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5. 09:12




공민왕의 자주개혁 의지가 선포되는 순간이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호복을 벗어던지고 황룡포로 갈아입는 장면은, 시청자에게는 뭉클한 감동을, 편전의 중신들은 경악하게 했지요.

길게 땋아 늘어뜨린 변발도 깔끔하게 상투로 틀어 올리고 익선관을 쓰며, 스스로 반원정책의 모델이 되는 공민왕, 이제 그는 나약하고 힘없는 고려의 왕이 아니었습니다. 공민왕의 옆에 고려의 왕비복으로 갈아입고 선 노국공주 역시도 더이상 원의 공주가 아니었습니다.  


감옥에 갇힌 최영을 독대하러 온 공민왕, 반대를 물리치고 감옥으로 간 이유는 최영이 자신의 명을 수행하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었지요. 우달치 주석을 통해 공민왕은 그제서야 최영이 무슨 말을 전하고자 했는지를 이해했지요.

"우달치 중랑장 최영, 아직 전하께서 내리신 임무를 다하지 못하였습니다", 선혜정에서 중신들이 독살당한 증거는 이미 공민왕이 가지고 있었지요. 독에 의한 살해였으며, 기철이 한 짓이라는 것까지도 말이죠. 전하께서 내리신 임무를 아직 다하지 못했다는 말로 최영이 선왕이 아닌, 공민왕의 명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려왔다는 것을 알게 된 공민왕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지요.
최영을 만나 직접 친국을 하겠다며 대신들의 만류를 묵살하고 옥사를 향해 가는 공민왕, 카리스마 짱!입니다. "내가 내린 임무는 두 가지였어요. 증거를 찾아오라, 그리고 내가 누구와 왜 싸워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려달라", 증거와 누구와 싸워야 하는 지는 이미 알았고, 왜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답만이 남아있었던 게지요. 최영은 그 답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말로, 경창군을 옹립시키고자 역모를 했을 지도 모른다는 공민왕의 의심을 풀어준 것이지요.


"나는 내가 왜 싸워야 하는지 알고 있어요. 그러니 그대는 어찌 싸워야 하는지 가르쳐줘요, 내가 그대를 구할 수 있게..". 의선 유은수를 기철에게 내어 준 것에 대해서도 공민왕은 진심을 얘기했지요. 그것만이 의선을 지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며, 내 곁에 있으면 그 분이 더 위험해질 거라 판단해서 였다고 말입니다. "내가 힘이 없어서 어쩔 수가 없어서"라고 자책하는 공민왕의 모습이 측은하기 까지 합니다. 허울뿐인 왕의 자리, 사람 하나 지키지 못하는 힘없는 왕이 지금 공민왕의 처지이니 말입니다.


유은수의 안부가 걱정되어 안전하냐고 물어보지만 공민왕도 확인해 볼 방법이 없다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애가 타는 최영, 유은수의 안전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탈옥을 감행했지요. 공민왕과의 독대, 그리고 탈옥까지 감행하는 최영은 예전의 최영이 아니었습니다. 꽁꽁 얼어있던 마음의 빗장을 풀고 나온 최영이었기에 말이죠. 호수의 얼음이 깨지면서 물속으로 빠져 살고자 허둥대며 나오는 장면은 최영의 각성을 의미했습니다.


유은수가 선물로 준 들국화를 아스피린 병에 넣어뒀던 로맨티스트 최영, 그냥 버리지 않았으리라 생각은 했지만 그런 깜찍한 생각을 하다니, 나중에 유은수가 아스피린 병에 넣어둔 꽃을 봐야 하는데 말입니다. 압송되어 가면서도 최영은 유은수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지요. 언제부터였을까? 이 여인이 하늘의원이 아니라 여인으로 다가오게 된 것이... 어깨를 기대고 잠이 들었던 순간? 꽃향기가 피냄새를 지워줄 것같다고 꽃처럼 웃던 순간? 기철 앞에서 무릎을 꿇고 끌려가는 자신을 젖은 눈으로 바라보던 순간?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여인의 손이 닿는게 싫지가 않습니다. 자꾸자꾸 그 여인을 향해 눈이 갑니다.

 

유은수에게도 노란 소국은 최영을 떠오르게 합니다. 기철이 유은수의 마음을 가지고 전하와 내기를 했다고 털어놓았지만, 유은수의 마음은 글쎄! 내가 보기엔 전하도 기철도 못 가지게 될 듯 하더이다. 최영이라면 또 모를까?ㅎㅎ
기철이 보여준 화타의 유물에 메이드 인 코리아가 새겨있는 메스를 보고 놀라는 은수였지요. 두 개가 더 있다는데 기철이 자식, 거 되게 짠돌이처럼 안보여주더군요. 얼핏 보니 청진기와 주사기가 보이지 않았는데 나머지 두개라는 게 청진기와 주사기가 아닐까 싶던데...

은수는 은수대로 기철의 비위를 맞춰주는 척하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지요. 폭탄주를 먹이고는 기철을 데이트하자는 말로 밖으로 유인해 도망칠 심산이었죠. 기철이 그렇게 말랑말랑한 사람이 아니라 은수에게 속아 넘어가는 척은 했지만, 데이트라는 것도 해보는 기철이었지요. 은수가 들국화에 관심을 가지자 등뒤에 감추고 은수에게 주려고도 했지만, 멍때리고 가는 은수때문에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실패했지만 말입니다. 기철이 나쁜 놈이기는 하지만, 은근히 귀여운 구석도 있어서 자꾸 정이 가서 큰일입니다.

기철의 눈을 피해 그 바닥이 그 바닥, 기철의 손바닥안이었지만 숲을 달리는 은수,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 했지요. 그런데 귀신처럼 나타난 최영이 은수를 붙잡아 주고는 사라져 버렸답니다. 정체를 밝히지도 않고 스르륵 사라져 버리는 그대를 흑기사로 이름합니다. 나중에 기사복 비슷한 옷을 입고 궁에 잠입해 공민왕을 만나기도 했는데, 간지 죽이더라는;;... 이민호, 저렇게 잘 생기면 사는데 불편하지 않나?! ^^
은수도 묘한 기분을 느끼기는 했지만, 옥에 갇힌 최영이 설마 그곳까지 왔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을 테지요. 그나저나 멀리서 은수를 바라보는 최영의 눈, 우왕! 사랑에 빠진 눈이던데 임자커플 진도는 언제 나가려나? 빨리좀 어떻게 해봐욧!


삶의 목표도 살아야 할 의미도 없었던 최영에게 삶은 하루 하루 죽음을 향해 가는 과정일 뿐이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목표가 생긴 것이죠. 지켜야 할 사람과, 싸워야 할 상대가 생겼습니다.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최영이 탈옥했다는 말을 들은 기철이 우달치 병영과 공민왕의 처소에 들이닥쳐 최영을 찾았지만 발품만 팔았지요. 신출귀몰한 최영이 옥사에 얌전히 있을 줄이야~~  친히 면회를(?)를 온 기철에게 한 방 먹여 시원하더군요.


탈옥했던 최영은 우선 유은수의 안전을 확인하고는 은밀히 궁에 잠입해 공민왕을 만나고 갔지요. "한 가지를 여쭙고 한 가지를 답하고자 왔습니다", 묻고 싶은 것은 왜 싸우려고 하느냐? "왕이 되기 위해서요", 이미 왕인데 왜 그런 말을 하느냐고 반문하는 최영, 공민왕의 대답은 슬프리만큼 솔직했습니다. "그대도 나를 왕으로 여기지 않으면서 그리 말하면 내 참으로 허무하지...", 이심전심으로 왕이 되고자 한다는 의미가 무엇을 말함인지 서로 확인하는 말이었죠.

"싸우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셨습니다. 왕은 싸우는 분이 아닙니다. 가지는 분입니다. 우선 저를 가지십시오. 그러면 싸움은 제가 하겠습니다". 원에서 개경으로 오기까지 그 험난한 여정을 겪어 오면서도 공민왕의 믿음에 답하지 않았던 최영, 무사 최영이 목숨을 걸고 함께 할 주군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이었습니다. 

노국공주를 찾아가 고려왕비복을 내밀며 도와달라고 청을 하는 공민왕, "내가 밉고 한심하고 우습겠지만, 나도 이제 정면돌파라는 것을 해보려고 합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얻고 싶은 자를 위해 자신의 용기를 먼저 보여주는 것이 순서일 듯하다며, 호복을 벗겠다는 의사를 표했지요.
신하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호복을 벗어던지고 황룡포와 익선관을 쓰는 공민왕, 그렇게 왕의 길을 걷기 시작한 공민왕이었습니다. 용포를 입고 익선관을 쓰는데 가슴이 뜨거워지더라고요. 그리고 그가 얻은 첫 사람 최영과 그의 부하들을 궁으로 불렀습니다. 갑옷을 입혀 당당한 고려장수들로서 예우하면서 말이지요.

 

공민왕이 최영을 구한 한 수는 절묘했습니다. 우달치들에게 은밀히 명을 내린 사람이 자신이었다고, 최영의 역모죄를 구명한 것이지요. 정면승부수를 던지는 공민왕을 보는 기철의 표정, 헉, 이건 또 뭐야 뜨아~~ 

우달치들에게는 명을 수행해 온 것에 대한 포상을 내리겠다고 불렀는데요, 전날 밤의 칙서를 보니 최영을 중랑장에서 낭시(?)로 승격까지 시키더군요. 칙서전에 임명장인 듯한 것이 나왔는데 여기서 옥에 티가 보이더라고요. 대충 한자 내용을 보니 화가 시험에 합격한 신윤복 등 2명에게 내리는 임명장 같아 보이더군요. 신윤복은 조선후기 화가인데, 고려시대 화가 신윤복은 누구세요?


그건 그렇고 예고에 최영장군의 헤어스타일 보고 깜놀했습니다. 어떻게 원상복귀는 안될까요?ㅠㅠ
 
최영이 꽁꽁 언 얼음빙판에 자신을 가두고 있었다면, 공민왕은 힘없고 무능한 왕이라는 열등감에 자신을 가두고 있었습니다. 껍질을 깨지 못하고 알에 갇혀있었던 두 인물의 공통점이었죠. 그리고 두 사람이 동시에 알을 깨고 나오는 모습을 보였지요. 최영은 살아갈 의미와 목표를 세웠고, 공민왕은 자주고려의 기치를 내걸고 친정체제를 구축해 진정한 왕이 되겠다는 뜻을 세웠습니다. 고려말의 혼란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유은수, 그녀가 고려로 가게 된 것은 우연이었을까요? 기철이 가지고 있는 화타의 유물이라는 것을 통해, 유은수가 고려로 가게 된 일 역시도 필연으로 얽혀있어 보이기도 한데 말이죠.

 

최영과 공민왕, 뜻을 세우고 목표를 품었으니 일 낼 것 같습니다. 비록 역사에서의 공민왕은 노국공주를 잃은 후 개혁의지를 잃고 향락에 젖어들어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군주로 남았지만, 폄훼되어서는 안되는 것은 반원의 용기와 고려중흥이라는 개혁의 의지일 것입니다.

100년 가까이 고려를 지배해 온 원의 복식과 문화를 스스로 모델이 되어 금지령을 내린 공민왕, 이 정도면 우리 역사를 바꿨다고 평가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 황실의 입김에 옥좌가 왔다갔다 하는데도 호복을 벗어던진 공민왕의 용기는 진정한 왕의 모습이었습니다. 고려의 마지막 영웅들 공민왕과 최영, 그 속에 피어나는 노국공주와 유은수의 사랑은 이들 영웅을 어떻게 변모시키고 강하게 하는지, 지켜봐야 겠군요.

게으른 최영은 녹아버린 얼음과 함께 사라지고, 힘이 없어서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고 징징거렸던 공민왕은 벗어던진 호복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지켜야 할 사람들, 내 나라 고려를 위해 싸우고 살아야 할 일만 남았습니다. 비록 과거의 역사지만, 공민왕에게 파이팅 넘치는 응원을 해주고 싶군요. 일어나라 황룡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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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1 Comment 10
  1. 호크 2012.09.05 10:31 address edit & del reply

    우와 이렇게 정리를 해주시니 어제 본 내용이 머리속에 쏙쏙 각인되며 들어옵니다. 어쩜 글 너무 잘쓰시네요. 신의.. 기대않고 보다가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깜놀 ㅋㅋ

  2. 메이드인코리아 2012.09.05 10:35 address edit & del reply

    공민왕과 노국공주/최영과 유은수 이 남녀간의 애절한 그리움과 사랑보다...
    어제는 공민왕과 최영의 신뢰가 더 뜨거운 감동이었습니다.
    원래 남남커플에 더 울컥해지는 쪽이라..-_-;;;

    코리아의 원조...고려시대에 메이드인 코리아를 보니 없던 애국심마저 발동됩디다..
    암만요....기철은 대한민국에서 '중국산'이 받는 대우를 알면 아마 기절할겁니다.ㅋ
    수술용 메스에 메이드인차이나 라고 쓰여있었으면...아마 은수가...
    이거 짝퉁이네! 했을것 같다는..ㅋㅋ

    • 초록누리 2012.09.05 14:26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런 장면이 나왔어도 빵 터졌겠습니다. 이거 짝퉁이에요.ㅎㅎㅎ
      그래도 메이드 인 코리아가 훨 낫죠?^^

  3. 출가녀 2012.09.05 11:1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오늘이 휴일이라 밀린 신의 다 다운받아 볼까 하고있어요~ㅎㅎㅎ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셔요~*^^* ㅎㅎㅎ

  4. 쪽빛 2012.09.05 11:21 address edit & del reply

    "내가 아는 역사와 뭔가가 조금씩 다르다"고 했으니, 은수의 개입으로 인하야 비로소 역사가 제 궤도대로 흐르나 봐요. 그러려고 그 먼 고려로 타임슬립~, 그러니까 은수는 고려로 올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건가 본데요. 그나저나 화타는 과연 누구일까요? 전 그것이 몹시 궁금합니다. 누리님의 셜록 뺨치는 추리력 ~ 기대합니다~ ^^

    • 초록누리 2012.09.05 12:24 신고 address edit & del

      몇가지 가설들을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은 전혀 힌트가 나오지 않아 머릿속으로만 상상하고 있답니다.
      다음주 정도면 화타에 대한 추측을 할 수 있는 단서가 던져지지 않을까 기다리고 있어요^^

  5. 비너스 2012.09.05 11:56 address edit & del reply

    다음주를 기대하게끔 만드는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주엔 한층 더 성장한 최영과 공민왕의 모습을 볼 수 있겠죠?ㅎㅎ

  6. 정정클럽 2012.09.05 12:23 address edit & del reply

    와웅~왜이리 글을 잘 쓰시는 거예욤~!!^^

  7. 2012.09.05 14:07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8. 지니 2012.09.06 09:15 address edit & del reply

    어짜피 헤어져야할 두사람이 시작한 사랑이라...임자커플 진도 나가는게 ...나중에 어쩔려고...하는 생각도 심히 드네요^^;; 김감독님 왈 앞으로 최영과 유은수의 멜로를 좀 더 강화시켜서 현대로 떠날 사람과 과거에 남을 사람 간의 아련함을 그릴 예정이라던데요...최영 부인이 문화유씨라는게 복선이라는 네티즌들도 있던데...누리님 생각은 어떠신지...촌철살인의 글들 앞으로 계속 기대하겠습니다