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에게 꽃편지를 쓰며 매일을 동생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언니 김선영의 호박오가리 나물과 말린 우럭미역국, 그리고 천재 박닻별(안서현)이 엄마 김영주를 향해 쏘아내는 원망섞인 말에 그 답이 있었습니다. "난 가끔씩 내 피를 다 뽑아서 새로 리셋했으면 좋겠어. 내 몸에서 차가운 엄마 피를 다 없애버리게...". 어린 아이의 말치고는 끔찍하리만큼 무서운 말입니다. 왜 이 아이에게 엄마의 피는 차갑게 느껴졌을까? 정말 엄마의 피가 차가울까?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이 드라마의 줄거리가 되겠지요.
내 안의 또 다른 이름, 엄마 그리고 딸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은 원하는 것이 다를때,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지 못할때, 바보같은 엄마이고 바보같은 딸이 되는 게 가족안에서 빚어지는 갈등이지요. 그럼에도 사랑으로 품을 수 밖에 없는, 내 안의 또 다른 나의 이름, 엄마 그리고 딸.
김현주의 나레이션으로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가 흐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하나쯤 숨기고 싶은 비밀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누군가에게 미친 열정에 사로잡혀 저지른 낯뜨거운 고백일수도 있고, 돌에 맞아죽어도 할 말이 없는 연애일 수도 있지만, 그런 비밀쯤이야 제 입을 다물고 가슴에 꽁꽁 묻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아무리 감추려고 발버둥을 쳐봐도 감춰지지 않는 빌어먹을 비밀이란 것도 있다. 그것이 내게는 한 핏줄로 연결된 가족이고, 언니라는 이름의 여자다".
10년간의 결혼생활, 죽어라고 일에 매달리며 천재 딸의 교육과 독일로 유학간 남편을 뒷바라지했지만, 딸은 일밖에 모르는 엄마에게 불만이고, 남편이란 놈은 영생대학 종신교수와 재단후계자를 노리고, 재단이사장의 딸과 바람을 피우며 이혼을 요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영주는 생일날 회사에서 동료들의 생일축하 자리에서 남편의 이름으로 보낸 꽃다발과 함께 내연녀 채린의 임신 초음파 사진까지 받게 되죠.
김영주(김현주)의 언니는 김선영(하희라)입니다. 경북 예천의 시골에서 남동생 대영(박철민)과 살고 있는... 음식만들기를 좋아하고, 그 음식은 동생 영주가 좋아하는 것들입니다. 솥뚜껑에 호박오가리 나물을 지지고, 간장을 뜨러갔다가 항아리에 빠져 구르기도 하는 조금은 모자란 여자. 그러나 안쓰러움에 혀끝을 차기보다는, 그 순박함에 웃음부터 짓게 만드는 그런 여자였습니다.
하희라-신현준, 첫만남부터 빵터진 건방진 몸매와 개장수
선영이 찾아온 곳은 영주의 집이 아니라, 애견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가려던 신현준의 집이었지요. 두 사람의 첫만남에서 신현준과 하희라의 배꼽잡는 엉뚱함에 미치게 웃었습니다. 긴 기장미역을 옆구리에 끼고 바리바리 싸가지고 온 보따리들을 보고 찬모아주머니라고 착각한 신현준, 뒤뚱뛰뚱 집으로 들어가는 하희라의 몸매를 조각조각 등분해서 감상하기도 하죠. 아, 절대 변태적인 감상은 아니었습니다ㅎ.
뒤에서 중얼중얼거리는 신현준이 하희라에게도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지요. "저 개장수 아저씨는 뭐라고 씨부려쌌노?". 졸지에 개장수가 된 신현준이었습니다.
'아니 집주인이 내 집에서 끓인 미역국도 못먹느냐', '우리 영주 꺼다' 옥신각신 싸우다 미역국을 통째로 엎어버리고, 찬모맞느냐고 발로 툭툭 치는 신현준의 개뼈따구같은 다리를 물어뜯어 버리는 영주지요. "김군아(셋방아저씨 집사), 얘 뭐냐. 진짜 바보아냐?". "나는 김선영이에요. 나 바보 아니에요. 김선영이에요. 김선영, 김선영...". 우는 김선영, 그제서야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세사람이었지요.
수위높은 베드신, 패주고 싶은 불륜남녀
첫회부터 '역시 하희라, 김현주, 신현준, 김태우'라는 말이 나오게 했습니다. 오랜만에 브라운관에서 본 김정훈의 부드러운 이미지도 좋았고, 김태우와 바람난 오채린 역할의 유인영 연기도 어색하지 않고 좋더군요. 특히 수위높은 베드신에서는 너무 사실적이라(?), 연기를 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진짜 아냐? 라는 생각까지 들게 하더군요.
김태우, 신현준, 하희라, 김현주 등 모든 배우들이 드라마 속 캐릭터를 잘 표현해서 새 드라마 선택이 만족스럽습니다. 연기가 좋은 만큼 드라마도 잘 그려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게 하네요.
성숙하지 못한 딸아이의 눈에 엄마라는 존재는 바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이니 말이지요. 그러나 엄마의 마음을 알아갈 때, 바보엄마가 아니라 바보딸이었던 자신을 발견하게 되겠지요. 드라마가 그 과정에서의 갈등과 화해를 그려갈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고 그런 신파극이나 통속극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머니라는 고귀한 이름이 가지는 무게때문일 겁니다.
슬플 때, 힘들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이름,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울컥해지는 존재가 엄마겠지요. 얼굴도 다르고 살아온 인생도 다르겠지만, 세상의 모든 엄마는 같은 이름을 가졌을 겁니다. 자식밖에 모르는 바보, 자식의 행복을 위해서 내 가슴 한 쪽을 기꺼이 도려낼 줄 아는 그런 이름을 말이지요. 그 바보같은 엄마의 사랑이 소리없이 가슴에 내리는 빗물처럼, 강물에 잔잔히 이는 물결처럼, 그렇게 다가올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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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재방송 봤었는데 2012.03.18 16:18
절대 딴데 틀 수가 없었습니다 ㅋㅋ
원래 티비 보면서 '딴 데서 더 재밌는거 하면 어쩌지?' 이런 생각에
불안불안해서 계속 채널을 바꿔가면서 봐요ㅋㅋㅋ
근데 아까 이거 보자마자 리모콘에 손놨습니다 ㅋㅋㅋㅋ 와 진짜 뭐랄까
솔직히 다른 드라마처럼 부잣집남자와 가난한여주인공의 만남. 뭐 이런 내용을
소재로 다룬 드라마들이 많았었는데, 요새같이 해품달이나 앞으로 나온다고 하는
몇개의 드라마 같이 판타지 약간 섞인 코미디하면서도 감동도 주는 그런 드라마가
시청자 마음을 끄는 거 같아요.또 그런게 대세인거 같구요. 요번 바보엄마가 그런게 아닐까 싶네요.등장인물도 다들 전혀 평범하지가 않잖아요 ㅋㅋㅋㅋ
첫회부터 영주의 딸도 어린나이에 대단한 아이큐와 천재끼를 보여줘서
말도 안되는 부분을 재밌고 실감나게 보여줬고, 영주 남편의 바람과
영주의 옆에 예사롭지 않던 의사. 그리고 하희라, 신현준의 호흡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짜
해품달 첫회때도, 네이놈 달이 보고 하늘이 봤다 이놈아 이부분이라던지 연우와 훤이 만났을때
꽃이 날리거나 나비가 날라다니는 아이러니한 장면들이 현실성을 돋보이기 보단,
또 다른 드라마의 모습을 보여줘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었어요 ㅋㅋㅋㅋㅋ
진짜 해품달의 첫회를 봤을때의 느낌이랄까ㅋ
하희라와 신현준이 싸웠을때 미역국이 한순간 멈춘 장면은ㅋ완전 새로웠습니다ㅋㅋㅋ
이건 절대 막장일 수가 없어요, 막장은 아내의 유혹이나 내사랑 내곁에 처럼 뻔한 내용으로
질질끌고, 말도 안되는걸 억지로 같다 붙이는거지ㅋ 와 진짜 이거 첫회부터 완전
마음에 듬 ^^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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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들여 만든 2012.03.19 02:53
드라마인 건 맞는데,, 뭐 나무랄 데 없이 만든 거 같긴 하더군요.
저도 1회 재밌게 봤습니다만,,
인기를 끌 드라마 같지는 않아요.
잘만든다고 해서 꼭 인기를 끌 수 있지는 않지요..
뭐랄까.. 되게 답답함이 느껴진달까. 숨쉴 수 없이 꽉 찬 논리랄까,,
중견들의 호감가는 연기변신, 자극적이면서도 가엾음, 분노등의 감정을 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 퀄리티 높은 연출력.. 다 좋은 데요,
그런데 거부감 드는 드라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