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7.24 '황금의 제국' 김미숙-박근형, 소름돋았던 마지막 인사 (7)
  2. 2013.07.23 '황금의 제국' 박근형의 십자가, 아들 최성재에 대한 진심 (6)
2013.07.24 12:07




황금의 제국을 보다가 자주 딴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어린 시절, 작은 방 아랫목에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동치미와 고구마를 먹던 겨울 어느날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가장 걱정없이 행복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고구마 한 번 배터지게 먹어보자고 맨주먹으로 일어났던 최동성 최동진 형제, 그들은 고구마를 배터지게 먹을 수 있었을까... 물질적으로는 누구보다 풍요로운 그들이지만, 온가족이 고구마를 먹으며 아무 걱정없이 웃을 수 있는 정신적 포만감은 결국 누리지 못한 듯 합니다.

 

고구마 더 먹겠다고 할퀴고 싸우고 반목하고 아우성들인 집안 식구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황금의 속성이 그런 것이겠죠. 열을 가지면 백을 가지고 싶고, 백을 가지면 천을 가지고 싶고... 끝없는 인간의 욕망, 결국 무엇때문에 황금을 얻고 싶어했는지 잊어버리고 황금을 쌓고 지키기에만 몰두하게 만듭니다. 도둑이 들지도 모르니 때로는 방망이를 먼저 들어 쳐내야 하고, 조금 허름하다 싶으면 남의 집 곳간도 쉽게 털어버리게 만들죠. 

한성제철을 인수하려는 최서윤, 한성제철을 최종 부도 처리하고 쉽게 인수하려 했던 최서윤은 뜻밖에 밥숟가락을 얹은 최민재와 장태주의 반격을 받게 됩니다. 최민재와 장태주가 실질적 공동주인이기도 한 성진건설은 성진제철을 세울 계획으로 한성제철로부터 제철기술을 37억 공사대금 대신 김사장을 협박해 입수했는데, 최서윤의 한마디는 날벼락이었죠. 성진제철 공사를 중단시키는 대신 한성제철을 부도처리하고 인수하겠다는 최서윤이었으니 말이죠.

최서윤의 결정에 장태주는 속전속결, 고민할 필요도 없이 한성제철을 민재랑 함께 먹자고 제안하죠. 최민재와 장태하의 갑작스런 반격에 최서윤은 초강수로 맞섭니다. 외환보유고를 다 투입해서 한성제철의 외환대출금을 10억달라를 상환하고, 6천억 인수금을 1조까지 배팅해서라도 인수를 성사시키고 말겠다고 물러서지 않았죠.   

이에 맞서는 장태주, 최민재의 적토마 장태주(글쎄 끝까지 그의 적토마가 될 수 있을지는 잘모르겠지만) 역시 'all or nothing', 물러섬없는 질주로 격돌이 예상됩니다. 웅얼거리는 고수의 영어, 안쓰느니 못하다는 느낌, 고수의 연기에 그동안 불만이 없었는데 황금의 제국에서는 뭐랄까 입에 달라붙지 않은 감정없는 대사전달력과 매치되지 않은 표정연기는 뭐라 할말이... 서류를 보는데도 종이만 보고 있고, 서류에 쓰인 글자는 안보고 외운 대사처리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종종 들더이다. 어딘지 붕떠있는 느낌, 연기를 아주 못하지도 않은데 그렇다고 잘하지도 않고, 어정쩡 애매한 연기는 고수와 이요원이 막상막하인듯;;

 

아버지의 30년 소원, 마지막 가는 길에 한성제철을 성진제철 간판으로 바꾸는 것을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최서윤의 효심(?), 감동을 받아야 하는데 왜 이렇게 무덤덤하게만 느껴지는지 모르겠군요. 최동성의 손으로 용광로를 세우고 기둥을 세웠던 것이기에 최동성에게는 각별한 회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켜내지 못하고 넘겼던 것도 최동성인데, 성진제철을 인수했던 김사장을 날로 먹은 것으로 생각하는 아전인수격의 해석, 성진그룹도 지금의 42개 계열사를 거느리면서 그렇게 인수했던 기업들이 어디 한 둘이었을까 싶은데, 제 주머니 털린 것만 아깝지 남 주머니 턴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그네들의 사고방식에 역시 제 가슴은 열리지 않는군요.  

 

한성제철 인수와 관련해서 두 사람에게 몰아칠 바람은 우리를 공포속에 밀어넣었던 IMF 사태와 맞물려, 예상하지 못할 방향으로 흘러가겠죠. 수백만의 직장인들이 하루 아침에 길거리로 나앉고, 중소기업의 부도가 속출하고, 은행과 증권회사들이 문을 닫는 초유의 사태까지 겪었던 끔찍한 악몽의 시작점1997년.

한성제철 인수과정은 황금의 제국이 말하고자 하는 전체적 흐름에 매우 중요한 사건입니다. 6천억 싯가 한성제철을 1조원까지 투입해 인수하려고 죽기살기로 배팅하는 그들, 한성제철을 인수하고 정상화 시키면 몇곱절의 회사가 될 수 있기에 하는 배팅이겠죠.

그런데 말이죠, 이런 미친 투자의 이면에는 미친 기업경영이 따른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투자한 만큼 원금을 회수해야 해야 하는게 오너의 생각이죠. 회사를 안정화시킨다는 명목으로 노동자들에게는 값싼 댓가를 주고, 막대한 이득을 챙겨가는 그들의 기업논리, 4천억 웃돈이 더 들어갔으니 단시간에 그 돈을 빼야 하는 것이 기업주입니다. 하다못해 시설 투자를 하면 그만큼 들어간 원금을 회수하기 위해 물건값을 올린다든지 임금동결로 투자액을 메꾸는 그들이죠. 기업의 손익계산을 보면, 참 이기적입니다. 이만큼의 최소 수익을 얻어야 한다는 것은 정해져 있고, 그에 맞춰 임금이 되었든 물건값이 되었든 이익을 챙기죠. 그래서 누가 한성제철을 인수하든 둘 다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IMF 경제위기로 주가는 바닥을 치게 될 것이고, 둘 중 무리한 투자로 인수한 하나는 그야말로 피똥을 싸야 겠지만 말이죠. 그래서는 안되는데도 갑자기 고소해지는 이 이상스러운 심뽀는 뭔지... 드라마 보면서 이렇게 주인공들에게 시니컬해지는 것도 처음인지라 저도 당황중입니다;;

아마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큰 이유인듯 합니다. 그다지 매력없는 고수와 이요원의 캐릭터에게도 시큰둥하게 만들고, 그나마 최민재 역의 손현주와 최동성 역의 박근형, 그리고 두 개의 혀를 가진 두 얼굴의 독사 김미숙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보고 있는 중... 

호랑이는 쓰러졌고. 27년 복수의 칼을 갈아온 독사는 그 틈을 타 호랑이의 뒷꿈치를 물려는 순간입니다. 병들어 지친 호랑이의 공포에 사로잡힌 표정, 노장 박근형의 연기는 눈빛만으로도 호랑이의 마지막 순간을 표현하는군요.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목소리만으로도 호랑이를 겁먹게 하며 드러내는 독사의 정체, 김미숙의 섬뜩한 위협은 간이 쪼르라들게 무섭습니다.  

사랑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최동성과 최성재를 통해 보는 것은 황금의 제국의 주인이 누가 될 것인지, 황금의 제국을 지켜내든지 말든지 보다 흥미롭군요. 실감나지 않은 기업간의 혈투와도 같은 전쟁보다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부자의 27년 정에 더 끌리는 것을 보면, 역시 인간은 머리보다는 가슴이 먼저 움직이는 동물인가 봅니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말을 결국 서윤에게 해 준 것도, 성진그룹을 쥐어주겠다는 어머니의 머리보다는 여섯살때 그네를 만들어준 누나의 마음이 성재를 움직였기 때문이겠죠. 황금의 제국, 그 피튀기는 싸움 한복판에 성재라는 인물을 배치해둔 작가의 의도, 남녀간의 사랑 묘사는 투박한 박경수 작가지만, 깊은 인간애는 누구보다 섬세하고 진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최동성과 최성재의 독대씬, 최동성은 성재가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우는 성재의 손을 꼭잡았지요(지난 글에서 큰 딸 정윤의 대사를 듣다 가족들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나 봅니다). 이빨도, 발톱도 다 빠져버린 늙고 병든 호랑이, 그 손은 성재를 울리고 말았지요. 그리고 어머니의 계획까지 말하며 성진과 누나 서윤을 걱정하는 최성재였지요.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으로 그의 왕국을 세웠던 최동성이지만, 그의 집은 야망과 질투로 얼룩진 차가운 왕국이었습니다. 아내 한정희와 자신의 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식으로 거둔 최성재, 그에게는 하늘이 준 축복과도 같은 선물은 포장지만 선물이었습니다. 그 안에는 칼을 든 독사가 웅크리고 앉아있었음을 죽어가면서 알게 되는 최동성, 27년 그의 참회와도 같았던 사랑이 덧없어 안쓰럽더군요.

 

사흘정도 밖에 버티지 못할 거라는 의사의 말에, 성진시멘트 전환사채를 사두지 않은 것부터 후회를 하는 한정희(김미숙), 일년만이라도 석달만이라도 저 인간이 살아있어야 되는데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에 발을 동동구르는 한정희,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무섭고 소름끼칩니다. 아무리 남편을 잃은 원한이 깊었어도, 27년을 부부로 살아온 최동성에게 인간으로서 아무런 연민도 느끼지 못하는 한정희의 피가 빨간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말입니다.

"성재야, 내가 저 세상 가서 네 아버지 만나면 많이 혼날거야. 생일에, 기일에, 우리 성재 아버지한테 편하게 다니라고 산길도 포장하고, 묘소 근처도 단장하고... 애비 손에 묻은 피가 많아. 그것 닦는 심정으로 널 키웠어. 성재야, 잘 자라줘서 정말 고맙구나". 

그런 두 얼굴의 아내였는지도 모르고, 성재가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지금껏 비밀로 간직하고 있었던 최동성, 모든 것을 가지고 누렸던 그였겠지만 가장 불쌍한 사람이더군요. "네 엄마는 모르게 해, 애비없이 너를 어찌 키우나 겁나서 그랬을 거야. 내가 알까 얼마나 마음 졸였을까...".

아버지의 사랑, 그 진심은 성재의 입을 열게 만들었죠. 어머니의 두얼굴에 대한..." 아버지 죄송합니다. 엄마 말리려고 했는데, 엄마한테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나 성진그룹 회장직같은 거 관심없는데... 아버지랑 누나랑, 그냥 지금처럼만 살고 싶은데 어떡해요, 엄마 어떡하죠? 서윤이 누나 어떡하죠?".

 

까맣게 몰랐습니다. 27년을 묵묵히 자신의 곁을 지켜준 선물, 그 두얼굴을... 눈만 껌뻑거리며 성진그룹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떠는 늙은 호랑이, 서윤이를 애타게 찾아도 서윤이는 오지 않습니다. 가벼운 감기라고 가족들 병문안도 막아버린 한정희, "서윤이 안와요, 제가 말했잖아요. 당신 이 병실에서 나갈때까지 저혼자 옆에 있을 거라고...".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최동성의 마지막 소원을 외면해 버리는 한정희, 소름돋는 마지막 인사였습니다.

그 순간 느꼈을 최동성의 절망과도 같은 공포, 다가오는 죽음도 초연하게 받아들였던 그의 눈이 절망감으로 이지러지죠. 대사없이도 눈빛의 동요만으로 충격과 두려움, 절망과 공포를 표현하는 박근형의 연기, 그 긴박한 불안을 시청자에게 이입시켜 버리더군요.

그러나 한정희에게는 뜻밖의 인물에 의해 뒤통수를 맞게 되죠. 아들 최성재(이현진), 서윤에게 아버지가 위독하다고 알려버린 아들에게 말이죠. 한정희라는 인물을 보면, 그 원한이 이해가면서도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도 이 철의 여인 앞에서는 유명무실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네요.

한정희는 최동성이 진심으로 그녀를 아내로, 아이들 어머니로 아끼고 사랑해 왔다는 것을 압니다. 최동성의 사랑을 알면서도 어떻게 27년을 흔들림없이 복수심만으로 품에 안겨왔는지, 보통 사람으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독하다는 말도 부족하군요.

최성재가 눈물을 흘릴줄 아는 사람으로, 아버지의 마음에 눈물을 흘릴줄 아는 사람으로, 누나의 선물에 가족이 소중하다는 것을 아는 인물로 자라준 것이 지금으로서는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황금의 제국에서는 늘 한 발 비껴 서있던 그가 그래서 가장 마음이 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인물이 다치지 않기를 더 바라게 되네요. 

한성제철 인수문제는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박경수 작가가 짚어보고 싶었던 과거 우리 사회의 파행적인 모습, 고속 경제성장의 빛을 쫓아 무분별하게 기업확장을 하고, 국내 은행이 아니면 외환을 통해서도 빚으로 몸뚱이만 불려왔던 결과는 IMF철퇴로 돌아왔습니다. 은행지점장에게 뇌물을 주고 2천억 4천억, 천문학적 돈을 마음대로 제돈처럼 가져다 쓰는 것이 능력이었던 시절, 골동품, 골프채 하나에 사업인가를 쉽게 내주었던 시절, 100원 가진 놈이 10원을 뇌물로 쓰고 천원, 만원을 빌려 몸뚱이 늘리기에 혈안이 된 빚잔치, 그 질곡의 그늘은 오늘의 우리를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서민들은 살기 팍팍하고, 취업난에 경제난, 가계경제는 빚더미죠. 

하늘을 찌르는 고층 건물들, 외형적으로는 빛나는 고속성장을 해온 우리지만 고층건물이 만든 그림자는 더 길고 진해졌습니다. 최종 승자는 최서윤이 되겠지요. 그래서 전 서윤이 배우기를 바랍니다. 고층건물, 고속 파행 성장이 만들어낸 그림자를... 그녀 역시도 그 그림자를 만드는데 앞장섰다는 것을... 그 교훈으로 오늘은 어제의 서윤과는 달라져 있기를...  

황금의 제국에는 작가의 신랄한 비판이 숨어있습니다. 최동성의 마지막을 보니 깨달아지더군요. 황금의 제국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황금이었음을... 그 황금을 지키기 위해, 혹은 차지하기 위해 동생도 조카도 버리고, 27년을 부부로 살면서도 복수심으로 곁을 지켜오고, 황금덩어리를 받기 위해 숙제처럼 3년을 아버지 문안을 오기도 합니다. 황금제국의 주인은 최동성이 아니라 최동성의 황금이었던 거죠. 집에서 아버지와 누나랑 지금처럼 살고 싶을 뿐이라는 최성재의 눈물이 그래서 심금을 울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드라마는 정의도 선도 없습니다. 누가 조금 더 나쁘고 덜 나빴는지 정도랄까... 어차피 승자가 서윤이라면 최서윤이 조금 덜 나쁜 쪽에 서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나마 덜 나쁜 쪽이 왕관을 쓰는 것이 그들 황금의 제국이 만든 그림자가 조금은 덜 아프고 진하게 드리워지지 않을 듯 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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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3 14:17




성진건설 유상증자 파동이 있고 3년후 1997년, 바닥으로 떨어진 주식을 사들인 최민재와 장태주는 성진건설의 대주주가 되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친구하자고 손을 잡은 두 사람을 보니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종잇장이 돼버린 성진건설의 위기를 기회로 일군 장태주의 불도저같은 추진력, 장태주가 몰고 올 바람이 최서윤을 어떻게 흔들게 될 지, 아무도 승자를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의 연속, 그럼에도 여전히 장태주에게 황금의 제국 주인자리를 내주고 싶지 않은 마음과 저는 싸우고 있습니다. 

최정윤의 최성재에 대한 언급으로 성재가 최동성 회장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최동성이 유산분배를 할때 성재에게는 학교에서 후학을 가르치라는 말에 아무런 토를 달지 않았던 이유, 25년을 아들로 키워왔고, 누구보다 애정을 듬뿍 주었던 성재에게 큰 재산은 물려주지 않은 최동성, 그의 이중적인 모습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자신의 씨가 아닌 성재에게 재산은 물려줄 수 없는 최동성의 욕심, 그 이면에 느껴지는 또 다른 애정은 죽음을 앞둔 최동성의 인간적인 진심은 아니었을까를 생각하게 합니다. 돈이 최고인 자본주의 사회, 회사 한 두개를 반찬 덜어주듯 식탁에서 분배하는 재벌가의 이야기가 우리네 보통사람들의 이야기와는 차원이 다르지만, 그래도 돈이 최고인 시대에 25년을 아들로 키워온 막내 성재에게는 성북동 모 회장의 집을 사 명의로 해준 것이 다더군요. 물론 그의 모친이자 최동성의 현재 부인이기도 한 한정희(김미숙)에게 장학재단을 맡기기는 했지만... 

성진걸설의 유상증자 하루 전날, 최민재와 비슷한 이유로 회심의 미소를 짓던 이가 한정희(김미숙)였습니다. 성진건설의 주인이 바뀔 날을 기다리는 그녀는 모든 것이 끝날 몇시간 후를 대비해 성재에게 미리 인사를 하라고 하죠. 아버지와 특히 서윤에게... 스물 다섯 학생 성재의 눈은 그 뒤로 계속 물기를 머금고 우울하기만 했습니다. 

솔직히 황금의 제국 등장인물 누구에게도 마음으로 응원하고 싶은 인물이 없지만. 이상하게 최민재(손현주)와 최성재(이현진)에게 마음이 갔습니다. 최민재의 경우는 최동성의 다른 자식보다 몇곱절은 성진그룹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최동성의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내쳐지는 것에 동정심이 갔다면, 최성재의 경우는 밥그릇 빼앗긴 원주인에 대한 동정심이 컸습니다.

 

그런데 성재가 최동성과 최서윤을 대하는 괴로운 표정을 보면서, 줄곧 마음이 쓰이더군요. 유상증자 주금 납입 시간 5분을 앞두고, 대박 아니면 쪽박에 베팅을 해야 하는 한정희, 성진그룹을 갖는 것이 성재가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여졌거든요. 

성재의 어머니 한정희는 최동성에 대한 복수심으로 남편 회사 청마건설 전신인 성진건설을 되찾아 아들 성재가 주인이 되는 날을 위해 절치부심, 최동성의 품에 안겨왔습니다. 겉으로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는 피눈물로 이를 갈아온 인물입니다. 최동성의 몰락을 기다리며, 그녀는 25년을 두 얼굴로 살아왔습니다. 어린 성재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그녀의 아우성을 주입시켜 온 한정희, 재벌가의 밥그릇 싸움이라 할지라도 한정희가 참아온 지금까지의 세월이 과연 성재를 위한 것이었을까... 그건 아니라고 보여지더군요.  

최서윤(이요원)과 최성재(이현진)는 많은 점에서 닮았습니다. 공부를 좋아하는 것도, 그룹 경영에 욕심이 없다는 것도... 성재의 전공이 경영학이더군요. 물론 어머니 한정희가 바랐던 이유가 컸겠지만, 갑자기 최성재가 황금의 제국 주인이 되어도 나쁠게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우리집 일도 아닌데 누가 주인이 되든 뭐 솔직히 관심은 없지만 말이죠. 새주인 바뀐 기념으로 자동차를 반값으로 할인해 줄것도 아니고, 아파트 분양가를 대폭 인하해 줄것도 아니고...

여튼 아마도 성재가 보였던 눈물 머금은 미소 그 한 장면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재 협탁 첫번째 서립에 홍삼있어요. 꼭 챙겨드세요", 다음날 아버지를 떠나야 한다는 성재의 무거운 마음은 25년을 따르고 존경해왔던 아버지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게 합니다. 최동성 회장은 가족회의가 있던 날, 최동진이 싸온 고구마를 나눠주며 치매기를 보여주었던 모습에 자신이 무서워 피하는 것으로 오해를 했지만 말이죠. 

 

최동성이 성재에게 한 유언과도 같은 그의 진심이 마음에 와닿더군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지만, 최동성에게 최성재는 더 아픈 손가락입니다. 평생 최동성이 지고 온 십자가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씨가 아니기그만큼 아프고, 그래서 더 사랑하고 아꼈던 아들이었습니다.

어쩌면 최동성이 성재를 너무도 아끼기에 그런 유언을 남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믿는 자식 서윤에게는 비바람 잘날 없는 성진의 왕좌라는 무거운 짐을 지게 했지만, 성재에게는 그룹 경영권 싸움에서 다치지 말고 편하게 살게 하고 싶었던 것이, 아버지로서의 인간적인 바람이고 애정이었다는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거침없이 달려왔던 그이지만, 죽음을 앞두고 최동성은 평범한 행복들을 놓치고 살아온 지난 세월이 한편으로는 덧없다는 생각도 들게 하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그의 아내 한정희와 성재는 그 소소한 행복을 만끽하며 살게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차피 죽어 싸짊어지고 가지 못할 돈, 성재와 아내 한정희만은 밥그릇 더 키우자고 다른 행복을 저당잡히고 살지 말라고...

"사내 눈에 물기가 많어서 어쩔꼬. 어릴때 그 집에서 살고 싶다던 대만 그룹 회장집 네 앞으로 해놨다. 결혼하고 분가하거든 며늘애랑 연못에서 차마시고 손주들 그네도 밀어주고... 서윤이하고는 지금처럼 잘지내. 너희가 져야할 지게에 올려졌어. 힘들고 무거울 거야. 결혼하고 살림나면 성북동 집에서 너희 엄마하고 살아. 추위 많이 타는 사람이니 아래층 햇볕 잘드는 방에 웃풍 안들게 하고...".

아내 한정희를 향해서는 백살까지 살다오라고, 보고 싶어도 참을 거니 오래오래 재미나게 살다 오라며 아내 한정희에 대한 그의 진심어린 당부를 하기도 했죠. 

아버지를 배신하고 떠나야 하는 성재의 눈시울은 말없이 붉어지기만 했습니다. 이도저도 못하는 성재의 마음이 보이더군요. 최동성의 침실을 나오던 성재는 뜻밖에 서윤의 전화통화를 듣게 되었죠. 서윤에게 계획이 있다는 말을 말이죠.

성재는 곧바로 어머니 한정희에게 주금 납입에 신중하라고 당부하고, 그 순간 성재의 눈물머금은 얼굴에 번지는 미소의 의미... 전 그 미소가 성재가 집을 떠나지 않아도 됨에 대한 안도의 미소라고 생각되더군요. 아버지를 떠나지 않아도 되고, 누나 서윤의 뒤통수를 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어쩌면 아버지 떠나실 때 까지는 우리 이 집에 있어야 돼", 그 순간 입가에 번지던 성재의 미소는 성재의 진심이 나타났고, 화해의 실마리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재벌가의 싸움이 되었든, 밥그릇이 크든 작든 전 가족들끼리의 혈투, 형제의 난으로 얼룩지는 모습을 어느 쪽이든 좋아하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유상증자를 강행하면서도 그토록 자신만만해 하는 복안이 무엇이었을까? "유상증자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 침몰시킬 거예요, 제가 그렇게 만들거예요". 지난 글에 최동성 회장의 병세를 밝혀 주주들을 동요시킬 것이라고 추측했었는데, 최동성의 병세를 폭로한 것은 최민재였습니다. 다 된 밥, 이제 조금 뜸만 들이면 최민재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순간, 회장님 나오셨다는 사내방송은 그야말로 폭풍과도 같은 반전이었습니다.  

박근형의 카리스마, 역시 명불허전입니다. 꽃할배로 폭풍인기중이기도 한 박근형의 힘. 범접할 수 없는 기를 품어내는 황제의 존재감이란 드라마의 격을 다르게 하더군요. 내일이면 금치산자 판정을 받게 될 것이라는 최민재의 자신감있는 폭로에도 최동성 회장은 정신줄을 놓지 않았습니다. '탕...탕...탕', 책상을 내려치는 소리가 점점 커져갔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최동성 회장,"늙은이 기억 가물한 걸 가지고 치매라고! 박철환이! 사라호 태풍때 시멘트 이천 포대 실은 트럭 뒤집힌 것. 황정식이! 시멘트 공급 계약 땄을때 사준 집에서 아직 살고 있지? 조현만! 경부고속도로 터널 공사때 다친 다리 아직 쓸만하지?". 

오래된 기억들을 하나하나 끄집어 내는 최동성 회장, "시멘트 공장 기계소리 시끄러웠지. 우린 크게 묻고 크게 대답했다. 그 때처럼 해보자. 오늘 안으로 성진 시멘트에 계열사 지분 모두 넘겨!!!".

손마이크로 사장단에게 지분을 넘기라고 지시하는 최회장, "날잡아서 시멘트 공장 소풍가지. 깁밥은 내가 쌀테니 음료수는 학렬이가 준비해!". 상황이 납득이 가고 안가고를 떠나 박근형이 보여준 카리스마는, 순간 최민재에게 성진을 넘겨줘서는 안될 것 같은 마음의 동요가 생기게 하더군요.  

글쎄요, 전 여전히 최서윤의 방법이 탐탁지 않습니다. 성진건설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광고까지 크게 게재하고, 성진시멘트를 지주회사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최서윤, 성진건설은 책상과 의자 간판만 남기고 빈껍데기 회사로 만들어 버린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는 둘째치고, 기업이 호떡도 아니고 그렇게 하루 아침에 알거지 회사로 뒤집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이 참 할말없게 만들더군요.

 

여튼 성진건설 유상증자는 최민재의 완패로 끝나고, 최동성 회장의 집 반란자(?)들도 일거에 제압됐습니다. 서윤에게 싹싹 비는 언니 정윤과 오빠 최원재, 5분여의 급박한 시간을 남기고 서윤의 손에 모든 것을 넘겨주는 척했던 한정희의 입지는 더 강하고 견고해지는 결과로 끝났죠.

황금의 제국, 성진그룹의 주인자리에 서윤을 앉히고 나오는 최동성, 오랜 시간 짊어지고 왔던 지게를 딸에게 넘겨주고 나오는 노회한 최회장, 그리고 이어진 한 장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최회장은 자식들을 서재에 남겨둔채 말없이 서재의 문을 닫고 내려왔죠. 거실에 남아있던 인물은 황제의 제국 싸움과 관계없어 보이는 듯한(표면적으로는) 최원재의 부인이자 최동성의 며느리, 그리고 성재와 한정희였었죠. 사위 손검사를 제외하고는 최동성과 피 안섞인 인물들만이 왕국의 문을 닫고 나오는 최동성을 지켜보고 있었죠. 최동성이 닫고 나온 서재 안에서는 화해가 되었던, 또 다른 전쟁이 되었든 그들에게 맡기고, 최동성은 그의 시대를 스스로 마감하고 나옵니다.

 

그리고 최동성을 부축하고 침실로 들어가는 성재와 한정희를 보고서 잠깐 스쳤던 생각은 최동성의 십자가였습니다. 최동성에게는 두 개의 십자가가 있습니다. 성진그룹과 한정희(성재까지 포함)죠. 성진그룹은 딸 서윤에게 무거운 십자가를 대신 지게 했고, 늘 참회의 기도를 하게 한 한정희라는 십자가가 남았죠. 서윤에게도 거듭 부탁을 했지만, 지난 밤 성재에게도 한정희를 부탁했던 최동성이었습니다.

비유가 혹이라도 잘못된 것일까 신성모독은 아닐까 걱정스럽지만, 그럴 의도는 전혀없음을 먼저 밝힙니다. 최회장의 오른편에서 한정희가, 왼쪽에서는 성재가 최회장을 부축하고 들어갔죠. 그 모습을 슬픈 듯, 착잡하게 바라보는 며느리. 그런데 그 모습을 보면서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와 두 강도가 떠오르더군요. 물론 위치는 다르지만 예수의 오른쪽 십자가에 못박혔던 강도는 회개했고(물론 그는 천국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왼쪽 강도는 예수를 조롱했죠.  

최동성의 성진그룹을 청마그룹으로 바꾸는 그날을 위해 몸을 숙인채 칼을 갈고 있는 한정희, 어머니의 채찍과 아버지의 당근 사이에서 늘 괴로워 해왔던 최성재, 두 모자에게 최동성은 특별한 사람입니다. 겉으로는 현모양처 혀의 입처럼 구는 한정희에게 최동성은 남편을 죽게 한 원수일 뿐입니다. 친부의 생일에 흰국화를 좋아했다고 아버지에게 다녀오라는 어머니의 말에 무거운 표정을 지었던 최성재, 그에게 진심으로 좋아한 아버지였습니다.

 

재산싸움의 혼탁한 싸움에 최동성은 성재만은 발을 담그게 하지 않았죠. 성재만은 피로 얼룩진, 앞으로도 계속될 지옥 속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 성재에 대한 그의 진심은 아니었을까... 다른 자식들에게는 턱턱 안겨주는 골프장이나 계열사 한 두개, 왜 성재에게는 주지 않았을까... 단순히 자신의 핏줄이 아니어서 였다고 생각하기에는 최동성이 성재를 아끼는 마음은 진심이었습니다. 최동성 자신처럼, 자기의 자식들처럼 흙탕물 묻히고 살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 그것이 성재 친부에 대한 속죄의 길이라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게 최동성의 아들 최성재에 대한 진심은 아니었을까...

최동성의 진심에도 한정희는 그 닫히고 언 마음을 풀지 않았지요. 최동성의 사랑이 가여울 정도로 속이 차가운 한정희, 남편을 잃은 미망인의 원한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25년 세월을 단 한순간도 최동성의 진심에 마음을 열어주지 않은 그녀가 예수의 왼쪽 십자가에 매달렸던 강도처럼 어리석게 보였던 이유는 뭘까요.

집과 성진학원 지분을 제외하고는(물론 우리네 재산과 비교하변 그것도 엄청 큰 것이기는 합니다) 아무 것도 얻지 못했던 최성재였지만, 아버지의 곁에 머물 수 있음에 찰나처럼 잠깐이었지만, 기쁨의 미소를 지었죠, 그 미소는 성재의 진심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집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것에 대한 기쁨... 성재에게 최동성은 인자하고 따뜻한 아버지였을 뿐이었습니다. 한 재산을 뚝 떼어줄 금고가 아닌....

 

최동성을 재산을 물려줄 재벌 아버지로 대하지 않았던 최성재, 최동성의 자식들중 유난히 슬퍼 보였던 최성재, 그럼에도 가장 행복해 보였죠. 집과 아버지를 떠나지 않아도 된다며 지었던 짧은 미소가 오래가지는 않겠지요. 자의든 타의든... 그리고 그 역시도 황금의 제국 그 매혹적인 빛에 눈이 멀어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머니 한정희가 그를 싸움터로 나가 싸우라고 채근할 것이고(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외칠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 서툰 새 왕좌의 계승자에게는 동생도 경계의 대상이 될테니까 말이죠. 

 

그런데 이 젊은 청년은 장태주처럼, 최민재처럼, 최원재처럼 황금에 눈이 멀지 않았으면 싶네요. 최동성은 자신이 일군 황금의 제국이 싸움터라는 것을 압니다. 난리통에 온갖 궂은 일을 해온 동생 최동진과도 필요에 따라 등을 돌려야 하는 곳이 그곳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최동성이 지고 살아 온 참회의 십자가, 성재만은 혼탁한 전쟁터에서 상처입히고 싶지 않았던 게 최동성의 진심은 아니었을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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