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18 09:08




김구라가 10년전 인터넷방송에서 했던 말이 뒤늦게 공개되어, 결국 출연하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한다고 밝혔습니다. 김구라 막말파동이 수습되는 듯 보였는데, 여러 유명인사들이 이에 대한 의견들을 내놓아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군요.
김구라가 2007년 한 케이블 채널에서 일본 극우논객인 구로다와의 설전을 폈던 일이 뒤늦게 알려져 인터넷 방송에서 했던 말은 단순한 말실수였다고 옹호하는 여론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기본적으로 김구라의 방송은퇴(물론 잠정은퇴입니다)는 당연한 일이고, 백번 천번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과거 방송에서 했던 말에 대한 부연설명이나 최소한의 변명도 없이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자숙하겠다는 김구라의 모습은 진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들 동현이를 위해서도 아버지가 자숙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요.

김구라에게 방송활동은 직업이기에 직장을 잃은 것이나 진배없는 일이기는 합니다. 김구라의 독설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고, 저역시 즐겨보는 프로인 라디오스타의 앞날이 걱정이기도 합니다. 김구라없는 라디오스타는 솔직히 앙꼬없는 찐빵이기에 말이죠. 그러나 방송이 어느 한 MC의 하차로 존폐위기에 처해, 하차에 우려를 표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잘잘못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죠.
정신대 할머니를 윤락여성과 같은 선상에서 놓고 예를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김구라는 아무리 실언이었다 할지라도, 용서받지 못할 실언을 한 것이 맞습니다. 제가 궁금했던 것은 10년전 방송이 나가고, 김구라가 그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를 했느냐였습니다. 아쉽게도 저는 찾지를 못했네요.
한 번 뱉은 말은 쏟아진 물처럼 주워담기 어렵습니다. 사람이기에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습니다. 허나 당장에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를 했더라면, 이런 논란까지 오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업보처럼 과거에 잘못 놀렸던 세 치혀에 의해 베이는 것을 보고, 옛말 틀린 것없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솔직히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김구라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진심으로 자숙하고 시간을 가지면서 그의 방송활동을 되집어보며, 상처를 준 연예인에게도 사과를 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랐지요. 영구은퇴를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자숙의 시간과 뉘우침의 진정성이 인정받으면, 용서를 받고 방송에 복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정해진 시간은 없지만, 대중들이 김구라의 이후의 행동에 따라 용서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요.
누드화보촬영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이승연에게 새겨진 주홍글씨처럼, 김구라도 스스로가 찍은 주홍글씨는 대중들이 쉽사리 잊지는 않겠지만, 스스로가 되었든 대중들에 의해서든 벌은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벌을 받겠다고 방송하차를 한 모습은 말뿐인 사과보다는 천배 나았습니다. 적어도 김구라보다 나쁜 행위를 하고도 뻔뻔하게 금뱃지를 달고 있는 몇몇분들보다는 나았으니까요.
 
그렇다고 당장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이는 위안부로 강제로 끌려 간 역사의 산증인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과를 하고 안하고를 떠난 문제입니다. 개인적인 일이었다면 김구라는 그분들에게 사과하고 화해하면 될 일이겠지만, 위안부라는 우리의 아픈 역사, 살아있는 역사를 건드렸기에,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말이지요.
연예인만 책임지느냐는 말로 김구라와는 비교도 안되게 못된 정치인들과 비교를 해서 동정을 구한다거나, 과거 개념있는 말을 했던 전력이 있다는 것과 상쇄시킬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김구라의 방송하차와 자숙의 시간은 스스로 매를 맞겠다는 모습으로 보여, 적어도 뻔뻔한 꼼수를 쓴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과거 황국신민이 되자고 부추켰던 조중동을 비롯한 친일인사들에 비하면 김구라는 새발의 피도 안되는 말실수(?)에 불과한 일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연예인이기에 벌을 주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잘못했으면 그 잘못한 것만큼 벌을 받아야지요.
정치인들은 왜 그냥 내버려두고 연예인에게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대느냐? 물론 틀린말이 아닙니다. 표심으로 말을 해줘야 하는데, 전 그 지역 주민들이 도대체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지 한심해 보이더군요. 그런 빌어먹을 놈들한테 뱃지를 달아준 지역주민들의 잘못이 더 큽니다. 이렇게 앞뒤 요상스런 말을 쓰고는 한없는 무력함과 분노, 괘씸함, 절망감을 느낍니다. 그에 비하면 김구라는 반성문을 잘낸 상이라도 주고 싶네요.
이런 생각으로 김구라를 한시적인 시간이 끝나면 두팔벌여 환영이야 하지 않겠지만, 반성을 잘한 상으로 후에 복귀에 반대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솔직히 정치적 희생양이 된 것같아 찜찜한 면도 많아서, 어떤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진정성있게 반성의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복귀시점이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요.
그런데 김미화가 김구라의 방송하차를 두고 개인적은 안타까움을 공개해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김미화가 자신의 트위터에 "누나랑 손잡고 할머니들께 가자. 가서 큰절 올리고 안아드리자. 누나가 할머니들 홍보대사이고 딸이다. 할머니는 어머니고, 어머니는 아들의 과거허물 다 용서하신다. 그게 어머니 마음이다"라는 글을 올렸는데요, 당연히 김구라가 사죄를 드리러 가야한다고 생각해서 좋은 충고였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용서 운운하는 것은 오지랖같더군요. 이에 네티즌들이 발끈하자 위안부 할머니들에 허락을 구하고 올린 글이라는 해명글도 올렸지만, 김미화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네요.
김구라의 말이 그분들의 용서로 끝날 문제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입니다. 위안부는 그 분들의 아픔임과 동시에 우리 역사의 아픔입니다. 절대 희희낙낙 방송용으로 떠들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는 말이에요. 할머니들이 용서하면 다 용서를 해야 하나요? 그건 아니라고 봐요. 김미화가 김구라를 아끼는 누나라면, 먼저 혼부터 냈어야 정상이 아니던가요? 물론 김구라의 과거 언행이 김용민과 얽혀 웬지 정치적 보복을 당했다는(?) 석연치 않은 점은 있어서, 누구 말처럼 저 역시 기분이 더럽습니다만, 그렇다고 망언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할머니들이야 당연히 과거에 했던 말이었고, 진심어린 사죄에 용서를 해주시겠죠. 그런데 할머니들이 용서를 해주실테니 방송을 접지말라는 말은 오히려 김구라를 두번 죽인 오지랖 같습니다. 누구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냐는 말에도 기분이 묘해지네요. 위안부를 윤락여성들과 비교를 하는 정신나간 국민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일본놈들이나 그런 말을 지껄이는 것 아닌가요?

김미화는 "할머니들이 몇 십 년을 외쳐도 해결도 못하고 있는 우리 모두가 죄인들 인데, 누가 누구를 향해 돌을 던질 수 있겠니?"라며 김구라를 위로하기도 했는데요, 정신대 할머니를 윤락여성과 비유한 말에 왜 돌(비난)을 던져서는 안되는 것인지 오히려 묻고 싶네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힘없는 대한민국, 무관심한 국민으로서 죄스러운 마음은 물론 있습니다. 김미화가 위안부 할머니들 문제에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물론 알고 있고요.
그러나 김구라는 해서는 안되는 말을 했어요. 돌맞아도 싼 말이었기에, 스스로 머리를 부딪쳐 사과하고 있는 것이라는 말이에요. 목마른 예수에게 물을 준 여인에게 돌을 던지자 예수님이 그러셨죠. "누구든 죄없는 자가 돌을 던지라"고요. 그러나 그 말씀은 이런 경우에 인용하는 말이 아니에요, 김미화씨! 대한민국 국민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도 정신대 할머니들을 창녀에 비유하지 않습니다, 아시겠어요? 그래서 그 큰 잘못을 저지른 것에 대해 김구라가 진심으로 사죄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구라가 여론이 동정론이 있다고 번복할 성격도 아니지만,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는 사람만 들쑤신 꼴이 된 듯 싶네요. 김구라의 방송하차는 잘한 결정이었어요. 그리고 지금의 방송중단이 영구하차가 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구라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동정론도, 방송복귀에 대한 응원도 아닌, 자신을 되돌아 보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돌아와도 늦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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