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모네'에 해당되는 글 12건

  1. 2010.08.07 '나쁜남자' 가장 나쁜 사람, 시청자 우롱한 도덕불감증 제작진 (74)
  2. 2010.08.05 '나쁜남자' 마지막 반전, 미친 심건욱은 홍회장의 시나리오? (20)
  3. 2010.07.31 '나쁜남자' 죽음의 예고장 피묻은 라이터, 신여사의 죽음암시? (59)
  4. 2010.07.24 '나쁜남자' 심건욱, 복수 멈출 수 있을까? (47)
  5. 2010.07.17 '나쁜남자' 키스신보다 소름끼쳤던 김남길의 두 얼굴 (41)
2010.08.07 07:12




나쁜남자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장르의 드라마였어요. 선악의 경계에 선 주인공들의 심리를 지켜보는 재미, 그리고 김남길의 뛰어난 감정연기를 감상하는 것으로도 소위 건질 수 있는 드라마였어요. 스토리는 처음 1,2회를 지나 이상하게 흐트러져 버렸지만, 안개에 가린 듯한 영상미를 보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였습니다. 치명적인 사랑, 순수한 사랑, 기대고 싶은 사랑, 드라마 속에 흐르는 각기 다른 세가지의 사랑도 불륜이다, 양다리다라는 시각을 떠나 각기 다른 캐릭터를 완벽하게 보여준 김남길의 연기만으로도 드라마 나쁜남자는 매력적이었지요.
글 제목에서부터 눈치채셨겠지만 이 글은 비판글입니다. 나쁜남자 최종회를 보고 허탈감과 분노를 진정시키기 위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허무하게, 아니 너무나 실망스럽게 끝나버린 나쁜남자 최종회 리뷰글을 올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는데, 몇몇 독자분들이 최종회 리뷰글을 기다린다는 요청이 있어서 제 글을 꾸준히 읽어주신 분들께 약속을 지키는 의미에서 글을 올리기로 마음먹었어요.
사실 심건욱의 죽음은 드라마 시작부터 예상되었기에 충격은 아니었어요. 홍회장의 친자라는 사실 앞에 심건욱이 택할 방법은 죽음밖에 없을 듯했고, 제작진이 심건욱을 어떻게 죽이느냐가 궁금했어요. 물론 재인이 건욱을 잡아주고, 모네가 친오빠라는 사실에 구원의 동아줄을 내려줄 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에 심건욱을 살릴 수도 있겠다는 기대 또한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드라마의 최대의 실수, 신여사의 건욱 친자 폭로
정신병원에 있던 건욱이 모든 일이 신여상의 죄상을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들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는 과정은 생략하겠습니다. 이 과정은 김실장과 은부장, 그리고 김실장과 건욱의 일을 돕던 미스테리 남자의 대화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될 듯합니다. 그런데 심건욱의 복수극 퍼즐맞추기는 치명적으로 개연성의 부분에서 실수를 보여줍니다. 신여사를 옭아매기 위한 심건욱의 자작교통사고라는 설명은 어이가 없었거든요. 신여사 잡겠다고 재수없었으면 심건욱이 죽어버렸을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여하튼 해신의 파멸이라는 심건욱의 복수극은 신여사의 감옥행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지어지는 듯했습니다. 법정에서 끝까지 자신은 죄가 없다도 울부짖는 정신병자같은 신여사는 도저히 용서하기 힘든 파렴치한이더군요.
나쁜남자 최종회는 나쁜남자를 나쁜드라마로 만든 최악의 내용이었습니다. 최대의 실수는 신여사가 포승줄에 묶여 감옥으로 가는 호송버스를 타기전에 밝힌 심건욱의 친자폭로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드라마는 비밀과 복선이 최대의 매력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회 마무리를 심건욱의 죽음과 주변사람들의 행복을 급 포장하기 위해 억지 또 억지 무리수를 두었습니다. 그 무리수가 신여사의 폭로였어요.
신여사는 개인적으로 정말 죽어 마땅한 정신병자 사이코에 악녀였습니다. 호송버스에 타기 전 심건욱에게 "내가 진짜를 버리고 가짜를 데려왔어"라고 했던 대사는 신여사의 방백으로 처리했어야 합니다. 그랬더라면 시청자들에게는 계속적으로 여운이라도 남겼을 겁니다. '건욱이 친자라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혹은 건욱이는 자신이 친자라는 것을 알게 될까' 등등... 왜냐? 의식이 돌아온 홍회장이 건욱을 훗날 찾았을 가능성이 크고, 건욱이 친자라는 사실은 신여사 외에도 은부장과 김실장, 그리고 아버지 홍회장이 알고 있었던 사실입니다. 굳이 신명원의 입으로 드라마를 파국으로 몰고 갈 필요는 없었다는 것이지요. 이 여운을 깨버렸다는 점이 결말을 엉성하게 만든 최고의 실수였어요.
신여사는 분명 이해하기 힘든 나쁜여자입니다. 제빵왕 김탁구의 서인숙과 쌍벽을 이룰 정도에요. 제빵왕에서 서인숙도 구일중의 친자인 탁구를 죽이려고 별짓을 다했는데, 신여사 역시도 소름치칠 정도입니다. 자신의 딸 모네를 꼬셨고, 태라가 부모님이며 해신까지도 포기할 수 있을 만큼 사랑한다는 남자가 남동생이라는 것을 건욱에게 한 방 먹이듯이 하는 모습, 정말 치가 떠리는 무뇌아같더군요. 5살 아이만도 못한 생각이었다는 거지요. 제작진은 무덤까지 비밀을 가져가도 모자랄 판에 "너는 네 형을 죽게 하고 네 누나(비록 혈연적인 누나는 아니지만)와 네 여동생을 농락했어"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자기 딸들이 겪을 혼란과 고통은 생각하지도 못하는 무뇌아 신여사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태라의 사랑? 이는 이미 법정에서 끝난 문제입니다. 해신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 건욱을 태라는 포기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건욱을 죽이려 했고, 20년전 건욱의 부모를 살해하라는 지시까지 한 신여사의 죄를 알고도 태라가 건욱을 향한 마음을 접을 수 없다면, 태라 또한 제정신은 아닌 여자일 테니까요. 해신을 무너뜨리기 위해 접근한 건욱의 태라에 대한 마음은 연민으로 변화되어 갔지만, 사랑은 아니었지요.
그럼 건욱은 자신이 홍회장의 친자임을 알아야 하나 모르고 넘어갔어야 하나?의 문제도 짚고 가야겠네요. 친자라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은 심건욱을 죽이겠다는 뜻이고, 모르게 하는 것은 재인이와 일상의 평범한 집밥 먹게 살리겠다는 뜻인데, 제작진은 심건욱을 죽이려는 결정을 했지요. 
어떻게 폼나게든 죽여보려고, 제작진이 충격적 반전을 내놓은 것은 모네였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유일한 친혈육이었지요. 그리고 나쁜남자 심건욱을 착한남자 홍태성으로 죽게하기 위해 모든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다 가져다 붙입니다. 총에 남긴 모네의 지문을 없애 동생을 죄를 덮으려 하는 오빠 홍태성, 시간적으로 이해 불가능한 태라와 재인에게 전해진 택배물 등을 보내 홍태성의 두 여자에 대한 마음을 기억하게 하려고 합니다.

마지막회 최고로 엉성하고 조잡하고 이해가지 않는 5분정도의 장면은 소포를 받은 태라와 재인, 그리고 태라와 홍회장의 정원의 대화, 태라의 회장취임식 등이었어요. 특히 소포는 총상을 입고 피를 훌리며 건욱이 마지막으로 간 곳이 도대체 어디였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물건들이었어요. 태라에게 보내진 더티댄싱 디비디, 그리고 일본 류선생의 유리가면은 뭐였는지, 그리고 한강변에서 자살로 추정되는 오른쪽 등에 긴 흉터가 있는 신원미상의 남자사체를 찾아가라는 공고문은 미친 결말을 위한 군더더기였습니다.
혼자서 시간적인 계산을 해봤어요. <총상을 입고 시내에 나가서 디비디를 사고 소담이에게 줄 인형과 편지를 쓰고, 류선생에게 유리가면을 후딱 만들어서 가장 빠른 항공편으로 보내달라는 전화를 하고, 류선생의 소포를 받아서 재인에게 보냈다>. 유언 비슷한 편지와 함께 말이지요. 그리고 <인적없는 한강변에 나가서 쓸쓸히 최후를 맞이하고, 부패된 채로 발견되었다>. 물론 심건욱이 자살을 결심하고 이런 선물(?)들을 미리 준비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참 억지스럽네요.

본격적으로 게거품물고 나쁜결말에 대한 욕을 좀 더 해보겠습니다.

제작진은 도덕불감증?
제작진의 도덕불감증은 엑스트라로 나오는 시민들까지도 싸잡아 나쁜사람들로 만들었고 시청자들에게는 불쾌한 패배감마저 주었습니다.
우선 모네의 도덕 불감증부터 비판해 보도록 하지요.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언니도 모자라 재인에게 껄떡댔다는 이유로 총을 쏴버린 모네, 모네는 미국에서 한국 돌아가는 사정을 알고 왔었다고 했어요. 그런데 살인교사죄로 신여사가 감옥에 들어갔다고 대서특필되었고, 언론이건 인터넷이건, 모네가 유학중이던 미국방송에서까지 신여사의 죄상에 대해 난리가 났을텐데, 모네는 뭘 알고 왔다는 것이었을까요? 화가 나니 모네에게는 반말 좀 하렵니다.
니네 엄마 살인교사죄는 죄로 안보이냐? 모네야, 나 같으면 건욱에게 대신 무릎이라고 꿇고 빌겠다. 친오빠라는 것은 몰랐다고 치자. 한데 20살 어린 여자애가 아무리 한때 사랑했던 남자가 다른 여자랑 키스하는 장면을 봤다할지라도, 겁없이 총을 쏠 수 있냐? 그리고 네 손으로 사람을 죽였을지도 모르는데, '난 다 잊고 살련다' 라면서 피부관리에 요가로 몸매가꾸면서, 정신수양(?)하겠다고? 너의 그런 정신은 신여사의 못된 피를 쏙 빼다 박았구나. 넌 앞으로도 영영 사람되기는 글렀다. 그리고 홍회장 너네 아빠가 지난 일 다 묻고 그 아이 불러서 나중에 웃으며 함께 밥도 먹었으면 좋겠다고 하던데, 네가 총으로 쏜 후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 건욱이 너의 친오빠였다는 것을 알면, 어찌될지 난감스럽구나. 그때도 증거가 없으니 난 요가나 하며 마음을 비우고 잊어 버리겠다는 심산이겠구나 싶다. 피부관리 받을 시간에 네 엄마와 같이 무소유나 읽는게 낫겠다.
다음은 답없는 신여사입니다. 제작진은 시청자를 우롱하는 것도 모자라 돈에 대한 패배감마저 안겨주었습니다. 빼도 박도 못하는 살인교사죄로 감옥에 들어간게 엊그제 같은데, 보석으로 풀려난 신여사, 돈이 좋긴 한가 봅니다. 아니 무섭고 패배감마저 듭니다. 뉴스에서 숱하게 봐 온 비리 정치인들, 경제인들도 이렇게 빨리 풀려나지는 않아요. 일례로 대통령을 지냈던 두 분도 독방에 적어도 몇 달은 쳐박아 두더구만, 감옥에 들어가서 법정스님의 무소유 책 한 권 읽고, 회개한 듯 보이는 신여사는 몇일 안돼 바로 풀려나더군요. 이렇게 쉽게 해탈을 하다니 원효대사님도 울고 가겠어요.
감옥에서 고문이라도 받았는지 휠체어는 왜 타고 나왔는지도 궁금하더군요. 보석으로 풀려난 것이 역시나 건강상의 이유라는 높은 양반들이 늘상 말하는 이유였구나 싶네요. 전혀 아파 보이지도 않고, 아팠다면 머리가 아파 보이던데, 정신병원으로 보냈어야지 싶더군요. 더구나 해신그룹 사람들, 오너가 무섭긴 했는지 뭐 잘한 사람이라고 일렬종대로 서서 인사까지 받으며 당당하게 들어서더군요.
저 같으면 죄스럽고 부끄럽고 죽고 싶은 심정에 다른 사람들 얼굴 보기 두려워서, 보석으로 풀려났다 해도 집밖에 나오고 싶지도 않겠더구만, 끝까지 뻔뻔스러운 신여사였습니다. 아무리 건욱이 부모 죽인 원수(이때까지는)에게 복수하겠다고 까불어봐도, 힘과 돈이 이긴다는 걸 보여준 나쁜 제작진입니다. 돈 없고 빽 없는 사람 서러운 세상이라는 생각에, 아니 그렇게 흉악한 죄를 지었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휠체어에 고귀하신 분 앉혀서 일렬종대 환영까지 받으며 석방시켜 버린 제작진, 당신들의 도덕적 이성적 개념은 밥말아 드셨습니까?

여동생을 살인자로 만들지 않으려는 노력은 가상하다만, 심건욱 개죽음만 당했구나!
처음으로 자기를 재인에게 "홍태성입니다"라고 소개하며 새롭게 새인생을 시작할 듯했던 건욱은 여동생 모네의 총에 옆구리를 맞았습니다. 동생을 보호하려고 지문을 닦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도대체 죽지 못해 환장한 사람처럼 피투성이로 네온사인이 즐비한 도심의 한복판을 싸돌아 다니며, "나 총맞았어요"라고 보여 준 꼴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싶어요.
아마 자신과 관계없는 사람의 상처 따위에는 안중없다는 현대인의 무관심의 심리를 영상으로 보여 주려고 한 것 같은데, 이건 아니거든요. 거리에서 피를 흘리고 비틀거리는 남자를 봤을때,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 십중팔구는 바로 핸드폰 꺼냅니다. "거기 경찰서죠? 여기 어딘데요, 어떤 남자가 피를 흘리고 지나가고 있어요" 혹은 "혹은 거기 119죠? 어떤 남자가 피를 흘리고 있어요", 게중에는 "이봐요, 괜찮아요? 병원으로 가셔야 겠어요"라고 부축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거라는 거죠. 아무리 정서가 메마르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어져가는 사회라지만, 그래도 핸드폰을 장식품으로 들고다니는 사회는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까지 인정머리 없는 사회였나요? 시민들까지 나쁜사람들로 만들어 버린 나쁜 제작진이었습니다. 
심건욱은 누구인가?
제가 이렇게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좋아하지 않은데도 실망만을 한 나쁜남자 최종회 리뷰를 올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건욱도 궁금하고 시청자도 궁금했던 건욱의 물음에 대한 답때문이에요.

"내가 가려는 곳은 천국일까 지옥일까"
제 나름대로 답을 내려보고 싶네요. 건욱은 지옥같은 현실에서 살다가, 천국같은 지옥으로 갔습니다. 총상을 방치해서 죽음에 이르게 했으니, 자살이라는 죄목도 있고, 결과적으로 동생 모네를 살인자로 만들었으니 그 죄 또한 크다 할 수 있을 겁니다. 재인과 새 인생을 살아보자며 홍태성으로 새로 태어난 듯 싶더니, 몇분도 안되서 재인을 내동댕이치고, 재인에게 평생 가슴에 남을 상처와 의문만을 남겼으니, 이 또한 죄입니다. 잘못하면 건욱만 하염없이 기다리다 처녀귀신으로 늙을 수도 있겠더군요.
동생이 총을 쐈다는 죄를 덮어주기 위해서 스스로 죽음으로 이른 것에 대해서는 조금의 정상참작도 해 줄 수는 있겠지만, 치밀한 복수극을 준비해 왔고, 대사 한 줄 없는 스턴트맨을 하면서도 사람들의 심리공부를 해왔던 건욱이 훗날 모네가 겪을 괴로움은 계산하지 못한 것은 치명적인 실수같아 보입니다.
또 하나 "내 이름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입니다. 최태성인가. 홍태성인가, 심건욱인가.... 답은 홍태성으로 태어났다, 최태성으로 자라다가, 심건욱으로 만들어졌고, 각고의 노력끝에 홍태성이라는 본명은 찾았지만, 그가 불리고 싶은 이름을 결국은 찾지 못했습니다. 이름 없는 사람이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개죽음당한 신원 미상의 남자.

결론은 나쁜남자 심건욱은 착한남자 홍태성이 되기 위해 지옥같은 현실을 살다 천국같은 지옥으로 간, 이름 미상의 불쌍한 남자였습니다.
나쁜남자, 무엇을 남겼나? 나쁜 예와 좋은 예
나쁜남자는 드라마의 나쁜 예와 좋은 예를 남겼습니다. 시종일관 스토리는 혼란스러웠고 허술했습니다. 마지막까지 혼란스러웠던 건욱과 재인의 사랑도 의견이 분분했지요. 문재인의 사랑은 심건욱의 진짜 사랑이었음에도 가장 공감가지 않았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한가인의 연기력이 제작진이 보여주고자 했던 현대여성의 이중적인 심리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이유 또한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제작진이 문재인이라는 캐릭터를 욕을 먹게 망가뜨려 버린 것이 오락가락의 가장 큰 이유겠지만요. 

한가인은 매력적인 배우지만, 나쁜남자를 통해서 제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내면적인 심리연기를 보여주기에는 표정과 말투가 마이너스인 배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명랑쾌활한 도시적인 젊은 여성역할이라면 한가인의 매력이 플러스였을텐데, 아쉬운 부분입니다. 극중 여자들 중 문재인이라는 인물과 한가인이 가장 부조화스러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연기자 한가인에게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이런 류의 드라마에서는 대사를 조금 천천히, 감정을 실어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똑똑 끊어지는 듯한 빠른 대사처리는 문재인이라는 복잡한 캐릭터와는 어긋난 듯했고, 뭔가 아련함 같은 게 있어야 하는데 소금도 설탕도 어느 맛도 가미되지 않은 담백한 빵을 먹는 듯해서, 꼭 커피나 주스와 함께 먹어야 했다는 생각입니다. 즉, 이 드라마에서 보여주려는 캐릭터는 이런 사람이다 라는 식으로 세뇌를 해가면서 봤다는 말입니다. 물론 예쁜 한가인에 대한 감정은 없지만, 대사에 색깔이나 감정을 넣는 훈련이 더 필요하다는 조언이니. 한가인측이나 팬들은 오해없기를 바랍니다.
나쁜남자에 시종일관 흘렀던 비밀과 혼란은 또 하나의 매력이었지만, 허술함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의 질타로 이어졌고, 시청률의 저조라는 결과로 이어졌지요. 억지설정에 급마무리의 조악함은 나쁜 예의 정점을 찍었고, 허탈하게 만들었네요.

좋은 예도 남겼습니다. 드라마나 사람이나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것을 드라마의 시청률로 보여줬으니까요. 월드컵 편성으로 결방을 계속하더니, 주인공 김남길의 군입대 스케쥴까지 계산에서 틀어져 버렸고, 내막은 잘 모르지만 작가진과 제작진의 손발이 맞지 않은 이유로 드라마는 공중분해되고 말았어요. 산으로 가거나, 바다로 가버린 드라마들보다 더 나쁜 결과를 가져왔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만들면 안된다는 좋은 예를 보여주었으니, 다른 드라마들에게는 모델이 된 셈입니다.
드라마의 시작부터 짙은 비극의 냄새가 풍겼지만, 비극결말보다는 나쁜남자를 이끌어 오던 모든 비밀과 복수와 사랑이 산산히 공중분해돼 버린 듯한 마지막회때문에 머리가 텅 비어버린 느낌입니다. 건욱의 동아줄 모네는 결국은 건욱을 쉬게 해줬군요. 홍태성도, 최태성도, 심건욱도 아닌 상처받은 영혼의 안식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지요. 저는 건욱의 죽음을 보며 안식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청자는 바라지 않았지만, 건욱이 진정 원했던, 이제 그만 쉬고 싶다는 바람말이지요.

최종회는 엉망이었지만, 그래도 한가지 인정하고 싶은 것은 스토리의 부실함까지 커버해 준 연기자들의 연기력입니다. 천의 얼굴로 수만가지의 감정연기를 보여준 김남길, 도도한 감성을 제대로 표현한 오연수, 히스테리와 정신병적인 악녀역을 소름끼치게 보여준 김혜옥, 제작진이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오락가락 문재인을 연기하느라 고생했을 한가인, 그리고 소리만 벅벅 지르게 만든 대본에도 성실하게 캐릭터를 유지하려고 무던히도 애쓴 김재욱, 청순미의 새 얼굴로 순수함과 섬뜩함까지 보여준 신인 정소민, 바른 말은 제일 많이 하더니 나중에는 간접광고 전문배우가 되어버린 심은경(도대체 집세도 못 내서 쩔쩔매는 이 가난한 집 자매에게 왜 이렇게 최신장비들이 많은건지..)까지, 연기력만은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습니다. 이 좋은 배우진을 가지고 마지막회 정체불명의 드라마를 만들어버린 제작진이 가장 나쁜 사람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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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1 Comment 74
2010.08.05 16:24




마지막회를 남겨두고 있는 나쁜남자, 그동안 김남길, 오연수, 김혜옥의 명품연기만으로 나쁜남자를 시청하는 재미가 컸습니다. 막바지에 이르러 반전에 반전이 연속되어 정신이 없네요. 홍태성(김재욱)이 홍회장의 친아들이 아닐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었는데, 예상대로 홍태성은 비운의 가짜 왕자임이 드러났습니다. 심건욱의 복수극으로 시작된 드라마 나쁜남자는 20년전 진짜 홍태성을 버리고 가짜 홍태성을 들인 신여사의 악행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진실찾기 게임으로 바뀌면서 심건욱의 복수극 마지막 퍼즐조각은 신여사에게로 압축되고 있습니다.
예고편에 보인 심건욱의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권총신은 총소리만으로도 비극이 감지되어 벌써부터 가슴이 떨려옵니다. 이번 글은 드라마 줄거리보다는 마지막회의 결말에 대한 개인적인 바람과 예측을 중심으로 써내려 가야 할 것 같네요.

반전 1. 심건욱의 정신이상, 연기일까 진짜일까?
건욱이 입원한 요양소, 김남길의 바보연기가 너무 실감나서 진짜 바보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병실을 향해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에 눈을 뜨는 심건욱의 눈빛은 재인이 앞에서 "엄마 왜 울어?"하는 바보의 눈이 아니었어요. 복수에 불탔던 분노의 심건욱, 그의 눈빛이었으니까요. 심건욱이 정신이상을 연기했는지, 아님 자동차 사고로 일시적인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저는 일시적인 정신이상의 상태에서 재인의 도시락을 먹으며 기억을 되찾은 것 같아 보이더군요. 언젠가 재인이 만들어 주었던 건욱이 가장 바라는 것, 집밥에 대한 추억이 건욱의 정신을 돌아오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건욱의 마지막 여자, 건욱을 구원해 줄 상징적인 마지막 구원의 열쇠가 재인의 사랑이었던 것이지요.
그 동안 건욱과 홍태성 사이에서 오락가락 줄타기를 하던 재인은 건욱의 모든 비밀을 알고 후회의 눈물을 쏟고 맙니다. 건욱이 밀어내려 했던 것이 아니라, 복수를 위해 재인에 대한 사랑마저도 거부해야 했던 건욱의 상처에 그제서야 건욱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지요. 홍태성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재인은 건욱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미친 건욱에게 재인이 만년필을 건네 준 장면이 있었지요. 그 만년필은 건욱과 재인을 만나게 한 첫 인연이었어요. 건욱이 제주도에서 촬영중에 배우로 착각하고 재인의 목에 칼을 겨누고 인질극을 벌였던 장면을 찍으며, 재인이 떨어뜨린 만년필을 우연히 건욱이 주웠었지요. "내가 가려는 곳은 지옥일까 천국일까" 라는 대본 밑에 깨알 처럼 모네, 태라 누나, 가족이라고 써내려 갔던...
그리고 훗날 재인에게 포장마차에서 돌려주었던 그 만년필이 다시 건욱에게로 온 것이에요. 운명처럼 말이지요. 만년필과 재인이 만들어 온 집밥이 끊겨버렸던 건욱의 기억 필름을 연결시켜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오던 발자국을 피해 병원을 탈출했을 겁니다.
반전 2. 건욱의 마지막 복수는 홍회장의 시나리오다?
그럼 건욱이 간곳은 어디였을까요? 마지막 엔딩장면에서 보여준 신여사의 사무실은 아니었을 겁니다. 신여사를 기겁하게 했던 장면은 건욱이 아니었어요. 공포와 불안감에 환영과 환청을 겪고 있는 신여사의 상상신이었을 겁니다. 뒤에 이어진 예고편 장면에는 빈의자가 빙글 돌았거든요. 건욱을 병원에 데려다 놓은 의문의 보호자는, 홍회장이나 김실장, 혹은 은부장의 지시를 받은 사람이었을 것이고, 심건욱은 홍회장을 만났을 겁니다. 아마 은부장이 건욱을 병원에서 빼돌린 배후라면 은부장을 통해 모든 진상을 들었을 거에요. 그리고 자신의 진짜 아버지 홍회장을 만난 것일테고요. 예고편 장면에서 잠깐 나왔듯이요.
쓰러진 홍회장을 보면 의심가는 것이 많습니다. 저는 건욱의 교통사고 이후 정신병원에 홍태성이라는 이름으로 입원을 시키고, 신여사에게 라이터와 녹음기를 보내고 있는 인물의 배후에는 홍회장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우선 의심가는 대목은 신여사와 태라에게 보내진 녹음기에요. 신여사가 김실장에게 건욱을 없애라는 지시가 녹음되어 있었지요. 그런데 신여사가 김실장에게 지시를 했던 곳은 홍회장이 누워있던 병실 안이었어요.
그럼 두 사람의 대화를 누가 녹음했을까요? 의심되는 인물은 홍회장, 은부장, 그리고 김실장입니다. 여기서 여러가지 조합이 가능합니다. 홍회장과 은부장, 은부장과 김실장, 세사람 모두, 혹은 은부장 단독, 그리고 김실장 단독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음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은부장의 경우는 홍회장에게 심건욱이 진짜 홍태성임을 알려준 장본인입니다. 또한 신여사가 김실장을 통해 심건욱을 죽이려고 하는 것을 병실밖에서 엿듣고 있었기도 했지요. 저는 이 모든 일이 홍회장이 쓰러지기 전 홍회장의 지시를 받은 은부장이 녹음을 했을 가능성이 클 것 같아 보이더군요.
신여사가 거실 밖으로 던져버린 피묻은 건욱의 라이터를 주어 다시 신여사에게 보낼 수 있는 인물이 은부장밖에는 없거든요. 여기서 추측할 수 있는 가능성은 홍회장이 쓰러지기 전 은부장과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했다고도 볼 수 있지요. 홍회장의 침대에 녹음기를 설치해 둔 인물이 은부장일 수도 있고요.
늘 수상스러운 표정을 짓는 김실장도 용의선상에서 배제할 수는 없어 보여요. 심건욱의 죽은 벙어리 부모의 묘지를 관리해 온 김실장이 직접 녹음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김실장의 표정은 여러가지로 혼란스러웠지요. 심건욱의 시신을 화장해서 뿌렸다는 말도 거짓말 같았고, 해신그룹 회장 대리투표에서 신여사가 홍태성이 친자가 아니라는 폭탄발언을 할 때도 그의 표정은 뭔가 석연치가 않았거든요.
김실장이 30년간을 해신그룹에 몸담고 일하면서 그가 신여사의 사람이라기 보다는 홍회장의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은부장 혹은 김실장, 또는 은부장과 김실장이 공동으로 건욱을 둘러싼 교통사고 후 처리건과 병실에서의 녹음 배후에는 홍회장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홍회장은 은부장을 통해서 심건욱이 진짜 홍태성이라는 것과, 유전자 검사를 신여사가 조작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30년 넘게 같이 살아왔지만 자신의 친자식을 내쫓고 죽이려 한 신여사를 용서하기는 힘들었을 거예요. 비록 부인이고 어머니지만, 해신에 대한 신여사의 무서운 집착은 병적이고 살인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저지를 만큼 용서받기 힘든 인물이에요. 아내이기 전에, 자식들의 어머니이기 전에 사람의 탈을 쓰고 차마 할 짓은 아니었지요. 신여사를 단죄하는 방법은 신여사가 범행을 지시했다는 증거였을 겁니다.
홍회장의 복수는 신여사가 스스로 공포에 질려 죄를 실토하고 파멸해 가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홍회장의 신여사에 대한 분노를 보니 부부간의 정은 다 떨어져버린 것 같더군요.
반전 3. 건욱의 권총자살?
이 부분은 정말이지 추측하고 싶지 않아요. 건욱의 죽음을 바라지 않은 점도 있지만, 건욱의 인생이 빈껍데기였다는 것이 너무 가여워서 말이지요. 자신이 복수하려 했던 해신그룹이 자신의 가족이었음을 알았을 때 건욱은 인생의 모든 좌표가 흔들리고 무너져 버리겠지요. 다시 정신병원에라도 가고 싶을 심정일 겁니다.
저는 지난 글에서도 예상했듯이 나쁜남자에서의 죽음은 신여사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을까 싶어요. 결국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은 신여사의 질투와 해신그룹을 자신의 핏줄에게 물려주겠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니 건욱이 해신그룹의 추악한 모습을 짊어지고 가지 말았으면 싶습니다. 태라의 불행도 신여사의 끝없는 탐욕의 결과였고, 건욱도, 죽은 홍태균도 신여사가 저지른 죄의 작품이에요. 상처받은 모네, 그리고 친어머니가 돈때문에 아들을 버리게 만들어 버린 홍태성(김재욱)까지도요.
홍태성이 해신가를 떠나면서 말했지요. 왜 친어머니한테 가지 않았는지 아느냐고요. "두 분은 저를 버리지는 않으셨으니까". 태성은 일본에 있는 친어머니가 자신이 낯선 여자의 손에 끌려갈 때 붙잡지 않았던 것에 깊은 상처를 받았을 겁니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던 아버지라는 사람 집에 자신을 보내는 어머니를 어린 나이에 이해하기는 어렵지요. 그 나이에는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고만 생각했을 겁니다. 친어머니와 생이별을 하고 사랑받지 못하고 큰 비뚤어진 오늘의 태성을 있게 한 것도 신여사의 작품인 것이지요.

드러난 죄목들, 환청과 환영에 신경쇠약증세를 보이는 신여사, 그녀가 이 모든 것을 덮고 뻔뻔하게 살 수는 없을 거예요. 등돌린 태라, 모든 진실을 알아버린 홍회장, 죽은 장남 태균, 떠나 버린 모네... 결국 그녀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지요. 모든 정황 파악을 한 곽반장의 수사에서도 신여사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셈이고요. 신여사의 죽음이 되었든, 감옥행이 되었든 신여사를 구제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입니다. 해신을 다 팔아도 말입니다. 건욱이 들어가있는 정신병원을 보니 왠지 이 병원에 신여사가 들어오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진짜 환자로 말이지요.
그럼 중요한 건욱의 자살에 대한 정리를 해야 겠네요. 저는 건욱을 결국은 잡아 줄 수 있는 사람을 모네라고 생각했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동생으로서, 그리고 가족으로서 말이지요. 태라는 해신의 가족이고 누나여도 혈연적으로는 남이지만, 모네는 같은 아버지를 둔 남매지간이에요. 건욱의 휴대폰에 모네를 동아줄이라고 했던 것이 건욱을 막아줄 마지막 카드가 되는 복선이었다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드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건욱이 선택할 사람은 문재인이라고 생각해요. 건욱이 해신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자신이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생각하는 집으로 과연 건욱이 태성이라는 이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저는 건욱이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되네요. 태성이라는 이름은 건욱의 등에 난 상처처럼 아픈 이름일 뿐이에요. 찾고 싶었지만, 잊고 싶은 이름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건욱의 이름, 그는 재인이 불러주는 심건욱으로 남고 싶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남길의 군입대로 스토리의 비약과 급작스런 반전과 또 반전으로 혼란에 빠지기는 했지만, 지금까지의 전개를 보면 마지막 심건욱의 복수극 마무리는 홍회장이 할 듯 싶습니다. 심건욱의 복수는 건욱이 홍회장의 친자라는 반전과 함께 의미를 상실해 버렸으니 말이지요. 외도를 한 홍회장과 남편의 외도를 용서하지 못한 신여사의 씻을 수 없는 죄악은 20년 후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린 한편의 긴 비극이었습니다. 이 모든 비극의 시작점은 홍회장과 신여사일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은 두사람이 매듭을 지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심건욱의 복수극 퍼즐 마지막 조각은 홍회장의 손에 들어있는 것 같아요. 신여사에 대한 단죄라는 한 장의 카드 말이지요. 과연 이 복수극 끝에 심건욱이 찾는 이름은 무엇일까요? 

*마지막회 결말부분을 첨가합니다. 너무 충격을 받아서 지금 머리가 하얘져 버렸네요. 결국 건욱의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김남길과 심건욱이 하나 된 나쁜남자 막이 내려졌는데요, 나쁜남자 심건욱은 죽음이후 더 많은 여운을 남기네요. 아직도 그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으니 말입니다. 마지막회 자세한 리뷰는 잠시후에 올리겠습니다. 저는 지금 슬픔과 허탈함에 빠져 있답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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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31 07:45




2회 연속으로 방송한 나쁜남자를 보고 지금까지 혼란스러운 퍼즐조각들을 꿰 맞추고 있느라 머리카락이 다 빠진 느낌입니다. 그동안 드러난 조각들로 그림을 완성해 가고 있던 그림판이 헝크러져 버린 탓에 다시 퍼즐조각을 맞춰야 했거든요. 결말을 향해 가면서 드마라를 보며 혹시?라고 의심했던 것들이 드러났는데요, 우선 심건욱이 홍회장의 친자일 가능성에 대한 부분입니다. 이 의문에 대해서는 나쁜남자에 흐르는 암울한 분위기가 애초부터 그 가능성을 열어두었기에 큰 충격은 아닌 것 같아요. 홍회장을 처음 만나던 날 심건욱과 홍회장 사이를 흐르던 알 수 없는 따스한 기운들이 그걸 말해주었고, 심건욱의 흔들리는 눈빛에서 조금은 가능성이 비춰지기도 했지요. 
또한 가장 의문스러운 두 사람, 집사 은부장과 김비서실장의 분위기가 건욱의 정체에 대한 결정적인 비밀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뉘앙스를 계속 흘려왔기에, 이 두사람을 통해 결정적인 비밀이 터져 나오리라는 것은 예상되었던 일이었죠. 문제는 심건욱을 병원에서 빼돌린 의문이 보호자와 두사람 모두 관련되어 있는지, 은부장 혼자의 일인지가 밝혀져야 할 비밀이 될 것 같습니다. 

혼란의 시작, 심건욱이 홍회장의 진짜 아들 홍태성이다?
심건욱의 불행은 신여사가 저지른 20년전의 진실로 거슬러 갑니다. 여기서 먼저 맞추고 가야할 퍼즐조각은 심건욱이 홍회장의 진짜 아들인지 아닌지에 대한 것입니다. 이 문제는 현재의 홍태성(김재욱)과도 연관되는 문제이기에 복합적으로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체적인 드라마의 분위기는 심건욱이 진짜 홍회장의 아들일 가능성이 90%이상은 돼 보이입니다.
그 이유는 신여사가 건욱을 20년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죽이려고 하는 이유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건욱이 진짜 홍태성이 아니었다면, 신여사가 그렇게까지 심건욱을 죽이려들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물론 유전자 조작을 해서 가짜 홍태성을 만들었다가, 진짜 홍태성이 나타나자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건욱의 벙어리 부모까지 죽였다는 알리바이는 어느 정도 타당성은 있지만, 벙어리 부모를 죽여서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 했다는 이유가 그렇게 절박하지만은 않아 보이거든요. 홍회장이 설사 신여사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 가짜 홍태성을 집으로 들여왔다고 할지라도, 이 문제로 홍회장과의 결별까지 초래할 정도는 아니었을 거라는 겁니다.
또한 지금의 홍태성(김재욱)이 진짜라면 신여사가 수수방관하고 있었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지요. 지금의 홍태성이 가짜라는 것을 신여사가 알고 있기에, 혹여 홍태성이 해신의 차기 후계자가 되거나, 지분이 커지려고 한다면 홍회장의 아들이 아니라는 진짜 유전자 검사결과를 제시하고, 홍태성을 쫓아낼 수 있기에 신여사의 홍태성에 대한 경계는 느슨할 수 밖에 없었을 거라는 거죠.
결국 만약 지금의 홍태성이 가짜라면, 가장 불쌍한 사람이네요. 이도저도 아닌 낙동강 오리알이니 돈이나 몇 푼 받고 해신가에서 떨어져 나갈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건욱이 진짜 홍태성이라고 한다면, 드라마의 파장은 상당히 클 것입니다. 해신가를 향한 건욱의 복수가 진실을 몰랐기에 가능했다라고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그 패륜성과 막장적인 질타를 피하기는 어렵기 때문이지요. 제작진이 이런 논란에 대한 보험은 들어 두었지요. 건욱이 모네에게 남자로서 한 번도 다가서지 않은 점, 건욱이 모네를 사랑하지 않았음을 드라마에서 쉼없이 보여주었고, 질타는 여동생의 남자와 바람난 유부녀 태라와 건욱의 불륜으로 초점을 맞췄고요. 그리고 14회에서 홍태라가 홍회장의 친딸이 아니라 신여사의 전남편딸이라는 점을 들어 근친의 문제에서는 비껴갈 보험을 든 셈이지요. 태라가 홍회장의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이 시점에서 밝힌 것 역시 심건욱이 진짜 홍태성이라는 반전을 위한 복선이 되는 셈이고요.

혼란 1, 흔들리는 태라
나쁜남자에 해피엔딩은 드라마 제목에서, 그리고 심건욱의 복수극이라는 점에서부터 기대하기는 어려운 부분입니다. 순수한 첫사랑 모네는 언니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사실에 상처투성이로 유학을 떠났고, 처음으로 열병같은 사랑에 모든 것을 던져 버린 태라는 건욱의 사랑이 진심이었는지에 대한 혼란으로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태라에게 박검사와의 이혼은 애정없는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것에 대한 홀가분함으로 오히려 편안해졌을 겁니다. 하지만 건욱이 해신그룹을 목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했었다는 사실은 태라가 송두리째 무너져 버릴 만큼 큰 충격이에요. 
그럼에도 태라는 건욱의 사랑을 놓지 못합니다. 건욱의 집에서 마주친 재인에게 태라답지 않게 질투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낼 정도로 태라는 건욱을 끝까지 붙들려고 합니다. 모든 것을 다 걸고 싶을 만큼 건욱을 향하는 마음을 포기하지 못하는 태라가 자신이 처음 온 건욱의 집인데 재인이 알고 있었다는 것에 거침없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냅니다. 재인에게 태성에게나 잘해 주라면서 "자기 애인이 다른 남자 집에 오는 것 좋아할 사람 없으니까"라고 한 말은 내 애인 집에 드나드는 재인씨가 못마땅하다는 뜻이었지요. 그리고 건욱이가 돌아오면 결혼할 것이라고까지 못을 박습니다. 
태라는 지금 질투와 의심으로 무너지고 있는 거에요. 건욱이 자신을 사랑했던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라면, 태라에게 처음으로 다가온 불꽃같은 사랑이 다 무너져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죠. 재인이 돌아가고 태라는 건욱이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했을 거라고, 건욱에 대한 의심을 애써 부정하려고 합니다. 건욱이 자신을 바라보던 뜨거운 눈빛, 엘리베이터 안에서 태라를 꼼짝 못하게 했던 건욱의 손, 가면무도회에서 당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해주던 건욱, 그리고 사랑해서 미안하다는 말까지, 건욱의 눈빛, 표정, 말 모두 태라를 향한 진심이었다고 말이지요. 
태라가 확인하고 싶은 것은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지에 대한 건욱의 대답이에요. 건욱의 말이라면 태라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 건욱만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태라가 신여사에게 "나, 그 사람 사랑해요. 해신도 아버지도 엄마도 포기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사람은 절대 포기 못해요" 라고 말했던 것처럼요.
그런 태라에게 세상이 흔들리는 듯한 믿을 수 없는 말이 들립니다. 신여사로부터 건욱이 20년전에 파양되었던 또 다른 홍태성이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태라는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태라를 비추는 카메라가 쉼없이 위아래로 흔들렸던 것처럼, 태라의 모든 것이 흔들리는 순간입니다. "그 착하고 순진하고 여린 아이가... 그럴 리가 없다"며 눈물만을 흘릴 뿐이지요. 

혼란 2, 건욱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 재인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태라처럼 재인 역시도 혼란스런 감정과 싸우느라 힘이 듭니다. 결혼할 여자라며 홍회장의 병실로 재인을 데려간 홍태성, 재인이 가지고 싶은 것을 얻었지만, 재인의 표정은 기쁘지 않습니다. 마음은 온통 나타나지 않아 걱정되는 건욱에게로 달려가 버립니다. 건욱의 집에서 마주친 태라가 건욱과 결혼할 것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재인은 깨닫게 됩니다. 건욱을 진짜로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말이지요.
건욱이 교통사고를 당했었다는 전화에 병원으로 달려간 재인은 죽은 심건욱을 누군가 데려갔다는 말을 듣게 되지요. "해신에서 심건욱이가 홍태성인 걸 알리도 없고" 라며 말을 흘리는 곽반장으로 인해 재인은 건욱이 누구인지 알게 됩니다. 건욱의 집 비밀의 방에 빼곡하게 붙여진 해신가 사람들과 정보들, 건욱이 왜 해신에게 집착했는지 알게 된 재인입니다.
재인 역시도 건욱에 대한 퍼즐조각들을 맞추느라 혼란스럽습니다. 죽은 최선영의 죽음과 그 애인이었던 홍태성에 대한 분노,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건욱이 언젠가 입앙되었다가 쫓겨나기도 했고, 홍태성의 모든 것을 빼앗아 버리고 싶다며 해신이라는 껍데기를 쓴 인간들 다 밟아버리겠다는 건욱의 말이 이제서야 이해가 되는 재인이에요.
병원에 기대어 처음으로 재인이 건욱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더군요. "빨리 나와, 미안해. 빨리 나와. 미안해, 보고싶어...". 건욱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던 것이 미안했고, 버림받은 건욱의 상처를 이제서야 보게 되었고, 그리고 자신이 진짜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건욱이라는 것을 알게 된 재인입니다. 온몸에 붕대를 칭칭감고 나타난다 해도, 설사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해도, 재인은 건욱이만 눈앞에 나타나주길 바랄 뿐입니다. 처음으로 기대면 편하다고 느껴졌던 사람, 왜 건욱이 자신에게 머리를 기대고 잠들고 싶어했는지, 기대고 쉬고 싶었던 건욱의 진심 역시 자신의 마음과 같은 사랑이었음을 이제서야 깨닫는 재인입니다.

혼란 3, 죽음의 예고장 피묻은 라이터, 신여사의 죽음암시?
샤우팅 신여사에 대해 집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네요. 신경쇠약증세를 보이는 신여사에게 계속적으로 전달되는 심건욱의 피묻은 라이터는 신여사를 공포와 불안에 이르게 합니다. 신여사와 은부장, 그리고 김실장과의 서로 속고 속이는 퍼즐조각은 크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비극이 신여사에게서 비롯되었고, 그 죄값을 20년이 지난 후에, 현재 저지른 죄로 인해 과거의 죄까지 처벌받게 될 신여사의 파멸과정이에요.
신여사에게 배달된 심건욱의 피묻은 라이터는 왠지 신여사의 죽음을 의미하는 예고장같아 보이더군요. 20년전 벙어리 부부를 죽이라고 사주한 살인교사죄에 이어, 심건욱을 교통사고로 위장해 죽이려고 한 죄목까지 신여사는 살인죄를 피하지 못하겠지요. 아마 살아있는 심건욱은 신여사의 죄를 입증하는 가장 명백한 증거가 되겠지요.
신여사가 자신의 죄목이 다 드러났을 때, 순순히 감옥으로  갈 것 같지는 않아요. 이런 사람들의 드라마 속 종말을 보면 스스로 혹은 실족사 당하는 일이 과반수라 신여사의 죽음이  예상되더라고요. 바로 공포로 인한 자멸입니다. 약먹고 미쳐 흥분하다가 삐그덕 넘어지면서, 그 길로 황천길로 가버릴 수도 있고 말이지요. 자살을 택할지 실족사와 비슷한 죽음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신여사가 받을 죄값은 참혹하고 처참한 모습일 것이고, 그녀의 파멸과 죽음이 동정을 받을 수조차 없는 죄악이기에 어쩌면 심건욱의 복수극 중 가장 성공적인 그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녀가 저지른 죄악의 댓가이기에 그녀가 그토록 자랑스러워 하는 해신가 사람들마저도 신여사의 죽음을 슬퍼할 수 없는, 동정도 위로도 받지 못할 죽음이기 때문이지요. 법의 심판도 있지만, 피묻은 라이터를 보니 저는 왠지 신여사의 죽음이 감지가 되네요.

혼란 4. 심건욱이 사랑한 여자는?
드라마에서 건욱의 감정선을 수십가지로 보여준 김남길, 나쁜남자를 통해 김남길의 감정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뛰어났다고 생각해요. 분노와 복수의 감정, 연민과 슬픔, 그리고 세 여자를 향한 사랑의 감정까지 완벽하게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는 김남길로 인해 심건욱이 누구를 사랑했을까?에 대한 답마저 항상 애매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철저하게 작품속의 인물이 되어버리는 김남길은 나쁜남자에서도 심건욱 한 사람만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지요. 모네의 심건욱, 태라의 심건욱, 재인의 심건욱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완벽하게 1인 3역을 해냈으니까요. 
15회에서 저는 심건욱이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마음 속 여자를 드러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심건욱의 사랑은 처음부터 끝까지 문재인입니다. 병원으로 후송되는 과정에서, 심건욱에게 전기충격으로 심폐소생술을 하는 동안 심건욱의 머리속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 장면이 문재인과의 추억들이었어요.
자신을 홍태성이라고 오해하고 커피를 쏟으며 작업걸던 기억, 일본에서 류선생의 강의를 듣던 모습, 잡아주지 못하는 자신때문에 흔들리고 우는 재인, 그리고 복수도 분노도 해신도 모두 잊고 어깨에 기대어 편히 잠들고 싶어지던 재인의 어깨 등이 파노라마 영상처럼 심건욱 마음을 연결된 필름처럼 보여 주었지요. 숨이 끊어져가는 상황에서 건욱의 머리에는 온통 재인의 얼굴만이 떠오르고 있더라고요. 
태라에 대한 마음은 글쎄요? 저는 사랑보다는 연민의 감정이 더 컸다고 생각해요. 파멸시키고 싶었지만, 한 때는 누나였고, 가족들 중 가장 따뜻했던 태라를 자기 손으로 파멸시켜야 한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태라의 황폐한 결혼생활에 대한 연민...

혼란 5. 태라는 건욱에 대한 사랑을 정리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건욱이 벌써 해줬어요. 홍태균의 장례식을 치르고 돌아와 창고에서 태라의 이마에 키스를 해주며 건욱이 그랬지요. "내 앞에서는 울어도 돼요. 그리고 여기서 나가면 당당하고 강한 태라씨가 되는 거예요".
태라의 건욱에 대한 사랑은 진심이었고, 모든 것을 던질 만큼 강했습니다. 건욱이 해신을 노리고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태라지만, 태라는 사랑했던 남자 심건욱이 아닌 한때는 동생이었던 태성이 심건욱이었다는 사실에 더 충격이 큰 것 같더군요.
자신의 사랑이 건욱의 복수에 이용되었다는 것이 받아들이기 힘들고,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건욱을 사랑하지만, 한때 동생이었던 심건욱에게 달려가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한 때 착하고 여린 동생이었던 심건욱을 태라가 현실적으로 사랑하기는 불가능해 보여요. 아마도 '홍태라는 죽었다'고 스스로 생각해 버리고 싶은 마음으로, 건욱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만약 건욱이 진짜 홍태성이라면 태라의 사랑은 더욱이나 용납되기는 힘들어 보여요. 아무리 사랑이 위대하고 국경이나 이념을 초월하는 힘을 가졌다고 할지라도, 어머니가 죽이려 한 동생, 배도 다르고 생물학적 아버지가 다르다고 할지라도, 이 선까지 드라마에서 넘을 것같지는 않아요. 아주 어려서부터 운명적으로 사랑을 키워 온 이복남매의 사랑이라면, 그 과정에서의 애틋함때문에라도 동정을 받을 수 있지만, 태라와 건욱의 사랑은 그런 애틋함까지는 기대하기 힘들거든요(그럼에도 처음으로 알게된 태라의 치명적인 사랑이 안타까워서 지금까지도 이 두 사람을 응원해야 하는지 고민중이지만요). 
혼란 6, 병원의 폐인 심건욱 표정이 의미하는 것은?
15회 엔딩장면에서 심건욱의 촛점없는 멍한 표정을 보고 가장 큰 혼란이 일었습니다. 그 표정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심건욱이 진짜 홍회장의 아들인지 아닌지에 대한 퍼즐맞추기 보다 힘들었거든요. 우선 두가지 정도의 추측이 가능한데요, 심건욱의 병원신이 다음회 어느 장면에서 나올지에 따라 다르겠지요.
나쁜남자 지난 회들에서도 예고편 장면이 다음회에 곧바로 연결되지 않은 일들이 많아, 이 장면은 심히 혼란스럽습니다. 나쁜남자 마지막회 씬이라면, 심건욱이 자신의 복수극이 결국 자신과 자기가 찾았던 가족들이었음을 알게 된 정신적 충격에 공허한 모습으로 연결될 수 있겠지요. 비극적인 엔딩이라기 보다는 복수의 허무를 상징하는 엔딩장면이라고 볼 수도 있을 거고요.
하지만, 마지막 장면이 아닌 중간장면이라고 한다면 기억상실증이라는 드라마에서 가끔 등장해주는 사고 후유증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기억상실증이라는 설정은 촌스럽기는 하지만, 가장 편리한 결말구조로 가는 방편일 수도 있을 겁니다. 솔직히 기억상실증이라는 설정도 나빠 보이지는 않아요. 20년간을 복수만을 향해 달려 온 남자가 그 복수 끝에 밝혀진 진실들의 비극적 충격에, 그나마 그 남자에게 해 줄 수 있는 신의 선물은 망각이라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곽반장이 심건욱에게 그랬지요. 누군가를 향한 분노는 반드시 자신에게로 돌아온다고요. 홍회장의 외도를 용서하지 못했던 신여사의 분노는 모네의 상처, 태라의 이혼, 아들 홍태균의 죽음과 휘청거리는 해신그룹과 공포에 떠는 자신에게로 돌아왔어요. 건욱의 분노 역시 한때는 가족이었던 사람들이 아파하는 것을 봐야했고, 파멸시키고자 하는 해신그룹이 자신의 가족이라는 사실에 부숴져 버리지요(심건욱이 홍회장의 친자라는 것에 근거한 것이지만요).
기억상실증에 대한 가능성과 자신이 진짜 홍태성이었다는 것에 대한 충격으로 동공이 멍하게 풀려버린 심건욱의 표정에 따라 결말을 앞둔 심건욱의 마지막 퍼즐맞추기는 완전히 다른 그림이 돼 버릴 것입니다. 마지막 극적 반전이 얼마나 큰 충격으로 나쁜남자 퍼즐맞추기 그림판을 완성시킬지 심장이 떨려오네요. 또한 친자이다, 아니다에 따라서 이 그림판은 전혀 다른 그림이 될 것이기 때문에 말이지요.
나쁜남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있게 혼란스러운 드라마였네요. 이제 우리는 나쁜남자 심건욱이 자신을 향해 던진 화두의 정답을 찾을 일만 남겨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청자들도 혼란스러움을 정리해야 될 것 같아요.
"내가 가려는 곳은 천국일까? 지옥일까?". 심건욱, 그가 도착한 곳은 지옥의 문일까? 천국의 문일까? 아니면 심건욱을 위한 신의 선물, 망각의 문일까? 그는 가족을 찾았을까? 그리고 그가 진짜 불리고 싶었던 이름은 무엇이었을까? 최태성? 홍태성? 심건욱? 

*이번 나쁜남자를 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유난히 길었는데, 글도 길어졌네요. 글이 길어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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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4 09:02




해신그룹을 파멸시키겠다는 심건욱의 또 하나의 퍼즐조각이 멈출 수 없는 질주의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어린 심건욱의 목을 조르는 신여사, 심건욱의 또 다른 상처가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해신그룹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비극에 불안해 하고, 모습을 드러낸 정체 앞에 그들은 떳떳하게 "왜?"라고 반문할 수 없습니다. 어린 태성을 죽이려 했던 신여사의 잔인함과, 어린 아이를 비 오는 길거리로 내몰아 버린 홍회장의 비정함은 자신들 스스로도 비호할 수 없는 죄였기 때문입니다.
결말을 향해 가는 나쁜남자를 보며, 심건욱의 복수에 대해 전반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생겼습니다. 심건욱의 복수에 대한 명분은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되지만, 모네와 태라를 유혹하는 것은 방법적인 면에서 설득력과 명분을 가지기에는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동시간대 제빵왕 김탁구 역시도 복수라는 코드가 등장하지만, 똑같이 버림받은 심건욱과 김탁구라는 인물이 복수만을 위한 심건욱보다는, 성장으로 초점을 맞춘 김탁구에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는데 성공했다는 것이 나쁜남자 심건욱의 복수극이 갖는 한계를 보여 준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드러나는 심건욱의 정체
과연, 심건욱이 말하는 복수가 해신그룹 사람들의 파멸만을 의미할까? 라는 문제에서 제 생각은 한동안 멈춰 있었어요. 그리고 제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해답은 곽반장(김응수)의 대사에서 찾아졌습니다. "누군가를 향한 분노는 반드시 자기에게로 돌아간다". 그리고 장남 홍태균이 죽자, 홍회장이 "내 아들을 죽게 한 그놈을 반드시 찾아서 똑같은 고통을 받게 할 것이다" 라는 말이 같은 의미로 오버랩이 되더라고요. 심건욱이 해신그룹에 하고 싶은 복수가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은 그들이 누군가에게 어떤 짓을 한 짓을 모른다. 알게 해서 같은 고통을 당하게 하고 싶다'. 심건욱의 복수는 그들에게 같은 고통을 안겨주는 것이었어요. 20년간을 건욱은 어떤 짓을 한 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복수의 칼을 갈았고, 어떤 짓을 한 지도 모르는 그 사람들은 그들이 당하고서야 "누가? 왜?"의 질문을 던집니다. "누가?"에 대한 답은 이제 나왔어요. 20년전에 입양되었다가 파양된 한 때 아들이었던 심건욱.
하지만 과연 그들이 건욱에게 "왜?"라는 질문을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없을 거예요. 그들은 그들 몫의 죄값이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일 겁니다. 저는 건욱의 복수극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해요.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도 몰랐던 사람들에게 그들의 비정함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고, 몇 사람의 인생을 파괴시켜 버렸는지, 단란했던 한 가정을 어떻게 파괴시켜 버렸는지, 그리고 파괴를 한 사람들이 자신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 

그리고 제 3자가 되어 그들을 구경하려고 합니다. 불안과 죄값으로 허둥대는 모습들을 말이지요. 히스테리를 부리는 신여사의 표정만큼이나 이들은 자신들을 향해 오는 어둠속의 발소리에 신경이 곤두서 있습니다. 서서히 드러나는 어둠 속의 정체, 한 때 아들로 받아들였다가 버린 또 다른 태성 심건욱, 그들이 불안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죄의식일 겁니다. 
결말을 향해 가는 나쁜남자는 스토리의 개연성없는 전개도 보였지만, 여전히 어떤 그림이 완성되는지, 심건욱의 복수를 위한 퍼즐맞추기는 흥미를 더해 가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태라의 거침없이 돌진하는 사랑때문에 안타까우면서도 조바심이 나네요.
멈추지 못하는 태라, 공주옷을 벗다
건욱과 태라가 키스하는 장면을 봐 버린 모네에게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돼. 나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며 모네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터버린 태라입니다. 말고삐를 쥐고 달리는 태라는 더 이상 멈추고 싶지 않습니다. 태라에게 찾아온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사랑이라는 열병은, 어쩌면 그녀 자신만을 위해 신이 준비해 준 돌파구였다고 생각하는 태라입니다. 숨막히도록 답답한 결혼생활과 해신그룹의 장녀라는 사회적 위치는 그녀를 옥죄는 족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호강에 겨워 요강에 뭐하는 짓이라고 손가락질 받을 일이겠지만, 이성보다 먼저 뛰쳐 가버리는 불꽃같은 감정은 건욱에게 무작정 달려가고 싶게 합니다.
태라는 태균의 죽음 앞에서도 마음놓고 울지도 못합니다. 태라 스스로 억압하고 강요했던 몸에 배인 습관때문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태라는 언제나 재단사가 잘빠지게 만든 맞춤옷을 입고 미소짓고 있어야 하는 인형같은 삶을 요구받았고, 태라는 그것이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 한 번도 거부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다가온 남자가 태라의 감정에 솔직해 지라고 합니다. 당신 자신을 한번이라도 소중히 여겨 보라고 합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태라는 알게 되었지요. 태라 스스로 한번도 자신의 알몸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을요. 늘 다른 사람이 입혀준 공주옷만을 입고 있어서 태라는 자신의 몸을 한번도 볼 기회가 없었어요. 건욱에게 향하는 태라의 마음은 공주옷 속에 감춰 진 태라의 알몸같은 감정입니다. 조건과 형식에 사랑도 강요되고, 동생의 죽음에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는 공주옷을 입은 해신그룹의 태라가 아닌...
건욱은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길이라는 것임을 알고도 공주옷을 벗어 던지고 싶어하는 태라를 봅니다. 모네와 재인에게 키스하는 장면을 들켜 버린 후에 모네의 안부를 묻는 건욱에게,  모네가 자신과 파리에 가고 싶어 한다며, 자기 마음도 아프면서 조카 소담이도 걱정되고, 태라의 결혼생활도 걱정이 되는 모양이라고 하지요. 건욱은 여기서 끝내도 난 상관이 없다며, 그 결정이 어떤 것이든 난 상처받지 않을 거니 신경쓰지 말라고 합니다. 
태라는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고 싶어요. 시간이 지날 수록 확실해 진다" 며 멈출 수 없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합니다. 수없이 끝내자고 다짐했지만 안된다며, 그래서 가볼려고 한다고요. 자신없지만 그래도 해볼려고 한다는 태라에게 건욱이 "미안해요...사랑해서요" 라며, 태라의 손을 잡아주고 두 사람은 한참동안 눈으로 대화를 주고 받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딸과 제가 같이 보면서도 반응이 달랐는데, 우리 딸은 갑자기 웃더라고요. 저는 심각해 졌는데 말이지요. 그때 김남길의 대사가 오글거렸다는 거예요. 드라마가 끝나고 딸과 다시 그 장면에서 제 생각을 말했어요. "미안해요. 사랑해서요" 라고 했던 대사는 두 가지 의미가 들어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건욱의 말은 "태라씨가 날 사랑하게 해서 미안해요" 처럼도 들렸고, 태라의 진심에 건욱이 상처주고 싶지 않아한다는 생각도 했거든요.

건욱은 태라에게 진짜로 미안하다는 말을 했던 것 같아요. 건욱의 눈에 태라는 처음으로 공주옷을 벗고, 수줍게 알몸을 드러내는 소녀와도 같은 모습이에요. 그렇게 모든 것을 벗고, 사랑 하나를 보며 알몸으로도 달려가겠다는 태라에게 건욱도 사랑한다는 말로, 태라의 사랑을 비참하게 만들고 싶지 싶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태라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진심으로 사랑해 줄 수 없는 자신이 미안했겠다 싶었고요.
사랑하는 연인이 헤어질 때, 진심으로 사랑했었는지 확인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있다고 하는데, 건욱이 태라에게 그 대답을 해 준 것 같더라고요. 태라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하면, 모든 것을 걸고 멈추고 싶지 않다는 태라의 사랑이 너무 비참할 것 같아서요. 제가 이런 말을 하니 우리딸은 엄마가 너무 깊게 생각한 거라고 했지만, 저는 심건욱의 눈빛이 거짓으로는 보이지 않았어요. 김남길의 눈빛은 해석을 너무 많이 하게 하네요. 감정연기를 어쩌면 이리도 잘하는지, 김남길은 진짜 나쁜남자!  여튼 제 생각은 그랬어요.;;;
갈 수록 이상해지는 한가인의 양다리 캐릭터, 짜증난다
태라가 이렇게 거침없이 건욱을 향해 돌진함과 동시에 문재인도 건욱에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했지요. 나쁜남자는 후반부로 갈수록 중간에 실종되었던 스토리 라인을 제대로 찾아가고는 있지만, 저는 여전히 여주인공 한가인이 연기하는 문재인의 캐릭터에 몰입은 커녕 이해도 안되고, 애정을 주기도 힘들어서, 솔직히 말하면 나쁜남자의 미스캐스팅이었다는 생각을 감추지 못하겠어요. 예쁜 한가인이지만 연기에 진전은 없고, 작품 속의 캐릭터는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으니, 오랜만에 데뷔한 한가인의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면에서 수모라는 생각이 드네요.
문재인이라는 캐릭터는 순수와 세속적인 욕심 등의 이중적인 캐릭터를 보여 주어야 하는데, 양다리 걸치는 모습에 불분명한 재인의 태도때문에 갈 수록 태산입니다.
건욱에게 좋아한다며, 심지어는 경찰서에서 이 사람 아무도 못 만나게 유치장에 가둬 줬으면 좋겠다며, 건욱에 대한 사랑을 자신의 감정을 난동을 피면서까지 보여 주었으면서, 건욱이 태성에게 가서 위로 해주라고 한다고 말 잘듣는 애처럼 가더라고요.
원인이 아이폰으로 건욱의 말을 녹음해서 들려주는 거짓말 탐지장면은 광고를 위한 설정이라는 생각만이 들었고, 역시 드라마 속에서 무리한 간접광고는 역효과만을 가져올 뿐이라는 씁쓸함과 함께, 잘못된 끼워넣기 광고는 캐릭터는 물론이고, 작품까지 망칠 수 있는 독이 된다는 것도 알았네요.;;;
재인은 태성이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달라며, 시계를 건네자 미적미적 받아 들고와서, 건욱에게 태성으로부터 프로포즈 받았다며 태성과 있었던 일을 보고 합니다. 재인 역시 자신의 혼란스러운 마음때문인지, 700원짜리 아이스크림 먹는 연인보며 부러웠다고 하지요. 좋은 것 보면 욕심나는 것 당연한 것 아니냐며 "해신그룹의 며느리되는 욕심 부리지 말까?" 라고 건욱의 마음을 떠보지만, 건욱은 그저 담담하게 듣고 있을 뿐입니다. 홍태라씨 만날 거냐? 묻는 재인에게 너는 홍태성 계속 만날 거냐고, 결국은 두 사람은 겉도는 말로 서로 엇갈려 갈 뿐이에요. 
그런데 제게는 재인과 건욱의 엇갈려 가는 감정보다는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 듯한 재인의 감정이 도무지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자신이 건욱을 좋아하는 것을 알았고, 건욱이 홍태라를 만나는 게 유치장에 쳐넣고 싶을 정도로 싫으면, 차라리 건욱을 붙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어요. 건욱이 홍태라의 주변을 맴도는 것을 신경쓰면서도, 자신은 해신그룹 태성이라는 사람에 대한 세속적인 욕심을 버릴까, 말까 건욱에게 물어보는 것도 한심스러워 보이고, 저는 이런 문재인을 보며 옆에 있으면 한 대 쥐어박고 싶어지더라고요.
재인이 물론 태성을 가진 조건만으로 보듬고 신경쓰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아요. 최선영의 죽음으로 인해 누구보다 괴로워 하고, 해신그룹에서는 찬밥 신세 취급당하는 태성의 아픔도 알고 있는 재인이에요. 그런데 이런 감정이 연민과 사랑 둘 다 보여주며 오락가락 한다는 거예요. 태성에게 연민이면 연민, 건욱에게 사랑이면 사랑 이런 식으로 재인의 캐릭터에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태성에게도 건욱에게도 연민과 사랑, 똑같은 감정으로 왔다갔다 하고 있으니, 사고덩어리로만 보이고 짜증까지 버럭납니다. 제작진이 문재인이라는 캐릭터에 일관성을 보여 주었으면 싶네요.  
심건욱의 복수, 멈출 수 있을까?
해신그룹에 드러나는 심건욱의 정체, 그리고 어린시절 건욱을 목조르던 신여사에 대한 건욱의 분노, 경제적 위기를 맞게 되는 해신그룹 등 결말을 향해 가고 있는 나쁜남자는 허술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만으로도 빛나는 드라마입니다. 히스테리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김혜옥의 눈부신 연기, 말이 필요 없는 김남길과 오연수의 연기 만으로도 재미있습니다. 특히 오연수와 김남길은 연기만으로도 스토리를 압도해 버리는 무서운 화면 장악력을 보여줍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의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적인 관계만으로도 두고두고 여운이 남을 것 같습니다.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나쁜남자 심건욱의 복수가 멈출지, 끝까지 갈 지가 가장 궁금한데, 저는 왠지 심건욱이 마지막에는 멈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곽반장이 "분노는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충고했던 말이 의미있게 들렸거든요. 
그리고 밀양 부모의 묘를 매 년 벌초해 주는 의문의 중년 남자가 저는 해신그룹의 홍회장이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벌초해 주는 남자의 전화번호를 누른 심건욱이 놀라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는데, 아는 사람인 것 같았거든요. 아마도 홍회장이 자신이 한 짓에 대한 뉘우침으로 벙어리 부부의 묘를 관리해 오고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만약 사실이라면 홍회장의 뉘우침이 심건욱의 마지막 복수의 칼을 결정적으로 놓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신그룹에 대한 심건욱의 복수, 이미 그들은 아들을 잃었고, 딸들은 잘못된 사랑으로 상처받고, 지난날 그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비정하게 했던 죄값에 고통스러워 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으로도 심건욱의 복수극은 완성되고 있습니다. 해신그룹의 파멸이 심건욱의 복수의 끝인지, 그들에게 자신들이 지은 죄를 묻는 것으로 끝낼 지는 모르겠지만, 건욱에게도 심경의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것이 보입니다. 태라에 대한 연민도 커져 가고, 재인에 대한 사랑도 커져만 가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최선영이 죽었던 현장에서 곽반장에게 했다는 말이 '살려달라'가 아니라 '말려달라'고 했다라고 했지요. 저는 건욱이 마지막에는 멈추었으면 싶네요. 가능성도 있어 보이고요. 어린 시절 유모차에 있던 모네의 사진과 태라의 딸 소담이의 사진을 보는 건욱의 눈빛은 벌써 흔들리고 있었어요. 소담이가 건욱이 행글라이더를 타고 내려왔을 때 "천사아저씨"라고 했었는데, 과연 건욱은 날개잃은 천사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아니면 악마의 길을 포기하지 않을까요?  
심건욱의 죽음이라는 비극적 결말<관련글: 심건욱의 죽음을 암시하는 드라마 속 복선들>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선영이 죽으면서 전했을 거라는 말을 건욱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복수만을 위해 달려 온 건욱의 삶이 가여워서 말이지요. 건욱이 이제 그만 분노와 복수라는 짐을 내려두고, 화창한 어느 거리를 재인(굳이 재인이 아니어도;;)과 천원짜리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행복하게 웃으며 걷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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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7 06:29




나쁜남자 11회에서 드디어 최선영이 사고로 실족사하던 날의 심건욱과 있었던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최선영의 자살을 막기 위해 누나를 부르며 손을 내민 심건욱과 최선영이 마지막으로 주고 받는 눈빛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보내달라는 최선영과 슬프면서도 편안해 보이는 최선영의 미소를 바라보던 건욱의 애절한 눈빛이 대사로 나오지 않은 또다른 대사들을 읽게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에 최선영과 건욱의 손이 떨어지는 장면은 건욱이 손을 놓았는지, 더이상 선영의 무게를 버티지 못했는지 조차 모호하게 만들어 버리더라고요. 꼭 붙잡아 살려야 하는 마음, 어쩌면 '이 길만이 선영이 누나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이겠다' 싶은 체념 등등의 복잡한 감정들이 읽혀지던 장면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건욱과 최선영이 잡은 손은 여전히 많은 이야기들을 남기고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건욱에게요. 붙잡지 못했는지, 놓아 버렸는지, 건욱 자신도 묻고 싶은 혼란일 것 같아요. 
앞으로의 스토리 반전을 예고하는 것이 재인이 알게 된 건욱의 비밀과 재인으로부터 상처를 받은 홍태성입니다. 저는 이상스럽게 홍태성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속물성과 태성의 상처를 알고 보듬어 주고 싶어했던 재인의 이중성보다는, 홍태성이 받았을 충격에 더 마음이 가네요. 아마도 홍태성이 최선영을 잃은 죄책감을 치유해 줄 수도 있었을 사람에게서 받은 충격이 더 마음 아프게 느껴져서였나 봐요.
무엇보다 재인이 등에 흉터가 있는 남자를 봤다는 증언으로 심건욱이 파양된 홍태성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곽윤환(김응수) 반장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 집니다. 곽반장의 수사를 보면 떠오르는 말이 수사를 곶감 빼먹듯 감질나게 한다는 것입니다. 곶감 빼먹듯 야금야금 진행해 온 수사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수사망을 좁힐 부분이 심건욱이 해신그룹에 접근한 의도를 알아내는 것일 겁니다. 하나씩 터지기 시작한 해신그룹의 부정 주가조작사건 등을 연결지어 심건욱을 죄어올 것 같은 예감도 들고 말이지요.
결국 이 드라마의 종착점은 심건욱의 복수극 퍼즐맞추기가 먼저 완성되느냐, 곽반장의 수사 퍼즐맞추기가 먼저 완성되느냐로 심건욱의 운명이 결정될 듯 싶은데요, 이번 회도 김남길의 화보같은 매력들이 곳곳에 넘쳤지만, 손에 땀이 나도록 긴장되었던 장면은 곽반장에게 수사받는 모습이었어요. 물론 해신그룹의 시사회장에서 태라와의 키스신 역시도 그 상황이 주는 아찔함때문에 눈을 떼기가 어려웠지만요.

위태로운 태라의 눈물키스 
건욱과 태라의 대화를 들은 모네가 건욱과 어떤 사이냐며 무슨일이 있었느냐고 추궁하자, 태라는 건욱에게 사실을 말하지요. 관리인에 의해 건욱과 태라가 있었던 시사회장 문이 밖에서 잠겨버리고, 단 둘이 남게 돼버립니다. 밖에서 잠긴 문을 여는 방법은 아는데 안에서 열줄은 모른다며, "다음엔 안에서 여는 방법도 알아볼게요" 라는 건욱의 농담에 피식 웃고 마는 태라, 시사회장에 갇혀버린 상황에서의 불안감이 씻기는 듯 마음이 편해집니다.
"웃기도 하네요" 자신이 건욱 앞에서 웃었다는 것에 당황스런 태라, 벌써 마음은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수줍은 소녀를 안아주듯 살포시 태라를 안아주는 건욱, 역시 무드있는 작업남입니다. 
극장에 왔다고 상상하고 지금 이 순간 내인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를 보고 있다고 상상하라는 건욱, 태라가 간 곳은 태라가 처음으로 일탈을 했다는 고등학교 시절에 봤던 <더티댄싱>이라는 영화였지요. 부잣집 딸이 춤도 배우고,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보며, 짜릿하고 흥분돼서 한동안 열병을 앓았다고 고백하는 태라입니다.
"정말 나에게도 그런 사랑이 찾아올까?". 한 번도 가슴 뜨거워지는 사랑을 하지 못했던 태라의 눈에 눈물이 흐르고, 태라의 고개를 돌려 오랫동안 키스를 해주는 건욱입니다. 태라는 이미 알고 있어요. 그런 가슴 뜨거워지는 열병에 신열처럼 펄펄 끓고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남편도 아이도 있는 가정주부, 해신그룹의 장녀라는 사회적 신분은 태라가 그런 열병을 앓으면 안되는 것을 알기에 태라는 눈물로 자신의 마음을 내보일 뿐입니다.
태라는 아마도 이 열병을 이기지 못하는 모양인가 봅니다. 예고편에 건욱을 찾아가 곁에 있어달라는 말을 해버리는 것을 보니 말이에요. 두 사람이 키스를 하는 장면을 목격해 버린 모네와 재인, 한 남자를 둘러싼 세 여자의 각기 다른 사랑은 상처로 피투성이들이 돼버릴 것 같습니다. 

광란의 슬픈 연주, 소름끼치는 김남길의 두 얼굴
제가 이번 회를 보면서 땀이 나도록 긴장되면서도, 김남길의 대사톤과 표정이 주는 연기력에 또 한번 놀란 장면이 곽반장과의 대사장면이었어요. 사건이 있던 날 건욱이 말한 알리바이가 다 거짓이었다며, 곽반장이 최선영의 사진을 건네자, "예쁘네요. 이 여자가 홍태성 이사가 버린 여자인가요? 불쌍하네" 라며 사진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져버리지요. 이때부터 김남길은 순간순간 변하는 표정과 목소리로 자기를 변론(부정)을 하는 심건욱과 상처와 분노를 드러내는 홍태성이라는 두 인물을 넘나 들더라고요. 
해신그룹에 접근하는데 방해가 되서 죽였냐는 곽반장의 말에, 처음에는 심드렁하게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며 운을 떼면서, 김남길은 점점 감정을 격앙시켜 갑니다. 마치 '도레미파솔라시도' 차례로 음높이를 올리듯이 말입니다. 정말 놀라웠던 부분은 그 사이사이에, 마치 스타카토를 넣듯이, 밀양의 부모와 자신을 버린 해신그룹 부모의 비정함을 콕콕 집어 대사톤을 끌어올리는 방법이었어요.
"근데, 누나가 죽으면 홍태성한테 누가 남을까요? 밀양에 가보니 그 아이 부모는 죽었고, 그 아이를 데려다 키운 부모는 자기 아이가 아니라고 개처럼 버렸고(스타카토식 강조), 자길 아끼던 사람은 오직 그 누나 밖에 없었을텐데... 하나 밖에 없는 유일한 가족이었을텐데(이 부분에서 감정을 최고로 격앙시켰죠) 정말...". 그리고는 형사를 비스듬히 보면서 클라이막스까지 올렸던 감정을 툭 내려 버립니다. "그런 사람을 죽였을까요?" 그러면서 싸악 미소까지 지어 버리더군요. 정말 소름이 쫙 돋는 장면이었어요.
정말 미치고 환장할 곽반장이었을 겁니다. 심증적으로 다 자백하는 듯한 말을 하면서도, 감정적 이치에 맞게 오히려 반문을 해버리니 말이지요. 다음에 이어진 "사람일이라는 것은 모르는 일이지. 불같이 사랑하는 연인도 오해로 그 다음날 죽이는게 세상입니다" 라는 곽반장의 말에 김남길은, "그렇죠. 한 때 누구보도 귀했던 자식을 한 순간에 뺏고 버리는게 세상이니까" 라며 감정적 분노와 절제를 압축해서 보여주었는데, 그 대사톤과 표정을 그림으로 상상하자면, 마치 터져나오는 화산분출구를 누르고 있는 모습같아 보였어요. 
흉터말고 다른 증거를 대라며 오히려 큰소리치며 취조실을 나가다 말고, 건욱이 곽반장에게 남긴 말은 곽반장이 놓쳤든 아니든, 사건에 대한 진짜 진술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형사님은 지키고 싶은 사람 없어요? 가족... 없냐구요.... 내가 만약 그 남자였더라면,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을 거예요. 가족이니까..." . 곽반장이 건욱의 말이 수사에 영향을 미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건욱은 최선영을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진술한 셈이지요. '내가 그 파양된 홍태성이 맞다. 그리고 그날 밤 세상에 남은 유일한 가족, 선영이 누나를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다....'
아마도 경찰서 취조실을 나가면서 건욱의 마음 속 뒷말은 이런 말이었지 싶어요. "밀양의 엄마, 아빠, 강아지 돌돌이까지 빼앗아 가버리고, 마지막 남은 유일한 가족 누나마저 버려서 죽음에 이르게 한 해신그룹 사람들,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라고요. 최선영의 물건을 정리하며 지켜보라고, "벌은 나중에 내가 다 받을게" 라고 했던 것처럼, 심건욱의 복수를 향한 광란의 슬픈 연주는 멈추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곽반장 김응수가 심건욱의 말 속뜻을 날카롭게 건져내는 표정도 좋았는데, 김남길의 홍태성과 심건욱을 오가는 두개의 얼굴은 정말 압권이었어요. 부모님과 최선영, 가족을 잃은 슬픔, 그리고 해신그룹에서 버려진 상처는 태성의 얼굴이었고,  그 슬픔과 상처에 대한 분노는 심건욱의 얼굴로 보여 주더군요. 마치 두 인격체가 한 사람에게서 번갈아 나오고 있는 듯 해 보여서 소름이 끼쳐질 정도였어요. 김남길의 순간적인 표정변화와 감정선을 캐치하느라 정말 집중하면서 봤는데, 그 장면에서 몇가지의 표정을 보여주는지 세고 있다가 잊어버릴 정도였습니다.

조사를 마치고 집에서 기다리던 재인과의 눈물의 포옹신, 저는 이 부분에서 재인이 비밀을 알았다는 것에 대해, 혹은 재인이 건욱을 믿어주는 마음에 대한 눈물이었다기 보다는, 이제서야 마음놓고 최선영의 죽음을 슬퍼하는 눈물이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비로소 터놓는 진실, 누나를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던 마음을 처음으로 건욱의 입으로 토해 냈거든요. 최선영을 구하지 못한 무거운 죄책감, 진짜 세상에 혼자 남았다는 가족을 잃은 슬픔 등이 절절하게 느껴졌던 장면이었습니다. 
* 군입대로 당분간 김남길의 연기를 보지 못하는게 많이 아쉽지만, 군복무 잘하고 건강하게 돌아와서 좋은 작품으로 다시 명품연기를 보여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팬들이 소집해제되는 날에는 집밥을 들고 기다린다고 하네요. 김남길씨! 군복부가 끝나면 멋진 남자, 더 깊이 있는 원숙한 남자가 되어 돌아올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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