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에 해당되는 글 22건

  1. 2010.03.20 '하이킥' 지훈-세경을 죽인 이유, 감독의 지독한 짝사랑 (48)
  2. 2010.03.19 '하이킥' 세경-준혁 벚꽃키스, 슬픔과 희망의 교차로 (18)
  3. 2010.03.17 '하이킥' 세경을 흔든 준혁의 슬픈 고백, "누나 좋아해요" (19)
  4. 2010.03.16 '하이킥' 세경-신애, 몰상식한 꾸질이 자매 만들어야 했나? (43)
  5. 2010.03.10 '하이킥' 정음의 결별선언, 해피엔딩 or 새드엔딩? (45)
2010.03.20 06:21




지붕뚫고 하이킥 마지막회를 보면서 허탈감, 분노, 어이없음, 황당함, 김병욱 피디다운 결말 등등의 말은 솔직히 떠오르지 않았다. 분명 김병욱 피디는 깜짝 반전을 내놓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일런지도 모른다. 궁금했던 것은 얼마나 끔찍하고 충격적인 결말을 내놓을까 였다. 그간 올린 지붕뚫고 하이킥 관련 리뷰글은 김병욱 피디의 머리 속을 헤집어 보는 것보다는, 개인적인 바람이나 드라마를 통해 보여주는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려고 했기 때문에, 간간이 떠오르는 드라마의 비극적 혹은 충격적 결말을 예측해 보기도 했었는데, 그런 예측을 글로 올리기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얼마나 공감해줄 지가 의문이었다고 할까?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부터 내가 예측한 것들을 총대매고 올려나 볼걸 하는 아쉬움마저 든다. 아마 올렸더라면 무수한 댓글테러를 당했겠지만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붕뚫고 하이킥 종영 일주일전부터 결말을 극비리에 진행한다는 기사를 보고 세경, 준혁, 지훈, 정음 네 사람의 죽음에 대한 가능성을 두고 특히 지훈의 죽음은 내 마음속에서는 기정사실화 시키고 있었다. 125회 정음의 교통사고를 보는 순간, 한 번 교통사고를 당한 정음이는 살겠구나 싶었다. 그렇다고 고3 준혁이를 죽인다는 것은 더더욱 잔인하기에 죽을 인물은 세경과 지훈이로 압축되었다. 둘다 죽일까, 한사람은 살려서 고통과 그리움을 곱씹게 할까?
그래도 세경은 살릴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적어도 세경의 성장기를 보여주겠다는 기획의도의 작품에서 주인공을 죽임으로써 성장을 멈추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였을 것이다. 어이없이 세경까지 죽여버린 것은 감독의 욕심이었는지, 고단한 세경을 편히 쉬게 해주려는 세경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병적인 애정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김피디는 영리했다. 둘 다 죽여버렸으니 말이다. 종영을 앞두고 세경과 지훈을 연결시키기에는 개연성있는 밑그림이 부족했다. 정음에게 지훈의 사랑을 과도하게 줘 버렸기 때문이다. 결국은 감독이 의도한 결말을 위해 지훈이 드라마에서 세경을 택탰다고 했을 경우 쏟아질 화살을 대신 총대를 매고 받아냈다. 세경, 지훈 그 누구에게도 비난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참으로 명언이구나 싶다.

이제보니 벚꽃이 흩날리는 곳에서 동화처럼 슬프고 아름다운 이별키스를 허락해 준 것은 준혁에 대한 배려와 세경의 죽음을 위한 장치였다. 남는 준혁이에게는 적어도 하나의 첫사랑의 추억은 곱게 남겨줘야 했기 때문이었을 터. 또한 정음과 준혁이 3년 후 만나 조금 있으면 윤중로에 벚꽃이 한창이겠다는 말로 준혁과 정음의 기억을 3년전 교통 사고로 지훈과 세경이 죽은 날로 거슬러 가기 위한 장치였던 것이다.
감독은 적어도 내가 보기에 지훈이라는 캐릭터에는 애정이 없었다. 거의 한번도 지훈이 시각에서 본 에피를 그리지 않았다는 것에서도 드러나지만, 지훈의 감정을 끝까지 함구하게 만들었다는 것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글 <이지훈 캐릭터 한방에 무너질 수도 있다>에서 밝혔지만 지훈이는 끝내 삼각관계의 중심축에 있었으면서도 한번도 주인공이 돼 보지 못했으니 가장 불쌍한 캐릭터였고, 세경과 정음을 위한 허우대 멀쩡하고 좋은 조건을 가진 병풍훈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캐릭터가 되고야 말았다. 
세경과의 동반 죽음길에서 까지 눈물로 세경이에 대한 모든 마음을 함축해서 담았으니 알아서들 상상하라고 마지막까지 지훈이의 입은 봉해 버렸다. 세경에 대한 사랑을 자각하는 것을 극대화시키고자 했다? 이렇게 간교하게 언어의 유희로 시청자의 감정을 우롱해도 돼나 싶을 정도로 억지, 또 억지스러운 지훈의 감정이었다. 정음을 애타게 찾으며 대전을 내려가게 하지를 말든지, 그 전날 세경없는 주방을 보면서 세경에 대한 감정을 깨닫게 하던지, 세경이 없는 주방을 말없이 보다가, 다시 나가 병원 구석에 쳐박혀 잠을 자게 하지를 말든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김피디의 사랑관이다. 현실에서의 이뤄지기 힘든 사랑을 죽음으로 이어주겠다는 감독의 감상주의만을 처절하게 깨닫게 했으니, 참으로 뛰어난 감독이고 김병욱 답다라는 훈장 하나 다시 달게 되었다. 지붕뚫고 하이킥은 김병욱 감독의 성공작이고, 시청자들에게는 패배였다. 세경의 행복한 순간에서 멈춤해 버림으로써 감독은 지독한 세경사랑과 지훈에 대한 애정없음을 순간 정지 장면으로 음악도 빗소리조차 깔지 않고 보여 주었다. 지세라인 지정라인의 시청자 반응에 시청자의 손에 놀아 주는 척하다 '권력은 작품을 만드는 감독에게 있소이다' 라는 강한 한방...

세경의 행복을 빌었던 나는 그 행복이 죽어야 이뤄지는 행복인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고, 지훈의 자각(?여전히 이해 안감)이 마지막 한국을 떠나는 세경의 고백에서 이뤄졌다는 것에서도 공감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제 갓 20살 넘은 세경을 사랑 하나 부여잡고 가버리게 하는 감독의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세경에게서 또 다른 사랑과 미래에 대한 기회들을 주는 것에 감독은 왜 그렇게 인색했을까? 지훈이라는 남자는 둔해도 이렇게 둔한 남자였나? 그 둔한 남자가 정음을 사랑했다는 것조차 믿기지 않고, 카메오로 지훈의 첫사랑으로 나왔던 이나영을 사랑했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아는 남자인가 싶기조차 하니... 
이지훈은 세경이 만들어내 환상적인 이상형이었고, 결론은 모든 것이 세경의 머리 속 상상에서 나온 공상인물은 아니었을까? 어느 날 식모로 들어 간 집에서 본 남자에게 필이 꽂혀 죽도록 혼자 좋아하다가가 이민 가는날 짝사랑한 주인집 아들을 생각하며 동반죽음을 상상하는 소녀적인 상상은 아니었을까? 이런 젠장같은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모든 에피소드는 가사도우미로 온 세경이라는 인물의 상상스토리는 아니었을까? 마치 파리의 연인에서 소설을 썼던 가사도우미 김정은처럼 말이다. 결론은 부질없음이었다. 
지붕뚫고 하이킥 마지막회에서 내가 유심히 본 것은 세경과 지훈의 죽음도, 해리와 신애의 이별도, 준혁의 그렁그렁한 눈물도 아니었다. 지훈이 달러를 넣어 두었던 책 한권이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사랑은 이제 더 이상, 처음에 겁을 먹고 느꼈던 것 처럼 동물적인 어두운 충동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또한 더 이상 내가 베아트리체의 영상에다 바친 것 같은 경건하게 정신화된 숭배감정도 아니었다. 사랑은 그 둘 다였다. 둘 다이며 또 훨씬 그 이상이었다. 사랑은 천사상이며 사탄이고, 남자와 여자가 하나였고, 인간과 동물, 지고의 선이자 극단적 악이었다. 이 양극단을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운명으로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것을 맛보는 것이 나의 운명으로 보였다. 나는 운명을 동경했고, 운명을 두려워했지만, 운명은 늘 거기있었다. 늘 내 위에 있었다.

우리가 보는 사물들은 우리들 마음 속에 있는 것과 똑같은 사물들이지. 우리가 우리들 마음 속에 가지고 있지 않은 현실이란 없어.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토록 비현실적으로 사는 거지. 그들은 바깥에 있는 물상들만 현실로 생각해서 마음 속에 있는 그들 자신의 세계가 전혀 발언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야. 그러면서 행복할 수는 있겠지. 그러나 한 번 다른 것을 알면, 그때부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길을 가겠다는 선택이란 없어져 버리지. 싱클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길은 쉬워. 우리들의 길은 어렵고. 우리 함께 가보세.

별들 중의 하나가 환한 음으로 똑바로 나를 향해 씽 날아왔다. 나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별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수천 개의 불꽃으로 쪼개져서 나를 획 끌어올렸다가 다시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천둥같은 소리를 내며 내 머리 위에서 세계가 무너졌다.
지붕뚫고 하이킥 마지막 방송을 보고 난 후, 그 어떤 인터넷 기사도 방송 리뷰글도 읽지를 못하고, 다행히 한국에서 올 때 가져왔던 데미안을 꺼내 들었다. 감독의 머리 속을 헤집어 보고 싶었다. 몇시간 붙들고 낑낑대며 읽다가 찾아낸 글귀들이 감독의 생각이 맞을까 싶지만 그냥 옮겨보고 싶었다(위).

사랑이 정녕 운명으로 결정되는 것이었을까? 그 운명을 깨닫기 위해 지훈은 죽음과 함께 알에서 깨어 나왔고, 세경은 자신의 행복한 순간에서 정지되고 싶었던 것일까? 세경의 성장은 어디서 완성되었을까? 지독한 사랑,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가는 마음까지 돌려 버리는 짝사랑의 승리자? 그동안 응원했던 세경에 대한 애정이 차갑게 식어가는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여하튼 세경의 지독한 짝사랑은 끔찍했고, 무신경한 뽀대남 지훈은 죽기 직전 득도했다.
마지막 드는 생각은 세경의 사랑은 어떤 색깔이었나 하는 것이다. 짝사랑, 지고지순한 사랑, 운명적인 사랑??? 다 아니었다. 세경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어떻게든 세경의 사랑을 이뤄주고자 했던, 감독의 세경에 대한 지독하고 집요하고 이기적인 짝사랑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세경에게는 지훈 외의 어떤 다른 사랑도, 미래에 대한 기회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감독의 애정...
"그동안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신에 "사랑 아니면 죽음을 달라"를 자막으로 내 보내도 근사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붕뚫고 하이킥은 세경이라는 캐릭터를 너무도 사랑한, 그리고 죽음의 미학에 심취한 김병욱 감독만의 '성공작'이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추천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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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0 06:21




지붕뚫고 하이킥 마지막회를 보면서 허탈감, 분노, 어이없음, 황당함, 김병욱 피디다운 결말 등등의 말은 솔직히 떠오르지 않았다. 분명 김병욱 피디는 깜짝 반전을 내놓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일런지도 모른다. 궁금했던 것은 얼마나 끔찍하고 충격적인 결말을 내놓을까 였다. 그간 올린 지붕뚫고 하이킥 관련 리뷰글은 김병욱 피디의 머리 속을 헤집어 보는 것보다는, 개인적인 바람이나 드라마를 통해 보여주는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려고 했기 때문에, 간간이 떠오르는 드라마의 비극적 혹은 충격적 결말을 예측해 보기도 했었는데, 그런 예측을 글로 올리기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얼마나 공감해줄 지가 의문이었다고 할까?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부터 내가 예측한 것들을 총대매고 올려나 볼걸 하는 아쉬움마저 든다. 아마 올렸더라면 무수한 댓글테러를 당했겠지만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붕뚫고 하이킥 종영 일주일전부터 결말을 극비리에 진행한다는 기사를 보고 세경, 준혁, 지훈, 정음 네 사람의 죽음에 대한 가능성을 두고 특히 지훈의 죽음은 내 마음속에서는 기정사실화 시키고 있었다. 125회 정음의 교통사고를 보는 순간, 한 번 교통사고를 당한 정음이는 살겠구나 싶었다. 그렇다고 고3 준혁이를 죽인다는 것은 더더욱 잔인하기에 죽을 인물은 세경과 지훈이로 압축되었다. 둘다 죽일까, 한사람은 살려서 고통과 그리움을 곱씹게 할까?
그래도 세경은 살릴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적어도 세경의 성장기를 보여주겠다는 기획의도의 작품에서 주인공을 죽임으로써 성장을 멈추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였을 것이다. 어이없이 세경까지 죽여버린 것은 감독의 욕심이었는지, 고단한 세경을 편히 쉬게 해주려는 세경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병적인 애정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김피디는 영리했다. 둘 다 죽여버렸으니 말이다. 종영을 앞두고 세경과 지훈을 연결시키기에는 개연성있는 밑그림이 부족했다. 정음에게 지훈의 사랑을 과도하게 줘 버렸기 때문이다. 결국은 감독이 의도한 결말을 위해 지훈이 드라마에서 세경을 택탰다고 했을 경우 쏟아질 화살을 대신 총대를 매고 받아냈다. 세경, 지훈 그 누구에게도 비난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참으로 명언이구나 싶다.

이제보니 벚꽃이 흩날리는 곳에서 동화처럼 슬프고 아름다운 이별키스를 허락해 준 것은 준혁에 대한 배려와 세경의 죽음을 위한 장치였다. 남는 준혁이에게는 적어도 하나의 첫사랑의 추억은 곱게 남겨줘야 했기 때문이었을 터. 또한 정음과 준혁이 3년 후 만나 조금 있으면 윤중로에 벚꽃이 한창이겠다는 말로 준혁과 정음의 기억을 3년전 교통 사고로 지훈과 세경이 죽은 날로 거슬러 가기 위한 장치였던 것이다.
감독은 적어도 내가 보기에 지훈이라는 캐릭터에는 애정이 없었다. 거의 한번도 지훈이 시각에서 본 에피를 그리지 않았다는 것에서도 드러나지만, 지훈의 감정을 끝까지 함구하게 만들었다는 것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글 <이지훈 캐릭터 한방에 무너질 수도 있다>에서 밝혔지만 지훈이는 끝내 삼각관계의 중심축에 있었으면서도 한번도 주인공이 돼 보지 못했으니 가장 불쌍한 캐릭터였고, 세경과 정음을 위한 허우대 멀쩡하고 좋은 조건을 가진 병풍훈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캐릭터가 되고야 말았다. 
세경과의 동반 죽음길에서 까지 눈물로 세경이에 대한 모든 마음을 함축해서 담았으니 알아서들 상상하라고 마지막까지 지훈이의 입은 봉해 버렸다. 세경에 대한 사랑을 자각하는 것을 극대화시키고자 했다? 이렇게 간교하게 언어의 유희로 시청자의 감정을 우롱해도 돼나 싶을 정도로 억지, 또 억지스러운 지훈의 감정이었다. 정음을 애타게 찾으며 대전을 내려가게 하지를 말든지, 그 전날 세경없는 주방을 보면서 세경에 대한 감정을 깨닫게 하던지, 세경이 없는 주방을 말없이 보다가, 다시 나가 병원 구석에 쳐박혀 잠을 자게 하지를 말든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김피디의 사랑관이다. 현실에서의 이뤄지기 힘든 사랑을 죽음으로 이어주겠다는 감독의 감상주의만을 처절하게 깨닫게 했으니, 참으로 뛰어난 감독이고 김병욱 답다라는 훈장 하나 다시 달게 되었다. 지붕뚫고 하이킥은 김병욱 감독의 성공작이고, 시청자들에게는 패배였다. 세경의 행복한 순간에서 멈춤해 버림으로써 감독은 지독한 세경사랑과 지훈에 대한 애정없음을 순간 정지 장면으로 음악도 빗소리조차 깔지 않고 보여 주었다. 지세라인 지정라인의 시청자 반응에 시청자의 손에 놀아 주는 척하다 '권력은 작품을 만드는 감독에게 있소이다' 라는 강한 한방...

세경의 행복을 빌었던 나는 그 행복이 죽어야 이뤄지는 행복인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고, 지훈의 자각(?여전히 이해 안감)이 마지막 한국을 떠나는 세경의 고백에서 이뤄졌다는 것에서도 공감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제 갓 20살 넘은 세경을 사랑 하나 부여잡고 가버리게 하는 감독의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세경에게서 또 다른 사랑과 미래에 대한 기회들을 주는 것에 감독은 왜 그렇게 인색했을까? 지훈이라는 남자는 둔해도 이렇게 둔한 남자였나? 그 둔한 남자가 정음을 사랑했다는 것조차 믿기지 않고, 카메오로 지훈의 첫사랑으로 나왔던 이나영을 사랑했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아는 남자인가 싶기조차 하니... 
이지훈은 세경이 만들어내 환상적인 이상형이었고, 결론은 모든 것이 세경의 머리 속 상상에서 나온 공상인물은 아니었을까? 어느 날 식모로 들어 간 집에서 본 남자에게 필이 꽂혀 죽도록 혼자 좋아하다가가 이민 가는날 짝사랑한 주인집 아들을 생각하며 동반죽음을 상상하는 소녀적인 상상은 아니었을까? 이런 젠장같은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모든 에피소드는 가사도우미로 온 세경이라는 인물의 상상스토리는 아니었을까? 마치 파리의 연인에서 소설을 썼던 가사도우미 김정은처럼 말이다. 결론은 부질없음이었다. 
지붕뚫고 하이킥 마지막회에서 내가 유심히 본 것은 세경과 지훈의 죽음도, 해리와 신애의 이별도, 준혁의 그렁그렁한 눈물도 아니었다. 지훈이 달러를 넣어 두었던 책 한권이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사랑은 이제 더 이상, 처음에 겁을 먹고 느꼈던 것 처럼 동물적인 어두운 충동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또한 더 이상 내가 베아트리체의 영상에다 바친 것 같은 경건하게 정신화된 숭배감정도 아니었다. 사랑은 그 둘 다였다. 둘 다이며 또 훨씬 그 이상이었다. 사랑은 천사상이며 사탄이고, 남자와 여자가 하나였고, 인간과 동물, 지고의 선이자 극단적 악이었다. 이 양극단을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운명으로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것을 맛보는 것이 나의 운명으로 보였다. 나는 운명을 동경했고, 운명을 두려워했지만, 운명은 늘 거기있었다. 늘 내 위에 있었다.

우리가 보는 사물들은 우리들 마음 속에 있는 것과 똑같은 사물들이지. 우리가 우리들 마음 속에 가지고 있지 않은 현실이란 없어.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토록 비현실적으로 사는 거지. 그들은 바깥에 있는 물상들만 현실로 생각해서 마음 속에 있는 그들 자신의 세계가 전혀 발언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야. 그러면서 행복할 수는 있겠지. 그러나 한 번 다른 것을 알면, 그때부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길을 가겠다는 선택이란 없어져 버리지. 싱클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길은 쉬워. 우리들의 길은 어렵고. 우리 함께 가보세.

별들 중의 하나가 환한 음으로 똑바로 나를 향해 씽 날아왔다. 나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별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수천 개의 불꽃으로 쪼개져서 나를 획 끌어올렸다가 다시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천둥같은 소리를 내며 내 머리 위에서 세계가 무너졌다.
지붕뚫고 하이킥 마지막 방송을 보고 난 후, 그 어떤 인터넷 기사도 방송 리뷰글도 읽지를 못하고, 다행히 한국에서 올 때 가져왔던 데미안을 꺼내 들었다. 감독의 머리 속을 헤집어 보고 싶었다. 몇시간 붙들고 낑낑대며 읽다가 찾아낸 글귀들이 감독의 생각이 맞을까 싶지만 그냥 옮겨보고 싶었다(위).

사랑이 정녕 운명으로 결정되는 것이었을까? 그 운명을 깨닫기 위해 지훈은 죽음과 함께 알에서 깨어 나왔고, 세경은 자신의 행복한 순간에서 정지되고 싶었던 것일까? 세경의 성장은 어디서 완성되었을까? 지독한 사랑,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가는 마음까지 돌려 버리는 짝사랑의 승리자? 그동안 응원했던 세경에 대한 애정이 차갑게 식어가는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여하튼 세경의 지독한 짝사랑은 끔찍했고, 무신경한 뽀대남 지훈은 죽기 직전 득도했다.
마지막 드는 생각은 세경의 사랑은 어떤 색깔이었나 하는 것이다. 짝사랑, 지고지순한 사랑, 운명적인 사랑??? 다 아니었다. 세경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어떻게든 세경의 사랑을 이뤄주고자 했던, 감독의 세경에 대한 지독하고 집요하고 이기적인 짝사랑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세경에게는 지훈 외의 어떤 다른 사랑도, 미래에 대한 기회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감독의 애정...
"그동안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신에 "사랑 아니면 죽음을 달라"를 자막으로 내 보내도 근사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붕뚫고 하이킥은 세경이라는 캐릭터를 너무도 사랑한, 그리고 죽음의 미학에 심취한 김병욱 감독만의 '성공작'이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추천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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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9 06:40




이제 하루 남았습니다. 지붕뚫고 하이킥과 웃고 울며 긴 시간을 함께 했는데 종영을 두고 서운한 마음이 크네요. 결말을 앞두고 제작진이 여러가지로 고민이 많겠지만, 이번 125회 에피소드를 보니 현재는 우울하지만 미래의 해피엔딩을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음과 지훈의 관계도 화해를 위한 복선을 깔았고, 세경이와 준혁이를 위해서는 벚꽃아래 아름다운 키스신으로, 이별 속에서도 희망을 남겨둔 것 같습니다.

지훈은 정음을 잡을 수 있을까 
정음의 집이 부도가 났다는 사실과 정음이 왜 결별을 선언했는지 알게 된 지훈이 정음을 잡는 모습을 보니 지훈이 정음을 다시는 놓지 않으려 할 것 같더군요. 길거리에서 정음이 소주광고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 지훈은 정음을 찾아가 왜 거짓말을 했느냐고 물었지요. 자신있고 당당하고 황정음답게의 정음씨는 어디갔느냐고요. 지훈을 볼 준비가 되지 않았던 정음이 소주모형을 입은채로 도망가다가 자동차에 부딪치고 병원으로 갔는데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어요.
호출을 받은 지훈에게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정음은 "티끌처럼 작은 뭔가라도 제 힘으로 이루고 지훈씨 앞에 당당하고 서고 싶어요" 라는 쪽지를 써두고 병원을 나가 대전으로 떠나 버렸지요. 아마 지훈이 정음을 찾으러 대전까지 내려갈 것 같은 생각도 들어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당당하다는 것이 꼭 그 사람의 조건에 맞는 자격을 갖추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음이 지훈과 견주면서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늘 자신의 컴플렉스라고 생각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서로 맞는 조건이라는 게 사실 어디 있어요? 그런 것은 마담뚜나 조건보고 소개팅해서 결혼하는 사람들이 찾는 조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적어도 정음과 지훈은 그런 식으로 만난 사이는 아니었지요. 조건보다는 엉뚱한 매력들에 이끌렸고, 물과 불처럼 어울리지 않을 앙숙처럼 보였지만 어느 새 마음에 들어와 버린 그런 사랑이었어요. 
정음은 지레 겁을 내고 있는 것 같아요. 지훈이라는 남자가 가진 외적 조건때문에 늘 자신이 모자라다고 생각했던 거지요. 하지만 정음에게는 지훈이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있어요. 밝고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 만나면 5초안에 사람을 웃게 만드는 것은 지훈이에게는 없는 장점이에요. 지훈이 정음을 놓치면 아까울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지훈이 같은 성격에는 철딱서니 없는 정음이 같은 성격이 의사라는 피곤한 직업의 지훈에게는 천생연분이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지요.
마지막회를 남기고 지훈이와 정음이 어떤 결말을 낼지 모르겠지만, 남녀사이가 조건보다는 성격이 맞아야 행복하다는 것을 두사람에게서 확인했으면 싶네요. 서울대 출신의 모든 의사들이 그에 걸맞는 조건의 여자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주위에서도 보게 되거든요. 아무튼 가장 궁금해지는 결말입니다.

준혁-세경, 아름답고 슬픈 첫사랑 언제나 그 자리에…
종영을 하루 앞두고 지붕뚫고 하이킥은 또 다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말았어요. 사실 해리가 신애와 헤어지는 장면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무거운데, 세경과 준혁의 캠퍼스 데이트와 윤중로에서의 키스신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어요.

이민 갈 준비를 하는 세경은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누나 좋아하니까 가지마라며 울던 준혁이 가슴에 돌처럼 얹혀 옵니다, 늘 힘이 들때마다 도와주고, 말없이 지켜봐주던 준혁이의 마음을 세경도 몰랐던 것은 아니었어요. 준혁은 준혁대로 세경을 보기가 힘이 듭니다. 겨우 마음먹고 고백했는데, 누나가 자기를 봐 줄 때까지 언제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세경은 머나 먼 나라로 이민을 간다고 합니다. 세경을 보기 힘들어서, 아니 세경을 볼때마다 세경이 떠난다는 사실을 떠올려야 하는게 힘들어서 준혁은 집에 들어가지도 못할 정도에요. 세경 누나 이번에 가면 언제 다시 볼지도 모르는데, 가고 나서 울지 말고 가기전에 잘해주라는 세호의 말도 들리지 않습니다. 
은행 가는 길에 준혁이를 만난 세경은 갈때까지 못보게 되더라도 잘지내라며 늘 고마웠다고 작별인사를 합니다. "공부 열심히 하고 무엇보다 건강한게 용꼬리 용용인것 알죠?" 용꼬리용용은 준혁과 세경 둘만의 약속이에요. 중요하니 잊지말자라는.
은행에서 볼일을 보고 나오는 세경을 기다고 있던 준혁은 오늘 나랑 있어달라며 세경이와 함께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합니다. 준혁이는 세경이와 나란히 대학에 입학해서 캠퍼스도 거닐고, 강의도 함께 듣고, 시험기간에는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공부도 하고 싶었다고 하지요. 준혁이 마음 속에 그렸던 캠퍼스 커플이었지요. 준혁이가 세경과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하기 위해 어느 대학 캠퍼스로 데리고 갔어요. 커플이 되어 동아리 회원 모집하는 것도 기웃 거려보고, 강의실로 허겁지겁 손잡고 뛰어가는 흉내도 내보고, 하루라는 짧은 시간 캠퍼스커플이 되어 추억을 만들어 봅니다.
그리고 준혁은 언젠과 세경과 함께 오고 싶었다던 윤중로에 가지요. 눈처럼 예쁘게 날리는 벚꽃을 세경누나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벚꽃이 피기 전에 세경 누나는 떠나야 합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하루 캠퍼스 커플이 되었던 그 학교 꼭 들어가서 자기같은 사람말고 진짜 예쁘고 근사한 여학생이랑 켐퍼스 커플되서 손잡고 뛰라는 말에 준혁은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이별, 준혁은 절대로 안 그럴거라고 아픈 다짐을 해보지요. 준혁의 손을 잡고 고마웠다며 말하는 세경이나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이별에 아픈 준혁, 말 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에요. 
준혁이 세경을 향해 눈물의 첫키스를 하였지요. 세경도 준혁의 키스를 받아주었어요. 두 사람 모두에게 첫키스였을텐데,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던 이별키스가 돼버리고 말았어요. 첫키스가 이별키스라는 게 너무 잔인합니다. 4월이면 만개할 벚꽃이 상상처럼 흩날리고 두 사람은 그렇게 슬픈 이별식을 했어요.
이별이 슬픈 것은 그 사람을 더 이상 볼 수 없기 때문이겠지요. 이것이 세경과의 영원한 이별이 될 지 훗날을 기약하는 약속이 될지는 인생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모르는 일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준혁의 마음에서 세경에게 고마웠고, 또한 세경의 마음에서 준혁이 고마웠어요. 준혁에게 세경은 첫사랑이었고, 어쩌면 늘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사랑일지도 몰라요. 그런 준혁에게 세경은 준혁이 바라는 여자친구가 돼 주었고 준혁의 마음을 받아 주었어요. 세경은 준혁이를 통해 바라보기만 했던 아픈 사랑 대신에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해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사랑이 아픈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것 같아요.
한회를 남겨두고 하이킥의 결말이 세경이 이민을 가는 장면으로 끝내 버릴지 시간이 흐른 후의 에피소드까지 다룰지는 모르겠지만, 세경과 준혁에게 슬픔 속에서도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어서 제작진이 고마웠어요. 준혁과 세경은 앞으로도 윤중로 벚꽃 아래 가장 아름다운 커플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누구나 첫사랑은 평생 가슴에 간직하고 두고 두고 꺼내보게 되듯, 세경과 준혁이의 첫사랑도, 그리고 슬픈이별도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첫사랑 모습과 닮아있는 것 같아요. 이루어졌든 이루지 못했든,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처음마신 커피처럼 쓰기도 했던,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첫사랑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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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7 06:09




이제 고등학교 3학년, 첫사랑의 설레임에 사랑하는 그녀의 눈빛만 봐도 얼굴이 붉어지고, 그녀의 미소만 봐도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 풋풋하고 순수한 나이 준혁. 제가 지붕뚫고 하이킥 종영을 앞두고 가장 궁금해 하고 가슴 졸이며 보고 있는 인물이라면 바로 그 가슴터져 버릴 것 같은 첫사랑, 그것도 짝사랑을 하고 있는 준혁이에요. 세경이 이민을 간다는 사실을 준혁이 어떻게 감당할까 걱정도 되고, 무엇보다 너무 순수하고 맑아서 첫사랑의 상처가 오래도록 준혁의 어린 마음을 헤집을까 봐서 마음이 아파서 말이에요. 세경이 지훈을 짝사랑할 때 역시, 이제 막 세상을 알아가는 세경이가 현실이라는 차가운 잣대에 희망보다는 절망에 깊은 상처를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짝사랑을 일찍 털어내 주었으면 하고 바랬어요. 더구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지훈이었으니까요.
세경의 이민소식은 하이킥 시청자들을 놀래키기도 했지만, 가장 놀란 사람이라면 준혁이겠지요. 지훈은 몰래 본 세경의 편지를 통해 이미 알았고, 뒤늦게 세경의 마음을 알고 "가지마라" 며 알 듯 모를 듯 뜨뜨미지근하게 붙잡아보려 했지만, 세경의 마음은 흔들림이 없었어요. 세경도 지훈이 진지하게 가지마라고 했던 말이 문득문득 떠오르지만, 아빠를 따라 먼 남태평양 어느 나라로 떠나야 하는 것은 세경 혼자서만 결정을 내릴 수는 없는 문제지요. 아빠와 함께 살 생각에 부풀어 있는 신애도 있고, 무엇보다 두 딸과 함께 살고 싶어할 아빠의 마음도 중요하니까요. 그런데 드디어 누구보다 충격이 클 준혁이도 세경이 이민을 가려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시험이 얼마남지 않은 세경을 위해 준혁은 그동안 공부했던 중요한 부분만 모아 준혁만의 노트를 만들어서 세경에게 전해 줍니다. 이름하여 "용꼬리 용용" 준혁표 정리노트에요. 2탄도 곧 만들어 주겠다는 말에 세경도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준혁이 공부할 것도 많을텐데 세경이에게 신경써주는 준혁의 마음이 고맙고, 준혁이 자신에게 특별한 감정이 있다는 것을 세경도 모르지는 않을 거예요. 그런 준혁학생에게 이민을 가야한다는 말을 해야하는 세경이 마음도 심란합니다. 
 아빠와 만날 생각에 부풀어 있는 신애가 해리네 가족들에게 언제 알릴 거냐고 묻지요. 세경은 식구들에게 얘기하기 전에 먼저 얘기할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준혁에게는 먼저 알려주고 싶어 했지요.
준혁이 모의고사가 끝나는 날 세경은 하루만 놀아달라고 준혁에게 놀이동산을 가자고 합니다. 준혁과 추억도 만들고, 준혁에게 이민간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지요. 놀이동산에 가자는 세경의 말에 준혁은 말도 버벅댈 정도로 기쁘고 놀랍기만 합니다.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준혁이 놀이동산에 가기 어려워서 그러는 줄 아는 세경이 "안되냐" 고 묻자, "돼요. 꼭 돼요" 라는 준혁의 대답이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이미 세경의 이민을 알고 있기때문에 "꼭 된다"는 준혁의 대답이 어찌나 안쓰러워지던지요. 세경과 놀이동산에 간다는 것이 너무 기쁜 준혁은 해리에게 뽀뽀를 하며, "사랑한다 내동생" 이라면 훙분을 감추지 못할 정도에요. 세상을 다 얻은 것마냥 즐거워 하는 준혁이는 이미 지붕을 뚫고 하늘까지 날아올라 간 심정이었겠지요. 세호는 고백할 타이밍이라며 세경에게 무조건 고백하라고 하고요.
욕실에서 고백하는 연습까지 하는 준혁, "누나 좋아해요(부끄럽게)" "누나, 제가 누나 좋아하는 것 아세요?(개구지게)" "누나 사랑합니다(귀엽게)" "세경아 좋아한다. 좋아한다구(터프하게)". 에고, 이 설레이는 어린 청춘의 마음을 어찌 봐야 하는지, 거울을 보며 고백연습을 하는 준혁이 사랑스러운데, 이 풋풋하고 순수한 준혁이의 사랑을 어찌해야 할지, 준혁이 받을 충격때문에 마음만 아파지고, 세경을 가지말라고 자꾸 붙들어지고 싶어요. 제가 세경을 책임질 수도 없는데 말이지요. 
놀이공원에 간 세경과 준혁의 즐거운 데이트, 동물모자도 씌워주고 사진도 찍고 깍꿍 숨바꼭질 놀이도 하고, 세경도 준혁도 마음에 돌덩이같은 고백숙제가 있지만, 봄볕 한아름 안은 작은 연인들의 모습이 참 예쁩니다. 세경은 준혁과의 마지막 추억을 만들려고 애써 즐겁게 웃는데, 마음은 무겁습니다. 준혁이에게 이민을 간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지요. 세경과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준혁은 싫어하는 바이킹을 타고 멀미까지 하지요. 세경 누나가 해보고 싶은 것은 토가 나올지라도 참고 하려는 준혁이에요.
준혁이 바이킹을 타고 멀미가 나서 힘들어 하자 세경이 제일 무서운 것을 타자는데 회전목마였어요. 어렸을 때 놀이동산이나 대공원가면 가장 타보고 싶은 것이 바로 이 회전목마였던 것 같아요. 세경이도 어려서부터 회전목마를 타고 싶었다며, 말타기 시합하자며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습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목마를 타고 자신을 향해 웃는 세경을 보며 준혁은 오늘은 꼭 고백하겠다며 마음을 다져봅니다. 준혁은 준혁대로 세경에게 고백할 타이밍만 찾고 있는데, 여전히 입이 떨어지지가 않지요.
그리고 정말 힘든 시간이 와버렸습니다. 세경이 먼저 말을 했지요. "아빠를 따라 이민 걸거에요. 다음 주에 가요"
준혁은 둔중한 물체에 얻어 맞는 듯 말도 못하고, 하늘은 빙빙 돌고 땅이 꺼진 듯, 발을 대딛어도 허공을 향해 내딛는 듯 합니다. 좋아한다고 고백할려고 했는데, 누나가 이민을 간다고 하니 준혁의 마음은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듯 멍해져 버립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주먹을 움켜쥐고 말없이 앉아있는 준혁, 애써 눈물을 참아보지만 준혁의 슬픈 눈을 세경도 착잡한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묵묵히 집을 행해 걷던 준혁은 발걸음을 멈추고 말지요. 놀이동산에서 오면서 청천벽력같았던 세경 누나의 말을 들은 순간부터 준혁의 마음에는 오직 한가지 밖에 없었을 거예요. "누나가 이민을 간단다. 누나와 헤어져야 한다" 는 받아들이기 힘든, 아니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겠지요.
준혁은 세경을 뒤에서 안고 뒤늦은 고백을 합니다. "가지마요. 나 누나 좋아해요. 그니까 가지마요" 
준혁의 고백을 듣는 순간 제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감정은 뭐래요? 세경이 놀란 것보다 제가 더 가슴이 두근거려서 애절하게 눈물을 흘리는 준혁의 고백에 저도 마음이 무겁고 아파오네요. 세경이 아빠를 따라 이민을 가야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순간은 준혁이 말대로 가지말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해 지더라고요. 준혁이 일찍 고백했든, 세경이 준혁의 마음을 일찍 알아챘든 세경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겠지만, 좋아한다고 고백하려는 날, 이민을 가겠다고 통보하는 세경이와 준혁이의 엇갈린 고백타이밍에 인생도 사랑도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또 절감하게 되네요.
저는 준혁이와 세경이의 러브라인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해 왔어요. 지금은 이렇게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연인처럼 순수한 사랑을 그대로 간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켜보고 있어요. 준혁이 마음이 변하지 않고, 세경이 준혁을 바라봐 줄 때까지 천천히 기다리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세경을 위해 설거지도 하고, 세호를 불러 로봇청소기로 둔갑시키고, 늘 알게 모르게 세경의 편이 되어주었던 준혁이가 나이는 어리지만, 바라보게만 하고 힘들게 했던 지훈보다는 세경을 웃게 해줘서 참 좋았어요. 준혁과 세경을 보며 비록 드라마지만 동화속 예쁜 작은연인들의 모습같아 흐뭇해진 적도 많았고요.
준혁이 고등학생이고 아직은 책임감있는 성인이 아니라는 현실의 벽앞에서 준혁이 얼른얼른 자라서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막상 이렇게 준혁이 마음에 큰 충격이 오게 되니, 세경이 지훈삼촌을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보다 마음이 아파옵니다.

두 남자, 지훈이와 준혁이 세경을 가지마라고 했는데, 저는 지훈보다는 준혁의 가지마라는 말이 더 남자다웠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훈은 가지마라며 세경이 검정고시를 계속하고 세경이 미래를 준비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로 세경을 붙잡으려 했지요. 지훈이가 세경을 좋아했는지 아니었는지 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동생처럼 아껴주었다는 것에 더 무게를 싣고 싶어요. 만약 지훈이 세경이를 뒤늦게 좋아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말로 세경을 붙잡으려 했다면, 아마 지훈이에게 크게 실망했을 거예요. 정음에 대한 지훈의 마음은 진심이었거든요.
준혁이는 세경에게 가지마라는 이유를 확실하게 보여줬어요. 좋아하니까 헤어지기 싫다고. 안타까운 타이밍에 고백한 준혁의 마음이었지만, 세경도 준혁의 고백에 흔들릴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준혁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을 세경이도 아니고요. 이민을 가고 안가고의 흔들림이 아니라, 지훈에 대한 마음을 덜어낸 자리에 준혁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시간이 많이 흐르고 세경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을때, 준혁이가 여전히 세경을 좋아하고 있을지, 첫사랑을 간직하고 있을지 역시 미지수지만, 오래도록 편지나 이메일로 두 사람 연락하고 지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게 되네요.

어떻게 하이킥 결말이 날지 모르겠지만, 몇 년후 세경이 한국으로 대학에 편입하고, 그 사이 준혁은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생이 되어 세경과 캠퍼스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상상도 해보고, 아빠가 한국에서 일하게 되어 이민이 취소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고, 아니면 더 오랜 시간이 흘러 세경이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되어 한국에 돌아와 우연히 준혁이 일하는 회사에서 재회한다든지 하는 상상도 해보고, 정말 별 상상을 다해보게 하네요. 하이킥 애정라인은 끝까지 이렇게 애간장을 태우게 하니 철통보안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그 결말이 궁금합니다.
그동안 묵묵히 세경을 바라보고 있던 준혁을 보며 저는 사랑이 나이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부족한 실력이지만 좋아하는 누나의 공부를 위해 과외선생님이 돼주고, 늘 자신의 마음보다는 세경의 입장에서 바라 본 준혁이가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사랑을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준혁이가 커서 어른이 되면 세경이를 진심으로 위해 주겠구나 하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준혁이가 세경이와의 이별을 통해 어른이 되는 성장통을 겪겠지만, 준혁이와 세경이가 탄 회전목마처럼 어느 날 지구 한바퀴를 돌아 같은 자리에서 다시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준혁이가 세경이에게 벚꽃피면 윤중로에 벚꽃놀이 가자고 했는데, 이 다음에 준혁이 세경이가 몸도 마음도 어른이 되어 벚꽃길을 거닐며, 진짜 데이트를 하는 모습을 봤으면 싶기도 하고요. 준혁이는 앞으로도 오래동안 같은 자리에서 세경이를 기다리며 사랑할 것 같습니다.
아직은 누구를 책임질 수 없는 나이, 좋아한다는 고백마저 너무나 절박하고 슬프게 해야 했던 준혁이, 너무 순수해서 계속 지켜보고 싶었던 짝사랑이기에 "누나 좋아하니까 가지마요" 라며 붙잡는 준혁이의 슬픈고백에 가슴이 더 아려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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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6 07:06




지붕뚫고 하이킥이 종영을 며칠 앞두고 그동안 얽힌 관계의 정리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122회 에피소드는 자옥샘과 현경의 불편한 관계를 훈훈한 모녀관계로, 자옥샘을 진정 가족으로, 그리고 현경이 엄마로 받아들이는 에피소드가 방송되었지요. 또한 세경이가 지훈에 대한 미련을 세경의 의지로 정리하는 모습도 보여 주었습니다. 세경의 마음을 뒤늦게 알아 챈 지훈이 "가지마라" 며 세경을 흔들기도 했지만, 세경은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자신을 탓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식으로 세경의 마음을 확실하게 보여 주었지요. 세경은 아빠와 함께 신애랑 셋이 함께 사는 것으로 마음을 잡았고, 세경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일 것입니다.
지훈이 그렇게 울며 찾았던 빨간 목도리를 다시 찾았는데 "왜 그렇게 덤덤하게 받았느냐" 고 물었지요. 세경은 "겨울이 다 가서" 라는 말로 지훈이에게 향했던 마음이 끝났음을 확인시켜 주었어요. 지훈의 빨간목도리는 세경에게 닥친 시련과 함께 했던 물건이었어요. 힘든 시기 세경에게 한자락 위안을 주었고, 가슴을 설레게 했던 첫사랑의 열병과도 같았지요. 세경에게 겨울이 끝났다는 것은 아빠와 신애 그렇게 가족이 함께 모여 살 수 있게 된 희망과 동시에 짝사랑으로 아팠던 시간이 끝났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어요.
지훈에게 당당하게 이별을 고하는 세경의 모습이 더 이상 혼자 가슴 아파하는 약한 세경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세경이 몇뼘은 자란 것 같아 기분이 좋더군요. 마음 같아서는 자신의 마음을 이제서야 알아 봐 준 지훈을 좀더 근사하게 뻥 차버리기를 바라기도 했지만, 그런 모습은 세경이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정음이 같은 성격이었다면 아마 마음에 없는 독설이라도 퍼부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지요.
종영을 앞두고 무엇보다 훈훈한 모습은 현경과 자옥샘이 진심으로 엄마와 딸이 되었다는 것이에요. 해리의 스파이더맨 놀이때문에 빚어진 일이었지만, 해리가 베란다에서 떨어졌다는 말에 신발조차 제대로 신지 않고, 양말만 신은 채 병원까지 온 자옥의 모습을 보고, 현경은 자옥샘을 진심으로 해리의 할머니, 자신의 엄마로 받아들이지요. 하이킥의 우울한 결말들이 나도는 가운데 순재옹과 자옥샘의 노년의 행복만은 지켜주길 바랐는데 제작진이 좋은 결말로 이끌어 줘서 고마울 정도입니다.
종영을 앞두고 하이킥의 캐릭터들의 변화에 대해 설왕설래 말이 많지만, 저는 세경과 신애의 꿋꿋한 성장기는 드라마 기획의도대로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요. 짝사랑의 슬픔을 털어내고 밝아진 세경의 모습은 예전의 청승세경보다는 훨씬 보기 좋으니까요. 세경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요. 분수에 어긋난 사치와 철딱서니 없었던 정음도 많이 변했어요. 하이킥에서 세경도 정음도 해리도 꾸준히 변하는 에피들을 지속적으로 보여 줬어요.
세경이 얼마남지 않은 검정고시를 준비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으로 밝고 건강하고 씩씩하게 성장해 가주길 바라는 마음이 대부분 시청자가 세경에게 보내는 응원이었어요. 세경은 그렇게 변해왔고 성장했어요. 이민이라는 새로운 변수 앞에서도 세경은 당당했고, 강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지훈이 가지마라며 세경에게 검정고시 계속 준비해서 너의 미래를 위한 시간을 보상받으라는 말에 세경도 충분히 흔들릴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세경은 자신의 결정이 훗날 후회될 결정이라 해도 누구의 탓도 아닌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임을 분명히 했지요.
준혁의 마음에 대해서도 세경은 상처주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과외하자며 이층에서 내려오다 미끄러져 넘어진 준혁이 끝까지 폼생폼사로 아무렇지 않은 듯 하려하는 모습이 세경도 싫지는 않았을 거예요. 준혁의 마음을 알면서 어떤식으로 세경이 준혁에게 이별을 고하게 될지, 아니면 훗날을 기약할 지는 모르겠지만, 삼촌과 과외할 거냐는 말에 세경은 준혁학생과 공부하는게 더 재미있다며 용꼬리 용용, 허벌나게 쉽다는 준혁의 말을 인용하면서 준혁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지요. 준혁이 삼촌에게 자격지심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세경이도 다 알고 있겠지요. 세경이 이민을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저로서는 감수성 예민한 준혁이 걱정되지만, 준혁도 세경도 이별과 새로운 만남의 반복 속에서 클 것이고, 또 앞으로도 성장해 갈 거라고 생각해요. 이별은 새로운 만남을 위한 준비라고도 하잖아요.

정음 역시 마찬가지에요. 취직하려고 다단계 판매회사에 들어가서 엎드려 뻗처하며 벌서던 일, 그 이후 정음이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학원에 등록하고 나름 열공하는 모습, 정음 집이 갑작스럽게 망했다는 설정은 과장적이었지만, 사치와 허영을 버리고 철들어가는 모습은 정음 집이 망해서 갑작스럽게 변한 것만은 아니었지요. 물론 큰 충격이긴 했지만 그 전부터 정음은 조금씩 변해 왔거든요.
해리도 순식간에 착한 해리로 변한 것은 아니었어요. 물론 해리는 착한 해리까지는 아직은 안됐지요. 하루아침메 바뀔 수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해리는 신애의 생일에 저금통을 들고 나가 케익을 사오기도 했고, 뜨거운 코코아를 쏟은 실수때문에 저금통을 들고 세경에게 병원에 가라며 미안함을 보여주기도 했지요. 생활모습에서도 예전보다 신애와 조금씩 가까워진 모습을 보여왔어요. 초창기에만 해도 해리는 신애가 쇼파에 앉아 TV를 보는 것도 못하게 했을 정도였는데, 요즘은 나란히 앉아 TV를 보거든요.
또한 해리가 신애와 세경을 보는 표정도 예전의 '미워 죽겠다' 표정만은 아니에요. 해리가 변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요. 어린 아이들의 표정은 가장 직설적으로 나타내는 감정표현이잖아요. 해리가 신애의 이민 소식에 가장 슬퍼하고 충격을 받을 것 같은데, 아마 해리도 신애의 부재에서 오는 허전함에서 친구의 소중함을 알게 될 거라 생각해요. 신애와의 이별이 해리에게 큰 성장통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나름대로 하이킥 속의 주인공들은 성장해 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번 회 세경이와 신애의 마지막 서울나들이를 보면서 갑자기 세경과 신애의 캐릭터를 해리의 말대로 꾸질꾸질 자매로 바꿔야 했는지 조금 섭섭하더군요. 세경과 신애는 이민수속을 밟으며 남은 돈으로 서울나들이를 계획하지요. 그런데 사진값무터 여권발급비용, 뷔페비용, 남산 케이블카, 한강유람선 승선비 등등 모두 예산했던 비용과는 차질을 빚었지요. 
뷔페에 가서 초등학생 신애를 7살 어린아이라고 속이고 들어가, 어른 두세배 음식을 배터지게 먹으며 좋아하는 모습까지는 시트콤 속의 재미라고 봤습니다. 그런데 남산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서 공짜로 탈 수 있는 방법으로 신애를 47개월 어린아이가 되게 하지 않나, 한강유람선을 타기 위해서 세경이 신애를 업고 36개월 미만의 애기로 만들고, 혀를 짧게 "째짤(세살)" 하고 연습을 시키는 장면에서는 세경이와 신애가 구질해 보여서 그저 웃기에는 화가 나더군요.
언제 한국에 오게 될 지 모르는 신애를 위해서 동생의 소원을 들어 주는 것까지는 언니로서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좋은 마음으로 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세경이는 그동안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속이지 않고, 그야말로 심지 굳고 착한 세경이었어요. 반듯했고, 너무 고지식해서 거짓말도 못하는...그런데 뷔페에서 싸게 음식을 먹기 위해, 케이블카를 공짜로 타기 위해 어린 동생 신애와 벌인 연극은 그렇게까지 속이면서 해야 했나 싶더군요. 그동안 보여 주었던 강직하고 정직한 세경이와는 다른 모습이어서 급 속상해졌습니다.
지훈이가 주는 핸드폰도 공짜로 받기 싫어서 목도리를 떠 주고, 핸드폰 요금까지 다 정산하려 했던 세경이었는데, 순식간에 눈 하나 깜짝않고 거짓말을 하고, 신애에게 혀짧은 소리를 하라고 하고, 무릎을 구부려서 키를 작게 보이게 하라는 세경이를 보니 꾸질해 보여서 아쉬웠어요.
옷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저녁에는 편의점 알바를 하는 소녀가장 황정음의 반듯한 모습에 반해, 막판에 세경이를 몰염치한 아이로 변질 시켜가는 이유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이왕 이민갈 생각이라면 들고 있는 적금이라도 깨서 다음에 거짓말 하지않고 당당하게 서울나들이를 하자고 했으면, 훨씬 세경 신애 자매다웠을텐데, 덩치가 또래보다 큰 초등학생 신애를 세살배기 아이로 둔갑까지 시켜서 한강유람선을 꼭 태워야 했나요? 동생을 위한 세경이의 시트콤적인 망가짐도 좋지만, 종영을 두고 아무리 가난한 세경이라지만 이렇게 비상식적으로 꾸질하게 만들지 말았으면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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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0 07:01




지붕뚫고 하이킥이 결말을 향한 준비작업에 들어 갔습니다. 남겨진 숙제 세경, 정음, 준혁, 지훈 네사람의 애정라인 정리작업이 시작되면서 침체되었던 분위기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 결말이 어떻게 될지 마지막까지 달려가봐야 알겠지만, 저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회 교장선생님의 부적 저주 효험을 톡톡히 본 저주의 결혼식은 다행스럽게 잘 마무리되었나 봅니다. 물론 순재옹의 회사도 부도위기는 넘겨서 한시름 놓았어요. 부도로 나이들어 길바닥에 나앉게 될까 조마조마하기도 했고, 충격으로 순재옹 건강에 이상이 올까도 사실 걱정이 많이 됐거든요. 순재옹이 다시 결혼식을 올리자는 말에도 자옥샘이 회사일에 더 신경쓰라고 하는 말을 들으니 자옥샘도 마냥 공주놀이만 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정말로 성북동 순재옹네 한가족이 된 듯하고 말이지요.
이번회에서는 드디어 지붕뚫고 하이킥의 가장 큰 뇌관 하나인 정음과 지훈의 문제가 터졌습니다. 곧 이어 준혁이의 세경에 대한 마음도 터질 것같고요. 정음이 지훈에게 "그만 만나자"는 폭탄선언을 해 버렸고, 정음과 지훈의 관계를 드디어 현경이 알아 버렸지요. 보석의 일시적인 해리기억상실증이 치료되었는지 과거 보석이 목격했던 것들까지 기억이 난 모양입니다. 현경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불보듯 뻔하지만 저는 현경의 반대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아마 이를 계기로 현경이 정음과 오히려 화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네요. 정음의 결별선언으로 지정리인이 어떻게 될지 감독님의 전작들에 비추어 비극을 점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저는 결론적으로 해피엔딩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취직자리를 구하러 돌아다니지만 정음에게 좋은 소식은 없습니다. 집까지 부도가 나고 정음이 심정이 말이 아니에요. 다행히 지훈이 전화해 줘서 위로도 받지만, 정음은 지금 지훈과의 연애보다도 취직해서 돈을 버는 일이 한시가 급합니다. 잠깐 짬을 내서 만난 지훈은 정음의 초췌해진 얼굴을 보고 병원으로 데려가 링거주사를 맞춰줍니다. 지훈도 말은 안하지만 정음이 초조함으로 속이 타들어 간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을 겁니다. 정음네 집이 부도가 났다는 것은 모르고 있지만요.
병원에서 돌아 오는 길에 정음은 편의점에서 알바를 구한다는 광고지를 보고 편의점에서 일을 하지요. 지훈과 함께 갔던 레스토랑에서도 서빙직원을 뽑는다는 광고지를 보고 레스토랑에서도 일자리를 구했어요. 낮에는 레스토랑에서 밤에는 새벽까지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느라 정음은 하루 세시간 밖에 잠도 자지 못하고 있어요. 그동안 힘든 일을 하지 않았던 정음은 피로가 누적되어 걸을 힘조차 없어 보일 정도에요. 지훈의 전화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고요. 지훈의 차에서 영화를 보다가 잠이 들어버릴 정도로 피곤한 정음이에요. 
정음의 사정을 알고 있는 인나는 정음이 걱정이 됩니다. 의사선생한테 왜 힘든 사정 얘기하지 않느냐고 자존심때문이냐고 묻지요. 자존심 아니라며 정음이 인나에게 속내를 털어 놓는데 울컥했어요. "지금 내 처지에 그 사람이랑 더 발전할 수도 없는데, 내 처지때문에 그 사람이 괜히 구질구질한 책임감만 느낄까봐 싫다" 면서요. 정음은 집안 형편에 한가하게 연애나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훈에게 자꾸 기대고 싶고, 달달하게 사랑만 하고 싶은 자신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지요. 사랑에 깊이 빠졌다가 끝나버리면 어떻게 될까 정음은 너무 두려워 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지훈이라는 남자의 달콤함이 싫지 않고, 그 사랑이 편안해서 자꾸 기대고 싶어서 정음은 두려워 하고 있는 거예요. 그 사랑이 연기처럼 어느 날 사라져 버릴까봐. 언젠가 세경이에게도 털어놓았지요. "그 사람 가고 나면 난 뭘까? 싶어서 꿀꿀하다"며 눈물을 떨구던 정음 모습이 다시 생각나더라고요. 
미래애 대한 불확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내세울 것 없는 자신의 처지 등이 불안한 오늘을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같아 보여서 안쓰러워 집니다. 저도 그런 열병을 앓았던 시절이 있었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던 젊은 시절 또한 겪었기에 정음의 심정이 십분 이해되더군요.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하던 중 지훈과 의사동료들이 들어오는 것을 정음이 보게 됩니다. 어쩔 줄 몰라 테이블 밑으로 숨어 보지만 손님들이 소란스러워지고, 정음은 도망가려다 테이블보를 잡고 넘어지는 바람에 얼굴에 케익을 뒤집어 쓰고 도망나와 버렸어요. 길거리 쇼윈도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우는 정음을 보니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얼마나 애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을까요? 더구나 의시동료들까지 다 보는 데서 레스토랑에서 서빙하는 자신의 모습을 지훈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겠지요. 동료의사들도 다 알고 있는 사이인데 말이지요. 저는 얼핏 지훈이도 테이블밑으로 숨고 도망나간 종업원이 정음이었음을 눈치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인나에게 속내를 털어 놓고, 레스토랑에서 있었던 일들로 고민하던 정음이 지훈에게 만나자며 힘겹게 전화를 했지요. 그 결정이 쉽지 않았던 듯 통화 버튼을 누르는 정음의 손이 가느랗게 떨리는 것을 보아 폭탄발언이 나올 것 같았는데 정음이 지훈에게 "우리 이제 그만 만나요" 라고 선언을 해 버렸어요. 드디어 하이킥의 애정라인 뇌관 하나가 뻥 터졌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음을 통해서 뇌관을 터뜨렸다는 데서 지훈과 정음 커플의 해피엔딩을 예상했습니다. 성인 두 사람의 애정문제를 현경이 반대하는 것보다는 당사자들에게서 터져나와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주변적인 반대로 사랑이 더 단단해 진다는 것보다는 둘만의 갈등을 보여주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지훈이 정음에 대한 갈등은 없는 편이지요. 지훈이야 꿀릴 것이 없는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고, 지훈과 정음의 애정라인의 갈등 핵심은 정음에게 있거든요. 정음의 열등감과 지훈이의 사랑에 대해 자신감이 없다는 것이 두 사람의 가장 큰 갈등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정음의 철없는 행동들과 낭비벽 등은 지훈도 알고 있고, 또한 크게 문제를 삼지도 않았지요. 우회적으로 농담식으로 돌려말하는 식으로 지훈은 정음을 감정적으로 건드리지는 않았어요. 콩꺼풀이 씌워진 탓도 있겠지만, 지훈의 성격상 크게 문제삼지 않아 보이기도 했고요.
이 커플의 가장 큰 문제는 정음에게 내재된 불안감과 열등감이에요. 저는 정음의 불안감과 열등감을 지훈이 보듬어 줄 거라고 생각해요. 지훈은 아마 정음이 자신이 힘들었을 때, 정음이 그 추운 날 치어리더 복장으로 힘내라며 응원해 줬던 일을 잊지 못할 거예요. 물론 정음과 지훈이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것은 정도도, 종류도 다르지만 중요한 것은 그 시간에 곁에서 함께 있어 줬다는 것일 거예요. 무엇보다 지훈이 사랑하는 여자를 놓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음은 지금 홀로서기를 하고 싶어서 지훈에게 결별선언을 했을 거예요. 지훈이를 사랑하고 있지만, 사랑에 기댔다가 혹시라도 무너질까봐 두려워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정음이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있어요. 홀로서기를 할 때도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주면 잡을 필요도 있다는 것을요. 그 손은 자신을 약하게 하는 손이 아니라 더 강하게 이끌 손이라는 것을 아직은 모르고 있어요.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랑에 기대어 약해지기도 하겠지만, 정음은 늘 정음이 말했듯이 강철같은 정음이잖아요. 구질구질하게 책임감 가질까봐 지훈에게 정음의 집안얘기도 안할 만큼 정음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구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아마 그런 정음의 성격때문에 결별을 선언했겠지만, 정음도 알 것 같습니다. 지훈이 곁에 없는 것 보다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음에게 가장 힘이 된다는 것을요. 힘들때 기댈 어깨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 힘이 되는지 아직 정음이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마 지훈이 정음에게 깨닫게 해주지 않을까 싶어요. "정음씨, 힘내세요. 지훈이가 있잖아요!" 라며 플랜카드라도 걸고 응원해 주지 않을까 싶네요. 응원단장복 입은 지훈의 모습이라면 더 재미있을 것 같고요.  
어떻게 두 사람의 애정라인이 정리될지 모르겠지만 저는 해피엔딩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정음이 홀로서기 위해 지훈에게 이별을 선언했지만 정음도 알게 될 것 같아요. 정음이 더 견디기 힘들고 아플거라는 것을요. 그리고 지훈이 힘들어 하는 것을 정음이 더 못 볼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이 아파하는 것만큼 힘든 것도 없으니까요. 
정음이 연애란 인생의 잠시만을 위한 것 뿐이라고 했지만, 살아보니 인생의 순간에 불꽃처럼 타오른 사랑이라고 할지라도, 그 사랑에 타서 재가 되더라도 멈추지 못하는 것이 사랑이 아닌가 싶어요. 정음이와 지훈이의 사랑이 지금 딱 그런 모습으로 보이거든요. 
상대방에 대한 확신, 즉 믿음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고, 서로 기대고 싶어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해피엔딩이냐 새드엔딩이냐를 결정짓겠지요. 지훈이 힘들어할 때 정음이 어깨를 내어 주었듯이, 지훈이 더 강하게 정음을 지켜줬으면 좋겠네요. 지훈이 선물한 구두가 정음을 좋은 곳으로 이끌어주는 희망적인 의미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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