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의 연기력은 연기자 본인도 노력해야 느는 것이지만, 현장을 지휘하는 감독의 몫도 일정분량 있는 것이거늘, 한가인은 연기를 지도해 주는 감독 복도 없나 봅니다. 배우와 감독이 생각하는 컨셉이 맞지않아 배우와 감독 간에 작은 언쟁도 있는 곳이 촬영현장일텐데, 감독이 생각하는 연우라는 캐릭터는 어떤 것인지가 새삼스럽게 궁금해지기 까지 합니다.
눈물이 흐르고 흘러 강을 이룬다고 해도 모자랄 훤과 연우의 재회, 그런데 스토커 양명이 쏜살같이 달려와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더라지요. 수상한 남자들의 살기를 보고 온 것이지만, 두 사람의 재회까지 이렇게 초를 쳐야 하는지 양명군 심히 밉더랍니다.
훤과 연우의 8년간의 긴 기다림을 이토록 허망하게 쫑 내버리다니, 시청자는 이 장면을 향해 여지껏 가슴졸이며 달려왔는데, 어떻게 이런 배신을 때릴 수가 있는지 참으로 원망스럽더이다.
윤대형이 보낸 자객의 칼을 맞고 쓰러진 양명, 연우를 데리고 빠져 나가라는 훤의 신호를 받고 연우구출에 무사히 성공을 했지만, 약속장소로 가지 않고 정업원을 향해 뛰었지요. 철인 3종경기에 나가도 호흡하나 흐트러지지 않을 산소탱크 연우, "어디로 가시려는 겁니까? 지금 어디로 가시는 것입니까? 대감, 대감", 정일우 혼자 뛰고 한가인은 축지법으로 날아온 듯;;
실종된 연우를 찾아 헤매는 훤, 윤대형과 양명군에 대한 분노에 버럭 훤 다시 등장입니다. 연우가 정업원에 있음을 알고 있었던 운, 양명의 연심과 훤의 충심 사이에서 거짓을 고하는 운이었지요. 흔들리는 운의 눈빛을 읽어내는 훤, "목욕재계하고 나온나. 목욕하고도 양명형님의 연심편을 든다면, 죽을 줄 알아. 내가 널 얼마나 아끼는지 알지?", 칼로 협박까지 해가며 옥탕에 운을 밀어넣는 훤이었지요.
크라이막스에서도 밍숭맹숭한 연우와 훤의 캐미 0%에 지루해질 뻔한 17회를 그나마 깨알 웃음으로 살려 준 상선 형선 정은표, 그대가 일등공신이었소이다. 연우를 만난 훤이 입이 헤 벌어져 실성한 사람처럼 웃고 있자, 그 마음 잘 안다는 듯 귀여운 웃음 날려주시는 상선이었지요. 대비가 쳐들어오자 대궐이 떠나가도록 "주상전하~~~대왕대비마마 납시었사옵니다아아아~~~", 센스넘치는 형선, 격하게 아낍니다^^. 연우의 밀실에서 책상을 들고 나오다 대왕대비에게 딱 걸린 훤, 운동 중이었습니다도 오랜만에 나온 훤의 허당기ㅎ.
연우에게 "나는 안되겠느냐"고 허구헌날 같은 멘트 날리는 양명, 지겹지도 않은지 매번 같은 대사뿐입니다. 귀가 막혔는지 몇번을 싫다고, '아니올시다'라고 퇴짜를 놓는데도, 정말 끈덕진 녀석, 현실에서도 이런 남자는 진짜 조심해야 할 듯...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현실이 암담할 때마다, 양명군께서 제게 밝은 빛이 돼 주셨습니다. 무녀 월일 때도, 허연우였을 때도 늘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늘 미안했습니다", 그래도 대감은 제 스타일이 아니외다. 허니 제발 이제 다른 여자만나서 행복해지라고요!!! 그럼 이만 총총...
그렇게 아니라고 하는데도 연우의 손을 잡고, "지난 생에서 전하의 사람이었으니, 이번 생에서만큼은 내곁에 있어주면 안되는 것이냐?"고 또 물고 늘어지는 물귀신 양명군, 말귀 못알아 듣고 연우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늘어지죠. 방금전까지 안된다고 말했는데, 도대체 너의 귀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이냐?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 훤이 냉기 폴폴 풍기며 나타났습니다. 피튀기게 한 판 붙을테니, 운에게 연우를 데리고 가라는 훤, 양명에게 칼을 던져주지요. 진검이니 베어보라고 말입니다. "형님이 지금 무슨 짓을 하신 것인지 아십니까? 왕의 여자와 도주를 한 것은 역모입니다".
양명에게 칼을 던지는 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 글쎄 양명이 부상당한 왼손을 척 펼쳐서 날아오는 칼을 잡더라지 뭡니까? 아무리 엄마 손은 약손이라지만, 어머니 희빈박씨의 치료술은 말 그대로 신통방통이었다죠. 밤새 혼절까지 한 몸으로 다음 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다친 손으로 검을 받지를 않나,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몸사위, 한마디로 어이상실.
훤의 목에 칼을 겨눈 양명군, 결국은 칼을 내려놓고 말지요. "오늘 기회를 놓치신 것은 형님이십니다. 허니 다시는 기회를 탐하지 마십시오". 여자때문에 동생에게 칼을 들이대다니, 동생도 보통 동생입니까? 왕인데, 양명군 연우때문에 인생도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듯싶네요.
연우가 왕의 밀실에 숨어있다는 것을 훤의 침소에 심어둔 지밀나인이 윤보경에게 고자질할 것은 뻔한 일, 무서운 피바람이 예상되고 있지요. 중전 윤보경은 이번회 혼자 호러물만 찍고 있더군요. 짧은 장면이었는데도 연기력이 돋보이더군요.
이젠 대왕대비까지 허연우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연우와 장녹영의 목숨은 바람앞의 등불입니다. 등잔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듯이, 훤이 궁궐에 연우를 숨긴 것은 굿 아이디어였지만, 그럴수록 조심을 해야 하는데 훤이 지금 공중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보니 걱정입니다.
문을 열고 나온 연우, 딴 사람이 되어 있었지요. 달라진 모습처럼 한가인의 연기도 좀 달라졌으면 좋으련만, 대사에 감정은 없고, 훤의 감정선마저 잡아 먹어 버리더군요. 고상한 연우도 포기, 귀여운 연우도 뭔가 어색, 도대체 이 좋은 드라마를 보면서 왜 화가 나는지 속상합니다. 감정이라는 것이 상호교류를 해야 하는데, 애정없는 중전과의 씬보다 콩닥거리지 않게 하다니... 예쁜 인형안고 혼자 좋아하는 훤 김수현이 불쌍하기 까지 하더랍니다.
제작진이 말하는 꽁냥꽁냥 장면이 이 장면인가 봅니다. 월을 질투하는 연우의 귀여운 모습에 훤이 기습뽀뽀를 하며, 연우가 아주 예뻐 죽는 훤을 보니 말입니다. 아무튼 한가인은 책읽기를 정말 좋아하나 봅니다. 눈으로도 책을 읽고, 입으로도 책을 읽습니다.
김수현이 아주 시원스럽게 시청자의 마음을 대변해 주더군요. 책에만 빠져있는 연우에게 삐친 훤이 말하지요. "8년만에 만난 내가 한비자만도 못하오? 투기는 무슨... 허망해서 그럴 뿐이다". 전하도 허망했습니까? 시청자는 더 허망했사옵니다!
다만 훤의 깨알웃음 준 대사가 달달장면을 살렸지요. "과인은 지난 8년간 단 한차례의 곁눈을 허락하지 않았소. 구중궁궐 꽃밭에 살면서 순정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정신력과 체력을 요하는 일인지 아시요? 피끓는 사내의 불면의 밤을 그대가 어찌 이해할 수 있겠소? 운동은 필수! 매우 필수요!!", 그나마 이 대사와 훤의 살인미소, 그리고 기습뽀뽀가 없었더라면, 꽁냥꽁냥 달달은 커녕, 책읽는 한가인과 정신연령 후퇴한 듯한 연우때문에 궁시렁궁시렁 덜덜이 되었을 겁니다.
"전하 곁에 머물게 된 것만으로도 더 바랄 것이 없사옵니다. 태양 곁에 있으니 빛이 따로 필요치 않사옵니다", 캬~ 이 좋은 대사를 이렇게 밍숭하게 날려버리다니....
연우의 손을 잡고 냅다 뛰는 훤, 양명군과의 뜀박질에서 보여준 연우의 명대사 또 터졌습니다. "어디로 가시옵니까, 전하". 그냥 말없이 따라 가주면 안되겠니?;;
17회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설레임과 절절함의 방점을 찍어야 하는 회였습니다. 눈물이 홍수를 이뤄도 모자랄만큼, 격정적인 감정이 흘러야 했었는데, 이게 뭔가 싶네요. 8년만의 재회가 이렇게 감정선 뭉뚱뭉뚱 잘려버리고, 달달신 나온다더니 훤 혼자 일방통행 사랑을 하고 있고, 참으로 허망했던 17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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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lsl 2012.03.01 14:39
해품달이 표방한 쟝르가 궁중로맨스 아니던가요?
그런데 해품달에서 로맨스 뺀 나머지만 명품이니.... 살다 살다 이런 작품은 또 처음입니다
연우로 분한 배우.... 암만해도 신인이더이다..... 연기에 입문해본적도 없는 초짜이더이다
훤의 연기가 그 근사한 왕의 그럴듯한 모습이 다 안습입니다
아 진짜 짜증이였어요 병풍 뒤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 귀를 막고 싶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방사수 중인 드라마도 처음입니다
이제는 정말이지 한마디 욕을 안할 수가 없네요
제작진(물론 파업중이라지만 외주로 찍고 있으니 마무리 과정을 담당하는 중 아닌가요?)
정말 너무하네요 해외에서 벌어드린 돈도 많다는데 효자상품을 이렇게 밖에 못하는지
이젠 훤도 이 로맨스가 감당이 안되는 모습이 살짝 보였드랬습니다(나만 그런가?)
제작진들 너무 미워요 -
유자 2012.03.01 15:47
어쩜 제가 말하고싶은 바를 그리 콕콕 찝어주시니 속리 후련하네요.. 제가 오래된 김수현씨 팬이라서 그런지 더욱 더 맘이 아프네요. 연기욕심이 많은 사람인데 이번회를 보고 무슨생각을 했을지.. 17회에 있던 재회씬과 양명과의 감정씬은 모두 편집됐다하더군요. 아 진짜 생각이 있어 편집을 그렇게,연출을 그렇게 할 수있는지 너무 화나네요. 앞으로 김수현은 꼭 피드백 잘되는 상대배우도 만나야함이 필수지만 무엇보다도 이번 김피디는 다시 안만났음 싶어요. 꼭 연출.대본.상대배우 삼박자 고루 좋은 환경의 드라마 꼭꼭 찍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좋은글 많이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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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16회를 드라마 끝났으면 2012.03.01 16:54
16부 김수현 오열로 드라마 1부 끝내고
1년간 한가인 연기연습 시켜서 2부찍었음 했습니다.
16부 마지막에 김수현 오열로 드라마 이제 포텐 터진다 다들 기대했는데
뭐 터지긴 했습니다. 시청자들 욕이 터져나왔죠.
그전까지 작가가 기억상실로 한가인 캐릭을 죽이는 거라고 쉴드치면서
변호하던 사람들까지 기가 막혀 하더군요.
주구장창 읽던 국어책이 가장 감정이 격해지는 기억을 회복하고
애절한 재회신에서도 여전한 국어책
다음주에 드라마 끝나는데 그놈의 연기는 언제 좋아질지
중간 중간 어색한 김수현이나 정일우도 감정씬에선 제 몫을 했었는데
한가인이 가장 감정이 격해진 17회에서도 그지경이자
같이 휩쓸리더군요.
다른 드라마에서 초반에 안어울린다 하던 커플도 나중에는 커플애칭까지 붙여가면서
몰입이 되던데 이건 남주들은 어떻게 몰입이 되던데
여주는 드라마 최대의 구멍으로 남을 거에요. -
15tuki 2012.03.02 11:17
공감, 완전 공감입니다. 이제야 속이 좀 편해지네요.
17회는 정말...
각오(!)를 하고 보기는 했지만 정말... 실망 그자체였습니다.
이토록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고 마음이 불편해지는 건 무슨 경우랍니까?
오케이사인의 기준이 시간의 촉박함뿐인건지 의심을 품게 만드는 연출자,
허술한 구성에 맛있는 원작의 에피소드만 엉성히 얹어놓는 작가,
캐미는 커녕 자신의 연기도 돌아보지 않는 마이웨이 연기자...
그나마...
때마다 초록누리님의 글을 보며 위안을 얻습니다. 에효~
훤역할을 맡은 김수현이 이토록 불쌍할수가...
수십년 연기내공을 쌓아온 베테랑연기자라해도 상대역과의 캐미는
결과물을 좌우할만한 중요한 부분일텐데...
김수현은 무슨 불운이랍니까?
그에게 과연 해품달의 큰 인기는 마냥 행복하기만한 일일까요?
인기만큼이나 아쉬움이 크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도 형선 정은표!
그가 있기에 훤의 숨통이 트일 듯 합니다.
17회에서도 유일하게 찌푸린 심신을 활짝 웃게한 유일한 인물! 정말 최고입니다.
찌푸렸던 만큼 어찌나 크게 웃었던지 제 소리에 제가 놀라고 말았더랬죠. 푸하하하...
그러나 또 하나의 불안한 기운...
17회를 보면서 걱정이 하나 생겼습니다. 허염... 누가 남매 아니랄까봐...
어찌 그리 알멩이 없이 책을 읽어주시던지. 이제 민화공주의 일이 밝혀지면
엄청난 감정씬을 소화해야 할텐데... 에효~에효~
아역 남매는 그 품위와 표현이 일품이었거늘. 어찌하여...
탄탄한 구성력, 색깔선명한 인물설정, 맛깔나는 글솜씨로
장편소설을 단숨에 읽게 만드는 정은궐작가.
그의 글을 읽으며 그려보던 수많은 장면과 절절한 감정들... 그 때가 그립습니다.
이제는 떨치고 싶어도 떨쳐지지 않는 배우들의 모습이 떠오를테니...
선견지명으로 드라마를 멀리했던 친구가 부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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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그머니 2012.03.03 14:25
돼역죄ㅋㅋㅋㅋㅋㅋㅋ 마자요 저게모야 했던 발음이었어요ㅋㅋㅋㅋㅋㅋㅋ
예전부터 정일우씨 발음과 억양은 참ㅋㅋ 언젠가 장녹영과 대화하는 씬에서 폭소한 적 있는데..(비교가 되서 더 심했던 듯ㅋㅋ) 한가인씨와 정일우씨 대화하는 씬을 보면 누가누가 더 연기못하나 대결이라도 하는 듯 해요ㅋㅋㅋ 아이구
17회...정말 애증의 17회에요ㅜㅜ 저는 그동안 불안불안해도 늘 기다려가며 봤는데 처음으로 다음주가 기대되지 않네요.. 김이 너무 팍 새버린지라ㅜㅜ
너무합니다..미워요 미워요...17회를 그리 만들어버린 사람들 모두..미워요미워ㅜㅜ -
앙쇼 2012.03.06 13:12
드라마보다 그냥 책으로 보는게 훠~ㄹ씬 나을듯해요. 분명 화면에서는 제작진이말한 달달한부분이 나오고있는데 난 왜 심드렁한지..-_- 동생이랑 같이보면서 지금 저거 달달한부분이지 이랬던...8년만의 재회도 너무 어이없었고 양명군손잡혀 달려가는데 대사치는 한가인 정말...와...맘에 진짜 안들더군요 무뚝뚝한목소리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