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섭경수 동성애'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7.18 '인생은 아름다워' 공처가 이수일의 이유있는 반항 (16)
  2. 2010.04.05 '인생은 아름다워' 혈압 돋우는 바람둥이 할아버지 쫓겨난 사연 (26)
2010.07.18 14:42




인생은 아름다워에 등장하는 커플들을 보면, 태섭과 경수커플을 제외하고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부부관계 혹은 연인관계에서 하나같이 여성들의 목소리가 크다는 것일 겁니다. 김수현 작가 작품이 여성들의 목소리나 위상을 높게 표현하는 것이 많지만, 인생은 아름다워는 특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극중 가장 합리적인고 모범적인 부부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민재와 병태 커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여자에게 잡혀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팔십 넘어 바람만 피우다 돌아 온 할아버지도 고집불통에다 독불장군처럼 자기 밖에 모르는듯 보이지만, 과거 행실때문에 할머니에게 이빨빠진 호랑이에 불과하고요.
특히 여자에게 잡혀있는 커플이 지혜와 수일커플인데요, 커플이 예감되는 호섭(이상윤)과 부연주(남상미), 양초롱(남규리)과 정동건, 양병준(김상중)과 조아라(장미희) 커플도 여성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호섭이나 동건을 보며 상대방을 공주님 떠받들 듯 벌써부터 기 하나 펴지 못하는 모습이고, 술 취한 조아라 뒷치닥거리를 하는 병준의 모습도 과히 목에 힘을 주는 모습은 아닌 듯 싶고요. 하긴 연애할 때나 그렇게 콧대 높여보지 언제 부려보나 싶어서 귀엽기도 해요. 수자부부의 경우는 수자 남편이 손찌검으로 수자를 잡는 편이라(이제는 안 그러겠다고는 했지만) 예외입니다.
엄밀하게 보면 민재와 병태커플도 병태가 민재의 의견을 99% 떠받들어 주는 관계이지만, 이들부부는 민재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기 보다는 서로 믿어주는 관계라고 보여집니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민재이기에 병태와 어떤 문제를 두고 대립하는 일은 별로 없지요. 30년을 함께 살아 오면서 다듬어지고 양보하고 이해하다보니 '당신 뜻이 내뜻이고 내뜻이 당신 뜻'이 된 사람들이지요.

그런데 저는 같은 여자이면서도 상당히 보기 불편한 관계가 지혜(우희진)와 수일(이민우) 부부입니다. 이번에 수일이 여직원과 영화를 보다 들통난 일을 외도로까지 확대시켜 흥분하는 지혜를 보며, 사실 여자로서 심적으로는 그 배신감을 이해는 하지만, 행동은 어른스럽지 못했고, 더구나 처가살이를 하는 남편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을 보고 언짢아지더군요.
전형적인 공처가면서 딸 지나가 있고, 지혜가 둘째를 임신한 상태인데, 지혜를 속이고 여직원과 영화를 보러 간 것을 물론 잘했다고는 할 수 없지요.  그런데 지혜에게 그 광경을 들킨 후 아무 일도 없었는데, 마치 대역죄라도 지은 죄인처럼 자라목처럼 움추러드는 수일을 보니, "남자 망신 혼자 다 시키고 있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입도 뻥긋 못하고 처가 식구들 앞에서 좌불안석하고 앉아있는 수일을 보니, 남의 집 머슴살이는 해도 처가살이는 하지 말라는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제 아들이었다면 왜 그렇게 바보같이 부인한테 잡혀 사느냐고 호통을 치고 싶어지더군요. 
수일과 지혜의 부부는 젊은 부부는 오늘을 사는 젊은 부부들에게 생각거리를 제공합니다. 공처가 수일의 모습이 극중에서 한심하고 우습게도 보였지만,  여직원과 영화관 갔다는 이유로 결혼의 순결이 깨졌느니 하면서 그만 살자는 말을 하는 지혜를 보고는 참 무책임하구나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물론 지혜가 진짜 이혼할 생각은 없었고, 수일에 대한 배신감으로 일벌백계의 심정으로 그런 말을 뱉은 것은 십분 이해하지만요. 
지혜는 무결점주의자에 결벽적인 성격의 병준과 많이 닮았지만, 병준은 집안정리나 위생에 대해서 결벽적일 뿐, 사람에 대해서는 다행히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지혜는 병적으로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극중 지혜를 보면 똑 부러지게 야무지고, 사리분별력있고, 매사가 자로 잰듯 빈틈 없는 여자에요. 좋게 보자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것도, 싫고 내가 피해받는 것도 싫은 매사에 빈틈없는 여자같지만, 나쁘게는 몹시 피곤한 여자에요. 모든 일이 자기 생각과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극히 이기적인 여자에요. 처음 임신을 했을 때도 지나의 교육비와 몸 망가지는 것, 경제적 자립, 육아 등의 문제로 아이를 지우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던 인물이에요. 
이번 수일의 영화관 사건으로 칼자루를 쥐었던 지혜가 오히려 당하게 생겼는데요, 저는 역공을 하고 나오는 수일을 응원하고 싶어지더군요. 강하게 밀어부치는 수일때문에 불리해져 버린 지혜의 상황이 고소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제가 시대착오적이고 구세대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는지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도 젊은 시절에는 여권신장, 여성운동에도 뜨겁게 관심을 가졌는데, 지혜의 문제는 여성의 가정에서의 위상이라는 문제라기 보다는 지혜 성격을 좀 뜯어 고쳤으면 싶더라고요.
지혜를 보면 자기가 최고라는 공주병이 있어 보여요. 그런데 그 공주병이라는 것을 찬찬히 살펴보면, 컴플렉스에 기인한 자기최면식의 공주병이라는 것이 문제에요. 엄마의 재혼으로 지혜는 어린 시절부터 혼자라는 생각이 강했던 여자에요. 불란지 팬션에서 가장 불완전한 존재였지요. 엄마 민재는 새아버지 병태와의 결혼으로 아내라는 떳떳한 자격을 받았지만, 지혜는 민재에게 딸려온 혹이라는 컴플렉스 속에서 자랐지요. 다행히 제주 넓은 바다와도 같은 새아버지 병태가 진심으로 딸로서 품었기에, 지혜가 그만큼 비뚤어지지 않고 자랐을 겁니다. 태섭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봐 온 민재가 있었기에, 태섭이 지금의 반듯함을 잃지 않았듯이 말이지요.
수일에게 "우리의 결혼이 흠없이 순결한 것이라고 믿었다"는 말을 하는 지혜를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지혜의 결벽적이고 완벽주의적인 성격은 엄마의 재혼으로 딸려 온 '혹 컴플렉스'(사실 이런 단어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자신이 혹이라는 생각은 더 이상 자기에게 흠이나 결점을 보이지 말자라는 강박관념을 키웠고, 지혜를 둘러싼 모든 것은 티끌하나 없이 깨끗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키워왔다고 생각해요. 지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은 모두 자신의 말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니다. 자신이 정해 둔 규칙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져야 합니다. 지나에게 저녁마다 엄마 아빠 순번 정해서 동화책을 읽어주고, 일요일이면 온가족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올레길을 가야하고 말이지요. 어길시에는 반항으로 간주되고 심지어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트집까지 잡습니다. 그런데 전 진짜 이런 젊은 여자 무서워요.
그래서 이번 회 수일이 반항하는 것을 보고는 꽁생원같고 못난 남자의 표본이라 수일을 딱히 좋아하지도 않지만, 수일을 응원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좀 더 거세게 반항하라고 말이지요. 지혜에게는 사람 위에 사람없는 것이 아니라 사람 위에 사람있다는 것을 배워야 할 것 같고, 더 많이 다듬어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말로는 사실 수일이 지혜를 당할 수는 없어요. 많은 경우 여자들과 말싸움해서 이기는 남자들 못봤어요. 그래서 더 지혜가 기고만장하는 것 같기도 해요. 
지혜에게 민재나 병태와 같은 어른이 곁에 있어서 훈수를 두고, 보듬어 주고, 때로는 꾸짖어 주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에요. 저는 지혜를 보면서 지혜가 친정살이를 하는 것이 지혜에게는 참 행운이겠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혹이라도 시집살이를 하고 있었다면, 지혜같은 성격의 며느리를 시부모입장에서는 고운 눈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말이지요.

김수현 작가가 젊은 지혜와 수일 부부를 통해서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는데요, 저는 무너지고 있는 젊은 가장들의 권위를 살리고자 하는 작가의 숨은 의도를 읽습니다. 요즘 여자들 학력 높아지고 경제적 활동으로 남자들 못지않은 파워를 가진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에요. 하지만 여성들의 사회활동과 똑똑한 젊은 세대들에게서 무너지고 있는 것이 부부존중의 태도인 것 같습니다.
지혜를 보면 자신은 존중받아야 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병적으로 확인받고 싶어하면서도, 남편 수일에 대해서는 마치 아들 대하는 태도에요. 물론 수일이 무게가 없어서 우습게도 보이지만, 이 부부의 모습이 좋아보이지는 않아요. 수일을 보면 도살장에 끌려 온 소처럼 보이니 말이지요.
수일과 지혜 부부의 문제는 좋은 부부관계를 위해서 고쳐야 하기도 하지만, 또 하나 심각한 것은 어린 지나에게 미치는 영향일 겁니다. 어린 지나의 눈에 비친 아빠의 모습은 늘 엄마 앞에서 쩔쩔매고 눈치보는 모습이에요. 지혜처럼 완벽주의적인 성격이, 어린 딸의 눈에 비친 아빠가 엄마 앞에서 기죽은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도 문제이고, 썩 좋은 태도같지는 않아요. 어린 아이들 가정환경이라는 것, 굉장히 크게 작용해요. 극중 지나의 똑똑스런 모습을 보면 나중에 커서 지혜 판박이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물론 부부가 서로 존중해주고 평등한 관계가 가장 바람직하겠지요. 인간관계가 안에서도 밖에서도 생각과 문화가 다를 때 충돌이 일고, 때로는 싸워가며, 때로는 이해를 시키면서 합일점을 찾아가고, 매일 조금씩 다듬어지는 게 우리 인생사이고 부부의 모습일 것입니다. 지혜를 보며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이번 수일의 반항(?)으로 지혜의 안하무인 성격을 고치는 계기가 되면서, 동시에 수일도 조금 어른스러워졌으면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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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5 07:09




체조를 하던 시아버지를 본 시어머니의 역정은 대단했습니다. 며느리 민재에게 시어미 게거품물고 쓰러지는 꼴을 보고 싶느냐는 막말까지도 서슴지 않았어요. 결혼 이후 여자취급을 받지 못하고 살아왔던 팔순의 시어머니도 결국은 여자였음을 눈물로 보여 주었지요. "새 계집은 양단 치마저고리 입히고, 새끼 셋 배골려 가며 나는...."이라며 끝내 그 분통터진 지난 세월을 말로 잇지도 못하는 시어머니입니다. 길게 말하면 화병에 혈압으로 쓰러질 것 같은 사연, 듣지 않아도 다 짐작이 갈만한 속사연이었을 겁니다.
절대로 집에 들일 수 없다는 시어머니의 말에 "아버지 자식인데 어떡하느냐" 며 "자식 키우면서 자식한테 부모 나몰라라 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 는 자식들의 말에 시어머니는 주저 앉고 맙니다. 할아버지가 민재네 집에 들어 온 이유가 이번회 밝혀졌는데요, 경로당 과부랑 눈이 맞아서 그집 드나들다 쫓겨났다고 하네요. 그 말을 듣고 어찌나 화가 나던지 당장에 쫓아 버리고 싶더군요. 혈압 상승이에요.
남자들 열 여자 마다않는다고 하지만 제 버릇 개 못주는 시아버지가 못마땅하네요. 숯검댕이 빈가슴으로 한평생을 살아 온 시어머니의 원통한 심정도 이해가 되고 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서는 바람 피우다 쫓겨 온 갈데 없는 아버지를 거리로 내모는 행동은 용납하기가 힘들겠지요. 파렴치한 아버지라도 부모와 자식이라는 천륜을 끊을 수는 없을 테니까요. 
죽어도 한 울타리에서 못살겠다는 시어머니에게 둘째 아들(김상중)이 타협안을 제시했지요. 눈 감고 참고 받아들이든지, 아파트를 따로 얻어 주고 매끼 식사 나르고 봉양하게 하던지, 마당있는 집 준비해서 모실테니 몇 개월 참고 지내는 세가지 안 중에 택일하라고 합니다. 이에 시어머니(김용림)는 기어이 분통을 참지 못하고 본인이 끌어내겠다며 안채로 들어가지요. 이충에서 내려오던 시아버지가 뛰어들어 온 본처를 보고 놀라 헛발질을 하는 바람에 엉켜 넘어지는 것으로, 이번회 다음 라운드를 예고 하며 끝났습니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서 물론 드라마이지만 이런 시어버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집어봐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섯명의 첩을 거느리고 한 번도 자식들에게 책임을 지지 않은 아버지를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내 집안의 문제로 마주하게 되면 난감하기 이를데 없겠지요. 평생을 버림받고 살아 온 어머니가 가여워서라도 쉬운 문제는 아닐 것 같아요. 본부인의 입장에서 역시 마찬가지일테고요. 사실 요즘 세상에 이런 남자는 거리로 나앉고 쪽박차기 십상이지만, 과거에는 이런 아버지가 아주 없었던 일도 아니었을 거에요. 열 계집 거느릴 재력과 체력이 따라주면 그것도 남자 능력이라고 생각되었던 시절도 있었으니까요. 뭐 지금도 이런 남자들 없겠어요? 드라마 속 할아버지처럼 주색에 빠진 남자들이 요즘도 있을 겁니다만...암튼 인간취급하고 싶지는 않은 부류들이지만요.

그런데 이렇게 인간 취급하고 싶지 않은 아버지가 드라마에 나왔으니 깊게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어졌네요. 양로원에다 모실 수도 없고, 따로 거처를 마련해서 홀로 살아라고 할 수도 없는 처지이니 말이지요. 한 집 걸르면 누구네집 강아지가 새끼를 몇마리 낳았는지 까지 알 수 있는 제주 작은 동네(제주도가 작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에요)에서, 체면을 유지한다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요. 집 속사정을 다 알고 있다고 해도 번듯한 아들이 셋인데, 게다가 다른 첩들에게서 난 자식까지 합하면 열 다섯이나 된다는 노인네를 길거리에 내몰았다는 것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수 있는 밑반찬이 돼버리는 게 세상 인심이고, 불효막심한 자식들이라고 생각하는 게 우리 사회에 흐르는 효에 대한 정서일 것입니다.
저는 드라마를 보면서 김수현 작가가 효도가 도리인지 의무인지를 묻고 있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드라마 속의 '바람둥이 아버지를 받아들이겠느냐', '알아서 사시라고 하겠느냐'는 설문을 실시한다면 아마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듯 싶어요. 만약 그런 설문을 할 수 있다면 연령별로 통계를 내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성별 통계도 내보고 싶고요.
궁금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물었더니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가 아빠라면? 이라고 물으니 머리 빠개지게 고민된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되묻는 겁니다. 엄마가 아빠가 그랬다면 받아들이겠느냐고요. 저야 당연히 노땡큐입니다.ㅜㅜ
그런데 남편이라면 절대 받아들이지 못하겠고, 아니 때려서라도 쫓아내고 싶은 심정인데, 드라마 속 민재처럼 며느리 입장에서는 선뜻 나가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이런 심정이 도리인지, 의무인지, 체면유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려서부터 받은 부모님에 대한 효의 의무감때문에 당연히 모셔야 한다는 생각이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노발대발하는 시어머니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되고, 자식으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식들 입장도 십분이해됩니다. 할아버지 문제로 집 분위기가 쑥대밭인데 3세대들 민재의 자식들이 우중충한 마음에 와인을 마시는 장면도 공감이 가더라고요. 이 3세대들은 우선은 자기 발등에 떨어진 일이 아니니, '모셔야 한다', '아니다'로 왈가왈부할 문제들은 아니지요.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면 모두들 연기 내공이 있는 연기자들이라 말과 표정이 너무나 일치하는 것에 놀라는데요, 며느리 민재역의 김해숙이야 두말하면 잔소리겠고, 이번회 시어머니 김용림의 분통을 보며 울컥했습니다. 팔순에도 여자임을 보여주면서도, 젊어서 받았던 상처를 울컥 토했다가 다시 집어 삼키는 듯하는 모습은 그만한 인생을 살지 않았다면 표현하기 쉽지 않은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40대 혹은 50대로 과부 아닌 과부로 살아 온 어머니였다면, 아마 그 장면에서 끓는 분통을 몇 마디로 끝내지는 않았을 듯 싶더라고요. 구구절절 사연을 눈물과 함께 쏟아냈을 겁니다. "니들이 내가 살아 온 것을 알기나 해, 니들 배 안 골릴려고 안해 본 일이 없고, 젊은 첩년들 뒷치닥거리까지 해 온 내 심정을 아느냐? 니들은 모른다, 내가 어찌 살았는지. 니들 아버지가 이러저러한 인간이다..."라며 마음에 담은 모진 말들을 밤새도록이라도 쏟아낼 듯 싶었는데 "갈아마셔도 시원찮을 늙은이" 라는 말 한마디로 압축해 버리더라고요. 잠시 제가 그 나이라면 그 상황에서 무슨 말을 늘어 놓으며 숯검댕이 속을 보여줄까 생각해보니, 저 역시 나이들면 구차하게 여러말 하는 것도 기운빠져서 못할 것 같더군요. 나이들으니 속이 끓어도 말하는 것조차 귀찮을 때가 많거든요.
드라마에서 할아버지를 매몰차게 거리로 내쫓지는 않을 것이고, 이래저래 팔순넘은 정없는 노부부가 부딪치며 살아야 할텐데, 이들 노부부의 에피소드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예고편에 할머니가 경대앞에서 화장품도 찍어 바르는 모습이 보였는데 여자는 백발성성해도 여자인가 봐요. 
친정할머니가 아흔에 돌아가셨는데, 친정할머니의 모습도 언뜻 보이더라고요. 여든이 넘어서도 크림 하나에도 마치 젊음을 되찾으신듯 열심히 바르시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어르신들 사이에 한창 귀뚫는 것이 유행일 때가 있었어요. 그때 할머니가 친정어머니께 "친구 중에 누가 귀를 뚫고는 머리가 안아프다고 하더라" 며 귀 뚫어달라고 압력(?)을 넣으시던 모습도 생각납니다. 어려서는 귀여워 보이기도 하면서도,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나이가 드니 할머니는 나이가 들어도 여자셨구나 싶어요. 여자나 남자나 다 마찬가지겠지요.
경로당 과부랑 눈 맞아서 쫓겨난 할아버지가 갈데없어 본처집으로 들어왔는데, 그간 행적을 보니 정말 혈압돋우는 진상인데, 정신 차릴지 기대되네요. 생과부로 살아 온 시어머니 인생이 가여워서라도 쉽게 용서가 안되기는 하지만, 인생은 아름다워 드라마 제목처럼 팔십 넘은 노부부의 모습도 아름답게 귀결되었으면 싶네요. 평생 본부인 가슴에 못 박은 것 만큼 조금 더 당했으면 좋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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