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아름다워 동성애'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7.19 '인생은 아름다워' 김해숙, 엄마라는 이름으로 만들어가는 기적 (9)
  2. 2010.06.07 '인생은 아름다워' 찌질남 윤다훈, 얄밉게 구는 속마음 (7)
  3. 2010.05.16 '인생은 아름다워' 갈등구조의 밋밋함, 드라마 재미 반감시킨다 (9)
2010.07.19 14:39




경수엄마가 불란지 팬션으로 들이닥치면서 일어난 불똥은 태섭과 경수에게로 튀어 버렸습니다. 이번회 태섭이 경수에게 토해내는 것을 보고,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서 보여지는 질투와 시작부터 내가 처음이고 싶어하는 마음을 보면서, 그들도 여느 사람들과 다르지 않고 이렇게 똑같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독점욕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인생은 아름다워 31회에서는 태섭과 경수의 문제가 비중있게 다뤄졌는데요, 무엇보다 마음에 와닿았던 장면은 동성애자 아들을 둔 두 엄마 민재와 경수엄마의 자식에 대한 같으면서도 다른 감정이었습니다. 어느 한편이 옳다 그르다라고 할 수 없는 답답함이 느껴지더라고요. 극중 민재처럼 소주 한 잔을 하고 싶었네요. 술을 못해서 물만 한 잔 들이켰지만요.

경수엄마는 불란지 팬션의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렇게 간단하게 그 문제를 넘겼느냐고, 그리고 결혼한다는 경수까지 받아들인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선에서는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될 수도 있겠지요. "우리는 하나만 생각했어요. 태섭이가 이미 혼자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어 왔는데 우리까지 괴롭히지 말자" 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물론 쉽지는 않았고 충격도 컸다는 민재의 말에 경수엄마는 "우리는 평범한 집안이 아니라"며 집안 자랑인지, 위세를 떠는 것인지 집안 족보를 들먹이지요. 이런 사람들 정말 꼴불견인데 암튼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세있는 집안이라고 떠드는 사람들치고 인품 높은 사람을 별로 본 적이 없어서 말이에요. 
결국 경수 집안 식구들이 경수를 인정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 시선과 체면때문입니다. 차기 대학총장 자리 후보에 오른 경수아버지가 자식이 게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따가운 시선과 비아냥에서 자유스러울 수는 없을테니까요. 한 번 뒤집어 생각하면, 그 정도의 집안에서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자식의 행복보다는 사회적 체면과 성공을 중요시하는 부류들일 거예요. 그런 점에서는 경수엄마의 심정도 이해를 못할 바도 아니고 말이지요. 
경수엄마에게 "우리는 저 스스로 선택한 삶의 방식에 간섭할 생각이 없습니다. 둘이 같이 있으면 둘 다 편안해 하고 서로 많이 좋아해요" 라고 말하는 민재에게, 비록 "절대로 우리 아이 포기하지 못한다"고, "우리한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이를 갈며 자리를 뜨지만, 속으로는 민재의 말에 조금은 흔들렸을 것 같기도 했어요. 부모는 같은 부모의 심정을 헤아릴 수가 있거든요.  
밖으로 나온 경수엄마는 태섭에게 한 번 더 다짐을 받고자 합니다. "우리 경수는 너하고 달라. 제 아이 위하면서, 처가집에도 그렇게 잘할 수 없었어. 정말 그림같이 살던 녀석이야". 태섭이 때문에 누구보다 효자인 경수가 흔들렸다고 태섭을 다그치는 광경을 보고 "일곱살짜리 애들이에요? 누가 누구 때문이 어디 있어요?" 라며 쏘아붙이는 민재입니다. 경수가 전 부인과 재결합하기를 거부하는 이유가 태섭이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수엄마는 태섭에게 그만 만나라며 약속을 해달라고 합니다. 태섭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겠다고 못을 박고는 뒤돌아서 집안으로 걸음을 옮기지요. 
그런 태섭을 기다리며 손을 꼭 잡고 들어가는 민재, 그 장면을 보니 울컥해 지더라고요. 경수엄마가 찾아왔다는 말에 태섭을 들어오지 못하게 했던 민재였지요. 태섭이가 두 번 아플까봐서요. 경수집에서 경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민재는 경수엄마가 어떤 말들을 뱉을 지를 알고 있었을 거에요. 우리 자식 발가벗겨서 찬바람 맞게 하지 말자라며 병태와 부둥켜 안고 울던 민재였어요. 발가벗겨서 내보내지 않으려고, 그렇게 태섭에 힘이 돼주고 안아주고 방패가 돼주는 민재입니다.  
엄마가 태섭의 집을 찾아갔다는 것을 알게 된 경수는 태섭이를 만나기 위해 오고, 태섭 역시 태섭의 원룸으로 돌아가 경수와 만나는데요, 태섭이 재벌아들과 사랑에 빠진 서민집안 아가씨가 된 기분이라며 기분이 더럽다고 불쾌해 하지요. 그리고 태섭의 감정이 폭발했는데, 질투심을 이기지 못하는 태섭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와닿았어요. "넌 왜 그렇게 잘하고 살았니? 와이프랑 처가에도 잘하고, 그림같이 살았다더라". 그러면서 원하면 지금이라도 그림같이 살라며, 언제까지 떨어져 나가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냐고 결국은 있는대로 감정을 폭발해 버리는 태섭입니다.
감정을 터뜨리는 태섭을 보니 경수엄마에게 받은 모욕감도 컸지만, 첫사랑이었고 싶은 감정, 전부인에 대한 질투심까지 느껴지더군요. 과거까지 질투하는 태섭역할을 하는 송창의가 곱상한 얼굴로 화를 내는 모습도 매력적이더군요. 동성애라는 까다로울 수 있는 감정선을 무리하지 않게 보여주고 있는 송창의와 이상우, 연기가 끈적이지 않고 담백해서 제가 요즘 관심을 많이 가지고 지켜보는 연기자들입니다ㅎ.
경수가 다음날 공항에 경수 엄마를 배웅하면서, 경수 엄마에게 못을 박아 버렸지요. 부모의 아킬레스건, 자식이 부모 앞에서 죽겠다는 말처럼 억장이 무너지는 말도 없을 겁니다. 경수엄마가 차안에서 경수를 치며 우는 장면을 보면서, 경수엄마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경수가 '없는 자식치라'고 했지만, 설마 죽겠다는 말을 할 것이라고 까지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협박도 해보고, 멸시도 해보고, 괴물이라고 욕도 했던 경수엄마였지요. 하지만 막상 자식의 입에서 죽겠다는 말이 나오자, 경수엄마도 오열을 터트리고 말더라고요. 제가 경수엄마 입장이 되어 보니 정말 미칠 노릇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태섭에 비해 일찍 커밍아웃한 경수로 인해 경수엄마는 수없이 눈물을 흘렸을 겁니다. 분노하고 절망하고, 그러면서도 며느리랑 손녀딸과 알콩달콩 살던 때를 생각하면 미련과 희망을 버리지 못했을 거고요. 드라마에서 너무 표독스럽게 나와서 정은 잘 주지 못했지만, 경수엄마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아요. 자식이 손가락질과 비아냥을 받으며 살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을테니까요.
집안의 체면도 물론 중요한 문제였지만, 경수엄마 역시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였고, 경수를 사랑한다는 것이 느껴졌었어요. 자식이 손가락질 받으며 사는 것이 너무나 마음 아픈... 앞으로 태섭이가 겪어야 할 북풍한설 모진바람을 대신 맞아 주지 못해 더 마음이 아픈 민재와 병태처럼요. 누구 하나 자식 귀하지 않은 부모는 없겠지요. 
그럼에도 저는 민재의 생각에 동의해요. 인간은 행복할 권리가 있고, 누구도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라고 말할 권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민재에게도, 병태에게도 표현은 하지 않지만 경수엄마처럼 미련과 희망이 가슴 밑바닥에는 앙금처럼 한덩어리 정도는 남아있을 거에요. 
무거운 마음으로 원룸으로 돌아가는 태섭을 보면서 잠을 이루지 못하던 민재와 병태부부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미더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두사람 모두 다음날까지 뒤숭숭한 마음에 잠들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서로 "자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앞으로도 이 부부에게 태섭 때문에 몇번이나 속이 뒤집어질 일이 일어날 것이며, 그때마다 태섭이 받아야 할 상처들로 민재부부가 걱정을 하는 것이 느껴져서요. 차라리 해 줄 수만 있다면 태섭이가 받을 서러움, 멸시를 대신 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속으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정상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혹은 '내가 대신 태섭이에게 던져지는 돌을 다 맞을 수만 있다면...' 그런 마음이 지금도 왜 없겠어요. 속마음을 뱉지도 못하고, "운전 조심해야 하는데..." 라는 병태, 말은 그렇게 했는데, 저는 "태섭이 마음 다치지 않았으면..."라는 말처럼 들리더라고요. 결국 잠을 이루지 못하는 민재가 주방에 나와 소주로 속을 달래는데,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엄마의 심정이 절절하게 나오는 장면이었습니다.

동성애자를 둔 두 엄마의 눈물을 보며, 비록 자식의 문제를 받아들이는 시선은 너무나 대조적이고 다르지만, 이번회를 보면서 조금은 화해의 가능성을 엿보기도 했는데요, "태섭의 부모는 자식 이상 중요한 것은 없는 사람들이에요" 라는 경수의 말때문이었어요. 아들의 행복만을 바라는 민재의 마음, 그리고 자신에게 모욕을 받고 돌아서는 아들의 손을 꼭 쥐고 들어가는 민재는 경수엄마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줄 것 같았어요.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수엄마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엄마라는 이름으로 만들어가는 기적처럼요. '어머니'라는 가장 위대한 이름, 동성애자를 자식으로 둔 엄마 역할을 맡은 김해숙이 보여주는 깊이있는 연기를,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만났다는 것은 정말 큰 선물같습니다.
지금 당장은 다 이해하고 인정할 수 없겠지만, 삽십 넘은 자식이 선택한 삶의 방식을 경수엄마 역시 언젠가는 받아들일 것 같은 희망도 느꼈어요. 꼭 받아 주었으면 싶고요. 행복한 자식을 보면 부모도 행복하잖아요. 자식의 행복을 담보로 얻은 체면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잔인한 것인지, 그 모순되는 행복관에 대해서 경수엄마도 깨닫게 되는 날이 왔으면 싶어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다뤄지는 태섭과 경수의 문제는 동성애라는 시선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데서, 이 드라마의 정직성과 날카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경수엄마가 경수의 희생을 담보로 얻고 싶은 외면적인 행복은, 자식에게는 빈껍데기 허울의 가식적인 삶을 살게 할 뿐이에요. 결국 그 가족 누구도 진심으로 행복하지는 않은 보기좋은 그림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라는 문제에 앞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인간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으며, 누구도 자신의 행복을 위해 다른 사람의 행복을 희생하라고 요구할 권리는 없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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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7 13:58




태섭의 커밍아웃은 병태네 불란지 펜션에 꽤 큰 폭풍이었지만, 가족안에서 용해되고 끌어안음으로써 적어도 태섭은 가족에게만은 냉대받지 않은 모습입니다. 극중 작은 삼촌인 병걸(윤다훈)과 수일(이민우)를 제외하고는, 오히려 태섭에 대해서 몰랐던 것을 서로가 미안해 하면서 태섭에게 강해지라고 힘을 북돋워 주는 가장 든든한 응원군들이 되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 작은 삼촌 병걸의 까칠한 반응은 욕설에 가깝지만, 현실적으로 동성애자에 대해 이해하려 들지 않는 대다수 사람들의 솔직한 반응일 겁니다. 병걸이 태섭이가 가족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수일의 반응처럼 겉으로 대놓고 모욕하지는 않으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을 지도 모릅니다. 병태네 가족들 중 누구보다 마음이 여리고, 수더분해서 태섭을 가장 짠하게 생각할 것 같았던 병걸이 예상을 깨고 가장 까칠하게 나오고 있는데요, 감성이 풍부하고, 감정에 솔직하고, 직설적인 성격때문일 거예요. 그리고 누구보다 태섭을 아끼기 때문이라는 것도 이번회를 통해 알 수 있었어요.
병걸이 태섭이와 함께 밥을 먹고 싶지 않다며 가족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더러운 자식"이라고 욕설을 뱉은 상황은 그가 삼촌이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태섭을 아꼈기 때문에 더 심하게 나왔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병걸이도 병태의 심정 못지않게 잘나고, 예의바르고, 반듯한 태섭이가 안타까웠을 거예요. 어려서 엄마를 잃고, 새엄마 손에서 자라서 늘 기가 죽어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아이가 동성애자라니 병걸이도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병태에게 끌려나가 한방 얻어맞고 병태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 장면에서 병걸의 진심이 드러났습니다. "너무 안타까워서.. 미워서..." 병걸이는 누구보다 반듯하고 아까운 태섭이었기에 더 화가 나고 속상한 마음이더라고요. 누가 안그러겠어요. 허우대 멀쩡하고, 남부럽지 않은 의사 직업에 집안의 대를 이을 장손이 성적소수자라니 말이에요. 병걸을 때린 병태의 심정도 편하지 않습니다. 병걸이의 심정을 병태(김영철)가 모르는 바는 아니에요. 병걸이 처럼 그렇게 태섭이에게 모질게 말하고 때려서라도 바꿔주고 싶었을 병태였을 겁니다. 그것이 안되는 일이라는 것을 병걸보다는 더 잘 알고 있기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여야 했을 뿐이었어요. 병걸을 때리고 우는 병태를 보니, 태섭때문이기 보다는 그동안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는 것 같더라고요.
가족들이 자신을 볼 때마다 받을 상처를 잘 아는 태섭은 가족들에게 일일이 사과를 합니다. 아무리 혼자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고, 혼자 넘어야 할 산이라는 것을 알지만, 태섭에게 매일같이 눈 뜨면 산이 턱하니 가로막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태섭이 동성애자라는 소문이 나돌면, 막연한 찝찝함때문에 진료를 거부할 환자들도 분명 있을 거고, 시선도 곱지 않을 것이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이지요. 이런게 잘못되었다, 혹은 불합리 하니 고쳐야 한다고 말 할 수는 없다는 게 우리의 현실이겠지요. 병걸이 아무리 마음으로는 태섭이 안됐고 가슴 아파도 생각을 고치기 힘들고, 수일 역시 드러내지 않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응원해 주는 입장이 아니듯이 말이지요. 

가족들에게 커밍아웃 하고, 한 사람 두 사람 태섭이의 성정체성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마다, 태섭이도 감당해야 할 상처들이 하나 둘씩 늘어날 것이라 예상하고, 멸시도 달게 받겠다고 마음 먹지만, 막상 삼촌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자 상처를 받습니다. 뒤 따라 온 민재 품에 안겨 울 때는 저도 함께 울었네요. 처음으로 태섭의 입에서 "엄마"라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항상 깍듯하게 "어머니" 라고 부르던 태섭이었는데, "죄송해요, 엄마. 죽는 날까지 죄송해요, 엄마" 라고 우는데, 가슴도 아프고, 한편으로는 태섭과 민재가 20여년간 알게 모르게 쳐 둔 새엄마와 의붓아들이라는 경계가 허물어지는 듯해서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저는 드라마를 보면서 민재와 병태의 이성적인 생각이 마음에 들고, 진정으로 태섭을 품어주는 가족애에 깊은 감동을 받고 있지만, 극중 병걸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에요. 더러운 자식이라고 쏘아 붙이고, 못돼먹게 보일 정도로 화를 내고, 까칠하게 구는 것도 태섭이가 가족이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수의 가족들이 경수에 대해 그렇게 몰인정스럽게 구는 것 역시 경수가 그들의 자식이었기 때문일 거예요. 이들의 딜레마는 동성애자가 내 가족이기 때문이에요. 다른 집일이었다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 버릴 수도 있을 문제임에도, 내 가족이 그렇기 때문에 인정하고 싶지 않고, 더 화가 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성적소수자가 내 가족이 아닌 타인이었을 경우에는 훨씬 더 관대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경수 아버지는 드라마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았지만, 사회적으로 저명한 학자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집안의 자식이라고 하지요. 경수 아버지도 공개적인 장소나 학술지에 비슷한 주제로 의견을 개진할 때에는 경수에게 대하는 태도를 취할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경수에게는 그런 아버지의 태도가 위선적으로 보이겠지만, 자식이기에 인정하기 싫어하리라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병태나 민재가 커밍아웃한 태섭보다 더 용기있어 보이는 것은 내 가족인데도 품었기 때문이라는 역설적인 생각도 들어요. 따지고 보면 다른 사람들의 일이라면 그러던지 말던지 상관없지만, 내 가족이기 때문에 더 싫고, 제발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클 것 같아요. 그래서 태섭을 품는 민재네 가족들이 대단해 보였고, 크게 감동을 주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이들이 가족이었기 때문에 품었다고만 생각했는데, 다르게 생각해보면 가족이기 때문에 절대로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는 일이거든요. 극중 경수 가족과 병걸이처럼 말이지요.
이번회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면서 특히 민재와 태섭이 우는 장면에서 김해숙의 가슴 찢어지는 어머니의 연기가 너무나 가슴깊게 와닿았는데, 병걸의 왕방울 같은 눈물도 뭉클했어요. 까칠하고 찌질해 보이는 병걸이가 얄밉기도 하지만, 가족이기에 용납하기 싫은 병걸의 마음이 전해지더라고요. 병걸이도 민재나 병태처럼 결국은 태섭을 품고 누구보다 더 따뜻하게 안아주리라 생각하지만, 병걸 역시 태섭이 때문에 누구보다 마음 아파하는 삼촌임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태섭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운 표현이 다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태섭의 문제는 사실 불란지 펜션 모든 가족에게 상처이고 아픔일 거예요.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태섭의 제 3의 성을 의학적으로, 혹은 심리치료로 바꿀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이겠지요. 할머니가 툇마루에서 아직 짝을 찾지 못한 병준과 병걸에 대해 걱정하면서, "사람이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살아야 하는데..."라던 말이 자꾸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민재나 병태가 할아버지 할머니는 모르게 하자고 했는데, 저역시 끝까지 몰랐으면 싶은 생각이 듭니다.  
24회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면서 태섭이 때문에 처음으로 웃었네요. 그 말쑥한 청년이 샤워를 하다가 비누거품에 미끄러져 넘어졌는데, 그것도 알몸으로 넘어지는 장면은 상당히 웃겼답니다. 항상 말끔하고 옷에 먼지 한톨 안묻히고 다닐 것 같은 블링블링한 남자가 지금까지 등장인물들 중에 가장 폼나게(?ㅋㅋ) 넘어 주시더라고요.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상처받더라도, 혼자 끙끙대고 고민하던 때보다는 커밍아웃한 이후의 태섭이의 인생이 더 살만하고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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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6 11:52




김수현이 새롭게 화두로 던진 동성애라는 파격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아름다워는 확 끌어당기는 재미가 부족하다. 김수현의 작품치고는 대사의 톡톡 쏘는 맛이 부족하고, 이상하게 물에 술탄듯 술에 물탄듯 감흥이 없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김수현 작가의 작품이라면 거의 모든 작품을 봐 왔던 열혈팬인데 이번 작품처럼 구미가 당기지 않는 드라마는 처음이라 고개가 갸우뚱해질 정도이다.

이번회 극중 양병준(김상준)의 방뇨실수 사건도 요절복통할 일이었지만, 병태 집안의 특급재미정도로 밖에 다가오지 않았다. 조아라(장미희)가 불란지 펜션으로 찾아와 노모와 노부에게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하는 장면은 장미희의 출연만으로도 눈길이 갔고, 특히 양지혜(우희진)이 장미희의 말투를 흉내내는 장면은 성대묘사라고 해도 좋을만큼 뛰어나 보였다.
경수의 어머니가 상대인 태섭의 존재를 알게 되고 경수와 태섭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이지만, 동성애에 대한 불편한 시각과 가족드라마에서의 새로운 시각이 얼마나 조화롭게 극복되어질 지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다. 방송국에 보수 기독교 단체에서 동성애를 미화한다는 항의전화가 빗발친다는 기사에도 김수현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소신있게 나의 길을 가련다"라고 응수한데는 응원을 보내고 싶다. 동성애를 옹호한다, 아니다의 문제를 떠나 작가의 창작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시각에서 말이다.
동성애라는 화끈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의 매력은 몇 %가 부족하다.
우선 인생은 아름다워는 드라마의 재미 그 가장 큰 요소 중 갈등구조의 부재를 들 수 있다. 김수현 드라마의 특징에서 단연 우수했던 갈등구조가 이 드라마에서는 철저히 가족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평생을 바람을 피우다 다 늙어 본처의 집으로 들어 온 할아버지는 극초반 병태집의 가장 큰 골치거리였지만, 할머니의 초가로 들어가면서 소소한 갈등만을 보여줄 뿐 더 이상의 극적 반전이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양지혜의 임신문제도 낙태에 대한 화두만 던졌을 뿐 출 해피하게 마무리 되었다. 하긴 양지혜 이수일 커플의 낙태문제는 재론의 가치조차 없었던 것이었으니 양지혜의 경우는 시끄러워질 필요조차 없었다. 미혼모도 아니고 분유 한 통을 훔쳐야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궁핍하지도 않은 드라마에서는 부러울 정도로 좋은 가정환경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현재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양병준과 조아라(장미희)의 사랑이 어떻게 진척될까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도 설레임은 없다  40대 남녀의 사랑에 가족드라마에서 얼마나 애간장을 태우겠느냐 말이다. 다만 장미희가 보여주는 조아라의 엉뚱한 매력과 까칠남 양병준과의 에피소드를 보는 재미 정도일 것이다. 첫사랑을 못잊고 있는 양병걸(윤다훈)의 상대역이 누구인지 아직 등장하지 않았지만, 이 역시 40대 사랑이야기이다 보니 드라마의 희극적인 재미만을 더할 것이다. 병걸의 캐틱터가 인생은 아름다워의 코믹코드이다 보니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날 것 같지는 않다.
남은 인물이 호섭(이상윤)과 부연주(남상미) 커플인데,  이 커플도 밍숭맹숭할 정도로 러브라인의 재미는 없다. 우선 두 인물이 드라마적으로 부딪힐만한 갈등요인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예컨데 두 사람이 교제를 한다고 할지라도 이 드라마에서는 방해요소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프랑스에 유학 중이라는 부연주의 남자친구와 부연주는 이미 끝난 사이같아 보이고, 부연주를 딸처럼 총애하는 민재(김해숙)이 두 사람의 교재를 말릴 이유도 없고, 부연주의 할머니 또한 갈등을 야기할 만한 일은 없어 보인다.

그러다보니 이 드라마는 내재된 갈등이 폭발할 만한 것이 거의 없어 보인다. 동성애 커플인 태섭과 경수 문제를 제외하고는 늘 그날이 그날이 평온 자체인 것이다. 드라마의 긴장감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다못해 김수현 드라마의 특징인 양가집안의 문화적 차이가 빚는 갈등재미도 없다. 그런 면에서 부연주가 할머니와 함께 사는 가난한 요리가 지망생으로 설정된 것은 조금 안타까운 일이다. 처가에 얹혀 사는 이수일의 캐릭터는 공처가의 모습 그대로이니 양지혜와 크게 갈등할 일도 없고, 이수일의 본가와 양지혜와 사이도 특별한 문제는 없어 보이니 이 부부의 모습도 너무 순탄하기만 할 뿐이다.
태섭과 경수의 문제가 드라마 전면에 드러난다 할지라도, 안방극장에서 동성애를 다루는데는 아무리 김수현작가라 할 지라도 어느 정도는 몸을 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태섭과 경수를 보면서 불편하다는 시각, 동성애를 미화하느냐는 시각이 있지만, 내가 드라마를 통해 본 이들커플은 불쌍하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남들처럼 팔짱을 제대로 끼기도 힘든 이들만의 괴로움, 그래서 술 취한 두 남자들이 남들 눈에 술에 취해 가는 것처럼 보이게 비틀거리며 어깨동무를 하고 가는 장면은 평생 세상의 눈을 의식하고 살아야 하는 이들 소수자들의 아픔이 절절하게 그려졌던 장면이었다.
누군들 세상에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그렇게 태어났을까? 제 3의 성으로 태어난 것은 그들의 선택이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형벌처럼 새겨진 문신과도 같은 형벌일 게다. 몽고반점처럼 말이다. 제3의 성이 유전자의 문제인지 후천적인 문제인지는 학계마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체로 유전자의 이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구인 대다수인 이성애자들은 이해하기가 힘든...
생각만 바꾸면 보통 사람들과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게 안되는 모양이다. 안되니 괴롭고, 힘들고, 죄인처럼 살아야 한다. 경수가 어머니와 통화에서 왜 죄인으로 만들려고 하느냐는 말은 어쩌면 사회의 편견에 대한 그들의 절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에 의해. 세상의 편견에 의해 그들을 죄인으로 몰아세우고 있지는 않나? 김수현이 던지는 동성애자를 보는 사회에 던진 화두는 과연 그들이 죄인인가?  누가 그들을 죄인으로 몰아세우고 있나? 였다.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아우르는 노작가의 가족에 대한 성찰이 제주를 배경으로 한 폭의 그림같이 녹아들고 있는 인생은 아름다워는 소재의 파격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시청률이 부진한 것으로 보인다. 김수현작가로서는 자존심 상할 일일지는 모르지만, 김수현의 작품의 특색은 후반부까지 지켜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아름다워는 태섭과 경수의 동성애라는 문제외에는 별다른 갈등구조가 없다는 점 때문에 드라마의 극적 재미가 점점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갈등구조라는 것이 막장소재의 갈등만은 아니다. 김수현작가가 인생은 아름다워는 막장소재가 아닌 아름다운 가족 이야기를 풀어내겠다고 했듯이, 이 드라마는 따뜻하고 평화롭다. 그런데 드라마 속 인간관계의 갈등구조가 너무 평이하다는 것이 드라마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달리 갈등을 유발할 인물이 없는 지금으로서는 양병준과 조아라(장미희)라는 카드가 가장 매력있어 보인다. 조아라와 양병준의 집 문화가 빚는 에피소드들이 인생은 아름다워의 갈등의 중심축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극적 긴장감과 재미는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된다.
태섭의 문제가 민재네 집의 문제로 불거지는 순간 불란지 펜션의 정적이고 아름다운 평온은 깨지겠지만, 작가는 드라마를 결코 우울하게 끌고 갈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타 인물들의 드라마틱한 갈등구조의 부재는 김수현 작가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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