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개연성은 눈을 씻고 찾아볼래도 찾을 수가 없는 사건의 연속이라니, 억지 춘향으로 짜맞추는 스토리를 쫓아가는 배우들의 연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속히 스토리에 세련미를 더하지 않으면, 패션왕이 아니라 억지왕이 되겠습니다. 미국 한 번도 안가본 사람이 뉴요커의 패션이 어떻고, 애비뉴가가 어떻고 장황한 설명을 하는 느낌이랄까요? 심봉사 한양구경담을 들려주는 꼴.
한 마디로 저 배우들을 데려다가 이것밖에 못 보여주나 아쉽습니다..
80년대 홍콩영화 스타일의 뉴욕 한복판에 출몰한 닭털날리는 닭장차, 대사관 직원의 황당한 전화상담, 미국밀입국을 시도하는 갱들과의 협상, 냉동차에 실려가는 선상반란을 일으킨 외국인 선원과 영걸, 로렉스 시계로 생명을 구하는 영걸이라... 시청자들의 드라마를 보는 눈높이가 얼마나 높아졌는데, 흑백드라마 필나는 설정들이라니...
패션스쿨에서 훔쳐입고 멋을(?) 낸 영걸, 이것 웃자고 넣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웃어야 하는지 울어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하겠군요. 화끈하게 코믹하지도 않고, 눈물겹도록 우울하지도 않고, 이 드라마의 색깔이, 아니 영걸이라는 캐릭터가 뭔지를 모르겠어요. 유아인의 '나 정말 연기 잘하지요'라는 원맨쇼만 감상하는 느낌입니다. 남의 물건에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대고, 그것도 미국에 까지 가서, 돈좀달라고 찌질이 궁상을 떨다 못주겠다고 하니 욱해서 멱살잡이를 하는 주인공, 속된 말로 패기는 쩔지만 안면몰수 무개념의 주인공이죠.
되는 일없고, 재수도, 운도, 가진 것도 더럽게 없는 영걸이라는 캐릭터에 코믹코드들을 더덕더덕 붙이고는 있지만, 정작 코믹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한 인물은 이가영이 뉴욕에서 만난 봉숙이(유채영)가 최고였습니다. 봉잡았다 할렐루야~~~
1,2회는 강영걸 캐릭터에의 완급조절에 실패를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개연성없는 우연들도 한몫하기도 했고요. 물만난 물고기처럼 유아인의 연기는 펄펄 날았지만, 영걸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에 대한 분석과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미국까지 흘러간 강영걸이 죽을 고비를 넘기는데도, 강영걸 본인이 자초한 일이기에 딱히 억울해 보이지 않습니다. 재벌 2세 정재혁에게 개무시를 당해도, 강영걸이 측은하기 보다는 막무가내로 들이대는데, 나라도 거절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강영걸의 슬픔이나 분노, 자존심의 상처 등등으로 그의 눈물을 보듬어 주기에는 그 캐릭터의 매력이 무엇인지가 분명하지가 않습니다. 무모하고 막무가내라는 인상이 더 강할 뿐이지요. 유아인의 연기만이 돋보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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펨께 2012.03.21 17:23
1회와 2회에서 본 스토리는 별로 새롭지 않는 것 같더군요.
언젠가 본 권상우의 신델레라 맨을 연상케 하기도 하고.
하지만 유아인이 주연으로 나와 이 드라마 지켜보기로 했습니다.ㅎㅎ -
Rui 2012.03.22 11:37
리뷰 감사히 잘 읽었어요^^
올 들어 일부러 드라마를 잘 안보다가 오랜만에 기대 많이하고 패션왕 보기 시작했는데
보는내내 뭔가 좀 께름칙하고 답답했던 것들이 초록누리님 리뷰 덕에 뻥 뚫리는 기분이에요~
스토리는 말할 것도 없고, 누리님 글 마지막에 "참새인지 비둘기인지 공작인지 독수리인지 갈매기인지, 작가는 강영걸의 중구난방 캐릭터부터 정리해 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부분 너무 공감되요ㅋㅋㅋ 추천 꾹 누르고 가요~^^ -
지나가다 2012.03.30 04:36
분석하고 지적하기 참 쉬운 드라마죠?^^;초록누리님 매서운 리뷰 잘 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쉽게 정의되기 어려운 이 캐릭터를 유아인이란 배우가 정말 생동감있고 현실적으로 잘 살려주고 있네요.첫 데뷔이후 개념차게 자기 길을 걸어온 배우라,성스 이전까진 인지도는 낮았다 하더라도 골수팬들이 많은것 같더군요.연기는 요즘와서 인정받지만,우연히 예전 작품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그때부터 연기력은 출중했고 뭔가 기대감을 들게 하는 배우였지요.요즘 패션왕을 그래도 꾸준히 보게 만드는 제1원인이 유아인의 연기력입니다.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큰 맹점인 개연성 부족을 이미 쓴소리로 많이 접했을 거라 믿고,아직 드라마 초반이니,제작진이 고군분투하여 보다 공감가는 스토리로 전개해 주리라 믿습니다.
여러가지 단점들에도 불구하고,재미있게 시청하고 있으며 5화부터는 좀 더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것 같아 기대하고 있습니다.리뷰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