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현왕후 폐위'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0.06.29 '동이' 동이를 여인이 되게 한 숙종의 노골적인 사랑고백 (16)
  2. 2010.06.23 '동이' 역대왕들과 다른 숙종의 격정적인 포옹씬 (16)
  3. 2010.06.02 '동이' 숙종을 당황케 한 고요한 존재감 상선영감, 빵 터지다! (26)
  4. 2010.06.01 '동이' 인현왕후의 비극, 품위로 승화시킨 박하선의 연기 빛났다 (10)
2010.06.29 11:48




숙종의 성격이 사랑에 한 번 빠지면 물불을 안가리는 것은 알았지만, 아주 초절임이 돼버릴 정도로 오로지 동이밖에 보이지 않나 봅니다. 숙종에게 동이는 자신의 몸과 같다며 눈치제로인 듯한 동이에게 파격적인 고백까지 하는 걸보니, 숙종의 동이사랑은 옥좌사랑에 버금갈 만큼 큰 것 같아요.
동이 29회는 동이에 대한 숙종의 사랑고백편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숙종의 노골적인 사랑고백으로 이어졌지요. 혼절해 있던 동이가 "전하" 하며 깨어나는 걸 보니, 동이도 "다시는 없는 시간을 견디게 하지 말라"는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 눈치챈 듯 싶습니다. 그보다는 숙종의 고백에 동이의 심장에서 들렸던 '쿵'소리가 어떤 의미였는지 알게 되는 것 같고요. 천재소녀 탐정동이를 여인의 향기가 나는 동이로 만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네요. 누구보다 동이의 매력에 흠뻑 빠진 숙종이 답답했을 듯 싶지만요.
다시는 동이를 못 볼까봐 가슴이 타들어 가고, 심장이 녹아드는 줄 알았다며, 숙종은 동이에게 사랑의 연서를 쓰듯이 고백을 하지요. "너 없는 시간이 이토록 힘겨운 줄도 몰랐고, 누군가를 다시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이렇게 무서운 지도 몰랐다". 사랑이라는 마법은 임금이 되었든지 저자의 범부가 되었든 다 같은 가봅니다. 동이 역시 전하를 다시는 볼 수 없을까봐 겁이 났었다며 웃어주자, 숙종은 그제서야 동이를 만났다는 것을 실감하지요. 눈 감으면 금세라도 잡힐 것 같았던 이 아이의 해맑은 미소가 눈뜨면 사라져 버렸던 날들이 100일하고도 스무 몇날이 흘렀지요. 그런데 눈 앞에서 동이가 힘겹게 웃어줍니다. "이렇게 내 앞에서 웃는 걸 보니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심정이 바로 이런 것인가 보다". 숙종 너무 감격스러운가 봅니다. 임금이 함부로 죽는다는 소리까지 하는 걸 보면 말이지요. 
그런데 어째 동이의 입술에 혈기도 돌지 않고, 눈도 게슴치레 힘이 없어 보입니다. 그새 얼굴은 반쪽이 돼 버렸고요. 동이의 손을 잡아보니 뼈마디가 앙상한 게 숙종의 가슴을 후벼 파듯 아파옵니다. 동이가 이렇게 모진 고생을 한게 다 숙종 자신의 탓같습니다. 진실을 말하려는 동이의 말을 가로막았던 자신이 뼈저리게 후회되는 숙종이에요. 어의에게 진맥을 해서 필요한 처방은 다 해 줄 작정입니다. 어의에게 진맥을 하게 하겠다는 말에 동이는 펄쩍 뛰지요. "감히 제가 뭐라고, 어의의 진맥을 받겠습니까?".
동이의 말에 숙종 "니가 뭐냐니? 정말 그걸 모르는 것이냐?" 가슴이 타들어 가고 심장이 녹아버리는 줄 알았다는 고백을 여태껏 뭘로 들었는지, 숙종은 자신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는 동이가 바보스럽습니다. 좀 낯간지럽기는 하지만 직접적으로 말해 주는 숙종입니다. "나한테 너는... 그니까... 내 몸과 같다" 띠융! 동이가 아니라 시청자랑 문가에 가까이 있던 천수가 놀래 버렸네요. 너는 내 운명이라는 말보다 더 구체적인 사랑고백같이 들립니다. 내 몸이 네 몸이고, 네 몸이 내 몸이니 뭬야, 이거 프로포즈도 이렇게 노골적일 수가 없네요. 진도 다 나갔어요ㅎㅎ
장옥정에게 빠져있을 때도 이렇게 까지 사랑표현을 못했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 듯한 동이의 멍한 표정을 보니 뻘쭘스러운 숙종이에요. '고얀 녀석, 감격까지는 바라지 않았지만 놀란 척이라도 해줄 것이지, 이해를 못했는지 영 반응이 시원치 않네' 싶은 숙종도 쑥쓰러웠던지 빤히 쳐다보는 동이의 눈길에 살짜기 부끄러워집니다. 하지만 이왕 내친 김에 숙종의 폭풍고백이 이어지지요. "다시는 나에게 너없는 시간을 견디게 하지 말거라. 네가 조금이라도 나를 생각해 주는 마음이 있다면 말이야". 은근 슬쩍 동이의 마음까지도 물어보는 센스까지 발휘하면서 말이지요. 그리움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알기에 숙종은 다시는 동이를 떠나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동이를 그리워하며 숙종은 절실히 깨닫게 되었어요. 그리움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말이지요.  
결국 다시는 내 곁은 떠나지 말라는 프로포즈를 해 버린 숙종입니다. 숙종은 동이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저 판관나으리때부터 미운정 고운정 쌓아 온 오라버니같은 감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지, 오직 폐비의 누명을 벗겨 줄 증험을 주겠다고 자신을 만나려 했던 것인지, 동이의 웃는 얼굴만으로는 동이의 마음을 읽을 수가 없는 숙종이에요.

그동안의 긴장이 풀린 탓인지, 동이는 식은 땀을 흘리며 천수의 품에서 혼절해 버리지요. 전하에게는 말하지 말라는 동이의 부탁에도 천수는 어의를 통해 동이의 상태를 알려줍니다. 숙종의 마음이 동이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천수는 자신의 오장육부가 다 쓸려내려간 듯 쓰라립니다. 하지만 천수는 숙종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을 읽습니다(어차피 상대도 되지 않겠지만요). 내 몸과 같다는 숙종의 고백은 차천수가 동이를 내려놓아도 좋을만큼 듬직스럽기만 합니다. 동이에 대한 마음을 접어야 하는 차천수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지지만, 자신 못지않게 동이에 대한 사랑이 큰 숙종을 보며, 차천수는 동이를 지키는 일이 이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몰라요. 동이를 높은 곳에 오르게 하는 일, 귀한 사람이 되게 하는 것 말이지요. 동이의 행복을 위해서 동이에 대한 감정을 도려내야 하는 천수를 보니 짠하네요.
동이가 기력이 쇠해 혼절했다는 어의의 보고를 들은 숙종은 한걸음에 동이가 있는 자신의 사가로 달려오지요. 기력을 돋궈주는데 필요한 홍삼을 구할 수 없다는 어의의 말에 자신의 탕재를 가져다 처방하라고 어명까지 내리면서요.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동이의 손을 잡고 "동이야, 동이야, 제발 눈 뜨거라"며 안타깝게 동이를 내려보는 숙종을 보니, 동이의 의식이 깨어나면 아무래도 큰 일을 감행할 것 같습니다. 큰 일이라 함은 승은이 되겠지요?
예고편을 보니 장희빈과 오태석 일당이 무슨 일이 있더라고 동이를 죽이려고 벼르는 것을 보니, 숙종이 동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은 딱 한가지 밖에 없을 듯 싶습니다. 승은상궁으로 동이를 승격시키는 것이지요. 승은상궁이 된다는 의미는 정당하게 궐 안에 동이의 처소를 마련해 주고, 숙종이 공식적으로 동이의 처소에 드나들며 보호해 줄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감히 임금의 여자를 궁에서 죽이려고는 못할테니까요. 시시때때로 독살의 위험이 있겠지만, 해박한 약초학을 공부한 동이에게는 통하지 않을 듯 싶고 말이지요. 
동이는 이제서야 알게 됩니다. 언제나 힘들 때면 동이를 지켜주는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있는 하늘을 향했는데, 어느 날인가부터는 전하가 계신 도성을 향해, 전하가 계신 대전을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요. 아버지 대신 전하를 부르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지요. 다시는 너없는 시간을 견디게 하지 말라는 전하의 말을 동이도 알 수 있습니다. 전하를 보지 못했던 시간이 동이에게도 너무나 큰 고통이었다는 것을요. 이제는 동이를 지켜주는 이름이 되어버린 '전하'라는 이름, 전하라는 말만으로도 동이의 가슴이 뛰고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호기심 많아 늘 사고만 치고 다니던 동이가 사랑에 가슴 설레일 줄 아는 진짜 여인이 된 것 같아요. 
그런데 동이가 승은을 입게 되면 여러가지로 걱정되는 부분이 있네요. 그동안 동이는 감찰부 나인으로 내수사며, 약방이며, 세답방 빨래터까지 종횡무진으로 궁궐을 누비고 다녔는데, 이제 그게 곤란할 것이라는 거지요. 승은상궁이 되면 몸가짐을 조신하게 해야 할 듯 싶은데, 치맛자락 펄럭이고 뛰어다닐 수는 없을 것 아니에요. 더구나 비밀서류를 찾는다고 잠입을 하는 일도 못할 것이고, 나인들의 처소에 감찰을 나가 나비문양 노리개를 찾으러 다니지도 못할텐데, 아무래도 탐정동이는 이것으로 안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동이와 복위가 머지 않은 인현왕후에 대한 음모가 더 악랄스러워 질텐데, 승은상궁으로서의 체면과 위신이 있는데 궁궐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지는 못할 것 같아서 말이지요.  
숙종이 사가에서 자신의 탕재를 복용시키며 돌보고 있는 사람이 동이라는 것을 짐작한 장희빈의 독기어린 눈빛을 보니 더 큰 수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자신의 목숨까지 담보로 걸고 자작독살극을 꾸몄던 장희빈의 다음수가 기대되네요. 장희빈의 한 수에 숙종이 동이에게 승은을 입히는 것으로 맞설 것 같아 보이니 장희빈의 앞날에 먹구름이 잔뜩 몰려 오기 시작하겠네요. 
그림자의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장희빈에게 승은을 입게 될 동이는 인현왕후의 중전복위보다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옵니다. 장희빈은 폐비보다 동이가 더 신경쓰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장희빈은 숙종의 마음만은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았던, 오직 숙종의 여자라는 자신감이 넘쳤던 인물이에요. 그런데 대전 앞에서 마주한 숙종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냉랭합니다. 한 번도 자신을 그런 눈빛으로 쳐다본 적이 없었던 숙종의 표정에서 장희빈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합니다.
장희빈은 동이가 살아있다는 말을 들었던 순간부터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같은 운명을 가진 이가 살아온다면 결코 그 빛을 뛰어 넘을 수 없다는 도사의 예언이 적중하고 있다는 것을 장희빈도 알고 있습니다. 그림자는 빛에 의해 물러날 수 밖에 없습니다. 한 때는 스스로 찬란한 빛을 가졌던 장희빈, 그녀는 자신의 불꽃이 사그라들고 있음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마지막 남은 불꽃을 장희빈이 어떻게 남김없이 태워버릴지, 장희빈이 마지막까지 놓지 못하고 태웠던 불꽃이 사랑이었는지, 최고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꿈이었는지, 드라마 동이에서 어떻게 그려갈지 궁금합니다. 역사적으로 장희빈은 자신의 그릇된 야먕때문에 파멸의 길을 걸어갔지만, 그녀 역시 서인과 남인, 그리고 숙종의 정치적인 희생양이었기에 그 악행을 떠나 인간적으로는 연민을 가지게 되는 인물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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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3 08:27




기분이 정말 좋은 날이에요. 지난 몇 시간 동안 정말 좋은 일들이 있었어요. 무엇보다 우리 대한민국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고요, 월드컵 16강 진출보다는 기쁨의 강도는 조금 약했지만, 숙종과 동이가 드디어 감격의 해후를 했습니다. 숙종이 동이를 만나 가장 먼저 어떤 행동을 취할까 궁금했는데, 으악! 뜨거운 포옹으로 동이에 대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맙니다. 그동안 얼마나 걱정하고 보고 싶어 했는지, 동이가 숙종의 마음을 십분지 일이라도 알아 줄까 모르겠어요. 알아주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시는 눈 앞에서 사라지지만 않는다면 말이지요. 낮이고 밤이고, 도성이고 궁궐이고 가리지 않고 짤짤 거리고 다니고, 사고가 끊이지 않으니 이제는 동이 이 녀석을 줄로라도 묶어서 곁에 두고 싶은 숙종입니다.
지난 회 애타게 전하를 부르던 동이는 결국 지척에서 숙종을 보고도 만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지요. 중전 장씨가 깨어났다는 중궁전의 전갈에 숙종도 쪽문에서 벌어지는 일에 신경을 끄고는 중궁전으로 바삐 걸음을 옮겨 버립니다. 숙종이 걱정했다고 하니 "이럴 줄 알았으면 내내 아파있을 걸 그랬나 봅니다" 라며, 걱정해 준 것이 기쁘다고 눈물을 흘리는 장희빈을 생각하니, 숙종의 마음은 오락가락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중전을 시해하려 한 세력이 있다면 이는 필시 폐비 인현왕후의 추종세력이거나, 장희빈이 꾸민 자작극 둘 중 하나일텐데, 죽었다 살아난 장희빈을 보니 꾸민 짓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마음을 깊게 주지 않았지만 착한 폐비가 음모의 배후에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말이지요.
폐비도 중전장씨도 다 생각하기 싫은 숙종입니다. 이럴 때는 마음 터놓고 우스개 소리 할 수 있는 동이랑 저자의 주막에 가서 동동주나 한사발 마시고 흠뻑 취했으면 싶은 생각뿐입니다. 밤이 깊도록 잠 못이루는 숙종은 동이와 달밤에 데이트(?)하곤 했던 전각 돌난간의 동이가 앉은 자리를 그리움으로 쓸어 볼 뿐입니다.
무수리로 궁궐 잠입에 성공했지만, 숙종을 눈 앞에서 보고도 만나지 못했던 동이는 빨래터에서 감찰상궁들이 방뒤짐이 있는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계산해보니 세답방에 정상궁이 감찰을 도는 순번입니다. 자신이 궁궐에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동이는 예전 오라버니로부터 배운 청사신의 암호 방법을 사용해서 동이의 흔적을 남기지요.
그런데 빨래터에서 발견한 중궁전의 빨래감에서 녹두껍질을 발견한 것을 보니, 이번 독차 사건의 결정적 증험이 될 듯합니다. 녹두가 해독작용에 효능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혼자서 추측해 보건데, 사극 단골 약재인 독성이 강한 부자를 장희빈의 차에 넣고 마시게 하지 않았나 싶네요. 장희빈은 독차를 마시기 전에 해독작용이 있는 녹두와 관련된 것을 미리 복용해서 일종의 생명보험을 들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해박한 천재소녀 동이가 이것 역시 명쾌하게 풀어 주겠지만요.
감찰부 정상궁이 숙종만 만나면 일이 순조롭게 풀릴 것 같았는데, 중전 장씨의 독차사건은 불똥이 정상궁과 정임에게 까지 미치고 말지요. 폐비의 사가를 드나들었던 것이 중전시해 음모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돼버리고 맙니다. 엎친데 겹친격으로 동이가 궁궐 무수리로 들어와 있다는 것을 오호양에게 들키고, 장희재는 물론 장희빈, 그리고 남인들까지 동이가 궁궐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게 돼버렸습니다. 의금부 관원들을 피해 버선발로 궁궐을 무사히 빠져 나오지만, 이제 더이상 궁궐에 들어갈 방법도 없고, 전하를 만나는 길이 쉽지 않은 동이입니다. 
동이는 막막하기만 합니다. 무수리로 위장하고 궁궐에 들어간 것이 들통나 버렸으니 다시 궁궐로 들어가기도 어렵게 되었고, 정상궁 마마와 정임이마저 중전시해에 가담했다는 누명을 쓰고 의금부로 압송되는 것을 봤기 때문이지요.
답답한 동이에게 설희가 뜻밖의 물건을 전해주지요. 동주 오라버니의 해금이에요. 낮에 먼발치에서 본 숙종의 모습이 아른거리고, 풍등이 환하게 밝혀진 저자거리를 전하와 거닐던 일들도 생각납니다. 행여나 자신을 잊어 버리지는 않았나, 감히 전하를 그리워 하는 것이 불경스러운 것임을 알면서도 전하에게 향하는 마음을 동이도 감출 수가 없나 봅니다. 멀리 궁궐을 향해 해금가락에 자신의 마음을 실어 보내는 동이입니다. "전하, 동이에요. 동이가 왔어요"
그런데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너였느냐?" 쿵! 심장이 멎어버릴 듯한 동이입니다. 차마 고개를 돌리기조차 겁이 날 정도에요. 바람처럼 연기처럼 그 목소리가 사라져 버릴까봐서요.
"정말 너인 것이냐?"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던 전하가 눈 앞에 서 계십니다. 다시 만난 기쁨과 그리웠던 마음, 그리고 알 수 없는 쿵쾅거림까지 봇물처럼 터진 동이의 눈에는 눈물만 흐를 뿐이에요. 동이가 그동안 눈물을 많이 흘렸지만, 이번회 동이의 눈물은 많이 와닿아서 저도 눈물 나더라고요. 동이는 한마디도 뱉지를 못하고 서있을 뿐이에요. "너였구나" 와락 동이를 안는 숙종때문에 잠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답니다. 주책스럽게 박수까지 치고 말았네요.
그동안 동이가 숙종을 향하는 마음이 불분명했는데, 이번회를 보니 동이 마음에 숙종이 정인으로 들어와 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어린 나이에 장악원 천비로 들어가 손 호호 불며 빨래를 하며 갖은 고생을 하던 동이 그 어린 아이가 이제는 그리움이 무엇인지, 가슴에 사람을 담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버린 것 같습니다.

숙종 역시 동이의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수년전 암행을 나갔다 오던 길에 들었던 아련하게 가슴을 울리던 해금가락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던 숙종은 귀신에 홀린 것 같습니다. 이것이 정녕 꿈은 아니겠지. 네 눈앞에 있는 것이 귀신은 아니겠지. 하루가 천년은 되는 듯 매일같이 동이 생각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았는데, 동이가 눈앞에 있습니다. "정말 너인 것이야? 너였구나, 동이야, 너였어" 무사한 동이를 본 반가움에 동이를 안은 숙종은 왜 이 아이가 이토록 그립고 걱정되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다시는 놓지 않고 싶은 마음, 평생을 같이 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 아이를 그리워 했다는 것을요. 동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요.
새로운 숙종의 모습을 이번 동이와 숙종의 포옹신에서도 볼 수 있었어요. 대부분의 사극에서 역대 왕들이 후궁이나 중전과 포옹신을 할 때엔 위엄과 품위를 지키며 살포시 포즈를 취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열혈숙종은 포옹도 박력있게 하시더군요. 와락 끌어 안으시더라고요. 비로소 동이를 품에 안고서는 숙종이 잃어버린 보물을 찾은 듯한 표정을 짓는 걸 보니 동이에게 빠져도 한참 빠지신 것 같아요. 불쌍하지만 고약한 장희빈, 팽이구나ㅎㅎ. 인생사 인과응보라는 말이 딱 맞는 듯 싶습니다.
그런데 예고편을 보니 또 다시 동이에게 시련이 닥치는 모양이에요. 생명이 위험하다고 하는데 숙종의 경악하는 모습을 보니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설마 동이가 가지고 있는 증험을 빼앗긴 것은 아닐테지요.  

* 그나저나 숙종이 동이를 안고 있을 때 숙종의 그림자 상선영감은 어디서 숨어서 보고 계셨던지, 상선영감, 눈치도 빠르셔. 조금전까지 그림자처럼 숙종 곁에 붙어 계시더니 자리까지 피해 주시고, 아무튼 센스쟁이 듬직한 상선영감이십니다. 상선영감이 연신 "전하, 전하" 하면서 흐뭇해 하며 멀리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을 것 같아서 혼자 웃었답니다. 상선영감과 제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통했다면 아마도 상선영감은 궁궐에 돌아가서 할 일을 계획했을 것 같더군요. '장희빈의 독차사건이 일단락되면 침소에 천나인을 들여야겠군' 이러면서요. 상선영감! 대전 처소상궁에게 은밀히 원앙 비단금침을 준비하라고 시켜야겠어요. 동이와 숙종의 합방이 머지 않아 보이는데 미리미리 준비해 두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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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2 08:18




감찰부 궁녀를 이끌고 동이를 엄호하러 간 정상궁은 내수사의 강한 반발에도 원칙과 규율대로 해야겠다며 뜻을 꺾지 않았습니다. 천군만마를 얻은 것보다 동이는 힘이 나지요. 감찰부 궁녀들이 금군을 동원한 내수사 내관들에 의해 진입이 저지당하고, 감찰부 정상궁과 내수사 전수가 숙종의 부름을 받고 대전을 향합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숙종은 척 보니 어떤 상황인지 다 파악이 됩니다. 내관들이 관리하는 궁궐 재정담당 기관이다보니 궁녀들이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고, 관행처럼 내수사에 대한 감찰은 어물쩍 넘어갔는데, 감찰부 나인 하나가 그런 내수사를 들쑤시고 다녔다니 분명 풍산이 동이밖에는 그럴 인물이 없다고 짐작하는 숙종입니다.
숙종은 숙종대로 구리와 주석의 품귀현상으로 상평통보의 유통에 차질이 빚고 있다는 말에 비밀리에 조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일이 잘못 꼬이면 조사에 치질을 빚을까 일단 덮으라는 명을 내리지요. 정상궁의 말을 들은 동이는 숙종에게 실망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비록 어리버리 하기는 했지만, 판관나으리일 때나 임금일 때나 의혹과 비리에 대해서는 눈감는 분이 아니셨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지요.
숙종도 동이가 자신에게 실망하고 있을 것을 예상합니다. 동이 성격에 아마 속으로 욕을 엄청 해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숙종입니다. 어떻게든 자신의 진심을 알려야 하는데 묘책이 떠오르지 않지요. 그러고보니 장다리와 꺼꾸리 친구들이 있었네요. 황직장과 영달을 불러 은밀히 동이와의 접선 장소를 알려주는 걸 보니 농이나 던지는 임금인줄 알았는데, 주위 눈치도 살피고 속도 깊은 숙종입니다. 그런데 그것보다는 동이와 몰래 핑계삼아 궁밖 교외데이트를 하고 싶어서 그런 것도 같습니다. 응큼한 숙종.ㅎ
두리번 두리번 약속장소에 나타난 동이를 보니 숙종 얼굴이 벌써 환해집니다. "왔느냐? 헤맬까 걱정했는데 누가 강아지 아니랄까 봐 길 하나는 잘 찾는구나" 반색하며 동이를 맞는 숙종은 왜 내수사 감찰을 일단 덮으라고 했는지 설명하지요. 감찰궁녀 시험에서도 여러가지 공부를 시켜주더니 오늘은 경제수업입니다. 상평통보를 주전하는 주재료인 구리와 주석의 품귀현상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바로 감찰부에서 조사를 하게 해주겠다고 약조를 하며 걱정 붙들어 매라고 삐져있었을 동이를 달랩니다. 동이 성격이 워낙에 집요해서 말이지요. 동이의 성격을 잘 아는 숙종이기에 자신의 명에 동이가 실망했으리라 훤히 꿰뚫어 봅니다. 누가봐도 욕할 상황이지요. 동이라면 아주 대놓고 했겠지요. 무슨 임금이 자기집 곳간 털리는 줄도 모르고, 곳간 털렸다고 신고해 주고 도둑놈까지 잡아 바치겠다는데 그걸 막아? 이러면서 말이지요.
"이런, 한심한 임금이 다 있나 하고 욕도 하고 그랬지?" 욕은 하지 않았지만 실망은 했음을 감추지 못하는 동이를 보고 숙종은 금새 또 섭섭합니다. 그래도 판관나으리라고 알고 있었던 적부터 담넘고, 도망치고, 밤이슬 맞으며 쌓은 정이 얼만데 말이지요. 
중요한 일을 이리 따로 불러 귀띔해주고 동이에게 걱정말라고 까지 안심까지 시키니 동이는 궁금하기만 하지요. 하늘같은 임금님께서 감찰상궁도 아닌 일개 궁녀를 불러 그 같이  중요한 일을 말해주다니요. "어쩐지 너한테만은 잠시라도 오해를 받기 싫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널 이런 자리를 마련해 보자고 한 것이다".
그런데 옆구리 찔러 절받기 선수인 숙종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 동이의 대답이 "네..."라고 웃거나 고개만 끄덕여줄 것 같거든요. "어떠냐? 성은이 망극하지 않느냐?" 아무튼 동이도 숙종을 웃게 하지만, 숙종 역시 동이를 이렇게 웃겨 주십니다. 그래서 동이는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할 임금님이지만, 자신을 웃게 해주는 임금님이 참 좋습니다. 천수 오라버니와는 다른 감정으로 좋습니다. 천수 오라버니는 늘 동이를 보호해 주었던 돌아가신 아버지와 오라버니같지만, 임금님과 함께 있으면 재미있습니다. 자신을 보며 껄껄껄 목청이 다 드러나도록 호탕하게 웃는 임금님이 너무 미남자십니다. 폐위전 중전마마께서 전하는 웃는 모습이 멋지신 분 아니냐며 전하를 웃게 해달라고 하셨는데, 정말 임금님의 웃는 모습이 좋아집니다.
감히 다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겠지만, 자신에게 저자에서나 사용하는 풍치지 말라고도 하시고, 황직장 나으리랑 영달이랑 주막에서 얼큰하게 취할 때는 술주정도 제법 하십니다. 매일같이 영달이 꿈에 나타나 사약을 내리시고는 그 사약을 임금님이 마셨다고 목이 댕강 잘려나갈 말을 해도, 그건 칡즙이었다며 더 유쾌하게 웃으실 줄 아는 임금님입니다. 성정이 고약했더라면 그 자리에서 왕을 능멸했다는 죄로 능지처참을 시킬 법한데도 말입니다. 동이는 임금님은 술주정도, 껄껄껄 웃는 것도 안하시고 근엄하게 무게만 잡는 분이신줄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임금님이 동이가 오해했을까봐, 동이에게만은 잠시라도 오해를 받기 싫었다며, 내수사 일까지 해명을 해 주십니다.

그리고 한밤중에 불러서는 자신이 즐겨읽는 서책이라며 지미있는 책까지 건네 주십니다. "간혹보면 너의 말과 행동거지가 좀 무지한 것 같아서 수양을 하라고 주는 것이니, 뭐 황송할 것 까지는 없다"라고 농까지 건네면서 말이지요. 그러면서도 정곡을 콕콕 찌르는 것도 잊지 않는 숙종입니다. "넌 진득히 앉아서 서책을 보기엔 세상만사에 관심이 너무 많은 듯하다. 사실 넌 좀 산만하고 분주한 것은 사실이야". 사고만 터졌다 하면 그 중심에 동이가 있으니, 숙종은 동이가 너무 걱정되거든요. 한밤중에 짤짤거리고 돌아다니지 말라고 그렇게 일러도,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니 동이의 영특하고 호기심이 넘치는 것이 좋아보이기도 하지만 걱정도 되거든요. 묶어 둘 수도 없고 말이지요.
이렇게 진담반 농담반 우스개 소리도 나누지만, 동이는 임금님이 점점 좋아집니다. 줄대서 뒷문으로 한성부 판관직이나 얻었나 싶었던 분이었는데, 알고 보니 임금님이셨고, 감히 임금님의 등을 우지끈 밟고 담을 넘었는데, 오히려 예전 판관나으리처럼 편하게 대하라고 어명까지 내리는 분이시지요.
중전마마와 희빈마마 사이를 오갔던 임금님이 어떤 사랑을 했는지 동이는 잘모릅니다. 정치도 모르고, 나라 경제도 모르는 동이에요. 다만 동이는 옳고 그른 진실만을 따르고 믿고 지키고 싶습니다. 그런데 농도 잘하시고, 저자의 평범한 사내들의 웃음을 부러워하는 임금님의 눈이 무엇인가로 가려진 듯합니다. 장희빈의 계략에 이 미남자의 눈이 자꾸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동이는 또 다짐하고 약속합니다. 이제는 세상에서 가장 미남자로만 보이는 임금님이 옳은 것을 볼 수 있도록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겠다고 말이지요. 임금님이 준 책이라면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달달 외워서 임금님이 바라는대로 학식까지 두루 갖춘 감찰부 최고 궁녀가 되겠다고요. 그래서 이 미남자를 주변에서 속이지 못하도록 임금님의 눈과 귀가 되어 주겠다고요. 그리되면 억울하게 장희빈에게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초가로 쫓겨가신 중전마마를 임금님이 꼭 다시 찾으실 거라고 믿는 동이입니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니까요. 
그나저나 이번회는 상선영감과 숙종때문에 빵 터졌네요. 재미있는 서책을 읽다 동이 생각이 난 숙종이 상선영감을 불러 천나인을 불러 달라니, 시간이 침소에 들 시간인지라,  상선영감 왈, "침소로 말입니까?" 숙종이 아무 생각없이 "그래..". 그런데, 어라 뭔가 이상하다...허걱, 숙종도 얼떨결에 대답했다가 놀랐는지 "침소???"라고 되묻지요. 그 때 상선 영감의 표정은 '드디어 때가 왔구나' 싶었는지 의미심장하게 웃습니다.ㅋㅋ
"하명하시면 지금 침소로 들이겠습니다" 라며 숙종보다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하긴 임금님의 그림자처럼 최측근에서 임금을 보필하고 있으니, 아마 숙종보다도 더 속마음을 잘 알 것도 같습니다. 동이 이름만 나오면 입이 귀에 걸리고, 눈이 반짝반짝해지는데 상선영감이 모를리가 없지요. 
당황한 숙종이 말도 어버버 거리면서"자네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건가? 그런 것 아닐세.."하자 뻘쭘해서 나가는 상선영감이었지요. 그런데 상선보다 숙종이 더 뻘쭘해진 것 같더라고요. 상선이 나가자 "침소? ...사람을 어떻게 보고...."라고 말끝을 흐리는데, 얼굴까지 벌개지는 것 같더라고요. 숙종 정말 당황했나 봅니다(과연 그랬을까요? 고얀 내관같으니라고,  한번 더 물어봐주지... 이런 마음도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답니다.ㅎㅎㅎ). 
세상 모든 여자들이 임금의 한마디면 옷고름 바로 풀 일이지만, 동이는 조금 다르거든요. 그 녀석한테는 약점을 많이 잡혀서 체면을 더 세워야 한단 말이죠. 그 녀석이 자신을 남자로 생각하는 지도 잘 모르겠고, 게다가 풍산이 녀석은 어깨가 떡 벌어지고, 까무잡잡한 남자가 이상형이라고까지 밝혔는데, 에잇, 그런 사내녀석들 다 잡아서 저 멀리 국경근처에 다 몰아놓고 성이라도 쌓으라고 하고 싶은 심정일 겁니다. 다음에는 동이가 생각하는 미남자에 대해 다시 물어 볼 것도 같습니다. 백옥같이 매끄러운 피부에 초롱초롱한 눈, 오똑한 코 이정도면 괜찮지 않느냐고 어명으로라도 미남자의 기준을 바꾸라고 말이지요.  

동이는 날마다 사건 하나 들춰서 생명의 위협에 처하고, 숙종은 그런 동이때문에 노심초사 속이 타들어 갑니다. 꼭 한 사람은 웃게 하고 싶은 동이, 꼭 한 사람에게는 오해를 하게 하고 싶지 않은 숙종, 그 이유가 무엇인지 두사람 사이에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삐리리 감정을 조금씩 알아 갈 때도 됐는데, 상선 영감도 눈치채고, 장희빈도 눈치챘는데 두 사람만 모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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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1 09:08




인현왕후가 폐서인되어 궁궐 밖으로 쫓겨났을 때 백성들이 지어 불렀다는 노래가 생각납니다. "장다리는 한철이나 미나리는 사철이다. 미나리는 사철이요, 장다리는 한철이다. 메꽃같은 우리 딸이 시집 삼 년 살더니 미나리꽃이 다 피었네" 사철 생명력을 가진 민씨 인현왕후와 키는 크지만 한 철일 수 밖에 없는 장희빈을 빗댄 노래입니다.
동이가 찾은 증험들도 인현왕후의 폐서인을 결국 막지 못하고, 눈물로 인현왕후의 폐위를 지켜봐야 했습니다. 소복으로 갈아 입고 검은 가마를 타고 궁을 떠나는 인현왕후의 모습을 보며, 마치 당시의 역사를 지켜보고 있는 듯 눈물이 흘렀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장희빈과 장희재가 쳐 놓은 덫에 걸리고 말아 폐서인되지만, 역사적으로는 서인을 견제하려는 숙종의 정치운영의 방편이었고, 장희빈과 남인의 득세에 저항하는 상징적인 인물이 되면서 백성들의 사랑은 컸습니다. 인현왕후가 폐서인되어 살던 초가 근처를 지나는 백성들은 누구나 눈물을 떨구고 갔다는 야사들도 전해질 정도로 말이지요.
동이는 손에 넣은 증험을 가지고 어떻게든 중전의 무고함을 밝히려 하지만, 이미 때가 늦어버렸습니다. 중전을 폐위한다는 어명이 내려졌고, 더구나 명성대비의 서거로 숙종의 마음은 차갑기만 했습니다. 명성대비의 시해에 관한 모든 증거들이 인현왕후를 지목하고 있었으니, 숙종으로서도 더 이상 중전의 편을 들어줄 수 없습니다. 정실부인을 내치는 숙종의 마음도 편하지 않습니다. 사실의 진위를 떠나 자책감이 컸을 숙종입니다.
동이가 인현왕후의 무고를 밝혀줄 증험을 가지고 숙종을 알현하기를 청하지만,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다는 말에 낙담하는 동이입니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고 숙종의 처소 근처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동이에게 서용기가 찾아 오지요. 지금은 때가 아니라며 증험들을 묻어두라며 서용기는 동이에게 기다리라고 합니다. 지금 그 증험들을 내놓아봐야 사건 재수사도 어려운 상황이고, 증험마저 남인들 손에 없어져 버릴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지요.
인현왕후의 폐위 소식에 누구보다 가슴 아픈 동이입니다. 더구나 손에 인현왕후의 무고를 밝혀줄 증험까지 있는데, 아무 손도 쓰지 못하고 이대로 물러 설 수 밖에 없음에 동이는 원통하고 분통할 뿐입니다. 그런 동이를 인현왕후는 오히려 위로해 주지요. 인현왕후는 이미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운명으로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다만 가장 가슴 무거울 숙종이 걱정될 뿐입니다. "넌 슬기롭고 지혜로운 아이야. 부디 나를 위해서라도 이 시간을 견뎌다오. 지금은 때가 아니다. 그리고 전하를 부탁한다. 누구보다 힘들고 아파하실 분이다. 성심을 헤아리고 다시 미소를 지을 수 있게 해다오, 너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도 좋은 분이 아니냐"  
동이와 인현왕후는 진심과 진실이라는 마음으로 서로를 알아 봅니다. 내쫓김을 당하면서도 지아비의 마음 아픔을 먼저 걱정하고 다독거려 달라고 부탁하는 중전마마의 마음이 진심임을 동이는 잘 알지요. 한 번도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지 않았던 중전이었습니다. 성심을 어지럽힐까봐 신경쓰이는 일은 혼자서 감당하려고 했었던 인현왕후였어요. 투서가 전해졌을 때도, 혹이라도 국사에 힘든 숙종이 신경쓸까봐, 모후의 회복되지 않은 건강상태를 더 염려할까봐 혼자 은밀히 해결하려던 인현왕후 였어요. 그 일이 인현왕후의 덜미를 잡게 될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채 말이지요.
동이는 그럼에도 답답합니다. 진실의 패를 쥐고 있는데, 서용기 종사관의 말이 모두 옳다고 말하는 중전마마입니다. 동이는 아직 정치를 모릅니다. 진실은 무엇이든 힘을 가질 수 있고 정당하다고 생각했던 동이입니다. 정치라는 것이 동이의 생각처럼 단순하게 진실과 의로움으로 행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동이는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때로는 몸을 낮출 줄도 알아야 하고, 때로는 숨기도 해야 한다는 것을요. 서종사관의 말처럼 힘과 권력이 진실따위를 우습게 누를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것이 권력이고, 그 힘을 지금은 장희빈과 그 뒷배인 남인이 쥐고 있다는 것을요.
동이는 이렇게 정치적으로도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희빈에게 가서 당당하게 할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동이는 진실이라는 힘을 가졌거든요. "제가 아는 마마는 한낱 천비를 위해서도 고개를 숙이던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믿고 따르던 마마는 이제 계시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입니다" 동이는 장희빈이 더 이상 무서운 사람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동이가 인현왕후에게서 보았던 것은 진실과 진심이 가진 힘이었습니다. 한 때 믿었던 장희빈은 권력이라는 힘을 위해 진실을 버렸습니다. 그래서 동이는 더욱 당당할 수 있는 거예요.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고, 진실이란 권력 보다 강한 힘이라는 것을 믿기 때문이지요.
인현왕후의 당부는 그래서 동이의 다짐이 되고 약속이 됩니다. 반드시 인현왕후의 무고를 밝히고, 인현왕후를 다시 궁으로 모실 때 까지 장희빈에게 진실의 힘으로 응징할 것이라고요. 인현왕후는 동이에게 숙종의 환한 미소를 되찾아 주라는 당부를 잊지 않습니다. 숙종이나 인현왕후는 동이의 환한 미소가 너무 좋습니다. 인현왕후도 동이의 환한 웃음을 보면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듯합니다. 왜 숙종이 동이를 맑은 아이라고 했는지 인현왕후는 동이의 얼굴만 봐도 읽힙니다.
동이는 인현왕후의 마지막 당부를 잊지 못합니다. 누구보다 힘드실 분이 전하이시다. 네가 웃게 해드려라 라는...
오랜만에 본 숙종의 얼굴은 근심과 수심으로 가득차 있지요. 황직장과 영달을 불러 얼큰하니 취기가 도니 숙종도 근심을 잠시라도 잊은 듯 보입니다. 하지만 동이의 눈에는 숙종의 슬픈 웃음이 다 보입니다. 인현왕후를 내친 숙종이라고 마음 편하게 웃을 수만은 없나봅니다.
그나저나 내수사로 감찰파견을 나갔던 동이가 큰 사건을 하나 물었네요. 내관들의 비리가 담긴 출납일지를 손에 넣고,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선명할 정도로 맞고 감찰부로 돌아 왔었는데, 지칠줄 모르는 동이가 다시 내수사를 찾아갑니다. 보고를 들은 정상궁이 감찰부 궁녀들을 이끌고, "내수사에 대한 감찰을 하겠습니다"라고 할때는 정말 통쾌했답니다. 동이에게 천군만마가 생긴 듯 힘이 불끈 솟더라고요. 정상궁 김혜선의 눈에 불을 품는 듯한 눈빛에 내수사 관원들도 옴짝달싹 못하고 덜덜 떠는 모습이더라고요. 동이에게 그나마 든든한 지원군이 생겨서 기분도 좋았어요. 얼굴을 얼마나 야무지게 때렸는지 아주 시뻘겋더라고요. 감히 여자에게 손을 대다니.;;;감찰부과 내수사의 한판승부로 동이가 동희빈을 한방에 보낼 수 있는 약점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 그것이 인현왕후를 다시 궁궐로 환궁시킬 수 있을 증험이 될지 기대해 봐야 겠습니다. 그런데 예고편에 동이가 칼에 베이는 듯해서 걱정이 크네요. 아직도 동이가 넘어야 할 파란만장한 산들이 많은가 봅니다.
동이 21회를 보면서 가장 강렬했던 것은 폐위 어명을 받는 인현왕후 박하선의 절제된 감정연기였어요. "기사년 5월 2일, 중전 민씨를 서인으로 삼고 지위를 삭탈한다. 중전민씨는 사가로 출궁을 명한다" 숙종의 어명을 받은 인현왕후는 끝까지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않습니다. 상궁들과 나인들의 흐느낌 속에서도 한치의 흔들림 없는 인현왕후 박하선의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궁을 쫓겨가면서도 한치의 흐트러짐없이 품위를 유지하는 모습은 과거 인현왕후도 그러했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한 번 시집가면 죽어 그 집 귀신이 될 때까지 나오지 못한다는 반가의 규범을 익히 배우고 새겼을 인현왕후입니다. 죽어 귀신이 되어야 할 시집에서 쫓겨나는 신세, 여염집 마님이었다면 자진을 했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러나 인현왕후는 출가한 여자이기 전에 국모였던 인물입니다. 궁을 나가는 인현왕후를 보며, 뜬금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왕실 내명부의 최고자리 교태전의 주인이었던 인현왕후가 장희빈의 계략으로 폐서인이 되는 수치를 받았을 때 죽고 싶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말이에요. 하지만 인현왕후는 국모였기에, 왕의 여인이었기에 죽을 수 없었겠구나 싶더군요. 그것은 곧 어명을 어기는 일이기 때문이겠죠. 
인현왕후를 폐위한다는 교지를 읽는 동안 박하선은 미동조차 않고 눈만 지긋이 감더군요. 마치 "슬퍼하지 마라, 다 운명이다" 라고 말하듯이요. 절제된 인현왕후의 감정을 보여준 박하선은, 몸동작도 표정도 중전의 품위를 잃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불안감과 슬픔마저 감춘듯 흔들림없이 의연한 인현왕후의 모습을 보니, 지켜보는 것이 더 아프고 슬퍼지더라고요. 
님찾아 꽃가마 타고 왔을 적 임금에게 사랑받으며, 왕가의 대를 이을 왕손도 낳고, 어질고 덕있는 국모가 되리가 꿈도 꾸었을 겁니다. 그러나 중전이라는 자리는 깊고 깊은 구중궁궐만큼이나 고독한 것이었고,, 지아비의 사랑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궁에 들어왔을 때 타고 왔던 꽃가마가 아닌 검은 가마을 타고 궁을 나갑니다. 기나긴 인고의 세월과 외롭고 고독했던 그녀의 슬픈 운명처럼 말입니다. 소복을 갈아입고 궁을 뒤돌아 보는 모습이 어찌나 짠하던지 드라마 속이었지만, 당시 조선 백성들이 땅을 치고 통곡하고, 산천초목이 다 울었다는 심정이 이해가고도 남을 정도였어요. 인현왕후 역의 박하선을 보니 한과 억울함, 슬픔과 수치심 등등의 모든 감정을 깊은 눈빛 속에 담고는, 인현왕후의 성품을 제대로 보여 주더군요. 폐위되는 인현왕후의 슬픔마저 우아하고 품위있게 승화시켜 보여 준 박하선의 연기가 좋았던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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