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에 해당되는 글 43건

  1. 2013.07.20 '꽃보다 할배' 이서진, 잘익은 수박같은 남자 젊은 짐꾼의 참매력 (2)
  2. 2012.06.16 이승기, 아름다운 청년의 밉지않은 자신감의 근원 (12)
  3. 2012.06.05 '빅' 이민정-'신품' 김하늘, 드라마속 여선생님 왜들 이러시나? (1)
  4. 2012.05.26 '더킹 투하츠' 윤제문,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던 캐릭터의 실체 (5)
  5. 2012.05.22 '하지원-한지민' 안타까운 캐릭터 붕괴, 연기력으로 승부한 배우들 (60)
2013.07.20 09:26




여자 아이돌과 여행을 떠난다는 제작진의 달콤한 거짓말에 떨리는 가슴을 안고 공항에 나왔던 이서진,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평균 연령 76세의 할배들, 하늘같은 대선배들이었죠. 그때부터 이서진에게 드리워진 먹구름은 파리대분란 사태 이후로도 계속되었습니다. 방향감각 상실에 지도난독증, 투표권도 없는 미성년자는 짐꾼에 가이드에 경비집행 총무에 몇가지 일을 해야 하는지 모릅니다.

이서진의 트레이드 마크인 보조개가 없어질 때마다, 머리털 다 뽑힐까 걱정스럽게 머리를 쥐어흔들 때마다 시청자는 이서진에게는 미안하지만, 웃음 빵터지고 맙니다. '너의 불행은 곧 나의 웃음'이라는 듯...(그래도 이서진에게 괜스레 내내 미안했답니다) 

개선문에서 본 보석처럼 빛나는 에펠탑, 그 환희로운 정경에 하루의 피곤도 다 잊어버리고 할배4와 짐꾼은 무사히(?) 숙소로 돌아옵니다. 할일이 여전히 태산인 이서진에게 앉으라고 버럭하는 신구의 말에 얌전히 신구옆에 앉은 이서진, 신구할배의 눈빛이 수상스럽게 빛나죠. 뚫어지라 고정된 신구의 시선, "너는 얼굴이 어쩜 이렇게 잘생겼니? 얼굴이 조각같아", 급기야 볼에 뽀뽀까지 쪽~해주는 신구, 일흔 여덟 고령의 신구의 눈에 마흔 넷의 이서진은 아들같기도, 손자같기도 합니다. 군말없이 할배들 모시고 궂은 일은 도맡아 해주는 서진이 기특하고 대견스러운 신구, 넉넉한 마음이 느껴지는 신구의 서진사랑 애정표현이었죠. 

다음날 건강체크로 하루를 시작한 할배들과 이서진, 가장 걱정스러운 떼쟁이 일섭도 혈압이 비교적 정상으로 여행에 큰 무리는 없어보여 다행이었지요. 그런데 저혈압이라는 이서진이 가장 높게 나와 그의 심적 스트레스의 정도를 알게 했죠.

때마침 박근형에게 온 동해의 할배 대박이라는 문자에 직진순재가 아끼는 후배들 이름이 줄줄이 나왔죠. "하지원, 이승기 제대로 하는 애들이야. 얼마나 이쁜지 몰라", 하지원과 이승기는 더킹 투 하츠에서 함께 한 인연이 있었던 직진 순재, 거기에 이병헌과 김명민을 더하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죠. 김명민과는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함께 출연했기도 했는데, 우째 이산에서 손자역을 한 이서진에 대한 칭찬은 나오지 않습니다.

꽃보다 할배에 함께 할 젊은 멤버로 이순재가 이서진을 추천했었다는 나영석 피디의 말에 이서진 입이 댓발은 나옵니다. "그래놓고 인터뷰 할때는 김명민 칭찬만 하면서...", 마흔 셋 이서진 어린이의 툴툴댐에 그저 웃지요. 

아침을 먹고 나온 파리, 다음 목적지는 베르사유 궁전입니다. 가자마자 보이는 인산인해를 이룬 엄청난 인파, 서진의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은 웃지못하죠ㅜㅜ. 지옥의 라인업이 기다리고 있음을 의미하는 거니 말이죠.

궁전 내부 입장 티켓을 사러 간 서진,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할배들은 밖에서 줄을 서고 서진은 티켓을 사러 들어갔지요. 안내판에 보이는 자동판매기 표지판, '옳거니, 거기는 좀 줄이 짧을지도 몰라', 급한 마음에 VJ에게 줄을 맡기고 자판기로 가본 이서진, 그러나 계속 티켓팅에 실패하고 마는데, 이런... 줄에 대신 세워둔 VJ가 자리를 이탈해 서진에게 와버렸죠. 처음부터 다시 줄을 서야 하는 서진, 이러니 혈압이 안 오르겠냐고! 한 대 때릴 뻔했다는 이서진의 점잖은 버럭이었지만, 진짜 화났을 듯...  

우여곡절끝에 표를 사가지고 왔지만, 이서진의 입은 여전히 퉁퉁 불어있었죠. "남의 집 구경을 꼭 해야해!" 화려한 베르사유 궁전의 내부, 일섭의 감상평 한마디에 그만 빵! '"마석거리 가구점 다녀왔어". 미치겠다~ 일섭님 표현 정말 짱이신듯!

꼬마기차를 타고 여의도 면적에 육박하는 베르사유 정원관람을 한 할배들, 잔디 곳곳에서 자유럽게 사랑표현을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 그 모습에 순재 한마디 거들죠. "우리도 이젠 아무렇지 않다고. 야동이 통하는 사회가 됐잖아ㅋ"

"제일 부러운 건 청춘이야. 아름답고 가능성이 있으니까... 우리는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지... 제일 부러운 게 젊음이야", 신구의 말이 참 공감이 되더군요. 할배들에게는 저 역시 애들이지만, 저역시도 젊은 사람들 보면 그 젊음과 청춘이 부럽거든요. 못해 본 것도 너무 많고, 후회되는 일도 많고, 되돌릴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들도 많고... 

간단하게 서진이 사 온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한 할배들, 서진과 함께 있던 박근형이 아직 장가 안간 서진이 걱정이죠. 그곳에서 만난 한국 여자와 즉석 중매를 서는 젠틀근형, 전화번호 주고 받고 결혼식 올리자고 사진까지 한 방 찰칵.

두 한국 관광객 사이에 서라는데도 한쪽에 서있는 서진의 엉덩이를 냅다 한 방 뻥 걷어차는 폭군 근형의 모습에 또 미치게 웃음 나옵니다. 부인과 통화하며 술 얼마 마시지 않았다는 신구의 말에 거짓말이라고, 시도때도 없이 마신다고 고자질을 하고, 욕실에서 물건을 제대로 챙겨나가지 않은 신구에게 "왜 그렇게 질질 흘리고 다녀요! 다음번에 나오지 말고 집에 그냥 계세요!", 라고 무안을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신구는 웃습니다. 그게 진심 화를 내거나 면박을 주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말이죠. 40년 이상 켜켜이 쌓여온 관계의 지속성, 술과 친구는 오래될 수록 좋다는 말이 꽃할배들에게서는 그냥 느껴집니다.

이서진이 선배님들중 박근형을 무서운 분이라고 생각해 왔었다는데, 여행중에 본 박근형의 자상한 모습들에 다른 모습을 봤다고 박근형의 인간적인 모습에 한마디를 보태기도 했죠.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고 하죠. 여행만큼 사람의 참모습이 드러나는 것도 없죠. 사람을 알려면 몇가지를 함께 하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함께 여행해보기, 바둑두기, 목욕하기 등등...

 

파리의 마지막 일정은 베르사유 궁전으로 끝내고 다음 행선지는 스트라스부르입니다. 그런데 서진이 땀벅벅입니다. 우리 젊은 일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파리를 떠나 2시간 20분을 이동해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한 것까지는 큰 문제는 없어보였죠. 역 앞에서 할배들을 기다리게 하고는 서진은 무언가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죠. 바로 렌트카! 럭셔리 패밀리 승합차를 렌트해(차랑비는 제작진 부담이기에 최대한 고급으로 빌리겠다는 야무진 꿈을 안고) 할배들을 모시고 싶었던 서진, 막상 렌트카 점을 찾기는 했는데, 적합한 차가 수동이랍니다. 20년전에 운전면허 딸 때 운전하고는 여태 오토매틱으로 운전을 해왔던 서진, 그래도 뭐 까먹기야 했겠어 냅다 빌리고 말았죠. 

할배들은 역앞에서 서진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여튼 빨리 할배들을 숙소로 모시기 위해 서진이 운전대를 잡기는 했습니다만, 적응되지 않는 차는 둘째치고 엉망인 도로표지판에 등줄기에 식은땀이 삐질삐질, 얼굴은 석고처럼 굳어버렸죠. 버스전용차선을 질주하지 않나, 역주행 노선에 접어들기도 하고, 그 시간 황천길을 백번도 넘게 경험했을 이서진이었죠.

보는 시청자도 애가 타고 걱정이 되어 얼마나 긴장하고 봤던지 머리가 쥐날 지경이었답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할배들을 찾아간 서진을 보고서야 "휴~~우" 깊은 숨을 내쉴 수 있었네요. 

한시간여 만에 나타난 이서진, 기다림에 지쳤을 할배들 서진을 본 첫마디는 "고생했다"는 말이었죠. 나이드신 분들에게서 느껴지는 아랫사람에 대한 따스함이란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고작 30미터를 사이에 두고 30키로를 돌아돌아 왔다는 것을 방송으로 지금쯤 확인했을 할배님들, 그렇게 된 사연이었답니다^^.

그런데 서진의 공포와도 같은 운전은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할배들을 태우고 막상 운전대를 잡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차량에다, 예리하게 쳐다보는 일섭의 눈매, 길도 모르겠지, 차도 익숙하지 않지, 서진의 눈동자가 심하게 우왕좌왕 흔들리기 시작했죠. 할배들도 서진의 불안감에 동요하기 시작했고, 서진은 애궂은 머리만 쓸어올리기를 반복... 에고고 고생했어요, 이서진씨. 토닥토닥X10000. 

어떻게 저떻게 무지개가 그려진 예약한 호텔까지 찾아는 왔지만, 서진에게 엄습해 오는 불안감은 결코 서진을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으로 봤을때는 그럴듯 해보였는데,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을 빼고는 달랑 침대만 놓여있는 작은 호텔방, 미치고 환장하겠는 서진입니다. 사진이 실제 100% 호텔방 전체 모습이었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던 거죠. 무조건 제일 싼 곳을 수소문했던 총무 서진,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좀 알려줘요. 그곳에 들어가서 안나오고 싶다 심정이었죠.

서진의 안내에 호텔방을 둘러본 할배들, 짐 넣을 공간도 없는 작은 호텔방을 이정도면 됐다고, 만족해 합니다. 뙤약볕에서 할일없이 서진이 차를 가지고 오기만을 기다리다가, 서진이 오자 고생했다는 한마디로 기다림의 지루함을 내색하지 않았던 할배들, 호텔방은 작아도 할배들 마음은 태평양이었습니다. 

할배들이 숙소의 침대에 걸터앉아 쉬고 있을때, 서진은 차로 돌아와 짐을 날랐지요. 혼자서 할배들의 여행가방을 낑낑대고 올라갔던 서진의 목과 이마에 땀이 흥건합니다. 그런데 이 투표권도 없는 아이가 보여준 어른스러움이란.. '사람 됐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더군요.

호텔방 앞까지 짐을 다 나르고는 가방은 스탭을 불러 넣게 하더군요. "선생님들이 미안해 하실까봐...". 어른들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는 이서진, 그 됨됨이에 이서진에 대한 인간적인 호감도마저 콩나무처럼 쑥쑥 자라게 하더군요. 꽃보다 할배를 보면서 이서진에게서 발견한 것은 어른을 대하는 예의바른 모습이었습니다.  

입은 나오고 머리에 김이 폴폴 올라오는 상황이었을텐데, 입에 단내가 나도록 뛰어다니며 티켓팅을 하러 줄을 서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식사메뉴 챙기고, 군말없는 젊은 일꾼 이서진에게서 본 것은 잘 배운 공경심같은 것이었습니다. 그 잘배운 공경심과 배려심은 의도성이나 방송을 의식하는 점이 전혀 없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더군요. 

이서진은 군말할 수 있는 홀로있는 시간에, '어른신들과 함께 하는 여행, 배울 점이 많고 너무 잘왔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식의 멘트는 전혀 하지 않았죠. '으이고, 정말 힘들어 죽겠어. 나 여기 왜 데려온 거야, 나피디 이리와 한대 맞자!'의 솔직한 심경을 표정에서 감추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선배님들을 대하는 태도에 가식이 있느냐? 그런 모습은 전혀 없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처럼 이서진은 어른모시기에 최선을 다하더군요. 

나영석 피디도 이서진을 캐스팅한 것 정말 최고로 잘한 것같다고 했지만, 이서진은 히든카드의 역할을 200% 해내고 있군요. 이서진의 참매력은 예능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어르신들 모시고 다니면서 혼자 있는 시간에 긴장이 풀리면 몰래 툴툴거리는 모습, 스태프에게 점잖게 버럭하는 모습, 땀삐질삐질 흘리고 얼굴이 사색이 되어가는 날 것 그대로의 이서진은, 그가 예능 속에 던져졌다는 생각을 전혀 들지않게 합니다.

예능에 자주 노출되면 욕심이 생기죠. 일종의 상황극을 만들려고 한다든지, 시청자의 심리를 알고 하는 의도적인 행동이나 말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서진에게는 그런 모습이 없더군요. 그냥 날 것 그대로의 이서진의 모습, 그러나 그 날 것이 참 잘 다듬어져 있더군요. 잘 배웠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꽃보다 할배 짐꾼 이서진 캐스팅은 정말 굿!입니다. 1박2일에서 이승기가 보여준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 이서진에게서 발견한 가공되지 않은 행동에 배인 배려와 공경심, 나영석 피디의 사람보는 안목을 실감하게 합니다. 예능과는 거리가 먼 평균연령 76세의 꽃할배와 이서진의 조합, 그들이 보여주는 무공해 생활모습, 그 연륜에서 나오는 깊이가 주는 감동은 자극적이지 않아서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꽃할배4와 이서진의 배낭여행, 생각하지도 못했던 곳에서 웃음이 나오고, 깊은 울림도 전해집니다. 더운 여름, 시골 우물속에 담가두었던 수박을 쪼갰을때 설탕을 묻힌듯한 빨간 속살을 드러낸 잘 익은 수박을 먹는 기쁨같은 것이랄까... 참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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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6 09:05




더킹 이재하가 입을 열었습니다. 드라마가 끝나고 많은 인터뷰들을 했을 이승기지만, 특히 눈길이 닿는 인터뷰를 읽고 나니, 왜 이승기가 아름다운 청년인가를 그의 입을 통해 확인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시청률이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드라마의 주제의식과, 함께 일했던 동료배우와 감독, 제작진이 좋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라성같은 선배들과 연기를 함께 할 수 있었고, 배웠다는 것만으로도 큰 것을 얻었다고 하는데, 더킹을 관심있게 본 영화관계자들이 많았다고, 영화출연 욕심도 내비치기도 했더군요. 예능에서도 러브콜이 많은 것을 인정하면서, "아, 나만한 인재가 없나?"라고 자신의 팬카페(아마 아이렌이겠죠)에 썼다고도 하더라고요. 기사를 읽으면서, 얘는 자신감도 어쩜 이렇게 밉지않게 충만할까 싶더군요(죄송, 제가 이승기 어머니뻘이라 기사를 읽으면서 이런 식으로 말을 했거든요) .
눈에 띄었던 발언은 이승기가 벽이 하나 무너진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윤제문과의 독대신을 들어 설명을 했는데, 윤제문의 카리스마에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는 평가는 잘못되었다고 말했더군요. 더킹 촬영에 들어가고 처음 두 달은 힘들었다는 이승기, 거의 원톱 주연이었으니 어깨가 무거웠겠지요. 
"제가 무너져버리면 아무리 옆에 있는 기라성 같은 하지원 선배, 윤제문 선배 등도 절대 잘될 수 없거든요. 처음 촬영을 시작한 2월 한 달간은 많이 힘들었어요. 연기파 선배들 사이에서 창피하지 않으려고 준비 많이 했는데 윤제문 선배의 첫 대사를 듣는 순간, 얼어버렸어요. 너무 리얼해서요.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하지?' 너무 황당해서 입이 안 떨어졌어요".
화제가 되었던 윤제문(김봉구 역)과의 독대는 카리스마의 밀고 당김이 아니라, 윤제문의 호흡에 따라갔다고 고백을 했더군요. 윤제문이 당기면 끌려가주고, 이재하가 당기면 윤제문이 끌려와 주는, 즉 들숨날숨에 맞추듯 서로의 호흡을 맞춰줬다고, 특히 윤제문이 이승기를 잘 끌어주었다고 대목에서는, 이러니 선배배우들도 하나같이 이승기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는구나 싶더군요. 어린 연기자들에게는 입바른 충고를 하는 이순재옹도 이승기를 칭찬했다는 것은 기사를 통해서 많이 알려졌지요.
이승기가 벽이 하나 허물어진 것같았다고 표현한 것은, 상대의 호흡을 읽을 줄 알게 되었다는 것이겠죠. 이승기는 상대배우의 대본까지 외울 정도로 노력파 배우였습니다. 그럼에도 뭔가 부족하게 느껴졌던 것은 계산이 알게모르게 읽혀지는 불필요할(?) 정도의 성실함이었어요. 상대의 감정선까지 이미 읽고 대응하는 여유라고나 할까, 그리고 그것이 잘하고 싶은 욕심으로 이어지다 보니 경직된 듯한 힘도 보였고 말이죠.
이승기가 하지원이나 윤제문, 이순재, 윤여정 등 선배들과 호흡을 맞춘 것은 여러모로 행운이었습니다. 그동안 이승기의 작품에서 만난 상대여배우는 고만고만한 연기력을 갖춘 여배우들이었기에 이승기는 자신의 캐릭터에만 열심이면 되었는데, 상대배우들이 뿜는 아우라는 소위 내공이라 부를 수 있는, '기'를 접한 느낌이었을 듯 하더군요. 윤제문의 첫대사에 어쩜 저렇게 연기를 잘하지?라고 얼어버린 이유도 그 기에 제압당했던 것이겠죠. 
이재하라는 캐릭터는 그동안 이승기가 맡았던 역할들과는 차별적인 인물이라는 것이, 이승기로서는 힘들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더군요. 소문난 칠공주 황태자에서는 철없는 대학생 아들로, 찬란한 유산에서는 까칠하고 안하무인인 부잣집 손자로,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역시 비슷한 선상의 캐릭터였지요. 안하무인 싸가지로 속된 말로 개기고, 목에 힘주면 반은 접고 들어갈 수 있었던 캐릭터였죠.
그에 반해 이재하는 왕제였다가 왕위에 오르게 되는 인물로, 부잣집 도련님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왕족이라는 캐릭터를 함께 표현해야 했기에, 싸가지는 없으나 왕족이라는 고품격 캐릭터도 살려야 하는 이중부담이 있었죠. 초반에는 싸가지없는 왕족의 모습이 심해 부작용도 있었지만, 형의 죽음과 항아를 만나면서 품격을 갖춰가는 성장해 가기는 했습니다만... 
이재하는 스물 다섯 청년에게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직위에 앉은 사람이 되게 했습니다. 그동안 철부지 아들이나 손자로 선배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면서는, 손아래 사람으로 귀엽거나, 버릇없거나, 반항하거나의 모습이면 족했지요. 그런데 더킹의 이재하에게는 그동안 이승기가 출연했던 드라마 캐릭터에서는 없었던 카리스마가 요구되었죠. 기존 드라마 캐릭터와 차별성이 이 카리스마였어요.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싸이코 김봉구를 상대해야 했고, 이순재의 깍듯한 절을 받아야 하기도 했죠. 아홉살 연상인 하지원에게는 존경받을 만한 남자로서의 매력도 보여야 했고요.
스물 다섯 이승기가 그런 이재하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쉬웠을까, 지금 생각하면 참 깝깝했을 듯 하더군요. 드라마의 주제의식이 접근하기 쉬운 소재도 아니었고, 호불호가 갈리는 상황에서 이승기의 선택은 무모할 정도로 간단했습니다. 모든 배우가 캐스팅되고 남자주인공만 비워져 있던 상태에서 이승기는 바로 승낙을 했다지요. 제의를 받고도 한류스타, 일본진출, 가볍지 않는 주제때문에 망설였을 배우들도 있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승기가 이재규 감독님만 믿고 출연결정을 했다는 것은, 무모할 정도의 자신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감독과 출연배우들에 대한 믿음없이는 역시 불가능했을 것이고요.
이승기의 선택은 그의 배우인생에서 큰 획을 그은 전환점을 돌게 했습니다. 연기력은 과거의 이승기가 맞나 싶을정도로 일취월장해 갔고, 이승기가 아니면 이재하라는 인물은 대체불가의 존재감을 보였으니까요. 더킹에서의 이승기에게서는 엄청난 힘이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이승기에게서 보여졌던 힘과는 다른 것이었죠. 이재하라는 캐릭터를 완성해 가는 열정이었어요.
그동안 이승기의 연기에서 느껴졌던 힘은 빠졌고, 다른 힘이 그 자리를 채워갔지요. 캐릭터의 진중한 무게감이었어요. 간혹 캐릭터의 존재감이나 연기를 살리기 위해 과한 힘을 불사르는 배우들을 보기도 합니다. 연기 잘하는 박신양도 싸인 초반에 카리스마의 과잉이 부작용으로 전해졌을만큼, 힘을 적재적소에 배분하는 것이 연기자에게 쉬운 일만은 아닌 듯합니다.
이승기는 윤제문과의 밀고 당기는 장면을 찍으면서, 카리스마와 카리스마가 부딪쳤을 때, 좋은 배우는 어떤 식으로 상대와 호흡하고 서로의 연기를 살리는 지, 그 힘의 분배방식을 배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선배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고 인터뷰를 했어도 참 기특하다 싶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승기는 윤제문의 연기에 얹혀갔고, 윤제문이 분위기를 이끌어 주었다는 말로 명장면의 공을 윤제문에게 돌리더군요. 

드라마나 예능에서 비춰진 이승기의 모습은 아들삼고 싶은 남자, 사위삼고 싶은 남자 1위 완벽한 이상형이지요. 그런데 방송에서 보여진 이승기의 모습이 진짜일까? 겸손과 성실, 무결점 반듯한 청년이 100% 이승기의 본모습일까에 대해서는, 이승기가 아닌 다음에야 확인할 길은 솔직히 없습니다. 함께 생활하지 않는 이상은 말입니다. 더군다나 스타는, 연예인은 만들어진 이미지에 좌우되는 경우가 더 많으니 말입니다. 언론매체나 방송에서 가끔 대형 폭탄발언을 터뜨려 이미지를 실추시키거나, 다른 동료에게 해를 입히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소속사에서 특히 버라이어티 예능이나 토크쇼에 나가서 할 얘기 수위들을 조정하고, 미리 훈련을 시켜 내보내는 경우도 있고 말이죠. 
그런데 이승기에게서는 소위 만들어진 이미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흔한 스캔들 한 번 일으키지 않은 최고의 스타, 트리플 황제라는 칭호까지 받는 이승기가 촬영현장에서 불평불만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딸아이를 불러 기사를 읽어보게 까지 했습니다. 불평불만을 하지 않는 이유가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를 위해서라네요. 불만을 표현하다보면 자기만 힘들어지고, 그러면 즐거운 마음으로 무대에 오르거나 촬영을 할 수 없기때문이라지요.
1박2일에서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와 있으면서도 웃으며 촬영하는 이승기를, 나영석 피디도 늘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본인의 입에서 불평불만을 말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니, 왜 이승기가 아름다운 긍정 청년인지가 더 확 와닿더라고요. 예능에서 러브콜이 쏟아지는 것에 "나만한 인재가 없나" 라는, 자뻑충만한 자신감과 잘난척(?) 농담도 전혀 밉지가 않네요. 
언젠가 이승기의 기사에 악플이 달려있는 것을 봤는데, 돈만 벌지말고 봉사도 좀 하라는 말이었어요. 일본진출설로 홍역을 치를때 돈승기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고요. 이승기가 현장르뽀 동행에 1억원을 기부하고, 지속적으로 후원하는 선행을 하고 있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속상하더군요. 
연예계에 이승기같은 인기스타는 많습니다. 좋아하는 팬들도 다양하고요. 그러나 타의 모범이 되는 스타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더구나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할 수 있는 피끓는 청춘스타들에게는 말이지요. 이승기는 젊은 스타들의 모범롤모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이승기에 관한 글을 쓸 때는 성을 생략하고 쓰는 일이 과거에는 많았습니다. 특히 1박2일 관련글에서는 거의가 승기라고 표현했었지요. 그런데 더킹 이후로 꼭 성을 함께 쓰게 되더군요. 착한 남동생, 아들같은 이승기에게서 뭐랄까, 남자의 향기(?)가 느껴져서 였습니다.
열심히 하는 배우 이승기, 연기 잘하는 연기자 이승기가 되었습니다. 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데, 이승기의 승승장구는 배가 아프기는 커녕 기분만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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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5 12:50




최고의 사랑 홍자매가 영혼체인지 환타지물 빅으로 돌아왔는데요, 김은숙 작가의 시크릿 가든에서도 접했던 소재이고, 영화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하기에 신선하지는 못했지만, 공유의 복귀작이라 첫방을 관심있게 봤습니다. 공유는 잘 만들어진 명품근육까지 선보이며, 첫회 무게있는 의사 서윤재라는 가운을 벗고 열여덟 강경준으로 살아가면서 겪을 좌충우돌 망가짐으로, 비장의 코믹 카드를 꺼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역시 연기가 녹슬지 않았더군요. 샤방한 매력보다는 성숙한 느낌도 들었고 말이죠.
홍자매 특유의 톡톡 튀는 대사빨은 공유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몸은 서른 살 서윤재, 정신연령 영혼은 열여덟 강경준의 언밸런스를 연기해야 하는 공유는 최고의 캐스팅이었습니다. 강경준으로 웅크리고 자는 공유는 몸은 어른이었지만, 표정은 열여덟 삐딱남의 모습 딱 그것이었거든요.
정 안가는 분위기의 서윤재가 초반부터 매력없다 싶었는데, 진짜 주인공은 까칠한 전학생 강경준(신원호)이었더군요. 서윤재(공유)는 몸만 빌려줬고 말이지요. 까칠한 강경준의 반항적인 모습과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트라우마를 공유는 한 장면으로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피묻은 손을 닦는 어린 아이의 얼굴에 씌여있는 두려움과 잊고 싶어하는 듯한 강한 기억회피의 표정으로 말이지요.

사망선고를 받고 시체안치실에서 알몸으로 깨어난 강경준, 거울에 비친 기절초풍할 몸은 뉘신겨? 네 맞습니다. 강경준은 결혼할 남자에게 울며 전화를 하던 길다란(이민정)을 오토바이에 태워 바람을 쐬주고, 그의 정혼자가 온다는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교통사고 현장을 피하려다 강물에 빠졌던 고등학생입니다. 파릇파릇 샤방샤방 이팔청춘이 근육질의 탄탄한 몸을 가진 10년은 노화한 생판 모르는 다른 사람의 모습을 하고 깨어났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 세상에 이런 일이, 이건 꿈이야, 한 숨 자고 일어나면 정상으로 돌아올 거야,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아아아아악!!!
강경준과 마찬가지로 아아악 비명을 지르고 싶은 인물이 길다란 역의 이민정과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진짜 서윤재겠지요. 결혼 한 달도 남겨두지 않고 결혼할 남자의 영혼은 고등학생 강경준의 몸에 들어갔고(아직 깨어나지 않았지만 그렇게 추정), 기다란 양팔을 벌려 어깨에 머리를 기대게 해주었던 길다란의 왕자님 서윤재의 몸에는 강경준이 들어있다니, 설마가 사람잡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드라마나 만화에서나 봤던 영혼체인지!!(물론 이것도 드라마ㅋ)

고등학생 강경준(캐릭터로서)과 임용고사를 준비하고 있는 기간제 임시교사 길다란(이민정)은 의외로 어울리는 커플이었습니다. 웬지 이 커플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벌써부터 들고 있답니다. 강경준이라는 캐릭터가 왜 눈에 들어왔나 했더니, 앞으로 공유가 해야 할 캐릭터였더라고요. 신원호의 연기가 신인이어서 조금 미숙한 부분도 있었지만(개인적으로 신인연기자에게 심한 연기태클을 걸고 싶지 않기때문에 넉넉한 마음으로 봤습니다), 그정도면 나쁘지 않았습니다. 잘생겨서 점수도 좀 후하게 줬습니다^^. 그래도 연기는 좀 다듬으면 좋겠어요;;
그에 반해 이민정의 연기는 살짝 오버스러워서 이전 작품에서 봤던 이민정이 맞나 의심갈 정도더군요. 어리숙한 여선생, 귀여운 척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남발하는 여주인공 캐릭터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거든요. 동생 길충식을 잡는 모습은 왈패가 따로없던데, 약혼자와 전화만 하면 하트를 그려대는 내숭녀가 되는 듯해서, 겉과 속이 다른 맹물이라는 생각마저 들었고 말이죠. 한마디로 부케잡다 팔목뼈 나가고, 꼬리뼈 뭉개진 덕에 얻어걸린 의사정혼자를 만난 행운녀?
로코물의 대가 김은숙 작가가 신사의 품격으로, 홍자매가 빅으로 일주일을 간격으로 복귀했는데, 우째 여주인공 캐릭터들이 다 그 모양인지, 배우에 대한 불만 못지않게 작가에게도 실망스럽네요. 여교사를 맹하게 그리는 것도 유감스럽고요.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 일주일 간격으로 똑같은 대사라니, 이제는 구시대 유물처럼 박물관에나 보냈으면 싶은 대사들을 아직도 패러디라고 우려먹는 것을 보면, 지겹기도 하고 말이죠. 더 우리다가는 곰국타서 누린내가 진동할 듯. 
여교사를 짝사랑하는 남학생들이라... 물론 사춘기 시절 남학생들의 로망일 수도 있지만, 문제는 작가의 여교사에 대한 심한 이해부족은 항의라도 받아야 할 수준에 이르렀더군요. 반말하는 학생이라, 이것을 로코물이니 그냥 웃고 넘어가라고 하기에는, 속이 울렁거리고 오글거리는 비현실적인 상황은 불편스럽더군요. 학생들이 선생님 없는 곳에서 이름부르고 뒷담화야 까겠지요. 그런데 요즘 학생들 정말 그렇게 선생님 면전에서 뒷말 자르고 반말하고, 길따~란이라고 이름까지 막 부르나 싶더군요.
방송에 결혼사연을 낸 동작구K양이 길다란이라는 것이 알려져 교실에서 학생들의 야유를 받는 장면에서는, 아무 말도 못하고 어리버리하게 얼굴만 불거지는 여교사를 보고는 화가 나려고 했고요. 교단이 막장이 돼가고 있군요. 드라마라고 코믹이라는 명목하에 은근슬쩍 웃음으로 포장하려드는 것은 교권에 대한 언어폭력과도 진배없습니다.
그런데 로코물의 대가들이 일 주일을 간격으로 들고 나온 작품의 여주인공 동작구 K양(이민정)과 공격적인 엉덩이(김하늘)가 공통적으로 여선생이라는 점도 있지만, 그 캐릭터의 특징이 어쩜 그리도 비슷한지 놀랐네요. 얼굴과 나이만 다를 뿐이지, 하는 행동은 "나 무지 억지로라도 귀여워용"이라는 겁니다. 꼬맹맹이 혀짧은 소리의 귀여운 척(?)까지 비슷하고 말이죠.
이민정의 귀여운 척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몸이 배배 꼬이다 못해 꽈배기가 되기 일보직전이고, 전화만 받으면 목소리가 "대패 좀 가져와, 닭살 좀 밀게"가 돼버리니, 여주인공 대사를 듣다보면 손발이 비틀립니다. 오글거려서 말이죠. 이민정이 연기를 못하는 배우는 절대 아니었죠. 그런데 빅 첫회에서는 실망스러운 연기였습니다. 로코에 대한 부담이 컸나요? 암튼 학교에서 학생을 옆에 두고 하트 그려가며, 한순간 섬처녀가 되는 모습에서는 어안이 벙벙... 수준이었답니다.

로코물에서 귀여운 척 해도 귀여운 여자가 있기는 했죠. 김선아의 귀여운 척은 연기를 잘해서인지 정말 귀여웠고, 귀여운 척이 아니라 온 몸을 지배하는 필살기 애교와 동일시되기도 했습니다. 김하늘의 귀여움은 나이가 들으니 푼수가 되고 있고, 이민정의 귀여움은 나이는 들지 않았지만, 미안하지만 좀 바보스럽습니다. 여교사라는 이미지와는 영 거리가 먼... 그냥 가족드라마에서 어리버리한 막내딸의 느낌 정도?
물론 이민정이나 김하늘이 여교사라는 직업의식까지 캐릭터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에요. 두 캐릭터의 직업이 같은데 귀여움에 주력을 하니, 캐릭터가 작위적이고 연기마저 자연스럽지가 않다는 것이지요. 이민정의 연기가 나쁜 편도 아니고 자리를 잡으면, 사랑스러운 매력을 드러낼 것이라 생각은 되지만, 대사톤과 표정에서 귀여움 2%만 덜어냈으면 싶군요.  
여주인공을 바보스럽고 귀여운 척 하는 순진한 짝사랑 캐릭터로 만드는 것이 유행코드인가 봅니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여주캐릭터들이 시대를 역행하는 구시대적 코맹맹이 귀여움만 어필하려 하다니, 캐릭터를 잘못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요즘 로코물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있는데, 아이두 아이두에서의 황지안 역의 김선아입니다. 직업의식도 강하고 자기 일을 사랑하고,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캐릭터입니다. 김선아의 두 말하면 입아픈 연기력은 비현실적인 스토리 구성마저 메꿔버리고 있기도 합니다. 황지안이라는 인물의 대사를 듣다보면 귀에 쏙쏙 박히는 느낌이 드는데요, 처음에는 김선아의 연기력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가 아니더군요. 작가가 대사를 입에 착착 감기게 쓰고 있더라고요.
반면 빅이나 신사의 품격 여주인공 대사를 보면, 귀에 잘 들어오지가 않습니다. 대사에 군더더기 장식이 너무 많이 달려있어요. 게다가 주인공들의 오버스러운 과잉 귀여움의 서비스까지 곁들여지니, 시선은 분산되고 드라마 캐릭터에 몰입은 안되고, 3D 화면처럼 드라마와 겉도는 캐릭터들처럼 둥둥 떠다니는 느낌입니다.
초반이라 분위기가 업되어 있다는 것도 모르지는 않지만, 여주인공들은 로코물만 맡으면 왜 그렇게 귀여움과 망가짐에 집착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배우때문인지 작가탓인지, 드라마 여주인공들이 하나같이 어리버리하고 바보스러워도, 귀여우면 장땡이라는 듯 여주인공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안드네요.
요즘 여자들 그렇게 귀여움에 집착하면(특히 선생님이), 얼빵이 바보라고 놀림과 무시당합니다. 귀여운 것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지, 학교인지 길거리인지, 귀여움 떨 필요가 없는 대상 앞에서 까지 귀여운 짓에 목숨걸면, 아무리 드라마라도 정말 재수뿡이거든요. 진짜 귀엽고 사랑스럽게 연기를 잘해버리든지... 남자들이 이런 여자에게 눈이 꽂힌다는 것이 100% 공감되고, 여자들까지 반하게 만드는 귀여움으로 말이죠. 더킹에서 하지원은 그 나이에도 사랑스럽고 귀엽던데, 그 차이가 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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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6 09:37




드라마가 끝날 즈음이면 이해하기 힘들었던 캐릭터들마저 납득이 되고 그럴 수밖에 없었으려니, 설득이 되곤 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하기 힘들었던 캐릭터가 존마이어 김봉구(윤제문)였습니다.
사실 지금도 이 캐릭터는 단순히 사이코 패스라거나, 열등감에 찌든 과격분자라는 식으로 편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고민하게 만듭니다. 
이유는 그가 한국인이라는 점때문입니다. 국적이 뭐든 간에 대한민국의 피가 흐르는 그가 대한민국의 전쟁을 선택한다는 것이, 이재하에 대한 열등감과 무기거래로 이득을 챙기기 위한 군산복합체 클럽M의 대표로서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되지 않아서였을 겁니다. 단순히 같은 민족이라는 민족주의 감정을 우선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이 한 개인으로서와 조직원이었을 때 전혀 다른 야누스의 얼굴이 된다는 것을 간과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고요.
김봉구라는 캐릭터와 개인적으로 싸움이 시작된 것은 은규태(이순재) 비서실장의 말 한마디로 구체화되면서, 극히 혼란스러워 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쭉 김봉구라는 캐릭터와 싸워야 했거든요. "일개 기업이(개인이) 국가를 넘어설 수는 없습니다", 이 말때문이었습니다.  
5년이면 끝나는 최고통치자의 권력과 밤의 황제를 지칭하는 대기업 총수의 권력을 비교하면서 김봉구라는 인물을 치환해서 생각해 보기도 했죠. 개인 혹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가를 이용하기도 하고, 정치를 등에 업기도 하는 정경유착의 관계때문에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봉구는 그 얼굴이 파악이 안되더군요. 그림자 정부라는 말처럼, 그는 결코 드러나지 않는 그림자 정부를 대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도 그의 행동은 충동적이고, 감정적이고, 지극히 우발적인 인물이라는 것이, 그를 무서운 존재라기 보다는 우스운 광대처럼 보이게 했죠. 테러리스트로 대치해 보기도 하고, 무정부주의자로 놓고 보기도 했지만, 결국 김봉구의 본모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그를 처음에는 대한민국을 압박하는 국제사회의 힘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끝까지 저의 발목을 잡더군요. 여우도 죽으면서 고향 쪽으로 머리를 돌린다는 말도 있는데, 김봉구에게 한국은 어떤 의미일까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입니다. 술집하던 어머니의 나라? 패배감과 모욕감만 주었던 있는 자들의 나라? 돈으로 왕위를 살 수 없는 왕족혈통의 나라?
그에게 대한민국에 대한 일말의 애정도, 애국심도 없다는 것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죠. 입국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이재강 부부를 암살하고, 이재하에게 당한 열등감과 모멸감에 전쟁을 획책하는 그 정신세계는 한마디로 난해!

가상의 적이라는 상징적인 존재로서의 존마이어에게서 벗어나, 한국인의 이름 김봉구에 초점을 맞추면서 혹시 이 사람이 '나'는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국가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 앞에 큰 양심의 가책없이 개인의 이익을 택하고 있는 평범한 우리들 말입니다. 남이 잘되는 것에 배아파 하고, 세금으로 내주머니 털려나가는 것에 아까워하고, 전체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앞세우는 이기적인 모습의 우리들 말입니다.
그랬더니 김봉구라는 캐릭터가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김봉구는 가상의 적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실재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이기주의자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이 안에는 기업인, 정치인, 소시민인 우리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적은 사실 크게 위험하지 않습니다. 행동이 보이니까요. 그러나 보이지 않는 적, 내 안의 또 다른 나는 가장 무서운 적입니다. 김봉구라는 인물은 그런 보이지 않는 우리 사회 내부의 적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블랙코미디라는 장르를 통해 내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의 모습, 우리 사회에 기생하는 보이지 않는 적을 김봉구라는 캐릭터를 통해 꼬집은 것은 아닌가 하는...

외국에서 공부하는 두 학생이 한 집에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나라에 전쟁이 일어났는데 두 학생의 태도가 너무나 달랐습니다. 한 학생은 가방을 싸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로 달려갔고, 다른 학생은 고국의 부모 형제들에게 비행기를 얼른 타고 탈출하라고 하더라죠. 나는 어느 쪽일까, 상당히 어려운 질문입니다.
그가 한국인이라는 것은 그런 이중적인 의미를 가졌던 것이지요. 김봉구라는 인물처럼 돈과 세계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 조국을 위해 그 힘을 쓰면 얼마나 좋을까? 힘없는 대한민국에게 얼마나 의지가 될까? 이런 비현실적인 상상을 해 본 것은 그 때문이었을 겁니다.
더킹 투하츠는 드라마 역사에 큰 이정표를 남긴 드라마입니다. 이렇게 직설적이고 담대한 드라마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이재하(이승기)라는 인물을 통해 직격탄을 날렸던 드라마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죠. 물론 작가의 한계에 실망스러운 부분 또한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미국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그 조심스러운 행보에 작가의 고민이 드러나기도 했죠. 미국이 아닌, 김봉구의 돈을 받아먹은 타락한 인물을 내세워 간접적으로 밖에 말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도 했고요. 한국의 썩은 정치를 긁어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도 했지만, 변죽만 울린 점도 없지 않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감한 드라마였음에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썩은 정치를 시사프로도 아닌 드라마에서 이렇게 신랄하게 꼬집어 준 것은 용기였습니다.
더킹 투하츠에서 연기자 이승기의 성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가는 것도 드라마의 한 즐거움이기도 했습니다. 드라마에 이재하라는 캐릭터처럼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지요. 깐족남, 재수없는 왕싸가지 뺀질이가 대한민국의 왕으로서 품격을 갖춰가기 까지, 사랑하는 항아와 헤어졌다 다시 만나기를 반복하고, 첫아이를 잃은 아픔을 겪기도 하고, 형 부부의 죽음과 동생 재신이 불구가 되는 것도 겪어야 했지요.
그 속에서 당연 빛나는 것은 이승기의 연기성장이었습니다. 이승기의 연기는 세포분열을 거듭했다는 표현을 하고 싶습니다. 상황에 따라 깊어지는 감정선과 캐릭터의 진중함을 이승기는 충혈되는 눈빛연기로, 폭풍오열로, 거침없는 일갈과 분노로, 그 연기 스펙트럼을 고무줄처럼 늘여가기 시작했죠. 무서운 연기폭발력이었습니다.  
더킹 투하츠, 두 개의 심장은 왕으로서의 이재하와 김항아의 남자로서의 이재하의 심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재하와 김항아 두 사람의 심장이기도 했지요. 남과 북의 공존을 의미하는 두 개의 심장말입니다. 항아를 데리러 가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이재하가, 북위원장 현명호에게 악수를 청하며 했던 말이 있었지요. 서울-평양간 열차앞에서 말이지요. "우리 함께 세집시다". 
남북한 관계라는 민감한 문제를 이재하와 김항아의 사랑으로 풀어낸 것은 실험적인 모험과 도박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모험과 도박에 아낌없이 박수를 치고 싶은 이유는 전쟁이 가져올 파급력, 민족공멸이라는 무서운 경고때문입니다. 마지막 왕실 공식입장 회견장을 향하는 두 사람의 꼭 잡은 손처럼, 어떤 형태로는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이렇게 담대하게 말하는 드라마, 가히 명품드라마라고 부르고 싶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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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2 08:41




막바지에 다다른 더킹투하츠와 옥탑방왕세자, 드라마를 보면서 '엇 이게 아닌데 뭐가 잘못됐지?'라고 의구심을 품은 캐릭터가, 김항아(하지원)와 박하(한지민)입니다. 드라마 중반 전후로 급격한 캐릭터의 변화가 느껴졌는데, 열연을 하고 있는 연기자들이 의기소침하지는 않을까 언급하기가 망설여지더군요.
하지원과 한지민, 명실공히 수목드라마 여주인공들이죠. 남자배우들을 빛나게 하는 여배우들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기도 하지만, 하지원이 승승장구에 나와 말하는 것을 보니 딱히 마음 상한다는 느낌은 없어서, 참 겸손한 배우구나 라고 생각했지요.
드라마에서 두 배우를 만난 것은 하지원은 다모에서 채옥으로 만났고, 한지민의 경우는 대장금에서 의녀 신비로 나왔을 때였네요. 사극에도 현대극에도 어울리는 마스크를 가진 배우들이죠. 이후 황진이(하지원), 이산(한지민), 시크릿 가든(하지원), 경성스캔들(한지민) 등은 두 배우들의 출연만으로도 믿음이 갈 정도로, 하지원과 한지민은 극중 캐릭터에 몰입하게 했고, 연기 또한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 작가가 몇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김수현, 김영현, 소현경, 노희경, 그리고 김은숙 작가입니다. 물론 더 많은 작가들이 있지만 지금 떠오르는 작가들이 이분들이네요. 스토리를 짜는 능력도 탁월하고, 소위 말하는 대중들이 원하는 코드를 드라마 캐릭터로 잘 풀어내는 분들이죠. 작가들의 공통점은 시청률을 위한 무리한 전개나 비현실적인 상황들보다는, 개연성에 비교적 충실한다는 점입니다.
이 작가들의 작품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비중이 적은 조연이라 할지라도 캐릭터가 변질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이에요. 시련과 고난을 겪으면서 캐릭터가 성숙해 가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캐릭터가 지닌 기본적인 모습이나 개성을 견지하는 것은, 작가가 놓치지 말아야 할 기본사항이죠.
그런데 더킹 투하츠를 보면서 우려했던 것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을 보고는 실망스럽더군요. 홍진아 작가의 작품 중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면서 느꼈던 캐릭터의 변질 혹은 붕괴가, 더킹 투하츠에서도 또 보여서 말이죠. 두루미(이지아)가 강마에(김명민)를 사랑하게 되면서, 극히 수동적이고 눈물만 흘려대는 답답한 캐릭터로 바뀌었는데, 더킹 투하츠의 김항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 이재하를 만났을때 이재하의 깐족대는 말에 화장실로 끌고 가 기선을 제압하던 당차고 강한 여전사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지금은 필요한 상황에서만 특수부대 출신이었음을 기억하게 하는  액션신만 소화하고 있죠.  하지원이기에 가능한 대역없는 액션신들이기에 하지원의 연기에 대해서는 찬사가 모자랄 정도입니다. 그 외의 모습은 극히 재하만을 위한 여자, 재하에게 사랑에 빠진 약하디 약한 여자, 그대 이름은 여자가 돼버렸다는 점입니다.
옥탑방 왕세자에서 한지민이 연기하고 있는 박하라는 캐릭터도 붕괴된 지는 오래입니다. 기억을 잃은채 이역만리 미국으로 입양되어, 오직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일념하에 아르바이트를 해가면서 씩씩하고 강하게 자라왔던 박하, 한국에 온 지 2년동안 조그만 소형 트럭을 몰며 야채가게 배달을 하는 등, 억척스럽게 살아온 캐릭터죠. 너무 억척스러워서 아줌마 필이 나기까지 했던 캐릭터였습니다.
옥탑방에 조선의 네 남자가 나타났을 때는 박하는 주도권을 쥐고 네 남자를 호령하며, 박하라는 캐릭터의 개성을 유지했었지요. 이각이 용태용 행세를 하며 블랙카드로 돈의 위력을 과시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새로 신축한 옥탑방에 입성하면서 도우미(?)로 전락한 박하는, 초반 패기 쩔던 그 박하가 아니었습니다. 이각을 사랑하게 되면서 패기는 없어지고, 왕세자 이각에게 의존적인 여주인공이 되더니, 지금은 멍청돋는 캐릭터로 변질돼 버렸죠. 
여주인공의 급격한 캐릭터 변화는 드라마가 원톱 주인공 위주의 흐름에 따른 현상이기도 하지만, 드라마 퀄리티나 완성도면에서는 썩 좋은 모습이 아니에요. 때로는 여주인공의 급격한 변화에 당혹스럽기도 하고, 다른 캐릭터를 보고 있는 것같기도 하고 말이죠. 
캐릭터가 변질되지 않으면서 윈-윈한 드라마를 개인적으로는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하지원)과 주원(현빈)을 꼽고 싶습니다. 더킹 투하츠의 김항아와 이재하, 옥탑방 왕세자의 박하와 이각이라는 캐릭터와 비슷한 구조임에도, 시크릿 가든에서 두 주인공 특히 여주인공 길라임이라는 캐릭터는, 사랑에 빠지면서도 캐릭터의 붕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상위 0.0001% VVIP와 사랑에 빠지면서도, 스턴트 우먼으로서의 긍지와 자긍심, 직업의식이 철저했고, 주원과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해 가면서도 갑작스럽게 순종적이거나, '연약한 여자에요'를 남발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길라임이라는 캐릭터의 기본성향과 본질적인 특징은 유지했다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하지원과 현빈이 윈-윈커플이었다는 것에 이견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 김항하와 박하는 어떤가요? 북한 특수부대 출신의 여군관 김항아는 대한민국 왕실이라는 곳에 주눅부터 들었고, 어느 순간 '나는 살랑살랑 바람에도 날아가는 깃털같은 여자에요'가 되었지요. 재하와 본격적인 사랑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재하에 대한 의존도는 급격히 늘어갔고, 중국 포로수용소에서 구출되고서는 180도 다리를 찢고 탈출을 감행했던 패기를 버리고, 무서웠다며 우는 한마리 가녀린 새로 돌아가 버리지요. 물론 사랑하는 재하의 품에 안겨 우는 항아의 감정은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지만, 문제는 김항아를 그녀의 사랑이 아니라, 이재하의 사랑을 위한 캐릭터로 만들어, 극히 수동적인 인물로 보이게 한 점이죠.
옥탑방 왕세자의 박하 캐릭터도 비슷합니다. 과거의 신분은 조선의 왕세자, 현대는 홈쇼핑 후계자 용태용이라는 VVIP 어리버리 매력남을 만나면서, 박하라는 캐릭터는 씩씩한 억순이-->선생님-->착하기만 한 순둥이--> 이각이 말해주지 않으면 스스로 아무 것도 생각하지 못하는 수동적 멍청이로 변해갔습니다.
드라마에서 캐릭터는 하나의 독립적인 인격체로 세상의 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고 성격이 다르듯이, 드라마 속 캐릭터도 자라온 환경이나 성격이라는 것을 가지지요. 큰 사건을 겪으면서 일정부분 성격이나 사고방식이 변화되기도 하지만, 사랑에 빠졌다고 강했던 자의식까지 버리고, 오직 남자바라기만을 하는 여자주인공들의 매력이 반감되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인기있는 멜로드라마는 흔히 앓이라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많은 경우 남자주인공에게 나타나지요. 이 과정에서 작가들이 놓치기 쉬운 것이 캐릭터의 균형과 일관성입니다. 심한 경우는 상대주인공이 쩌리화되거나, 피동적인 인물로 변질되어 가면서, 캐릭터가 가지고 있던 개성을 잃어가기도 합니다. 특히 사랑이라는 코드는 캐릭터 붕괴의 주범이 되기도 합니다.
더킹 투하츠와 옥탑방 왕세자에도 이 현상이 나타나고 말더군요. 남자주인공 이승기, 박유천의 매력은 갈수록 수직상승인데, 두 작품 공통적으로 여주인공의 캐릭터는 종속적이며 수동적으로 변해갔지요. 이승기 박유천은 물오른 연기력은 물론, 캐릭터의 매력까지 더해 이렇게 매력적인 남자주인공들이 있을까 싶을만큼 연기자로 자리매김을 했고, 두 사람이 아니면 이재하와 이각이라는 캐릭터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캐릭터를 각인시켰습니다.
그런데 하지원과 한지민의 김항아와 박하라는 캐릭터는 작가가 소홀하지 않았나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드라마 초반, 당차고 씩씩하고 능동적이고, 누구보다 자의식이 강했던 캐릭터들을 사랑에 빠진 순간 눈물을 머금은 한떨기 수선화들로 둔갑시켜 버리는 것이 안타깝더라고요. 왜 작가들은 여자 주인공들을 사랑에 빠지면 하나같이 수동적이고, 남자에게 의존적인 캐릭터들로 만들어 버리는지 말입니다. 하지원, 한지민이 아니었으면, 김항아와 박하라는 캐릭터가 이렇게 사랑받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원, 한지민은 변질되고 붕괴되는 여주캐릭터마저도 뛰어난 연기력으로 설득시키고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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