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원왕후'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0.10.09 '동이' 인원왕후, 장무열을 믿지 않은 결정적 이유 (17)
  2. 2010.09.29 '동이' 중전되자 마자 소박맞는 인원왕후? (17)
  3. 2010.09.28 '동이' 인원왕후의 등장, 동이 사가로 내쳐지나? (20)
  4. 2010.09.15 '동이' 충격 폐세자 발언, 아들에게 뒤통수 맞은 장희빈 (19)
2010.10.09 10:16




호랑이가 굴을 비운 사이 세자를 이용해 권력을 장악하려던 장무열의 계책은 실패로 돌아가고, 세자를 위해하려 했다는 죄와 연잉군과 동이에 대한 무고죄, 병권을 장악해 군사를 사사로이 동원한 죄까지 물어 장무열이 목숨을 보존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사필귀정입니다. 인원왕후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던 것 처럼 보였던 장무열이 뒷통수를 맞은 이유, 즉 인원왕후가 장무열을 믿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물론 동이의 진심이 통했던 것도 한 이유가 되겠지만, 그 이유는 좀 뜬구름 잡기 같아 보여요. 동이의 진심만을 내세우기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여서 말이지요.
인원왕후가 궁에 들어온 이후 가장 견제를 했고, 의구심을 품었던 인물이 동이였고, 두 사람이 다정하게 '왕실의 안녕을 위해 함십해서 화목하게 지내보세'의 분위기를 연출한 적도 없어서, 인원왕후가 순식간에 동이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것만은 뭔가 부족해 보입니다.

숙종의 뒤숭숭한 나들이
세자를 위해하려한 사특한 무리들을 잡아 들이겠다며, 중전의 내지표신을 요구한 장무열에게 인원왕후는 '그리하마' 하고 내보내고, 장무열을 잡아버리는 반전을 보였는데요, 동이와는 사전에 약속이 된 듯 하더군요. 인원왕후가 동이를 믿게 된 과정이나 결정적인 이유는 사실 나오지 않았지요. 앙칼진 눈으로 동이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며, 오히려 동이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으로 비춰지게 했지요. "세자와 연잉군 모두를 지키고 싶었던 제 욕심때문이었습니다" 라는 말로, 인원왕후가 "정말 장하신 어머니십니다" 라며, 순순히 믿어줄 리는 만무하고, 그보다는 인원왕후가 동이를 믿게 된 결정적 이유가 필요해 보입니다. 
숙종은 다음 보위를 이을 후계는 오직 세자뿐이라며 후계자를 명확히 하고, 동이를 이현궁으로 출궁시키겠다고 공표했지요. 숙종이 편전에서 나와 들른 곳은 동이의 처소 보경당이 아닌 중궁전이었지요.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안봐도 비디오지요. 세자를 지키고 싶은 숙빈의 진심을 믿어야 한다고 했겠지요. 그리고 숙종이 궁을 비운 후 일어날 수도 있을 경우의 수에 대한 대책을 말해 주었을 수도 있겠지요. 동이와 연잉군을 위해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도 있으니, 신중하게 사태를 살펴보고 판단을 내리라는 당부 또한 잊지 않았을 겁니다. 숙종이 소론과 장무열에게 '어디 한 번 마음대로 속내를 드러내고 놀아 보시게'라며, 일부러 궁을 비워 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으니 말입니다.
일종의 덫을 친 것이지만 의도적으로 궁을 비운 것이라면, 숙종의 행보는 박수감은 아니지요. 병권을 장악한 장무열이 새 왕조를 열 야심이라도 가졌다면, 쿠데타라도 감행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요. 세자도 연잉군도 동이도 중전까지도 다 죽여버리고, 이판사판 '장씨왕조를 열어 보세나' 하자고 할 수도 있었을 거고요. 물론 비약적 가정이지만요. 또한 장무열과 같은 세력 소론이 연잉군을 반대하는 이유가 천인의 피가 흐른다는 명분이었으니, 조선 사대부들이 마음만 먹으면 왕쯤이야 갈아치우는 것은 예사일도 아니었을 겁니다. 따지자면 세자를 미는 이유가 혈통때문만도 아니었고, 그들이 권력을 유지할 든든한 줄이었기에 밀었던 것이지요. 왕과 신하의 관계가 충의만이 다는 아니지요. 서로의 이해관계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암묵적인 관계니 말입니다. 이 이해관계를 영리하게 조종한 이가 숙종이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숙종은 중전과 독대를 한 이후 그 속내를 궁금하게 하고는 행궁계획을 세우지요. 야밤에 이현궁 데이트를 하며 동이를  다독이고 안심을 시켜주기는 했지만, 숙종은 선위라는 말로 동이를 충격에 빠뜨립니다. 예전에 동이와 도망가고 싶었다는 마음이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선위한 후에는 이현궁에서 동이와 같이 살겠다고 까지 했지요. 동이에 대한 무한애정을 높이 살 만했지만, 임금으로서는 자격미달이더군요. 선위를 하고 이현궁에서 동이와 함께 살겠다는 숙종, 저는 군왕의 자질은 없는 인물같아서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물론 숙종이 역사에도 없는 가공의 인물이고, 이 드라마가 판타지 사극드라마라면, 한 여인을 향한 순애보가 감동이었겠지만 말입니다. 숙종을 사랑타령만 하는 생각없는 왕으로 만들고, 욕되게 하는 설정같아 불편하더군요.
 
연잉군이 세자자리를 노린다는 궁에 퍼진 흉흉한 소식과 궁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중차대한 시기에 궁을 비우는 숙종은 지도자의 자질이 한참이나 의심스러운 왕입니다. 두 여인에게 화해의 한마당을 마련해 주고자 한 작가의 심정은 이해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선위하겠다는 가당치 않은 수까지 나오니, 아이디어가 어지간히 떨어진 모양으로 보입니다.
의도적으로 시청자들에게 혼돈을 주다가 마지막에 속았지? 라며 반전을 이끌어내기는 했지만, 이 때문에 연기자들의 연기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의뭉스러워 보이기 까지 했어요. 연기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시청자 속이는 기법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여요. 아주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이중적인 마음까지 복선으로 보여 준다면, '아 그래서 인원왕후가 그런 표정을 지었구나', '동이가 그래서 고심했구나' 라며 감탄했겠지만, 한효주나 오연서에게는 그런 깊이있는 표정연기까지는 아직 무리라서 말이지요. 아이디어 고갈된 제작진이 선위를 하겠다고 하지를 않나, 이현당에 나가 살겠다고 하지를 않나 노망난 듯한 숙종으로 만들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앞으로 동이가 2회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제작진의 잔인한 숙종, 동이의 이기심도 만만치 않다
저는 숙종이 세자와 연잉군, 그리고 동이를 지키는 일이 선위밖에 없다는 표현에 몸서리쳐 지게 숙종이 싫어지더군요. 한마디로 나라와 왕실이 어떻게 되든 세자를 왕위에 세우고, 연잉군은 왕세제로 앉혀 일단 그럴 듯한 감투만 씌워주고, 본인은 일선에서 물러나 세자가 잘하나 조금 도와주겠다, 그리고 동이와 이현궁에서 필부처럼 살고 싶다? 15살 세자와 16살 새 중전, 그리고 8살 연잉군을 궁에 남겨두고 말이지요. 더구나 지금 궁은 피바람이 일기 일보직전인데 말이지요.
나이 어린 세자가 보위에 오르면 왕권이 약화될 것은 뻔한 일이고, 조정의 댕쟁에 휘둘려 이리 흔들 저리 흔들 갈대가 될텐데 말입니다. 게다가 소론이 연잉군을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데, 여우들이 득실거리는 호랑이굴에 어린 새끼들만 남겨두고 나와서, 동이랑 돼지껍데기나 사먹으러 다니면서 어화동동 내사랑 동이타령만 하겠다? 종묘와 사직을 생각하는 왕이라면 이런 한심한 생각을 한다는 게 가당키나 하겠느냐는 말이에요. 숙종과 동이의 낭만적인 사랑에 치우치다보니 임금이라는 자리의 막중함까지 잊어버리는 작가, 음;;;; 웬만하면 앞으로 사극, 특히 궁중사극은 집필하지 않았으면 하는생각까지 듭니다. 
나름대로는 깨방정 숙종으로 훈남으로 그려왔던 숙종을 제작진은 막판에 가서 아주 몹쓸 남자로 만들어 버렸어요. 오로지 동이에게만 좋은 남자일 뿐입니다. 물론 드라마 주인공이 동이이니 제일 행복해야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 과정에서 숙종도 동이도 얼마나 잔인한 인물들로 만들었는지, 청상과부로 만들어 버린 인원왕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숙종이 동이와 이현궁에서 나와 살겠다고 하니 동이는 그저 감개무량 감읍한 표정이었는데, 그렇게 착한 동이가 어찌 새중전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큼도 안하는지요. 숙종은 뭣하려 16살 꽃다운 처자를 데려다가, 중궁전에서 모셔두고 늙어가게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시집오자 마자 모든 재산은 전처와 후궁 소생인 큰 아들과 작은 아들한테 물려줄테니, '소생을 낳더라도 국물도 없을 것이오' 라고 못을 박는 숙종, 잔인한 남자 아닌가요? 혹이라도 중전에게 세자의 병에 대해 말해주고,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할 몸이기에, 연잉군이 세자의 뒤를 이어 다음 보위에 앉아야 한다고 말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 그랬을 가능성이 크지요. 허나 이 말도 인원왕후에게는 대못을 박는 말입니다. 제작진이 동이 한 사람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인원왕후의 인생은 전혀 생각하지 않으니 괘씸한 생각까지 들더군요.
실제 숙종이라는 인물을 만나보지 못했고 기록에서도 찾을 수 없지만, 인원왕후에게 왜 소생이 없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드라마 동이대로라면 인원왕후에게 소생이 없었던 것이 아주 당연한 일일 듯 싶더군요. 소박을 제대로 당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여자들 등살에 치인 숙종이 더는 후사를 낳고 싶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었겠다고요.
장희빈을 무고의 옥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숙빈최씨, 장희빈을 사사하고 숙빈최씨도 사가로 내쳐 버린 숙종은 새중전 인원왕후를 들였지만, 여자들의 권력욕이라면 치를 떨었을 겁니다. 그런데 새중전이 왕자라도 생산한다면, 보위자리를 두고 3파전이 벌어지게 되리라는 것은 뻔한 일, 판이 더 커지는 것이라도 막아보고 싶었겠지요. 그런 심산이라면 의도적으로  인원왕후에게서 후사가 나오지 못하도록 조절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이는 합방 날짜만 잘 조절해도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죠. 인원왕후의 가임기간에 합방을 하지않는 방법으로 말이지요. 

인원왕후가 장무열을 버리게 된 장무열의 결정적 실수
이렇게 동이와 숙종의 마지막 이미지는 제작진의 과한 사랑에 오히려 미워지고 있는데, 그건 그렇고 인원왕후가 장무열을 믿지 않게 된 결정적인 이유를 찾아봐야 겠네요. 장무열은 마지막에 결정적으로 실수를 하나 했습니다. 인원왕후는 장무열이 동이와 연잉군측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인원왕후로 하여금 동이를 의심하게 하지만, 인원왕후는 이상합니다. 숙종도 동이도 세자와 연잉군을 다 살리겠다고 하는데도, 장무열은 흑막이 있을 거라고 동이를 모함하고 있으니 말이지요. 더구나 세자는 궁에서 오직 믿고 의지하는 분이 숙빈이라며, 출궁을 막아달라는 부탁까지 하지요.  
인원왕후는 결정적으로 동이와의 마지막 독대를 통해 동이의 손을 들어주게 됩니다. 마지막 독대에서 숙종의 선위 결심까지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원왕후가 동이를 통해 궁에서 돌아가는 정황은 대충 들었겠지요. 하지만 인원왕후가 동이를 믿은 이유는 장무열의 실수때문이었어요.
장무은 동이의 출궁을 서둘러야 한다며, 내일 꼭 출궁시켜야 한다고 시간을 정했지요. 그런데 출궁하명을 들은 동이는 몇일만이라도 늦춰달라는 부탁을 하러 중궁전에 찾아 왔지요. 중궁전을 나서는 동이는 가타부타 말없이 출궁하겠다며, 출궁을 결심하는 모습이었고 말이지요. 여기서 시청자들은 인원왕후와 동이가 화해하지 않았다고 오해했지만, 이미 처소에서 두 사람은 합의점을 찾았다고 보여지더군요.
꼭 내일이어야 한다는 장무열, 이현궁이 완성되기까지 몇일 말미를 달라고 했던 동이, 그리고 장무열이 출궁시켜야 한다는 날 세자의 가마가 공격을 받게 된 일이 발생합니다. 세자가 지나는 길은 동이의 사가 이현궁과 같은 길이었고 말이지요. 어렵잖게 장무열이 더 의심스럽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지요. 세자가 공격당했다며, 내지표신을 내어달라는 장무열, 인원왕후는 장무열이 스스로 파고 만 실수를 간파합니다.
만약 장무열의 말대로 동이가 세자를 치려했다면, 굳이 날짜를 미뤄달라는 부탁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혹이라도 출궁길을 이용해서 세자를 치려했다 하더라도 모든 의혹은 동이에게 쏠릴 일인데, 동이가 바보 아닌 다음에야 의심을 자처하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았을 거라는 거죠. 결국 9단계까지는 장무열의 계획은 완벽했지만, 마지막 10단계에서 최대의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이지요. 세자가 궁을 나가야 하는 시간에 맞춰 숙빈을 출궁시켜야 한다고 했던 이는 장무열이지요. 왜 하필 오늘이었을까?를 조금만 생각해 보면 장무열의 거짓말을 알 수 있는 일이지요. 결국 동이의 출궁날짜를 앞당겨 달라고 했던 것이 장무열의 최대 실수였던 것이지요. 영악한 장무열이 이렇게 빈틈이 많은 인물이라는 것은 허탈하지만, 인원왕후를 우습게 안 장무열이 큰 코 다친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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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9 12:40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려 한다고 새 중전 인원왕후의 기선잡기는 방자하기 그지 없습니다. 물론 동이편에서 보자면 말이지요. 새색시가 나대는 모습이 과하다 싶지만, 이 모습 또한 새 중전 인원왕후가 궁궐을 배워가는 과정입니다. 내명부의 실질적인 수장으로서 위상을 다지기 위함이라 하지만, 인원왕후가 그리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 역시 궁의 정치라는 속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이기 때문이겠지요. 이를 동이가 모를리 없습니다. 궁궐밥을 더 많이 먹은 동이가 궁의 정치적 속성에 대해서는 더 잘 알고 있기도 하고요.
동이도 인원왕후에게 고분고분하지는 않더군요. 친히 연잉군의 배필감을 만나러 나서는 동이를 가로막으며 내 말을 무시하는 거냐고 하자, 연잉군의 배필감을 고르는 것은 자기소관이라며, 감히 중전에게 가르치려 드느냐는 말에도 "그렇습니다, 저는 바빠서 이만" 하고 쌩 가버리더군요. 궁궐밥을 많이 먹긴 했더라고요. 중전도 딱히 잘한 것은 없어 보였지만, 동이의 하극상도 막상막하였다지요. 품위는 있는 여인들이라 머리카락 쥐어뜯고 싸우지 않길 다행이에요.
인원왕후 역의 오연서의 연기를 보니 16살의 어린 중전의 모습을 대비시키는 어려움은 둘째치고, 대사를 지나치게 빨리 하는 감이 있더군요. 캐릭터를 악의 축으로 잡지 않았다면, 표정에 힘을 빼고 대사를 조금 더 느긋하게 하는 여유가 필요할 듯 싶어요.

드러나는 동이의 야심
인원왕후가 번개불에 콩볶아 먹듯이 연잉군의 가례를 추진하는 것이 동이에게는 당혹스럽지만, 어차피 한번은 겪어야 할 일이지요. 동이가 고심하고 있는 문제는 연잉군을 궁안에서 살게 하는 문제에요. 연잉군의 안위가 동이에게는 가장 큰 문제이고, 장희빈이 없어졌지만 장희빈보다 무서운 정치권력에서 연잉군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연잉군을 궁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동이입니다. 궁궐안이나 사가나 위험스럽기는 마찬가지만 말입니다. 동이의 사가에 불도 났었고, 그보다 궁궐에서 칼부림까지 났는데 궁이라고 딱히 안전해 보이지는 않으니 말입니다.
연잉군의 배필을 동이 스스로 구하는 모습은 동이의 지략과 미래지향적인 모습이 빛났습니다. 명문세도가의 뒷배가 아닌 청렴과 강직을 택한 동이는 두 가지를 한꺼번에 노렸습니다. 연잉군의 반대파 소론과 남인에게는 안심을 시키는 한편, 떠돌던 왕가의 기가 흐르는 집터에 대한 군중심리를 교묘히 이용해서 동이를 만만케 보지 말라고 뒷통수를 쳐버렸던 것이지요.
그러나 동이가 관직에 오르지 않고 명문가 자제의 글공부나 시키고 있었던 서종제의 여식을 택한 것은 동이의 연잉군에 대한 야심 또한 숨어있었던 것이었지요. 임금을 낸 터라는 것은 소위 명당 중 최고의 명당자리입니다. 운학선생이 지나가는 말로 했다지만, 임금의 기가 흐르는 집터는 풍수지리적으로 최고의 기가 흐르는 집터였을 테니까 말입니다. 동이가 연잉군을 보위에 올리려는 마음을 언제부터 품었는지 모르겠지만, 동이가 권력에 무심한 인물은 아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때부터 연잉군의 배필도 정했다고 하니 상당히 무서운 여자입니다.
연잉군의 배필로 명문세도가의 여식을 들여주고 싶은 것은 숙종의 진심이었을 겁니다. 이번회 동이와 숙종의 대화를 들으면서 숙종이 연잉군이 가야할 길을 위해서 권세가의 힘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는데요, 그 말이 의미심장하더군요. 그리고 동이에게 아비로서 연잉군의 어미에게 묻는다며, "연잉군의 보위에 올릴 생각이 없느냐?"고 직설적으로 물었지요. 물론 동이는 세자가 왕위에 올라야 한다는 것을 힘주어 강조했지만, 동이의 속내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숙종의 파고드는 눈빛은 더 깊은 속내를 물었고, 동이가 결국 연잉군을 지키기 위해서는 군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동이의 결심이라고 밝혔지요. 두 사람은 어느 선에서 연잉군을 보위에 올리겠다는 합일점을 찾은 듯도 보이더군요. 마치 역사적으로 이이명과의 정유독대를 동이로 대치해서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연잉군의 앞길 물은 숙종의 속내, 동이 소박?
물론 두 사람의 대화는 세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배신감에 치를 떨 밀당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한데요, 드라마에서 숙종은 세자나 연잉군에 대해 아비로서도 임금으로서도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음이 확인됩니다. 숙종과 동이의 대화는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하면, 다음대를 연잉군이 보위에 올리자는 암묵적인 합의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숙종의 속내를 그리 쉽게 판단하기에는 모호한 점이 있습니다. 숙종이 동이에게 연잉군의 앞으로의 운명에 대해 물었던 의도는 몇가지의 경우의 수로 분석할 수가 있을 것 같은데요, 우선은 동이를 궁에서 내보내려는 고도의 전략일 수 있습니다. 숙종은 궁궐에서 여인들의 권력 장악을 용납치 않았던 인물입니다.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사이에서 때로는 장희빈을, 때로는 인현왕후의 손을 들어 준 것은, 서인과 남인들의 힘의 안배를 교묘히 조정했던 정치적 이유때문이었지요.
지금 숙빈최씨의 손을 들어준다는 것은 노론의 손을 들어준다는 의미이고, 이는 현 조정 실세 세자를 밀고 있는 소론과 등을 진다는 것이지요. 숙종은 장희빈 사후 노론의 힘이 커지는 것을 경계했어요. 장희빈 사후 장희빈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는 음모론까지 퍼지고 있었으니, 지금 동이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연잉군을 세자로 옹립하려고 장희빈을 몰아냈다는 소문을 확인시켜 주는 꼴이 되기도 하지요.
이럴때 가장 좋은 방법은 숨기기 작전입니다. 동이를 표면적으로 내치면서 궁궐에 퍼진 소문을 잠재우고, 겉으로는 세자의 보위가 확실함을 보여줌으로써, 동이와 연잉군에게 쏟아지는 의구의 시선을 가려주는 것이지요. 세자와 연잉군을 동시에 보호할 수 있는 고도의 이중장치인 셈이지요. 숙종의 의도는 일종의 시간을 버는 전략으로 보여집니다. 연잉군에게 쏟아지는 의심에 대한 분산작전인 셈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이 과정에서 연잉군을 지키기 위해 과감하게 동이의 희생을 요구할 듯 싶어요. 동이를 궁에서 내보냄으로써 연잉군은 보호하고, 동이를 권력과 멀어지게 하는 것이지요. 세자측과 소론측에서 안심할 수 있게 말이지요. 장희빈의 사후 인원왕후를 새 중전으로 들이면서, 실제 숙종은 숙빈최씨를 이현당 사가로 내보내고, 숙빈최씨가 죽을 때까지 궁으로 불러들이지 않았지요. 동이와의 독대장면은 숙종이 동이를 궁에서 내보내야 하는 이유와 함께 역사적 사실과도 궤를 같이하려는 의도로 비춰지더군요. 

숙종에게 세자나 연잉군은 어미는 다르나 그의 피를 이어받는 자식들이고, 무엇보다 국본이라는 공인된 자리에 있는 세자를 지키는 것은 숙종의 몫이에요. 동이가 털끝만큼도 세자를 위해할 의도가 없다 할지라도, 세상의 눈은 동이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거죠. 그렇게 되면 곤경에 빠질 사람은 동이가 아닌 연잉군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판단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미로서 연잉군을 보호하고 군왕의 자리에 까지 올리고 싶은 욕심이 있듯이, 숙종에게도 아비로서 세자와 연잉군을 지켜주고 싶겠지요. 그래서 동이에게 자연스럽게 출궁에 대한 동이에게 이해를 구하기 위함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결국 두 아이 모두를 지키고 싶은 아비로서의 숙종의 마음이겠지요.
다음으로는 숙종이 진심으로 연잉군을 보위에 올리겠다는 암묵적인 약속을 하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세자가 보위에 오르고 후사없이 끝난다면, 소론과 남인중신들의 주장처럼 다른 왕손을 보위에 앉힐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그렇게 되면 숙종의 혈통은 세자대에서 끝나는 것이겠지요. 세자의 병을 알고 있는 숙종이 이에 대한 대책으로 세자 다음 보위를 연잉군으로 점지하고 있음을 암묵적으로 드러낸 일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중전되자 마자 소박맞는 인원왕후?
그런데 숙종과 동이의 밀담을 보면서 한 사람이 떠오르더군요. 인현왕후였어요. 혈육 한점 남기지 않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인현왕후는 장희빈에게 가장 많은 상처를 받았지요. 하지만 장희빈 못지않게 인현왕후의 마음에 병을 준 인물이 바로 숙종이에요. 비록 요즘 말로 정략결혼이었지만, 숙종은 조강지처 인현왕후가 아닌 장희빈을 사랑했고, 숙종의 사랑이 장희빈으로 하여금 중전의 자리까지 탐하도록 모든 것을 가지라고 부추겼지요. 장희빈이나 인현왕후를 그렇게 만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었다는 고백을 스스로 하기도 했지만, 이번회 숙종은 또다시 그런 잘못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라는 씁쓸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바로 숙종의 인원왕후에 대한 헌신짝 마음입니다.
새 중전으로 들인 인원왕후가 후사를 낳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지요. 물론 다행인지 불행인지 인원왕후에게서는 후사가 나오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사랑도 정치의 일부였던 숙종, 정실 부인복도 지지리 없는 남자에요. 중전을 세 명이나 두고도 정작 정실부인에게서는 후사를 못봤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 갓 시집 온 새색시가 소박맞는 듯해 보여서, 숙종과 동이의 밀당이 썩 유쾌해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명색이 중전인데 혹시 모를 인원왕후의 소생에 대한 배려심은 없어 보이는 숙종, 인원왕후에게서 후사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 인현왕후처럼 중궁전의 청상과부로 만든 것은 아니었나? 이런 생각도 들었네요. 그러고보면 왕실에서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궁중 여인들의 암투보다는, 그 귀한 임금의 씨를 여기저기 잘못 뿌린 임금 잘못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숙종의 동이사랑, 그리고 자식사랑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기적인 남자에요. 절대선 원칙주의자 동이도 새중전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으니, 그동안 동이의 절대선과 무한 착함이 일시에 무너지기도 했고 말이지요. 
숙종이 동이를 사가로 내보내게 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역사적으로 동이의 궁궐생활은 지금으로 끝이지요. 말년에서야 연잉군의 사가 창의궁으로 옮겨 살다 생을 마감했으니, 그 연유가 어찌되었든 33살에 궁에서 나와 49세로 생을 마감했으니 말년인생이 그리 행복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인현왕후, 장희빈, 숙빈최씨 모두 다 한 번씩은 사가로 내쳐졌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인원왕후가 불임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인원왕후가 왕자를 생산했더라면, 지금의 세자가 왕위에 오르는 일도 순탄하지는 않을뿐더러, 후궁소생인 연잉군이 보위에 오르는 일은 더더욱 어려웠겠지요. 그러고 보면 임금은 하늘이 낸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 
장희빈도 동이도 세자와 연잉군이 보위에 오르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요, 아이러니 하게도 인원왕후만이 두 사람의 보위 과정을 지켜보고, 천수를 누리고 왕대비에 대왕대비까지 올랐으니, 왕을 낳은 장희빈이나 숙빈최씨에 보다 높은 자리에 앉아 편안하게 살다간 인물입니다.  

* 참, 연잉군 혼례를 보다보니 생각났는데요, 지금 세자는 이미 세자빈을 맞이했거든요. 단의왕후 심씨가 1696년에 세자빈으로 책봉되었다가 병으로 죽었고, 그 이후 어유구의 딸 선의왕후 어씨가 세자빈에 책봉되어 경종 사후 경순왕대비라는 존호를 받았는데요, 세자는 일찍 고자로 만들어서 혼례도 안치뤄 주고, 연잉군에 대한 애정만 너무 과한 것 아닌가요? 잘못하면 세자 몽달귀신 되겠어요. 까먹고 세자 혼사를 치뤄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인원왕후는 연잉군 혼사가 아니라 세자 혼사부터 서둘러야 정상인데 말이죠. 이런 역사적 사실은 지키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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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8 12:31




숙종의 둘째 계비 인원왕후 역에 오연서가 캐스팅되어 첫등장을 했는데요, 강단있는 말투와 눈매가 매섭습니다. 요즘 너무 기세등등해서 숙종도 허수아비로 만들고 있는 동이인데, 장희빈이 없어진 동이천하의 궁궐에서 독주를 막아줄 지 기대가 되네요. 드라마 동이는 임금도, 노련한 정치가들도 귀한 동이 앞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힘없는 지푸라기들로 만들고 있으니, 동이를 견제할 강한 인물이 필요할 때입니다.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숙빈최씨를 이토록 절대선의 인물로 그리는 것에 심한 말로 신물이 납니다. 마음 같아서는 인원왕후가 동이에게 정식 본처의 매서운 시집살이 맛을 보여 주었으면 싶어요. 첫 만남에서부터 동이를 지긋이 눌러주는 말폼새가 만만치 않은 적수가 될 듯 싶더군요. 역사적으로는 동이가 엎드려 절을 해도 모자랄 연잉군을 지켜 준 은인이 바로 인원왕후인데 말이죠.
포장을 해도 정도껏 해야 하는데 숙빈최씨 하나 살리자고 숙종을 비롯해 주위 인물들의 희생이 너무 크네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글 말미에 잘근잘근 씹어 보기로 하고, 조선 왕조에서 한 획을 그은 장희빈의 죽음과 인원왕후의 등장에 대한 드라마 정리부터 하겠습니다.

이소연만 남은 장희빈의 최후
천출로 궁에 들어와 숙종의 눈에 들어 뜨겁게 사랑하고, 그 사랑이 너무 뜨거웠던 나머지 화상까지 입고, 화상독을 입고 죽어버린 장희빈, 동이 속 장희빈의 최종 모습입니다. 아마 5도화상 정도는 입은 듯 싶네요. 그녀의 권력욕도, 세자의 모후로서의 야심도, 내명부 최고 중전의 자리를 향한 꿈도 야망도 이렇다 할 평가는 커녕 새롭게 그려내지도 못하고, 오로지 숙종을 온전히 가지고 싶었을 뿐이라며, 사랑에 허우적거리다 죽은 최악의 장희빈으로 죽었습니다. 동궁전에 불지르고, 연잉군과 숙빈을 죽이려고 했다는 역사적으로는 억울한 죄목까지 뒤집어 쓰고 갔지요. 장희빈이라는 희대의 요부이자 권력의 희생양 장희빈은 실종되었고, 처연하리만큼 고요하게 죽음을 맞이한 이소연의 절제된 연기만이 빛났습니다.
장희빈은 세자를 살려달라며 숙빈최씨 치마자락에 매달려 애원했지요. 세자를 살려달라고 말이지요. 내 아이를 지켜달라며 동이에게 애원하는 장희빈, 자식을 두고 죽으러 가는 어미의 불안한 심정이 절절하게 와닿았어요(가는 길 편하게 보내주지, 동이는 살려준다는 말은 끝까지 안하더군요). 세자 또한 어머니를 살려달라고 애원했지요. 숙빈마마라면 아바마마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거라고 말이지요. 어머니를 용서해 달라고 애원하는 세자, 세자의 마음에 동이는 어떤 존재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장희빈의 죽음 이후에는 '제대로 삐뚤어질테다' 라며 단식투쟁을 하는 세자를 보니, 마음의 상처가 씻기가 쉽지 않겠던데, 착하고 어진 동이가 잘 다독여 주겠지요. 절대선 동이니까요. 더구나 형님마마때문에 눈에서 눈물이 마르지 않은 연잉군까지 있으니 말입니다.

동이에게 세자를 부탁하고 가는 모습은 장희빈을 끝까지 비참하게 그려버린 최악의 모습이었습니다. 동이에게 매달려 부탁하는 이소연의 연기만 좋았을 뿐이에요. 제작진이 장희빈의 마지막 가는 길에 모성애라는 것을 하나 선물로 주려한 것 같았지만, 동이의 하늘같고 바다와 같은 모성애에 비하면 너무 겸손한 모성애라 감히 비교조차 되지 못했지요. 숙종에게 세자만은 지켜달라고 마지막 유언으로 남기고, 동이에 대한 자존심은 지켜 주었으면 했는데, 무릎꿇고 두 모자가 번갈아 애원하는 모습을 보니, 궐의 절대권력자가 마치 동이가 돼버린 듯 하더군요.
동이가 있는 궁궐에서 절대 최고권력자는 숙종이 아닌 동이가 돼버렸으니, 동이의 역사왜곡과 인물왜곡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부탁하려면 숙종에게 했어야지, 가장 믿지 못할 적에게 아들을 부탁하고 가는 모습은 개연성이 전혀 없는 모습이라서 말이지요. 물론 드라마니까 가능합니다. 동이는 세자때문이라면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줄 거룩한 어머니거든요.

숙종에게 세자의 모후, 한 때는 사랑했던 여인을 전하의 손으로 죽였다는 고통은 감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던 장희빈이, 마음마저도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훼까닥 바꿔 버려서 놀랬답니다. 세자에게는 어미가 누구때문에 모든 일을 했는지 절대 잊지 말라고, 그래서 꼭 보위에 올라서 어미 한을 풀어달라고 누누히 강조하더니, 막상 사약사발을 앞에 두고 보니 자식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끝까지 끊어내지 못한 사랑했던 남자만이 보였던 장희빈이었어요.
"전하를 연모한 것을 후회했다는 것은 거짓이었습니다. 전하를 연모했기에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든 것을 가지려 했고, 그렇게 연모했기에 한없이 어리석었습니다. 부디 저를 기억해 주세요".

한철 피고 저버리는 꽃이지만 크고 화려한 모란이 좋다했던 장희빈, 마지막 가는 길에 한가지 청을 했는데, 숙종에게 자신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봐 달라는 것이었지요. 장희빈의 전부였기에 장희빈은 마지막 먼발치에서라도 숙종의 모습을 단 한번만이라도 더 보고 싶어했던 것이지요. 두 눈에 먼발치에서 울고 있는 숙종의 모습을 담고 가는 장희빈입니다. 사랑과 권력, 꿈을 쫓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다, 모란처럼 화려하게 피었다 져버렸네요.  
세자를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장희빈의 최후는 그래서 앞뒤 맞지 않은 사랑타령으로 끝나 버렸습니다. 사랑하는 님이 내린 사약이기에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원샷하는 장희빈, 주마등처럼 흐르는 숙종과의 달콤했던 시간들, 인생이 덧없다 하던데, 장희빈에게는 사랑이 덧없어라 였습니다.

만만치 않은 포스 인원왕후의 등장, 동이 사가로 내치나?
"자네가 바로 숙빈이로군", 뜨아~. 동이도 '뭐시라, 요런 쥐방울 만한 것이.." 라고 놀랐겠지만, 새 중전을 맞이하는 나인들도 모두 허걱! 싶습니다. 첫날부터 군기 확실히 잡겠다는 16살, 외모로는 한참 더 늙은 인원왕후입니다. 세자하고 동갑내기일텐데 말이지요. 권력의 흐름을 타고 잽싸게 줄을 옮긴 장무열에게서 숙빈과 연잉군에 대한 사전조사를 마친 인원왕후, 동이에 대한 첫인상이 썩 좋지는 않아 보입니다.
내명부의 수장은 중전에게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려고 합니다. 인원왕후 연잉군과 동이를 궁에서 내보내려는 인원왕후, 나이도 어린데 야무집니다. 왕자가 결혼을 하면 궁밖으로 나가야 하는 왕실 법도를 들이 밀었으니, 동이는 지엄한 중전의 명을 거역할 수는 없겠지요. 역사적으로는 이보다 3년 후인 11살에 연잉군이 혼례를 치뤘는데, 제작진 뭐가 그리 급해서 장가부터 들이셨을까요? 물론 동이와 인원왕후의 대립각때문이겠지요. 이유는 내명부의 수장 자리가 중전에게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동이를 견제함과 동시에, 세자를 지키려는 인원왕후의 첫 실력행사였고 말이지요.
인원왕후의 연잉군 혼사추진은 동이에게는 연잉군에 대한 공격수로 읽혀집니다. 연잉군을 살리는 방법은 연잉군을 임금으로 만드는 방법밖에는 없다며, 연잉군 임금만들기 장기 프로젝트에 돌입한 동이입니다. 그런데 동이가 뭔가 단단히 잘못 생각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세자가 죽어야만 연잉군이 임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텐데, 동이 실망이외다.
 
아무리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한다는 비밀을 알았기로소니, 연잉군을 임금의 자리에 올리려 한다는 자체는 역모죄에 해당할 듯 싶은데, 비록 세자의 위질이라는 병으로 방패는 삼았지만, 동이의 위험스런 생각에 혼란스럽군요. 동이의 버선목처럼 깨끗한 마음은 세자도 왕위에 올리고, 연잉군도 왕위에 올리는 방법이라 했지만, 동이가 신내림을 받은 것이 아닌 이상, 세자가 보위에 올라 4년만에 죽어버릴 것을 알기라도 했단 말인가 싶었다지요. 

역사적으로는 지금 동이는 이현궁 사가로 나가 살아야 할 타이밍인데요, 숙빈최씨의 파란만장한 궁에서의 일대기는 사실 인원왕후의 중전 등극과 함께 종지부를 찍게 됩니다. 숙빈방으로 불리기도 했던 이현궁으로 나갔다가, 혼자 사는 집이 지나치게 크다해서 숙종이 규모도 줄여 버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숙종과는 단단히 틀어져 버린 숙빈최씨였어요. 사랑의 승자를 그렇게 그리지는 않을 듯 싶지만, 숙빈최씨는 이현궁으로 33세 젊은 나이에 쫓겨나가 쓸쓸하게 살다가 49세의 일기로 세상을 마감하기 까지 숙종이 궁으로 부른 일은 없었습니다. 시름시름 앓았던 숙빈최씨를 위해 죽기 2년전 아들과 함께 살라고 허락해서 아들 며느리 봉양을 받다가 하직했으니, 숙빈최씨라는 인물도 그리 영화를 누리며 산 것은 아니었지요. 
숙빈최씨의 영화는 역사적으로는 장희빈의 죽음과 함께 끝난 셈이었지요. 강력한 중전 후보였던 숙빈최씨를 견제하기 위해 숙종이 내쳤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 들여지고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이런 일들은 나몰라라 입니다. 하긴, 다시는 숙종 눈 앞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말라고 했는데 숙종이 동이를 내칠 수도 없고, 훗날 연잉군을 왕세제로 삼고 실질적으로 영조로 등극시킨 일등공신 인원왕후가 내치는 것도 모양새는 좋아보이지 않네요. 만약 기록처럼 사가로 나가는 동이를 그린다면, 동이가 세자와 왕실의 평화를 위해 제발로 걸어 나가겠다고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동이가 사가로 나간다 할지라도, 그 '귀한 생각'으로 인간성에서는 승리의 손을 들어주겠지요. 한줌도 되지 않는 부질없는 권세를 잡기 위해 피를 부르지 않으려 했다는 '귀한 생각'말입니다. 드라마에서 동이 외에는 귀한 생각, 귀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없으니, 독야청청 홀로 티끌 한점없이 푸르른 동이입니다.

사극의 최소한의 마지노선마저 무너뜨린 드라마 동이
자, 이제부터 이 드라마를 잘근잘근 씹어 보도록 하죠. 위에서 대충 토막은 쳤으니 이제 잘 다져볼 시간입니다. 우선 숙종이 법령으로 후세까지 어기지 말라고 한 후궁의 중전 금지령입니다. 후궁이 중전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게 하라는 교지는 역사적으로 장희빈의 죽음 하루 전에 공표된 내용입니다. 후궁이 중전에 오른 야무진 꿈의 모델이 된 장희빈의 죽음에는 인현왕후를 사술로 죽이려 했다는 숙빈최씨의 밀고가 발단이 되었지요. 드라마에서는 동이의 심부름꾼 심운택이 맡아서 했지만 말입니다.
장희빈에게 사약을 내리면서 숙종은 후궁이 중전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다는 것을 법으로 공표합니다. 물론 왕실에 장희빈과 같은 패악무도한 후궁이 더 나올 것을 경계한 것이기도 했지만, 직접적으로는 숙빈최씨를 중전에 앉히지 않겠다는 숙종의 의도였어요. 그리고 인원왕후를 새 중전으로 간택하면서, 숙빈최씨는 궁 밖으로 내치고 다시는 궁에 들이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는 숙빈최씨에게서 읽혀지는 강한 권력욕, 그리고 숙빈의 소생인 연잉군에 대한 숙빈최씨의 야욕을 숙종이 읽었기 때문이라고 삼척동자도 눈치챌 수 있는 문제에요.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황당스럽게도 동이가 숙종에게 이같이 하라고 청을 넣었지요. 참으로 말도 안되는 착한 동이 만들기 수작입니다. 네, 이는 수작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해도해도 너무한 역사왜곡에 인물왜곡입니다. 동이는 착한 것인지 바보인지 아무튼 이해불가한 인물이 되고, 가장 피해를 본 인물은 땅에 떨어진 숙종의 위상입니다. 동이의 말이 곧 법이 돼버린 조선, 강력한 군주 숙종이 이렇게 허수아비처럼 굴다니, 숙종이 지하에서 분노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하나 더 다져보지요. 동이의 목이 열개라도 그 목을 온전히 보전을 할까 싶은 동이의 연잉군 세제만들기 프로젝트입니다. 제작진이 뭔가를 대단스럽게 착각한 모양인데, 이 때는 세제라는 말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입도 뻥긋하지 않았을 때에요. 앞으로 족히 십수년은 흘러서 나올까 말까 했던 말이지요. 숙종의 입에서 나왔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숙종도 세자의 병을 알고 있으니, 마음으로라도 그리 생각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동이가 이 프로젝트를 계획합니다. 연잉군을 세제로 만든 다음, 지금의 세자가 보위에 오르고, 죽기만을 기다렸다가 연잉군을 왕위에 앉힌다? 참으로 괘씸스러운 비책입니다. 사람 앞일 모른다고 세자가 후사없이 왕위에 앉아 길고 가늘게 산다면, 연잉군은 세자가 죽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꼬부랑 할아버지 돼서 왕위에 올린다고요? 아니면 세자에게 대통령 임기제처럼 기한 정해주고, "한 4~5년만 임금하다 왕위 물려주시고, 하야 하세요" 라고 하려고요? 퍽이나 "굿 아이디어! 형님 먼저 아우후에 사이좋게 왕위에 앉읍시다. 대신 서로 죽이지만 말자고요" 하겠습니다.
저는 동이의, 아니 작가의 이런 위험스럽고 황당한 사고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자칫하면 동이와 함께 연잉군마저 역모죄로 죽일 수도 있는 프로젝트라는 말이에요. 도대체 연잉군을 살린다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목숨인가요? 아니면 권력을 잡는 것인가요?
목숨이었다면 동이가 금을 혼사시켜 일찌감치 궁에서 나가 왕실의 후손 한 사람인 군으로 평생 살겠다는 뜻을 밝혔어야 했고, 정 그렇게 목숨을 부지시켜주고 싶었으면 쥐도 새도 모르는 곳에 숨어 은둔하며 사는 방법이 나았을 겁니다. 권력의 의미였다면 중전의 자리를 마다할 이유도 없고, 오히려 동이가 팔 걷어부치고 나서서 연잉군의 세자책봉을 추진했어야 했고요.
그런데 세자도 왕위에, 감나무에서 홍시 떨어지기 기다렸다가 세자가 죽으면, 연잉군도 왕위에 앉히겠다는 동이, 장무열이 정확하게 동이를 한마디로 표현해 주었습니다. "바보".  둘 다 왕위에 오르게 해서 둘 다 살리겠다는 말만 그럴싸한 동이의 비책은 1980년대나 통했을 방법입니다. 김대중 전대통령과 김영삼 전대통령이 사이좋게 한 번씩 했더라면, 지금의 정치판이 이따위로 개판은 덜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드라마 동이는 역사를 배경으로 한 사극에서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마지노선마저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물론 드라마는 가공이고 창작의 영역이고 90%가 허구일 수 있습니다. 100%가 허구인 드라마도 많고요.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숙빈최씨, 인현왕후, 장희빈, 숙종, 연잉군, 세자, 장희재, 인원왕후 등등 실제 역사의 인물이 등장인물인데, 적어도 이름을 빌려왔으면, 역사적인 사실들은 얼마만이라도 근접하게 그려줘야 했지 않았을까요? 

동이는 정말 착하고 심성 곱고, 바른 생각만 해요. 그런데 모범답안같은 동이에게서는 장무열이 느꼈던 답답함이 느껴집니다. 드라마에서 동이라는 인물을 1급청정수 무결점의 인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에요. 패악무도한 장희빈이 더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인물로 느껴집니다. 착한 동이를 만들려다 보니 답답함이 밀려오고, 권력에 욕심없는 동이를 그리려다 보니, 숙빈최씨가 지나치게 미화되어 많은 부분 역사와는 멀어져 버렸습니다.
동이가 숙종에게 후궁 중전금지령을 내리라고 하는 것이나, 경종 즉위 1년 후에나 논의되었던 세제책봉을 20년전 앞서서 동이가 계획하고, 두사람 모두를 살리는 방법이라고 하고 있으니, 두사람 모두를 왕위에 올리겠다는 계획은 지나쳤어요. 연잉군에게 귀한 생각을 품는 귀한 사람이 되게 하겠다는 동이의 교육관대로, 연잉군에게 군주가 아닌 군자의 길을 가르치는 어머니로서 충실했다면, 훨씬 모양새가 좋았을 거에요. 군왕으로 세우겠다는 자체가 세자와도 등을 돌리게 되는 일, 과장확대해서 본다면 세자의 죽음을 바라는 모습으로까지 보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쯤해서 착한 동이만들기 위해, 역사왜곡과 인물왜곡은 그만했으면 좋을 듯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동이를 역사처럼 궐밖으로 내보내서 연잉군에게 세상 공부나 시켰으면 싶네요. 세자자리로 자꾸 쌈박질 시키지 말고 말이지요. 세자는 동이가 아닌 숙종이 지키는 것이 덜 억지스럽기도 하고요. 동이에서 실종된 것이 한둘이 아니지요. 대표적으로 장악원을 중심으로 한 궁중음악일 겁니다. 그런데 마무리를 앞두고 가장 중요한 동이의 교육마저 세자와 연잉군의 눈물겨운 형제애 확인으로 두리뭉실 "동이의 천재교육 끝"! 이러고 넘어가지는 말았으면 싶습니다. 동이는 사가에서의 모습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궁궐에 있는 동이보다는 사람냄새 나는 궁밖으로 내보내 줬으면 싶습니다. 숙종과의 달달한 로맨스도 한 두번 더 엮어주고 말이지요. 어차피 연애사극으로 시작했으니 연애사극으로 끝을 보는 것이, 그나마 역사왜곡 인물왜곡이라는 비난을 덜 받는 길일 듯도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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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5 09:16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세자와 연잉군의 궁밖나들이는 연잉군이 세자를 위해하려고 했다는 큰 불로 번져 버렸습니다. 역사상 장자를 제치고 보위에 오른 인물 중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인물은 세종대왕입니다. 양녕대군이 폐세자되고, 태종의 뒤를 이어 세종이 보위에 올랐는데요, 세종대왕이라는 성군을 만나지 못했다면, 한글이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수도 있고, 그보다는 심하게 여색을 밝혔던 망나니 양녕대군에 의해 조선의 왕실이 얼마나 지저분해졌을 지 가슴 쓸어내리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군왕자리보다는 풍류를 좋아했던 양녕대군이 총명한 충령대군에게 세자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일부러 망나니 짓을 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양녕대군을 새로이 보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 입장입니다. 세자와 연잉군의 형제애를 보니 세종과 양녕대군이 잠시 생각이 났네요. 양녕대군이 왕실의 정치판에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은 세종이 형을 끝까지 보듬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숱한 강간사건과 조선최고의 스캔들인 어리(곽선이라는 사람의 첩 어리를 납치 강간하고, 자신의 첩으로 궁으로 들인 사건으로 태종이 대노했던 사건이었지요. 이로 인해 폐세자까지 당하게 되었고요) 사건 등, 여자문제로 왕실에 먹칠을 해도 살려주었던 것이 세종이었으니 말입니다. 폐세자 당한 울분때문이었는지, 훗날 세조편에 서서 세종의 손자인 단종을 사사하라는 주청까지 한 인물이었으니, 은혜를 원수로 갚은 인물로 제게 있어 양녕대군은 조선왕실 핏줄 중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인물 중 하나입니다.
지난 글에서도 경종과 연잉군의 우애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도 친한 사이였다는 것을 기술했고, 경종이 지금의 세자처럼 착한 인품을 가졌다는 기록들을 비춰보면, 연잉군을 보호하는 지금의 세자모습이 경종에 대한 비교적 맞는 묘사일 것입니다. 세종대왕과 양녕을 서두에 언급한 이유는 아우인 세종이 형 양녕을 재위 기간내내 보호해 주었듯이, 세자가 연잉군을 보호하고, 연잉군이 형님마마를 보호하려는 모습이 세종대왕의 성군자질을 보는 듯 했기 때문이었어요. 4년이라는 짧은 재위로 경종의 치적은 많이 남아있지 않지만, 경종은 특별한 사랑을 받았던 임금이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인현왕후도, 훗날 새 중전이 될 인원왕후도 경종을 아꼈다고 전해지지요. 사실 숙빈최씨가 경종을 아꼈다는 기록은 본 적이 없지만요. 독살설이나 독떡을 먹게했다는 음모론에서의 시각으로 본 야사는 본 적이 있지만 말입니다. 여튼 드라마에서 훌륭한 어머니상으로 거듭날 동이를 그렇게 묘사할 리는 없고, 필요하다면 없는 사랑도 쥐어짜내야 겠지요. 세자의 비밀을 함구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회 세자가 숙종을 직접 찾아가 자신의 병에 대해 고백하려는 듯한 엔딩장면을 보고, 잠시 머리가 띵해져 오더군요. 작가가 이 위험스러웠던 엔딩을 어떻게 수습해 갈지가 드라마 내용보다 흥미롭고 궁금할 지경입니다. 자칫하다가는 세자가 어머니의 죄를 발고한 패륜아가 되어 막장의 오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생각이 깊은 세자가 어머니 장희빈이 자신의 병에 대해 모른다고 극구 부인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통하지 않을 거짓말이고, 이렇게 되면 장희빈이 국본인 세자의 몸에 대해 숨긴 죄가 밝혀질텐데, 아들의 입을 통해 어머니가 왕실의 존망을 위태롭게 했다는 것을 밝혀버리는 결과가 돼버릴테니 말입니다. 동궁전 앞에서 만난 장희빈에게 세자가 자신의 용태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고 물으며 동이가 눈을 부릅떴는데, 드라마에서는 천리길도 한달음에, 순간이동도 자유롭게 하는 가공할 만한 능력자인지라, 대전에 뿅하고 나타나 세자의 마지막 말을 막아 버릴 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흐름상 장희빈과 장희재의 마지막이 멀지 않았고 사약을 받을만한 큰 사건으로 연결되어야 할테니, 숙종도 아는 것으로 전개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거기에 기존의 미해결 사건의 전모를 드러냄으로써 장희재와 윤씨부인, 그리고 장희빈까지 옭아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가겠지요. 장희빈의 최후를 동이가 손에 쥐고 있는 인현왕후에 대한 무고의 옥의 증험으로 몰아갈지, 세자의 비밀로 몰아갈 지는 제작진의 선택에 달려 있겠지만, 무고의 옥은 이미 동이의 화해의 제스쳐로 빛바랜 증험이 되고 말았으니 약발은 떨어진 듯하고, 아무래도 세자의 비밀과 싸잡아서 장희빈 스스로 사약을 내려주십사 하고 간청하게 될 것같아 보이네요. 세자가 원하지는 않겠지만, 장희빈은 아들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모양새입니다.
마침 정신줄 놓아버린 오호양으로 인해 오태풍이 동이의 사가에 불을 지르게 한 것이 윤씨부인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윤씨부인을 비롯해 장희재까지 줄줄이 황천길행만 남았습니다. 인현왕후를 방자한 인형의 저주 또한 증험을 내놓을 지는 모르겠지만, 세자가 자신의 신체비밀까지 밝혀버리면 장희빈은 그야말로 첩첩산중 사면초가입니다. 장희빈의 죄를 묻는 것으로, 세자의 비밀을 숨긴 것만큼 큰 죄가 어디있을까 싶으니, 장희빈도 무사하지는 못할 듯 싶습니다. 물론 가장 안타까운 인물은 세자지요. 세자인들 그런 몸으로 태어나고 싶었겠느냐고요. 본인에게는 죽을 맛인 병이 왕실과 종사에는 죄가 돼버리니, 왕가의 후손 특히나 세자라는 자리가 좋은 것만은 아닌것 같아요.

진즉에 증험을 가졌으면서도, 착한 동이를 만들기 위해 동이의 입을 닫고, 세자 본인의 입으로 말하게 하니 이보다 잔인한 일이 있을까 싶기도 해요. 아마도 세자를 끌어안을 사람은 숙종이겠지요. 세자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위해 동이에게는 "중전자리에 올라달라고 했던 일은 없던 일로 하자"며, 후임 중전인 인원왕후를 맞아 세자의 방패가 되게 하는 수순을 밟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자의 비밀은 결국 인현왕후가 마지막으로 발고할 기회를 준 것을 차버린 장희빈의 자승자박 최대의 실수라고 할 수 있겠지요. 
집불이 산불로 번져버린 세자와 연잉군의 궁밖 나들이는 동이와 숙종의 몰래데이트 만큼 정겹고 훈훈했지요. 악녀 장희빈과 착한 동이의 갈등구조가 밋밋해지면서, 극의 흐름도 지지부진했지만, 똘망똘망한 금왕자 이형석과 세자 윤찬의 기특한 형제애가 눈시울을 적시게 했던 장면은 이번회 감동장면이었네요.
서로 자기 잘못이라며 서로를 감싸고 걱정하는 세자와 연잉군은 어른들의 세계, 궁이라는 정치의 세계는 모릅니다. 남들 눈에는 세자와 왕자라는, 그것도 배다른 이복형제이기에 권력을 탐하는 이들에게는 줄타기의 정점에 있는 인물들이지요.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바깥세상에서 만끽했던 자유가 즐겁고, 함께 마음을 나눠주는 형제라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궁은 물론 도성이 발칵 뒤집힌 세자 실종사건은, 그 인물이 세자이기 때문에 단순한 궁밖나들이로 비춰지지 않습니다. 저자에서 흔한 시비사건도 세자이기에 나랏일이 돼 버리고 말지요. 나랏일이 되어 버렸기에, 함께 동행한 연잉군은 국본 세자를 위해하려 했다는 음모로 제거의 명분이 되고 맙니다. 예닐곱살 어린 아이가 열너댓살 형을 위해하려 했다는 것이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의혹만으로도 사람을 잡는 곳이 궁입니다. 그런데 사소한 문제에 딴지를 걸자면, 소매치기했다는 주머니를 왜 세자에게 변상을 하라고 했는지 드라마를 보면서도 우스웠습니다. 주머니를 털린 주인이 주머니를 챙기고 포청으로 끌고 갔는데, 뭘 변상하라는 것인지, 볼기짝 몇대로 끝낼 일을 집까지 찾아가 받아 내겠다는 것은 솔직히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었어요.
여하튼 세자는 기지를 발휘해 포졸을 따돌리고, 금부도사 차천수에 의해 위기를 모면하고 궁으로 무사히 돌아왔지요. 그런데 장희빈치 세자가 연잉군과 함께 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를 연잉군을 쳐낼 카드로 내밀어 버리지요. 이 카드가 결국은 장희빈을 파멸로 몰고 갈 일대 파란을 일으킬 줄은 장희빈은 몰랐겠지요. 세자가 숙종을 독대해 자신의 병에 대해 고백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장희빈입니다. 세자가 자신의 병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장희빈의 망연자실한 모습이 안쓰럽더군요.
앞길이 구만리 같은 아들이, 그것도 한 나라의 대통을 이어받을 왕세자가 부실한 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하니, 어미로서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을까 싶더군요. 권력이니 야욕을 떠나 자식에게 가장 바라는 어미의 마음이 자식의 건강이었을텐데 말입니다. 이렇게 크나큰 아픔으로 이어질 지 장희빈이 상상이나 했다면, 연잉군을 위하는 세자의 마음과 여리고 고운 심성을 십분의 일이라도 헤아렸다면, 연잉군을 제거하려는 무리수는 두지 않았을텐데,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 장희빈입니다.

연잉군이 세자와 함께 궁을 나갔다는 사실은 장희빈에게는 연잉군을 쳐낼 명분이 되고, 조정신하들을 발빠르게 움직이게 하지요. 연잉군을 사가로 내치라는 상소가 빗발치고, 조정신하들은 등청을 거부하겠다며 연대파업 시위를 벌이겠다고 하니, 동이도 고민에 힙싸이게 됩니다. 장무열도 이 위기를 타개하려면, 세자의 비밀을 터뜨리라고 부추키고 말이지요. 돌아가는 분위기에 울적해 있는 연잉군을 보는 동이의 마음도 편하지 않습니다. 불까 말까 고심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세자의 방문으로 마음을 다잡는 숙빈 동이지요.
"모두가 저 때문입니다. 제가 세자이기 때문입니다. 연잉군이 제 자리를 위협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자리를 지킬 자격이 없습니다. 그런 저때문에 죄없는 연잉군을 다치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세자의 말에 동이도 세자가 자신의 병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 채고 급히 동궁전을 갔지만, 이미 세자는 대전에서 숙종에게 자신의 병에 대해 말을 하고 있었으니 어쩌면 좋을까 싶네요. 
물론 낚시 좋아하는 제작진이 두 가지 경우의 수를 준비하겠지요. 하나, 눈썹이 휘날리도록 달려간 동이가 세자의 마지막 말을 막는다. 둘, 숙종도 사실을 알게 되고 고민에 휩싸이지만, 열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자식없다고 숙종이 더 적극적으로 세자지키기에 나선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장희빈이 원했던 연잉군이 아니라 자신이 제물이 되어 사약을 받게 되겠지만요.
지키느냐 뺏느냐 권력싸움 한 복판에서 세자가 연잉군을 안아주는 장면은 숨막히는 궁궐에서도 형제가 있고, 사랑이 있고, 지켜주고 싶은 사람에 대한 정이 있음을 보여 주었지요. 보경당을 나서던 세자가 운학과 공부를 하는 연잉군을 보게 되지요. 연잉군은 수업시간에도 영 집중을 하지 못하고 딴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궁궐 돌아가는 낌새가 걱정되어서, 스승님의 말씀도 귀에 들어오지 않은 연잉군이에요. 조정대신들이 자신을 사가로 내치라고 주청하고 있다니, 걱정이 태산입니다. 7년만에 처음으로 아버지의 집에 왔는데, 어머니의 눈물을 더 이상 보지 않아서 너무 좋았는데, 자기 때문에 형님마마가 아픈 것 같아 미안하고, 무엇보다 동네 아이들이 형자랑을 할때마다 부러웠던 형님이 생겼는데, 이 행복을 두고 사가로 내쳐질까봐 슬픈 연잉군입니다.
그런 연잉군에게 형님마마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지요. "나 때문에 고초를 겪는 것은 너잖아. 그러니 내가 더 미안하구나. 난 형이 되어 네가 겪는 고초를 구경만 했어". 연잉군은 답교놀이를 고집한 자신때문에 형님마마가 고초를 겪고 있다고 잘못했다고 하고, 세자는 아니라며 어린 동생을 꼭 안아주지요. 마치 '내가 널 꼭 지켜줄게' 하듯이 말이지요. 진한 형제애에 울컥했던 장면이었어요.
세자는 연잉군을 궁에서 지키기 위해 대전을 향해 숙종과 독대를 하였지요. 세자가 대전을 찾아가 자신의 병을 숙종에게 직접 고백하려는 듯한 엔딩장면으로, 두 왕자의 궁밖나들이는 산불로까지 불길이 번져가는 양상이 되고 말았는데요, 사실 세자의 숙종과의 독대장면을 보며 마음이 많이 아프면서도,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싶었습니다. 세자의 입을 통해 나온 말이 자신을 폐세자 시키라는 말과 다름없는 것이었기 때문이었어요. 드라마보다 제작진이 이를 어떻게 수습해 갈지가 궁금할 지경입니다.
"저는 세자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습니다. 이 나라 국본인 제가 왕실과 종사를 잇게 하는 것이 제가 해야할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허나 소자에게는 큰 병이 있습니다. 그 사실을 숨긴 채 국본의 자리에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힘들고 아픈 고백이 있을까 싶은 생각에, 제작진의 잔인함이 더 절망스럽게 와닿더군요. 스스로 폐세자를 청하러 간 세자, 만약 세자의 입을 통해 후사를 잇지 못할 수도 있는 몸이라는 것을 듣는다면, 숙종의 찢어지는 심정은 또 어떨 것이며, 이래저래 착한 세자의 수난이 예고되네요.
세자를 결국 보듬고 갈 인물이 동이와 숙종이 되겠지만, 저는 동이보다는 숙종이 나서서 보듬고 갔으면 싶어요. "세자의 자격이 없다니? 당치않다. 이 나라의 세자는 너다. 아직 혼사도 치루지 않은 세자가 앞일을 어찌 알겠느냐?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일 후사를 잇지 못한다면, 아우를 세제로 삼아 국본을 잇게 할 것이다. 이 애비가 너와 연잉군은 기필코 지켜주겠다.". 이러면서 말이지요. 폐세자도 불사하고 연잉군을 구하려는 세자 윤, 정말 착한 세자입니다. 장희빈이 머리카락 한올만큼이라도 세자의 고운 마음을 가졌다면, 불행을 자초하지는 않았을텐데, 세자가 장희빈 배속에서 나왔다는 것이 불가사의할 정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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