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미실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으며 칠숙의 원상화 등극식에 맞춰 문노가 오랜 은둔 생활을 청산하고 나타납니다. 덕만이 스스로 왕이 되고자 한다는 제자 비담의 말과 문노의 등장이 무관해 보이지 않은데 덕만이 여왕의 자리에 등극하는데 문노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문노는 황실과 신라의 안위를 위해 자신을 나타내야 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노는 덕만을 만나 덕만공주에게 왕이 되는 것에는 동의를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시청자들은 당황스럽지요. 미실의 손에서 구해왔던 쌍둥이 한쪽, 엄연히 말하면 신라의 마지막 성골인 덕만공주가 왕이 되는 것에 동의를 할 수 없다고 하니 말입니다. '네가 공주신분을 회복한 방법이 미실의 신권을 공격해 백성들에게 돌려주고 비문도 조작을 해서 공주가 되었더구나' 하면서 말이지요. 일단 방법적인 면에서 권모술수를 썼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겠지요. 저는 덕만의 지략만을 칭찬했는데 문노는 다른 면도 지적해주니 통찰력 역시 한수, 아니 몇수 위십니다.
그리고 덕만에게 묻습니다. "왕이 무어라 생각하십니까? 신라 왕의 대업은 무엇입니까?"
문노의 질문은 두가지 입니다. '왕이 될 자의 자질'과 한나라의 주인으로서 '왕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은 것이지요. 그리고 자신이 왜 덕만공주가 왕이 되는 것에 동의를 할 수 없는지에 대해 말합니다. 덕만이 공주신분을 회복하고 왕이 된다고 했을때 문노가 우려하는 점은 보복정치의 경계였습니다. 덕만이 공주신분을 회복한 것 역시 미실에 대한 보복에서 였고, 왕이 되고자 함도 미실의 권력을 빼앗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일침인 셈이지요. 그리고 문노는 덕만의 분노에 대한 성격을 지적해 줍니다. '니가 미실에 분노해서 미실과 끝장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왕까지 되겠다는 모양인데 그 동기가 불순하니 제대로 된 왕이 될 수 있겠느냐'는 그런 의미였겠지요.
문노의 지적은 신라의 정치속 이야기였지만 오늘 우리의 정치에 대한 일갈이라 생각합니다. 보복으로 얼룩진 우리 정치사와 결코 무관해 보이지 않으니 말입니다. 분노는 보복을 낳고 보복은 또 다른 분노를 낳고...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보복정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숨어있다고 생각되더군요.
첫째, 문노는 왕이 되고자 하는 덕만공주의 동기에 동의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덕만공주의 동기는 분노에서 출발을 했기 때문이었지요. 버려진 공주의 삶, 칠숙이라는 킬러 배후였던 미실로부터의 생명의 위협, 언니 천명공주의 죽음 등으로 덕만이 가지고 있는 미실에 대한 복수심을 경계한 것이지요.
둘째, 문노는 덕만공주에게 왕의 자질이 있는지 검증받지 못했습니다. 덕만공주가 공주신분을 회복한 방법은 미실과 한치 다를 바 없는 권모술수였기 때문이었지요. 아마 문노가 덕만공주에게 실망했던 부분은 이 방법적인 문제였지 않나 생각됩니다. 권모술수로 신분을 회복한 덕만공주가 왕좌를 위해서 역시 권모술수를 꾀한다면 왕의 자질에서는 더욱더 함량미달이니까요.
셋째, 문노는 덕만공주에게 왕이라는 자리가 어떤 것인지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왕이라는 자리는 신라에 있어서는 혈통에 따르는 왕위세습이었지만, 덕만은 왕이 가져야 할 군주의 소양에 대한 교육은 받지 못한 인물이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천명공주는 어려서부터 황실이라는 것이, 황권이라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교육을 받아온 인물이었지요. 황실은 밖으로는 백성을 다스려야 했지만, 안으로는 황실을 이어갈 자식교육을 시켜 왔는데 덕만공주는 황실의 교육에서 철저히 배제되었던 인물입니다. 그야말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버린 꼴이었을지도 모르지요. 문노나 미실의 입장에서는...
다섯째, 이는 상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문노는 아마 모계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황후가 아닌 여왕이라는 자리는 통치권력에 있어 상당히 민감할 수 있지요. 미실의 궁극적인 목표는 황후였습니다. 미실 역시 최고의 권력을 탐하지만 감히 황제의 자리는 넘보지 못했지요. 실세를 잡고 허수아비 황제를 내세워 정치를 좌지우지 하던지 당시 권력의 상징은 황제였습니다. 남자가 아닌 여자가 왕위를 계승한다는 점에서 문노는 어쩌면 남성중심의 통치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아마 비담과 혼인을 시키고자 한 이유도 남자가 왕이 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계인 것 같아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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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꼴찌 2009.09.08 11:05
오늘 초록누리님의 글에 멋드러지게 댓글담고 싶은 욕심에
선덕여왕을 시청하려고 애타게 기다리다가..
하루가 피로했었는지...그만... 잠이 들었답니다. ㅠㅜ
그래도 어떤 내용이었는지 리뷰가 되니 좋네요 ^^
행복한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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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tqnf 2009.09.08 11:31
사실, 극작가의 손에서 농락(?이라면 너무 심한 표현인가요?)
그럼 극작가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신라 역사를 분석하시느라
모두들 너무 피곤하시네요.
진정한 역사를 놓고 이런 토론들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저도 선덕여왕 보고는 있지만,
솔직히 짜증스러운게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
영웅전쟁 2009.09.08 11:41 신고
오늘도 잠자리에서
무슨 말로 집사람에게 점수를 받아야하나 고민하는 중 ㅎㅎㅎ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
k 2009.09.08 13:03
저는 문노가 남성우위에서 선덕에게 그런말을 했다고 생각지 않아요. 왜냐하면 선덕과의 대화 말미에 왕권에 도전할때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와줄수 있게 만들수 있을 만큼의 "자질"을 갖고 있는지 자신에게 보여 달라고 했거든요. 해서 아마 드라마전개상 그런 모습을 문노에게 보일지 않을까 싶습니다. 월천대사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였을 때 처럼요..
또 문노가 비담에게 전해 들을때 단지 "왕이 되겠다" 한 부분에 있어 크게 놀란 것으로 볼 때 선덕이 공주 자리를 획득한 방법을 권모 술수라고 얕잡아 보고 있지는 않다고 보여져요. 그 방법으로 공주로 복귀는 인정 하지만 왕으로서는 '글쎄 그 정도로 재목감이 될까' 하는 의구심을 품은 정도랄까요.
앞으로 전개가 궁금해집니다. 비담의 마지막 미소도 소름 끼치던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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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맨~ 2009.09.08 14:06
안녕하세요. 안랩맨~입니다.
드라마의 엔딩을 장식하는 배우와 또 그의 표정은
반드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문노의 머리속... 2009.09.08 14:11
문노의 머리속에는 신라왕의 대업 하나뿐일 겁니다. 그 대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여자보다는 남자가 왕의 자리가 더 알맞다고 생각하고 있었겠죠. 뭐 전쟁도 해야되고 그러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죠. 그래서 비담에게 무술훈련도 시켰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왕의 자질중에 전투력도 중요하지만 인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비담의 인격수양도 문노가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는듯 합니다. 문노도 비담의 인격이 왕의 자리에 맞지 않음을 이미 알고 있고, 지금은 계속 그 인격을 바꾸어 비담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교육시키고있죠.
문노는 앞으로 비담과 덕만을 저울질 할 것입니다. 덕만이 문노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분노나 복수와 같은 것들은 떨쳐 버리고 왕이 되기 위한 인격을 비담보다 먼저 내 보여야 할 겁니다.
아무래도 덕만이 문노에게 강력한 호국의지를 담고 있는 황룡사 9층 목탑이라도 내보이면서 자신의 왕으로서의 자질을 보여야 될 듯 싶네요.
아 물론, 실제 역사가 아니라 드라마가 흘러가는 과정상 추측일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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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 2009.09.08 21:55
아.. 저는 그런생각까진 못했는데.. 생각이 깊으신가 보네요.. 이러고 보니 저도 보면서 생각나는 부분이 맞아떨어지고 하니, 동감이 갑니다.
근데 문장이 조금 이상합니다. 둘째 셋째 문장이요
둘째 문장은 덕만공주는 문노에게 라고 고치고 셋째 문장은 덕만에게 라고 고치셔야 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