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희'에 해당되는 글 11건

  1. 2012.03.21 '패션왕' 유아인의 원맨쇼, 연기마저 죽이는 스토리 (24)
  2. 2010.07.12 '인생은 아름다워' 충격적 키워드 동성결혼, 시기상조 or 절대불가? (22)
  3. 2010.07.05 '인생은 아름다워' 뇌쇄적인 백조 장미희의 프로포즈 (16)
  4. 2010.06.07 '인생은 아름다워' 찌질남 윤다훈, 얄밉게 구는 속마음 (7)
  5. 2010.06.06 '인생은 아름다워' 경수의 눈물이 특별했던 이유 (3)
2012.03.21 11:32




시대에 뒤떨어진 패션처럼 보기 흉한 것은 없다고 하는데, 패션왕이 그런 느낌입니다. 최고로 핫한 모델들에게 촌티나는 80~90년대 패션을 입혀놓은 느낌이랄까요? 유행의 첨단, 시대의 첨단을 상징하는 패션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스토리나 스토리를 연결하는 사건들은 촌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더구나 개연성은 눈을 씻고 찾아볼래도 찾을 수가 없는 사건의 연속이라니, 억지 춘향으로 짜맞추는 스토리를 쫓아가는 배우들의 연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속히 스토리에 세련미를 더하지 않으면, 패션왕이 아니라 억지왕이 되겠습니다. 미국 한 번도 안가본 사람이 뉴요커의 패션이 어떻고, 애비뉴가가 어떻고 장황한 설명을 하는 느낌이랄까요? 심봉사 한양구경담을 들려주는 꼴.
한 마디로 저 배우들을 데려다가 이것밖에 못 보여주나 아쉽습니다..
                                               2012년 CG의 수준이 겨우 이정도라니 놀라워라!

80년대 홍콩영화 스타일의 뉴욕 한복판에 출몰한 닭털날리는 닭장차, 대사관 직원의 황당한 전화상담, 미국밀입국을 시도하는 갱들과의 협상, 냉동차에 실려가는 선상반란을 일으킨 외국인 선원과 영걸, 로렉스 시계로 생명을 구하는 영걸이라... 시청자들의 드라마를 보는 눈높이가 얼마나 높아졌는데, 흑백드라마 필나는 설정들이라니...
패션스쿨에서 훔쳐입고 멋을(?) 낸 영걸, 이것 웃자고 넣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웃어야 하는지 울어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하겠군요. 화끈하게 코믹하지도 않고, 눈물겹도록 우울하지도 않고, 이 드라마의 색깔이, 아니 영걸이라는 캐릭터가 뭔지를 모르겠어요. 유아인의 '나 정말 연기 잘하지요'라는 원맨쇼만 감상하는 느낌입니다. 남의 물건에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대고, 그것도 미국에 까지 가서, 돈좀달라고 찌질이 궁상을 떨다 못주겠다고 하니 욱해서 멱살잡이를 하는 주인공, 속된 말로 패기는 쩔지만 안면몰수 무개념의 주인공이죠.
솔직히 유아인의 연기는 좋지만, 영걸이라는 캐릭터는 너무 대책없이 막나가는 캐릭터라 호감가는 캐릭터는 아닙니다. 제작진은 터프남에 나쁜남자 캐릭터면 무조건 반은 접고 들어간다고 착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캐릭터가 계속된다면 그가 성공을 해도 크게 박수받을 일은 아닐 듯합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주인공 영걸이라는 캐릭터에 시청자가 동화되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유아인의 연기만 입 벌리고 보고 있기에는 그 캐릭터가 공감이 되거나 와닿지가 않습니다.
되는 일없고, 재수도, 운도, 가진 것도 더럽게 없는 영걸이라는 캐릭터에 코믹코드들을 더덕더덕 붙이고는 있지만, 정작 코믹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한 인물은 이가영이 뉴욕에서 만난 봉숙이(유채영)가 최고였습니다. 봉잡았다 할렐루야~~~
고군분투하는 유아인의 과한 망가짐은 연기는 좋으나, 작품의 캐릭터가 따라와주질 못하니 언밸런스입니다. 연기가 아까울 정도에요. 90년대라면 어울릴법한 막가파 배째라 돌진형 유아인, 판에 박힌 갖은 고생끝에 자수성가하는 캔디 신세경, 재벌2세 이제훈, 재벌2세와의 교제를 허락받지 못한 또다른 캔디 권유리, 너무나 익숙한 캐릭터들이라 너무 우려내서 곰국이 될 정도의 식상한 갈등구조지요. 눈에 보이는 예상되는 전개와 결말은 스토리의 신선함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이 식상함을 깨고 있는 것은 그나마 유아인의 독보적인 연기력 대방출입니다. 그런데 창고개방 왕창세일을 보는 듯한 유아인의 좌충우돌 돌진은, 너무 많은 아이템들이 대방출된 듯해서 어떤 것을 살까 고르기가 힘들 정도에요.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그의 인생모토는 상도덕이고 없는 카피왕의 모습을 엿보게 하지만, 선뜻 3천만원이라는 거금을 어린 시절 한 번 봤다는 기억으로 유학비로 던져주는 모습은 통큰 사장님같기도 하죠. 순정파 의리남의 모습인가 싶은데, 사채업자의 애인과 육체적 쾌락을 즐기는 모습은 다시 양아치로 돌아가게 합니다. 사채업자(이한위)를 피해 대게잡이배를 타는 모습은, 회사나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없는 모습이기도 하고요.
친하지도 않은 동창을 찾아가 뜬금없이 3천만원만 빌려달라고 하지 않나, 안빌려줬다고 조소를 하고 나오는 모습은, 아무리 주인공이라고 해도 안하무인 캐릭터 진상이죠. 뉴욕 패션스쿨에서 또다시 재회한 정재혁에게 며칠 재워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밥이라도 사먹게 돈이라도 좀 달라고 꼬랑지를 내리는 모습은, 거침없다기 보다는 비굴하고 뻔뻔해 보여서, 쉽게 정을 주기가 힘든 캐릭터입니다. 도대체 몇 개의 얼굴을 가진 캐릭터인지, 그 캐릭터를 보여주느라 유아인도 정신없고, 시청자는 더 정신이 없습니다.
남녀주인공들에게만 케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요. 유아인과 이제훈에게도 갈등의 진폭이랄까, 자성을 가진 것처럼 끌어당기거나 튕기거나 하는 케미가 있어야 하는데, 두 사람은 딴 세상 사람들 같아요. 유아인은 과하고 이제훈은 지나치게 절제를 하다보니, 한 사람은 죽어라 짖고 한 사람은 먼 산 쳐다 보는 꼴입니다. 유아인은 지나치게 동적이고 이제훈은 지나치게 정적이다보니 스파크를 일으키지를 못하지요.
1,2회는 강영걸 캐릭터에의 완급조절에 실패를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개연성없는 우연들도 한몫하기도 했고요. 물만난 물고기처럼 유아인의 연기는 펄펄 날았지만, 영걸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에 대한 분석과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캐릭터에 대한 사랑은 연기자의 연기와 그 캐릭터의 매력이 하나가 되었을때 극대화가 되지요. 그런데 강영걸이라는 캐릭터는 너무 복잡하고 지나치게 입체적(?)입니다. 드라마 속의 캐릭터가 2~3개의 색깔이 혼재되어 있을때 입체적인 캐릭터로서의 매력이 극대화 되는데, 강영걸이라는 캐릭터는 너무 많은 색깔을 가졌습니다. 교통마비로 차량들이 얽히고 얽혀 여기저기서 크락션을 울리고 있는 느낌입니다. 정재혁 역의 이제훈과는 반대의 경우지요.  
미국까지 흘러간 강영걸이 죽을 고비를 넘기는데도, 강영걸 본인이 자초한 일이기에 딱히 억울해 보이지 않습니다. 재벌 2세 정재혁에게 개무시를 당해도, 강영걸이 측은하기 보다는 막무가내로 들이대는데, 나라도 거절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강영걸의 슬픔이나 분노, 자존심의 상처 등등으로 그의 눈물을 보듬어 주기에는 그 캐릭터의 매력이 무엇인지가 분명하지가 않습니다. 무모하고 막무가내라는 인상이 더 강할 뿐이지요. 유아인의 연기만이 돋보일 뿐입니다.
강영걸이라는 캐릭터구축보다는, 유아인의 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 드라마 전체적으로 좋은 모습은 아니에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유아인이 그 많은 모습들을 좋은 연기로 팔색조처럼 변신하고 있지만, 팔색조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지요. 참새인지 비둘기인지 공작인지 독수리인지 갈매기인지, 작가는 강영걸의 중구난방 캐릭터부터 정리해 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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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2 14:07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다가 깜짝 놀란 대사가 있었습니다. 경수가 태섭에게 결혼하자는 프로포즈와 함께 경수가 엄마에게 결혼한다는 말이 전파를 타더라고요. 동성애자에 대한 시선이 적어도 편협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솔직히 망치로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김수현 작가가 이 문제까지 건드릴 거라고는 사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가 동성애라는 화두를 던졌다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파장은 지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여전히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데 여기에 동성결혼이라는 용어 자체가 주는 충격이 솔직히 컸습니다.

이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대조적으로 다룬 커플이 있었지요. 공처가 이수일과 결벽주의적인 성격에 결혼의 순결을 강조하는 완벽적이고, 까탈스러운 지혜의 입에서 이혼의 소리가 나왔다는 것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결혼을 할 수 없는 커플인 태섭과 경수의 입에서 결혼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겁니다. 상당히 아이러니한 상황이라 할 수 있지요.
수일이 같은 회사 여직원 홍과장과 영화를 보러 간 일이 지혜에게 발각되어 불란지 팬션이 시끄러운데요, 지혜와 수일에게만 심각한 문제이지, 주변 가족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일 뿐입니다. 저 역시 지혜의 결벽주의자적인 성격이 수일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곱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눈 감고 덮어주라는 말은 못하겠지만, 지혜의 성격과 수일에 대한 태도 역시 고쳐야 할 부분이 많기때문에, 제 개인적으로는 지혜에게 썩 정이 가지 않습니다. 우유부단해 보이고, 성격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과잉친절을 베푸는 수일의 성격도 마음에 차지는 않지만요.
우선 아내를 속이고 휴일에 여직원과 영화를 보러간 일은 그 의도가 순수했고 아니고를 떠나서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었어요. 유부남인 것을 감안했을 때 홍과장의 태도 역시 좋은 방법은 아니었고요. 드라마 속 상황설정이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만, 실제로는 넥타이나 와이셔츠같은 선물정도였으면 무방했을텐데, 굳이 시간을 내서 식사대접을 하겠다는 것이 썩 좋은 태도는 아니었어요. 이번회 보니 영화를 보러 가자고 제안한 것이 수일이던데, 아무리 털끝만치의 사심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수일의 태도 역시 비난받아야 할 문제같아요.
그런데 수일에게 대하는 지혜의 태도는 더 눈살이 찌푸려지더군요. 처가살이를 하는 남편의 체면이라는 것도 있고, 또한 부부간의 프라이버시라는 것도 있는데, 친정식구들 모두에게 마치 딴여자를 만나 외도를 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남편에 대한 존중의 태도는 아니었다고 보이더군요. 제가 구식 사고방식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자신은 존중받길 원하면서, 남편에 대한 프라이버시 존중에 대해서는 배려가 없는 모습이라, 지혜가 제 며느리나 딸이라 할지라도 곱게 봐줄 수는 없을 것 같았어요. 민재가 두 사람 문제이니 두 사람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무관심의 태도를 취한 것은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일과 지혜의 문제를 전화로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태섭과 경수의 노골적인 사랑고백이 이어졌지요. "딴 녀석이랑 영화보러 갔다가 걸리면 죽을 줄 알아" 태섭의 터프함에 조금 놀라기도 했는데, 태섭이 "만약 내가 재미없어지거든 우물거리지 말고 나한테 바로 얘기해"라고 하지요. 경수도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장담할 일은 아니라며, 그런 일이 있으면 서로 남루하게 굴지말고 솔직하게 얘기하자고 합니다. 태섭이 경수의 말에 삐지는 것을 보니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심리는 다 같구나 하는 것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태섭이 "난 내가 좋아하는 사람 상처주지 않아. 최선을 다할거야. 그게 내 자존심이야" 라며 사랑고백을 하고, 경수도 태섭에게 "너한테 함부로 하지 않아. 너 변하기 전에 나도 절대 변하지 않아"라며 변하지 않을 것을 맹세하는 태섭과 경수입니다.
다음날 태섭과 아침운동을 한 후 경수의 입에서 놀라운 말이 나왔는데요, 두 사람이 운명적으로 끌리게 된 비행기에서의 첫만남을 이야기하며, 만난 지 1년 되는 그 날 주말에 결혼하자는 프로포즈를 하는 것이었어요. 예고편을 통해서도 결혼이라는 말이 나와서 당황스러웠는데, 드라마의 상황을 떠나 저에게는 여전히 동성결혼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마음이 아직 열리지 않은 부분이라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 마지막 엔딩장면에서 재미있는 장면이 나왔는데, 살짝 통쾌하게 웃었답니다. 불란지펜션에서 냉면으로 점심을 먹는 태섭과 경수를 보고 노골적으로 비위 상한다고 하는 병걸이 청양고추의 매운 맛에 뒤로 넘어갔는데요, 그 장면이 개인적으로 은근히 통쾌했어요. 속이 느글거린다고 툴툴대며 고추를 달라고 하니 민재가 모른 체 시치미 뚝 떼고 매운 청양고추를 줘 버리더라고요ㅎㅎ. 
인생은 아름다워 드라마에서 태섭과 경수라는 동성애자들의 결혼이라는 의미가 법적으로 혼인신고까지는 못하겠지요. 우리나라가 아직 동성결혼을 허용하고 있지 않기때문에 결혼은 당사자들만이 치루는 의식에 불과할 뿐일 겁니다. 현재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나라는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 캐나다, 이번 월드컵 개최국인 남아공, 노르웨이, 스웨덴, 포르투갈, 아이슬란드, 그리고 미국의 다섯 주 등 10개국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제가 생각하는 두 사람의 결혼은 살림을 합친 동거의 수준정도로 생각했을 뿐이었어요. 아마 동성애자들도 현실적으로 이런 동거수준의 생활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정식으로 결혼을 하고 증인으로 병준(김상중)까지 부르겠다는 태섭의 말을 들으면서, 두 사람이 생각하는 결혼이 사회적으로 청첩장을 돌리는 수준은 아니지만, 드라마 속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동성애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대해서는 상당히 깨어있다고 생각했는데도, 우리나라의 결혼법에서 동성결혼이라는 문제까지는 솔직히 고민해 보지 않았어요. 다만 그들에게도 사랑할 권리가 있고, 성적으로 다르게 태어났다는 것에 대한 특수성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입장은 분명한데, 결혼이라... 솔직히 난감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우리나라의 호적제도상의 문제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데요, 과연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호적이나 주민등록등본상에 문서상으로 올릴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기혼여성인 저는 현재 호적상에는 시댁의 호적에 올라가 있고, 친정의 호적에서는 제명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물론 친정집안의 족보에는 아무개 집안 누구의 자식과 혼인했다라는 것으로 올라가 있고, 시댁 족보에도 문중 사람이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고요. 이런 까다로운 한국의 호적법상 동성애자들의 결혼은 어떤 식으로 기재가 되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것같아요. 
동성애자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이라 정신적, 육체적 의미의 결혼은 저 역시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법적인 결혼부분에 대해서는 아직은 시기상조 혹은 수용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디까지 동성애자의 사랑을 허용(쓰고보니 허용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수용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네요. 
김수현작가가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허락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읽어내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동성애자들에게도 당당하게 결혼식장에서 결혼식이라는 의식을 치루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평범하게 이뤄지는 이성애자들과 같은 결혼식의 꿈을 드라마 속에서나마 그려주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비록 그들만의 사랑의 약속 의식이 되겠지만, 축복받은 결혼식이 되었으면 싶은 바람도 가지게 됩니다.  

극중 경수의 아버지가 쓰러져서 경수가 아버지를 보러 서울에 다녀온 후 태섭에게 말했던 대사가 생각나는데요, 아버지가 아직은 경수를 보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모순에 대한 고민부터 해야할 것 같고, 고민이 끝나면 경수를 부르겠다고 하는 말이었습니다. 경수 아버지가 고민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모순이 어느 선까지 인지 알 수 없지만, 동성애자의 사랑을 인정한다면서도 결혼에 대해서는 난감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제 자신 역시 모순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도 드라마가 끝나는 시간까지도 이 모순적인 생각과 싸워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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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5 07:59




까칠하고 지나친 깔끔병이 결벽증이 있나 싶을 정도로 거리감이 느껴지는 인물 양병준, 그에게 찾아 온 늦사랑은 태섭과 경수의 동성애만큼이나 파격적입니다.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며 장미희와 김상중의 사랑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이유가 두 사람이 중년의 나이라는 점때문이었어요. 뒤늦게 본처 집으로 들어와 황혼의 사랑을 보여주는 바람둥이 할아버지도 있지만,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무 결격사유없이 총각인 극중 양병준(김상중)과 동생 양병걸(윤다훈), 이 홀아비 아닌 홀아비들의 늦사랑은 흥미로울 수 밖에 없지요. 병걸보다는 겉으로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딱히 이성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병준을 보며, 그 지독한 결벽증때문에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지않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의외로 첫사랑의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었지요.
죽은 첫사랑때문에 지독한 방황기를 겪었던 20대 병준의 모습을 지혜와 수일의 이야기를 통해서 얼핏 알게 되었는데, 세상을 등지고 절로 들어가려고 했을 정도의 순애보 사랑을 했었다는 것에 병준의 성격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게 했어요. 어찌 되었든 극중 한 번 이혼을 한 조아라(장미희)와 몽달귀신이 되기 일보 직전인 병준의 사랑은 서로가 가진 외적 조건들과 성격때문에 파격적입니다. 
일본에서 자라 일본정서를 가지고 있는 조아라는 우선 사고방식에서 한국적인 중년 여성의 사고와는 거리가 멀지요. 여전히 소녀적인 감수성에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일 정도로 낭만에 탐닉하는 모습이 위험스럽기까지 합니다. 조아라는 고독이라는 병 외에는 특별히 부족한 게 없는 여자입니다. 평생을 놀고 먹으며 낭만적인 환상을 쫓아 산다고 해도 아무런 걱정이 없을 정도의 재력도 가지고 있고요. 마흔 넘은 조아라는 여전히 아버지를 우리 말로 아빠라고 부르는 철부지 물가에 나온 어린애같아 보입니다.
그에 비하면 양병준은 바람난 아버지때문에 힘들게 사는 어머니 아래 아르바이트해 가며 스스로의 힘으로 대학을 졸업했고, 일벌레라고 불릴 정도로 일밖에 모르는 인물이지요. 성격도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완벽주의자에 감성이라고는 약에 쓰려해도 없는 인물이에요.
전혀 맞지 않은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고 어느 하나 맞는 구석이 없는 성격은 삐그덕거릴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김수현작가가 보여주는 중년의 사랑은 이렇게 불협화음이라는 것에서 출발하기에 흥미롭고, 무엇보다 두 사람이 청춘들의 열병같은 사랑을 할 나이가 아니라는 점에서 새롭습니다.
진담농담 게임같은 말싸움 끝에 돌대가리라고 하는 조아라에게 얼결에 키스를 해 버린 병준은 키스가 농담이었다고 평정심을 찾으려 하지만, 조아라가 "농담 더해요"라며 키스를 퍼붓자 병준은 이게 아닌데 싶어 당혹스럽습니다. 더구나 저돌적으로 결혼하자며 프로포즈까지 하는 조아라의 표정은 중년 남자의 정신을 혼미하게  정도로 뇌쇄적입니다. 아마도 조아라가 진심으로 결혼하자는 말을 했다는 것을 양병준도 알았을 것 같더라고요. 애써 희롱하지 말라며 조아라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양병준도 특이한 조아라에게 끌리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지요.
세상에 믿을 사람이 파파밖에 없다는 여자, 사랑과 결혼에 너무 아프게 데여 버린 여자가 병준에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달라고 했을 때, 꿈꾸는 소녀같은 조아라의 순수를 병준도 알고 있었어요. 첫사랑을 잃은 이후 한번도(드라마상에서는)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주지 않은 양병준에게 20년만에 새로 들어 온 조아라, 하지만 그녀는 양병준의 이상형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그 관계가 위태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조아라는 상처받기 쉬운 여자에요. 소녀보다 더 심한 감성주의 성격은 양병준의 사무적이고, 무뚝뚝함에 시시때때로 서운할 수 있고, 자기중심적이고 의존적인 성향이 강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양병준처럼 독립심이 강한 성격과는 대조적이지요. 양병준은 자기 중심적인 인물이라기 보다는 본인이 정해 둔 룰에 따라 사는 인물이고요. 에고가 강한 두 중년 남녀의 사랑은 그래서 충돌할 수 밖에 없고, 오히려 피끓는 청춘들보다 더 많이 스스로를 깎아내야 상대를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김수현 작가가 중년의 로맨스를 그리면서 이렇게 양병준과 조아라라는 인물을 타인과 쉽게 융화되기 어려운 성격들로 묘사한 것은, 세상 어느 정도 산 중년들의 사랑은 설레임의 감정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미적거리고 있는 호섭과 연주는 성격이나 조건보다는 감정 확인이 먼저라는 것과 비교해 본다면 말이지요.
인생은 아름다워에 커플들이 많지만 사실 조아라와 양병준만큼 별난 커플도 없을 거에요. 태섭과 경수는 특별한 커플이니 예외로 하고요. 김수현 작가가 드라마에서 조아라와 양병준의 성격을 가장 특이하게 그린 이유가 뭘까 생각을 해보니 중년들의 사랑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두 사람의 불협화음같은 성격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양병준이 조아라의 괴팍한 성격을 어떻게 소화시킬까가 궁금합니다. 호수 위의 백조같은 여자, 속을 들여다보면 설거지도, 집안 정리도, 물건을 챙기는 것도 뭐 하나 자기 손으로 할 수 없는 여자, 예민한 감성에 슬픈 음악 한 곡을 듣고도 가슴이 시려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철떡서니 없어 보이는 여자 뒤치닥거리를 그 깐깐스런 남자가 어떻게 감당해 나갈까 싶어서 말이지요.
회사 대표로 모시는 것과 반려자로서의 조아라라는 인물은 하늘과 땅차이겠지요. 자존심 강하고 성격이 대쪽같은 병준이 막상 부인의 옷이며, 어지러진 신발들을 정리하고, 싱크대 앞에서 툴툴대며 설거지 하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옵니다. 현실이라면, 글쎄요? 당장 행주 집어던지고 나가 버리지 않을까 싶어요.
한 폭의 그림같이 사는 조아라가 인간냄새 폴폴 나는 불란지 팬션의 그 떠들썩함 속에 융화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데, 사실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물론 현실이라면 더더욱이나 걱정스럽지요. 조아라의 눈에 비친 불란지 팬션 대가족의 모습은 무남독녀 외동딸로 자란 외로움에 대한 동경같은 모습이에요. 마치 차창 밖으로 펼쳐진 논밭을 보며, 전원생활의 풍요로움과 낭만을 상상만하고 지나가듯이 말이지요. 논밭을 일구는 농부의 고단한 현실을 보지 못하듯이 말이에요. 극중 조아라를 보면 그녀의 눈에 비친 모습은 다 그런 모습처럼 보이는 것 같습니다.
급진전해 가는 병준과 조아라를 보니 두 사람의 결합도 쉽게 이루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조아라가 프로포즈를 하는 모습을 보니 불란지 팬션으로 쳐들어 가서라도 허락을 받아낼 듯 보이더군요. 조아라가 꼬장꼬장한 시어머니나 자기밖에 모르는 할아버지의 고집스러움, 시끌벅적한 불란지 팬션 민재가족들의 독특한 가정문화를 보며 겪을 당혹스러움을 상상해 보니 미리부터 에피소드들이 기대됩니다. 특히 가운데 낀 병준이 대책없는 조아라의 행동에 미치고 환장할 듯도 싶고요. 조아라가 워낙에 꿈꾸는 소녀라서 말이지요.
회사대표로 만났을 때와 집안 식구로 만났을 때 조아라 역시 언제까지고 칙사대접을 받지는 못할 것 같아요. 결혼으로 이어질 지 아닐 지 드라마 진행을 보야 알겠지만, 예비 며느리라 할 지라도 손님같은 며느리를 꼬장꼬장한 시어머니가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민재 성격도 병걸 삼촌에게 해대는 것 보면 한 성질하고 말이지요. 소녀같은 조아라가 그럼에도 드라마에서는 매력적인데요, 사람을 보는 눈이 순수해서 그런가 봅니다. 그 나이되어서 그렇게 소녀처럼 순수한 여자가 있을까 싶거든요.
조아라의 호사스럽고 정신적 사치처럼 여겨지는 감수성이 자칫 과장되면 밉상스러울 수도 있을텐데, 장미희라는 연기자가 보여주는 독특한 분위기때문인지 전혀 밉지가 않네요. 이런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중년연기자가 드문데, 장희미라는 배우의 독특한 매력이 조아라라는 인물과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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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7 13:58




태섭의 커밍아웃은 병태네 불란지 펜션에 꽤 큰 폭풍이었지만, 가족안에서 용해되고 끌어안음으로써 적어도 태섭은 가족에게만은 냉대받지 않은 모습입니다. 극중 작은 삼촌인 병걸(윤다훈)과 수일(이민우)를 제외하고는, 오히려 태섭에 대해서 몰랐던 것을 서로가 미안해 하면서 태섭에게 강해지라고 힘을 북돋워 주는 가장 든든한 응원군들이 되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 작은 삼촌 병걸의 까칠한 반응은 욕설에 가깝지만, 현실적으로 동성애자에 대해 이해하려 들지 않는 대다수 사람들의 솔직한 반응일 겁니다. 병걸이 태섭이가 가족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수일의 반응처럼 겉으로 대놓고 모욕하지는 않으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을 지도 모릅니다. 병태네 가족들 중 누구보다 마음이 여리고, 수더분해서 태섭을 가장 짠하게 생각할 것 같았던 병걸이 예상을 깨고 가장 까칠하게 나오고 있는데요, 감성이 풍부하고, 감정에 솔직하고, 직설적인 성격때문일 거예요. 그리고 누구보다 태섭을 아끼기 때문이라는 것도 이번회를 통해 알 수 있었어요.
병걸이 태섭이와 함께 밥을 먹고 싶지 않다며 가족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더러운 자식"이라고 욕설을 뱉은 상황은 그가 삼촌이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태섭을 아꼈기 때문에 더 심하게 나왔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병걸이도 병태의 심정 못지않게 잘나고, 예의바르고, 반듯한 태섭이가 안타까웠을 거예요. 어려서 엄마를 잃고, 새엄마 손에서 자라서 늘 기가 죽어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아이가 동성애자라니 병걸이도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병태에게 끌려나가 한방 얻어맞고 병태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 장면에서 병걸의 진심이 드러났습니다. "너무 안타까워서.. 미워서..." 병걸이는 누구보다 반듯하고 아까운 태섭이었기에 더 화가 나고 속상한 마음이더라고요. 누가 안그러겠어요. 허우대 멀쩡하고, 남부럽지 않은 의사 직업에 집안의 대를 이을 장손이 성적소수자라니 말이에요. 병걸을 때린 병태의 심정도 편하지 않습니다. 병걸이의 심정을 병태(김영철)가 모르는 바는 아니에요. 병걸이 처럼 그렇게 태섭이에게 모질게 말하고 때려서라도 바꿔주고 싶었을 병태였을 겁니다. 그것이 안되는 일이라는 것을 병걸보다는 더 잘 알고 있기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여야 했을 뿐이었어요. 병걸을 때리고 우는 병태를 보니, 태섭때문이기 보다는 그동안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는 것 같더라고요.
가족들이 자신을 볼 때마다 받을 상처를 잘 아는 태섭은 가족들에게 일일이 사과를 합니다. 아무리 혼자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고, 혼자 넘어야 할 산이라는 것을 알지만, 태섭에게 매일같이 눈 뜨면 산이 턱하니 가로막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태섭이 동성애자라는 소문이 나돌면, 막연한 찝찝함때문에 진료를 거부할 환자들도 분명 있을 거고, 시선도 곱지 않을 것이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이지요. 이런게 잘못되었다, 혹은 불합리 하니 고쳐야 한다고 말 할 수는 없다는 게 우리의 현실이겠지요. 병걸이 아무리 마음으로는 태섭이 안됐고 가슴 아파도 생각을 고치기 힘들고, 수일 역시 드러내지 않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응원해 주는 입장이 아니듯이 말이지요. 

가족들에게 커밍아웃 하고, 한 사람 두 사람 태섭이의 성정체성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마다, 태섭이도 감당해야 할 상처들이 하나 둘씩 늘어날 것이라 예상하고, 멸시도 달게 받겠다고 마음 먹지만, 막상 삼촌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자 상처를 받습니다. 뒤 따라 온 민재 품에 안겨 울 때는 저도 함께 울었네요. 처음으로 태섭의 입에서 "엄마"라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항상 깍듯하게 "어머니" 라고 부르던 태섭이었는데, "죄송해요, 엄마. 죽는 날까지 죄송해요, 엄마" 라고 우는데, 가슴도 아프고, 한편으로는 태섭과 민재가 20여년간 알게 모르게 쳐 둔 새엄마와 의붓아들이라는 경계가 허물어지는 듯해서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저는 드라마를 보면서 민재와 병태의 이성적인 생각이 마음에 들고, 진정으로 태섭을 품어주는 가족애에 깊은 감동을 받고 있지만, 극중 병걸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에요. 더러운 자식이라고 쏘아 붙이고, 못돼먹게 보일 정도로 화를 내고, 까칠하게 구는 것도 태섭이가 가족이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수의 가족들이 경수에 대해 그렇게 몰인정스럽게 구는 것 역시 경수가 그들의 자식이었기 때문일 거예요. 이들의 딜레마는 동성애자가 내 가족이기 때문이에요. 다른 집일이었다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 버릴 수도 있을 문제임에도, 내 가족이 그렇기 때문에 인정하고 싶지 않고, 더 화가 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성적소수자가 내 가족이 아닌 타인이었을 경우에는 훨씬 더 관대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경수 아버지는 드라마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았지만, 사회적으로 저명한 학자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집안의 자식이라고 하지요. 경수 아버지도 공개적인 장소나 학술지에 비슷한 주제로 의견을 개진할 때에는 경수에게 대하는 태도를 취할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경수에게는 그런 아버지의 태도가 위선적으로 보이겠지만, 자식이기에 인정하기 싫어하리라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병태나 민재가 커밍아웃한 태섭보다 더 용기있어 보이는 것은 내 가족인데도 품었기 때문이라는 역설적인 생각도 들어요. 따지고 보면 다른 사람들의 일이라면 그러던지 말던지 상관없지만, 내 가족이기 때문에 더 싫고, 제발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클 것 같아요. 그래서 태섭을 품는 민재네 가족들이 대단해 보였고, 크게 감동을 주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이들이 가족이었기 때문에 품었다고만 생각했는데, 다르게 생각해보면 가족이기 때문에 절대로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는 일이거든요. 극중 경수 가족과 병걸이처럼 말이지요.
이번회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면서 특히 민재와 태섭이 우는 장면에서 김해숙의 가슴 찢어지는 어머니의 연기가 너무나 가슴깊게 와닿았는데, 병걸의 왕방울 같은 눈물도 뭉클했어요. 까칠하고 찌질해 보이는 병걸이가 얄밉기도 하지만, 가족이기에 용납하기 싫은 병걸의 마음이 전해지더라고요. 병걸이도 민재나 병태처럼 결국은 태섭을 품고 누구보다 더 따뜻하게 안아주리라 생각하지만, 병걸 역시 태섭이 때문에 누구보다 마음 아파하는 삼촌임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태섭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운 표현이 다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태섭의 문제는 사실 불란지 펜션 모든 가족에게 상처이고 아픔일 거예요.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태섭의 제 3의 성을 의학적으로, 혹은 심리치료로 바꿀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이겠지요. 할머니가 툇마루에서 아직 짝을 찾지 못한 병준과 병걸에 대해 걱정하면서, "사람이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살아야 하는데..."라던 말이 자꾸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민재나 병태가 할아버지 할머니는 모르게 하자고 했는데, 저역시 끝까지 몰랐으면 싶은 생각이 듭니다.  
24회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면서 태섭이 때문에 처음으로 웃었네요. 그 말쑥한 청년이 샤워를 하다가 비누거품에 미끄러져 넘어졌는데, 그것도 알몸으로 넘어지는 장면은 상당히 웃겼답니다. 항상 말끔하고 옷에 먼지 한톨 안묻히고 다닐 것 같은 블링블링한 남자가 지금까지 등장인물들 중에 가장 폼나게(?ㅋㅋ) 넘어 주시더라고요.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상처받더라도, 혼자 끙끙대고 고민하던 때보다는 커밍아웃한 이후의 태섭이의 인생이 더 살만하고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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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6 11:39




인생은 아름다워는 잔잔한 감동 속에 우리가 무관심 혹은 무시했던 부분들에 대한 깊은 통찰을 해보게 하는 가족드라마이자 큰 의미의 사회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리뷰글을 쓰기 전에 오늘 있었던 개인적인 이야기 한토막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휴일 오전이라 조금 느긋하게 늦잠을 자고, 동영상에 올라 온 드라마와 무한도전을 다운로드 걸어 두고, 딸아이와 조카를 데리고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서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인데, 동네 역사가 200년은 넘은 오래된 동네입니다. 때마침 그곳에서는 Bread and Honey Festival이 한창이어서 차량을 통제하고 있더라고요. 주택가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 아이스 크림 가게까지 걸어가야 했지요.
길거리에는 밴드의 음악이 흥겨웠고, 축제일이라 유난히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들, 하와이언 티셔츠를 세트로 입고 나온 할아버지 할머니, 학생들로 북적북적 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연례행사로 하는 축제인데, 모르고 나갔는데 행운이었지요. 평소에 길거리를 걸어다니는 일이 드문데, 저는 자연스럽게 딸아이의 손을 잡고 혼자서 흥분해서 "우리 잘 나왔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갑자기 딸아이가 제 손을 뿌리치는 겁니다. "엄마, 손은 빼고 걷자구요" 이러면서요. 전 아무 생각없이 "왜?"이러면서 다시 손을 잡으려고 하는데 딸아이가 조금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 겁니다. 옆에 있던 조카 왈 "이모 여기서 그러시면 레즈비언으로 봐요". 허걱! 예전에 딸아이도 한 번 그런 말을 했었는데,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오늘 제 차림이 짧은 청 반바지에 티셔츠, 그리고 얼굴을 반은 덮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으니, 그냥 보기에는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모습이었어요. 제가 몸도 날씬한 편(자랑질 죄송;;)이라 가까이서 얼굴을 보지 않으면 나이가 짐작이 되지 않았을 터라, 충분히 그런 오해를 살만한 상황이었습니다. 외국에 나와서 알게 된 게 외국 사람들은 동성끼리는 손을 잡지 않고 다닌 답니다. 여기서는 동성끼리 손을 잡고 다니면, 동성애자로 오해받을 수 있다네요. 그러고 보니 쇼핑몰을 다닐 때도 젊은 학생들을 많이 보는데, 여학생들도 손을 잡고 다니는 아이들을 거의 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동성애가 화제가 되어 아이스크림 가게까지 가면서 딸아이 학교 친구 중에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한 친구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그 아이가 집에서도 커밍아웃을 했는지 였거든요. 딸아이는 "그걸 제가 왜 물어봐요? 우린 그런 깊은 얘기는 안나눠요. 사회의 시선이니 그런 고리타분하고 무거운 얘기는 안해요. 그냥 똑같은 얘기해요" 이러더라고요. 딸아이가 말하는 똑같은 얘기라는 것은 이성친구들이 누구 사겼는데 어땠느니 저땠느니 하는 같은 얘기들이라는 겁니다. 동성애자들과는 특별한 얘기를 할 것 같다는 제 편견이 부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번회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경수를 맞이하는 태섭의 가족들의 모습처럼요.
인생은 아름다워 태섭의 상대역인 경수가 처음으로 폭풍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마음이 짠해지더군요. 처음으로 자신의 성정체성을 인정해 주는 태섭의 가족들을 보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자신의 모습이 싫어서, 정말 미치도록 싫어서 우는 모습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경수와 함께 우는 태섭이 역시 같아 보였고요. 
민재의 요리작품사진을 찍으러 온 경수, 경수가 태섭의 상대라는 것을 알고 난 후에 병태의 집을 방문한 것이었기에 병태와 가족들의 반응이 자못 궁금했습니다. 김수현 작가는 어떤 식으로 경수까지 병태의 집에서 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특히 병걸의 반응이 궁금했는데 맥빠질 정도로 감동은 없었어요. 맥빠질 정도의 무덤덤한 반응, 그 자체가 감동이었어요. 그것이 경수에게는 호들갑스러운 환영인사나 경수에게 "자네를 인정하네" 라는 말보다 더 감동스러웠으리라 생각들더라고요. 여느 이성친구들에게 할 수 있는 말처럼 "태섭이랑 잘 지내달라는 부탁밖에는 할말이 없다"는 병태는 어렵게 "자네 부모님은 받아들이셨느냐?"고 물을 뿐이었습니다. 인정하시지 않는다는 말에도 쉬운 일 아니라고 이해해 주라며 경수를 안타깝게 여길 뿐입니다. 병태 역시 태섭을 받아들이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요. 지금도 병태의 마음에 미련이 남아 있음을 병태도 감추지 못하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사진 작업을 끝낸 경수에게 민재는 늘 그래왔듯이 씻고 가라고 말합니다. 병태는 일하러만 오지 말고 가끔 들러서 밥도 얻어 먹고 가라며, 집에 데리고 온 여자친구 혹은 남자친구에게 할 수 있는 인사를 하지요. 경수가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었던 것은 자신을 특별하게 대우하지 않은 병태네 가족들의 태도때문이었을 거예요. 그들은 경수를 인정한다, 아니다를 떠나 태섭의 여자친구 혹은 남자친구로 대하듯이,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받아주었을 뿐이에요. 자연스럽다는 것, 그것은 경수를 인정해 준다는 것보다 따뜻한 위로였고, 경수나 태섭이와 같은 제 3의 성을 가진 이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해나 인정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봐주는 것, 특별한 사람으로 취급당하지 않는 것, 그것을 경수는 민재와 병태를 통해서 받았기에 경수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내립니다.
병걸 삼촌이 "너도 게이냐?"며 무례한 말을 하지만 경수에게는 병걸의 말이 더 이상 충격적인 상처도 되지 못했을 거예요. 이미 경수는 그보다 더 심한 말들을 가족들에게 매일같이 들어야 했고,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도 괴물이라고 말할 정도로 경수가 받은 상처는 끔찍했습니다. 동생은 자살을 기도했을 정도로 경수 가족들은 경수를 받아들이지 못했고요.
경수가 태섭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하는 말이 동성애자들의 심정을 대변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너라도 집에서 이해받아서 다행이다. 너랑 나 탈출구도 없이 몰리면 길은 하나 뿐이야. 한 날 한 시에 세상 하직하는 것, '동성애자 동반자살' 신문 한 귀퉁이에 가사 나는 거지"
경수의 대사를 들으며 이것이 동성애자들의 보이지 않는 현실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이유를 알 수 없는 자살 사건들 중에 동성애자여서 받는 스트레스때문에 죽었을 사건들도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사회적 통념과 편견이라는 것이 어느 한 생명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경수는 태섭을 인정했다는 병태 가족들이 어쩌면 별종들이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릅니다. 막상 병태네 집에 와서 칼국수를 먹으면서 그들은 경수나 태섭을 특별하게 대하지도 않았고 일부러가 아니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이 대해주는 것을 보고 경수가 속으로 오히려 당황했을 지도 몰라요. 창살 없는 감옥, 출입구조차 없는 감옥에 갇혀 있다고 생각한 경수는 비로소 자신에게도 숨쉴 수 있는 창문 하나 쯤은 달려있고, 자신이 갇혀있는 감옥에 자물통이 채워지지 않았다는 안도감 같은 것도 느낍니다.

커밍아웃 이후 처음으로 경수는 똑같은 사람에게 대하는 태섭의 가족을 통해 주체할 수 없는 감동과 서러움을 함께 느꼈을 듯 싶더군요. 감사하면서도 왜 자신이 그렇게 태어나서 당연하게 사람으로서 받아야 할 대우마저도 감사해야 하는 자신이 또다시 원망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는 경수를 부둥켜 안고 함께 우는 태섭 역시 같은 마음이었을 것 같고요. 
아직은 많이 어려울 지도 몰라요. 경수나 태섭이와 같은 성적소수자들을 편견없이 같은 인간으로 본다는 것이요. 하지만 그들을 위해 창문 정도는 만들어 줘야 하고, 적어도 자물통은 채우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드라마를 통해 태섭도 민재도 병태도 눈물을 흘렸지만 경수의 눈물을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 왔어요. 경수에게는 태섭의 가족은 확대적인 의미로 사회의 시선이었고, 비록 그 작은 사회안 역시 성적소수자가 있었기에 경수에 대해서도 관대한 시선을 보여줬을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경수의 입장에서는 가족 아닌 타인의 집단으로부터 이해를 받는다는 것은 큰 의미에서 포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적소수자의 가장 큰 바람은 특별하게 배려해 주는 것도 아니고, 이해 혹은 인정해 준다는 일종의 동정심의 시각도 아닐 겁니다.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이 다른 성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호기심의 대상이나 질타의 대상이 되지 않고, 또한 심리적 죄인으로 몰아세우지 않는 것일 겁니다. 그런 대우를 처음으로 받아봤기에 경수가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수의 눈물이 지난 주 태섭의 커밍아웃으로 흘린 눈물과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던 것은, 그런 성적소수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눈물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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