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21 11:32




시대에 뒤떨어진 패션처럼 보기 흉한 것은 없다고 하는데, 패션왕이 그런 느낌입니다. 최고로 핫한 모델들에게 촌티나는 80~90년대 패션을 입혀놓은 느낌이랄까요? 유행의 첨단, 시대의 첨단을 상징하는 패션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스토리나 스토리를 연결하는 사건들은 촌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더구나 개연성은 눈을 씻고 찾아볼래도 찾을 수가 없는 사건의 연속이라니, 억지 춘향으로 짜맞추는 스토리를 쫓아가는 배우들의 연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속히 스토리에 세련미를 더하지 않으면, 패션왕이 아니라 억지왕이 되겠습니다. 미국 한 번도 안가본 사람이 뉴요커의 패션이 어떻고, 애비뉴가가 어떻고 장황한 설명을 하는 느낌이랄까요? 심봉사 한양구경담을 들려주는 꼴.
한 마디로 저 배우들을 데려다가 이것밖에 못 보여주나 아쉽습니다..
                                               2012년 CG의 수준이 겨우 이정도라니 놀라워라!

80년대 홍콩영화 스타일의 뉴욕 한복판에 출몰한 닭털날리는 닭장차, 대사관 직원의 황당한 전화상담, 미국밀입국을 시도하는 갱들과의 협상, 냉동차에 실려가는 선상반란을 일으킨 외국인 선원과 영걸, 로렉스 시계로 생명을 구하는 영걸이라... 시청자들의 드라마를 보는 눈높이가 얼마나 높아졌는데, 흑백드라마 필나는 설정들이라니...
패션스쿨에서 훔쳐입고 멋을(?) 낸 영걸, 이것 웃자고 넣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웃어야 하는지 울어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하겠군요. 화끈하게 코믹하지도 않고, 눈물겹도록 우울하지도 않고, 이 드라마의 색깔이, 아니 영걸이라는 캐릭터가 뭔지를 모르겠어요. 유아인의 '나 정말 연기 잘하지요'라는 원맨쇼만 감상하는 느낌입니다. 남의 물건에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대고, 그것도 미국에 까지 가서, 돈좀달라고 찌질이 궁상을 떨다 못주겠다고 하니 욱해서 멱살잡이를 하는 주인공, 속된 말로 패기는 쩔지만 안면몰수 무개념의 주인공이죠.
솔직히 유아인의 연기는 좋지만, 영걸이라는 캐릭터는 너무 대책없이 막나가는 캐릭터라 호감가는 캐릭터는 아닙니다. 제작진은 터프남에 나쁜남자 캐릭터면 무조건 반은 접고 들어간다고 착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캐릭터가 계속된다면 그가 성공을 해도 크게 박수받을 일은 아닐 듯합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주인공 영걸이라는 캐릭터에 시청자가 동화되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유아인의 연기만 입 벌리고 보고 있기에는 그 캐릭터가 공감이 되거나 와닿지가 않습니다.
되는 일없고, 재수도, 운도, 가진 것도 더럽게 없는 영걸이라는 캐릭터에 코믹코드들을 더덕더덕 붙이고는 있지만, 정작 코믹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한 인물은 이가영이 뉴욕에서 만난 봉숙이(유채영)가 최고였습니다. 봉잡았다 할렐루야~~~
고군분투하는 유아인의 과한 망가짐은 연기는 좋으나, 작품의 캐릭터가 따라와주질 못하니 언밸런스입니다. 연기가 아까울 정도에요. 90년대라면 어울릴법한 막가파 배째라 돌진형 유아인, 판에 박힌 갖은 고생끝에 자수성가하는 캔디 신세경, 재벌2세 이제훈, 재벌2세와의 교제를 허락받지 못한 또다른 캔디 권유리, 너무나 익숙한 캐릭터들이라 너무 우려내서 곰국이 될 정도의 식상한 갈등구조지요. 눈에 보이는 예상되는 전개와 결말은 스토리의 신선함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이 식상함을 깨고 있는 것은 그나마 유아인의 독보적인 연기력 대방출입니다. 그런데 창고개방 왕창세일을 보는 듯한 유아인의 좌충우돌 돌진은, 너무 많은 아이템들이 대방출된 듯해서 어떤 것을 살까 고르기가 힘들 정도에요.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그의 인생모토는 상도덕이고 없는 카피왕의 모습을 엿보게 하지만, 선뜻 3천만원이라는 거금을 어린 시절 한 번 봤다는 기억으로 유학비로 던져주는 모습은 통큰 사장님같기도 하죠. 순정파 의리남의 모습인가 싶은데, 사채업자의 애인과 육체적 쾌락을 즐기는 모습은 다시 양아치로 돌아가게 합니다. 사채업자(이한위)를 피해 대게잡이배를 타는 모습은, 회사나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없는 모습이기도 하고요.
친하지도 않은 동창을 찾아가 뜬금없이 3천만원만 빌려달라고 하지 않나, 안빌려줬다고 조소를 하고 나오는 모습은, 아무리 주인공이라고 해도 안하무인 캐릭터 진상이죠. 뉴욕 패션스쿨에서 또다시 재회한 정재혁에게 며칠 재워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밥이라도 사먹게 돈이라도 좀 달라고 꼬랑지를 내리는 모습은, 거침없다기 보다는 비굴하고 뻔뻔해 보여서, 쉽게 정을 주기가 힘든 캐릭터입니다. 도대체 몇 개의 얼굴을 가진 캐릭터인지, 그 캐릭터를 보여주느라 유아인도 정신없고, 시청자는 더 정신이 없습니다.
남녀주인공들에게만 케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요. 유아인과 이제훈에게도 갈등의 진폭이랄까, 자성을 가진 것처럼 끌어당기거나 튕기거나 하는 케미가 있어야 하는데, 두 사람은 딴 세상 사람들 같아요. 유아인은 과하고 이제훈은 지나치게 절제를 하다보니, 한 사람은 죽어라 짖고 한 사람은 먼 산 쳐다 보는 꼴입니다. 유아인은 지나치게 동적이고 이제훈은 지나치게 정적이다보니 스파크를 일으키지를 못하지요.
1,2회는 강영걸 캐릭터에의 완급조절에 실패를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개연성없는 우연들도 한몫하기도 했고요. 물만난 물고기처럼 유아인의 연기는 펄펄 날았지만, 영걸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에 대한 분석과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캐릭터에 대한 사랑은 연기자의 연기와 그 캐릭터의 매력이 하나가 되었을때 극대화가 되지요. 그런데 강영걸이라는 캐릭터는 너무 복잡하고 지나치게 입체적(?)입니다. 드라마 속의 캐릭터가 2~3개의 색깔이 혼재되어 있을때 입체적인 캐릭터로서의 매력이 극대화 되는데, 강영걸이라는 캐릭터는 너무 많은 색깔을 가졌습니다. 교통마비로 차량들이 얽히고 얽혀 여기저기서 크락션을 울리고 있는 느낌입니다. 정재혁 역의 이제훈과는 반대의 경우지요.  
미국까지 흘러간 강영걸이 죽을 고비를 넘기는데도, 강영걸 본인이 자초한 일이기에 딱히 억울해 보이지 않습니다. 재벌 2세 정재혁에게 개무시를 당해도, 강영걸이 측은하기 보다는 막무가내로 들이대는데, 나라도 거절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강영걸의 슬픔이나 분노, 자존심의 상처 등등으로 그의 눈물을 보듬어 주기에는 그 캐릭터의 매력이 무엇인지가 분명하지가 않습니다. 무모하고 막무가내라는 인상이 더 강할 뿐이지요. 유아인의 연기만이 돋보일 뿐입니다.
강영걸이라는 캐릭터구축보다는, 유아인의 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 드라마 전체적으로 좋은 모습은 아니에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유아인이 그 많은 모습들을 좋은 연기로 팔색조처럼 변신하고 있지만, 팔색조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지요. 참새인지 비둘기인지 공작인지 독수리인지 갈매기인지, 작가는 강영걸의 중구난방 캐릭터부터 정리해 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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