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자매의 데뷔작품 쾌걸춘향을 시작해 지금까지 한 작품도 빼놓지 않고 봐왔던 시청자로서 실망이 크네요. 물론 결혼기간에도 권태기라는 것이 있고, 사랑하는 시기에도 권태기가 있다지만, 홍자매의 권태기는 심한 수준이었습니다.
공유의 TV복귀 작품이었는데, 공유의 원맨쇼로 끝나버린 드라마가 되었군요. 공유가 영혼체인지된 강경준이라는 캐릭터를 잘 표현한 것은 아니었음에도 연기 자체는 좋았죠. 공유의 강경준은 50%의 서윤재와 1%의 강경준이 합체된 제 3의 캐릭터였습니다. 이럴 거면 왜 영혼체인지라는 설정으로 연기자에게는 부담을, 시청자에게는 캐릭터 몰입방해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서른살의 서윤재라는 성인이 열여덟살의 고등학생 강경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으니 말입니다. 스물 여섯 어리버리 여선생과 고등학생과의 사랑, 백번 양보하고 사랑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참아낼 수는 있었습니다. 강경준도 서윤재도 아닌, 강경준이라 불리는 공유를 볼 때는 말이죠.
서윤재의 기억이 돌아왔는데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길다란에게 해주려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엿바꿔 먹어버리고는 미국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았으니 말이죠. 서윤재의 사랑도 진심이었는데, 드라마의 한 축을 담당했던 서윤재의 사랑은 완전 쩌리됐더라죠.
홍자매가 멘붕상태가 아니고서는 이렇게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엉터리 방터리로 글을 쓰지는 않았을 겁니다. 홍자매 더위 많이 먹었나 봅니다;;.
공유와 이민정은 초반부터 이민정의 연기력이 도마위에 오르더니, 끝내 캐릭터 구축도 실패하고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이민정이 연기가 많이 자연스러워졌지만, 길다란의 캐릭터는 끝까지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같은 시간대에 방송했던 추적자의 박경수작가가 썼던 대사를 보면, 인생의 깊이 뿐만 아니라 자료를 찾아보고, 발로 뛰면서 캐릭터 하나하나를 완성해가는 고뇌가 느껴졌지요. 법조항 하나 하나에서부터, 의료적인 문제까지 얼마나 치밀하게 조사하고 썼는지 혀를 내두를 정도였죠. 하지만 홍자매는 캐릭터에 대한 성의는 고사하고, 스토리에 필요한 자료조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적당히 오글거리는 대사와 통통 튀는 대사로 연기자들에게 기대가려는 것이 확연히 보이는 것이 홍자매 스타일입니다.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죠. 고등학교 국사선생님으로 나오는 길다란, 초반에는 임시직이었지만 학교가 직장인지 놀이터인지, 친구 만나러 가는 곳인지 알 수 없는 직업의식을 보이죠. 국사선생님이라고는 하지만 수업하는 모습을 본 적도 없고, 뭘 가르치는지도 모르겠더군요. 김은숙 작가의 신사의 품격을 보면 김하늘이 윤리교사로 나오고 있는데, 김하늘과는 여러모로 대조적이죠. 하다못해 불량학생 김동협의 아르바이트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청소년 고용법을 좔좔 읊으며 선생이라는 직업을 살려내는데 말입니다.
드라마 작가라는 사람이 이렇게 '많이 아파요'라는 말 한마디로 심각한 환자로 만들었으면서도, 그 병에 대한 것은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 경우는 처음 봅니다. '아프다--->강경준 비틀비틀 어지러워 한다--->동시에 병원에 누워있는 강경준의 몸이 들썩인다', 이러고 끝이죠.
하긴 신원호의 얼굴이 등장해서 길다란과 촉촉한 눈빛을 주고 받았다면 케미가 느껴졌겠습니까? 어린학생과 원조교제하는 여선생의 이미지밖에 더되겠느냐고요. 오죽했으면 마지막에 공유의 얼굴을 과거 회상장면으로 대체했을까 싶습니다.
강경준을 사랑하게 된 길다란, 홍자매에게 묻고 싶습니다. 길다란은 서윤재의 얼굴을 한 강경준을 사랑한 것인가요? 아니면 강경준의 멘탈을 가진 서윤재를 사랑한 것인가요? 강경준의 얼굴로 돌아온 강경준을, 길다란이 사랑했던 강경준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요? 고양이를 보면서 '이 안에는 과거 네가 귀여워 했던 강아지의 멘탈이 들어있으니 강아지로 여겨라' 라고 강요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요?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의 눈높이도 높아졌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연기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사랑받지 못합니다. 드라마를 쓰는 작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랜드화가 된 이름값이나 전작의 흥행성공, 혹은 스타 연기자에게 기대 어설픈 말장난이나 하는 작품은 외면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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