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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6.15 '각시탈' 주원의 연기성장 보여준 오열과 통쾌한 폭풍싸대기 (8)
2012.06.15 09:39




만주로 장사를 떠났다, 계집에게 빠져 가솔들을 버리고 가버렸다, 노름에 빠져 전답을 팔아 챙겨 가버렸다 등등 독립운동을 하며 몸을 숨겨야 했던 우국지사들은 욕된 오명도 무릅써야 했습니다. 심지어 죽은 사람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그나마 남아있는 가족들을 지키고, 일제의 감시를 피하는 한 방법이었으니까요.
독립운동가의 집안이 조선인들에게 추앙을 받기만 했을까요?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감시망은 두터워졌고, 이웃조차도 눈에 띄게 가까이 지내는 것을 꺼려했습니다. 불똥이 튀길까 두려워서 였죠. 국내에 남아 연락책이 되기도 하고, 군자금을 전달하기도 하면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도 비참하게 살았던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신분이 들통나서는 안되는 일이기에 말이죠. 각시탈처럼...
강산이 각시탈임을 숨기기 위해 목숨으로 비밀을 지킨 어머니, 그 싸늘한 시신을 안고 오열하는 이강산이 조선 하늘을 울립니다. 바닥이 차다며 죽은 어머니에게 일어나라고, 넋나간 사람마냥 혼잣말을 하며 우는 강산의 눈물에 가슴이 먹먹해 왔습니다.
그런데 연이은 비극으로 눈물이 마를 틈을 주지 않았지요. 형이 각시탈인 줄도 모르고 형의 가슴에 총을 쏴버린 이강토, 그것도 어머니를 죽인 기무라 켄지에게 복수를 하고 있었던 형인데 말입니다. 이토록 슬픈 비극이 있을까 싶습니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 속수무책이었던 자신을 책망하며 분노하며 뛰쳐나간 강산, 강산의 쇠퉁소를 막은 이는 안타깝게도 동생 강토의 총이었습니다. 총을 맞은 강산은 아버지 이선의 호위무사였던 백건의 도움으로 집으로 갈 수 있었지요. 어머니의 시신을 두고 몸을 피할 수 없었던 강산이었기에 말이죠. 강산의 핏자국을 따라 각시탈을 쫓아온 이강토, 믿기지 않은 모습에 경악합니다. 바보천치 형이 각시탈이었다니, 그 형을 자신의 손으로 쐈다니, 악몽입니다. 얼른 깨어나고 싶은 악몽입니다.
"미안하다. 내가 다 해결하고 싶었는데... 너한테 짐주지 않고 내가 다 해결하고 싶었는데...", 꿈이 아니었습니다. 악몽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강토 잘생겼네. 내동생 우리 영이 보고 싶어서 어쩌지...", 그게 형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어릴 적 강토의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는 형, 예전 다정했던 그 모습입니다.
형이 진짜로 죽었나 봅니다. 어머니를 불러도 대답이 없습니다. 형이 죽었나 보다고 소리쳐도 어머니가 나오지 않습니다. 방으로 뛰쳐들어간 강토, 어머니가 고이 잠든 모습을 봅니다. 형이 죽었다는데도 잠만 자고 있는 어머니입니다. 일어나라고 이불을 걷었는데 어머니 저고리에 피가 흥건합니다.
오열하는 주원, 각시탈 형제들 신현준과 주원 정말 이래도 되는 겁니까? 주원의 폭풍오열에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이 남자들 연기를 어쩜 이리도 잘하는지, 두 남자가 해도해도 너무 하네요. 이렇게 심금을 울리는 사실적인 오열연기를 하다니 말입니다.
신현준과 주원의 폭풍오열 공통점은, 무장해제였습니다. 연기가 아니라 스토리의 캐릭터와 일치되어 온몸으로 슬픔을 토해내는 것이었죠. 그 감정폭발은 고스란히 스토리가 되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었고, 가족을 잃은 망연자실함은 카메라 앵글을 넘어 흘러넘치게 합니다. 신현준과 주원의 오열은 강한 화력에 끓어 넘치는 죽처럼, 슬픔이 끓어 넘치는 것을 느끼게 하더군요.
이강산과 이강토의 비극을 정점으로 찍은 비극은 아이러니한 서글픔이었습니다. 어머니와 형을 잃은 강토의 슬픔에, 서글픔으로 마감을 해버리더군요. 각시탈이 뿌려준 돈을 받아 기쁜 시장사람들, 가난한 조선인들에게 각시탈은 희망을 상징하는 구세주였습니다. "각시탈을 위하여"라며 건배를 하는 그 시각, 각시탈 이강산은 숨을 거두고 있었지요. 아무도 모르게 말입니다. 조선인들에게 이름자 하나 남기지 못하고, 각시탈 얼굴없는 영웅, 그 슬픈 운명을 혼자 짊어진채 말입니다.
각시탈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있는 이강토의 집에 불을 질러버린 것은, 그들 나름대로의 감사의 표시였습니다. 왜놈의 앞잡이가 되어 조선인들을 핍박하는 이강토에 대한 복수를 통해, 각시탈에게 응원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 했던 것이지요. 그들이 환호하는 얼굴없는 영웅, 이름없는 애국지사 각시탈이 마당에 누워 숨져있는 것도 모르면서 말입니다. 어머니의 시신과 각시탈 강산이 화염에 휩싸이는 장면은 시대의 비극을 극대화한, 아이러니한 서글픔, 가슴 먹먹한 서글픔이었습니다.
어머니와 형이 불에 타는 것을 울며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강토, 백건을 통해 강산의 모든 것을 듣게 되었지요. 아버지의 원수, 반역의 배신자들을 처단해 왔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아버지의 원수는 개인의 사사로운 원한관계만이 아니기에, 한 집안의 복수 서사극과는 그 궤를 달리합니다. 기무라 켄지에게 복수를 하러 간 강토는 아직은 제2의 각시탈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를 죽인 원수를 죽인 것에 불과했으니까요.

무차별 난타를 하는 강토때문에 환호성을 질렀네요. 기무라 켄지를 북어패듯이 패주는데, 얼마나 통쾌하고 짜릿한지 말입니다. 탈속에서 드러나는 강토의 눈빛은 분노로 이글거렸지요. 강토의 폭풍싸대기를 맞고 일그러지는 기무라 켄지(박주형)를 보니 어찌나 시원한지, 간만에 시원한 활극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에 두 손가락으로 켄지의 목줄기를 따버리는데, 피를 토하는 것을 보고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이 놈 안죽고 살아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릴 것같아서 말이죠.
목단이 종로경찰서에 연행되었다는 소식에 경찰서로 달려온 슌지와 2대 각시탈이 될 강토가 마주치면서, 각시탈의 이야기 2부로 접어들었는데요, 목단을 사이에 둔 강토와 슌지의 연정과 그들의 우정이 어떤 형태로 시대의 비극과 마주하게 될지 궁금해지네요.

1대 각시탈이었던 신현준이 죽음으로 하차를 한 것이 아쉽네요. 바보연기와 각시탈을 오가며 좋은 연기를 보여준 신현준, 강토와의 마지막 대화가 아직도 귀에 맴도네요. "내 동생, 우리 영이 보고 싶어 어쩌지...", 강산은 죽어가면서 강토에게 자신의 뜻을 이어달라거나, 거창하게 나라를 되찾으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동생을 떠나는 형의 마음만 전하고 갔지요. 강토가 위험에 처하지 않게 하기 위해, 하고 있던 일도, 각시탈이라는 정체도 숨겼던 것처럼 말이죠.
강토는 그런 형이 더 원망스럽고 그립습니다. 차라리 대신 마무리를 지어달라는 유언이라도 했더라면, 강토는 싫다고 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형은 아무 짐도 지워주지 않고 가버렸습니다. 형을 쏴버린 자신을 어떻게 용서하라고, 어머니를 죽게 하고 형제를 비극으로 몬 각시탈만을 남겨둔채 말입니다.
어머니를 죽인 켄지를 각시탈을 쓰고 형과 자신의 이름으로 복수했지만, 강토가 형 강산에 이어 각시탈을 쓸 지는 아직 모릅니다. 강토가 각시탈을 써야 하는 이유를 이제는 강토 스스로가 찾아야 합니다. 형과 어머니의 목숨을 앗아간 각시탈, 그것이 힘없는 조선인들에게 어떤 존재인지 일본경찰이 아닌, 조선인의 눈으로 보게 되는 날 말입니다.

주원의 연기가 물만난 고기처럼 살아나고 있어 각시탈의 재미를 한층 살려주고 있는데요, 마준이로 첫인사를 나눈지가 얼마되지 않았는데, 대사의 어색함이나 표정의 강약을 조절하는 연기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생각이 드는 배우입니다. 켄지를 두드려 패줄때, 얼마나 분노가 극에 달했는지 손가락 마디마디가 부들부들 떨리고, 탈 속의 눈이 활활 타오르는 듯 하더군요. 탈을 벗기고 그 표정을 보고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처음 주연에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주연으로서 큰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미안할 정도의 연기력에 놀랐습니다. 배역이 연기를 성장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연기력이 배역을 살리는 경우도 있지요. 각시탈은 워낙 매력적인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일본경찰 이강토는 비열하고 잔인할 정도의 차가움을 동시에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입니다. 신현준이 각시탈과 바보로 1인2역을 했다면, 주원은 각시탈과 왜놈앞잡이 순사로 1인2역을 하는 캐릭터인데, 액션신이나 목단과의 감정선, 그리고 일본경찰로서의 냉혈한 모습까지 흠잡을 수 없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서, 이강토라는 캐릭터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드라마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주원이 혼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 드라마 속에서도 보인다는 점입니다. 열심히 찍는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죠. 캐릭터에 몰입하고 열심히 한다는 것은 연기자에게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자세입니다. 형의 정체와 죽음 앞에 망연자실 충격에 빠지는 모습이나 어머니의 죽음 앞에 오열하는 모습은, 그 캐릭터가 되지 않고서는 그런 격정적인 감정을 폭발하기가 힘들죠. 마치 어미잃은 짐승의 울부짖음을 보는 듯했습니다.
지난회 신현준이 어머니를 부둥켜 안고 오열하는 장면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데, 주원의 오열도 그러하더군요. 연기를 하는 배우의 표정이 아니라, 극도의 슬픔 앞에 사람에게서 나오는 원초적인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듯한 느낌말입니다. 드라마 한 신에서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연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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