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마음 졸이게 되는 인물은 바보엄마 김선영과 개장수 아저씨 최고만입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김영주보다는 김선영에게 눈길이 가고, 그녀를 사랑하는 최고만을 보듬고 싶어지는 것은, 그들의 가슴에 난 커다란 생채기때문이에요. 평생 주기만 할 줄 알았던 바보엄마 김선영, 평생 모을 줄만 알았지 주는 것을 몰랐던 천재바보 최고만, 이제는 받는 행복이 무엇인지, 주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된 두 사람에게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가슴아픕니다.
프로포즈를 할 생각으로 들뜬 마음으로 데이트를 나간 최고만 앞에서 김선영이 의식을 잃고 쓰러집니다. 매력덩어리 김선영의 상태가 날로 악화되는 것이 어떤 의미임을 알기에 최고만은 아이처럼 웁니다. 열 한 살에 미국으로 유학을 갔던 수학천재 최고만, 주위에서 최고라고 칭찬하고 떠받들어 주는데도 시간이 지나자 외로웠습니다. 엄마 아빠가 필요한 나이 닻별이처럼 말이죠.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 우는 최고만을 위해 비행기에 올랐던 그의 부모는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뜨고 말았지요. "그 꼬맹이는 아직도 그 나이야. 몸은 자랐지만 생각은 그 때 나이야. 머리로는 아는데 인정을 못해. 맨날 기다리는 거지, 길 잃은 강아지처럼...".
(**신현준의 눈물이 상당히 오글거리는 대사들보다 더 낫더군요::)
김선영의 상태를 알게 된 영주, 심장이 째지는 듯 아파옵니다. 이제서야 엄마를 엄마로 부르게 되었는데, 엄마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닻별이에게 엄마라고 불리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아서 힘든 영주인데, 엄마를 부를 수 있는 시간도 길지 않다고 합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왜 이 모녀에게 이토록 가혹한지 말입니다.
잠든 선영에게 "엄마 사랑해"라고 말도 못해줬다고 우는데, 가슴이 미어지더라고요. 엄마란 그런 존재인가 봅니다. 나이들어서도 응석을 부리고 싶고, 응석부릴 시간이 짧아감에 한없이 죄송스럽고 그립고 부르고 싶은 이름...
김선영 우리엄마. 엄마의 얼굴에서 웃음이 가셨습니다. 딱따구리, 젠장맞을 딱따구리가 찾아왔답니다.
최고만이라는 캐릭터는 어쩌면 이 드라마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인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도 그 캐릭터가 좋은 이유는 세 모녀의 갈등을 풀어주는 완충지였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아직도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성장이 멈춰버린 어른, 그를 덜자란 듯한 순진한 어른으로 그린 것은 '어머니'와는 다른, '엄마'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풀어내기 위함이었을 것이고요. 그래서 개장수 최고만의 입에서 엄마라는 말이 나와도 전혀 낯설음이 없었고, 오히려 애틋함이 더 전해지지요. 쉰이 넘은 중년아저씨인데도 말이지요.
김선영과 김영주 두 모녀가 최고만에게 눈물로 부탁하는 장면이 긴 여운으로 남네요. "제 심장 좀 구해주세요. 불쌍한 우리엄마보다 하루라도 살 수 있게, 아니 딱 하루만 더 살 수 있게 제 심장 좀 구해주세요". 조직검사를 받은 김선영은 최고만을 아버지로 착각하고 울지요. "아부지. 나 쪼매만 여기 있다가면 안됩니까? 우리 영주 이제 내한테 엄마라고 부르거든예. 그러니 천 번만, 아니 백 번만 엄마 소리 듣고 따라거면 안돼요?".
엄마의 손맛을 느끼게 해 준 여자 김선영, 그리고 그녀의 가족들, 그 속에서 최고만은 40년만에 처음으로 가족이 이런 거구나라는 느껴서 행복했습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족이었죠. 김선영을 몰랐더라면, 그 건방진 궁뎅이를 만나지 못했다면 느낄 수 없었던 행복이었지요. 그런데 그 건방진 매력덩어리가 조금만 더 살게 해달라고 합니다. 최고만이 유일하게 하지 못하는 일 중의 하나인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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