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10 14:50




"당신이 그날 제 그림 속에 우연히 들어왔던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내 풍경이었어요. 윤희씨를 처음 만난 날부터 내 풍경은 쭉 당신이었어요...", 1970년대 서인하의 첫사랑 윤희처럼, 세대를 반복해 그의 아들 서준의 카메라에 정하나가 들어왔습니다. 그들의 운명을 예고하듯 함께 보면 사랑을 하게 된다는 다이아몬드 스노우와 함께 말이지요.
김윤희를 보고 첫눈에 반한 서인하와는 달리, 2012년 서준과 정하나의 만남은 엉뚱한 일로 티격태격하면서 서준을 사랑의 포로로 만들었는데요, 인하와 윤희의 사랑을 서정성 짙은 감성으로 그렸다면, 서준과 정하나의 사랑은 비개인 뒤의 무지개처럼 화사한 느낌입니다.
70년대 서인하와 2012년의 서준에게 사랑은 감전과도 같다는 것이 똑같더군요. 감전사고처럼 전신을 휘감아버린 그 설레임을 '사랑'이라고 확신했던 것은, 두 사람 모두 여자에게 처음으로 두근거렸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자를 하룻밤 즐기는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서준, 오만하고 까칠한 자뻑 포토그래퍼의 렌즈와 서인하의 캔버스는 표현만 다를 뿐 두 사람의 감정을 그려내는 속마음을 상징하지요. 서인하가 인물초상화를 윤희만을 그렸다면, 서준은 직업으로서의 모델이 아니라, 그의 마음에 들어온 풍경 정하나를 카메라에 담습니다. 그 옛날 서인하가 미대앞 벤치에서 책을 읽는 윤희를 보고 미친 듯이 스케치를 했던 것처럼 말이지요.
너무나 닮은 꼴 오마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겹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장근석과 윤아의 분위기가 너무나 달라져서 1인2역을 했다는 것을 잠시 잊어버리게 했으니 말이죠. 
 
무엇보다 놀란 것은 장근석과 윤아의 180도 변신한 모습이었습니다. 지난주까지 시청자를 촉촉한 비에 젖게 했던 인하와 윤희라는 캐릭터를 연기했었나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줬지요. 깔맞춤 의상을 입은 듯 장근석의 허세쩌는 자존감과 윤아의 톡톡튀는 발랄함이 자연스럽고 좋더군요. 장근석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서준이라는 캐릭터가 여심을 얼마나 흔들 것인지도 기대도 되고, 특히 요정같이 깜찍한 윤아의 매력은 현대로 오니 훨씬 살더군요. 
전철역에서 우연히 몸이 부딪쳤던 서준과 정하나, 그때 정하나의 핸드폰이 서준의 호주머니에 들어갔는지, 마치 꼭 만나야 할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만나게 돼있다는 공식을 보여주듯, 운명같은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여자든 마음만 먹으면 3초안에 꼬신다는 작업남 서준은, 정작 한 번도 여자를 보고 두근거려 본 적이 없는 자칭 시크남이었지요. 바람둥이 기질도 농후하고, 여자와 가볍게 만나는 스타일같더군요. 서준에게 여자는 즐기는 개념이었지요.
부모의 영향때문인 듯도 보이더군요. 첫사랑을 잊지못해 괴로워했고, 어머니도 불행했다는 말을 통해 서준은 사랑을 불신하는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서준과 정하나의 대화를 통해 사랑의 두가지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행복과 슬픔이라는... 서준과 정하나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첫사랑을 말하는 장면은, 서인하와 김윤희에게 사랑이 어떤 얼굴로 남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지요. 서인하에게 사랑은 슬픔의 얼굴을, 김윤희에게는 행복의 얼굴이었다는 것을 말이지요.
"난 사랑을 믿지않아. 우리 아버지는 첫사랑을 잊지못해 쭉 괴로워 하셨어. 어머니도 불행하셨고... 그래서 난 그런 사랑은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어"
"우리 엄마는 평생 첫사랑을 잊지 못하셨어요. 그치만 그 추억때문에 쭉 행복하셨다고 해요. 나도 그런 사랑 하고 싶어요".
서인하의 사랑은 슬픔의 얼굴이었기에 서준에게도 사랑은 슬픈 색깔이었습니다. 서준이 사랑을 믿지않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김윤희에게 사랑은 행복의 얼굴이었죠. 꼭 병을 나아서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며 미국으로 떠났던 윤희에게, 인하의 사랑은 그녀를 견디게 했던 힘이었던 것이지요.
사랑을 어떻게 추억하느냐에 따라 그 얼굴도 달라지는 듯합니다. 추억으로 한 페이지를 넘겨버린 윤희에게는 책갈피에 곱게 코팅해서 끼워둔 고운 빛깔의 은행잎처럼 아름다웠던 그대로 박제되었고, 넘기지도 못하고 접은채로 남겨둔 인하에게는 펴지지 않는 접은 자국처럼 상처로 남아있었나 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이 첫사랑이 두 사람에 특별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 그 슬픔과 행복의 무게가 컸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버지의 슬픔을 보면서 사랑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서준이었고, 어머니의 행복을 보면서 하나는 그런 사랑을 동경하며 자랐지요. 
핸드폰으로 이어진 운명같은 만남은 작업남 서준을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여자는 꼬셔도 여자에게 넘어가지는 않는다고 확신했던 자뻑남이 반대로 하나의 작업에 넘어가 버렸으니 말이죠. 그것도 3초 전에 가르쳐준 여자꼬시는 수법을 복사해서 반사하는 하나에게 말이죠.
3초만에 정하나의 마법에 빠져버린 서준, 사랑은 공식이 없습니다. 아무런 준비없이 예행연습도 없이, 별안간 순식간에 감전사고처럼, 예고없이 내리는 비처럼 다가왔습니다. 3초만에...두근... 사랑을 믿지않았던 서준에게 말이지요. 아직은 알지못하지만 슬픔과 행복 두얼굴을 가지고서 말입니다.
70년대 부모세대를 힘들게 하고 행복하게 했던 가슴시리고 저릿했던 사랑, 그 완성하지 못한 그림이 2012년 그 자식들에게는 어떤 얼굴로 담기게 될까요? 슬픔과 행복의 두 얼굴을 가진 사랑비가 지금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서인하의 캔버스와 서준의 카메라에 말이지요. 그들은 어떻게 그들의 풍경을 완성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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