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에 해당되는 글 11건

  1. 2010.05.07 '신데렐라 언니' 은조를 구원할 사람은 효선이다 (19)
  2. 2010.05.07 '신데렐라 언니' 효선, 강숙에 대한 복수의 시작? (24)
  3. 2010.05.01 '신데렐라 언니' 천정명은 어린왕자, 암시된 죽음? (28)
  4. 2010.04.26 '신데렐라 언니' 은조에게 정우는 그저 동생일까? 드라마 속 복선 (38)
  5. 2010.04.24 '신데렐라 언니' 천정명, 눈동자와 대사의 강약으로 연기하라 (44)
2010.05.07 10:46




신데렐라 언니 2부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었던 11회, 12회는 조금은 당혹스럽게 다가왔어요. 무엇보다 눈에 띄게 은조와 효선이 뒤바뀐 듯 변했다는 점일 것입니다. 이 글은 구대성의 죽음이후 크게 변화한 은조와 효선의 감정선을 정리한 효선의 변화 <뒤바뀐 효선과 은조, 효선의 마음 진심일까?>에 이어, 은조의 변화를 은조의 감정선을 따라 정리해 본 글이에요.
"아빠,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아빠" 은조의 통곡을 듣고 있는 기훈과 정우의 눈에도 눈물이 고입니다. 마음놓고 슬퍼하지도 못하는 은조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은조의 슬픈왕자 기훈과 은조의 그림자 사랑 정우입니다. 은조의 입에서 터져나온 '아빠'라는 말은 은조를 새로운 아이로 변화시킵니다. 도가를 떠났던 사람들에게 머리를 조아려 사과할 줄도 알게 되고, 은조는 처음으로 사람과의 소통을 배웁니다.

이별, 아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울었다
도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돌아오는 길, 효선이 묻지요. "너 나한테 뭐니? 나 너한테 뭐야?" 혹시 날 버릴거냐며 열심히 일해서 대성도가를 일으켜 놓고 갈거냐고 묻는 효선에게, "갈까봐 걱정되냐?"고 되묻지만, 은조는 아마 "때가 되면 가야 해" 라고 대답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 은조를 효선이 붙잡습니다. 도가가 무너지면 아빠가 또 한번 무너지는 거라고, 그러니 잠깐만이라도 의좋은 자매처럼 흉내내 주면 안되느냐고, 가지말아 달라고요.
고집스럽던 은조의 마음은 "너 때문에 따뜻하고 싶다"는 효선의 말에 서서히 둑이 무너지듯 조금씩 허물어집니다. 효선이 다가와 팔장을 껴도 싫지 않습니다. 예전같았으면 엉겨붙지 말라고 뿌리쳤을텐데 살짝 팔을 빼는 은조입니다.
효선이 잠을 이루지 못하듯이 은조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빵이라며 왕관브로치를 달아 준 정우도, 효선의 그 사람이라고 매일같이 주문을 거는 그 사람도 방에 보이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떠나 버린 집처럼 은조의 마음은 휑하지요. 누구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대문을 열었는지, 은조의 마음을 다 읽기는 힘들었지만, 8년전 담벼락에 기대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며, 꽁꽁 얼었던 심장을 뛰게 만들었던 그 사람이 은조를 보고 웃습니다. 은조의 나레이션, "왔다"는 은조가 기다렸던 사람이 기훈이었음을 말해 주었지만, 8년전처럼 은조는 그 사람을 오래도록 볼 수가 없습니다. 그 사람 눈을 조금 더 보면 그 사람에게 달려가 안겨 버릴까봐 애써 발길을 돌리려 하지요.
그런데 그 사람이 이리 좀 와보라며 은조를 부릅니다. 털썩 쓰러져 버리는 그 사람에게 은조는 반사적으로 뛰어가지요. 그리고 기훈을 붙들었던 손을 떼버리고 맙니다. 더 이상 다가서면 안되는 사람이니까요. 그 사람이 "은조야"라고 부릅니다. 심장이 멎어버릴 듯한 은조에게 "정말로 이제 나는 너한테 못가, 못 가게 됐어, 그런데 허락만 해주면 너희들한테 매일 3천번씩 절하는 마음으로 보살필게. 아저씨처럼, 아저씨 대신..."
밀어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 사람에게서 너에게 갈 수 없다는 말을 듣는 은조는 가슴이 날카로운 것으로 도려내지는 듯 아픕니다. "나한테 와 달라고 한 적 없어. 오라고 한 적 없기 때문에 안 물을 거야. 난 됐고 효선이한테 해줘. 내가 그 애를 따뜻하게 해주면 나 조금은 용서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은조와 기훈은 그렇게 서로에게 못간다고, 아니 안간다고 이별을 고하고 웁니다. 애타게 원하는데 서로의 사람이 될 수 없음에 울지요. 은조는 그렇게 그 사람을 밀어내야 하는 자신을 위해, 기훈은 두 아이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이제는 더 이상 다가갈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애써 강요라도 하듯이 말이지요.
은조가 처음으로 품어보고 싶은 아이는 효선이에요. 대성도가와 효선이를 버리지 않는 것은 아버지 구대성의 유언이 돼 버렸습니다. "너 때문에 따뜻해지고 싶다"는 효선의 말에 은조는 약속해 주지 않았어요. "따뜻하게 해달라는 건 안돼. 난 약속 못 해. 그건 해볼게". 그리고 허툰 말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듯이 "당분간이라도"라는 단서를 다는 은조입니다. 은조는 언젠가는 떠나야 함을 은조 스스로에게도 효선에게도 늘 상기시키려 애씁니다.
효선에게 말은 따뜻하게 하는 방법도 모르고, 약속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실은 효선을 따뜻하게 해주고 싶어합니다. 8년전 그 날처럼 "은조야"라고 부르며 쓰러진 기훈이 무슨 이유인지 절하는 마음으로 아저씨처럼 보살피겠다고 하자 "정말 진심으로 이쁘지는 않지만 내가 걔를 따뜻하게 해주면, 나 조금은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해보려고 해" 라고요.
이어 은조는 "나 정말 용서받고 싶거든"이라고 말을 덧붙였어요. 은조는 이제 정말 살고 싶어진 거예요. 아버지에게 잘못했다고 한 말에는 늘 도망치려 하고, 죽고 싶어하는 아이처럼 굴었던 자신의 모습을 용서해 달라고 하는 의미도 있었어요. 아버지는 끝까지 품어 주었는데, 은조는 끝까지 도망치려고 했었거든요. 그게 너무 죄스럽고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은조는 그렇게 통곡한 거예요. 아버지라고 불러드리지 못한 후회와 그리움까지 담아서요. 그래서 은조는 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려고 하지요. 도가 사람들을 품으려 하고, 효선이를 품으려 하고, 효선이를 따뜻하게 해 주기 위해 그 사람도 마음에서 도려내가면서요.

"엄마, 나 살고 싶어"
그런 은조에게 엄마는 치명적인 독에 중독된 것처럼 온몸을 떨게 합니다. 한 푼이라도 더 건지라고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지긋지긋한 물욕, 그 탐심에 은조는 진저리를 칩니다. 그런 은조를 효선은 더 이상 버틸 힘도 없게 무섭게 합니다. 아버지 구대성의 모습. 엄마가 뜯어 먹을게 많아서 산다는 말을 듣고도, "내가 좋아하니까 괜찮다"고 말했듯이, 효선도 똑같은 말을 합니다. "엄마가 아무리 밀어내도 상관없어. 내가 엄마를 좋아하니까. 그리고 나를 버리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하지요. 구대성처럼요.
은조는 벼락을 맞은 듯 그자리에서 옴짝달싹을 하지 못하고, 손 하나 눈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로 효선에게 겹쳐지는 구대성의 모습에 얼어붙고 맙니다. 머리는 감전된 듯 정지돼 버리고, 심장마저도 뛰지 않는 듯 온몸의 세포들이 멈춰버린 듯한데, 두려움의 감정만이 살아서 눈물이 흐르게 합니다. 효선이에게 눈을 내리까는 것조차 죄가 될 것 같습니다.
은조는 엄마에게로 뛰어가지요. "부탁인데 효선이 좀 이뻐해라 엄마. 엄마랑 나는 효선의 발톱에 대고 절을 해도 모자라. 효선이 쟤, 지 아빠야, 효선이 아빠가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고 생각해? 엄마가 진심이 아니었다는 것, 효선이 아빠는 다 알았어. 다 알았는데도 엄마를 사랑했었어. 효선이도 지 아버지처럼 엄마가 안 사랑해줘도 괜찮대. 자기가 엄마를 좋아하니까 아무렇지도 않대... 그러니까 맘 좀 바꿔봐, 우리 이러면 정말 안돼. 이러면 정말 사람 아냐. 우리 이러다 정말 길 가다 마른 벼락이라도 맞을 것 같아"
송강숙은 은조의 말에 콧방귀도 뀌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누가 보쌈이라도 해 가버렸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은조는 그런 엄마를 보고 너무나 겁이 납니다. 세상에서 무서운 것이 하나도 없었던 은조였어요. 가져본 것이 없었기에 잃은 것도 없었고, 사랑하지 않았기에 세상이 은조를 내쳐도 상관없었던 아이였어요.
그런데 지금의 은조는 예전의 은조가 아니에요. 돌아가셨지만 아버지가 생겼고, 지켜야 할 대성도가가 있고, 또한 따뜻하게 해줘야 할 효선이가 생겼어요. 그래서 은조는 두려운 거예요. 처음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처음으로 사랑을 배웠거든요. 하지만 엄마는 살고 싶은 은조의 마음을 갈기갈기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 버립니다. "너랑 나랑 준수랑 합치면, 효선이가 받을 유산보다 세배 반이 넘는다는데, 다 챙기면 네가 이러지 않아도 나갈 거니까 한푼이라도 똑똑히 챙겨, 이년아" 
"내 손 놓으라"며 울고 나간 은조는 기훈에게로 갑니다. 은조는 이제 엄마와 진짜 이별을 하고 싶은 거예요. 엄마의 손을 붙들고 있으면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에요. 엄마에게서 도망치는 것이 자신의 행복이라고 생각했는데, 엄마의 비뚫어진 모정을 끊지 못하고 미련스럽게 주저앉고 또 주저앉았는데, 이제 더 이상 은조는 버틸 힘이 없어져 버립니다.   

갑자기 여리고 착해진 마음을 드러내는 은조가 당황스러웠는데, 은조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정말 다른 아이가 돼 버렸던 거예요. 효선을 받아주는 은조가 어색했고, 비빔밥을 함께 먹는 은조가 생뚱스러워 보일 정도로 은조의 변화는 확연하게 보였어요. 효선의 입가에 밥풀을 떼어주기 위해 손을 내미는 모습은 과거의 은조를 생각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요.
그런데 저는 그런 은조가 다 이해되더군요. 은조는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처럼 사람에게 다가서는 방법을 배우고, 웃는 법을 배우고 있는 과정에 있는 거예요. 무엇보다 은조는 말을 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어요. 느낄 줄 아는 아이가 되었어요.

효선, 은조의 상처를 보다
이 드라마는 은조의 죽음이라는 더 큰 슬픔을 안겨줄 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은조의 수호천사 정우가 있고, 아버지가 되고자 하는 기훈이 은조를 지켜줄 것 같거든요. 도가에 사람들이 돌아오자 기훈이 아버지처럼 은조의 어깨에 손을 얹어주는 장면이 있었어요. 저는 이 장면에서 은조와 기훈의 사랑보다는 왠지 구대성이 기훈을 통해 은조와 교감을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구급차에 실려가면서 기훈에게 구대성은 "괜찮아" 라고 말을 하고 갔어요. 기훈은 아저씨가 죽는 것보다 자신의 죄때문에 떨었다고 고백했지만, 구대성은 기훈의 눈물을 보고 기훈의 진심까지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혼이라는 것이 있다면 저는 구대성의 혼이 아직 대성도가에 남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은조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잘했다" 는 듯 말해주는 기훈의 모습은 은조에게는 기훈이 아니라 아버지를 본 듯한 느낌을 가지게 했어요.
그리고 또 한 사람 은조를 지켜줄 사람이 저는 효선이라고 생각해요. 효선의 변화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 언급을 했지만, 효선은 구대성의 죽음이후 가장 감정이 복잡하게 읽히는 인물이에요. 은조에게 의지하고 기대는 마음과 새엄마에 대한 마음이 진심인지 위선인지, 복수심인지조차 모를 정도로 효선의 감정선은 복잡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효선의 행동은 은조에 대한 신뢰와 엄마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도 일방적이고, 전폭적이어서 도저히 이해하기가 불가능해져 버리거든요. 우리가 어른이기 때문에 동화적인 효선의 마음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요.
하지만 저는 효선의 착한 심성이 구대성의 피와 함께 흐르고 있다고 믿고, 그 심성만은 진심이라고 생각해요. 혹시라도 효선이 자기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위선을 떨고 있다고 해도 말이지요. 그래서 은조의 두려움을, 그 깊은 상처를 보듬어 주고 치료해 줄 사람이 결국은 효선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효선이가 은조를 버티기 힘들어 했던 것은 이 아이는 도통 아픔을 모르는 아이같아 보였기 때문이에요.
효선이 처음으로 은조도 아파할 줄을 안다는 것을 본 것이 기훈의 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였어요. "처음으로...처음으로..."라며 뒷말을 삼켜 버리는 은조를 보고, 효선은 충격을 받고 은조가 나간 후 '내가 무슨 짓을 한거야' 라는 듯이 주저앉아 울었던 장면이 있었어요. 코피가 터져 쓰러져도 아파할 줄도 모르는 독하디 독한 아이인줄 알았는데, 은조도 아파할 줄 아는 아이라는 것을 알았던 거예요. 은조가 효선에게 들킨 감정은 또 있었지요. "네가 어떤 일을 했더라도, 네가 네 아버지 딸이기 때문에 용서한다"는 말이었지요. 은조의 구대성에 대한 사랑은 진심이었음을 효선은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그리고 또 하나, 효선은 은조가 엄마 송강숙으로부터 자신보다 더 심한 상처를 받고 있다는 것을 효선이 알게 되었다는 거예요. 효선은 새엄마의 가식이라도 엄마를 좋아하니까 상관없다고 말할 만큼 새엄마를 붙들고 싶은데, 은조라는 아이는 그런 친엄마로부터 도망치라고 말합니다. 효선의 눈에 은조는 한없이 불쌍한 아이일 수 있어요. 오죽했으면 엄마를 저렇게 밀어내려고 할까? 저 아이가 얼마나 엄마로부터 상처를 받았기에 저럴 수 있을까?
효선은 구박받는 자신보다 은조가 더 가엾게 보일지도 몰라요. 세상은 효선이 계모를 끌어 안는 것을 보고 착하다고 칭찬하겠지만, 은조가 엄마를 안는 것은 엄마와 똑같은 사람이 돼버리는 것이지요. 공범이 되어 죄의 구렁텅이로 들어가는 것이니까요. 오도가도 못하는 아이가 은조인 거예요. 그러니 효선에게는 은조가 더 불쌍할 수밖에 없고, 새엄마로 인한 상처가 자기보다 은조가 더 크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자기보다 더 불쌍한 아이지요.
피가 철철 흘러도 울지 않던 아이가 아프다고 울었다
은조는 한번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아이였어요. 아파도 참아 버렸어요. 세상으로부터 눈을 돌려 버렸으면 됐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는 은조에요. 살고 싶어졌고, 사랑하고 싶어졌고, 누구보다 아버지 구대성을 버리고 싶지 않고, 그 이름을 지키고 싶습니다.
그런데 엄마를 견딜 수 있는 통 100개쯤있는 것에서 마지막 하나 남은 통에 금이 가고 있습니다. 그 강한 아이가 정말로 무너지려고 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은조는 진짜로 아픕니다. 무릎팍이 깨져도 아프다는 말 한마디하지 않았던 은조가 진짜로 아프다고, 죽을 것 같이 아프다고 소리를 지릅니다. 피가 철철 흘러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홍기훈 같은 여자 은조, 그 꽁꽁 얼었던 아이가 아픔을 호소할 줄 안다는 것은 세상과의 소통을 하고 싶은 은조로 변했다는 겁니다.  죄송하다는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나 아프다'라고 말할 수 있는 아이가 된겁니다. 은조의 변화지요. 이 변화는 "아빠"라는 단어에서 시작되었고요.
은조가 바들바들 떠는 새처럼 기훈에게로 달려가 "나 좀 데리고 도망쳐 달라"는 장면은, 그래서인지 혼자서 짐가방을 싸서 떠나려 했던 날보다도 더 아파왔어요. 피가 철철 흘러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던 그런 아이가 아프다고 말을 하기에 은조는 불안해 보이고, 그 비극적인 슬픔마저 감지됩니다.
효선의 복잡한 감정선때문에 효선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모르겠지만(저는 송강숙에게 복수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거든요), 효선이는 그 기본적인 착한 심성만은 버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진짜 아프다고 울고, 소리지를 줄 아는 아이 은조, 그 아이를 구원하는 것은 효선이가 될 것 같아요. 구대성을 너무도 닮은 아이 효선이는 은조의 마지막 동아줄이 되는 거예요. 아프다고 소리치는 이 아이를 위해 던져 줄 희망의 동아줄말입니다.

*이글을 어제 쓰다가 미처 올리지 못했어요. 올리겠다고 약속을 드렸는데 제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다행히 11, 12회의 은조의 변화가 같은 감정선상에 있어서 함께 정리했습니다. 몸이 힘들어 정리를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늦게 올린 점 죄송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추천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2 Comment 19
2010.05.07 07:30




지난 회부터 신데렐라 언니에 흐르는 알 수 없는 불안한 기운이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하나 봅니다. 신데렐라 언니는 기발한 스토리나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보는 드라마라기 보다는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따라 동화되어가는 일종의 읽는 드라마입니다. 책을 읽듯이 말이지요. 그런데 지난 회 그 감정선의 읽기는 새로운 그림이 펼쳐지면서 조금은 혼란스럽게 끌고 가고 있습니다.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한 은조와 울음을 숨기기 시작한 효선, 그리고 극 초반의 조금은 로맨틱한 햇살왕자 기훈으로 돌아간 듯 간간이 웃음을 뿌려주는 기훈때문에 드라마의 그림은 봄꽃같이 화사했어요. 은조와 효선의 화해하는 듯한 모습과 3천배를 하는 심정으로 공주의 아버지 역할을 하겠다는 기훈, 예비군 훈련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일거리 없는 도가를 떠나 공사장에서 은조 밥값(?)을 벌러 간 정우, 그리고 활기를 찾은 도가 사람들까지 이대로 드라마가 끝나도 좋을 모습이었지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송강숙만 해결되면 말이지요. 저는 그런 평온이 오히려 불안했고, 특히 효선이 불안했어요. 
그런데 그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은조에게 버리지 말아달라고 말하고 자기 방으로 돌아 온 효선이 가슴을 치며 우는 장면이 께림칙했거든요. 그리고 그 불안감이 꼬리 아홉개 달린 송강숙마저도 불안하게 하는 것 같았어요. 신데렐라 언니는 송강숙의 행보는 거의 예측이 가능한 지라 얼마나 간악하고 속물적으로 본성을 드러내 보일까에 관심이 가는 대목이었는데, 이번 회 여실히 그 다중적인 캐릭터를 보여준 것 같습니다. 연기같지 않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속물성을 표현하는 이미숙이라는 배우의 다채로운 변신은 후반부를 이끌어 가는 중심인물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인간상을 펼치고 있습니다.

효선 안의 또 다른 효선
저는 효선이는 본성이 착한 아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이 아이가 변화하는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효선이를 보면서 드러낼 일이 없었기에 효선이도 몰랐던 독기가 올라오는 것이 보입니다. 어찌보면 은조보다도 더 독한 감정같아 보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효선이가 내보이는 모습은 너무나 어눌하고 바보같아서 그 모습에 속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번회 효선이를 보면서 또 놀랬어요. 지난회에도 효선이에게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서늘함에 몸이 곤두섰는데, 이번회는 더 정도가 심해서 저는 자꾸 효선이에게 눈길이 가네요.
대성도가의 누룩고사를 지내는 날, 은조가 대성도가의 주인 자격으로 축국문을 읽지요. 이는 물론 효선이 결정한 일이었고요. 그런데 축국문을 읽는 은조를 바라보는 효선의 시선은 기쁨도 슬픔도 없는 무감정의 표정이었어요. 평소의 효선이라면 나뭇잎이 굴러가는 모습만 봐도 꺄르르 웃거나 생명을 다한 나뭇잎이 불쌍하다고 큰 눈망울에 수심이 가득했을 지도 모르는데, 아버지의 자리에 앉은 은조를 보면서도 무서울 정도로 담담한 표정이었어요. 마치 감정을 잃은 아이처럼 말이지요.
그리고 놀라운 일은 새엄마에게 고사떡을 가져다 주고 벌어진 일이에요. 도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꼭 먹어야 한다며 거들떠도 보지 않고 나가버린 송강숙의 뒤를 쫓아가 입에 기어이 떡을 넣어주는 효선이에요. 효선이 떡을 어떤 심정으로 들고 나갔는지 효선의 막간의 표정이 생략되었기에 참으로 효선의 감정이 참으로 답답하지만, 저는 자꾸 효선이 송강숙을 고의적으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효선의 순수하고 착하기만 해 보이는 맑은 눈과 겁먹은 표정때문에 좀처럼 효선의 정확한 감정을 읽기가 힘들기는 하지만요.
송강숙이 입에 넣어준 떡을 흙바닥으로 던져버지자 효선은 "엄마, 먹는 것 갖고 이러면 안되는데..." 라며 흙이 잔뜩 묻은 떡을 효선이 송강숙의 눈앞에서 오물오물 먹어 버리더라고요. 간 큰 송강숙도 효선의 그 같은 행동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마치 도망치듯 부억을 나가 버리지요.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송강숙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저거 여우네. 순진한 척 하더니 완전 불여우였어..." 눈치 100단쯤 되는 송강숙이 효선의 무엇을 보고 불여우라고 했을까 싶어요. 물론 나쁜 마음으로 보면 모든 사람이 나쁘게만 보이고, 착한 마음으로 보면 착하게 보일 수 있어요. 송강숙이 효선의 호의를 고운 눈으로 보지 않기에 효선의 일거수 일투족이 아니 말소리까지 듣기 싫을 수도 있겠지만, 송강숙은 사람을 볼 줄 아는 예리한 눈이 있다는 것도 무시는 못하지요.
흙이 잔뜩 묻은 떡을 입에 넣는 효선이 그 순간 은조보다 독해 보였던 것은 저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순간 섬뜩했어요. 효선이 생락한 "먹는 것 갖고 이러면 안되는데" 그 다음 말 때문에 더더욱이나요. 그 다음 말은 지옥간다에요.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면 지옥간다고들 하잖아요. 불가에서는 밥 한알만 흘려도 지옥간다고 하는 말도 있고요. 효선이 삼켜버린 말을 송강숙이 모를리가 없지요. 흙투성이 떡을 집어 먹는 효선때문에 놀라기도 했지만, 송강숙은 효선의 말때문에도 흠칫하고 놀라 버리더라고요. 지옥간다는 말은 지난 밤에도 은조가 했던 말이었어요. "효선이 아빠가 다 알고도 엄마를 사랑했었다구. 지옥에 떨어져도 모자랄 엄마를 사랑했었다구..." 라며 효선이에게 잘하라라고 했었지요.
부엌할머니와 아줌마가 도가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송강숙이 팔을 걷어부치고 도가로 가서 한바탕 난리를 했을 때도 효선이 한가지 이상한 행동을 취했어요. 효선의 외삼촌까지 나가지 않고 있는 것을 보게 된 강숙이 "누구때문에 우리 준수아빠가 그렇게 됐는데..." 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효선은 가슴에 통증을 느끼며 가슴을 쥐어 뜯었어요.
효선은 외삼촌의 잘못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은조때문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구대성의 장례일에 항아리째 술을 마시며 기훈의 품에 안겨 울 때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요. 효선은 어쩌면 이 모든 일이 새엄마가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새엄마를 불러들인 자신에게 모든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효선은 너무 답답합니다. 마음대로 울지 못하니 가슴에 울음이 얹혀있어요. 

효선, 꼬리 아홉 달린 새엄마에게 복수 시작하다? 
강숙의 효선에 대한 매운 구박은 은조의 기지로 일단 멈춤이에요. 효선에게 뜯어 먹을 게 많으니 잘해야 한다고 거짓말을 한거지요. 대성도가의 지분도 구씨 문중 어른들이 공동소유라 구박한 것 알면 가만 있지 않을 것이고, 선산이며 임야를 팔려고 해도 효선이 도장을 찍어주지 않을 수 있다고 강숙을 협박을 하지요. 협박은 아니고 사실이기도 하고요. 은조의 말을 들은 강숙은 효선을 대하는 태도가 급변하지요. 효선이 당황할 정도로 말이지요.
효선이 은조가 그런 말을 새엄마에게 했는지 알지는 못하겠지만, 새엄마의 태도가 급변한 데에는 은조가 어떤 말을 했을 것이고, 새엄마의 계산된 행동에서 나온 것일 거라는 것쯤은 효선도 다 알 겁니다. 효선의 마음을 감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목이 또 있었어요. TV를 보다가 효선이 송강숙에게 지나가는 말처럼 장택근이라는 남자를 아느냐고 묻지요. 강숙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것을 보니 아마 털보장씨의 이름같습니다. "어떤 남자가..." 하고 말을 하려다 말고 TV로 눈을 돌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깔깔대고 웃습니다. 애가 타는 송강숙은 TV를 꺼버리고 효선에게 어떤 남자에 대해 물었고요. 그러자 효선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는 듯이 "이 집이 장택근씨 친척 누이 송강숙씨가 사는 집이냐고 물어서 우리 엄마는 친척이 없다고 말했어" 라고 강숙을 안심시켰지요.
과연 효선이 그 낯선 남자에게 그렇게 말했을까 싶어요. 새엄마인 송강숙이라는 이름을 정확하게 댔는데 효선이 우리 엄마는 친척이 없다고 말했을 리가 없다는 거죠. 한 두살 먹은 어린 애도 아니고 말이죠. TV를 보면서도 지나가는 말처럼 장택근이라는 운을 떼면서 효선은 강숙의 표정을 살폈을 겁니다. 별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듯이 "어떤 남자가..." 라고 운을 떼다가 TV로 눈을 돌려 과장되게 웃기까지 하고 말이지요. 애간장이 타는 듯한 송강숙의 표정을 아무리 눈치없는 효선이라고 모를리가 없었을 겁니다. 효선이 은조에게 말했듯이 효선은 엄마가 자신의 손을 뿌리치고 어렸을 때도 가식으로 대했다는 것도 알았던 아이에요.
강숙의 당황한 표정을 보면서도 효선은 강숙을 안아줍니다. "엄마한테 내가 별로 이쁘지 않은 거 알아. 그래도 나한테 잘해줘서 고마워. 나중엔 정말 마음으로 내가 이뻐서 안을 수 있게 내가 잘할게 엄마" 효선은 강숙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 줍니다. 자신의 입으로 말이지요. 엄마가 나 싫어하는 것 알아라고요. 그럼에도 내가 더 잘할게 라고 은조에게 "내가 엄마 좋아하니까 상관없어" 라고 했듯이 구대성과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저는 그래서 효선이에게 혼란이 느껴집니다. 효선의 마음이 반은 진심이고 반은 복수심같아 보이거든요. 효선이 왠지 이 꼬리 아홉개 달린 여우 송강숙을 상대로 싸움을 걸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이 의심스럽고 불안한 마음이 저만 그런지 잘 모르겠네요. 효선이의 기본적인 착한 심성이 악한 마음으로 가는 것을 막아줄 것이라 생각하지만요. 무엇보다 효선이가 은조의 진심을 믿고 있다는 것이 효선에게서 느껴지는 불안감을 덜어주지만, 만약 효선이 복수를 시작한다면 그것은 화해를 위한 과정일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나저나 꼬리 아홉개 달린 여자 송강숙을 연기하는 이미숙의 표정은 대사보다 더 정확하게 송강숙의 심리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캐릭터의 무게감 하나로도 극을 끌어가는 이미숙, 정말 대단한 연기력에 감탄하게 합니다. 사람의 속마음을 표정만으로도 정확하게 전달하는 배우 이미숙의 앞으로의 변화가 신데렐라 언니의 공주들보다 더 흥미로울 정도네요.
* 어제 약속드린 대로 조금 후에 11,12회에서 가장 중요했던 은조의 변화에 대한 글도 올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추천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3 Comment 24
2010.05.01 07:31




기억에 공주를 구한 왕자님이 죽은 동화는 없었던 것 같다. 착한 공주를 괴롭힌 못된 의붓언니와 계모가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위기마다 짠~하고 나타난 왕자의 죽음은 기억에 없다. 신데렐라 언니는 동화를 비틀고 또 비틀어 현실과 고리를 연결하고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드라마의 허구성이라는 것보다 훨씬 상상력의 재미가 보이는 작품이다.
극중 송강숙이라는 장치는 너무 현실적이라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드라마를 보며 뭐 저런 여자가 있나 싶겠지만, 송강숙이 입만 열면 말하는 드러운 팔자라면 악만 남은 송강숙의 몸부림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닌 것이다. 실제 주위에 그런 인물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속물적이고, 계산적이고, 부도덕하고, 자식까지 나 몰라라 하는 여자라지만, 송강숙은 자기 배속으로 난 자식만은 챙기는 모습이니, 그나마 모성애는 버리지 않아 구원의 실낱같은 희망도 엿보인다. 모성애가 송강숙에게는 너무 이기적이어서 기형적으로까지 보이지만, 모성애의 근원이 사랑의 범주에 있기에, 말대로 훼까닥 하면 효선이까지 품을 수 있는 모성애로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다. 송강숙의 효선에 대한 구박은 모성애의 확대로 가기 위한 전주곡일 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이 드라마의 결말이 화해와 사랑으로 간다면 극적 감동이 더 클 수도 있을테니까.

기훈 생모의 죽음, 기훈의 예고된 운명?
이 글은 은조가 성공한 구대성 맛의 막걸리를 마시고 주저리주저리 말하는 거라 생각해도 좋을 듯 싶다. 홍기훈이라는 캐릭터의 정체성을 찾다보니 지금 가장 막막한 인물이 기훈인 것 같다. 정말 탈출구가 없어 보이는 인물이다. 기훈은 구대성을 죽음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고, 신데렐라와 신데렐라 언니 사이에서 방황하는 왕자이다보니 어쩌면 후반부에 접어든 드라마 흐름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신데렐라 언니 11회부터는 이 왕자의 소행이 가져 온 예측불허한 사건들과 그 수습과정이 대미를 장식하게 될 터이니 말이다.
수많은 신데렐라들의 이야기에는 왕자가 죽는 동화가 없는데, 주인공인 왕자가 죽는 동화가 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이다. 그러고 보니 기훈은 어린왕자와 닮아 있다. 작가는 동화 신데렐라를 비틀어 놓았듯이 어린왕자의 모습을 동화속 다른 시선에서 비틀고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든다. 동화 어린왕자처럼 드라마 속 왕자가 죽어버리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에 대비를 하듯 투명망토를 입은 또 다른 왕자(정우)를 진짜 왕자로 변신시킬 준비까지 하고 있는 듯 보인다.
신데렐라 언니 10회를 보며 기훈과 이복형인 기정의 대화가  중요한 단서들을 피의자 조사과정에서 너무 쉽게 불듯이 나와버려서 맥없이 흘러갔지만,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있었다. 대성참도가를 기정이 못 가지게 먼저 가지게 한 다음 다시 돌려줄 생각이었다고 말하는 대목은 마치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 중 어른들의 눈에는 모자로 보이는 그림을 보아뱀을 삼킨 코끼리라고 했듯이, 설명으로 이해시키려 하는 장면같다. 굳이 그런 변명이 아니어도 기훈이 돌려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정과의 대화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기훈 생모의 죽음이 언급된 부분이다. 뭔가 중요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 같았는데, 뛰면 안되는 병인데 뛰어서 죽어 버렸단다. 나 잡아봐라고 뛴 사람은 기정이었고... 동화적인 것에서 벗어나 유치한 죽음의 이유였다. 드라마틱한 비밀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맥빠진 느낌이었다.
그런데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퍼뜩 스치는 생각은 천정명의 죽음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많은 죽음의 이유 중에 왜 뛰면 안되는 병을 기훈 생모의 죽음과 관련시켰을까? 기훈생모의 죽음은 선천성 심장질환 중 하나였나 보다. 그런데 이 선천성 심장질환이 상당수가 유전된다는 점이다. 물론 유전된다고 다 죽는 것은 아니고 주의하면 천수를 누린 경우가 많으니, 혹이라도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심장질환이 있는 분이 있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디까지나 드라마상으로 봤을 때, 왠지 홍기훈이 생모의 유전인자를 받지 않았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는 것이다. 극중 구대성의 죽음은 충격으로 인한 심근경색이었으니 기훈생모의 죽음과는 다르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모두 구대성의 죽음이 자신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은조는 두말할 것도 없고, 효선이 은조에게 "너 때문에 죽었다, 우리아빠 살려내라"고 했지만, 효선은 책임이 없었을까? 일본의 유령회사로부터 대량의 막걸리 수주를 받아 온 사람은 다름 아닌 효선이었고, 당시 새로운 효모실험에 실패한 은조를 조소하기까지 했다. "우리 아버지가 평생하지 못한 일을 네가 할 수 있어? 그런데 어쩌냐, 내가 큰일을 했는데... 오늘 만난 일본 바이어한테 엄청난 양의 막걸리를 수주받았는데..." 이런 대사가 있었다. 공장설비가 부족하고 크게 키울 생각이 없다는 구대성 사장의 말을 거스르고 은조는 이 수주를 받아들였고, 이 과정에서 막걸리 원료인 쌀문제, 그리고 자금문제가 터졌다. 물론 여기에는 효선의 외삼촌이 저지를 불량막걸리 유통으로 대성참도가의 신용이 땅에 떨어진 상태였고, 국내시장에서 리콜과 판매거부로 대성참도가 공장라인은 멈춰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기훈의 아버지인 홍회장의 자금이 들어왔고, 물론 막걸리를 사겠다는 일본회사는 기정이 만들어낸 유령회사였다. 이 일에 기정이 관여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구대성이 쇼크로 사망하게 된 것이고 말이다.

순수를 잃은 어린 왕자 기훈
자, 그럼 동화 어린왕자를 또 다른 시각으로 비틀어 보자. 어린왕자의 상징하면 순수이다. 이 순수를 비틀어 보자. 순수를 잃고 상처받은 어린왕자가 지금의 기훈이라면? 그리고 어린왕자처럼 죽는 것으로 끝났다면? 이 생각이 들자 기훈생모의 병이 기훈의 죽음을 위한 복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8년전 대성도가를 찾아 온 어린왕자는 상처받은 순수한 영혼이었다. 이 순수한 어린왕자를 받아주고 친구가 돼 준 여우(구대성)이 품어주었다. 여우가 가진 땅은 따뜻한 햇살이 들고 비옥했다. 여우의 농장에 어느날 이상한 여우가 장미를 데리고 나타났다. 어린왕자는 이 장미가 측은했다. 아무도 다가서지 못하게 몸 곳곳에 날카로운 가시를 드러내고 피를 철철 흘리듯이 수액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왕자는 장미를 사랑하게 되었고, 장미도 어린왕자를 점점 경계하지 않았다. 장미를 위해 온실을 만들어 주고, 가시를 잘라주고, 부러진 가지에 부목을 대주고, 그런데도 어린왕자는 장미의 사랑을 다 알지 못한다. 피가 철철 흘러도 울지 않는 장미가 자신을 목숨처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채, 어느 날 어린왕자는 자신의 상처가 고통스러워서 말없이 농장을 떠나 버렸다. 장미에게 아무말 없이...
여행을 떠난 어린왕자는 결국 농장으로 돌아왔다. 그는 여행 중에 지쳤고, 조금은 어른이 되었고, 그리고 순수를 잃어가고 있었다. 여우의 농장에는 여전히 장미가 자라고 있었고, 이제는 자신조차 다가오지 못하게 크고 긁은 가시를 세우고 있었다. 그 옆에는 어린 싹이라고만 생각했던 노란 장미가 어린왕자에게 물을 달라고 조른다. 아직은 여린 가시를 키워가면서...
어린왕자에게 장미는 다가오면 가시로 찔러 죽여 버리겠다고 한다. 화가 난 어린왕자에게 늑대가 다가와 유혹한다. 여우의 땅을 파서 그곳에 돈이라는 영양제를 주고 욕심이라는 바람을 불어주면, 장미도 더 탐스러워지고, 땅도 비옥해질 거란다. 그래서 장미랑 땅을 몽땅 가지라고 유혹한다. 어린왕자는 늑대가 시키는 대로 삽으로 곡괭이로 땅을 파내고 돈이라는 영양제를 주었다. 그런데 그것을 자신의 유일한 친구 여우가 봐버렸다. 놀란 여우는 그자리에서 죽어 버렸다. 
울타리를 지키고 망을 봐주던 여우가 없어지자 장미들은 두려워한다. 그리고 자신이 뿌린 이질적인 것들때문에 장미들이 숨을 쉬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서로 가시를 세우고 할퀴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제서야 어린왕자는 이제는 더이상 순수한 어린왕자로 돌아갈 수 없는 어른이 돼 버렸음을 알았다. 어린왕자는 그립다. 순수했던 자신의 모습이... 그래서 그 순수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 시간으로 돌아가는 길은 뱀에 물려 죽는 방법밖에 없다. 어린왕자는 기꺼이 뱀에게 물어달라고 한다. 돌아가기 위해... 사랑하는 장미들을 살리기 위해... 친구 여우에게 사과하기 위해.
쓰고보니 진짜 술주정같다.ㅎㅎ

천정명은 어린왕자, 암시된 죽음
기훈은 구대성을 죽인 죄책감을 버릴 수 없는 인물이다. 아버지 홍회장처럼 냉정하지도, 이복형 기정처럼 이익을 위해서는 사악하지도 못하다. 그런데 솔직히 국내 주류업체 1위인 홍주가라는 집구석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버지와 자식이 홍주가 실세 자리를 두고 싸우고 있는 꼴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왜 그런지조차 모르겠다. 홍회장이 혹시 배다른 다른 자식인 기훈에게 모든 것을 넘겨줘 버릴까봐? 그런데 홍회장이 기훈을 그렇게까지 아끼고 사랑하는 것 같지도 않다. 그는 기훈이를 자신의 아들을 경계하기 위해 이용하고 있고, 대성도가 구대성에 대한 컴플렉스로 대성도가를 가지고 싶은 욕심이 더 커 보인다.
앞으로 홍회장은 대성도가보다는 대성도가의 비법을 전수받은 은조를 탐내게 될 것이다. 물론 은조는 기훈처럼 어머니를 죽게 한 이복형 기정에 대한 분풀이로 영혼을 팡아버린 것처럼, 결코 홍회장의 사람이 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압박하는 자금난을 은조가 이겨낼 지는 모르겠다. 이 과정에서 기훈의 양심과 죄책감이 은조에게 힘을 실어주기는 하겠지만, 또 그것이 구대성을 죽음으로 몰아버린 죄값이겠지만, 이미 기훈은 은조와 효선 모두에게 왕자님이 될 수 없다. 아버지를 죽게 한 왕자를 사랑으로 용서하기에는, 두 공주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기훈에 대한 사랑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홍회장이 대성도가에 까지 나타난 것을 보고 갑자기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 이 불안감의 정체는 뭔가 싶다. 뜬금없이 송강숙이 홍회장을 구워 삶아 먹으려는 그림이 잡히니, 설마 아니겠지 싶지만 송강숙이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단 말이지.;;

기훈의 죽음이 암시된 것은 생모의 병을 그가 유전적으로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있지만, 기정에게 한 말도 무게있게 들린다. "대성참도가를 건드리면 나도 가만 있지 않겠다"고 하니 기정이 "어쩔거냐?" 라고 묻는 장면이 있었다. "형을 끌어 안고 같이 죽을 거예요" 라고 했던 기훈의 대답은 기정을 업계에서 욕보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 기정을 공격하는 더러운 싸움을 하겠다는 말처럼도 들렸지만, 진짜로 죽어버리겠다는 협박처럼도 들렸다. 기훈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 그의 죽음이 예견되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기정을 총으로 쏴죽이고 자신도 자살을 한다든가 하는 시덥잖은 방법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기훈이 기정에게 "내가 나를 용서 못하듯이 형도 용서 못해. 난 이제 정말로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가 없게 됐어요" 라고 했던 말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함이 배여 있었다. 홀연히 떠났다가 홀연히 다시 돌아 온 어린왕자 기훈. 신데렐라 언니라는 이 동화속 어린왕자가 지구별 장미에게로 돌아가는 방법, 그것이 기훈의 죽음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닐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추천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2 Comment 28
2010.04.26 07:02




정우(옥택연)의 은조에 대한 마음은 느티나무 사랑이에요. 늘 같은 자리에서 움직일 줄 모르고 지켜보는... 사실 정우라는 캐릭터는 은조와 결부시키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아요. 은조가 쉽게 타인에게 다가서지도 못하는 성격이고, 더구나 은조에게는 정우를 예전에 함께 살던 동생이라는 생각이 강하니까요. 그리고 그녀의 이름이 되어 버린 가슴앓이의 주인공 '은조야'의 주인공 기훈이 눈 앞에 나타났으니 정우를 기훈의 자리에 받아들이기는 무리지요.
아무리 소리없이 떠났다가 바람처럼 다시 왔다고 해도, 은조는 그가 없던 공백동안 기훈의 마음에 대해 궁금할 겁니다. 미국으로 날아가 공부를 하고 방학마다 한국을 나왔다고 하는데도, 한번도 연락없었던 기훈이 은조로서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은조에게 기훈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아니었듯이, 기훈에게 은조 역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아니었음을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은조가 기훈에게 은조의 상처를 들킨 것처럼 기훈도 은조에게 그의 상처를 들키고 서로 그 상처를 보듬어 주고 있었다고 생각했기에 은조에게 기훈은 각별한 존재였고, 기훈 역시 자신처럼 끊임없이 도망치려는 은조가 자신과 닮아서 은조를 단순히 세상이 싫어 비뚤어진 아이라고 여기지만은 않았을 테지요.
그런데도 정우라는 존재가 은조에게 의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게 했던 한 장면이 있었어요. 정우와 은조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게 얼마되지 않아 사실 정우와 은조의 감정라인을 정리해 보기가 무리인 것 같아, 좀 더 지켜보자고 생각하면서도, 늘 머리에서 그 장면이 떠나지 않네요. 너무 사소해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억지는 아닐까 싶어서 제껴두려고 했는데, 과연 카메라가 아무 의미없이 그 장면을 클로즈업 시켰을까 싶어서 여러가지로 생각을 복잡하게 합니다.
효선의 외삼촌이 돌아왔다는 말에 은조가 경찰서로 가서 자수해 달라며 실랑이를 벌이던 장면이 있었어요. 은조, 효선, 기훈, 정우 이렇게 네 사람의 묘한 감정을 각각의 손을 카메라가 부지런히 따라 다녔었지요. 효선의 외삼촌을 붙든 은조에게 효선이 물고 말리는 엉겨붙어있던 은조를 기훈이 밀치며 은조가 마당에 내동댕이 쳐지고, 이를 본 정우가 기훈에게 주막을 한방 날리고(이 부분은 살짝 통쾌했음.ㅎ), 효선이 정우의 뺨을 때리고, 일어선 은조가 다시 삼촌에게 달려들고. 효선이 달려들자 은조가 떠밀어 마당에 효선이가 내동댕이 쳐지고, 효선이 일어나 은조를 때리려 하자 정우가 효선의 손을 막고, 다시 기훈이 정우의 손을 잡고...
동선이 상당히 거칠고 신데렐라 답지 않은 카메라 움직임이었지만, 마치 꼬리집기식의 네사람의 손 동선은 감정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 장면이었어요. 구대성의 호통에 울며 뛰어나가는 은조를 기훈이 따라가려 하자 효선이 기훈을 붙잡고, 정우가 은조를 번쩍 안고 대신 뛰어주는 장면으로 연결되었지요. 에휴 숨차네요.

은조를 웃게 한 정우, 그저 동생일까? 
은조의 숨 헐떡거리는 것조차 대신하겠다며 정우는 은조를 번쩍 안고 비포장 도로 흙길을 달려 갑니다. 은조를 안고 뛰는 정우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번지지요. 정우는 은조를 위해 늘 무엇인가를 해주고 싶었거든요. 밥 준 사람에 대한 충성을 넘어서 어려서부터 송은조 뽀레버 한정우의 여자였기 때문이에요. 연구실에 틀어 박혀있는 은조를 위해 도시락을 싸다주고, 은조가 맛있게 먹어주는 것을 보고 행복감을 느끼던 모습과는 또 다른 감정으로 정우는 웃습니다.
배고픔이 아니라 아픔을 안고 달렸기 때문이에요. 은조의 아픔을 안고 달려 주었다는 것에 정우는 그렇게 기뻤던 거예요. 그 아픔을 안고 달린 정우는 은조에게 웃음을 찾게 합니다. 마치 오래동안 잊고 있었던 것을 찾은 듯이요. 뚱보 어린 시절 정우와 훤칠남이 되어 나타난 정우를 동시에 보면서 말이지요. 울라울라 짱구춤에, 개다리춤으로 은조의 얼굴에 미소를, 아니 활짝 핀 웃음을 처음으로 나오게 했어요.

혹시 이런 동화 기억나지 않나요? "어느 나라에 늘 인상만 찌푸리고 웃지 않는 공주가 살고 있었습니다. 임금님은 공주가 걱정돼서 온나라에 방을 부쳤어요. 공주를 웃게 해 준 사람에게는 큰 상을 내리고 공주와 결혼시키겠다. 온나라에서 뿐만이 아니라, 이웃나라에서 까지 공주를 웃게 할 남자들이 왔지만, 공주를 웃게 한 사람은 없었어요. 그때 가난한 농부가 공주를 웃게 하고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그런데 어떤 방법으로 웃기게 했는지는 동화들이 하도 많아서 정확한 것이 기억이 안나네요. 만지면 달라붙어 버리는 황금거위에 사람들이 줄줄이 붙어 아수라장이 되어 사람들이 우왕좌왕 하는 것을 보고 웃었던 공주도 있었고, 광대가 죽은 동물머리를 뒤집어 쓴 것을 보고 웃었다는 잔혹스런 것도 있었고요.
아, 웃지 않는 공주 이사벨라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공주가 웃지 않은 이유가 너무 어린아이답고 순진하고, 정말 동화적 기발함에 웃었던 내용이었는데, 아시는 분도 많겠지만, 이빨이 빠져서 웃지 않았던 귀여운 이사벨라 공주 이야기말이에요. 이가 다시 날 거라는 말을 듣고 공주가 활짝 웃었는데, 앞니가 빠져 있었지요. 그 반전을 보며 웃기도 하고, '와' 하고 정말 작가가 아이 마음을 이렇게 까지 세밀하게 들여다 보는 것에 놀라웠던 작품이었어요.

넘어진 은조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기훈
은조에게 동시에 나타난 두 남자, 기훈과 정우는 어떤 의미일까요? 신데렐라 언니는 은조의 남자를 위해 복선 두가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은조가 기훈 앞에서 넘어지는 장면과, 정우가 은조를 안고 달리는 장면이에요. 은조가 신데렐라 언니 드라마에서 두번 달려가다 넘어졌어요. 기훈이 함께 있었던 장면이었고, 자세히 보면 기훈에게서 도망치려다 넘어진 장면이지요.
짐을 싸서 도망가려던 은조를 붙들러 강가에 기훈이 자전거를 끌고 왔었어요. 기훈이 우스꽝스럽게 자전거와 함께 넘어지고, 뒤이어 은조가 도망치듯 달려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무릎팍이 찢어졌던 장면이 있었지요. 아문 상처는 마치 그 동안 은조가 받은 상처들을 기훈이 아물게 해주듯, 은조 마음에 들어 온 기훈은 이미 크게 자리해 버리게 되었지요. 종아리에 소고기를 붙여주는 기훈과 함께 은조 마음은 두둥실 달나라까지 가 버렸으니 말이지요.
그리고 은조가 기훈 앞에서 또 넘어집니다. 대성이 병원에서 회복하고 있을 때 기훈이 대성에게 "아저씨 절 믿으세요" 라는 대화를 나눈 후 병원입구에서 은조와 마주쳤던 장면이 있었지요. 은조는 일본 바이어는 효선과 만나라며 자신은 다른 일을 해야 한다고 뛰어가 버렸어요. 대성이 기훈이 데리러 왔다고 함께 가라고 하자 아니라고 하면서요.
이때도 도망치듯 허겁지겁 달려가다 넘어지는 장면이 이어졌는데, 은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일어나 달려가고, 기훈이 정말 뚱한 표정으로 보고 있던 장면 기억나실 거예요. 짧게 기훈이 아~하며 한숨 비슷한 숨을 내쉰 장면 말이에요. 사실 이 부분도 중요한 기훈의 감정신이었는데, 천정명은 왜 그런 표정밖에 보여주지 않은 건지... ㅠㅠㅠ
이 때 기훈은 예전 은조가 넘어지던 장면을 떠올리듯이, 아련한 표정을 지어 줬어야 했거든요. 하다못해 상체라도 움직여 다가설 듯 하다 멈칫거리는 연기라도 했으면 좋았을 거고요. 그저 무슨 속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 장면을 재미없게 만들어 버렸는데, 솔직히 참 이쉬운 장면이었어요.
예전에 은조가 넘어졌을 때 괜찮냐며 놀라 허둥지둥하던 그 때의 감정과는 다르지만, 지금은 다가서고 싶은데 다가서지 못하는 망설임같은 것을 보여 주었어야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은조 혼자 어린애처럼 넘어져 버린 우스운 꼴로 만들어 버렸고요.

정우가 찬 돌멩이, 우연일까?
이와 관련해서 의미심장했던 장면이 있었어요. 제가 인상깊게 봤다고 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는데요, 정우가 달리던 흙길에 정우의 발만 클로즈업 시킨 장면이 있었는데, 그 옆에는 작은 돌멩이들이 있었어요. 시골길이 늘 그렇듯이요. 그런데 정우의 발에 유독 큰 돌멩이가 채여 굴러가는 장면이 잡혔어요. 그 돌은 마치 일부러 그곳에 둔 것처럼 다른 돌멩이들과 크기와 색깔도 달랐고, 움직임도 컸었어요. 마치 정우가 일부러 그 돌을 차내야 하는 것을 연출하려고 하듯이 말이지요.
그 장면을 보며 정우가 은조의 앞길에 닥칠 수 있는 험난한 것들을 치워 주는 은조의 정말 왕자님은 아닐까? 먼나라 왕자님이 아닐지라도 슬픈 공주를 웃게 해 준 동화 속 가난한 농부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여튼 은조는 동화 속 공주와 너무 닮아 있어요. 웃음을 잃은 슬픈 공주지요. 그 공주를 웃게 한 사람이 어린 시절 함께 살았던 정우였어요. 정우가 발로 차고 간 돌멩이를 보며 슬픈 공주에게 닥칠 불행을 막아주는 진짜 왕자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더라고요.(사실 기훈이 캐릭터에 몰입하지 못하다보니 이런 추측까지 나오게 되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지만요.ㅠㅠ).
은조는 정우의 쇼를 보며 처음으로 웃었는데요, 정우가 은조에게 쇼를 하기 전에 했던 말이 있었어요. "이제 뭐 때문에 속상했는지 다 잊어버렸지?" 라고 했지요. 정우는 은조를 그 순간은 은조가 웃었던 한 시점으로 데리고 가줍니다. 아마 과거 정우가 개다리춤을 추고, 짱구춤을 추며 은조를 은조를 웃게 했었나 봐요.
정우는 마치 빠진 이가 다시 날 거라고 말해주는 동화속 친구같았어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상처들때문에 웃음마저 잃어 버린 은조에게 숨이 막히도록 달리다 보면 상처도 다 치료되고, 새 살이 돋아날 것이라고 안심시켜 주는 듯 했거든요. 새 이빨이 나오듯이요.
은조는 새 이빨이 영영 나오지 않을까봐 늘 숨고 감추고 두려워 하고 들키지 않으려고 도망만 치려드는 아이같아요. 상처가 다시는 아물지 않고 벌어져 피가 뚝뚝 흐를 것 같아서 두려운 거에요. 어느 날 기훈이 데리고 가 꿰매준 상처는 새살이 돋아 아물었지만, 그 사람은 무릎대신 가슴에 상처를 주고 떠나 버렸어요. 상처 뒤에 또 겹쳐지는 상처에 은조는 처음으로 웃고 싶었는데 다시 웃음을 잃어버린 공주가 돼 버렸어요. 은조가 수학경시대회에서 1등을 한 것을 기훈에게 자랑하고 나오던 길, 은조는 아주 보일락말락 미소를 지었어요.
아마 기훈이 그 날 만년필을 주고 말없이 떠나 버리지 않았더라면 은조는 보일락 말락 지었던 미소 뒤에 터뜨리지 않았던 환한 웃음을 되찾았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웃을 준비를 하고 있던 은조였는데, 기훈은 은조에게 웃을 기회조차 주지 않고 떠나 버린 거예요. 

그런 은조에게 나타난 정우는 은조 대신 자신이 숨이 가빠가며 안고 뛰어 주었어요. 그런 정우를 보며 은조는 새 이빨이 난 공주처럼 웃었어요. 이제 더이상 슬픔은 없이 보일 정도로요. 그래서였는지 전 정우가 안고 뛸 때, 그 돌멩이를 차고 뛰는 장면을 유심히 봤어요. 숨이 헐떡이는 것조차 대신 하겠다는 충성사랑도 감동이었지만, 은조의 앞길에 또 다른 생채기를 낼 고난같은 것을 정우가 치워주는 듯 해서 말이지요. 
물리적 시간만으로 계산하면 은조가 기훈과 정우와 헤어진 시기는 사실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요. 정우와 헤어지고 대성도가에 온 후 기훈을 만났고, 기훈도 얼마되지 않아 떠나버렸으니까요. 그리고 거짓말처럼 두 사람이 동시에 은조 앞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어요. 따뜻했던 기훈은 차갑고 밀어내야 할 것 같은 남자로, 어린 뚱보 정우는 훤칠해진 남자로 든든하게 말이지요. 
기훈이 두 번째 넘어진 은조를 일으켜 주지 못하고 다가서지 못한 것과 정우가 돌멩이를 차내며 은조가 그 돌멩이에 걸려 넘어지지 않게 대신 안고 달려 준 것을 연결지어 보면, 8년의 시간이 흐른 후 은조에게 있어 정우와 기훈은 또 새롭게 해석되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과거의 왕자님과 현재의 왕자님으로 달리 볼 수도 있고, 넘어진 은조를 더 이상 일으켜 주고 상처를 치료해 줄 수 없는 왕자님과 은조가 상처입지 않도록 보호하고 웃음을 되찾아 준 왕자님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을 것도 같고요. 은조에게 정우는 아직은 동생이고, 아니 영원히 동생일 수도 있겠지만, 돌멩이를 차며 은조를 안고 달리는 정우를 보니 은조의 상처를 보듬어 주었던 과거 기훈의 자리에 정우가 대신할 것 같기도 했고요.
정우가 돌멩이를 차내는 장면을 보면 정말 그게 의도적인 연출장면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우가 정확히 그 돌멩이 지점에서 발을 살짝 틀고 돌을 차내는 모습이나, 주변의 돌멩이와 맞지 않은 색깔, 사이즈 등 복선을 깔기 위해 드라마 속 장치로 가져 다 둔 것처럼 보이기도 하거든요. 이 돌멩이가 앞으로의 스토리를 위한 의도적인 연출이었다면 은조에게 정우는 동생 이상의 의미로도 변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여러분은 그 장면에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추천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3 Comment 38
2010.04.24 08:03




어느 드라마고 배우들이 만들어 가는 캐릭터에 몰입하고 이해하고, 사랑까지 하게 된다면 연기자는 물론 드라마의 완성도에 있어서도 힘이 되고 탄력을 받게 합니다. 심지어는 악역이라 할지라도, 나쁜 남자 혹은 악녀라 할지라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내면을 이해하면 동정의 시선까지 보내게 되지요. 종영한 추노에서의 황철웅(이종혁) 역이 그러했고, 선덕여왕의 비담(김남길)이 대표적인 예일 것 같습니다. 아이리스에서 진사우(정준호)의 캐릭터도 이와 비슷한 범주에 속하겠네요. 이들 배역은 엄밀하게 주인공들은 아니었지만 극중 무게감이 컸었지요. 스토리라인의 큰 줄기가 될 정도로 말이지요.
그런데 신데렐라 언니에서의 홍기훈(천정명)은 남자 주인공임에도 극 중 두 여자의 사랑만 받고 있는 듯한, 전혀 새로운 남자주인공의 (사랑받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캐릭터 자체가 복잡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드라마가 진행될 수록 오리무중 안개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캐릭터가 홍기훈이라는 인물같습니다. 
우선 드라마 속에서의 홍기훈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배경과 내면을 드라마 스토리만으로 짚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사실 홍기훈이라는 캐릭터는 드라마 속에서 풀어가기에 매력있는 배경들을 가지고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서지도 못하고, 집안으로부터 버림받고 구대성의 그늘에서 따스함을 느끼면서,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욕망이 얼마나 추한 것인지도 깨달아 가고, 잘 익은 술처럼 인생의 깊이와 사랑도 알아가는 그런 인물이에요. 내면의 아픔을 가지면서도, 눈 앞에 보이는 두 슬픈 공주들의 상처를 동시에 보듬어 주며, 공주들뿐만이 아니라 시청자들 가슴도 설레이게 만드는 그런 왕자님이에요. 
8년 후 전혀 다른 모습의 왕자로 돌아왔을 때는 또다른 모습에 설레이게 하지요. 두 공주와 자신을 따뜻하게 품어 준 대성도가 구대성에게 칼을 들이대야 하는 야심을 가졌음에도, 인간적으로 갈등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아픔과 분노로 칼을 뽑을 수 밖에 없는 이중적인 고민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홍기훈이 아버지로부터 특명을 받고 대성도가에 다시 들어 온 이유는 배다른 형 기정에 대한 분노가 함께 있는 것이지요. .
애정라인의 중심에 있어서도 극중 은조와 효선에게는 의견이 분분할 정도로 일종의 애정라인을 형성해야 합니다. 은조와 기훈, 효선과 기훈이라는 의붓자매를 사이에 둔 매력넘치는 왕자님이니까요. 은조와는 오해와 연민 속에서 긴 시간 가슴에 담아 온 사랑이어야 하고, 효선에게는 자신을 '내꺼 오빠'라 따르던 꼬맹이가 어엿한 숙녀가 되어 자신을 사랑의 감정으로 보게 되는 것에 당혹감과 미안함, 그리고 연민도 함께 느끼는 인물이지요. 그럼에도 마음에 품은 칼로 고민하고, 공주들의 집을 위기에서 구할 가능성까지 있는... 여기까지는 홍기훈이라는 극중 캐릭터의 색깔입니다. 정말 매력있지요?
그런데, 솔직히 매력없어요;; 천정명의 연기력과 밋밋한 캐릭터 소화때문인 것 같은데, 천정명이 가진 연기의 한계보다는 개선방향을 지적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주제넘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 저는 드라마 감정선을 따라 가는 리뷰글을 올리는 편이고, 연기자에 대한 지적은 자제하는 편입니다. 연기자도 아니고, 연기를 해보지도 않았는데 선무당이 사람잡으려고 하는 듯 해서 말이지요.
제가 천정명씨에게 연기지도를 할 주제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알지만 드라마를 아끼는 입장에서 그동안 신데렐라 언니를 시청하면서 종합적으로 느꼈던 부분에서 천정명이 변화를 주어야 할 부분에 대해 두가지만 언급하고 싶습니다.

심리묘사의 기본, 눈동자로 연기해라
사람에게는 그 사람만이 가진 특별한 특징이 있습니다. 신분을 감식하기 위한 보편적인 인식방법인 지문과 눈동자, 즉 홍채입니다. 보안업체에서 지문인식, 혹은 홍채인식으로 문을 여는 시스템은 위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지문이야 주민등록증 발급 혹은 도장 대신 사용하는 것이니 연기와 결부시키기 어럽고, 눈동자에 담는 감정묘사는 연기력의 90%를 담아낼 수 있는 생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사람의 눈빛은 인간의 희노애락 모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인간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눈빛이 담아내는 얼굴표정은 인간만이 가능한 영역이고요. 강아지들도 슬프거나 화난 표정을 짓기는 하지만, 지극히 단순한 감정표현만을 읽을 수 있을 뿐이지요.
천정명의 눈빛은 매력적입니다. 슬픔과 연민, 쓸쓸함 그리고 투명함까지 갖춘 연기자로서는 특별한 보너스일 것입니다. 그런데 천정명은 자신이 가진 눈빛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요. 한가지 밖에는 없어요. 모든 인물을 연민을 가지고 대하는 듯한... 그런데 지금의 홍기훈은 연민만이 아니라 고민과 음모, 비열함, 안타까움까지 담아내야 하는 캐릭터에요. 천정명의 일관된 표정에 홍기훈이라는 캐릭터를 읽기 힘들고 몰입하기도 힘든 이유가 천정명의 눈빛이 보여주는 한가지 표정때문인 것 같아요. 캡쳐한 표정들을 보시면 그 눈빛의 일관성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천정명은 이제 눈동자도 연기를 해야 합니다. 예컨대 천정명은 연기자들의 기본인, 아니 인간들의 기본적인 심리묘사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대성과 은조, 효선과 함께 회의하는 장면들이 여러번 나왔는데요, 이때 천정명의 표정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같은 표정입니다. 은조나 효선, 구대성의 대사 다음에는 인상만 찌뿌리면서 심각성을 보여주는 게 다에요.
그런데 시청자는 기훈이 왜 인상을 찌푸리며 심각해 하는지 모릅니다. 마치 엑스트라의 장면같아 보이기도 할 정도입니다. 이런 장면의 경우 인상을 찌푸릴 것이 아니라 다른 심리를 보여주어야 하는 부분이에요. 그런데 천정명은 눈동자 뿐만아니라 쉬운 시선 처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요. 효선의 외삼촌이 저질 막걸리를 유통시켜 대성도가 마당에서 벌어진 상황에서도 홍기훈의 표정은 인상쓰고 있는 게 다입니다. 효선의 걱정스러운 표정, 구대성의 이럴리가 없어, 혹은 은조의 당혹감 등등 각기 다른 표정인데 뒤에 서있는 홍기훈은 늘 똑같은 짜증표정이에요.
이 때 홍기훈은 고개라도 살짝 돌려 다른 생각을 하는 듯 보이게 하거나, 고개를 내리고 눈동자를 사선으로 내려뜨거나 올려 떴어야 해요. 바로 의구심을 표현해야 했거든요. 홍기훈은 직감적으로 이 일이 홍주가의 아버지나 기정이가 꾸민 짓이 아닐까 의심하는 표정을 지었어야 했거든요. 그런 표정은 곧바로 홍주가 회장 아버지에게 달려가 "이게 무슨 어린 애 같은 서툰짓이에요?" 라고 따지는 것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것이고요.
천정명의 눈동자는 대부분 정면을 향해 고정되어 있어요. 은조와 효선이 적절하게 눈동자와 고개를 이리저리 방향을 틀어가며 감정과 함께 움직인다면, 천정명은 고개나 눈동자를 고정한 채 오직 양미간을 찌푸리는 것만으로 감정을 표현합니다. 그러니 매번 같은 표정일 수 밖에 없지요. 효선을 바라볼때나 은조를 바라볼때나 회의를 할 때도 오직 하나의 표정이니 은조를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 감도 안오고, 특히 효선을 대할 때는 도대체 왜 짜증을 내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표정은 물론이고 대사마저 짜증난다 식으로 표현해 버립니다.

같은 높낮이의 대사, 강약을 바꿔라
지금까지 천정명의 대사중 길었던 부분만 짚어 보죠. 아무래도 남자 주인공으로서 여자 주인공들과의 대사에서 천정명의 감정선을 봐야 겠네요. 천정명의 대사가 유독 길었던 부분들이었는데, 모든 장면에서 표정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사톤에서도 꽝이었어요. 우선, 효선이 자동차에 뛰어들어 데려가 달라고 한 후에, 효선에게 했던 기훈의 대사입니다.

"뺏겨? 누가 뺏어가? 뺏기지 않을려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네 걸 지켜, 왜? 화내면 안돼? 네가 하는 일은 모두 다 이쁘게만 봐야 하는 거야? 봐주고 웃어주고 박수쳐주고... 어디다 어리광이야? 아무한테 기대지 말고 너 혼자 너 힘으로 한게 뭐가 있어?...(중간 생락)......나 니꺼 아냐 임마. 울기만 해. 울면 가만 안둔다......(중간 생략)... 네것은 네가 만들어. 그리고 만든 건 네가 지켜, 그렇지 않고선 뺏겨도 할 말 없는거야. 알어? 나한테도 기대지마, 네가 기댄다고 해도 받아주지 않을 거야... 빨리 어른 돼. 빨리."

이 부분에서 천정명은 실수를 했어요. 대사의 맛을 전혀 살리지 못했거든요. 이 대사가 문학적으로 예술적으로 좋은 대사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효선에게는 중요한 대사였어요. 효선은 그 이후 계속 기훈의 대사에 매달려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었거든요. 이 긴 대사를 천정명은 마치 자신의 모든 감정을 폭발적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듯 한가지 감정만으로 처리를 해버렸어요.
하지만 이 웅변같이 같은 톤의 감정폭발은 기훈이라는 캐릭터와는 전혀 맞지 않다는 것에 문제가 있어요. 드라마 속 기훈이는 따뜻하면서도 슬퍼 보이고, 차분해 보이면서도 속에서는 분노가 들끓고 있는 캐릭터에요. 그런데 그 복합적인 것을 한가지 모습으로 표현해 버린 거예요. 효선에게 다그칠 때 폭발과 냉정을 적절히 섞었어야 했다는 말이에요. 안겨 오는 효선에게 "하지 말랬지" 라고 효선을 밀치며 했던 어투는, 마치 초등학생 아이가 유치원동생이 귀찮게 하니 떠다 밀면서 하는 말투여서 심히 실망스럽기도 했어요.
효선을 밀치고 어깨를 붙들고 이야기 할때는, 기훈이라는 남자는 대사톤을 깔고 감정을 절제했어야 했어요. 그 뒤에 한 말은 두고두고 효선에게 가시가 되는 말이었기에 효선의 생각 속에서 몇번 반복해서 나왔는데, 무드는 없고 소리만 꽥꽥 질렀다는 생각만이 들게 하더군요. 기훈은 아직은 왕자님으로서의 신비감을 가져야 하는 인물이에요. 그런 신비감에 찬물을 끼얹는 말투가 높낮이 없이 소리만 지르는 듯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와 똑같이 느껴졌던 장면이 또 있었어요. 은조가 "내 이름 들먹거리지마...난 사람들 버리기가 하나도 어렵지 않아. 누가 나를 버렸어도 마찬가지야. 말 한마디 없이 떠났어도 내가 잘하는 짓이니까 너도 잘하나 보다 그러면서 살아, 좋아죽겠다는 그거, 난 고양이나 개만큼도 몰라..." 라며 술항아리 창고도 들어간 이후, 뒤따라 간 기훈이 은조에게 했던 말이에요.

"나도 그래. 나도 잠깐이라도 마음 뺏긴 것들 하고 헤어지는 것 아무렇지 않아.... (중간 생략)....나도 너 따위 간단해... 나는 그런데 너는 아냐. 넌 거짓말 했어. 그러지마. 나 미워하지마. 날 그렇게 죽도록 미워하는 거, 간단하게 잊었다고 억지쓰는 거 하지마, 아무 것도 하지마. 날 그냥 없다고 생각하면 돼" 

이 부분 역시 효선에게 하는 말투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목소리에 힘만 뺀 기훈이처럼만 보입니다. 기훈의 신비감 혹은 이중성을 이런 부분에서 살리지 못하기 때문에 캐릭터가 모호해지기까지 합니다. 전 이해력이 딸렸는지 솔직히 이 대사가 와닿지도, 이해도 잘 안돼서 그 대사만 별도로 종이에 옮겨서 읊조려 보기도 했어요. 
그리고 한 참후 그 속 뜻을 제 나름대로 파악했어요. "...나도 너 따위 간단해"까지의 대사는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어도 감정이 전달되는 부분이에요. 기훈 역시 지금은 은조를 밀어 내려고 하고 있으니까요. 잡고 싶으면서도 밀어내야 하는 이중적인 심리가 기훈에게 있는 거예요.
그런데 다음 대사, "나는 그런데..너는 아냐. .... 미워하지마, 아무것도 하지마... 날 그냥 없다고 생각하면 돼" 이 부분의 대사는 앞 부분과의 대사와는 다른 감정이에요. 그러니 대사톤도 목소리의 높낮이도 달라졌어야 했어요. 제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애절한 감정을 실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이말에는 은조에 대해 여전히 마음을 접지 못하고 있음이 나왔어야 했거든요. 이런 복합적인 내면을 보여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톤으로 대사를 치기때문에, 기훈의 캐릭터가 모호해 지고, 생각도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훈이는 은조가 애써 미워하고 자신을 볼 때마다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 은조 너를 보기 힘들어, 아니 은조 네가 힘들어져. 너 대신 내가 힘들테니까 그냥 날 없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넌 힘들어 하지 마라', 이런 기훈의 마음이 들어있는 말이었거든요.

기훈이 여전히 자신에 대해 속으로 끙끙대고 있다는 것을 은조 역시 압니다. 그래서 그 다음 은조 대사가 설득력을 얻는 겁니다. 기훈이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에 아파하면서도 효선을 떠올리며 독한 말을 뱉는 거예요. "나, 이 집에 빚 엄청 많은 사람이야. 이 집에 해 끼치려는 사람 있음, 다 죽여 버릴거야... 효선이 한테 나쁘게 하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라고요.
은조는 "좋아 죽겠다는 효선이는 어떻게 하냐고, 그러니 나한테 마음 주지마. 차라리 내가 아플테니까 더 이상 나에게 다가 서려 하지마" 이런 마음으로 기훈에게 차갑게 돌아서 버린 거지요. 만약 이 드라마가 신파드라마의 유형을 쫓았다면 대부분 그 대목에서 은조가 뒤를 돌아보며 슬프게 쳐다보고, 기훈이 다가와 안아주는 장면으로 연출을 했겠지요. 하지만 신데렐라 언니는 그런 전형적인 신파를 거부하기에 카메라는 거기서 멈춰 버리고, 웅크려 새처럼 우는 은조의 침대로 시선을 옮깁니다. 

이렇듯 이중적이고 복합적인 심리를 어정쩡하게 보여 주고 있어서 홍기훈이라는 캐릭터도 어정쩡해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은조를 바라보는 눈빛이 애절하지도 않고, 효선을 바라보는 표정도 '아, 귀찮은 애, 왜 짜증나게 해?'라는 식으로 보이니, 저는 점점 은조는 커녕 효선이와의 애정라인도 응원하고 싶은 생각이 안듭니다. 기훈은 효선을 볼 때 귀찮게 엉겨붙는 꼬맹이를 보는 눈빛과 말투가 아니라, 여자로 다가오려는 마음을 알면서도 밀쳐 내려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하고, 그런 효선을 측은하게도 봐야 하는 그런 내면연기가 나와야 하거든요. 그런데 '난 사랑에 빠진 여자의 심리는 전혀 몰라' 는 식의 뚱한 기훈은 매력없습니다. 요즘 애들 말로 일관성돋는 표정에 물린다고 할까요? 
삼각관계를 볼 때 갈등 하나가 누구와의 애정연결을 지지할까 인데, 신데렐라 언니에서의 삼각관계는 솔직히 아무도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요. 은조가 동생으로 밖에 보지 않은 정우가 차라리 은조를 아픔이 없는 세상으로 안고 달려가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게 하니 문제네요.
기훈이 매력없다라고만 지적하기에는 무책임한 것 같아서, 감정연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글을 썼는데, 괜한 오지랖인가 싶어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의중을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감정선보다는 시선처리나 대사톤의 변화 등으로 인기하락 중인 기훈의 캐릭터를 살려야 하지 않을까요? 비열하고 야비한 나쁜 왕자로 변해야 한다면 더더욱이나 이런 입체적인 감정표현은 필요해 보이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추천도 꾹 눌러주세요 ^^ 추천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추가하기 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블로그를 한RSS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Trackback 1 Comment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