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딸이 되어 지적장애를 가진 엄마 선영을 언니라고 부르고, 할머니를 엄마라 불러야 했던 김영주, 거기에 사고뭉치 대영오빠(정확히는 삼촌이지만)까지, 영주에게 가족은 숨통을 조여오는 족쇄였습니다. 달아나려고 버둥거릴수록 심장 한귀퉁이가 찢어져 피를 흘리게 하는 피붙이, 가족이라는 족쇄...
"다시는 바보언니 못오게 해"라며, 박정도는 끝내 인간이기를 포기한 말을 덧붙이지요. "닻별이 친자확인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난 니 애한테 애비노릇 할 생각없는데 어쩔 수 없이 한 거야. 니 자매들이 이렇게 난리피울까봐", 박정도 이 인간을 어떻게 오독오독 소리가 나게 씹어줘야 할까요? 귀신은 뭐하나 싶더랍니다. 저런 인간 안잡아가고 말이죠.
눈 앞에 벌어진 상황을 개콘보듯이 웃고 꼴값을 떨고 있는 오채린에게도 한마디를 쏘아붙였는데, 오채린(유인영)이 기어이 비열한 뒤통수를 날리더군요. 에스띨로의 공동발행인으로 김영주의 목줄을 쥐고 흔들게 되었으니 말이죠. 안하무인 싸가지 오채린까지 가세해, 잡지사를 놀이터처럼 여기고 있으니, 사방팔방에서 김영주를 숨막히게 피를 말리고 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었지요. 이혼서류를 접수한 확인증을 보게 된 닻별이가 가출까지 해버렸으니, 김영주가 정신줄을 놓지않은 것이 용하다 싶을 정도입니다. 글 쓰다보니 스트레스가 확 밀려오네요;;
길바닥에 선영을 버리고 차를 쌩 몰고 가버리는 김영주, 마음으로는 버리기 전에 사라져주라고 기도하고 있었지만, 김영주의 행동은 버린 것이나 진배없어 보였습니다. 영주의 마음을 다 알고 있는 선영의 독백이 가슴시리게 아파오더군요.
곱단엄마가 얼마나 모질게 훈련을 시켰는지, 김선영은 아마 영주를 낳고 곱단엄마가 치매로 정신을 놓기까지는 '김영주는 네 동생이다' 라고 매일을 다짐을 받듯이 들었을 거예요. 그래서 김선영은 내동생 김영주를 한 단어로 말하는 것이지요. 다칠까봐, 딸 영주에게 가까이 가면 다칠 거라고 으름장을 놓은 곱단엄마의 말을 평생을 잊지않으면서 말이지요. 그러나 눈보다 가슴이 먼저 가버리는 딸아이 영주였습니다.
닻별이에게 이모선영이 곁에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 아이의 반항을 선영이 가장 잘 알아줄 것같거든요. 선영은 영원한 내리사랑 엄마니까요. 딸밖에 모르는 엄마, 자식밖에 모르는 해바라기같은 엄마...
김선영을 기다리며 뭐 마려운 사람처럼 초조해 하는 최고만, 띵동 벨이 울리자 느리작 걸어가는 김집사를 밀치고 부리나케 문을 열어준 최고만이었죠. 눈앞에 펼쳐진 쌈밥의 향연, 신들의 만찬 요리보다 김선영의 요리가 더 먹고싶게 만드는 것은 뭔 조화인지 모르겠습니다. 김집사(이분 이름이 김삼용이더군요ㅎ)도 맛에 반해서 월급이 얼마인지 계산도 안하고 계약서에 싸인을 해버렸으니, 정말 메롱~됐습니다, 그려ㅎ.
아무튼 김선영의 몸값은 세 달이면 나라 몇 개는 살 천문학적인 몸값입니다. 빌게이츠 부럽지 않은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되겠더군요. 물론 그 전에 최고만과 김집사가 파산신고로 지불을 하지 못하게 되겠지만 말이지요. 한달월급이 6천 5십여만원, 두달이면 1조4천6백 42억여만원...헉 소리 절로나는 월급입니다.
이혼소송을 취하하겠다는 영주의 통고에 소송을 걸어도 패소가 분명해 답답해 하던 박정도, 사기결혼을 한거였냐며, 오, 할렐루야~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박정도의 면상을 열 손가락 날세운 손톱으로 할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니, 박정도라는 인물은 폭력과 범죄욕구까지 불러 일으키는 캐릭터입니다. 하늘에서 행운의 우박이 쏟아진 양 즐거워 하는 그 얼굴을 막 패주고 싶더랍니다. 비열하고, 비인간적이고 뻔뻔하기 짝이 없는 박정도라는 캐릭터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는 김태우의 밥맛없는 밉상연기, 최고입니다.
평생 자식을 짝사랑을 하는 것이 부모라고 하지요. 김선영이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영주가 좋아하는 토속적인 음식밖에 없습니다. 영주의 눈에 눈물나게 하는 사람이라면 대걸레를 들고 혼내주기도 하고, 자살기도를 하기도 하고, 무릎을 꿇기도 하는, 가슴이 뭉개지도록 딸 영주만을 짝사랑하는 엄마라는 이름의 바보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식을 부끄러워 하지 않습니다. 늙고 초라한 자신이 자식을 부끄럽게 할까봐, 골목길 모퉁이에서 초라한 모습을 숨기고 자식을 바라보는 사람이 부모입니다. 선영이처럼 말이지요.
드라마 바보엄마에는 두 바보가 있습니다. 가장 대조적인 인물 김선영과 박정도입니다. 딸을 위해 자신의 그림자에도 바보라는 이름이 씌여있을까봐, 그것마저도 숨기고 싶어하는 지적장애를 가진 바보엄마 김선영과, 자신의 성공에 방해가 될까봐 한 때는 사랑했던 여인과의 사이에 생긴 자식마저 지우라고 하고, 그 딸이 자신의 발목을 잡았다고 생각하는 속물적이고 비열한 아빠 박정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ViewOn)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드라마 홀릭 > 주말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넝쿨째 굴러온 당신' 김남주, 버릇없는 시누이 잡은 통쾌한 한 방 (3) | 2012.04.15 |
---|---|
'바보엄마' 화병돋구는 짜증캐릭터들, 막장종결자 집합드라마 (7) | 2012.04.09 |
'바보엄마' 비열한 막장아빠 김태우 vs 짝사랑 바보엄마 하희라 (6) | 2012.04.02 |
'바보엄마' 정 안가는 박닻별, 누가 슬픈 괴물로 만들었나? (2) | 2012.04.01 |
'바보엄마' 김태우, 참을 수 없는 캐릭터의 가벼움이 짜증난다 (8) | 2012.03.26 |
'넝쿨째 굴러온 당신' 장용, 시청자도 통곡하게 한 아버지의 눈물 (5) | 2012.03.25 |


-
깊은우물 2012.04.02 12:50
요즈음 재밌는 드라마 많이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원체 드라마를 보는 체질이 아니라서..^^;;
4월입니다.
행복 가득하시구요.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