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 The Chaser'에 해당되는 글 12건

  1. 2012.07.18 추적자: 시청자 울린 최고의 1분, 백홍석 15년 선고의 의미 (14)
  2. 2012.07.17 추적자: 백홍석의 진짜 싸움, 최정우의 변호를 부정한 이유 (6)
  3. 2012.07.11 '추적자'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강동윤 대통령 당선된다 (9)
  4. 2012.07.10 '추적자' 카리스마 터진 용식이(조재윤), '몰라봐서 죄송해요' (3)
  5. 2012.06.27 '추적자' 류승수-고준희의 반전카드, 합의서 막을 한 통의 전화 (6)
2012.07.18 09:02




추적자는 드라마사에 큰 획을 그은 장르물이었습니다. 드라마가 현실이었고, 현실이 드라마인 괴물같은 작품이었습니다. 소름끼치게 촘촘한 대본, 연출, 그리고 연기자들의 명연기는 내로라하는 스타 한 명 내세우지 않고도, 성공신화를 써냈습니다.
추적자의 성공신화는 시청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에요. 드라마의 성공을 평가하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추적자는 시청률의 수치를 무의미하게 만들었습니다. 한국드라마의 고질적인 병 하나가 용두사미로 끝나버리는 것인데, 추적자는 최고의 결말, 반전 중의 반전, 화룡점정으로 완성시킨 드라마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듯합니다.
추적자는 많은 수확을 남겼습니다. 좋은 연기자들이 있었고, 메시지가 있었고, 우리 사회의 단면을 세밀화처럼 보게도 했습니다.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큰 여운을 남긴 결말, 부패정권에 맞서 분연히 일어났던 4.19혁명과도 같은 기적을 보게 했고, 박근형, 손현주, 김상중 등의 명연기에 살아움직이는 캐릭터는 괴물들이 따로 없었습니다. 절대권력 서회장을 맛깔나고 매력적으로, 때로는 소름끼치게 무섭게 보여 준 박근형의 명품연기, 존경합니다.
주제의식을 이토록 다각적으로 압축해서 보여준 드라마는 보기 드물었습니다. 16회 분량이었지만, 50부 대작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방대하게 다뤘으면서도, 수박겉핥기식 흉내내기도 없었고, 변죽만 울리지도 않았습니다. 둥!둥! 북이 찢어질 정도로 큰 북소리를 담았지요.

무엇보다 추적자가 남긴 가장 큰 수확은 박경수라는 괴물작가를 만났다는 것입니다. 한 줄 한 줄이 명언, 명품어록으로 남은 작가의 섬세한 필치와 우리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직시는, 드라마를 통해 발견한 최고의 수확이 아닐까 싶습니다. 쪽대본이었는데도 이 정도의 완성도높은 대본이 나왔는데,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집필한다면, 파괴력있는 작품이 나올 듯해서 작가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마지막회에도 작가가 던져준 숨은 반전은 많았습니다. 특히 신혜라와 서회장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더군요. 강동윤이 백홍석에게 이런 말을 했었지요. "선택의 순간이 오면, 그 때서야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나타납니다", 그동안 신혜라에게 많은 선택지가 주어졌지만, 그때마다 신혜라는 거래를 해왔습니다. 물론 강동윤과도 거래를 했지만, 마지막까지 신혜라는 강동윤 곁에 남는 모습을 보였지요.
재판을 앞두고도 신혜라는 서회장과 거래를 했죠. 운전자 서지수를 감춰주는 대신에, 1년 후 출소와 한오그룹 텃밭에서 출마를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조건이었죠.
그러나 PK준과 서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증거로 나오자, 신혜라는 처음으로 선택을 하더군요. 강동윤과 신혜라의 마지막 거래는, PK준 차량 동승자로 위증을 하는 대신, 살인교사혐의는 강동윤이 모두 지겠다고 한 것이었습니다. 신혜라에게는 살아 남으라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꼼짝달싹 못하는 명백한 증거, 백수정을 차로 치고 뺑소니를 쳤다는 것을 인정하면, 8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죠. 서회장에게 약속받았던 정치적 미래가 물거품되는 것은 물론, 살인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살인교사 혐의는 강동윤이 홀로 지겠다고 했지만, 뺑소니 살인범이 되면 정치적 미래도 날아가게 되는 것이었죠. 결국 신혜라는 자신이 살기 위한 선택을 하더군요. 
블랙박스를 공개함으로써 서회장과의 거래도 없는 것이 되었지만, 마지막에 떠올린 강동윤의 말은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못하게 합니다. "너는 살아남아". 신혜라의 형량이나 죄목이 드라마에서는 공개되지 않았기에, 신혜라의 아직 포기하지 않은 꿈이 어떤 괴물의 모습으로 나타날지가 두려워서 말입니다.

서회장을 통해 보여준 반전은 드라마의 백미였습니다.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절대권력, 서회장의 의자는 여전히 그가 황제임을 보여줬습니다. 총리의 전화를 받고 욕보라는 말로 그의 건재를 과시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서회장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거친 숨을 내쉬는 장면은, 박근형이 어떤 심정으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궁금하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권력의 무상함을 얼핏 봤는데 말입니다. 
총리의 전화를 받기전 서회장은 자식들과 이별을 했지요. 서영욱은 경영수업을 위해 유학을 보냈고(물론 특검이나 청문회를 피해서 보낸 목적일 겁니다만), 서지원은 사랑하는 아빠와는 별개인 서회장의 모습을 떨어져서 보고 싶다고 집을 나가버렸지요. 자기가 누구인지(대기업 막내딸로 살아갈 것인지, 사회부 기자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더 해보겠다는 의미겠지요),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멀리서 보면 더 잘 보일 것이라면서 말이죠. 동화책 읽어주던 손자 민성이는 스위스 왕립학교로 유학을 떠났고, 서지수는 백수정 뺑소니범으로 구속되었습니다.
큰 집에 홀로 남아, 아들병역문제로 인사청문회에서 총리가 되는 것이 힘들다는 차기 총리후보의 전화를 받은 서회장은, 여전히 자신의 의자가 가진 권력을 확인했을 지 모릅니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숨을 고르는 모습에서 서회장의 노쇠한 모습을 처음으로 봤습니다. 
총리후보자의 전화 한 통, 서회장은 무엇을 느꼈을까요? 서회장은 자식들을 지키지 못했지요. 서회장의 자식을 지켜주겠다고 나서는 이도 없었습니다. 서회장 위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남들 일에는 절대권력을 행사했던 그였지만, 구속당한 서지수, 집나간 서지원, 해외로 도피시킨 서영욱, 정작 자신의 자식들은 그의 힘이 닿지 못하는 곳에 있었던 게지요. 자기 자식들 다 떠나고 없는 텅빈 집에서, 총리자리를 지키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은 서회장, 언론을 통해 쑥대밭이 된 서회장 집임을 알았을텐데도, 무심한 것이 서회장이 사는 세상 사람들이었습니다. 서회장의 안부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었죠. 권력무상의 감정을 순간 느꼈을 법도 합니다. 서회장 발등에 떨어진 불도 뜨거운데 식혀주는 이는 한 사람도 없고, 여기저기서 제 발등 불똥 좀 치워달라는 전화밖에는 없으니 말입니다.

서영욱이 외국나가는 날, 비행기도 출발하기 전에 민성이 몫으로 남겨야 겠다고 오빠 지분을 달라고 요구하는 서지수, 딸자식 키워봐야 남 되나 보다 싶기도 한 서회장이었을 겁니다. 회사농사는 잘 지었던 서회장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식농사는 흉작이더군요. 서지원이 그나마 나아 보이기는 하지만, 서회장이 원하는 곡식은 아니었을테고 말입니다.
가쁜 숨을 쉬는 서회장에게서 멀어지는 카메라 때문에 서회장의 마지막 표정은 보지를 못했지만, 격자 창에 갇힌 절대권력자의 절대고독은 작가나 연출진이 그리고 싶었던 서회장의 몰락이 아니었을까, 드라마 속 바람을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일종의 암시적인 원근기법을 통해서 말입니다. 뒷목잡고 쓰러지거나, 거품물고 꼴깍하면 식상하잖아요(ㅎ). 

명약관화, 권선징악, 사필귀정, 리얼리티 어느 것 하나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단순히 감상적 여운으로만 남지 않을 드라마의 결말은 백홍석에게는 해피엔딩, 시청자에게는 새드엔딩이었습니다. 국민들 대다수의 바람을 드라마 결말로 내지 않은 이유를, 작가는 최정우 변호사의 입을 통해 밝혔지요.
"지금 국민들은 백홍석씨에 대해 동정적입니다. 절반 이상이 무죄를 바라고 있습니다. 비겁한 거죠, 국민들이나 저나 똑같이... 백홍석씨가 빨리 풀려나서 행복하게 사는 것 보면서 잊고 싶은 겁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런 일이 일어난 동안 우린 과연 잘못한 것이 없는지... 백홍석씨가 중형을 받으면 마음이 불편할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의 공범이니까요".
시청자들에게 넘겨진 백홍석에 대한 부채의식을 오래동안 잊지 않기를 작가는 바랍니다. 진행형 엔딩으로 남긴 것은 백홍석의 싸움을 잊지 말라는 경고와도 같습니다. 피고름으로 써내려간 작가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오래동안 부채의식으로 느끼면서, 불편한 진실에 눈을 감지 말고, 백홍석을 보며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고 말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래서 작가는 과감하게 드라마라는 판타지를 버리고 리얼리티를 택했습니다. 살인죄, 법정모독죄, 도주죄, 특수공무 방해죄, 백홍석에게 내려진 15년 선고가 그것입니다.
그리고 작가는 백홍석의 15년 선고를 통해, 비겁했던 우리에게 중형을 때렸습니다. 15년 형을 받는 백홍석을 보며 방청석에서 내지른 한숨이 우리의 마음이었습니다. 그 답답함을 오래도록 함께 느끼자고 말입니다. 

백홍석이 맞닥뜨렸던 불편한 현실은 우리 모두가 크건 작건, 느끼고 봤던 모습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뭘 했느냐?라고 묻고 있는 것입니다. 눈을 감고, 싸우기를 포기하고, 못 들은 척 안 본 척 하지 않았는가?라고 말입니다. 권력이 이기는 세상, 돈이 힘인 세상에 굴복하고 복종했던 것은 우리였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오래동안 타성에 젖은 비겁함과 불편한 진실에 대한 묵인이, 우리 스스로 패배주의를 만들고 있었지는 않았는가 말입니다.
돈으로 안되는 것이 없고, 절대권력에 당연히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우리에게, 백홍석은 무엇을 보여줬습니까? 포기하지 않고 싸운 끝에 돈과 권력을, 결국은 무릎 꿇렸습니다. 모기 한 마리가 황소를 잡았습니다. 진실을 밝혔으니까요. 백홍석은 정의를 위해 싸우지 않았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웠을 뿐입니다. 은폐된 진실에 정의가 들어왔고, 권력과 정치가 개입되었습니다.

백홍석의 싸움을 보며 새삼 작가에게 놀라웠던 것은, 정의라는, 사람들의 편의와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 모호한 것으로 정의를 규정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정의는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이라는 것을, 불편할 정도로 담담하게 보여줬을 뿐입니다. 서회장에게도 정의가 있었고, 강동윤과 신혜라에게도 그들이 생각하는 정의가 있었지요. 이들에게 맞서 싸운 백홍석에게는 정치도, 권력도, 돈도 바꿀 수 없는 진실만이 있었을 뿐입니다. 백홍석이 진실을 말하라는 말만 반복했던 것은, 진실만이 그가 가진 유일한 무기였기 때문입니다.
진실은 밝혀졌고, 죄지은 사람은 죄값을 받았습니다. 강동윤과 서지수는 서회장의 입김으로 특별사면을 통해 형량을 줄여 일찍 출소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는 차후의 문제입니다. 그들에게 평생을 따라다닐 뺑소니범, 살인교사자라는 주홍글씨는 지울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세상사람들을 무시하고 살든 말든, 세상 사람들은 그들을 살인자라고 부르게 되겠죠. 이것만으로도 승리입니다.
법정에서 시작된 드라마는 법정에서 모든 것을 매듭지었습니다. 진실은 밝혀졌고 딸아이를 잃은 한 아버지의 처절한 전쟁은 끝났지요. 억울해서 답답했고, 불의에 분노했고, 현실이라 불편했고, 그러나 결코 외면할 수 없게 했던 드라마 추적자. 드라마에는 우리의 모습이 깊게 투영되어 있었습니다. 선택의 순간에 흔들리고, 얄팍한 팔랑귀에 이리 쓸리고 저리 쏠리고, 불편한 진실 앞에 눈을 질끈 감고 외면해 버렸던 우리들의 모습이 말입니다.
그러나 백홍석은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수정이 아빠니까,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고 죽어서까지도 원조교제에 마약한 아이라는 오명을 써야 했던 수정이의 아빠. 최종선고일에 법정에 나타난 수정이는 환영이 아니었을 겁니다. 구천을 떠돌면서 아빠 홍석을 지켜주었던 수정이의 환한 미소를 백홍석은 분명 봤을 겁니다.

"아빠 고마워, 정말 고마워. 아빤 무죄야", 수정이 내려준 재판결과에 백홍석은 홀로 웃습니다. 백홍석의 미소에, 수정의 "아빤 무죄야"라는 말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던 것은, 어쩌면 우리가 듣고, 보고 싶었던 결말, 우리들 마음속에 내려두었던 판결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자식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자 한 아버지를 어찌 죄인이라 하겠습니까? 아버지는 죄가 없었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총을 들고 법정을 향했던, PK준의 살인범 백홍석에게 죄가 있었을 뿐이었지요. 수정이에게 꼭 지키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킨 아버지 백홍석, 15년 선고가 내려지는 그 순간에, "아빠는 무죄"라고 말하는 수정이 오버랩된 장면은 추적자 마지막회 최고의 감동, 최고의 결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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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2 Comment 14
2012.07.17 09:46




기적은 강동윤이 아니라 백홍석이 만들었습니다. 강동윤이 그런 기적을 만들게 한 단초가 되었음은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가난한 이발사의 아들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나라, 그런 기적을 만들고 싶었다는 강동윤은 결국 문턱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모기 한 마리가 황소를 잡은 것,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 기적은 국민들이 이끌었지요. 투표용지를 들고 끝없이 늘어선 줄은,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최고의 감동장면이었습니다. 역대 대통령 선거사상 세번째로 높은 투표율이라는 91.4%라는 꿈의 투표율, 투표가 종료된 시간 총 투표율 91.4%라는 집계를 보고 환호했던 시청자는 저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적어도 80%이상의 투표율과 기호 2번 조동수 후보에게 몰표가 나왔어야 가능했던 대선, 국민들은 뭉쳤습니다.
백홍석의 진짜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백홍석의 싸움은 수정이를 죽인 진짜 범인을 자기 손으로 잡는 것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정이는 원조교제에 마약을 한 아이라는 더러운 오명을 써야 했지요. "힘들어도 해야죠. 우리 수정이 이름에 묻은 더러운 것들, 아빠가 닦아줘야죠".
수갑을 차고 유치장으로 들어간 이유, 백홍석의 진짜 싸움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수정이 재판을 다시 하는 것이었습니다. 작가님께 무지 감사합니다. 강동윤과 신혜라만 잡고 끝내버리면 어쩌나, 미완의 추적자로 남길까봐 걱정을 했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수정의 사건 뒤에는 서지수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한오그룹의 장녀 서지수. 황제의 딸이지요. 대통령을 평민들이 뽑아준 호민관에 비유하는 서회장의 말에 온몸에 소름이 돋더군요. "로마로 치면 대통령은 평민들이 뽑은 호민관이다. 이 나라는 그 위에 원로원이 있고, 집정관이 있고, 황제가 있다". 대통령 위에 군림하는 황제, 우리나라에도 실존하는 인물이죠. 
대통령에 당선된 조동수 후보에게 한 수 가르치겠다고 선공을 준비하는 서회장, 힘없는 대통령이 참 불쌍하더군요. 평민들이 뽑아준 대통령, 그분도 그렇게 재벌의 비협조와 언론의 견제를 받아야 했습니다. 재벌에 고개 숙이지 않고, 평검사들과의 토론에서 조차 예우를 받지 못했던 분, 경제인 간담회에 한오그룹 대표로 그룹 계열사 사장을 대표로 내보내라는 서회장의 말이, 그 때의 모습과 오버랩되어 서글프게 들리더군요. 
서회장이 서영욱에게 황소 근수를 비교하며 들었던 국민성의 예시는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의 직설적 일갈이었습니다. "4.19가 일어났을 때 민주주의다 뭐다 난리를 치더니만, 한 해 뒤에는 5.16이 일어나니 민주주의보다 경제발전이 중요하다고 난리를 쳤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게 이 나라 백성들의 마음이다". 당선만 되면 국민들의 마음도 돌아설 것이라는 신혜라의 말은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지적하는 말과도 같았습니다. "여기는 대한민국입니다".
신혜라와 강동윤은 그들 앞에 놓은 선택지에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고, 마지막까지 궤변을 늘어놓더군요. 신혜라나 강동윤의 말은 얼핏 들으면 맞는 말, 이상적인 정치인의 말처럼 들립니다. "세상에 힘없는 뼛가루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 그래서 페어한 세상을 만들겠다". 신혜라는 아직도 그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신혜라는 여전히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보지 못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강동윤은 가난한 이발사 아들의 꿈을 말합니다. 휠체어를 탔던 이발소 건물주인에게 무릎을 꿇고 이야기했던 아버지를 보며 알았다고요.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게 장애라면, 가난은 그 무엇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강아지를 친 서지수가 자동차 수리비 수천만원 보다 강아지가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것을 보고, 서지수가 사는 세상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했지요.
강동윤의 꿈은 처음부터 잘못 시작되었습니다. 강동윤이라는 인물이 마음에 들지 않은 이유는 가난한 이발사의 아들이라는 것을, 가난과 꿈을 면죄부처럼 이용하려 했다는 것이에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보면 눈높이를 맞춰서 이야기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가 건물주가 되었든, 거리노점상이 되었든 말입니다. 그러나 강동윤은 아무에게도 고개숙이지 않는 서회장의 의자를 바라봤습니다.
강아지를 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는 서지수에게서는, 서지수의 돈보다 생명을 아끼는 마음을 먼저 봤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강동윤은, 백홍석과 백수정을 큰 마차가 가는 길에 깔려죽는 벌레취급을 하며 청와대 입성을 꿈꿨습니다.
강동윤은 가난을 빌미로 꿈과 야망을 그의 식으로 합리화시키고, 가난을 방패막이로 사용했습니다.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단지 불편한 것일 뿐이라는 것부터 먼저 배웠어야 했습니다. 잘못된 야망에 대한 방패로 사용하기보다는 말입니다.
서회장은 마지막까지 강동윤을 믿지 않더군요. 백년묵은 능구렁이가 따로 없었지요. 한오그룹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었죠. 한오그룹이 곧 서회장 자신이었기 때문이었죠. 강동윤 이름으로 전세기를 대절해 놓은 속내를 간파한 강동윤, 서회장은 강동윤이 자신의 핏줄이 아니라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강동윤이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는 것을 읽고서야 서회장은 그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더군요. "혹시 내가 살아있으면 찾아온나. 추어탕 한 그릇하면서 니나 내나 못한 얘기 밤 새워 해보자". 강동윤은 서회장의 말을 거절했지요. "그건 싫습니다. 장인어른이 앉으신 저 의자를 보면 다시 시작할 지도 모릅니다".
강동윤이 언젠가 이런 말을 했었지요. 포기는 최선을 다한 자만이 하는 것이라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 강동윤은, 모든 것을 끝내고는 편해질 수 있었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인 듯 그간 양미간에 힘을 주고 있었던 강동윤, 포기와 함께 변한 것은 그의 편한 표정이었습니다. 다 내려놓았다는 듯이 말입니다.
김상중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홀가분해진 강동윤의 심리를 그의 표정 하나로 보여주더군요. 양미간에 들어갔던 힘은 없었고, 눈빛은 부드러웠고, 진짜 미소를 보였으니까요. 아내 서지수를 향해서도, 서회장을 향해서도 말입니다.
서회장이 강동윤의 두 손을 잡고, 어깨를 어루만지며 했던 말이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프더군요. "하이고... 있는 집에서 태어났으면 죄 안짓고 한 자릴 했을 긴데... 욕봤다 동윤아, 참말로 욕봤대이, 우리 동윤아...".
처음 사위가 되겠다고 온 날, 어려워서 동태전만 먹었던 강동윤, 동태전 한 접시를 다 비우고 간 강동윤이었지요. 서지수의 푸들, 서회장의 마름이었던 강동윤이, 처음으로 가족으로 인정받고 먹는 식사였습니다. 한 번도 가족이었던 적이 없었던 강동윤, 마지막 식사자리가 가족으로 처음으로 인정받은 식사가 되었습니다. 강동윤이 마지막 동태전 하나까지 먹었던 이유는, 처음으로 가족으로 인정받고 그 자리에 앉았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대선은 강동윤의 낙선으로 끝났고, 강동윤과 신혜라는 구속되고, 두 달후 백홍석의 재판이 시작되었지요. 법정을 향해 법이 지켜주지 못한 백홍석을 변호하는 최정우 변호사, 검사옷을 벗고 끝까지 백홍석의 싸움에 함께 하는 최정우는 법정을 행해 법을 묻습니다. '"그가(백홍석) 왜 법정을 향해서 총을 쏴야만 했을까요? 그의 손에 총을 쥐어준 것은 누구였을까요?"라고.
백홍석은 법이 만든 도망자였고, 법이 만든 범법자였고, 법이 만든 가해자였고, 피해자였습니다. 법이 강한 자의 편이라는 서글픈 질문은, 현실인 것같아 오히려 가슴을 답답하게 합니다. 법은 강한자의 편도, 약한자의 편도 되어서는 안됩니다. 죄없는 자를 보호하고, 잘못한 자를 벌하고, 만인 앞에 공정하기만 하면 되는데, 이게 안되는게 씁쓸한 현실이죠.
백홍석이 재판정에서 총을 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심신상실,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주장해 백홍석의 형량을 감해 주려했던 최정우였지요.
그러나 백홍석은 변호사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면서 법정을 뒤집어 버렸습니다. "저는 수정이 아빠 백홍석입니다"라고 시작하는, 담담해서 더 슬펐던 백홍석의 모두발언은 눈물바다를 이루게 했지요. 화내지도 않고, 흥분하지도 않겠다고 다짐했던 백홍석, 법정에서도 그렇게 담담하게 그의 싸움을 진행했습니다.
"전 그 때 정상적인 상태였습니다. 머리도 아주 맑고 또렷하고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판사님, 심신상실, 심신미약 이런 것 신경쓰시지 마시고 판결해 주십시요. 내가요, 심신상실로 법정에 와서 총을 쐈으면 내가 이상한 거죠. 법은, 이 세상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내가 이상한 것이 되잖아요. 판사님, 제 죄가 뭔지 알고 싶습니다. 열심히 살았거든요. 남의 것을 탐하지도 않고, 땀흘린만큼 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수정이 미연이 보내고 내가 그것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습니다. 제 죄가 뭔지 거기에 맞는 벌을 받겠습니다".
백홍석이 감형받을 수 있는 변호도 마다하고, 법대로 판결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야말로 백홍석이 진짜 싸우고 싶었던 이유였습니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도, 죄는 짓고 벌은 안받으려다 생긴 일이잖아요. 그 대신 우리 수정이 사건 재심도 같이 해주세요. 우리 수정이 재판기록에 아직 원조교제하고 마약하고 그런 아이로 돼 있거든요. 그것 다 지워주고 싶습니다".
강동윤과 신혜라로 끝내서는 안되는 싸움이 수정이 죽음의 진실입니다. 서지수의 최초 사고가 있었고, 딸을 보호하려는 서회장의 권력이 개입된 과정까지 모두 밝혀져야 합니다. 그것이 백홍석의 싸움의 끝입니다. 신혜라는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는, 진짜 페어한 것이 무엇인지 백홍석이 가르쳐 주더군요. 백홍석이 원하는 것은 페어한 싸움, 그리고 진실입니다.

수정이 사건에 이르러서는 백홍석이 목이 매여 말을 잇지 못했지요. 가슴 속에서 울컥 치밀어 올라오는, 말로 다 하지 못하는 감정들이 복받쳐 올라오는 백홍석을 보며, 함께 눈물을 흘리지 않은 시청자는 없었을 듯 합니다. 법정에는 백홍석도, 연기자 손현주도 없었습니다. 아내와 열일곱 딸아이를 잃은, 소박한 소시민의 꿈을 잃은 한 아이의 아버지가 있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더 눈물이 솟구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리한 재판도 마다하고, 끝까지 진실만을 밝히려 하는 아버지의 피눈물이 우리의 것이 돼버린 순간이었습니다. 
91.4%의 투표율이 꿈이 아님을 보여 준 작가의 센스, 존경합니다. 4.19혁명과도 같은 혁명을 올해 선거에서도 만들었으면 하는 강한 희망을 품었던 이는 저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저희집은 올해 아들과 딸, 그리고 저, 이렇게 세 사람이 부재자 투표자입니다. 제 한 표가 대한민국이 미래를 바꿀 수도 있는데 꼭 투표해야지요. 참고로 해외에 거주하시는 분들을 위해 사이트 링크걸어두니, 신청기간 잊지 마시고 신청하세요^^ 사진 클릭하시면 해당 사이트에 새 창으로 이동합니다.
조동수 후보가 어떤 인물인지, 그가 반드시 당선되어야 할 인물인지 아닌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최정우 검사의 말처럼, 당선되어서는 안되는 사람을 떨어뜨리는 것이 선거라는 차선의 선택지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최정우 검사의 이어진 말이 더 마음에 들더군요. "국민들은 강동윤을 낙선시키고, 조동수도 문제가 있으면 그 땐 그 사람도 잡으면 된다". 잡초처럼 일어나는 풀뿌리의 근성, 좌절을 겪어도 "다시 시작합시다"라고 포기하지 않았던 최정우 검사, 그의 말이 해답입니다.
종영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 이도와 정기준의 마지막 토론이 생각나더군요. 백성의 욕망을 어찌할 것이냐고 정기준이 물었었지요. 죽어가는 정기준에게 세종이 대답했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지혜로 지혜를 모색해 갈 것이다. 그리고 매번 싸우고 또 싸우려 할 것이다. 어떤 때는 이기고 어떤 때는 속기도 하고... 지더라도 괜찮다. 수많은 왕족과 지배층이 명멸했으나, 백성들은 이땅에서 수만년 동안 살아왔으니까... 또 싸우면 되니까".
올해도 싸움이 있습니다. 늘 국민들에게 기회가 주어져 왔지만, 정작 그 선택지를 앞에 두고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은 국민들이었습니다. 기적을 만들 기회는 늘 주어져 왔습니다. 4년마다, 5년마다 말입니다. 그 기적을 정작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쓰레기장으로 가버린 선택지, 주권을 포기한 표들이었지요. 지난 번에 못했으면 이번에, 이번에 안되면 다시 또 다음에, 이렇게 포기하지 않고 가다보면, 1%가 행복한 나라가 아니라, 99%가 행복한 나라를 앞당기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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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17 09:46




기적은 강동윤이 아니라 백홍석이 만들었습니다. 강동윤이 그런 기적을 만들게 한 단초가 되었음은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가난한 이발사의 아들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나라, 그런 기적을 만들고 싶었다는 강동윤은 결국 문턱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모기 한 마리가 황소를 잡은 것,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 기적은 국민들이 이끌었지요. 투표용지를 들고 끝없이 늘어선 줄은,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최고의 감동장면이었습니다. 역대 대통령 선거사상 세번째로 높은 투표율이라는 91.4%라는 꿈의 투표율, 투표가 종료된 시간 총 투표율 91.4%라는 집계를 보고 환호했던 시청자는 저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적어도 80%이상의 투표율과 기호 2번 조동수 후보에게 몰표가 나왔어야 가능했던 대선, 국민들은 뭉쳤습니다.
백홍석의 진짜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백홍석의 싸움은 수정이를 죽인 진짜 범인을 자기 손으로 잡는 것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정이는 원조교제에 마약을 한 아이라는 더러운 오명을 써야 했지요. "힘들어도 해야죠. 우리 수정이 이름에 묻은 더러운 것들, 아빠가 닦아줘야죠".
수갑을 차고 유치장으로 들어간 이유, 백홍석의 진짜 싸움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수정이 재판을 다시 하는 것이었습니다. 작가님께 무지 감사합니다. 강동윤과 신혜라만 잡고 끝내버리면 어쩌나, 미완의 추적자로 남길까봐 걱정을 했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수정의 사건 뒤에는 서지수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한오그룹의 장녀 서지수. 황제의 딸이지요. 대통령을 평민들이 뽑아준 호민관에 비유하는 서회장의 말에 온몸에 소름이 돋더군요. "로마로 치면 대통령은 평민들이 뽑은 호민관이다. 이 나라는 그 위에 원로원이 있고, 집정관이 있고, 황제가 있다". 대통령 위에 군림하는 황제, 우리나라에도 실존하는 인물이죠. 
대통령에 당선된 조동수 후보에게 한 수 가르치겠다고 선공을 준비하는 서회장, 힘없는 대통령이 참 불쌍하더군요. 평민들이 뽑아준 대통령, 그분도 그렇게 재벌의 비협조와 언론의 견제를 받아야 했습니다. 재벌에 고개 숙이지 않고, 평검사들과의 토론에서 조차 예우를 받지 못했던 분, 경제인 간담회에 한오그룹 대표로 그룹 계열사 사장을 대표로 내보내라는 서회장의 말이, 그 때의 모습과 오버랩되어 서글프게 들리더군요. 
서회장이 서영욱에게 황소 근수를 비교하며 들었던 국민성의 예시는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의 직설적 일갈이었습니다. "4.19가 일어났을 때 민주주의다 뭐다 난리를 치더니만, 한 해 뒤에는 5.16이 일어나니 민주주의보다 경제발전이 중요하다고 난리를 쳤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게 이 나라 백성들의 마음이다". 당선만 되면 국민들의 마음도 돌아설 것이라는 신혜라의 말은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지적하는 말과도 같았습니다. "여기는 대한민국입니다".
신혜라와 강동윤은 그들 앞에 놓은 선택지에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고, 마지막까지 궤변을 늘어놓더군요. 신혜라나 강동윤의 말은 얼핏 들으면 맞는 말, 이상적인 정치인의 말처럼 들립니다. "세상에 힘없는 뼛가루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 그래서 페어한 세상을 만들겠다". 신혜라는 아직도 그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신혜라는 여전히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보지 못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강동윤은 가난한 이발사 아들의 꿈을 말합니다. 휠체어를 탔던 이발소 건물주인에게 무릎을 꿇고 이야기했던 아버지를 보며 알았다고요.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게 장애라면, 가난은 그 무엇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강아지를 친 서지수가 자동차 수리비 수천만원 보다 강아지가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것을 보고, 서지수가 사는 세상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했지요.
강동윤의 꿈은 처음부터 잘못 시작되었습니다. 강동윤이라는 인물이 마음에 들지 않은 이유는 가난한 이발사의 아들이라는 것을, 가난과 꿈을 면죄부처럼 이용하려 했다는 것이에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보면 눈높이를 맞춰서 이야기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가 건물주가 되었든, 거리노점상이 되었든 말입니다. 그러나 강동윤은 아무에게도 고개숙이지 않는 서회장의 의자를 바라봤습니다.
강아지를 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는 서지수에게서는, 서지수의 돈보다 생명을 아끼는 마음을 먼저 봤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강동윤은, 백홍석과 백수정을 큰 마차가 가는 길에 깔려죽는 벌레취급을 하며 청와대 입성을 꿈꿨습니다.
강동윤은 가난을 빌미로 꿈과 야망을 그의 식으로 합리화시키고, 가난을 방패막이로 사용했습니다.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단지 불편한 것일 뿐이라는 것부터 먼저 배웠어야 했습니다. 잘못된 야망에 대한 방패로 사용하기보다는 말입니다.
서회장은 마지막까지 강동윤을 믿지 않더군요. 백년묵은 능구렁이가 따로 없었지요. 한오그룹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었죠. 한오그룹이 곧 서회장 자신이었기 때문이었죠. 강동윤 이름으로 전세기를 대절해 놓은 속내를 간파한 강동윤, 서회장은 강동윤이 자신의 핏줄이 아니라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강동윤이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는 것을 읽고서야 서회장은 그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더군요. "혹시 내가 살아있으면 찾아온나. 추어탕 한 그릇하면서 니나 내나 못한 얘기 밤 새워 해보자". 강동윤은 서회장의 말을 거절했지요. "그건 싫습니다. 장인어른이 앉으신 저 의자를 보면 다시 시작할 지도 모릅니다".
강동윤이 언젠가 이런 말을 했었지요. 포기는 최선을 다한 자만이 하는 것이라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 강동윤은, 모든 것을 끝내고는 편해질 수 있었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인 듯 그간 양미간에 힘을 주고 있었던 강동윤, 포기와 함께 변한 것은 그의 편한 표정이었습니다. 다 내려놓았다는 듯이 말입니다.
김상중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홀가분해진 강동윤의 심리를 그의 표정 하나로 보여주더군요. 양미간에 들어갔던 힘은 없었고, 눈빛은 부드러웠고, 진짜 미소를 보였으니까요. 아내 서지수를 향해서도, 서회장을 향해서도 말입니다.
서회장이 강동윤의 두 손을 잡고, 어깨를 어루만지며 했던 말이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프더군요. "하이고... 있는 집에서 태어났으면 죄 안짓고 한 자릴 했을 긴데... 욕봤다 동윤아, 참말로 욕봤대이, 우리 동윤아...".
처음 사위가 되겠다고 온 날, 어려워서 동태전만 먹었던 강동윤, 동태전 한 접시를 다 비우고 간 강동윤이었지요. 서지수의 푸들, 서회장의 마름이었던 강동윤이, 처음으로 가족으로 인정받고 먹는 식사였습니다. 한 번도 가족이었던 적이 없었던 강동윤, 마지막 식사자리가 가족으로 처음으로 인정받은 식사가 되었습니다. 강동윤이 마지막 동태전 하나까지 먹었던 이유는, 처음으로 가족으로 인정받고 그 자리에 앉았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대선은 강동윤의 낙선으로 끝났고, 강동윤과 신혜라는 구속되고, 두 달후 백홍석의 재판이 시작되었지요. 법정을 향해 법이 지켜주지 못한 백홍석을 변호하는 최정우 변호사, 검사옷을 벗고 끝까지 백홍석의 싸움에 함께 하는 최정우는 법정을 행해 법을 묻습니다. '"그가(백홍석) 왜 법정을 향해서 총을 쏴야만 했을까요? 그의 손에 총을 쥐어준 것은 누구였을까요?"라고.
백홍석은 법이 만든 도망자였고, 법이 만든 범법자였고, 법이 만든 가해자였고, 피해자였습니다. 법이 강한 자의 편이라는 서글픈 질문은, 현실인 것같아 오히려 가슴을 답답하게 합니다. 법은 강한자의 편도, 약한자의 편도 되어서는 안됩니다. 죄없는 자를 보호하고, 잘못한 자를 벌하고, 만인 앞에 공정하기만 하면 되는데, 이게 안되는게 씁쓸한 현실이죠.
백홍석이 재판정에서 총을 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심신상실,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주장해 백홍석의 형량을 감해 주려했던 최정우였지요.
그러나 백홍석은 변호사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면서 법정을 뒤집어 버렸습니다. "저는 수정이 아빠 백홍석입니다"라고 시작하는, 담담해서 더 슬펐던 백홍석의 모두발언은 눈물바다를 이루게 했지요. 화내지도 않고, 흥분하지도 않겠다고 다짐했던 백홍석, 법정에서도 그렇게 담담하게 그의 싸움을 진행했습니다.
"전 그 때 정상적인 상태였습니다. 머리도 아주 맑고 또렷하고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판사님, 심신상실, 심신미약 이런 것 신경쓰시지 마시고 판결해 주십시요. 내가요, 심신상실로 법정에 와서 총을 쐈으면 내가 이상한 거죠. 법은, 이 세상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내가 이상한 것이 되잖아요. 판사님, 제 죄가 뭔지 알고 싶습니다. 열심히 살았거든요. 남의 것을 탐하지도 않고, 땀흘린만큼 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수정이 미연이 보내고 내가 그것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습니다. 제 죄가 뭔지 거기에 맞는 벌을 받겠습니다".
백홍석이 감형받을 수 있는 변호도 마다하고, 법대로 판결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야말로 백홍석이 진짜 싸우고 싶었던 이유였습니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도, 죄는 짓고 벌은 안받으려다 생긴 일이잖아요. 그 대신 우리 수정이 사건 재심도 같이 해주세요. 우리 수정이 재판기록에 아직 원조교제하고 마약하고 그런 아이로 돼 있거든요. 그것 다 지워주고 싶습니다".
강동윤과 신혜라로 끝내서는 안되는 싸움이 수정이 죽음의 진실입니다. 서지수의 최초 사고가 있었고, 딸을 보호하려는 서회장의 권력이 개입된 과정까지 모두 밝혀져야 합니다. 그것이 백홍석의 싸움의 끝입니다. 신혜라는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는, 진짜 페어한 것이 무엇인지 백홍석이 가르쳐 주더군요. 백홍석이 원하는 것은 페어한 싸움, 그리고 진실입니다.

수정이 사건에 이르러서는 백홍석이 목이 매여 말을 잇지 못했지요. 가슴 속에서 울컥 치밀어 올라오는, 말로 다 하지 못하는 감정들이 복받쳐 올라오는 백홍석을 보며, 함께 눈물을 흘리지 않은 시청자는 없었을 듯 합니다. 법정에는 백홍석도, 연기자 손현주도 없었습니다. 아내와 열일곱 딸아이를 잃은, 소박한 소시민의 꿈을 잃은 한 아이의 아버지가 있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더 눈물이 솟구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리한 재판도 마다하고, 끝까지 진실만을 밝히려 하는 아버지의 피눈물이 우리의 것이 돼버린 순간이었습니다. 
91.4%의 투표율이 꿈이 아님을 보여 준 작가의 센스, 존경합니다. 4.19혁명과도 같은 혁명을 올해 선거에서도 만들었으면 하는 강한 희망을 품었던 이는 저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저희집은 올해 아들과 딸, 그리고 저, 이렇게 세 사람이 부재자 투표자입니다. 제 한 표가 대한민국이 미래를 바꿀 수도 있는데 꼭 투표해야지요. 참고로 해외에 거주하시는 분들을 위해 사이트 링크걸어두니, 신청기간 잊지 마시고 신청하세요^^ 사진 클릭하시면 해당 사이트에 새 창으로 이동합니다.
조동수 후보가 어떤 인물인지, 그가 반드시 당선되어야 할 인물인지 아닌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최정우 검사의 말처럼, 당선되어서는 안되는 사람을 떨어뜨리는 것이 선거라는 차선의 선택지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최정우 검사의 이어진 말이 더 마음에 들더군요. "국민들은 강동윤을 낙선시키고, 조동수도 문제가 있으면 그 땐 그 사람도 잡으면 된다". 잡초처럼 일어나는 풀뿌리의 근성, 좌절을 겪어도 "다시 시작합시다"라고 포기하지 않았던 최정우 검사, 그의 말이 해답입니다.
종영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 이도와 정기준의 마지막 토론이 생각나더군요. 백성의 욕망을 어찌할 것이냐고 정기준이 물었었지요. 죽어가는 정기준에게 세종이 대답했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지혜로 지혜를 모색해 갈 것이다. 그리고 매번 싸우고 또 싸우려 할 것이다. 어떤 때는 이기고 어떤 때는 속기도 하고... 지더라도 괜찮다. 수많은 왕족과 지배층이 명멸했으나, 백성들은 이땅에서 수만년 동안 살아왔으니까... 또 싸우면 되니까".
올해도 싸움이 있습니다. 늘 국민들에게 기회가 주어져 왔지만, 정작 그 선택지를 앞에 두고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은 국민들이었습니다. 기적을 만들 기회는 늘 주어져 왔습니다. 4년마다, 5년마다 말입니다. 그 기적을 정작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쓰레기장으로 가버린 선택지, 주권을 포기한 표들이었지요. 지난 번에 못했으면 이번에, 이번에 안되면 다시 또 다음에, 이렇게 포기하지 않고 가다보면, 1%가 행복한 나라가 아니라, 99%가 행복한 나라를 앞당기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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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11 08:39




꿈이 아닌가 싶어서 불안합니다. 그렇게나 오래동안 이 날만을 기다려 왔는데 말입니다. 오늘을 기다려왔습니다. 강동윤의 입에서 진실을 실토하게 되는 날을 말이죠.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몇 번이나 흘렸는지 모릅니다. 너무 고마워서요.
이발소에 설치한 CCTV를 통해 강동윤이 백수정을 살인교사했다는 사실과, 이를 덮기 위해 현장에서 20억을 주고 거래하는 모습이 방송을 타고 흘러나왔습니다. 경악하는 국민들, 그러나 강동윤은 버티기작전으로 동영상을 찍은 그 시각, 경제자문 교수단과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던 중이라고, 동영상이 조작되었다는 반박성명을 냈습니다. 별 동요없이 진행되던 투표는 서지원 기자의 보도를 통해 뒤집히기 시작했습니다. 동영상에 나온 20억이 백홍석의 계좌에 송금되었고, 송금자는 강동윤의 부인 서지수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나간 것이죠.
"네 딸이 깨어나면 내가 죽으니까. 내가 죽였어, 백홍석의 딸 백수정양을... 너하고 절친한 의사 윤창민을 만나라고 했지. 30억을 줬어. 바로 다음날 해결하더군". 백홍석은 용의주도했습니다. 강동윤의 입에서 살인을 했다고 실토하게 한 후, PK준에 대해서도 언급했죠. 재판을 조작했다는 것을 말이죠. "PK준이 무죄로 나오지 않으면 내가 가진 걸 모두 잃으니까".
강동윤을 불쌍하다고 동정해 주는 백홍석,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습니다. "법을 지키기 위해 가족의 손에 수갑을 채운 검사(최정우), 진심을 알리기 위해 형부와 맞서는 기자(서지원), 사고를 당하고 자기목숨이 위험한데도 나를 걱정해 주는 형사(조남숙), 이게 사람이다".
가장 속시원했던 장면은 강동윤에게 주먹을 날리는 모습이었죠. 한 대는 수정이 몫, 한 대는 미연이 몫,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었을 분노를 참아내는 백홍석, 강동윤 앞에서는 눈물도 흘리지 않았습니다. 도와달라고 매달렸던 그 백홍석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밖에서는 근엄하게 나라를 걱정하고 세상을 바꾸겠다고 말하는 널.... 하, 집에서는 푸들과 암컷...", 서지수와 강동윤을 조소해 주는 모습은 어찌나 시원하던지 말입니다.
20억이 입금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이발소를 나가는 백홍석, 강동윤이 이발소를 떠나자 몰카를 수거해 최정우 검사에게 파일을 전송했지요. 이제 언론에 공개되는 일만 남았습니다. 경악하는 국민들, 일그러지는 강동윤의 얼굴,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 한 순간 시원했습니다.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5월 28일 밤 9시 42분 수정이 차에 치인 교통사고에서 시작된 한 아버지의 전쟁이 황반장과 조형사, 용식이의 전쟁이 되고, 최정우와 서지원의 전쟁이 되어버린 몇달간의 싸움이 말입니다. 백홍석이 간 곳은 납골당이었지요. 수정이와 아내 미연이 있는 곳, 10년이 될 지 20년이 될 지, 오랜 시간 못 볼 딸아이와 아내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반장님, 우리 반장님께 수갑을 채워달라고 사정하는 백홍석, 손에 채워진 것은 백홍석과 황반장의 눈물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수정이 뺑소니 사고가 조작되지 않았더라면, 황반장이 백홍석에게 수갑을 채울 일도, 백홍석이 법정에서 총을 쏠 일도 없었겠지요. 재벌딸이자 국회의원 강동윤의 아내인 서지수 스캔들을 덮기 위해 권력과 돈이 움직였고, 대선에 출마하려는 강동윤이 서회장과 전쟁을 시작하면서 수정이를 살인교사했습니다.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범행은 늘어갔고, 판은 커져만 갔습니다.
서회장과 강동윤의 전쟁이 있었고, 두 얼굴의 강동윤이 국민을 상대로 벌인 사기극은 백홍석의 마지막 반격으로 낱낱이 공개되었습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대한민국, 진실만을 말하는 강동윤, 권력을 국민들께 드리겠다는 강동윤의 사기극이 말입니다.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국밥집 쇼는 엎어진 국밥이 되고 말았습니다. 국밥 말아드시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경제를 살리기는 고사하고, 나라를 회사경영하듯 시험하다가 국밥 말아버린 누구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더랍니다. 이발소집 아들의 꿈은 그렇게 산산히 부서지고 있었습니다. 비참할 정도로 처참하게, 손바닥이 얼얼하도록 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로 통쾌하게...

그러나....
뭔가 찜찜하고 불안한 것이 감지되어 옵니다. 매회 손바닥 뒤집듯이 반전이 있었는데, 3회(1회 연장, 1회는 스페셜)나 남겨두고 이렇게 끝내지는 않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것을 연속해서 보여줄 필요도 없어 보이고요.
백홍석의 마지막 카드로 드라마를 완결짓지 않을 것 같은 이 불안감은 뭘까 싶습니다. 강동윤에게도 마지막 반전카드가 있을 듯 싶어서 말입니다. 아직도 작가는 시청자에게 줄 충격반전을 남겨 둔 듯 보입니다. 모든 것을 잃은 듯이 보이는 강동윤, 과연 그는 동영상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될까요?
우리의 기억에는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아있는 BBK동영상에 대한 끔찍한 악몽이 있습니다. 5년전 대선에서도 그랬습니다. BBK동영상이 터져도 주어가 없다는 말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버린 사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백홍석은 무엇을 실수했을까요? 다행히 작가는 강동윤에게 확실하게 주어를 말하게끔 해서, 드라마에서나마 속을 시원하게 해주더군요. "내가 죽였다"라고요.
강동윤이 선거에서 패한다면야 두말할 것도 없이 재판받고, 죄수복을 입고 수감되겠죠. 그런데 만에 하나 아니라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뒤집힐 수 있다는 말입니다. 백홍석은 강동윤의 아버지를 인질로 삼은 실수를(?) 했습니다. 강동윤의 입을 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지요.
그런데 강동윤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결과가 나온다면, 동영상에 대한 거짓해명으로 또다시 판을 뒤집어 버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황반장과 조형사, 용식이 우리 네명한테 얼마를 줄 수 있지?"라고 돈을 요구하는 모습도 역공을 당할 수 있을 것이고 말이죠.
대통령에 당선된 강동윤이 언론부터 장악하겠다는 말을 했지요. 당뇨와 심장병이 있는 아버지를 인질로 잡아 협박을 하며 돈을 요구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동정에 호소하고, 조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신혜라가 그런 말을 했지요. "논란과 의혹이 쌓이고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면, 국민은 잊을 겁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요".
강동윤이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습니다. 대선 하루 전에 PK준 동영상이 공개되었거나, CCTV 몰카가 일찍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면, 강동윤이 선거에서 이길 확률은 적었겠지만, 안타깝게도 투표마감 4시간을 앞두고 터졌다는 겁니다. 두 시간은 강동윤의 버티기 작전이 먹히기도 했고요. 투표율이 급상승한 시각은 오후 4시였죠. 대한국민당사 앞에서 백홍석에게 입금된 20억이 강동윤의 부인 서지수가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는 서지원의 보도와 함께, 강동윤이 교수단과 함께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뒤집은 후였습니다.
상황정리를 해보자면요, 오후 2시까지 투표율은 32%였고, 출구조사로 집계된 강동윤의 지지율은 67%였습니다. 3시 투표율은 38%였고, 지지율도 비슷한 상황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4시에 투표율은 13%가 급상승했다고 나왔지요.
오후 4시 투표율은 51%, 남은 시간은 두 시간. 강동윤의 득표율을 뒤집기 위해서는 80%이상의 투표율이어야 가능합니다. 언뜻보니 투표용지에 후보자가 12명이더군요. 그중 20%의 지지율을 얻었다는 조동수 후보가 2위를 달리고 있었겠죠.
쉽게 계산해 보자면요, 총 투표인이 1만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오후 3시 38%의 투표율 대비 강동윤은 2546표 정도를, 조동수 후보는 760표 정도 득표했다고 산정할 수 있겠죠. 13%로 투표율 급상승한 4시, 13% 중 조동수 후보에게 몰표를 던졌다고 해봐야 득표수는 2천여표입니다. 4시 이후 이후 단 한표도 강동윤에게 가지않고, 나머지 11명의 후보들중 조동수 후보에게 몰표를 던진다면, 강동윤이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은 멀어지죠.
그런데 그게 가능하지는 않은 것이 선거판입니다. 과연 몇 퍼센트의 최종투표율이 나올까요, 투표소에 줄을 이은 감동의 물결이 얼마나 이어졌을까요? 야당후보들의 표는 분산될 것이고, 여전히 강동윤에게 찍는 유권자들도 있겠지요. BBK동영상이 터져도 표를 던져준 게 유권자들 아니었습니까.
박정희 시대는 예외로 하고(이때는 민주선거가 아닌 불법선거에 공개투표나 다름없었으니 말이죠),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였던 때가 87년 대선이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투표율이 89.2%이었고, 36.6%를 득표한 노태우가 당선됐습니다. 16대 노무현 대통령 당선시는 70.8%, 이명박 현대통령 때는 63%의 투표율을 보였더군요.
투표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죠.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무관심층도 많고, 나 하나 안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는 패배심리에 기인하기도 합니다. 오죽했으면 김제동 등 소셜테이너라 일컫는 연예인들이 투표인증샷까지 올려 투표를 독려하겠습니까? 투표율이 높은 것을 경계하는 모당에서는 투표를 독려하는 것인지, 방지하는 것인지도 애매모호한 SNS 선거독려를 선거법위반이니 뭐니, 고발을 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참으로 한심한 모습이지만, 이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현주소입니다.
즉, 백홍석의 반격에도 불구하고 강동윤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바라지는 않지만, 충격적 반전이죠. 백홍석은 투표결과를 보지도 않고 황반장님께 체포되어 갔습니다. 백홍석의 싸움은 끝났거든요. 강동윤의 입에서 진실을 말하게 했고, 수정이의 억울한 죽음도 풀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백홍석이 투표결과나 보고 잡혀가든지,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그래도 당선된다면 당선소감을 발표한다는 한강시민공원에서 총으로 쏴버렸으면 싶었거든요. 한 발은 강동윤을 향해, 한 발은 신혜라를 향해서 말입니다.
만에 하나 강동윤이 당선되는 끔찍한 결과가 나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작가가 총쏘는 모습을 넣을 것 같지는 않고, 아마도 국민의 심판으로 넘겨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오는 것이며, 국민의 것이라는 것을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보여줬으면 싶어서 말이죠. 강동윤의 추락은 국민의 심판에 의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살인자라는 것을 모르고 속아서 투표한 유권자들이 표를 돌려받는 기회를 얻는 것입니다. 국민의 요구에 의해 탄핵받게 하는 것이죠.

백홍석의 싸움은 수정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것이었고, 그의 싸움은 끝났습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내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입니다. 왠지 강동윤이 대통령에 당선될 것같은 불안감은 그 때문입니다. 그의 거짓말에 속아 희망을 품고, 돼지저금통을 털어 후원금을 모아 주었던 국민들은, 정치인 강동윤이라는 사람의 위선을 응징해야 합니다. 국민들에 의해 심판받고 굴절된 욕망에 의해 변질된 그의 꿈이 파멸될 때, 백홍석의 싸움은, 아니 백홍석을 지지하고 응원했던 우리의 싸움이 진정한 승리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강동윤같은 범죄자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곳이 우리나라입니다. 백 날 천 날 욕하지 말고, 투표일 하루만 욕해 봅시다. 그러면 우리의 소중한 참정권이 유린당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국민에게 주어진 심판과 감시의 기능인 투표용지로, 백홍석이 포기하지 않은 것처럼 강동윤과 같은 인물을 추적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 추적자를 통해 전하는 작가의 메시지는 이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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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10 09:51




이번 회도 화딱지가 나고 열통이 터져서 얼마나 욕을 해대면서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드라마 하나가 사람을 잡네요. 성격좋은 사람도 성질 버리게 생겼습니다.
결국 백홍석이 준비한 마지막 방법까지 왔네요. 믿고 싶은 법의 시간이었지만, 여전히 백홍석에게는 멀리 있었습니다. 기자회견이 무산되리라는 것은 예상했었지만, 이렇게 뒤통수를 치다니, 신혜라와 강동윤을 당장이라도 잡아서 귀싸대기 왕복으로 후려치고, 막말로 총이라도 있으면 쏴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백홍석은 그 단계를 넘어서 이미 초탈의 경지에 도달한 듯 보이지만 말입니다.
하필 그 타이밍에 신호가 온 황반장님, 생리적인 현상이 대형민폐가 될 듯 보이더니만, 역시나 신혜라의 하수인들이 들이닥치고 말았지요. 무슨 방법이든 다 동원하라는 신혜라의 말은 죽여도 된다는 말이었죠(나쁜년). 차에 치여 피를 철철 흘리는 조형사를 인질로 삼은 신혜라는, 백홍석과 거래를 합니다. 검찰청을 불과 몇 미터 앞두고 차를 멈추는 백홍석, 기자회견을 취소했지요. 신혜라나 강동석은 조형사를 죽이고도 남을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신혜라 이년은 분노 게이지를 한계치까지 끌어올리는군요. 전쟁터에서도 부상병은 치료를 하는 법인데, 사람의 탈을 쓰고, 어휴... 전 이런 년(;;)이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고 싶은 꿈을 꾸었다느니 하는 말만 나오면, 주둥이를 꿰매버리고 싶답니다. 장신영씨 미안;;
백홍석에게 속았다고 사과를 하는 최정우 검사, 참으로 인내심이 강한 분이더라고요. 저같으면 감정적으로는 이판사판 너죽고 나죽자고 강동윤의 면상을 후려쳐버렸을텐데 말입니다. 강동윤의 뻔뻔함은 김상중의 얼굴을 앞으로 좋은 마음으로 보지 못하게 할 정도로 극악의 극치였습니다. 김상중은 연기를 하면서도 강동윤이라는 인물에 오만 정이 떨어질 듯 합니다.
강동윤은 강했습니다. 백홍석과 마찬가지로 정면승부로 위기를 타계했지요. 백홍석이 PK준의 휴대폰을 가지고 나타난다면, 어차피 대선후보에서 사퇴해야 할 터이니, 모 아니면 도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지요. 막판에 강동윤의 손을 다시 잡은 신혜라가 휴대폰을 입수하는 것만 성공한다면, 지지율도 올라가고 생방으로 선거유세를 하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이었겠죠.
"제가 지켜야 할 약속은 참모들과의 약속이 아닙니다. 새벽녘에 시장통에서 제 손을 잡아 주시던 할머니, 두 개 남은 빵 가운데 하나를 나눠주시던 독거노인, 강동윤이 그들의 부모가 되어줬으면 좋겠다는 소년소녀 가장, 그런 분들에게 희망을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 분들에게 기적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기적은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만드는 겁니다. 가난한 이발소집 아들로 태어나 거짓과 타협하지 않고, 오직 국민들만 바라보고 믿고 걸어와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기적을, 희망을 그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가식과 위선의 두 얼굴이 가증스럽더군요. '귀신은 뭐하고 있나, 저 인간 안잡아 가고' 소리가 절로 나오더랍니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아편보다 강한 즉효가 나타납니다.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잠깐이나마 희망을 품게 하기 때문입니다. 선거처럼 핫이슈에 민감한 것도 없습니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때는 재래시장을 찾아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말 한마디에, 믿고 맡기면 다 될 것같은 환상을 꿈꾸게 하죠. 언론을 대동하고 가난한 소외계층의 투박하고 거친 손을 한 번 잡고 포즈를 취하는 것이, 경제 세미나를 열어 전문적인 대안을 내놓는 것보다 낫죠. 그런 심리를 이용할 줄 아는 강동윤은 여느 정치인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강동윤은 또 피해갔습니다. PK준의 휴대폰은 한강 어디론가로 사라져 버렸고, 백홍석이 가진 카드는 없어져 버렸지요. 용식이 건넨 휴대폰을 복사를 해두지 않았을까? 혹은 복사폰을 건넨 것은 아닐까 한가닥 희망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맞을 수록 맷집도 단단해진다더니, 당하기만 했던 백홍석도 싸움의 기술을 터득했더군요. 강한 놈과 싸울 때는 용의주도하게! 휴대폰으로 신혜라의 뒤통수를 칠 줄도 아는 백홍석이더라죠. 일단 조형사를 살리고, 황반장과 조형사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최정우 검사를 풀어주라는 딜까지 한 백홍석이었죠. 거짓말로 밀항을 하겠다고 3억원을 가져오라는 협상까지 했으니, 일취월장한 싸움의 전술이었습니다.

백홍석의 마지막 계획은 이발소에서 강동윤을 잡는 것이었더군요. 이발소에 나타난 강동윤, 투표를 마치고 이제 이뤘다는 심정으로 이발소를 찾았겠죠. 선거일에 이발소를 찾은 것이 억지설정같기는 했지만, 작가의 상상력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가난한 이발소집 아들 강동윤, 이발소는 그의 꿈이 시작된 곳이지만, 굴절된 욕망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의 아버지가 손님의 지갑에서 돈을 훔쳐내는 것을 보고도, 아버지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내일은 밥을 굶지 않겠다고 안도했던, 잘못된 가치관을 잉태한 곳이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강동윤의 꿈이 시작된 곳에서 꿈이 좌절되는 모습으로 완결을 지으려는 설정은 이 드라마의 백미입니다. 강동윤의 가치관, 그 첫단추가 잘못 끼워진 곳이기에 말입니다.
이발소에는 백홍석이 용식이와 함께 준비한 기구들이 설치되어 있겠죠. CCTV 기계상, 열쇠복사집 등을 다니며 준비한 것은, 강동윤을 한 방에 보낼 결정적 자백을 세상에 공개하는 것일테니 말입니다. 최정우 검사나 누군가가 휴대폰으로 촬영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말이죠. 아버지를 인질로 삼고 있는 모습도 상상을 해봤는데, 어떤 그림이든 상관없습니다. 강동윤을 화나게 하고, 강동윤의 입에서 비명만 나오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강동윤의 화와 비명, 모든 것을 잃고 지르는 외마디 비명, 그곳이 썩은 동아줄조차도 없는 천길 낭떠러지가 되길 바라고 또 바랍니다.
강동윤의 자백을 받는 것이 백홍석이 원하는 것이었지요. 강동윤의 입에서 백수정의 교통사고와 관련한 일들을 말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방송을 타고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백홍석과 강동윤의 대화가 실시간으로 방송이 될 수만 있다면 더 바랄게 없을 듯 합니다.
이발소에 들어선 강동윤이 TV를 꺼버리더군요. 방송으로 나가는 것도 모르고 제 입으로 술술 부는 강동윤, 상상만해도 흥분됩니다. 작가님, 제발 이런 속시원한 장면으로 시청자와 함께 했던 분노와 울분, 답답함을 해갈시켜 주세요!!!!
이번회 맹활약을 한 주인공은 전과 7범 용식이(조재윤)였습니다. 조형사를 좋아하는 용식의 순정을 보여주기도 했고, "아그들아" 한마디로 신혜라의 의도를 묵사발 내주기도 했지요. 조남숙 형사의 생일까지 알고, 미역국에 소박한 초코파이 케익까지 챙겨준 귀요미 용식이였지요. 엄니 드릴 오징어 한축을 훔쳤다가 장발장이 되어버린 용식이, 불법도박장을 운영하던 그가 얼결에 백홍석을 도왔다가, 지금은 백홍석을 그림자처럼 도와주고 있지요.
사고를 당한 조형사 걱정에 무슨 정신으로 하루를 보냈는지도 몰랐을 용식이, 백홍석을 마지막 위기에서 지켜주었습니다. 인천부두에서 신혜라에게 휴대폰을 건네주고 3억이 든 현찰가방을 건네 받은 후, 배상무와 어이~들이 백홍석에게 다가가는 모습에 기겁해서 놀랐는데, 용식이의 한마디에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아그들아", 우르르 몰려나오는 깍두기 아저씨들이 처음으로 예뻐보였네요.
최정우 검사가 용식이 이름을 불러줬는데, 또라이 박검사가 대신 어이~가 됐더군요. 최정우 검사의 '어이~', 참 간결하게 사람을 구분하는 말입니다.
드라마 추적자에는 상징적인 단어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서회장의 "욕봤다, 욕봐라"와, 최정우 검사의 어이~입니다. 최정우가 사람과 사람같지 않은 인간을 구분할 때, 이름과 어이~로 구분한다면, 서회장은 "욕봐라, 욕봤대이"라는 말로 은밀한 지시나 명령을 은유적으로 표현합니다. 같은 말 다른 느낌이었지만, 용식이가 패러디를 해서 뻥터졌답니다.
동생들 부리는 용식이, 이번에 한 카리스마 했습니다. 그동안 귀여운 용식이만 봐와서 몰랐는데, 우와! 우리 용식이 카리스마 장난이 아니더군요. "백형사님~ 조형사님~ , 아따 참말로 저 여리당께요, 살살 해주세요"가 아니었습니다. 그 쪽 세계에서는 큰 절받는 형님이시더라고요. 몰라봬서 죄송해요, 용식씨!

배상무와 '어이'들이 백홍석을 잡기 위해 움직이자 용식이 아그들을 불러 막아내고, 똥씹은 표정이 된 신혜라에게 한마디했지요. "싸게들 물러 가시요", 그리고는 돌아서다 말고 신혜라에게 한방 더 먹이지요. "욕보시요". 용식이가 서회장을 알고 있을 리야 없지만, 서회장이라는 절대권력의 패러디에 빵터졌습니다.
서회장 박근형의 맛깔나는 경상도 사투리와 용식이 조재윤의 찰진 전라도 사투리, 추적자는 주인공이 따로 없는 듯합니다. 매회 주인공이 바뀌면서 작품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드라마입니다. 놀라운 사회풍자와 현실묘사는 소름끼치게 무섭습니다.
용식이라는 캐릭터는 어쩌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식적인 전과 7범 용식이와 집계되지 않은 진짜 전과자들과의 대비를 위해서 말입니다. 얼굴에 길게 드리운 흉터도 귀여워 보이는 용식이의 전과 전력은 애교수준이었습니다.
이 드라마에는 용식이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범법자들이 즐비합니다. 공식 전과 7범인 용식이보다 더 큰 죄를 짓고도 감옥은 커녕 법을 떡주무르듯 하는 서회장과 강동윤, 그리고 신혜라 등입니다. 전과 14범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나라, 이발소집 아들이라고 꿈꾸지 못하겠습니까? 재래시장에서 떡볶이도 먹고, 국밥까지 쳐묵쳐묵 따라했는데 말입니다. 국밥 쳐묵하는 장면을 보고 빵 터졌네요. 강동윤이 습관처럼 내뱉는 말 '꿈', 꿈이 현실이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강동윤, 가식의 두 얼굴 강동윤에게 누구처럼 아직도 배가 고픈지 묻고 싶어지더랍니다.
"용식아, 나 이제 화 안낼거다. 저 놈들이 화나게 할거다. 큰소리도 안낼거다, 저 놈들 입에서 비명이 나오게 만들거다", 기자회견을 앞두고 검찰청으로 향하면서 백홍석이 했던 말입니다. 담담한 표정, 덤덤한 목소리, 폭풍전야를 느끼게 하는 백홍석의 한 마디였습니다. 계란으로 바위를 내려쳐봐야 아직은 안되더라고요. 바위에 지렛대를 세우고 흔들어야 움직입니다. 지렛대는 침묵하지 않는 국민, 더 이상 감언이설 거짓말에 속지않는 우리의 눈과 귀, 입이 되어야 겠지요. 백홍석의 마지막 방법만큼은 부디 반드시 꼭 기필코 성공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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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7 10:09




뒷걸음 칠 수 없는 것이 권력입니다. 더 큰 권력을 향해 나아갈 뿐이죠. 강동윤처럼 말이지요. 주저앉을 수는 있으나 왔던 길을 거슬러 갈 수 없는 사람이 강동윤입니다. 인간의 욕심, 야망, 야욕만큼 무한한 것도 없겠지요. 서지수와 강동윤의 연애시절의 한 에피소드, 톨스토이 작품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에 대한 대화를 통해, 작가는 강동윤이 어떤 인물인지, 그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보여 줍니다. 원점으로 돌아와 죽은 바흠처럼 하지 않겠다는 말로 말이죠.
그가 돌아오지 않고 끝까지 가더라도 결국 그가 가질 수 있는 땅은 한 평 무덤, 혹은 감옥일 뿐이라는 것을, 분노하다 못해 좌절하고 지쳐가는 시청자와 백홍석을 위해 희망복선으로 던져준 셈입니다. 바흠도 그러했듯이, 강동윤도 제어하지 못한 무한욕망(욕심)으로 인해, 결국 아무 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말이죠.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달리겠다는 강동윤이나 신혜라는 브레이크없는 기관차들입니다. 시시때때로 주판알을 튕겨보는 서회장과는 다른 파괴력을 가졌죠. 자폭 프로그램을 내장한채 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잃을 게 없는 사람들, 얻은 것만 바라보는 사람들, 얻게 될 것만 향해 뛰는 사람이 강동윤과 신혜라입니다.
강동윤만 바라보는 서지수의 사랑이 그의 폭주를 막을 변수가 될 지는 불분명하지만, 그의 아들 강민성은 어쩌면 마지막으로 강동윤에게 인간의 길을 걷게 할 선택지로 남겨두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강동윤도 서회장, 백홍석과 같은 아버지이기 때문에 말이죠. 강동윤이 이혼합의서에 도장을 찍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물론 서회장과 강동윤이 합의서에 도장을 찍지 않을 듯한 이유는, 강동윤의 거부가 아니라 한 통의 전화가 이유가 될 것입니다만...
"회장님의 서재에서 뵙고 싶습니다", 한 통의 전화가 판세를 뒤집었는데요, 서회장의 서재는 은밀함, 비밀, 딜의 상징적 장소이기도 합니다. 어렵게 연 입이 강을 흔드는 법이라는 서회장의 말처럼, 신혜라가 가진 카드는 큰 것이었죠. PK준의 휴대폰, 강동윤을 한 방에 날릴 수 있는 결정적 증거가 담겨있기 때문에 말이죠. 
그러나 신혜라는 검찰에서 풀려나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꿈, 야망을 밝히면서 서회장 집에서 큰 호랑이 강동윤에 이어, 매의 부리를 드러냈지요. "강동윤과 함께 청와대에 들어가 셰도우 파워가 되겠다". 능구렁이 비단뱀과 호랑이의 싸움에 독수리가 가담한 형국입니다. 하늘 위에서 유유히 날면서 먹잇감을 챌 기회를 엿보고 있는....
"몸통에서 잘려나간 꼬리는 절대로 다시 붙을 수가 없다. 왜 자신이 몸통이 될 생각을 하지 않아요?", 최정우 검사는 단순한 사실을 일깨워 줬습니다. "우린 버릴 수 있고, 너흰 버려질 수 있고, 그게 너하고 나의 차이야. 그 사람이 필요한 지 아닌 지는 우리가 결정해. 니들은 우리가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 발버둥치는 거라구", 온갖 모욕감을 주었던 서지수에게 반사판을 대려는 신혜라, 강동윤이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날 서지수에게 이혼통보를 하면서, 그 말을 그대로 갚아줄 생각에 희열을 느끼고 있을 신혜라인 듯하더군요. 그런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뭐 망상과 상상은 자유니... 
신혜라가 정치에 뜻이 있었던 것은 이번회 새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강동윤이나 신혜라나 목표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들의 꿈이 어쩌고 저쩌고가 역겨울 정도로 듣기 싫더군요. 드라마를 보면서 '꿈'이라는, 인생을 설계하는 예쁘고 설레이는 이 말이, 역겹고 소름끼치게 싫어지는 것은 처음입니다.

합의서를 앞에 둔 서회장과 강동윤, 이번회 행운의 여신은 신혜라의 손을 들어준 듯하지만, 신혜라의 꿈도 일장춘몽으로 짧게 끝날 듯합니다. 서회장에게 걸려올 한 통의 전화때문에 말이죠. 신혜라가 가지고 있는 PK준 핸드폰은 서회장과 강동윤 사이에서 밀고 당기기를 할 수 있는 유효카드이기는 하지만, 신혜라도 모르고 있는 복병이 또 한 사람 존재한다는 것이죠. 서영욱도 복사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서지수 역시도 복병이죠. 서회장이 과거 특검에서 강동윤을 잡지 못했던 이유가 강동윤의 선거자금 흐름 장부를 서지수가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서지수가 강동윤이 이혼합의서에 도장을 찍으려고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혹 찍은 것을 알게 된다면), 강동윤을 계속 보호하려고 할지 의문입니다. 서지수도 마음만 먹는다면 강동윤을 파멸시킬 빅카드를 쥐고 있는 것이죠.
여기에 서회장의 막내딸 서지원이 인간이 되기 위해 뛰어들었습니다. 재벌집 막내딸로 살 지, 사회부 기자가 될 지 결정하기 전에 인간부터 되자며, 지원의 도움을 청하는 최정우, 지금까지는 꼬리만 쳐왔지만 제대로 몸통을 쳐내겠다고, 검사로서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일에 사활을 걸었지요. 
"수정이 재판, 내가 졌다. 내가 진 재판 백홍석이 계속하더라. 그 사람도 졌고... 대한민국은 3심제야. 이번에는 우리가 한 번 이겨보자"는 말에 희망이 느껴졌던 것은 저 뿐이 아니었을 겁니다.
북을 쳐야 소리가 나지 않겠습니까? 그래요, 어쩌면 이런 멋진 한 방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백홍석의 손에 강동윤이 죽어나간다고 속이 다 풀리겠습니까? 강동윤의 보좌관으로 살인과 매수, 협박에 충실했던 신혜라를 비롯, 의사로서의 기본적인 양심도 돈에 팔아버린 윤창민까지도, 줄줄이 굴비처럼 다 엮어서 깜빵에 쳐넣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오메디컬 센터에서 수술을 받고 특실에 입원보호중인 백홍석, 그를 빼내올 사람이 서지원이 될 것임은 예상되는 스토리지요. 백홍석을 놓쳤다는 것을 보고받은 서회장이 주판알을 다시 튕길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짜릿한 쾌감이 느껴지는군요. 백홍석을 빼내 간 사람이 막내딸 서지원이라는 것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하고 말이죠.
신혜라 손에 친절하게 도장까지 찍어 목숨줄이 될 카드를 문서로 바치려는 모습은, 아무리 영악하고 똑똑한 서회장과 강동윤이라 할지라도, 궁지에 몰리니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모습이더군요. 합의서가 신혜라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한오그룹 서회장에게도, (설사 대통령에 당선된다 해도) 강동윤에게도, 신혜라가 그들의 목숨줄을 쥔 폭탄이 될 수 밖에 없는데 말입니다. 한오그룹도 청와대도 반쪽짜리 권력이 되겠군요. 정말 무서운 여자입니다.

백홍석(손현주)을 도망자로 만든 이유  
드라마를 보면서 한동안은 분노라는 감정과 싸워야 했습니다. 백홍석의 분노에 함께 분노하고 그의 슬픔에 함께 울었지요. 그리고 몇 회 동안은 도망자가 된 백홍석과 함께 무력감, 그리고 답답함과 싸워야 했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딸아이의 죽음, 그 진실을 밝히려는 힘없는 한 아버지를 지켜주는 법도, 돈도, 권력도, 언론도 없었으니까요.
작가는 왜 이렇게 잔인할 정도로 백홍석을 힘없이 당하기만 한 도망자로 만들어야 했을까요? 드라마 제목 추적자를 실종시키면서 까지 말입니다. 급기야는 백홍석을 총에 맞혀 침대에 눕혀 버렸습니다. 왜 일까요? 그 답을 최정우 검사의 말에서 찾아봤습니다. "대한민국은 3심제야. 이번에는 우리가 이겨보자".

백홍석 혼자 싸우기에 강동윤과 한오그룹은 거대공룡입니다. 우리 사회의 불편한 현주소이기도 합니다. 결코 혼자의 힘으로는 이길 수가 없는 싸움이죠. 백홍석이 너죽고 나죽자고 총으로 쏴버리고, 혼자의 싸움으로 끝낼 수가 없는 싸움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희망의 여지를 남겨둡니다. 그의 외로운 전쟁에 최정우 검사, 서지원 기자, 말단형사 조남숙, 용식이, 그리고 결국 반장님 우리 반장님으로 돌아온 황일관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죠.
작가는 보여줍니다. 분노와 답답함,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호소합니다. 함께 이 불편한 현실의 추적자가 되자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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