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재'에 해당되는 글 33건

  1. 2010.09.22 '동이' 그림자를 빛으로 바꾼 장희빈 이소연 (13)
  2. 2010.09.15 '동이' 충격 폐세자 발언, 아들에게 뒤통수 맞은 장희빈 (19)
  3. 2010.09.14 '동이' 중전자리 고민하는 동이, 말도 안되는 설정 (30)
  4. 2010.08.25 '동이' 가장 무서운 인물 숙종의 강하고 독한 사랑 (36)
  5. 2010.08.24 '동이' 리틀풍산 만난 숙종, 판관나으리로 돌아간 이유 (21)
2010.09.22 09:12




드라마 동이의 신데렐라는 아이러니하게도 동이의 주인공 동이 한효주가 아닌 장희빈 이소연이었습니다. 장희빈이라는 인물을 다루는 드라마에서 장희빈은, 주인공 여부를 떠나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고, 새로운 장희빈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진 게 사실이지요. 그러다보니 이번 드라마 동이에서도 동이라는 인물보다는 장희빈에 대한 재해석에 더 촉각을 세웠던 것도 사실이에요. 장희빈 역을 맡은 이소연은 드라마 초반부터 가장 정극에 가까운 연기로 기대를 모았고, 캐릭터의 자리매김도 빨랐지요.
장희빈은 내면연기와 표정변화에 따른 감정묘사를 많이 보여줘야 하기에, 장희빈이 등장하는 사극에서 그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 그 드라마는 빛을 잃어 버리게 됩니다. 이소연의 장희빈은 작가와 제작진의 동이에 대한 과도한 애정때문에, 그 캐릭터를 새롭게 재해석하는 것은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또한 오지랖 넓은 천방지축 동이때문에, 역할에 비해 분량이 적었던 회도 많았지요. 하지만 이소연의 연기는 동이 출연자중 깨방정 숙종(지진희)의 신선한 캐릭터와 함께 가장 빛났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평이지만 말이지요. 

동이가 낳은 신데렐라는 이소연
이소연의 경우 사극과 어울리는 큰 이목구비를 가진 장점때문에 흡입력이 있었고, 한효주의 현대적인 대사처리와 대조적으로 안정감이 있었습니다. 화려한 이목구비가 장희빈이라는 캐릭터와도 어울렸고 말이지요. 이소연의 목소리의 취약점은 격앙된 감정처리를 할때 목소리가 갈라진다는 점인데, 목소리가 갈라지지 않는다면, 앙칼진 연기에도 가산점이 될 듯싶은데 아쉬운 부분입니다. 안면근육을 많이 움직이는 표정에서 좌우 비대칭이 도드라지는 점도 살짝 아쉬워요. 물론 인력으로 할 수 없는 점이지만요.
그에 비해 호흡처리와 대사톤은 아마 한효주의 지속적인 과제가 될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한효주는 사극보다는 현대물에서 그 매력이 더 빛나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병훈 감독의 신개념 사극이었으니, 한효주의 반박자 빠른 호흡과 현대적 어투의 대사처리가 그나마 통했지, 정통사극이었다면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기는 힘든 한계가 있지요.
이소연의 장희빈을 보는 것도 다음주면 마지막이 될 듯 싶습니다. 장희빈의 최후이니만큼 이번회,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기 까지, 동이 마무리과정에서의 주인공이 될 듯싶은데요, 장희빈 이소연이 드라마의 절반축을 성공적으로 담당해 왔다는 점에서 우선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아마 드라마가 종영이 되고 이름이 남을 연기자라면, 역대 장희빈의 반열에 이름을 올린 이소연이 될 듯합니다. 동이라는 타이틀을 걸었음에도 한효주보다는 장희빈을 연기한 여배우 중 한사람으로 회자될 행운의 신데렐라가 될 듯 싶습니다. 숙빈최씨를 주인공으로 내세울 드라마가 계속적으로 나올 것 같지는 않고, 몇년을 주기로 장희빈과 인현왕후는 드라마에 끊이지 않고 등장할 인물이니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소연의 장희빈은 동이가 낳은 행운의 신데렐라이자 주인공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이번회 이소연이 다양한 감정신을 소화하며 장희빈의 최후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는데요, 숙종과 동이와의 최후 독대를 한 장희빈의 최후변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존 장희빈과 다른 점이라면, 장희빈이 사약을 받게 될 죄목에 숙빈최씨와 연잉군의 살해기도와 방화죄가 추가된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제작진의 창작이니 역사와는 별도로 이해하셔야 할 듯 싶고, 세자의 병을 숨긴 부분에 대해서는 이번 장희빈 사약과 관련해서는 자취를 감춰 버렸더군요. 하기야 세자의 병이 아니더라도 장희빈이 죽음을 면할 길은 없어 보이지만 말입니다.
더구나 오매불망 사랑하는 동이가 칼에 맞고, 연잉군과 동이를 죽이려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장희빈 본인의 입으로 실토를 했으니, 빼도 박도 못할 죄였지요. 인현왕후를 사술로 음해하려 한 일까지 들통나고, 동이의 사가에 불을 지른 것까지, 장씨남매와 윤씨부인의 만행이 줄줄이 감자줄기에 감자 딸려 나오듯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지요. 짚인형과 인현왕후의 명패를 돌려받은 동이가 심운택에게 숙종에게 고해 바치라고 전해주었나 봅니다. 동이도 칼을 맞고 나니 정신이 번뜩 들었나 보더라고요. 장희빈과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더구나 자신이 몸을 날리지 않았다면, 금쪽같은 연잉군이 어떻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는데, 생각만해도 심장이 멈춰버릴 것 같은, 불행중 천만다행이었으니 더이상 참지 않겠다는 의지가 결연한 동이입니다.

칼맞은 동이, 칼은 등에 맞고 피는 앞에서 흐른다?
생각난 김에 집고 넘어가자면, 동이의 칼맞는 장면은 너무 티가 팍팍나는 옥의 티였어요. 칼에 등짝을 맞았는데, 피는 오른쪽 어깨죽지 근처, 그것도 앞부분에서 흥건히 나오고 있으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싶네요. 더구나 속저고리 위를 천으로 칭칭 동여 맨 꼴은 또 뭐람 싶었네요.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완성도도 엉망이지만, 곳곳에 보여왔던 연출의 실수는 에효.;;;
지난회 등짝에 칼맞는 동이를 보며, 잠시 앗, 저렇게 칼을 맞으면 누워있는 신을 찍기가 곤란할텐데, 사극 최초로 체신머리없이 궁궐여인이 엎드려서 촬영을 하려고 하나? 이랬다지요. 역시나 꼴사납게 업드려서 찍을 수는 없는 일, 부상부위를 재빠르게 바꿨더군요.ㅎ 며칠되지도 않았는데, 금세 일어나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신체회복력도 빠른 동이입니다. 당시에는 몸에 바늘을 대는 일도 금기였을텐데, 살이 붙으려면 한참 시간이 걸리는데, 그렇게 움직이다 상처 덧나면 큰일이라서 말이지요.
썩어도 준치라고 당당하게 제발로 추국장으로 향하는 장희빈, 머리 산발되어 형틀에 앉아있는 어머니와 오라비를 보니, 피가 거꾸로 솟는 장희빈입니다. 자신때문에 어머니와 오라비를 그렇게 되었으니, 장희빈의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지요. 장희빈이 알고나 있을지 모르겠더군요. 장희빈의 어머니와 오라비가 장희빈때문에 죄인의 몸으로 형틀에 묶여 장희빈 가슴을 찢어지게 만들었듯이, 자신 역시도 똑같은 죄를 자식에게 지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모든 것이 세자를 위해, 세자를 보위에 올리기 위해 한 일이었음을 세자에게 강조했던 장희빈이었으니 말입니다. 자신때문에 어머니가 죽게 되었다고 두고두고 가슴에 죄인처럼 낙인을 찍고 살아갈 것인데, 세자 가슴에 두번 세번 못을 박는 장희빈입니다. 장희빈의 애끓는 모성애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앞으로 세자 가슴에 박힌 못을 누가 빼줄까 걱정이 되네요.
모든 것을 장희빈 자신이 사주한 일이라며, 어머니와 오라비를 풀어달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장희빈, 이 말을 들어버린 숙종은 그저 믿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설마 아니기를 바랬던 숙종, 절망감에 비틀거리며 추국장을 나오고 말지요.

장희빈이 추국장에 압송되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궁궐에 전해지고, 세자는 어머니를 보기 위해 추국장을 향하지요. 모든 것이 자신때문이라며 "소자를 용서하지 마세요"라는 세자, 어찌 세자의 죄겠어요. 야욕을 내려놓지 못해, 누구도 믿지 못했던 권력이라는 속성이 장희빈을 그렇게 몰고 갔던 것이었겠지요. 죽음과도 맞바꾸고 싶어했던 세자의 왕위자리, 장희빈은 세자에게 당부하고 또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반드시 보위에 올라 이 나라의 왕이 되어, 자신의 한을 풀어달라는 장희빈입니다. 왕위에 올랐으니 한은 풀었을 듯 싶습니다. 더구나 중전의 자리에 까지 올랐던 장희빈이었으니, 그녀보다 짧고 굵게 살다 간 인물이 또 있을까 싶어요. 

빛과 그림자, 운명따위는 없었다
추국장에 장희빈이 압송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동이가 발끈해서 장희빈을 찾아가지요. 상처때문에 나다니지 말라고 봉상궁 걱정이 태산인데, 꼭 물어봐야 겠다네요. 장희빈이 왜 자기와 연잉군을 죽이려고 했는지 말이지요. 마지막 가는 길 잘가라는 인사를 하러 가는 것으로 알았는데, 다 아는 사실을 새삼 물으려 부상투혼을 보이는 동이입니다. 일곱살 어린애도 다 알만한 사실을 궁중 피바람을 겪어 온 동이가 물으러 간다는 것이 너무 순진한 것 아닌가 싶어요. 아니나 다를까, 장희빈이 호락호락 잘못했다고 말할 위인은 아니지요. 
솔직히 저는 그런 생각을 했네요. 장희빈과 동이의 마지막 독대를 보면서, 장희빈에게 동이가 크게 한방 먹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치공부도 했고 말이지요. 동이가 나간 후 대오각성한 듯한 장희빈의 표정이 잠깐, 저지른 과오를 깨달았나 싶었지만, 장희빈이 깨달았던 것은 후에 숙종을 만나 독대한 이야기를 통해 전달되었지요.
동이가 물었지요. 세자를 위해하는 일은 없을 거라 했는데 왜 죽이려 했는지 말이지요. 장희빈의 대답이 저는 마음에 들더군요. 정치와 궐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장희빈입니다. "세자를 위해하는 일을 없을 것이며, 형제로 잘 지내게 하는 것이 진심이라는 말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결국 권력을 얻으려는 자들은 연잉군을 앞세워 세자를 해치려 할 걸세. 결국 자네도 그리하게 될 게고...". 장희빈의 말이 오히려 솔직하고 당당하더군요. 동이가 아무리 순수한 마음으로 세자와 연잉군을 지키려했다고 하더라도, 세자와 연잉군을 흔드는 세력들 속에서 동이가 초심을 잃지않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저 역시 의문이거든요.
마지막까지 장희빈은 동이를 믿지 못했고, 그것이 권력의 속성이라는 것도 알 것 같은 동이입니다. 동이가 장희빈에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요. "세상에 운명따위는 없습니다. 모두 마마의 선택이었을 뿐입니다. 그러니 정치도 궐도 운명도 그 어떤 것도 탓하지 마십시오. 마마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이리되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장희빈을 오늘에 이르게 한 것은 어쩌면 드라마 초반, 장희빈에게 말해 주었던 도사의 운명론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장희빈은 스스로가 빛을 뛰어넘을 수 없는 그림자임을 알아버렸기에, 결국 그 징크스의 벽을 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아둥바둥 운명을 거역해 보려고 했고, 빼앗으려 했고, 지키려고 했던 것이지요.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장희빈을 파멸로 이끌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운명이라는 말에 자꾸 얽매이는 것 말이지요. 그래서 이런 천기누설은 해서도 안되고, 들어서도 안되는게 상책이에요.

장희빈이 사약을 청한 이유
동이가 돌아가고 나서 장희빈이 뭔가 크게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는데, 아마 운명과 선택이라는 단어였던 것 같습니다. 숙종의 마지막 독대에서 장희빈이 말했지요.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시간을 되돌린다해도 분명 같은 선택을 했을테니까요. 하지만 단 한가지, 가슴이 저리도록 후회가 되는 것은 전하를 진심으로 연모했다는 것입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면 그토록 모든 것을 갖고 싶지도, 그렇게 숙빈을 원망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그러니 신첩의 단 한가지 잘못, 전하를 연모한 그 댓가를 사약으로 치루게 해주십시오".
자진하라는 숙종에게 가장 잔인하게 복수를 하는 장희빈입니다. 제작진이 장희빈의 최후를 어떻게 그릴지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는데, 거부하는 장희빈이 아니라, 사약을 청하는 장희빈으로 차별화를 시켰네요. 역대 장희빈들의 최후에서 사약신만큼 강렬한 장면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약사발을 발로 차서 숙종의 이마를 때려버린 장희빈도 있었고, 약사발을 엎어버려서 숟가락으로 억지로 입을 벌리고 먹인 경우도 있었고, 아무튼 장희빈의 사약신은 늘 흥미로운 부분이지요.
그에 비해 동이에서의 장희빈의 죽음은 고상하게 치뤄 줄 생각인가 봅니다. 장희빈의 죄목을 그토록 왜곡하고 더 이상 패악이 없을 지경의 살인귀로 만들었으니, 마지막 모습만은 고이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진행할 모양입니다. 최소한 마지막 모습만은 지켜주고 싶은 제작진의 배려라고 생각되는군요.
장희빈의 파멸, 그 이유는 많았지만 결국은 끝까지 놓지 못했던 숙종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그녀의 전부를 걸게 했던 사랑을 빼앗겼기에, 동이에 대한 미움과 숙종에 대한 원망이 결국은 그녀를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길로 이끌어 버렸습니다. 장희빈이 자진하라는 숙종의 호의를 거절하고 사약을 자청했는데요, 장희빈이 사약을 자청한 이유를 저는 숙종에 대한 끊어내지 못한 애증이라고 생각했어요. 숙종의 사랑으로 꽃을 피웠고 빛났던 장희빈이라는 빛은 사랑과 함께 불타올랐고, 멀어져 버린 사랑과 함께 제 빛을 소멸해 갔지요.
사약을 청하는 장희빈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드라마 속 장희빈이 가장 증오하고 원망하고 미워했던 사람은 숙종의 사랑을 받은 동이가 아니라, 배신한 숙종이었다고요. 장희빈의 마지막 가는 길, 장희빈이 사약을 청한 이유는 실연의 복수를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하고 가려는 거예요. 평생 숙종에게 세자의 모후를 죽였다는 굴레,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때는 미친듯이 사랑했던 한 여인을 버리고, 죽였다는 죄책감의 굴레를 씌우고 죽겠다는 거지요. 살아있는 동안 숙종에게 이처럼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것은 없을 테니까 말이지요. 정말 무서운 장희빈이죠?
드라마에서 어떤 식으로 재탄생하든 장희빈이라는 인물은 무섭고 악독한 여자로 각인되는데요, 동이에서의 장희빈은 사랑의 화신, 권력의 화신, 질투의 화신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복수의 화신으로 기억될 듯도 싶네요. 그리고 사랑때문에 파멸해 간 잔인하고, 불쌍한 여인이었습니다.
장희빈역의 이소연의 연기를 볼 회수도 얼마남지 않았는데, 동이가 배출한 신데렐라는, 이지적인 장옥정, 표독스런 장희빈, 질투의 장희빈, 그리고 눈물의 장희빈까지 다양한 장희빈을 보여 준 이소연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주 장희빈의 최후, 약사발드는 이소연이 어떤 모습으로 죽으며 역대 장희빈의 반열에 그 이름을 올릴지 기대가 됩니다. 부디 잊혀지지 않을 강한 모습으로 죽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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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5 09:16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세자와 연잉군의 궁밖나들이는 연잉군이 세자를 위해하려고 했다는 큰 불로 번져 버렸습니다. 역사상 장자를 제치고 보위에 오른 인물 중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인물은 세종대왕입니다. 양녕대군이 폐세자되고, 태종의 뒤를 이어 세종이 보위에 올랐는데요, 세종대왕이라는 성군을 만나지 못했다면, 한글이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수도 있고, 그보다는 심하게 여색을 밝혔던 망나니 양녕대군에 의해 조선의 왕실이 얼마나 지저분해졌을 지 가슴 쓸어내리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군왕자리보다는 풍류를 좋아했던 양녕대군이 총명한 충령대군에게 세자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일부러 망나니 짓을 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양녕대군을 새로이 보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 입장입니다. 세자와 연잉군의 형제애를 보니 세종과 양녕대군이 잠시 생각이 났네요. 양녕대군이 왕실의 정치판에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은 세종이 형을 끝까지 보듬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숱한 강간사건과 조선최고의 스캔들인 어리(곽선이라는 사람의 첩 어리를 납치 강간하고, 자신의 첩으로 궁으로 들인 사건으로 태종이 대노했던 사건이었지요. 이로 인해 폐세자까지 당하게 되었고요) 사건 등, 여자문제로 왕실에 먹칠을 해도 살려주었던 것이 세종이었으니 말입니다. 폐세자 당한 울분때문이었는지, 훗날 세조편에 서서 세종의 손자인 단종을 사사하라는 주청까지 한 인물이었으니, 은혜를 원수로 갚은 인물로 제게 있어 양녕대군은 조선왕실 핏줄 중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인물 중 하나입니다.
지난 글에서도 경종과 연잉군의 우애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도 친한 사이였다는 것을 기술했고, 경종이 지금의 세자처럼 착한 인품을 가졌다는 기록들을 비춰보면, 연잉군을 보호하는 지금의 세자모습이 경종에 대한 비교적 맞는 묘사일 것입니다. 세종대왕과 양녕을 서두에 언급한 이유는 아우인 세종이 형 양녕을 재위 기간내내 보호해 주었듯이, 세자가 연잉군을 보호하고, 연잉군이 형님마마를 보호하려는 모습이 세종대왕의 성군자질을 보는 듯 했기 때문이었어요. 4년이라는 짧은 재위로 경종의 치적은 많이 남아있지 않지만, 경종은 특별한 사랑을 받았던 임금이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인현왕후도, 훗날 새 중전이 될 인원왕후도 경종을 아꼈다고 전해지지요. 사실 숙빈최씨가 경종을 아꼈다는 기록은 본 적이 없지만요. 독살설이나 독떡을 먹게했다는 음모론에서의 시각으로 본 야사는 본 적이 있지만 말입니다. 여튼 드라마에서 훌륭한 어머니상으로 거듭날 동이를 그렇게 묘사할 리는 없고, 필요하다면 없는 사랑도 쥐어짜내야 겠지요. 세자의 비밀을 함구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회 세자가 숙종을 직접 찾아가 자신의 병에 대해 고백하려는 듯한 엔딩장면을 보고, 잠시 머리가 띵해져 오더군요. 작가가 이 위험스러웠던 엔딩을 어떻게 수습해 갈지가 드라마 내용보다 흥미롭고 궁금할 지경입니다. 자칫하다가는 세자가 어머니의 죄를 발고한 패륜아가 되어 막장의 오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생각이 깊은 세자가 어머니 장희빈이 자신의 병에 대해 모른다고 극구 부인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통하지 않을 거짓말이고, 이렇게 되면 장희빈이 국본인 세자의 몸에 대해 숨긴 죄가 밝혀질텐데, 아들의 입을 통해 어머니가 왕실의 존망을 위태롭게 했다는 것을 밝혀버리는 결과가 돼버릴테니 말입니다. 동궁전 앞에서 만난 장희빈에게 세자가 자신의 용태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고 물으며 동이가 눈을 부릅떴는데, 드라마에서는 천리길도 한달음에, 순간이동도 자유롭게 하는 가공할 만한 능력자인지라, 대전에 뿅하고 나타나 세자의 마지막 말을 막아 버릴 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흐름상 장희빈과 장희재의 마지막이 멀지 않았고 사약을 받을만한 큰 사건으로 연결되어야 할테니, 숙종도 아는 것으로 전개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거기에 기존의 미해결 사건의 전모를 드러냄으로써 장희재와 윤씨부인, 그리고 장희빈까지 옭아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가겠지요. 장희빈의 최후를 동이가 손에 쥐고 있는 인현왕후에 대한 무고의 옥의 증험으로 몰아갈지, 세자의 비밀로 몰아갈 지는 제작진의 선택에 달려 있겠지만, 무고의 옥은 이미 동이의 화해의 제스쳐로 빛바랜 증험이 되고 말았으니 약발은 떨어진 듯하고, 아무래도 세자의 비밀과 싸잡아서 장희빈 스스로 사약을 내려주십사 하고 간청하게 될 것같아 보이네요. 세자가 원하지는 않겠지만, 장희빈은 아들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모양새입니다.
마침 정신줄 놓아버린 오호양으로 인해 오태풍이 동이의 사가에 불을 지르게 한 것이 윤씨부인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윤씨부인을 비롯해 장희재까지 줄줄이 황천길행만 남았습니다. 인현왕후를 방자한 인형의 저주 또한 증험을 내놓을 지는 모르겠지만, 세자가 자신의 신체비밀까지 밝혀버리면 장희빈은 그야말로 첩첩산중 사면초가입니다. 장희빈의 죄를 묻는 것으로, 세자의 비밀을 숨긴 것만큼 큰 죄가 어디있을까 싶으니, 장희빈도 무사하지는 못할 듯 싶습니다. 물론 가장 안타까운 인물은 세자지요. 세자인들 그런 몸으로 태어나고 싶었겠느냐고요. 본인에게는 죽을 맛인 병이 왕실과 종사에는 죄가 돼버리니, 왕가의 후손 특히나 세자라는 자리가 좋은 것만은 아닌것 같아요.

진즉에 증험을 가졌으면서도, 착한 동이를 만들기 위해 동이의 입을 닫고, 세자 본인의 입으로 말하게 하니 이보다 잔인한 일이 있을까 싶기도 해요. 아마도 세자를 끌어안을 사람은 숙종이겠지요. 세자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위해 동이에게는 "중전자리에 올라달라고 했던 일은 없던 일로 하자"며, 후임 중전인 인원왕후를 맞아 세자의 방패가 되게 하는 수순을 밟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자의 비밀은 결국 인현왕후가 마지막으로 발고할 기회를 준 것을 차버린 장희빈의 자승자박 최대의 실수라고 할 수 있겠지요. 
집불이 산불로 번져버린 세자와 연잉군의 궁밖 나들이는 동이와 숙종의 몰래데이트 만큼 정겹고 훈훈했지요. 악녀 장희빈과 착한 동이의 갈등구조가 밋밋해지면서, 극의 흐름도 지지부진했지만, 똘망똘망한 금왕자 이형석과 세자 윤찬의 기특한 형제애가 눈시울을 적시게 했던 장면은 이번회 감동장면이었네요.
서로 자기 잘못이라며 서로를 감싸고 걱정하는 세자와 연잉군은 어른들의 세계, 궁이라는 정치의 세계는 모릅니다. 남들 눈에는 세자와 왕자라는, 그것도 배다른 이복형제이기에 권력을 탐하는 이들에게는 줄타기의 정점에 있는 인물들이지요.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바깥세상에서 만끽했던 자유가 즐겁고, 함께 마음을 나눠주는 형제라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궁은 물론 도성이 발칵 뒤집힌 세자 실종사건은, 그 인물이 세자이기 때문에 단순한 궁밖나들이로 비춰지지 않습니다. 저자에서 흔한 시비사건도 세자이기에 나랏일이 돼 버리고 말지요. 나랏일이 되어 버렸기에, 함께 동행한 연잉군은 국본 세자를 위해하려 했다는 음모로 제거의 명분이 되고 맙니다. 예닐곱살 어린 아이가 열너댓살 형을 위해하려 했다는 것이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의혹만으로도 사람을 잡는 곳이 궁입니다. 그런데 사소한 문제에 딴지를 걸자면, 소매치기했다는 주머니를 왜 세자에게 변상을 하라고 했는지 드라마를 보면서도 우스웠습니다. 주머니를 털린 주인이 주머니를 챙기고 포청으로 끌고 갔는데, 뭘 변상하라는 것인지, 볼기짝 몇대로 끝낼 일을 집까지 찾아가 받아 내겠다는 것은 솔직히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었어요.
여하튼 세자는 기지를 발휘해 포졸을 따돌리고, 금부도사 차천수에 의해 위기를 모면하고 궁으로 무사히 돌아왔지요. 그런데 장희빈치 세자가 연잉군과 함께 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를 연잉군을 쳐낼 카드로 내밀어 버리지요. 이 카드가 결국은 장희빈을 파멸로 몰고 갈 일대 파란을 일으킬 줄은 장희빈은 몰랐겠지요. 세자가 숙종을 독대해 자신의 병에 대해 고백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장희빈입니다. 세자가 자신의 병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장희빈의 망연자실한 모습이 안쓰럽더군요.
앞길이 구만리 같은 아들이, 그것도 한 나라의 대통을 이어받을 왕세자가 부실한 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하니, 어미로서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을까 싶더군요. 권력이니 야욕을 떠나 자식에게 가장 바라는 어미의 마음이 자식의 건강이었을텐데 말입니다. 이렇게 크나큰 아픔으로 이어질 지 장희빈이 상상이나 했다면, 연잉군을 위하는 세자의 마음과 여리고 고운 심성을 십분의 일이라도 헤아렸다면, 연잉군을 제거하려는 무리수는 두지 않았을텐데,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 장희빈입니다.

연잉군이 세자와 함께 궁을 나갔다는 사실은 장희빈에게는 연잉군을 쳐낼 명분이 되고, 조정신하들을 발빠르게 움직이게 하지요. 연잉군을 사가로 내치라는 상소가 빗발치고, 조정신하들은 등청을 거부하겠다며 연대파업 시위를 벌이겠다고 하니, 동이도 고민에 힙싸이게 됩니다. 장무열도 이 위기를 타개하려면, 세자의 비밀을 터뜨리라고 부추키고 말이지요. 돌아가는 분위기에 울적해 있는 연잉군을 보는 동이의 마음도 편하지 않습니다. 불까 말까 고심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세자의 방문으로 마음을 다잡는 숙빈 동이지요.
"모두가 저 때문입니다. 제가 세자이기 때문입니다. 연잉군이 제 자리를 위협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자리를 지킬 자격이 없습니다. 그런 저때문에 죄없는 연잉군을 다치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세자의 말에 동이도 세자가 자신의 병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 채고 급히 동궁전을 갔지만, 이미 세자는 대전에서 숙종에게 자신의 병에 대해 말을 하고 있었으니 어쩌면 좋을까 싶네요. 
물론 낚시 좋아하는 제작진이 두 가지 경우의 수를 준비하겠지요. 하나, 눈썹이 휘날리도록 달려간 동이가 세자의 마지막 말을 막는다. 둘, 숙종도 사실을 알게 되고 고민에 휩싸이지만, 열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자식없다고 숙종이 더 적극적으로 세자지키기에 나선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장희빈이 원했던 연잉군이 아니라 자신이 제물이 되어 사약을 받게 되겠지만요.
지키느냐 뺏느냐 권력싸움 한 복판에서 세자가 연잉군을 안아주는 장면은 숨막히는 궁궐에서도 형제가 있고, 사랑이 있고, 지켜주고 싶은 사람에 대한 정이 있음을 보여 주었지요. 보경당을 나서던 세자가 운학과 공부를 하는 연잉군을 보게 되지요. 연잉군은 수업시간에도 영 집중을 하지 못하고 딴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궁궐 돌아가는 낌새가 걱정되어서, 스승님의 말씀도 귀에 들어오지 않은 연잉군이에요. 조정대신들이 자신을 사가로 내치라고 주청하고 있다니, 걱정이 태산입니다. 7년만에 처음으로 아버지의 집에 왔는데, 어머니의 눈물을 더 이상 보지 않아서 너무 좋았는데, 자기 때문에 형님마마가 아픈 것 같아 미안하고, 무엇보다 동네 아이들이 형자랑을 할때마다 부러웠던 형님이 생겼는데, 이 행복을 두고 사가로 내쳐질까봐 슬픈 연잉군입니다.
그런 연잉군에게 형님마마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지요. "나 때문에 고초를 겪는 것은 너잖아. 그러니 내가 더 미안하구나. 난 형이 되어 네가 겪는 고초를 구경만 했어". 연잉군은 답교놀이를 고집한 자신때문에 형님마마가 고초를 겪고 있다고 잘못했다고 하고, 세자는 아니라며 어린 동생을 꼭 안아주지요. 마치 '내가 널 꼭 지켜줄게' 하듯이 말이지요. 진한 형제애에 울컥했던 장면이었어요.
세자는 연잉군을 궁에서 지키기 위해 대전을 향해 숙종과 독대를 하였지요. 세자가 대전을 찾아가 자신의 병을 숙종에게 직접 고백하려는 듯한 엔딩장면으로, 두 왕자의 궁밖나들이는 산불로까지 불길이 번져가는 양상이 되고 말았는데요, 사실 세자의 숙종과의 독대장면을 보며 마음이 많이 아프면서도,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싶었습니다. 세자의 입을 통해 나온 말이 자신을 폐세자 시키라는 말과 다름없는 것이었기 때문이었어요. 드라마보다 제작진이 이를 어떻게 수습해 갈지가 궁금할 지경입니다.
"저는 세자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습니다. 이 나라 국본인 제가 왕실과 종사를 잇게 하는 것이 제가 해야할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허나 소자에게는 큰 병이 있습니다. 그 사실을 숨긴 채 국본의 자리에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힘들고 아픈 고백이 있을까 싶은 생각에, 제작진의 잔인함이 더 절망스럽게 와닿더군요. 스스로 폐세자를 청하러 간 세자, 만약 세자의 입을 통해 후사를 잇지 못할 수도 있는 몸이라는 것을 듣는다면, 숙종의 찢어지는 심정은 또 어떨 것이며, 이래저래 착한 세자의 수난이 예고되네요.
세자를 결국 보듬고 갈 인물이 동이와 숙종이 되겠지만, 저는 동이보다는 숙종이 나서서 보듬고 갔으면 싶어요. "세자의 자격이 없다니? 당치않다. 이 나라의 세자는 너다. 아직 혼사도 치루지 않은 세자가 앞일을 어찌 알겠느냐?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일 후사를 잇지 못한다면, 아우를 세제로 삼아 국본을 잇게 할 것이다. 이 애비가 너와 연잉군은 기필코 지켜주겠다.". 이러면서 말이지요. 폐세자도 불사하고 연잉군을 구하려는 세자 윤, 정말 착한 세자입니다. 장희빈이 머리카락 한올만큼이라도 세자의 고운 마음을 가졌다면, 불행을 자초하지는 않았을텐데, 세자가 장희빈 배속에서 나왔다는 것이 불가사의할 정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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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4 08:35




동이라는 인물을 애초에 정치적 인물로 부각시키지 않으려 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현재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는 동이와 장희빈의 마지막 싸움은, 긴장감이 다 빠져버린 맹탕물을 보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동안 명성대비의 시해음모사건에서 부터 인현왕후의 독살시도, 등록유초 사건, 검계와 관련한 일련의 사건들은, 결과적으로 빛과 그림자로 갈릴 수 밖에 없는 동이와 장희빈의 운명적인 대립을 위해 만들어왔던 사건들이었지요.
인현왕후의 죽음을 자연사로 처리하면서, 무당을 불러 방술을 한 장희빈측의 음모도 장희빈은 전혀 모르는 일로 처리했습니다. 새로운 장희빈의 모습을 기대하기도 했고, 무고의 옥보다 더 강하게 장희빈을 옭아맬 새로운 사건이 터질 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가지게 했습니다. 장희빈이 최대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세자의 신체적 비밀, 그리고 중전자리를 되찾으려는 장희빈의 마지막 불나방같은 야욕은, 동이와 연잉군을 제거하려는 가장 치졸스러울 사건 하나를 만들어 장희빈에게 사약사발을 내리려나 봅니다. 
지난 글에서도 세자의 신체적 비밀이 시기적으로 전혀 얼토당토않게 등장한 점을 들어 제작진의 무리수를 지적했지만, 세자의 비밀은 연잉군과 세자의 형제애, 그리고 태평양같은 어머니로서의 동이의 오지랖만을 위한 설정에 불과한 장치들입니다. 인현왕후의 죽음과 세자의 비밀로 전의를 상실한 듯한 동이는 세자와 연잉군 모두를 살리겠다며, 지금까지 목숨을 걸고 싸워왔던 장희빈마저 보듬고 가려고 기회를 주었지요. 부처님 가운데 토막보다 더 넓고 깊은 오지랖을 보이니, 그동안 팽팽하게 당겨졌던 활시위가 툭 끊겨버린 듯 긴장감을 상실해 버렸습니다.
물론 장희빈이 동이가 내미는 손을 덜컥 잡을 리는 없습니다. 제가 장희빈이라고 하더라도 잡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천재소년 연잉군, 빈책봉 교지, 세자는 후사를 볼 수 없는 몸, 게다가 숙종이 오매불망 사랑까지 한몸에 받고 있으니, 뭐가 아쉬워 장희빈의 죄를 눈감아 주겠다면서 "희빈마마, 우리 형님 아우하며 왕실의 평화를 위해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아요" 했겠습니까? 장희빈은 결국 동이가 내미는 손을 거절하고 말았습니다. 장희빈다운 행보였습니다.
동이가 장희빈의 죄를 눈 감겠다고 한 것은 세자와 연잉군을 위해서였지요. 어머니로서 동이의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십분이해하고 존경스러울 만한 마음씀씀이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 동이의 오지랖을 위해 제작진은 중전자리라는, 제가 보기에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은 악수를 두었습니다. 이것이 쓸데없는 연장방송 탓일 겁니다. 연잉군과 세자의 끈끈한 형제애도 한 두번 보니 크게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 야사에도 두 사람의 우애가 깊었다는 이야기들은 많이 전해지고 있기에, 새로운 해석도 아니고요. 

동이에게 정1품인 빈에 책봉하겠다는 숙종의 결정에 장희빈이 동이에게 가졌던 잠시의 믿음도 깨지고, 결국은 모든 것을 걸고 '너 죽고 나 살자'고, 선전포고를 하고 돌아 갔습니다. 직접적으로 동이와 연잉군의 목숨을 노리고 장희빈이 결정타를 날릴테니 각오하라는 말이었는데, 동이 역시 장희빈과는 손잡고 쎄쎄쎄 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을 또다시 확인하고 말았을 뿐입니다. 평생을 당해 왔으면서, 인현왕후가 평생 어떻게 당해왔는지 봤으면서도, 세상 사람 다 믿어도 장희빈은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쯤은 알았어야 하는데, 똑똑한 동이가 착한 동이가 되려다 보니 착각도 심하게 한 모양입니다. 마지막 진심마저 통하지 않는 장희빈에 대한 실망감에, 동이가 망연자실한 듯 주저앉는 모습은 애처로울 정도였습니다.
동이의 빈 책봉을 두고 조정에서나 동이파, 장희빈파 모두 설왕설래 말이 많지요. 엄연히 고명을 받은 세자가 있고(등록유초로 그 난리를 겪으면서 청으로부터 받아낸 세자자리였죠), 세자의 모후가 있는데, 장희빈과 같은 품계를 동이에게 책봉한다는 것에, 임금의 속내를 파악하기 분주한 궁궐입니다. 더구나 동이에게는 천재 금왕자까지 있으니, 몸 부실한 세자의 어미 장희빈은 하늘이 노래질 일이요, 동이파에게는 닐리리 맘보 소식입니다. 오직 동이와 금왕자만 제외하고 말입니다.
연잉군이야 지금 나이에서는 세자저하는 영원히 형님마마이실 것이고, 자신이 세자가 된다는 것은 꿈도 꾸지 않았던 일이니 말입니다. 정치도 권력도 모르는 연잉군이 7살 나이에 장래희망으로 군왕을 꿈꿀 리도 없었을테고, 그저 형님마마와 나무타기도 하고, 영달이랑 황주식과 숨박꼭질이나 하며 노는 곳이 궁이라 생각할 나이지요.

그런데 동이는 왜 중전의 자리를 두고 여태껏 고민하고 있는지, 저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실 동이의 마음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말도 안되는 무리수를 던지고 있는 작가의 생각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말입니다. 우선 작가의 실수는 동이가 빈의 책봉을 받은 시기가 인현왕후 생전임에도 사후로 그렸다는 점에서 큰 실수를 했는데, 그것은 그냥 넘어가더라도, 이 과정에서 숙종과 동이를 중전이라는 당위성과 명분에서 서로 뒤바뀌게 그려 버렸습니다.
숙종은 다음 중전은 동이에게 맡기라는 인현왕후의 유언때문에 고민하고, 한편으로는 세자의 모후인 장희빈이 있는데 장희빈을 제치고, 동이를 중전의 자리에 올리는 것에 강한 반대에 부딪치게 됩니다. 이때 숙종에게 명분을 준 것은 뜻하지도 않게 세자였지요. 동궁전에서 없어진 제왕학 관련 서책을 가지고 있다 들킨 연잉군을 위해, 세자가 거짓 해명을 해주었던 것이었지요.
"통촉하소서"를 입에 달고 다니는 대신들에게 연잉군의 무죄를 밝히며, 한방 먹인 숙종은 더 기가 막힌 교지로 그야말로 조정을 깜놀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동이를 빈에 봉한다는 교지였지요. 덧붙여 "숙의도 왕실의 후궁으로 빈의 교지가 내려지면, 숙의가 중전의 자리에 오르지 못할 이유 또한 없지 않소?". 말 그대로 동이를 중전의 자리에 앉힌다고 해도 다들 끽소리 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아 버립니다. 하지만 그동안 조정대신들에게 한방씩 먹이는 멋졌던 숙종의 모습 중에 가장 실망스런 모습이었습니다. 
숙종은 동이를 중전에 봉해서는 안되는 입장이고, 역사적으로도 당시에는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어요. 물론 동이가 숙종과 동이의 달달한 궁중연애사라는 특이한 장르의 사극이었다는 점에서는 숙종의 이같은 발언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노련한 정치가 숙종을 여자에 빠져 앞뒤 분간없는 왕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숙종이 동이를 중전으로 앉히려고 했던 속내는 인현왕후가 당부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알았기 때문임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장희빈이 중전에 오른다면 연잉군과 동이의 안위는 보장받을 수 없겠지만, 동이는 세자를 쳐내지 않을 것이라 강하게 믿었기에, 숙종이 그런 결정을 내렸던 것이겠지요. 허나 연잉군이 장성해 가면서, 연잉군에게 영향을 미칠 사람이 동이밖에 없을 수는 없는 법, 더구나 연잉군의 정치적 기반이 세자와는 근본적으로 다른데, 숙종 자신이 여인들 치마폭을 왔다갔다 하며, 때로는 남인손을, 때로는 서인손을 들어 주었던 것은 까맣게 잊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시말해 동이에게 중전이라는 막강한 힘을 실어 주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는 것이지요. 이는 세자파의 입장에서는 세자를 바꾸겠다는 뜻으로 밖에는 해석이 안되는 일이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숙종이 이런 문제를 계산하지 않았다는 것은, 노련한 정치 고단수 숙종이라는 인물에게는 모욕적일 수도 있을 법합니다. 아니면 이때부터 대놓고 연잉군을 미는 숙종으로 복선을 깔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의도였다면 작가가 무리수를 두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역사적으로도 숙종은 장희빈에게 사약을 내리기 하루전에 "앞으로 후궁은 왕비에 오르지 못하게 하라"는 것을 법으로 공표하기도 했습니다. 인현왕후 사후 이듬해에 숙빈최씨가 아닌 인원왕후가 새 중전으로 간택되었고요. 숙종이 자신이 뱉은 말때문에 숙빈을 중전으로 봉하지 못했다는 설도 있지만, 숙종이 숙빈최씨를 중전에 봉할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는 것도 읽혀지는 대목입니다. 
다음날 장희빈에게 사약을 내릴 것이면서, 굳이 앞으로 후궁은 왕비가 되지 못한다고 했다는 것은, 차기 중전 후보 1순위였던 숙빈최씨에게도 해당되는 속내처럼 비춰지기도 하니 말입니다. 숙종이 숙빈최씨를 중전자리에 앉히지 않으려 했던 이유는, 아마 당시로서는 세자를 지켜주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더 큽니다. 동이에 대한 믿음보다는 숙종은 궁에서의 정치의 속성을 더 깊게 고민했어야 합니다.
지금 드라마 속의 동이는 '정치에 관심없다, 세자자리도 관심없다, 중전자리에 대한 욕심? 하늘이 천벌 내릴 욕심이다'라며, 연잉군에 대한 야망은 눈곱만큼도 없는 것으로 그려가고 있지요. 저주의 인형까지 내주는 모습으로 버선목 다 뒤집어 보여가며, 정치적인 인물보다는 어머니의 모습만이 부각되었지만, 역사속의 숙빈 최씨는 역시 정치적 욕심이 있었다는 것을 숙종이 간파하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무고의 옥을 숙종에게 말한 이도 숙빈 최씨였다는 것은, 인현왕후 사후 비어있는 중전자리를 두고 장희빈에게도 동이가 마찬가지였지만, 숙빈최씨에게 있어서도 장희빈이 눈엣가시였다는 뜻이었겠지요.
숙종은 훗날 세자에게 후사가 없는 것을 염려해서 연잉군을 보위에 세우라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는데, 이는 훗날의 일이고, 지금 시점에서는 숙종은 세자를 보위에 앉히려는 생각이 강했던 시기였습니다. 장희빈에게 아무리 애정은 없었다 할지라도, 세자에 대한 애정마저 없어진 것은 아니었지요. 그런 점에서 동이에게 중전자리를 권하는 숙종의 사랑과 믿음은 이해하지만, 왕실과 종사를 염려하는 군왕으로서는 생각이 짧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물론 동이가 중전의 자리를 고사하겠지요. 하지만 실제 숙빈최씨에게 중전자리를 숙종이 권했다면, 지금의 동이와 같은 반응은 하지 않았을 듯 싶군요. 성은이 망극한 일이고, 안주면 우겨서라도 달라고 했을 법한 상황인데 말이죠. 드라마에서 동이는 오해의 여지가 많을 중전자리를 극구 고사하겠지만요. 그래서 세자와 연잉군 모두를 품는 어머니로서의 동이로 재창조되어야 하니 말입니다. 

사실 중전자리에 대한 숙종의 의도와 동이의 속내는 지금과는 반대상황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숙종이 동이에게 중전자리를 권하고, 동이가 중전자리에 오를까 말까 고민하는 양상인데요, 제가 생각했던 숙종은 동이를 중전자리에 앉히고 싶어하지만, 세자와 세자의 모후인 장희빈에 대한 고민으로, 본심과는 달리 숙빈으로 그치고, 중전에 앉히지 못하는 것에 미안해 하는 것이었어요. 반면 동이는 세자와 연잉군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 진심과는 달리 중전 자리를 생각하고 있고요. 동이의 진심을 곡해하는 무리들로 동이가 사면초가에 빠지는 그런 상황을 생각해 보기도 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로서 세자와 연잉군을 보호하려는 동이의 진심과, 세자에 대한 장희빈의 정치적 야심, 중전자리에 대한 끝없는 야욕이 빚은 결과가 두 사람의 운명을 빛과 그림자로 가를 수 밖에 없는 차이점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어요. 동이에게는 세자와 연잉군을 지키기 위한 위대한 어머니의 힘이 필요한 반면, 장희빈은 자신과 세자를 지키기 위한 권력이라는 힘만을 원했기 때문이에요. 중전이라는 자리에 대한 두 사람의 본질적으로 다른 생각의 차이를 보고 싶기도 했고 말이지요. 드라마 동이에서 동이라는 인물을 재조명하고자 했던 이유와도 맞물리고 말이지요.
동이와 장희빈의 마지막 싸움이기도 한 이 과정에서 장희빈은 용서받지 못할 자충수를 두고, 결국 사약을 받게 되는 그런 예상을 했습니다. 이를테면 동이나 연잉군의 목숨을 노린 시해사건을 통해서 말이지요. 결국 숙종은 장희빈에게 사약을 내리고, 후궁이 왕비가 될 수 없게 하라는 명을 내리는 것이 자연스러울 듯했거든요. 그리고 인원왕후를 새 중전으로 간택함으로서, 숙종이 세자(훗날 경종)의 입지를 세워주는 편이 숙종에 대해서도 사심없는 동이를 위해서도 깔끔했을 듯 싶더군요. 그런 면에서 숙종과 동이의 고민은 바뀌었으면 좋았을 전개였습니다. 

동이라는 숙빈최씨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 동이에서, 불완전하게 나마 정치적 인물로 일관되게 그려지고 있는 인물은 장희빈에 불과합니다. 인현왕후는 복위 후 중전이라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며, 막 정치적 걸음마를 떼려다가 병사해 버렸고, 왕실 여인들의 정치사 가장 전방에서, 장희빈과의 격전장 한복판에 서서 싸우던 동이는 거룩한 어머니만들기를 내세워 조금은 답답해 보이기도 한데요, 이런 모습이 평생 대립각을 세워왔던 장희빈과의 싸움으로 유지했던 긴장감을 상실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통해 일종의 대리만족을 하려는 생각이 있지요. 특히 선과 악의 대립구도에서는 선이 악을 통쾌하게 무찌르는 모습도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동이라는 인물을 보면서 그 바다와 같은 인품에는 할말이 없지만, 전지전능한 탐정동이로서 모습도 지나치게 과하게 영웅처럼 만들어가다 보니 반발감이 들었었는데, 어머니의 동이모습을 그리기 위해, 궁궐의 정치 속성마저 동이의 오지랖으로 품어가려 하니, 맥이 빠지기도 하네요. 늘어지는 느낌도 들고 말입니다. 다행히 연잉군과 세자가 이 틈새를 잘 메꿔주고는 있지만, 장희빈 혼자 열폭하고 있는 듯해서 정작 중요한 싸움은 김빠진 맥주같아요. 앞으로 몇회 남지 않았는데, 늘어지는 전개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폭탄급 사건이 터져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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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5 08:44




장희빈의 모친 윤씨부인의 졸렬한 행동이 동이와 금의 복궁을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안되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고 장희빈과 남인들이 그런 모양새입니다. 금수도 자식을 지키기 위해서는 제목숨을 내놓는 법인데, 하물며 한 나라의 임금이 자식과 아내가 불에 타 죽을 지도 모르는 위협을 겪었는데, 가만 있을 수가 없었지요. 물론 동이의 사가에 불이 나지 않았다 할지라도 왕실의 법도를 들어 연잉군이 7살이 되면 궁으로 불러들이려 했던 숙종이었지만, 이번 일을 통해 눈에 살기까지 띠는 숙종을 보고 남인들 입도 뻥긋못하는 꼴이 통쾌했답니다.
더불어 숙종의 카리스마 짱이더군요. 오태석 후임으로 앉은 좌상이 감히 임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가 입닥치라고 오금이 저릴정도로 무섭게 호통을 하는 숙종, 멋져부렀어요. 깨방정 숙종과 카리스마 숙종을 넘나드는 지진희의 절제된 연기도 좋았고, 위엄넘치는 군주의 모습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징그러울 정도로 독한 사랑이 감동적이었답니다.

이번 동이를 보며 가장 무서운 인물은 숙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을 견뎌낸 6년을 가슴에 참을 인(忍)을 새기며, 숙종은 철저한 계산으로 기다렸더군요. 동이를 궁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방법을 말이지요.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연잉군이 생긴 그날 밤, 술이 떡이 되도록 취했던 것이 숙종의 치밀한 계산에서 나왔다는 점이에요. 동이에게 임금의 핏줄을 남겨두는 것, 그것이 동이를 살릴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이토록 치밀하게 생각했었다니, 숙종은 무서운 사람이었습니다. 봉상궁의 말대로 독한 숙종입니다. 그래도 숙종의 독한 사랑이 너무 멋지고 좋네요.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는데 동이가 진짜 부럽습니다. 장희빈 아니라 양귀비가 온대도 동이를 이길 수 있는 여인은 아마 한 사람도 없었을 듯합니다. 
한성부 판관나으리로 돌아간 깨방정 숙종이 아들 금왕자와 한나절을 보낸 시간은 입가에 종일 미소가 걸리게 했지요. 왕자마마에게 무례를 범한 것을 사죄하러 왔다며 얼렁뚱땅 금에게 한성부판관이라고 속이는 숙종은 금이 귀엽고 의젓해서 예뻐 죽을 지경입니다.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는 게지, 내 옷차림이 그랬으니 자네보다 윗전이라는 걸 어찌 알았겠나?". 어찌 이리 말도 귀티가 좔좔 흐르게 하는지, 숙종의 뒷말은 사람 여럿 배꼽잡게 만듭니다. "소신도 소신보다 높은 윗전이 계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쿡! 웃음보터지는 상선 배꼽잡기 일보직전입니다.
왜 안그러겠어요? 이런 게 부모마음이지요. 맛있는 것은 자식 먼저 먹이고 싶고,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자식에게 해 주고 싶은 게 부모마음인 게지요.
사내 대장부이고 보니 용서해주겠다는 금의 말에 그저 감읍할 따름이라는 숙종은 금과의 대화가 재미있어 죽습니다. 자그만 입에서 어찌 그리 하는 말마다 왕자의 위엄이 쩌는지, 숙종은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 아이가 내 아들이다. 내 아들 금왕자다"라고 말이지요. 
서당문이 잠겨있자 아들에게 땡땡이치라고 바람을 잡습니다. 자기도 글공부 하기 싫은 날에는 담장을 날아다녔다고 말이지요. 허풍쟁이 숙종, 그러다 동이 귀에 들어가면 본전도 못 건질 뻥을 뻥뻥 칩니다. "자네 보기보다 사내로구만...". 사내라고 칭찬해 주는 말에 목에 힘들어 가는 숙종, 이럴때는 미치겠다 라는 표현밖에 못하겠네요. 진짜 웃겨서 미치겠다 입니다.
아들 금을 데리고 서책방에 가서 숙종은 처음으로 아들에게 선물을 주지요. 낡은 소학책을 보니 숙종 마음이 아팠거든요. 요즘말로는 가장 비싼 메이커 책가방(비단보자기)까지 안겨줍니다. 그런데 소학책을 받아든 금의 표정이 떨떠름합니다. 엥! 소학보다는 대학이나 중용이 더 좋다나요? 상선에게 저 아이가 풍이 세다며 뒷담화를 하는데 상선영감, 전하를 쏙 빼닮았다고 멋적스럽게 대꾸를 합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이런 붕어빵 부자가 또 있을까 싶지요. 동이와는 국화빵 모자지간이더니 말이지요. 그런데 풍이 아니라 진짜라우, 댁의 아드님이 선재(仙才, 신선과 같이 특출난 재능을 가진 사람)라네요. 나중에 확인하면 아마 숙종 눈이 튀어나오고 입이 귀에 걸릴 것이외다.ㅎ
사당패를 따라 아들 땡땡이시키고 놀자 삼매경이 빠진 숙종, 큰일이 터졌습니다. 씨름을 잘한다고 뻥을 쳐버리고 말았지요. "담도 잘 넘고 씨름도 잘하고, 자네 아주 사람이 강골이구만!". 동이는 맨날 한성부 판관나으리가 어찌 이리 약골이시냐고 무시했는데, 강골이라고 치켜 세워주니 숙종 좋아서 하늘을 두둥실 날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기분도 잠시, 이런 이걸 어쩐답니까? 집채만한 씨름선수랑 한 판 붙어보라고 하지요.
지켜보는 상선영감 미치고 팔딱 뛰도록 애간장이 타들어 가는데, 숙종은 무슨 자신감으로 갓끈을 풀었는지 모래판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버리지요. 숙종은 아들에게 실망시켜주고 싶지 않습니다. 아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집채만한 씨름선수 아니라, 천하장사 강호동과도 한판 뜰 각오가 되어 있어요. 호랑이를 잡아달라고 한대도 맨손으로 때려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심정이에요. 내 아들이 응원해주니까요. 한 판, 두 판, 옥체를 모래판에 패대기를 치는 거구의 남자, 씨름 끝나고 호위무사에게 몇대 얻어맞았을 듯 싶죠?
세 판째, 씨름은 힘이 아니라 지략이 중요하다고 하더니 숙종 뭔가 보여주셨습니다.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숙종이 상대의 무릎을 치면서 그대로 밀어치기 한판입니다. 세상을 다 얻은 숙종의 포효, 옥체 상하신다며 간이 콩알만해진 상선영감도, 금도 숙종의 한판승에 환호하지요. 2대 1이었으니 숙종이 결국은 패인건가?;; 처음으로 아들을 품에 안아 들어올리는 숙종, 그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 수가 있을까요? 계곡으로 땀을 씻으러 간 숙종과 금, 물놀이도 하고 금의 얼굴에 물기도 닦아주고,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한 숙종입니다.
6년을 단 하루도 잊지 않았던 동이와 아들 금, 한성부판관을 사칭해서 들려준 마음이지만, 금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숙종이지요. 기침을 하더라며 질경이를 손에 쥐어주는 아들, 그 고사리같은 손을 다시는 놓고 싶지 않은 숙종입니다.
동이와 금을 보고 온 숙종은 서용기를 불러 동이와 금을 복궁시키라는 명을 내리지요. 6년을 견뎌왔던 전하의 의중, 그것은 기다림이었어요. 동이를 궁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확실한 명분이 이뤄질때까지 말이지요. 무섭도록 독하고 강한 숙종의 동이에 대한 사랑은 동이에게 왕손을 남기고, 합법적으로 궁으로 오게 하려는 것이었지요. 지독한 사랑이 되었든, 무서운 사랑이 되었든 그래도 숙종 우왕 굿이에요!
일이 술술 풀리려고 때마침 동이의 사가에 불이 나는 불상사가 겹치지요. 장희빈의 모친 윤씨부인이 괴한을 풀어 시킨 짓이었지만, 숙종의 비밀경호팀이 아니었다면, 밖에서 걸어잠긴 문때문에 동이랑 금왕자, 그리고 봉상궁과 애종이마저 화마를 입을 수도 있었을 것을 생각하니 끔찍스럽기가 그지 없네요. 요즘 드라마에서 왜 이렇게 불장난을 좋아하는지, 제빵왕 김탁구에서 마준이 녀석도 불을 지르고는 도망치더니 말이지요. 아무튼 이런 된장 젠장 막장 시궁창 같은 사람들은 죽으면 불지옥으로 떨어질 것임... 숙종은 또 한번 폭풍감동 사랑을 보여 주었는데요, 6년을 비밀리에 동이와 금왕자를 지키게 하고,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들었다고 하니, 이런 숙종의 깊은 사랑은 레전드급이에요.
6년만에 만난 숙종과 동이의 만남은 견우와 직녀가 따로 없습니다.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감동이었지요. 손에 화상을 입은 동이의 손, 숙종의 가슴은 화상에 소금을 뿌린 듯 쓰리고 아픕니다. 모든 게 자신이 지켜주지 못한 탓이었던 것 같아, 동이의 얼굴을 차마 똑바로 쳐다보기도 힘들 정도에요. "이젠 가슴으로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 너를 내 눈으로 왕자를 내 손으로 품에 안을 것이다. 궁으로 돌아오거라 동이야, 왕자와 함께. 네가 있어야 할 자리, 저 아이가 있어야 할 자리로 말이다".
동이가 돌아갈 자리는 숙원의 자리도, 보경당의 보료 위도 아니에요. 숙종의 곁에서 오래도록 친구처럼 지켜주는 사람, 더 이상 그리워하지 않아도 될 숙종의 마음으로 오라는 뜻이겠지요. 동이를 데리고 올 수 있을 그날을 위해 그리움도 참고, 달려가고 싶은 것도 참고, 금이가 백일이 된 모습, 돌이 된 모습, 아장아장 걷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도 꾹 참고 참았던 숙종이었지요. 동이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도 뼈를 깎고, 살점을 내어주는 심정으로 참았던 숙종이었어요. 당당하게 동이와 금을 곁에 둘 수 있는 명분을 기다리면서 말이지요. 
동이와 금을 궁으로 불러들이라는 소식은 삽시간에 퍼져, 모이라는 말이 없어도 옹기종기 편전으로 신하들이 모여들었지요. 반대를 할 것이 뻔한 동이 반대파 중신들을 보는 숙종은 눈에서 뿜어 나오는 살기로도 사람 여럿 죽일만큼 단호했습니다. 동이의 사가 문고리를 잠궜던 증거품 호미를 내밀며, 중신들을 제압하는 숙종의 카리스마가 무서울 정도로 서늘하더군요. 어이구 무시라, 누구라도 걸리면 찍을 기세였어요. "임금의 혈육인 왕자와 그 모후의 안위가 위협받고 있다. 이대로 숙원과 왕자를 사가에 두고 저들이 털끝 하나라도 다친다면, 책임을 경들에게 목숨으로 물어도 되겠소?". 혹여라도 금이 넘어져서 생채기 하나라도 생기면, 너희들 다 죽었어 라는 엄포이니, '아니되옵니라' 라고 말하려던 남인들 찍소리도 못하고 말지요.
결과는? 네, 동이와 금왕자의 복궁으로 이어졌습니다. 천재 금왕자 입궁입니다. 후사를 잇지 못할 치명적인 몸을 가진 세자 윤을 지키려는 장희빈과 금을 지키려는 동이의 싸움 한복판, 아들들을 지키려는 어미들의 살떨리는 전쟁판으로 말입니다. 궁궐로 온 리틀풍산 금왕자, 동이의 성격을 빼다 박았으니 아무래도 궁에서의 에피소드들도 많겠지요. 물론 입 벌어지게 할 영특함마저 알려진다면, 장희빈의 금에 대한 경계가 동이를 없애려 했던 모함 못지 않을 것이고 말이지요.
그나저나 숙종을 만난 금왕자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설마, 용포를 입은 숙종을 보고, "아니 자네는 한성부판관이 아닌가?"라고 물을 수도 없을테고요. 판관나으리와 리틀풍산이의 요절복통 부자이야기도 재미있었는데, 쩝..,궁에서의 숙종과 금왕자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기대됩니다. 참, 새끼 꼬며, 먼 산만 보고 있는 천수 오라버니는 언제 유배가 풀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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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4 10:02




탐정 동이에 이어 천재 금왕자가 등장해 동이와 장희빈의 세자 보위와 왕자지키기 3라운드가 시작되었는데요, 동이와 숙종의 우성유전자만 쏙 빼닮은 금(연잉군)왕자가 반촌은 물론 궁궐까지 인기몰이를 할 것 같습니다. 7살 어린 나이에 대학과 중용을 마스터한 금왕자의 우월한 유전자에 그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입니다.
이번회 처음으로 부자상봉을 한 숙종과 금왕자를 보니 눈물도 핑글 돌고, 웃음도 배시시 나왔답니다. 사가로 나와 금왕자를 홀로 키운 동이가 언제 이렇게 성숙한 애엄마가 되었는지 놀랍습니다. 궁궐에 있을 때보다 위엄이 살아있는 동이를 보니, 복궁을 하면 장희빈 죽었다 싶겠더군요. 천인아이를 치도곤내던 양반에게 눈 부릅뜨고, "왕실의 후궁 하나가 사가로 나와있다는 것은 알고 있을텐데... 네 이놈, 감히 왕실을 능멸하는 것인가?"라고 혼줄을 내주는 동이를 보니, 무게도 있어 보이고, 한효주의 연기가 일취월장 했다는 것도 느껴졌어요.
누가 동이 아들 아니랄까봐, 나인들을 따돌리고 없어지는 금왕자때문에 동이는 매일이 가슴 조마조마합니다. 어린시절 동이처럼 호기심 많고, 바른말 잘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닮은 피인가 봅니다. 금에게 물동이를 들고 벌을 서게 하고 동이는 도성거리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높은 산꼭대기로 금왕자를 데리고 올라가지요. 약한 사람을 위해 나선 것은 잘한 일이었다고 칭찬도 아끼지 않는 동이, 채찍과 당근을 잘 사용하는 것을 보니, 자식교육은 제대로 시키고 있는 것같아요. 아바마마의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금에게 전하의 이야기 한토막을 들려준 동이는, 그리운 전하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지요. 텔레파시 바로 통하는 숙종 역시도 동이와 거닐었던 후원을 바라보며, 그리움에 가슴이 저려옵니다. 연못을 메꾸지 않은 것을 보니, 여전히 연못 위로 방긋 웃는 동이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이 숙종의 낙인가 봅니다. 6년을 숙종이 어떻게 지냈나 했더니, 불철주야 잡념을 떨치기 위해 국정에만 몰두하고 있었더라고요.
연잉군 금과 세자 윤의 만남
선비를 나무라며 읊은 문구가 태궁의 경구라니, 이제 겨우 소학을 공부하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비상한 머리를 가진 금왕자입니다. 서당 훈장의 말씀에 의하면, 대학과 중용도 깨우친 것 같다고 하지요. 이럴 때 우리는 신동났다, 혹은 천재가 나왔다고 떡이라도 한 가마해서 동네 잔치라도 벌일 일인데, 동이는 금왕자의 안위가 걱정됩니다. 금왕자의 영특함이 취선당쪽에라도 알려지면, 금을 시기하는 장희빈 측의 공격이 우려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금왕자의 비상한 재주를 키워줄 스승을 구하러 나선 것 같더군요. 예고편을 보니 비밀리에 독선생을 구하러 나섰는데, 잠깐 등장한 농부 맹상훈이 아마도 연잉군의 스승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원래 재주가 많은 사람이 은둔하고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남인이다 서인이다 당파싸움 꼴보기 싫어서 초야에 묻혀 세월을 낚는 강태공처럼 말이지요.
이번회 금왕자가 아버지와 형을 만났는데, 그 만남이 동이와 장희빈, 그리고 숙종과의 첫만남처럼 같은 모습이라는 것이 재미있더군요. 천인아이들을 궁궐에 초대하는 날, 천인동무를 따라 궁궐에 들어간 금왕자가 위기에 처한 것을 세자 윤(윤찬)이 구해 준 장면은, 어린 동이를 군관의 눈을 피해 등뒤로 숨겨준 장희빈의 첫만남과 비슷해 보였지요. 훗날 경종이 될 세자의 몸에 이상이 있다는데, 허우대 멀쩡한 젊은 왕세자가 후사를 못이을 수도 있다니, 장희빈 정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지요. 더구나 궁궐밖에서는 동이가 낳은 금왕자가 무럭무럭 커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머리까지 조선팔도 으뜸 갈 천재라는 사실마저 알려진다면, 장희빈이 하늘에 대고 발악발악 불공평하다고 악을 써댈 것도 같습니다. 입에 담기 민망하지만, "내 아들이 고자라니, 네 아들이 천재라니..."입니다.
야사에 전해지기로는 장희빈이 사약을 받기전에 아들 세자를 한 번만 보게 해달라는 청에 세자를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세자의 중요한 물건을 당겨서 후사를 잇지 못하게 되었다는 설도 있는데, 세자의 이상징후가 언제부터 나타났는지는 모르지만, 야사보다는 일찍 나타난 것 같습니다. 
부르지 못한 이름 내아들 금아, 그리고 동이야
아바마마를 만나 어머니를 용서해 달라고 말하려던 금왕자는 궁궐에서 쫓겨나고, 그 누구도 "나는 왕자다. 아바마마를 봐야 한다" 라는 말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습니다. 처음으로 아바마마가 살고 있다는 궁궐에 들어갔는데, 아바마마를 보지도 못하고 쫓겨나왔으니, 금의 상처가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금은 어머니가 밤마다 긴 한숨으로 아바마마를 그리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물을 건너야 하면 돌다리라도 놓아드리고 싶지만, 어머니가 그리워하는 전하는 높디높은 궁궐 안에 있으니 돌다리도 놓아드리지 못하는 금왕자에요.
높은 궁궐담장이 야속해서 쪼그리고 앉아 훌쩍이는 금왕자에게 누군가 다가옵니다. 암행 나온 숙종이었지요. 대궐 담벼락을 지나칠 때마다 풍산이가 담장을 넘으려고 폴짝거리던 모습이 떠오르는 숙종이지요. 꼬질꼬질한 어린 아이가 길을 잃었는지, 어린 강아지마냥 훌쩍이고 있지요. 길을 잃은 아이같다며 막 상선에게 아이를 데려다 주라고 이르라고 말하려는 찰나, 어라 대놓고 반말을 하는 어린 강아지입니다.
"자넨 누구인가?" 뜨헉... 우째 말이 짧습니다. "보아하니 성품이 훌륭한 자인 듯 하군. 이름이 뭔가? 내 자네의 고마움을 잊지 않으려 그러는 것이네". 허참, 이런 맹랑한 녀석은 머리털 나고 처음 보는 숙종이지요. 놈이라고 하대를 하니, 금왕자 발끈합니다. "내가 감히 누군줄 알고 그런 망발을 하느냐?". 이런 퐝당한 경우를 봤나싶은 숙종, 그래 누군지 들어나 보자고 하지요. 컥!, 왕자랍니다. 행색이 꼬질하지만 주상전하의 피를 이은 왕자라고 말이지요.
그때 멀리서 금이를 부르는 소리에 강아지가 쪼르르 달려가 버립니다. 아니 저게 누구인가? 꿈에도 그리운 풍산이입니다. 풍산이 동이, "정녕 너란 말이냐? 그 아이가 내 아들 금이란 말이더냐?". 이렇게 울며불며 달려갈 듯한 숙종이었지만, 멀리서 눈물만이 그렁그렁 맺힌 채, 사랑하는 동이와 처음 본 아들을 바라보기만 할 수 밖에 없는 숙종입니다. 에효, 무슨 가족이 이러냐고요?
천인 아이들을 따라 궁궐로 들어갔다는 것을 알게 된 동이와 동이 측근들이 하루종일 금왕자를 찾아 혼비백산했지만, 동이는 금을 나무라지 못하지요. 어린 아들이지만 금이 왜 궁궐로 갔는 지를 알고 있었으니까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금쪽같은 아들 금, 영특하고 약한 사람 마음 헤아릴 줄 아는 금을 숙종도 단번에 사랑할 것을 아는 동이입니다. 동이를 내어주기 힘들어, 거짓말쟁이 임금이 되려고 까지 했던 전하의 성정을 알기에, 동이는 금으로 인해 전하의 마음이 아플 것을 지켜보고 싶지 않습니다. 금왕자를 불러들이려 하면, "전하 통촉하여 주십시오"라며, 빗발치는 반대여론과 싸워야 할테니까 말이지요.

리틀 풍산이를 찾아 판관나으리가 되는 숙종
6년만에 처음으로 아들을 만난 숙종은 금왕자와 먼발치에서 본 동이가 아른거려 가슴이 찢어집니다. 6년을 600년처럼 견뎌왔지만, 그리운 동이를 안아보기는 커녕 이름조차 불러보지 못하고, 처음으로 마주한 아들을 아들이라고도 부르지 못했던 숙종입니다. 고사리같은 아들의 손을 잡고도 알아보지 못했던 숙종은 손에 남아있는 아들 금의 기억만을 어루만질 뿐입니다.
이제 숙종은 더이상 참을 수가 없습니다.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자네 이름이 뭔가?" 라던 금왕자의 얼굴이 아른거려서 당장이라도 동이의 사가로 달려가 품에 안아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구설수에 오르기 십상,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신분은닉입니다. 반가운 깨방정 허당 한성부 판관나으리 재등장이십니다!!!
상선영감을 통해 은밀히 금의 모든 행동반경을 조사했을 숙종은, 금을 만날 수 있는 서당 앞에 잠복하고 금왕자를 기다리지요. 그런데 서당의 아이들 행동거지가 수상스럽습니다. 처마 위에 흙을 잔뜩 쌓아두고, 누군가를 기다리지요. 엇, 이런 고얀녀석들, 감히 내 아들 금왕자를 골탕 먹이려고 하다니...금왕자와 의기투합해서 역공격으로 서당아이들에게 흙더미를 쏟아붓고는 냅다 심십육계 줄행랑입니다.
숙종은 날아갈 듯 행복하지요. 아들의 손을 잡고 뛰다니,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아들 손잡고 달리기 대회라도 나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숙종에게는 고질병이 있었지요. 달리기에 약하다는 것 말입니다. 게다가 동이를 만났던 때보다 나이도 더 들었으니, 팔팔한 강아지 금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 숙종입니다. "꽨찮은가? 사내대장부가 어찌 이리 약한가? 양반이라 그런가? 겨우 이정도 뛴 걸 가지고, 쯧쯧...", 어라, 이 말은 동이가 했던 말이잖아요.
"동이야, 정녕 너로구나. 금 네 안에 동이가 있구나". "왕자마마께서도 같은 말씀을 하시는군요, 소신 한성부 판관, 왕자마마께 문후 올립니다". 꺄아악! 금을 만나기 위해 기꺼이 한성부판관 허당나으리가 되어 금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숙종입니다. 저는 무지 신났다지요? 요즘 들어 진지 엄숙 숙종만 보다보니 한성부판관 나이리가 되었든, 깨방정 숙종이 되었든, 숙종의 장난기 가득한 얼굴이 그리웠거든요. 예고편에는 아들과 계곡에서 입수까지 하고, 시원한 물놀이를 즐기시더라고요. 물싸움도 하면서 말이지요. 지켜보는 상선영감의 얼굴에도 드디어 미소가 찾아왔고 말이지요. 
마지막 엔딩에 동이가 눈을 수상스럽게 뜨던데, 숙종을 알아봤는지 모르겠네요. 그냥 잠시동안이라도 동이가 몰랐으면 싶네요. 한성부판관 나으리와 리틀 풍산이의 억만금을 주고도 사지 못할 평범한 부자지간의 추억을 만들게 말이에요.
이번 45회 동이를 보면서 일취월장 한효주의 연기도 좋았고, 아역 금왕자 이형석군의 똘망스런 연기도 좋았어요. 특히 인상깊었던 인물은 숙종 지진희의 얼음땡 연기였는데요. 거침없이 하대를 하는 맹랑한 아이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것에 1차 충격받고 멍한 표정, 뒤이어 이름만 들어도 가슴 찢어지는 사랑하는 동이의 얼굴을 먼발치에서 보는 숙종의 2차 얼음땡 표정은 숙종의 6년간의 고뇌와 그리움을 모두 담아내는 듯한 표정이었어요.
마음은 달려가는데 발을 뗄 수는 없고, 입안에서는 이름이 튀어 나오지만, 차마 부르지 못하고, 지척에 서있는 동이와 아들 금을 보고도 나서지 못하는 마음이 얼음땡의 절절한 표정에 압축되어 있었거든요. 물론 아들 금왕자와 저자의 골목길을 '걸음아 나 살려라'고, 개구장이처럼 달리는 한성부판관 나으리는 지진희표 숙종의 트레이드 마크라 더욱 반가웠고요.
다음회 동이의 사가가 홀라당 타버리던데, 누가 또 불을 싸질렀는지, 동이랑 금왕자에게 별 일 없어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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