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현왕후'에 해당되는 글 46건

  1. 2010.10.09 '동이' 인원왕후, 장무열을 믿지 않은 결정적 이유 (17)
  2. 2010.09.29 '동이' 중전되자 마자 소박맞는 인원왕후? (17)
  3. 2010.09.15 '동이' 충격 폐세자 발언, 아들에게 뒤통수 맞은 장희빈 (19)
  4. 2010.09.14 '동이' 중전자리 고민하는 동이, 말도 안되는 설정 (30)
  5. 2010.09.08 '동이' 연잉군 살리는 세자의 배후 장무열, 진짜 배신한 걸까? (9)
2010.10.09 10:16




호랑이가 굴을 비운 사이 세자를 이용해 권력을 장악하려던 장무열의 계책은 실패로 돌아가고, 세자를 위해하려 했다는 죄와 연잉군과 동이에 대한 무고죄, 병권을 장악해 군사를 사사로이 동원한 죄까지 물어 장무열이 목숨을 보존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사필귀정입니다. 인원왕후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던 것 처럼 보였던 장무열이 뒷통수를 맞은 이유, 즉 인원왕후가 장무열을 믿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물론 동이의 진심이 통했던 것도 한 이유가 되겠지만, 그 이유는 좀 뜬구름 잡기 같아 보여요. 동이의 진심만을 내세우기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여서 말이지요.
인원왕후가 궁에 들어온 이후 가장 견제를 했고, 의구심을 품었던 인물이 동이였고, 두 사람이 다정하게 '왕실의 안녕을 위해 함십해서 화목하게 지내보세'의 분위기를 연출한 적도 없어서, 인원왕후가 순식간에 동이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것만은 뭔가 부족해 보입니다.

숙종의 뒤숭숭한 나들이
세자를 위해하려한 사특한 무리들을 잡아 들이겠다며, 중전의 내지표신을 요구한 장무열에게 인원왕후는 '그리하마' 하고 내보내고, 장무열을 잡아버리는 반전을 보였는데요, 동이와는 사전에 약속이 된 듯 하더군요. 인원왕후가 동이를 믿게 된 과정이나 결정적인 이유는 사실 나오지 않았지요. 앙칼진 눈으로 동이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며, 오히려 동이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으로 비춰지게 했지요. "세자와 연잉군 모두를 지키고 싶었던 제 욕심때문이었습니다" 라는 말로, 인원왕후가 "정말 장하신 어머니십니다" 라며, 순순히 믿어줄 리는 만무하고, 그보다는 인원왕후가 동이를 믿게 된 결정적 이유가 필요해 보입니다. 
숙종은 다음 보위를 이을 후계는 오직 세자뿐이라며 후계자를 명확히 하고, 동이를 이현궁으로 출궁시키겠다고 공표했지요. 숙종이 편전에서 나와 들른 곳은 동이의 처소 보경당이 아닌 중궁전이었지요.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안봐도 비디오지요. 세자를 지키고 싶은 숙빈의 진심을 믿어야 한다고 했겠지요. 그리고 숙종이 궁을 비운 후 일어날 수도 있을 경우의 수에 대한 대책을 말해 주었을 수도 있겠지요. 동이와 연잉군을 위해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도 있으니, 신중하게 사태를 살펴보고 판단을 내리라는 당부 또한 잊지 않았을 겁니다. 숙종이 소론과 장무열에게 '어디 한 번 마음대로 속내를 드러내고 놀아 보시게'라며, 일부러 궁을 비워 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으니 말입니다.
일종의 덫을 친 것이지만 의도적으로 궁을 비운 것이라면, 숙종의 행보는 박수감은 아니지요. 병권을 장악한 장무열이 새 왕조를 열 야심이라도 가졌다면, 쿠데타라도 감행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요. 세자도 연잉군도 동이도 중전까지도 다 죽여버리고, 이판사판 '장씨왕조를 열어 보세나' 하자고 할 수도 있었을 거고요. 물론 비약적 가정이지만요. 또한 장무열과 같은 세력 소론이 연잉군을 반대하는 이유가 천인의 피가 흐른다는 명분이었으니, 조선 사대부들이 마음만 먹으면 왕쯤이야 갈아치우는 것은 예사일도 아니었을 겁니다. 따지자면 세자를 미는 이유가 혈통때문만도 아니었고, 그들이 권력을 유지할 든든한 줄이었기에 밀었던 것이지요. 왕과 신하의 관계가 충의만이 다는 아니지요. 서로의 이해관계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암묵적인 관계니 말입니다. 이 이해관계를 영리하게 조종한 이가 숙종이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숙종은 중전과 독대를 한 이후 그 속내를 궁금하게 하고는 행궁계획을 세우지요. 야밤에 이현궁 데이트를 하며 동이를  다독이고 안심을 시켜주기는 했지만, 숙종은 선위라는 말로 동이를 충격에 빠뜨립니다. 예전에 동이와 도망가고 싶었다는 마음이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선위한 후에는 이현궁에서 동이와 같이 살겠다고 까지 했지요. 동이에 대한 무한애정을 높이 살 만했지만, 임금으로서는 자격미달이더군요. 선위를 하고 이현궁에서 동이와 함께 살겠다는 숙종, 저는 군왕의 자질은 없는 인물같아서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물론 숙종이 역사에도 없는 가공의 인물이고, 이 드라마가 판타지 사극드라마라면, 한 여인을 향한 순애보가 감동이었겠지만 말입니다. 숙종을 사랑타령만 하는 생각없는 왕으로 만들고, 욕되게 하는 설정같아 불편하더군요.
 
연잉군이 세자자리를 노린다는 궁에 퍼진 흉흉한 소식과 궁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중차대한 시기에 궁을 비우는 숙종은 지도자의 자질이 한참이나 의심스러운 왕입니다. 두 여인에게 화해의 한마당을 마련해 주고자 한 작가의 심정은 이해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선위하겠다는 가당치 않은 수까지 나오니, 아이디어가 어지간히 떨어진 모양으로 보입니다.
의도적으로 시청자들에게 혼돈을 주다가 마지막에 속았지? 라며 반전을 이끌어내기는 했지만, 이 때문에 연기자들의 연기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의뭉스러워 보이기 까지 했어요. 연기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시청자 속이는 기법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여요. 아주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이중적인 마음까지 복선으로 보여 준다면, '아 그래서 인원왕후가 그런 표정을 지었구나', '동이가 그래서 고심했구나' 라며 감탄했겠지만, 한효주나 오연서에게는 그런 깊이있는 표정연기까지는 아직 무리라서 말이지요. 아이디어 고갈된 제작진이 선위를 하겠다고 하지를 않나, 이현당에 나가 살겠다고 하지를 않나 노망난 듯한 숙종으로 만들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앞으로 동이가 2회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제작진의 잔인한 숙종, 동이의 이기심도 만만치 않다
저는 숙종이 세자와 연잉군, 그리고 동이를 지키는 일이 선위밖에 없다는 표현에 몸서리쳐 지게 숙종이 싫어지더군요. 한마디로 나라와 왕실이 어떻게 되든 세자를 왕위에 세우고, 연잉군은 왕세제로 앉혀 일단 그럴 듯한 감투만 씌워주고, 본인은 일선에서 물러나 세자가 잘하나 조금 도와주겠다, 그리고 동이와 이현궁에서 필부처럼 살고 싶다? 15살 세자와 16살 새 중전, 그리고 8살 연잉군을 궁에 남겨두고 말이지요. 더구나 지금 궁은 피바람이 일기 일보직전인데 말이지요.
나이 어린 세자가 보위에 오르면 왕권이 약화될 것은 뻔한 일이고, 조정의 댕쟁에 휘둘려 이리 흔들 저리 흔들 갈대가 될텐데 말입니다. 게다가 소론이 연잉군을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데, 여우들이 득실거리는 호랑이굴에 어린 새끼들만 남겨두고 나와서, 동이랑 돼지껍데기나 사먹으러 다니면서 어화동동 내사랑 동이타령만 하겠다? 종묘와 사직을 생각하는 왕이라면 이런 한심한 생각을 한다는 게 가당키나 하겠느냐는 말이에요. 숙종과 동이의 낭만적인 사랑에 치우치다보니 임금이라는 자리의 막중함까지 잊어버리는 작가, 음;;;; 웬만하면 앞으로 사극, 특히 궁중사극은 집필하지 않았으면 하는생각까지 듭니다. 
나름대로는 깨방정 숙종으로 훈남으로 그려왔던 숙종을 제작진은 막판에 가서 아주 몹쓸 남자로 만들어 버렸어요. 오로지 동이에게만 좋은 남자일 뿐입니다. 물론 드라마 주인공이 동이이니 제일 행복해야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 과정에서 숙종도 동이도 얼마나 잔인한 인물들로 만들었는지, 청상과부로 만들어 버린 인원왕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숙종이 동이와 이현궁에서 나와 살겠다고 하니 동이는 그저 감개무량 감읍한 표정이었는데, 그렇게 착한 동이가 어찌 새중전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큼도 안하는지요. 숙종은 뭣하려 16살 꽃다운 처자를 데려다가, 중궁전에서 모셔두고 늙어가게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시집오자 마자 모든 재산은 전처와 후궁 소생인 큰 아들과 작은 아들한테 물려줄테니, '소생을 낳더라도 국물도 없을 것이오' 라고 못을 박는 숙종, 잔인한 남자 아닌가요? 혹이라도 중전에게 세자의 병에 대해 말해주고,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할 몸이기에, 연잉군이 세자의 뒤를 이어 다음 보위에 앉아야 한다고 말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 그랬을 가능성이 크지요. 허나 이 말도 인원왕후에게는 대못을 박는 말입니다. 제작진이 동이 한 사람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인원왕후의 인생은 전혀 생각하지 않으니 괘씸한 생각까지 들더군요.
실제 숙종이라는 인물을 만나보지 못했고 기록에서도 찾을 수 없지만, 인원왕후에게 왜 소생이 없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드라마 동이대로라면 인원왕후에게 소생이 없었던 것이 아주 당연한 일일 듯 싶더군요. 소박을 제대로 당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여자들 등살에 치인 숙종이 더는 후사를 낳고 싶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었겠다고요.
장희빈을 무고의 옥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숙빈최씨, 장희빈을 사사하고 숙빈최씨도 사가로 내쳐 버린 숙종은 새중전 인원왕후를 들였지만, 여자들의 권력욕이라면 치를 떨었을 겁니다. 그런데 새중전이 왕자라도 생산한다면, 보위자리를 두고 3파전이 벌어지게 되리라는 것은 뻔한 일, 판이 더 커지는 것이라도 막아보고 싶었겠지요. 그런 심산이라면 의도적으로  인원왕후에게서 후사가 나오지 못하도록 조절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이는 합방 날짜만 잘 조절해도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죠. 인원왕후의 가임기간에 합방을 하지않는 방법으로 말이지요. 

인원왕후가 장무열을 버리게 된 장무열의 결정적 실수
이렇게 동이와 숙종의 마지막 이미지는 제작진의 과한 사랑에 오히려 미워지고 있는데, 그건 그렇고 인원왕후가 장무열을 믿지 않게 된 결정적인 이유를 찾아봐야 겠네요. 장무열은 마지막에 결정적으로 실수를 하나 했습니다. 인원왕후는 장무열이 동이와 연잉군측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인원왕후로 하여금 동이를 의심하게 하지만, 인원왕후는 이상합니다. 숙종도 동이도 세자와 연잉군을 다 살리겠다고 하는데도, 장무열은 흑막이 있을 거라고 동이를 모함하고 있으니 말이지요. 더구나 세자는 궁에서 오직 믿고 의지하는 분이 숙빈이라며, 출궁을 막아달라는 부탁까지 하지요.  
인원왕후는 결정적으로 동이와의 마지막 독대를 통해 동이의 손을 들어주게 됩니다. 마지막 독대에서 숙종의 선위 결심까지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원왕후가 동이를 통해 궁에서 돌아가는 정황은 대충 들었겠지요. 하지만 인원왕후가 동이를 믿은 이유는 장무열의 실수때문이었어요.
장무은 동이의 출궁을 서둘러야 한다며, 내일 꼭 출궁시켜야 한다고 시간을 정했지요. 그런데 출궁하명을 들은 동이는 몇일만이라도 늦춰달라는 부탁을 하러 중궁전에 찾아 왔지요. 중궁전을 나서는 동이는 가타부타 말없이 출궁하겠다며, 출궁을 결심하는 모습이었고 말이지요. 여기서 시청자들은 인원왕후와 동이가 화해하지 않았다고 오해했지만, 이미 처소에서 두 사람은 합의점을 찾았다고 보여지더군요.
꼭 내일이어야 한다는 장무열, 이현궁이 완성되기까지 몇일 말미를 달라고 했던 동이, 그리고 장무열이 출궁시켜야 한다는 날 세자의 가마가 공격을 받게 된 일이 발생합니다. 세자가 지나는 길은 동이의 사가 이현궁과 같은 길이었고 말이지요. 어렵잖게 장무열이 더 의심스럽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지요. 세자가 공격당했다며, 내지표신을 내어달라는 장무열, 인원왕후는 장무열이 스스로 파고 만 실수를 간파합니다.
만약 장무열의 말대로 동이가 세자를 치려했다면, 굳이 날짜를 미뤄달라는 부탁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혹이라도 출궁길을 이용해서 세자를 치려했다 하더라도 모든 의혹은 동이에게 쏠릴 일인데, 동이가 바보 아닌 다음에야 의심을 자처하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았을 거라는 거죠. 결국 9단계까지는 장무열의 계획은 완벽했지만, 마지막 10단계에서 최대의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이지요. 세자가 궁을 나가야 하는 시간에 맞춰 숙빈을 출궁시켜야 한다고 했던 이는 장무열이지요. 왜 하필 오늘이었을까?를 조금만 생각해 보면 장무열의 거짓말을 알 수 있는 일이지요. 결국 동이의 출궁날짜를 앞당겨 달라고 했던 것이 장무열의 최대 실수였던 것이지요. 영악한 장무열이 이렇게 빈틈이 많은 인물이라는 것은 허탈하지만, 인원왕후를 우습게 안 장무열이 큰 코 다친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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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9 12:40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려 한다고 새 중전 인원왕후의 기선잡기는 방자하기 그지 없습니다. 물론 동이편에서 보자면 말이지요. 새색시가 나대는 모습이 과하다 싶지만, 이 모습 또한 새 중전 인원왕후가 궁궐을 배워가는 과정입니다. 내명부의 실질적인 수장으로서 위상을 다지기 위함이라 하지만, 인원왕후가 그리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 역시 궁의 정치라는 속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이기 때문이겠지요. 이를 동이가 모를리 없습니다. 궁궐밥을 더 많이 먹은 동이가 궁의 정치적 속성에 대해서는 더 잘 알고 있기도 하고요.
동이도 인원왕후에게 고분고분하지는 않더군요. 친히 연잉군의 배필감을 만나러 나서는 동이를 가로막으며 내 말을 무시하는 거냐고 하자, 연잉군의 배필감을 고르는 것은 자기소관이라며, 감히 중전에게 가르치려 드느냐는 말에도 "그렇습니다, 저는 바빠서 이만" 하고 쌩 가버리더군요. 궁궐밥을 많이 먹긴 했더라고요. 중전도 딱히 잘한 것은 없어 보였지만, 동이의 하극상도 막상막하였다지요. 품위는 있는 여인들이라 머리카락 쥐어뜯고 싸우지 않길 다행이에요.
인원왕후 역의 오연서의 연기를 보니 16살의 어린 중전의 모습을 대비시키는 어려움은 둘째치고, 대사를 지나치게 빨리 하는 감이 있더군요. 캐릭터를 악의 축으로 잡지 않았다면, 표정에 힘을 빼고 대사를 조금 더 느긋하게 하는 여유가 필요할 듯 싶어요.

드러나는 동이의 야심
인원왕후가 번개불에 콩볶아 먹듯이 연잉군의 가례를 추진하는 것이 동이에게는 당혹스럽지만, 어차피 한번은 겪어야 할 일이지요. 동이가 고심하고 있는 문제는 연잉군을 궁안에서 살게 하는 문제에요. 연잉군의 안위가 동이에게는 가장 큰 문제이고, 장희빈이 없어졌지만 장희빈보다 무서운 정치권력에서 연잉군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연잉군을 궁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동이입니다. 궁궐안이나 사가나 위험스럽기는 마찬가지만 말입니다. 동이의 사가에 불도 났었고, 그보다 궁궐에서 칼부림까지 났는데 궁이라고 딱히 안전해 보이지는 않으니 말입니다.
연잉군의 배필을 동이 스스로 구하는 모습은 동이의 지략과 미래지향적인 모습이 빛났습니다. 명문세도가의 뒷배가 아닌 청렴과 강직을 택한 동이는 두 가지를 한꺼번에 노렸습니다. 연잉군의 반대파 소론과 남인에게는 안심을 시키는 한편, 떠돌던 왕가의 기가 흐르는 집터에 대한 군중심리를 교묘히 이용해서 동이를 만만케 보지 말라고 뒷통수를 쳐버렸던 것이지요.
그러나 동이가 관직에 오르지 않고 명문가 자제의 글공부나 시키고 있었던 서종제의 여식을 택한 것은 동이의 연잉군에 대한 야심 또한 숨어있었던 것이었지요. 임금을 낸 터라는 것은 소위 명당 중 최고의 명당자리입니다. 운학선생이 지나가는 말로 했다지만, 임금의 기가 흐르는 집터는 풍수지리적으로 최고의 기가 흐르는 집터였을 테니까 말입니다. 동이가 연잉군을 보위에 올리려는 마음을 언제부터 품었는지 모르겠지만, 동이가 권력에 무심한 인물은 아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때부터 연잉군의 배필도 정했다고 하니 상당히 무서운 여자입니다.
연잉군의 배필로 명문세도가의 여식을 들여주고 싶은 것은 숙종의 진심이었을 겁니다. 이번회 동이와 숙종의 대화를 들으면서 숙종이 연잉군이 가야할 길을 위해서 권세가의 힘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는데요, 그 말이 의미심장하더군요. 그리고 동이에게 아비로서 연잉군의 어미에게 묻는다며, "연잉군의 보위에 올릴 생각이 없느냐?"고 직설적으로 물었지요. 물론 동이는 세자가 왕위에 올라야 한다는 것을 힘주어 강조했지만, 동이의 속내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숙종의 파고드는 눈빛은 더 깊은 속내를 물었고, 동이가 결국 연잉군을 지키기 위해서는 군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동이의 결심이라고 밝혔지요. 두 사람은 어느 선에서 연잉군을 보위에 올리겠다는 합일점을 찾은 듯도 보이더군요. 마치 역사적으로 이이명과의 정유독대를 동이로 대치해서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연잉군의 앞길 물은 숙종의 속내, 동이 소박?
물론 두 사람의 대화는 세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배신감에 치를 떨 밀당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한데요, 드라마에서 숙종은 세자나 연잉군에 대해 아비로서도 임금으로서도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음이 확인됩니다. 숙종과 동이의 대화는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하면, 다음대를 연잉군이 보위에 올리자는 암묵적인 합의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숙종의 속내를 그리 쉽게 판단하기에는 모호한 점이 있습니다. 숙종이 동이에게 연잉군의 앞으로의 운명에 대해 물었던 의도는 몇가지의 경우의 수로 분석할 수가 있을 것 같은데요, 우선은 동이를 궁에서 내보내려는 고도의 전략일 수 있습니다. 숙종은 궁궐에서 여인들의 권력 장악을 용납치 않았던 인물입니다.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사이에서 때로는 장희빈을, 때로는 인현왕후의 손을 들어 준 것은, 서인과 남인들의 힘의 안배를 교묘히 조정했던 정치적 이유때문이었지요.
지금 숙빈최씨의 손을 들어준다는 것은 노론의 손을 들어준다는 의미이고, 이는 현 조정 실세 세자를 밀고 있는 소론과 등을 진다는 것이지요. 숙종은 장희빈 사후 노론의 힘이 커지는 것을 경계했어요. 장희빈 사후 장희빈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는 음모론까지 퍼지고 있었으니, 지금 동이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연잉군을 세자로 옹립하려고 장희빈을 몰아냈다는 소문을 확인시켜 주는 꼴이 되기도 하지요.
이럴때 가장 좋은 방법은 숨기기 작전입니다. 동이를 표면적으로 내치면서 궁궐에 퍼진 소문을 잠재우고, 겉으로는 세자의 보위가 확실함을 보여줌으로써, 동이와 연잉군에게 쏟아지는 의구의 시선을 가려주는 것이지요. 세자와 연잉군을 동시에 보호할 수 있는 고도의 이중장치인 셈이지요. 숙종의 의도는 일종의 시간을 버는 전략으로 보여집니다. 연잉군에게 쏟아지는 의심에 대한 분산작전인 셈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이 과정에서 연잉군을 지키기 위해 과감하게 동이의 희생을 요구할 듯 싶어요. 동이를 궁에서 내보냄으로써 연잉군은 보호하고, 동이를 권력과 멀어지게 하는 것이지요. 세자측과 소론측에서 안심할 수 있게 말이지요. 장희빈의 사후 인원왕후를 새 중전으로 들이면서, 실제 숙종은 숙빈최씨를 이현당 사가로 내보내고, 숙빈최씨가 죽을 때까지 궁으로 불러들이지 않았지요. 동이와의 독대장면은 숙종이 동이를 궁에서 내보내야 하는 이유와 함께 역사적 사실과도 궤를 같이하려는 의도로 비춰지더군요. 

숙종에게 세자나 연잉군은 어미는 다르나 그의 피를 이어받는 자식들이고, 무엇보다 국본이라는 공인된 자리에 있는 세자를 지키는 것은 숙종의 몫이에요. 동이가 털끝만큼도 세자를 위해할 의도가 없다 할지라도, 세상의 눈은 동이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거죠. 그렇게 되면 곤경에 빠질 사람은 동이가 아닌 연잉군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판단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미로서 연잉군을 보호하고 군왕의 자리에 까지 올리고 싶은 욕심이 있듯이, 숙종에게도 아비로서 세자와 연잉군을 지켜주고 싶겠지요. 그래서 동이에게 자연스럽게 출궁에 대한 동이에게 이해를 구하기 위함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결국 두 아이 모두를 지키고 싶은 아비로서의 숙종의 마음이겠지요.
다음으로는 숙종이 진심으로 연잉군을 보위에 올리겠다는 암묵적인 약속을 하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세자가 보위에 오르고 후사없이 끝난다면, 소론과 남인중신들의 주장처럼 다른 왕손을 보위에 앉힐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그렇게 되면 숙종의 혈통은 세자대에서 끝나는 것이겠지요. 세자의 병을 알고 있는 숙종이 이에 대한 대책으로 세자 다음 보위를 연잉군으로 점지하고 있음을 암묵적으로 드러낸 일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중전되자 마자 소박맞는 인원왕후?
그런데 숙종과 동이의 밀담을 보면서 한 사람이 떠오르더군요. 인현왕후였어요. 혈육 한점 남기지 않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인현왕후는 장희빈에게 가장 많은 상처를 받았지요. 하지만 장희빈 못지않게 인현왕후의 마음에 병을 준 인물이 바로 숙종이에요. 비록 요즘 말로 정략결혼이었지만, 숙종은 조강지처 인현왕후가 아닌 장희빈을 사랑했고, 숙종의 사랑이 장희빈으로 하여금 중전의 자리까지 탐하도록 모든 것을 가지라고 부추겼지요. 장희빈이나 인현왕후를 그렇게 만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었다는 고백을 스스로 하기도 했지만, 이번회 숙종은 또다시 그런 잘못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라는 씁쓸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바로 숙종의 인원왕후에 대한 헌신짝 마음입니다.
새 중전으로 들인 인원왕후가 후사를 낳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지요. 물론 다행인지 불행인지 인원왕후에게서는 후사가 나오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사랑도 정치의 일부였던 숙종, 정실 부인복도 지지리 없는 남자에요. 중전을 세 명이나 두고도 정작 정실부인에게서는 후사를 못봤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 갓 시집 온 새색시가 소박맞는 듯해 보여서, 숙종과 동이의 밀당이 썩 유쾌해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명색이 중전인데 혹시 모를 인원왕후의 소생에 대한 배려심은 없어 보이는 숙종, 인원왕후에게서 후사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 인현왕후처럼 중궁전의 청상과부로 만든 것은 아니었나? 이런 생각도 들었네요. 그러고보면 왕실에서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궁중 여인들의 암투보다는, 그 귀한 임금의 씨를 여기저기 잘못 뿌린 임금 잘못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숙종의 동이사랑, 그리고 자식사랑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기적인 남자에요. 절대선 원칙주의자 동이도 새중전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으니, 그동안 동이의 절대선과 무한 착함이 일시에 무너지기도 했고 말이지요. 
숙종이 동이를 사가로 내보내게 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역사적으로 동이의 궁궐생활은 지금으로 끝이지요. 말년에서야 연잉군의 사가 창의궁으로 옮겨 살다 생을 마감했으니, 그 연유가 어찌되었든 33살에 궁에서 나와 49세로 생을 마감했으니 말년인생이 그리 행복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인현왕후, 장희빈, 숙빈최씨 모두 다 한 번씩은 사가로 내쳐졌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인원왕후가 불임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인원왕후가 왕자를 생산했더라면, 지금의 세자가 왕위에 오르는 일도 순탄하지는 않을뿐더러, 후궁소생인 연잉군이 보위에 오르는 일은 더더욱 어려웠겠지요. 그러고 보면 임금은 하늘이 낸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 
장희빈도 동이도 세자와 연잉군이 보위에 오르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요, 아이러니 하게도 인원왕후만이 두 사람의 보위 과정을 지켜보고, 천수를 누리고 왕대비에 대왕대비까지 올랐으니, 왕을 낳은 장희빈이나 숙빈최씨에 보다 높은 자리에 앉아 편안하게 살다간 인물입니다.  

* 참, 연잉군 혼례를 보다보니 생각났는데요, 지금 세자는 이미 세자빈을 맞이했거든요. 단의왕후 심씨가 1696년에 세자빈으로 책봉되었다가 병으로 죽었고, 그 이후 어유구의 딸 선의왕후 어씨가 세자빈에 책봉되어 경종 사후 경순왕대비라는 존호를 받았는데요, 세자는 일찍 고자로 만들어서 혼례도 안치뤄 주고, 연잉군에 대한 애정만 너무 과한 것 아닌가요? 잘못하면 세자 몽달귀신 되겠어요. 까먹고 세자 혼사를 치뤄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인원왕후는 연잉군 혼사가 아니라 세자 혼사부터 서둘러야 정상인데 말이죠. 이런 역사적 사실은 지키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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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5 09:16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세자와 연잉군의 궁밖나들이는 연잉군이 세자를 위해하려고 했다는 큰 불로 번져 버렸습니다. 역사상 장자를 제치고 보위에 오른 인물 중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인물은 세종대왕입니다. 양녕대군이 폐세자되고, 태종의 뒤를 이어 세종이 보위에 올랐는데요, 세종대왕이라는 성군을 만나지 못했다면, 한글이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수도 있고, 그보다는 심하게 여색을 밝혔던 망나니 양녕대군에 의해 조선의 왕실이 얼마나 지저분해졌을 지 가슴 쓸어내리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군왕자리보다는 풍류를 좋아했던 양녕대군이 총명한 충령대군에게 세자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일부러 망나니 짓을 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양녕대군을 새로이 보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 입장입니다. 세자와 연잉군의 형제애를 보니 세종과 양녕대군이 잠시 생각이 났네요. 양녕대군이 왕실의 정치판에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은 세종이 형을 끝까지 보듬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숱한 강간사건과 조선최고의 스캔들인 어리(곽선이라는 사람의 첩 어리를 납치 강간하고, 자신의 첩으로 궁으로 들인 사건으로 태종이 대노했던 사건이었지요. 이로 인해 폐세자까지 당하게 되었고요) 사건 등, 여자문제로 왕실에 먹칠을 해도 살려주었던 것이 세종이었으니 말입니다. 폐세자 당한 울분때문이었는지, 훗날 세조편에 서서 세종의 손자인 단종을 사사하라는 주청까지 한 인물이었으니, 은혜를 원수로 갚은 인물로 제게 있어 양녕대군은 조선왕실 핏줄 중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인물 중 하나입니다.
지난 글에서도 경종과 연잉군의 우애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도 친한 사이였다는 것을 기술했고, 경종이 지금의 세자처럼 착한 인품을 가졌다는 기록들을 비춰보면, 연잉군을 보호하는 지금의 세자모습이 경종에 대한 비교적 맞는 묘사일 것입니다. 세종대왕과 양녕을 서두에 언급한 이유는 아우인 세종이 형 양녕을 재위 기간내내 보호해 주었듯이, 세자가 연잉군을 보호하고, 연잉군이 형님마마를 보호하려는 모습이 세종대왕의 성군자질을 보는 듯 했기 때문이었어요. 4년이라는 짧은 재위로 경종의 치적은 많이 남아있지 않지만, 경종은 특별한 사랑을 받았던 임금이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인현왕후도, 훗날 새 중전이 될 인원왕후도 경종을 아꼈다고 전해지지요. 사실 숙빈최씨가 경종을 아꼈다는 기록은 본 적이 없지만요. 독살설이나 독떡을 먹게했다는 음모론에서의 시각으로 본 야사는 본 적이 있지만 말입니다. 여튼 드라마에서 훌륭한 어머니상으로 거듭날 동이를 그렇게 묘사할 리는 없고, 필요하다면 없는 사랑도 쥐어짜내야 겠지요. 세자의 비밀을 함구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회 세자가 숙종을 직접 찾아가 자신의 병에 대해 고백하려는 듯한 엔딩장면을 보고, 잠시 머리가 띵해져 오더군요. 작가가 이 위험스러웠던 엔딩을 어떻게 수습해 갈지가 드라마 내용보다 흥미롭고 궁금할 지경입니다. 자칫하다가는 세자가 어머니의 죄를 발고한 패륜아가 되어 막장의 오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생각이 깊은 세자가 어머니 장희빈이 자신의 병에 대해 모른다고 극구 부인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통하지 않을 거짓말이고, 이렇게 되면 장희빈이 국본인 세자의 몸에 대해 숨긴 죄가 밝혀질텐데, 아들의 입을 통해 어머니가 왕실의 존망을 위태롭게 했다는 것을 밝혀버리는 결과가 돼버릴테니 말입니다. 동궁전 앞에서 만난 장희빈에게 세자가 자신의 용태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고 물으며 동이가 눈을 부릅떴는데, 드라마에서는 천리길도 한달음에, 순간이동도 자유롭게 하는 가공할 만한 능력자인지라, 대전에 뿅하고 나타나 세자의 마지막 말을 막아 버릴 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흐름상 장희빈과 장희재의 마지막이 멀지 않았고 사약을 받을만한 큰 사건으로 연결되어야 할테니, 숙종도 아는 것으로 전개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거기에 기존의 미해결 사건의 전모를 드러냄으로써 장희재와 윤씨부인, 그리고 장희빈까지 옭아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가겠지요. 장희빈의 최후를 동이가 손에 쥐고 있는 인현왕후에 대한 무고의 옥의 증험으로 몰아갈지, 세자의 비밀로 몰아갈 지는 제작진의 선택에 달려 있겠지만, 무고의 옥은 이미 동이의 화해의 제스쳐로 빛바랜 증험이 되고 말았으니 약발은 떨어진 듯하고, 아무래도 세자의 비밀과 싸잡아서 장희빈 스스로 사약을 내려주십사 하고 간청하게 될 것같아 보이네요. 세자가 원하지는 않겠지만, 장희빈은 아들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모양새입니다.
마침 정신줄 놓아버린 오호양으로 인해 오태풍이 동이의 사가에 불을 지르게 한 것이 윤씨부인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윤씨부인을 비롯해 장희재까지 줄줄이 황천길행만 남았습니다. 인현왕후를 방자한 인형의 저주 또한 증험을 내놓을 지는 모르겠지만, 세자가 자신의 신체비밀까지 밝혀버리면 장희빈은 그야말로 첩첩산중 사면초가입니다. 장희빈의 죄를 묻는 것으로, 세자의 비밀을 숨긴 것만큼 큰 죄가 어디있을까 싶으니, 장희빈도 무사하지는 못할 듯 싶습니다. 물론 가장 안타까운 인물은 세자지요. 세자인들 그런 몸으로 태어나고 싶었겠느냐고요. 본인에게는 죽을 맛인 병이 왕실과 종사에는 죄가 돼버리니, 왕가의 후손 특히나 세자라는 자리가 좋은 것만은 아닌것 같아요.

진즉에 증험을 가졌으면서도, 착한 동이를 만들기 위해 동이의 입을 닫고, 세자 본인의 입으로 말하게 하니 이보다 잔인한 일이 있을까 싶기도 해요. 아마도 세자를 끌어안을 사람은 숙종이겠지요. 세자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위해 동이에게는 "중전자리에 올라달라고 했던 일은 없던 일로 하자"며, 후임 중전인 인원왕후를 맞아 세자의 방패가 되게 하는 수순을 밟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자의 비밀은 결국 인현왕후가 마지막으로 발고할 기회를 준 것을 차버린 장희빈의 자승자박 최대의 실수라고 할 수 있겠지요. 
집불이 산불로 번져버린 세자와 연잉군의 궁밖 나들이는 동이와 숙종의 몰래데이트 만큼 정겹고 훈훈했지요. 악녀 장희빈과 착한 동이의 갈등구조가 밋밋해지면서, 극의 흐름도 지지부진했지만, 똘망똘망한 금왕자 이형석과 세자 윤찬의 기특한 형제애가 눈시울을 적시게 했던 장면은 이번회 감동장면이었네요.
서로 자기 잘못이라며 서로를 감싸고 걱정하는 세자와 연잉군은 어른들의 세계, 궁이라는 정치의 세계는 모릅니다. 남들 눈에는 세자와 왕자라는, 그것도 배다른 이복형제이기에 권력을 탐하는 이들에게는 줄타기의 정점에 있는 인물들이지요.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바깥세상에서 만끽했던 자유가 즐겁고, 함께 마음을 나눠주는 형제라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궁은 물론 도성이 발칵 뒤집힌 세자 실종사건은, 그 인물이 세자이기 때문에 단순한 궁밖나들이로 비춰지지 않습니다. 저자에서 흔한 시비사건도 세자이기에 나랏일이 돼 버리고 말지요. 나랏일이 되어 버렸기에, 함께 동행한 연잉군은 국본 세자를 위해하려 했다는 음모로 제거의 명분이 되고 맙니다. 예닐곱살 어린 아이가 열너댓살 형을 위해하려 했다는 것이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의혹만으로도 사람을 잡는 곳이 궁입니다. 그런데 사소한 문제에 딴지를 걸자면, 소매치기했다는 주머니를 왜 세자에게 변상을 하라고 했는지 드라마를 보면서도 우스웠습니다. 주머니를 털린 주인이 주머니를 챙기고 포청으로 끌고 갔는데, 뭘 변상하라는 것인지, 볼기짝 몇대로 끝낼 일을 집까지 찾아가 받아 내겠다는 것은 솔직히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었어요.
여하튼 세자는 기지를 발휘해 포졸을 따돌리고, 금부도사 차천수에 의해 위기를 모면하고 궁으로 무사히 돌아왔지요. 그런데 장희빈치 세자가 연잉군과 함께 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를 연잉군을 쳐낼 카드로 내밀어 버리지요. 이 카드가 결국은 장희빈을 파멸로 몰고 갈 일대 파란을 일으킬 줄은 장희빈은 몰랐겠지요. 세자가 숙종을 독대해 자신의 병에 대해 고백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장희빈입니다. 세자가 자신의 병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장희빈의 망연자실한 모습이 안쓰럽더군요.
앞길이 구만리 같은 아들이, 그것도 한 나라의 대통을 이어받을 왕세자가 부실한 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하니, 어미로서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을까 싶더군요. 권력이니 야욕을 떠나 자식에게 가장 바라는 어미의 마음이 자식의 건강이었을텐데 말입니다. 이렇게 크나큰 아픔으로 이어질 지 장희빈이 상상이나 했다면, 연잉군을 위하는 세자의 마음과 여리고 고운 심성을 십분의 일이라도 헤아렸다면, 연잉군을 제거하려는 무리수는 두지 않았을텐데,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 장희빈입니다.

연잉군이 세자와 함께 궁을 나갔다는 사실은 장희빈에게는 연잉군을 쳐낼 명분이 되고, 조정신하들을 발빠르게 움직이게 하지요. 연잉군을 사가로 내치라는 상소가 빗발치고, 조정신하들은 등청을 거부하겠다며 연대파업 시위를 벌이겠다고 하니, 동이도 고민에 힙싸이게 됩니다. 장무열도 이 위기를 타개하려면, 세자의 비밀을 터뜨리라고 부추키고 말이지요. 돌아가는 분위기에 울적해 있는 연잉군을 보는 동이의 마음도 편하지 않습니다. 불까 말까 고심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세자의 방문으로 마음을 다잡는 숙빈 동이지요.
"모두가 저 때문입니다. 제가 세자이기 때문입니다. 연잉군이 제 자리를 위협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자리를 지킬 자격이 없습니다. 그런 저때문에 죄없는 연잉군을 다치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세자의 말에 동이도 세자가 자신의 병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 채고 급히 동궁전을 갔지만, 이미 세자는 대전에서 숙종에게 자신의 병에 대해 말을 하고 있었으니 어쩌면 좋을까 싶네요. 
물론 낚시 좋아하는 제작진이 두 가지 경우의 수를 준비하겠지요. 하나, 눈썹이 휘날리도록 달려간 동이가 세자의 마지막 말을 막는다. 둘, 숙종도 사실을 알게 되고 고민에 휩싸이지만, 열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자식없다고 숙종이 더 적극적으로 세자지키기에 나선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장희빈이 원했던 연잉군이 아니라 자신이 제물이 되어 사약을 받게 되겠지만요.
지키느냐 뺏느냐 권력싸움 한 복판에서 세자가 연잉군을 안아주는 장면은 숨막히는 궁궐에서도 형제가 있고, 사랑이 있고, 지켜주고 싶은 사람에 대한 정이 있음을 보여 주었지요. 보경당을 나서던 세자가 운학과 공부를 하는 연잉군을 보게 되지요. 연잉군은 수업시간에도 영 집중을 하지 못하고 딴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궁궐 돌아가는 낌새가 걱정되어서, 스승님의 말씀도 귀에 들어오지 않은 연잉군이에요. 조정대신들이 자신을 사가로 내치라고 주청하고 있다니, 걱정이 태산입니다. 7년만에 처음으로 아버지의 집에 왔는데, 어머니의 눈물을 더 이상 보지 않아서 너무 좋았는데, 자기 때문에 형님마마가 아픈 것 같아 미안하고, 무엇보다 동네 아이들이 형자랑을 할때마다 부러웠던 형님이 생겼는데, 이 행복을 두고 사가로 내쳐질까봐 슬픈 연잉군입니다.
그런 연잉군에게 형님마마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지요. "나 때문에 고초를 겪는 것은 너잖아. 그러니 내가 더 미안하구나. 난 형이 되어 네가 겪는 고초를 구경만 했어". 연잉군은 답교놀이를 고집한 자신때문에 형님마마가 고초를 겪고 있다고 잘못했다고 하고, 세자는 아니라며 어린 동생을 꼭 안아주지요. 마치 '내가 널 꼭 지켜줄게' 하듯이 말이지요. 진한 형제애에 울컥했던 장면이었어요.
세자는 연잉군을 궁에서 지키기 위해 대전을 향해 숙종과 독대를 하였지요. 세자가 대전을 찾아가 자신의 병을 숙종에게 직접 고백하려는 듯한 엔딩장면으로, 두 왕자의 궁밖나들이는 산불로까지 불길이 번져가는 양상이 되고 말았는데요, 사실 세자의 숙종과의 독대장면을 보며 마음이 많이 아프면서도,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싶었습니다. 세자의 입을 통해 나온 말이 자신을 폐세자 시키라는 말과 다름없는 것이었기 때문이었어요. 드라마보다 제작진이 이를 어떻게 수습해 갈지가 궁금할 지경입니다.
"저는 세자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습니다. 이 나라 국본인 제가 왕실과 종사를 잇게 하는 것이 제가 해야할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허나 소자에게는 큰 병이 있습니다. 그 사실을 숨긴 채 국본의 자리에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힘들고 아픈 고백이 있을까 싶은 생각에, 제작진의 잔인함이 더 절망스럽게 와닿더군요. 스스로 폐세자를 청하러 간 세자, 만약 세자의 입을 통해 후사를 잇지 못할 수도 있는 몸이라는 것을 듣는다면, 숙종의 찢어지는 심정은 또 어떨 것이며, 이래저래 착한 세자의 수난이 예고되네요.
세자를 결국 보듬고 갈 인물이 동이와 숙종이 되겠지만, 저는 동이보다는 숙종이 나서서 보듬고 갔으면 싶어요. "세자의 자격이 없다니? 당치않다. 이 나라의 세자는 너다. 아직 혼사도 치루지 않은 세자가 앞일을 어찌 알겠느냐?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일 후사를 잇지 못한다면, 아우를 세제로 삼아 국본을 잇게 할 것이다. 이 애비가 너와 연잉군은 기필코 지켜주겠다.". 이러면서 말이지요. 폐세자도 불사하고 연잉군을 구하려는 세자 윤, 정말 착한 세자입니다. 장희빈이 머리카락 한올만큼이라도 세자의 고운 마음을 가졌다면, 불행을 자초하지는 않았을텐데, 세자가 장희빈 배속에서 나왔다는 것이 불가사의할 정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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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4 08:35




동이라는 인물을 애초에 정치적 인물로 부각시키지 않으려 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현재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는 동이와 장희빈의 마지막 싸움은, 긴장감이 다 빠져버린 맹탕물을 보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동안 명성대비의 시해음모사건에서 부터 인현왕후의 독살시도, 등록유초 사건, 검계와 관련한 일련의 사건들은, 결과적으로 빛과 그림자로 갈릴 수 밖에 없는 동이와 장희빈의 운명적인 대립을 위해 만들어왔던 사건들이었지요.
인현왕후의 죽음을 자연사로 처리하면서, 무당을 불러 방술을 한 장희빈측의 음모도 장희빈은 전혀 모르는 일로 처리했습니다. 새로운 장희빈의 모습을 기대하기도 했고, 무고의 옥보다 더 강하게 장희빈을 옭아맬 새로운 사건이 터질 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가지게 했습니다. 장희빈이 최대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세자의 신체적 비밀, 그리고 중전자리를 되찾으려는 장희빈의 마지막 불나방같은 야욕은, 동이와 연잉군을 제거하려는 가장 치졸스러울 사건 하나를 만들어 장희빈에게 사약사발을 내리려나 봅니다. 
지난 글에서도 세자의 신체적 비밀이 시기적으로 전혀 얼토당토않게 등장한 점을 들어 제작진의 무리수를 지적했지만, 세자의 비밀은 연잉군과 세자의 형제애, 그리고 태평양같은 어머니로서의 동이의 오지랖만을 위한 설정에 불과한 장치들입니다. 인현왕후의 죽음과 세자의 비밀로 전의를 상실한 듯한 동이는 세자와 연잉군 모두를 살리겠다며, 지금까지 목숨을 걸고 싸워왔던 장희빈마저 보듬고 가려고 기회를 주었지요. 부처님 가운데 토막보다 더 넓고 깊은 오지랖을 보이니, 그동안 팽팽하게 당겨졌던 활시위가 툭 끊겨버린 듯 긴장감을 상실해 버렸습니다.
물론 장희빈이 동이가 내미는 손을 덜컥 잡을 리는 없습니다. 제가 장희빈이라고 하더라도 잡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천재소년 연잉군, 빈책봉 교지, 세자는 후사를 볼 수 없는 몸, 게다가 숙종이 오매불망 사랑까지 한몸에 받고 있으니, 뭐가 아쉬워 장희빈의 죄를 눈감아 주겠다면서 "희빈마마, 우리 형님 아우하며 왕실의 평화를 위해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아요" 했겠습니까? 장희빈은 결국 동이가 내미는 손을 거절하고 말았습니다. 장희빈다운 행보였습니다.
동이가 장희빈의 죄를 눈 감겠다고 한 것은 세자와 연잉군을 위해서였지요. 어머니로서 동이의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십분이해하고 존경스러울 만한 마음씀씀이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 동이의 오지랖을 위해 제작진은 중전자리라는, 제가 보기에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은 악수를 두었습니다. 이것이 쓸데없는 연장방송 탓일 겁니다. 연잉군과 세자의 끈끈한 형제애도 한 두번 보니 크게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 야사에도 두 사람의 우애가 깊었다는 이야기들은 많이 전해지고 있기에, 새로운 해석도 아니고요. 

동이에게 정1품인 빈에 책봉하겠다는 숙종의 결정에 장희빈이 동이에게 가졌던 잠시의 믿음도 깨지고, 결국은 모든 것을 걸고 '너 죽고 나 살자'고, 선전포고를 하고 돌아 갔습니다. 직접적으로 동이와 연잉군의 목숨을 노리고 장희빈이 결정타를 날릴테니 각오하라는 말이었는데, 동이 역시 장희빈과는 손잡고 쎄쎄쎄 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을 또다시 확인하고 말았을 뿐입니다. 평생을 당해 왔으면서, 인현왕후가 평생 어떻게 당해왔는지 봤으면서도, 세상 사람 다 믿어도 장희빈은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쯤은 알았어야 하는데, 똑똑한 동이가 착한 동이가 되려다 보니 착각도 심하게 한 모양입니다. 마지막 진심마저 통하지 않는 장희빈에 대한 실망감에, 동이가 망연자실한 듯 주저앉는 모습은 애처로울 정도였습니다.
동이의 빈 책봉을 두고 조정에서나 동이파, 장희빈파 모두 설왕설래 말이 많지요. 엄연히 고명을 받은 세자가 있고(등록유초로 그 난리를 겪으면서 청으로부터 받아낸 세자자리였죠), 세자의 모후가 있는데, 장희빈과 같은 품계를 동이에게 책봉한다는 것에, 임금의 속내를 파악하기 분주한 궁궐입니다. 더구나 동이에게는 천재 금왕자까지 있으니, 몸 부실한 세자의 어미 장희빈은 하늘이 노래질 일이요, 동이파에게는 닐리리 맘보 소식입니다. 오직 동이와 금왕자만 제외하고 말입니다.
연잉군이야 지금 나이에서는 세자저하는 영원히 형님마마이실 것이고, 자신이 세자가 된다는 것은 꿈도 꾸지 않았던 일이니 말입니다. 정치도 권력도 모르는 연잉군이 7살 나이에 장래희망으로 군왕을 꿈꿀 리도 없었을테고, 그저 형님마마와 나무타기도 하고, 영달이랑 황주식과 숨박꼭질이나 하며 노는 곳이 궁이라 생각할 나이지요.

그런데 동이는 왜 중전의 자리를 두고 여태껏 고민하고 있는지, 저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실 동이의 마음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말도 안되는 무리수를 던지고 있는 작가의 생각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말입니다. 우선 작가의 실수는 동이가 빈의 책봉을 받은 시기가 인현왕후 생전임에도 사후로 그렸다는 점에서 큰 실수를 했는데, 그것은 그냥 넘어가더라도, 이 과정에서 숙종과 동이를 중전이라는 당위성과 명분에서 서로 뒤바뀌게 그려 버렸습니다.
숙종은 다음 중전은 동이에게 맡기라는 인현왕후의 유언때문에 고민하고, 한편으로는 세자의 모후인 장희빈이 있는데 장희빈을 제치고, 동이를 중전의 자리에 올리는 것에 강한 반대에 부딪치게 됩니다. 이때 숙종에게 명분을 준 것은 뜻하지도 않게 세자였지요. 동궁전에서 없어진 제왕학 관련 서책을 가지고 있다 들킨 연잉군을 위해, 세자가 거짓 해명을 해주었던 것이었지요.
"통촉하소서"를 입에 달고 다니는 대신들에게 연잉군의 무죄를 밝히며, 한방 먹인 숙종은 더 기가 막힌 교지로 그야말로 조정을 깜놀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동이를 빈에 봉한다는 교지였지요. 덧붙여 "숙의도 왕실의 후궁으로 빈의 교지가 내려지면, 숙의가 중전의 자리에 오르지 못할 이유 또한 없지 않소?". 말 그대로 동이를 중전의 자리에 앉힌다고 해도 다들 끽소리 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아 버립니다. 하지만 그동안 조정대신들에게 한방씩 먹이는 멋졌던 숙종의 모습 중에 가장 실망스런 모습이었습니다. 
숙종은 동이를 중전에 봉해서는 안되는 입장이고, 역사적으로도 당시에는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어요. 물론 동이가 숙종과 동이의 달달한 궁중연애사라는 특이한 장르의 사극이었다는 점에서는 숙종의 이같은 발언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노련한 정치가 숙종을 여자에 빠져 앞뒤 분간없는 왕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숙종이 동이를 중전으로 앉히려고 했던 속내는 인현왕후가 당부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알았기 때문임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장희빈이 중전에 오른다면 연잉군과 동이의 안위는 보장받을 수 없겠지만, 동이는 세자를 쳐내지 않을 것이라 강하게 믿었기에, 숙종이 그런 결정을 내렸던 것이겠지요. 허나 연잉군이 장성해 가면서, 연잉군에게 영향을 미칠 사람이 동이밖에 없을 수는 없는 법, 더구나 연잉군의 정치적 기반이 세자와는 근본적으로 다른데, 숙종 자신이 여인들 치마폭을 왔다갔다 하며, 때로는 남인손을, 때로는 서인손을 들어 주었던 것은 까맣게 잊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시말해 동이에게 중전이라는 막강한 힘을 실어 주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는 것이지요. 이는 세자파의 입장에서는 세자를 바꾸겠다는 뜻으로 밖에는 해석이 안되는 일이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숙종이 이런 문제를 계산하지 않았다는 것은, 노련한 정치 고단수 숙종이라는 인물에게는 모욕적일 수도 있을 법합니다. 아니면 이때부터 대놓고 연잉군을 미는 숙종으로 복선을 깔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의도였다면 작가가 무리수를 두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역사적으로도 숙종은 장희빈에게 사약을 내리기 하루전에 "앞으로 후궁은 왕비에 오르지 못하게 하라"는 것을 법으로 공표하기도 했습니다. 인현왕후 사후 이듬해에 숙빈최씨가 아닌 인원왕후가 새 중전으로 간택되었고요. 숙종이 자신이 뱉은 말때문에 숙빈을 중전으로 봉하지 못했다는 설도 있지만, 숙종이 숙빈최씨를 중전에 봉할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는 것도 읽혀지는 대목입니다. 
다음날 장희빈에게 사약을 내릴 것이면서, 굳이 앞으로 후궁은 왕비가 되지 못한다고 했다는 것은, 차기 중전 후보 1순위였던 숙빈최씨에게도 해당되는 속내처럼 비춰지기도 하니 말입니다. 숙종이 숙빈최씨를 중전자리에 앉히지 않으려 했던 이유는, 아마 당시로서는 세자를 지켜주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더 큽니다. 동이에 대한 믿음보다는 숙종은 궁에서의 정치의 속성을 더 깊게 고민했어야 합니다.
지금 드라마 속의 동이는 '정치에 관심없다, 세자자리도 관심없다, 중전자리에 대한 욕심? 하늘이 천벌 내릴 욕심이다'라며, 연잉군에 대한 야망은 눈곱만큼도 없는 것으로 그려가고 있지요. 저주의 인형까지 내주는 모습으로 버선목 다 뒤집어 보여가며, 정치적인 인물보다는 어머니의 모습만이 부각되었지만, 역사속의 숙빈 최씨는 역시 정치적 욕심이 있었다는 것을 숙종이 간파하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무고의 옥을 숙종에게 말한 이도 숙빈 최씨였다는 것은, 인현왕후 사후 비어있는 중전자리를 두고 장희빈에게도 동이가 마찬가지였지만, 숙빈최씨에게 있어서도 장희빈이 눈엣가시였다는 뜻이었겠지요.
숙종은 훗날 세자에게 후사가 없는 것을 염려해서 연잉군을 보위에 세우라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는데, 이는 훗날의 일이고, 지금 시점에서는 숙종은 세자를 보위에 앉히려는 생각이 강했던 시기였습니다. 장희빈에게 아무리 애정은 없었다 할지라도, 세자에 대한 애정마저 없어진 것은 아니었지요. 그런 점에서 동이에게 중전자리를 권하는 숙종의 사랑과 믿음은 이해하지만, 왕실과 종사를 염려하는 군왕으로서는 생각이 짧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물론 동이가 중전의 자리를 고사하겠지요. 하지만 실제 숙빈최씨에게 중전자리를 숙종이 권했다면, 지금의 동이와 같은 반응은 하지 않았을 듯 싶군요. 성은이 망극한 일이고, 안주면 우겨서라도 달라고 했을 법한 상황인데 말이죠. 드라마에서 동이는 오해의 여지가 많을 중전자리를 극구 고사하겠지만요. 그래서 세자와 연잉군 모두를 품는 어머니로서의 동이로 재창조되어야 하니 말입니다. 

사실 중전자리에 대한 숙종의 의도와 동이의 속내는 지금과는 반대상황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숙종이 동이에게 중전자리를 권하고, 동이가 중전자리에 오를까 말까 고민하는 양상인데요, 제가 생각했던 숙종은 동이를 중전자리에 앉히고 싶어하지만, 세자와 세자의 모후인 장희빈에 대한 고민으로, 본심과는 달리 숙빈으로 그치고, 중전에 앉히지 못하는 것에 미안해 하는 것이었어요. 반면 동이는 세자와 연잉군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 진심과는 달리 중전 자리를 생각하고 있고요. 동이의 진심을 곡해하는 무리들로 동이가 사면초가에 빠지는 그런 상황을 생각해 보기도 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로서 세자와 연잉군을 보호하려는 동이의 진심과, 세자에 대한 장희빈의 정치적 야심, 중전자리에 대한 끝없는 야욕이 빚은 결과가 두 사람의 운명을 빛과 그림자로 가를 수 밖에 없는 차이점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어요. 동이에게는 세자와 연잉군을 지키기 위한 위대한 어머니의 힘이 필요한 반면, 장희빈은 자신과 세자를 지키기 위한 권력이라는 힘만을 원했기 때문이에요. 중전이라는 자리에 대한 두 사람의 본질적으로 다른 생각의 차이를 보고 싶기도 했고 말이지요. 드라마 동이에서 동이라는 인물을 재조명하고자 했던 이유와도 맞물리고 말이지요.
동이와 장희빈의 마지막 싸움이기도 한 이 과정에서 장희빈은 용서받지 못할 자충수를 두고, 결국 사약을 받게 되는 그런 예상을 했습니다. 이를테면 동이나 연잉군의 목숨을 노린 시해사건을 통해서 말이지요. 결국 숙종은 장희빈에게 사약을 내리고, 후궁이 왕비가 될 수 없게 하라는 명을 내리는 것이 자연스러울 듯했거든요. 그리고 인원왕후를 새 중전으로 간택함으로서, 숙종이 세자(훗날 경종)의 입지를 세워주는 편이 숙종에 대해서도 사심없는 동이를 위해서도 깔끔했을 듯 싶더군요. 그런 면에서 숙종과 동이의 고민은 바뀌었으면 좋았을 전개였습니다. 

동이라는 숙빈최씨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 동이에서, 불완전하게 나마 정치적 인물로 일관되게 그려지고 있는 인물은 장희빈에 불과합니다. 인현왕후는 복위 후 중전이라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며, 막 정치적 걸음마를 떼려다가 병사해 버렸고, 왕실 여인들의 정치사 가장 전방에서, 장희빈과의 격전장 한복판에 서서 싸우던 동이는 거룩한 어머니만들기를 내세워 조금은 답답해 보이기도 한데요, 이런 모습이 평생 대립각을 세워왔던 장희빈과의 싸움으로 유지했던 긴장감을 상실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통해 일종의 대리만족을 하려는 생각이 있지요. 특히 선과 악의 대립구도에서는 선이 악을 통쾌하게 무찌르는 모습도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동이라는 인물을 보면서 그 바다와 같은 인품에는 할말이 없지만, 전지전능한 탐정동이로서 모습도 지나치게 과하게 영웅처럼 만들어가다 보니 반발감이 들었었는데, 어머니의 동이모습을 그리기 위해, 궁궐의 정치 속성마저 동이의 오지랖으로 품어가려 하니, 맥이 빠지기도 하네요. 늘어지는 느낌도 들고 말입니다. 다행히 연잉군과 세자가 이 틈새를 잘 메꿔주고는 있지만, 장희빈 혼자 열폭하고 있는 듯해서 정작 중요한 싸움은 김빠진 맥주같아요. 앞으로 몇회 남지 않았는데, 늘어지는 전개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폭탄급 사건이 터져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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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8 10:19




인현왕후를 보내는 날은 조선의 산천초목이 울었던 날이었습니다. 짧았던 생애, 치열한 당파싸움의 한 복판에서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때로는 사랑에, 때로는 정치에 치이면서, 자신의 삶이 없었던 인현왕후였습니다. 고독한 궁에서 그녀를 유일하게 행복하게 해주었던 것은 벗 동이와 연잉군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었지요. 승자만이 살아남는 궁궐이라는 곳에서 동이와 연잉군을 지키기 위한 인현왕후의 유언은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부분이 많아서 사실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인현왕후를 보내는 마음은 애통함과 숙연함 자체였습니다. 장희빈도 중궁전을 향해 예를 취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궁궐에서의 최대 라이벌을 보내는 품위는 지켜 주더군요. 물론 무식함과 파렴치함이라는 옷을 겹겹이 해 입은 장희재와 윤씨부인은 덩실덩실 속곳 바람으로 춤이라도 추고 싶어하는 듯 보였지만요.
역사 속의 경종
지난 글에서 숙종을 바보 만드는 세자의 비밀에 대한 동이나 대신들의 함구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했는데, 드라마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동이의 어머니로서의 태평양같은 마음을 부각시키고자 했으니, 왕실의 안녕이라는 부분과는 별도로 이해를 해야 할 듯 싶습니다. 문제라면 세자의 신체의 비밀이 지나치게 빨리 공개되었기 때문인데요, 처음 세자 윤의 주치의인 남의원이 등장했을 때부터 이 부분은 억지스러운 감이 있었지요. 세자의 나이가 당시 14세 정도였는데, 무슨 수로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냈는지, 저는 그게 불가사의했답니다.
조선의 의학에 혀를 내두르게 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여하튼 아직 혼례도 치르지 않은 세자가 아이를 갖지 못하는 위질이라는 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 낸 장희빈측 의원이 신통방통할 뿐입니다. 덧붙이자면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하는 것은 이보다는 한참 후에 의심되었고, 이 때문에 33세에 세자 윤이 경종으로 즉위한 이후, 후사를 염려해 연잉군을 세제로 책봉하자는 논의가 일자, 즉위 이듬해인 1721년에 연잉군이 세제로 책봉되었지요. 물론 연잉군의 세제 책봉을 곱게 보지 않은 소론의 반대는 거셌고, 노론은 세제의 대리청정까지 요구하게 되지요. 이에 소론파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는데 이때, 경종을 시해하려는 계획을 짰다는 목호룡의 고변 사건이 터집니다.
삼급수 고변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건은 경종을 시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칼, 독약, 폐출 등의 구체적인 계획까지 짰고, 이를 목호룡이 고변함으로써 노론 4대신이 귀양가고, 이듬해 이에 관계된 인물들의 처참한 참형이 이어졌던 두번의 사화의 단초가 되기도 했지요. 노론들은 완강하게 경종시해설을 부인했지만, 여하튼 경종 즉위 초에 있었던 일들입니다. 
영조가 즉위한 후에 자신을 곱게 보지 않았던 이들 소론에 대해서 가만 두었습니까? 아니지요. 즉위 초기에 소론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작업을 했던 영조였습니다. 만약 드라마처럼 세자가 보위에 오르기도 전에 후사를 잇지 못할 것을 알았다면, 그리고 세자도 바꼈더라면, 조선정치사에서 사화 서너개는 없었을 것이고, 피도 덜 흘렸겠지요. 작가가 이런 정치의 속성을 간과한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문제는 세자의 비밀을 결혼전에, 그것도 보위에 오르기 전에 터뜨린 무리한 설정에 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겠지만요.
이런 역사적 사실들은 드라마 동이에서는 다루지 않을 것이기에 여기서는 짧게만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다만 이번회에 소론의 영수라는 인물이 등장해서 남인들과 연합정치를 하는 부분을 보고 생각이 났네요. 드라마에 소론의 이름을 걸고 등장한 인물들은 연잉군의 반대파로 연잉군의 안위를 압박할 인물들이기 때문에 말이지요.

이번회에서 주목할 부분은 연잉군과 훗날 경종이 될 세자의 관계와 동이가 내민 마지막 기회를 버린 장희빈의 선택입니다. 이번 글은 연잉군과 세자의 관계를 보여주는 복선들을 통해 살피면서, 연잉군의 목숨을 살릴 사람이 결국은 세자가 될 것이라는 암시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장무열의 배신에 관한 제 개인적인 생각도 함께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장희빈은 연잉군이 동궁전을 드나들면서 세자와 가까이 지내는 것을 못마땅해 하지요.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하는 병이 있음을 알게 될까봐 우려했기 때문이었지만, 장희빈은 병적으로 동이의 자식이기 때문에 싫습니다. 지금까지 궁에서의 모든 일이 틀어진 배경에는 동이가 있었고, 사랑마저 빼앗긴 장희빈이지요. 그런데 동이의 아들 천재 소년 금이 나타나 세자의 자리마저 넘보고 있습니다. 연잉군이나 동이의 생각이 세자자리나 보위에 욕심을 냈든, 아니든 그것이 궁이고, 정치니까요.
조선왕조실록에 경종에 대한 기록은 4년이라는 짧은 재위기간때문에 많지는 않지만, 경종에 관한 야사나 문헌들을 보면 경종이 어질고 착한 인물이라는 기록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의 세자 윤처럼 장희빈의 성정과는 천지차이였고, 동생 연잉군과도 사이가 좋았다고 전해집니다. 이번회 죽음을 맞이한 인현왕후에게도 효성이 지극했다고 기록되어 있고, 인현왕후가 장희빈은 미워했지만 세자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고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신임사화에서도 연잉군을 제거해야 한다는 소론의 주장에도 경종이 연잉군을 보호하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전해지지요. 물론 배후에는 인원왕후(인현왕후의 죽음 이후 새 중전인데, 드라마에서 인원왕후가 등장할 지는 사실 모르겠네요. 장희빈의 죽음과 함께 드라마가 종결된다면, 인원왕후는 등장하지 않을 듯 싶기도 하고요)의 연잉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서 인원왕후의 청을 들어주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14살이라는 어린나이에 사약을 받는 어머니 장희빈의 죽음을 목도한 경종은 마음에 큰 상처였을 겁니다. 당시 장희빈이라는 이름은 입에 담는 것이 오물을 머금는 것처럼, 조선에서 그 이름자가 패악무도한 요녀에 악녀로 회자되었으니 말입니다. 경종은 장희빈이 저지른 만행에 속죄하는 심정처럼 매사에 온화하고 자신을 낮추고 겸손한 태도를 취했다고 하지요. 
어찌되었든 경종과 연잉군은 끝까지 살아 남았고, 둘다 왕위에 올랐는데요, 연잉군을 보호할 사람은 저는 세자 윤이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장희빈이 끝내 동이의 진심을 믿지 못하고, 장희재와 연잉군제거에 발을 담그고 말았지만, 위기에 처한 연잉군을 구할 인물이 세자가 될 듯 싶네요. 장희재가 연잉군의 책보에 넣어 둔 정체불명의 책에 대해 세자가 했다는 식으로 누명을 뒤집어 쓰는 방법도 있을 테고 말이지요. 그 서책은 아무래도 함부로 누출되어서는 안될 중요한 것 같았는데, 책표지가 황금색 비단표지인 것으로 보아 임금 전용 비밀 서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장희재가 동궁전의 세자방에 들어섰을 때 음흉한 미소를 지었었는데요, 아무래도 이 계책은 당일 장희재가 우발적으로 꾸민 짓같지는 않아 보였지요. 개인적인 추측은 왕실의 비화를 담은 기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예컨데 동생이 왕위에 오른 왕실의 비록, 소현세자의 비망록 같은 것 말입니다. 동생인 봉림대군이 왕위를 이었으니, 동이가 연잉군을 왕위에 세우기 위해 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식으로 엮어 세자 역모죄로 옭아맬 수도 있을 것이고 말이지요.
연잉군, 세자가 살린다
세자가 연잉군을 끌어안을 것이라는 복선은 첫만남에서부터 보여주었지요. 천민아이들 틈에 끼어 아바마마를 뵙겠다고 궁에 들어 온 금, 장희빈의 눈 앞에서 위기에 처한 연잉군을 내보내준 것이 바로 세자였지요. 이는 장희빈의 손에서 연잉군을 구할 인물이 세자임을 말하는 드라마적인 복선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세자가 연잉군을 구한 일이 있었는데요, 황주식과 영달이랑 숨바꼭질을 하던날 술래들에게서 세자가 등뒤에 연잉군을 숨겨주었던 일이 있었지요. 감사의 답례로 연잉군이 대추를 주기도 했었고 말이지요.
세자나 연잉군은 정치를 모릅니다. 세자의 경우는 세자에 책봉된 순간부터 강학에서 한 나라의 군주가 될 소양교육을 줄기차게 배워왔겠지만, 이제 10대 청소년인 세자는 군주니 왕이니 하는 것보다는 노는 것이 더 즐거울 나이지요. 심심한 궁에서 배다른 동생 금의 출현은 세자에게는 신선함이에요. 더구나 사가에서 자란 금은 자유분방하고, 호기심많고, 글재주까지 뛰어난 영특한 동생이에요. 심성까지 곱기도 하지요. 형님이라 불러주는 학식만 큰 아이, 하는 행동은 영락없는 일곱살 짜리 천방지축 개구쟁이, 그런 연잉군이 세자는 참 좋습니다. 사람냄새가 나거든요.
사실 이번회 세자가 자신의 병을 알게되는 부분에서는 제작진과 작가의 잔인함에 마음이 좀 그렇더군요. 남자가, 그것도 다음 보위에 오를 왕실의 장자가 아이를 낳지 못하는 병이라니, 그 어린나이에 얼마나 큰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며, 심지어 죽고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었을까 싶었어요. 비밀을 지켜달라는 당부에 일곱살 어린나이에도 형님마마와 한 약속을 지키는 금을 보니, 에미인 동이보다 낫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동이가 인현왕후의 악화된 병세로 인해 알게 된 비밀을 동네방네 다 떠들고 회의를 하는 모습보다는 나아 보였어요. 어차피 혼자 가지고 갈 생각이었다면, 지난 밤 홀로 취선당을 찾아가 방술을 한 증험들과 함께 입다물겠다고 말했던 것처럼, 소문이나 퍼뜨리지 말지 싶었네요.
물론 동이가 준 기회는 장희빈의 불신으로 헌신짝처럼 내동댕이 쳐지게 될 것이고, 연잉군을 모함하는 장희빈측의 음모로 이어질테니, 동이도 도저히 못참겠다면 결국 눈에 쌍심지를 켜겠지만 말입니다. 동이 눈에 쌍심지 켜지는 때가 곧 장희빈이 사약을 받는 것으로 연결될테고 말이지요.   
동이가 장희빈의 취선당을 단독으로 찾아가 무당의 방술 증험들을 내밀지요. 장희빈이 하지 않았음을 알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과학적인 증험을 믿는 수사관출신 동이가 그따위 사술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할 리는 없지요. 장희빈은 동이의 선물에 한편으로 놀라고, 또 한편으로는 감사하고,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저 속을 모르겠네. 뭔가 흑심이 있지 않나?" 하고 의심을 품지요. 하지만 장희빈도 동이의 진심에는 한풀 꺾이고 말지요. 세자의 신체적 비밀까지도 입 꼭 다물어 주겠다고 하니, 장희빈은 동이 쟤가 미쳤나 싶습니다. 왜 안그러겠어요. 얼씨구나 잔치라도 열일을 나는 모르세 해주겠다니, 장희빈의 가슴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장희빈의 머리는 고차함수 문제를 풀고 있는 듯 복잡하기만 하지요. 꿍꿍이가 뭔가 싶어서 말이지요. 
잠시 저 혼자서 그런 생각을 했답니다. 동이가 말을 참 길게 하는데 무슨 도덕경만 읊조리고 앉아있나 싶었거든요. 동이의 구만리 깊은 마음씀씀이는 가히 득도의 경지에 이른 모습이었지만, 저주의 사술 증험들을 장희빈에게 돌려주는 것을 보니, 솔직히 너무 오지랖 넓은 동이가 잠시 미워지려고도 했네요. 예전에는 너무 똑똑해서 미워지려고 하더니만, 이제는 도저히 보통 사람의 마음으로는 범접할 수 없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질투심도 났나 봅니다. 
동이의 눈에 보였던 진심, 장희빈은 동이를 한 번 믿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장희빈의 개과천선의 기회에 재를 끼얹고 만 것은 숙종이 동이에게 빈으로 책봉한다는 교지를 내렸다는 소식이었지요. 동이와 같은 품위를 가지게 된 장희빈은 동이에게 걸어보았던 한가닥 믿음을 버리고 말지요. 동이에게 빈 책봉을 내렸다는 것은 장희빈에게 중전자리를 주지않겠다는 뜻이고, 다음 중전으로 동이를 내정하고 있다는 것을 미리 계산을 하는 장희빈입니다. 한 술 더떠 내의녀를 데리고 있는 장무열이 동이의 수족인 서용기와 접선을 했다는 말까지 듣게 되었지요.

장무열, 장희빈을 정말 배신했나?
여기서 잠깐, 장무열이 서용기에게 내의녀를 내준 일을 저는 장무열이 배신했다는 생각으로까지는 정리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보다는 동이와 거래를 하려는 정치적인 술수가 먼저 읽혀졌거든요. 장무열이라는 인물은 철저하게 권력중심의 인물이에요. 세자의 모후인 장희빈에게 줄을 선 것은 권력추구형 인간이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런 장무열이 아직까지는 확고한 세자의 줄을 쉽게 버리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왠지 양다리 느낌이라고 할까 싶어요. 세자는 분명 왕위에 오를 것 같고, 만약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해 차기 왕위 후보 1순위인 연잉군이 다음 보위를 잇는다면, 장무열에게는 좋은 동아줄 보험인 셈이지요. 의뭉스럽기는 하지만,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을 받아야 하는 것이 이런 줄타기의 기본이 아닐까 싶거든요.
장무열은 철저히 계산적인 정치인이에요. 빈에 책봉하겠다는 숙종의 의중이 동이에게 있다는 것을 직감한 장무열이 내의녀를 내어준 이유, 그것은 일종의 제의였다고 봐요. '내의녀를 내어주겠다, 대신 다음 보위는 세자가 되어야 한다. 연잉군과 동이는 지켜주겠다'는 정치제의 말입니다. 장무열은 철저하게 남인의 중심인물입니다. 세자의 뒷배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연잉군으로 세자자리가 바뀐다는 것은 남인 권력의 상실을 말합니다.
장무열이 내의녀를 내주고도 저는 당당할 듯 싶더군요. 장무열은 동이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을 무기로 꺼내 들 듯 싶더군요. 물론 장희재는 배신으로 여기고 무리수를 두어 제 무덤을 파고 있지만 말이에요. 드라마 동이에서 주목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는데요, 바로 세자의 신체적 비밀인 위질이라는 병이에요. 지금까지 남의원이나 장희빈, 인현왕후, 동이 등 그 누구의 입에서도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한다고 단정짓지 않았지요. 후사를 이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만 했었지요. 따라서 이를 역으로(저는 여전히 숙종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세자의 몸에 대해 모함했다고 역공격을 해버리면, 동이측에서는 꼼짝없이 세자를 바꾸려는 역모를 꾀했다는 죄를 뒤집어 쓸 수도 있다는 사실이에요. 장무열이 이 점을 계산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알다시피 이제 춘추 14살인 세자가 혼인도 하지 않았는데, 후사를 낳을 수 있을 지 없을 지 누가 장담할 수 있냐는 것이죠. 며느리도 시어머니도 아무도 모르는 일이에요. 일단 결혼이라도 했어야지 알겠지요. 장무열이 내의녀를 당당하게 내줄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아무도 모르는 비밀에 대해 섣불리 동네방네 유포하면 허위사실 유포죄로 잡아들일 수 있음을 말하겠지요.
그리고 또하나 장무열이 내의녀를 내줌으로써 훗날 세자의 몸에 정말로 이상이 있다면, 그때는 후임왕위에 대한 논의는 자동적으로 이뤄질 테고, 그때는 1순위인 연잉군이 후보에 오르겠지요. 장무열이 나라와 종사를 생각해서 왔다는 말의 속뜻은 바로 이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자가 후사를 볼 수도 있다, 즉 확률반반이다, 그러니 속단하지는 말라. 대신 후사를 못이을 수도 있을테니, 종묘사직을 위해 연잉군은 치지 않겠다' 라는 제의를 하러 온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장무열은 중전에 오르지 못할 장희빈을 버리지만, 차기 권력의 중심이 될 세자는 버리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장무열은 장희빈 측이 무당을 궁에 불러 들여왔다는 사실도 당일 부하의 보고를 받고 비밀리에 알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장무열의 눈에 장희빈은 이미 썩은 동아줄이에요. 지금 장무열의 행동은 장희빈을 배신한 것이라기 보다는 세자의 권력을 따라 움직이는 정치인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물론 닭대가리 장희재가 정치 능구렁이 장무열의 머리를 따라가지 못해서, 지금 열길 깊은 무덤 두 구덩이, 아니 어머니 것까지 세 구덩이를 파고 있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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