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26. 12:30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총집합소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과의 첫만남이 유쾌했습니다. 젊은 남녀의 사랑대신, 고부간의 마찰과 가족관계를 전면에 내세운 가족드라마를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시청한 듯합니다. 여왕시리즈의 주인공 김남주의 익숙한 커리어우먼 역할이 새롭지는 않았지만, 김남주의 다양한 원맨쇼를 보니 역시 김남주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엇보다 윤여정의 맛깔스러우면서 정감있는 모습이 반가웠는데요, 가슴에 홧덩어리를 30년이나 품고 살아온 어머니의 눈물만을 강조하지 않은 캐릭터가 마음에 와닿더군요. 평범한 일상생활의 모습 속에 언뜻언뜻 비추는 그녀의 응어리, 그 속에서도 대가족을 이끌고 사는 어머니로서,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자신을 가둬버리지 않고, 그녀만의 시간에 할애를 하는 모습이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캐릭터로 다가와서 말이죠.
유준상(테리, 방귀남)을 둘러 싼 출생의 비밀, 고부간의 갈등, 이기적인 인간상들이 섞여있어 막장스러운 요소가 없지않음에도, 드라마는 매우 유쾌한 분위기와 함께 세련되게 풀어갑니다.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인간관계를 불편스럽지 않은 유머속에 농축시키면서,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도 하고 말이죠.
주인공 차윤희의 캐릭터 자체가 워낙 톡톡 튀는데다 윤여정, 강부자, 장용, 김상호, 나영희, 양희경, 유지인, 김영란 등 중견연기자들도 각각의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라 단순한 감초역할을 넘는 재미를 주더군요. 등장인물이 정신없을 정도로 많았는데도, 첫회부터 짜임새있는 얼개를 잡아주었고 말이지요.
대개가 첫회는 등장인물 소개편이라 상당히 어수선할 수 있는데도, 다들 연기내공 무서운 배우들이라 짧은 등장인물 소개편인데도 모든 캐릭터들이 흥미롭더군요. 선생님같은 느낌으로 앉아 입바른 소리를 하는 올케언니 캐릭터도 눈에 들어왔는데, 얄미운 소리를 하는데도 뭐라 할 수 없는 논리로 시어머니 김영란을 잡는 며느리처럼 보이더군요. 본인은 굉장히 진지하고 심각한데도, 제 3자인 시청자에게는 웃음을 주기도 하더군요. 앞으로 꽤 눈여겨 보게 될 캐릭터일 듯... 

김남주(차윤희)와 친구들, 여자들의 수다를 통해 이 드라마가 다룰 전체적인 내용을 감지할 수있었는데요, 시댁과 관련해서는 '시'자만 들어도 뚜껑열리는 친구들의 명절 뒷담화를 들으며, 여유있게 찻잔을 드는 얄밉지만 부러운 친구 차윤희(김남주), 염장질 제대로 하지요. "난 명절에 갈 시댁이 있는 니들이 부러워". 물론 마음에 없는 순 거짓말입니다. 
속으로는 이렇게 말하며 그녀의 실제 모습을 보게 하죠. "이것들아, 내인생에 시집살이는 없어". 사실 차윤희라는 인물은 고르고 골라 현재의 남편 테리(유준상)와 결혼했는데요, 테리는 30년전 미국으로 입양되어 시부모는 미국에 있는 고아나 마찬가지의 훈남의사입니다. 그녀의 발음에 의하면 좐스홉킨스 의대를 졸업한 좋은 스펙에 아내 사랑이 극진한 애처가중의 애처가, 완전 봉잡은 차윤희지요. 차윤희에게는 그야말로 넝쿨째 굴러온 복덩어리 남편입니다. 대가족, 장남, 차남인데 부모를 모셔야 한다, 형제애가 유독 두텁다, 누님많은 집 등등의 조건은 일언지하에 퇴짜, 뒤도 안돌아 봤던 차윤희에게, 고아나 다름없는 능력있는 의사 테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복덩어리였죠.
그런데 알고보니 테리(유준상)는 윤여정이 30년전에 잃어버린 하나밖에 없는 아들인 듯하더군요. 아직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30년간 찾아 헤매다 지금은 어디선가 잘 살고 있기를 바랄 뿐인, 아니 단 한번만이라도 보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아들 방귀남입니다.
방귀남의 집은 꼬장꼬장 고집스러운 할머니와 함께 3대가 사는 대가족입니다. 게다가 방장수(장용)의 동생 김상호네까지 같은 건물에 살면서 눈치없는 천덕꾸러기로 살고 있고요. 방귀남에게는 결혼한 누나 일숙(양정아), 두 여동생 이숙이와 말숙이, 그리고 어머니와 자매애가 두터운 이모 유지인, 양희경이 윤여정과 노래교실을 함께 다니는 등 가까이 왕래를 하고 있으니 층층시하 시집이죠. 
남편 테리가 이런 대가족의 장손 방귀남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차윤희에게는 그야말로 기절초풍할 날벼락이겠지요. 차윤희가 결혼대상에서 퇴짜를 놓은 모든 조건을 가진 남자였으니 말이죠. 물론 아직은 테리가 윤여정의 아들 방귀남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상태입니다만...
김남주와 윤여정이 결코 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교차편집을 통해서도 보여주었는데요, 윤여정이 아들이 혹이라도 결혼을 했다면 이런 며느리와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며느리에 대한 희망사항을 말하지요. "맞벌이하는 여자보다는 내조만 하는 여자, 들꽃같고 고요한 여자, 차분하면서도 단아하고 거짓말 못하는 진실하고 참된 여자, 맑고 깨끗하고 정직한 여자가 귀남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토록 바라마지 않은 귀남의 아내 차윤희는 덜렁대고, 성격은 욱하고 불같은 여자인데다 방송사 피디로 직업여성입니다. 감독과 작가, 배우에게 비위맞추느라 거짓말을 하는 것은 예사이고, '시집살이는 절대 안해'가 신념이었던 여자이기도 합니다. 윤여정의 희망사항처럼 청초롬한 들꽃이기는 커녕 가시돋힌 엉겅퀴라고 할 수 있죠.
이렇게 서로에 대한 생각과 바람이 다른 두 사람이 고부간이니, 두 사람의 티격태격이 앞으로 충분히 예상되고도 남지요. 차윤희가 아파트 전세금을 1억이나 올려달라는 집주인때문에 싼집을 구하다, 장수단팥빵 건물 다세대 빌라에 세를 구하러 와서 처음으로 대면하게는 되었지만, 첫만남부터 틀어지는 두 사람을 보니 앞으로의 에피소드들이 무궁무진할 것같더군요. 
귀남의 식구들은 웃기는 캐릭터들이 즐비하지만, 하나하나 들여다 보면 제각각의 응어리들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모여있습니다. 할머니 강부자는 손자를 잃은 그날부터 지금까지 손주를 잃어버린 며느리 윤여정을 모진 말로 타박하기를 서슴지 않는 좀 무서운 할머니입니다. 너무 심한 말로 타박을 하니 밉상할머니 인상도 주더군요.
어느 엄마가 자식을 일부러 버렸겠어요. 귀남이를 잃어버린 이유가 시장에 귀남이를 데리고 나갔다가 양수가 터지는 바람에 병원에 실려간 사이 귀남이가 없어져 버렸는데, 할머니는 시장에 내팽겨쳤다며, "네가 버린 내 새끼 궁금하지도 않냐?"고 대못을 박는 무서운 할머니입니다. 귀남이를 잃은 날 낳은 아이가 셋째 이숙인데, 할머니의 노여움때문에 돌상은 커녕, 30년동안 생일상 한 번 받지 못한 설움을 받으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아이입니다. 마치 손주잡아 먹은 손녀를 보는 그런 잔인한 할머니처럼도 보이더군요.
할머니가 온천여행을 간 틈을 타서 30년만에 처음으로 이숙이의 생일상을 차려줬는데, 귀남이 잃어버린 날이라고 일찍 돌아온 바람에 들켜버렸지요. 강부자 할머니가 며느리 윤여정에게 "네가 버린 내새끼"라고, 칼보다 무서운 독설을 날리는데, 소름이 끼칠정도로 무서운 시어머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손자 귀남이에 한해서만 그러는지는 잘모르겠지만, 첫회부터 정주기 싫은 할머니였답니다;;.  
아이를 잃어버린 죄책감에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짓는 윤여정, 어찌 아이를 잃고 편히 살아왔겠어요. 알고보니 점을 하도 봐서 신내림을 받지는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고, 귀남이를 찾게 해달라고 절에 불공을 너무 열심히 드리러 다녀, 비구니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는 남편 장용의 말에서도, 아들 잃어버린 슬픔이 뼈에 사무쳐 보이던데 말이죠. 이제는 세례받을 준비를 하는 카톨릭 신자가 되어있기도 한 윤여정, 어린 아들의 사진을 보며 드리는 그녀의 기도가 눈물겹게 아프게 다가오더군요.
"이제 포기하라시면 포기하겠습니다. 어느 거리에서 스치게 돼서, 이 아이도 절 알아보지 못하고, 저도 이 아이를 알아보지 못해도 좋습니다. 그러니 우연이라도, 단 한번만이라도, 딱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만나게 해주세요, 내 아들...".
오랜 기도와 간절함이 통했는지 거짓말처럼 눈앞에 아들이 나타났으니, 전셋집을 구하러 차윤희와 함께 온 서글서글한 새신랑이 바로 그 귀남이입니다. 언제 밝혀질지는 모르겠지만, 하늘도 무심하지는 않았나 봅니다. 
첫만남부터 티껍다는 듯 떽떽거리는 차윤희와의 삐걱대는 만남을 보니 사이좋은 주인과 세입자가 될 것같지는 않아보였지요. 서로가 원하는 시집분위기와 며느리의 모습이 극과 극이니, 두 사람은 첫만남부터 아~주 불편한 관계에서 출발을 하게 되나 봅니다. 비유하자면 호랑이굴에 여우가 찾아간 형국입니다. 
남편 테리가 주인집에서 30년전 잃어버린 귀남이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차윤희에게 방귀남은 그때도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될 수 있을까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조건이란 조건들은 다 가지고 있는 남편이니 말이죠. 결혼신조와는 어긋나도 한참이나 어긋나, 넝쿨째 굴러온 복덩어리 테리가 돌멩이 피하려다 밟은 X 방귀남이 될 듯한데, 차윤희가 그 악조건들과 어떻게 화해를 해 갈 지, 윤여정과 김남주를 중심으로 아웅다웅 펼쳐질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오랜만에 눈살찌푸리지 않고 볼 수 있는 가족드라마, 첫 회부터 기대감을 충족시켜준 좋은 드라마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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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5
  1. 2012.02.26 13:12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에바흐 2012.02.26 13:4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헉.. 김남주 드라마가 새로 시작했군요.

    정보도 접해본 적 없는데.;;

  3. 미디어리뷰 2012.02.26 14:3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배우 라인업이 참 맘에 드네요
    막장이 아니라 신선한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를 바라봅니다

  4. 모과 2012.02.27 00:22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본방사수 할 겁니다.
    모든 출연자가 매력적입니다^^

  5. +_+ 2012.02.27 02:25 address edit & del reply

    ㅋㅋㅋㅋ 재방송으로 오늘 첫회봤는데 잼있더라구요 올케언니되시는 분 연기력 ㅋㅋ 참 마음에 들더라구요 처음보는 캐릭터인데 차분히 또박또박 할말 다하는 ㅋㅋㅋㅋ 이남이 생일상 차렷다고 며느리한테 막말하는 할머니보고 저도 욱 했답니다. 김남주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조연들이 참 잘하는것 같아서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