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거지로 맞춰보면 시티홀의 신미래(김선아)와 비슷한 면이 있다는 정도랄까요? 김도진은 시티홀의 조국(차승원)과 시크릿 가든의 주원(현빈)을 짬뽕해 놓은 듯 보이고요.
첫회는 주인공들의 이름과 성격 소개가 대부분이기에 과장스럽고 오버스러운 면이 나오기 마련이고, 주인공들에게 보여지는 어색함과 캐릭터에 녹아들지 못한 힘이 느껴지는 것도 대부분은 감수하고 봅니다. 몇회가 지나면 연기내공이 있는 배우들이라면 캐릭터에 녹아드는 것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으니까요.
김하늘의 목소리나 특유의 대사톤을 문제삼는 것은 아니에요. 연기자라고 해도 고칠 수 없는 타고난 부분들도 있으니까요. 김하늘은 단점일 수도 있는 자신의 목소리의 특색을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귀여운 매력을 더 배가 시키기도 하고, 목소리에 눈물이 담긴 듯한 감정을 실기도 하는 배우지요.
문제는 극중 서이수라는 캐릭터와 김하늘이 잘 매치가 되는데도 이상하게 오버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극중 나이가 적어도 30대 중후반은 될 거라는 점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행동이나 말투 등은 20대 막내딸을 연상하게 합니다. 극중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어리게 느껴지죠. 정신연령이나 행동이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기대치가 크게 없었기에 실망도 크지 않았고, 놀랍지도 않았던 장동건의 연기였지만, 오랜만에 브라운관에서 보는 것만으로 만족스러운 뭔가가 있었습니다. 40대 남자들의 사랑에 30대 젊은 배우들이 캐스팅되지 않아 다행이다 싶었죠. 20대 연기자가 30대의 연기를 하는 것에서 느껴지곤 했던, 자연스럽게 전해져야 하는 원숙미의 부족이, 신사의 품격에서는 적어도 비주얼적으로는 느껴지지 않을 것같아서 였죠. 잘생긴 배우를 보는 눈의 즐거움도 솔직히 포함되겠지만요;;.
여전히 장동건은 잘생겼고, 브라운관에서 본 그는 나이도 들어 있었습니다. 장동건도 나이가 든다는 것이 저는 좋더군요. 솔직히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배우들의 인공적인 젊음 시술이 썩 좋지만은 않은 경우가 더 많이 느껴져서 말이죠. 41세의 김도진이라는 캐릭터가 윤기가 반지르르 흐르고, 주름하나 없는 20대의 훤칠샤방 미남이었더라면, 이승기나 박유천, 혹은 해병대에 있는 현빈이 40대 연기를 한다는 느낌이었을 겁니다. 상상만 해도 어색해서 몰입하기가 쉽지는 않겠지요.
30대 현빈이 40대 연기를 하더라도 넘을 수 없는 갭이 그들의 얼굴에 쓰여있는 연륜이라는 나이입니다. 여자배우들이야 화장술과 젊음의 시술로 훨씬 어려보이는 연령대를 소화하는 경우도 많지만, 30대의 한가인이 20초반의 허연우를 연기했을 때의 느낌은, 드라마 완성도에서는 치명적인 독이 되기도 했습니다. 별개로 연기력까지 문제가 있어서 캐릭터의 실패가 더 심하게 불거졌지만 말이죠.
41세의 성공한 독신남성, 장동건은 그 무게감을 자연스럽게 보여준 편이었습니다. 반전이 숨어있는 허당끼도 있었지만, 로코물이라는 장르에서도 망가지는데 비교적 소심한 모습입니다. 여기서 더 망가지면 시트콤이 될 것이기에 그정도면 적당한 수준의 코믹 망가짐입니다.
김은숙 작가는 대놓고 40대 남자들이 숨기고 있는 여자들에 대한 속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겠다고 하면서, 다소 야한 대사와 장면도 들어갈 것이라고 했지만, 기절초풍할 정도의 수위까지는 아닌 듯합니다. 공중파라는 부담감때문에 묘사하는 데도 은유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겠죠.
불혹의 나이 40, 여자를 보고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공자님의 말씀 도중에 쭉쭉빵빵 미끈한 아가씨를 보고 눈이 돌아가는 모습은, 남자들의 심리를 화면으로 풀어낸 기발함이었죠. 실제 그런다면 대한민국 곳곳에서 몰매를 맞는 남자들 투성일 겁니다.
까칠남 주원의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드높기만 했던 사회지도층 인사의 까칠도도함이 매력이었고, 열악한 환경에서 스턴트 우먼으로 강렬한 인상은 남겼던 하지원의 매력이 있었죠. 무엇보다 주원과 길라임이라는 캐릭터는 어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 캐릭터의 나이가 두 사람의 비주얼과도 매치가 되었죠.
그런데 김하늘에게서는 어린아이같은 철 덜든 어리광이 보이고, 김도진에게서는 40대 중후함이 먼저 보이지요. 그러니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장면에서는 20년차이가 나는 듯한 갭이 보입니다. 비주얼은 두 사람의 나이가 느껴지는데도 불구하고, 캐릭터의 체감나이는 훨씬 더 차이가 느껴진다는 것이지요. 시청자가 멜로(로코물 포함)에 꽂히는 순간이 있습니다. 남자주인공이나 여자주인공의 감정선에서 함께 필을 느꼈을 때죠. 그런데 두 사람에게는 이게 들어갈 틈이 잘 안보인다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설레이지가 않아요. 사랑스럽고 귀엽기는 한데, 사랑하고 싶다는 찌릿한 느낌이 오지 않는달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ViewOn)은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음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구독'을 누르시면 제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 측에 있습니다.
'드라마 홀릭 > 주말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사의 품격' 장동건, 비호감 캐릭터로 출발한 이유 (4) | 2012.06.03 |
---|---|
얼굴값 못하는 송승헌-이연희, 한 장면만이라도 임팩트있게! (107) | 2012.06.03 |
'신사의 품격' 김하늘, 정신연령의 품격도 조금 높여주시죠 (5) | 2012.05.28 |
'넝쿨째 굴러온 당신' 곰탱이의 남자 또라이, 따도남 천재용의 매력 (9) | 2012.05.28 |
'신사의 품격' 김하늘-장동건, 신드롬 이어갈 수 있을까? (9) | 2012.05.27 |
'넝쿨째 굴러온 당신' 천재용의 고민, '내 이상형이 아닌데 어쩌죠?' (8) | 2012.05.20 |

-
김소영 2012.05.28 16:18
1회를 보고 느낀건 두사람(장동건, 김하늘)이 잘 안어울린다,
하지만 장동건을 드라마를 통해 실컷 보니 좋구나 이런 정도의 기대반 우려반이었어요.
어제 2회를 보고 느낀건 참 합의서 갖고 엄청 시간끈다, 더이상 나올 에피소드없으니 다른 상황으로 진행되었으면 하는 짜증스러움, 누리님 말씀대로 김하늘의 나이답지 않은 과한 애교 설정등...- 하지만 침대에서 날씬한 다리를 마구 구를 때는 나도 따라해보고 싶더이다 - 여러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와 닿더군요...
매인 남주인공이 4명이다 보니 집중이 잘 안되고 분산되는 느낌, 강약의 부조화, 과한 설정등이 거슬리더이다.
하지만 깨알같은 즐거움도 있는데 장동건의 표정연기를 보는 것과 4O대 결혼안한 남성들의 심리상태를 보는 즐거움? 정도? ㅋㅋ
1,2회 만으로 기대를 저버리게 되는데 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니길 바랍니다.
-
코나 2012.05.28 17:15
김은숙 작가 작품이라는 것은 인터넷에서 알았어요. 좀 산만해서 자리 잡히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장동건의 연기에 대해서는 저도 다른 의견보다는 초록누리님의 의견 쪽에 더 동감입니다. 뭐 그 정도 수위면 되었지.. (기대는 별로 안 했나 봐요. ) 시간 지나서 살짝만 덜 어색하면 좋겠지 이런 생각은 드네요.
김하늘은 김하늘표 연기를 보여주는 정도란 느낌만 들어요. 딱 거기까지..
결혼 안 한 노총각들의 철없는 모습은 전 제법 많이 봐서 뭐 이상하진 않아요.
그건 그렇고 애들 가르치는 직업이 사실은 그 애들의 모습과 살풋 닮아 있거든요.
여기서는 고등학교 윤리 교사인 것 같으니.. 아마 고등학생들의 모습과 살풋 닮아 있을 순 있을 거에요. 일반 회사원들하고 느낌이 다르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초록누리님 말씀대로 김하늘이 좀 덜 오버하면 더 괜찮아 보일 것 같긴 합니다. -
. 2012.05.28 18:54
초록누리님은 좋게 써주셨군요.
저는 김하늘 보면서 연기 드럽게 못하네ㅡㅡ^ 했었습니다.
예쁘게 나와야 하는 곳에서는 예뻐 보이지 않았구요. 귀여워 보여야 할 곳에서는 민망하더군요. 딱 뿌러지게 자신을 표현해야 하는 곳에서는 거만해보이더군요. 온에어에서의 김하늘은 자기 옷을 편히 입은 듯 느껴졌었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너무 힘을 주는 것 같은 느낌? 누리님 말씀처럼 대본의 문제일런지도 모르지요. 근데 저는 작가의 대본을 김하늘이 망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요? 잘만 표현했다면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탄생했을 것 같거든요. 옛날 나이먹어서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맥 라이언 같은.
계속 김하늘을 보면서 이리 민망해지면 작가와 감독을 꽤 좋아했었지만 보기 싫어질듯 해요. -
오렌지 2012.05.28 21:46
저도...'김하늘'과 '서이수'가 너무도 따로인 듯해서 보기 어색했더랬습니다..ㅠㅠ
여주가 사랑스러워야 드라마를 볼 맛이 나는데...영....사랑스럽지 않고...ㅠㅠ
시티홀의 김선아님은 정말....외모(약간의 인위적인?^^;;)나 나이 따위!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주였는데 말입니다...
김하늘씨는....
얼굴도 어째 좀.....뿌득뿌득..하니 어색하고
연기도....못한다는 생각이 들고....
-로코의 여주는
오버해서 망가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예쁘기만 하고 발로 연기하는 20代 여배우 같았습니다...ㅠㅠㅠㅠ
슬픕니다........ㅠㅠㅠㅠㅠㅠ
서이수가 사랑스러운 여주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