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훤'에 해당되는 글 18건

  1. 2012.03.03 '해를 품은 달' 정일우의 죽음암시, 나는 반대일세! (31)
  2. 2012.03.02 '해를 품은 달' 간담 서늘케 한 여진구 vs 폭풍눈물 김수현 (23)
  3. 2012.03.01 '해를 품은 달' 책읽는 한가인과 허망한 재회, 시청자는 더 허망해! (33)
  4. 2012.02.25 '해를 품은 달' 장녹영과 상선 형선, 해와 달의 명품그림자 (5)
  5. 2012.02.24 '해를 품은 달' 김수현, 8년의 공백 메꿔버린 1분 오열 (36)
2012.03.03 08:13




왕의 자질이 있으나 태양이 될 수 없었던 서장자 양명군이라는 캐릭터는 흥미로운 인물입니다. 잘 그렸으면 야망과 우애, 사랑과 권력 사이에서 고뇌하는 입체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었을텐데, 연심에 눈이 멀어 찌질 집착남 이미지가 더 강해져 버린 비운의 왕자죠.
방황하는 자신에게 처음으로 따뜻한 말로 위로해 주었다는 이유로, 연우를 닮은 무녀가 아니라 무녀 월로 좋아한다고 끈질긴 구애를 하지만, 그 구애가 가슴에 와닿거나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사랑이 쉬운 남자의 이미지마저 더해져 버렸고, 월이 연우라는 밝혀진 후에도 "나는 안되겠느냐"며 매달리다가, 급기야는 훤과 칼을 겨누기까지 하는, 말 그대로 여자에 미쳐 눈에 뵈는 게 없는 남자가 되기도 했지요.
그런데 이 찌질남이 반역에 가담하는 것으로 형편없이 추락하고 맙니다. 물론 반역에 가담하는 것이 아니라 윤대형을 낚기 위함이라는 것을 눈치채기는 쉬운 일이죠. 미워할래도 미워하지 못하고, 결국은 칼을 내리고야 마는 훤에 대한 애정을 믿기에 말이지요. 
해를 품은 달 원작을 읽은 분들의 말에 의하면, 양명이 훤을 돕기 위해 윤대형과 역모를 꾀하는 척하고, 반역의 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죽음도 사고사가 아닌 자살에 가까운 죽음이라던데, 크게 공감가는 결말이 아니더군요. 물론 원작은 양명군의 캐릭터가 드라마와는 달라 죽음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드라마 해품달에서도 양명군이 같은 죽음을 맞이한다면, 작가와 제작진을 뜯어 말리고 싶습니다.

아들을 품을 수 없는 희빈박씨의 기도
정업원를 떠나는 양명군, 처음으로 어머니 희빈박씨는 양명군의 뜻대로 살라고 말해주지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주상전하에 대한 충심을 버리지 말라던 말과는 달라져 있었습니다. 희빈박씨는 조용히 사는 것이 양명군이 사는 길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늘 양명군에게 경계의 말을 했었지요. 
마음에 품은 여인을 데리고 와서 처음으로 자신의 속내를 비췄던 양명군, 세상에서 가지고 싶은 단 한사람이 하필이면 세자빈 허연우였고, 오래 전 한 밤중에 불공을 드리고 있을때 찾아와 눈물을 떨구던 양명의 모습을 기억해 냅니다.
"한 번쯤은 주상전하보다 제 이름을 먼저 불러 주실 수는 없는 것입니까? 불충이다, 참아라, 버려라, 포기해라, 숨겨라, 흔들리지 마라. 한 번 쯤은...단 한 번쯤은 네가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거라, 하나 쯤은 욕심내도 좋다, 그리 말씀해 주실 수는 없는 것입니까? 소자더러 왜 남을 위해서만 살라고만 하십니까? 이제 저는 남을 위해 살지 않을 겁니다. 웃고 싶으면 웃고, 화를 내고 싶으면 화를 내고, 뺏고 싶으면 뺏으면서 그리 살아갈 것입니다".
어찌 날개를 펴지 못하고 그늘에서만 살아가야 하는 아들이 가엾지 않겠어요. 허나 그것만이 왕실의 안녕과 양명군을 지키는 길이기에, 희빈박씨는 아들에 대한 연민마저도 입밖으로 내지 못했습니다. 방랑하고 배회하는 양명군의 삶, 바람처럼 떠도는 아들의 삶이 어찌 가엾고 안쓰럽지 않겠어요. 아들을 품어주지 못하는 어머니 희빈박씨, 속으로만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품어왔던 아들입니다. 그저 무탈하게 천수를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지요.

아들의 연심마저도 품어주지 못하는 어머니 희빈박씨,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가지고 싶은 단 한사람이 주상의 여자라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아들을 보는 어미의 가슴도 아프지요. 끊어낼 수없는 속세의 인연, 어머니기에 말이지요. 
처음으로 뜻대로 살아보라는 말을 건네는 희빈박씨, 결국 그리하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한 번쯤은 제 이름을 먼저 불러달라"는 양명군의 바람을 들어줍니다. 마음으로는 늘 아들을 먼저 불렀던 희빈박씨였을 겁니다. 
에둘러 양명군의 뜻대로 살아보라고, 양명군의 가슴아픈 연심에 위안의 말을 건네지만, 이내 양명군을 믿는다며, 안된다는 말보다 무서운 말로 다짐을 받는 어머니 희빈박씨였습니다. 세찬 비바람에서 아들을 지키고자 하는 어머니일 수밖에 없기에 말이지요. 

목숨을 걸었던 윤대형과의 한 판, 윤대형이 칼을 거둔 이유
대왕대비를 온양행궁으로 내친 것을 시작으로 훤의 단죄가 시작되었지요. 표면적으로는 세자빈 시살음모에 대한 책임을 문 단죄였지만, 외척에 대한 정치적 숙청작업의 시작임을 간파하는 윤대형 일파는 새로운 정치국면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기에 부심합니다. 왕을 갈아치우자는 역모로 가닥을 잡은 윤대형, 후계자 서열 1위인 양명군 회유작업에 나섰습니다.
예상대로 양명군의 집은 문전성시를 이루며 양명군의 정치적 야심에 불을 지피지요. 그러나 덥썩 먹잇감을 물지 않는 양명군, 배후의 인물을 만나고 싶다는 말로 넌즈시 윤대형의 의중을 떠봅니다. 한달음에 달려 온 윤대형, 양명군에게 달콤하게 속삭이죠. "스스로 태양이 되고 싶지 않으십니까? 평생을 주상의 그늘 밑에서 사실 생각입니까?", 물론 양명군은 기다렸다는 듯이 윤대형의 손을 잡을 바보는 아니었죠. 윤대형에게 강한 믿음을 주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양명군입니다. "설령 나에게 동기와 자질이 있다한들 반정에는 명분이 필요한 법이오".
윤대형은 훤이 후사를 이을 생각이 없다는 것과 유교가 근간인 나라에서 무녀와 염문을 뿌린 방탕한 왕, 대왕대비를 내친 패륜왕으로 명분을 만들자고 응수하지요. 여기서 양명군이 "좋소, 합시다"했더라면 아마 양명군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윤대형이 도포속에 감춘 단도가 그것을 증명하고도 남았지요.
양명군은 그 무녀가 8년전 세자빈으로 간택되었던 허연우라는 사실을 밝히며, 그것으로 방탕한 왕이라는 명분을 만들수는 없다며 한번 더 튕겨봅니다. 왕의 여인을 탐했으니 그것 역시 역모가 아니냐고 응수하는 윤대형, 무녀를 중전에 앉히려 한다는 말로 양명을 자극하지만, 양명군은 단호하게 또다시 거절의 말을 하지요. "나를 부왕에 대한원망과 주상에 대한 질투로 권좌를 찬탈하려는 소인배로 보았는가? 나는 옥좌 따윈 관심없소. 부귀영화와 명예, 권력 따윈 필요없소".
'그 정도의 패기라면 실망이다', 역모에 가담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한 윤대형은 조용히 단도를 빼고, 양명의 죽음으로 입을 막으려고 하죠. 그런데 뒤이어 이어진 양명의 말은 윤대형의 칼을 집어넣게 만듭니다. "내가 원하는 건 종묘제례의 제주자리와 허연우, 그 두가지 뿐이오". 아슬하게 양명이 죽음을 면한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양명은 검을 아는 인물입니다. 검을 알기에 윤대형이 도포 속에서 칼을 빼는 것 또한 눈치챘을 겁니다.

양명군은 두가지로 윤대형이 자신을 믿게끔했지요. 옥좌라는 권력은 필요없다는 말로 자신을 윤대형이 원하는 허수아비 왕에 완벽한 후보라는 것을 보여주었고, 왕의 여자임을 알면서도 탐할 만큼 허연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로, 허울뿐인 왕의 자리에 앉아 좋아하는 여인을 취하고 살테니, 정치는 니들이 알아서 하라는, 즉 지금의 정치구도(외척)를 껴안고 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게지요. 윤대형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적절한 인물이 없습니다. 젊은 패기에 개혁이 어쩌고, 쇄신이 어쩌고 혈기넘치는 왕도 탐탁지 않았을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양명군이 진실로 역모에 가담할 마음이 있었던 걸까요? 지금까지의 양명군의 태도를 보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비록 연우에게 홀라당 빠져 훤에게 칼을 겨누기까지 했지만, 결국 칼을 내렸던 인물입니다. 뒤돌아선 양명에게 훤이 그랬지요. "기회를 놓치신 것은 형님이십니다. 허니 다시는 기회를 탐하지 마십시오".
헌데 그 전에 훤이 더 중요한 말을 해줬지요. "옥좌에 오르면 모든 것을 손에 넣으실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말은 곧 연우의 마음은 옥좌와 상관이 없다는 말뜻입니다. 연우의 마음을 결코 취할 수 없을 것이라는 연우에 대한 훤의 자신감입니다. 만날 때마다 "나는 안되겠느냐"며, 떠나자고 매달려도 연우의 대답을 초지일관이었지요. 과거 허연우였을 때도, 무녀 월이었을 때도, 기억이 돌아온 허연우였을 때도 "NO"였으니 말이죠. 왜 두 남자가 연우를 좋아하는지, 이젠 공감도 이해도 안되고 있지만 말입니다.
만일 정말로 윤대형과 손을 잡은 양명이라면 이 캐릭터는 마지막까지 구제불능 캐릭터입니다. 차라리 옥좌를 넘보는 야망이라면 이해가지만, 연우때문이라면 한참 헛다리 짚은 양명군이죠. 연우가 미치지 않고서야 양명의 여자가 되겠습니까? 혀 깨물고 자결을 하든지, 목을 매든지 일부종사의 길을 걸을 테니 말입니다. 

암시된 양명군의 죽음, 반대하는 이유
훤이 윤대형에게 사냥 한 수 가르쳐 달라는 강무에서 피바람이 불 것이라는 강한 복선이 암시되었지요. 물론 윤대형의 제삿날이자 무덤이 되기도 하겠지만 말이죠. 훤의 암살과 역모를 도모하는 윤대형 일파에게 숲에서의 사냥대회는 좋은 기회지요. 식상한 구도이기는 하지만, 양명군 또한 강무에서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훤을 대신해서 양명군이 화살 혹은 칼을 대신 맞고 죽는 것으로, 그의 최후를 장렬하게 포장해 줄수도 있고 말이죠. 사랑하는 동생과 사랑하는 여자 연우를 목숨을 걸고 지키는 순정마초 양명군으로 말이지요.

그러나 저는 이 죽음 반대입니다. 양명군의 최후가 아름답지도 않을 뿐더러 바보스럽기 까지 보일 듯합니다. 지독한 스토커 외사랑도 사랑이고, 민화공주의 천벌을 받는대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이기적인 사랑도 사랑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버릴 정도로 사랑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버렸다'면, 제가 연우라면 마음에 짐이 되어서라도 죄책감과 자책감에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 같네요. 
드라마 속 연우는 양명군이 자신을 좋아하든 말든, 하루 지나면 모든 감정이 원상태로 돌아가 버리는 이상한 정신세계 속에 살기에 행복하기는 할 겁니다. 양명군의 절절한 고백을 듣고, 괴로워 하는 것을 보았으면서도 돌아서면 "무슨 일 있었어요?"의 연우를 보면, 양명군이 죽었다는 것을 안 후에도 "아, 그러셨어요"하고 금세 기억소멸 방긋 연우로 돌아갈 듯해서 말이죠.
더 중요한 것은 연우에 대한 사랑이 공감이 가지 않다는 것이에요. 한가인의 무미건조한 감정연기때문에 훤과 연우의 사람마저도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이런 여인을 사랑해서 목숨까지 버린다면, 그 목숨이 참으로 헛될 듯합니다. 훤에 대한 형제애를 더 진하게 그려왔다면 조금은 공감이 될 듯도 하지만 말입니다. 
불가피하게 사고사할 수도 있겠지만, 사고사도 허망하기는 마찬가지지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2인자라는 설움속에, 빛이 있으나 빛을 내서는 안되는 인물로 살아왔던 양명군, 그에게 그를 위한 햇살 한 줌 정도는 주었으면 좋겠어서 말이지요. 훤이 정치를 잘만 한다면 이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 아니겠어요. 자고로 폭군 아래 역심이 이는 것이고, 폭정 아래 반역의 기운이 나오잖아요.

드라마에서 특히 결말부에 이르면 죽음으로 사랑을 미화하거나,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기려는 욕심을 내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사랑하지만 가질 수 없는 여자,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죽은 인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을 꼽으라면, 추노의 대길이(장혁)입니다. 죽기를 바라지 않았던 인물 중 한 사람이었지만 죽음으로 강한 마무리를 했지요. 대길의 죽음은 언년이와의 맺어지지 못한 사랑이 너무나 가슴 아프게 공감이 되었고, 대길에게 언년이와 함께 하지 못한 삶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었기에, 가슴아프게 그를 떠나 보낼 수 있었습니다.
헌데 양명군은 죽어도 그리 가슴 아프게 떠나 보내지 못할 듯합니다. 작품의 완성도와도 거리가 있어 보이고, 무엇보다 연우에 대한 사랑이 공감이 되지 않아서 말이지요. 단 한 번도 연우의 사랑을 받지 못한 양명, 양명이 죽어도 그 사랑을 애절하게 기억도 못할 연우, 그러다보니 훤과 연우를 위해 양명이 죽음을 택하고, 그것이 양명군이 사랑하는 방식이었다고 할지라도, 그 사랑이 대단스럽게 보일 것같지는 않네요. 죽음마저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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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2 12:09




감정을 전달한다는 것은 대사뿐만이 아니라 눈물에도 녹아있는 법,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한가인때문인지, 김수현의 독무대가 되고 있는 것이 좋은 현상이 아님에도 쌍수들어 환영하고 싶게 만드네요.
18회는 지난 회에 비해 스토리의 전개도 빨랐고, 특히 한가인의 대사와 분량이 적으니 반대급부적으로 몰입도와 재미까지 확 높아지더군요. 오해는 없기 바랍니다. 한가인의 연기가 마음에 차지 않는 것뿐이니까요. 좋은 작품을 아쉽게 만드는 점에서는 솔직히 화가 나기는 합니다;;

세자빈의 죽음에 관한 모든 비밀이 드러났습니다. 민화공주가 흑주술의 제물로 바쳐졌으며, 대왕대비 윤씨를 위시로 한 윤대형 외척일파에 의해 자행된 끔찍한 살해사건이었음을 알게 된 훤, 훤의 눈물을 그치게 한 이는 누구도 아닌 훤 자신이었습니다. 어린 세자시절 아바마마와 할마마마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정치란 만물을, 모든 사람들을 제자리에 두는 것이라고, 그런 조선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어린 세자시절의 자신이었지요.
세자 훤 여진구와 성조대왕 안내상의 등장이 반가웠습니다. 여진구가 미래의 자신을 꾸짖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뿌리깊은 나무의 한석규-송중기의 씬이 생각나더군요. 요즘은 사극도 따라하기가 대세인가 봅니다. 물론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그 때의 그 다짐을 잊은 것이냐! 바를 정(正), 둘 치(置). 그것이 너의 정치라는 것을 잊은 것이냐! 만물이, 또한 사람이 제 자리에 있게끔 만들어 주는 것, 자격없는 자가 차지한 자리를 자격있는 자에게 돌려주는 것, 그것이 장차 군주로서 네가 가야 할 길이라 했던 것을 그새 잊은 것이냐!", 성인 훤 김수현을 서늘하게 쏘아보고는 툭치고 가는 여진구의 눈빛연기, 불꽃파 작렬이었습니다. 여진구, 훗날의 성장이 무서운 배우입니다.

대왕대비에게 머리를 조아릴 수 밖에 없었던 외유내강의 성조대왕, 어머니와 딸을 자신의 손으로 쳐낼 수 없었기에 세자빈 죽음을 덮어야 했고, 그것으로 허염과 허영재를 지키고자 했던 진심을 알 수도 있었지요. 성조대왕의 방백이 가슴 아프더군요. 차마 세자 훤에게는 말하지 못한, 아비로서, 왕으로서의, 아들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를 엿보게도 했지요. "충신을 잃은 대신 그의 안위를 얻었다. 양명을 잃은 대신... 너를 지켰다. 세자빈을 잃은 대신 너의 누이 민화를 지켰다".  

죄도 용서할 수 있게 만든 민화공주의 눈물, 그리고 사랑
세자빈을 죽인 흑주술에 민화공주가 참여한 것을 알게 된 훤, 민화공주를 향해 분노합니다. "네가 한 짓이 무슨 짓인지 아느냐", 어찌 눈물이 흐르지 않겠어요. 세자빈의 죽음에 할마마마와 동생 민화공주가 연루되었기에 혈육을 단죄하는 칼을 잡은 손은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성조대왕이 덮어버린 이유가 혈육을 쳐낼 수 없기에, 그런 패륜을 저지를 수 없었기 때문임을 뒤늦게서야 알고 오열하는 훤. 김수현의 눈물이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듯 시청자를 울리더군요.
눈물을 흘리는 모습만으로도 그 짠함을 전하는 김수현, 대개가 여주인공이 시청자의 눈물을 끌어내는데, 해를 품은 달은 남자주인공이 시청자의 눈물을 전담하고 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입니다. 과거 눈물연기의 대가였다는 한가인, 이젠 눈물연기마저 밀리나 봅니다. 사실 왕이 그렇게 목놓아 울고짜고 하는 것이 좋은 모습은 아니지요. 남자가 눈물이 헤픈 것이 흠으로 보는 일이 많은데, 더구나 조선시대에 그것도 왕이 폭포처럼 눈물을 흘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처음 발연기로 뭇매를 맞았던 민화공주마저 분량이 많지 않았음에도 드라마와 함께 연기력이 성장했음을 느끼게 한 오열장면, 민화공주라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노력이 엿보여서 좋았던 장면이었습니다. 비록 대왕대비 윤씨의 꼬드김에 넘어가 흑주술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연우를 진짜 죽일 줄은 몰랐다고 고백했지요. 모든 죄악이 밝혀졌음에도 서방님 허염에게만은 알리지 말아달라며, 염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는 민화공주, 사랑이 가장 큰 죄더군요.
 순간 민화공주를 다 용서해 주고 싶은 마음마저 들더랍니다. 얼마나 사랑했으면, 아니 얼마나 사랑하고 있으면,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어서 말이죠. 자기 사랑만 지키면 다른 사람이 죽든 말든 불행해져도 상관없다는 이기적인 사랑이기는 하지만, 허구헌날 '나는 안되겠느냐'고 사랑을 구걸하는 양명군의 집착사랑은 명함도 못내밀, 등장인물들 중 사랑 쟁취배틀을 벌인다면 1등을 차지할 인물입니다. 

염이 누이를 잃은 슬픔에 망연자실 우는 것을 보고서야,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게 되었며 우는 민화공주, 다른 사람에게 소중한 것을 지켜주는 것, 소중한 사람일 수록 그 사람의 소중한 것들도 지켜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싶네요. 회임까지 했으니 곧 어머니가 될 민화공주, 어떤 벌이 내려질 지는 모르겠지만, 설마 사약을 내릴 훤은 아닐터이고, 철든 민화공주로 개과천선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김수현의 폭풍눈물, "과인은 가엽지 않소?"
그러나 갈기갈기 찢어지는 아픔에도 결국 칼을 거두지 않은 훤이었죠. 민화공주의 회임사실을 알고 오열하는 훤, 마음 같아서는 그자리에서 공주직을 박탈하고 쫓아 내버리고 싶었을 훤이지만, 아이를 가졌다는 말에 이도저도 못하고 눈물만 흘리는 훤이었지요.
훤과 민화공주의 대화를 병풍 뒤에서 들으면서 역시 눈물 흘리는 연우, 나오지 말라는데도 기어이 훤 앞에 마주하고 앉지요. 너무 미안했던 훤입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동생 민화공주와 할마마마가 연우를 죽였다니, 더구나 아바마마는 알고도 덮으라고 했다니, 연우를 지켜주지 못한 자신이 밉고, 자신과 같은 피가 흐르는 공주와 할마마마가 미운 훤입니다.
"전하께서 상심하시고 저를 아니 보실까봐 두려웠사옵니다. 그만 덮으시옵소서. 오라버니가 이 일을 알게 되면 견딜 수 없을 것입니다. 오라버니와 그 고통을 나누고 싶지 않습니다".
염만 걱정하는 연우의 말에 상처받은(?) 훤이 묻지요. "네 오라비만 가엽고 나는 가엽지 않느냐. 그대가 중전이 안되면 다른 여인을 안아야 하는데, 그런 나는 가엽지 않느냐? 그런 그대 자신은 가엽지 않은 것이오?".
연우의 죽음을 덮어버리면 연우는 평생 병풍 뒤의 여인으로 살아야 하는데, 연우마저 덮으라고 하니 훤의 가슴이 갈래갈래 만갈래로 찢어지지요. 연우를 산사 람으로 만들자니 할마마마와 민화공주, 염에게 까지 화가 미칠 것이고, 죽은 사람으로 병풍 뒤에서 평생을 그림자처럼 숨어지내게 할 수 없고, 미치겠는 훤입니다. 8년의 고통도 미안해 죽겠는데, 더 한 고통을 감수하겠다는 연우, "전하의 곁이니, 태양의 곁에 있으니 다른 빛은 필요없다"고 했던 연우의 말뜻을 이제야 알게 된 훤이었지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상황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는 두 사람, 아니 한사람이더군요. 김수현의 눈에선 눈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는데, 감정몰입을 확 깨게 하는 소리가 들려서 놀랐네요. 눈물마른 한가인의 그 요상스런 으흐흐흐 흐느낌은 뭐래요.
앞에서 보고만 있어도 덩달아 눈물이 흐를 것 같던데, 참 용케도 눈물을 참고(?) 있는 한가인이 놀라웠지만(일부러 울음을 참으려고 했다는 것으로 이해하렵니다), 울음소리는 완전 곡소리더구만요. 싱크로율 전혀 맞지 않은 음향효과(?)에 보다가 민망해서 웃어버렸네요. 김수현의 눈물보고 울다가, 한가인의 으으흑 요상한 울음소리에 깜놀하고, 오디오 감독님의 효과음 배려였는지, 실수였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배려는 사양하고 싶어요ㅜㅜ
시작되는 피의 단죄, 쓰러지는 늙은 호랑이 대왕대비
눈물은 이제 그만, 훤 눈물 뚝!!! 하고 달려간 곳이 대왕대비 처소였지요. 훤의 칼은 단순히 연우를 중전의 자리로 되돌리는 것 이상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외척세력을 축출하겠다는 개혁군주로서의 단호한 결심이기도 합니다. 훤의 첫 칼을 맞은 첫 상대는 대왕대비, 할마마마되겠습니다.
"정치는 이제 손에서 놓으시고 온양행궁으로 가서 편히 쉬십시오. 할마마마라 많이 봐드린 겁니다". 안가겠다고 버팅기는 대왕대비에게 훤이 친절하게 두 가지 선택사항을 알려주지요. "온양행궁으로 가고 싶지 않거든 추국장에 나와 조사를 받으세요. 죄명은 8년전 세자빈을 무로고 살해한 죄!".
증좌를 내놓으라는 대왕대비에게 훤 살벌하게 내뱉지요. "소손을 아바마마와 혼동하지 마십시요. 소손은 죄를 단죄함에 있어 혈육이라고 봐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만 방 빼!!!".

쌩하니 대왕대비 처소를 나와버리는 훤, 훤의 등뒤에서 고래고래 고함지르는 대왕대비의 마지막 발악이 들려옵니다. "누구때문에 주상이 옥좌에 앉아있는 것인지 아시오, 내 손에 피묻혀서 지킨 자리오. 그런데 자리를 내려 놓으라니 이럴 수는 없습니다. 이럴 수는...켁", 급기야 뒷목잡고 쓰러져 버린 대왕대비, 그러나 단호하게 대왕대비의 처소를 떠나 버리는 훤. 할 말 마치면 뒤도 안돌아 보고 쌩까기는 예나 지금이나 훤의 특기입니다. 잘했어! 궁디톡톡..
온양행궁으로 대왕대비를 내친 것에 놀란 윤대형 일파, 올 것이 왔음을 감지합니다. 피의 숙청이 시작되었음을 말이지요.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며, 역모를 꾀하는 윤대형, 양명군을 끌어들이는데 성공을(?) 했습니다. 종묘제례의 제주자리와 허연우를 원한다는 말로 윤대형과 손을 잡은 양명군, 양명군의 반역 예상스토리는 내일 따로 올리겠습니다.
빵터진 악동상선과 김수현의 깜찍한 발연기
훤이 대왕대비를 친 것은 연우를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함만은 아닙니다. 이른바 정치(正置)를 위한 개혁의 신호탄입니다. 단지 연우에게 중전자리를 돌려주고, 꽁냥꽁냥 재미나게 청춘의 뜨거운 밤을 불사르고(부끄럽사와요^^) 싶어서만은 아니라는 뜻이에요.
연우와의 첫합방이 있기는 했지요. 팔팔 끓는 청춘을 어찌 참고 잤는지, 손만 꼭 잡고 자기는 했지만 깨알 웃음 가득했던 첫합방씬이었지요. 특히 우리의 귀요미 악동 상선영감때문에 미치게 웃었답니다. 훤과 연우 사이에 안대를 하고 앉아있던 상선, "전하의 어심은 믿지만, 오~랜 세월 옥체에 깊~~~숙이 숨겨진 사내의 본능은 믿지 못하겠사옵니다"ㅎㅎㅎㅎ
상선영감 못지않게 웃겨 준 김수현의 발연기에 또 한 번 빵 터졌네요. 떡하니 연우와의 사이에 형선이 앉아있으니 어찌 잠을 잘 수 있겠느냐고, 신경질 파바박 내며 이불을 차는 모습, 정말 귀여운 김수현의 발연기였답니다. 
훤이 홍규태에게 내린 밀지, 무슨 내용이?
아무튼 상선 형선의 방해를 받지 않고 청춘의 뜨거운 피를 바칠(ㅎㅎ) 합방을 하기 위해서는 연우의 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급선무겠지요. 영리한 훤, 단순히 8년전 허연우 시살사건과 관련된 음모자들을 줄줄이 잡아 족치는 무모한 일을 벌이지는 않습니다. 일단 할마마마는 경로우대 차원에서, 그리고 최대한 베풀 수 있는 효심으로 온양행궁으로 보내기는 했지만, 문제는 진짜 호랑이 윤대형을 잡는 것입니다.
윤대형을 잡을 계책이 홍규태에게 건넨 밀지와 관련되어 있음이 암시되기도 했지만, 그 덫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요. 병풍 뒤 연우에게 "조만간 과인을 비방하는 흑색선전이 난무하겠지. 허나 설마 과인이 당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요? 두고 보시오. 이제 곧 백성들 사이에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퍼져 나갈 것이니..."라고, 훤도 무엇인가 계책을 세우고 있음을 암시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보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훤이 병력을 모으는 것 같다는 짐작을 하게는 하지요. 그런데 이 말이 신경이 쓰이더군요. 백성들 사이에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퍼져나갈 것이라는 말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중에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는 '왕이 무녀와 놀아나고 있다'는 것말고는 딱히 떠오르는게 없습니다.
윤대형 측이 퍼뜨릴 소문일지, 훤이 스스로 밝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왕과 무녀의 스캔들이 백성들에게 퍼진다면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질테지요. '임금이 제정신인가에서 부터 요녀가 왕을 홀렸다, 나라가 망할 징조다, 그 무녀는 꼬리 아홉달린 여우래' 등등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하겠죠. 이런 혼란은 반역을 꾀하는 무리에게는 좋은 명분이 될 수 있겠지요.

그러나 훤이 그렇게 호락호락 만만한 인물은 아니지요. 훤이 이 소문과 역모를 역으로 이용할 수도 있을 거라는 것이죠. 윤대형과 대왕대비만 잡는다고 어그러진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는 없는 일, 외척들 모두를 일망타진해야만 가능한 일이지요. 홍규태에게 밀지를 건네면서 사람들을 만나라는 명도 함께 내린 것을 보면, 훤 역시 사람들을 규합한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고 말이지요.
훤은 연우를 교태전 주인자리에 돌려놓는 일과 외척에 의해 농단되고 있는 정치 바로잡기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민화공주를 단죄해야 하는 것이 가슴아픈 일이지만, 지금이 아니면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릴 수 있는 기회는 영영 사라지고 말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역을 꾀하는 무리를 대역죄로 일망타진할 좋은 명분을 얻음과 동시에, 스캔들의 주인공 무녀가 죽은 줄 알았던 세자빈 허연우였음을 공공연하게 밝히는 것, 훤이 내린 밀지의 목적이 아닐까 싶네요. 백성들은 왕을 홀린 요괴무녀가 사실은 세자빈으로 간택되었던 허연우였다는 사실에 옷고름으로 눈물 찍기에 바쁠 것이고, 연우는 백성들의 동정과 연민,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교태전의 주인자리에 당당하게 복귀하게 될테고 말입니다. 연우의 제자리 잡기 못지않게 중요한 정치개혁을 위한 싹쓸이 계획으로, 훤의 조선도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지요.
숨어버린 달, 먹구름에 뒤덮인 조선의 하늘, 그러고 보니 8년전 연우를 죽이려 한 것은 대왕대비와 윤대형 외척일파가 스스로 제 무덤을 판 일이었군요. 만일 연우가 무탈하게 세자빈의 자리에 오르고 중전자리에 올랐다면, 과연 외척세력을 한방에 쓸어버릴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을까 싶어서 말이죠. "저의 순리는 틀린 것을 바로잡는 것입니다", 훤은 비로소 그저 떠있는 태양이 아니라, 만물과 백성에게 빛을 주는 태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간담 서늘케 한 여진구의 눈빛연기-폭풍눈물 김수현
이번 18회의 백미는 김수현과 여진구, 두 연기자의 불꽃연기였습니다. 굳이 연기대결이라 칭하고 싶지않은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지요. 어린 시절의 자신과 마주한 김수현, 여진구의 호통으로 흔들리는 중심을 잡는 드라마적인 장치였지만, 여진구의 화면을 뚫고 나올 듯한 눈빛에 간담이 서늘해 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어린 나이에 저토록 강렬한 눈빛을 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호통을 치는 듯한 서늘함, 똑바로 하라고 다그치는 듯한 강렬한 눈빛, 그렇다고 흔들리는 자신을 향해 경멸하는 조소는 없었죠.
그 복잡한 심경을 어린 나이에 표현한다는 것이 놀랍더군요. 서늘하게 쏘아본다는 것, 사실 쉬울 듯하면서도 어려운 눈빛연기입니다. 단순히 쨰려보는 것도, 화를 내는 것도 아닌 감정을 실어야 하기 때문에 말이지요. 여진구의 눈빛연기에는 그 감정이 들어 있었습니다. 정말 좋은 연기자입니다. 진구야, 격하게 아낀다잉~.

김수현은 지난 16회에 이어 또다시 오열눈물 연기를 보여줬는데요, 왕이 눈물이 이리 헤퍼서 어떡하나 걱정이 들정도로 많은 눈물을 쏟았지요. 그런데 지난 회의 오열눈물과는 또 다른 감정을 보여주는 것을 보고 김수현의 캐릭터 분석력에 또 한번 놀라게 됩니다. 지난회 월의 정체를 알고서는 자책감의 눈물을 흘렸다면, 이번 18회의 오열은 망연자실 허망한 눈물이었습니다. 뭐랄까 온몸의 기가 다 빠져버린 듯한 그런 표정으로 우는데, 두번의 감정 변화를 보이면서 울었지요. 민화공주가 주술에 참가했다는 것에 분노했다가, 회임했다는 사실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탈진해 버린 듯한 감정으로 울더군요. 눈물에도 색깔을 실을 줄 아는 배우 김수현, 지겨울 수도 있을 눈물씬을 매회 다른 감정으로 살리는 감정전달력, 김수현의 발견은 해품달의 가장 큰 행운입니다.
*글 너무 길어서 죄송해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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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1 09:08




"연우야" 절규하는 김수현의 오열장면으로 간신히 연우에 대한 감정을 되돌려 놨는데, 이게 뭡니까! 진심 화나는 해품달 17회였습니다. 한가인의 분량과 대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몰입도가 형편없이 곤두박질 치는 로맨스라니, 꽁냥꽁냥 달달신을 기대해 달라는 제작진에게 화를 담아 살을 날리고 싶더군요. 어떻게 한가인의 연기에 오케이 사인을 하는지 감독의 연출역량마저 심히 의심스럽네요.
배우의 연기력은 연기자 본인도 노력해야 느는 것이지만, 현장을 지휘하는 감독의 몫도 일정분량 있는 것이거늘, 한가인은 연기를 지도해 주는 감독 복도 없나 봅니다. 배우와 감독이 생각하는 컨셉이 맞지않아 배우와 감독 간에 작은 언쟁도 있는 곳이 촬영현장일텐데, 감독이 생각하는 연우라는 캐릭터는 어떤 것인지가 새삼스럽게 궁금해지기 까지 합니다.
"혹 홀연히 사라지지는 않겠지? 네가 죄인이고 무녀라서 좋다", 지치지도 않고 고백하는 집착남 양명군을 보내고, 연우는 이상한 느낌에 주위를 두리번 거리죠. 꿈결인듯 환청인듯 연우를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전하이십니까? 환영이 아니라 정말 전하이십니까?", 연우를 와락 끌어안는 훤, 8년만의 재회입니다.
눈물이 흐르고 흘러 강을 이룬다고 해도 모자랄 훤과 연우의 재회, 그런데 스토커 양명이 쏜살같이 달려와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더라지요. 수상한 남자들의 살기를 보고 온 것이지만, 두 사람의 재회까지 이렇게 초를 쳐야 하는지 양명군 심히 밉더랍니다.
양명군보다 더 미운 사람들이 있었으니, 윤대형이 보낸 자객들이었죠. 그리고 자객들보다 더 미운 사람은 연출진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재회씬이었고, 지난회 하늘을 울렸던 훤의 감정선과 연결되는 장면이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망가뜨릴 수 있었는지, 시쳇말로 안습입니다. 연우와 훤에게 절절한 감정의 교감을 나눌 단 몇분의 틈도 주지 않은 이 형편없는 연출, 진정 살을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겠습니까? 감독님!!!
훤과 연우의 8년간의 긴 기다림을 이토록 허망하게 쫑 내버리다니, 시청자는 이 장면을 향해 여지껏 가슴졸이며 달려왔는데, 어떻게 이런 배신을 때릴 수가 있는지 참으로 원망스럽더이다.

윤대형이 보낸 자객의 칼을 맞고 쓰러진 양명, 연우를 데리고 빠져 나가라는 훤의 신호를 받고 연우구출에 무사히 성공을 했지만, 약속장소로 가지 않고 정업원을 향해 뛰었지요. 철인 3종경기에 나가도 호흡하나 흐트러지지 않을 산소탱크 연우, "어디로 가시려는 겁니까? 지금 어디로 가시는 것입니까? 대감, 대감", 정일우 혼자 뛰고 한가인은 축지법으로 날아온 듯;;

실종된 연우를 찾아 헤매는 훤, 윤대형과 양명군에 대한 분노에 버럭 훤 다시 등장입니다. 연우가 정업원에 있음을 알고 있었던 운, 양명의 연심과 훤의 충심 사이에서 거짓을 고하는 운이었지요. 흔들리는 운의 눈빛을 읽어내는 훤, "목욕재계하고 나온나. 목욕하고도 양명형님의 연심편을 든다면, 죽을 줄 알아. 내가 널 얼마나 아끼는지 알지?", 칼로 협박까지 해가며 옥탕에 운을 밀어넣는 훤이었지요.
운을 아끼는 훤의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진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운아... 내 비록 너에게 높은 품계를 내리지는 못하나 누구보다 너를 아끼고 있다. 허니 아프지 말거라, 너의 고뇌가 내게도 전해지는구나", 멋진 남자 훤, 운에게 칼을 겨누는 훤을 보는 상선의 쪼그라드는 심장, 보는 시청자도 심장 오그라들었다오.
크라이막스에서도 밍숭맹숭한 연우와 훤의 캐미 0%에 지루해질 뻔한 17회를 그나마 깨알 웃음으로 살려 준 상선 형선 정은표, 그대가 일등공신이었소이다. 연우를 만난 훤이 입이 헤 벌어져 실성한 사람처럼 웃고 있자, 그 마음 잘 안다는 듯 귀여운 웃음 날려주시는 상선이었지요. 대비가 쳐들어오자 대궐이 떠나가도록 "주상전하~~~대왕대비마마 납시었사옵니다아아아~~~", 센스넘치는 형선, 격하게 아낍니다^^. 연우의 밀실에서 책상을 들고 나오다 대왕대비에게 딱 걸린 훤, 운동 중이었습니다도 오랜만에 나온 훤의 허당기ㅎ.
목욕을 시켜놨더니 정신차린 운, 순순히 연우가 있는 정업원으로 훤을 안내했지요. 충심을 선택한 운, 이 캐릭터 볼수록 마음에 드는데 우째 이리 캐릭터를 살려주지 않는지, 비운의 운입니다. 아, 잠깐 생각난 것이 있는데, 송재림 이분을 어디선가 본 듯했는데, 2NE1 뮤직비디오 'GO AWAY'에 나왔던 그분이더군요. 머리 묶은 모습을 보고 계속 어디선가 봤는데 싶더라니만, 궁금한 분들은 유투브에서 찾아보면 지금의 운과 똑같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연우에게 "나는 안되겠느냐"고 허구헌날 같은 멘트 날리는 양명, 지겹지도 않은지 매번 같은 대사뿐입니다. 귀가 막혔는지 몇번을 싫다고, '아니올시다'라고 퇴짜를 놓는데도, 정말 끈덕진 녀석, 현실에서도 이런 남자는 진짜 조심해야 할 듯...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현실이 암담할 때마다, 양명군께서 제게 밝은 빛이 돼 주셨습니다. 무녀 월일 때도, 허연우였을 때도 늘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늘 미안했습니다", 그래도 대감은 제 스타일이 아니외다. 허니 제발 이제 다른 여자만나서 행복해지라고요!!! 그럼 이만 총총...
그렇게 아니라고 하는데도 연우의 손을 잡고, "지난 생에서 전하의 사람이었으니, 이번 생에서만큼은 내곁에 있어주면 안되는 것이냐?"고 또 물고 늘어지는 물귀신 양명군, 말귀 못알아 듣고 연우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늘어지죠. 방금전까지 안된다고 말했는데, 도대체 너의 귀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이냐?
안돼!!!!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 훤이 냉기 폴폴 풍기며 나타났습니다. 피튀기게 한 판 붙을테니, 운에게 연우를 데리고 가라는 훤, 양명에게 칼을 던져주지요. 진검이니 베어보라고 말입니다. "형님이 지금 무슨 짓을 하신 것인지 아십니까? 왕의 여자와 도주를 한 것은 역모입니다".
양명에게 칼을 던지는 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 글쎄 양명이 부상당한 왼손을 척 펼쳐서 날아오는 칼을 잡더라지 뭡니까? 아무리 엄마 손은 약손이라지만, 어머니 희빈박씨의 치료술은 말 그대로 신통방통이었다죠. 밤새 혼절까지 한 몸으로 다음 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다친 손으로 검을 받지를 않나,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몸사위, 한마디로 어이상실.
정일우의 안습연기는 칼잡는 것뿐이 아니었네요. 다음에 이어진 대사는 참으로 듣기 민망스럽더이다. "돼역제를 처단하려 하십입니까?", 돼역제가 아니라 대역죄겠지...;; 정일우 표정연기는 나쁘지 않은데, 부정확한 발음은 노력해서 고쳐야 할 듯합니다. 양명군의 캐릭터가 요상스럽게 변해가는 것이 더 문제이기는 합니다만...
훤의 목에 칼을 겨눈 양명군, 결국은 칼을 내려놓고 말지요. "오늘 기회를 놓치신 것은 형님이십니다. 허니 다시는 기회를 탐하지 마십시오". 여자때문에 동생에게 칼을 들이대다니, 동생도 보통 동생입니까? 왕인데, 양명군 연우때문에 인생도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듯싶네요.
연우는 분단장 꽃단장해서 훤의 침소 안 밀실로 들어왔지요. 노랑저고리 분홍치마, 살짝 유아틱한 색감이었지만, 동네 아낙들도 안입을 듯한 너저분한 옷을 벗기니 한결 낫더군요. 그런데 훤을 보니 아주 제정신이 아닌 듯 보이더라지요. 궁궐 담벼락에도 눈과 귀가 있다는데, 궁녀들 앞에서 포옹을 하지를 않나, 밤중에는 유유자적 산책을 다니지 않나, 암튼 사랑에 빠지면 눈이 먼다더니, "내 방에 여자있다!"고 대놓고 광고중이더군요. 훤이 판단력까지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연우가 왕의 밀실에 숨어있다는 것을 훤의 침소에 심어둔 지밀나인이 윤보경에게 고자질할 것은 뻔한 일, 무서운 피바람이 예상되고 있지요. 중전 윤보경은 이번회 혼자 호러물만 찍고 있더군요. 짧은 장면이었는데도 연기력이 돋보이더군요.
이젠 대왕대비까지 허연우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연우와 장녹영의 목숨은 바람앞의 등불입니다. 등잔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듯이, 훤이 궁궐에 연우를 숨긴 것은 굿 아이디어였지만, 그럴수록 조심을 해야 하는데 훤이 지금 공중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보니 걱정입니다.
병풍을 보고 말을 거는 훤, "좀 쉬었소", "예". 병풍 뒤의 밀실에서 들려오는 한가인의 대사, 한가인씨 정말 그러시면 아니되옵니다. 책은 집에 가서 읽으셔야죠, 싶더랍니다. "원치 않았다 하면 돌려보내실 것이옵니까?(돌려보내고 싶어, 정말ㅠㅠ). 제 마음이 이미 전하의 것이온데 무엇이 그리도 불안하신 것이옵니까?(그대의 연기가 불안하오)".
문을 열고 나온 연우, 딴 사람이 되어 있었지요. 달라진 모습처럼 한가인의 연기도 좀 달라졌으면 좋으련만, 대사에 감정은 없고, 훤의 감정선마저 잡아 먹어 버리더군요. 고상한 연우도 포기, 귀여운 연우도 뭔가 어색, 도대체 이 좋은 드라마를 보면서 왜 화가 나는지 속상합니다. 감정이라는 것이 상호교류를 해야 하는데, 애정없는 중전과의 씬보다 콩닥거리지 않게 하다니... 예쁜 인형안고 혼자 좋아하는 훤 김수현이 불쌍하기 까지 하더랍니다.
병풍 뒤 밀실에 자꾸 눈이 가는 훤, 정신집중이 안되지요. 상소문은 눈에 안들어오고 연우만 아른 거립니다. 아예 책상을 들고 밀실로 들어가는 훤이었지요. 독서삼매경에 빠져있는 연우, 한비자를 읽느라 훤이 들어오는 것도 몰랐답니다. 8년만에 만난 것 맞니?
제작진이 말하는 꽁냥꽁냥 장면이 이 장면인가 봅니다. 월을 질투하는 연우의 귀여운 모습에 훤이 기습뽀뽀를 하며, 연우가 아주 예뻐 죽는 훤을 보니 말입니다. 아무튼 한가인은 책읽기를 정말 좋아하나 봅니다. 눈으로도 책을 읽고, 입으로도 책을 읽습니다. 

김수현이 아주 시원스럽게 시청자의 마음을 대변해 주더군요. 책에만 빠져있는 연우에게 삐친 훤이 말하지요. "8년만에 만난 내가 한비자만도 못하오? 투기는 무슨... 허망해서 그럴 뿐이다". 전하도 허망했습니까? 시청자는 더 허망했사옵니다!
다만 훤의 깨알웃음 준 대사가 달달장면을 살렸지요. "과인은 지난 8년간 단 한차례의 곁눈을 허락하지 않았소. 구중궁궐 꽃밭에 살면서 순정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정신력과 체력을 요하는 일인지 아시요? 피끓는 사내의 불면의 밤을 그대가 어찌 이해할 수 있겠소? 운동은 필수! 매우 필수요!!", 그나마 이 대사와 훤의 살인미소, 그리고 기습뽀뽀가 없었더라면, 꽁냥꽁냥 달달은 커녕, 책읽는 한가인과 정신연령 후퇴한 듯한 연우때문에 궁시렁궁시렁 덜덜이 되었을 겁니다.
대왕대비의 방문을 받고 심각해진 훤, 연우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지요. 은월각 앞에서 멈춰 선 두 사람, 훤은 연우를 그렇게 고통스럽게 죽게 한 일에 관련된 모든 사람을 발본색원하여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 놓을 것이라고, 연우에 대한 미안함을 씻어주려 하지요. 허나 연우는 안된다고, 그냥 덮으라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죽음에 민화공주가 연루되었다는 것을 알기에, 오라버니 염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지요.
"전하 곁에 머물게 된 것만으로도 더 바랄 것이 없사옵니다. 태양 곁에 있으니 빛이 따로 필요치 않사옵니다", 캬~ 이 좋은 대사를 이렇게 밍숭하게 날려버리다니....
연우의 손을 잡고 냅다 뛰는 훤, 양명군과의 뜀박질에서 보여준 연우의 명대사 또 터졌습니다. "어디로 가시옵니까, 전하". 그냥 말없이 따라 가주면 안되겠니?;;
연우를 데리고 간 곳은 일월오악도가 있는 곳이었지요. 연우에게 봉잠을 건네는 훤, 봉잠을 만든 이유를 말해주지요. "저 일월오악도에 담긴 해와 달의 의미를 여인의 비녀로 만들어달라 조작장에게 명을 내린 적이 있었소. 그대에게 나의 달이 되어달라는 청혼의 징표로 줄 생각으로.... 이 봉잠은 본디 한쌍으로 만들어졌소. 그대가 나의 정빈이 되는 날 이곳에서 나머지 하나를 주려했소. 이제야 둘이 하나가 되는군".
봉잠을 받아들고 눈물을 흘리는 연우, 눈물을 닦아주며 훤은 연우에게 키스를 하는데, 기다렸던(?) 키스씬인데도 설레임도, 감정의 동요도 없었던 키스신이라니.... 꺄악 비명 터지거나, 눈물이 흐르거나, 심장이 콩콩거리거나  했어야 했는데, 무뎌진 제 감정을 탓해야지 누굴 붙들고 하소연을 하겠습니까? 더구나 이 어여쁜 장면에서 왜 화면을 빙빙 돌려대는지 멀미날 뻔했습니다.
17회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설레임과 절절함의 방점을 찍어야 하는 회였습니다. 눈물이 홍수를 이뤄도 모자랄만큼, 격정적인 감정이 흘러야 했었는데, 이게 뭔가 싶네요. 8년만의 재회가 이렇게 감정선 뭉뚱뭉뚱 잘려버리고, 달달신 나온다더니 훤 혼자 일방통행 사랑을 하고 있고, 참으로 허망했던 17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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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5 11:50




월의 정체를 알게 된 훤과 자신의 죽음의 비밀을 알게 된 연우의 행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대왕대비 윤씨와 윤대형의 움직임입니다. 중전 윤보경이 "그 아이가 살아있다"며 바들바들 떠는 모습을 보고, 윤대형의 눈빛이 심상치 않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지요. 
딸자식이 실성해 가는 모습을 보는 부모의 심정은, 같이 미치고 싶은 마음일 것입니다. 교태전의 주인자리가 뭐라고 딸자식이 고통에 미쳐가는 모습을 봤다면, 목을 끌어서라도 데리고 오고 싶은 것이 부모마음이겠지요.

가례를 올리고 8년동안이나 딸을 닭 쳐다 보듯 무심하고 냉랭한 사위 훤, 제가 친정부모였더라면 당장 끌고 와버렸을 겁니다. 세상에 남자가 훤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 딸을 처녀귀신으로 늙게 놔두지는 못할 것이기에 말이죠.
그러나 다른 자리도 아니고 교태전 주인자리는 다르지요. 중전이 되고 싶다고 이력서 한 통으로 오를 수 있는 자리도,  내놓고 싶다고 사표를 던지고 나올 수 있는 자리도 아니지요. 더구나 윤대형에게 딸자식의 중전자리는 가문의 영광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기에, 윤보경의 행복과는 다른 의미로 교태전을 사수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한 번 맛들이면 치명적인 중독증상에서 헤어나기 어렵다는 권력의 독때문입니다. 그러하기에 윤보경보다는 윤보경의 몸에서 나올 원자가 더 관심사항이었죠.
그런데 윤보경은 회임은 커녕 합방조차 치르지 못하고, 호적만 유부녀이지 몸은 처녀귀신으로 늙어 죽을 판입니다.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늙어죽을 팔자도 못되나 봅니다. 귀신들린 듯 반 미쳐가고 있으니 말이죠. 열 여자 마다않는 것이 남정네라지만, 합법적인 부인은 거들떠 보기는 커녕 외도조차 하지 않으려 드니, 뭐 저런 놈이 다있나 싶고 답답하겠죠ㅎ;;  궁궐에 떠도는 해괴한 소문이 사실인가 망측스럽기도 하고 말이죠. 운을 좋아한다는 소문까지 비밀리에 돌기도 했으니....  

중전의 정신이상 상태까지 이르고, 허연우가 살아있음이 밝혀지고 있는 극의 막바지, 윤대형의 행보가 중요해 졌지요. 물론 이에 대응하는 훤의 한 수 또한 궁금한 사항이지만, 지금은 연우와의 재회만으로도 머리가 깨질 판이니, 니들은 당분간은 둘만의 만남에 더 신경써!!!
여튼 윤대형과 외척세력은 이제 이판사판 공사판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는데요, 8년전의 일을 파헤치고 다니는 훤의 움직임이 수상쩍고, 세자빈을 무고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 민화공주와 의빈 허염이 그들이 쥐고 있는 패라고는 하나, 훤이 훼까닥 돌아서 패륜의 끝판을 보여주겠어! 라고 싹쓸이를 해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더군다나 윤보경의 몸에서 원자를 생산할 가능성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일이 될 터, 이제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온듯 합니다.

윤대형과 대왕대비 윤씨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1) 이판사판 너죽고 나죽고 다같이 죽자. 2) 깔끔하게 죄를 자복하고 자폭한다. 3) 너죽고 나살자, '이 참에 갈아엎는 거야'. 4) 너도 살고 나도 살자, 그냥 눈감고 넘어가주라 제발~~, 등이 되겠습니다. 윤대형과 대왕대비의 입장에서는 4번이 가장 좋겠지만, 훤의 성정상 불가한 일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는 그들이죠. 1번의 경우는 득실이 없기에 가능성이 희박하고, 2번의 경우는 가장 옳은 방법이나 권력과는 영영 이별하게 되는 길이기에 택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그럴 거였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어!'겠죠.
가장 가능성이 큰 선택이 역시 3번 '너죽고 나살자' 되겠네요. 표면적으로는 딸을 버리고, 권력을 사수하는 방법입니다. 말 잘듣는 허수아비 왕을 세우고 '네가 누구 덕에 그 자리에 올랐는지 알지?'로 족쇄를 채워버리면 될 일. 훤에게 후사가 없는 경우, 차기대권 후보 1순위 삐딱선 탄 양명군은 그야말로 제격이지요. 달타령에 분기탱천한 양명군이 반역의 서늘한 눈빛을 발사중이니, 그 분위기를 감지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저는 양명군을 끝까지 믿고 싶지만요.

그런데 드라마가 몇회 남지 않은 상황이라 반역의 스케일이 얼마나 클 지, 그냥 세자빈 살해에 가담한 무리들을 머리 풀어 줄줄이 포승줄에 묶어 귀양을 보내거나, 사약을 내리는 것으로 뚝딱 해치워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런 것은 모양새가 좀 빠지죠. 우찌되었든 반역의 움직임 시늉이라도 내야 할 터, 윤대형이 움직여야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느냐가 관건이겠죠. 병력을 움직일 가능성이 크지요.
민화공주와 염, 할마마마를 표적판에 세우고 "쏠 테면 쏴보시죠, 주상!", 할 수도 없고, 한 판 벌이기는 할 듯한데 문제는 훤이 어떻게 저지할까입니다. 운검이 곁에 있다고는 하나 혼자 싸울 수도 없을테고, 가장 큰 문제는 병권을 쥐고 있지않은 훤이 병력을 동원하기는 힘들 일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윤대형이 모반을 하면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이 궁의 금위군으로 수성을 할 수 있을까랍니다. 별걸 다 걱정하고 있네요;;
이런 걱정을 하는 이유가 다 훤이 월의 정체를 알았다는 것때문입니다. 더구나 연우가 의문사를 당했고 그 일에 음모가 있었다는 것을 그냥 덮을 수는 없을 일이기에, 장녹영의 예언대로 피바람이 불 때가 되었기에 말이죠. 피바람을 앞에 두고 또하나의 달 윤보경의 존재감이 대단했던 16회였지요. 공포에 휩싸인 김민서의 반미친 연기가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고 마음마저 얻고 있으니 말입니다. 훤의 마음은 얻지 못했으나, 시청자의 마음을 얻은 김민서되겠습니다.

사실 16회는 김민서와 김수현의 연기가 뛰어나서 묻힌 감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장녹영 역의 전미선과 상선형선 정은표의 짧지만 강한 여운을 준 장면이 참 좋았습니다. 지난 글에 언급을 미쳐하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해를 품은 달은 주인공 김수현과 김민서의 연기가 눈에 띌 뿐, 주연급이라고 하는 젊은 연기자들의 연기는 주목받지 못함에도, 젊은 연기자들을 품고 가는 중견배우들의 존재감이 훨씬 크게 다가옵니다. 대왕대비 김영애, 윤대형역의 김응수, 장녹영 역의 전미선, 상선 형선 정은표, 윤대형의 꼬봉 호판까지 비중이 적음에도 존재감을 스스로 살리고 있는 배우들이죠.
장녹영을 만나 월이 8년전에 죽은 허연우가 맞느냐고 확인하는 훤, 연우를 부르며 오열하는 김수현이 시청자를 울렸지요. 그런데 눈에 띄지 않게 시청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 이가 있었으니, 훤의 그림자 중의 한사람 형선이었습니다. 월이 연우임을 알고 나오는 길, 언제나처럼 상선형선과 운이 훤의 뒤를 따르고 있었지요.
훤의 뒤를 따르는 상선 형선은 그냥 따르고 있지 않습니다. 자신의 슬픔인듯 얼굴을 찡그리며 울음을 터뜨리기 일보직전의 모습으로 훤의 뒤를 따르더군요. 주저앉는 훤의 뒤에서 그 역시 털썩 무릎을 꿇고 말았는데, 안봐도 비디오였습니다. 카메라는 김수현의 얼굴을 풀샷으로 잡았지만, 카메라 밖에서도 형선이 눈물을 흘리며 같이 통곡하고 있었으리라 짐작이 되더군요. 카메라 안에서도 연기연습 중인지, 연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배우들이 배워야 할 모습입니다.

전미선 역시 이번회 대사없이 표정만으로 시청자를 뭉클하게 했지요. 자신을 죽게하고, 또 살리기도 한 장녹영에게 한가지 용서할 수 없는 것과 의문점에 대해 묻는 연우, 장녹영을 금방이라도 후려칠 기세였더라죠. 민화공주가 흑주술의 제물로 바쳐졌다는 말에 경악하는 연우, 결국 연우는 오라버니 염과 훤을 위해 모든 것을 덮겠다는 결심을 하고 말지요.
활인서 숙소로 돌아와 꺼이꺼이 우는 연우, 전하앞에 나타날 수 없는 그 참담함을 안타깝게 바라본 이가 전미선이었지요. 시청자는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삭이는 연우를 장녹영의 시선으로 보게 했지요. 큰 슬픔을 겪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가서 등이라도 토닥해 주고 싶은 그런 안타까움을 먼발치에서도 표현하고 있었지요. 

해품달에서 가장 캐미가 사는 커플을 꼽으라면 훤의 경우는 상선형선입니다. 한가인은 전미선과 있을때 그러하고요. 상선형선과 장녹영은 두 주인공에게는 아버지, 어머니와 같은 존재지요. 그래서 두 사람의 감정을 누구보다 잘 읽고 이해하는 인물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두 사람의 감정선에 함께 보조를 가장 잘 맞추는 이들도 장녹영과 형선입니다. 훤에게는 운도 있지만 운의 경우는 묵직함이 생명이라, 쉽게 감정을 보이면 신비감이 사라지는 캐릭터지요. 연우에게는 설이 있지만, 그닥 도움은 되지 못하고 오히려 두 사람을 붙여두면 심히 안습인지라;;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법, 조금은 다른 의미의 그림자지만, 태양 훤과 달 연우를 그림자처럼 지켜주는 상선형선과 장녹영, 해품달의 명품그림자들입니다. 정은표와 전미선, 카메라에 클로즈업 되지 않더라도 작지만 세세한 동작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로 자기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이고, 나아가 드라마의 스토리까지 얹어주는 모습, 시청자들에게는 해품달에서 만나는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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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4 08:22




드라마를 보면서 빛나는 보석을 발견하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일찍이 아역 전문배우(?)로 크게 될 싹이 보였던 김수현, 처음하는 성인연기였음에도 감정표현은 물론 그 캐릭터를 자기 것으로 만들 줄 아는 배우입니다. 해를 품은 달은 어느 드라마와는 다르게 아역들과의 교감을 이어주는 것이 중요한 드라마입니다.
8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그 감정선들과 연결을 해야 하기에, 아역들과 전혀 다른 캐릭터가 되어서도, 그렇다고 아역들에서 성장하지 않을 수도 없기에, 배우들에게는 이중적인 부담일 수밖에 없겠지요. 명품아역들의 뒤를 이어 그 감정선과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어주면서도, 또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하는 캐릭터가 훤, 중전 윤보경, 그리고 민화공주입니다.

운명을 바꿔버린 민화공주, 운명이 바꿔놓은 중전 윤보경
민화공주의 경우는 분량이 적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었겠지만, 연우의 죽음에 관여한 죄책감을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하기에 마냥 밝을 수만은 없음에도, 늘 해맑은 모습이 철없는 공주로 비춰졌지요. 그런데 허영재의 무덤을 다녀와서, 그가 병사한 것이 아니라 자결을 했다는 말을 듣고는 심하게 괴로워합니다. 그녀 앞에 닥쳐올 비극에 불안감과 죄책감을 감추지 못하고 오들오들 떠는 모습으로, 철없는 공주의 모습에서 한발짝 나아간 모습을 보였습니다. 양심을 저잣거리에 내놓지는 않은 듯 싶고 말이죠.
중전 윤보경 역시 불안과 공포에 반 미쳐가는 모습으로 캐릭터의 변화가 감지되었는데요, 중전 윤보경의 처리문제가 작가로서는 심히 고민스러웠을 터, 그 아비 윤대형이 세자빈의 죽음과 연루되었다고는 하나, 중전 윤보경에게 네 아비의 죄를 물어 사약을 내리겠다고 할 수도, 그렇다고 야박하게 머리를 깎아 절로 보내버릴 수는 없는 일이지요. 고육지책으로 중전의 정신이상 상태를 통해 그녀의 마지막을 준비하기 위하는 것으로 보이더군요. 

건널 수 없는 강을 앞에 둔 훤과 양명, 과연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월을 사이에 두고 두 형제의 팽팽한 긴장감이 한바탕 전쟁을 치른 느낌입니다. 종친의 자리를 내려놓고서라도 무녀 월을 택할 각오가 돼 있다는 양명군, "전하의 자리를 내려놓을 실 수 있겠느냐"고 정면공격까지 서슴지 않았지요. 자신이 월의 곁을 떠난다면 그 아이를 지켜줄 수 있겠느냐며, 아무 죄도 없는 월을 죄인으로 만들고 상처를 준 것외에 뭘 할 수 있느냐고, 눈에 핏발을 세우는 양명군이었지요. 양명군 내친김에 직격탄을 날려 버리지요.
"연우를 내려놓을 수 있습니까? 저는 그리할 수 있습니다. 허나 전하는 절대 그리 할 수 없을 것입니다", 8년전의 일인데 짜식 거참 뒤끝 꽤나 상당히 길구만... 여하튼 연우를 내려놓을 수 있다고 스스로 말을 했으니, 게임 끝입니다. 서책을 좋아하는 연우, 결정적으로 스승님의 집에 함께 가자는 말에 당황해 하는 연우를 보며, 월이 연우라는 것을 양명군도 알아버렸으니, 더 이상 연우에 대한 연심을 고집할 수는 없을테니 말입니다.
요즘 양명이 하도 요상스럽게 변해가고 있어서 애정지수가 떨어지고 있는 중이랍니다.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2인자로서의 내면적 고뇌보다는, 여자때문에 소인배로 전락하기 일보직전인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말이죠. 여배우가 대신 욕을 먹고 있어서 정일우가 십자포화를 받지 않는 편이지만, 정일우의 발음교정 노력은 절실히 필요한 부분입니다. 죄인인지 재인인지, 주상인지 즈상인지, 대사가 조금만 길어지면 군데군데 뭉개지는 발음을 추워서 입이 언 때문이라고는 절대 말해주지 못하겠음;;
아무튼 훤에게 뭘 할 수 있느냐고 훤의 자책감에 불을 지피는 양명군, 다음날은 궁에 입궐해서 활인서의 구호물품을 호판같은 쥐새끼들이 빼먹었다고 쌍심지를 켜고 가기도 했지요. 월때문에 자꾸 양명군과 틀어지고 있는 훤, "왕이면 왕답게 정치를 똑바로 하란 말이야!"라는 비아냥으로 들었으니, 두 형제 어쩌다가 그 차돌같은 형제애가 깨지고 있는지 안타깝기 그지 없네요.

그런데 실은 훤은 양명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호판앞에서 위엄을 내세운 것이었지요. 양명군을 보호하려는 훤의 가상한 노력을 몰라주는 것이 속상하기도 하더랍니다. 종친이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을 선수를 쳐서 호통을 쳐버리는 훤, 어떻게든 눈엣가시인 양명의 꼬투리를 잡으려는 윤대형 일파에게서 그토록 양명형님을 지켜주고자 한 것이었지요.
양명은 연우에 대한 질투라고 오해하고 있지만, 훤에게 왕좌는 그렇게 지켜줘야 할 사람이 많은 고단스러운 자리랍니다. 형만한 아우 없다지만, 왕의 재목감에서는 2%부족한 양명군이 맞나 봅니다. 훤에게 눈 부라리는 양명의 모습을 호판이 보았으니, 윤대형이 양명을 먹잇감으로 이용할 것이 눈에 훤히 보이기도 하고 말이지요. 

미쳐가는 중전, 그녀의 공포와 불안은 최후를 위한 준비일까?
한편 연우를 만난 중전은 정신이상증세가 심각해져 가고 있는데요, 이거 굿이라도 해야 할 판입니다. 연우를 만나더니 진짜로 귀신이 들렸나 봅니다. 오들오들 떠는 중전, 급기야 발작증세까지 보이기 시작하지요. 간밤에 연우의 협박 아닌 협박에 정신줄 놓기 일보직전이더군요. 허연우가 전하더라는 말을 중전에게 미치라고 작정하고 말한 것은 아니겠지만, 연우와 똑닮은 무녀가 사근사근 웃다가는 표정 싹 바꾸고, "중전마마를 만나거든 그만 두려움을 떨쳐내시고, 행복하시기를 바란다"고 전해달라고 했다는데, 저도 귀신을 보는 듯했으니 중전은 얼마나 놀랐겠느냐고요.
중전 윤보경 역의 김민서, 정신줄 놓은 광기어린 연기를 실감나게 잘하더군요. 이번회 훤의 오열장면과 함께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최고의 연기였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향해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는 모습이, 거의 미친 사람 수준이었답니다. 그냥 미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공포와 불안까지 표현했기에 더 실감나는 장면이었고 말이죠. 훤에 대한 연심이 가여워서 동정지수 팍팍 상승중이었는데, 이런 히스테릭 발작증세가 지속되면, 처지는 딱하나 국모의 자리에 앉혀둘 수만은 없겠습니다. 지못미 중전ㅠㅠ

자신을 밝힐 수없는 연우, 눈물이 되어 흐르는 훤에 대한 사랑
중전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 은월각 앞에서 걸음을 멈추는 연우, 모든 게 기억납니다. 가족들과 떨어져 무섭거나 슬프지는 않느냐며 손수건 편지를 전해 주었던 세자저하, 인형극으로 세자빈 교육의 힘듦도 잊게 만들고 행복하게 해주었던 저하, 은월각에 자신과의 추억을 새겨두고 홀로 우는 전하, 전하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에 가슴이 미어지는 연우입니다. 전하가 너무나 그립습니다. 진즉 알아봤더라면, 용안이라도 더 봐둘 걸, 몰라봐서 아니 기억을 못해서 죄송할 뿐인 연우입니다. 혹이라도 전하가 와있을까 뛰어나가 보는 연우였지요.
그런데 거짓말처럼 전하가 그 자리에 서있습니다. 마음으로는 제가 연우라고 수천번을 말해보지만, 정체를 밝힐 수 없는 연우입니다. 자신의 죽음에 민화공주가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말이지요. 전하 손으로 자신의 혈육을 쳐내게 할 수도, 또한 염 오라버니를 죄인으로 만들 수도 없기에, '제가 연우입니다'고 튀어나오는 말을, 입술이 피가 나도록 깨물며 막는 연우입니다.
"주상전하를 한 눈에 알아보지 못한 죄를 어찌 다 갚을 수 있겠사옵니까?", 훤에게 전하지 못하는 말이 눈물이 되어 흐를 뿐입니다. "가거라, 가서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말거라". 보면 괴롭고 안보면 그립고, 마음에도 없는 말로 월에 대한 마음을 끊어내는 훤이었지요. 성큼성큼 가버리는 훤의 뒷모습에 눈물짓는 연우, 자기가 연우라고 달려가 보지만, 달려간 것은 전하를 향한 마음뿐, 쓸쓸한 달빛만이 연우를 보듬어 줍니다.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한가인의 방백, "그리되면 전하를 다시는 뵈올 수 없게 되질 않겠사옵니까", "주상전하를 한 눈에 알아보지 못한 죄를 어찌 다 갚을 수 있겠사옵니까"는 사실 가장 중요한 연우의 감정선이었는데, 대사에 감정실음 하나 없이, 한치의 호흡 끊김도 없이 줄줄 읊어버린 한가인, 이런 뒷골땡기는 허망한 감정선이라니;;. 저도 솔직히 이런 지적하는 것 좋아하지 않고, 한가인에 대한 개인적 악감정은 눈곱만큼도 없지만, 너무 합니다ㅠㅠ

8년의 공백 메꿔버린 김수현의 1분오열, 가슴울린 절규 "연우야"
셜록훤즈, 드디어 월의 정체를 알았습니다. 도무녀 장씨를 불러 8년전의 일을 추궁하는 훤, 장녹영의 말에서 실마리를 잡았지요. "주술로 사람을 죽일 수는 있으나, 그리하면 주술을 행한 자도 목숨을 내놓아야 합니다. 소인이 흑주술로 누군가를 죽였다면, 저 또한 이미 죽은 목숨일 것입니다. 소인이 이처럼 살아있다면, 소인의 주술로 죽은 사람 또한 없지 않겠사옵니까?". 알아서 추리를 해보시와요. 장녹영의 말은 연우가 살아있다는 힌트였지요. 장녹영이 살아있다는 것은 연우 또한 살아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니 말이죠.
훤의 의구심에 확신을 준 것은 홍규태의 수사보고였지요. 연우의 무덤이 파헤쳐졌다는 청지기의 말과 수사현장마다 나타난 설이 무녀 월의 무노비였다는 말에 월이 연우임을 확신하는 훤, "월이 허연우가 맞느냐"는 물음에 고개를 떨구는 장녹영. 대답보다 강한 긍정의 말이었습니다. 
가슴이 미어지게 아파옵니다. 숨조차 쉴 수 없이 아려옵니다. 설마... 설마, 아니기를 바랐습니다. 혹여... 혹여, 맞기를 바랐습니다. 연우를 알아보지 못했던 미안함에 아니기를 바랐고, 연우가 살아있기를 간절히 또 간절히 바랐습니다. 땅인지 하늘인지 눈물이 앞을 가로막아 훤을 서있기 조차 힘들게 합니다. 털썩 쓰러지는 훤, '월 네가 정녕 나의 연우였더란 말이냐. 너를 알아보지 못하고 떠나라고,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너를 몰아세웠구나. 몰랐다, 몰라봐서 미안하다. 나란 놈은 너의 고통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구나.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살아있어 고맙다. 몰랐느니라, 몰랐느니라. 8년동안 내 가슴에 너를 묻고 살았다. 다시는 볼 수 없다고, 다시는 너의 웃음을 볼 수 없다고, 너의 손을 잡을 수 없다고, 너를 보내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너를 보내지 못했다. 연우야'
훤의 마지막 오열에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이 전달되더군요. 연우에 대한 미안함, 알아보지 못하고, 지켜주지 못했던 자신을 탓하듯 가슴을 툭툭 치며 우는 훤, 오열의 종류에 따라 오열의 강도까지 조절하는 연기를 보여주는 김수현, 짱!
김수현이 그동안 눈물씬으로 시청자를 울린 일이 한 번이 아닌데도, 이전 연우의 마지막 편지를 보고 흘렸던 눈물과는 전혀 다른 감정을 전해 주더군요. 같은 눈물이라도 그 전해지는 감정이 다 다른데, 김수현은 그 감정을 매번 다르게 표현을 합니다.
연우를 그리워할 때는 애틋한 연민으로, 연우의 마지막 편지를 읽고서는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으로, 그리고 월의 정체를 알고 나서는 죄없이 죽어야 했던 세자빈을 지켜주지 못하고, 살아 온 연우를 알아보지 못한 자책감으로 울었습니다. 이번 오열신은 피를 토하는 듯한 최고조의 감정을 끌어냈는데요, 8년의 응어리를 토하듯 고개를 젖히고 괴성을 지를 때는, 목의 핏줄이 터질까 걱정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오장육부의 슬픔을 다 끌어내어 피를 토하듯 우는 남자 훤,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어찌 이 남자와 함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제가 다 연우를 몰라 본 것이 미안해질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연우야", 훤이 연우를 부를 때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아역 여진구의 목소리를 더빙했는지 착각했을 정도였어요. 8년전 은월각을 나가는 연우를 부르며 오열했던 세자와 너무도 같아서 말이지요. 연우야 라고 우는 훤의 모습은, 8년 전 연우를 떠나보낸 순간에서 멈춰있던 훤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정을 복받쳐오르게 했습니다. 김수현이 얼마나 캐릭터에 몰입하고, 분석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세자 훤과 왕 훤을 "연우야" 라는 이름에 실린 모든 감정선들을 이어주면서, 연우라는 이름만으로도 울컥하게 했던 감성을 끌어내 준 훤 김수현, 온몸을 던져 오열연기의 진수를 보여줬습니다. 눈물흘리는 얼굴마저 사랑스럽더군요. 우는 장면하나로도 8년을 거슬러가 감정선을 통째로 살려낼 줄 아는 배우 김수현, 향후 폭풍성장이 무서운 연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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