 것도 아니라 씁쓸했습니다. 웃으면서 사진 찍으면 초콜렛을 주겠다는 말에 어찌나 화가 나던지 눈물이 핑글 돌더군요. 가서 카메라를 패대기 쳐버리고 싶더군요.
백화점에서 산 옷을 주고 돌아가는 길에 지환이에게 줄 홍삼을 깜빡했던 윤희가 그 모습을 보고 말았지요. 지환이를 밀쳐내고는, 초콜렛을 주겠다며 다른 아이를 부르는 모습에 윤희의 눈에 불꽃이 일었지요. 봉사나왔다는 학생 어머니인듯 한 여편네들(죄송합니다, 화가나니 말이 곱게 안나오네요) 뭘 모르나 본데, 시설에 있는 아이에게도 초상권이 있고, 특히나 인권을 보호해 줘야지요. 사진을 찍을 때는 본인이나, 아이가 어린 경우는 임시보호자에게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네요.  
엄마라는 말을 윤희가 욱 해서 던진 말은 아니었을 겁니다. 윤희도 지환의 입양문제를 두고 고민하고 있었고, 단지 자신이 없었을 뿐이었지요. 한 아이의 부모가 되어 그 아이의 인생을 책임진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니 말이죠. 잘 키울 자신은 없을 윤희일지는 모르지만, 하나만은 자신있었을 듯 합니다. 지환이를 보호해 줄 수 있을 거라는... 엄마가 반드시 아이를 낳아야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보호하고 아끼고 싶은 마음이 모성이라는 것, 그런 것이 엄마라면 윤희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환에게 일고 있는 감정이 엄마의 마음이라는 것을 윤희도 알게 될 듯 합니다. 새 가족을 기다리거나, 엄마가 찾으러 오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엄마라는 말이, 얼마나 그립고 눈물나고 서러운 말일까요? 지환에게도 그랬을 겁니다. 지환이 앞에서 이 아이의 엄마라는 말을 한 윤희, 그 말에 책임을 졌으면 싶네요.

결말을 남겨두고 관계 정리에 들어가기 시작했는데요, 방귀남은 진심으로 작은어머니 장양실을 용서하면서 용서쿠폰을 쓰라고 하지요. 장양실은 누구때문도 아닌, 자기의 잘못이라고 귀남에게 사과했습니다. 입영통지서를 받은 세광에게 말숙이 결혼하자며 변치 않을 사랑을 약속하기도 했지요. 무엇보다 윤빈이 일숙에게 키스로 사심을 전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연인으로 발전할 것임을 암시했습니다.
그리고 넝쿨째 굴러온 당신 최고의 관심사, 천재용-방이숙 커플의 결혼이 임박했습니다. 베일에 싸인 인물 천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이재용, 와 대박입니다. 천재용의 아버지로 많은 중견연기자들을 떠올려 봤었는데, 그 모습을 드러낸 순간 '맞다, 딱이다' 싶었네요. 예비며느리와의 첫 대면에 놀이터에서 쭈쭈바를 빨다니, 이 쭈쭈바 커플도 상당히 매력적이더군요.
천회장님, 체면도 사회적 지위도 다 잊고, 말끔한 양복입고 그네에 앉아 예비며느리 방이숙 면접을 봤는데, 방이숙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더군요. 말은 "이 결혼 반대한다"고 대구로 내려갔지만, 애 다섯 낳겠다는 방이숙의 말에 벌써부터 손주 손녀들에 둘러싸인 모습을 상상하고,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비행기를 탔을 듯 합니다. 천재용과 어쩜 이렇게 닮았는지 말입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더랍니다.
맞선녀가 집에가서 뭐 그런 남자가 있느냐고 일렀나 보죠? 한달음에 달려온 천회장을 보면 말입니다. 천재용은 불같은 아버지를 피해 놀이터에서 잠시 기다리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이숙은 그냥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거짓말을 한 것을 직접 해명을 해야겠다고 레스토랑으로 달려가지요.
차막히는 서울의 도심, 천회장 짜증 제대로 올랐습니다. 얼른 임신 진위여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러다가 도로를 열심히 뛰어가는 방이숙을 보게 되었지요. 어라, 입사지원서에 붙어있는 방이숙입니다. 천재용이 눈썹 휘날리게 레스토랑으로 뛰어가 이숙이 아버지를 만나는 것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먼저 만나고 말았지요. 역시 이숙이 답더군요. 편안한 장소에서 이야기 좀 하자니, 헐! 천회장을 모시고 간 곳이 놀이터입니다. 참 소탈하고 순수한 이숙, 이러니 재용이 이숙에게 뻑이 간 것이겠죠.
그네에 앉으시라고 하고는 쭈쭈바를 내미는 방이숙, 상상도 못했던 방이숙의 행동에 천회장 뭐에 홀린 것 같습니다. 회장 체면도 잊고 앉으란다고 그네에 고분하게 앉고는, 쭈쭈바까지 받아 맛있게 빨아드시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쭈쭈바 좋아하는 것은 혹 집안내력?ㅎㅎ
"죄송합니다. 아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점장님 선보는 게 싫어서 거짓말 한 겁니다", 그 순간 실망하는 천회장의 표정을 이숙이 봤어야 하는데, 곰팅이라 눈치가 있을 리가 없지요. 이 결혼 반대한다는 천회장의 말에, 속사포처럼 튀어나오는 이숙의 대답에 당황한 것은 천회장이었지요. "네, 저도 결혼 안합니다. 그 점은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결연한 의지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하니, 천회장 기가 차지요. 뭐야, 이 아가씨???
신입사원 면접볼 때 늘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며, 방이숙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는 천회장이지요. "10년 뒤에 어떤 모습으로 살 것인가?".
시골에서 텃밭 가꾸고 마당에 강아지 키우면서 가구공방을 운영하고 싶다는 이숙, 이어지는 말에 천회장 눈이 번쩍 뜨이지요. "애도 한 다섯쯤 낳아서 키우면서요".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다섯씩이나? '하이고야, 손주들이 넝쿨째 굴러오겠구나'. 다섯이나 낳는다고 하니 손이 귀한 천씨집안 경사로다입니다.
3대독자 재용이는 서른이 넘도록 장가도 안가고 회사경영에도 관심없고, 믿었던 딸래미들도 손주 하나 안겨줄 생각을 안하고 있으니, 애가 타는 천회장이었죠. 자식 효도한다는 게 별거 아닌데 이 불효막심한 자식들은 그리도 바라는 손주 하나 안겨줄 생각을 안하는데, 이리 기특한 아가씨가 있다는 것이 신기한 천회장입니다. 점수 90점은 따 버린 방이숙입니다.

하나 걸리는게 재용이와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눈 동그랗게 뜨고 단호하게 말하니, 천회장 쬐끔 괘씸하지요. 점장님을 사랑하고 있으니 잘 좀 봐달란다거나, 잘하겠다고 허락해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딱 잘라 결혼은 안하겠답니다. 마음에 드는 아들 녀석은 아니지만, 집안, 돈, 인물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천씨가문 3대종손인데 결혼은 싫다고 튕기니 말입니다. 
결혼도 안하고 애를 다섯이나 낳을 생각이냐고 하니, 결혼을 해야 애를 낳는 것 아니냐고 결혼의사를 밝히는 방이숙이었지요. "우리 재용이 하고는..", 어떻게라도 재용이와 연결시켜 보려는 천회장의 애타하는 눈치도 모르고, 이숙은 천회장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또 약속을 하지요. "걱정마십시오, 점장님하고는 절대 결혼하지 않을 겁니다". 헉, 이 아가씨 점점 마음에 드는데 "와?"만 반복하게 합니다. 천회장 이재용, 왜 왜 왜 하는데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결혼을 안하겠다는 자세는 좋은데, 왜 내 아들하고 결혼하기 싫은 거냐고 물어보지요. "결혼은 비슷한 집안끼리 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어지는 천회장의 말에 빵 터집니다. 이숙이는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감도 못잡던데 말입니다. "우리도 원래 이리 부자로 산 것은 아니었다. 재용이 어렸을 때 엄청 힘들었어".
점장님 부모님도 제가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이숙의 부모님도 싫어하실 거라고, 한 술 더떠 못을 박아버리는 이숙입니다. 부자라 부담스러워 하실거라고 말이죠. 천회장, 살다살다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는 처음입니다. 어째 아쉬운 사람이 뒤바뀐 꼴입니다. 하마터면 '우리 재용이랑 경혼해달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 한 것을, 간신히 참은 천회장같더랍니다.

뒤늦게 놀이터로 달려온 천재용, 어디 맞은 데 없냐고 걱정부터 하지요(천회장님, 다 큰 아들 머리통 때리는 건 좀;;). 이놈이 내를 뭘로 보고, 처음 본 아가씨를 설마 팼을까? 노여워 하는 천회장 속을 박박 긁어대면서 말입니다. 결혼은 집안끼리 한다는 말에도 천재용, 개념있게 옳은 소리를 하더군요. "결혼은 남자랑 여자랑 하는 거죠. 전 좋아하는 여자랑 결혼 못하면 혼자 살 겁니다. 아니면 종교단체에 귀의할 겁니다".
종교단체에 귀의를 하든, 혼자 살든 이 아가씨가 결혼을 하지 않는다잖냐? "말했잖아요. 제가 이 여자 좋다고 매달리는 거라고! 이렇게 매달려 본 여자가 있다는 게 자랑입니다. 제 인생의 자랑입니다". 
공항가는 길, 이빨 들어가지도 못할 소리를 또 하는 천회장이었지요. "헤어져라, 바보같은 놈아, 결혼도 안한다는데....", 이제 거의 넘어왔다고 자신만만한 천재용, 치한 취급 받으며 쓰레기 봉투로 얻어맞으면서 시작된 첫만남, 여기까지 오는데 애먹었지만 아버지 반대는 걱정안한다고 자신감을 비추는 천재용이지요.
이숙바보 천재용, "이뻐. 살다살다 그렇게 이쁜 여자는 본 적이 없어", 살다살다 이렇게 여자에게 콩커플이 단단히 씌워진 재용씨같은 캐릭터를 본적이 없어~ 부디 그 마음 그대로 검은 머리 파뿌리될 때까지 행복하쇼^^

손주 생겼다는 말에 한달음에 달려왔건만, 궁뎅이 반도 못 걸칠 손바닥만한 그네 판대기에 앉으라 하고는, 생과일 주스도 탐탁치 않을 판에 쭈쭈바 하나 달랑 손에 쥐어주고는, 손주는 커녕 부잣집 아들과는 결혼 안한다며 먼저 퇴짜를 놓는 방이숙때문에 본전도 못 건진 천회장입니다. 본전 건지러 금방 다시 올라오셔야겠네요ㅎㅎㅎ. 다섯 낳겠다는 것 하나는 마음에 들더라며 대구로 내려 간 천회장, 다시 얼른 올라왔으면 좋겠네요. 방이숙의 치명적인 매력을 겪어보면, 천회장님도 방이숙에게 쏙 빠질테니 말입니다. 날도 선선해졌는데 후딱후딱 날잡아야죠. 아이 다섯 낳으려면 서둘러야지요! 보자... 지금 결혼하면 내년 추석 즈음에는 손주자랑하러 친구들 모임에도 나갈 수 있을 것 같네요.
자석처럼 손 꼭 잡는 사이가 된 윤희와 재용, 재용의 박력넘치는 프로포즈에 이숙도 시청자도 깜놀했답니다. 싫어지면 아무 때나 차도 좋으니까 싫어질 때까지만 사귀어달라고 통사정을 했던 천재용, "우리 아버지 소원이 손주 손녀들 한테 파묻혀 보는 건데 방이숙씨가 애를 다섯 낳고 싶다고 하는 얘기를 듣는 순간, 그 양반 눈이 갔더라고. 방이숙씨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거지. 우리 아버지한테 엄청 큰 희망을 준 겁니다. 책임져요. 나랑 결혼합시다".
그렇지 그거야! 이숙씨 받아줄 거죠!!! 대구 내려간 천회장, 벌써부터 손주 안아보는 생각에 부풀어 있을텐데, 이숙씨, 어르신 서운하게 하면 안됩니다~. 무엇보다 이숙바보 천재용 놓치면 후회막심일 거예요. 

그나저나 천재용의 아버지 천회장으로 깜짝 카메오로 출연한 이재용님, "우리 재용이 재용이" 하며, 본인 이름말하면서 웃음 꽤나 터졌을 듯 한데, 어찌 참으셨답니까?ㅎ 이재용은 뿌리깊은 나무, 해를 품은 달에서도 신세대들 유행댄스까지 추면서 분위기를 업시키는 센스넘치시는 분이시죠. "와?"라는 반의어 하나에도 깨알웃음 주셨네요.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도 최고의 카메오였습니다. 몇회 안 남았지만 또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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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9 09:42




명품연기 명대사를 남겼던 뿌리깊은 나무, 뿌리깊은 나무가 남긴 최고의 감동은 백성을 땅끝까지 내려가 사랑한 지극히 고독했던 인간세종, 그리고 군왕 세종의 업적 한글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스페셜로 방송한 뿌리깊은 나무 제자해는 시청자가 뽑은 명장면 베스트 7과 드라마 주인공들의 뇌구조를 공개해 큰 재미를 주었는데요, 특히 강추위 속에서 오들오들 떨면서도 연기의 혼을 실은 배우들의 모습이 짠하면서도, 보너스 재미를 더해 주었습니다.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명장면 베스트는 젊은 이도가 태종 이방원에게 처음으로 맞서는 장면으로 꼽혔습니다. 송중기와 태종 이방원 역의 백윤식, 그리고 무휼의 존재감을 드러낸 명장면이었지요. 세종 이도가 꿈꾸는 조선의 시작이 그날부터 시작되었으니, 드라마의 탄생배경이기도 합니다. 어린 똘복이를 구한 이도, 그가 구한 첫백성은 왕의 대의를 지랄하지 말라고 욕을 하는 백성이었고, 글자를 몰라 아버지와 동무를 잃은 분노하는 백성이었습니다. 아무도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았고, 억울함을 하소연할 수도 없는 가여운 백성들이었죠.
그가 처음으로 본 궁궐 밖 세상, 조선은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사대부들을 위한 나라, 백성의 분노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나라, 백성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말로만 떠들고 있었던 그런 나라였습니다. 아버지에게 맞서면서 세종이도는 그가 꿈꾸는 조선, 모두를 품는 거대한 마방진을 만들어가기 시작합니다. 그 관문이자 결실이 백성들의 말을 본 뜬 조선의 글자, 훈민정음이었습니다.

수많은 명장면들이 시청자를 감동의 도가니로 넣었는데, 아쉽게도 빠진 것이 있었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정륜암에서의 정기준과의 끝장토론 장면과, 광평을 잃은 세종이 슬픔을 가누지 못할 때 그를 일으켜 세워준 강채윤의 비난을 들은 후 고뇌를 끝내면서, 훈민정음이라는 네 글자를 적는 장면을 추가하고 싶습니다. 사실 모든 한장면 한장면이 버릴 수 없는 명장면들이었던 이유는, 한글이 요술방망이로 뚝딱해서 나올 수 없는 연구와 노력의 산물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한석규의 연기는 근엄세종, 카리스마 세종, 지극히 인간적인 세종 등 다양한 모습으로 사랑을 받았지요. 연기본좌 한석규의 미친연기는 매회 불이 활할 타오르듯 시청자를 매료시켰고, 조연들의 연기와 완벽한 한 호흡을 이루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지요.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있었으니, 밀본 정기준과의 첨예한 대립이라는 무거움 속에서도 깨알같은 웃음으로 허를 찌른 반전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장 무거운 축을 담당했으면서도 허를 찌르는 세종의 코믹함(?)은 무휼과 밀당하는 장면에서도 귀요미돋는 달달커플 한쌍으로 가장 사랑을 받았고 말이지요.

 

명장면 베스트 번외편으로 제가 뽑은 코믹명장면으로 뿌리깊은 나무 그 역병같았던 드라마의 또다른 매력들도 감상해 보실까요? 코믹왕도 선정해 봤는데요, 드라마 속에서는 세종을, 드라마 밖에서는 조말생 대감 이재용을 코믹왕으로 꼽고 싶습니다.
처음 똘복이가 강채윤으로 신분세탁을 하고 겸사복으로 궁에 들어왔을때, 강채윤은 사기꾼같은 입담에 행동도 깨방정 자체였지요. 이도를 죽이겠다는 숭악한 마음을 감추기 위함이었지만, 강채윤의 코믹깨방정을 압도한 인물이 있었지요. 용포를 입고 인자하기 그지없는 미소로 세종대왕이 현신했나 싶을 정도로 싱크로율이 일치했던 석규세종입니다. 닉네임으로 욕세종이라고 불리기도 했지요. 하례는 지랄이라며, 거침없이 쏟아지는 욕은 물론이거니와 똥지게를 진 모습으로 충격을 주기도 했지요.

 

욕세종 등장, 감칠맛 나는 충격 "우라질, 지랄하고 자빠졌네"
인상적인 욕세종의 장면들이 많지만 그중 두 장면으로 압축해 봤습니다. 경연장에서 부민고소금지법에 대해 신하들이 주절주절 반대가 극심했었지요.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이 완강한 조말생대감의 코앞으로 얼굴을 쑥 들이밀던 장면, 뜨헉!하고 놀라는 조말생대감의 표정은 대사없이도 웃음 빵터지게 했던 코믹장면이기도 했지요. 왜 그런 쓸데없는 일을 벌이시나이까, 공자왈 주자왈에 대한 세종의 답은 이러했습니다. "우라질". 아직 한글이 만들어지기 전이라 한자로 쓰기는 했지만, 그 신랄한 비웃음이 통쾌했던 장면입니다.
욕세종의 절정은 정기준이 세종이 글자를 만들려 하고 있음을 알고 도성에 방을 붙이고 이적(오랑캐)의 글은 안된다며, 여론몰이를 하자 내놓은 대답이었지요. 광평을 납치해서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했지만, 세종은 광평의 목숨을 두고 협상하지 않겠다며, 그 참혹한 심경을 감추고 이렇게 말했지요. "지랄하고 자빠졌네". 대신들과 집현전 학사들을 그저 눈만 껌벅이며 아무 대꾸조차 못하고 얼음땡 시켜버린 장면이었죠.
손뼉도 마주해야 소리가 난다고, 그 황망한 상황에 어찌할바를 모르고 입맛만 다시는 황희대감, 눈동자 굴리는 소리까지 들리게 느껴졌던 이신적(안석환)의 눈동자 연기는, 중년연기자들의 연기내공이 이런 것이라고 확인시켜준 명품연기였고 말입니다.
세종과 무휼의 밀당, 귀여운 남남로맨스 
세종이 무휼을 놀려먹는 모습도 코믹명장면에서 빼놓을 수 없지요. 심지어 사랑스럽기까지 했던 장면들이었지요. 이도를 죽이겠다고 칼을 숨기고 들어온 강채윤, 채윤에게 밀명을 내리면서 독대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신경써주지 않았다고 무휼을 놀리는 장면이었죠. 앞으로 3보 이내에 있으라며 무휼을 뻘쭘하게 만들었지요. 무휼을 놀리는 세종의 장난기는 그뿐이 아니었지요. 공포심에 대한 힌트를 채윤이 알아들었을 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는 세종, 무휼 너도 말귀를 못알아 들었지 않았느냐고 확인사살까지 하는 세종이었죠. 민망함을 감추지 못하고 엉거주춤 세종의 뒤를 따르는 무휼에게서 조선제일검 내금위장의 체면은 땅에 곤두박질을 쳤지만, 스트레스 많았던 세종의 유일한 쉼터는 무휼이었기에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모습은 투기하는 무휼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했다죠ㅎ.
세종의 놀림을 조석으로 받은 인물 가운데 정인지 역시 빼면 섭하지요. 소이의 출중한 암기력과 방대한 업무를 칭찬하면서, 정인지에게 소이의 녹봉 십분의 일만 받으라고, 놀고 먹는다는 말로 정인지를 하얗게 질리게 만들기도 했지요. 훗날 정인지가 어떤 인물로 변질되어 가는 것을 생각하니, 농담 속에 뼈가 있는 말로 들리기도 하네요. 정인지가 세조의 왕위찬탈을 적극 도왔던 것을 생각하면 말입니다.
 
초탁과 박포, 우리를 빼면 섭해요
사실 드라마에서 코믹감초역할로 배치한 인물이 초탁과 박포, 그리고 옥떨이 정종철일 겁니다. 특히 초탁과 박포는 북방떨거지와 한양돼아지새끼라며 티격태격 앙숙처럼 보였지만, 누구보다 채윤의 곁에서 훈훈한 동료애를 보여줬던 인물들이지요. 채윤이 죽었을때 가장 슬프게 울었을 친구들이었는데, 마지막회 반포식장에서 두 사람의 모습을 카메라가 잡지 않아서 쪼금 서운하기도(ㅎ) 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소이의 시신을 광화문으로 데려온 이들도 초탁과 박포였겠지요. 촬영장에서의 에피소드를 보니 연두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개파이가 아니라 박포(신승환)였다는군요.ㅎ

이신적과 한가놈의 바퀴달린 눈동자, 소리까지 들리더라
박포와 초탁외에 대놓고 웃기지는 않았지만, 시청자들에게 표정만으로도 즐거움을 선물해 준 분들이 있었지요. 바로 이신적(안석환)과 한가놈(조희봉)입니다. 안석환의 능수능란한 눈동자 연기는 대사보다 더 많은 내면심리를 전해줘, 그의 표정연기만으로도 팽팽한 긴장감을 엿보게 했지요. 본명이 한명회로 밝혀진 한가놈의 찌그러진 표정과 눈동자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 극적 재미였습니다. 밀본에서는 정기준의 참모 한가놈이 가장 두뇌가 명석하고, 사태를 분석하는 눈도 날카로웠지요. 소이의 속치마에 적힌 글자로 한글을 쓰고 읽는 법을 독학하고, 연두와 개파이에게 한글까지 가르쳤던 두번째 한글선생님되시겠습니다. 첫 선생님은 채윤에게 한글을 가르친 소이가 되겠고요.
이 외에도 재미있는 코믹장면들이 많았지만 다 열거할 수는 없겠네요. 이 장면들 정리하느라 1부부터 24부까지 재복습했답니다;;. 추천안하고 글만 읽고 쌩가버리면 삐질거임! ㅎㅎ 농담입니당^^

"전하의 글자는 달랑 스물여덟자다"
코믹장면은 아니었지만, 코믹보다 더 기분 즐겁게 웃겼던 장면을 꼽아본다면 광평대군과 채윤의 대화입니다. "5만자 중에 천자를 배우는데도 그리 오래 걸렸는데, 도대체 전하가 만드신 글자는 몇글자나 되십니까? 5천자요? 아니면 3천자요?". "스물여덟자". "천 스물여덟자요?". " 아니 그냥 스물 여덟자". 
스물여덟자라는 그 짧고 강한 말에 배여있던 광평대군의 자신감과, 헛소리를 들은 듯한 채윤의 표정이 대조적으로 클로즈업되었는데, 다시 봐도 스물여덟글자에 삼라만상을 다 담을 수 있는 한글의 위대함이 가슴벅차게 자랑스러움으로 밀려오더라고요.
코믹명장면 베스트를 정리해 보니 뿌리깊은 나무에서 최고의 코믹왕 본좌에도 역시 세종이 1위^^. 

신세경이 반한 당구치며 춤추는 조말생대감, 귀요미 훈남등극
여기서 끝나면 진짜 섭섭하지요. 촬영장 에피소드에서 월척 코믹왕이 등장했답니다. 드라마에서는 욕세종, 삐짐대왕, 짓궂은 세종이 코믹왕이었지만, 촬영장 에피소드를 통해 공개된 연기자들의 모습에서 의외의 반전왕이 있었으니, 놀랍게도 조말생 대감(이재용)이었습니다. 조말생은 드라마에서도 멋진 보수의 자존심을 지켜주기도 했고, 밀본 정기준을 속이고 한글유포의 임무를 위해 나인들을 궁밖으로 빼돌린 연극에서도, 최고의 배우로 등극했던 분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재용의 촬영장에서의 소탈하고 장난기있는 모습에 하트뿅뿅이었답니다. 촬영장에서는 인기만점 훈남에다가 후배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분이더라고요. 신세경의 이상형으로 뽑히기도 했답니다. 이재용의 구레나룻이 멋지다는 신세경, 이재용은 자신의 매력을 멋진 옆선이라며 자신있게 자랑하기도 했는데요, 위로 치올라간 눈썹과 어울리게 구레나룻도 길게 빼서 단호한 이미지를 스스로 연출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재용의 소탈한 다른 모습에 빵터졌으니, 귀여운 모습으로 춤을 추는 모습이었답니다. 정말 귀요미 이재용이었습니다. 늘 재미있는 말과 행동으로 후배들과 촬영장을 훈훈하게 하기도 하고, 소품을 이용해 당구치는 모습으로 긴장을 풀어주기도 하더군요. 소탈한 모습과 재미있는 모습으로 후배들과 촬영장을 즐겁게 만든 중년연기자 이재용, 뿌리깊은 나무 카메라 밖 코믹왕이셨습니다. 

대본, 연기자, 연출, 시청자의 사랑이라는 네박자가 맞은 올해 최고의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드라마를 빛낸 모든 연기자들에게 조말생대감의 입을 빌어 이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뿌리깊은 나무 24부까지 오는 동안 내내 행복했고, 한글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세종대왕님, 정말정말정말 존경하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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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3 10:42




누구의 죽음부터 정리해 가야할 지, 마지막회는 선혈이 낭자한 죽음들이 이어져 말 그대로 피바다가 되고 말았습니다. 값진 죽음, 개죽음, 죽어야 마땅할 죽음 등이 뒤범벅이 되었지요. 그중 개죽음 1순위에 꼽을 인물은 돌궐족 대적불가 개파이의 죽음이겠죠. 정기준과 어떤 연유로 함께 했는지 조선에 온 이유조차 모르고, 마지막은 변발로 두발단장까지 깔끔(?)하게 하고 죽은 놈이죠. 무휼과 강채윤을 죽음에 이르게 했지만, 정기준 따라 남의 나라와서 그야말로 살인병기로 이용당하다 죽은 개죽음.
반쪼가리 윤평의 죽음도 그리 아름답지 않았으나 평생 모시는 주군을 지키기 위해 죽었으니, 아무도 원망마라 네 팔자다 싶고...도담댁은 반촌의 행수로 왜 정기준과 밀본에 충성하는지, 대의보다는 정도광 어른에 대한 노예의식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대를 이어 충성한 뼈대있는(?) 천민의 죽음 정도되겠습니다. 
마지막 반전은 한가놈(조희봉)이 한명회라는 것, 이 또한 오래전부터 짐작했던 일이었기에 그의 입으로 본명을 말할 때 잠깐 흠칫 놀라기는 했지만, 성삼문과 박팽년과 부딪칠 때는 몇년 후에 벌어질 참혹함이 떠올라 치를 떨게 했지요. 그가 어떤 인물인지 모르고 순진무구하게 지나치는 성삼문과 박팽년의 얼굴이 아른거려, 곧 닥칠 슬픔이 오버랩되는 장면이었지요.
정기준은, 음 마지막까지 쥐새끼같은 행동을 하더군요. 청계천 비밀통로를 따라 경성전에 잠입해서 감히 용상에 앉아 죽었으니, 마지막 길이 호사스럽기는 했으나 끝까지 발칙한 놈이었습니다. 제작진이 정기준의 마지막을 용상에 앉혀 죽이는 것에 당혹스럽고 화까지 나더군요. 용상에서 피까지 꿀럭꿀럭 흘리는 것을 보고는 더럽혀진 용상을 어이할꼬 걱정스럽기 까지 했네요. 풍자적인 요소가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 청계천을 복구한 인물이 옛말로 치면 지금 용상에 앉아 죽을 쑤고 있다죠. 
소이가 해례임을 알게된 정기준은 소이를 죽이라는 명을 내리고, 때마침 현장에 당도한 강채윤과 대치하는 상황이 되었지요. 정기준의 목을 겨냥한 채윤, 소이를 풀어주라고 하고 다행스럽게 도망을 치는데는 성공했지만, 개파이의 독화살을 맞고 소이가 벼랑아래로 떨어져 버리지요.
동이 터오자 의식을 회복한 소이는 독이 퍼져감을 알고 동굴에 몸을 숨겨 제자해를 적어가기 시작합니다. 속치마를 찢어 해례본을 작성한 소이, 소이의 마지막을 보는 시청자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러내렸지요. 소이를 찾은 채윤에게 제자해를 반포식에 맞춰 가져가라 이르고는, 시신도 수습하지 못하게 한 소이였지요. 오라버니 만나서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꿀맛같은 잠을 잘 수 있었노라, 그래서 행복했노라 고백하는 소이, "우리 글자자가 성공적으로 반포되는 모습, 백성들이 그 글자를 읽는 모습, 오라버니 눈을 통해서 꼭 볼거야. 오라버니가 반드시 봐야 돼. 가서 내게 보여줘".
채윤의 품에서 긴 잠에 빠져든 소이였습니다. 매일매일 행복하게 웃으며 살아야 된다는 어명을 지키지 못한 소이였습니다. 언제 누가 깎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이의 머리맡에 다정하게 놓여있는 목기러기 한쌍에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던지요.
"백성은 고통으로 책임지고 있다고 오라버니가 그랬잖아. 무서워 할 것도 두려워 할 것도 없어. 우리 아버지 석삼이 아재 다 그렇게 죽었잖아", 윗것들 싸움에 머리통 깨지고 밥그릇 빼앗기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아랫것들의 삶인지, 고통이라는 말이 왜 이렇게 절실하게 와닿는지 모르겠습니다. 소이의 제자해를 들고 광화문을 향해 뛰어가는 강채윤의 동공은 풀어졌고, 그의 허망한 눈빛을 통해 삶과 죽음이 부질없음이 느껴졌습니다.
백성들 틈에 쥐새끼처럼 숨어든 정기준은 살인병기 개파이에 의해 세종의 죽음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자 하지요. 변발로 멋을 낸 개파이는 복싱선수들이 입장을 하듯이 머리까지 시꺼면 옷을 뒤집어쓴 채 세종을 향해 걸어갔고, 금위군의 방어는 속수무책으로 뚫려버리지요. 비호처럼 날아오는 무휼, 몇합을 겨루면서 서로 찌르고 찔리고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웠지만, 개파이 앞에 무릎을 꿇고 만 조선제일검 무휼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주군을 지키기 위해 개파이의 바지를 움켜잡는 무휼의 손,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가장 슬픈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세종을 향해 하늘을 나는 개파이, 절체절명의 시간에 독수리처럼 하늘을 가르는 이가 있었으니, 소이를 잃은 슬픔조차 가누지 못하고 반포식장으로 해례를 가지고 온 채윤이었습니다. 채윤이 옷이 찢어지며 흩날리는 제자해들은 소이의 눈이었고, 소이의 귀였고, 소이의 입이었고, 소이의 손이었습니다. 소이(해례)는 그렇게 만백성들에게 희망의 씨앗처럼, 바람을 타고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지요. 멋드러진 영상미이기도 했지만, 글자가 그렇게 퍼져나감을 의미하는 상징성까지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세종을 지키는 개파이의 바지를 움켜 쥔 무휼, 공중에서 소이(해례)를 가슴에 안고 떨어지는 강채윤의 모습 두 장면은 제가 마지막회에서 가장 가슴아파했고, 의미를 주고 싶은 명장면입니다. 또한 채윤이 소이에게 지어주던 마지막 웃음, "보고 있니 담아, 글자가 반포되었다" 라고 전하는 장면에서 장혁의 표정은 예술이었죠.
고통이 고통스럽지 않은 것, 원망도 없었고, 희망의 씨앗이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것을 사랑하는 여인에게 보여주고 마지막 임무를 다했다는 듯, 편하고 행복해 보이기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백성은 고통으로 책임져 왔다는 똘복이의 말처럼, 이런 고통이라면 행복하였노라고 고백하는 장면처럼도 보였고 말입니다. 죽음도 아깝지 않게 지킬 수 있었던 것, 그것이 우리의 글자라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백성들의 손에 들린 제자해는 연두의 노력으로 읽히고 있었고, 이미 역병처럼 번져버린 글자를 더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정기준은 칼을 거두고 말지요. 조말생의 눈에 걸려 추적을 당해 현장을 뜨기는 했지만, 그 자리에서 죽었어야 했는데 세종과의 마지막 인사가 있었기에 피투성이인 채로 궁으로 잠입하게 하더군요.
무휼과의 일전에서 이미 중상을 입은 개파이였지만, 대적불가 개파이는 채윤에게 버거운 상대였습니다. 베고 베이고 피가 튀는 현장, 끝내 개파이는 채윤의 일격을 받고 질질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지요. 잘가라 퉷! 정말 이놈은 왜 조선에 왔는지 모르겠네요. 견적희마저 짐보따리 싸서 도망쳤다고 하니, 명나라 왈짜패들을 고향으로 퇴출시켜줬으니 고마워해야 하는 건가? 무휼, 채윤을 죽인 너에겐 심히 유감이 많다!
무휼도 채윤도 세종에게 왕의 길을 가라고 했지요. "무휼에겐 무사의 길이 있고, 전하에게는 전하의 길이 있사옵니다",  소이의 행방을 묻는 세종에게 채윤이 눈물로 대답하지요. "어서 가셔야지요. 반포하셔야지요. 담이가 보고 있잖습니까 전하.", 그리고는 가슴에 품고 온 소이를 건네는 채윤이었지요. 무휼과 채윤은 늘 그랬습니다. 언제나 세종이 가는 길을 믿어주고 힘을 주었던, 그의 손과 발과 같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소이의 죽음을 예상하는 세종, 왈칵 쏟아지려고 하는 눈물, 그러나 왕은 울 수가 없습니다. 우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는 자리가 왕의 자리였습니다. 울컥하는 마음을 주위를 돌아보며 삼키는 세종이었지요. 한석규의 섬세한 감정선에 감탄사 연발하며 울었네요.
제자해를 모아 반포식을 다시 시작하는 세종, "나라의 말씀이 중국과 달라 문자가 서로 통하지 아니하니, 이런 이유로 어리석은 백성이 일러 말하고 싶어도, 마침내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할 사람이 많아, 내 이를 위하여..." 미처 완성하지 못한 서문은 즉석에서 잇는 세종이었습니다. "내 이를 위하여 백성들을 어엿삐 여겨 새로 스물 여덟자를 만드니, 사람마다 쉽게 익혀 나날이 씀에 있어 편안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글이 길어져도 세종대왕의 뜻과 백성에 대한 사랑에 감사를 드리고자 훈민정음 서문을 그대로 썼습니다. 소이가 적은 피묻은 제자해를 읽으며, 소이와 글자를 만들던 과정을 회상하며 미소를 지으면서도,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고 스물여덟자 해례를 읽어내려가는 세종이었지요.
안간힘으로 글자가 반포되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던 채윤은 쓰러지고 맙니다. "백성은 늘 고통으로 책임진다 하지 않았습니까? 보십시오. 담이 똘복이처럼...". 소이가 전해달라고 했다는 말을 끝으로 세종의 품에서 눈을 감은 세종의 첫백성 똘복이였습니다. 
풀어진 눈으로 하늘을 향해 담이에게 웃음짓던 채윤의 모습이 머리에서 사라지지가 않네요. 담이에게 그렇게 지켜보았노라고, 너의 눈으로, 또한 나의 눈으로 너의 글자가, 우리의 글자가 반포되는 것을 보았노라고, 그리고 너의 곁으로 가겠노라고 미소짓는 채윤이 모습이 말입니다. 여기서 분위기 확깨는 쓸데없는 말 덧붙이면 혼날텐데, 암튼 요런 것 쓰면 안되는데, 분위기 침울해서 웃음도 필요할 것 같아서요. 세종의 품에 안겨 죽은 채윤, 이상한 포즈로 안기다보니 단발머리가 되었더라는;;

무휼과 채윤, 소이의 죽음은 세종을 서있을 힘도 없게 합니다. 그런데 뜨헉, 이게 뉘신가? 정기준이 비밀통로를 통해 쥐새끼처럼 경성전 용상에 떡 하니 앉아있습니다. 피를 질질 흘리면서 말입니다. "니 꼬라지가 이게 뭐냐? 정기준!". 욕도 안나오고 화도 나지 않은 세종, 그만큼 허탈하고 슬펐고, 그만큼 그의 사람을 잃은 허망함이 커서였을 겁니다.
"당신의 글자는 위정자와 지배층에 그렇게 이용될지도 모른다", 정기준이 세종과의 토론을 이었지요. 아주 오래전 성균관의 사당에서 정도전의 치국사상을 놓고 벌였던 논쟁의 일부였지요. 조선경국전 정보위의 내용입니다. "무릇 백성은 어리석어 보이나 지혜로써 속일 수 없다 했다. 허나 그 말은 어쩌면 어리석기 때문에 속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혜가 없는 산이나 바위를 속일 수 없는 것처럼... 헌데 너의 글자로 지혜를 갖게 된 백성은 속게 될 것이다. 더 많이 속게 되고 이용당하게 될 것이야.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개새끼처럼".
정기준은 말귀를 알아듣는 백성이기에 위정자들이 더 속이려 들을 지 모른다는 경고를 하지요. 말귀 못알아듣는 개나 산, 바위는 그냥 무시를 해버리면 그만이지만, 알아듣기에 더 교묘한 수로 속이려 들것이라는 것입니다. 정기준의 말은 여전히 칼처럼 예리합니다. 언론을 통해 얼마나 많은 거짓말들을 세뇌시키고 있으며, 간교하기 그지없이 눈가리고 아웅하는 모습은 정교하기까지 하니 말입니다.
세종은 부정도 긍정도 아닌 대답으로 정기준에게 답하지요. "그들은 그들의 지혜로 지혜를 모색해 갈 것이다. 그리고 매번 싸우고 또 싸우려 할 것이다. 어떤 때는 이기고 어떨 때는 속기도 하고...지더라도 괜찮다. 수많은 왕족과 지배층이 명멸했으나, 백성들은 이땅에서 수만년 동안 살아왔으니까...또 싸우면 되니까".
죽은 정기준을 향해 세종이 울부짖지요. "백성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헌데 이제는 안다. 그것이 바로 사랑이야. 여기가 이렇게 아픈데, 그것이 어떻게 사랑이 아닐 수가 있겠느냐. 고맙구나 정기준". 세종은 오랜 시간 스스로 고민하고 절망하고 고뇌하며 얻고자 했던 답을 찾았습니다. 백성이 그에게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이었지요. 사랑이라고...
희미하게 웃는 정기준은 처음으로 세종을 인정하더군요. 주상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지요. "이제 주상의 말이 맞기를 바라는 수밖에...". 백성의 힘을 믿어보고 싶다는 정기준의 항복과도 같은 인정이었고, 또한 바람이었습니다.
무심하게 흘러버린 시간은 1년후의 향원정에서 멈췄지요. 차디찬 겨울흙을 뚫고 나온 노란 꽃 한송이, 이름없는 들꽃이 세종의 눈을 붙들었지요. "이 꽃이 원래 여기 있었더냐? 수십년동안 수천번을 바라보았을텐데 저런 꽃이 있는 줄도 몰랐다. 궁의 하늘이 저렇게 파랗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청와대 뒷산을 오르며 같은 말을 했던 분도 있었지요. 참 많은 것들이 겹쳐 보입니다.
아무도 없이 홀로 남은 세종의 주위에는 스산한 바람만이 불고 있었지요. 너무나 고독했고, 너무나 쓸쓸해 보였고, 임금의 길을 두고 오랜 시간 고뇌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길을 가기 위해 밤잠을 포기한 수십년의 시간, 글자를 백성들에게 주고, 세종은 더 고독하고 외로워 보였습니다. 그를 오랜 시간 붙잡고 있었던 열정이 사라진 듯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반전처럼 그에게 노란 꽃을 보게 하더군요. 희망을 상징하는 노란 색의 꽃, 그것은 세종이 만든 글자가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희망을 암시하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이제 글자는 세상의 것이고, 저들의 것이다. 그 글자가 어떤 세상을 만들지도 저들의 책임이다".
일이 없을 때는 향원정에서 그 꽃을 본다는 마지막 대사는 희망을 보고 있다는 말과도 같았습니다. 수십년동안 피고 지고 반복했을 이름모를 들꽃, 백성은 그렇게 오래도록 같은 자리에 있었습니다. 눈길과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보기에는 약하고 여리지만, 추위를 뚫고 나온 인동초처럼 강인한 생명력으로 말입니다. 세종이 보고 있던 들꽃은 똘복이와 담이였습니다. 글자가 뿌린 씨앗은 또다른 똘복이와 담이, 또 그 아이들이 배우고 익히는 그들의 역사가 될 것이라는 희망이었습니다.
우리가 매일 쓰고 있는 우리말  우리글자인 한글, 너무나 익숙해서 쓰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쓰고 있지요. 수만번을 봐왔을 꽃인데도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문득 한글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음에 놀랍니다. 밀본은 더 깊이 뿌리를 내리고 한글이 퍼지지 못하도록 천시하고, 천대해야 한다는 새 강령을 마련해 지하로 꽁꽁 숨어들었고, 한명회라는 걸물(?)이 전면에 나서 집현전을 박살내 주겠다며, 다가올 비극들을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그후로도 500여년을 한글은 밀본과 싸워온 셈이고, 그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요. 일제강점기에는 일본말에, 지금은 영어가 대세인 시대가 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태종 이방원의 예언처럼 이도의 길은 훨씬 더 참혹하고 힘든 길인가 봅니다. 그러나 이도는 성공했다고 저는 믿습니다. 거의 모든 국민이 문맹을 벗은 오늘, 한글은 이름없는 들꽃처럼 우리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공기와도 같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정기준과의 토론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입니다. 우리는 희망의 이름이 될 것인가? 한글이라는 위대한 글자를 만들어 주신 세종대왕에게, 희망이라 확신시켜 줄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이 남아있기 때문이지요. 세종의 말대로 때로는 이기기도 하고, 때로는 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항상 싸워왔듯이, 앞으로도 싸울 것이라는 겁니다. 지치지 않고 피어나는 들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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