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 저 편 누구 편도 되고 싶지 않지만, 수정의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선은 모든 카드를 서회장이 쥐었으면 싶군요. 물론 서회장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며 건재해서는 안되는 인물이지만 말입니다. 결국 모든 사회의 부조리는 서회장과 같은 돈의 힘에서 나온다는 것이, 우리사회의 썩은 단면이기 때문에 말이지요.
드라마를 보면서 그런 상상을 해봅니다. 강동윤이 대통령이 되기 전에 추락하는 모습이 더 통쾌할 지, 대통령에 당선되어 최고의 기쁨을 누리는 순간에 고꾸라뜨리는 것이 더 통쾌할 지를요. 살인자가 대통령에 당선된 일도 있었기에(한 번은 무력으로, 한 번은 전 정권의 세습으로), 역사에 오명으로 남을 일 따위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선된 후에 고꾸라뜨린다면, 재선을 치뤄야 하는 만만찮은 사회적 비용이 드는 일까지 벌어지게 생겼으니, 이런 놈 때문에 국고낭비가 도대체 얼마인지 말입니다. 서울시 무상급식을 투표에 부쳐 어마한 선거비용을 치르게 한 인물도 있었습니다만...
강동윤과 서회장, 신혜라의 전쟁터 판을 흔든 것은 최정우 검사였습니다. 강동윤의 지퍼맨(말을 못하는 줄 알았는데 말도 하더군요) 배기철을 입건, 30억으로 의사 윤창민을 매수한 정황을 잡아낸 것입니다. 입금내역 자료는 신혜라를 빼도박도 못하게 만들어 버렸지요. 살인교사 혐의!
강동윤이 촛불문화제에서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했던 적이 있었죠. 권력의 반은 신혜라에게 주겠다고 약속하는 모습을 보니, 권력을 무슨 떡 쯤으로 알고 있는지, 화면으로 들어가서 면상을 후려갈겨 주고 싶더군요. 정치인에게 권력이란 그런 것입니다. 지들끼리 나눠먹는 떡으로 알고 있다는 겁니다. 국민들이 한 표 한 표 모아준 것을 자기들 떡잔치에나 쓰는 인간들입니다.
최정우 검사가 왜 백홍석의 사건을 맡았는지, 그가 포기하지 않을 확실한 이유를 보여줘서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아버지를 자기 손으로 수갑을 채웠던 검사였더군요. 존경받는 판사였던 아버지가 단 한 번 받은 전별금, 그것은 정치권에서 최정우 아버지를 치기 위한 구실이었을 뿐이었습니다. 강직한 판사는 눈엣가시였을테니까요. 법과 원칙에 충실하겠다는 최정우 검사의 흔들림없는 표정은, 작가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정의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정우 검사 화이팅!
사랑 하나에 모든 것을 건 서지수는 결국 자신의 사랑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는 것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지요. 한오그룹 서회장의 자리에 앉기 위해 서지수가 필요하고,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은 서지수를 절망으로 몰고 가는 말이었습니다. 사랑은 야망으로 변해가기 쉽지만, 사랑을 위해 야망을 바꾸는 일은 없다고 하지요. 서지수를 만난 강동윤은 서지수의 배경을 업고 야망을 더 크게 키울 수 있었죠. 서지수가 사랑을 위해 일찌감치 야망을 내려놓은 것과는 반대였습니다.
그래서 드라마에 심한 옥에 티가 보이는데도 그냥 넘어가게 만들 정도입니다. 백수정 교통사고와 백홍석의 도망시간이 상당 시간이 걸렸는데도, 도망자는 계절의 변화조차 감지를 하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출연자들은 여름 반팔 옷을 입고 나오고 있고 말입니다. 배기철 체포영장을 가지고 온 날짜가 11월 20일인 것을 보면, 날씨도 추워졌을텐데, 시간계산을 못하고 있는 것은 옥에 티입니다. 분노가 너무 끓어오르는 드라마라 그런지;;
그럼에 불구하고 백홍석은 힘없는 풀처럼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故김수영 시인이 노래했듯이 풀은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납니다. 그러면서도 시인은 바람보다 늦게 울고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고 간절하게 희망을 노래했습니다. 절망과도 같은 현실을 한가닥 희망으로 노래하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마저 눕는 세상, 시인이 노래했던 60년대와 오늘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날은 더 흐리고 비구름은 더 짙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빈익빈 부익부는 심화되고, 부와 권력은 집중되고, 거짓 사탕발림으로 던져주는 희망에 속고, 댓가는 가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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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투 2012.07.03 17:43
너무도 감독적인 드라마평 잘 읽었습니다.
권력욕에 불타는 자들이 늘상 떠드는 말이 바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입니다.
독재자 박정희가 그랬고 이승만이 그랬으며 29만원이 전재산이라고 떠드는 살인자 전두환이 그랬습니다.
그리고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 권력을 잡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도대체 왜 그런 자들에게 권력을 주려고 하는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쉬운말로 너무도 몰라서라고 하기엔 요즘처럼 미디어가 발달한 사회에선 잘 안어울리는 표현이고....
다가오는 대선에서 우리들이 가진 한방을 잘 사용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