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 동이'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4.14 '동이' 사극 최초 코믹왕 숙종의 이중적인 매력 (21)
  2. 2010.04.13 '동이' 한효주가 간과하고 있는 2퍼센트는? (20)
  3. 2010.04.07 '동이' 어리바리 숙종과 풍산 동이, 요절복통 탐정놀이 (21)
2010.04.14 08:05




음변사건에 대한 공으로 장옥정을 만난 동이가 보여달라고 청한 열쇠패는 뜻밖에도 동이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 다른 나비노리개였습니다. 동이가 화를 면하게 된 것인지, 장익헌의 죽음 배후세력과 관계가 있는 장옥정이 시간을 벌게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동이의 영민함은 장옥정의 눈에 들었나 봅니다. 사가에 심부름까지 보내면서 동이를 시험해 보면 말이지요. 암염을 덧입혀 만든 편경으로 음을 조작한 사건은 서인들의 대거 물갈이와 남인들의 주요 요직 인사이동으로 명성대비와 서인들의 패배로 끝나면서 실질적인 배후는 조용히 덮어버리는 선상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피바람은 막으면서 권력을 잡은 장옥정의 세력인 남인들이나 이를 빌미로 서인들의 세력을 견제하는 데 성공한 숙종이고 보니, 서인과 명성대비측은 장옥정에게 날개를 달아 준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일을 처리하는 숙종은 바둑을 두면서 정치에 훈수를 두는 장옥정보다 더 냉정한 모습입니다. 미소 뒤에 감춰진 숙종의 강한 성정은 명성대비와 조정신하들의 대사에서도 암시가 되었지만, 장옥정을 칭하는 모습에서도 나타납니다. "옥정아" 라며 이름자를 부르며 장옥정 앞에서는 애정을 과시하면서도 뒤돌아서서는 차갑기 그지없는 모습입니다. 호위 내시에게는 "장상궁 그 아이가 남자로 태어났으면 내 자리를 탐하지 않았을까 싶다" 라고 표현할 정도로, 겉다르고 속 다른 숙종의 모습에서 그의 여인들에 대한 태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동이에서의 숙종은 인현왕후와 장옥정 치마폭을 오가는 임금보다는 정치적 계산을 하는 모습을 부각시키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것도 코믹과 훈남의 모습을 넘나드는 매력적인 군주의 모습 속에 희석시키면서 말이지요. 
남인과 서인들 사이에서 장옥정과 인현왕후를 오가며 줄타기 정치를 잘했다는 후대의 평가를 받는 숙종이고 보면, 드라마 동이에서 그려지는 인간적이고 계산적인 숙종의 모습이 진짜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역사적 진실을 떠나 허당에 어리바리에 장난꾸러기 숙종 지진희는 드라마적으로 너무 매력적입니다. 어느 감초들의 연기보다 숙종의 위트넘치는 대사와 동이의 달밤 섬씽에 빵빵 터지니 말입니다.
이번회에서도 월담하려는 동이를 도와주는 모습에서 큰 웃음 선사해 주었는데요, 마치 사이좋은 오누이같은 숙종과 동이커플은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장옥정의 사가에서 지어 준 약재를 들고 오느라 인정 시간을 넘겨버린 동이는 발을 동동 구르지요. 약재를 궁궐 밖에서 들여오면 안되는 일이었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몰래 가지고 들어가야 합니다. 수문장의 눈을 피해 몰래 담을 넘으려는 동이를 마침 암행 다녀오던 숙종이 보고 말았습니다. 은근 숙종의 반가워 하는 모습이라니. ㅎㅎ
주위를 물리치고 동이에게 온 숙종 왈, "그렇게 한다고 담이 무너지겠느냐? 이제 보니 네가 상습범이구나" 놀란 토끼눈의 동이에게 뒤이어 건네는 인사는 숙종에게 동이가 얼마나 인상이 깊었는지 알수 있는 대사였어요. "지나가다 강아지가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말이다. 그래서 와 보니 풍산이 너로구나"
숙종은 한번 물면 절대 놓치지 않는다는 풍산이라고 불린다는 동이의 별명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게지요. 숙종을 따라 무사히 동이는 약재를 가지고 무사히 장악원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지요. 동이에게 마치 다 큰 처녀가 한밤중에 나다닌다고 혼내는 듯이 "다음부터는 제발 사고 좀 치지 말거라, 일찍일찍 좀 다니고. 처음부터 느낀 거지만 넌 정말 문제가 많은 아이인 것 같다"라며 훈계까지 하는 숙종입니다.
뾰로통한 동이가 그래도 임금님께 큰상을 받은 몸이라며, 천한 노비까지 다 챙겨주고 전하는 자비로운 분같다는 말에 으쓱해지는 숙종입니다, "원래 전하께서는 성심이 아주 넓으신 분이시란다" 라며 자화자찬하는 숙종, 정말 귀염둥이에 자뻑캐릭터입니다. 아, 재미있고 멋지다는 말입니다. 
숙종이 장옥정을 대하는 이중적인 태도, 그리고 동이에게 대하는 태도를 보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았을 숙종의 깨알같은 개그코드를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어쩜 그런 모습이 있지 않았을까 심지어는 믿어지는 부분까지 생기게 되네요. 숙종은 중전, 후궁, 심지어는 자신을 낳아 준 어머니까지 주위에 둘러싸인 모든 여인들은 다 정치적 인물로 볼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강한 치마폭에 숨거나, 강해 보이는 치마폭을 휘두르지 않으면 선대 왕들처럼 아무도 모르게 죽임을 당하거나 폐위당해 버릴 수도 있던 자리였으니 말입니다.
14세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 숙종이 결심한 것은 덕망있는 중전을 맞아들여 후사를 잇고, 어여쁜 후궁 몇 들여 놀아보자가 아니었을 겁니다. 자신이 앉아 있는 보위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더 강했을 겁니다. 더구나 내것 네것 밥그릇 싸움하는 서인과 남인들의 싸움에서 그가 고심하고 취했던 방법은 '휘둘리지 않고 휘두르는 법'이었을 겁니다. 자칫 휘두르려다 보면 내쳐질 수도 있고, 그러다보니 휘둘리는 척하고 휘두르는 영민한 방법을 썼던 것이었지요. 그 방패막이와 보호막이 되어 주었던 것이 양측 세력을 대표하는 여인들 치마폭이었을테고 말이지요.
저는 이번 회를 보며 숙종이 항상 사람좋게 웃는 가운데도 순간 번뜩이는 칼날같은 차가움을 발견했는데요, 장옥정과 바둑을 두고 나와서의 표정도 그러했지만, 편전회의에서 중신들을 보는 숙종의 눈빛도 예사롭지 않음이 느껴졌어요. 대거 물갈이에 대한 조정 신하들의 표정을 장난스러우면서도 섬뜩하게 관찰하고 있는 듯한 숙종의 모습은 얼굴 자체가 양날의 칼과 같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숙종의 왕의 자리에 대한 수호의식은 장옥정을 두고 "저 아이가 남자로 태어났으면 내 자리를 탐했을 거야"라는 말 외에도 월장하려는 동이에게 말하는 것에서도 엿보입니다. 호위 내시들을 물리치고, 동이에게 다가 간 숙종이 "내가 여기서는 엎드려 줄 수는 없고 따라오너라" 라며 동이를 문으로 데리고 가는 장면이 있었어요. 물론 임금을 호위하는 내시부 신하들이 지켜보고 있어서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음도 있었겠지만, 엎드려 줄 수 없는 이유는 그 곳이 궁궐 담이었기 때문이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궁궐은 숙종의 집이고, 자기집 담을 넘으라고 등을 내줄 수은 없는 일이었겠지요. 숙종이 어린 나이에 보위에 올라 지금까지 아둥바둥 지키고 온 곳이 대궐의 주인자리잖아요. 왕위에 오르자마자 정통성 시비에 시달린 것만 봐도 숙종이 왕의 자리에 대한 의지는 강했을 겁니다. 아시다시피 현종 사후 어린 숙종이 보위에 오르자, 효종이 장남이 아니었다는 것에 숙종의 정통성에 반기를 들고 나왔다는 것만 봐도 숙종의 고민을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숙종이 이런 술렁거림에 대처한 방법이 수렴청정을 일찍 거둬버린 사건일 겁니다. "어리다고 얕보지 말라" 라며 대신들에게, 그리고 모후에게도 한방 먹인 셈이지요. 그리고 숙종이 취한 태도는 남인과 서인 사이에서 그 만의 방식으로 군형을 잡으려 했다는 점일 것입니다. 때로는 가차없이 피바람을 일으키며 숙청해 버리면서 말이지요.
그런 숙종의 성정때문에 서인이나 남인이니 숙종을 함부로 좌지우지 하지는 못했던 점도 있습니다. 명성대비가 아들임에도 무서워할 정도였으면, 숙종의 칼이 얼마나 잔인했는지를 엿보는 대목이기도 하고요. 사실 숙종의 정치를 평가함에 의견이 분분하기에 여기서 옳았다 그르다 라고 말하기는 힘든 문제지만요. 

그런 숙종의 왕실에 대한 견고한 수호의식은 강아지처럼 귀엽고 까불거리는 동이라고 예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장난을 좋아하고 순수한 동이에게 어눌한 판관이라고 속이고 있지만, 자기 등을 밟고 자기집을 몰래 들어가라고 할 수는 없었겠지요. 그 모습을 보면서 순간적인 판단이었겠지만, 왕은 왕이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참, 이번회에 절벽아래로 추락해서 생사가 궁금했던 차천수(배수빈)가 살아서 돌아왔는데요, 기일에 맞춰 제를 올리러 간 동이와 엇갈려 버려서 안타까웠습니다. 동이가 흘리고 온 검계 머리띠를 봤으니, 동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차천수도 알았을 것이고, 동이의 행적을 찾게 될 것인데, 두 사람이 언제 만나게 될지 애가 타네요. 또한 장악원에 천가 성을 가진 노비 동이라는 이름을 듣고 6년전 사라진 동이가 아닐까 의심하는 서용기에 의해 동이가 조사를 받게 될 것 같은데, 동이 앞에 쏟아지는 일련의 사건들 앞에 동이가 위기를 잘 넘길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탕약에 문제가 생겨 장상궁의 약재를 들고 들어 온 사실까지 들통나게 생겼는데, 동이 인생이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입니다.
그나저나 숙종을 보니 알게 모르게 동이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요즘들어 숙종 입에서 동이와의 달밤 탐정놀이 이야기가 자주 나오면 말이지요. 아주 입이 귀에 걸립니다. 서용기와 술 한 잔 하면서도, 옥체를 걱정하는 서용기를 뜨아하게 만들면서 동이와 합동작전을 펼쳤던 탐정놀이가 너무 재미있었다며, 생전 처음 저자의 평범한 남자가 된 것 같다고 즐거워 하는 것을 보니, 임금의 자리에서는 범부의 평범한 모습에 대한 동경도 있었을 것 같아요.
숙종에게는 천방지축 동이는 너무 새로운 여자에요. 자신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여인들만 보아 온 숙종에게 대놓고 혼까지 내는 똘망똘망한 눈망울의 아이는 처음이었겠지요. 허당 숙종과 풍산 동이 커플의 몰래데이트가 너무 재미있는데, 암행길에 자주 만나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러다 보면 늦은 밤 환궁할 일도 많을텐데, 두 사람만의 궁궐 개구멍도 하나 만들어 주었으면 싶기도 해요. 아무리 판관이라지만 함께 있을 때마다 궁궐을 지키는 왕실을 호위하는 금군들이 없어지는 것을 풍산 동이가 계속적으로 속아 넘어가주기란 쉽지 않아 보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제작진에게 부탁하나 드리고 싶은데 숙종과 동이의 테마 음악 좀 상쾌하게 만들어 주시면 안될까요? 이번 달밤 에피소드 음악은 상큼한 분위기와 달리 너무 우중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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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3 07:13




음변의 원인을 밝힌 공으로 동이는 삽시간에 장악원에서 인기짱입니다. 동이 덕분에 장악원에는 어식(임금이 내린 음식)이 내려지고, 동이는 고급비단과 금붙이에 노리개까지 하사받았지요. "난 이 나라의 왕이다" 라는 말을 듣고도 "네가 임금이면 나는 옥황상제"라며 칼을 겨눈 서인들 하수인들에 의해 목이 날아갈 찰나 서용기가 이끌고 온 포청관군들에 의해 다행히 숙종과 동이는 목숨을 구했어요. 
간밤에 어리바리 숙종과 풍산 동이의 활약으로 음변의 원인이 암염때문이라는 진상이 밝혀짐에 따라 명성대비와 서인들이 곤궁에 처하지만, 음변을 꾸민 배후가 명성대비와 서인들이었음을 알고도 장옥정은 이를 기회로 이용하는 영리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겉으로는 명성대비를 곤궁에서 구해주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숙종의 총애를 잃지 않으려는 계산이 있었던 것이지요. 또한 명성대비와 서인들에게는 약점을 잡고 있다는 것까지 은연 중에 내비친 장옥정입니다. 왕실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칼 같은 숙종이기에 이번 음변의 음모 배후가 드러나면 어머니에게도 칼을 댈 수 있는 성정이라는 것을 장옥정이 모르지 않기에, 명성대비와 서인들의 음모를 묻어주려는 것이었지요. 어머니를 치고 장옥정을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없을 것임을 계산에 넣은 장옥정의 영특한 처리방법이었던 것이지요.
숙종으로부터 간밤에 목숨이 왔다갔다 했던 재미있는 무용담을 들은 장옥정은 묘하게 동이라는 아이가 궁금해집니다. 천을귀인이라는 같은 운명을 타고 난 이유인지 자석처럼 장옥정은 동이라는 아이에게 끌립니다. 장옥정은 동이로 인해 재입궁이 변란이라는 흉흉한 소문을 털 수 있었으니 동이에게 상을 내리고자 하지요. 동이를 기다리는 동안 장옥정은 과거 도인이 했던 말이 불현듯 떠올라 표정이 어두워집니다. "모든 것을 가진 자가 모든 것을 잃은 아이의 그림자다" 라며 자신을 그림자라고 했던 도인의 예언에 걸립니다. 빛이 그림자를 알아보듯, 그림자 역시 빛이 들어오면 눈이 부시는 법이지요. 빛과 그림자라는 타고난 운명때문이었는지 장옥정의 눈앞에 나타난 동이에게서 나오는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장옥정도 느끼지요. 
동이를 본 장옥정의 예감은 예리합니다. 국화차를 권하며 고경명의 황백국이라는 시 한 구절을 읊으며 다음 구절을 맞추라고 하니 동이의 입에서 다음 구절이 막힘없이 나옵니다. 동이에게서 품어나오는 맑은 눈빛과 맑은 기운은 장옥정이 동이에게 호기심을 갖게 합니다. 장옥정은 동이가 예사 아이는 아니라는 생각에 흥미를 가지는데, 상으로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말에 실망이라며 동이를 나가보라고 합니다. 장옥정은 순간 자신의 신분과 야망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지난밤에 간밤에 임금인 줄도 모르고 혼줄까지 내가며 범인을 잡았다는 말에 장옥정은 동이의 영민함에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든 자신과 같은 야망이 있는 인물인지 알고 싶었을 겁니다. 이런 것이 운명의 이끌림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역시 신분이 천출임에도 숙종의 은혜를 입고 상궁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기에 동이에 대해 특별히 호기심을 보인 것이었지요. 더구나 동이에게서 나오는 천비답지 않은 기품과 맑은 기운은 장옥정이 관심을 가지게 했고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동이의 말에 "네가 감히 당치 않은 것을 꿈꾸고 얻을 수 없는 것을 얻으려 했다면 더욱 마음에 들었을텐데..."라며 자신이 사람을 잘못봤나 싶어 실망을 하는 장옥정입니다. 나가보라는 말에 "마마님! 사실은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라며 청을 들어줄 수 있느냐며 엎드린 동이, 과연 동이가 궁금해 하던 나비문양의 노리개에 대해 동이가 장옥정에게 물어볼 지 다음회를 기다려야 겠네요.
동이가 궁궐에 들어 온 이유가 나비모양을 가진 항아님, 그리고 장익헌 대감이 죽으며 보여주었던 손동작을 했던 항아님을 찾아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무고를 밝히고자 함인데, 동이는 억울함을 풀게 될지 모르겠네요. 장옥정이 동이가 어느 밤 어린 아이에게 인정을 베풀어 궁지에서 구해주었던 검계 최효원의 여식임을 알게 되면, 장옥정이 동이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을 듯 싶은데, 호기심 소녀 동이의 앞날이 풍전등화입니다.  
동이가 방송된지 7회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동이는 이렇다하게 시청자들을 끄는 힘이 부족해 보입니다. 지난 회 숙종 지진희의 코믹한 모습으로 새로운 모습의 숙종에 대한 기대감이 급상승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드라마는 산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우아하고 품위있는, 그리고 영특한 장희빈의 모습에 근접한 이소연은 캐릭터 잡기에 성공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주인공 동이를 연기하는 한효주가 우려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붕 떠있다는 느낌입니다. 조선시대의 캔디로서의 밝고 명랑한 동이를 연기하고 있는 한효주 연기를 못한다는 것은 아닌데, 드라마가 끝나면 한효주의 붕 떠 있는 목소리가 자꾸 걸립니다. 물론 동이는 17살의 어린나이이고, 현재로서는 다듬어지지 않은 들꽃같은 캐릭터를 보여주어야 하기에 행동에서도 말투에서도 천방지축인 모습은 감독이 원하는 동이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또한 난관 속에서도 늘 따뜻하고 밝은 성격의 동이를 보여주고 싶다는 설정에도 부합되는 모습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문제는 한효주의 대부분의 대사가 정통적인 사극에서의 대사라기 보다는 현대적인 대사들이기에 사극의 냄새가 나지 않는 점도 있지만, 한효주의 대사는 조금 빠르고 거친 호흡마저 느껴집니다. 대사를 끊지 않고 하려다보니 호흡이 가파르고, 더구나 한효주의 음색이 낮은 톤도 아니기에 더 현대적이고 빠르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한효주의 상대배역들과 나오는 신은 각자 따로 논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상대방과 주고 받는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자기대사만 친다는 느낌까지 들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보다 심각한 것은 동이의 장악원에서나 숙종(아직은 임금인줄 모르고 있지요) 등과의 장면에서 동이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망각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밝고 긍정적이고 영민한 성격의 아이라는 것에 지나치게 치중하다보니 드러나지 않지만 묘하게 거슬리는 부분들이 눈에 뜨입니다. 
예컨데 밤중에 숙종과 암염에 대한 증거를 잡는 과정에서도 동이는 양반, 더구나 한성부 판관이라는 양반을 가지고 노는 듯한 인상입니다. 물론 어리바리 숙종과 환상의 개그콤비는 만들었지만, 양반에게 눈을 꼿꼿이 들고 가르치려는 듯한 태도는 노비신분에서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는 것이죠. 한성부 판관이 조금 모자라다 싶으니 아예 무시까지 하려는 듯한 동이는 당당하기 보다는 되바라져 보일 수도 있었던 장면이었어요. 이런 동이의 태도는 비단 숙종에게서 그치지 않습니다. 장악원에서는 정도가 심하다 할 수 있습니다. 서열상으로 위인 영달(이광수)과 황직장(이희도)를 대하는 태도는 밝음을 넘어서 입에서만 나으리고, 전혀 윗사람을 대하는 태도처럼 여겨지지 않습니다. 동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하는 장악원에 대부분이 희화적인 인물들만이 있다보니 동이의 이런 면은 더욱 강조될 것같습니다.
이번 회 강렬한 감초들로서 등장한 오태풍(이계인), 오호양(여호민) 역시 동이를 사극적인 무게감이 아닌 재미요소들만 있는 인물들 속에서 부각시킬 뿐일 것입니다. 이소연이 명성대비, 오태석 그리고 잘 교육된 상궁들 속에서 우아하고 기품있는 장희빈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물론 본인의 캐릭터 소화능력에도 있지만, 좋은 멍석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는 것도 한 몫하고 있을 것입니다.
반면 한효주의 주변에는 코믹하고 바보스러운 인물들 투성입니다. 동이가 제 아무리 영특함을 갖췄다 할지라도, 명성대비를 한방에 보낼 수 있는 물증(패찰)을 가지고 명성대비와 서인들의 뒷통수를 친 장옥정이 부각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장악원에서 동이 한효주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배우들은 대부분이 코믹하고 과장적인 캐릭터이기에 이 속에서의 한효주 역시 붕붕 떠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동이가 보여줘야 할 영특함과 밝음도 코믹속에 묻혀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햇살미소마저도 시도때도 없이 밝은 모습을 애써 강조하기 위해 남발하는 듯한 모습이고 말이지요.
호기심많고 덜렁대는 동이도 좋지만, 동이는 장금과는 다른 캐릭터입니다. 장악원에서의 천방지축 동이는 수랏간의 장금이 같은 모습이 군데군데 눈에 뜨이는데, 장금이 이영애가 보여주었던 기품은 부족한 모습입니다. 이는 배우 한효주에게도 한효주가 만들어 갈 동이라는 캐릭터에도 좋은 방향은 아닐 듯 싶습니다. 물론 장금이가 어려서부터 한상궁에게 교육받은 영향도 있지만, 시청자는 드라마 속 주인공에게서 특별한 분위기를 찾고 싶어 하는 것이 사실이지요. 한효주는 천방지축 노비 동이의 모습은 제대로 살리고 있지만 주인공으로서의 무게감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천인의 왕은 저 아이'라는 말이 워낙 강렬하게 자리해서인지 동이가 범부들과 다른 모습을 찾고 싶은데, 밝고 낙천적인 성격을 지나치게 부각하다보니 매사에 흥분 상태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고 말이지요.
동이는 숙종의 눈에 들기 전까지는 들꽃같은 이미지의 아이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동이는 들꽃같은 야생화 이미지보다는 잡초의 이미지가 더 강한 것 같습니다. 인현왕후, 장희빈, 숙빈최씨 동이를 꽃에 비유하자면 각각 수선화, 장미, 연꽃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진흙탕 속에서 피어오른 연꽃같은 인물이 숙빈최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은 후원 연못가에 핀 수선화의 이미지도 아니고, 장옥정처럼 자색으로 임금을 유혹한 것도 아닌, 진흙탕 속에서 고고하게 피어오른 연꽃같은 인물말입니다. 
영웅에게는 범부에게 없는 영웅의 모습이 있듯이, 궁중 무수리출신이었지만 미래 국모로, 그리고 천민들의 왕에 오르는 사주를 타고난 동이만의 분위기도 있어야 하는데, 밝고 재치발랄한 동이의 모습에만 치중하다보니, 뭔가가 부족한 느낌입니다. 그게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2%의 신비감 혹은 기품같습니다. 동이를 둘러싼 장악원의 모든 인물들이 코믹에 치중하다보니 동이 역시 기품이 풍겨나올 분위기를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시청자는 느끼지 못하고 단지 도인과 장옥정만이 아는 기품일 뿐입니다. 연꽃으로 피어나기 전의 들꽃같은 동이, 잡초가 아닌 들꽃같은 동이를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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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7 07:42




간밤에 편경장인이 살해된 시신을 목격했다는 경수소의 한 줄 사건일지는 예리한 캐코 종사관 서용기의 손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음변, 운석 등 궁에 일어난 해괴한 일들이 장희빈의 재입궁때문이라는 소문은 삽시간에 도성에 퍼져, 저자에서는 변란이 일어날 징조라며 쌀을 사들이려고 난리법석이고, 밤마다 벽에는 괴서가 나붙지요. 의금부, 한성부, 포도청 어느 곳에서도 사건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는데 숙종이 엄명을 내립니다. 흉조의 원인을 밝히지 못하면 "니네 다 죽었어"라며 엄포를 놓는 숙종은 역시 일에서는 한 카리스마 합니다.
직접 민심을 살펴보겠다고 나선 숙종이 포도청을 찾아 수사상황을 살피는 중, 종사관 서용기가 알게 된 경수소 일지를 보고 받게 되었지요. 다름아닌 편경장인의 시신을 한 계집이 발견했는데, 사고현장으로 출동하니 시신이 없어서 허위보고로 흐지부지되었다는 거의 묻힐 뻔한 일을 알게 된 것이지요. 역시 종사관 서용기는 깨알만한 사건도 놓치지 않는 개코 수사관입니다.
암행을 나선 숙종은 환궁하려다 서용기로부터 들었던 사건현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헛간으로 향합니다. 그곳에는 호기심 소녀 동이가 몸을 숨기고 있었고요. 동이는 죽은 편경장인의 집을 찾았다가 낯선 남자들이 편경장의 집에서 무엇인가를 흠쳐가는 것을 보았고, 뒤를 쫓아 지체 높은 집으로 그 사내들이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물론 현장에서 어떤 칠푼이같은 사내가 보따리를 쏟는 바람에 흘리고 간 편경조각까지 주을 수 있었지요. 그 편경조각을 헛간에서 편경장인의 망태기를 쏟았을 때 봤던 것을 기억한 동이는 같은 편경 조각이 떨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다시 헛간으로 갔던 것이지요. 
밖에서 나는 수상한 소리에 몸을 숨기려던 숙종은 가마니 뒤에 숨어있던 동이를 보고 허걱 놀라는데, 동이를 보고 놀란 순간부터 이어진 숙종의 어리바리 모습은 너무 웃겨서, 그 다음부터 두 사람의 표정과 대사만 따라 다니느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사극이 이렇게 웃기게 재미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말이에요. 어리바리한 숙종 지진희의 표정과 대사도 재미있었지만, 전혀 다른 귀여운 숙종의 모습이 유쾌 상쾌했답니다. 근엄함을 버린 왕의 코믹하고 귀여운 모습, 급호감입니다.
궁에서는 모든 이들이 감히 용안을 올려다 보지도 못하는 군주이지만, 계급장 뗀 일개 범부의 모습에서는 허세기도 있으면서 겁도 많고, 무엇보다 세상물정에 너무 순진한 숙맥일 뿐이에요. 동이에게 호통을 들어가며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모습은 용포에 가려진 인간적인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을 한성부 판관이라고 속인 어리숙한 양반이 왕인 줄도 모르고, 동이가 기선제압해 버린 과정, 어찌된 영문인지 보도록 하지요.

헛간에 숨어든 낯선 양반에서 동이가 물어 봅니다. "대체 나리 누구십니까?" 왕이라고 밝힐 수 없는 숙종은 "너는 누구냐?"라고 되묻지만 밖에서는 왕의 호위무사가 칼잡이들에게 당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칼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죽고 싶으시냐" 며 따라 오라는 동이를 따라 헉헉대고 한밤중에 뜀박질하는 숙종, 평소에 운종량이 부족해서인지 겨우 몇걸음밖에 달리지 않았는데도 숨이 목에 턱턱 차오릅니다. 숨찬 대사까지 리얼하게 보여주는 숙종, 역시 대단한 연기력이에요. 더 멀리 도망가야 한다는 동이의 말에 "난 이렇게 뛰어본 적이 없다. 난 죽어도 못간다" 라며 털썩 주저 앉는 숙종을 보니 동이는 기가 차지요. 뒤에서는 칼든 사람들이 죽이려고 쫓아 오는데, 뛰어본 적이 없다는 이 양반이 참 한심해 보입니다. 그런데 한 술 더 떠 정신나간 소리까지 합니다.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설마 역모란 말인가?"
임금을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설마 이 밤중에 왕이 헛간에 숨어 들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동이는 이 말에 기가 차지요. "역모는 임금님을 시해하려 할 때 쓰는 말이죠" 뒷말은 안들어도 뻔하죠. 뭘 좀 알고나 쓰시죠 였겠지요. 가르치려면 한참 모자란 양반입니다.
그런데 이 어리숙한 양반 손에 헛간에서 동이가 찾고 싶었던 돌멩이가 들려 있었지요. 암염, 즉 소금돌이라는 겁니다. 혹시 군관이냐는 동이의 말에 얼떨결에 한성부 판관이라고 대답해 버린 숙종은, 동이로부터 시신을 발견한 전모를 듣게 됩니다. 동이는 숙종에게 편경장의 집에서 암염 조각들을 훔쳐간 집을 가르쳐 주고는 군사들을 데리고 오라고 숙종을 보냅니다. 그곳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고 있겠다고요. 여자 몸으로 어찌하려느냐는 말에 동이는 "부끄러운 말씀이지만 사람들이 절 풍산이라고 부릅니다" 라고 대답하는데, 동이도 은근히 한 자랑하는 성격같아요.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풍간개처럼 질기다는 별명이 있다고요.
그러고 보니 동이는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충만해서 여기저기 간섭을 많이 했던 아이였어요. 그 때문에 위기도 있었지요. 비단옷을 입겠다는 일념하에 아버지 말씀을 어기고 문안비로 나섰다가 위험에 빠지기도 하고, 달리기 시합에서 이겼는데도 약과를 얻지 못하자 약과를 돌멩이랑 바꿔치기 하고 도망치기도 했던 아이였어요. 그 호기심이 장악원 노비 동이의 인생도 바꾸게 될 모양입니다. 숙종과의 만남으로 이어졌으니 말이에요. 풍산 동이라, 이제부터 동이를 따라다닐 별명 하나 생겼네요. 
홀로 동이를 두고 온 숙종은 이상하게 마음이 쓰입니다. 당차게 자기 앞에서 꾸지람도 하고 호통을 치는 듯한 어린 계집이 마음에 쓰이지요. 남자 체면이라는 것도 생각나고 말이지요. 어린 여자를 사지에 두고 혼자 피신한 것같아 불편한 마음에 다시 현장으로 가니, 아니나 다를까 동이가 담을 넘으려고 하고 있지요.
군사들을 데리고 와야 할 군관나으리가 다시 오니 동이가 놀라서 묻는데, 대답이 기절초풍할 일입니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말을 전하라 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숙종이에요. 동이에게 눈 앞의 한성부 판관 나으리는 직업 의식도 없어보이는 인물로 찍히고 마는 순간입니다. 한심한 양반으로 찍힌 숙종의 굴욕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증거가 담긴 보자기가 연못앞에 있는 것을 본 동이는 담을 넘어 증거품을 가져 오려고 하지요. 그나마 낮은 담장을 찾았는데, 어리바리 판관 숙종 표정을 보니, "담장이 낮은 것과 내가 무슨 상관? 날 더러 어쩌러고?"입니다. "한 번도 담을 넘어 본 적이 없다. 내가 있는 곳은 담을 넘기에는 너무 높았다" 라니 두손 두발 든 동이지요. 동이가 넘겠다고 엎드리라 하니 이제는 숙종이 기가 찹니다. 누구 대신 엎드리라고 할 내관들도 없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왕이란 자리가 하늘아래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자리인데, 이거 큰일입니다. 
그러나 "증거들이 다 녹게 생겼는데 이깟 바닥을 피하십니까?" 라고 꾸짖는 동이에게 꼬랑지 내리고 엎드리는 숙종... 이 장면보면서 한참이나 웃었네요. 허리 우두둑 소리에 놀란 토끼눈의 숙종 모습도 귀여웠고, 임금 체면 구기고 땅바닥에 엎드린 모습도 그랬지만, 천한 노비가 임금의 등을 밟고 올라서는 장면은 감히 사극에서 꿈도 꾸지 못했던 파격적인 장면이었습니다. 드라마니까 나올 수 있는 숙종 인생 최고의 굴욕 사건이지 싶어요.
숙종 등을 밟고 담을 넘어 문을 열어주니, 숙종이 남자 체면을 살려보려 하지요. 증거물을 직접 가져오겠다고요. 영 못 믿겠다는 동이에게 뭔가 보여주려던 숙종은, '나 잘했지' 라는 듯 의기양양하게 보자기를 가져오다가 그만 암염을 싼 보자기를 칠칠맞게 흘려 버립니다. 칠푼이 한 사람 추가에요. '그럼 그렇지, 믿고 보낸 내가 잘못이지' 싶은 동이에요. 그런데 큰일입니다. 칼잡이 한놈에게 발각되어 숙종의 목이 날아가게 생겼어요. 위기일발의 순간에 동이가 돌멩이를 날려 칼잡이의 이마를 명중시켜 숙종의 목숨을 구했지요. 그 와중에도 암염 몇 조각과 칼을 챙겨드는 숙종입니다. 하지만 떼를 지어 몰려 온 칼잡이들에게 동이와 숙종은 사면초가에 빠집니다.
"이 놈들을 막을테니 몸을 피하라"는 숙종에게 동이는 "함께 왔는데 그럴 수 없다" 하고, 어느 새 칼잡이들이 숙종과 동이를 에워싸고 말았어요. 칼을 들고 갖은 폼을 잡는 숙종이지만, 동이는 그간의 모습을 보니 칼을 제대로 쓰기나 할지 걱정입니다. "설마 칼도 처음은 아니시죠?"라고 묻는 동이에게, "칼은 쥐어 봤다만 실전은 처음이다" 라는 숙종 말에 또 터졌네요. 그렇지요. 실전은 처음이겠지요. 군주 수업으로 말타기 활쏘기 칼쓰기 다 배웠을 숙종이지만, 따지고 보면 실전은 처음이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니까요. 아무튼 순진하리만치 정직하고 귀여운 숙종, 매력덩어리 같습니다.
마지막 엔딩장면에 "내가 치면 넌 도망치거라. 이건 어명이다" 라며 임금임을 밝히고, 칼잡이들을 향해 "난 이 나라의 왕이다"라고 말했는데 칼잡이들 영 믿는 눈치가 아니네요. 마치 "네놈이 왕이면 난 니놈 아비다" 라는 식으로 비꼬는 듯해요. 다행히 지나는 행인이 준 병사동원령 패찰을 받은 서용기에 의해 목숨은 구하겠지만, 동이가 이 어리바리 훈련원 판관이 진짜 임금님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까요? 아직 몰랐으면 좋겠네요. 이 두 사람 은근히 코믹하고 순진스럽게 엮이는 에피소드가 재미있으니 말입니다. 숙종이 동이가 장악원 노비임은 알게 되었으니, 은근히 동이 뒤를 숨어서 킥킥거리며 지켜보는 숙종의 모습, 그리고 동이에게 철없어 보이고 어리숙한 판관으로 찍힌 숙종을 가르치는(?) 재미있는 모습도 조금 더 보고 싶으니 말입니다. 음흉한 능구렁이 대신들을 상대하는 카리스마 작렬하는 모습 이면에, 이렇게 순진스럽고 어리숙한 숙종의 인간적이고 코믹한 모습은 사극에서 만나는 신선함,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숙종의 그런 양면적인 모습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에요. 숙종은 어려서부터 군주교육만 받았을 것은 당연하고, 그러다보니 왕위에 대한 자부심이 넘쳤던 인물이라고 해요. 14세 어린나이에 보위에 올라 서인과 남인의 치열한 당파싸움을 보다보니, 조정에서는 어린 나이의 군주를 무시하는 모습에 대해서는 철저히 경계를 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반면 나이로는 피가 팔팔 끓는 젊은 군주에요. 군주로서의 스트레스가 왜 없었을까 싶어요. 신하들에게 지엄하지만 궁녀들에게 살인미소를 날리는 행동으로도 숙종이 답답한 조정 분위기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날리는 한 방편이었을 듯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스스로 풍산개라고 하는 천방지축 노비 동이를 보고 숙종은 아마도 임금으로서 하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들을 즐기고 싶은 마음도 생겨날 것 같아요. 아직은 사랑이 아니어도, 동이처럼 환한 미소와 당돌하리 만큼 당당한 아이를 숙종은 처음 봤거든요. 그의 곁에 있는 왕비와 후궁은 하나같이 정치와 권력의 냄새가 진동하니, 막 건져 올린 팔팔한 생선같은 동이의 모습이 숙종에게는 숨통 트이는 위안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코믹하면서도 카리스마까지 겸비한 지진희의 숙종, 볼수록 매력적입니다. 장희빈과 명성왕후, 그리고 인현왕후라는 무거운 세력다툼이 드라마 분위기를 무겁게 끌고 갈 수도 있는데, 드라마 메인 주인공들인 숙종 지진희와 동이 한효주가 드라마 분위기를 통통 튀게 하니 감초들의 코믹 장면보다 돋보였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숙종 지진희의 어떤 엉뚱한 매력들이 더 나올지 기대도 크고 말이지요. 지진희 느님, 멋져요.ㅎ
음변의 음모는 일을 꾸민 명성왕후와 서인 정인국의 똥줄타는 냄새와 장옥정이 쾌재를 부르게 될 사건으로 종결될 듯 싶습니다. 어리바리 숙종과 풍산개 동이의 환상적인 콤비가 이뤄낸 탐정수사결과는 동이와 숙종의 인생을 어떻게 바꿀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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