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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03 '부자의 탄생' 식상한 소재, 지현우 믿고 가겠다? (26)
2010.03.03 08:09




부자의 탄생 1, 2회를 보고 도대체 이런 드라마는 왜 만들었나 싶어서 공식홈페이지를 찾아 보았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1, 2회 정도를 시청하면 기획의도가 무엇인지 정도는 파악이 되는데 도대체 이렇게 감을 잡기 힘든 드라마가 있나 싶어서였기 때문이다. 좀처럼 공식 홈페이지를 방문하지 않은 나로서는 기획의도를 읽고도 정리가 되지 않는다. 헛걸음을 했다 싶다. 하긴 출연진의 극중 이름과 연기자 이름을 파악하는 것도 성과라면 성과일 터.

무개념 재벌 2세들, 볼썽사나운 따귀신

제목은 부자의 탄생인데 다루는 내용은 죄다 자격미달 재벌가의 이야기다. 눈 코 씻고 찾아봐도 부자는 없고, 정신 텅 빈 재벌 2세를 둔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하는 부류라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개인적으로 드라마에서 재벌가의 이야기나 재벌가 자제와 가난한 집 딸이 사랑에 빠져 신데렐라가 탄생하는 그렇고 그런 소재들을 하도 많이 접해서인지,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이라는 부류들은 재벌이라 하기에는 한참 모양새가 빠진다. 
가끔 재벌가를 다룬 드라마를 보며 혼자 상상해 보는 게 있는데, 우리나라 재벌들이 집단 항의라도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을 품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실제 재벌의 생활과 의식구조, 그리고 경영철학을 깡그리 무시하는 드라마 속 설정들에 대해 "제발 제대로 그려달라" 라고 시위라도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재벌가를 다루는 작가 중 가정 리얼하게 다루는 김수현님의 품격있는 재벌가 묘사에 대한 디테일을 조금이나마 배웠다면, 드라마 속 재벌가를 그렇게 한심스럽고 우스꽝스럽고, 교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2세들로 그리지 않았을텐데 안타까울 정도이다. 재벌가의 자제들의 행동이나 생활방식에 대해 모르면 차라리 재벌이라는 명함이라도 걸지 말지 이건 과장이 심해도 정도가 심하다 싶다.
이번 2회에서 이보영과 이시영의 머리채를 쥐어뜯고 싸우는 장면이나 호텔 파티에서 부태희(이시영)가 무턱대고 최석봉(지현우)의 뺨을 때리는 장면은 이런 류의 드라마에 나오는 공식이나 된 것처럼 식상하기 그지없다. 주한미대사관 주체 경제인의 밤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은 따귀씬은 볼썽사납다. 재벌가 아니라 동네 구민잔치에서도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재벌이 되는 게 로망이면 재벌가다운 롤모델 정도 하나는 나와야 하지 않을까? 재벌가의 이야기면서 롤모델이 될만한 재벌다운 재벌가의 모습은 한 사람도 없으니, 기획의도에서 밝힌 착한 부자의 모습은 아직은 찾지 못하겠다.
 
부자연스러운 배우들, 지현우 믿고 가겠다?
3년만에 안방에 컴백한 이보영은 나름대로 결전을 각오한 듯 예전의 단아한 이미지를 버리고, 무뚝뚝하면서도 까칠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어색하다. 이보영이야 연기내공이 있는 배우라 드라마가 진행될 수록 자리를 잡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1회에서 무너져 가는 타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군인같은 말투와 상하무시하는 캐릭터는 잘못 잡았지 싶다. 인수하려고 하는 회사 농성현장에 찾아가, 아버지뻘 되는 나이많은 회사 간부에게 '당신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대사도 거슬렸지만, 내멋대로 개차반은 자칫 아가씨를 부탁해의 윤은혜와 겹쳐 보인다. 아직은 대사처리도 부자연스러워 보이고 표정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남궁민과 이시영은 한마디로 답이 없다 싶다. 남궁민의 극의 흐름을 뚝뚝 끊는 어색한 연기와 샤프함을 잃은 모습은 뉴스에 나온 차기 경영인으로 주목받는 인물인지 도대체 연결이 되지 않는다. 이신미를 좋아하는 사각관계의 주인공으로 계속 봐야 하는데, 벌써부터 겉멋만 잔뜩부린 느끼한 말투와 색깔없는 표정이 부담스러워지니 문제다.
사각관계의 단골 악역인 엘리자 캐릭터 이시영은 아마 패션쇼와 보석쇼만 하다 말 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추운석(남궁민)을 액서서리에 비유를 하지 않나, 스트레스 받으면 시트콤에서나 나올듯한 모습으로 게걸스럽게 케익을 퍼먹는 모습하며, 심지어 몸무게를 재면서 반근이나 더 늘었다는 식의 대사는 아찔할 정도의 수위이다. 자신의 몸을 고깃덩어리로 비하하는 천박한 대사는 웃고 넘어가기에는 거슬리기 까지 했으니, 앞으로 튀어나올 대사들이 교양과는 담쌓을 것 같아 악역이면서 천박한 재벌 2세가 될 것같다. 백화점 전세내고 쇼핑하는 한국의 패리스 힐튼? 코믹하기라도 하니 그나마 귀엽게 봐주겠는데, 이건 완벽한 무개념 밉상캐릭터이다.
지현우의 극중 캐릭터는 아버지가 재벌이라는 징표인 목걸이 하나만으로, 재벌 아버지를 찾는 과정에서 스스로 부자가 되어 가는 최석봉 역할을 맡았는데, 상당히 드라마틱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진지와 코믹을 넘나들며 1, 2회 좋은 연기를 보여 준 지현우의 매력으로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드라마의 사각관계 축을 이룰 이보영, 남궁민, 이시영이 얼마나 호흡을 맞춰줄 지 걱정이다. 박철민을 비롯한 감초들의 입재간이 그나마 드라마를 톡톡 튀게는 하지만, 감초는 감초일 뿐, 감초들의 화려한 입재간만 믿고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자칫 감초들마저 식상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암에 걸렸다, 말하기 민망한 암이라는데, 혹시 고환암?

최석봉이 암에 걸려 이보영을 자동차 사고에서 목슴을 구해 준 댓가로 1억원을 요구하는 실랑이가 2회 내내 비춰졌다. 1억원을 미끼로 최석봉의 양심을 테스트 하는 이신미. 결국 한밤중에 이신미의 방에 잠입은 했지만 양심이 승리한 덕에 1억원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부태희가 계약한 땅을 다시 사들이라는 조건이 걸린 1억원이기는 하지만...
그런데 극에서 신 토모테라피 라는 치료법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것을 보고 검색을 해 봤다. 1회 치료비가 50~60만원 정도 하는 새로운 방사선 치료법이라고 하며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치료비가 비싼 게 흠이라고 한다. 대개 1,500만원에서 2000만원의 치료비가 들어간다는데 1억원이나 들어간다니 도대체 무슨 암이길래 싶다. 자칫 암환자에게 드라마에서 잘못된 정보로 치료에 대한 희망을 접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의학적인 내용이라 솔직히 잘 모르지만, 만약 1억원이라는 치료비가 과장이었다면 암환자들에게 이중의 고통을 주었다는 점은 실수일 수도 있겠다 싶다.

소재의 식상함에 뻔한 사각관계, 게다가 출생의 비밀까지?

재벌가를 소재로 한 식상함은 차치하고서라도, 당당하고 꿀리지 않는 그러면서도 유머감각 있는 남자 주인공과 재벌가의 까칠한 아가씨와의 얽히고 섥힌 사랑이야기는 남녀 주인공만 바뀐 전형적인 신데렐라형 러브스토리이다. 여기에 젠틀한 재벌가의 훈남, 철없고 못된 사랑의 방해꾼의 사각관계의 전형적인 구도이다. 게다가 주인공 최석봉의 친부가 누구인지 출생의 비밀까지 부자의 탄생은 식상함의 모든 코드들은 죄다 모아 놓았다. 드라마의 흐름도 뻔히 보인다. 최석봉과 이신미가 투닥거리다 사랑으로 발전했는데, 이복오누이가 될 가능성을 비추고, 그러다가 친부는 다른 사람으로 밝혀지면서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는 스토리로 흐를 것이다.
식상함의 종합세트인 부자의 탄생이 부자에 대한 어떤 메시지를 보여줄지, 그리고 현실적으로 얼마나 공감될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다만 귀여우면서도 당당한 호텔 벨보이 지현우의 매력에 기대고 가보는 수밖에 없겠지만, 불광동 휘발유 박철민의 코믹연기나 윤주상, 추노의 좌의정 김응수 등 묵직한 중견연기자들의 연기 또한 극을 비중있게 살려 줄 것이라 내심 기대는 된다. 이보영의 이신미 캐릭터 역시 1회보다는 2회에서 한층 안정적인 모습이었으니 점점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는 하고 있다.  
지현우의 매력과 이보영에 대한 기대치가 초반 약발은 되었지만, 이보영의 수영복신이나 지현우의 거품목욕신 등의 노출신으로 시청자의 이목을 끌려한다면 오산이다. 드라마 추노에서 떼거지로 나오는 복근남들 때문에 이제는 벗어제끼는 신마저도 식상하다.

고실업으로 비빌 언덕조차 없는 젊은이들이 넘쳐나고 있는데 부자가 되는 법을 가르친다?  
드라마의 기획의도에 서민들에게 부자들의 노하우를 가르쳐 준다는 데 솔직히 개가 방귀뀔 일이다. 누구나 부자를 욕하면서 부자를 꿈꾼다 라는 말로 부자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생각들을 드라마 속에서 제대로 보여줄 지는 모르지만,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서민들이 꿈꾸는 부자의 정도가 어느 선인지는 알고 부자되는 방법을 가르치겠다고 하는 것인지...
재벌, 부자.
실제로 얼마나 많은 서민들이 그런 부자를 꿈꾸고 있을까? 서민들이 꿈꾸는 부자는 제작진이 과대포장하는 부자의 정도가 아니다. 걱정없이 자녀들 대학 등록금 낼 수 있을 정도, 매달 날아오는 카드 청구서가 무섭지 않은 정도, 내집 한 채 가지고 있어 집주인과 전세금 실랑이 벌이지 않은 정도, 가족이나 친척이 아플 때 걱정없이 병원비를 지급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면 나름 못산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부자의 탄생을 보면서 짧은 시간 그런 생각을 해봤다. 드라마에서 말하고 싶은 부자가 어떤 부자이길래 말도 되지 않는 재벌가 2세들의 흥청망청 소비생활을 보여주고, 한편으로는 그와 대비되게 4천억의 유산상속자이면서도 길거리에서 화장픔 샘플을 두개씩 챙기고, 수도물을 잠그지 않은 직원을 CCTV화면으로 확인해서 다시 걸리면 해고하라고까지 하는 짠순이 재벌 2세를 의도적으로 보여 주었던 것일까? 극중 이신미(이보영)와 부태희(이시영)과 같은 재벌 2세가 있다면 나와 보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캐릭터이다. 
이신미처럼 살면 재벌 혹은 부자가 된다? 천만의 말씀이다. 그런 자린고비 짠순이는 우리 서민들의 전형적인 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자가 되지 못하고 있는...
아직 등장하지 않은 성지루의 감초 연기도 부자의 탄생을 얼마나 받쳐줄지 모르지만, 식상한 소재에 진부한 애정라인, 거기에 출생의 비밀, 암에 걸린 주인공 등등의 스토리에다 드라마의 기획의도라는 부자되는 법을 얼마나 설득력있게 그려갈 지 모르겠지만, 결코 잡지 못하는 무지개빛 환상이나 심어주지 않았으면 싶다. 초반은 그마나 감초들의 코믹한 연기력에 기대고 갈 수 있겠지만, 드라마가 전하는 무게를 실어내지 못하면 이도저도 죽도 밥도 안된 짬뽕드라마로 남을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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