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장동건이라는 배우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진 여심이 와르르 무너지는 역효과도 일시적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김은숙 작가가 누구입니까? 찌질이도 매력적인 왕자님으로 만들어가는 캐릭터 구축력만큼은 대단한 작가이니 장동건의 반전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장동건이 현빈신드롬을 만들 수 있을까는 아직은 물음표가 더 강하지만, 이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은 현빈의 주원보다 더 높답니다. 김도진은 주원의 폐소공포증보다 심한 트라우마가 있을 것같아서 말이죠.
드라마 주인공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깨끗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던 제가 너무 구식인가, 보수적인 가 싶기도 하고 말이죠. 물론 숫총각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하룻밤 생리적 욕구를 발산하는 주인공이 곱게 보이지는 않은 걸 어쩌란 말인가 싶더랍니다. 자연스러운 성생활이라고요? 그래도 흠;;;;;;;
서이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김도진이 발렌타인데이에 허리가 휘청일정도로 수북히 쌓인 초콜렛 바구니를 받고, 태산을 짝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는 이수의 거짓 고백을 받기는 했지만, 홧김에 다른 여자를 끼고 잤다는 것도 앞뒤가 안맞고, 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서 였다기엔 그 모랄이 심히 이해가 안가고, 여튼 김도진이라는 캐릭터는 상당히 비호감이었습니다.
태산을 짝사랑하는 서이수의 초콜렛 바구니, 서이수와 전화통화를 시도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자 이수의 집을 찾아가지요. 도진을 피했다가 문자를 받고 혼자 쇼를 하는 이수를 차안에서 훔쳐보는 도진, 혼자보기 아까운 장면이었지요. 안타깝게도 저렇게 사랑스럽고 귀여운 여자가, 자기가 아닌 태산바라기라는 것이 슬픈 도진이죠. 초콜렛 바구니에 남겨진 유치찬란 카드를 보고 열을 받아왔지만, 되로 주고 말로 받은 느낌입니다.
"언제부터 내가 좋았어요? 내 어디가 그렇게 좋은데요? 시리도록 아픈, 슬프도록 예쁘긴 하죠, 내가?" 메아리의 장난이 불러온 화였지만, 진심 자뻑 왕재수남의 재수털리는 말에 어이가 없는 이수입니다. "동의안하는 눈빛이네요, 겁도없이". 어머어머 어쩜 저렇게 겁도 없이 싸가지없는 말만 늘어놓을까요? 왕자병 중증입니다. "슬프도록 바쁘긴 하죠".
김도진의 집착은 결국 성공했습니다. "나 몰라요?", 빨간 원피스 올이 풀렸던 날 엉덩이를 가려준 그 일을 그토록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서, 결국 인정과 감사인사까지 받았으니 말이죠. 강릉으로 원정경기를 하러 가는 날, 도진은 이수와 함께 가기 위해 태산에게 없던 스케줄을 만들어 주고, 최윤에게는 메아리와 다른 선수들을 태워오게 하고는 오붓한 드라이브를 즐기지요. 오붓한 드라이브였다기 보다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무공해 무균실에 집착하는 깔끔병만 확인했지만 말이죠.
멀끔하게 생긴 독신주의자가 그 이유가 돈 벌어서 아내와 아이와 나눠쓰기 싫은 것이 이유라니 참 황당스러웠네요. 그보다는 숨겨둔 비밀이 더 나올 것같아 도진이라는 캐릭터가 의외로 복합적이고 입체적일 수 있다는 예감도 들더군요. 남자 나이 마흔,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그 넓고 황량한 가슴에 켜켜이 쌓여있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거절당하면 혼자 짝사랑했으니까 서이수한테는 책임없다는, 일종의 싸가지 자뻑남의 배려이자 계산일까요? 건축가라는 직업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계산을 해야 하는 사람이고 도면을 완성하는 사람이기에, 김도진이 그 완벽주의적인 성격상 사랑도 짝사랑으로 일방 통보를 해버리는 것같아, 멋진 대사가 더 비호감이더랍니다. 뭐랄까 개멋만 잔뜩 낸 헛소리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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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2012.06.03 19:52
제가 못본 5분 사이에 그런 못된 베드신이 등장했군요?^^;
누리님 말씀대로 도진의 과거에 그럴 만한 트라우마가 존재할 겁니다. 성생활이 그렇게 자유분방하고 도덕적 가치를 두지 않는 그의 가볍기만한 행동에는, 분명 과거의 깊은 상처가 있겠죠, 아니 있어야 되는 거죠~
전 요즘 20대의 성풍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몰라도 도진의 그런 반전이 어색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어쩌면 자신은 의식하진 못하지만 이수에게 받았을지도 모를 상처를 여성과의 관계를 쉽게 함으로써 굴절된 그의 과거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을 지도 모른다 생각했거든요.
분명 그가 그럴 수 밖에 없는 his-story가 존재할 겁니다. 누리님의 우려를 날려줄 만한 것으로요^^;(꼭 그래야 할텐데...ㅠㅠ)
것보다 두 주인공이 잘 어울리는 커플로 거듭나길 진정 바랄뿐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tv전원을 끄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